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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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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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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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총선 핫이슈로 떠오른 ‘차베스 망령’

    ‘잘못하면 스페인도 베네수엘라처럼 된다.’ 26일 총선을 앞둔 스페인에서 ‘베네수엘라’가 키워드로 등장했다. 집권당인 국민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가 극좌파 정당인 포데모스(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란 뜻)를 상대로 ‘실패한 베네수엘라 전철을 밟으려 한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2011년 남유럽 경제위기를 계기로 설립된 포데모스는 현재 스페인의 제3당이다. 최근 실업난 등으로 여당과 기존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포데모스 쪽으로 기울고 있다. 포데모스가 이번 총선에서 197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민당과 중도 좌파인 사회당 양당 구도를 깰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우파의 발등에 불이 붙은 것이다. 우파는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치학자 출신인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오랜 기간 남미 좌파 정권의 ‘브레인’으로 활동했다.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1999∼2013년 집권)의 정책자문역을 맡았으며, 중남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차베스 노선’을 따랐던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의 정책자문도 했다.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학자 시절엔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소에서도 근무했다. 포데모스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생 중도우파 정당인 시민당의 알레르트 리베라 대표는 “다른 나라 정부 돈으로 정당을 운영한다는 건 비도덕적인 행태”라며 “포데모스는 사실상 베네수엘라에서 형성된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우파는 베네수엘라의 비참한 경제 위기 실상을 알리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선봉에는 TV 앵커 출신 릴리안 틴토리가 있다. 2014년 2월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반대하다 수감된 정치인 레오폴도 로페스의 부인이다. 틴토리는 유세 현장과 보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문제점을 알리고 있다. NYT는 포데모스가 베네수엘라와 거리를 두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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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KAIST, 9월 창업석사과정 개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대학가 이공계 교수들 사이에선 KAIST의 창업 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다. KAIST가 ‘연구’가 아닌 ‘창업’에 철저히 초점을 맞춘 창업융합전문 석사과정(창업석사)을 9월부터 개설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연구중심 이공계 대학 중 KAIST처럼 창업석사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이공계를 보유했고, 수많은 벤처기업 경영자를 배출한 대학들에도 창업석사 과정은 없다. 이희윤 KAIST 연구부총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도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매출 1000억 원 이상, 나아가 1조 원 이상의 기업을 키우고 싶어 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도록 도와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KAIST는 △1단계 창의력 창출 △2단계 아이디어 창출 △3단계 시제품 제작·연구개발(R&D) △4단계 인큐베이팅 △5단계 벤처기업 육성 지향식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할 방침이다. 또 창업석사과정 학생을 선발할 때부터 학부 성적이나 연구계획 대신 창업 관련 아이디어와 경험을 중심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실제로 9월 입학할 예정인 신입생 4명 중 2명은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다른 1명은 제대를 앞둔 군인이다. 복무 중 구체적인 창업 아이디어를 찾았고, ‘창업 강국’으로 인정받는 이스라엘의 벤처기업 문화와 지식이 해박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KAIST는 창업석사과정의 교수진도 파격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전임교수(7, 8명)를 전원 실무 전문가 출신으로 뽑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 주요 창업 거점지의 벤처캐피털에서 활동했거나, 미국 나스닥 상장사 등의 벤처기업을 경영해본 이들이 중심이 될 예정이다. KAIST가 개설한 전공 중 전임교수 전원이 실무 전문가 출신인 곳은 지금까지 없었다. KAIST는 창업석사과정 교수들에 대해선 임용 뒤 업적 평가도 연구실적 대신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 △제품개발 실적 △창업 실적 등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 부총장은 “조만간 교수 임용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인데, 모두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창업 경력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력”이라며 “향후 창업석사과정 학생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할 때도 교수들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AIST는 내년 1학기(3월 시작)에 30∼40명의 신입생을 창업석사과정에서 선발하기로 하고 관련 입학설명회를 다음 달 5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연다. 원서 접수 기간은 다음 달 8일부터 19일까지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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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리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선택은 女?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부통령 후보로 젊은 유권자를 잡을 수 있는 진보 성향 인사를 선택할지 아니면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을 흡수할 만한 중도 성향 인사를 고를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경선에서 피 터지게 싸웠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은 일단 부통령 후보에서 빠졌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AP통신에 따르면 클린턴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66·매사추세츠), 팀 케인 상원의원(58·버지니아), 훌리안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부 장관(41) 등을 유력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워런 상원의원은 월가의 탐욕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진보 성향의 정치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도 “시끄럽고 저질스러우며 사기꾼 같다”고 정면으로 공격했다. 워런을 택하면 샌더스를 따랐던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가 모두 여성이 되면 남성 유권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케인 상원의원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무난한 성격으로 진영을 넘어 다양한 정계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정치인이라 트럼프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을 흔들 만한 잠재력이 있다. 스페인어에 능통하고 하버드대 로스쿨 재학 중 1년간 온두라스에 있는 가톨릭계 학교에서 활동해 미국에서 ‘최대 소수인종’인 히스패닉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현 연방정부에서 ‘가장 어린 장관’인 카스트로는 민주당의 떠오르는 히스패닉계 정치 유망주다.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시장에 이어 연방정부 장관직을 무난하게 수행했다는 평가가 있다. 신선한 이미지와 히스패닉계라는 게 장점이지만 본인은 부통령 후보감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63·오하이오), 코리 부커 상원의원(47·뉴저지), 토머스 페레스 노동장관(54) 등이 부통령 후보로 꼽힌다. 미국 부통령은 상원의장직을 맡고 대통령 유고시에는 직무대행 역할을 맡는다. 대선 후보가 어떤 부통령 후보를 고르는지는 집권 뒤 국정운영의 방향을 암시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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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X파일’ 해킹-유출에… 美민주당 곤혹

    ‘거짓말쟁이’, ‘알맹이 없는 사람’, ‘나쁜 기업인’….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꺾기 위해 작성한 ‘트럼프 보고서’가 유출돼 민주당이 곤란한 처지가 됐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5일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DNC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러시아 정부에서 활동하는 해커들이 DNC 전산망을 해킹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인 15일 가십용 뉴스를 다루는 ‘고커’와 ‘더 스모킹 건’ 같은 인터넷 언론사들을 통해 주요 내용이 공개됐다. 보고서는 모두 200쪽 분량으로 그동안 알려진 트럼프의 약점들이 총정리돼 있다. 또한 이를 민주당 후보 득표로 연결시키기 위한 공격 계획도 담겨 있다. 보고서는 △분열적이고 공격적인 선거운동 △나쁜 사업가 △위험하고 무책임한 정책 △여성 혐오 대장 △부족한 현실 인식 △문제 많은 사생활 등 트럼프에 대한 ‘중점 공격 포인트’를 상세하게 기술했다. 트럼프의 성향에 대해서도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다’, ‘자신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추구하는 정책을 쉽게 바꾼다’, ‘신념보다는 인기에 영합한다’ 식으로 대부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전 부인들과 결혼생활 중 발생한 부정행위를 민주당이 지적하면 트럼프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오히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역습을 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발언을 국가별로 별도로 정리했는데 한국 부분에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적혀 있었다. 보고서 작성자는 민주당 전략가인 워런 플러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해킹 문서가 진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최근 수주간 트럼프에게 가한 공격 내용이 이 보고서 내용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유출된 보고서에 대해 “문서에 담긴 정보는 3, 4년 전의 것으로 대부분 거짓이거나 완전히 부정확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DNC가 결함이 많은 대선 후보인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스스로 해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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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WP 취재금지” WP “언론의 자유 부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가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보도를 둘러싸고 워싱턴포스트(WP)와 다시 충돌했다. 트럼프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놀랄 만큼 부정확한 취재와 보도를 하고 있는 부정직하고 거짓된 언론사인 WP의 선거활동 취재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WP에는 자신의 유세 취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WP가 13일 내보낸 온라인 기사 제목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이란 표현도 쓰지 않는 것을 이해 못한다.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고 무엇인가가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WP는 이를 온라인 기사로 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이 올랜도 총기 테러와 연계돼 있음을 시사했다’는 제목을 붙였다. 제목을 못마땅하게 여긴 트럼프는 “난 오바마 대통령의 팬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WP가 얼마나 부정직한지 보여 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며 WP가 잘못 전했다는 것이다. WP는 첫 기사 게재로부터 1시간 반 뒤 ‘도널드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과 올랜도 총기 테러를 연관짓는 것 같다’로 제목을 바꿨다. WP는 트럼프 측 항의가 아닌 자체 판단에 따라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트럼프의 취재 금지 선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마틴 배런 WP 편집인은 성명에서 “WP의 취재 자격을 박탈한다는 트럼프의 결정은 자유 독립 언론의 역할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WP는 또 사설에서 트럼프의 조치를 자유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벌써 이런 경향을 보이는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통령 권력을 어떻게 휘두를지 상상해 보라”고 지적했다. WP는 그동안 꾸준히 트럼프 반대를 주장해 왔다. 지난달엔 ‘트럼프 과거 검증팀’으로 불리는 특별취재팀까지 발족했다. 이 팀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당시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을 물러나게 한 밥 우드워드 대기자가 지휘하고 있다. WP를 2013년 인수한 제프 베저스 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잘 알려진 민주당의 거액 후원자다. 트럼프도 지난해 12월 베저스 CEO에 대해 ‘WP를 인수한 뒤 아마존의 세금 피난처로 활용하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공개적으로 적대심을 드러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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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400만정이상 팔린 ‘서구의 AK-47’

    미국 올랜도 게이클럽의 총기 테러범 오마르 마틴(30)이 범행 도구로 사용한 AR-15(사진)는 미국 총기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총이다. 1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AR-15는 1958년 미국 아머라이트가 개발한 반자동 소총이다. 냉전시대 때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군대의 개인용 소총으로 쓰였던 M-16의 원형으로 ‘서구의 AK-47’로 불린다. 동유럽권의 소총 모델이었던 옛 소련의 AK-47에 빗댄 것이다. M-16이 군용으로 쓰이는 동안 콜트사에 인수된 이 총은 민간용으로 미국 내에서만 400만 정 이상 팔렸다. AR-15는 △2012년 콜로라도 주 오로라 극장(12명 사망) △코네티컷 주 뉴타운 초등학교(28명 사망)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송년 파티(14명 사망) 총기 사건에서도 사용됐다. 범인들이 AR-15를 선호하는 이유는 구하기 쉽고 쓰기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장전이 안 된 상태의 무게가 3.63kg으로 가볍고 반동이 적어 정식 사격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명중시킬 수 있다. 30발짜리 대용량 탄창 장착이 가능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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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수 공화당원 HP CEO 휘트먼 “트럼프는 제2 히틀러”

    미국 골수 공화당원으로 알려진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사진)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했다. 휘트먼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12일 워싱턴포스트와 CNN ABC방송에 따르면 휘트먼 CEO는 10일 유타 주 파크시티에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주최로 열린 비공개 공화당 행사에서 트럼프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파시스트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같은 ‘잘못된 선동가’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행사에 참석한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인신공격과 분열의 캠페인을 펼쳐온 함량 미달의 트럼프를 왜 지지하느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지지 정당과 후보를 바꾸겠느냐’는 ABC방송의 질문에 “누가 부통령이 되는지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해 공화당을 버리고 클린턴 후보로 갈아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날 행사에서는 트럼프 지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롬니 전 주지사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인종주의, 여성 혐오, 편협성 등이 정상적인 이념이 될 것”이라며 반대 태도를 고수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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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학, 성폭행 발생 상위 10곳 중 3곳이 아이비리그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지역 8개 명문대)도 여학생 성폭행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학교 사교클럽 파티에 참석했다가 만취해 의식을 잃은 20대 회사원 여성을 캠퍼스 안에서 성폭행해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 스탠퍼드대 학생 수영선수 사건뿐 아니라 미국의 많은 명문대에서 해마다 크고 작은 교내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올 2월에는 유튜브 등에 자신의 아버지를 뉴욕의 성공한 외식사업가로 소개한 코넬대 학생 울프강 밸린저(21)가 사교클럽 파티 중 술에 취한 여학생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체포됐다. 밸린저는 코넬대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 사교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브라운대 사교클럽 파티에서 술에 약을 타 여학생을 잠들게 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터졌다. 학교 측은 가담 학생들을 소극적으로 조사해 빈축을 샀다. 성폭행 시도 학생 중 한 명의 아버지가 브라운대 학교법인의 고위층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까지 벌어졌다.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는 지난해 5월 졸업을 앞둔 여대생이 기숙사에서 자신을 성폭행한 남학생을 징계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교내에서 자신이 성폭행당한 침대 매트리스를 들고 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이 여대생은 성폭행당한 뒤 드러난 자신의 사적 공간과 인생의 무거운 짐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매트리스를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9일 워싱턴포스트(WP)가 2014년 연방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폭행 사건 발생 상위 10개 대학 가운데 3개 대학이 아이비리그였다. 하버드대와 브라운대, 다트머스대, 스탠퍼드대와 리버럴아츠칼리지(소수 정예의 문리대)인 웨슬리언대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성폭행 사건 발생 상위권에 오른 미 명문대 중에는 특히 지방의 소도시에 위치한 대학이 많다. 성폭행 발생 장소가 대부분 사교클럽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비슷한 전공과 배경을 지닌 학생들끼리 대형 주택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교클럽은 유대감과 독립성을 키울 수 있어 미 대학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사교클럽은 다양한 문화와 활동을 접할 수 있는 대도시에 위치한 학교보다는 소도시 대학에서 인기를 끈다. 하지만 사교클럽은 부모와 교수들의 통제 밖에 있어 △성폭행 △마약 △폭력 같은 캠퍼스 내 범죄의 온상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또 공부보다는 단순 친교를 강조하고 ‘비(非)멤버 학생’들에겐 배타적인 편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투자회사 직원 이모 씨는 “학생들은 유명 사교클럽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고 이를 과시하려 한다”며 “클럽 가입을 위한 축하연이나 파티 과정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폭력 등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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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의 ‘축구 굴기’… 伊 인터밀란도 인수

    중국의 가전 유통회사인 쑤닝(蘇寧)그룹이 6일 이탈리아 명문 프로축구팀 인터 밀란을 인수했다. 쑤닝은 이날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 밀란 지분의 70%를 2억7000만 유로(약 3560억 원)에 사들였다고 밝혔다. 기존 대주주인 인도네시아 에릭 토히르 회장은 30% 지분만 보유하게 됐다. 쑤닝의 인터 밀란 인수는 중국의 ‘축구 굴기’와 관련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2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중심으로 ‘중국 축구개혁 종합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축구 경쟁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완다그룹은 지난해 9월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올 3월에는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지분 13%를 사들였다. 이 구단들은 모두 오랜 전통과 선수 양성 노하우를 지닌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빅 리그에서도 최고 명문으로 꼽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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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배치’ 對中카드 또 꺼내든 美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 중 4일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는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3일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 간 입장이 엇갈리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방부도 이날 관련 입장문을 통해 “양국 간 사드 배치 협의가 진행 중이고, 끝나면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는 한미 공동실무단이 마련한 건의안을 양국 정부가 승인하는 과정을 거쳐 추진될 것”이라며 “이에 대해선 한미 양국이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고위 관계자도 “논의 결과 발표가 임박한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 등 일부 외신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싱가포르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카터 장관은 “사드 배치 문제는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토론할 내용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미 관련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가급적 빠른 시기에 사드 배치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흘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우려한 한국은 최대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3월 초 출범한 한미 공동실무단의 사드 배치 협의 진행 내용도 일절 함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전후해 사드 배치 문제가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소식통은 “올 상반기나 하반기 초에 논의를 끝낸 뒤 SCM에서 이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 민영방송 TBS 계열의 JNN은 한미 양국이 사드를 내년 중 대구에 배치할 방침이라고 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JNN은 한미가 사드의 대구 배치를 합의했고, 주한미군에 120명 규모의 운용 부대가 편성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수도권 배치를 원했지만 미국이 대구를 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사드 배치 부지 선정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이세형 기자}

    • 201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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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국민 마음 사로잡은 모디 총리의 ‘SNS 소통’

    “수도 델리의 시장으로 당선된 아르빈드 케지리왈(야당 소속)에게 축하를 보내며 중앙정부의 철저한 지원을 약속합니다.”(지난해 2월 10일) “승리와 패배는 삶의 일부입니다. 인도 크리켓 국가대표팀은 잘 싸웠고,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지난해 3월 26일) 지난달 26일 취임 2주년을 맞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66·사진)가 트위터에 올린 글 중 화제가 됐던 내용들이다. 모디 총리는 취임 후 7.6%의 경제성장률과 400억 달러(약 47조6000억 원)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같은 경제적 성과 못지않게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소통의 달인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한 모디 총리 식 소통법의 특징 중 하나는 ‘겸허한 패배 수용’이다. 지난해 2월 지방 선거에서 야당에 대패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축하하고 지원까지 약속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크리켓을 활용한 ‘응원 메시지 올리기’도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추진 중인 깨끗한 인도 만들기 캠페인에 직접 참여해 자신이 청소한 거리의 전후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건 ‘적절한 자기 과시’와 ‘좋은 행동 알리기’의 본보기 사례다. 지난달 15일에는 취임 2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총리 공관에 96세 어머니를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공개해 감동을 줬다. 모디 총리의 트위터 팔로어는 2000만 명, 페이스북 팔로어는 3400만 명이다. 전 세계 정상들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트위터 팔로어 7526만 명, 페이스북 팔로어 4883만 명) 다음으로 많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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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경제학계 “마르크스주의 강의 늘려달라”

    중국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들이 자본주의 경제학 강의를 줄이고 마르크스주의 강의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허간창 전 난징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등은 교육부에 보낸 서한에서 “대학 경제학 교육에서 서구 이론이 늘고 마르크스주의 내용이 줄어드는 건 사회주의 지향점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옛 소련이 붕괴된 원인 중 하나는 서구화한 경제학 때문”이라며 “학생들이 신자유주의 같은 서구 이론에 세뇌되지 않도록 새 학기부터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서구 경제학 관련 과목을 절반씩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학의 글로벌화 추세에 역행해 일부 교수가 공식적으로 서구 이론 반대를 외치고 나선 것은 중국 정부가 마르크스주의 현대화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지난달 중국의 발전을 위해 학계가 마르크스주의를 현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경제학계의 마르크스주의 교육 강화 요구는 시대착오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처럼 대규모 교수진을 보유한 유수 대학의 경제학과에도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한 교수들은 1980년대까지 소수에 불과했고, 이들이 은퇴한 뒤에는 명맥이 끊겼다. 신문은 서구 경제학을 반대한다는 중국 교수들이 마르크스주의가 서구에서 탄생하고 발전했다는 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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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롤군단 막아라’ 러시아 사이버전사들로 골머리 앓는 유럽

    ‘러시아 트롤군단을 막아라.’ 온라인에서 러시아를 옹호하고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글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사이버전사들 때문에 유럽이 골치를 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러시아의 사이버전사들은 북유럽 설화에 나오는 악랄하고 욕심 많은 괴물인 ‘트롤(Troll)’로 불린다. 최근 트롤의 공격대상이 된 나라는 핀란드다. 러시아와 1336㎞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최근 미국과 서유럽이 주도하는 안보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식민지 경험(1809~1917년)과 2013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트롤군단은 핀란드 국영방송 예레 키오스키의 탐사보도팀 제시카 아로(35) 여기자를 주요 먹잇감으로 찍었다. 아로 기자는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트롤 관련 보도로 큰 반향을 일으켜 올 3월 핀란드 언론대상을 받았다. 아로 기자는 요즘 ‘NATO의 창녀’와 ‘NATO의 앞잡이’ 같은 욕설이 담긴 e메일을 끝없이 받고 있다. ‘아로 기자가 마약을 팔았다’는 허위 정보도 온라인에 떠돈다. 모두 트롤들의 소행이다. 아로 기자는 “트롤들 때문에 내 삶은 지옥이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많은 유럽 기자들도 트롤들의 협박 e메일을 받거나 트롤이 생산해 유통시키는 허위 정보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11월부터 트롤군단의 사이버전을 주간 단위로 모니터링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주미대사와 NATO대사를 지낸 라스티슬라브 카세르는 “러시아의 사이버전쟁은 실제 전쟁 못지않게 위험하고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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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버 트럼프” 롬니의 몽니?

    “내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도널드 트럼프의 잘못된 행동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9)는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그가 ‘외롭게’ 트럼프와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롬니는 트럼프에 대해 “자유세계의 리더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보이는 트럼프를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운을 뗐다. 또 “트럼프는 탐욕스럽고, 과시적이며, 여성을 혐오하고, 괴상하기 짝이 없는 삼류 연기자”라고 평가했다. 롬니는 “트럼프에겐 대통령이 될 기질이나 판단력이 없다”거나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국가적 자살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롬니는 트럼프의 인종차별 태도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비판해 왔다. 올 2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전 지도자인 데이비드 듀크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하자 트럼프는 확실하게 거부하지 않고 ‘듀크란 사람을 모른다’, ‘백인우월주의자들도 모른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그러자 롬니는 트위터에서 “KKK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은 대선주자로서 실격감이다.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것은 미국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비판이 결과적으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돕는 일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롬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에서 이기는 것보다) 민주주의와 포용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롬니와 25년 동안 가깝게 지내온 HP 엔터프라이즈의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롬니의 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국가와 애국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롬니를 거들었다. 일각에선 공화당 주류로 꾸준히 활동해 왔고 모르몬교도로 절제된 생활과 언행을 중시해온 롬니의 개인적 성향도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높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공화당 내 비주류이며 돌출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트럼프가 26일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1237명)을 확보하자 ‘네버 트럼프(트럼프는 절대 안 돼)’ 대신 ‘네버 힐러리(힐러리는 절대 안 돼)’ 기류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의 공식 지지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롬니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표현에 따르면 “애처로운 처지”가 됐다. 롬니가 3월 초 공개적으로 트럼프 반대 선언을 하겠다고 나서자 참모들은 “트럼프와 싸우지 말라”고 만류했다. 참모들 우려대로 그는 반대 선언 후 트럼프로부터 “급이 낮다(lightweight)” “실패한 후보”라며 험한 말로 얻어맞았다. 트럼프는 자신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롬니에 대해 “4년 전(2012년 대선 때) 롬니는 내 지지를 받아내려고 애걸복걸했다. 내가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면 아마 그랬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또 “나를 그토록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내 돈도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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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불거진 ‘이메일’… 궁지 몰리는 힐러리

    백악관 입성을 노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69·사진)이 ‘개인 이메일’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봤다는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이 25일 공개된 국무부 감사관실 보고서를 계기로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국무부 감사관실은 클린턴 전 장관 재임 시절 이메일 사용과 관련한 규정 위반들을 조사한 보고서를 이날 의회에 제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동안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던 건 사실이지만 규정을 어기진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감사관실은 “규정 위반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관실은 83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2013년 2월 국무부를 떠나기 전에 업무에 사용했던 이메일 기록을 모두 제출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클린턴 전 장관이 2010년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당시 국무부 IT 담당 직원 2명이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 사용은 업무 기록 보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고위 관계자가 “법적으로 문제없다. 다시는 장관의 개인 이메일 사용을 거론하지 말라”고 핀잔을 줬다는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감사관실의 조사 과정에서도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감사관실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클린턴 전 장관을 포함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콜린 파월, 콘돌리자 라이스, 존 케리 등 전현직 국무장관들에게 면담을 요청했는데 클린턴만 거부했다. 이에 대해선 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려는 진상조사를 회피하려 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그동안 클린턴 전 장관을 ‘부정직하다(crooked)’고 비판해 온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는 이날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유세에서 “힐러리와 경쟁하기를 원하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이메일 스캔들 때문에 힐러리가 낙마해) 미치광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와 경쟁할 수도 있다”고 조롱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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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립 노하우 알려주는 한국에 손짓

    “중국이 우간다에 도움을 많이 주지만 별로 믿음이 안 가요.” 20일(현지 시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만난 택시기사 크리스 므후므자 씨(31)는 ‘중국의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얼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미래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공적개발원조(ODA)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우간다에서도 공항과 도로, 댐 건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중국은 신뢰를 잃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도움으로 지어진 시설들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중국이 2013년 하반기부터 우간다에 건설하고 있는 카루마 댐의 경우 최근 심각한 하자가 드러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에티오피아와 말라위 등 인근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이 종합운동장과 대형 주택단지 등 사회 인프라를 지어줬지만 준공된 지 얼마 안 돼 건물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현지인들은 말했다.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과 자재, 자금을 모두 중국에서 조달하는 것에도 현지인들은 불만이 많다. 딩크네 테페라 세계은행 에티오피아사무소 컨설턴트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기술과 노하우에 목말라 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ODA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발 이슈’를 주요 의제로 내놓았다. 2011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는 양적인 지원을 뛰어넘어 원조의 질 제고를 주창했다.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ODA에서 ‘자립 노하우’를 강조한다. 농촌 등 낙후지역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소득수준을 높이는 ODA 활동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벌이고 있다. 박종대 주우간다 대사는 “우간다에서 새마을운동과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정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자립 노하우 전수에 초점이 맞춰진 한국의 ODA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ODA와 구별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간다의 젊은 엘리트 공무원들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꼽는다”며 “우간다의 젊은 인재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캄팔라·무코노·엔테베=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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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류 허브’ 부푼 꿈… “인천공항-의왕기지 통째 베끼고 싶어”

    《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북쪽으로 45km 떨어진 무코노 내륙컨테이너기지(ICD)는 한 나라의 대표 물류기지라고 말하기에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19일(현지 시간) 이곳을 방문했을 때 5만2610m²(약 1만5915평) 넓이의 터미널은 거의 텅 빈 상태였고 일부 공간에만 컨테이너가 쌓여 있었다. 케냐와 커피, 코코아 등을 주로 교역하기 위해 만든 무코노 ICD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들어오는 철로가 하나밖에 없었다. 열차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중장비인 리치스태커도 한 대뿐이었고 트럭들이 분주하게 이동하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ICD 내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도 많이 비어 있었다. 보관되고 있는 물품 상자 중에는 훼손된 것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와 세계은행(WB) 한국녹색성장기금(KGGTF·그린펀드)팀을 안내한 우간다 건설교통부와 물류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고 진지했다. 》 무코노 ICD를 운영하는 업체 중 하나인 동아프리카 로지스틱스의 마이클 라가라 매니저는 시설 곳곳을 소개하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 시설은 아프리카의 물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는 우간다를 상징하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한국 물류시스템 그대로 벤치마킹 우간다는 이집트(북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프리카), 나이지리아(서아프리카), 케냐(동아프리카) 같은 아프리카의 지역별 거점 국가들을 기준으로 한가운데 위치해 아프리카 교통의 허브에 해당한다. 교육 수준이 높아 영어가 잘 통하고 부족이나 종교 갈등이 없어 사회가 안정돼 있는 편이다. 세계는 오래전부터 우간다 물류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왔다. 우간다 정부의 ‘물류산업 육성 의지’도 분명하다. 우간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의 물류정책과 노하우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세계은행 그린펀드팀을 통해 한국의 물류시스템과 정책을 소개받았다. 그린펀드팀은 우간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을 위한 한국 방문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한국의 국토교통부, 의왕 ICD, 인천국제공항, 한국통합물류협회, 인하대, 한국교통연구원,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같은 기관들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3년 이후 세 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카주나 음바제 건설교통부 교통실장은 “그동안 우간다에는 교통정책만 있었지 물류정책은 없었다”며 “한국 방문을 통해 우간다는 물류산업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됐고 한국의 물류정책과 시스템을 최대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왕 ICD, 인천국제공항, 세종시를 통째로 베끼고 싶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우간다 건설교통부는 대표단의 한국 방문 뒤 물류 관련 부서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화물차 환경관리 기준 설정 △화물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도입 △물류 전문인력 양성 학과(인하대 아태물류학과)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현지에서 화물운송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제니퍼 음주케 씨는 “협회 차원에서 물류업계에 종사하는 인력을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보험료와 자녀교육비 지원 같은 복지 혜택을 마련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국제공항과 항공사 운영 노하우도 배우기 원해 한국의 물류산업 관련 노하우는 향후 우간다의 국제공항과 국영 항공사 운영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무렌가니 모세 건설교통부 정책평가과장은 “공항과 항공사 운영에서도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향후 세계은행과 함께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간다의 ‘하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엔테베 국제공항은 물류 중심지를 꿈꾸는 나라의 공항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했다. 공항 건물은 지방의 낡은 버스터미널을 연상시킬 정도로 구식이었다. 활주로는 2개, 화물터미널은 1개뿐이다. 건물 안과 밖에는 공항의 필수 시설인 에스컬레이터도 없어 승객들이 짐을 들고 층간 이동을 할 때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낙후된 공항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우간다는 중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공항 인프라를 개선할 계획이다. 공항 운영과 관련한 소프트웨어는 최대한 한국 모델을 도입하기를 희망한다. 인천국제공항이 다양한 평가에서 서비스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짧은 역사에도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한 게 현지 공무원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고가도로 설치’ 같은 실패 사례도 교훈 세계은행은 우간다 프로젝트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과거 실패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한국이 과거 교통과 물류인프라를 단기간에 구축하면서 무분별하게 세웠던 ‘고가도로’의 부작용은 현지 공무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계은행 그린펀드팀은 서울 청계천 복원 사업을 예로 들며 청계천 위에 고가도로가 세워진 뒤 드러난 문제점과 철거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엘리슨 리(한국명 이은주) 세계은행 그린펀드팀장은 “개발시대 때 한국이 많이 세웠던 고가도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도시 환경과 미관을 해쳤다”고 말했다. 설명을 듣고 있던 우간다 건설교통부 공무원들 중에는 놀라거나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많았다. 회의를 이끌었던 음바제 실장과 모세 과장은 “우리도 고가도로를 많이 설치할 계획인데 앞으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물류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우간다의 국가 어젠다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려면 공무원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캄팔라·무코노·엔테베=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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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당선 경계”… 비상체제 꾸리는 멕시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70)가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멕시코 정부가 주미 멕시코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미국 내 26개 총영사를 물갈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는 현재 상황을 ‘트럼프 비상사태(Trump Emergency)’로 규정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자국민 차별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미국 내 26개 총영사관의 수장(首長)을 교체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부임한 지 7개월밖에 안 된 미겔 바사녜스 주미 멕시코대사를 트럼프의 반(反)멕시코 발언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국에 불러들였다. 후임으로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뉴욕과 샌안토니오,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 총영사로 근무한 카를로스 마누엘 사다 솔라나를 임명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신임 주미 대사를 발표하며 “북미지역에서 멕시코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적합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멕시코가 자국 이민자들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한 트럼프에게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경선 기간에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에 비유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경 지역에 멕시코 정부 예산으로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에 대해 대사관이 적절하게 방어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움베르토 로케 비야누에바 멕시코 내무부 차관은 이달 초 현지 신문인 ‘엘 우니베르살’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글로벌 시대에 미국을 중세 시대로 돌려놓으려는 인물”이라고 비난하면서 “멕시코는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에게 어떻게 맞설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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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형 ‘그린 원조’ 현장을 가다]“한국 공대 노하우로 젊은 엔지니어 육성”

    “에티오피아가 가장 목말라 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의 성공적인 공과대학 운영 노하우입니다.” 이장규 아다마과학기술대 총장(70·사진)은 18일(현지 시간) 아디스아바바에서 기자와 만나 “아프리카의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경제성장 전략을 가지고 있는 에티오피아에 삼성, 현대, LG 같은 글로벌 기업을 만든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을 양성한 한국의 공과대학은 부러움의 대상”이라며 “서울대 공대, KAIST, 포스텍 등의 운영 노하우를 적용할 때마다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를 지낸 이 총장은 정년퇴임 직후인 2011년 10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대학총장이 됐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정책자문역으로 활동하던 최영락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교수가 이 총장을 추천했다. 이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한국형 공과대학 운영 노하우를 접목하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아다마과기대의 운영 모델과 담당 부처를 바꾼 것은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그는 “당초 에티오피아 정부는 아다마과기대를 교육부 산하에 두고 종합대로 운영하려 했다”며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에게 KAIST의 성공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엘리트 엔지니어 양성을 위해선 종합대보다는 이공계 특성화대 모델이 낫고 담당 부처도 과학기술부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건의는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아다마과기대는 수학과 과학 중심의 자체 대학입학 시험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 총장은 교수진의 역량 키우기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총장은 “1000여 명의 교수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가 5% 정도였는데 현재는 15% 정도로 늘렸다”며 “특히 18명의 젊은 교수를 한국 대학에 보내 박사학위를 받게 했다”고 말했다. 재료공학과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포스텍 교수들을 초청했고 교과 과정도 한국 것 그대로 적용했다. 이 총장은 “위성 기술과 약학, 신소재를 ‘3대 전략 분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며 “한국이 1960, 70년대 중공업 위주의 제조업 육성 전략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것 같은 성과를 이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학의 다양한 산학협력 모델을 도입해 현지 기업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추진할 과제”라고 덧붙였다.아디스아바바·비쇼프투=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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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지도의 기적’이 롤모델… 한국 기술로 친환경 개발 첫삽

    《 에티오피아 비쇼프투 시의 쓰레기 매립 시설 현장을 방문했을 때 기자는 코를 손으로 감싸 쥐어야만 했다. 시설 전역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 플라스틱, 비닐, 캔, 유리 등 다양한 쓰레기가 분류되지 않은 채 뒤섞여 있었다. 땅에 묻는 쓰레기에서 침출수를 뽑아내는 배수 시설은 훼손돼 땅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매립 시설을 관리하는 인력도 눈에 띄지 않았다. 새들만이 음식물 쓰레기나 도축된 뒤 버려진 소의 부산물을 먹으며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약 20만 명이 사는 비쇼프투 시 주변에는 9개의 아름다운 호수가 있고, 숲도 울창하다. 중앙정부와 시 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에 관심이 많다. 최근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이어지는 고속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고 주변에는 산업단지도 만들 계획이다. 》○ 관리 노하우와 인력은 없는 쓰레기 매립지 하지만 1200만 달러(약 142억8000만 원)를 들여 조성한 쓰레기 매립 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관광 도시’로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17일 오후 3시경(현지 시간) 찾은 비쇼프투의 쓰레기 매립 시설은 관광도시의 그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이곳에서 만난 케베데 곤파 비쇼프투 환경미화과장은 “쓰레기 매립 시설을 만드는 데만 골몰한 나머지 이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지금부터라도 시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세계은행을 통해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세계은행 한국녹색성장기금(KGGTF·그린펀드) 팀은 비쇼프투 시 관계자들에게 1990년대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환경오염 지역이던 서울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생태공원으로 변신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곤파 과장 등 현지 공무원들은 “한국의 난지도 생태공원은 에티오피아의 롤 모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린펀드팀은 한국이 2000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설립해 쓰레기 재활용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기술을 향상시킨 사례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또 1981년 하루 1.77kg이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2011년에는 0.95kg으로 줄어드는 등의 주민 의식 개혁 과정도 소개했다. 그린펀드 팀은 에티오피아 정부와 상의해 비쇼프투 시의 환경미화 관련 공무원들이 한국의 환경부, 서울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을 방문해 쓰레기 처리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버스 중앙차로 등 반영 가능성 높아 세계은행을 통해 에티오피아에 전수되고 있는 한국의 녹색 성장 경험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발표될 예정인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장기 도시 개발 계획’에도 대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들이 당연하게 이용하는 버스전용차로와 티머니(자동 교통요금 결제) 등이 이 나라에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비전이자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아디스아바바는 310만여 명이 모여 살아 케냐의 나이로비와 함께 동아프리카의 대표 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아디스아바바 도심 지역에도 신호등, 건널목, 인도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건물 주인이나 건설업체의 재무 상태 등을 꼼꼼히 검증하지 않고 건설 허가를 내줘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와크나 아베베 씨는 “아디스아바바에 다녀간 사람들은 모두 열악한 교통과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중단된 공사 현장에 치를 떤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한국이 △간선급행버스(BRT) △버스전용차로 △대형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 △대중교통 요금 통합 시스템 등을 도입한 과정과 이를 통해 교통난을 해소한 성과를 소개했다. 엘리슨 리(이은주) 세계은행 녹색성장기금팀장은 “한국은 이동통신 회사들과 협력해 교통량과 교통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교통난 해소 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당국자들도 한국에서 시민들의 교통 이용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이동통신 회사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세계은행 발표를 듣던 이들은 “에티오피아도 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데이터 마련 방법과 활용 방안을 더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마테오 바케레 아다스아바바 도시계획국장은 리 팀장 등에게 한국 연수 프로그램을 하루빨리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세계은행은 서울시와 서울시립대, SH공사, 한국교통연구원 등과 연계해 다양한 직급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린펀드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서면 세계은행이 정식 개발 원조나 차관을 공여해 개선 사업 실행에 나선다.○ 과학기술 분야에도 불기 시작한 ‘한국 바람’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방문하는 에티오피아에서는 세계은행의 그린펀드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한국 배우기 움직임이 한창이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석유 같은 천연자원이 없는 에티오피아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보다 교육열이 높다는 것도 한국형 성장 전략을 추구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아베바 알레메이후 세계은행 에티오피아사무소 수석컨설턴트는 “에티오피아의 경제계와 과학기술계에서는 한국을 핵심 벤치마킹 대상 국가로 자주 거론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설립해 국가 차원의 지역 개발 전략을 마련하고 서울 같은 대도시가 서울연구원 같은 자체적인 ‘싱크탱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현지에선 한국 따라하기의 매력적인 모델로 꼽힌다.아디스아바바·비쇼프투=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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