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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1호 국가무형문화재’ 종묘제례악의 원형 왜곡 여부가 이번에는 제대로 논의될까. 종묘제례악은 조선의 왕실 사당인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던 음악과 춤이다. 조선 세종이 만들고 세조 때부터 실용화해 각종 의식에 본격적으로 썼다. 2001년 종묘제례와 함께 유네스코 무형유산걸작(현재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일제강점기 형태와 내용이 변질됐다는 지적이 일어 왔다. 실제 종묘제례악의 문악(文樂)인 ‘보태평(保太平)’과 무악(武樂)인 ‘정대업(定大業)’은 일제강점기 명칭이 각각 ‘보태화(保太和)’와 ‘향만년(享萬年)’으로 바뀌어 사용됐다. 논문과 책 ‘종묘제례악 일무의 왜곡과 실제’(민속원·2002년)로 관련 문제를 지적했던 이종숙 한국전통악무연구소장에 따르면 태화는 일본 최초의 통일정권 이름인 ‘대화(大和)’와 통한다. ‘일본을 보전해 만년을 누린다’는 뜻으로 명칭이 바뀐 것이다. 제목의 왜곡은 광복 직후 고쳐졌으나 가사의 왜곡은 근래까지도 지속됐다. 왕실 선조에 대한 황(皇), 성(聖) 등의 극존칭과 일본을 지칭한 ‘도이(島夷·섬오랑캐)’뿐 아니라 일본과 관련된 악장의 제목과 내용이 통째로 바뀌었다. 가사가 원래 내용을 회복한 건 적어도 2003년 이후다. 무구(舞具) 역시 변형됐다가 원형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남은 문제는 각 음의 길이와 무용 등이다. 이종숙 소장은 “지금은 선율에서 각 음의 길이를 똑같이 연주하지만 세종은 음별로 다양한 길이로 연주하도록 창제했고, 악보도 그대로 남아 있다”며 “악보대로만 연주하면 되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종묘제례악의 원형 왜곡 문제를 제기한 건 국립국악원 악사장을 지낸 국가무형문화재 처용무 예능보유자 김용 씨(87)다. 김 씨와 함께 복원운동을 벌이고 있는 종묘제례악원상보존시민연대 이창걸 공동대표는 “현재의 종묘제례악 일무(佾舞)는 시용무보(時用舞譜·종묘제례의 춤을 그림으로 설명한 책)와 다른 점이 상당하다”며 “일제의 왜곡 등으로 이왕직 아악부가 제대로 전수받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왜곡이라기보다 ‘변화’였다는 반론도 있다. 국립국악원 학예사 재직 당시 이 문제를 연구했던 주재근 정효국악문화재단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춤 같은 공연 예술은 영상으로 남지 않은 한 원형을 함부로 논하기 어렵다”며 “일제가 이를 인위적으로 바꿨다기보다 그 시대를 거치며 흐트러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된 원형 복원 관련 조사위원회 구성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연대의 민원 등에 따라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 중 국립국악원 등과 함께 조사위 설립 필요성을 검토하는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문화재위원회에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열리지 않았다. 연말 행사가 많아 올해 2월로 미뤘다고 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겼음에도 지배했던 식민지를 포기한다. 필리핀이 1946년 독립한 것도 그 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한 나라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해외 영토를 직접 지배하면서 힘을 유지했던 이전의 제국과 미국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미국은 새로운 기술 개발로 이전의 제국이 식민지에서 확보하던 원료를 대체했다. 플라스틱과 합성소재는 고무를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었다. 미국이 만든 표준을 세계적 표준으로 만들기도 했다. 각 기업은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기에, 필사적으로 자사의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시키려고 했고 미국은 이 싸움에서 유럽에 승리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미국이 영토를 확장하던 초기부터 오늘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까지, ‘제국’으로서 미국의 면모와 역사를 다뤘다. 원제 ‘How to Hide an Empire’.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도형)이 6월경 제주도에서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역사연구원(원장 가오샹·高翔)과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해 2004∼2008년 지속된 양국 역사 연구기관의 연례 공동 학술회의가 중단된 지 12년 만이다. 동북아재단은 “중국 베이징에서 8일 중국역사연구원과 상호협력에 관한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협약에는 양측이 2년마다 공동으로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공동 과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입체적인 부처와 보살의 모습이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성화(聖畵)처럼 보이기도 하는 경기 화성시 용주사 대웅전 후불탱(後佛幀). 서양화 기법이 활용돼 20세기 초 작품이라는 해석도 나온 이 이채로운 탱화가 1790년 단원 김홍도(1745~?) 등의 도화서 화원들이 주도해 그린 궁중회화의 걸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관식 한성대 예술학부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발간하는 학술지 ‘미술자료’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용주사 삼세불회도(三世佛會圖)는 김홍도 이명기 김득신 등 궁중화원 및 왕실과 가까운 화승(畵僧)들이 함께 정조(1752~1800) 대 발달했던 서양화법을 전면적으로 구사해 불화(佛畵) 사상 유례가 없는 새 양식을 창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을 화성으로 옮긴 뒤 명복을 빌고자 세운 절이다. 삼세여래체탱(三世如來體幀)으로도 불리는 이 탱화는 화가 등을 기록한 화기(畵記)가 없는 탓에 제작 시기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 왔다. 강 교수는 논문에서 ‘주상전하(정조) 수만세(壽萬歲), 자궁(慈宮)저하(혜경궁 홍씨) 수만세, 왕비전하(효의왕후) 수만세, 세자저하(나중의 순조) 수만세’라고 쓰인 그림 중앙의 축원문에 주목했다. 강 교수는 “위계상 아래인 자궁을 왕비보다 앞에 쓴 건 정조가 생전 지시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강 교수가 이 불화를 적외선 촬영한 결과 축원문은 원래 ‘주상 왕비 세자’의 장수를 기원했다가 이를 덮은 뒤 고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준공 다음 해인 1791년 1월 용주사에 들른 정조가 축원 문구를 보고 자신의 어머니를 넣으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강 교수의 시각이다. 1800년까지는 순조가 세자 책봉 전인 원자(元子) 신분이었기에 제작 시기가 그 이후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논문은 “‘한국의 불화’(전 40책)가 수록한 조선 불화의 축원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18세기에는 세자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의례적으로 주상 왕비 세자를 축원문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1825년 용주사 주지 등운은 ‘용주사사적기’에 이 그림을 김홍도가 그렸다고 적었다. 수원부 관청 기록에도 정조가 김홍도 등을 감동(監董)으로 임명해 불화 그리는 일을 관리하도록 했다고 나온다. 감동은 감독일 뿐 아니라 그림을 직접 그릴 수도 있는 직책이라고 한다. 강 교수는 “1789년 동지사로 연경에 갔던 김홍도와 이명기가 천주당의 성화를 보고 돌아와 서양식 명암법과 투시법을 전통 화법과 융합해 그렸던 것”이라며 “이들이 귀국도 하기 전 용주사 감동으로 임명된 점에서도 정조가 당대의 새로운 문화를 담아 사찰을 조성하고자 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지시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백제 무왕의 꿈이 밴 전북 익산에 국립익산박물관이 10일 개관했다. 익산은 향가 서동요 설화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무왕이 자신의 기반을 마련하고 천도하려 했던 땅이다. 이 박물관은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사리를 담아 탑에 넣는 용기)와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를 비롯해 국보와 보물 11점 등 전북 서북부에서 나온 유물 3000여 점을 상설 전시한다. 기존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2015년 국립으로 전환하며 삼국시대 최대 규모 절터인 금마면 미륵사지 남서쪽에 연면적 7500m² 규모로 건립됐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봉영기도 전시된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선화공주가 아니라 좌평 사택적덕의 딸인 백제 왕후가 이 절을 창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주목받은 유물이다. 처음 공개하는 유물도 적지 않다. 미륵사지 사리장엄구의 공양품을 감쌌던 보자기로 추정하는 비단과 금실, 백제 최대 돌방무덤 쌍릉에서 1912년 나온 나무 관(棺), 익산 제석사지에서 출토된 흙으로 빚은 승려상 머리 등이다. 박물관은 개관 특별전시 ‘사리장엄―탑 속 또 하나의 세계’를 3월 29일까지 연다. 경주 감은사지 서탑과 동탑에서 나온 것, 조선 태조 이성계가 발원한 것 등 귀중 사리장엄 15구를 한자리에 모았다. 광주 서오층석탑에서 출토된 진신사리 30여 과도 볼 수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문뿐 아니라 영화나 음원, 심지어 면도날까지 ‘구독(Subscription·서브스크립션)’하는 시대다.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기간 이용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서브스크립션’은 여러 분야에서 대중화돼 있다. 월정액 주차장이나 휴대전화의 월정액 무제한 통화도 그에 해당한다. 최근의 ‘구독 모델’이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첫째, 대기업의 진출이다.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월정액으로 신차를 마음대로 골라 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음으로 공유다. 월정액으로 명품 가방이나 아이들 장난감을 제한 없이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그 예다. 마지막으로 개인별 맞춤 서비스다. 일본에서 구독 모델로 성공한 24개 기업의 사례 분석과 성공을 위한 5가지 비결을 담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시인 윤동주의 친필 원고, ‘조선말 큰 사전’ 원고, 고종이 외교 고문에게 선물한 현존 최고(最古)의 ‘데니 태극기’…. 우리 근대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이지만 국보, 보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니라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 가운데 가치가 커 관리하는 문화재)다. 이 같은 근대 문화재를 보물로 지정하는 일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근대 동산(動産) 국가등록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를 올해 착수한다”고 밝혔다. 근대문화재는 현재 국보에는 한 건도 없고, 보물로는 안중근 의사 유묵을 비롯해 총 33건이 지정돼 있다. 국보(342건)와 보물(2188건)을 합쳐 총 2530건(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가운데 약 1.3%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오늘날과 시기가 가깝기에 오히려 문화재 지정의 사각에 놓였던 셈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위원회는 “등록문화재 가운데 역사 학술 예술적 가치가 있는 대상을 보물로 선제적으로 지정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지난해 두 차례 열기도 했다. 일단 윤동주 친필 원고 등 3건을 비롯해 백범 김구가 서명한 태극기와 조선 말기 의병장 고광순이 사용한 ‘불원복(不遠復·머지않아 국권을 회복한다)’이 수놓인 태극기, 진관사 소장 태극기와 독립신문 종류, ‘말모이’ 원고, 이봉창 의사 선서문 등 모두 9건이 1차 지정조사 대상으로 최근 결정됐다. 지난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만오 홍진 선생의 유족이 국회에 기증한 임시의정원 관인 등도 추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근대 유물이어서 희소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있다. 일례로 서적이나 신문 등 인쇄본은 나중에라도 여러 점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 박수희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연구관은 “시기적으로는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등록 문화재를 대상으로 우선 검토할 계획”이라며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 하반기에는 1차 조사 대상의 보물 지정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역대 통일부 장관(국토통일원 제외) 가운데 재임 기간이 가장 긴 이가 국제정치학자 현인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66)다. 이명박 정부에서 2009년 2월∼2011년 9월 2년 7개월여 일했다. 취임하자마자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를 억류하는 상황을 맞았고 천안함 폭침(2010년 3월)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이 일어났다. 현 교수는 다음 달 25년간 몸담았던 고려대를 정년퇴임한다. 석사를 마치고 1982년 이 학교 강단에 선 것부터 따지면 38년 만이다. 주요 논문을 모으고 새 글을 붙인 ‘헤게모니의 미래’(고려대출판문화원)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난 현 교수는 “천안함 폭침 사건 발발 약 1년 뒤인 2011년 5월 남북 물밑협상에서 북한이 폭침에 사과한다는 논의가 타결 직전까지 갔었으나 막판에 무산됐다”는 비화를 최초로 공개했다. ―통일부 장관 재임 시 일화가 있다면…. “금강산에서 박왕자 씨의 피살 뒤 남북관계가 급랭했다. 북한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조문으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김기남 당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통전부) 부장을 1시간 40분 정도 만났다. 내가 앞으로 핵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는 바탕 아래서 어떤 대화든 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가 제시한 ‘비핵개방3000’은 비핵화하면 10년 안에 북한의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끌어올린다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끝나고 나오는데 김양건이 문 밖에서 귓속말로 ‘비핵개방3000 정책을 믿어도 됩니까’라고 묻더라. 그래서 ‘믿으세요. 믿고 시행하면 그대로 합니다’라고 답했다. 공식적으로는 우리를 비난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진심을 파악하고 싶었던 거다.” ―이명박 정부 때 남북 정상회담이 없었다. “정상들이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 무슨 의미가 있나. 김 전 대통령을 조문하고 돌아간 뒤 물밑 접촉이 있었지만 성사가 안 됐다. 우리는 ‘대북 지원 할 수 있다. 그러나 핵 문제 해결 노력에 진전을 보여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했고 김양건은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상 두 분이 만나면 뭔가 얘기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상회담을 하려면 최소한 의제 정도는 정리가 돼야 한다.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북측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상회담은 북한이 원했지만 비핵화 결단을 못 해 안 이뤄진 것이다.” ―‘비핵개방3000’은 대북 압박 정책이라고 비난받았다. “비핵화 뒤가 ‘붕괴’가 아니라 ‘개방3000’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가능한 시뮬레이션도 다 해봤다. 이를 두고 햇볕정책을 무력화했다는 건 비핵화에 관심 없는 사람들 얘기다. 이념을 떠나 앞으로도 북한은 비핵화하고, 우리는 경제성장을 돕는 것 말고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대안이 있는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은 왜 벌어졌다고 보는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스트로크(stroke·뇌졸중) 후유증을 오래 겪었다. 김정일이 와병 뒤 승계를 염두에 두고 군부에 권력을 집중시킨 상황에서 군부가 모험적인 행동을 벌인 것이다. 김정일이 한동안 100% 이성적인, 북한 입장에서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본다. 2011년 말 숨질 때까지 북한은 중요 순간마다 결정을 못 했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얘기는 없이 쌀 비료 등 어마어마한 지원을 요구했다. 자기들 요구를 안 들어주자 천안함 폭침을 일으킨 것으로 본다.” 현 교수는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011년 5월 남북 물밑 협상에서 북한이 폭침에 사과한다는 논의가 타결 직전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됐던 건가. “2011년 봄 천안함 폭침에 공식 사과하면 남북 대화와 대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전제하에서 물밑 협상을 했고, 논의가 상당히 진척돼 북한이 사과에 거의 동의했으나 막판 타결 직전 판이 엎어졌다.” 현 전 장관에 따르면 당시 협상은 사과 수위를 놓고 북측 대표들이 “여기까지는 사과하겠다”고 했고 우리 측은 “더 해야 한다”고 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고 한다. 현 전 장관은 “북측은 폭침을 인정하는 일이라 굉장히 신중했고 우리 측은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의 유감 표명보다 더 나아가, 주체를 명확히 밝히는 사과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협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 도중 급거 귀국하면서 깨졌다. 현 전 장관은 “김정일이 이틀가량 남았던 방중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돌아온 뒤 바로 회의를 소집해 남북 물밑 협상을 깼다”며 “폭침을 인정하면 향후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입지가 너무 좁아진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1년 6월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 전제 조건으로 천안함 유감 표명을 해 달라고 매달렸고 북한 대표에게 돈봉투를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현 전 장관은 “북측이 판을 깨려고 엉뚱한 얘기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2010년 8월쯤 해서 북과 물밑 대화를 다시 시작했고 그해 11월 25일 남북 적십자회담을 열기로 10월쯤 합의를 했다. 한데 회담 이틀 전인 23일 연평도를 포격했다. 굉장히 이례적이다. 북한 권력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난맥이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나는 통전부 쪽에서는 대화로 남북관계를 변화시키고자 했고, 군부는 이를 반대하는 강력한 흐름이 있었다고 본다. 김정일이 왔다 갔다 했을 거다. 대화에 손들어줬다가 연평도 포격도 손을 들어줬던 거 아니겠나.” ―진보 정부의 외교정책을 평가한다면…. “햇볕정책은 의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했다. 현 정부는 너무 북한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를 중심으로 문제를 풀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데 북한의 의도나 전략적 사고를 잘못 인식하면서 여러 가지가 꼬여 외교 안보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잇따른 남북미 정상회담에도 진척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이 애초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략적 오판이다.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북한이 국제정치의 판을 흔들고 살길을 찾을 수 있을까? 없다. 핵은 어차피 쓸 수도 없다. 위협은 할 수 있지만 이제 위협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우리 입장에서도 완전한 비핵화 없이, 북핵이라는 불씨를 지닌 어정쩡한 상태로 한반도에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명·청 교체기의 조선보다 지정학적 조건은 오늘날 한국이 나쁜 것 같다. “한국은 헤게모니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놓여 있는 ‘변방국’이다. 그나마 국력은 조선 때보다 탄탄하다. 세계 일류 기업도 있고,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이어서 강대국들이 훅 불면 없어질 정도는 아니다. 군사·경제적으로 상대가 우리를 타격했을 때 똑같은 정도로 비례 타격은 못하더라도, 반격(bounce back)이 가능한 정도까지는 국력을 키워야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문화재청은 경남 함안군 마갑총(馬甲塚)에서 출토된 말갑옷과 고리자루큰칼 등 가야문화재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6일 밝혔다. 조선시대 전적(典籍)과 도자기 등 3건도 보물로 지정했다. 마갑총 출토 철제 말갑옷과 고리자루큰칼은 5세기 아라가야에서 제작한 것으로 1992년 무덤 주인공 좌우에서 발굴됐다. 말갑옷은 말머리를 가리는 투구, 목과 가슴을 가리는 경흉갑(頸胸甲), 말의 몸을 가리는 신갑(身甲)이 거의 원형 그대로 나왔다. 큰칼은 가야인들의 철 조련 기술과 공예 기법, 조형 감각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유물로 평가된다. 이 밖에도 합천 옥전 고분군에서 출토된 고리자루큰칼 여러 자루와 금귀걸이, 1401년 판각해 간행한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조선 시대 풍수지리서 ‘지리전서동림조담’, 15, 16세기에 제작된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도 함께 보물로 지정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봉준호 감독(51·사진)의 영화 4편이 미국 명문대 조지아공대 강의 교재로 사용된다. 3일(현지 시간) 미 교민매체 뉴스앤드포스트에 따르면 조지아공대는 올해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급 한국어 강좌로 ‘한국영화: 봉준호 특집’을 개설했다. 수강생들은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2019년), ‘살인의 추억’(2003년), ‘괴물’(2006년), ‘마더’(2009년) 등 봉 감독의 대표작 4편을 공부한다. 수강 신청은 이달 3∼10일이며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청강이 가능하다. 이 학교는 미 시사잡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뽑은 ‘2020 미 대학평가 우수 공립대’ 순위에서 5위에 올랐다. 조지아공대 내 한국어 강좌는 2002년 한인 학생들의 주도로 시작됐다. 이후 규모가 점점 커져 외국인을 위한 4년 과정, 그리고 2013년부터는 온라인 1학년 과정 등이 생겨났고 현재 정식 부전공으로 자리 잡았다. 이 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택 교수는 “영화를 소재로 한국 근현대사 수업을 하는 건 처음”이라며 “봉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라 그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고 개설 이유를 밝혔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57)가 두 손으로 ‘기생충’의 주연 배우 송강호와 손을 맞잡은 사진도 화제다. ‘기생충’의 미국 배급사인 네온은 3일 트위터에 이 사진과 ‘When Song Kang Ho fan Brad Pitt met Song Kang Ho…(송강호의 팬 브래드 피트가 송강호를 만났을 때)’란 글을 올렸다. 사진 속 피트는 송강호 쪽으로 몸을 한껏 기울인 채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 자리에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이정은도 동석해 두 사람의 뒤에서 환하게 웃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트는 이날 미 영화연구소(AFI)의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기생충’ 관계자들을 발견하고 인사를 나눴다. 피트는 이달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시상자로 나선다.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까지 3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및 주제가상의 예비 후보로도 올랐다.신아형 abro@donga.com·조종엽 기자}

봉준호 감독(51)의 영화 4편이 미국 명문대 조지아공대 강의 교재로 사용된다. 3일(현지 시간) 미 교민매체 뉴스앤드포스트에 따르면 조지아공대는 올해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급 한국어 강좌로 ‘한국영화: 봉준호 특집’을 개설했다. 수강생들은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2019년), ‘살인의 추억’(2003년), ‘괴물’(2006년), ‘마더’(2009년) 등 봉 감독의 대표작 4편을 공부한다. 수강 신청은 이달 3~10일이며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청강이 가능하다. 이 학교는 미 시사잡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뽑은 ‘2020 미 대학평가 우수 공립대’ 순위에서 5위에 올랐다. 조지아공대 내 한국어 강좌는 2002년 한인 학생들의 주도로 시작됐다. 이후 규모가 점점 커져 외국인을 위한 4년 과정, 그리고 2013년부터는 온라인 1학년 과정 등이 생겨났고 현재 정식 부전공으로 자리 잡았다. 이 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택 교수는 “영화를 소재로 한국 근현대사 수업을 하는 건 처음”이라며 “봉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라 그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고 개설 이유를 밝혔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57)가 두 손으로 ‘기생충’의 주연 배우 송강호와 손을 맞잡은 사진도 화제다. ‘기생충’의 미국 배급사인 네온은 3일 트위터에 이 사진과 ‘When Song Kang Ho fan Brad Pitt met Song Kang Ho…(송강호의 팬 브래드 피트가 송강호를 만났을 때)’란 글을 올렸다. 사진 속 피트는 송강호 쪽으로 몸을 한껏 기울인 채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 자리에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이정은도 동석해 두 사람의 뒤에서 환하게 웃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트는 이날 미 영화연구소(AFI)의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기생충’ 관계자들을 발견하고 인사를 나눴다. 피트는 이달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시상자로 나선다.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까지 3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및 주제가상의 예비 후보로도 올랐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CNN의 ‘2010년대 음악을 변화시킨 10대 아티스트’에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선정됐다. CNN은 “인상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음악 산업의 변화를 이끈” 아티스트 가운데 하나로 방탄소년단을 꼽으면서 “케이팝을 주류 음악으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비욘세와 켄드릭 라마, 레이디 가가 등도 함께 뽑혔다.}
■ 국립중앙도서관은 동아일보의 창간호∼최근호 아카이브를 비롯한 국내외 학술 데이터베이스(DB) 18종을 2일부터 도서관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15∼18세기 유럽 출판 문헌이 담긴 ‘얼리 유러피언 북스(Early European Books)’와 중국 미술 컬렉션 DB인 ‘차이나 아트 디지털 라이브러리(China Art Digital Library)’, 영문학 DB인 ‘라이언(LION·Literature Online)’ 등도 추가했다.}

“열녀를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열녀(烈女)라고 칭하면서 단지 지아비를 위하여 절개를 수립한 이만을 기재했다. 이제 열녀(列女)로 고치고 무릇 절의와 덕행이 있는 부인을 모두 기재했다.” 반계 유형원(1622∼1673)이 실학사상을 담아 최초의 사찬(私撰) 전국지리지인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를 쓰며 범례에 적은 글이다. 불 화(화) 받침이 있고 없고의 차이지만, 두 열녀의 차이는 작지 않다. 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烈女’는 “남편이 죽은 후에 수절하거나 위난 시 죽음으로 정절을 지킨 여성”. 그러나 ‘列女’는 여러 여성의 전기를 늘어놨다는 뜻이다. 굳이 표기를 바꾼 유형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17세기를 대표하는 역사지리서 ‘동국여지지’를 처음으로 최근 번역 출간했다. 유형원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증보 편찬)에는 안 나오지만 업적이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실제로 책에 담았다. 한양을 다룬 1권 경도(京都)의 ‘열녀’에서는 실꾸리를 삼킨 원자(元子·아직 세자에 책봉되지 않은 임금의 맏아들)의 목숨을 구한 성종 때 여성 안(安) 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유형원은 앞선 저술을 참고했을 뿐 아니라 실제 많은 지역을 답사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그를 통해 앞선 지리지가 해산물을 산간지역 토산물로 기재하는 등의 오류를 다수 바로잡았다. 유형원은 그런 오류가 “각 관사의 공물안(貢物案)을 근거로 해 적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현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생긴 혼란은 실제 땅을 기준으로 바로잡았다. 같은 물길인데도 지역별로 달리 불렸던 것도 주요 하천의 이름으로 통일하기도 했다. 공동 번역자인 김성애 고전번역원 성과평가실장은 “호란을 겪은 영향으로 동국여지지는 북쪽 영토와 함경도 지역의 역사지리 인식이 두드러지고,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많이 담겼다”면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규장각 소장본에서 경상좌도가 빠져 있는데 빨리 발견되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삼베짜기’(사진)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40호로 지난해 12월 31일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안동포짜기마을보존회’(회장 손병선)를 보유단체로 인정했다. 유사 종목인 ‘곡성의 돌실나이’는 삼베짜기 안의 세부 기·예능으로 통합 관리한다. 대마를 원료로 짜는 삼베는 삼한시대부터 길쌈해 입어온 옷감이다. 경북 안동에서 생산하는 안동포는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이었다. 예부터 마을사람들이 협업해 생산했기 때문에 문화재청은 특정 보유자를 인정하지 않고 보유단체를 인정했다. 이로써 전통 옷감 짜기 관련 국가무형문화재는 ‘나주의 샛골나이’ ‘한산모시짜기’ ‘명주짜기’ 등 모두 4건이 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장소: 모르는 사람의 집. 준비물: 마음속 스트레스를 꺼내 놓을 열린 마음.’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직장인 5명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남의 집 프로젝트’를 위해 모였다. ‘호스트(집주인)’는 자신의 집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한 뒤 참석자들을 기다렸다. 먼저 도착한 이들은 다른 참석자가 도착할 때마다 반갑게 맞았다. 여느 연말 송년회, 친교모임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이날 처음 본 사이라는 점. 준비물은 대화할 ‘열린 마음’이면 충분했다. ‘소통 불능의 시대’라는 요즘, 의외로 처음 보는 사람이나 전혀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는 일회성 모임이 늘고 있다. 상대가 누구든 공감할 의지와 말할 거리만 있다면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모임의 취지다. 이들은 친구나 지인,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와 달리 관계에 강제성이 없는 ‘느슨한 관계’가 오히려 소통에 장점이 된다고 본다.○ ‘느슨한 관계’의 매력 ‘남의 집 프로젝트’는 이런 시류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참석자가 다 도착하자 호스트는 “이제 다 오신 것 같으니 시작할까요?”라며 포문을 열었다. 모임의 주제는 ‘직장인 번아웃(일에 몰두하다 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로 무기력해지는 현상) 증후군’. 호스트는 ‘번아웃 증후군 자가 테스트’ 종이를 건넸고, 참석자들은 ‘일이 재미가 없다’ ‘점점 냉소적으로 변한다’ 등 17개 문항의 체크리스트에 점수를 매겼다. 일정 점수를 넘겨 심각한 수치를 보인 참석자도 나왔다. 자연스레 직장에서 힘들었던 각자의 경험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야근이 너무 잦아 일과 생활이 구분이 안 됐다” “퇴사를 자주 하고 싶다” “상사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다” “상사보다 더 어려운 건 후배다” 등 성토가 이어졌다. “주변 친구, 가족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내는 일이 늘었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게임회사 디자이너, 식품무역업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참석자 조합은 얼핏 보기엔 어색했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힘들고, 내 고민 역시 위로받기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처음 보는 이에게 속내를 터놓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모임은 정해진 세 시간을 조금 넘기고 끝났다. 참석자들은 기회만 있다면 앞으로도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에 나서겠다며 긍정적인 반응. 작별 인사와 새해 덕담을 나눴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런 모임은 직업군,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하게 이뤄지지만 대체로 연속적 모임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강제성이 전혀 없어 부담감이 적은 게 장점. 독서, 공예 등 특정 취미를 테마로 한 모임과는 달리 ‘대화’ 자체가 목적이다. 김성용 ‘남의 집 프로젝트’ 대표는 “현대인들은 모르는 이들과도 시시콜콜한 주제건 깊이 있는 테마건 얘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임에 자주 참석한다는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끈끈한 관계에서는 어떤 얘기로 시작하든 결국엔 깔때기처럼 직장, 집, 결혼, 육아 얘기로만 귀결된다. 반면 느슨한 관계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편안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 자존감 회복에는 모르는 관계가 더 낫다? 온라인에서 인기인 대화형 커뮤니티 ‘라이프쉐어’도 비슷한 분위기다. 모르는 이와 소통하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인생관, 자존감을 발견하도록 만들자는 목표. 여기서는 주변 사람에게 터놓기 어려운 다소 오글거리는(?) 질문도 모르는 사람과 주고받아야 한다. “당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하루는?” “우리의 사랑은 어떻게 다를까?” 등 질문에 쭈뼛거리던 참가자들도 몇 분 뒤 거리낌 없이 인생 가치관을 말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애플리케이션 ‘트로스트’도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 욕구를 겨냥했다. 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고민 글을 보내면, 상담사들이 조언을 건넨다. 지인, 친구 수준이 해줄 수 있는 위로나 대안 제시를 넘어 전문적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 특징. 트로스트 측은 “정신과를 방문하기 어렵거나, 친구들에게 꺼내놓기 힘든 고민도 비대면 방식으로 숱하게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이 자존감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퇴사 뒤 작가로 변신한 곽모 씨는 “주변에선 새로운 도전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처음 만난 이들은 도전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응원해줘 힘을 얻었다”고 했다. 30대 사업가 이주호 씨는 “나이, 직장에 따른 사회적 편견 없이 누군가 있는 그대로 저를 바라볼 때 더 큰 위로와 자극을 받는다. 뼈 있는 조언이나 생각지 못한 혜안을 들을 때도 많다”고 했다.김기윤 pep@donga.com·조종엽 기자}

얼마 전 김원 광장 건축환경연구소 대표(76)와 처음으로 눈인사를 나눴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싶었다. 한데 오랫동안 쓴 글을 모은 ‘꿈을 그리는 건축가’(태학사·광장) 출간을 계기로 27일 마주앉은 노신사는 딴사람 같았다. 여전히 채 갈무리되지 않은 혈기가 흘러나온다고나 할까. 말은 둥글어도 뜻이 지닌 예봉은 감춰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1980년대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국악당을 비롯한 5대 문화시설 건축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했다. 1990년대에는 ‘동강 살리기’의 일선에 섰으며 최근에도 자연과 문화자원을 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국민신탁)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촌에 있는 이상의 집터가 팔린다는 소식을 듣고 매입 보존을 시작한 것도 김 대표다. 그는 “서울 사대문 안은 난개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오래된 지론”이라고 했다. “태조 이성계와 정도전이 터를 잡고 궁을 지을 당시 서울의 도시계획을 보세요. 멋들어진 산을 배경으로 육조거리를 만든 것만 봐도 공간과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대단했던 거지요. 산업화 와중에서라도 만약 ‘사대문 안에는 5층 이상 못 짓는다’ ‘모든 골목에서 산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물길은 살린다’고 옛 도시의 형성 논리를 지켜줬다면 세계적으로 서울보다 아름다운 도시를 찾기 어려웠을 거예요.” 책 ‘꿈을 그리는…’에는 “(필수 도로만 남기고) 서울의 사대문 안을 몽땅 차 없는 거리로 만드는 꿈”에 관한 글이 있다. 흥인지문(동대문)에서 돈의문(서대문) 자리까지는 불과 약 4.2km. 종로를 왕복 2차로만 남기고, 녹지와 보행자의 길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수십 년 전 서울시민에겐 오늘날 서울 모습 역시 꽤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인터뷰하던 서울 종로구 통인동 ‘(시인) 이상의 집’ 앞으로는 수많은 행인과 자동차가 오갔다. 김 대표가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저 길 아래, 지금도 물이 흘러요. 수성동 계곡에서 시작해 지금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청계천과 합류하는 개천이 흐르던 곳입니다. 옛 지도를 보면 서울은 물길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어요. 인왕산부터 청계천까지만 해도 수십 개지요. 그를 건너는 작은 다리들이 얼마나 아름다웠겠어요.” 그 물길은 모두 도로가 됐다. 토지 보상도 필요 없으니 복개만 하면 자동차가 다닐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물길을 절반만 살렸어도 좋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 걸을 권리를 되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광화문시민위원회 위원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만드는 의견수렴을 돕고 있다. 보행자 중심으로 광장을 대폭 넓히는 광장 재구조화는 최근 제동이 걸려 기약이 없는 상태다. 그는 “시장의 토목 치적 쌓기 차원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가 이사장을 지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속칭 ‘알박기’도 한다. 개발 이익을 누리려는 게 아니라 보존하기 위해서다. 민통선 안쪽 철새도래지 땅도 샀다. 김 대표는 ‘섬 내셔널트러스트’도 설립했다. 그는 “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주민들도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책에는 LG그룹 창업자인 구인회 회장(1907∼1969)에 얽힌 일화도 담겼다. 김 대표가 김수근건축연구소에서 일하던 1966년, 구 회장이 은퇴 뒤 살 집의 설계를 맡겼다. 구 회장은 김 대표와 함께 냉면을 먹으면서 “(집이) 40평이면 우리 부부에게 충분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작은 주택을 그렸지만 김수근은 “그분은 그렇게 살 수 없는 분”이라며 응접실과 회의실, 접견실 등이 딸린 저택을 지었다. 김 대표는 “내가 고집을 부려 구 회장님의 생각을 현실화시켰다면 지금도 ‘구인회 회장이 말년에 살던 소박한 집’으로 회자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작지만 알뜰하게 설계해 달라고 찾아오셨던 거지요. 사실 11, 13평짜리 서민 아파트야말로 한국 최고의 건축가가 맡아 설계해야 합니다.” 최근 별세한 구 회장의 장남 구자경 회장이 부산사범부속초교 교사로 일할 때 김 대표는 그 학교 학생이었다. 구자경 회장은 은퇴 뒤 옛 제자들을 모아 가끔 밥을 사며 옛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누이동생은 김 대표와 같은 반 친구였다. “그 친구가 명절이 지났는데도 헌 운동화를 신었더라고요. 물으니 ‘앞쪽에 구멍이 나야 새 신발을 사 준다’고 해요. 그때도 엄청난 부잣집이었는데 말이지요.” 수명이 다한 브라운관의 대체품을 구하지 못해 불이 꺼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은 백남준과 김 대표의 공동작업이다. 김 대표가 백남준과 협의하며 구조를 짰다. 1003개의 모니터를 지탱하기 위해 기초를 암반까지 내렸다. 모니터 수명이 다했을 때의 처치에 대해 백남준은 “몰라, 상관없지”라고 했다고. “백 선생은 늘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고 했어요. 지금 굳이 옛 화면을 재생하려 애쓸 필요 없어요. 일단 꺼 놓고,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된 뒤 브라운관에 맞게 붙여도 됩니다.” 김 대표는 최근 국회의사당 개보수 자문위원장도 맡았다. 김수근건축연구소에 있을 당시 여의도 개발계획 실무를 맡아 의사당 터를 잡은 이가 그였다. “원래 여의도 내에 있던 양말산(羊馬山)에 기대 물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어요. 장기적으로는 비슷하게라도 배산임수를 복원해야 합니다. 당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의원들이 싸우고 싶은 생각이 덜 나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하고요.”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장소 : 모르는 사람의 집. 준비물 : 마음 속 스트레스를 꺼내 놓을 열린 마음.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5명의 직장인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남의집 프로젝트’의 한 장소에 모였다. ‘호스트(집주인)’는 자신의 집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한 뒤 참석자들을 기다렸다. 먼저 도착한 이들은 다른 참석자가 도착할 때마다 반갑게 맞았다. 여느 연말 송년회, 친교모임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이날 모두 처음 본 사이라는 것. 준비물은 대화할 열린 마음이면 충분했다. 참석자가 다 도착하자 호스트는 “이제 다 오신 것 같으니 시작할까요?”라며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직장인 번아웃(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지는 현상)’. 호스트는 ‘번아웃 증후군 자가테스트’ 종이를 건넸고, 참석자들은 ‘일이 재미가 없다’ ‘점점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등 17개 문항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에 점수를 매겼다. 일정 점수를 넘겨 ‘번아웃 증후군’으로 판정된 참석자도 나왔다. 자연스레 직장에서 힘들었던 각자의 경험을 꺼내놓아야 했다. “야근이 너무 잦아 일과 내 생활이 구분이 안됐다” “퇴사가 자주 마렵다” “일도 일이지만 상사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다” “상사보다 더 어려운 건 후배다” 등 성토가 줄을 이었다. “번아웃을 겪고 주변 친구, 가족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게임회사 디자이너, 식품무역업 종사자, 마케터, 전업 작가로 변신한 이 등 참석자의 조합은 언뜻 봐도 어색하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고, 내 아픔이나 고민 역시 위로받기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처음 보는 이들에게 속내를 터놓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놀랍다”며 모두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기회만 있다면 앞으로도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해진 세 시간을 조금 넘겨 모임은 끝났다. 작별 인사와 새해 덕담을 나눴고, 모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느슨한 관계’의 매력 ‘소통 불능의 시대’ 처음 보는 사람, 전혀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는 일회성 모임이 늘고 있다. 상대가 누구든 서로의 말에 공감할 의지와 말할 거리만 있다면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모임의 취지다. 친구, 지인, 가족과의 끈끈한 관계와 달리 관계에 강제성이 없는 ‘느슨한 관계’는 오히려 소통에서 장점이 된다. 직업군,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한 이들이 모이며 한 번 모였다고 해서 연속적 모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친교 활동에 대한 강제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독서, 공예, 서핑 등 특정 취미를 테마로 목적이 분명한 모임과는 달리 모여서 대화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점이 특징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가장 활발히 참여한다. 김성용 ‘남의집 프로젝트’ 대표는 “1인가구가 늘며 현대인들에게는 모르는 이들과도 시시콜콜한 주제부터 인생얘기까지 나누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다. 이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모임에 자주 참석한다는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끈끈한 관계에서는 어떤 얘기로 시작하든 나중에 깔때기처럼 직장, 집, 결혼, 육아 얘기로만 귀결된다. 반면 느슨한 관계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말할 수 있는 편안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 ○자존감 회복에는 모르는 관계가 더 낫다? 모르는 사람의 소통이 자존감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다. 퇴사 후 작가로 변신한 곽모 씨는 “주변 사람들은 제 새로운 도전을 걱정하거나 회의적으로 바라볼 때가 많았다. 반면 처음 만난 분들이 제 도전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심으로 응원해 힘을 받았다”고 했다. 대화형 커뮤니티 ‘라이프쉐어’도 인기다. 모르는 이와 소통하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인생관, 자존감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취지다. 이곳에서는 주변 사람에게 터놓기 어려운 다소 오글거리는(?) 질문을 모르는 사람과 주고받아야 한다. “당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하루는?” “우리의 사랑은 어떻게 다를까?” 등 질문에 쭈뼛거리던 참가자들도 몇 분 뒤 거리낌 없이 인생 가치관을 말하기 시작한다. 30대 사업가 이주호 씨는 “나이, 직장에 따른 사회적 편견 없이 누군가 있는 그대로 저를 바라볼 때 더 큰 위로와 자극을 받는다. 제게 뼈있는 조언을 하거나 생각지 못한 혜안을 들을 때도 많다”고 했다. 애플리케이션 ‘트로스트’도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 욕구를 겨냥했다. 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고민 글을 보내면, 상담사들이 조언을 건넨다. 지인, 친구 수준이 해줄 수 있는 위로, 대안 제시를 넘어 전문적 해결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트로스트 측은 “정신과를 방문하기 어렵거나, 친구들에게 꺼내놓기 힘든 고민도 비대면 방식으로 숱하게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사진)가 미국 하와이에서 휴양 중이던 24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78세. 고인은 서울대 법대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하와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2∼2007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일했고, 한국행정학회장과 한국공공정책학회장,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명지전문대 총장 등을 지낸 한국 행정학계 원로다. 현실 행정과 정치에도 관여해 1999∼2002년 중앙인사위원장, 2004년 열린우리당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원장, 2005년 국회 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을 맡았다. 저술 활동도 활발히 했다. ‘사회과학연구방법론’(1976년), ‘정치학―성찰과 조망’(1984년), ‘한국의 관료제연구’(1991년), ‘통의동 일기’(2009년), ‘미즈 프레지던트’(2012년), ‘좋은 정부: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2018년) 등 20여 권의 저서를 냈다. 국민훈장동백장(1996년), 청조근정훈장(2003년)을 받았다. 유족으로 아내 유정희 씨(77)와 1남 1녀가 있다. 장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강원 춘천시 국립춘천박물관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창령사 터 오백나한’ 특별전시를 상설전시로 단장해 27일 개관한다고 밝혔다. 전시 부제는 ‘나에게로 가는 길’. 오백나한은 2001년 강원 영월군 남면에서 경작지 평탄화 작업을 하던 주민 신고로 존재가 드러났다. 이듬해까지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형태가 완전한 상 64점을 포함해 나한상과 보살상 317점을 찾았다. 근엄하지 않고, 푸근한 민초의 얼굴이 담긴 듯한 다양한 모습이 감동을 자아낸다는 평을 받았다. 국립춘천박물관이 지난해 8월 처음 선보인 특별전시는 그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뽑은 ‘2018년의 전시’로 선정됐다. 이후 서울과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전시실은 자연 속을 거니는 듯한 공간에서 나한의 다양한 표정을 만날 수 있게 조성했다. 박물관은 “관객이 자신의 마음을 닮은 나한을 고요히 마주할 수 있도록 정갈하게 상설전시실을 꾸몄다”며 “사유와 명상의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고 했다. 창령사는 고려시대에 창건해 조선 중기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창령사 터에서 ‘蒼嶺’(창령)이라고 새겨진 기와와 청자, 중국 송나라 때 동전 등이 함께 나왔고, ‘동국여지승람’ 등에도 창령사가 기록돼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