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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국수(國手)가 보는 정치가 궁금해 해마다 가진 인터뷰가 이제 네 번째. 그동안 그는 “하수인 나도 수가 보이는데 고수들이 왜…”라며 잡힐 게 뻔한 축(逐)만 계속 두는 소속 정당을 안타까워했지만, 그 자신 또한 그 축 속의 돌이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차이가 있다면 자신의 행보가 꼼수임을 인정한다는 정도가 아닌지. 꼼수임을 알면서도 놓여야 하는 돌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제 마지막 대국을 둔다.》● 4년간 당적이 4번이나 바뀔 정도로 파란의 연속이었다.○ 프로 기사 시절 별명이 ‘제비’였는데… 하하하, 의도한 건 아닌데 철새가 됐네 그려. (정치를 한 걸 후회하나.) 그렇지는 않고… 처음부터 정치보다는 바둑계를 위한 역할을 하고 싶어 온 거니까. ‘도둑놈’ 소리도 듣고 별일 다 있었지만 그래도 숙원이던 바둑진흥법도 통과돼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누가 도둑이라고 하던가.) 하루는 바둑 팬이라는 한 유투버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카메라에 대고 석고대죄를 하라는 거야. 황당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박근혜당은 도둑놈당이니 너도 도둑놈 아니냐고 하더라고. 뭐라고 대꾸를 하면 또 찍어서 내보낼 테니 참기는 했는데 뿔따구가 나서…. 끝날 때면 시원섭섭해야 하는데… 솔직히 시원은 한데 섭섭하진 않다. 붙잡으며 가지 말란 사람도 없고. (마음고생이 좀 있었나.) 들어오고 얼마 후부터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여야 모두 마찬가지지만, 상대방이라고 모두 잘못된 건 아닌데 무조건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반대하는 게… 무슨 꼼수를 쓰더라도 흰 돌을 검은 돌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제대하는 느낌?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긴 한데 적임자가 아닌 데 있었다는 것은 반성하고 있다.● 당신은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지만 당은 전보다 더 망했다.○ 나야 하수인데 뭘 알겠어. 사람들은 지나가는 말로 신의 한 수가 없냐고 묻지만 정치에 신의 한 수가 따로 있나? 한 수 한 수 정석대로 두지 않고 악수와 꼼수만 둔 결과가 쌓여서 그렇게 된 건데…. 바둑도 묘수보다 실수를 덜한 쪽이 이긴다. 인생도 정치도 마찬가지 아닐까. 현 정부의 숱한 잘못과 오만에도 총선 결과가 그렇게 나온 건 우리가 더 많이 실수했다는 뜻이라고 본다. 우리만 몰랐을 뿐…. (훈수는 좀 안 뒀나.) 할까 말까 목구멍까지 말이 올라온 적은 있는데… 그런데 내가 말이 좀 달린다. 논리적으로 말을 이어야 하는데 말싸움에 약하거든. 그래서 못 했다.● 다른 정치 판세를 묻기는 좀 그렇고… 종로에 사는데 황교안 전 대표 선거는 어떻게 봤나.○ 여기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데… 솔직히 나는 황 전 대표가 왜 지는 바둑을 뒀는지 이해가 안 갔다. 전임자였던 정세균 국무총리가 조직을 너무 잘 다져놨거든. 그걸 그대로 물려준 데다 황 전 대표는 여기에 조직도, 사람도 없었고 그나마도 늦게 뛰어들지 않았나. 지지율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 높았고. (당 대표가 결사항전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크지 않았나. 황 전 대표로서는 지더라도 둬야만 하는 바둑이 아니었을까.) 명분이 실리보다 더 중요한 경우도 물론 있다. 대선이었다면 지더라도 모든 걸 걸고 나가야지. 그런데 본선이 남아 있는데 예선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염치 불고하고 텃밭에 나가 의원이 되든지, 아니면 아예 불출마를 선언하고 전국을 돌며 후보 지원 유세를 하든지. 그랬다면 오세훈 후보처럼 박빙으로 진 곳들은 이겼을지도 모른다. 총선을 졌더라도 지금 정도가 아니었다면 물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당에서도 무슨 근거에서인지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제대로 된 수읽기는 물론이고, 끝나고 나서 복기도 제대로 안 하고 있고. (조언을 좀 해주지 그랬나.) 그 정도는 당에서 다 알 거라 생각했는데… 이기면 단번에 모든 게임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마치 로또처럼…. 물러나는 마지막 모습도 안 좋게 보였다. ※황 전 대표는 장고 끝에 2월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광진을에서 당선된 고민정 후보(50.4%)와 오세훈 후보(47.8%)의 차이는 2.6%포인트였다.● 마지막 모습이라니?○ 투표 당일 밤에 사퇴했는데… 전체적인 윤곽은 나왔지만 아직 모든 개표가 다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비례대표도 최종적으로 17석일지, 19석일지 모를 때였고…. 책임은 져야겠지만 최종 결과가 나온 뒤에 직무대행도 선임하고 마무리를 진 뒤 물러나도 늦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바둑 두다 진 게 확실하니까 그냥 자리 털고 일어난 거 같은 거지. 그러다 보니 누가 직무대행을 하느냐를 놓고 또 혼선을 빚었지 않나. 지더라도 예의가 있는 건데….● 이번 총선의 코미디 중 하나가 여야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이다. 정치를 더 할 것도 아니라면서 왜 간 건가.○ 꼼수 맞다. 우리 당도 잘한 일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순수한 의도로 밀어붙인 건 아니니까…. 당에서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고 1차로 5명을 보내는 게 계획이었는데 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보고 가달라고 하더라고. 난 뭐, 여기나 거기나 매한가지고… 당에 별로 도와준 것도 없어서 그러겠다고 했다. 근데 가니까 또 사람 없다고 사무총장도 하라고 하더라. (당 살림은 모르지 않나.) 그렇지.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했는데 별로 할 일도 없으니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된다고 하더라고? 앉아만 있으면 되긴…. 최고위원에 공천관리부위원장까지 했다. (주변에서 말리지는 않던가.) 뭐라는 말은 없었는데 정치 계속할 생각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안 그러면 옮길 이유가 없다고 본 거 같다. 4년 내내 안 그러다가 갑자기 사무총장도 하니까… 난 아니지만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지.● 덕분에 고발까지 당했다.○ 민주당이 정당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한선교 대표와 나를 검찰에 고발했더라고. 미래한국당 창당으로 개정선거법과 국민의 의사가 무력화되고, 자유로운 선거를 방해했다는 건데… 또 중앙선관위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공무집행방해죄로도 걸었다.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기 전이다. 그땐 있는 욕 없는 욕 다하더니… 결국 자기들도 만들지 않았나.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까? 옛날에 코미디언 이주일 씨가 “나보다 더 웃긴 사람들이 많다”고 했던 말이 이해가 되더라. 코미디 한 편 잘 보고 가긴 한 것 같다. (조사는 받았나.)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민주당은 2월 13일 한 대표와 사무총장이던 조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 창당에 대해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라 했고, 이재정 대변인은 “태생적 위헌 정당”이라 했다. 이후 민주당은 3월 18일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코미디언 이주일은 1996년 1월 불출마를 선언하며 “여기에는 나보다 더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간다”라고 말했다. 그는 코미디언이었지만 “딴따라가 뭘 안다고 정치냐”란 말을 듣지 않으려고 진지하게 국정활동을 했다고 한다.● 한국당 공천이 사달이 났는데 왜 사전에 조율이 안 되고 발표 후에 난리가 난 건가.○ 발표 전에 알긴 했지만 공천관리위원이 나 빼고 전부 한 대표 편이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당에 가고 나서 내가 어이가 없었던 게… 최고위원도 5명 중에 3명이 한 대표 쪽이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제어 장치가 전혀 없었던 거다. 공천관리위원 구성도 그렇고 자기 정치를 할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시 합칠 게 너무 뻔한데 왜 그런 무리수를 뒀을까. 원유철 대표도 통합을 늦추려다 반발을 사고….)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처음에는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안 만들면 한국당이 27석 안팎을 얻을 거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면 민주당, 통합당에 이어 원내 제3당이 되지 않나. 교섭단체도 되고, 국회 부의장 몫도 생기니까 엄청난 메리트가 있는 거지. 전부 비례대표니 탈당도 못하고. 갈 때와 생각이 달라졌겠지. 정치가 그렇더라고.● 앞으로 뭘 할 건가. 바둑계로 복귀하나.○ 의원 될 때 한국기원에 휴직계 내고 왔으니까 복직을 해야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회에 나가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옛날 실력이 안 나온다. 단수도 안 보일 때가 있으니까. 지금은 실력으로 비교하면 아마 300등도 안 될 거다. 조훈현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 초보라고는 하지만 4년이 지났는데 정치 급수는 어떤가. 여전히 18급인가.) 그건 조금 올려주면 안 되나? 9급? 하하하. ※4년 전 그의 랭킹은 프로기사 380여 명 중 65위였다고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27일 10만 명을 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면에 추모특집 기사를 게재하며 ‘뉴욕시 3만5000명’ ‘시카고 4600명’ 등 도시별 사망자 수를 적었는데 모두 ‘more than(이상)’이란 전제를 달았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알 수 없고, 발표된 수치는 ‘최소한’이라는 의미다. ▷그냥 10만 명이라면 감이 잘 안 오지만 이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11만6000여 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달 미 백악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북전쟁은 49만 명, 제2차 세계대전 40만 명, 베트남전 9만200여 명, 6·25전쟁 5만4000여 명이 전사했다. 2월 6일 첫 사망자가 나온 지 석 달여 만에 2년 동안 참전한 1차대전 규모의 전쟁을 치른 셈이다. 백악관은 최대 24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확진자만 최소 169만 명을 넘으니 과장된 전망은 아닌 것 같다. 24만명까지 이르면 코로나 19는 미 건국 이래 세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이 된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지만 한 꺼풀 벗기고 들여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선 파악 등 역학조사도 지금은 작은 도시나 새로 발생한 곳 정도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국민의 안일한 인식으로 초기 대응이 늦어 이미 손쓸 수 없이 광범위하게 퍼진 탓에 조사가 무의미한 상태라는 것이다. 고령자와 함께 불법 이민자가 많은 지역, 저소득 유색인종 계층 등에 사망자가 집중됐는데, 잡힐까 봐 또는 의료보험이 없어 집에서 버티다 목숨이 경각에 이르러 병원에 실려 가서라고 한다. ▷연방정부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우리 질병관리본부처럼 매일 확진자 및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 않는다. 주 정부에서 검증 안 된 자료를 보내는 경우가 꽤 있어 공신력 때문에 이를 다시 검증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서라고 한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전국 병원 응급실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존스홉킨스대에 시설 등을 지원하고 발표를 맡기고 있다. ▷코로나19는 미국의 공공의료 취약성과 위험할 정도로 벌어진 사회계층 간의 격차를 무참하게 드러냈다. 노숙자, 촘촘하지 못한 행정망 등으로 숨진 뒤 발견된 사람은 검사도 안 하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은 날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를 축하하기 위해 케네디우주센터를 찾아 “오늘은 우리나라에 매우 흥분되는 날”이라고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슈퍼대국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정치권에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늘 수혈로만 연명하는 조직이 정상일까. 적지만 늘 일정수의 청년 국회의원들이 당선되고, 각 당에는 청년 조직이 수두룩한데 왜 여전히 청년 수혈이 필요한 걸까.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35)은 “비례대표, 당 최고위원에 청년 몫을 배정하는 건 뭔가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청년 정치를 마이너리그로 계속 남겨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12월, 26세의 나이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20대와 이번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비례대표에 청년 몫을 배려하는 게 마이너리그를 만드는 일이라니…. “청년 정치, 청년 정책이란 게 별도로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 허상을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싶은데…. 예를 들어 경제가 살아나면 전체 일자리가 늘면서 청년 취업도 함께 느는 거지 청년만 콕 집어 늘릴 방법은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청년 정치가 뭔지 규정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비례대표의원에 청년 한두 명 집어넣고 청년 정책을 하라는 게 청년 정치처럼 됐다. 가장 힘없는 초선 비례의원에게. 지금 정치권에서 청년 몫으로 자리를 주는 것은 젊은층에 대한 배려나 시혜성이 아닌가 싶다.” (당신은 청년 몫 혜택을 보지 않았나?) “나는 ‘청년’ 타이틀이 붙은 자리를 한 번도 맡은 적이 없다.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도 청년 최고위원 분야가 아닌 일반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 청년으로 나오면 기탁금이 1000만 원인데 일반은 5000만 원이다. 그리고 당 청년위원회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청년 정치인이 청년위원회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고?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되니까 지역별 당 청년위원장들이 술 한잔하자고 해 만났다. 그랬더니 ‘형들이 열심히 해왔으니 우리를 잊으면 안 된다’는 거다. 지금 정당의 청년위원회는 솔직히 ‘야인시대’에 나오는 조직과 별로 다르지 않다. 폭력을 쓴다는 건 아니고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버티며 연공서열을 형성하는 구조다. 이 구조가 새 물이 들어오는 데 장벽을 만든다. 통합당이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느냐면, 청년위원회가 워낙 고인 물인데 없앨 수가 없으니까 회피해서 대학생위원회 미래세대위원회 차세대여성위원회 이런 걸 별도로 자꾸 만들게 된다. 당신이 전에 인터뷰한 손수조 전 새누리당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이 미래세대위원장을 한 이유가 그런 까닭이다.” ―문제의식은 알겠는데 그렇게라도 배려하지 않으면 어떻게 키우나. “청년 타이틀에 연연하지 말고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공정하게 선발해 당직을 주고 활동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나이를 따질 필요도 없다. 신인이 당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 없이 의원만 몇 석 청년 몫으로 떼 주는 지금 방식은 뭔가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계속 마이너리그를 만드는 거다. 물론 동시에 너무 짠 당원 구조를 희석시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짜다는 건…국민의 보편적 성향과 차이가 크다는 말인가.) “지금 통합당은 젊은 도전자들이 자기만의 참신함, 감각으로 정견·정책을 말해도 그에 호응하는 당원이 적다. 이게 청년들의 도전을 위축시키는 이유다. 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생각을 가진 당원들을 늘려 젊은 도전자들의 말에 호응하고 표를 주는 변화가 생긴다면 굳이 청년이란 타이틀을 붙인 자리를 만들 필요도 없다.” ―청년 정치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지역구 관리다. 조직책들에게 활동비도 줘야 하고…. “난 4년 동안 관리하면서 한 번도 활동비를 준 적이 없다. 그래서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아마 모든 통합당 당협위원장들이 겪는 문제일 텐데, 지역에 공화당 민정당 때부터 내려오는 고문, 자문위원분들이 있다. 20대 총선 때인데 그분들 중 일부가 취해서 나타나 자원봉사자들에게 ‘커피 내와라’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사고를 쳤다. 다음 날 자원봉사자들이 전부 그만두겠다고 하더라. 이번 총선에서는 처음부터 ‘지역 유지 쫓아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욕 많이 먹었을 것 같은데….) “선거 전날까지 엄청 씹어대는 사람들도 있고, 누구는 또 700표는 날아가게 하겠다고도 하고… 근데 솔직히 지금 대한민국의 어떤 유지도 ‘누구 찍어라’ 이러지 않는다. ‘찍지 마라’는 더더욱. 정치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 너무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통합당은 강성보수 유튜버에게 더 휘둘리지 않나. “나는 유튜브 채널을 안 한다. 선거에 영향이 없어서다. 100만 구독자라 해도 전국 250개 지역구로 나누면 동네에서는 4000명밖에 안 된다. 10만이면 400명이고.” (400명이 적은가?) “그 400명은 굉장히 보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인데…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우리를 찍을 사람들 아닌가. 유튜브는 구독자를 타기팅해서 모으기가 어렵기 때문에 동네 선거에서는 영향력이 별로 없다. 이번에도 보수 유튜브 채널 가보면 ‘바람이 분다’ ‘판세가 뒤집어졌다’고 했지만 바람이 어디서 불었나. 영향이 없다는 게 증명된 거지. 서로 뻥만 쳐주는 방송을 한 거다.” ―좀 지나긴 했지만 총선에서 당 지도부 역할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19대 총선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비교해 보면 황교안 대표는 누군가를 제지해야 할 때 못했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할 때 안 했고, 책임져야 할 때 책임지지 않았다. 뭘 안 했음으로 다 귀결됐다. 차명진 후보의 막말 사건 때 황 대표가 회의에서 중앙당 윤리위가 차 후보 제명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차 후보는 당시 당협위원장이 아니라서 당헌·당규상 경기도당 윤리위에서도 제명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박근혜 비대위에서 몇 번 그렇게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도당 운영위를 소집해 최종 처리해야 하는데 운영위원들이 다 모이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라. 운영위원 대부분이 선거 후보들이다. 자기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데 소집하면 명함 돌리다가도 온다고 했지만 결정을 못했다. 그래서 아니면 최고위원회는 당무에 관한 전반적인 상황을 논의할 수 있으니 긴급징계권을 쓰라고 했는데 그것도 안 쓰겠다고 했다.” (왜?) “갑자기 법학자가 됐다. 3일 후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에게 전화가 와 주말 사이에 지지율이 푹 떨어졌다고 빨리 회의에 와 달라고 했다. 그런데 차 후보에게 우호적인 위원들이 안 와서 정족수가 안됐다. 화상통화로 회의를 열어 제명안을 통과시켰는데 그때 쓴 게 긴급징계권이다. 그때가 만약 당 상황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 또는 전쟁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달랐나. “19대 총선에서 강남 서초 송파는 현역 의원을 전부 날린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그렇게 했는데 송파을 유일호 의원만 예외로 살아남았다.” (이름 덕일까?) “응? 예외가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생기니까 당시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과 함께 모 의원을 살려 보자고 작전을 짰다. 다음 날 아침에 박 비대위원장과 조찬이 있으니까 내가 운을 띄우고 두 분이 지원사격을 해주는 걸로. 만나서 내가 ‘저… 위원장님, 모 의원은 열심히 했고…’ 하고 운을 띄웠는데 나를 딱 보더니 ‘저보다 그분을 더 잘 아세요?’라고 하더라. 아이고, 무서워라. 정말 무서웠다.” (지원사격은?) “지원사격은 무슨… 암말도 못하더라. 사실 예외가 생겨서 좀 소란스러웠는데 한 방에 정리한 거지.” ―있는 사람에게 좀 미안한 질문인데, 통합당에 희망이 있다고 보나. “미련을 못 버린 부분이 있어서….” (미련?)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시도를 해보면서 기존 보수정당이 있는데 새로운 걸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느꼈다. 있는 걸 고쳐 써야 하는 게 현실인데… 2011∼2012년 이명박의 한나라당이 박근혜의 새누리당으로 바뀌는 과정에 내가 비대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변화가 완전히 밭을 뒤엎어 버릴 정도의 큰 과정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한다.” (구체적으로 뭘 하면 달라질 거라는 건가.) “앞서 말했지만 탄핵, 선거 참패, 탈당 등을 거치면서 당 하부 구조의 짠맛이 너무 강해졌다. 그런 당원 위에 전국위원회, 최고위원회, 당 대표, 대선 주자들이 있다 보니 국민의 평균적인 상식 및 생각과는 너무 다른 말과 행동들이 버젓이 나오는 거다. 염도가 너무 높아 눈에 닿으면 실명할 정도로….” ―김세연 의원이 당 해체를 주장하는 이유도 같은 문제의식 때문인 것 같은데…. “김 의원은 당을 해체한 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모이면 국민 평균에 가깝게 갈 거라 보는 거고, 나는 당원을 늘려 그 짠맛을 희석시키자는 쪽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표 빼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황 대표가 5만3000표를 받았다. 2위인 오세훈 후보는 2만1000표. 당내 온건 보수와 강경 보수의 차이가 이 3만 명 정도인 셈인데 이 정도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좀 더 젊고, 상식적인 당원 3만 명만 더 들어오면 지금의 강한 짠맛을 이겨낼 수 있다. 지금까지 보수정당에서는 이런 시도가 없었는데, 당의 모습을 놓고 다들 걱정하지만 사실 그렇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국회 본관에서 인터뷰를 끝내고 그는 임시출입증을 반납하러 민원안내실로 향했다. 당연한 일을 굳이 언급한 것은 의원은 아니라도 당 최고위원이 임시출입증을 받아 드나드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에 한 발만 걸쳐도 그들은 출입증도 없이 국회를 제 집처럼 드나드는 걸 당연시 여긴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우리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같은 청년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사람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정당들은 선거철마다 화제가 되는 청년을 빌려오는 데만 급급하고, 낙선하면 버린다. 그리고 이런 지적은 잘 안 하지만… 나이 외에는 자신이 기성 정치인과 뭐가 다른지 답을 못 하는 청년 정치인도 많다. 27세에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손수조 전 새누리당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35)은 “청년을 길러내는 당 시스템과 이번이 아닌 다음을 준비하는 청년이 결합되지 않으면 요원한 일”이라며 “나도 그렇게 공천을 받아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에는 왜 안 나왔나. “19대 때 떨어지고 4년 동안 20대 총선을 준비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나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자꾸 적만 더 생기더라. 그렇게 선거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면서 정치와는 좀 멀어졌다. 2015년 결혼해 애 둘 낳고, 지금은 작은 돼지고기 외식업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솔직히 당시 너무 어렸던 것 아닌가. “말이 좋아 청년이라고 하는 거지… 어리다는 건, 손수조가 해서는 안 된다고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유였다.” (상대 당에서 공격했나.) “아니, 내부에서. 원외당협위원장이 상대당과 싸우는 일은 1도 없다. 당내 경쟁자들이 끌어내리기 위해 ‘어려서 싸가지 없다, 버릇없다’는 식으로 말을 퍼뜨린다. 행사장에서 ‘어이, 과자나 먹어’ 하면서 툭 던지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렇게 당협위원장을 하면서 진이 다 빠졌다.” (청년을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왜?) “젊으니까 저거 되면 아주 오래 한다고….” ―지역구 관리는 기성 정치인도 힘든데…. “남들은 왜 관리를 잘하지 못했냐고 하지만… 지역구에 동이 12개인데 동마다 남성 여성 청년회장을 둔다. 사람 구하기도 어렵지만 간신히 구해서 서로 얼싸안고 좋아하면, 며칠 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경쟁자들 쪽에서 데려가더라. 경쟁자도 똑같이 동마다 조직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못 만들게 훼방을 한 거지.” (돈은 어떻게? 다른 직업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알바는 안 했고… 사무실 경비와 조직 관리 등으로 한 달에 80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앞서 말한 동 조직 외에도 산악회,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등 각종 조직을 만드는 데 돈이 꽤 든다.” (왜?) “그냥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활동비를 줘야지. 조직이 탄탄하다는 말은 결국 이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얼마나 줄 수 있느냐는 말이다. 나처럼 없으면 금방 와해되는 거고….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엄마 카드로 돌려 막다가 결국 못 막은 일이 있었다. 너무 힘드니까 엄마가 내 앞에서 울더라. 그런데 기가 막힌 게, 그 앞에서 나는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면서 ‘엄마, 우리 버텨야 해’라고 했다. 너무 어이없지 않나? 명색이 청년 정치인이라면서…. 몇 년 하면서 나도 괴물이 된 거다.” (갚았나.) “지금 꼬박꼬박 갚고 있다. 원외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청년도 별수 없다.” ―불리한 점도 있지만 정치인에게 젊다는 건 큰 무기 아닌가. “젊음이 공중전이나 대중적 이미지로는 장점인데, 사람 만나고 뛰는 바닥 지상전에서는 불리한 점도 많다. ‘어린 게 뭘 알겠어?’ 이거지. 솔직히 내가 어리기는 했지만 어디에 뭘 입고 가야 할지 모를 나이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어디 가면 왜 청바지 입고 왔냐고 하고, 하도 그래서 정장을 입으면 왜 애늙은이처럼 하고 왔냐고 한다. 하하하.” (어쩌라고?)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후보면 나름 정치인인데… 한번은 아예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를 하고 행사에 갔더니, 어르신들이 ‘아이고야∼ 인자 좀 어른 같네∼’ 하시더라.” ―청년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전문성이나 경륜보다 젊은이다운 정의감과 패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20대 총선이 막장공천으로 지탄을 받는데도 당신은 가만히 있었다. “…못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점이고. 변명 같지만 그때는 후보로 뛰고 있어서 막장공천을 비판하기보다 당면한 내 현실 문제가 더 급했던 것 같다. 솔직하게 내 선거에만 매몰돼 있다 보니 그런 모습이 안 보였고, 어떻게 중심을 잡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못 했다.” (공천을 못 받을까 걱정해서는 아닌가.)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가만히 있었을까 싶지만 그때는 그런 비판을 내가 해야 한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19대 총선에서 ‘3000만 원으로 선거 뽀개기’가 청년다운 신선한 발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나중에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에 몇 억씩 들인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내가 3000만 원은 준비할 수 있으니까 여기에 후원금을 포함한 돈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후원금은 정상적인 돈이니까. 그런데 웬일인지 후원금 얘기는 빠지고 3000만 원만 부각됐다.” (왜 바로잡지 않았나.) “그래야 했는데… 회의에서 ‘선거는 그렇게 가야 한다. 진짜 3000만 원으로 해내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그냥 ‘좋아요’ 해버렸다. 내 처음 의도와는 달랐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걸 보니 호응하고 싶었다.” (그게 기성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청년의 자세는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는 아무리 쪼개고 쪼개도 안 되더라. 3000만 원을 고집했다가는 벽보도 컬러로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많이 넘지는 않았다. 거짓말 논란이 한창일 때 너무 힘들었는데 지원 유세 온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차 뒤로 조용히 데려가더니 ‘지킬 수 있는 공약만 하세요’라고 하더라.” ※ 그는 19대 총선 선거운동 시작 일주일 전 블로그를 통해 예비후보 기간에 비용을 거의 사용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으며, 기탁금 1500만 원도 당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은 3442만 원으로 당시 경쟁했던 문재인 후보는 1억7782만 원을 신고했다. 3000만 원은 아니지만 극단적으로 줄인 것은 사실이다. ―20대 때는 왜 안 했나. 꼭 3000만 원이 아니더라도 고비용 선거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 중 하나인데…. “살고 싶었던 거지. 그때는 쓸 만큼 썼다. 유급 자원봉사자도 다 썼고….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나중에 정말 후회했다. 19대 때 정신을 끝까지 유지했어야 했는데…. 선거에 나가면 정신도 없고, 철학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주변에서 그런 지적을 해준 선배도 없었고….” ―‘박근혜 키즈’로 불렸는데 도움은 좀 받았나. “당시 박 비대위원장은 선거 운동 시작되고 지원 유세 왔을 때 본 게 처음이었다. 선거 끝나고 준석이(이준석 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가 박 비대위원장은 도리어 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하더라. ‘지역 분들이 이해하시겠어요…’라고.” (줄도 없었다면서 어떻게 입문한 건가.) “원래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몰랐다. 그런데 19대 총선을 몇 달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내 고향인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때 그냥 번쩍하면서 선거에서 어떤 역할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출마를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다른 방법도 모르고 해서 그냥 예비후보 등록하고 띠 메고 뛰었다.” (잘 안 믿기는데….) “진짜 무데뽀였다. 그리고 당시 이상돈 당비대위 정치개혁·공천분과위원장에게 매일 메일을 보냈다. 예비후보 등록은 했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한두 번 보내면 되지 왜 매일?) “계속 ‘안 읽음’으로 돼있으니까. 내 이메일이 아래 있으면 안 볼 것 같아서 가장 맨 위에 있게 하려고 오전 6시, 7시, 9시 등 시간을 달리해서 계속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읽음’으로 표시되는데… 감전된 것 같았다. ” (효과가 있었나.)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부산의 김세연 의원, 서병수 의원에게서 사무실로 와보라는 연락이 왔다.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등 이런저런 걸 묻더라. 조동성 비대위 인재영입위원장에게서도 연락이 와서 심층면접을 봤다. 공천심사 전, 예비후보였을 때였다.” ―직접 겪어봤는데, 청년 정치인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안 그래도 관련해서 10월쯤 책을 내려고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열정 봉사 식이 아니라 자리와 권한, 월급을 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에 부대변인, 여의도연구원 부소장, 청년최고위원 같은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그런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으며 훈련된 친구들을 만들어야 한다. 일회성 흥행 불쏘시개로 쓰는 학도병 공천은 그만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나. 청년도 솔직히 바로 공천받고 의원 되고 싶은 거 아닌가.) “바로 되는 건… 올바르지 않다. 사실 나도 그렇게 공천을 받아서는 안 됐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다음 선거에서 한번 해보자, 이렇게 했어야 했다.” (정치에서 ‘다음번’이 있나? 이번에도 미래통합당 서울 영등포갑은 청년 당협위원장이 바닥을 닦아 놨더니 기성 정치인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뺏어갔다.) “그래서 사람이 안 키워진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누가 미리 준비하고 바닥을 닦겠나.”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마스크 대란이 한창이던 2월 26일 정부는 긴급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물량 확인도 없이 발표부터 한 탓에 혼선만 가중되고, 시중에선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같은 날 부산 기장군에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전 군민(7만 가구·16만7000여 명)에게 마스크 무상공급을 시작했다. 오규석 기장군수(62)는 “중국에서 퍼지면 우리나라는 시간문제라 생각하고 미리 뛰었다”고 말했다. 한의사 출신인 그는 1995년 신한국당 소속으로 민선 초대 기장군수를 지낸 뒤 2010년부터는 무소속으로 3선을 하고 있다.》 ―정부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미리 준비한 겁니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 경험이 컸는데… 백신도, 치료제도 없으면 방법은 마스크와 손소독제뿐이더라고요. 중국 확산 소식 듣고 1월 말 바로 예비비 편성하고, 직원들에게 전국의 마스크 업체를 샅샅이 찾아서 무조건 ‘구하라’고 했습니다. 아직 다른 지자체에서는 달려들지 않을 때였지요. 2월 26일 1차로 7만여 가구에 35만 장, 노인 어린이 등 감염병 취약층에는 그보다 먼저 배포했는데, 지금까지 모두 170만 장 정도 됩니다. 제가 한의사 출신인 것도 좀 도움이 된 것 같고….” (그래도 전화만 걸면 살 수 있을 때는 아니지 않았습니까.) “미리 뛰긴 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요. 이런 게 작은 팁인데, 계약할 때 보통 공무원들은 업체 사람들에게 오라고 합니다. ‘사줄게 들어온나’ 이런 식이지요. 한시가 급한데, 오느라 시간도 걸리고, 그러다 보면 업체들은 중간에 돈을 더 주겠다는 쪽이 생기면 옮깁니다. 우린 ‘도와도’ 했지요. 우리가 가서 계약하고, 포장만 해놓으면 직접 가지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인력 지원도 했고요.” ―기술자를 지원한 건가요. “어데요, 그건 아니고… 공장에 가보니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일도 고되더라고요. 와, 난 못하겠습디다. 그런데 그분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게… 정부가 여건은 마련해주지 않고 무조건 물량을 대라고만 한다는 겁니다. 사람도, 원자재도 부족한데 무조건 많이 만들라고…. 요새 영세업체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제가 간 곳도 일손이 없어 생산라인 하나는 못 돌리고 있었지요.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기술자들이 제조만 하는 게 아니라 잡일까지 여러 일을 동시에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을 대신 해주면 기술자들을 더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물론이고 주말에는 군청 간부들도 도왔습니다.” ―마스크 나눠줄 때는 많이 혼잡했겠습니다. “어데요, 아파트는 경비실에 놔둘 테니 내려와 가져가라 했고, 자연 부락은 이장님들더러 직접 방문하며 나눠주라 했지요. 받으러 오라고 하면 줄서서 기다리느라 또 감염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 메르스 때는 우리 직원들이 집집마다 문고리에 10장씩 일일이 걸어줬는데요. 그에 비하면 이번에는 많이 아쉽지요.” (7만 가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메르스는 전파 속도가 빠르지 않아 가능했는데, 코로나는 워낙 빨라 그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경비실에 놔두고 가져가는 방식으로 했지요. 경비실이 없는 곳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배포했는데 동별로 시차를 두고, 줄도 앞뒤 좌우 3m씩 떨어지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 생각은 언제 하는 겁니까.) “저는 늘 깨어 있으니까….” (스스로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하는 건 좀….) “하이고, 그게 아니고… 하루에 4시간 정도 자는데 그나마도 자주 깹니다.” ―기장군 내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역 내 감염은 다행히 아직 없지요. 확진자는 2명인데 모두 해외 입국자고, 한 명은 퇴원했습니다. 자가 격리자는 147명이 있는데 모두 해외 입국자고요. 직원들이 7, 8명씩 전담해 매일 상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해외 입국자와의 접촉으로 인한 자가 격리자도 없다는 말입니까.) “대부분 입국 때부터 스스로 안전 수칙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첫 확진자는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온 20대인데…. 그때는 미국발 입국자에게는 의무 자가 격리가 적용되지 않을 때였는데, 아버지가 인천국제공항까지 차를 몰고 가 데려왔습니다. 도착해서는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요.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 판정이 나왔지만 지금은 퇴원했습니다. 유일한 접촉자인 아버지도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지요.” (입국부터 확진까지 3일 정도 지났는데….) “아, 아주 식겁했지요. 지난달 28일 오전인데, 확진자의 친척이 미국에서 온 조카가 검사를 받았다고 전화를 해 줘 알게 됐습니다. 진단 결과는 그날 오후 6시에 나온다는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었지요. 바로 감염병방역단 비상소집하고, 검사한 의료진을 만났는데 증상을 보니 확진에 가까운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후 대응은 어떻게 했습니까. “확진자가 자가 격리 중이던 곳 인근 읍면 전체를 소독하고, 전 주민에게 오늘은 절대 외출하지 말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보건소장에게는 오후 4시부터 확진자 숙소 앞에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놓으라고 했지요. 확진 통보를 받은 뒤에 데리러 가면 시간이 너무 지체될 테니까요. 통보받자마자 바로 싣고 병원에 가려고 한 거지요. 근데 그것도 못 기다리겠더군요.” (결과를 당겨서 알려달라고 한 겁니까.) “어데요, 일단 싣고 달렸지요.” (네?) “그때가 오후 4시 10분경인데 통보 전이지만 일단 앰뷸런스에 태우고 부산의료원으로 달렸습니다. 병원 앞에 도착해 있다가 확진 통보 오면 바로 입원시키려고…. 음성이면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 가면서 병원에 병상 확보 부탁하고. 그래서 통보받자마자 바로 입원할 수 있었지요. 두 번째 확진자는 아예 우리 공중보건의가 집에 찾아가 검사를 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보건소 직원들을 징계했다고 하던데요. “징계는 아니고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했는데… 차도 없고, 걷기는 먼데 어떻게 진단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느냐는 물음에 택시 타고 오라고 해서….” (그게 규정을 어긴 겁니까?) “진단검사 희망자를 어떻게 데려와야 한다는 지침은 없기 때문에 규정을 위반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감염병은 늘 선제적으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라고 말해왔습니다. 공무원이 다른 이동수단을 고민해, 찾아서 제공하면 안 됩니까? 군청 차를 제공하든지….” (마음은 알겠는데 너무 과도한 요구 아닌가요.) “그런 면도 있는데… 그 사람이 음성이라 다행이지 만약 감염된 무증상자라면 어쩔 뻔했습니까. 이동하면서 전파됐을 거고, 아예 귀찮아서 검사를 안 받기라도 했으면….” ―기장군은 재정이 넉넉한가 봅니다. “어데요, 우리도 재정자립도가 40%가 안 됩니다. 하지만 쌀독을 빡빡 긁는 심정으로 가용 비용을 최대한 끌어모은 거죠. 전 업무추진비도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일을 합니까.) “보통 직원들과의 식사나 경조사비로 많이 나가는데… 저는 이런 걸 꼭 세금으로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디다. 그리고 직원들이 불편해서 나랑 밥 잘 안 먹으려고 해요. 밥 먹다 업무 지시해서…. 1년에 한 5000만 원 정도 됐는데 실제로 거의 쓰지도 않아서 2016년부터는 아예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간부들과 부서에서도 3분의 1로 업무추진비를 줄였는데 일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더군요.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그런 돈을 모아서 예비비로 편성했는데 그래서 우리가 예비비는 좀 넉넉한 편입니다. 거기서 마스크 등을 지원한 거죠.” ―전국에서 가장 먼저 재난기본소득(1인당 10만 원)을 지급했는데 선별적으로 줘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기준을 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법도, 규정도 없어 정할 수가 없었어요. 기준을 정하다가 시간이 다 갈 것 같기도 했고요.” (재해피해 지원 기준은 있지 않습니까.) “그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재해피해 지원도 늘 아주 좁게 해석해서 보상이 미미합니다. 폭우로 물난리가 나도 완파돼야 쥐꼬리만큼 나오고, 반파는 아예 없어요! 감염병은 아기부터 노인까지 똑같이 걸리는데….” (마음이야 누군들 안 주고 싶겠습니까.) “빡빡 긁어보니 170억 원은 가능하겠더군요. 그래서 역산으로 10만 원이 된 겁니다. 처음부터 얼마를 주자고 정한 게 아니고요. 여유가 있는 사람은 신청을 안 하기도 하고,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자신이 받을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예 기부 창구를 만들었지요.” ―전 군민에게 감염병 보험을 들어주려고도 했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아, 그게 해보려고 했는데 방법이 없더라고요. 작년에 재해나 범죄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1000만 원 한도에서 보상해주는 ‘군민안전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여기에 감염병도 추가하려 했는데 보험회사에서 상품 개발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감염될지 예측이 안 되고, 타산도 안 맞을 거 같아서가 아닌가 합니다.” (보상 내용이나 가입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보험료는 군이 내주는데, 군민이면 자동 가입되고 전출 시 해지됩니다. 재해나 사고, 범죄 피해 등 보장 내용이 20여 개 있는데 최대 1000만 원 한도지요. 예를 들어 성폭력 범죄나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스쿨존에서 아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등도 최대 1000만 원을 보상해줍니다.” (기장군은… 스위스입니까?) “어데요, 아직….”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무려 35개 정당이 난립한 21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30곳이 의석 배정 기준인 3% 득표에 미달했다. 0.0%대 정당도 15개나 된다. 역대 최장이라는 48.1cm의 비례대표 투표용지와 수개표에 들어간 노력이 안쓰러울 정도다. ▷원내교섭단체였던 민생당은 2.71%(75만8778표)에 그쳤고, 우리공화당은 0.74%(20만8719표), 친박신당은 0.51%(14만2747표)였다. 여성추천보조금 8억4000만 원을 챙긴 허경영 대표의 국가혁명배당금당은 지역구 257명 외에도 비례 22명을 후보로 냈는데 비례득표는 0.71%(20만657표)였다. ▷창당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를 한 날부터 6개월 안에 등록신청을 마쳐야 하는데, 17개 광역지자체 중 5곳 이상에 시도당을 구성해야 한다. 한 곳당 최소 1000명의 당원이 필요한데, 주소를 둔 당원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번 총선을 목표로 결성신고를 냈지만 당원 5000명을 채우지 못한 선관위 등록 ‘창준위’도 24개에 달한다. 자칫 1m 투표용지를 볼 뻔했다.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단 한 명만 당선돼도 모든 후보의 기탁금(1인당 500만 원)과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다. 기탁금은 원래 1500만 원이었는데 지난달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소수정당의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낮췄다. ▷정당이든 개인이든 0.0%대 득표라면 ‘무슨 생각으로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나미 교수에 따르면 무모해 보여도 나름대로 계산된 행동이라고 한다. 선거 기간에는 군소정당 대표도 어느 정도 대우를 받는 데다, 잠시지만 정치 거물이나 유명인과 같은 반열에 선다는 만족감도 큰 이유라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은 선거를 당락과 관계없이 거리 곳곳에 자신의 얼굴을 걸 수 있는 무대로 여기기도 한다고 한다.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전문직에서는 자신의 공신력과 홍보를 위해 출마하기도 한다. 물론 된다는 착각도 있다. 과거 서울 구의회 의원에 출마했던 지인의 아버지는 온 가족이 당선은 턱도 없다고 만류했지만 “사나이 가는 길 막지 말라”고 하다가 370표를 얻고 떨어졌다. ▷전문 분야에 특화된 소수정당은 바람직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바람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공약 이행 기간을 2016년 6월∼2020년 6월로 적어 선관위에 제출한 당도 있다. 득표율로 참정권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머릿수만 채우면 정당을 만들 수 있는 것도 뭔가 개운치는 않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지난달 31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이바토 국제공항에서 우리 교민들을 태운 전세기가 이륙했다. 이날 공항을 이륙한 유일한 비행기였다. 마다가스카르는 코로나19로 지난달 21일 보건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공항이 폐쇄된 상태. 국제선 정기편은 이미 끊겼고, 전세기 운항도 거의 허가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전세기는 우리 교민들과 주마다가스카르 한국대사관이 힘들게 마련한 ‘탈출선’이었다. ▷102명이 탈 수 있는 이 전세기에는 우리 교민 26명과 71명의 외국인이 동승했다. 공항과 국경이 폐쇄되는 상황에서 자국민 이송 방법을 찾지 못하던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 해외 공관들이 우리의 전세기 확보 소식을 듣고 탑승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인구 2700만 명에 달하지만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쓸 산소호흡기가 12개밖에 없을 정도로 의료·보건 인프라가 열악하다고 한다. ▷마다가스카르의 우리 교민은 약 240명인데 감염병에 취약한 어린이, 노약자 등 26명만 탑승을 신청했다. 남는 자리는 일본인 7명을 비롯해 미국 독일 등 외국인들에게 제공됐다. 한국인이나 외국인 모두 항공비는 자비 부담이었다. 우리 교민들은 에티오피아를 거쳐 이달 1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우리 정부가 세계 곳곳에 투입한 전세기들에 동승해 현지를 빠져나온 일본인은 카메룬 56명, 케냐 50명, 필리핀 12명 등이나 된다. 한 일본인은 “케냐에 있던 지인이 ‘꼼짝 못하고 있는데 이웃이라며 손을 내밀어 준 한국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2일 외무성 발표를 인용해 코로나19에 한일 양국이 힘을 합쳐 대응하고 있다며 마다가스카르 전세기 사례를 들었다. ▷경북 구미에 있는 일본계 기업인 도레이첨단소재는 우리 정부 요청으로 설비를 개조해 지난달 말부터 마스크용 특수 부직포인 멜트블론(MB)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하루에 마스크 650만 장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인데, 일본에 보내지 않고 한국 내 마스크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2017년 11월, 포항 강진(强震)이 발생하자 20대 일본 여성인 이와타 메구미 씨는 추위를 덜어줄 ‘핫팩’ 240여 개와 세안 및 간이 화장실 용품 등을 보내면서 포항시 트위터 계정에 재난 대응 요령을 담은 파일 60여 개를 올렸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이 많이 도와준 것이 생각나서였다고 한다. 과거사 등을 둘러싸고 한일관계는 얼음장이지만 인류 공동의 재난 앞에서는 서로를 돕는 훈훈한 마음이 이어졌으면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지난달 27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한 백발의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을 붙잡고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폭침으로 아들(고 민평기 상사)을 잃은 윤청자 씨(77)였다. 문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 했고, 언론은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대통령 연설문에 그런 내용은 없다. ‘북한 소행’ 발언은 돌발 상황에 엉겁결에 나왔을 뿐이다. 윤덕용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간 측 공동단장(80)은 “사회지도자들이 당당하게 말 못 하니 이상한 주장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10년이 지났는데 참여연대 등은 여전히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도 붙잡고 물어보니까 마지못해 답하고…. 윤 할머니 기사를 보고 문 대통령도 당당하게 말할 자신은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폭침 당시에도 도올 김용옥 교수처럼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보고서도 제대로 보지 않고 0.0001%도 안 믿는다고 했다. 어뢰도 찾고, 4개국 외국 조사단까지 인정한 결과를 안 믿으면 어쩌자는 건지. 6·25를 남한이 일으켰고, 달 착륙도 조작됐다는 사람들이 아직 있긴 하지만….” ※천안함 폭침은 2010년 3월 26일 발생했다.―조사단은 수거된 ‘1번’ 글씨가 적힌 어뢰를 가장 중요한 증거로 제시했다. 안 믿는 사람들은 어뢰가 실제 사용됐다면 폭발 때 고열로 글자를 쓴 잉크가 녹았을 거라 한다. “글자는 어뢰 후부 추진체를 칠한 페인트 위에 적혀 있었다. 그 페인트가 130도 이상에서는 녹는 페인트인데 폭발에도 불구하고 안 녹았다는 건데, 가장 기초적인 열역학 제1법칙만 알아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차가운 바닷속이라 폭발로 고열이 발생해도 순식간에 온도가 내려가고, 뒷부분은 폭발로 뒤로 밀려나기 때문에 열전달이 더 안 된다. 촛불에 손가락을 빨리 넣었다 빼면 안 뜨거운 것과 마찬가지다.” ※당시 KAIST 송태호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폭발 순간 어뢰 앞부분에서 3000도의 고열이 발생해도 0.1초 후에는 28도로 떨어졌다. 어뢰 뒷부분은 폭발 순간이나 0.1초 후나 3도였다. ―어뢰의 부식 조사를 육안으로만 한 것도 논란이 됐다. “수거된 어뢰가 증거가 되려면 천안함이 공격당한 위치·시간과 일치해야 했다. 천안함 인양 지점 인근에서 어뢰가 수거됐기 때문에 위치는 맞다고 봤다. 하지만 몇 년 전에 가라앉은 어뢰가 우연의 일치로 인양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배와 어뢰의 부식 상태가 비슷하다면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육안으로만 했나. 정밀분석을 안 하고.) “내가 재료공학을 해서 그 부분은 잘 아는데… 바닷속에서의 부식은 재질, 상태, 해수의 염기도, 용존산소량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분석을 해도 정확하게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이 어뢰가 몇 년 전에 가라앉은 거냐 아니냐는 차이 정도만 봤다. 그 정도는 육안으로도 비교할 수 있다.” ※천안함 함미는 어뢰 발견 지점에서 북쪽으로 150m, 함수는 남쪽으로 45m 떨어진 곳에 가라앉았다. ―인양될 때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는 약 200m 넘게 떨어져 있었다. 어뢰가 수거된 위치가 증거가 되기에는 너무 범위가 넓은 것 아닌가. “당시에 발견된 컴퓨터 얘기를 자세히 안 하고 증거물 목록에만 올려놓은 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컴퓨터 설명을 자세하게 했다면 수거된 어뢰가 결정적 증거라는 걸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는데….” (컴퓨터라니?) “배같이 큰 물체는 공격받아 침몰하면서도 어느 정도 떠내려가기 때문에 배 인양 장소가 바로 공격받은 지점이 아닐 수 있다. 반면 작지만 무거운 물체는 배에서 떨어지면 바로 가라앉는데, 천안함에 설치된 컴퓨터가 쌍끌이 어선에 발견됐다. 배가 동강나자마자 가라앉은 거다. 어뢰는 그 컴퓨터가 인양된 곳에서 같은 날 나왔다.” (그 컴퓨터가 천안함 것이라는 건 어떻게 아나.) “이름이 적혀 있으니까. 관리책임관 상사 오동환이라고. 생존자다.” ―쌍끌이 어선으로 어뢰를 찾을 생각은 어떻게 한 건가. “세계 역사상 공격한 어뢰를 다시 찾아서 조사한 경우가 거의 없다. 어뢰란 게 전쟁 때 사용된 건데 그 난리 통에 누가 다시 찾을 생각을 하겠나. 미국 조사단도 인양된 천안함 상태를 보자마자 어뢰의 버블제트로 인한 파손이라 했지만 물증을 찾기 전까지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엄청나게 깐깐했다. 그러던 중 합조단에 파견 온 한 공군 대령이 과거 동해에 전투기(F-15K)가 추락했을 때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 300m 깊이에서 잔해를 수거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 귀가 번쩍 뜨였다. 그래서 그 전투기를 수거했던 대평호 김남식 선장을 수소문해 어뢰를 찾은 거다. 사실 시작할 때만 해도 미국 조사단도 그렇고 우리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잔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상태로 있을지, 산산조각 나 아무것도 없을지 아무도 몰랐으니까. 완전히 천운이었다.” ―만약 어뢰가 발견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어뢰 발견 전까지는 사실… 파손 상태를 보고 무기와 공격 방법 등을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뢰냐 기뢰냐를 놓고 논의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는데 기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에 우리 군이 설치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제거했고, 서해에 배가 그렇게 많이 다니는데 여전히 남은 게 떠다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또 기뢰는 닿으면 배 옆에서 터지지 배 바닥으로 들어가 터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정도로 마무리하고 어뢰로 결론을 내리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외국 조사단이 반대했다. 가능성이 99%지만 100%는 아니라고. 자신들의 명예는 물론이고 자기 나라를 대표해서 왔기 때문에 확증이 없다면 넘어가지 않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더라. 그때 어뢰가 나온 거다. 외국 조사단이 어뢰를 보더니 집에 빨리 갈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더라.” ―당시 미, 영, 호주, 스웨덴 등 4개국 외국 조사단이 참여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나. “각자가 속한 분과에 들어가 모든 회의에 다 참석했다. 조사과정에 대한 검증은 물론이고 직접 아이디어도 냈는데 자신들도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미국 조사단은 가져온 장비로 ‘디싱(dishing)’을 확인해줬는데… 어뢰에 의한 버블제트 공격을 받았을 때 선체에 나타나는 특징을 말한다. 버블제트 압력으로 선체 철판이 뼈대 사이사이로 움푹움푹 밀려들어간 현상인데 마치 접시 바닥처럼 들어갔다고 해 이렇게 부른다고 하더라. 충격 지점에서 멀어질수록 파인 깊이가 엷어지고… 직격탄을 맞으면 생기지 않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사의 신뢰성을 제기한다.) “합조단에 파견된 사람들은 대부분 해군이 아닌 육군이었다. 군 측 공동단장도 육군 박정이 중장이었고.” (육군이 어뢰에 대해 뭘 아나.) “조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국방부가 그렇게 한 것 같다. 팔이 안으로 굽으면 안 되니까. 여기에 외국 조사단, 나 같은 민간인도 30여 명이나 있었는데… 일각에서 조작 의혹도 제기하지만 130여 명이나 되는 조사단을 모두 어떻게 속이겠나.” ―괴담 수준의 주장도 난무했는데…. “조사가 끝나고 어뢰를 전시했는데 그때 사람들이 찍은 사진 중에 어뢰에 붉은 뭔가가 묻어 있는 게 있었다. 우리가 조사할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게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 잔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서해에서 수거된 어뢰가 아니라는 거지. 하도 논란이 이니까 나중에 국방부가 분석을 했는데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생명체는 아닌 걸로 판명됐다. 내 생각에는 그 어뢰의 북한 측 실물 사진을 보면 탄두 부분을 빨간 페인트로 칠했는데 그게 순간적으로 폭발하면서 묻은 게 아닌가 싶다. 잠수함 충돌설은 이스라엘 잠수함이 서해에 와서 훈련하다 충돌했다는 건데… 둘 다 당시 민주당이 민간위원으로 추천한 신상철이란 사람이 제기했는데 그는 합조단 발족 후 한참 후에 와서 회의 한 번 참석하고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신상철 씨가 제공한 사진을 근거로 붉은 멍게설을 보도한 오마이뉴스는 2011년 4월 6일자로 사과보도를 냈다. ―아직도 조사 결과를 안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쉬움은 없나. “천안함 폭침이 발생한 그해에는 지속적으로 추가 설명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듬해부터는 팀도 다 해산돼 보완이나 수정 설명을 못 했다. 당시 정부 입장에서는 결론이 명백하게 끝난 사안이라고 봤기 때문에 추가 설명을 할 필요도 못 느낀 것 같다. 다시 보충 설명한다고 하면 뭔가 조사가 잘못된 것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고…. 당시 보고서에 활용되지 못한 의미 있는 자료들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을 때가 되면 누군가 조사 과정을 학문적으로 깊게 연구했으면 좋겠다. 외국 같으면 벌써 관련된 박사학위는 물론이고 논문이 몇 개는 나왔을 텐데…. 그때쯤 되면 지금 같은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마스크(Mask)의 어원인 라틴어 마스카(Masca)는 본래 공연에서 배우가 쓰는 가면을 말한다. 이탈리아어의 마스케라타(mascherata·가면무도회), 스페인어의 마스카라르(mascarar·얼굴을 칠하다), 속눈썹을 돋보이게 하는 화장인 마스카라도 여기서 파생했다. 요즘은 마스크라고 하면 먼저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의료용 마스크를 떠올리지만 본래는 얼굴을 가리고 화려하게 돋보이기 위해 썼던 셈이다. ▷천 마스크가 대부분이던 2003년 봄, 국내 한 대형마트에서 영국에서 처음으로 직수입한 일회용 황사 전용 마스크 4000개가 하루 만에 품절돼 화제가 됐다. 0.3μ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95%까지 걸러낼 수 있다는 제품인데, 황사와 함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우려가 커지자 동이 난 것이다. 마트 측은 1만5000장을 추가 주문했지만 언제 올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전 세계에서 동시에 1500만 장이나 주문이 폭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사와 감염병이 고기능 마스크 시대를 연 것이다. ▷그냥 마스크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요즘 마스크는 고수준이다. 0.4μm 크기 입자를 94% 이상 차단하는 KF94 마스크가 평범할 정도다. 그것도 못 미더워서 0.02∼0.2μm 입자를 95% 이상 차단하는 미국 N95 호흡기를 쓰기도 한다. ▷코로나19 사망자만 1만3000명이 넘는 이탈리아에서는 슈퍼카를 만드는 람보르기니가 마스크와 보호 장구 등을 생산해 기부한다고 한다. 마스크는 인테리어 부서에서 만드는데 역대 람보르기니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가야르도의 대표 색인 오렌지색으로 만들었다. 명품 브랜드들도 마스크 제작에 나섰다. 구찌는 공장 설비를 개조해 마스크 110만 개, 보호복 5만5000벌을, 프라다는 마스크 11만 개와 의료작업복 8만 개를 만들어 기부할 예정이다. 아르마니는 일회용 의료용 작업복을 만든다. 프랑스에서도 샤넬과 디올이 마스크 제조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한정판과 마찬가지니 소장용으로 구입하고 싶다는 철없는 소리도 나온다. ▷이들 명품업체의 마스크 생산은 위기 극복 차원이지만 마스크로 감염병 예방과 패션을 동시에 노리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의 한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공기필터가 장착된 마스크는 7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스포츠용품 회사는 운동할 때 쓸 수 있는 마스크도 만들고 있다. 유쾌하지 않은 이유로 마스크의 신세계가 열리고 있는데, 어쩌면 원래 마스크의 목적으로 되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감염병 발생 때마다 인용되는 말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이다. 지난해 예산만 73억 달러(약 9조3000억 원)에 이르는, 전 세계 공중보건 기구의 모델.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도 미국 국민의 75%가 CDC를 신뢰했다(트럼프는 42%). 탁상우 전 CDC 역학조사관(52·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부교수)은 “CDC는 간부 대부분이 역학조사관 출신이고, 위기에도 현상에만 급급하지 않고 국가 보건 기능 전체를 보고 대응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미 매사추세츠대에서 건강환경 분야 박사를 취득한 뒤 CDC에서 6년, 미 국방부 역학조사관 등으로 5년간 일했다.》 ―감염병 위기를 빨리 끝내려면 모든 인력과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얼핏 그래야 할 것 같지만… CDC가 코로나19 같은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한다고 할 때 핵심은 감염병만 잡는 게 아니라 감염병을 잘 차단하면서 동시에 다른 공중보건 기능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그래서 상황이 터지면 긴급상황실(EOC·Emergency Operations Center)을 가동하고 여기서 모든 대처를 한다.” (다른 부서는 관여를 안 하나.) “긴급상황실은 평상시에는 작은 방에서 상시 모니터링 정도로 소규모다. 그러다 터지면 200∼300명이 쫙 들어와 대응한다. CDC 내 각 부서에서 오는데 왜 이렇게 하냐면… 위기에 대처하면서도 다른 공중보건 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게 안 되면 감염병은 막을지 몰라도 다른 부분에서 사망자가 속출한다. 감염병이 발생해도 치료 받아야 할 다른 환자가 많지 않나.” ―우리는 방역 당국은 물론이고 의료계까지 총동원된 상태다. “마음은 백번 이해하고,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의료진의 밤샘 사투는 지양해야 한다. CDC에는 재난 상황에서도 하루 최대 12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하고, 그걸 점검하는 문화가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그러나.) “지금 현장 의료진이 초긴장 상태로 수십 일을 보내고 있는데… 그렇게 쪽잠 자는 상황이 계속되면 모든 의료진이 탈진할 거다. 위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때는 의료진의 건강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이 없으면 대응을 할 수가 없으니까. 감염병에 따라서는 의료 인프라가 흔들릴 수 있다는 큰 그림까지 봐야 한다.” ―큰 그림이라니….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 초기에는 잘 몰라서 사망자 중 의료진이 15%나 됐다. 그런데 에볼라가 끝난 뒤 주 발병국의 보건지표가 10년 전으로 후퇴했다. 의료진 사망으로 의사 간호사 없이 출산하는 상황 같은 게 벌어진 거다. 그 과정에서 산모가 사망하고…. 그래서 현장 의료진의 건강과 안전이 중요한 거고, 감염은 물론이고 다치거나 과로해서도 안 된다. 자원봉사자도 먼저 자기 몸에 기저질환이나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가야 한다. CDC에서 역학조사관으로 현장에 파견 가려면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턱수염이 있어도 보내지 않는다.” ―턱수염이 무슨 상관인가. 건강 상태를 업데이트하다니? “미국은 N95(우리의 KF94등급) 마스크를 마스크라고 부르지 않고 호흡보호구라고 한다. 보건의료 인력이나 긴급대응 요원이 N95를 쓰려면 원칙적으로 의사에게 써도 문제가 없다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 등급이 높은 만큼 호흡이 불편하기 때문에 기저질환이나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얼굴에 잘 밀착되는지 핏(Fit) 테스트도 하는데 수염이 길면 공기가 새기 때문에 안 된다. 종교적 이유로 턱수염을 안 깎았는데 현장에 나갈 수 없어 내근만 한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제대로 된 역학조사관을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큰 오해가 있는데… CDC 역학조사 전문요원 양성 과정(EIS)은 현장에서 접촉자 동선 파악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다. 미국 내 공중보건기관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각종 재난 상황에서 현장에서 사령탑인 본부까지 어떻게 대응하고 움직이는지 총괄적인 시각을 갖도록 해준다. 특히 핵심 과정 10여 개가 있는데 이걸 통과하지 못하면 수료증을 안 준다. 그중 하나가 CDC 기관지에 리포트를 게재하는 것이다.” (많이 어렵나.) “일반인도 볼 정도로 독자층이 매우 넓기 때문에 아주 쉽게 써야 하는데 900단어와 그림 하나 표 하나로 해야 한다. 일반 논문이 4000단어 정도니 그걸 줄여 쉽게 쓰기가 굉장히 어렵다. 나도 처음에는 20번 정도 퇴짜를 맞은 것 같다.” ―주로 뭘 지적하던가. “하도 많아서… 용어의 부정확성이 많았다. ‘아마’, ‘…일 수 있다’ 식의 애매한 표현은 못 쓴다. 불확실하면 명확하게 불확실하다고 하고, 쓰는 목적도 분명히 하도록 요구한다. CDC 센터장 직속으로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국장이라는 엄청나게 중요한 자리가 있는데 우리의 공보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센터장이 해야 할 말, 하면 안 되는 말 등을 모두 조정한다. CDC 간부들이 언론 인터뷰나 브리핑에서 거의 말실수 없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정제된 표현을 하는 것은 이런 훈련을 역학조사관 양성 과정부터 끊임없이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인터뷰를 해도 일관된 메시지가 나오는데 CDC가 미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기관이 된 데는 이런 노력이 숨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표현을 말하나.) “같은 상태라도 ‘죽을 만큼 위중하지는 않다’가 아니라 ‘힘든 부분이 있지만 아직 상태가 양호하다’는 식으로. 현장에서는 조사관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협조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건 피해야 한다.” ―역학조사관 양성 프로그램이 리더를 기르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재정이 쓰이는 방식, 행정이 움직이는 과정, 서류 절차는 어떻게 되고 그게 입안이 되면 어떤 효과를 내는지 등도 배운다. EIS를 나온 사람들은 CDC뿐만 아니라 미국 내 연방정부, 주정부 보건 분야의 고위층이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감염병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전체 보건 분야를 다 다룬다. 전문 분야 깊이도 현 로버트 레드필드 센터장 등 최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의학박사(MD) 등 학위를 두세 개씩 갖고 있다. 공중보건학 석사(MPH)는 흔하고 최근에는 공중보건학에서 과학(Science) 부분을 더 깊게 한 MSPH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시너지를 위해 사회학, 인류학, 심지어 정치학 박사들도 뽑는다.” ―인류학이 공중보건과 어떤 관계가 있기에…. “우리는 역학조사를 환자와 면담해 동선을 파악하는 걸로 생각하지만… 진짜 역학조사의 목적은 질병의 경향과 특성을 파악해 확산을 막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의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 아닌가.) “질병은 단순한 요인으로 생기지 않는다. 문화 습관 인종 정치·경제적 상태 등등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인간의 건강 문제에 나타난 것이다. 특정 인종의 식습관은 질병과 밀접하지만 문화인류학자는 알아도 의사는 모른다. 물론 보건학 지식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는 교육 중 배우면 충분하다고 CDC는 본다. 대신 어떤 전공이든 자신이 잘하는 걸 갖고 와 시너지 효과를 내달라는 거다. CDC 손상예방통제센터(NCIPC)는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특정 지역에 대한 역학조사도 한다. 만약 운전을 방해하는 사각지대가 숨어 있었을 경우 교통 관련 전공자라면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지 않겠나.” ―질병은 정치사회 문제와 연관되기 쉬운데 CDC는 어디까지 관여하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불법 이민자들이 멕시코 국경을 넘은 뒤 아이들을 버리는 일이 사회문제가 됐다. CDC가 감염병 유포 등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바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대응했다. 불법 이민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고, 아이들 인권 문제도 있지만 개입한 거다.” (운영은 독립적인가.) “CDC는 미 보건사회복지부(HHS) 산하지만 인사와 예산을 스스로 짠다.” (우리 질병관리본부장은 5급 이상 인사도 못하는데….) “더 중요한 건 CDC가 예산을 어떻게 쓰는가인데… 절반 이상을 주 정부 등 지방정부 보건 분야 지원에 쓴다. 각 지방정부의 보건 역량이 강화되고, 거기서 정확한 자료와 통계가 신속하게 올라와야 연방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으니까. CDC만 강화하겠다고 예산을 쓰지 않는다. 가짜 뉴스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그런 것도 CDC가 대응하나. “긴급상황실이 가동되면 그 안에 합동정보센터(JIC·Joint information center)가 만들어지는데 쉽게 말해 잘못된 정보에 CDC 이름으로 댓글을 다는 일을 한다. 그건 잘못된 사실 같으니 여기로 가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JIC 안에 팀만 15개 이상 있다.” (하… 너무너무 부럽다.) “갈수록 이 부분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더라. 큰 언론, 브리핑도 신경 써야 하지만 위기 소통의 대상을 보는 관점을 더 넓혀야 한다. 잘못된 걸 바로잡아 주면서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미국에서 왜 갑자기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건가. “웃긴 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에볼라 사태를 겪으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감염병을 대비하는 ‘세계 보건안보팀’을 만들었다. 그걸 해체한 게 트럼프다. 당시 그 팀이 감염병 팬데믹이 올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했는데….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도 왜 CDC가 아니라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맡겼는지 모르겠고. CDC 예산도 해마다 줄이고 있는데 CDC가 아무리 최고의 집단이라고 해도 힘들 것 같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이달 중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의 지역 신문인 ‘레코 디 베르가모’는 10개 면의 부고면을 발행했다. 평소 1∼3개 면인데 코로나19로 사망자가 급증해 150여 명을 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족이 사망하면 신문을 통해 소식을 알리는 문화가 있어 대부분 언론이 홈페이지에 부고(Necrologie)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비용을 내고 고인의 사진과 내용을 보내면 게재해 준다. ▷20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3405명으로 집계되면서 중국의 누적 사망자 3248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는 최근 매일 400명 안팎의 신규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누적 확진자도 4만1000여 명으로 8만여 명인 중국의 절반에 이른다. 폭증하는 사망자로 관혼상제 전통까지 흔들리고 있다. 자가 격리된 가족이 많아 상당수 장례식은 성직자와 장례업체 직원들에 의해 치러지고 있다. 사제가 죽음을 앞둔 병자를 찾아 기도문을 외우며 성유를 발라주는 ‘병자성사(病者聖事)’도 감염 우려로 중지된 곳이 많다. ▷이탈리아의 상황은 의료 인프라 누수를 방치한 공공 의료 체계가 키운 화라는 지적이 많다. 이탈리아 의료 시스템은 공공 의료와 사설 의료로 나뉘는데 공공 의료 체계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공무원으로 간주돼 급여가 사설 병원 의사보다 낮고, 의사 수도 예산에 연동돼 쉽게 늘리기 어렵다. 여기에 보건예산도 줄고 있는 추세라 2005∼2015년 10년간 무려 의사 1만여 명, 간호사 8000여 명이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로 떠났다. ▷공공 의료 전문의 진찰을 받으려면 먼저 주치의를 거쳐야 한다. 주치의가 판단한 4가지 상태에 따라 전문의 진료일이 예약되는데 가장 긴급한 상태도 사흘이 걸릴 수 있다. 다음은 열흘 이내, 그다음은 1∼2개월, 네 번째는 최대 반년 정도가 걸린다. 발병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이런 의료 시스템 탓도 있을 것이다. ▷6000여만 명이 사는 나라에서 사고나 앓고 있던 병 때문이 아니라 돌발적인 전염병으로 하루 400명이 목숨을 잃는 것은 21세기 선진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비극이다. 그래도 이탈리아 도시의 발코니와 창문에는 ‘다 잘될 거야(Andr‘a tutto bene)’라고 적힌 무지개 그림이 곳곳에 걸리고 있는데,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시민들이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발코니에서 노래와 연주로 이웃을 위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황은 어렵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다. 언제나 그랬듯, 질병이 인간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2010년 창설된 해군 최초의 기동부대인 제7기동전단은 ‘세계 어디서나 작전 수행이 가능하고, 적이 넘볼 수 없는 부대’가 창설 목표다. ‘신의 방패’라 불리는 최첨단 이지스함(AEGIS)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부대의 본부가 있는 제주해군기지가 민간인 시위대 2명에게 뚫리는 망신을 당했다. ▷7일 오후 2시경 시위대 2명이 기지 외곽 펜스를 가정용 펜치로 절단하고 들어와 1시간 반 넘게 부대를 활보했다. 어제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침입 장소는 감시초소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이었다. 능동형 감시 시스템인 외곽 경계용 폐쇄회로(CC)TV는 녹화만 됐을 뿐 경보음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태풍에 훼손된 CCTV 15개 중 일부를 신형으로 교체했는데, 기존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지 않아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그동안 방치했다고 한다. 침입 1시간여가 지나서야 펜스가 뚫린 사실을 발견했고, 5분대기조는 당직사관의 미흡한 대응으로 40분이 더 지난 후에야 출동했다. 군견 한 마리 몫도 못한 경계 태세다. ▷우리 군부대가 동네 마실 다니듯 무방비로 뚫린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가 강원 고성 지역 3중 철책을 넘어 우리 군 전방초소(GOP) 생활관 문을 두드린 일명 ‘노크 귀순’이, 지난해 6월에는 북한 주민 4명이 탄 목선이 강원 삼척항까지 아무 제지 없이 들어온 ‘해상판 노크 귀순’이 벌어졌다. 2015년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는 밤에 부대 안에 들어온 민간인 차량을 10여 분간 찾지 못해 부대가 발칵 뒤집혔다. 차는 다시 위병소에 나타났지만 신원 확인 중에 부대 밖으로 도주했고, 경찰 협조로 잡았다. ▷경계 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군은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를 천명하지만 개선은 고사하고 더 악화되는 것 같다. 지난해 7월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는 경계 실패를 덮기 위해 부대 장교가 병사에게 허위자백을 종용했다. 군 안팎에는 ‘상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나 있을 때만 터지지 않으면 되지’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 잇단 경계 실패는 이런 면피와 눈치 보기에 길들여진 군 문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제7기동전단에 배속된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은 1000km 밖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찾아낼 수 있고, 동시에 900여 개의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다. 그런 무기가 있는 곳이 고작 가정용 펜치에, 그것도 대낮에 뚫리다니 어이가 없다. 군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방패다. 자기 집도 못 지키는 방패를 어찌 믿을까. 부대를 지키는 파출소라도 둬야 하나.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말 힘들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일은 일대로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끝난 뒤 감사원은 대응 실패를 이유로 당시 양병국 본부장의 해임 등 8명에게 중징계를 권고했다. 정기석 전 질본 본부장(62·한림대 성심병원 교수)은 “지금도 직원들이 날밤을 새우겠지만 선제적·실질적 대응을 하기 위한 권한은 사실상 거의 없다”며 “과거처럼 상황이 끝난 뒤 또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은경 본부장의 직전 본부장으로 2016년 2월∼2017년 7월 재임했다.》 ―정은경 본부장의 머리가 하얗게 센 사진이 화제가 됐다. “힘들 때니까…. 어디 보니까 한 시간은 좀 넘게 잔다고 하던데…. 몸도 몸이지만 아마 마음고생이 무척 클 거다. 전문 인력 등 모든 게 부족한 데다 권한도 별로 없으니까.” (질본 본부장은 최전선 지휘관인데 권한이 없다니.) “코로나19로 질본 본부장이 지휘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생겼다. 그럼 여기서 방역에 관한 모든 것을 컨트롤해야 한다. 그러라고 만든 거다. 그런데 위기대응 단계 격상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인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만들어지고, 다시 ‘심각’ 단계가 되니까 국무총리가 본부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생겼다. 장관, 총리가 방역을 아나? 정 본부장이 결정하고 말해야 할 것을 그 위에서 하니 엇박자가 안 나고 배기겠나. 즉시 조치는 고사하고 아마 위에 보고하고 설명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내지 않을까 싶다. 얼마나 답답하겠어.” ―그럼 질본은 지금 주로 뭘 하나. “역학조사 정도… 신천지 교도가 어디서 얼마나 감염됐고, 감염원이 여기냐 저기냐 하는…. 그런 건 질본 역할 중 일부분일 뿐이다. 본부장에게 제대로 된 권한이 있었다면 중국 우한에서 터졌을 때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았을 거다. 얼마 전 정 본부장이 ‘방역하는 입장에서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게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로서는 엄청 세게 얘기한 거다. 그런 말을 할 스타일이 아니거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전파했다고 했는데 거짓말이다. 일단 보름 정도만 입국을 막으면 한국인도 중국에 안 가기 때문에 금방 준다. 29번 환자도 한동안 왜 감염됐는지 몰랐는데, 그때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보고 심각 단계로 올렸어야 했다. 본부장에게 권한이 있었다면 둘 다 즉시 했을 거다. 그리고 파생 문제를 예상하면서 마스크 물량을 점검하게 되고, 수출 금지, 최대 생산을 건의했을 거다. 대만이 그러지 않았나. 하지만 요원한 얘기다. 지금은 인사권도 없으니.” ―질본 본부장은 기관장인데 인사권이 없다니…. “내가 취임했을때 6급 이하 인사를 1년 정도 지나서야 할 수 있었다. 물론 규정은 6급 이하 인사는 소속 기관의 장이 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복지부가 안 놔준다. 얘기를 계속하고 주변과 언론에서도 본부장에게 인사권이 없는 게 문제라고 하니까 그때서야 놔줬다. 지금은 또 어떤지 모른다.” (인사권도 없는데 당신은 왜 맡은 건가. 몰랐나?) “잘 모르기도 했고, 나 때 처음으로 1급에서 차관으로 승격돼 차관이면 할 수 있는 게 있을 줄 알았다. 또 메르스로 그렇게 혼이 나서 아무도 안 하려는 자리에 왔으면 재량권을 줄 거라 생각했다. 순진했지….” (5급 이상은 본부장이 전혀 모른다는 건가.) “사전 의논 없이 일방적으로 내리꽂으니까…. 물론 복지부 장차관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살짝 얘기는 해주지만 시스템은 아니다.” ―감염병 대응에는 역학조사관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하던데…. “처우나 입지가 안 좋으니까…. 역학조사관으로 들어오는 의사들은 감염병 같은 공공보건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들어와서 일을 하다 보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규직이 아니다. 처음에 3년 계약하고, 2년 연장할 수 있지만 그다음은 정해진 게 없다.” (계속 계약 연장은 되나.)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2, 3년마다 계속 재계약해야 한다면 누가 남아 있겠나. 그러다 보니 질본에 좀 있다가 그걸 경력 삼아 정년이 보장되는 복지부 5급 사무관으로 옮긴다. 이런 식으로 경력이 좀 쌓이면 사라지기 때문에 베테랑 역학조사관이 적다.” ※역학조사관은 전문임기제로 현재 정원은 43명이지만 33명이 일하고 있다.(2월 27일 기준) 코로나19 사태로 130명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신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개선 요청은 안 했나. “왜 안 했겠나.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은 10년 정도 하면 고위공무원단이 될 수 있는 자격과 인센티브를 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안 됐다.” (왜 안 된다고 하던가.) “정부 조직에서… 그런 걸 공문으로 명확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구두로 전달하면 돌고 돌아서 안 된다는 말만 온다.” ―역학조사관이 실제 뭘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도 이유가 아닌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는 EIS(Epidemic Intelligence Service)라는 역학조사 전문요원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 연방수사국(FBI)처럼 등에 로고가 박힌 점퍼를 입고 다니는데 ‘질병수사관’으로 불린다. 국립보건원에 이들을 양성하는 대학원을 만들고 싶어 건의했는데 안 됐다. 대학원을 만들면 학생이 오고, 교수 등 전문 인력이 양성된다. 하나의 학문 사회가 생기면 관련 인력 풀이 커진다. 이번에 대구같이 큰 도시에도 제대로 된 역학조사관이 없었다. 역학조사관 분야가 제대로 서있으면…. 그들이 평소에 감염병을 연구하고, 이런저런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을 짜고, 가상훈련을 계속한다. 그 시나리오 속에 주변국 입국 금지는 어떻게 할지, 자국민 이송, 마스크 수급, 병상 준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다 터지면 즉시 대응하는 거다.”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미리 선제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그 사람들 중 평상시에 방역 대책을 고민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나부터도 마찬가지다. 지금 코로나19가 터지니까 논문 찾아보고 얘기해주는 거지…. 언제 코로나 방역 대책을 생각했겠나.” ―지금 질본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뭔가. “긴급상황센터장과 감염병관리센터장이 전문가가 아닌 행정고시 출신 복지부 관료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리핑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다. 복지부가 자기들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곳으로 질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행시 출신이 하면 왜 안 되나.) “감염병 발생 시 질본에서 가장 중요한 게 긴급상황센터장이다. 현장 지휘관이라고 할까. 의사 출신인 정 본부장도 그 자리에 있다가 본부장이 됐다. 그다음이 감염병과 관련해 전반적인 지원을 해주는 감염병관리센터장이다. 지금 같은 확진자 숫자 나열 브리핑은 사실 본부장이 매일 할 필요가 없다. 그건 원래 긴급상황센터장 일이다.” (그런데 왜 본부장이?) “감염병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답을 할 수 없으니까. 행시 출신 복지부 고위관료가 뭘 아나.” (혹시 의사 출신을 구하려다 안 돼서 온 건 아닌가.) “그건 아니고… 복지부에 국장 자리가 한정돼 있으니 질본에 와서 쉬다 가는 거다. 사실 박능후 장관 취임 전날 조언을 해달라기에 만났다. 그 자리에서 질본 조직표를 꺼내 긴급상황센터장, 감염병관리센터장을 형광펜으로 줄 치고 ‘장관님, 이 자리는 절대 행정직이 와서는 안 됩니다’라고 신신당부했다. 전문가를 승진시키거나 뽑아야 한다고….” (결과는?) “더 나빠졌다.” ※ 질본 브리핑은 정 본부장이 혼자 하다 지난달 말부터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이 함께하고 있다. ―감사원은 메르스 사태 때 병원명 비공개가 감염을 확산시켰다며 당시 양병국 본부장, 정 본부장(당시 긴급상황센터장) 등 질본 간부들의 중징계를 건의했다. 하지만 정작 결정권자인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희생양이었다고 본다. 내가 본부장이 되면서 징계가 집행됐는데 막아보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 권한도 없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우면 되나. 그때 실망한 의사 출신 간부들이 많이 떠났다. 지금도 이런저런 문제가 지적되는데… 솔직히 지금 경질하면 정부가 잘못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니 못 하겠지만 사태가 끝나고 나면 알 수 없다. 안 그래도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많아서 아무도 안 하려는 자리인데…. 임기도 그렇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작년 12월에 청와대에서 정 본부장 후임을 물색했다. 여기저기 전화해 하겠냐고 묻고 다녔거든. 정 본부장이 2년 반쯤 됐으니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던지 그러다가 지금 사태를 맞았는데…. 질본이 정치색이 있는 곳도 아니고 전문가들은 좀 오래 놔두면 안 되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질본의 청 승격, 6개 지역본부 설치, 복지부내 보건 담당 2차관 신설 등을 발표했는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것과 똑같다. “상황이 끝나고 나면 아무도 관심이 없으니까 추진하지도 않고, 다시 터지니까 그대로 갖다 쓴 거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중 하나가 질본 독립이다. 공약 지켜지는 거 별로 없지만 역시나였다. 이번에도 저러다 말 거다. 그냥 하는 소리들이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광주시는 지난해 5월 18일부터 228번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1960년 자유당 독재에 맞서 대구 고등학생들이 벌인 2·2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데, 518번이 있는 대구가 두 도시의 화합과 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제안했다. 차 안팎에는 2·28민주화운동에 대한 설명도 붙어 있다. 228번은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를, 518번은 2·28기념중앙공원 등을 지난다. ▷2009년부터 시작된 두 도시의 우정은 ‘달빛동맹’이라 불린다.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에서 땄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놓고 지자체 간 갈등이 심해지자 소모적인 경쟁 대신 어느 곳이 선정돼도 연구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하기로 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광주∼대구 내륙철도사업, 광주시민의 숲(대구) 대구시민의 숲(광주) 조성 등 행정 분야를 넘어 문화 예술 민간까지 교류·협력이 확산됐다. 두 지역 통기타 뮤지션들의 모임인 ‘달빛통맹’도 있고, 양 지자체가 두 지역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달빛오작교’ 행사도 매년 열린다. ▷4일 광주 빛고을전남대병원에 대구의 경증 확진자들이 입원했다. 대구의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광주가 병상을 제공한 것이다. 병원이 있는 덕남마을 주민들은 ‘광주와 대구는 달빛동맹을 맺은 형제입니다’란 플래카드를 걸었다. 광주시의사회는 지난달 28일부터 대구에서 의료봉사 중이다. 대구는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증하기 전 광주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타나자 마스크 1만 장을 전달했다. 최근에는 광주가 마스크 2만 장을 대구에 지원했다. ▷달빛동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두 도시 간의 동맹에서 전라-경상 간의 유대로 확대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에서는 대구 확진자 2명을 치료 중이고, 전남도는 대구경북에 마스크와 위생용품, 사랑의 도시락을 지원했다. 전남 진도군 군내면 주민들은 특산물인 봄동(봄배추) 800kg을 대구 남구에 보냈는데 자가 격리 중 반찬 부족을 걱정해서라니 그 마음 씀이 훈훈하다. 남구 주민들은 2012년 군내면에서 태풍 피해 복구를 도왔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한국판으로 쓴다면 무대는 단연 대구와 광주가 아닐까 싶다.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대혁명과 우리 민주화의 기폭제가 된 2·28, 5·18이란 시대 배경, 런던과 파리 못지않은 라이벌 의식 등 유사점이 많다. 디킨스는 당시를 “희망의 봄이지만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고 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희망만 한 것이 없지만 희망이란 길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없던 길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생긴다. 달빛이 그 길을 비추고 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리고, 전국의 학교 개학도 일주일 연기했다. 일부에서는 생필품 사재기와 정상적인 생활을 꺼리는 사람들도 생기는 상황. 대응은 철저해야 하지만 과도한 공포는 질병 자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지금, 모든 것이 뚫리고 엉망인 것처럼 느끼는 두려움은 적절한 것일까. 사태 초기 3, 17, 28번 환자를 완치해 퇴원시킨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56·대한병원협회 신종 코로나 비상대응실무단장)은 19일 “바이러스는 괴물이 아닌 의학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병원협회에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때는 상황실장, 2015년 메르스 때는 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정부의 초기 방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확산 중이니까 잘 안 믿기겠지만… 솔직히 1단계 방역은 잘했다고 본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분명히 국내로 들어온다고 보고 준비에 들어갔다. 우리가 일본, 싱가포르보다 지역사회 감염이 2, 3주 늦은 게 이런 초기 대응이 잘됐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번 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미 전국에 확산됐는데, 시간을 번 게 의미가 있다니?) “그 사이에 진단키트를 개발해 보급하고, 의료기관이 대처할 수 있게 됐으니까. 일본은 진단키트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 지금도 하루에 백몇십 명밖에 검사를 못 하고 있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랬는데 시간을 벌면서 지금은 몇천 개를 만들어 검사한다. 무기가 쥐여진 거다. 더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걸리면 죽을지 살지 알지도 못하다가 완치돼 퇴원하는 환자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확산은 됐지만 이렇게 치료하면 된다는 지침도 줄 수 있게 됐고… 이게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건데 대부분은 그 의미를 잘 모른다.” ―그렇더라도 지역사회로 전파됐다면 대응에 실패한 것 아닌가. “우리가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초기 검역 등 감염병에 대한 1단계 대응은 100% 차단이 목적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중국 우한처럼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로 확 번지지 않고, 가두리 양식장처럼 최대한 통제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대응 시간을 버는 게 목적이다. 물론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나중에는 결국 지역사회로 전파되지만… 감염병이란 게 지역사회 전파가 안 될 수는 없다. 4, 5일간 확진자가 안 나온 소강 기간이 있었는데 그게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게 아니다. 방역망 안에서 관리가 되던 사람들 중에 확진자가 안 나온 거고, 빠져나간 사람 사이에서는 감염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 전파를 예상했다는 건가.) “16일쯤부터 시작돼 오늘(19일)쯤 확산 현상이 보일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됐을 때 환자 분류는 어떻게 하고, 진료체계는 어떻게 정하고, 그런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의료진의 감염 보호 문제도 대비하고….” ※16일 정부 방역망에서 벗어난 첫 2차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감염 의심자의 동선 파악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아무리 정밀하게 해도 모든 동선을 파악할 순 없다. 그래도 감염병 관리법이 바뀌어서 몇 년 전에 비하면 엄청 좋아진 거다. 메르스 때는 진술 외에는 역학조사관이 동선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신용카드, 휴대전화 통신기록, 폐쇄회로(CC)TV 등을 볼 수 있어 중요한 지점은 다 확인이 된다. 범죄자도 영장 없이는 못 보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발전한 거다. 외신들은 왜 그런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우리는 안 묻더라.” (어느 외신이?) “월스트리트저널… 특집기사를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3번 환자에게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칼레트라)를 투여한 이유는 뭔가.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항바이러스 제제가 몇 개 안 되는데, 다른 것은 코로나19와 바이러스 종류가 달라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 칼레트라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니라 대사 과정을 막아 자라지 못하게 하는데 이런 원리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봤다. 보급이 많이 돼 당장 쓸 수 있기도 했고. 17번 환자는 회복기에 발견돼 투여하지 않았다.” ―퇴원 결정 때 고민하지는 않았나. “메르스 때와 달리 지금은 개별 병원에서 결정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 중인 병원들이 모인 중앙임상TF에서 한다. 개별 병원에서만 하면 실수가 있을 수도 있고, 이런 문제는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굉장히 중요한 기구다.” (퇴원 여부 말고 다른 기능도 있나.) “메르스 때 30여 명이 사망할 정도로 엄청났는데 어이없게도 논문 하나, 환자 조직 하나 남겨진 게 없으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논문은 환자를 체계적으로 봐야 쓸 수 있는데, 당시 워낙 정신없이 밀려드는 환자를 보는 데만 급급해서 전혀 준비를 못 했다. 사망자의 폐 조직도 보관해야 하는데, 겁이 나서 전부 화장을 해 남아 있는 게 없다. 제대로 된 혈청도, 유전자 분석도 없다. 지금 우한 같은 상황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이번에는 중앙임상TF로 환자 샘플을 보내고, 치료 과정도 공유하며 케이스를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병원에서도 환자가 퇴원하자마자 관련 논문이 나올 수 있었던 거다. 지금은 환자가 발생하니까 굉장히 뚫린 것 같지만 사실 질서있게 대응하고 있는 편이다.” ※중앙임상TF는 20일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로 확대·개편됐다. ―의료진도 사람인데…. “감염에 대한 걱정을 말하는 건가? 우리 병원은 시설도 시설이지만 바이러스가 몸에 묻지 않도록 훈련해서 별로 걱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바이러스는 눈에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아나.) “메르스 발생 1년 전인 2014년 ‘감염성 질환 신속 대응팀’을 만들었는데 방호복에 형광물질을 바르고 착·탈복 훈련을 했다. 벗은 뒤 형광카메라를 비춰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제대로 벗을 때까지 무한 반복을 하는 식으로. 바이러스는 절대 무섭지 않다. 알고 준비하면…. 그래서 메르스 때 대체로 잘했는데 패착이 하나 있었다.” (패착?) “훈련과 준비를 감염 관련 인력 수십 명만 한 거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감염병 대비는 전 직원은 물론이고 환자들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걸…. 그래서 이번에 3번 환자가 확진자라는 보고를 받자마자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진돗개 하나?) “나한테 브리핑한 거 그대로 직원들에게 통신문으로 보내고, 입원 환자들에게는 500부를 복사해서 일일이 회진하며 돌리라고 했다. 직원,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서 확진자를 치료 중이라는 걸 뒤늦게 뉴스를 보고 알면 두려움이 생긴다. 먼저 연락 받으면 안심하게 되고, 또 그게 정상이다. 그런 모습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행히 한 명도 나가겠다는 환자가 없었다.” ―남들은 돈 안 된다고 기피하는데 국가지정격리음압병상, 권역응급센터·외상센터·재난거점병원 등 4개나 맡고 있다. 돈은 초월한 건가. “하하하, 그럴 리가. 이번에도 외래환자가 30∼40% 정도 준 것 같기는 한데…. 국가지정격리음압병상은 원래 다른 병원에서 내부 반발로 반납한 걸 경기도가 받아달라고 해서 받은 거다. 우리 안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그런 건 공공병원이 해야지 민간인 우리가 왜 하느냐, 문 닫으려고 그러냐고. 옛날에도 콜레라 돌 때 환자 받았다가 폐쇄된 병원들이 있어서….” (알면서 왜?) “10년 전 이 병원을 인수했을 때 기자들이 전략이 뭐냐고 묻기에 응급 의료에 올인하겠다고 했더니 ‘듣보잡’ 전략이라고 하더라. 당시 응급실은 지금보다 더 의료수가가 낮았고, 다들 적자라고 줄이는 상황이었으니까.” (현실적인 지적 같은데?) “이 지역 인구가 42만 명인데 지역거점병원 역할만 제대로 하면 경영에 지장은 없다. 그런데 왜 안 오냐면 우리 병원을 못 미더워 했으니까. 그나마 오는 사람은 가깝거나, 응급상황이라 다른 데 갈 수 없는 경우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졌을 때 제일 먼저 간 곳이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집 근처인 한남동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이다. 거기서 응급치료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갔다. 어쩔 수 없이 갔는데 정말 잘하더라는 믿음을 쌓으면 될 거라 봤다. 그 영역이 감염, 재난, 외상으로 넓어진 거다.” ―다른 병원과 달리 남자 의사들이 모두 나비넥타이를 착용하던데 홍보 차원인가.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에서 그 모습을 보고 많이들 묻던데… 넥타이란 게 사실 잘 세탁을 안 하는 데다 롱 타이는 길어서 음식물 등이 잘 묻기도 해 감염에 취약하다. 의료계에서는 병원에서의 롱 타이 착용을 가급적 피하자는 제안도 있고, 실제 균 검출을 보고한 것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나비넥타이로 했다.” ―코로나19는 정복될까. “전파력은 높은데 치사율이 낮은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남는다. 치사율이 높으면 숙주가 죽어 바이러스도 살 수 없으니까. 원래 신종 인플루엔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계절 인플루엔자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는) 늘 우리 옆에 남아 있어서 폐렴을 일으키는, 동거하는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겉보기엔 평온하고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지만, 물속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오염과 부유물 등 때문에 수경 앞에서 자기 손을 흔들어도 안 보일 정도. 물속엔 공사장 등에서 떠내려온 통나무 철근 등 온갖 고체들이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서울 한강경찰대 수상구조요원 유재국 경위가 15일 투신자 수색 중 숨졌다. 교각 돌 틈에 몸이 끼었는데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고 한다. 2018년 8월에는 민간 보트 구조에 나섰던 심모 소방교 등 소방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한강 평균 수심은 5m에 불과하지만 베테랑 구조대원들도 잠수했다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몸이 뒤집히면 위아래를 구별하지 못해 당황하게 되는데, 이때 심장마비에 걸리기 쉽다. ▷강에 투신해 물속으로 사라져버린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강바닥에서 일렬로 줄을 잡고, 한 손으로 더듬어 가며 찾아야 한다. 체력 소모도 극심한데 공기통만 20kg이 넘는 데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수 kg의 추를 차고, 수색 내내 물살을 거스르며 헤엄을 쳐야 한다. 한강 하류는 유속이 시속 5km 정도인데 2km만 넘어도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심야에 출동하는 구조대원들은 한강 잠수교 인근을 지날 때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밤에 잠수교 위에서 불법으로 낚시를 하는 이들이 있어 출동하던 대원의 목에 낚싯줄이 감긴 적도 있다. ▷안타까운 건, 재난 상황 자체도 위험하지만 구조대원들의 선한 마음 때문에 더 큰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직 살아 있을 것”이라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어두워져서 오늘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보려는 마음에 스스로 ‘조금만 더’를 외치며 잠수 횟수와 시간을 늘리다가 변을 당하기도 한다. ▷구조는 목숨을 건 행동이다. 하지만 ‘설마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조대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도 많다. 실종자 수색본부가 차려진 곳 바로 옆에서 수상스키, 윈드서핑을 즐기는가 하면, “흥을 깬다”며 수색본부를 옮겨 달라는 사람도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구해내도 “고맙다”고 하거나, 나중에 찾아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수색 작업의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고 시신 인양이 늦어지는 것만 질타하는 목소리도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다. 숨진 유 경위의 아내는 임신 중이라고 한다. 심 소방교도 당시 갓 돌이 지난 쌍둥이를 두고 있었다. 유가족들만큼은 더 이상 힘들지 않게 우리가 돌볼 차례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보이스피싱은 바이러스와 닮았다. 끊임없이 변종을 양산하는 바이러스처럼 계속 수법을 바꿔 나간다. 초기에는 여론조사, 경품당첨 등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묻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정보기술(IT) 발전과 함께 휴대전화, 컴퓨터에 앱을 설치시켜 통째로 빼가는 식으로 진화했다. ▷이상한 메일이나 문자는 절대 열지 말라지만 최근에는 ‘한국 코로나바이러스 첫 사망자 발생’이란 제목의 동영상도 등장했다. 동영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스팸 바이러스인데 열면 휴대전화에 설치된 금융정보와 송금기능을 몽땅 빼간다고 한다. 요즘 같은 때 ‘우한 폐렴 감염자 및 접촉자 신분 정보 확인하기’라는 문자가 오면 안 열어보기도 힘들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2007년 아들을 납치했다는 보이스피싱에 걸려 6000만 원을 사기당한 한 지방법원장은 범인들이 들려준 “살려 달라”는 목소리를 아들로 착각했다. 주변에서 아들에게 확인 전화를 하자고 했지만 이 법원장은 “협박범들이 아들에게 전화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며 돈을 보냈다. 2014년 적발된 보이스피싱 일당의 총책은 6년간 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보이스피싱 수사를 맡았던 전직 경찰이었다. 그는 수사 노하우를 활용해 조직을 구성하고, 직접 조사했던 범죄자들을 조직원으로 편입시켰다. 드러난 조직원만 50여 명에 달했다. ▷최근 전북 순창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20대 청년 김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검사를 사칭한 범인은 “통화를 끊으면 공무집행방해로 2년 이하 징역 및 30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고 (도주하면) 지명 수배된다”고 협박했는데, 김 씨는 실수로 전화가 끊어진 뒤 다시 연결이 안 되자 진짜 처벌을 받을까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김 씨는 대학 4년 내내 다리가 불편한 친구의 휠체어를 끌어줄 정도로 심성이 고왔다고 한다. 김 씨는 유서에서 “저는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게 아닙니다”라고 호소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2013년 550억 원에서 지난해 6300억 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피해자 자살 같은 극단적인 불상사가 발생해도 양형단계에서 참고될 뿐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기는 어렵다고 한다. 금융범죄인 데다 범인이 고의로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보이스피싱 일당을 조직폭력 단체에 준해 처벌하고 있으나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걸 보면 큰 효과는 없는 듯하다. 선량한 사람들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을 박멸하려면 보다 강력한 대응과 처벌이 있어야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절박함이 없어….” 2018년 6월 어느 날, 김형오 당시 백범 김구 선생 기념사업회장은 옆에 있던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과의 통화를 막 끝낸 후였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은 국회의장을 지낸 그를 비대위원장 1순위로 접촉 중이었다. 2016년 총선 참패 이후 당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그는 비대위원장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심정으로 독배(毒杯)를 든 걸까.》 ―비대위원장 요청은 그간 모두 고사하지 않았나. “수차례 요청이 왔는데… 모두 절박함, 비장함이 부족한 것 같았다. 비대위가 구성된다는 건 비상시국이라는 뜻 아닌가. 구성원 모두가 비상한 각오를 가져야 하는…. 내 혼자 가지면 뭐 하노. 근데 함께 죽을 테니 맡아달라는 게 아니라, 비대위원장만 임명하면 자기들은 그냥 살아날 걸로 여기는 것 같았다. 물론 말은 그렇게 안 하지만… 우리가 다 선수인데 알잖아? 그런 자세라면 맡아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2016년 총선 참패 직후에, 탄핵 시위가 한창이던 같은 해 12월에, 2018년 지방선거 참패 후에 비대위원장 요청을 받았으나 고사했다. ―황교안 대표가 직접 연락했나. “내가 호흡기 계통이 안 좋아 겨울에 많이 힘들다. 미세먼지에도 민감하고, 추우면 못 살고…. 그래서 2월까지 있을 생각으로 베트남에 갔는데 황 대표 전화가 왔다.” (작년부터 물망에는 올랐는데….) “그때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미 공관위원들이 다 정해져 있고 위원장만 찾는다고 들었거든. 그런 자리에 가면 뭐 하겠노. 그래서 황 대표 전화가 왔을 때 ‘이미 위원들이 다 정해져 있다던데’라고 물으니, 아니라는 거야. 자기들이 생각한 안은 있지만 참고용이지 알아서 인선하라고…. 목소리에 진지함이 묻어 있더라고.” (황 대표 목소리는 메뉴판을 읽어도 진지하게 들리는데….) “목소리 때문은 아니고…. 그런 타고난 목소리가 남 속이라고 주어졌을까? 신뢰가 갔다.” (절박감도 느껴지던가.) “절박감까진 아니고 진지함은 느꼈다.” (목소리 때문은 아니고?) “또 목소리…. 아니라고.”―위원장 임명식에서 황 대표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박지오라고 그림 그리는 내 친구가 있는데… 부산 내 지역구(영도)에 좀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늘 보면서 생각하려고 서민 냄새가 나는, 시장 풍경 같은 거 하나 그려 달라고 해 받은 거다. 과일 장사 아주머니가 아이들에게 포도를 주는 모습인데…. 자신도 넉넉하지 않지만 베푸는 마음이 그림에서 묻어나 내가 참 좋아한다. 정치권이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해서 선물했다.” (황 대표는 그 마음이 있던가.) “아직까지는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고….” (비싼 그림인가?) “싸지는 않을걸. 그 친구가 무슨 한국화 심사위원장도 오래했는데….” ※박지오 화백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위원장을 역임했다. ―공관위원 선임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치권에 발을 디디지 않겠다는 분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자신이 노출되는 걸 꺼리는 분들도 상당히 있었고…. 그간의 한국당 이미지가 상당히 작용했겠지…. 정치인 출신들은 아예 접촉하지 않았다. 김세연 의원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고.” (당에서 자료를 주겠다고 했는데 거절했는데….) “나도 사람이니 보면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서….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 소신껏, 내 책임 아래 구성하고 싶었다.” ―공관위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어제까지는 참았는데 오늘부터는 각오하라”고 했다. 많이 찾아오던가. “엄청 찾아오더라고, 밤늦게까지…. ‘인사드리러 왔다’, ‘집 앞에 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일절 대응을 안 했다.” (무시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었을 텐데….) “눈감으면 다 똑같다. 일절 안 만났다. 근데 공관위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 더 많이 찾아올 것 같아서 그 말을 한 거다. 엄청난 불이익을 당할 것이고, 명단도 공개하겠다고. 그랬더니 좀 줄었다. 문자는 계속 오지만….” (뭐라고 하던가.) “이럴 수가 있습니까. 우리가 어제오늘 아는 사이가 아닌데…. 내가 공천 부탁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뭐 이렇게….” (공천 부탁이 아니면 뭔가.) “그냥 하는 소리지.” ※인터뷰하는 3시간 동안 그의 휴대전화는 5분 간격으로 울렸다.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하기 그런 게… 공천은 그런 연줄이 더 많이 작용하지 않나. “그래서 딱 끊은 것도 이런 기회에 좀 바꿔보려고…. 전 원내대표들에게 의정활동 평가서를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작 공천에 의정활동은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게 세상에 어디 있나.” (평가 자체를 안 하지 않나.) “없어, 없어. 내가 원내대표 할 때 나름대로 만들었는데 그 다음 공천 때 보니까 그 서류조차 본 사람이 없는 거야. 의정활동은 평가하지 않고, 여당은 청와대, 야당은 실세 줄 잡으면 공천되니 어느 놈이 의정활동을 ‘쎄빠지게’ 하겠노. 이제는 고쳐야지. 언론도 국정감사에서 뱀 흔드는 거 그만 쓰고… 쓰려거든 아직도 이런 질 떨어지는 의원이 있다고 썼으면 한다.” ―위원장은 어떻게 공천을 받았나. “하하하, 빽 안 썼냐는 뜻인가? 내가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에 있다가 1992년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당선됐는데… 적임자가 없었는지 3차에서야 공천을 받았다. 당시 부산 공천은 YS(김영삼)가 했는데… 정치가 묘한 게, YS는 청와대 배려 차원으로 나를 넣었는데 정작 노태우 대통령은 나를 몰랐다. 그 때문에 민정계에서는 내가 상도동이랑 뒷거래한 거 아니냐고 봤다. 그래서 보통 청와대 떠날 때는 대통령과 커피타임을 갖는데 그것도 안 해 주더라.” (민주계에서는?) “부산에서 선거를 해야 하니까 민주계에서 좀 끼워주길 바랐지. 근데 또 여기서는 노 대통령 비서라고 안 끼워 주더라고. 선거운동을 하려면 YS랑 함께 찍은 사진이 필요했는데 아무리 노크를 해도 답이 없었다. 친한 선배에게 부탁해 어찌어찌해서 찾아갔는데 YS가 눈길도 안 줬다. 결국 사진 찍는 것도 실패하고…. 계보 정치할 성격도 아니고 끼워주지도 않고… 그렇게 살아왔다.” ―1차 후보 모집이 마감됐는데 인재가 많이 들어왔나. “정치인, 특히 리더라면 국민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마음이 필요한데 한국당은 그러지 못했다. 그러니 공천도 힘들지. 당 이미지가 좋았으면 밀려들어 왔을 텐데. 물론 보수 통합 문제도 함께 걸려 있다. 통합신당을 거쳐 오려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어느 쪽이든 결국 여기 큰 강물로 모일 거라 본다. 개인적으로 열심히 찾고 있고. 추가 모집도 할 예정이다.” ―청년, 신인의 진입장벽을 확 낮추겠다고 했는데 아직 룰이 안 나오고 있다. “기존의 가산점제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기본점수제를 줄 생각이다. 신인 여성 청년 장애인 국가유공자 당 사무처와 보좌관 출신 등 모두. 그 안에서 차등은 있지만 획기적일 거다.” (현역을 컷오프해도 신인은 지역 경선에서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럴 수 있는데 완벽한 제도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추린 뒤에 붙이니까 동네 마당발에게 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어떤 방식이길래?) “오늘은 거기까지만.” ―신인은 경선을 통과해도 본선 경쟁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 낙선하면 공천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올 텐데….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이 무리한 공천을 했다고 주장하겠지. 개인적으로는 억울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뜻은 대구경북(TK)에서부터 새바람을 불어넣어 달라는 것 아닌가. 부산경남(PK)도 마찬가지다. 대승적 결단을 해줬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 아끼는 사람한테도 칼날이 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도 김 위원장이 사랑한다는 걸 아나?) “알지.” (굉장히 떨고 있겠구먼.) “하하하, 그럴 수도.”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고향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한마디만 하자면… 홍 전 대표는 이 당의 대선후보까지 한 사람이지 않나. 희생할 만큼 했다고 하지 말고, 당에 대한 고마움도 있어야 한다. 대선 때 그를 위해 당원들이 얼마나 수고를 많이 했겠나.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처신인지 알 텐데….” (맡겨 주면 PK 40석을 책임지겠다는데….)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노. 그런 몸 사리는 모습으로 달성이 되겠나.” (그가 무소속으로 나와 표가 갈려 패하면 어떻게 하나.) “나야 각오했으니까… 피하지 않을 거다.” ―어찌됐든 앞으로의 보수 정치는 위원장 손으로 거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바라는 점이 있나. “국회의원도 마찬가지고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은 다 자기가 잘나서 된 걸로 착각한다. 국가와 사회가 없었다면 가질 수 없는 것인데도…. 우리 지도층의 공동체에 대한 애정결핍증이 너무 심하다. 눈 덮인 밤길을 함부로 걷지 말라는 시도 있지 않나. 오늘의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고…. 그런데 오히려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이정표를 만들고 있으니….” ※그가 말한 시는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하던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蹟(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이다. 청와대 여민관에도 이 시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선정했다. 말속에 뼈가 있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2011년 석해균 선장을 수술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당시 빠지지 않고 받은 질문이 “골든아워가 뭡니까?”였다. 두 번째는 권역외상센터. 9년여가 지난 지금 국내에는 14곳의 권역외상센터가 운영 중이고, 골든아워를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에 비해 중증 외상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한 상태. 최근 이 교수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사임은 그 간극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을 지낸 조현민 제주한라병원 제주권역외상센터 과장(54)은 “양적 팽창을 인식과 지원이 따라가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잘못된 정보라면 예를 들어 어떤 건가. “바이패스(bypass)를 외상센터가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으로 쓰는데 그런 뜻이 아니다. 응급환자는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옮기는 게 원칙이지만 시설·인력상 그곳에서는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건너뛰고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거다. 능력이 안 되는 곳에서 시간을 소비하면 골든아워를 놓치니까. 골든아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이패스한 환자들이 오는 곳이 외상센터다.” (병상이 없어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경우는 있지 않나.) “그건 ‘수용 불가’라고 하는데… 한꺼번에 많은 환자가 몰리면 병원 간 전원을 시킨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좀 특별한 경우고 다른 곳은 그렇게까지 중환자실 병상이 모자라 못 받지는 않는다. 적자 덩어리라는 것도 알려진 것과 좀 다른 면이 있다.”※2017년 기준 아주대병원의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은 175.4%였지만 다른 곳은 50∼80%대다. ―외상센터가 환자 한 명 치료할 때마다 평균 145만 원이 손해라는데 아닌가? “병원에서 국가지원금은 당연히 받는 거라 생각하고 손익계산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일 때 계산해봤는데 진료 수익 면에서 센터가 번 돈과 쓴 돈이 얼추 비슷했다. 국가지원금 정도는 남았다는 말이다. 국비 지원을 안 받아도 수익은 안 나겠지만 적자가 눈덩이처럼 엄청나게 불어나는 것은 아니다.” ―병원은 굉장히 힘들다고 하는데… 그렇게 힘들다면 애초에 신청을 안 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돈이 안 된다는 걸 몰랐을 리도 없고…. “초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건데… 처음에는 지역 대표로 부각되고 선전효과도 커 경쟁이 치열했다. 지정만 되면 나라에서 지원금으로 80억 원을 줬고. 그런데 의사, 병원, 관련 기관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중증외상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점점 더 힘들어진 거지. 선진국에서는 닥터헬기가 내리는 외상센터 지역은 부촌이 많다. 안전한 곳이라고. 우리는 집 값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이국종 교수가 울분을 토하는 것도 같은 병원 내 의료진조차 인식이 형편없으니까. 왜 짐 덩어리를 가져와서 우리가 고통분담을 해야 하느냐는 소리도 나오고….” (외상센터를 의사들이 가져온 게 아니지 않나. 결정은 경영진이 한 것 아닌가.) “그러게 말이다.” ―제주한라병원도 민간 사립병원인데 괜찮나. “이사회와 병원장의 의지가 좀 강하다. 제주는 섬이라 골든아워 안에 육지로 보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헬기로 부산으로 이송했다가 강풍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그런 특수성 때문에 경영진이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냐고 했다고 한다. 돈 생각하면 못 하는 일이다.” ―외상센터를 큰 병원이 함께 하는 게 아니라 국가 전담으로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외상센터만 독립적으로 만드는 건 효과가 없다. 중증외상은 한두 곳만 다친 게 아니다. 큰 사고를 당한 경우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있고, 감염 우려로 내과 협력도 필요하다. 지병이 있으면 해당 전문의도 필요하고…. 본원에 있는 다른 진료과와 늘 협력해야 한다. 그래서 병원이 얼마나 의지를 가졌는지가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정부 지원이 적은 것도 아니다. 수가도 인상됐고, 중증외상 환자가 되면 암처럼 본인 부담이 5%로 준다. 물론 엇박자가 있기는 하지만.” (엇박자?) “진료비 삭감인데, 과잉진료를 막자는 취지는 알지만 중증외상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 추락 사고를 당한 환자는 몸 안 상태가 어떤지 눈으로는 모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해야 하는데 이상이 없으면 왜 불필요한 검사를 했냐고 진료비를 삭감당한다.” (검사를 해야 어디를 다쳤는지 알 것 아닌가.) “당연하지…. 갈비뼈가 부러졌으면 가슴 컴퓨터단층촬영(CT)은 인정, 그런데 뇌출혈은 없는 걸로 나오면 머리는 정상인데 했다고 삭감. 이런 식이다.” (그게 말인가 방구인가?) “웃기지만 현실이다. 그럴 때 ‘꽝 났다’고 하는데… 검사했는데 이상 없을 때 쓰는 우리 속어다.” ―설명하면 되지 않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학 지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자료를 보낸다. 이의 제기도 하지만 답변이 오는 데 반년 걸린다. 일도 산더미인데 어느 세월에 그걸 하고 있나.” (삭감되면 병원에서는 뭐라고 안 하나.) “전에 있던 병원에서는 중증외상 환자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갈비뼈 골절 수술을 시작하고 나서 너무 많이 삭감당하니까 병원에서 구상권을 청구했다.” (월급에서 깠다고?) “그런 거지…. 처음에는 경고를 하고…. 나중에는 대학총장이란 사람이, 설립자인데… 직접 환자 보호자에게 수술하면 안 된다며 취소시켰다.” (갈비뼈가 부러져서 하는 수술을 취소시켰다는 건가.) “그랬다. 그래서 그만두고 나왔다.” ―올해 권역외상센터 예산이 왜 삭감된 건가. “하…. 작년에 외상전담전문의 인건비 31억 원이 남았는데, 기가 막힌 게 왜 못 썼냐면… 사람을 못 구해서다. 그래서 못 쓴 걸 불용예산이라고 삭감했다. 안 그래도 근무환경이 열악해서 사람이 없는데 삭감하면 이젠 무슨 돈으로 뽑나.” ―당신은 어떻게 근무하나. “응급의학과 1명, 외과나 흉부외과 등 외상외과 2명 이렇게 3명은 365일, 24시간 상주한다. 환자가 오면 10분 안에 진료해야 하니까. 흉부외과는 나를 포함해 2명인데 한 달에 절반씩 밤을 새울 수는 없으니까 본과에서 2명을 야간 당직만 지원받는다. 그래서 한 달에 6∼8번 정도 새운다.” (밤 새운다는 게 저녁에 출근해 아침에 나오는 건가?) “아니, 24시간. 아침에 회진하고 퇴근한 뒤 다음 날 정상 출근한다. 3일에 한 번 밤새우는 거지. 주말, 명절 그런 거 관계없다.” (휴가는 어떤가.) “있기는 하다.” (있기는?) “유명무실하긴 한데 환자가 안 좋을 땐 갈 수도 없고, 또 내가 빠지면 남은 사람에게 당직이 몰리니까. 부산센터장 때는 거의 못 갔던 것 같다. 회의도 많고, 외상센터는 사건 사고와 밀접해서 언제 뭐가 벌어질지 모른다. 작년 5월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에서 밧줄이 끊겨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을 때는 청와대에서 찾고, 참모총장 브리핑도 했고… 쉬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는데 국내에 외과 전문의가 6000여 명, 정형외과 6000여 명, 흉부외과 1000여 명, 신경외과 2700여 명이다. 이보다 많은 곳은 내과(1만5000여 명), 가정의학과(6400여 명)뿐인데 그 많은 외과 의사들은 다 어디로 간 건가? “외과 흉부외과 전문의가 자기 전공과목을 하지 않고 일반의로 개업해서…. 성형외과도 하고….” (성형외과 전문의가 1900명뿐인데 성형 수술을 하는 곳은 수천 곳이 넘는 게 그건가?) “의사 자격증만 있으면 전문의가 아니라도 배워서 할 수 있으니까. 성형 개원의 중에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많다. 외과 분야의 사람 자체가 없는 게 아니다. 외상 분야가 힘들다 보니 기피하는 거지. 그래서 외과계열 의사를 더 많이 배출한다고 해결될 건 아니라고 본다.” ※성형외과 전문의는 ○○○성형외과의원으로 간판을 단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경우 ○○클리닉, ○○성형센터 식이다. 전문의 수보다 성형을 하는 곳이 훨씬 많은 이유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전국의 전문의 성형외과는 959곳뿐이다. ―그렇게 힘든데 당신은 왜 그만두지 않고 제주까지 온 건가. “부산센터장으로 있는데 이곳에서 센터 개소를 도와달라고 해 작년 7월에 왔다. 제주는 3월에 문을 연다.” (센터장이 아니라 과장으로 온 이유가 있나.) “하하하, 왜 낮아졌냐는 뜻인가? 그런 건 상관없고…. 부산센터장을 4년 넘게, 작년 12월까지는 대한외상학회 이사장도 2년 반 했는데 행정일이 너무 많다 보니 내가 의사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오더라. 그냥 환자를 보는 게 더 행복해서 그런 것뿐이다. 외상센터에 대한 지적도… 미국도 60∼70년 동안 외상센터가 문을 닫고 다시 여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어디나 그런 진통을 오랜 기간 겪은 뒤 정착된다. 우리는 2014년부터 개소했으니 아직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했는데 다른 국가사업처럼 효율성 등을 너무 따지는 점이 안타깝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2018년 11월 영국 BBC는 경찰관 손을 문 차우차우 강아지 ‘벙글’이 애견인들의 석방운동으로 풀려났지만, 형평성 숙제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4개월 된 벙글은 집에서 탈출 도중 경찰관 손을 물어 법(The Dangerous Dog Act)에 따라 체포됐고, 9개월간 격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체포된 벙글의 귀엽고 애처로운 모습을 본 애견인들이 석방운동을 펼쳤고 경찰은 벙글이 전문가 평가를 받는 것을 전제로 석방했다. 경찰은 “반려동물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은 모든 주인들의 책임이며, 대중을 위험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반려견, 특히 맹견의 인명사고는 강하게 처벌한다. 영국은 맹견을 기르려면 특별자격증 취득과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고, 개 물림 사고는 최대 14년까지 징역에 처한다. 독일은 19종의 맹견을 1, 2급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4종은 아예 소유하지 못한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체중 20kg 또는 체고 40cm 이상의 개는 견주를 평가한 뒤 사육 허가를 내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부터 맹견을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키울 때 허가를 받도록 관련 제도를 고치겠다고 밝혔다. 사람을 문 개는 공격성을 평가해 행동 교정이나 심하면 안락사를 시키는 방안도 마련한다. 내년부터는 맹견 소유자의 보험 가입도 의무화된다. 2018년 개에게 물려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2700여 명에 달했다. 우리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바일러 등 5종과 그 잡종을 맹견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 물림으로 인한 피해는 막아야겠지만, 개를 허가받고 길러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입마개 및 목줄 미착용 등 관리 소홀은 제재할 수 있지만, 소유 여부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미 잘 훈련시켜서 가족처럼 키우는 개가 기준에 미달하면 버리거나 이사를 가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마다 기준이 다를 경우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반려견과 산책할 때 사람이 다가오면 리드 줄을 목 가까이 끌어당겨 개를 앉도록 해 행인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습관화돼 있다. 반려견이 흥분한 듯 보이면 길가에 붙어서 머리를 행인 반대방향으로 돌려준다. 전문가들은 견주들이 하는 말 중 가장 잘못된 게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한다. 소형 강아지를 보고 임신부가 놀라 넘어져 유산한 경우도 있다.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는 반려견을 안고 이동하는 ‘펫티켓’이 습관화된다면 허가제까지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