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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가 제 생애 상업화랑 세 번째 전시입니다. 퍼포먼스는 내일 하는 줄 알았는데…. 임기응변으로 해보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22일 만난 한국의 1세대 실험미술가 성능경 작가(79)의 말이다. 이곳에서 23일부터 개인전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이 열렸다. 기자들이 많이 와 쑥스럽다던 작가는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가르쳐준 스트레칭”이라며 갤러리 한복판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더니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24일에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김구림 작가(87)의 개인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6월에도 이곳 미술관 로비에서 ‘생성에서 소멸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작가는 1950년대 후반 평면 추상부터 신작까지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25일부터 개최한다. 두 작가는 다음 달 1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 작품을 출품한다. 전시는 구겐하임미술관이 12년 만에 여는 한국 미술 특별전이다. ● 사진과 신문으로 풀어낸 개념미술 갤러리현대 전시는 성능경 작가의 시대별 대표작 140여 점을 선정해 미니 회고전 형식으로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권영숙 갤러리현대 디렉터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이 실험미술 기획전을 위해 자료 수집에 나서는 과정에서 성 작가를 제대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지난해 9월부터 준비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성 작가의 작업을 ‘사진 매체로 풀어낸 개념 미술’이라고 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970년대 작가가 직접 주인공이 돼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이를 기록한 ‘수축과 팽창’(1976년), ‘검지’(1976년)가 관객을 맞이한다. 그 다음으로 1980년대 신문 보도 사진을 재편집하고 이를 전시 공간에 맞춰 이어 붙여 설치한 ‘현장’ 연작이 두 개 벽면을 차지한다. 1979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제5회 서울 현대 미술제’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신문 보도 사진을 접사로 촬영한 다음 먹과 세필로 드로잉을 그려 넣었다. 작가는 “신문 편집자가 제시하는 사진 해석을 무효화하고 재해석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성 작가의 작업에서 꾸준히 중요한 매체로 사용돼 왔다. 1976년 전시장에서 매일 신문을 읽은 다음, 읽은 부분을 오려냈던 퍼포먼스 ‘신문 읽기’를 9월 6일 외국인 100명과 함께 재현할 예정이다. 10월 8일까지. 무료.● 정해진 모든 것 거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김구림’전에서는 초기 추상 작품부터 신작 ‘음과 양: 자동차’, 비디오 조각 작품인 ‘음과 양’까지 작품 230여 점과 기록 60여 점을 선보인다. 얼음이 녹는 과정을 작품으로 활용한 ‘현상에서 흔적으로’(1970년)와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 1990년대부터 이어진 ‘음과 양’ 시리즈로 정해진 모든 개념을 거부하는 것이 그의 작업 세계임을 엿볼 수 있다. 다만 김구림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970년대 미술관 건물 일부를 광목천으로 묶었던 ‘현상에서 흔적으로’ 작품을 재현하려 했는데, 미술관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돌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미술1과장은 “미술관이 등록문화재 제375호로 지정돼 있어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하는데 처음 작품이 언급된 것이 6월 20일이라 시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2000∼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개관 35주년을 맞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사진)을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시동 건물이 준공 22년이 지나며 낡았고, 편의시설과 수장 및 전시 공간이 부족해 리모델링과 증축을 한다”고 밝혔다. 미술관에 따르면 리모델링 뒤에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전시동 전면부 파사드는 보존되며, 전시동을 증축하지는 않는다. 전시동 건물 파사드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 한성재판소 터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전면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건물은 1948년부터 대법원 청사로 사용됐으며,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한 뒤 파사드만 남기고 새로 지어져 2002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이용됐다. 대신 미술관은 전시동 앞 마당에 지하 2개 층을 증축해 전시장과 수장고, 편의시설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지하 공간 증축과 전시동 리모델링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전시는 계속 개최한다. 미술관은 이날 전시 성과와 향후 운영 방향도 발표했다. 20일 끝난 전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는 4개월간 33만1100명이 찾았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미술관이 성장기를 벗어나 청년기에 접어들었다”며 “미술 생태계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모든 사람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미래를 열심히 생각해봐도, 생각처럼 되지 않으니까요.” 서울 용산구 휘슬 갤러리에서 3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에이메이 카네야마(김영명·42)가 18일 말했다. ‘Future Days’라는 제목으로 신작 9점을 선보이는 그는 현실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를 긍정하자는 메시지가 아니라, 긍정도 부정도 없이 내가 갖고 있는 시간을 최대한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 시카고예술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본명은 김영명으로 일본 이름은 없지만 작가명으로 본명의 한자를 일본식으로 읽은 표기를 사용한다. 올해로 서울 생활 10년째를 맞는 그의 작업에서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 이로 인해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전시 작품 대부분은 캔버스를 나무틀에 끼우지 않고 사방으로 펼쳐 놓았다. 이전 작업에 비해 색은 더 차분해지고, 형태는 더 복잡해졌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표제작 ‘Future Days’가 이번 전시의 시작이 되는 작품이다. 그는 표제작에 대해 “그림 속에 빛과 공간이 생긴 것이 이전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추상 회화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칸딘스키처럼 심상에 집중하거나, 몬드리안처럼 구체적인 형태를 단순화할 수도, 또 미니멀리즘 예술처럼 철학과 미학을 토대로 추상을 그리기도 한다. 카네야마는 이런 방식보다는 개인적인 일상의 광경이나 기사에서 마주한 형상을 기록한 뒤, 그것을 한순간에 즉흥적으로 풀어낸다고 했다. ‘Gemini’나 ‘Ketos’ 같은 작품에서는 서로 다른 보랏빛과 파란빛이 전면에 펼쳐지며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색채의 사용에 대해 작가는 “자연 속 대상들이 원래부터 갖고 있는 색처럼 자연스러운 색을 표현하려 하고, 색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작품은 8점이 전부다. 숨겨진 작품은 작가가 마치 부적처럼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것이다. 세워진 가벽을 앞뒤로 잘 살펴보면 커다란 나머지 1점을 발견할 수 있다. 9월 23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러분 안녕하세요?화가 이중섭과 그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의 사랑 이야기는, 이중섭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두 사람은 7년을 부부로 지냈고, 이중섭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야마모토 여사는 두 아들과 함께 70년을 살다 지난해 작고했습니다. 8월 13일이 야마모토 여사의 별세 1주기였답니다.그런 야마모토 여사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일본에서 책으로 출간한 신문 기자가 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의 정치부 기자 오누키 도모코입니다. 일본어로는 ‘사랑을 그린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펴낸 그녀의 책은 2020년 한국에 관한 책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쇼가쿠칸 논픽션 대상을 받았습니다.이 책이 최근 ‘이중섭, 그 사람’(혜화1117)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번역 출간됐습니다. 그녀를 만나 이중섭에 관한 책을 쓰게 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그녀를 만나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은, ‘왜 이중섭에게 매료되어 책을 쓰셨나요?’였습니다.그런데 그 질문을 하기 전에 또 다른 이중섭의 책을 펴낸 최열 미술사학자와도 함께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두 분이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해 질문을 해야 했습니다.오누키 씨는 이 질문에 답하면서 저에게 2016년 11월 마이니치 신문 1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마이니치신문의 서울 특파원이었던 그녀는 한국에 관련된 소식 두 가지로 1면을 장식했습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식, 또 하나는 야마모토 여사의 인터뷰 기사였습니다.이 기사를 통해 일본에 이중섭과 야마모토의 이야기가 알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오누키 씨는 한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탄핵 정국과 대통령 선거까지 취재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던 그녀는 수년이 지나서야 책 집필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절절한 러브 스토리에 매료되다김민(민):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중섭 전시를 보고 처음 이야기를 알게 됐다고 하셨어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오누키 도모코(오): 솔직히 저는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전시장에서 두 분이 주고받았던 편지를 보게 되었어요. 한국에서는 이중섭이 보낸 편지만 유명한데 이번 취재 과정에서 야마모토 여사가 보낸 편지도 꽤 많다는 걸 알게 됐죠.그것을 순차적으로 정리해서 읽어보니, 만나기를 원하는 간절함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느껴졌어요. 아, 나는 과연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70년 가까이 홀로 지낸 야마모토 여사의 원동력이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했어요.내가 오래 산다면 야마모토상처럼 이렇게 예쁘게 나이 들고 싶다. 그런 생각도 들면서 궁금증이 계속해서 생겨났죠.민: 그러니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빠져든 거군요.오: 딱 맞아떨어지는 러브 스토리죠. 그렇지만 제가 책까지 낼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당시 매주 토요일에는 탄핵 정국 속 집회를 취재하러 다니는 등 정말 바빴거든요. 2016년 12월 출판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당장은 어렵다고 기다려줄 수 있겠냐고 답을 드렸어요. 그리고 5년이 지나서야 책을 낼 수 있게 됐죠.‘특종병’ 있던 기자, 미공개 편지 발굴하다민: 원래 정치부 기자로 일을 하셨잖아요.오: 네. 일본에서 종합지 기자들은 입사하면 무조건 지방으로 파견이 되어서 5년 동안 온갖 취재를 한 다음 본사로 올 수 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경제 정치 사회 등 분야에서 일을 하는데 저는 정치부를 지원했죠.그중에서도 외교 분야를 오래 취재했고, 한일 관계와 한반도, 북일 관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종병’도 있었기 때문에 서울 특파원을 오면서 ‘한일 관계에 대해 무슨 특종을 할까‘ 고민을 했죠.민: 그럼 미술에는 원래 관심이 있었나요?오: 미술관에 자발적으로 간 적이 없어요(웃음). 고등학교 친구들이 여행을 가면 함께 미술관에 가자고 하는데 정말 저만 관심이 없었답니다. 이중섭 전시를 보러 가게 된 것도 어느 주간지에서 야마모토 여사의 인터뷰를 본 것이 계기였어요. “식민지부터 6.25 전쟁까지 어려운 시대를 겪은 분이 살아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민: 야마모토 여사의 스토리가 기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신 거군요.오: 마침 그분이 사시는 곳이 도쿄 저의 집과 가까웠어요. 야마모토 여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전시를 가보니 이중섭이 한국에서 ‘국민화가’라는 걸 알게 됐죠.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 외교관을 통해 수소문을 했는데, 마침 야마모토 여사의 친척이 일본 외무성에 계셨어요. 그분이 저도 가까운 분이라 금방 연결이 됐고 인터뷰 날짜도 빠르게 잡을 수 있었죠.민: 수월하게 만남이 이뤄졌었네요.오: 네 야마모토 여사와 거의 바로 옆집에 사셨던 분이 일본 도쿄에 계셨고, 그분도 이중섭 부부의 사연에 매료되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민: 직접 만난 야마모토 여사를 만났을 땐 어땠나요? 책에서는 말수가 많지 않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연세도 있으시고, 사전에 말씀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첫 번째 인터뷰에서는 큰 기사를 써야 한다는 초조함도 있었고요. 다만 여기자에게는 조금 편하게 말씀을 하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여성 기자로 일하며 불리함을 느낀 적이 많았는데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구나 싶었죠.그렇게 첫 번째 만났을 때 인상은 세련된 모습이라는 느낌이었어요. 브로치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도 잘 어울리게 하시고, 전혀 90대로 보이지 않았어요. 피부도 반짝이는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셨잖아요. 그럼에도 ‘곱고 우아하다‘는 분위기였어요.처음엔 아주 조심스럽게 질문을 골라서 했는데, 이중섭과 만났을 때 이야기, 행복했던 신혼 생활을 이야기할 때는 꽤 오래 말씀을 하셨어요. 정확하게, 아주 밝은 표정으로. 마치 엊그제 일처럼.아 정말, 내가 만약 같은 나이가 되어도 이렇게 옛날얘기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동경심이 들었어요.민: 세 차례 인터뷰를 하셨고, 그 과정에서 미공개 편지도 발굴하셨어요. 그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오: 제가 책을 쓰게 됐다고 둘째 아들인 야스나리상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이런 편지가 남아있다’며 보여주셨어요. 야마모토 여사가 부산에 있을 때 친정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부터 일본으로 간 뒤 주변 친구들이 야마모토 여사에게 보낸 편지. 또 이중섭을 일본으로 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야마모토의 어머님이 백방으로 노력한 편지와 기록을 보내주셨죠.그다음 2019년 말에 야스나리 씨가 집에 보관된 이중섭이 쓴 편지를 추가로 발견하게 됐어요. 그중 일부를 저에게 공개해서 책에 싣게 되었습니다.민: 책을 보면 이중섭의 흔적을 찾아 제주, 부산 등을 직접 다니셨어요. 인상 깊었던 점이 있나요?오: 이중섭을 취재하기 전에 제가 북한 원산도 취재차 가본 적이 있거든요. 이중섭이 살았던 원산, 부산, 통영, 제주 모두 바다가 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곳에서 두 분이 사셨구나” 싶었고, 제주도와 부산에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이 부부와 떼어낼 수 없는 곳이 바다였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이중섭이 서울에 가서 개인전을 하다 수금에 실패해 도쿄로 오지 못하게 되었잖아요.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혹시 바다가 있는 부산이나 통영에 머물면 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중섭의 삶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함께 인터뷰에 응했던 미술사학자 최열은 “과거 한국의 이중섭 연구자들은 그의 일본 가족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었다”며 “그런 야마모토 여사의 이야기를 오누키 씨가 듣고 풀어준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오누키 씨의 책 ‘이중섭, 그 사람’은 그녀가 야마모토 여사를 인터뷰한 기록을 포함해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고 있습니다.이중섭의 편지화를 분석한 책을 발간한 최열의 인터뷰는 추후 뉴스레터에 소개하겠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수백 t의 쇳덩어리가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순간은 언제나 신기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비행기는 인간의 기술로 만들었지만 누구나 그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저 조종사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비행기에 관한 모든 것을 이해해 보기로 결심한다. “조종실은 얼핏 봐도 머리가 아프게 복잡하지만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복잡할 수밖에 없다”면서 말이다. 시작은 항공기 사고 발생 원인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항공사고 수사대’ 몇 편을 앉은자리에서 감상한 뒤부터였다. 이후 그는 비행기 꼬리에 달린 작은 날개는 무엇인지,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구름은 왜 생기는지, 엔진이 고장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행기에 관한 모든 것을 파고들었고, 결국 항공우주 엔지니어가 됐다. 대학 졸업 후 드론의 자율 비행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저자는 비행을 구성하는 기본 원리부터, 비행기 좌석 가격에 관한 이야기 등 실질적인 내용까지 정리했다. 1부는 공기의 원리, 2부는 비행기가 하늘에서 힘을 얻는 과정, 3부는 비행을 실현하기 위해 해결된 과제들, 4부는 실생활 속 비행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는다. 이론에서 점점 구체적인 내용으로 흘러가는 순서다. 엔지니어가 되기 전 비행에 관한 모든 것을 독학하며 항공과 과학에 관한 글을 온라인에 연재했던 저자는 유명 블로거이기도 하다. 현직 엔지니어와 기장 등 ‘업계 사람들’이 블로그에 찾아와 감탄과 응원을 보냈고, 여러 매체에 항공과학 칼럼을 기고했다. 덕분에 아주 쉬운 언어와 적절한 일러스트, 사진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비행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책을 읽고 나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의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질 듯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16년 11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서울 특파원이었던 오누키 도모코(48·현 정치부 기자)는 1면에 두 개의 기사를 썼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보도한 톱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1921∼2022)의 인터뷰 기사였다. 한국의 정치·문화 소식이 일본의 일간지 1면을 채운 것이다. 이후 오누키는 이중섭에 관한 책을 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는다. 일본 3대 출판사로 꼽히는 쇼가쿠칸에서 펴낸 그의 책 ‘사랑을 그린 사람’은 한국 관련 책 가운데 처음으로 2020년 쇼가쿠칸 논픽션 대상을 수상한다. 이 책이 최근 ‘이중섭, 그 사람’(혜화1117)으로 국내 출간됐다. 오누키가 미술사와 관련된 부분을 자문한 미술사학자 최열(67)도 신간 ‘이중섭, 편지화’(혜화1117)를 펴냈다. 두 사람을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오누키는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회고전을 보고 이중섭 부부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에서 서로에 대한 간절함과 믿음이 느껴졌고, 70년 가까이 홀로 산 야마모토 여사를 보며 궁금증이 계속 생겼다”고 했다. 그는 서울 특파원으로 부임할 때 ‘한일 관계에 대해 무슨 특종을 할까’를 고민한 ‘특종병 있었던 기자’라고 고백했다. 그런 그가 야마모토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흥미로운 인물 이야기였다. 한국 ‘국민 화가’의 아내로,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을 모두 겪은 인물인 야마모토를 만나기 위해 수소문했고, 마침내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야마모토 여사가 말수가 적다고 들어 걱정이 많았어요. 큰 기사를 써야 한다는 초조함도 있었죠. 그런데 이중섭과 행복했던 기억을 묻자 엊그제 일처럼 밝은 표정으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셨어요. 내가 그 나이가 되어도 그럴 수 있을까 동경심이 들었죠.”(오누키) 야마모토의 마음을 연 오누키는 부부의 미공개 편지를 새롭게 발굴해 책에 실었다. 책은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여러 자료를 토대로 시간순으로 다룬다. 최열은 이중섭이 일본에 떨어져 있던 가족에게 편지로 보낸 그림 51점을 ‘편지화’라는 장르로 새롭게 정리했다. 과거에는 편지화가 그림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여겨, 일부 편지화는 글씨는 가린 채 그림만 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단에 적힌 ‘태성 군에게’라는 글을 가리고 그림만 보이도록 액자에 넣는 식이다. 최열은 “일부 편지화는 접착제로 가린 흔적이 다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런데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이 1억 원에 편지화를 소장했고, 2016년 회고전에서 일부가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그 덕분에 편지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최열의 책은 이중섭의 편지화를 크게 그림 편지, 삽화 편지로 나눠 분석했다. 최열은 “‘안네의 일기’처럼 문학에서 일기도 하나의 장르로 분류하지만, 미술에서는 그런 인식이 아직은 낯설다”며 “이중섭 편지화 역시 예술에 필요한 조형 요소와 기준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어느 시대나 정치와 사회의 모순은 항상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 모순들의 단편입니다.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도, 부정적으로 볼 사람도 있겠지요. 저는 그저 보고 마주치는 문제를 마음에 담았다 표현할 뿐입니다.”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10일 열린 개인전 기자간담회에서 노원희 작가(76·사진)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8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이기도 한 노 작가는 아르코미술관이 중진·원로 작가의 신작 및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작업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초대전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의 주인공이 됐다. 전시는 1980년대 회화부터 신작, 대형 천 그림, 참여형 공동작업, 신문 연재소설 삽화 등 작품 95점과 기록 자료 39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1980년 소집단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의 창립 멤버로 정치적 억압이 일상을 짓누르던 그 시절 회화부터 환경과 노동 문제를 비롯해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저항을 담은 최근작까지 골고루 만날 수 있다.● 거기 ‘안’ 계셨군요 전시 제목 ‘거기 계셨군요’는 2010년 노 작가의 메모에서 따왔다. 이 대사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라스트 왈츠’(1978년)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영화의 주인공인 그룹 ‘더 밴드’가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 공연이 끝났는데도 그대로 앉아 있는 관객들을 보며 “거기 계셨군요”라고 한 뒤 연주를 다시 이어가는 장면이다. 노 작가는 이 장면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현실과 발언’이 해체된 지 20년. 회원이었던 우리 모두 함께 무대 위에 섰다고 가정해 보자. 커튼을 젖혀 보니…. 사람들이 없다. ‘아, 거기 안 계시는군요’.” 젊은 시절 저항 의식을 불태웠던 작가가 시간이 흐르며 복잡해진 현실 앞에서 느낀 무기력함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전시 기획자는 그럼에도 꾸준히, 현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작업을 이어간 그를 응원하려는 듯 전시 제목을 ‘거기 계셨군요’로 정했다. 그리고 1980년대 대표작 ‘한길’(1980년), ‘거리에서’(1980년), ‘나무’(1982년) 등을 관객 앞에 다시 소개한다. 제1전시실은 이렇게 작가가 세월호 사건, 국정농단 사건, 산업재해 등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려낸 작품으로 구성됐다.● 여자들은 무기를 들고 제2전시실은 작가가 여성으로서 특별히 관심을 가진 젠더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후 고엽제 피해를 입은 남성이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된 사연을 텔레비전에서 접하고 이를 회화로 그리거나, 여성의 가사노동이 폄하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2018년 작품인 ‘인류의 고민’과 ‘무기를 들고’는 당시 한국 사회에 일었던 미투운동을 그대로 담고 있다. 노 작가는 ‘인류의 고민’에 대해 “처음에는 고은 시인과 연극 연출가 이윤택 등 문제가 된 인물들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지웠다”고 했다. 작품에는 머리가 없이 성기만 거대한 인체가 가운데 놓여 있고, 그 옆으로 작은 인물들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다. ‘무기를 들고’는 1970년대 미국 여성운동 캠페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노해나 큐레이터는 프라이팬 등 살림살이를 무기처럼 들고 항의하는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해 “한국의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강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 19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화가 장욱진(1917∼1990·사진)이 1955년에 그린 작품이 약 60년 만에 일본에서 발견돼 한국으로 돌아온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장욱진의 작품 ‘가족’을 일본 오사카 한 소장가의 아틀리에 낡은 벽장에서 발견해 미술관 소장품으로 수집했다고 16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장욱진이 그린 가족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생 가족 도상을 그린 장욱진 가족도의 전범(典範)이 되는 그림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가족’은 1964년 서울 반도화랑에서 열린 장욱진 개인전에서 판매된 뒤 행방이 불분명했다. 장욱진이 생애 처음으로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으로, 작품 대금으로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준 일화도 전한다. 그의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이 작품을 기억하고 있었다.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장욱진 회고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당시 작품을 소장했던 시오자와 사다오(1911∼2003)의 아들 부부를 수소문했고, 오사카 근교에 있던 소장가의 아틀리에 벽장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작품을 발견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가의 아들 부부를 설득해 고국으로 작품이 돌아올 수 있게 됐다. ‘가족’은 보존 처리 과정을 마친 뒤 9월 14일부터 열리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서 공개될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6월 2일 개막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20만 명 넘게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이 전시를 찾은 누적 관객 수는 15일 기준 20만118명으로, 개막 75일 만에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 30만 명이 관람한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전보다 5일 빠른 기록이다. 이탈리아 바로크 거장인 카라바조부터 렘브란트, 인상파 작가인 모네 마네 세잔 등 거장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들을 압축적으로 담은 구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소장품인 만큼 보존 상태가 좋고 화려한 액자까지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는 후기가 나온다. 전시를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그림 속 뒷이야기를 선유이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와 함께 꼽았다.● 세잔과 졸라의 우정4부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에서 만날 수 있는 폴 세잔의 작품 ‘작업실의 난로’(1865년)는 소설가 에밀 졸라가 가장 먼저 소장하고 있었던 작품이다. 졸라는 세잔이 고향 프랑스 액상프로방스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로, 졸라가 먼저 파리에서 작가로 성공한 뒤 세잔에게도 파리로 올 것을 권했다. 두 사람의 우정은 1886년 졸라가 쓴 소설 ‘작품’으로 끝이 난다. 소설 속 주인공은 화가였는데 새로운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소설을 읽고 마치 자신을 그린 듯해 상처받은 세잔은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 후 약 20년간 유명한 생트빅투아르산을 그렸다.● 백지수표를 받은 그림유럽 아카데미 미술에서 풍경화는 역사화, 인물화, 정물화 다음으로 가장 소홀한 대접을 받았던 장르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클로드 로랭이 풍경화에 역사를 결합하면서, 풍경화의 인기가 치솟았다. 로마에서 풍경화를 수집했던 로렌초 오노프리오 콜론나(1637∼1689)는 로랭과 니콜라 푸생의 작품을 갖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전시 3부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살바토르 로사의 ‘머큐리와 거짓말쟁이 나무꾼이 있는 풍경’(1663년경)을 손에 넣고 싶어 했다. 그는 로사에게 백지수표를 보내 원하는 금액을 쓰면 그 금액을 주겠다고 했고 결국 이 작품을 갖게 됐다.● 보티첼리의 선 원근법1부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에서 만날 수 있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왼쪽부터 성 제노비오가 어머니를 때려서 저주받은 두 아들을 치료하는 장면, 죽은 소년을 살리는 장면, 시각 장애인의 눈을 치료하는 장면이다. 이런 복잡한 그림을 정돈되게 만든 비법은 바로 르네상스 시기 미술사를 바꾼 ‘선 원근법’이다. 그림 속 여러 개의 직선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 ‘소실점’을 기준으로 그림의 건물과 공간들이 원근법에 따라 정리된 것을 볼 수 있다.● 세금 대신 기증한 그림들영국은 19세기부터 유산세를 도입했다. 사람들은 죽기 전에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으로 유산세를 피했다. 그러다 20세기 중반 유산세가 ‘재산증여세’로 바뀌면서 세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거액의 세금을 내기 위해 부자들은 갖고 있던 미술 작품을 팔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문화재나 미술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금 대신 미술품을 받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헨리 레이번, 존 컨스터블, 폴 세잔, 존 싱어 사전트의 작품도 소장가들이 세금 대신 나라에 낸 작품들이다.● 엑스선의 비밀18세기 말 스페인 출신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가 그린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1805년)의 초상화는 원래 남자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1980년 내셔널갤러리가 이 그림을 엑스선으로 촬영해 분석해 보니 그림 아래에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 알게 된 사실이다. 고야는 남자 초상화를 그린 뒤 그 위에 새로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을 그렸다. 화가들은 이렇게 이미 사용한 캔버스 위에 다른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이 지난해 9월 처음 열렸을 때 한국을 방문한 해외 미술 관계자는 주최 측 추산 8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다수는 작품 판매를 위해 참가한 갤러리 관계자였지만 연계 프로그램 등을 위해 찾은 큐레이터나 미술 기관 관계자도 적지 않았다. 서울뿐 아니라 미국 뉴욕, 스위스 바젤, 중국 홍콩 등 글로벌 미술 허브를 찾아다니는 이들에게 아트페어에 나온 작품들은 익숙하다. 세계적 갤러리들이 판매하는 작품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한국 미술 현장을 소개하는 전시가 국내 여러 사립미술관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15일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제22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 9월 6∼10일), ‘제2회 프리즈 서울’(9월 6∼9일)을 앞두고 한국의 차세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자하미술관, 뮤지엄헤드와 서울 강남구 송은에서 열린다. 송은은 서로 다른 세대와 주제·매체를 다루는 작가 16명이 참가하는 단체전 ‘PANORAMA(파노라마)’를 이달 16일부터 10월 28일까지 연다. 최근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홍승혜부터 동양화 채색 기법을 활용하는 이진주, 온라인에서 유튜버 ‘체리 장’으로 분해 여러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된 류성실, 불화의 형식을 차용한 박그림 등 다양한 작가군이 포진해 있다. 로렌시나 화란트 리 송은 관장은 “한국 미술 현장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더 다양한 한국 작가들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며 “한국 작가들도 해외 어디에서나 충분히 주목받을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키아프·프리즈 연계 프로젝트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문 기획출판물 발간 등을 집중 지원할 작가 13명을 선정했다”며 “이들 중 일부를 오프라인으로도 소개하고자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트선재센터는 2010년대 이후 등장해 공간과 물질 등을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작업한 작가 6명이 참여하는 그룹전 ‘오프사이트’를 18일부터 10월 8일까지 연다.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와 리움미술관 그룹전 ‘구름산책자’에 참가했던 현남 작가, 얇은 실로 전시 공간에 그림을 그리듯 설치 작업을 하는 오종 등의 작품 10여 점을 선보인다. 이 밖에 뮤지엄헤드는 젊은 작가 25명의 작품 30여 점을 통해 미술 시장에서 조명받지 못한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이야기하는 ‘더비 매치: 감시자와 스파이’(9월 1일∼10월 30일)를, 자하미술관은 작가 7팀이 참여해 인류세 시대(Anthropocene·인간의 개발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꿔 놓은 새로운 시대)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살아갈 땅을 제시하는 ‘하이브리드-그라운드’(8월 20일∼10월 22일)전을 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김환기, 이중섭과 시대를 공유한 1세대 서양화가이지만 1950년 월북해 잊힌 임군홍(1912∼1979·사진)의 작품이 40여 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서울 강남구 예화랑은 임군홍의 아들 임덕진 씨(75)와 함께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화가 임군홍: 근대를 비추다’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가족들이 70년 넘게 보관하던 임군홍의 작품 117점으로 구성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미완성작 ‘가족’을 포함해 1930, 40년대 그린 유화 79점,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작품 ‘북평낭’ ‘소녀상’ 등 5점과 앙리 마티스의 화풍을 연상케 하는 1946년 작 ‘모델’ 등을 볼 수 있다. 임군홍은 전문 교육을 받은 화가는 아니지만, 수완이 좋아 1940년대 중국 우한 등에서 디자이너 일을 하며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광복 후 서울에 온 그는 1947년 달력에 월북한 무용가 최승희의 사진을 사용했다가 6개월 가까이 수감됐고, 출소 후 특별 사면을 받았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가족을 두고 북으로 떠났다. 그 후 잊힌 존재가 되었다가 월북·납북 작가 해금 분위기가 형성된 1984년 롯데화랑 전시, 1985년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으로 다시 관객을 만났다. 임덕진 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방 한 칸은 꼭 작품 보관에 사용했다”며 “아버지 작품의 기량과 예술론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고 밝혔다. 9월 26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영국의 새로운 국왕인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올 5월 6일 성대히 거행되었습니다. 사실 ‘찰스’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그리 반가운 이름이 아닙니다. 찰스 1세는 영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하들에게 붙잡혀 반역죄로 처형당한 비운의 국왕입니다. 아들 찰스 2세는 폐위와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죠. 찰스 2세 이후 오랜만에 찰스라는 이름의 국왕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기념해 역대 찰스 왕들의 미술 세계를 초상화와 엮어 읽어 보겠습니다.이미지 메이킹의 귀재후계자가 없었던 엘리자베스 1세의 뒤를 이은 제임스 1세는 원래 스코틀랜드 국왕이었는데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왕위까지 물려받아 최초로 영국 통합 군주가 됩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인 찰스 1세는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지 못했고, 이를 위해 이미지 메이킹을 묘안으로 내세웁니다. 여기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찰스 1세는 어릴 때부터 병약해 160cm도 안 될 만큼 키가 작았고, 성격마저 내성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위대하게 그려줄 화가가 필요했습니다. 루벤스 공방 출신으로 촉망받던 33세 안토니 반 다이크가 궁정화가로 낙점됩니다. 반 다이크가 궁정화가로 임명된 이듬해 그린 찰스 1세의 기마 초상은 로마 최전성기 황제들처럼 그를 강력한 지배자로 각인시킵니다. 말을 탄 모습으로 표현해 키가 훨씬 더 커 보이고, 왕의 오른쪽 아래 붉은 옷을 입은 시종이 그를 우러러보고 있습니다. 또 찰스 1세가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초상화도 그의 탁월한 연출 능력을 보여줍니다. 빛이 찰스 1세의 전신을 골고루 비추며, 챙이 넓은 모자가 왕의 얼굴을 후광처럼 감쌉니다. 또 몸은 옆을 향한 채 고개와 다리만 비스듬히 관람자 쪽을 향합니다. 왼손 팔꿈치가 화면을 향해 강렬한 입체감을 선사하죠. 바로 뒤에 있는 말도 온순히 머리를 조아리며 왕의 권위를 예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로 이미지를 쇄신하려던 찰스 1세의 노력은 통하지 못했습니다. 스페인,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의회와 갈등을 빚게 됩니다. 결국 영국의 정치계는 왕당파와 의회파로 갈려 내전이 벌어졌고, 찰스 1세는 반역죄로 체포된 후 처형장에 세워졌습니다. 찰스 1세는 비록 오명을 썼지만 예술적 안목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가 수집한 미술 컬렉션 상당수는 지금까지 영국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주요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스튜어트 왕조, 비극의 주인공들영국 국왕의 권위는 점점 약해지고, 찰스 왕을 배출한 스튜어트 가문 일족도 가혹한 역사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반 다이크가 그린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의 초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스코틀랜드 출신 귀족이자 찰스 1세의 친척으로 공작이나 백작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반 다이크가 궁정화가로 일할 때 그려진 이 초상화는 현재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통해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왼쪽의 황색 옷을 입은 사람이 당시 17세의 형 존 스튜어트, 청색 옷을 입은 사람이 한 살 아래 동생 버나드 스튜어트입니다. 그림의 크기가 상당합니다. 높이가 2.4m에 폭이 1.5m 정도로 그림 속 인물들은 실제 인물보다 더 커 보입니다. 이 그림은 형제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으로 포즈에서 풍기는 자신감과 화려한 레이스 장식이 달린 의복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비단 특유의 광택과 매끈한 질감을 생생하게 표현했죠. 이런 점 때문에 영국 귀족들이 반 다이크의 그림을 선호했습니다. 형제가 황색 청색, 대조적인 느낌의 옷을 입고 있는 데다 자세와 시선도 달라 은근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죠. 왼쪽 계단 위에 서 있는 형 존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면, 오른쪽의 동생 버나드는 한쪽 다리를 계단 위에 올리고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봅니다. 특히 허리에 왼쪽 손을 올린 버나드의 자세는 찰스 1세의 사냥하는 초상화 속 자세와 거의 똑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감 넘쳐 보이는 두 청년이 맞이할 험난한 인생사를 알게 되면 그림은 달리 보입니다. 형 존은 왕당파의 기병대를 지휘하며 의회파에 맞서 싸우다 1644년 부상으로 사망합니다. 그의 나이 겨우 23세였죠. 버나드 역시 1645년 로턴 히스 전투에서 전사하고 맙니다. 두 형제의 이 같은 비극적 운명을 알고 그림을 보면 반 다이크가 그려낸 당당한 청년 귀족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영국 역사에서 찰스라는 이름은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닙니다. 찰스 1세는 처형된 왕이고, 찰스 2세는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죠. 그의 친인척들도 젊은 나이에 비극적 결말을 맞이합니다. 찰스 2세가 1685년 사망하고 337년 만에 등장한 세 번째 찰스 국왕이 역대 찰스 왕들의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부디 새롭게 영국을 이끌어갈 찰스 3세는 앞선 찰스 왕들의 운명을 따라가지 않길 마음속 깊이 응원해 봅니다!이번 주 ‘영감 한 스푼’은 최근 출간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의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사회평론) 속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정리=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여러분 안녕하세요?미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2016년부터 시작돼 7권까지 발간되고 30만 명이 본 미술 교양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현재 8권 바로크편을 집필하고 계신 저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님께서,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계기로 ‘난처한 미술이야기’ 특별판을 출간하셨는데요.바로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에 얽힌 사회와 역사의 맥락을 자세히 소개한 ‘난처한 미술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입니다.양 교수님은 한국예술연구소장, 한국미술사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미 존스홉킨스대와 메릴랜드 미술대학에서 방문 교수로 미술사를 연구하는 등 학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다락방에서 발견한 백과사전 삽화에 마음을 빼앗긴 후 미술을 운명이라 믿었고,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런던대(UCL)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았죠.영국 유학 시절 수시로 찾았던 내셔널갤러리를 양 교수님은 “미술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일깨워 준 각별한 곳“이라며, 한국에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 친구들이 오는데 잘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펴냈다고 전했습니다.카라바조부터 안토니 반 다이크, 에두아르 마네, 티치아노 등 굵직한 작품은 물론 요아힘 베케라르, 안토넬로 다 메시나 등 숨은 흥미로운 작품까지 자세히 소개한 책을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요. 독자 여러분께도 이 책을 ‘맛보기’로 보여드리고 싶어, 양 교수님께 책의 일부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감사하게도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오늘은 ‘난처한 미술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에서 ‘안토니 반 다이크, 권력은 어떻게 연출되는가‘ 장의 내용을 뉴스레터 분량에 맞게 요약, 편집해 보여드립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안토니 반 다이크, 권력은 어떻게 연출되는가?영국의 새로운 국왕인 찰스 3세의 대관식이 2023년 5월 6일 성대히 거행되었습니다. 사실 ‘찰스’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그리 반가운 이름이 아닙니다. 찰스 1세는 영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하들에게 붙잡혀 반역죄로 처형당한 비운의 국왕입니다.아들 찰스 2세는 폐위와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죠. 찰스 2세 이후 오랜만에 찰스라는 이름의 국왕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기념해 역대 찰스 왕들의 미술세계를 초상화와 엮어 읽어보겠습니다.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와 영국 최초로 처형당한 왕찰스 1세는 후계자가 없었던 엘리자베스 1세의 뒤를 이은 친척 제임스 1세의 아들입니다. 제임스 1세는 원래 스코틀랜드 국왕이었는데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왕위까지 물려받아 최초로 영국 통합군주가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달리 찰스 1세는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지 못했고, 이를 위해 이미지 메이킹을 묘안으로 내세웁니다.다만 여기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찰스 1세는 어릴 때부터 병약해 160cm도 안될만큼 키도 작고 성격마저 내성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위대하게 그려줄 화가가 필요했고, 루벤스 공방 출신으로 촉망받던 33살 안토니 반 다이크가 낙점됩니다반 다이크가 궁정화가로 임명된 이듬해 그린 찰스 1세의 기마 초상은 로마 최전성기 황제들처럼 그를 강력한 지배자로 각인시킵니다. 말을 탄 모습으로 표현해 키가 훨씬 더 커보이고, 왕의 오른쪽 아래 붉은 옷을 입은 시종이 그를 우러러보고 있습니다.찰스 1세가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초상화도 그의 탁월한 연출 능력을 보여줍니다. 빛이 찰스 1세의 전신을 골고루 비추며, 챙이 넓은 모자가 왕의 얼굴을 후광처럼 감쌉니다.또 몸은 옆을 향한 채 고개와 다리만 비스듬히 관람자 쪽을 향합니다. 왼손 팔꿈치가 화면을 향해 강렬한 입체감을 선사하죠. 바로 뒤에 있는 말도 온순히 머리를 조아리며 왕의 권위를 예찬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미술로 이미지를 쇄신하려던 찰스 1세의 노력은 통하지 못했습니다. 스페인, 프랑스와 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의회와 갈등을 빚게 됩니다. 결국 영국의 정치계는 왕당파와 의회파로 갈려 내전이 벌어졌고, 찰스 1세는 반역죄로 체포된 후 처형장에 세워졌습니다.찰스 1세는 비록 오명을 썼지만 예술적 안목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가 수집한 미술 컬렉션 상당수는 지금까지 영국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주요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스튜어트 왕조, 비극의 주인공들영국 국왕의 권위는 점점 약해지고, 찰스 왕을 배출한 스튜어트 가문 일족도 가혹한 역사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반 다이크가 그린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의 초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스코틀랜드 출신 귀족이자 찰스 1세의 친척으로 공작이나 백작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반 다이크가 궁정화가로 일할 때 그려진 이 초상화는 이번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을 통해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왼쪽의 황색 옷을 입은 사람이 당시 17세의 형 존 스튜어트, 청색 옷을 입은 사람이 한 살 아래 동생 버나드 스튜어트입니다. 그림의 크기가 상당합니다. 높이가 2.4미터에 폭이 1.5미터 정도로 그림 속 인물들은 실제 인물보다 더 커 보입니다.이 그림은 형제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으로 포즈에서 풍기는 자신감과 화려한 레이스 장식이 달린 의복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비단 특유의 광택과 매끈한 질감을 생생하게 표현했죠. 이런 점 때문에 영국 귀족들이 반 다이크의 그림을 선호했습니다. 형제가 황색 청색, 대조적인 느낌의 옷을 입고 있는데다 자세와 시선도 달라 은근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죠.왼쪽 계단 위에 서 있는 형 존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면, 오른쪽의 동생 버나드는 한쪽 다리를 계단 위에 올리고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봅니다. 특히 허리에 왼쪽 손을 올린 버나드의 자세는 찰스 1세의 사냥하는 초상화 속 자세와 거의 똑같습니다.하지만 이렇게 자신감 넘쳐 보이는 두 청년이 맞이할 험난한 인생사를 알게 되면 그림은 달리 보입니다. 형 존은 왕당파의 기병대를 지휘하며 의회파에 맞서 싸우다 1644년 부상으로 사망합니다. 그의 나이 겨우 23살이었죠.버나드 역시 1645년 로우톤-히스 전투에서 전사하고 맙니다. 두 형제의 이 같은 비극적 운명을 알고 그림을 보면 반 다이크가 그려낸 당당한 청년 귀족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애잔하게 다가옵니다.이처럼 영국 역사에서 찰스라는 이름은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닙니다. 찰스 1세는 처형된 왕, 찰스 2세는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죠. 그의 친인척들도 젊은 나이에 비극적 결말을 맞이합니다.찰스 2세가 1685년 사망하고 337년 만에 등장한 세 번째 찰스 국왕이 역대 찰스 왕들의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부디 새롭게 영국을 이끌어갈 찰스 3세는 앞선 찰스 왕들의 운명을 따라가지 않길 마음속 깊이 응원해봅니다!※이번주 ‘영감 한 스푼’은 최근 출간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내셔널 갤러리 특별판’(사회평론) 속 원고를 뉴스레터에 맞춰 요약 편집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평생 엄청난 명성을 얻었지만 완성작이 극히 적고 건축물을 짓지도 않았다. 긴 글을 쓰거나 철학, 문학 등 인문주의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과 과학 지식 탐구를 통해 그는 예술가가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즉, 다빈치는 세상을 과학적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예술을 제시한 것이다. 영국 런던 코톨드 미술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저자가 미술품이 인간과 자연의 만남에 대한 기록이었다는 관점을 토대로 방대한 미술의 역사를 기록했다. 미술은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 속에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 공포, 대담함 등이 담겨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에는 우리 자신, 인간의 본성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선사시대 인류는 동굴 벽에 사자나 소와 같은 동물을 그리고, 별자리를 그리면서 세상을 기록했다. 그러다 메소포타미아·이집트에 이르면 지배자의 생생한 이미지를 포착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세우기도 했다. 이 무렵 중국의 진시황은 수많은 테라코타 병사를 제작해 무덤을 지키게 했다. 인간이 바라본 세상을 어떻게 이미지로 만드는가에 관한 과정을 저자는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 르네상스 시대 무렵을 묘사할 때는 ‘베네치아의 화가들이 큼직한 붓으로 시적인 분위기를 포착했다면, 북쪽의 플랑드르 화가들은 작은 붓으로 세상을 축소했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이미 그려진 그림 속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 낸 인간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했는지를 유추하고 풀어간다. 유럽을 중심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다양한 지역의 미술을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광범위하게 펼쳐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100개의 다리로 연결된 다채로운 풍경’으로 설명한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진 이미지들이 수많은 다리로 연결된 광경은 결국 인간의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본성을 의미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올해 10주년을 맞는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축제인 ‘2023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이 2일부터 5일까지 서울대 일원에서 열린다. 김대진 클래식 음악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노영심 팝 음악감독, 서혜연 운영 감독(서울대 성악과 교수) 등 국내 유명 음악인이 멘토단으로 참여한 축제는 음악·미술 레슨과 공연, 문화 체험 부스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전 세계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비장애인 각각 120명, 자원봉사자 50명, 강사와 운영진 80명, 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발달장애인) 330명 등 총 700여 명이 참여한다. 팬데믹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해외 참가자들도 4년 만에 함께해 올해 페스티벌 주제를 ‘고마워’(Thank you)로 정했다. 페스티벌 첫날인 2일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멘토가 함께 준비한 개막 콘서트가 열렸다. 3일에는 노영심과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가 팝 콘서트 ‘데일리 콘서트 I’을 선보였다. 4일 오후 7시 반에는 김대진 클래식 음악감독 등 5명의 멘토와 발달장애 아티스트 13명이 펼치는 ‘36핸즈 피아노 앙상블’이 열린다. 5일 오후 1시에는 폐막 콘서트가 열린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연습과 공연으로 성장한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을 무대에서 볼 수 있다. 각 공연은 스페셜올림픽 코리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나 위원장은 “장애 아티스트와 멘토 연주자들의 협연 및 공연으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이 축제가 국제 장애인사회에 기여하는 대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장애문화예술지원법’이 더 탄탄한 뒷받침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30만 독자가 읽은 미술 교양 시리즈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가 2016년 출간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국내 전시 개최에 맞춰 특별판(사진)을 발간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해설한 ‘난처한 미술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사회평론)이다. 이 시리즈 7권을 써 온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56)를 지난달 31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영국 런던대(UCL)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내셔널갤러리는 내게 미술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함께 일깨워준 각별한 곳”이라며 “오랜 친구들(작품들)이 한국에 온다는데 잘 대접하고 싶었다”고 했다. 양 교수와 함께 전시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를 짚어봤다.● 베케라르 정물화, 화끈한 ‘플렉스’ 양 교수의 신간은 글 10편을 통해 내셔널갤러리 작품 감상의 핵심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플랑드르에서 활동했던 화가 요아힘 베케라르의 ‘4원소: 물’(1569년)과 ‘4원소: 불’(1570년)을 반가운 작품으로 꼽았다. “작품이 그려진 안트베르펜은 성상 파괴 운동을 겪어 종교화가 줄고 상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그 결과 이 그림에서는 풍요로운 정물은 전면에, 종교적인 메시지는 후면으로 밀려나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죠.” 두 작품 중 ‘물’은 물고기가 쏟아질 듯 넘치는 수산물 시장을, ‘불’은 고기가 그득한 부엌을 표현했다. ‘4원소’ 중 한국에 오지 못한 작품인 ‘공기’는 가금류와 알을, ‘땅’은 채소와 과일을 묘사했다. 4점 모두 각각 폭 2.1m, 높이 1.6m가 넘는 대작으로 그림 전면에 왕족, 귀족·성직자가 아닌 부유한 상인 즉 ‘제3신분’이 부각된 것이 특징이다. 양 교수는 이 연작이 자본주의가 형성되며 생긴 새로운 사회 질서, 종교에 대한 태도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 넘치는 탐스러운 상품을 부끄러움 없이 화끈하게 즐기는 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라며 “다만 그림의 가장 깊은 곳에 성경의 내용을 배치해 교훈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역사성 보여주는 ‘역대급’ 회화들 영국 찰스 1세가 고액 연봉과 런던 템스강변 저택, 왕궁 내 개인 숙소까지 마련해 주며 데려온 궁정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의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찰스 1세의 친척을 그린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로, 형제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섬세한 의복 질감은 눈으로 봤을 때 감동이 더하다. 양 교수는 토머스 게인즈버러의 초상화 ‘의사 랄프 숌버그’도 이번 전시에서 보다 자세히 보고 그 의미를 짚어내며 놀란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왕과 귀족만이 주인공이었던 초상화에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며 “표현의 작위성이 줄어들고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미술이 어떻게 현실에 가까이 오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서양미술사 교양서적의 단골 손님인 렘브란트의 노년 자화상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양 교수는 작품에 담긴 시대상과 사회적 변화, 문명사적 의미를 짚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술 작품이 단순히 예쁘고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과거가 남긴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며, 이 때문에 선진국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적극 투자한다는 것. 양 교수는 “이번 전시는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역사적 맥락을 보고 소장한 양질의 회화가 대거 온 ‘역대급 전시’”라며 “이런 작품들을 해외에 직접 가지 않고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좋은 작품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즐거움에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작품 속에 묻은 인간사의 단면을 끄집어내며 호기심을 충족하는 기쁨을 느낀다. 이런 즐거움과 기쁨을 담아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56)가 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7권이 출간됐고 30만 독자가 탐독했다. 최근 이 시리즈 최초 특별판인 ‘난처한 미술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사회평론)이 출간됐다. 영국 런던대(UCL) 박사 학위를 받은 그에게 내셔널갤러리는 각별한 곳. “오랜 친구들이 한국에 온다는데 잘 대접하고 싶었다”는 그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찾아 눈여겨볼 포인트를 짚었다.베케라르 정물화, 화끈한 플렉스 양 교수의 신간은 글 10편을 통해 전시된 작품을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중에서 요아힘 베케라르의 ‘4원소: 물’(1569년)과 ‘4원소: 불’(1570년)을 그는 반가운 작품으로 꼽았다. “작품이 그려진 안트베르펜은 성상 파괴 운동을 겪어 종교화가 줄고 상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그 결과 이 그림에서는 풍요로운 정물은 전면에, 종교적인 메시지는 후면으로 밀려나는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죠.” 두 작품 중 ‘물’은 물고기가 쏟아질 듯 넘치는 수산물 시장을, ‘불’은 고기가 그득한 부엌을 표현하고 있다. 전체 4점으로 나머지 작품인 ‘공기’는 가금류와 알을, ‘땅’은 채소와 과일을 묘사하고 있는데 폭 2.1m, 높이 1.6m가 넘는 대작으로 부유한 상인이 주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그림 전면에 왕족, 귀족·성직자가 아닌 부유한 상인 즉 ‘제3신분’이 부각된 것도 특징이다. 양 교수는 이것이 자본주의가 형성되며 생긴 새로운 사회 질서, 종교에 대한 태도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 넘치는 탐스러운 상품을 속절없이, 부끄러움 없이 화끈하게 즐기는 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라며 “다만 그림의 가장 깊은 곳에 성경의 내용을 배치해 교훈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두 작품은 각각 성경 속 ‘고기잡이의 기적’(물), ‘마르타와 마리아’(불)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과거와 다르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성모자상 등 성경 속 단순한 주제가 사용됐지만, 이 주제들은 성경을 읽은 사람이 알 수 있는 깊은 주제다. 양 교수는 “종교개혁과 인쇄술의 발달로 성경의 독자가 늘어나면서 가능하게 된 현상”이라고 했다. 시차 없이 보는 ‘역대급’ 회화 전시 이 밖에 양 교수는 윌리엄 터너가 보고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전해지는 클로드 로랭의 ‘성 우르술라의 출항’, 영국의 ‘국민 화가’ 터너의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으로 꼽히는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에두아르 마네의 ‘카페 콩세르의 한 구석’ 등 전시장 속 작품들을 책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그는 “이 시대에 왜 이런 그림이 그려졌고, 어떠한 사회적 변화가 있었으며, 문명사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역사적 맥락이 담긴 좋은 작품들이 한두 점도 아닌 여러 점으로 이정도 회화가 온 적은 없었던 ‘역대급 전시’라는 생각이 든다”며 “시차 적응하는 고생 없이 맑은 정신으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달리는 자동차의 보급과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의 등장.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일상이 급격하게 변했던 20세기 초반 이탈리아 예술가들은 ‘미래주의 선언’(1909년)을 하기에 이른다. 산업화와 도시의 속도감을 찬양했던 이들의 예술은 러시아 미래파, 영국 소용돌이파 등에도 영향을 주며 미술사에 자리매김했다. 이 미래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움베르토 보초니의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 청동 버전 조각품이 한국에 왔다. 이 조각품을 비롯해 이탈리아 근현대 미술작품 70여 점을 볼 수 있는 전시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이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최근 개막했다. 개념미술 작품으로 유명한 피에로 만초니의 ‘마법의 발판’, 아르테 포베라 예술 운동(196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전위적 예술 운동으로 일상적 재료로 작업)의 주역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에트루리아인’도 전시에서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이탈리아 특유의 유머와 활기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대표적 조각가인 마리노 마리니의 청동 조각 ‘말’은 쓸쓸하지만 따뜻한 서정성이, 자신의 발자국을 나무 상자 위에 놓은 만초니의 ‘마법의 발판’은 뒤통수를 치는 듯한 재치가 느껴진다. 전시장 구석에서는 수시로 전화가 걸려 오는 다니엘레 푸피의 전화기 작품 ‘런던 콜링’이 관객을 놀라게 만든다. 주한 이탈리아대사관, 이탈리아문화원이 주최한 이 전시는 이탈리아 외교협력부가 사용하고 있는 로마 파르네시나궁의 예술 작품 중 일부를 한국에 소개한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는 1960년까지 로마 키지궁을 사용하다 그곳을 총리 관저로 내어주고, 지금의 파르네시나궁으로 이전했다. 금과 대리석으로 치장된 키지궁과 달리 소박한 파르네시나궁을 외교협력부 직원들은 약 40년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다 독일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1998년 귀국한 움베르토 바타니 현 베네치아국제대 총장이 친분이 있던 미술가들에게 작품 대여를 요청해 예술 작품을 파르네시나궁 곳곳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파르네시나 컬렉션’은 지금도 소장품이 아니라 시기별로 대여하는 다른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탈리아의 저명 평론가 겸 큐레이터인 보니토 올리바(84)가 전시 기획을 맡았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그는 1995년 비엔날레 전시관에 한국관이 생기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한국을 13일 찾은 알레산드로 데 페디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공공문화외교국장은 “이탈리아 미술은 로마, 르네상스, 바로크 이후에도 번성했다”며 “이탈리아 현대미술을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8월 20일까지. 1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제주도에 있는 ‘포도뮤지엄’에 가면 음악가 나이트오프(이이언, 이능룡)이 노래를 만들고 미술가 최수진이 영상을 만든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들을 수 있답니다.1년 전에 완성되어 미술관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이 음악과 영상이 최근 유튜브와 음원으로도 공개되었습니다. 목탄으로 그려 지우개로 지운 흔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드로잉은 따스한 손을 떠올리게 하고, 나이트오프의 가사와 음악은 소외된 모든 사람들을 어루만지려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이들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서로의 톤에 맞추고 절제하며 만들다최수진과 나이트오프가 노래와 영상을 만들게 된 데에는 포도뮤지엄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미술관 전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기획한 김희영 대표는 뮤지컬 헤드윅의 ‘사랑의 기원’처럼,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겼던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했고, 그에 맞는 예술가로 두 팀에게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김민(민): 제작 과정이 어떤 순서로 진행됐나요?이이언(언): 처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여러 고민을 하다가 최수진 작가에게 스토리보드와 인물 스케치를 먼저 받아 출발했어요.이능룡(능): 수차례 소통의 과정이 있었죠. 음악을 만들어 들려 드리고, 작가님이 또 짧은 클립을 보여주시고. 서로 맞는 톤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민: 영상과 가사에 바다가 등장하고, 또 바닥에 선을 긋고 없어지는 장면이 인상깊어요.최수진(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미술관 전시 서문을 대신해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컨셉을 전달받았어요. 그리고 첫 회의에서는 ‘하나의 돌’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을 했습니다.언: 하나의 돌에 모든 존재들이 모여 있다가 그 사이를 바다가 가로 막으면서 함께했던 사람들이 따로 지내게 되는… 그런 식의 우화적인 비유에 관한 이야기에요.능: 전시가 완성되고 난 뒤 음악과 영상을 만든게 아니라 초반 작업부터 함께 하다보니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와 말들이 섞여가며 작업을 했습니다.끊임없이 이어지는 드로잉민: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을 보면 목탄 드로잉의 흔적이 없어지지 않고 그 위에 다른 그림이 오버랩 되어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어떤 것을 염두에 두셨나요?최: 기획 단계에서는 윌리엄 켄트리지 느낌의 목탄 이야기가 나왔는데, 따뜻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펠트나 털실을 사용해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지워도 흔적이 남는 목탄으로 결정했고, 흑백이지만 풍부한 화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민: 흔적이 남는 것을 왜 보여주고 싶었나요?최: 평화로운 마을이 급작스러운 재난을 맞고, 그런 사건의 여운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랐어요.능: 마을에 위성이 떨어져 사고가 났는데, 그것이 뭉게구름이 되고 그 구름 안에서 사람이 나와서 도망치고… 흔적 안에서 다른 스토리가 나와서 이어지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제작할 때 최수진 작가 작업실에 지우개 가루가 산처럼 쌓였었답니다.최: 봄에 3-4달 작업을 했는데, 유화 옆에서 목탄을 쓰면 가루가 다 달라 붙어서 방 하나를 따로 사용했어요. 공기청정기 두 개를 돌렸는데도 나중에 그 방 전체가 새카만 목탄 가루로 가득 찼어요.소외된 모든 존재를 위한 사랑노래민: 음악은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 사운드가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요.능: 첫 요청을 받을 때는 직설적이고 파워풀한 느낌을 이야기했는데, 나이트오프가 원래 하던 스타일대로 조용한 이야기가 더 깊게 전달하기 좋을 거라고 다시 의견을 냈고 흔쾌히 받아들여졌어요. 좀 더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작업의 흐름이었습니다.언: 사회적 이슈를 테마로 노래를 만들면 자칫 구호처럼 될 수도 있잖아요. 그걸 피하고 싶었고, 그래서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소수자, 혹은 사랑 이야기처럼 들리기를 바랐어요. 사람들의 감정을 다양한 관점에서 어루만져줄 수 있는 곡이 되길 원했고 이 때문에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어요. 지금까지 한 가사 작업 중에 가장 오래 걸렸고 힘들었던 곡이었어요.민: ‘우리가 택한 것과 택한 적 없었던 모든 것들로 우리가 우리가 된 걸요’ 라는 가사가 그렇게 느껴졌어요. (모든 사람은 다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까…)언: ‘오래된 오해들을 웃어버려요’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소수자에 대해 갖는 편견,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와 공포를 생각했어요. 그런 표현들을 잘 정리해 담으려고 애썼죠.민: 그리고 음악이 절정에 달할 때 말풍선이 나타나고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공감이 됐어요.최: 사람들의 마음을 경계를 허무는 매개로 강아지가 등장한 것도 중요해요. 주인공이 배척을 당하지만, 그는 또 약자인 강아지를 구해주거든요. 이렇게 강자와 약자가 정해진게 아니라 누구든 약자이고 이방인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강아지는 흑이든 백이든 상관하지 않고 누구든 먼저 탐색하고 경계를 뚫고 나간 뒤 친구와 가족이 되거든요.언: 또 이 곡에서 ‘우린 다르기엔 너무 같아요’라는 가사가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이 사람을 넘어 모든 생명에게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영상에서 강아지가 등장함으로서 동물권에 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서 좋았어요.민: 나이트오프의 음악이 미술관에서 보여지게 된 것은 어떤 기분이었나요?언: 우선 보통은 뮤직비디오 작업을 할 때 음악이 주가되고 영상은 그 다음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뭐가 메인이라고 할 수가 없었고, 계속해서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새로운 자극이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능: 전시장에서 기분이 묘했어요. 은유적으로 주제를 다루는 미술가들의 작품을 보다가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영상을 보니 관객에게 좀 더 친절히 설명해주는 느낌이었고, 우리의 작업이 미술관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구나 그 때 이해가 됐어요.-전시가 열리는 1년 동안 미술관에는 음원을 공개해달라는 요청도 왔다고 합니다. 또 ‘나이트오프’의 팬들은 제주도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미공개음원을 멀리서 궁금해했고요.다음달 초에는 이 음원이 한정판 LP로 발매된다고 합니다. 또 포도뮤지엄의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전시는 9월 3일까지 무료로 공개된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전시장에 직접 가셔서 들어보세요!※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44·사진)의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가상의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여성 라이더를 주인공으로 한다. 효율적으로 일하고자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라 이동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쳐도 배달을 멈출 수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그는 ‘기그 이코노미’(임시 계약 경제)의 단면을 그렸다. 김 작가는 이 작품으로 지난달 12일 세계적 미디어 아트 어워드인 ‘2023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고상인 골든 니카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철학, 위상수학, 물리학의 개념을 훌륭한 시각 서사로 결합해 우리가 살고 있는 다층적이고 통제 불가한 세계를 성공적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그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만났다. 김 작가는 팬데믹 기간에 “배달 음식을 문 앞에 두고 얼굴을 볼 기회도 없이 사라지는 라이더들이 ‘유령 근로자’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들의 삶이 궁금해 직접 6년 동안 일한 베테랑 여성 라이더를 만나 배달도 나가 보면서 실상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알고리즘이 픽업지에서 배달지까지 거리를 직선으로 계산해 배달료를 책정해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배달료에 관한 할증 정책이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되며 라이더를 통제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작품에선 플랫폼의 틀을 벗어나고 싶지만 생존을 위해 계속할 수밖에 없는 배달 라이더의 절망이 느껴진다. 그는 “젊은 세대가 처한 문제가 정말 다양하겠지만 Z세대 중 어떤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기에 자기 계발도 불가능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절망적 현실 앞에서 그는 한탄하기보단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런 태도가 ‘아프로 퓨처리즘’(아프리카의 전통 문화와 판타지를 접목시킨 것)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로 퓨처리즘에서 흑인 예술가들은 타임슬립, 공상과학(SF) 등의 형태로 고달픈 현실의 대안적 서사를 제시한다. 기존의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수상작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기술이 강조된 작품도 많은데,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단채널 영상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기술의 새로움보다 사회와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묘사한 것이 높이 평가받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올해부터 심사할 때 기술보다 예술적 실험에 방점을 두기로 하면서 저에게 좋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23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시상식은 9월 6∼10일 열리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기간에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개최된다. 김 작가는 전시 상영 시상식과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할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