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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테스코-日로손 등 글로벌 유통업계 변화의 현장테스코 PB등급 4가지로 분류가격-품질따라 선택 폭 넓혀소비침체 日 저가형 할인점 인기‘로손 100엔’ ‘돈키호테’ 히트 9일 일본 도쿄(東京) 다이칸야마(代官山)에 있는 편의점 ‘내추럴 로손’. 예쁜 상점이 밀집한 이 동네의 내추럴 로손에는 유독 여성 고객이 많았다. 여성들은 편의점 안에 딸린 작은 카페에서 과일주스를 주문하고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었다. 상품 진열대에는 유기농 비누와 장미꽃을 넣은 화장품, 애견용 제품이 놓여 있었다. 편의점이라기보다는 카페 같은 풍경이었다. 일본 편의점 업계 2위인 로손은 점포 형태를 △로손 △내추럴 로손 △로손 100엔 △해피 로손 등 네 가지 형태로 나눴다. 내추럴 로손의 타깃은 참살이를 추구하고 가처분소득이 높은 직장 여성이다.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들의 소득과 소비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글로벌 유통업계에는 ‘하이브리드형 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형마트+레스토랑’ ‘편의점+100엔 숍’ 등 영업 형태가 합종연횡하고 점포와 자체 브랜드(PB) 제품은 더욱 잘게 등급이 매겨진다. 과거 부자였지만 요즘엔 알뜰 가치구매를 하는 소비자, 기름값 아까워 대형마트까지 가는 대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소포장 먹을거리를 사는 싱글족 등 소비자 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대형마트인 테스코 크라우치 익스프레스점. 이곳에서는 최근 ‘레스토랑 프로젝트’란 이름의 ‘포스트 금융위기’ 판매 전략이 시행되고 있다. 메인과 부속 요리, 디저트, 와인 한 병까지 레스토랑급 코스 요리 2인분이 포장된 고급 PB 제품을 9파운드(약 1만7000원)에 판다. 살인적인 영국 물가를 감안하면 솔깃한 가격이다. 과거 ‘잘나가던’ 전직 투자은행원들은 이제 외식의 우아한 분위기는 포기할지라도 가족과 즐기는 메뉴의 ‘질’만큼은 양보하고 싶지 않아 이 상품을 집어 든다. 세계 3위 유통기업인 테스코는 다양해진 고객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PB를 올 초 더욱 세분화했다. ‘밸류(저가형)’ ‘테스코(표준형)’ ‘파이니스트(고급형)’ 등 기존 세 가지 PB등급에 ‘디스카운트(실속형)’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다. 디스카운트는 밸류와 테스코 사이의 가격대다. 테스코 측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극단적 최저가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와 표준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 사이에 또 다른 계층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종합슈퍼(GMS)인 ‘이온’은 일본 SPA(제조 소매업)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인기 방한의류 ‘히트텍’(1500엔·약 1만9200원)을 벤치마킹해 ‘히트팩트’(780엔·약 9900원)를 내놓았다. 따뜻한 겨울을 나고 싶은 소비자들은 유니클로의 절반 가격인 이온의 실속형 PB제품을 열렬히 환영했다. 로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입한 100엔 편의점인 ‘로손 100엔’은 술과 담배, 도시락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품목을 100엔 균일가(세금 포함 105엔)로 판다. ‘해피 로손’은 아이와 엄마를 위한 ‘놀이방+편의점’ 콘셉트다. 이 때문에 로손은 ‘타깃 고객에게 맞는 차별화 콘셉트를 적재적소에 선보이는 변신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편의점도 세분화하고 있다. 바이더웨이는 전국 1460개 매장 중 250곳을 원두커피를 뽑는 카페 형태로, GS25는 전체 매장의 5%인 200곳을 빵 굽는 베이커리 형태로 운영한다. 대학생 이현철 씨(25)는 “인천 차이나타운 ‘공화춘’에서 먹은 자장면이 생각나면 GS25 편의점의 1200원짜리 ‘공화춘 자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편의점들은 불황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을 위해 유명 외식업체와 손잡고 분주히 PB식품을 개발한다. 극심한 소비침체를 겪는 일본에서는 요즘 저가형 할인점이 단연 인기다. 업계 1위 ‘돈키호테’가 지난달 중순 PB제품으로 내놓은 690엔(약 8800원)짜리 청바지는 1주일 만에 일본 전역에서 매진됐다. 100엔 숍뿐 아니라 300엔 숍까지 생겨났다. 300엔 숍 ‘쿠쿠’는 물방울무늬가 있는 예쁜 고무장갑 등으로 ‘저가 상품은 촌스럽다’는 선입견을 무너뜨린다. 일본 다이소산업과 합작한 국내 1000원 숍 ‘다이소’는 국내 1호점을 연 지 12년 만인 올 8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500호점을 열었다. 이곳은 하루 8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업체 측은 “부촌을 대표하는 대치점 매출이 전국 520개 매장 중 매출 1위인 서울 노원역점에 버금간다”며 “부유층 중에서도 실속 상품을 싸게 사려는 고객 수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상철 일본 유통과학대 교수는 “비싼 루이뷔통 핸드백을 들고 100엔 햄버거를 먹는 소비자의 이중 욕구를 이해하려면 고객의 작은 소리와 조그만 몸짓에도 민감하게 안테나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도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런던=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도쿄 긴자 매장서 본 ‘혁신’日 ‘잃어버린 20년’ 견디며 디자인-생산-판매 속도전7개국 887개 점포망 구축… 작년 매출 9조원 문턱까지9일 일본 도쿄(東京) 유니클로 긴자(銀座)점. 지난달 초 유니클로가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 씨와 협업해 선보인 ‘플러스 제이(+J)’ 라인 옷들은 인기가 높았다. 에미 후지 유니클로 긴자점 바이어는 “플러스 제이를 찾는 수요가 워낙 많아 고객 한 명이 같은 디자인을 한 개만 살 수 있게 했다”며 “유니클로의 이런 제한적 판매 방침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자매회사인 ‘카빈’의 중저가 브랜드 ‘자지’와 ‘엔라시네’도 이 매장 2층에 둥지를 틀었다. 유니클로의 단순한 디자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젊은 여성들을 위해 유행 요소를 넣은 옷들이다. 최근엔 이 점포 바로 옆에 유니클로 남성관도 처음으로 들어섰다. 루이뷔통과 샤넬 등 명품이 즐비하던 긴자 거리에 일본 자국 브랜드가 우뚝 섰다.○ 고품질 저가격…유니클로의 가이젠 일본에는 도요타자동차의 경영에서 비롯된 ‘가이젠(改善)’이 있다. 실패를 발판 삼아 조금씩 개선한다는 뜻이다. 유니클로의 지주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부친이 운영하던 신사복점인 오고리(小君) 상사(패스트리테일링의 전신)에 입사해 신사복 시장의 한계를 간파했다. 1984년 히로시마(廣島)에 낸 캐주얼 전문점인 유니클로 1호점은 ‘패션 가이젠’의 서곡이었다. 이 점포가 문을 열던 날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 한 방송국에서 생방송 취재를 나오자 그가 인터뷰에서 “손님들이 다치실까 걱정된다.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 햄버거 체인인 맥도널드에서 영감을 얻은 야나이 회장은 1991년 유니클로를 캐주얼 체인으로 변모시켰다. 사명도 패스트푸드에서 본떠 패스트리테일링으로 바꿨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조소매업(SPA) 모델을 발전시켰다. 상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 판매, 재고 관리까지 도맡아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었다. 첫 해외 진출국인 영국에서 실패한 유니클로는 철저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경영을 시작했다. 매주 경영진이 모여 상품, 점포, 나라별 판매 현황을 확인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의 큰 요소인 원단 비용을 정확히 책정할 수 있다. 애당초 팔릴 만큼 상품을 만들고, 제품 소진을 위한 프로모션을 결정한다. 그 결과 상품 소진율은 99.5%로 재고가 거의 없다. 스페인 ‘자라’가 2주일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것과 달리 유니클로는 3개월 이상 제품을 진열대에 두고 완판을 목표로 한다. 2004년 내놓은 방한옷 ‘히트텍’은 지금까지 6500만 벌이 팔렸다. 이 옷은 해가 갈수록 두께가 점점 얇아졌다. 겨울에도 날씬해 보이고 싶은 여성들을 감안한 ‘가이젠’이었다.○ 브랜드 우산 효과로 노리는 세계 1위 7개국에 887개 점포를 갖춘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매출 6850억 엔(약 8조9300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의 실적을 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우울한 일본 경제에 희망을 주는 소식이었다. 이 회사는 프랑스 브랜드 ‘콩투아르 데 코토니에’에 이어 올 3월엔 미국 ‘시어리’도 인수합병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유니클로의 성공에 힘입어 계열사 ‘GOV’ 내 중저가 브랜드 ‘g.u’와 ‘칸디시’에도 힘 쏟고 있다. g.u는 올 초 990엔(약 1만2700원)짜리 청바지를 내놓아 일본 청바지 시장의 가격파괴를 불러일으켰다. 잡화 브랜드 칸디시는 요즘 매장에서 1990엔짜리 ‘유니클로 슈즈’를 팔고 있다. 아오노 데루노부(靑野光展) 패스트리테일링 글로벌 매니저는 “2020년 세계 1위를 향해 무조건 가격만 낮추는 게 아니라 한 번 우리 제품을 산 고객이 품질에 만족해 다시 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도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매일맘마’ 해외경영 가속페달… 세계 20여개국 23개 제품 수출▼ 매일유업은 1981년 중동에 ‘매일맘마’ 분유 수출로 해외 시장 물꼬를 튼 후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며 해외경영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2009년 현재 세계 20여 개국에 분유, 음료, 치즈, 두유 등 23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한 해 약 1600만 달러. 국내 유제품 업체 중 1위다. 분유제품은 제품 특성상 한번 먹이기 시작하면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기 어려운 제품이기 때문에 매일유업은 분유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힘쓴다. 1980년대 초 중동으로 분유를 처음 수출할 때는 한번 철수했다가 재수출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사우디에서 독자적인 판매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매일유업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을 통해 ‘ABS-50’이라는 브랜드로 수출했다. 하지만 상대 업체의 무리한 요구와 낮은 수익성 때문에 3년 만에 철수해야 했다. 매일유업 측은 “자사 브랜드가 아니면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할 수 없고 실질적으로 국제 수출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에 1987년에는 ‘매일맘마’라는 자체 브랜드로 사우디 시장을 재공략했고,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인근 중동국가인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요르단, 예멘, 시리아 지역으로 판매를 확대해 중동에서만 연간 1000만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중국시장에도 안착했다. 처음 중국 수출을 시작한 것은 1999년. 신뢰할 수 있는 업체와 고정적인 거래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거래하다가 갑자기 연락을 끊는 업체도 있었다. 그러던 중 멜라민 사건이 매일유업에게는 도움이 됐다. 질 좋은 분유를 구하기 위해 중국 현지 업체로부터 수많은 제안을 받고 그 중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할 수 있었기 때문. 두유, 요구르트, 카페라테 등은 북미 히스패닉계에게 인기가 좋다. 이들 제품의 올해 매출은 북미에서 전년대비 20% 신장했다. 매일유업은 “그동안 북미에선 주로 한인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마케팅했지만 앞으로는 히스패닉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남아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지난 4월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하고 올해 말부터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종헌 매일유업 사장은 “베트남은 교육열이 높고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은 나라라 프리미엄 제품이 잘 팔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베트남을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제조일자 표기’ 낙농업계 혁신 불러온 한줄의 힘▼ 서울우유가 낙농대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국내 낙농산업의 보호막을 자처하고 나섰다. ‘제조일자 표기’라는 한 줄 혁신을 통해서다. 서울우유는 올 7월부터 업계 최초로 흰 우유에 제조일자 표기제를 시행했다. 국내 식품안전기본법상 유통기한만 표기해도 되지만, 자발적으로 제조일자까지 함께 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수입 유제품이 국내에 쉽게 들어오는 상황에서 제조일자까지 표기해야 소비자가 유제품의 신선도를 판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이유다. 기존처럼 유통기한만 표기하면 소비자로서는 우유가 언제 제조됐는지 알 수 없다. 배송과정에서 유통기한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수입 유제품과 차별화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노민호 서울우유 마케팅본부장은 “소비자가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함께 고려해 더 객관적인 기준에서 유제품의 신선도를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신선제품을 선택하는 새로운 식품 문화를 제시하는 동시에 국내 낙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서울우유는 제조일자를 표기한 지 두 달 만인 9월 말 하루 판매량이 4일 연속 1000만 개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루 평균 판매량 800만 개에서 15% 이상 신장한 수치다. 특히 출산율 감소로 우유 판매량이 저조하던 상황에서 이례적인 신장세였다. 1937년 창립한 이래 우유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데는 끊임없는 혁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우유는 1979년 펄프를 원료로 한 포장팩을 도입해 깨지기 쉽고 회수와 세척공정이 필요한 기존 유리병의 단점을 극복했다. 또 1984년에는 국내 최초로 ‘저온 유통 시스템’를 도입해 가장 빠르게 신선한 우유를 소비자에게 전달 했다. 2005년에는 ‘1급A 우유’ 생산에 성공했다. 1급A 원유는 원유 1mL당 세균 수가 3만 마리 미만으로 1등급 원유 중에서도 가장 신선하고 좋은 품질을 말한다. 이는 낙농가로부터 우유를 등급별로 분리 집유하고, 시설을 개선하는 등 2년 가까이 치밀하게 준비해 온 노력의 결과였다. 서울우유는 원유 품질 고급화를 위해 10년간 4000억 원을 투자했다. 1급A 우유의 등장은 우유 품질 경쟁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하며 한국 우유의 수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2400개의 전용목장에서 수의사 50여 명이 젖소의 건강을 관리하며 신선한 1급A우유를 생산하고 있는 서울우유는 2017년 매출액 3조 원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품질력 앞세운 한국 남양분유 중앙아시아 첫 진출▼ 남양유업은 올 8월 국내 분유회사로는 처음으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진출했다. 국내 분유의 세계화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국내 의료진이 오랫동안 각 지역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해 온 카자흐스탄은 한국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깊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공식 인증한 남양분유의 수출 길에 큰 힘이 된 셈이다. 남양유업은 카자흐스탄 진출과 동시에 카자흐스탄 식품아카데미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았고, 카자흐스탄 소아과협회 공식 인증도 곧 받을 예정이다. 김기훈 남양유업 해외팀장은 “품질력을 앞세운 한국산 분유가 중앙아시아에 처음 진출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카자흐스탄 진출은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동유럽까지 판로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올 5월 6500여 명의 산부인과 의사들로 구성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남양유업의 분유 ‘아이엠마더’ 등에 대해 모유 대체식으로 공식 인증했다. 남양유업 제조 공정을 방문 점검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이 회사의 철저한 품질 관리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남양유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 온 핵심은 모유를 따라잡는 것. 우유와 모유는 영양 조성과 흡수, 아기 성장과 생리 작용에 주는 영향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최소화해 모유와 가장 가깝게 만드는 걸 분유 개발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최근 선보인 ‘임페리얼 드림XO-Five-Star’는 이런 모유 정복을 위한 노력의 결정체라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사람 모유와 가장 유사하다고 밝혀져 ‘꿈의 원유’라 불리는 ‘A2 밀크’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A2 밀크는 모유와 최대한 가까운 형태의 원유로 알레르기를 억제하고 아기가 소화 흡수를 잘하게 도와준다. 남양유업은 30여 년 전부터 품질 관리 인력의 15%를 전문 수의사로 채용해 농가 젖소의 건강, 질병 이력, 젖소의 먹는 물까지 낱낱이 추적 관리한다. 질 좋은 원유를 얻기 위해서는 완벽한 목장 관리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 이 회사에 원유 납품을 원하면 서류 심사, 법적 규격, 자체 검사, 공인시험기관 분석이라는 4차에 걸친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또 100% 품질 검증을 위해 이물, 일반 세균 등 227가지 품질 검사도 실시한다. 분유 1회 생산량 3만 캔 중 품질 검사에 소요되는 것만 1500캔에 이른다. 검사된 제품은 전량 폐기되며, 시가로 치면 4600만 원이다. 품질에 대한 지독한 고집. 이것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남양유업의 힘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샤토 무사르(Ch^ateau Musar) 이 와인을 추천할 때마다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가격 대비 놀라운 맛으로, 태생지가 레바논이란 사실에, 그리고 국내에서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이 와인이 갖고 있는 세계적 위상에. 카베르네 소비뇽, 생소, 카리냥 품종이 해마다 조금씩 비율을 달리하며 섞인다.英‘더 선’ 독자상품 판매WSJ-NYT-USA투데이도인터넷 쇼핑클럽 만들어이제 와인은 구독자 감소, 광고 수입 하락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미국과 영국의 언론사들에 희망의 이름이 됐다. 지난달 말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은 유통 부문 2위 업체인 ‘아즈다’와 손잡고 새로운 와인을 선보였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태양의 와인(Vin du Soleil)’이란 이름에서뿐 아니라 신문 지면을 디자인적으로 활용한 라벨을 통해서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 남부지방의 이 화이트 와인은 아즈다 점포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전체 수량은 10만 병이다. 와인 전문지 ‘디캔터’의 전문 시음가들이 “가격 대비 좋은 와인”이라고 내린 평가는 더 선을 통해 곧장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유에스에이투데이 역시 앞 다퉈 와인 관련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기존 와인 유통 업체와 손잡고 인터넷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것. 지난해 가을 ‘월스트리트저널 와인’, 올여름과 초가을에 ‘뉴욕타임스 와인클럽’과 ‘유에스에이투데이 와인클럽’이 한 달 간격으로 인터넷에서 문을 열었다. 이곳들에서는 와인을 직접 살 수도 있고 일정 금액을 내면 주제에 맞는 와인 세트를 배송 받을 수도 있다. 와인을 선별한 전문가의 의견 및 시음 노트,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조리법 같은 추가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영국의 더 선데이 타임스가 197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선데이 타임스 와인클럽’은 40만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와인 통신 판매처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아직까지 낯선 러시아, 체코, 몰도바 와인을 비롯해 20여 개국의 와인을 만날 수 있다. 이 클럽은 신문 구독자들을 위해 좋은 와인을 소개해 주겠다는 소박한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이젠 활동 영역을 해외까지 넓힐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처음 진출한 홍콩에서 이들이 얻은 수익 및 반응은 기대치를 훨씬 웃돌았다. 흥분한 이들은 벌써 중국시장까지 거론할 정도다.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클럽의 회장이자 세계적인 와인 저술가 휴 존슨이 있다. 이 클럽의 와인 투어, 와인 잡지 발행, 와인 경연대회 개최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들도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스’가 매년 여는 와인 콤퍼티션도 미국 와인 대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할 정도다. 한국은 언론사든 기존 와인업체든 와인 통신판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인터넷, 카탈로그를 통한 전화주문과 우편주문 모두를 법이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최근 방한한 나카무라 다네오(中忖胤夫) 전 일본 미쓰코시(三越)백화점 회장은 경기 침체를 겪는 일본 백화점의 생존 전략을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로 지목했다. 이 백화점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들의 집을 찾아가 물건을 팔고 있다. 국내 백화점도 “집으로!”를 외치기 시작했다. 일본과 이유는 다르다. 회복되는 국내 소비 경기를 기회 삼아 고객층을 두껍게 하겠다는 심산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시작한 일명 ‘H4’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H4는 집(home)과 관련된 홈 컨시어지(concierge·접객), 홈 카페, 홈 파티, 홈 스타일리스트 서비스다. 홈 컨시어지 서비스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가 예약을 하면 백화점 직원들이 찾아가 젖병부터 이불까지 관련 상품을 소개하고 우대권도 준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 씨티은행 회의실에서 출산을 앞둔 동료 5명과 함께 이 서비스를 이용한 30대 박모 씨는 “몸도 무겁고 시간을 내 백화점에 가기도 힘든데 직접 찾아와 주니 만족스럽다”고 했다. 홈 카페 서비스는 집들이와 계모임 등 10명 이상 모이는 장소에 백화점 직원과 바리스타(커피 전문가)가 스위스 ‘유라’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커피 기계를 들고 찾아가 즉석에서 커피 아트 서빙을 해주는 것. 서울 강남권 신규 입주 아파트에서 수요가 높은 이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커피 기계 판매로도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홈 파티 서비스는 국제파티협회 전문가가 각종 파티 상담을 해 준다. 고객이 원할 경우 음식 케이터링, 연주나 마술, 꽃꽂이 등을 연계해 주기도 한다. 홈스타일리스트 서비스는 가구 구매와 배치부터 리모델링까지 토털 상담 서비스로, 고객 집을 방문해 견적을 내준다. 롯데백화점도 홈 파티 전문 브랜드인 ‘키친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33평형 모델 룸도 운영하면서 가구와 가전을 고객 곁에서 소개하고 있다. 백성혜 현대백화점 고객서비스팀장은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는 주로 섬세한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며 “매장 밖에서 진솔한 고객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지난달 31일 오비맥주는 맥주 출고가를 2.8∼3.9% 높이면서 최근 국제 곡물과 유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같은 이유로 지난해 7월에도 맥주 출고가를 5.6% 올렸습니다. 최근 곡물과 유류 가격이 실제 제품 값을 올릴 만큼 높아졌을까요. 맥주의 주원료인 보리가 런던 석유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지난달 28일 WTI는 배럴당 77.44달러. 오비맥주가 직전에 제품 가격을 올렸던 지난해 7월 23일(배럴당 123.92달러)과 비교하면 62%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보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들어 t당 99∼171캐나다달러 범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보리 가격은 지난달 28일 t당 162캐나다달러로, 지난해 7월 23일 t당 240.7캐나다달러의 67%에 그쳤죠. 결국 국제 곡물가와 유가는 오비맥주 가격 인상의 ‘핑계’에 불과한 셈입니다. 올해 5월 미국 사모(私募)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오비맥주 인수를 확정지을 당시 국내 주류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목적은 시세 차익이기 때문에 투자보다는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KKR는 1980년대 후반 다국적 식품담배 회사인 ‘나비스코’를 적대적 인수합병(M&A)한 뒤 ‘경영권을 노리는 야만인들’이라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오비맥주가 하이트맥주보다 공격적으로 먼저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오비맥주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우리 회사에 1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돼 맥주 값을 올린다”고 기자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남한강 유역에 있는 이 회사 경기 이천공장의 취수시설 이전을 요청했고, 이전 비용 100억 원을 보전하려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500mL ‘카스’ 병맥주 출고가가 993.98원에서 1021.80원으로 올랐습니다. 27.82원,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한편 씁쓸하기도 한 맥주 값 인상입니다.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알려왔습니다▼오비맥주는 2일자 B3면에 보도된 경제카페 ‘맥주값 올리는 이유가 4대강 사업 때문?’ 기사에 대해 맥주 가격 인상과 4대강 사업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지난달 31일 오비맥주는 맥주 출고가를 2.8~3.9% 높이면서 최근 국제 곡물과 유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같은 이유로 지난해 7월에도 맥주 출고가를 5.6% 올렸습니다.그런데 최근 곡물과 유류 가격 추이가 실제 제품 값을 올릴만큼 높아졌을까요. 맥주의 주 원료인 보리가 런던 석유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 추이를 살펴봤습니다.지난달 28일 WTI는 배럴당 77.44달러. 오비맥주가 직전에 제품 가격을 올렸던 지난해 7월23일(배럴당 123.92달러)과 비교하면 6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보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들어 t당 99~171 캐나다 달러 범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보리 가격은 지난달 28일 t당 162 캐나다 달러로, 지난해 7월23일 t당 251.5 캐나다 달러의 55%에 그쳤죠. 결국 국제 곡물가와 유가는 오비맥주 가격 인상의 '핑계'에 불과한 셈입니다.올해 5월 미국 사모(私募)펀드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가 오비맥주 인수를 확정지을 당시 국내 주류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목적은 시세 차익이기 때문에 투자보다는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KKR은 1980년대 후반 다국적 식품담배 회사인 '나비스코'를 적대적 인수합병(M&A)한 뒤 '경영권을 노리는 야만인들'이라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오비맥주가 하이트맥주 보다 공격적으로 먼저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그런데 오비맥주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우리 회사에 1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돼 맥주 값을 올린다"고 기자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남한강 유역에 있는 이 회사 경기 이천공장의 취수시설 이전을 요청했고, 이전 비용 100억 원을 보전하기 위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었습니다.500mL '카스' 병맥주 출고가가 993.98원에서 1021.80원으로 올랐습니다. 27.82원, 가볍게 털어 넘기기엔 여러 가지로 씁쓸한 맥주 값 인상입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강원 강릉시 강원예술고 미술과에 다니는 이수림 군(18·왼쪽)은 5년 전 부모님이 이혼하고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림에 대한 꿈만은 놓지 않았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부쩍 패션디자인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이 군. 한국에서 아주 바쁜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인 이상봉 씨가 이 군을 만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디자이너는 “할 수 있다는 생각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이뤄진다”며 이 군의 어깨를 두드렸다.■ 유럽대학에 “가나다라…” 바람유럽 대학에 ‘한국학’ 바람이 불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의 한국학 교수들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수강생 수에 놀라 눈을 비비고 있다. 프랑스 리옹3대학의 이진명 교수는 “1956년 프랑스에서 이옥 교수가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이래 올해처럼 많은 학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 중국펀드, 마르지 않는 눈물코스피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7년 10월 중국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비록 원금 손실이 크지만 “기다리면 오르겠지”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왔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펀드의 수익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제 남은 것은 투자자들의 체념뿐. 어떻게 해야 할까. ■ 국순당 배상면 회장의 ‘술맛 살리는 도전’ 국순당 창업주인 배상면 회장(85·사진)이 이 회사 주식 78억 원어치를 팔았다. 후진 양성을 위해 주식을 판 돈으로 양조 전문학교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평생을 우리 술 연구에 바쳐 온 그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의 청년 같은 도전이 향기를 머금은 우리 술 같다.■ 껌값 모아 태산?… 롯데 성공 스토리 껌 값은 ‘껌 값’이 아니다. 롯데제과가 1970년대 벌어들인 껌 값 위에 연간 매출 41조 원의 롯데그룹이 세워졌다. 요새도 롯데제과는 껌을 팔아 매년 1800억 원을 번다. 그 작고 하찮은 껌이 수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 기반이 된 점을 감안하면 껌은 ‘위대한 제품’일 수도 있다.}

국순당은 29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를 했다. 이 회사 창업주 배상면 회장(85)이 자신이 보유하던 국순당 주식 106만3614주(약 78억 원어치)를 전량 팔았다는 내용이었다. 국순당 홍보 담당자는 “평생을 전통주 연구에 바친 회장님이 오랜 꿈이었던 양조 전문학교를 세우기 위해 주식을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배 회장이 국순당 임원진에 “후진 양성을 통해 나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홍보 담당자에게 양조 전문학교는 어디에 짓느냐고 묻자 “직원들도 그 점을 가장 궁금해한다”며 “회장님 고향인 경북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경북대 농예학과를 나온 배 회장은 2001, 2002년 수차례 국순당 주식을 팔아 20억 원을 모교인 경북대에 기부한 바 있다.배 회장의 의중을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순당 측은 “회장님이 연로하셔서 요즘 (대면) 인터뷰를 안 한다”고 했다. 그럼 전화 인터뷰라도 하자고 했더니 “귀가 잘 안 들리신다”고 했다. 30일 오후 4시 무렵 배 회장은 “오늘 많이 피곤하다”고 비서에게 말한 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우곡연구소(배 회장이 2001년 만든 전통주 연구소)를 출발해 강남의 자택으로 향하는 중이었다.하는 수 없이 배 회장의 장남인 배중호 국순당 사장에게 “대신 여쭤봐 달라”며 질문 몇 가지를 부탁했다. 하지만 배 회장은 “몸도 안 좋고, 아무 말도 하기 싫다”는 뜻을 비서실을 통해 알려왔다. 하긴 그는 인공 심장박동기를 단 지 30년 됐다.배 회장은 경영철학을 담은 에세이 ‘도전 없는 삶은 향기 없는 술이다’에서 “인생의 어려움이 찾아와도 결코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모조리 도전으로 여겨야 한다”고 썼다. 1950년대 대구의 한 양조장을 찾아가 어깨 너머로 술 담그는 걸 배웠기에 술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데 평생 목말랐던 그다. 그래서 2002년 경북대에 전통 양조학 석사과정도 개설했다.배 회장의 세 자녀는 아버지의 권유 반, 강요 반으로 술을 빚게 됐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 배혜정 ‘배혜정 누룩도가’ 사장, 배영호 ‘배상면 주가’ 사장이다. 배중호 사장은 “아버지는 일에 대한 욕심과 정열, 도전 정신이 청년 같다”며 “아버지 말을 진작 잘 들었으면 지금쯤 몇백 종류의 막걸리를 선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국순당이 최근 내놓아 인기인 생막걸리를 배 회장은 10년 전부터 만들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인터뷰를 거절하며 비서실 측이 전한 배 회장의 말은 이랬다. “주식 팔아 뭘 해 보겠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S}

‘플레인 바닐라.’ 떠먹는 플레인 바닐라 맛 요구르트를 연상시키는 이 말은 ‘꾸밈없이 수수한’이란 뜻입니다.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통용된 말이죠. 파생상품처럼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구조의 금융상품,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소비자 금융피해를 막겠다며 내건 슬로건도 ‘플레인 바닐라’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말이 명품업계에도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플레인 바닐라 럭셔리’입니다. 풀어 쓰면 ‘소박한 럭셔리’입니다.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명품업계가 거품을 빼고 있는 겁니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은 일본 도쿄 긴자 지역에 12층짜리 매장을 낼 계획을 거둬들였습니다. 구치는 요즘 핸드백에서 어지러운 ‘G’ 로고 문양들을 없애고 단순한 디자인의 가방들을 진열대 앞쪽에 둡니다. 왜일까요. 로버트 폴렛 구치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명품 소비자들은 과시적 쾌락을 추구했지만 이젠 명품의 정통성과 불변성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명품업계의 올 상반기 실적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기존 ‘큰손’인 유럽과 일본 소비자들이 철저하게 외면했는데 그나마 중국과 인도의 부자들 덕분에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명품 회사들은 이제 몽골과 카자흐스탄에 매장을 열고 있습니다. 플레인 바닐라 럭셔리 시대에 명품업계가 공들이는 또 다른 시장은 바로 온라인입니다. 호화로운 오프라인 매장의 후광 대신 오로지 ‘제품’이란 민얼굴을 온라인에 내세우는 겁니다. 최고급 보석 브랜드 ‘부셰런’은 이 회사 웹사이트(boucheron.com)에서 소비자들이 보석의 종류와 색상을 골라 주문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역시 최고급 명품인 ‘에르메스’도 유럽과 일본에서 ‘e-부티크’를 운영합니다. 이달 말엔 국내 멀티미디어 업체 ‘아인스M&M’이 21개 명품 브랜드 매장을 3차원(3D) 가상현실 기술로 구현한 ‘엘르엣진’(atZINE.com)이란 사이트를 엽니다. 고해상도 이미지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올 8월 독일 명품 ‘에스까다’가 파산하자 독일 언론들은 “에스카다가 온라인 유통을 등한시해 새로운 고객 창출에 실패했다”고 일제히 비난했습니다. 콧대를 낮추고 과거 빈곤했던 나라, 부상하는 온라인으로 향하는 명품업계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기업의 ‘플레인 바닐라’ 자세는 변하는 시대 흐름과 소비자 행태를 재빨리 따라잡는 것일 거라고요.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6일 만난 우메하라 이치고(梅原一剛) 일본 도큐(東急)호텔 회장(69·사진)은 이웃집 노인같이 정겹고 수수한 인상이었다. 그는 27, 28일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한 ‘2009 아시아 태평양 관광투자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첫 인상과 달리 말문을 연 우메하라 회장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금융위기와 신종 인플루엔자 여파로 비즈니스 여행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관광업계는 위기”라며 “한국과 일본이 공동 관광 브랜드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2002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벤치마킹하면 됩니다. 호텔 예약 시스템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국제 관광박람회에 부스를 함께 차릴 수도 있겠죠. 외국인이 찾는 관광국 순위에서 일본은 27위, 한국은 35위인데 해외에서 돈을 쓰는 순위로는 일본이 7위, 한국이 10위입니다. 양국 관광업계는 관광산업의 투자수익률(ROI)을 높여야 합니다.” 우메하라 회장은 “아시아의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데도 홀대 받는다”며 “기술과 애프터서비스를 접목한 한국 제조업에서 교훈을 얻어 한국인의 따뜻한 환대와 서구식 경영체계를 관광산업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큐호텔은 일본 호텔업계 3위의 ‘토종’ 호텔이다. 지난해 매출은 811억 엔(약 1조462억 원). 배용준과 원빈 등 한류 스타들이 단골로 기자회견을 여는 장소이기도 하다. 도큐전철과 도큐백화점 등 운수, 부동산, 유통 등 굵직한 90여 개 회사를 거느린 도큐그룹의 레저 계열사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005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지 4년째인 GS그룹의 두 가지 큰 축은 에너지와 유통이다. 에너지(GS칼텍스) 부문이 유통 부문을 월등하게 앞선다. 지난해 GS그룹 내 유통 부문 자회사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매출 합계는 3조8171억 원으로 GS칼텍스(34조4242억 원)의 9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GS홈쇼핑은 높게 비상하려는 꿈을 안고 27일 출사표를 냈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사진)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GS그룹의 온라인 유통채널들을 다음 달부터 단일 브랜드인 ‘GS샵’으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TV, 인터넷, T-커머스가 하나로 GS홈쇼핑이 내세운 키워드는 ‘채널 간 융합’이었다. 허 사장은 “최근 여러 유통 채널이 등장해 고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카탈로그, T-커머스 등 회사의 4가지 채널을 단일 브랜드로 묶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GS홈쇼핑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도 ‘다(多)채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시간에 제약을 받는 TV 입점 회사에는 인터넷 마케팅 기회를 주고, 인터넷과 카탈로그 입점 회사에는 TV 채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GS그룹 유통 부문의 포트폴리오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GS리테일은 백화점(GS스퀘어), 대형마트(GS마트), 슈퍼(GS슈퍼), 편의점(GS25), 드럭스토어(GS왓슨스)를 갖췄다. GS홈쇼핑은 TV홈쇼핑(GS홈쇼핑), 인터넷 쇼핑몰(GS이숍), 카탈로그(GS카탈로그), T-커머스(GS티숍) 등 신(新)유통 결합체다. GS홈쇼핑 측은 “29일부터 GS홈쇼핑의 히트 상품을 GS마트 매장 3곳에서 팔아 온·오프라인 시너지도 노릴 것”이라고 밝혔다.○ 틈새 찾아 도전하는 GS 유통 부문 GS 유통 부문 간 시너지에 대해선 그동안 부정적 시선이 많았다. 계열 분리 전인 LG 시절 모아놓은 유통 구조가 다양하긴 해도 유기적 연결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GS리테일 전체 매출 중 절반을 이루는 GS25 편의점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점도 지적됐다. GS 유통 부문의 몸집은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과 비교하면 아직 4분의 1 수준이다. 그래서 GS의 사업은 더욱 도전적이다. GS25는 2006년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처음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한 이후 교통카드, 택배 등 서비스 매출 비중을 높여왔다. 전체 매출 중 서비스 매출 비중은 2006년 6.8%에서 지난해 29.1%로 크게 올랐다. 김민아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미미했던 유통 부문의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키우는 게 GS그룹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만약 당신의 어린 딸이 뭔가를 정성들여 만들었다면 당신은 딸에게 그 창작물에 대해 얼마나 칭찬하고 격려해 주겠는가.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울외국인학교 4학년 배유나 양(9)의 어머니 유재신 씨(39)는 어느 날 딸이 만든 휴대전화 줄을 보고는 “예쁘다”는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동네 문구점에서 파는 형형색색 비닐 끈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엮어 만든 것이었다.》 미국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유 씨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제만 주고 한껏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미국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래서 딸을 미술학원에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유 씨는 역시 미술을 공부한 유나 양의 이모들을 집으로 불러 딸의 ‘작품’들을 한껏 자랑했다. 한 이모가 말했다. “유나야, 볼펜 심지에 끈을 엮어 개성 있는 볼펜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지난달 18일 시작해 11월 4일까지 열리는 ‘2009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의 최연소 참가 작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유나 양은 틈틈이 비닐 끈을 엮어 만든 60여 개의 볼펜을 이 행사 프로젝트 전시회의 한 코너인 ‘살림’전에 내놓게 됐다. 유나 양의 이모와 친분이 있던 최미경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큐레이터(49·디자인기획사 ㈜가슴 대표)가 이 볼펜들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라고 하면 새로운 개념, 혹은 세련되거나 외국에서 온 것들을 떠올리죠. 잘못된 생각입니다. 유나의 볼펜은 사람들이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비닐 끈과 볼펜 심)을 소중하게 주목한 독창성이 있어요. 기분 좋은 만족을 주고요. 제품력도 그럴싸했죠. 엮음의 마무리가 깔끔하고, 특히 끈끼리 색을 조합하는 ‘컬러 콤비네이션’이 인상적이었어요. 검은색과 회색으로 시크하게 표현하거나, 빨간색과 하늘색을 매치하기도 했거든요.” 최 씨의 말이다. ‘유나 표’ 볼펜은 급기야는 광주 디자인비엔날레를 방문한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멘디니 씨(78)의 관심도 사로잡았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디자인을 기치로 내건 ‘멤피스 디자인그룹’의 대표 주자로, 이탈리아 디자인회사 ‘알레시’에서 사람 모양의 와인 오프너를 디자인했던 그다. 멘디니 씨는 유나 양의 볼펜에 대해 “생동감이 넘친다”고 평가한 뒤, 안내를 하던 최 씨의 양해를 얻어 이 볼펜 하나를 가져갔다. 유나 양의 가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외할아버지인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전시장을 찾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유나 양의 볼펜이 전시된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의 ‘살림’전에는 다 쓴 수세미 5만 개를 꽃 모양으로 만들어 커튼처럼 드리운 작품, 태국에서 화장(火葬)할 때 쓰는 종이로 만든 가구, 독특한 문양의 중국 손톱깎이 200여 개 등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18일 이곳을 방문한 유나 양은 “내 볼펜이 이곳에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마냥 기뻐했다. 16일 동아일보를 찾은 유나 양은 한쪽 다리는 초록색, 다른 한쪽 다리는 분홍인 안경을 쓰고 있었다. 이런 안경테는 어디서 구했냐고 묻자 “안경의 두 다리 색이 굳이 똑같을 필요가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안경점에 부탁해 다른 색으로 맞췄다는 것이다. 양쪽에 손잡이가 있는 컵을 디자인했던 네덜란드 산업디자이너 리하르트 휘텐 씨를 만났을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왜 컵의 손잡이가 한 개만 있어야 할까요?” 유나 양의 어머니 유 씨는 “이젠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 봐도 좋겠다”며 한국의 매듭을 만드는 실을 유나 양에게 구해다 주기도 했단다. 댄스가수 그룹 ‘쥬얼리’의 서인영을 좋아하고, 가족 모임 때 엄마의 화장품을 빌려 눈 화장까지 하는 ‘못 말리는’ 초등학생 딸을 굳이 말리지 않는 어머니다. “아이의 재능은 타고 나는 것이지만 재능을 자유롭게 발휘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란다. 유 씨의 말은 “우리네 살림살이(living)의 살림은 다소 어눌하고 좀 틀렸을 수도 있다. 엉뚱할 수도 있다. 살림은 또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할 때의 살림이 될 수도 있다. 분위기를 띄우는 자극 말이다”라는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측의 전시 의도와 꼭 닮아 있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999년 12월 신세계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윤리규범’을 선포했다. 윤리경영의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기업 환경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협력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지 않는다 등 10가지 자정 결의를 담은 규범이었다. 외환위기 1년 후인 당시 기업들은 부(富)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책임에만 매달려 있던 터라 부정적 시선을 보냈다. “윤리를 외쳤다가 행여 일부 비리라도 드러나면 기업의 이미지가 무너질 것”이라며 엄두를 못 내는 회사도 많았다. 하지만 신세계는 묵묵히 윤리경영을 추진했다. 1999년과 비교해 지난해 신세계의 실적은 매출액 4.8배, 영업이익 8.8배, 순이익 25.8배로 성장했다.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도덕적 기업은 이윤을 내기 힘들다고 조롱하던 ‘장사꾼’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 12월 신세계 대표이사 부사장, 2001년 사장, 2006년 지금의 자리에 오른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의 경력은 신세계 윤리경영 10년과 일치한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윤리경영 10년을 맞아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윤리경영은 무엇보다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회장의 의지가 컸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수천억 원의 상속세를 내고 떳떳하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았나. 우리는 윤리경영을 3단계로 나눴다. 처음엔 종업원의 투명성을 강조(1단계)하는 게 시급했다. 2단계는 협력회사와의 상생, 3단계는 사회봉사활동과 친환경 등 박애 경영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신세계가 발간한 ‘신세계 윤리경영 10년사’에서 “윤리경영은 앞으로 기업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조건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 접점 부분까지 윤리적인 소비문화의 확산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10년을 맞은 신세계 윤리경영에 대해 100점 만점에 몇 점이나 주겠는가. “60점. 한국의 인화(人和) 문화는 좋을 땐 좋지만 합리성이 떨어진다. 학연과 지연을 내세운 각종 청탁이 많이 사라지긴 했어도 아직 있다. 청탁을 거절하면 ‘건방지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부 직원들의 고압적 자세도 내 귀에 들어온다. 윤리경영을 조직 밑바닥까지 침투시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외국 사례도 많이 벤치마킹했을 것 같다. “존슨앤드존슨, IBM, P&G는 50년이 넘은 윤리경영 헌장을 갖고 있었다. 협력회사 직원들과 커피 한 잔을 함께 마셔도 안 된다고 꼼꼼하게 명시하고 있었다. 윤리경영은 그렇게 치사할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힌트를 얻어 2005년 신세계 페이(pay)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활동 중 하나다.” 신세계 페이는 협력회사 사람들과 식사할 때 ‘자신의 몫은 자신이 계산하자’는 내용이다. 구 부회장은 “신세계 페이는 잘 지켜지는 편이지만, 아직도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내부 고발이 취약한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슈퍼마켓(SSM)은 상생을 강조하는 신세계 윤리경영 측면에서 어떤가. “SSM은 결코 대기업과 중소 상인들의 상생 모델이 될 수 없다. 동네 상권에 SSM을 열어 대형마트 가격으로 배송까지 하는 건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다. 결국 대형마트 손님이 옮아갈 뿐이다. 온라인 사이트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 프레시’란 쇼핑몰을 열어 신선상품까지 배달해준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채널과 맞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게 윤리경영이다.” 신세계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급여에서 일정액을 자동이체로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희망배달 캠페인’, 이마트 구매액의 0.5%를 지역 복지단체 지원에 쓰는 ‘지역단체 마일리지제’ 도 한다. 이달 15일부터는 환경보호를 위해 전단지를 완전히 없애고 신문에 광고를 싣고 있다. 1년간 전국에 뿌려지는 전단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CO₂) 6600여 t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음식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소포장하는 ‘홈 메이드 식품’을 강화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친 후 지인과 점심식사를 하러 인근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054년 미래를 다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고객이 의류 매장을 지나갈 때, 고객의 망막을 인식한 디지털 거울이 이 사람에게 어울릴 만한 옷들을 아바타 형태로 소개한다. 비슷한 상황이 21∼25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6층 이벤트홀에서 열린다. 옷을 직접 입어 보지 않고도 ‘나만의 옷’을 디자인해 주문할 수 있는 ‘버추얼 커스텀 메이드(Virtual custom-made)’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3차원(3D) 스캔을 통한 신체 측정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를 통한 옷감과 세부 디자인 선택 △고른 디자인을 3D 아바타에 적용하기 등 3단계 과정을 거친다. 당신이 이 매장에 갔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원통 모양의 3D 스캐너에 들어간다. 옷을 벗지 않아도 된다. 미국 ‘인텔리핏’이 만든 이 장비는 극초단파를 분사해 단 10초 만에 신체 사이즈를 잰다. 극초단파가 몸속 수분을 통과하지 못하고 반사 파장을 낸다는 원리에 착안한 장비다. 미국 바텔 연구소의 화성 탐사 기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기술이다. 당신은 이제 소매 길이와 단추, 원단 종류 등 10가지 세부 디자인을 고른 뒤 당신의 체형대로 가상공간에 구현된 아바타에게 옷을 입혀 보고 구매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2006년 건국대 아이패션(I-Fashion) 의류기술센터가 개발했다. 정부가 산업기술 기반 조성 사업으로 지원하고 16개 의류·유통회사가 참여했다. 스캐너를 이용해 아바타를 만든 뒤 맞춤형 옷을 양산하는 건 이번이 세계 처음이라고 신세계 측은 밝혔다. 신세계는 일단 티셔츠로 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판매는 다음 달 시작될 예정으로, 21∼25일 본점에서는 매일 선착순 5명에게 무료로 맞춤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이번 서비스로 티셔츠를 만드는 회사는 ‘DNM FT’라는 국내 디지털 패션 회사다. 일본 도쿄(東京)공업대 섬유공학 박사 출신인 이 회사 전형중 사장은 “이 시스템은 미리 옷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없어 재고 부담이 적기 때문에 옷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