공유하기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세 판을 내리 진 이세돌 9단이 첫 승을 거두자 세계 바둑계와 외신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바둑’의 발상지인 중국의 바둑 1위 커제(柯潔·19) 9단은 13일 대국이 끝난 뒤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프로 바둑 기사의 존엄을 되찾았다”며 축하했다. 커 9단은 “컴퓨터가 버그를 일으켜 계산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며 “오늘 같은 수준이라면 나에게 도전할 자격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이 9단이 패한 알파고와의 3국이 끝난 직후에는 “알파고의 바둑은 거의 완벽했고 실수한 곳이 없었다. 같은 조건이면 나도 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의기소침했다.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 인터넷판도 이날 이세돌 9단의 첫 승리 소식을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날 아침만 해도 이세돌 9단의 3연패 소식을 전하며 ‘충격적’ ‘공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던 이들 언론은 이 9단의 승리 소식을 ‘낭보’라 전하며 “인간의 의지를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알파고는 중반 승부처에서 돌연 흐트러졌다”며 “약점을 드러낸 형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바둑 전문 사이트인 ‘히비네트’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한 번쯤 이겨줬으면 하는 세계 바둑 팬들의 마음을 이세돌 9단이 성취해 냈다”며 “그도 안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TV아사히도 “(같은) 인간으로서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서구 통신들도 AI 기술에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논평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는 “알파고는 AI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앞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재창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오늘 이세돌의 승리는 이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서 인간이 3연패 뒤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알파고가 5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패했다”며 “알파고가 완벽하지 않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밝혔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이세형 기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 방침을 재확인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가 1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은 합리적이며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6자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최대 공약수”라며 이 같이 말했다. 왕 부장은 지난달 자신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이 단순한 구상이 아니라 실행 단계로 이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언제든지 각국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더욱 좋은 방법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병행 추진 제안에 한국과 미국은 평화협정 논의보다는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3일 “병행 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미묘한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 중러 외교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바둑 1위 커제(柯潔·19) 9단이 12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도 패하자 “나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커 9단은 9일 이 9단이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패하 뒤에는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알파고가 이세돌은 이겼지만 나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승률을 60% 정도라고 자신만만해했었다. 알파고의 3국에 대해 “거의 완벽했고 실수한 곳이 없었다. 같은 조건이면 나도 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록 후반부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지만 의미가 없다. 안정적으로 승리한 바둑이다. 전반부 역시 완벽했다”고 런민왕(人民網)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런민왕도 “첫 번째 대국 때와 달리 세 번째 대국을 본 뒤에는 커제가 약간 동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커 9단은 알파고와 대결하면 아주 세밀한 작전 계획을 세우고 약점을 연구하는 한편 자신의 기존 바둑에도 일부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커 9단은 “내가 알파고에 도전하든 알파고가 나에게 도전하든 한 번 대국을 하고 싶지만 그래도 알파고가 도전해 오기를 원한다”며 “아직 대국 요청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의 기력(碁力)에 대해 “알파고가 끊임없이 학습하기 때문에 모든 인류가 패배하는 것은 머지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내가 됐든 이세돌이 됐든, 또 다른 바둑 기사가 됐든 한 번이라도 이겨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그래야만 이후 모든 대국에서 인류가 지더라도 바둑기사들은 여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 9단은 13일 4국에서는 연예스포츠 종합 포털인 ‘러스왕(樂視網)’에 대국 생중계에 나와 해설했다. 커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을 잘 분석해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대회 최연소우승 기록 보유자이자 이세돌의 호적수이기도 했던 중국의 구리(古力) 9단은 12일 인터넷포털 텅쉰(騰訊)을 통해 생중계된 대국 관전평에서 “(바둑 고수)한 개 부대는 괜찮겠지만, (이세돌 9단처럼)기사 한 명은 알파고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최소 5명의 9단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 9단은 “커제가 강하기는 하지만 역시 알파고를 이기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구리는 “절정기의 이창호 9단이나 (현대 바둑의 창시자로 존경받는 ‘기성(棋聖)’인) 우칭위안(吳淸源)도 모두 알파고를 이긴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이창호, 우칭위안이 모두 바둑의 새로운 개념을 창조했듯 알파고 역시 새로운 사고 방식을 개척했다. 알파고를 본 바둑기사들의 마음에서는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중국 커제(柯潔·19·사진) 9단이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가 나는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알파고와의 대전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중국 반관영 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이 10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승률은 60%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의 실력을 보고 싶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같지 않고, 백 번 보는 것이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만 같지 않다(백문불여일견 백간불여일시·百聞不如一見 百看不如一試)”고 말하기도 했다. 커제 9단은 이어 “알파고 기풍이 나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을 명확히 구분하며 후반으로 갈수록 계산이 정확한 점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금과 같은 (알파고의 발전) 속도라면 알파고의 승률이 점점 커져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에는 인류가 그에게 패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이세돌 9단이 남은 대국에서 승리해 인류의 존엄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중국의 한 누리꾼은 “이세돌 9단이 기계에 패배해도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 기계도 인간이 설계한 것”이라며 “특히 방대한 인원의 팀이 기계를 설계한 것인 데 반해 이세돌은 한 명이어서 ‘세 명의 서투른 장인(匠人)이 제갈량을 이기는 격(삼개취피장 새과제갈량·三個臭皮匠 賽過諸葛亮)’”이라고 평가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홍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선박의 입항을 거부했다. 홍콩 정부는 9일 정오경 홍콩 항에 입항하려던 북한 화물선 ‘골드스타3’의 정박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해당 선박은 홍콩 관할이 아닌 공해상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골드스타3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목록에 오른 북한 해운사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31척 가운데 하나로 선적(船籍)은 캄보디아로 돼 있다. 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하는 ‘편의치적(便宜置籍)’ 제도를 활용해 국적 위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육로와 해상에 이어 항공편에도 북한을 제재하고 있다. 10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개인 제재 대상에 추가된 이만건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등 북한인 16명의 명단을 공항 출입국 당국에 통보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회원국들은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 중국의 공항 세관당국은 조만간 고려항공 정기편에 실리는 화물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화물이 유엔 회원국의 영토 영해 영공을 지나가면 반드시 이를 전수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정치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의 한 위원이 공식 회의 석상에서 7000만 원이 넘는 고가 외제 시계를 내보이며 “우리도 이런 브랜드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브랜드를 키우자”는 발언 취지와는 달리 ‘사치하는 정협 위원’이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10일 홍콩 밍(明)보 보도에 따르면 전국정협 위원인 신화롄(新華聯)집단 푸쥔(傅軍·사진) 회장은 전날 회의에 외제 시계를 차고 나와 “내가 찬 시계는 38만 위안(약 7220만 원)짜리다. 중국인이 30만 위안 이상의 외제 시계를 차는 것은 바보짓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가 사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 가치 있는 브랜드가 몇 개나 있느냐. 100개, 10개, 심지어 하나도 없다는 말도 있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밍보는 푸 회장이 불과 1만 위안(약 190만 원)으로 시작해 부동산 광업 화공 주류 등의 업종을 거느린 그룹을 이끌고 있는 자수성가형 기업가라고 소개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정협 위원이 고가 시계를 찬 사실을 문제 삼았다. 누리꾼들은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협을 함께 부르는 말)가 특권층이 모여 같이 졸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고 비꼬았다. 한 누리꾼은 “푸 회장의 시계를 보면 일반 백성은 (돈이 없어) 정협 위원이 되기 어렵고, 정협은 부호(富豪)들 모임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밍보는 정협 위원의 ‘호화 사치 구설수’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며 “2012년 헝다(恒大)집단 쉬자인(許家印) 주석은 에르메스 고급 혁대와 사치스러운 삼성 휴대전화를 들고 나왔다가 이듬해에는 ‘보통 브랜드’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밍보는 2016년 중국 부자 리스트인 ‘후룬(胡潤)리스트’의 568명 부호 중 전국인대 대표는 57명, 전국정협 위원은 50명이라며 이들의 총재산은 3500억 달러로 1인당 평균 33억 달러라고 보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누리꾼들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풍자할 때 쓰는 말인 ‘진싼판(金三반·김 씨 뚱보 3세)’이 중국의 대표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최근 다시 검색이 가능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두는 그동안 ‘관련 법규와 정책을 따른다’는 이유를 들어 진싼판 검색을 차단해왔다. ‘파룬궁’ ‘대만 독립’ 같은 중국에서 금기시되는 단어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9일 바이두에 ‘진싼판’ 검색어를 입력하니 223만여 개의 검색 결과가 나왔다. 검색된 내용은 ‘진싼판의 화려·사치스러운 생활’ 등 온갖 비판과 풍자, 조롱의 글이 대부분이다. 익살스러운 춤 동작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세 부자의 얼굴을 합성한 3분 분량의 동영상도 검색된다. 중국 당국의 검색 차단 해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중국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1월 4차 핵실험에 이어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자 이에 화가 난 중국 정부가 김정은에 대한 풍자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이 조만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발동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권부 핵심 인사들의 해외 비자금 계좌를 동결·몰수키로 한 것은 달러 부족에 직면한 북한 체제의 최대 약점을 정조준한 것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권 유지 자체에 위기를 불러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의 선봉에 서게 될 미 재무부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그와 가족, 측근들의 해외 비밀계좌를 추적해 왔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좌들에 대한 ‘실력 행사’를 통해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김정일 비자금 계좌 동결 당시처럼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포위하겠다는 것이다. 금주 중 방안이 마무리될 행정명령은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강화법안의 시행령 성격이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북한 정부 및 노동당 소속 단체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고 재원 이전을 금지하도록 한 유엔 결의안 2270호의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하다. 결의안의 금융제재 관련 조항에는 ‘WMD와 관련된 정황과 정보가 있는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이는 당시 유엔 결의안 초안 작성 과정에서 중국의 요청에 따라 삽입돼 결과적으로 북한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은 다자 제재 틀인 유엔 결의안에 있는 구멍을 독자 제재로 메워 북한 최고지도부로의 외화 반입을 사실상 모두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미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한 자를 도운 제3자까지 구체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행정명령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겨온 유엔 회원국들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3자 제재 규정에서 중국인과 중국 단체는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면서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미 정부의 전략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의 비자금 상당액이 중국 은행에 은닉됐을 가능성이 높고 북한 대외 거래의 대부분이 중국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제재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한편 영국 정부도 8일 재무부 관보를 통해 유엔 결의안을 반영한 금융제재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개인 15명과 기관·기업 5개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영국의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은 개인 총 48명과 기관·기업 41개로 늘었다.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파리=전승훈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6자회담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베이징(北京)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핵 문제를 협상 테이블로 다시 가져올 수만 있다면 3자, 4자, 5자 접촉 등의 구상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5자회담(북한 제외)을 중국이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위해선 병의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해야 한다. 단순히 제재와 압력을 맹신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최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검발노장(劍拔弩張·검을 뽑아들고 활시위를 당겨 놓는다)’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 긴장이 격화돼 통제력을 상실하면 모두에게 재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과 한반도는 산수가 맞닿은 동고동락하는 관계”라며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이 근본적으로 파괴되거나 중국의 안전 이익이 이유 없이 손해를 보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31척 가운데 대부분이 최근 사나흘 사이에 레이더망에서 사라진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제재 단행 직후 필리핀이 북한 진텅호를 검색한 뒤 몰수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7일 화물 및 여객선의 해상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최근 24시간 내 위치정보가 파악된 제재 대상 선박은 7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북 해운 제재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 이후 약 일주일 만인 8일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북한의 고위층 핵심 인사 블랙리스트를 처음으로 지정했다. 특히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협의 과정에서 러시아의 반발로 제재 대상에서 빠졌던 장성철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러시아 대표까지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에는 지난해 12월 의문사한 김양건에 이어 대남 분야를 담당하는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현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도 포함됐다. 김영철은 이번 유엔 제재나 미국의 독자 제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전직 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을 비롯해 WMD 개발에 책임이 있는 개인 40명과 단체 30곳을 금융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담당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2자연과학원뿐 아니라 군수 경제를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파워엘리트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한국 국민이 제재 대상자와 외환 및 금융 거래를 하는 것이 금지되고 제재 대상자의 국내 자산이 동결된다. 한편 중국 산둥(山東) 성 르자오(日照) 항 항만 당국은 유엔 대북 제제 대상에 오른 북한 화물선 ‘그랜드 카로’의 입항을 거부해 해당 선박이 항구에서 35km 떨어진 해상에 머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6자회담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베이징(北京)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핵 문제를 협상 테이블로 다시 가져올 수만 있다면 3자, 4자, 5자 접촉 등의 구상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5자회담(북한 제외) 을 중국이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위해선 병의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해야 한다. 단순히 제재와 압력을 맹신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확고부동한 목표이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은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와 관심 사항”이라며 병행 추진이 공평하고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최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검을 뽑아들고 활시위를 당겨 놓는다(劍拔弩張·검발노장)’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 긴장이 격화돼 통제력을 상실하면 모두에게 재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과 한반도는 산수가 맞닿은 동고동락하는 관계”라며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이 근본적으로 파괴되거나 중국의 안전 이익이 이유 없이 손해를 보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선 “(중국은) 결의안 2270호를 포함해 각종 결의를 충실하게 집행할 책임과 능력이 있다”며 철저한 이행을 다짐했다. 중국의 관영 언론 기자가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중국이 한국전쟁 때처럼 ’항미원조(抗美援朝)에 나설 것이냐‘고 질문하자 왕 부장은 즉답을 피한 채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를 중시한다”면서도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 확고부동하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군사화‘라는 모자를 씌워야 할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더 적합한 나라가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이어 “‘항해 자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항해해서는 안 되고 허락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할 뜻을 보였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지방정부 지도자들의 각종 부패 행위가 공개되는 가운데 공용 비행기를 공짜로 이용한 산시(山西) 성의 한 은행 서기 겸 동사장(이사장)이 도마에 올랐다. 왕루린(王儒林) 산시 성 당서기는 6일 산시 성 전국인대 대표단 기자회견에서 “한 은행의 전 서기가 12개 기업으로 하여금 3억9000만 위안(약 740억 원)짜리 비행기를 공무용으로 외국에서 구입하게 한 뒤 실제로는 개인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전직 은행 간부는 그 대신 이들 기업의 뒤를 봐주면서 막대한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경영보는 왕 서기가 익명으로 언급한 사람은 지난해 7월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진상(晋商)은행의 상관융칭(上官永淸) 전 서기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조사 당시 그의 집에서는 건국 50주년 기념 50위안(약 9500원) 지폐 등 기념 지폐를 넣은 상자가 무려 70개나 나왔으며 사정당국은 이 돈이 기업들에서 받은 뇌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왕 서기에 따르면 상관 전 서기는 기업에 대출해주면서 정해진 이자 외에 추가로 2%를 ‘고문료’ 명목으로 받아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의 통장에 입금했다. 왕 서기는 “‘공을 사칭해 사를 취하고, 공공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며 개인의 배를 불리는(假公濟私 損公肥私)’ 전형적인 사례”라고 질타했다. 왕 서기는 “그는 장기간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우유를 마시는 호화 사치 생활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산 우유는 중국의 일반 슈퍼마켓에서 구입할 경우 중국산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왕 서기는 “상관 전 서기 외에 다른 한 부성장은 성내 9개 현(縣) 전체 재정 수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6억4400만 위안(약 1223억 원)을 뇌물로 받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석탄 개발 비리 등으로 성 및 산하 지방정부 공무원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아 산시 성에서만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이 300개가 넘는다고 토로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한미 연례 연합 군사연습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7일 시작됐다. 이번 훈련에는 병력 32만여 명(미군 1만7000여 명, 한국군 30만여 명),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B-2 스텔스 폭격기 등 첨단 전력이 대거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고, 북 지휘부를 제거하는 내용의 ‘작전계획 5015’도 처음으로 적용된다.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우리 생존 공간을 핵 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핵전쟁 도발 광기에 전면 대응하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국방부는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강력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미국의 핵추진 항모 존스테니스(10만3000t급) 전단(戰團)이 이달 초 남중국해 작전 도중 중국 해군의 구축함 등에 ‘포위’됐다고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이날 보도했다. 미 해군도 존스테니스 항모전단이 남중국해에서 훈련하는 동안 중국 해군이 바로 인근까지 접근했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세계 최강 미 해군력을 상징하는 항모전단이 외국군 함정에 포위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투기와 헬기 90여 대를 탑재한 존스테니스 항모전단은 남중국해를 군사기지화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군사작전을 벌여 왔다. 중국이 이에 맞서 ‘항모 전단 포위’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나친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존스테니스 항모전단은 13일 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미 해군 사이트 등을 인용한 환추시보 보도에 따르면 존스테니스 항모전단은 1일 필리핀 인근 루손 해협에 도착해 나흘간 남중국해 동부 해역에서 군사작전을 벌였다. ▼ 美 ‘항행의 자유’ 작전에 中, 유례없는 초강수 경고 ▼홍콩 ‘싱다오(星島)일보’는 존스테니스 항모가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는 동안 구축함 등 상당수 중국 군함이 계속해서 항모전단 부근에서 ‘고자세’를 취했다고 전했다. 미 해군 사이트가 5일 공개한 사진에도 중국 해군 소속 전자정찰함 한 척이 항모전단의 근거리에서 정찰 활동을 펴는 가운데 다수의 중국 구축함이 주변에 배치돼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존스테니스 항모에 탑승 중인 그레고리 호프먼 대위는 “(미 항모가) 이렇게 포위된 건 이전에 한 번도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고 미 해군 측이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포위 당시 양측 군함 간에 충돌이나 마찰은 없었다고 호프먼 대위는 설명했다.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포위 당시 양측의 분위기는 상당히 긴장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남중국해 작전 기간에 장병들이 어느 때보다 긴장 상태를 유지했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 근무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존스테니스 항모전단이 중국 군함에 포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미 해군 사이트에는 ‘아들이나 친척이 무사히 귀환하길 바란다’ 등 탑승 장병 가족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들이 올라와 있다고 환추시보는 전했다.환추시보는 이어 미국이 4일 항모전단의 남중국해 진입 사실을 밝힌 데 이어 5일 중국 군함에 포위됐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피해자인 것처럼 부각시켰다며 불만을 드러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집권 4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회의에 일부 대표들이 가슴에 ‘시진핑 배지’를 달고 나타났다. 7일 중국청년보 등에 따르면 전국인대에 참석 중인 티베트(시짱·西藏) 대표단 전원이 시 주석의 상반신 모습이 담긴 배지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 등 전현직 최고지도자 5명의 얼굴사진을 함께 모아 놓은 또 다른 배지를 가슴에 부착한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에선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가슴에 다는 것이 일상화돼 있지만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그렇지 않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공식 행사에서 배지 부착이 허용된 것은 오로지 마오쩌둥 배지뿐이었다. 시진핑 배지가 등장했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체제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티베트 라싸(拉薩) 시 청관(城關) 구 나진(納金) 현 타마(塔瑪) 촌 제1서기 겸 전국인대 대표인 거쌍줘가(格桑卓알) 씨는 시진핑 배지를 단 이유에 대해 “시 총서기를 지도자로 한 공산당의 노력 덕분에 많은 백성이 실질적인 이득을 봤다”며 “배지를 달아 존경을 표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3년 처음 만났을 때 시 주석이 ‘기층(일선)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요’라고 말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천제런(陳杰人) 상하이정법대 법제신문연구센터 연구원은 “티베트 대표단의 배지 부착은 일종의 시험용”이라며 “시 주석에 대한 충성과 당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기 위한 자발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티베트 대표단이 배지 2개를 단 이유에 대해선 “(시진핑) 개인숭배라는 비판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 지도부가 배지 부착을 제지하지 않는다면 다른 대표단들도 이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시진핑 배지’의 등장으로 시 주석의 1인 체제를 뜻하는 ‘시 핵심’이 당의 공식 용어로 등장할지 주목하고 있다. 올 초부터 지방정부 지도자들 사이에서 “시 총서기를 영도(領導) 핵심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천취안궈(陳全國) 티베트 자치구 서기는 “당의 핵심 시진핑 총서기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시 주석이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업무보고 때 박수를 치지 않고 주석단과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 등 엄숙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일관한 것도 ‘시 핵심’ 관련 움직임을 의식한 행동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절만 해도 ‘핵심’이라는 용어가 최고지도자를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됐다. 예를 들어 ‘덩샤오핑(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에는 핵심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후진타오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으로 표현이 완화됐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4일 오전(현지 시간) 중국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가량 남쪽으로 달려 르자오(日照) 항에 도착했다. 르자오 항은 ‘중국의 철광석과 석탄 가격은 르자오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광물 항구로 이름난 곳이다. 중국 동부 연안의 중간쯤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함께 20m에 이르는 깊은 수심 덕에 중국의 연안 항구들 가운데 철광석 거래 규모 1위, 석탄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석탄의 상당량도 이곳 르자오 항을 거쳐 반입된다. 석탄은 북한의 대(對)중국 수출 가운데 42.3%(2015년 기준 약 10억4900만 달러)를 차지하는 대표적 수출 품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일 ‘특정 분야 제재(sectoral ban)’ 품목으로 지정된 석탄 등 광물거래 차단 등이 포함된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 기자가 르자오 항을 방문한 것은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번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항구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인공기를 단 북한 화물선은 좀체 눈에 띄지 않았다. 5일 부두에서 만난 한 소식통은 “(안보리가 결의를 채택한) 3일 입항이 예정됐던 북한 선박 한 척이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5일까지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1일 화학비료를 실은 5000t급 북한 선박 한 척이 들어온 뒤로 이달 북한 선박 입항이 뚝 끊겼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많을 때는 한 달에 4만∼5만 t의 북한산 석탄이 르자오 항을 통해 반입됐으나 올 들어서는 눈에 띄게 확 줄었다”고 말했다. 항구 관계자는 “북한 선박이 올 1월과 2월에 각각 한 척씩만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항구를 관리하는 ‘르자오항집단’의 고객서비스센터 직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 선박 입항 금지에 관한 지침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내용을 들어보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한 소식통은 “북한으로부터의 석탄 수입은 석탄의 종류와는 관계없이 일절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로부터 모종의 조치가 내려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르자오=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4일 오전(현지 시간) 중국 산둥(山東) 성 르자오(日照) 항의 6호부두 정문 앞. 다른 부두와 마찬가지로 출입 통제가 삼엄했다. 사전 등록된 차량이거나 허가를 받은 사람만 출입이 가능했다. 기자가 탑승한 차량 앞쪽에 있던 승용차 2대가 부두에 들어가려다가 경비원의 저지를 받았다. 운전자가 경비원에게 “(내 차가 방문 차량으로) 등록됐다고 했는데 무슨 말이냐”며 따졌지만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부두에서 나올 때는 차량의 트렁크를 열어 불법으로 반출되는 물품이 없는지를 꼼꼼히 검사했다. 예외는 없었다. 이곳은 르자오 항의 10여 개 화물부두 중 북한산 석탄이 하역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북한산 석탄 반입이 엄격히 금지되면 뚜렷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곳이다. 차를 타고 정문을 통과해 ‘북한의 석탄운반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항구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짙은 안개가 낀 항구로 들어가자 2차로 도로 양쪽으로 광물이 야적돼 있었다. 자동차로 2∼3km 이상을 달려도 야적장이 끝없이 이어졌다. 석탄은 대부분 검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연한 주홍색의 고운 빛깔을 띠는 철광석 야적 더미 일부는 덮개가 벗겨져 있었다. 야적장은 구역별로 발급된 별도 출입카드가 있어야 차량이 들어갈 수 있었다. 마침 배가 정박돼 있는 부두 옆으로는 차량이 접근할 수 있어 바다 쪽으로 바짝 다가가 선박을 살폈다. 대형 크레인 30여 대가 위용을 자랑하듯 줄지어 늘어선 뒤로 정박된 선박 가운데 북한 인공기를 단 배는 보이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르자오 항을 자주 드나든 북한 선박 이름은 ‘황금’을 뒤집은 ‘금황(金黃)’”이라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제재 대상으로 적시한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유 선박 31척에 금황호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소식통은 “금황호가 한참 전부터 르자오 항에 입항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르자오 항에 북한 화물선이 입항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석탄 수요가 감소한 데다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품질이 낮은 북한산 석탄 도입을 줄인 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기에 르자오 항이 4000t 이하 선박 입항을 제한하고 입항 하역료를 인상한 탓도 없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년 동안의 안보리 제재 중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이라고 평가받는 제재까지 가해지면서 이제 ‘르자오 항=북한 석탄 수입항’이라는 말은 옛얘기가 될 것 같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입항하는 북한 선박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북한과는 이제 손을 떼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각지 광물이 모이는 르자오 항에 북한 석탄운반선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의 대중 광물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달 1일 5000t급 북한 선박이 르자오 항에 들어온 것이 마지막. 그것도 광물이 아닌 화학비료가 실려 있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르자오 항에서 만난 한 소식통은 “북한 석탄이 들어온다면 비교적 주목을 덜 받는 르자오 항 위아래 연안에 있는 둥자커우(董家口)나 란차오(嵐橋) 항으로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안보리 제재가 북한 광물 거래를 차단하면서도 민생용 석탄 수출을 허용한 것은 제재를 회피하는 ‘구멍’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석탄 판매대금이 민생용으로 쓰일지, 미사일 개발 같은 군사용으로 사용될지 누가 확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르자오=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국이 2000년대 각종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고성장 덕분이었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세계의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을 적극 공략한 결과 국내 생산과 투자도 덩달아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중국이 ‘중속성장’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가 컸던 한국 경제도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이 중속성장으로 속도를 늦춘 것은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국정운영 방향으로 내세운,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인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에 맞게 경제운영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0%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은 최대 0.6%포인트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수요 감소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국의 수요 감소보다 5배 더 크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경기 둔화→한국 수출 하락→국내 생산 및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부품 등 한국의 주요 중국 수출품목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수요 자체가 적어진 데다 현지 업체들의 생산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 등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해 온 품목들도 당장 올해부터 시장 축소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창타이 정책이 자국 내 생산 및 소비 촉진을 추구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수출전선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중국의 경기둔화보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중국이 산업 고도화를 통한 질적 성장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선 중국 내부의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이 자체 기술력을 키워나갈 경우 중국에 부품소재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수출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국의 소비재 기업을 키워 내수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중국의 전략은 한국 기업에 위기이면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핵심부품과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 및 최종재 수출에 역점을 두고 중국 내수용 수입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며 “중국 내 서비스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의료, 문화 산업도 유망 수출 품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국의 변화에 단기부양과 구조조정이란 ‘투 트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추가 부양책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수출환경 변화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달 중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과 소비재 수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두 배 이상 늘리는 정책들을 검토 중이다. 또 화장품, 식료품, 의약품, 패션의류, 생활유아용품 등을 5대 소비재 품목으로 선정하고 무역금융 확대 등 수출 지원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는 지지부진한 업종별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시장에선 4월 총선이 끝나는 대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김창덕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7.0%로 제시하고 앞으로 5년간 6.5%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겠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6.9% 성장률로 ‘바오치(保七·연 7% 성장) 시대’가 막을 내린 데 이어 사실상 ‘중속(中速)성장’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중국이 성장률 목표치를 일정 구간 범위로 제시한 것은 21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음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또 올해와 향후 5년간 추진할 중점 사업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 내용을 통째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이후 북한과 국경을 접한 랴오닝(遼寧) 성, 지린(吉林) 성 등 지방정부들이 북한과의 경협 계획을 잇달아 취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이 고도성장 정책을 포기하면서 한국 정부가 공언한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기업들의 수출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이달 중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개막식에서 공작(업무)보고를 통해 13차 5개년 경제사회발전 규획(계획) 기간인 앞으로 5년간(2016∼2020년)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5%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목표치를 1979년 이후 최고치인 3.0%로 올렸다. 중국 정부는 올해 국방예산을 9543억 위안(약 177조 원)으로 작년 대비 7.6% 늘리기로 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국제사회를 자극하면서까지 군비 경쟁을 일으키지는 않겠다는 정부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지지한 데 이어 북-중 경협 계획까지 무효화함에 따라 북-중 관계는 상당 기간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일(현지 시간)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자마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한 권부(權府)의 핵심을 겨냥한 독자적 대북제재의 칼을 빼 들었다. 김정은이 제1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방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고, 핵심 통치기관인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도 제재 명단에 함께 이름이 올랐다. 김정은 이름 석 자를 적시하지 않았을 뿐이지 미국의 이번 제재가 김정은을 직접 겨냥한 것임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도발을 자제하라는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원자력공업성 △국방과학연구소 △우주개발국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기관들을 줄줄이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금지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 추진하는 북한 지도부에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과거 6차례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도 북한이 4차 핵실험까지 할 수 있었던 데는 권력 핵심에 대한 느슨한 감시가 하나의 원인이었다”며 “김정은과 측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감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군부 핵심 인사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2인자로 꼽히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권력 서열 7위인 박영식 인민무력부장과 오극렬(권력 서열 11위) 이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12위) 등 군부 실세들이 제재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과 현광일 국가우주개발국 과학개발부장, 이만건 군수공업부장, 유철우 국가우주개발국장 등도 포함됐다. 명단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으로의 입출국이 금지된다. 대부분의 북한 핵심 인사가 미국에 자산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을 상대로 한 제재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상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남 도발을 주도해 온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빠졌다는 점은 눈에 띈다. 그는 지난해 말 의문사한 김양건 후임으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 정찰총국이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현재 정찰총국장이 누군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영철이 대남 대화를 담당하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고 분석한다. 향후 남북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 김영철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독자 제재 조치 외에도 추가적으로 대북제재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러시아와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안보리 제재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므로 강도 높은 행정명령이나 양자 제재를 통해 ‘빈틈’을 메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안보리) 결의안을 전면적으로 성실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이번 결의안이 (북한의) 민생과 인도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윤완준 기자}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개막을 시작으로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시작되면서 수도 베이징(北京)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책자문회의 성격의 전국정협 개막 이틀 뒤인 5일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가 개막식을 갖는다. 양회는 두 회의가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개막 하루 전인 2일 베이징 중심의 톈안먼(天安門) 광장과 인민대회당 앞에는 소총을 든 무장경찰들이 증강 배치됐다. 당국은 양회 대표들이 묵는 숙소 22곳과 기차역 4곳, 지하철역 49곳 등에 1000여 명의 무장 병력을 배치하고 무장 순찰차 180대를 투입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주요 도로 56곳에는 임시 검문소가 설치됐다. 1일부터 16일까지 베이징 시계(市界)의 상공에서는 체육 오락 광고 등의 목적으로 비행 물체를 띄우는 것이 금지됐다. 이 같은 경계 강화는 요인들을 노린 테러 등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양회 기간에는 전국정협 대표 2229명과 전국인대 대표 2943명 등 5100여 명의 대표와 수행원 등 수만 명이 베이징에 집결한다. 지방 정부의 고위 간부 상당수도 상경해 중앙 정부 관료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다. 양회 취재를 위해 등록한 기자도 중국 언론 1900여 명, 홍콩·마카오 360명, 외신 약 1000명 등 3260여 명에 이른다. 올해 최대 관심사는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발표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같은 날 공개되는 국방예산 규모다. 지난해 성장률 목표치는 ‘7% 안팎’으로 제시됐으나 6.9%를 달성해 겨우 턱걸이를 한 수준이다. 올해는 6%대로 낮춰 잡아 사실상 ‘중저속 성장시대 원년’을 선언할지 관심이다. 올해 국방예산은 지난해 제시된 10.1% 증액이 최근 5년 내에 가장 낮았던 데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선 2016년 국방예산이 20%에서 많게는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폭적인 국방예산 증가는 남중국해 군사시설 건설 가속화와 함께 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일 사설에서 “미국의 군사비는 한 해 5000억∼6000억 달러로 중국의 4배에 이른다”며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해도 국민의 뜻에 부합한다”고 증액을 지지했다. 올해는 중국의 경제사회발전 13차 5개년(2016∼2020년) 규획(계획)이 시작되는 해로 이번 양회 기간 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후반기 5년의 청사진도 제시된다. 특히 빈곤층 해소를 위한 이른바 ‘탈빈(脫貧) 공정’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좀비 기업’ 구조조정 및 과잉 생산시설 축소를 위한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최근 석탄과 철강 산업 구조조정으로 18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그 일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집권 4년 차를 맞은 시 주석의 개인 권력 강화와 ‘당에 대한 충성’ 드라이브가 어떤 도전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양회 기간 토론이나 돌출 발언 등을 통해 기득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저항의 표시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