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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선셋파크 복합상가인 인더스트리시티. 건물 외벽에 일본 전통 화풍의 잉어 그림 벽화가 치장돼 있어 멀리서도 일본 관련 상가임을 알 수 있었다. 입구엔 개업 축하 화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일본 음악이 주말을 맞아 외식과 쇼핑을 나온 뉴욕 시민들을 맞았다. 일본 음식 테마 ‘푸드홀’ 저팬빌리지가 전날 이곳에 문을 열었다. 약 1860m² 규모로 오로지 일본 음식과 식재료만 파는 ‘일본 테마 푸드홀’이다. 매장 한쪽엔 일본 수산물과 일본산 쇠고기 와규 같은 식재료를 판매하는 일본 슈퍼 ‘선라이즈마켓’이 자리 잡았고, 다른 쪽엔 오사카 거리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오코노미야키, 다코야키 등 길거리 음식부터 라멘, 야키소바, 스시, 우동, 벤토 등 일본 대표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 코너 11개가 들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에 많은 일본 음식점 콘셉트가 나왔지만 규모와 범위에서 저팬빌리지와 비교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전했다. ○ 일본 테마 푸드홀 뉴욕에 상륙하다 세계 음식의 천국인 뉴욕에는 가타기리, 다이노부 같은 일본 슈퍼 체인과 다양한 일식당, 이자카야 등이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한곳에서 일본 음식, 술, 식재료를 모두 접할 수 있는 일본 테마 푸드홀은 저팬빌리지가 처음이다. 문을 연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텅 빈 슈퍼 진열대나 불이 꺼진 바 등 공간이 일부 남아있지만 다음 달엔 사케, 일본 위스키 등을 판매하는 일본 주류 전문점과 이자카야 등이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시차 없는 일본 여행’이란 모토를 내세운 저팬빌리지 창업자는 선라이즈마켓 소유주로 알려진 일본계 토니 요시다 씨. 그는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에서 수십 년 전부터 여러 식당을 운영했으며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고급 일식당 ‘쿄야(KyoYa)’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저팬빌리지 경영에 참여한 그의 아들 다쿠야 씨는 외식 전문지 ‘이터(Eater)’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맨해튼의 슈퍼보다 일본의 시장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이곳의 모든 음식은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음식이지 아시아 퓨전 음식 같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저팬빌리지는 단순한 일본 음식이나 식재료로 승부하진 않는다. 일본인 특유의 손님 접대 문화인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를 비롯해 커뮤니티, 일식의 3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 뉴욕의 국가 테마 푸드홀 원조는 ‘이털리’ 세계 음식의 격전장인 뉴욕에선 저팬빌리지처럼 특정 국가나 지역의 음식으로 꾸민 ‘싱글 퀴진 푸드홀(Sigle-cuisine food hall)’이 새로운 외식업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싱글 테마 푸드홀의 원조는 2010년 ‘다리미 빌딩’으로 불리는 플랫아이언 빌딩 근처에 문을 연 푸드홀 ‘이털리(Eataly)’다. 11월 28일 오후 3시경 찾아간 이털리 매장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관광객과 늦은 식사와 쇼핑을 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Italian is Everywhere(이탈리아인은 어디에나 있다)’라고 적힌 남색 티셔츠를 입은 직원에게 이털리 이름의 뜻을 물었더니, “먹다(Eat)와 이탈리아(Italy)의 합성어로 ‘이탈리아를 먹는다’는 뜻”이라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매장 내부에 들어서면 이탈리아 브랜드 커피숍, 젤라토 아이스크림 가게, 이탈리아 디저트 전문점, 이탈리아 햄과 치즈 매장, 이탈리아식 빵집, 이탈리아 샌드위치 가게, 와인바 등이 줄줄이 나타난다. 복도 양편에는 이탈리아식 과자와 사탕 등이 진열돼 있었다. 50년 넘은 이탈리아 전문 독립서점 리졸리는 이곳에서 이탈리아 요리 책 등을 판매한다. 이곳에서 이탈리아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 파티시에 카티아 델로구 씨는 가게 벽에 큼지막하게 자신의 얼굴 사진과 뉴욕에 오게 된 동기, 이탈리아 각 지역의 디저트를 표시한 지도를 붙였다. ‘나는 우리 고향의 풍부한 음식 역사를 공유하고 최상급 이탈리아 디저트를 소개하기 위해 뉴욕에 왔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탈리아를 가지 않아도 이탈리아를 느끼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셈이다. 2007년 토리노에서 처음 문을 연 이털리가 뉴욕은 물론이고 한국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세계 40개 점포를 운영하는 이탈리안 푸드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음식 문화와 경험을 판매하는 통합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오스카 파리네티 이털리 창업자는 “이털리의 성공은 우리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며 “고품질 음식을 먹고 쇼핑하고 배우는 세 가지 활동이 다른 곳에서는 공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국가대표 푸드홀이 이끄는 ‘음식 올림픽’ 경쟁 이털리의 성공 이후 2015년 맨해튼 배터리파크 복합쇼핑몰 브룩필드 플레이스에 프랑스를 테마로 한 푸드홀 ‘르 디스트릭트(Le District)’가 들어섰다. 한곳에서 프랑스 음식이나 와인을 즐길 수 있고, 프랑스 요리에 필요한 다양한 식재료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털리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강조한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에 이어 스페인 테마 푸드홀도 내년에 뉴욕에 들어선다. 스페인을 테마로 한 푸드홀 ‘메르카도 리틀 스페인(Mercado Little Spain)’이 맨해튼 서쪽의 개발지역인 허드슨 야드에 내년 봄 문을 열 예정이다.○ 뉴욕에 ‘K푸드홀’ 등장할까 한식인 ‘K푸드’는 뉴욕 맨해튼 32가 코리아타운과 플러싱, 뉴저지주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한국의 삼원가든이 코리아타운에 진출했고, 코리아타운 밖에선 미슐랭 스타를 받은 퓨전 한식당 ‘꽃(Cote)’ 등이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직은 기획력과 자본력이 부족해 한국의 음식 문화와 경험을 서비스하는, 이털리와 같은 체험형 국가 테마 푸드홀로 발전하진 못했다. 박진배 뉴욕 패션기술대(FIT) 교수는 “싱글 퀴진 푸드홀의 경쟁력은 서비스 경험을 강조하는 기획력과 자본력”이라며 “최근 한국 음식 문화를 알리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푸드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샘표는 9월 한국의 장 문화와 한식 레시피를 알리는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맨해튼의 식품특구로 떠오르고 있는 프런트 스트리트 지역에 열었다. 신세계는 식당과 슈퍼를 결합한 ‘그로서란트(Grocery+Restaurant)’ 모델인 PK마켓으로, 내년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미국 진출을 추진한다. 이 회사는 뉴욕 진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28일(현지시간) 언급한 ‘바로 밑(just below)’라는 두 단어가 뉴욕 증시를 2% 넘게 끌어 올렸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다”면서도 “경제를 과열시키거나 둔화시키지 않는 중립 수준으로 추정되는 폭넓은 범위의 ‘바로 밑(just below)’에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달 3일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 주최 애틀랜틱 페스티벌에서 “(금리가) 현 시점에서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줬는데 ‘바로 밑’ 발언은 그 때보다 한발 물러선 표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을 여러 번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제이(Jay·제롬 파월 의장)’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전혀 행복하지 않다”며 “연준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의 ‘바로 밑’ 발언이 알려진 뒤 ‘금리 인상이 곧 멈추거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달아올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17.70포인트(2.50%) 오른 25,366.4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2.30%, 2.95% 상승했다. 9월 회의에서 연준 15명의 이사들이 제시한 중립금리는 연 2.5~3.5%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현재 정책 금리는 연 2.00~2.25%로, 중립금리 하한선에 거의 근접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한 번 올리면 연 2.25~2.50%로 중립금리 하한선을 찍게 된다. 내년 이후 네 번 더 올리면 중립금리 상한선까지 도달한다. 파월 의장은 이날 다음달 금리 인상이나 향후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어느 정도 올릴 것인지에 대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참가자들의 (금리) 전망은 ‘최선의 경제’ 평가를 바탕으로 하지만 사전에 설정된 정책 경로는 없다”며 설명했다. 금리가 영향을 미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경제 과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업 부채 증가에 대한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빚을 많이 진 기업과 이자 부담이 부채를 최대로 증가시켰다”며 “부채가 많은 대출자들은 경제가 하강 국면으로 돌아설 때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준은 이날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자산 가격 상승, 역사적으로 높은 기업 부채, 위험 부채에 대한 보증 증가를 미국 금융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취약점으로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공장 폐쇄와 감원 계획을 밝힌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GM과 메리 배라 회장이 오하이오, 미시간, 메릴랜드주의 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멕시코와 중국에선 문을 닫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를 포함해 GM에 대한 모든 보조금을 삭감하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며 “GM은 몇 년 전에 중국,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큰 투자를 했다. 그 투자가 보상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GM이 미국 4곳과 캐나다 1곳 등 북미 5개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1만4800명 감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보복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GM 주가는 전날보다 2.55% 하락했다. 백악관이 꺼낼 보조금 카드로는 전기차 구매 고객에 대한 7500달러 세금 공제 혜택을 삭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GM은 이 보조금 덕분에 전기차인 시보레 볼트를 3만 달러대에 팔 수 있었다. GM은 올해 말로 상한선(20만 대)을 채워 사라지는 전기차 세금 공제를 연장하기 위해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기간에 미중 정상 간 ‘무역전쟁 담판’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 격전장인 ‘러스트벨트 지역’(낙후된 공업지역)에서 ‘GM 쇼크’가 터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무역전쟁이 GM을 해외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철강 관세와 중국의 보복 관세로 GM은 1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관세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GM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돌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20분간의 인터뷰에서 주가 하락과 GM 구조조정에 대해 “금리 인상과 연준의 다른 정책을 비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거래를 하고 있는데 연준이 부응해주지 않고 있다”며 “제이(파월 의장의 애칭)를 택했던 것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적자 장부를 흑자로 바꾼다’는 미국 최대 쇼핑 대목 블랙프라이데이(23일)에도 웃지 못한 가게들은 있었다. 뉴욕 맨해튼 브라이언파크 주변엔 ‘폐점 세일’ 광고문을 몸 앞뒤로 두른 아르바이트 남성이 서성거렸다. 근처 5번가 백화점 로드앤드테일러 매장의 ‘땡처리 폐업 세일’을 알리는 이였다. 뉴욕에선 매장이 문을 닫을 때면 장례를 치르듯이 이런 ‘폐업 홍보맨’들이 거리에 등장한다. 1826년 창업한 로드앤드테일러의 뉴욕 5번가 매장은 크리스마스 시즌엔 특별한 곳이었다. 뉴욕 백화점 중 처음으로 거리 윈도를 크리스마스 테마로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윈도 극장’이 여기에서 시작됐다. 올해는 윈도에 산타클로스나 루돌프가 끄는 썰매, 생강과자로 만든 동화 속 집 대신 ‘70∼80% 폐업 세일’을 알리는 요란한 광고문이 덕지덕지 붙었다. 2012년 로드앤드테일러를 인수한 캐나다 회사 허드슨베이는 “수익성을 높이고 디지털 사업 기회에 집중하겠다”고 폐점 이유를 설명했다. 골목상권을 죽이는 원흉으로 손가락질 받던 대형 오프라인 유통회사들이 이제는 새 도전자인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에 밀려 픽픽 쓰러지고 있다. 125년 전 카탈로그 우편 판매라는 혁신적인 유통 기법으로 시장을 장악했던 유통회사 시어스는 인터넷 쇼핑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10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인터넷 쇼핑은 급성장했지만 오프라인 매장 고객은 5∼6% 줄었다. 시장 변화의 힘은 이렇게 무섭다. 110년 된 미국의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날 것을 각오한 결단이다. 거스를 수 없는 시장 변화의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방만한 경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파산 문턱까지 갔다가 정부 지원으로 간신히 살아났던 전력이 있다. 위기가 오기 전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래 성장동력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투자할 현금을 챙기겠다는 것이고, 실업률이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워 구인난이 있을 때 구조조정을 하는 게 근로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비정하다고 손가락질만 하기도 어렵다. 20년 전만 해도 기업 경영의 교과서,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추앙받던 126년 역사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젠 자산 매각 없이 빚을 갚기 어려운 불안한 기업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E의 몰락은 기업 부채가 역대 최대로 부풀어 오른 시장에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국제결제은행(BIS)은 금리가 올라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 영업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의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9년 넘게 이어지던 미국 경제의 회복세와 호황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7회말론’, 내년부터 꺾인다는 ‘9회말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몰라도 호황은 언젠가 끝난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으나 경제를 책임지는 감독이나 시장에서 뛰는 선수는 ‘9회말 투아웃’의 심정으로 시장과 부채 등 위기 요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너도나도 살겠다고 구명정으로 뛰어들 때는 늦는다. 사족(蛇足) 하나 붙이자면 로드앤드테일러가 떠난 뉴욕의 11층짜리 이탈리아 르네상스풍 건물엔 혜성처럼 등장한 사무실 공유 스타트업인 ‘위워크(Wework)’가 내년부터 둥지를 튼다. 노화된 피부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새살이 돋는 것이다. 잘나가는 도시와 그 경제는 이렇게 돌아간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남북이 철도 연결 사업을 위한 공동조사 외에 착공식 등의 사업을 하려면 추가 면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관계자가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유엔 안보리 관계자는 ‘제재 면제 결정이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에만 국한되느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질문에 “그렇다. (철도 연결) 사업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남북 철도 사업과 관련한 안보리 대북제재 면제 조치가 ‘조사(survey mission)’에 국한된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위원장을 배출한 유엔 주재 네덜란드 대표부 관계자도 이날 ‘철도 연결 사업이 추가 면제를 필요로 하느냐’는 VOA의 질문에 “(대북)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제재에 저촉되는 상품이나 물건을 전달하는 것과 같은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제재에 대해 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VOA는 “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북제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승인한 면제 조치는 ‘남북철도 공동조사’에 국한된 것”이라며 “착공식 등 철도 연결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추가 면제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남북철도 공동조사를 위해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를 요청했으며 23일 협의 절차를 마무리했다. 우리 정부의 공동조사 제재 면제 신청은 안보리 이사국들의 이견이 없어 만장일치(컨센서스)로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북미 공장 5곳과 해외 공장 2곳 등을 닫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미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증가에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GM 구조조정 소식에 즉각 “좋지 않다. 불만족스럽다”고 맹비난했다. GM은 26일 미국 4곳, 캐나다 1곳 등의 생산라인을 내년부터 폐쇄하고 직원 1만4000여 명을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GM이 4만7000명을 감원한 이후 최대 규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M이 해외 공장 2곳도 폐쇄할 예정이지만 어딘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폐쇄 대상에 오른 북미 공장은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디트로이트-햄트래믹,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샤와 등 승용차 생산라인 3곳과 미시간주 워런,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등 변속기 공장 2곳이다. GM은 공장 폐쇄나 생산라인 전환을 통해 북미 지역에서만 사무직 8000여 명, 생산라인 직원 6000여 명 등 1만4000여 명을 해고하거나 희망퇴직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다. GM은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승용차 라인을 구조조정하는 대신 급성장하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구조조정 계획이 공개된 뒤 뉴욕증시에서 GM 주가는 전날보다 4.79% 급등했다. 자신의 텃밭인 러스트벨트에서 GM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발끈했다. 그는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GM은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여기(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GM이 그 일(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매우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리 배라 GM 회장과 전날 밤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공장을 장기간 폐쇄하지 않길 바란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배라 회장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배라 회장을 만나 사태 진화에 나설 예정이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의 공장 가동 중단 결정은 근로자 수천 명의 일손을 놓게 하는 비정한 결정”이라며 “법적 조치, 계약 권리, 단체교섭권 등을 통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배라 회장에게 “공장 폐쇄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전달했다”며 “이 일로 타격을 받은 가족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GM의 구조조정 후폭풍이 한국에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M이 추가로 폐쇄하겠다고 밝힌 해외 공장 두 곳에 한국 공장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추가 폐쇄 우려를 부인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김현수 기자}

“회사가 상황이 나아져서 임금을 올려줬어요. 지난해 말엔 아이들에게 해준 게 별로 없는데 올해는 특별하게 보낼 생각입니다.” 미국 뉴저지주에서 와인 도매회사 지게차 기사로 일하는 제임스 스미스 씨(42)는 올해 말 쇼핑 대목에 네 자녀에게 줄 스쿠터, 디즈니 공주 인형 등 선물을 사는 데 수백 달러를 쓸 생각이다. 그는 미국 최대 할인행사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 금요일인 23일)에 가족과 함께 월마트 매장에서 쇼핑을 했다. 지난해에는 엄두도 내지 못한 일이다. 스미스 씨의 씀씀이가 커진 것은 일자리를 얻고 임금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도 최근 일하는 식당에서 승진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스미스 씨 사례를 소개하며 “오프라인 매장 방문자는 줄었지만 저소득층 미국인의 지출과 온라인 쇼핑은 늘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 초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저소득층이 두둑해진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지갑이 열린 것은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경기 호황의 온기가 ‘소득 피라미드’ 마지막까지 전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9월 미국 실업률은 3.7%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임금도 최근 오르기 시작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유통업의 2분기(4∼6월) 임금 상승률은 3.8%로 전문 서비스업 종사자(3%)보다 높다. 미국 플로리다주 월마트 매장에서 일하는 마이클 리먼 씨(29)의 임금도 최근 올랐다. 그는 “지난해에는 딸에게 뭘 사줄 형편이 못됐지만 올해는 아주 크진 않아도 뭔가 해줄 수 있을 만큼 형편이 나아졌다”며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엔 일하느라 선물을 사지 못했지만 나중에 선물을 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유가도 저소득층 주머니 사정을 나아지게 만들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추수감사절(22일) 전날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 값은 갤런(3.79L)당 2.6달러로 한 달 전 2.85달러보다 0.25달러 떨어졌다.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올해 11∼12월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4.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 잰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경제분석가는 “올해는 저소득층 가구에 성공적인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며 “저소득층 지출 증가세가 중간 및 고소득 가구를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매력이 커진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이번 쇼핑 시즌에 온라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통회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은 정부 보조를 받는 사람들에게 프라임 멤버십 가입비를 깎아 준다. 월마트는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할 때 정부가 저소득층에 나눠주는 ‘푸드 스탬프’로 살 수 있게 허용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에는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수령하는 ‘클릭앤드컬렉트(Click and Collect)’ 매출이 73% 증가했다. 어도비시스템에 따르면 수요일(21일)부터 블랙프라이데이까지 미국 인터넷쇼핑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6.4% 증가한 123억 달러(약 13조9000억 원)로 추정된다. 다만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고용시장 훈풍으로 임금이 오르고 있지만 주택 임대료, 의료보험료, 물가 상승 등으로 저소득층 실질임금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유가 하락이 자신의 공이라며 ‘셀프 칭찬’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에 “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생큐, T(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썼다.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으로 압박한 뒤 이를 지렛대로 삼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원유 감산을 막았다는 것을 자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하락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서 “유가가 낮아지고 있다. 대단하다”며 “사우디에 감사한다. 더 낮추자”고 적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낼 수 없을까. 미국 오하이오주가 주 정부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납세’에 도전한다. 대표적인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오하이오주의 움직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오하이오, 이번 주 ‘비트코인 납세’ 허용 월스트리저널(WSJ)은 25일(현지 시간) “오하이오주가 세금 납부를 비트코인으로 받는 최초의 주가 될 준비를 마쳤다”며 “오하이오 기업들은 이번 주초 ‘오하이오크립토닷컴(OhioCrypto.com)’에 접속해 담배판매세부터 종업원 원천징수 세금 등 모든 세금을 비트코인으로 납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하이오주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납세를 허용한 뒤 개인 납세자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비트코인 납세는 2011년 취임한 조쉬 맨델 오하이오주 재무장관(41)의 작품. 그는 납세자의 편의와 가상화폐 선점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맨델 장관은 “나는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통화의 형태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 정부 차원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매트 미드 와이오밍 주지사는 올해 블록체인 기반 회사의 등록과 운영이 쉬워지도록 규제 환경을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뉴욕은 비트라이선스(BitLicense)라는 가상통화 사업을 위한 규제를 만들었다. ● 비트코인 쓰임새 검증 시험대 올라 비트코인 개념은 정부 보증이나 지원이 필요 없는 통화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10년 전 등장했다. 역설적으로 정부 지원 없이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지난해 1만9666달러까지 치솟으며 투기 열풍을 몰고 온 비트코인 가치는 최근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하며 4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투자 자산으로 거래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크다보니 실제 지불결제 수단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범죄 수익을 걷어 들이는 지불 결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오하이오주의 비트코인 납세 방침이 주목받는 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비트코인이 널리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오하이오주의 조치가 비트코인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일종의 암묵적인 승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리조나, 조지아, 일리노이주는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주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 비트코인 직접 거래는 아냐 오하이오주의 이번 조치가 비트코인 자체를 세금 대신 받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하이오 납세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하면 애틀랜타에 있는 비트페이(Bitpay)라는 지불결제 회사에서 이를 시세에 따라 달러로 바꿔 주 재무부에 납부하는 ‘간접 납부’ 방식으로 알려졌다. 주 재무부는 비트코인을 받는 게 아니라 달러로 세금을 받는 셈이다. 비트코인 가치의 변동성에 따른 손해는 납세자가 모두 져야 한다. 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WSJ는 “맨델 장관은 기업들이 이를 요구했다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이 서비스로 이득을 볼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맨델 장관의 임기가 내년 1월에 끝나는 점도 변수다. 델라웨어주는 2년 전 블록체인 기술을 기업 등록서비스에 적용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잭 마켈 주지사가 떠난 뒤에 힘을 잃었다. 맨델 장관은 “가상통화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 주 정부의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대책△오하이오주=2018년 11월 말부터 ‘비트코인 납세’ 허용△와이오밍주=2018년 블록체인 기반 회사의 등록과 운영이 쉬워지도록 규제 개선△뉴욕주=가상통화 사업 규제인 ‘비트라이선스(BitLicense)’ 제도 도입 △델라웨어주=2016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기업 등록서비스 시작 △애리조나, 조지아, 일리노이주=비트코인 세금 납부 법안 검토(의회 통과 못함)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대형 민항기인 에어버스 A380 엔진을 우린 ‘적과의 동침(Sleeping with the enemy)’이라고 부릅니다. 이 부분은 우리 회사가, 저 부분은 경쟁사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제작을 맡았죠.” 20일(현지 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시 항공기 엔진 회사 프랫앤드휘트니(P&W) 본사 고객훈련센터 격납고. 덮개가 열린 항공기 엔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던 직원 앨 펜더 씨는 “엔진 개발에 큰돈과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 경쟁사와도 손을 잡는 게 요즘 시장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항공사 정비인력 등을 교육하는 이 훈련센터 격납고엔 P&W가 생산하는 항공기 엔진 10대가 설치돼 있었다. 1925년 설립된 P&W는 GE, 영국 롤스로이스와 함께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회사로 꼽힌다. 직원은 3만8700여 명으로 지난해 165억 달러(약 19조 원) 매출을 올렸다.○ 고유가 시대엔 고효율 친환경 엔진이 ‘게임 체인저’ 첨단 기술의 각축장인 항공기 시장은 중국 등 신흥국의 중산층 증가와 여행 수요의 확대 흐름을 타고 성장하고 있다. 25일 시장조사기관 포어캐스트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세계 항공기 시장은 지난해 2630억 달러에서 2025년 344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기 엔진과 엔진 부품 시장도 각각 연평균 3.3%, 6%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 엔진의 경우 고유가 흐름을 타고 기름을 덜 먹고 조용한 친환경 엔진이 대세다. 군용기 및 민간 항공기 엔진 생산라인 6곳이 24시간 3교대로 가동되는 P&W 하트퍼드 공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엔진도 세계 최초로 기어 방식이 적용된 ‘기어드 터보 팬(GTF) 엔진’이다. P&W 관계자는 “소음을 기존 엔진에 비해 75%, 연료 소비량을 15% 줄여 항공기 한 대당 약 100만 달러의 운용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GTF 엔진은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성장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130석 이하의 1열 복도형 중소형 항공기(SB)의 차세대 엔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의 에어버스, 캐나다 봉바르디에, 브라질 임브라에르, 일본 미쓰비시, 러시아의 유나이티드에어크래프트 등이 주요 고객이다. 리처드 앤더슨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GTF 엔진에 대해 “탄소복합재료로 기체를 혁명한 보잉사의 드림라이너 이후 항공 산업을 강타할 ‘최초의 진정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P&W는 GTF 엔진 개발을 위해 수십 년간 약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사업 초기여서 엔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손익분기점에 빨리 도달하는 게 과제다.○ “위험도, 수익도 함께 나눈다” 국제공동개발 도전 항공기 엔진의 개발 주기는 약 40년 정도다. 처음 20년간 개발과 생산이 이뤄지고, 나머지 20년간은 생산 없이 정비와 부품 교체로 돈을 버는 구조다. 사업 초기엔 개발비와 엔진 보급을 위해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품 납품 등으로 수익이 급증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항공기 엔진 시장에서 기술력과 자금력이 검증된 회사들과 투자 위험 및 수익을 나누는 국제공동개발(RSP)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항공기엔진 부품 협력사는 세계적으로 150곳이 넘지만 RSP 파트너는 영국 GKN, 이탈리아 AVIO, 독일 MTU 등 극소수 회사에 불과하다. 국내 회사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5년 P&W의 GTF 엔진 RSP 파트너로 참가했다. 이 회사는 GTF 엔진 공동개발을 위해 지난해 480억 원, 올해와 내년에 각각 900억 원을 투자한다. 로버트 퀸 P&W RSP 담당 이사는 “RSP에 참가한다는 건 일반 하청회사에서 ‘글로벌 항공엔진 파트너’로 성장했다는 뜻”이라며 “GTF 엔진의 손익분기점 판매량이 1000∼2000개인데 2년간 1000개를 납품했고 현재 주문 물량은 9000개”라고 말했다. 1979년 항공기 엔진 사업에 진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엔진 생산 회사다. 한화그룹이 2015년 인수한 삼성테크윈이 모태다. P&W, GE, 롤스로이스 등과 최근 4년간 171억 달러의 장기 납품 및 RSP 계약을 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P&W와 30여 년간 협력 관계를 이어온 것처럼 GE, 롤스로이스 등과도 파트너십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네티컷(하트퍼드)=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국제공동개발(RSP·Risk & Revenue Sharing Program) ::단순한 부품 납품이 아닌 엔진 설계, 개발, 제작까지 참여하는 사업 방식. 새 엔진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개발비용과 발생 수익을 참여 회사별 지분에 따라 배분해 위험과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 특징. 영국 GKN, 독일 MTU, 이탈리아 AVIO 등 소수의 선진국 회사만 참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남북 철도 연결과 관련한 공동 조사에 대해 전격 제재 예외 조치를 내렸다. 공동 조사, 착공식 등을 거치며 ‘남북 철도’가 늦게만 가고 있는 비핵화 시계를 당기는 마중물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美, 대북 독자 제재도 일시적으로 풀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철도에 대한 남북 공동 조사’와 관련해 대북 제재 면제를 결정한 데 이어 미국도 공동 조사에 동의하고 대북 독자 제재의 예외로 인정했다. 외교 소식통은 24일(현지 시간)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 조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의 협의 절차가 23일 오후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 조사의 제재 면제를 회람했으며 별다른 이견이 없어 전원 동의(컨센서스)로 협의 절차가 완료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철도 공동 조사에 한해 미국의 독자 제재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24일 “미국산 부품이 10% 이상 포함된 전자기기가 북한으로 반입되는 것은 미국 국내법 위반이어서 이 문제는 한국 정부와 조율을 마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남북은 7월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기존 연결 구간을 점검하는 ‘공동 점검’을 펼친 적은 있지만 이번 공동 조사는 새로운 구간을 연결하기 위한 사업 타당성을 살피는 선행 조사 성격이다. 하지만 실제 철도 연결은 제재 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까닭에 미국이 철도 공동 조사 제재 예외를 승인한 것은 결국 최근 북-미 고위급 회담에 응답하지 않으며 꿈쩍 않는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로 ‘일시 면제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전체적인 대북 압박 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 일시적 제재 해제에 임종석, “철도로 중국 가자” 아무튼 청와대는 석 달 가까이 미뤄졌던 철도 공동 조사가 다시 궤도에 오르자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남북의 합의와 인내, 그리고 한미 간 긴밀한 공조로 이룬 소중한 결실”이라며 “비핵화와 함께 (철도 연결에) 속도를 낸다면 당장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둥에서 갈아타고 (중국) 베이징으로 겨울올림픽 응원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인 2022년 2월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남북 철도 연결을 마무리 짓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공동 조사가) 북한 철도의 전 구간을 누빈다는 점에서 남북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주 후반 경의선부터 공동 조사를 시작해 동해선 조사까지 약 보름 내에 마치기로 했다. 또 조사가 끝나는 대로 착공식을 열기로 했는데 장소는 개성 인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별개로 착공식에 남북 정상이 함께 참석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착공식에 남북 정상이 참석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논의는 공동 조사가 끝난 뒤에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한상준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철도에 대한 남북 공동 조사’와 관련해 대북 제재 면제를 결정한 데 이어 미국도 공동조사에 동의하고 대북 독자 제재의 예외로 인정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소식통은 24일(현지시간)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의 협의 절차가 23일 오후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제재 면제를 회람했으며, 이날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어 전원동의(컨센서스)로 협의 절차가 완료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철도 공동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 물품의 북한 반출에 대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적용을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이번 조치는 남북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사실상 첫 제재 면제에 해당한다. 대북제재위는 2월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했고, 6월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 관리들에 대해 제재를 면제한 바 있다. 이번 제재 면제는 북한 철도 공동조사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남북 철도나 도로 연결 등을 위해서는 제재 면제를 다시 신청해야 한다. 미국도 철도 공동조사를 대북 독자 제재 예외로 인정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미국산 부품이 10% 이상 포함된 전자 기기가 북한으로 반입되는 것은 미국 국내법 위반이어서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조율을 마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자협의를 통해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 해당하지 않도록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전자기기는 노트북컴퓨터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철도 현장 조사를 위해 노트북컴퓨터를 들고 가야 하는데, 미국 대북 독자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미국산 부품이 10%미만인 제품을 이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은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 측이 남북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강력하고 전폭적인 지지, 즉 스트롱 서포트(strong support)를 표명했다”며 “기술적인 문제만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 이후 좀처럼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던 북한 비핵화 협상이 다음 주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13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가운데 북-미 고위급회담,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따라 비핵화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지, 장기 교착 국면이 굳어질지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연쇄 회담이 비핵화 협상 견인할까 다음 달 1일은 향후 비핵화 협상의 큰 흐름을 좌우할 ‘빅 이벤트’가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 및 만찬을 갖고 무역전쟁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교착 상태에 빠진 양국 무역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톱다운’식 해법을 도출해낼지, 대북제재 완화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대북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오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나는 평생을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시 주석이 호응할지는 미지수. 이 자리에서 미중 정상이 무역분쟁은 물론 비핵화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미중 관계 악화는 물론 향후 비핵화 로드맵도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이달 말로 조율 중인 북-미 고위급회담이 실제로 열릴지도 관심을 끈다. 북한이 미국 측의 날짜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 기간에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한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낙관적이었던 정부는 아직까지 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미국 측과 막판 일정 조율에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미 고위급회담에 이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20일 출범한 한미워킹그룹 협의 후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과 북측 구간 공동조사에 대한 제재 면제에 속도가 붙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남북 관계 과속을 노골적으로 경고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북-미 고위급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모두 불발될 경우 한미 공조 속에 남북 관계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정부의 구상은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IAEA까지 가세한 북한 핵 활동 사찰·검증 요구 북-미가 수개월째 대북제재가 먼저냐, 핵시설에 대한 사찰 및 검증이 먼저냐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제사회도 슬슬 북한에 대한 핵시설 사찰 및 검증 요구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2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 보고에서 “8월 이후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추가 활동이 포착됐지만 어떤 목적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9·19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영구 해체’와 같은 추가 조치를 언급한 이후 IAEA가 북한의 핵 활동 정황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영변 구룡강 주변에서 추가 활동(further activities)이 관측됐다”면서 “5MW 원자로와 경수로를 위한 냉각시설 변동과 관련 있을 수 있다. 이 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5MW 원자로의 가동이 중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수로에서 원자로 부품 조립과 원자로 건물 내로 부품을 옮기는 것과 일치하는 활동도 관측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IAEA 내 핵심 조직인 안전조치 분과 담당 마시모 아파로 사무차장이 다음 주 방한해 26일 강정식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과 고위급정책협의회를 가진 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다. 한 정부 소식통은 “국제기구까지 움직인다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회원국들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3개월 만인 다음 달 1일 미중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면서 다음 주가 비핵화 협상의 기류를 결정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잇따라 추진되고 있는 북-미 고위급회담,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여부와 시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살얼음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나는 매우 준비돼 있다. 평생을 준비해 왔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1일 시 주석과 회담 및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미중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이후 처음이다. 미중 관계는 베이징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 연회를 열었던 지난해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무역전쟁이 있다. 얼어붙은 미중 관계는 비핵화 협상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유엔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해 제재의 고삐를 죄려는 워싱턴과의 파열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사실상 비핵화 협상이 멈춰 선 상황에서 미중이 무역갈등의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미국은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간의 북-미 고위급회담은 27, 28일 미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도 미국의 제의에 응하겠다는 사인을 주지 않으며 마지막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G20 정상회의 기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연말연초 비핵화 협상 국면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폼페이오가 남북 경협 과속을 공개적으로 우려하고 나선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되면 남북 관계를 통한 비핵화 선순환 구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유가가 내려가고 있다. 훌륭하다! 미국과 세계를 위한 대규모 감세 같은 것이다. 즐겨라! 54달러. 전에는 82달러였다. 더 내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1일 트위터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감사를 보낸다”며 이 같은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유가’와 ‘사우디 역할론’을 강조한 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사우디 왕실을 두둔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저유가를 경제 치적으로 내세우려는 복합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캔자스주 위치토 지역 라디오방송 KQAM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세계 최대 테러 지원집단에 맞서 싸우는 미국의 가장 성실한 동맹”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증시 실적 저조하자 유가 카드 내밀어 경기 부양을 위해 ‘저유가-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지렛대 삼아 원유 감산을 검토 중인 사우디를 어르며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 상승 등을 집중 거론하며 경제 성적표를 자랑하곤 했지만 최근 증시 실적이 좋지 않자 (경제 치적을) 강조할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왔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설이나 추석 연휴처럼 고향과 가족을 찾는 이들이 많은 추수감사절에 기름값이 떨어지면 미국 소비자들에겐 도움이 된다. 이날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올해 추수감사절에 80km 이상 장거리 여행을 하는 미국인은 지난해보다 5% 증가한 5430만 명으로 13년 만에 최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값은 갤런당 2.6달러로 한 달 전 2.85달러보다 0.25달러 떨어졌다. 시장에선 유가 급락을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의 역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최근의 유가 급락에 대해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 과대평가 △미국산 셰일가스 붐 △세계 경기 둔화,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증시 혼란 △원유시장 핫머니 유입 및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유가 향방은 다음 달 초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국가 회의에서 감산 논의가 어느 정도로 진행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데이미언 쿠르발랭 골드만삭스 에너지분석 책임자는 “최근 유가는 시장의 수급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했지만 OPEC가 조치를 내놓거나 수요 성장세가 탄력적이라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하락 폭 계속 커지면 트럼프도 마냥 반길 순 없어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원유와 가스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6%를 차지하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면 소비자 부담과 금리 인상 압력이 줄어든다. 하락 폭이 어느 선을 넘어 크게 확대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텍사스, 노스다코타, 오클라호마주 등의 석유산업 종사자들이 2016년 초 저유가 위기 때처럼 일자리를 잃는 일이 재연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지금처럼 유가 하락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미국의 대형 석유회사인 셰브론과 엑손은 올 들어 주가가 10% 하락했고 중소 회사들 주가는 20∼30% 떨어졌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클 트랜 글로벌에너지전략책임자는 “유가 하락이 어느 선에서 미국 석유회사에 피해를 주기 시작할 것”이라며 “원유와 가스산업 종사자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라고 지적했다. 카슈끄지가 살해된 후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해외 순방과 국제행사 참석 등을 준비하며 조금씩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가 사건의 배후라는 것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사우디는 변함없는 동반자”라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다. 중동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23일부터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튀니지 등 4개국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 발생 후 첫 해외 일정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다음 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당신의 출입증은 원상회복됐습니다. 앞으로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앞서 설명한 규칙에 따라 조치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결정을 알고 있으며 동의합니다.” 미국 백악관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짐 어코스타 CNN 기자에게 내린 출입 정지 조치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화해 서한’을 19일 보냈다. 어코스타 기자에 대한 출입 정지 결정에 반발해 법적 다툼에 나섰던 CNN은 백악관의 서한에 소송 취하로 화답했다. 미 행정부와 CNN의 ‘출입 정지 소송’은 일단락됐지만 ‘기자회견 규칙을 어기면 언제든지 출입을 정지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백악관이 짐 어코스타의 출입증을 원상회복시켰다”며 “이 결과 우리는 소송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 백악관 취재를 다시 이어가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빌 샤인 백악관 공보국장은 사흘 전인 16일만 해도 “어코스타 기자의 출입 정지 조치를 해제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명령 효력(14일간)이 다하면 다시 출입 정지를 시키겠다고 공언하며 CNN과 어코스타 기자를 압박했다. CNN이 “모호하고 불투명한 기준을 소급해 적용하려는 시도”라며 백악관의 공식 답변을 요구하고 재차 법적 대응에 나서자, 백악관이 맞대응보다 전략적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자유를 제한할 때는 수정헌법 5조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법원 결정을 의식해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대신 출입 제한에 대한 적법 절차를 확보하는 선에서 타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대변인과 샤인 공보국장은 이날 어코스타 기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하나의 단일 질문을 해야 하며 △대통령이나 백악관 관리의 재량에 따라 후속 질문을 할 수 있으며 △질문이 끝나면 마이크를 넘기는 등 발언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기자회견 규칙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백악관 출입을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도 소송에서 질 경우 언론 자유와 백악관 취재를 제한하는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기자의 질문을 통제하고 출입까지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 침해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백악관 대변인실은 어코스타가 새 규칙을 어기면 출입증을 철회할 권리가 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코스타 기자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설전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 짐 캐리의 ‘트위터 만평’에도 등장했다. 백악관에서 설전이 벌어진 사흘 뒤인 10일 캐리가 트위터에 올린 만평(그림)을 보면 설전 당시 기자회견장의 트럼프 대통령 자리에는 어코스타 기자의 질문이 듣기 싫다는 듯 뒤돌아서 궁둥이를 보이고 있는 말이 그려져 있고, 말총(말의 꼬리털)은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카락 색깔과 비슷한 금발이다. 캐리는 이 만평에 “할리우드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듯이 당신이 짐승과 일할 때 모든 것은 더 어려워진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민주당 지지 성향의 캐리는 그동안 트위터에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만평을 종종 올려 왔다. 캐리는 북한과 관련된 만평을 여러 편 그리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는 내 국민을 굶겨 이 미사일을 만들었다’라고 적힌 미사일 모양의 옷을 입은 채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고 바로 옆에 웃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세워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전채은 기자}
11·6 미국 중간선거의 격전지인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 끝에 공화당이 승리를 확정했다. 공화당은 연방상원의원과 주지사 자리를 모두 가져가며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를 간신히 막아냈지만 2016년 대선 때와는 달라진 ‘표밭 민심’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가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18일 플로리다주 연방상원의원 선거 재검표 결과 주지사인 릭 스콧 공화당 후보(65)가 409만9505표를 획득해 현역 빌 넬슨 민주당 상원의원(76)을 1만33표 차로 눌렀다고 전했다. 재검표 결과는 20일 공식 발표된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공화당의 론 드샌티스(40)로 확정됐다. 첫 흑인 주지사에 도전한 앤드루 길럼 민주당 후보도 재검표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17일 트위터를 통해 “론 드샌티스가 위대한 플로리다주의 차기 주지사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승리로 공화당은 정원 100명의 연방상원에서 52석을 확보해 47석을 확보한 민주당을 5석 차로 따돌리게 됐다. NYT는 “스콧 후보의 승리는 자신은 물론이고 공화당 지도부에도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선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화당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히는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1.2%포인트의 우위를 점했다. 이번 선거에선 공화당 스콧 후보와 민주당 넬슨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0.12%포인트에 불과했다. 겨우 이긴 셈이다. 현재 공화당은 연방상원의 남은 1석이 걸린 27일 미시시피 연방상원의원 선거 결선투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궐선거인 미시시피 특별상원선거에 공화당의 신디 하이드스미스 후보와 민주당의 마이크 에스피 후보가 각각 41.5%, 40.6%로 초접전을 벌였고, 이어 3위, 4위 후보가 각각 16.5%, 1.4%를 차지했다. 주법에 따라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미시시피는 전통적인 공화당 표밭이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하이드스미스 후보가 흑인인 에스피 후보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을 낳고 있다. 17일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시피 결선투표 하루 전인 26일 미시시피 2개 도시에서 지원 유세에 나선다”고 전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애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 자리를 민주당이 차지하는 등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미 남서부 지역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시시피 선거는 남부 지역이 진실로 정치적 변화를 겪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척도”라고 평가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몇 개 대학을 빼면 모든 미국 대학이 입학지원서를 평가할 때 학생들의 학비 지불 능력을 고려합니다. 저소득 및 중간소득 출신의 뛰어난 지원자들의 입학은 거절되고, 그 자리는 더 큰 지갑을 가진 가정(부유층) 출신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일이 네브래스카 농부의 아들, 디트로이트 워킹맘의 딸을 아프게 합니다.”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6·사진)은 1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내가 대학에 18억 달러(약 2조276억 원)를 기부하는 이유’란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부유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관대한 미국 대학의 입학 관행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교육기관 기부액 중 역대 최대인 18억 달러를 자신의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부금의 사용처를 ‘학부생을 위한 장학금과 기금’으로 지정했다. “나는 운이 좋았습니다. 부친은 연간 6000달러 이상을 벌지 못하는 경리사원으로 일했지만 나는 존스홉킨스대를 국가안보 학자금 대출과 학내 아르바이트 수입 등으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존스홉킨스대 졸업장은 내가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며 살 수 있게 해줬습니다. 만약 그것이 없었다면 (기회의) 문은 닫혀 버렸을 것입니다.” 그는 “내게 기회를 줬던 이 학교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똑같은 기회의 문을 영원히 열어줄 수 있게 해주길 원한다”며 “재정 능력이 (학생 선발) 의사결정의 고려사항이 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존스홉킨스대가 학생들의 재정 능력이 아닌 실력만 고려하는 ‘학력 중심 선발정책(need blind)’을 유지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 5달러를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 18억 달러 기부까지 합하면 그의 기부액은 총 33억 달러(약 3조7244억 원)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인 하버드대 기금 총액이 약 360억 달러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일부 연구에 따르면 성취도가 높은 저소득 및 중간소득 계층 학생들의 절반이 학교를 다닐 돈이 없다고 생각해 일류 대학에 지원하지 않는다”며 “이 결과 학생도, 학교도, 미국도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입학상담 프로그램 개선 △대학의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 △동문의 기부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개인의 기부가 부족한 정부 지원을 채울 수도 없고 채워서도 안 된다”며 연방과 주 정부의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현재 명문 존스홉킨스대 졸업생의 44%가 평균 2만4000달러(약 2708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1964년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블룸버그 전 시장은 1981년 경제 통신사인 블룸버그를 세워 500억 달러의 자산가가 됐다. 2002∼2013년 뉴욕시장도 역임(3선)했다. 최근 중간선거에선 1억1000만 달러를 민주당의 하원 장악을 위해 기부했다. 올해 10월 17년 만에 민주당원으로 재등록해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자 ‘2020년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몇 개 대학을 빼면 모든 미국 대학이 입학지원서를 평가할 때 학생들의 학비 지불 능력을 고려합니다. 저소득 및 중간소득 출신의 뛰어난 지원자들의 입학은 거절되고, 그 자리는 더 큰 지갑을 가진 가정(부유층) 출신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일이 네브래스카 농부의 아들, 디트로이트 워킹맘의 딸을 아프게 합니다.” 2020년 미국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6)은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내가 대학에 18억 달러(약 2조276억원)을 기부하는 이유’라는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부유층에 상대적으로 더 관대한 미국 대학의 입학 관행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실력으로만 대학 신입생 뽑자”며 2조 원 기부 하버드대 라지 체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12개 일류 대학의 학생 중 소득 하위 50% 가정 출신 학생보다 소득 상위 1% 출신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버드대의 경우 아시아계 지원자에 대한 차별 소송 과정에서 주요 기부자 자녀 등을 ‘입학처장 리스트’로 별도 관리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교육기관 기부액 중 역대 최대인 18억 달러를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면서 기부금의 사용처를 ‘학부생을 위한 장학금과 기금’으로 지정했다.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게 하고, 학교도 재정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실력으로만 학생들을 선발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나는 운이 좋았습니다. 부친은 연간 6000달러 이상을 벌지 못하는 경리사원으로 일했지만 나는 존스홉킨스대를 국가안보 학자금 대출과 학내 아르바이트 수입 등으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 졸업장은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며 살 수 있게 해줬습니다. 만약 그것(대학 졸업장)이 없었다면 (기회의) 문은 닫혀 버렸을 것입니다.” 그는 “내게 기회를 줬던 이 학교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똑같은 기회의 문을 영원히 열어줄 수 있게 해주길 원한다”며 “재정능력이 (학생 선발) 의사결정의 고려사항이 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존스홉킨스대가 학생들의 재정 능력이 아닌 실력만 고려하는 ‘학력 중심 선발정책(need blind)’을 유지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 5달러 기부를 한 것으로 시작으로, 지금까지 15억 달러를 모교에 기부했다. 이번18억 달러 기부까지 합하면 총 33억 달러를 기부한 셈이다. ● 저소득층 학생 선발 확대를 위한 3가지 대책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스홉킨스대 학교 기금은 38억 달러로 미국 최대인 하버드대 기금(360억 달러)의 약 10분의 1이다. 현재 존스홉킨스대 졸업생의 44%가 평균 2만4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일부 연구에 따르면 성취도가 높은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계층 학생들의 절반이 학교를 다닐 돈이 없다고 생각해 일류 대학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이 결과 학생도, 학교도, 미국도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더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더 많이 좋은 대학에 지원하도록 대학 입학 상담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재단은 ‘칼리지포인트(CollegePoint)’라는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약 5만 명의 저소득, 중간소득 학생들에게 진학 선택을 조언하고 재정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둘째, 더 많은 대학이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저소득 및 중간소득 계층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블룸버그재단의 ‘아메리칸 탤런트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0개 이상의 대학들이 저소득 및 중간소득 계층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5달러, 50달러 등 동문들의 소액 기부도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방과 주 정부의 지원 확대도 촉구했다. “개인의 기부가 부족한 정부지원을 채울 수도 없으며 채워서도 안 된다. 아메리칸 드림, 모든 이를 위한 기회 균등의 미래를 위해 이보다 더 나은 (공공) 투자는 없다”는 얘기다. 블럼버그 전 시장은 1964년 존스홉킨스를 졸업하고 1966년부터 1981년 살로먼 브러더스의 증권거래인으로 일했다. 1981년 단말기를 통한 경제 통신사인 블룸버그뉴스를 세워 500억 달러의 자산가가 됐다. 2002~2013년 뉴욕시장을 역임(3선)했다. 최근 중간선거에선 1억1000만 달러를 민주당의 하원 장악을 위해 기부했다. 올해 10월 17년 만에 민주당원으로 재등록해 정치활동을 본격 재개하자 ‘2020년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양보안에 대해 “아직 받아들일 만하지 않다”고 압박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포기를 요구하는 ‘중국 제조 2025’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12월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회담을 앞두고 양국 정상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중국이 합의를 원한다”며 “그들이 하려는 일들의 매우 긴 목록을 보내왔다. 142개 항목”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제안한 142개 양보안에 대해 “꽤 완전한 목록이며 우리가 요구한 많은 것들”이라면서도 “아직은 받아들일 만하지 않다. 3, 4개의 큰 사안이 빠져 있다”라고 밝혔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제안에는 백악관이 반복적으로 요구한 지식재산권 탈취 등에 관한 핵심 사안이 빠져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양보안에는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 제조 2025’ 포기와 같은 약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이 2025년까지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가 되겠다며 자국의 관련 기업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 포럼 기조연설에서 양국이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대중국 관세를 갑절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에 앞서 기조연설을 한 시 주석은 “모든 나라는 스스로의 노력과 국제협력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에서 이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제조 2025’ 포기 의사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탈취한다는 미국의 주장도 반박한 것이다. 한편 18일 폐막한 APEC 정상회의는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APEC이 장관급에서 정상급 회의로 격상된 1993년 이후 공동성명을 내지 못한 건 처음이다. AP는 “미국이 제안한 공동성명 초안에 불공정 무역관행과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전해 미중 갈등이 공동성명 채택 불발의 원인으로도 작용했음을 시사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백악관 기자 출입 정지 조치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CNN 측의 법정 다툼에서 CNN이 먼저 기선을 잡았다.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1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설전을 벌인 짐 어코스타 CNN 백악관 수석 출입기자의 출입을 정지한 백악관에 대해 임시 출입 정지 해제 명령을 내렸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 명령은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어코스타 기자에 대한 백악관 출입 정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CNN 측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결과다. 티머시 켈리 판사는 이날 “어코스타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됐다”고 밝혔다.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생명이나 자유 또는 재산이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5조를 백악관이 위반했다”고 주장한 CNN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백악관의 출입 정지 조치가 ‘적법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코스타에 대한 출입 정지가 언론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위반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미뤄져 본안 소송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어코스타 기자는 이날 출입기자단의 환영을 받으며 다시 백악관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법한 절차가 없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규정과 규제를 만들고 있다. 여러분이 규정과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법정에 설 것이고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