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251

추천

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남북한 관계64%
칼럼23%
경제일반10%
사회일반3%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바보’ 탈북자 유상준

     탈북민 유상준(54)의 첫인상은 어수룩해 보인다. 말주변도 없다. 느릿느릿 말하다 “저처럼 북에서 농사나 짓던 놈이 뭘 알겠습니까”라며 자주 수줍은 표정을 짓는다. 알고 보면 그는 아주 빨랐던 사람이다. 남한으로 오는 게 아주 어려웠던 2000년 12월 남한으로 왔다. 한국 입국 탈북민 3만여 명 중 선착순 1000명 안에 들어간다. 남한에서 상상했던 그의 꿈은 2001년 7월 부서졌다. 아버지를 찾아 탈북했던 하나밖에 없는 12세 아들 철민이가 몽골 국경을 넘다 굶주림과 탈진으로 숨졌다. 차인표가 열연한 탈북 영화 ‘크로싱’(2008년)의 실제 인물이 유상준이다. 아들을 잃고 1년 넘게 우울증, 자살 충동과 싸우던 그는 2003년 훌쩍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엔 한국으로 오는 길을 모르는 탈북민이 너무 많았고, 한국엔 혈육을 데려오지 못한 탈북민이 너무 많았습니다. 먼저 온 내가 이들을 데려와야겠다 생각했죠.” 2004년 그가 첫 번째로 구출한 사람은 철민이 또래인 14세 탈북 소녀였다. 그 소녀는 지금 성균관대를 졸업한 27세 여성으로 성장했다. 이듬해엔 직접 새 탈북루트를 개척했다. 당시만 해도 탈북 브로커들은 한국으로 보내주는 대가로 수백만 원씩 받았다. 유상준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 한국에서 7만∼8만 원씩 일당을 받으며 몇 달 일해 돈을 벌어선 중국으로 건너가 탈북민을 구출했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한국에 와서 막노동을 했다. 구출한 사람 중 몇 명이 고맙다고 자발적으로 돈 봉투를 건넬 때도 있었지만 100만 원을 주면 50만 원은 다시 돌려줬다. 그 이상은 받아본 일이 없다. 유상준의 도움을 받아 한국까지 온 탈북민은 500명이 넘는다. 이 중 90여 명은 그가 직접 인솔해 몽골 국경을 넘었다. 그러던 중 2007년 7월 중국 공안에 체포돼 5개월 동안 수감생활도 했다. 내몽골 감옥에서 여름옷을 입고 영하 40도를 견디느라 이가 다 빠질 정도로 골병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 그는 1년 넘게 병치레를 하면서도 세탁소 운영과 아파트 경비 일로 돈을 모았다. 그 돈을 들고 2009년 중국에 건너갔다. 다시 탈북민을 돕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서 대북전단(삐라) 풍선이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고 그는 “중국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면 북한 깊숙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유상준은 중국에서 풍선 가스 구매처를 찾아다녔고, 인쇄물을 찍었다. 그러다 2011년 5월 중국 국가안전국에 잡혔다. 그를 신고한 것은 다름 아닌 탈북 여성이었다. “눈을 가리고 팬티만 입은 채 24시간 동안 내내 맞았습니다. 2명씩 교대로 들어와 때렸는데 너무 맞아서 지금도 기억력이 성치 못합니다.” 그는 다행히 북송되지 않고 한국으로 추방됐다. 몇 년 뒤 자신을 신고했던 여성이 서울에서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사로 일하는 것을 우연히 보고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복수를 하지 않았다. 다시 중국에 갈 수 없게 된 유상준은 한국에 와서도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원통하게 숨진 아들의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대북전단을 보내는 곳을 몇 개월 따라다녔지만, 핵심 ‘영업비밀’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한다. 탈북 루트를 혼자 개척했던 10년 전처럼 그는 이번에도 혼자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 풍선 타이머를 연구했고, 퇴근해서도 연구에 매달렸다. 동네 재활용장에 사정을 해서 선풍기 타이머들을 모두 뜯어오기도 했다. 0.01mm 니크롬선(발열체의 일종)을 꿰느라 목 디스크가 걸렸다. 잠을 못 자며 4개월 꼬박 고생해 수천 m 상공 영하의 온도에서도 작동하는 타이머를 만들어냈다. 유상준은 요즘 지하철 전동차 청소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 월급은 150만 원 남짓. 주거비와 교통비, 통신비, 쌀값 등을 다 합쳐 자기를 위해 쓰는 돈은 30만 원도 안 된다. 그는 임대 및 관리비가 13만 원인 임대주택에 홀로 살면서 돈이 아까워 난방도 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탈북 고아 2명을 후원했고, 지금도 탈북자 구출 후원금을 보낸다. 아들 둘을 군에서 잃고 홀로 사는 옆집 할머니를 위해선 TV와 전화기를 사주고, 눈 수술비까지 보탰다. 몇 달 월급이 모이면 남의 차를 빌려 대북전단을 조용히 북에 날린다. 그러곤 또 돈을 모은다. 필요한 사람에겐 자기가 연구한 노하우를 전부 가르쳐준다. 유상준의 한국 생활 16년은 이렇게 흘렀다. 그의 인생사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해진다. 그는 자랑할 줄 모른다. 위에 쓴 유상준의 일대기는 그의 지인들에게 듣고 본인에게 확인한 것이다. 하나를 하고 열을 했다고 자랑하기 급급한 이 세상에서, 이런 ‘바보’가 탈북자 중에 소문 없이 숨어 있다는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급간부 빈소 찾아 고개숙인 김정은

     김정은이 하급 간부의 장례식장에서 머리를 깊숙이 숙여 조문하는 모습을 북한이 23일 공개했다. 신년사에서 자기반성을 하며 고개를 숙였던 김정은이 새해 들어 독재자의 이미지를 벗고 ‘인간적인 따뜻한 지도자’ 이미지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인 강기섭 민용항공총국 총국장의 빈소를 찾아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노동신문에 보도된 사진에는 김정은이 북한군 고위 간부들과 함께 고인의 시신 앞에 깊이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장면과 고인의 얼굴을 만져보며 슬퍼하는 모습이 담겼다. 강 총국장은 고려항공 등 민간항공 부문을 관장하는 기관의 수장이긴 하지만 북한 권력 서열을 따져봤을 때 100인에 끼지 못한다.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후보위원보다 높은 위원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 군부 내각까지 모두 따지면 강 총국장보다 높은 인물은 수백 명에 이른다.  북한 지도자가 서열이 그리 높지 않은 중앙위원회 후보위원급 인물의 장례식에까지 참석해 머리 숙여 조문하고 애통해하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던 일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문은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이거나, 아니면 ‘부하를 진심으로 아끼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새해부터 김정은은 아이들 책가방을 챙기고, 군인들을 부모의 심정에서 배려하는 언행을 이어가는 등 따뜻한 지도자 이미지를 대중에게 연출하고 있다. 김정은이 인민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은 민생을 실제로 챙긴다기보다는 민심 이반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정은, 또 쩔뚝… 수술한 발목 물혹 재발했나

     북한 김정은이 현지 시찰에서 쩔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또다시 포착됐다. 2014년 7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강원도 ‘12월6일소년단야영소’와 원산구두공장, 원산군민발전소를 시찰하는 장면이 담긴 기록영화를 17일 방영했다. 김정은은 계단을 오를 때 유난히 쩔뚝거리는 모습이었다. 지팡이는 짚지 않았지만 오른쪽 다리에 체중을 많이 실으면서 걷는 점으로 미뤄 왼쪽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2014년 7월 김일성 20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주석단에 오르며 왼쪽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이 처음 포착됐다. 김정은이 같은 해 9월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 불참하고,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기간에 유럽 의사들을 초청해 왼쪽 발목의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확한 병명은 족근관증후근으로 발목 복사뼈 부근에 물혹이 생겨 근육에 손상이 오는 병이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고도비만과 지나친 흡연으로 수술해도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8일 “현재로서는 김정은의 건강상태에 대해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면서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영호 “김정은에게 비선라인 따로 있다”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사진)가 17일 “김정은에게도 대외적으로 보이지 않는 비선실세 라인과 언론에 공개되는 라인이 따로 있다”고 폭로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에는 주민도 잘 모르는 김정은의 서기실이 3층짜리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데 모든 부서에서 올라오는 정책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지시를 하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신(神)’ 밑에 작은 신이 있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2인자는 있을 수 없다”며 “황병서 최룡해 같은 이름 있는 사람을 다 제거해도 북한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실권자는 국가 서열에서 몇 번째인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인사권, 표창권, 책벌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대표적 실세로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박태성 평안남도 당 위원장 등을 꼽았다.  태 전 공사는 또 “앞으로 더 좋은 삶을 찾아오는 엘리트층의 탈북이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한국에 온 고위 외교관이 상당히 많고, 세계 각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외교관도 많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가 말한 외교관은 탈북한 북한 무역일꾼까지 모두 포괄한 개념으로 보인다. ▼ “최근 한국 온 北고위외교관 상당히 많아” ▼ 한 대북 소식통은 “태영호 전 공사보다 높은 정무직 외교관은 없지만 최근 2년 동안 해외에 파견된 북한 고위급 간부 20여 명이 한국에 조용히 입국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북한의 핵 무장화를 중단시키는 유일한 길은 북한 정권의 소멸에 있다”며 “휴전선을 통해 집단 탈북을 유도하는 것이 북-중 국경을 통해 탈북을 유도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전선 군인들은 북한의 ‘흙수저’만 남아 근무하는 곳”이라며 “이곳에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과 10달러 지폐 등을 지속적으로 살포하면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같은 사태가 지휘관을 포함한 군인들 속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입해 민중 봉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현대적 병원이나 시장경제 원리를 알려주는 평양과학기술대 등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시설을 많이 지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지원한 식량의 70∼80%는 당국이 다시 실어간다”며 “하지만 분배의 투명성을 강화해 식량의 10∼20%만 주민에게 가더라도 남한에서 식량이 왔다는 사실을 주민이 알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세습 명분과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았다. 김정은이 자신의 나이와 경력,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명분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간부들과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간부들에게 평양 대성산에 있는 (김정은의 모친인) 고용희(고영희로 알려졌으나 최근 고용희라는 주장이 나옴)의 무덤을 참배시켰는데, 무덤에 ‘선군 어머니 묘’라고만 돼 있을 뿐 묘비에 묘주의 이름도 없다”고 지적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강경석 기자}

    • 2017-0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영호 “휴전선 군인 北 ‘흙수저’, 10달러 지폐 계속 살포하면…”

    "내게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는 법률적 환경을 마련해 달라. 10년 내에 통일을 선물하겠다."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초청 좌담회에 참가해 북한의 실상과 자신이 생각하는 통일방안 등을 밝혔다. 2시간 남짓 열린 좌담회에서 태 전 공사는 한국에 온 이후 가장 수위가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북한의 핵무장화를 중단시키는 유일한 길은 북한 정권의 소멸에 있다"며 "휴전선을 통해 집단 탈북을 유도하는 것이 북중 국경을 통해 탈북을 유도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휴전선 군인들은 북한의 '흙수저'만 남아 근무하는 곳"이라며 "이곳에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과 10달러 지폐 등을 지속적으로 살포하면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과 같은 사태가 지휘관을 포함한 군인들 속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세습 명분과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았다. 김정은이 자신의 나이와 경력,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명분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간부들과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 태 전 공사는 "간부들에게 평양 대성산에 있는 (김정은의 모친인) 고용희의 무덤을 참배시켰는데 무덤에 '선군 어머니 묘'라고만 돼 있을 뿐 묘비에 묘주의 이름도 없다"며 "(김정일의 정식부인인) 김영숙이 만경대 가문에 딸을 데리고 가서 설 인사를 했다는 사실을 간부들이 다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2010년 고용희를 우상화하는 '선군 어머니'라는 영화를 만들어 고위 간부들에게 보여주었지만 베테랑 간부들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반대해 배포하지 못했고 나중에 그 영화를 몰래 본 사람을 처형까지 했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외부 정보를 유입해 민중 봉기의 환경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 민간단체가 평양에 소아병원을 지어주자 감기 걸린 자녀들을 데리고 왔던 고위 간부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주민들과 접촉이 가능한 현대적 병원이나 평양과학기술대학과 같은 시장경제 원리를 알려주는 대학을 많이 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지원한 식량은 분배 행사가 끝나면 70~80%는 당국이 다시 실어가지만 나머지는 주민들에게 분배된다"며 "분배의 투명성을 강화해 설사 식량의 10~20%가 주민에게 가더라도 남한에서 식량이 왔다는 사실을 주민이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통치방식과 동요하는 북한 엘리트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북한에는 일반 주민들은 모르는 김정은 서기실이 존재한다"며 "모든 부서에서 올라오는 정책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지시를 하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층짜리 건물에 상주한 서기실은 중앙당 조직지도부보다 상위에 있는 조직으로 북한을 움직이는 진짜 실세들은 절대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공포통치에 대한 사례로 "장성택 숙청 때 소속됐던 노동당 한개 부서(행정부)를 몽땅 숙청했는데 부서를 없애버린 것은 노동당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300명 정도의 부서원 중 부장과 과장까지는 모두 처형했고 나머지는 문건 나르던 애들까지 모두 수용소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런 공포 정치 하에 북한 엘리트들의 동요도 심각하다며 "현재 한국에 비공개로 입국한 고위급 외교관이 상당히 많고, 전 세계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이 영국에 있을 때 만났던 김정은의 형 김정철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김정철은 정치에 흥미가 없고, 북한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며 "평범한 가정에서 출생해 음악가로 발전했다면 유능한 기타리스트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태 전 공사는 "한국에 와서 KBS와 같은 큰 지상파를 제치고 채널A '이제 만나려 갑니다' 프로그램에 제일 먼저 나간 것은 탈북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제일 먼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 2017-01-17
    • 좋아요
    • 코멘트
  • “딸 구해달라”…北, 집단탈북 여종업원 가족들과 유엔서 눈물 공세할 듯

    북한이 지난해 4월 중국을 집단 탈출한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가족들을 데리고 유엔 무대에 나타날 것으로 알려졌다. 납북자가족모임은 16일 "북한이 여종업원 가족들을 올해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 이사회에 참석시켜 한국에 있는 딸들과 면담을 요구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금까지 가족 12명의 명의로 유엔인권고등판무관(OHCHR)과 유엔인권이사회 의장에게 편지를 보내 이들이 한국 정부에 납치됐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아예 가족을 유엔 회의에 참가시켜 딸을 구해달라고 눈물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최근 대북 압박이 경제적 제재에서 인권 공세로 전환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인권 압박에 대응하는 카드로 탈북 여종업원 가족들을 내세워 역공세를 펴려 하려 하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시도는 충분한 계산 끝에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북한의 공세에 대응해 여종업원 12명은 별로 대응할 카드가 없다. 지난해 8월 사회에 나온 이들이 지금 언론에 등장해 자발적으로 왔다고 할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이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쉽게 나서기 어렵다. 설령 이들이 어렵게 자발적으로 왔다고 말했다고 해도 북한은 "남조선 당국이 억지로 증언을 강요했다"면서 "직접 가족들 앞에서 한국에 자발적으로 갔다는 것을 확인하라"고 재차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또 여종업원들이 북한의 의도대로 자발적으로 오지 않았다고 할 경우 북한은 이를 기회로 "진짜 인권유린국은 한국"이라고 대대적인 역공세를 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정부가 대북 제재가 효력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회심의 카드로 꺼내든 북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실 공개가 지금에 와선 북한의 대남 압박 카드로 역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여종업원 집단 탈북에 대한 보복 카드로 중국에서 주요 탈북 인사 또는 한국인을 납치하기 위해 여전히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17-01-17
    • 좋아요
    • 코멘트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김정은의 반성문 정치와 신년사의 자아비판

     2013년 초 조선인민군출판사 편집부장이 체포됐다. 불평불만을 내세우며 태업하는 등 출판사를 잘 이끌지 못했다는 죄였다. 군인들을 불평하지 못하도록 세뇌해야 하는 사람이 오히려 남보다 더 많이 불평했으니 문제가 크다고 본 것 같다. 그런데 뜻밖에 편집부장은 “죄를 용서해 주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받고 석방됐다. 4월부터 북한 전역에서 이 일을 김정은의 위대한 은덕이라고 선전하는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에서 전달된 내용은 이렇다. “원수님(김정은)께서는 그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읽으시고 ‘그가 지금 한순간 잘못했어도 과거 당을 위해 공을 세운 것이 없겠나. 그의 경력 자료를 다 가져오라’고 했다. 그가 병사 생활을 잘했다는 자료를 보시곤 ‘반성문도 진심으로 솔직히 쓴 것 같으니 99% 잘못했어도 과거 1%라도 잘한 것 있으면 용서해 주자’고 하셨다.” 자칫 정치범으로 낙인찍혀 가족과 함께 사라질 운명에 처했던 편집부장은 그렇게 김정은의 인간미를 전하는 표본이 돼 살아남게 됐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북한에서 사람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반성문을 쓰라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까지 북한에서도 반성문은 명백히 잘못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만 썼다. 그러나 편집부장 사건이 있은 뒤부터는 노인들까지 1년에 최소 한 차례 이상 반성문을 쓰게 했다. 간부나 해외 파견자들은 훨씬 자주 써야 했다. ‘북한 통치의 10계명’이나 다름없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60개 조항별로 위반 사실을 따져서 최소 10장 이상 써야 했고, 다 쓰기 전엔 집에도 보내지 않는다. 이런 위협적인 말도 꼭 따른다. “솔직히 고백을 하면 과거 잘못은 다 용서가 되지만 반성문에 쓰지 않은 잘못이 드러나면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내가 당신을 봐주려면 솔직히 써야 한다.” 북한은 급격히 불신 사회로 빠져들었다. 친한 몇 명이 모여서 한 일이나 발언이 누구의 반성문에 올라갈지 모르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반성문 바람이 불기 5개월 전인 2012년 12월 김정은은 “어디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모두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반성문 쓰기는 동향 파악은 물론이고 불평불만을 막고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런 시스템은 김정일의 통치방식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다. 김정일은 후계자로 내정된 1970년대에 ‘전국 일일 직보체계’와 ‘생활총화제도’를 만들어 북한을 틀어쥐었다. 일일 직보체계는 당 조직과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이 해당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각자의 라인을 통해 매일 중앙당 조직지도부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에선 어떤 사건을 숨길 수가 없다. 가령 당에서 일부러 누락시킨 보고가 보위성을 통해 전달되면 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김정일은 전국을 파악해 장악했고 지금도 이런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된다. 김정은은 여기에 더해 반성문으로 개인별 약점까지 틀어쥐려 하는 것이다. 반성문은 생활총화의 ‘약점’도 보완했다. 생활총화는 대중 앞에서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을 하는 것인데 함부로 말해 상대에게 해를 입히면 소속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그래서 남의 결함을 비판할 때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반면 반성문은 몰래 고자질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심적 죄책감조차 무디게 만든다. 세계에서 가장 정보화에 뒤처진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 역설적으로 최악의 ‘빅브러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신문은 북한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보도했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이 만취한 상태로 군 원로를 모아 놓고 “너희가 군사위성 하나 못 만든 것은 반역죄와 같다”고 고함을 치며 밤새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난 김정은은 반성문을 들고 서 있는 군 원로들을 보고는 “왜 모여 있는가. 다들 나이도 많고 하니 더 건강에 신경을 써라”고 말했다. 숙청의 공포에 시달리며 밤새 반성문을 썼던 군 원로들은 긴장감이 풀어져 소리 내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다. 일본발 북한 기사들은 사실 신빙성을 신중히 따져봐야 하지만 김정은의 ‘반성문 사랑’을 감안할 때 이 보도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은이 올 신년사에서 자아반성을 하면서 머리를 숙이는 장면을 보며 북한 간부들과 주민은 섬뜩했을 것 같다. 앞으론 “장군님도 저렇게 겸허히 반성하는데, 너희들은 사소한 잘못도 숨길 생각 마라”며 협박당할 일만 남았다. 누구를 숙청할 때 ‘당 앞에 맹세하고 쓴 반성문조차 거짓으로 썼다’며 더 가혹하게 처벌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인민 앞에 매일같이 반성해도 부족한 김정은이 거꾸로 인민에게서 반성문을 받아내는 이 기괴한 장면을 보면 기가 막힐 뿐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北, 핵탑재 가능 스커드-ER 실전배치… 한반도전역 사정권

     국방부가 11일 발간한 ‘2016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증강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도로 대량살상무기(WMD)와 포병, 사이버 전력 증강에 나서는 등 비대칭 위협이 날로 고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플루토늄탄) 최대 12기 제작 가능 북한은 5차례의 핵실험으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Pu)을 상당 부분 사용했음에도 영변 원자로 재가동과 폐연료봉 재처리로 플루토늄 보유량을 50여 kg까지 늘린 것으로 평가됐다. 기존의 보유량 추정치(40kg)보다 10여 kg이 늘어난 것이다. 핵무기 1기에 4∼6kg의 플루토늄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핵탄두 8∼12기를 제작할 수 있는 분량이다. 북한이 지하시설에서 원심분리기를 돌려 고농축우라늄(HEU)을 매년 30kg가량 생산하고 있다는 추정까지 감안하면 몇 년 안에 핵무기 수십 기를 보유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남 기습타격 능력도 진화하고 있다. 북한은 사거리 1000km급 스커드-ER 미사일을 비롯해 휴전선에서 경기 평택 미군기지와 충남 계룡대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200km 안팎의 300mm 방사포 10여 문을 실전배치했다.  이번 백서에 실전배치 사실이 처음 명시된 스커드-ER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탄두’라는 표현도 백서에 처음 명시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개발 중인 장거리 로켓이 사실상 ‘핵탑재 ICBM’이란 점을 확실히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군 1만 명, 김정은 치적물 전담부대 편성  북한군 병력은 128만 명으로 2년 전보다 8만 명이 늘어났다. 김정은의 치적 과시용 건설임무 전담부대(공병군단, 도로건설군단)는 인민무력성 산하에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 치적용 건설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수행할 별도의 군 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군’이 1만 명 규모로 편성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부대는 중국의 로켓군처럼 핵과 미사일 전력을 중점 운용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은 이날도 ICBM 능력을 과시하며 “미국도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고 위협했다. 노동신문은 “우리는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실현하고 임의의 시각에 마음먹은 장소에 날려 보낼 수 있는 각종 운반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사라진 ‘박근혜 대통령’ 이번 백서에는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사실상 사라지고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전혀 쓰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나오는 사진은 ‘2016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사진 1장이 전부다. 이마저 각국 정상 등 100여 명이 등장하는 사진이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2014년 국방백서에는 박 대통령이 등장하는 사진이 4장 실렸다.  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은 이례적으로 본문에 2장 실렸다. 박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군 통수권자가 된 황 권한대행의 지위를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국방부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23일 발간되는 국방백서 책자 최종본에는 박 대통령 사진 2장을 추가하기로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주성하·손효주 기자}

    • 2017-0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北 “ICBM, 임의 시각-장소서 발사될것”

     북한이 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발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의 33번째 생일을 맞아 도발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마감 단계에 이른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를 걸고 들고 있다”며 “우리와 상대하려면 우리를 똑바로 알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리는 상식을 벗어난 속도로 핵무기 고도화를 진척시켜 수소탄을 개발하고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까지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발표는 김정은이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라고 말한 것을 미국 측에서 무시한 것에 대한 반발일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일 “그럴 일(ICBM 완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 북한의 ICBM 개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임의의 시각과 장소’를 강조함에 따라 조만간 북한이 이동식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개발한 KN-08과 KN-14 미사일은 사거리가 1만 km 전후로 미국 서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추정도 있지만 실제로 발사된 적은 없다. 지난해 북한은 사거리 3000km가량인 무수단 미사일도 8번 발사해 7번 실패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아직 이동식 ICBM 엔진조차 개발하지 못한 단계”라며 “이동식 ICBM 발사와 관련한 특이 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주성하 zsh75@donga.com·손효주 기자}

    • 2017-0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머리 숙인 김정은 쇼일까? 진심일까?

     북한 김정은에게 2017년은 집권 이후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최고의 시절이 될 수도, 최악의 시절이 될 수도 있다. 희망의 봄이 올 수도, 절망의 겨울이 올 수도 있다.  대외 환경은 김정은에게 나쁘지 않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흥정이 가능한 상대다. 남한에선 ‘북한 붕괴’를 외치던 보수 세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상당히 위축됐다.  반면 나쁜 소식도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확실성’이라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를 잃게 됐다. 그 무기는 이제 트럼프의 손에 넘어갔다. 트럼프가 언제 분노를 터뜨리고 어떤 일을 벌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나빠지고 있는 경제 사정도 김정은에게 큰 부담이다.  김정은이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핵무기와 민심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카드이지만 둘 다 가지려 하다가는 모두 놓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김정은은 핵 무장화의 마지막 직선주로를 계속 뛰어갈지, 아니면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가다듬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2017년 김정은은 어떤 카드를 뽑아 들까. 최근 눈길을 끈 몇 가지 장면을 통해 김정은의 깊은 고뇌를 풀어본다.장면1: 새해 첫날부터 머리 숙인 김정은 2017년 1월 1일=새해 첫날 오전 TV를 통해 김정은의 신년사를 지켜보던 북한 주민들은 뜻밖의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정은이 신년사 끝에 갑자기 자아 반성을 하고 새로운 맹세를 다지며 머리를 숙인 것이다.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 나는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 북한 주민들로서는 평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김정은은 갑자기 왜 이런 모습을 보여야 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북한의 민심 동향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김정은은 집권 첫해인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에서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두 달 뒤인 6월 28일 시장 경제적 요소가 담긴 파격적 경제개혁 조치를 선언했다. 이어 경제특구 24개가 차례로 발표됐고, 농업개혁 조치도 나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첫 연설 이후 5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경제는 전혀 회생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특구도 유명무실해졌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공포통치로 독재자의 이미지는 부각됐고 주민 통제와 수탈은 더 강화됐다.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로 북한의 경제 전망은 어둡다.  한 탈북 엘리트는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집권 3년과 5년은 새로운 민심의 변곡점이다. 초기 3년은 기대만 심어주면 됐다. 김정은이 갑자기 잘살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도 안다. 그러나 3년이 지나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 사람들은 ‘과연 김정은이 우리를 잘살게 만들 수 있을까’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시점에도 변화가 없다면 ‘이젠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해 김정은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 바로 그런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김정은이 새해 첫날 머리를 숙인 것은 민심을 얻기 위한 파격 행보다. 그러나 ‘쇼’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젠 정말 민생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것이다.장면2: “문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 2016년 11월 17일=트럼프 당선 후 일주일 남짓 지난 시점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장일훈 유엔 주재 차석대사를 대동하고 스위스 제네바에 나타났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선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는 미북 관계 개선 혹은 협상 가능성에 대해 “문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면서 이런 입장을 트럼프 측에 전달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자제하겠으니 협상을 해보자는 뜻으로 보인다. 또 최선희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대북정책 재검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수차례 미국 측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급함이 읽히는 대목이다. 최선희는 북한의 대미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위치에 있다.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외무성 미국국은 대미정책의 1안, 2안을 김정은에게 올려 보내 선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결론까지 내서 올려 보낸다”며 “이런 정책 결정에는 노동당도, 군부도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쯤 김정은의 집무실 책상에는 향후 대미정책을 담은 외무성의 극비 문서가 놓여 있을 것이다.장면3: 삼지연에서 내린 김정은의 결단은 2016년 11월 27일=김정은이 양강도 삼지연군의 별장에서 3박 4일간의 고심을 끝낸 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을 대동하고 눈이 쌓인 김정일 동상 앞에 섰다. 3년 전과 판박이이다. 2013년 11월 30일 측근 8명과 함께 삼지연에서 비밀회합을 가진 김정은은 눈이 쌓인 김정일 동상을 참배하고 평양으로 돌아가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장성택을 처형했다. 김정은이 나타난 시점은 미국에서 트럼프 당선이 발표되고, 남쪽에선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몰려 있던 때였다. 이 시점에 김정은은 삼지연에서 무슨 결심을 했을까.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김정일 동상 앞에서 “천지풍파가 몰아치고 세상이 천만 번 변한다고 해도 우리 장군님께서 한평생 높이 추켜드셨던 혁명의 붉은 기를 절대로 놓지 말고 장군님의 염원대로 이 땅에 부강 번영하는 인민의 낙원, 사회주의 강대국을 반드시 일떠세우자”고 말했다. 핵무기 개발은 김정일의 유훈인 만큼 미국과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핵 개발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로 들어서는 순간 ‘인민의 낙원’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김정은도 안다. 김정은이 핵을 선택했는지, 민심을 선택했는지는 올해 북한의 행보가 알려줄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정일시대에도 없던 철도금지령… 2월 풀릴지도 미지수

     김정은이 북한을 통치한 지 어느덧 5년이 넘었다. 그동안 북한 주민의 삶과 민심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김정은이 지금까지처럼 계속 핵무기를 갖기 위해 질주하더라도 민심이 이반될 가능성은 없을까. 이를 가늠해보기 위해선 먼저 김정은 치하에서 북한의 경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철도 대란이 드러낸 북한의 경제 파탄 북한에서 철도는 ‘나라의 동맥’으로 불리는 매우 중요한 경제 분야다. 경제 회생의 선결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 수급 상황도 열차 운행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북한 집권자들의 신년사에는 해마다 ‘철도 운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과업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올해 신년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절망적이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 2월 초까지 주민의 열차 이용을 금지했다. 전력 사정이 좀 나아지면 다시 원상 복귀한다고 하지만 몇 달 동안 교통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정일 시대에는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주민 열차 탑승 금지령이 내려진 적은 없었다.  철도가 마비된 내막도 기가 막힌다. 북한은 전기 사정 악화로 겨울엔 전기기관차 대신 중국에서 수입한 중고 내연기관차 4대를 이용해 지금까지 열차를 운행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말 북부지역 수해 복구 작업에 내연기관차를 모두 투입했다가 2대는 충돌로 전복돼 완파됐다. 나머지 2대는 청진철도공장에서 정비를 받고 있지만 중국에서 부품 조달이 어려워 한동안 운행이 불가능하다. 내연기관차 4대가 멈추자 철도 전체가 마비돼버린 것이다. 지독한 경제난에 허우적대는 북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철도만이 아니다. 북한을 지탱할 수 있는 중요 기간산업 중 제대로 가동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나마 수출용 석탄과 광물을 생산하는 일부 탄광과 광산, 피복 공장 정도만 간신히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산업 재건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특히 대북제재 여파로 외화 수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임수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지난해 11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21호로 올해 북한의 외화 수급은 7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며 “제재가 지속되면 북한의 외환보유액이 4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과시성 건설사업은 중단이 없다. 김정은은 대북 제재가 무용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4월까지 여명거리 건설을 완공하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해외에 파견된 외화벌이 일꾼들과 근로자들은 번 돈의 90% 가까이를 착취당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해외 파견 일꾼들이 지난해 대거 한국으로 온 것이 이런 사정 때문이다.환율과 쌀값 안정의 불가사의 지난 5년을 돌아보면 경제 파탄과 별개로 불가사의한 현상이 하나 눈에 띈다. 과거 5년 동안 너무나 안정적인 쌀값과 환율이다. 이 지표는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판단하는 지표이다. 김정은 집권 1년 차에 1달러에 8100원 하던 환율은 4년이 지난 지금도 8100원에 머물러 있다. 이 기간 수백 원 차이로 환율이 요동친 적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8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쌀값도 마찬가지다. 2013년 1월 1kg에 5600원이던 쌀값은 올해 1월 4500원에 머물러 있다. 쌀값은 6000원을 넘어선 일이 거의 없다. 위안화 환율이나 잡곡 가격도 마찬가지로 안정돼 있다. 최근 탈북한 북한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현재 북한에선 잘사는 집과 못사는 집의 차이가 쌀밥을 먹느냐, 옥수수밥을 먹느냐의 차이일 뿐 굶주리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경제는 파탄이 나서 회생 가능성이 낮은데 환율과 쌀값은 선진국보다 오히려 더 안정된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사상 최강이라는 대북 제재가 시작됐지만 북한 내부의 환율과 쌀값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무슨 비밀이 숨겨진 것일까. 김정은이 단행한 여러 개혁 조치 중에 농업개혁은 어느 정도 효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집체 경작 방식에서 가족 단위 경작 방식으로 바뀌면서 농업생산량이 늘어나 내부 식량가격을 안정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이 사회주의 경제 운영을 포기하고 시장 통제를 거의 하지 않아 장마당이 늘어나고 개인 간 상거래가 활성화된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간산업이 붕괴된 상황에서 개인들의 상거래에 의존한 경제성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김일성 배지를 뗀 김정은 새해 첫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김정은의 가슴에는 ‘초상휘장’이라고 불리는 김일성, 김정일 배지가 달려 있지 않았다. 김일성, 김정일 시신을 참배하면서 배지를 달지 않은 것은 북한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불경죄다. 과거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도 배지 없이 공개석상에 나타난 적이 많았다. 그렇게 하도록 허락할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뿐이다. 또 김정일은 자기 집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후계자론’ 등 많은 사상 이론을 만들어 주민들을 세뇌했다. 김정은 시대엔 아직 이런 움직임이 거의 없다. 그가 아버지 시대의 우상화와 주민에 대한 사상적 세뇌에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 대신 김정은은 강력한 공포통치로 사소한 반항의 싹도 단호하게 잘라버리고 있다. 김정일이 사상과 이념, 상징적 행위에 큰 관심을 두었다면 김정은은 실리를 챙기는 데 관심이 크다. 이런 김정은에게 2017년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의 해이다. 2000년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경제난으로 돈이 절실히 필요했던 김정일과 남북관계에서 업적을 남기고 싶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에 2008년 이후 남북 관계가 8년 넘게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은 문을 닫고 후계 작업에 집중하려던 김정일, 집권 후 안방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시급했던 김정은, 북한에 돈을 퍼주고 싶지 않은 보수 정권의 의도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한국에서 조기 대선이 실시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기회가 열렸을 때 빗장을 열고 그것을 잡을지는 김정은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전문가 “北ICBM 성공 5년은 걸릴것”

     북한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감 단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이 ICBM을 전력화하기까진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다월 박사는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올해 위성 발사 로켓에 비견될 만한 대형 군사용 로켓을 실험할 가능성도 있지만 첫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2, 3년 뒤면 미국까지 도달이 가능하지만 정확도는 매우 떨어지는 ICBM을 시험 발사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이를 무기화하는 데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대형 상단 로켓과 고체연료 엔진,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북한이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또 맥다월 박사는 “북한은 광명성 로켓이 성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위성과 탄도미사일은 발사 형태가 달라 서로의 기술을 활용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위성 추진체는 매우 빨리 상승한 뒤 수평으로 날아가며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만큼만 움직이면 되는 반면에 ICBM은 훨씬 높고 멀리 날아가야 하기 때문에 위성 추진체 성공이 곧 ICBM의 기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위성 발사 로켓 대신 오히려 무수단 미사일(사거리 3000k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ICBM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무기 체계”라며 “3년 뒤쯤 모형 핵탄두를 탑재해 시험 발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예전보다 훨씬 많은 재원을 투입해야 하고, 시험 발사를 넘어 무기화를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아비판’ 김정은, 새해 첫 행보는 민생시찰

     북한 김정은이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민생경제 현장을 찾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이 새로 건설된 평양가방공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평양가방공장은 연간 24만2000여 개의 학생가방과 6만여 개의 일반가방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현대적인 가방 생산기지다. 지난해 7월 초 평양 통일거리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김정은은 “레이저 재단기를 비롯해 북한의 힘과 기술로 만든 현대적인 설비들을 잘 갖춰 놓았다”며 “설비의 국산화 비중을 95% 이상 보장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치하했다. 신년사에서 인민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고 고개를 숙였던 김정은이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민생경제 행보를 택한 것은 올해 인민생활 향상에 역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지난해에는 신년사를 발표한 직후 과학기술전당 준공식에 참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정은 제거 부대’ 2년 앞당겨 올해 창설

     유사시 북한 전쟁지도부를 제거하는 특수임무여단(김정은 참수부대)이 올해 창설된다.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 대응 방안도 마련된다.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올해 업무보고는 최근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정세를 고려해 외교안보 부처부터 시작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유사시 북한 전쟁지도부를 제거하고 기능을 마비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특임여단을 올해 조기 창설하는 계획을 국방기본계획에 반영했다”고 보고했다. 특임여단은 북한의 도발이나 핵공격 징후가 있을 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핵심 지휘부를 선제 타격하는 부대로 당초 2019년 창설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도발 위협이 갈수록 고도화됨에 따라 2년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 한 장관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 대량응징보복(KMPR) 등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을 앞당기는 데 최우선으로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제 질서의 대변환, 동북아 역학관계 재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 냉전 종식 후 가장 엄중한 외교안보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능동적 선제적 외교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와 평화 통일 기반 구축’을 정책 목표로 보고했다. 황 권한대행은 “올해는 북핵 문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조율된 독자 제재, 글로벌 대북 압박이라는 3개 축을 통해 제재, 압박의 구체적 성과가 더욱 가시화되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숭호 shcho@donga.com·주성하 기자}

    • 2017-0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통일부 “2016년 탈북민 1414명”…김정은 정권 출범후 첫 증가

    2016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1414명(잠정치)이라고 통일부가 3일 밝혔다. 이들을 포함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3만20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대비 11% 늘어난 숫자다. 2011년 말 북한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탈북민이 실질적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09년 2914명까지 늘었던 탈북민은 북한 당국의 국경 통제 및 탈북 처벌 강화 등의 영향으로 2011년 2706명, 2012년 1502명으로 급감했고, 2013년 1514명으로 보합세를 보이다, 2014년 1397명, 2015년 1276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지난해 탈북민 가운데 위장 귀순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최종 수치는 다소 바뀔 수 있지만 1400명은 넘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탈북민의 증가는 김정은의 공포정치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외에서 근무하는 엘리트층과 외화벌이 일꾼들의 탈북이 크게 늘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과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 등 제3국에서 체류하던 탈북민의 한국 입국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을 거치지 않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엘리트층의 탈북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지난해 4월 집단 탈북한 중국 소재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증가 추이가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이다. 북한은 탈북을 막기 위해 지난해 9월 북부지역 수해를 복구한다는 명분 아래 북-중 국경을 따라 철조망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함 지뢰까지 설치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탈북이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3
    • 좋아요
    • 코멘트
  • 신년 휴일 사흘로 늘린 北, 민심 달래기?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의 ‘특별 배려’로 신정에 3일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능력 부족을 토로하며 머리를 숙여 인사까지 했던 김정은의 민심 얻기 행보로 풀이된다. 대북매체인 데일리NK는 1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신정은 3일 휴식하라는 당의 포치가 내려와 3일까지 쉬게 됐다”면서 “3일 휴식은 지난해 ‘200일 전투’ 성과를 격려하는 (김정은) 특별 배려로 선전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원래 신정에 이틀 동안만 공휴일이고, 3일부터 신년사 관철 투쟁이란 명목으로 전당·전국·전민이 퇴비를 싣고 농촌을 지원하는 게 관례였지만 올해 이마저도 미뤄지게 됐다는 것. 하지만 명절을 맞아 별도로 술·담배 등의 공급은 없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은은 2014년에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신정 휴식을 하루 더 연장해 준 전례가 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 이어져 오던 신정 이틀 휴식이 김정은 시대에는 ‘배려’라는 명목으로 오락가락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휴식을 하루 더 준 것은 지난해 초부터 ‘70일 전투’, ‘200일 전투’ 등으로 주민들을 계속 시달리게 해 불평불만이 고조된 것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또 올해 자신에 대한 본격적인 우상화 작업에 앞서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영호 “김정은 무너질때까지 악착같이 버틸것”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만났네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 로비에 도착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55·사진)는 마중 나온 기자와 반가운 포옹을 나눴다. 태 전 공사는 지난해 12월 27일 한국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주성하 기자가 한국에서 쓴 기사를 100% 보고 큰 힘을 얻었다. 한국행 결심을 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됐던 대담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태 전 공사는 “북에 남은 혈육과 동료들을 생각하면 요즘도 새벽 3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수면제나 알코올에 의지하면 김정은보다 먼저 무너질 것 같아 악착같이 버틴다”며 서울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벅찬 심경과 개인적 고뇌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담 내내 북한 최고위급 엘리트의 시각에서 북핵 정세를 분석했고, 북한의 주요 정책이 이뤄지는 과정 등 신선하고 새로운 정보도 쏟아냈다. 그는 “김정은의 핵 야욕을 막는 유일한 길은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간부와 주민들이 김정은을 반대해 봉기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가 본격적인 외부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자 북한 대남 매체들은 그의 실명을 처음으로 거론하며 ‘특급 범죄자’라고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그의 활동과 발언들이 북한 체제에 큰 위협이 된다는 의미다. 태 전 공사의 예상대로 김정은은 1일 5년째 계속된 육성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라며 새해 벽두부터 추가 도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영호 “부처간 협의 실종… 김정은에만 보고”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의 대내외 정책 결정 시스템이 김정은을 정점으로 부처별로 이뤄지는 비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정책적 결정이 조직지도부나 외무성에서 결정되고, 심지어 매파와 비둘기파의 대립이 존재할 것이라는 한국 등 외부의 시각과는 다른 중요한 증언이었다. 그는 “북한을 바라볼 때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처럼 정상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수령에 대한 신격화에 기초해 움직이고 유지되는 사회라는 점으로 이런 체제를 설명했다. 그는 “수령에 대한 신격화가 뭐냐면 수령은 인간이 아니고 하늘과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김정은을 하늘처럼 만들려고 하다 보니 모든 부서가 별도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만약 회의 등을 통한 집단 협의 시스템으로 정책을 결정하면 이른바 ‘하늘’을 신격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결국 모두 정보를 은폐하고 해당 부서에선 자기 해당 부분만 김정은에게 보고한다”며 “이런 보고를 종합해 김정은이 정책화해야 일반 사람들도 김정은을 신격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령 대외정책의 경우 외무성만 준비해서 김정은에게 보고한다는 것. 이 과정에는 노동당이 절대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힘이 세다고 하지만 오직 주민 관리 통제만 담당한다는 것. 다른 모든 부서도 이렇게 별도로 움직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태 전 공사는 대미 정책처럼 북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도 노동당의 지도를 받지 않고 외무성 스스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면 그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응을 짜는 것도 외무성 미국국에서 만들어 김정은에게 보고한다. 1안, 2안 이런 것도 없고 아예 결정해서 보낸다”고 말했다. 가령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말한 것이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선 한동안 핵이나 미사일 실험 같은 것을 하지 않고 차후 동향을 좀 더 지켜보려 한다’고 보고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다만 군부가 예상치 못하게 미사일을 쏴버려 외무성으로선 차질이 빚어지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 좀 더 지켜볼지 미사일을 쏠지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김정은도 보좌팀의 도움을 받아 결정할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덧붙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영호 “최근 10년간 北드라마 안 나와… 한드만 보니까 제작 포기”

     《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해 12월 29일 3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담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아픈 상처가 드러날 때면 가끔 목이 메기도 했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사전 질문 협의가 없었지만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을 해 엘리트 외교관 출신이라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보통 탈북민들은 한국에 온 초기에는 북한에서의 지위에 상관없이 외래어 때문에 의사소통에 애를 먹기 마련인데, 태 전 공사는 한국에서 쓰는 외래어를 이미 꽤 많이 학습한 듯 대화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랫동안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살아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레 대답하는 것이 몸에 뱄을 법한데도 그는 스스럼없이 달변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서울을 경험하면서 느낀 소감은…. “여태까지 덴마크 스웨덴 영국처럼 선진국 중 발전된 나라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고 한국의 발전된 모습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와본 서울은 생각보다 훨씬 발전돼 있어 놀랐다. 아직 지하철을 못 타봤는데 타보고 싶다.” ―음식은 어떤가. “많이 먹어봤는데, 비빔밥이 맛있었다. 임진강에서 맛본 장어도 정말 맛있었다. 북한에선 장어 4, 5점을 놓고도 상당히 비싸게 파는데, 임진강에서 마음껏 먹어봤다. 아쉬운 것은 평양냉면이더라. 유명하다는 몇 곳에 갔는데 평양 옥류관 같은 구수한 육수 맛이 안 났다. 그걸 보니 평양냉면집이나 한번 열어볼까 싶기도 하다.” ―남북 음식문화의 차이가 느껴졌나. “말이 달라 처음엔 잘 알아듣지 못했다. 하루는 ‘수제비국 먹으러 가자’고 하기에 ‘그게 뭐예요’라고 하니까 밀가루로 만든 거라고 설명하는데 모르겠더라. 가보니 북한에서 ‘뜨덕국’이라 부르는 음식이었다. 백숙탕도 몰랐는데 ‘닭곰’이더라. 놀란 것은 한식당에 가니 반찬을 다 먹으니 또 갖다 줘서 깜짝 놀랐다.” ―낯선 환경에 적응은 잘 되나. “제일 두려운 게 밤이다. 북에 두고 온 친인척, 동료들 생각하면 새벽 3시까지 잠이 안 온다. 수면제라도 좀 먹을까 했지만 수면제에 손대는 날이면 김정은보다 내가 먼저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 먹었다. 새벽 3시까지 잠이 안 오면 본능적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술을 찾게 돼서 술도 다 치웠다. 내가 지금의 고통을 알코올에 의지한다면 알코올중독자가 될 것 같아 강한 마음으로 이겨내고 있다.” ―망명 직후 언론에서 ‘금수저’ 출신 외교관으로 보도했는데…. “전혀 아니다. 나는 ‘흙수저’로 자수성가했다. 다만 좋은 운은 좀 타고난 것 같다. 어렸을 때 최고위층 자녀들만 뽑는 평양외국어학원에 입학했다. ‘금수저’만 골라 보내는 유학생에 선발돼 중국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국제관계대학에서 고위외교관을 양성하는 특수 교육과정도 마쳤다.” ―남북 외교관을 비교해 본다면…. “(북한 외교관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되도록이면 그들(한국 외교관)을 피하려 했다. 한국 외교관들은 당당하지 않나. 한국 제품이 온 세상에 깔려 있고 유럽에서도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다. 공식적인 자리에 가면 한국 외교관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은데, 북한은 같은 코리안인데도 말 거는 사람도, 명함 주며 식사하자는 사람도 없다. 같은 민족인데도 짜증이 난다. 또 북한 외교관은 김정일 부자의 배지를 항상 달고 다니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장성택을 죽인 게 진짜냐고 대답 못할 질문을 던지니 피하게 된다.” ―북한 내부 관료들과 달리 외교관들에겐 숙청의 공포는 없지 않나. “맞다. 김정일 때부터도 외교관이 숙청된 일은 없다. 김정은도 외무성은 못 흔든다. 김정은이 다른 부서는 다 갔지만 아직 외무성엔 가지 않았다. 김정은이 다른 일반 간부들을 대할 때는 항상 자기가 그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간부들을 뭘 모르는 무식한, 쉽게 말하면 개돼지처럼 보는데 외교관에겐 그렇게 대우하지는 못한다. 김정은이 아이 때부터 해외서 자라면서 외교관들하고 많이 상대했다. 이 사람들이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세상을 다 알고 있고, 속으로 자길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안다. 거기다 대고 자기가 지시해 봐야 겉으로 네네 하지만 속으로는 비웃는다는 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은 어떤가. 북한 외교관들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최선희는 최영림 전 총리의 딸인데, 함께 공부한 적이 있다. 엄청 뛰어나다. 김정은이 (북한으로선) 잘한 결정 중 하나는 이용호를 외무상으로 기용한 것이다. 이 외무상은 밑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쭉 올라왔고, 외국어도 잘하고 필력도 좋다. 북한 외교관의 롤모델 같은 사람이다.”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드라마 얘기를 했는데…. “최근 10년 동안 북한에서 영화 드라마가 안 나온다. 김정은이 아무리 독촉해도 안 된다. 한류가 들어가면서 뼈 빠지게 만들어봐야 주민들이 몰래 보는 한국 영화, 드라마를 이길 수 없으니 작가나 제작진이 아예 포기하는 거지.” ―채널A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장면은…. “몇 년 전에 난방비 아끼느라 집에서 어린 아기를 업고 솜옷 입고 사는 탈북여성이 방영됐다. 북에서 뜨끈뜨끈한 집에서 불 환하게 켜고 사는 게 소원이었는데 먼저 온 탈북자들이 그렇게 열심히 사는 장면을 보고 ‘어, 그게 아니네. 나도 한국 가서 저렇게 절약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북한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만 보고 한국에선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계단 있는 집에서 사는 줄 안다.” ―집안일은 잘하나. 경제권은 누구에게 있나. “그건 자신 있다. 북에서 설거지는 안 해도 아침에 일어나 집 청소, 다림질, 쓰레기 버리는 거 다 내가 했다. 경제권도 당연히 아내가 다 갖고 있다. 한국에서 살려면 (아내가 모르는) 비자금이 좀 있어야 한다던데, 이젠 그 비자금을 마련하는 법을 연구해야겠다.” ―통일되면 뭘 하고 싶나. “당연히 평양에 돌아갈 것이다. 건설을 좀 해보고 싶다. 평양은 다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서울처럼 보란 듯이 건설하고 싶다. 집을 좀 짓고 싶고, 도로 철도 이런 것도 한국 건설사들과 힘을 합쳐 짓고 싶다. 서울부터 단둥까지 고속도로를 쫙 깔면 중국인 관광객들로 꽉 찰 것 같다. 우리 민족이 가만히 앉아서 돈벌 방법이 있을 것 같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영호 “유고 내전때 美가 폭격… 김정은, 그런 사태 두려워 핵 집착”

     《 지난해 12월 29일 오랫동안 북한 외교의 최일선에서 활동했던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의 대담은 북한을 나름대로 잘 안다고 여겼던 기자에게도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익숙한 답변이 나오는 듯하다가도 불쑥 새로운 관점들이 튀어나왔다. 가령 태 전 공사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유고슬라비아 사태를 놓고 설명한 것은 이라크나 리비아 사례만 놓고 분석했던 한국의 학계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줄 듯했다. 역시 생존을 매일 고민하고 사는 당사자(북한)가 보는 관점은 외부의 짐작과는 크게 달랐다. 그가 설명한 북한 의사 결정 시스템도 북한의 정책을 읽는 데 새로운 시각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은 10조 달러를 줘도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 김정은은 핵무장화로 갈 수밖에 없다. 이 세상 모든 독재자들의 심리는 같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쳐들어오거나 내부에서 반대해 들고일어날 것을 걱정한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은 전적으로 김정은이 해야 할 영역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막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한다고 하면 막을 수단이 마땅히 없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독재 정권들은 내부 반란이 아니라 외부의 군사적 공격으로 허물어졌다. 후세인이 미국에 잡혀 교수형 당하는 것을 보는 김정은의 생각과 일반 사람들의 생각이 같았겠나. 김정은은 후세인을 보며 나도 어느 순간 미국이 저렇게 내 목에 밧줄을 걸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당연히 생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이 과연 북한을 침공할까. “한국에 오니 많은 전문가들이 한미 양국이 북한과 전쟁을 벌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가령 ‘북한은 자꾸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치려 군사훈련을 한다는데 그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틀린 말이다. 가령 북한에서 폭동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 김정은이 군대를 동원해 폭동을 진짜 무자비하게 진압하면 미국과 한국 언론은 어떤 반응일까. ‘동포 몇 만을 밀어 죽이는데 우리가 가만있을 수 있는가’라고 하지 않을까. 여론의 힘은 무섭다. 미국은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개입하지 않다가 결국 폭격에 나섰다. 김정은은 바로 그런 것이 무서운 것이다. 북한 위기를 진압하는데 여론의 힘에 눌려 미국이나 한국이 혹시 치고 들어오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이럴 때 핵무기가 있으면 절대 못 들어온다는 게 김정은의 생각이다.” ―핵문제는 어떻게 풀었으면 좋겠나.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통일해야 한다. 21세기에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계몽시켜서 내부 봉기를 일으키는 것뿐이다. 100%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북한 주민의 마음속에서 수령에 대한 신격화라는 기둥을 허물어야 한다. 그러자면 김 씨 일가의 허구성을 대북 전단과 드론 등 각종 수단을 모두 동원해 꾸준히 북한 주민에게 알려야 한다. 둘째는 김정은 주위에 있는 북한 집권층에게 김정은을 버리고 같이 통일을 하는 것이 그들의 미래를 담보해주는 길이라는 걸 뚜렷하게 알려야 한다. 북한 집권층은 정치적 보복에 따른 희생을 두려워한다.”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최선이 내부 봉기인가. “암살이나 군사쿠데타는 현재 북한 구조상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변하고 민심이 변하기 때문에 내부 봉기는 가능하다고 본다. 주민들과 군중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돈의 위력으로 가능하다.” ―김정은이 개혁 개방할 가능성은 없나. “김정은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김정은이 젊고 해외에서 공부해 세상물정을 아니 달라질 것으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이제야 김정은이 아니라 김여정이나 김정철이 그 자리에 올라갔다 해도 그 길밖에 갈 수 없는 3대 세습의 속성을 알았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시장경제를 해야 하는데, 시장경제의 핵심은 자유다. 자본과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워야 하고, 경제인의 결정이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그렇게 하면 주민 통제 시스템이 허물어지고, 외부에서 정보가 들어온다. 김정은이 북한 경제 살리는 방향으로 나갈까 아니면 장기집권으로 나갈까. 그러니 옵션이 없는 것이고 참 안타깝다.” ―김정은의 통치 방식의 핵심은. “정보 차단이다. 북한 사회는 사람들의 사고를 철저히 통제해야 유지되는 사회다. 오직 수령과 당이 말하는 말만 들어가야 그 사람 사고에서 비교 개념도 없어지고 양처럼 된다. 간부들이 볼 수 있는 자료도 등급화돼 있다. 중앙기관 국장급 이상은 ‘자료통신’ ‘참고통신’을 보고. 중앙당은 부장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참고신문’을 본다. 아무리 중앙당 간부라도 외국 정보를 볼 수 없다.” ―영국 핵잠수함 자료를 훔쳐오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못해 탈북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절반은 맞고 절반은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해외 공관원들이 나라의 국방력 발전을 위해 해당국 최신 과학기술과 국방기술을 뽑아야 한다고 시킨다. 이걸 ‘융성자료’ 수집이라고 한다. 영국은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이니 당연히 그게 관심이다. 하지만 얻어내면 표창을 받지만 못 빼왔다고 처벌하진 않는다. 나는 시도하지도 않았다. 영국 MI5(영국 정보청 보안부) 이런 애들이 장난이에요?(웃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같은 소식은 외교 공관에도 알려주나.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누구 처형됐냐고 물어보면 내정간섭 하지 말라, 우리가 누굴 죽이든 살리든 너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북한과 한국 외교의 장단점 뭐라고 생각하나. “비교하기 어렵다. 북한 외교는 여론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 벼랑끝 전술로 같이 죽자는 심산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등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선 국가 정책이 여론에 좌우된다. 외교관 견지에서 보면 한국 외교가 최근 좋아졌다고 본다. 미국과 일본에 편중됐다가 최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대북제재 끌어내고 인권 문제에서 북한을 수세에 몰아넣은 것은 한국 외교가 달성한 아주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