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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는 1950년 출범한 ‘사회경제위원회(SER)’라는 기관이 있다. 한국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처럼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중심축이다. 지난해 11월 13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SER를 방문해 베로니크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현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경사노위가 출범을 앞둔 시점이라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려면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 조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은 먼저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SER는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 정부가 바뀐다고 해도 ‘우리만의 조언’을 바뀐 정부에도 할 수 있다”며 “SER의 이런 독립성은 네덜란드 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갖도록 한다”고 말했다.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이 그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연속성’이었다. 그는 “노동, 일자리 정책은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되고 연속적이어야 한다”며 “한국의 경사노위도 다음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전 정부의 정책을 한 번에 바꾸지 말고 더해 나가는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립성과 연속성. 흔한 말이지만 가볍게 들리진 않았다. 같은 달 22일 경사노위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첫 본위원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5개월 동안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의 원칙을 지키며 순항하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경사노위는 이런 원칙을 지키기가 태생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독립성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경사노위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노사정위가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 중심이었다면, 경사노위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까지 참여시켰다. 사회적 대화기구의 위상과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한 것이다. 문제는 경사노위가 대통령 직속인 데다 완전한 ‘독립체’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납부한 고용보험기금으로 운영하는 네덜란드의 SER와 달리 경사노위의 예산은 기획재정부, 조직은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에 종속된 구조다. 경사노위 관계자가 “뭔가 일을 하려면 정부에 읍소할 상황이 참 많다”고 말할 정도로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가 사실상 정부의 산하기관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사노위원장은 대통령이 위촉한다. 문 대통령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출신인 문성현 위원장을 위촉했다. 민노총 출신이 사회적 대화기구의 수장을 맡은 건 문 위원장이 처음이다. 1999년 2월 노사정위를 탈퇴한 민노총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서였지만, 민노총은 끝내 복귀하지 않았고 경사노위는 태생부터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촉한 김대환 전 노사정위원장 역시 ‘노동개혁’에 대한 신념이 강해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인사였다. 결국 과거 노사정위와 현 경사노위 모두 보수 정권에서는 경영계에 유리한 정책을, 진보 정권에서는 노동계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사회적 대화기구의 필수 요소인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경사노위가 앞으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갈등기구’로 전락할 거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연속성 없는 정책으로 갈등만 증폭 올해 초 경사노위가 진행한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는 정책의 ‘연속성’을 상실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탄력근로제는 작업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여 법정 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올해 2월 19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회의실에서는 모처럼 노사정 대표들이 손을 맞잡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 가운데에 선 이철수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 개선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는 희망과 연대의 신호탄”이라며 “노사 당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날 노사정 대표들은 주 52시간제의 대안인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리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성사된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그러나 대타협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3월 7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근로자위원 3명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한 것이다. 본위원회를 통과하지 않은 합의문은 아무 효력이 없었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도 여당(최대 6개월로 확대)과 야당(최대 1년)이 대립하면서 진척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2015년 9월 15일 당시 노사정위가 도출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9·15 대타협)에서 탄력근로제를 넓히기로 이미 합의했다는 점이다. 당시 노사정 대표들은 주 52시간제를 1000인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되 탄력근로제를 최대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문 위원장도 취임 직후 “9·15 대타협은 굉장히 선진적인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위원장이 언급했던 ‘희망과 연대의 신호탄’은 이미 4년 전에 ‘발사 준비’를 마치고 있던 셈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정부의 2대 지침(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지침) 시행을 빌미로 2016년 1월 합의를 파기하면서 합의문은 휴지 조각이 됐다. 특히 지난해 2월 국회가 주 52시간제 시행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때도 탄력근로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경사노위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했다면 탄력근로제 확대안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어야 한다. 결국 과거의 합의가 물거품이 되는 일이 이어지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소중한 시간만 허비했다. ○ 꼬리가 몸통 흔드는 의사결정구조 민노총은 올해 1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가 부결되자 강경 투쟁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노총이 정말 정부와의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을까. 민노총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고용보험 심사위원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등 노동계 몫이 마련된 정부 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자신들이 일정 정도 양보를 해야 하는 경사노위는 거부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원회는 빼놓지 않고 참여하는 모양새다.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의결하지 못한 것도 민노총의 ‘장외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본위원회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근로자위원 대표 3명이 불참하면서 의결이 무산됐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소외계층 대표들을 겁박하고 회유해 사회적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불참 배후로 민노총을 지목했다. 민노총의 이런 ‘전략’은 실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단 3명만 불참해도 의결정족수 미달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이른바 ‘왜그 더 도그’(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를 현실화시켜 경사노위를 힘없는 조직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고용부 국장으로 9·15 대타협 실무를 맡았던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은 “민노총은 정부위원회나 청와대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창구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정부가 민노총과의 교섭 창구를 경사노위로 일원화해 다른 창구로는 민노총이 뜻을 펼치기 어렵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노총이 장외 압박을 접고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끔 정부가 창구를 경사노위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유럽 선진국의 경제위기 극복 모델인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한 발씩 양보한 모델이다. 문 위원장도 “나의 절실함을 요구하려면 상대의 절실함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경사노위는 출범 5개월 만에 태생적 한계를 노출하며 표류하고 있다. 경사노위가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면 먼저 기구의 독립성과 정책의 연속성, ‘교섭 창구의 단일화’라는 3원칙을 굳건히 다져야 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회 담장을 허무는 폭력 시위를 벌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이번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공동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노총은 18일 서울 중구 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약 20만 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조직돼 있는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서비스연맹, 여성연맹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7월 공동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부의 예산 책임과 제도 개선 없이 해결될 수 없다”고 정부에 협상을 촉구했다. 현재 정부는 공공기관별로 각자 사정에 맞게 △정규직 직접 고용 △자회사 고용 중 정규직 전환 방식을 선택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또 민간위탁 기관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비정규직을 획일적인 잣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인건비 급증 등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민노총은 모든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노총은 올해 사업계획에서 총 4번의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이 계획에는 이달 말 총파업(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법 개정 시)과 ‘7월 총파업’도 포함돼 있다. 비록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동파업’으로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정부가 공공부문의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다만 파업 참여 인원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노총이 지난달 7일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총파업에는 조합원 99만 명 중 불과 0.3%인 3200여 명만 참여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비준하면 된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은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이라며 “대통령이 비준하기 위해서는 이 협약과 상충하는 법을 개정하든지 아니면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최대 3년) 등 경영계 요구를 일부 수용한 ILO 비준 권고안을 내놓자 “대통령이 선(先)비준을 해야 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이달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먼저 비준하고 (나중에) 국내법을 정비해도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 국장은 “헌법은 대통령에게 협약 비준권을 부여했지만 국내법과 상충해 법 개정이 필요한 조약은 국회가 동의권을 갖는다”며 “국회 동의는 대통령이 비준을 하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또 “정부가 법 개정에 앞서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최종적으로는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내법과 부딪치기 때문에 대통령 재가만으로는 비준이 불가능하고, 국회의 비준 동의나 법 개정이 필수라는 얘기다. ILO 핵심협약은 공무원은 물론이고 해직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법은 해직자와 실직자,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ILO 협약 비준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 국회 논의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저소득층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1차 수급자가 선정됐다. 고용노동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자 심사를 끝내고 1만1718명을 수급자로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고용부가 지난달 25∼31일 올해 처음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4만8610명이 신청했다. 약 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고용부는 이들 중 과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청년수당을 받은 사람과 학교를 졸업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을 제외한 1만8235명을 대상으로 1차 심사를 했다. 이 가운데 가구소득이 기준 이상이거나 서류 미비, 구직활동계획서 부실 작성 등의 사유로 6517명이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다.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탈락한 사람은 2차 접수 때 서류를 보완해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34세 청년 구직자 중 학교를 졸업했거나 중퇴한 지 2년 이내이고 중위소득(올해 4인 가구 기준 월 553만6243원) 120% 이하인 가구면 신청할 수 있다. 재학생이나 휴학생은 신청할 수 없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 주 20시간 이하로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저소득층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 간 지급하는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의 1차 수급자가 선정됐다. 고용노동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자 심사를 끝내고 1만1718명을 수급자로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고용부가 지난달 25~31일 올해 처음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4만8610명이 신청했다. 약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고용부는 이들 중 과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청년수당을 받은 사람과 학교를 졸업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을 제외한 1만8235명을 대상으로 1차 심사를 했다. 이 가운데 가구소득이 기준 이상이거나 서류 미비, 구직활동계획서 부실 작성 등의 사유로 6517명이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다.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탈락한 사람은 2차 접수 때 서류를 보완해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34세 청년 구직자 중 학교를 졸업했거나 중퇴한지 2년 이내이고 중위소득(올해 4인 가구 기준 월 553만6243원) 120% 이하인 가구이면 신청할 수 있다. 재학생이나 휴학생은 신청할 수 없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 주 20시간 이하로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 수급자로 선정된 청년은 해당 지역 고용센터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구직활동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전국의 학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학과 통폐합을 설득했습니다. 캠퍼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과감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61·사진)은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으로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촛불집회를 주도해 구속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2017년 12월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에 임명되자 교수노조가 집단 성명을 내며 반발하는 등 진통이 컸던 이유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고(전북기계공고)를 나와 산업현장에서 일하면서 그 누구보다 기술을 배우고 보급하려 노력해 왔다”며 이제 자신을 ‘직업훈련 전도사’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 전국 캠퍼스 36곳을 다니며 ‘학과 통폐합’에 전념했다. 그 결과 남인천캠퍼스와 인천캠퍼스에 있는 신소재응용과를 인천캠퍼스로 통합하는 등 전국 캠퍼스 13개 학과를 통폐합했다. 그 과정에서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혁신’을 명분으로 직접 설득에 나서 교수들의 동의를 끌어냈다. 이 이사장은 “일자리가 있어야 노동운동도 있는 법”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혁신하자고 교수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캠퍼스 기능 조정도 이 이사장이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이다. 먼저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핀테크(서울 강서), 스마트팩토리(대구), 스마트자동차(화성) 등의 과정을 개설했다. 은퇴한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시니어 헬스케어(서울 강서) 등 ‘신(新)중년 특화 과정’도 300명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폴리텍대 이사장으로는 처음으로 ‘국제기술봉사단’을 구성해 올해 1월 11박 12일 동안 베트남을 다녀왔다. 특히 폴리텍대가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 운영하는 다솜고의 베트남 출신 재학생 위주로 봉사단을 꾸렸다. 이 이사장은 “베트남 학생들이 봉사단에 직접 감사편지를 보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 한국 기술의 해외 보급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또 다른 목표는 국내에 부족한 항공 정비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 이사장은 “항공업계가 정비인력과 기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안타까웠다”며 “인천공항공사는 물론이고 미국 보잉사와의 협의를 거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기술교육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15일 내놓은 ‘2차 권고안’은 나름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ILO 협약 내용을 중심으로 담은 지난해 11월 ‘1차 권고안’에선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노조 권리가 확대되면 사용자 방어권도 넓혀야 한다는 ‘노사 대등성’ 원칙이 제기됐다. 2차 권고안에서 경영계 주장을 일부 반영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문제는 노동계 요구는 대폭 수용한 반면 경영계 주장은 ‘찔끔’ 반영한 점이다.○ 2차 권고안에 경영계 요구 담았다지만… 1차 권고안에는 △해직자 및 실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설립신고 제도 폐지 △공무원 노조 가입 시 직급 제한 철폐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 허용 등이 담겼다. 모두 노동계가 주장해 온 내용이다. 이대로 노조법이 개정되면 노조의 단결권이 대폭 강화되고 현재 법외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즉시 합법화된다. 이에 경영계는 △단체협약 유효기간(현행 2년) 확대 △파업 중 직장 점거 금지 및 대체근로 허용 △부당 노동행위 처벌 조항 삭제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은 이 중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3년)만 수용했다. 직장 점거는 ‘금지’가 아닌 업무를 방해할 때 ‘규제’만 하라고 권고했다. 대체근로 허용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고, 부당 노동행위 처벌 조항 문제는 장기 과제로 넘겼다. 특히 공익위원들은 이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복수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대표 노조 1곳만 교섭을 허용하는 제도) 정비를 권고했다. 이 역시 노동계가 요구해 온 사안이다. 이 때문에 1, 2차 권고안 모두 사실상 ‘노동계 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우리처럼 파업 중 대체근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부당 노동행위를 형사 처벌하지는 않는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공익위원 중 경영계 추천은 1명뿐 노동계에 유리한 이런 결론은 애초부터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사관계 개선위의 공익위원 8명 중 경영계 추천 위원은 2명(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불과했다. 이들이 경영계 요구를 담은 ‘초안’을 제시하자 노동계는 즉각 보이콧을 선언하며 반발했다. 결국 2명 모두 사퇴했다가 현재 김 교수만 복귀했다. 결국 경영계 추천 공익위원 1명만 참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권고안이 나온 것이다. 노사관계 개선위가 노동계에 편향적이었다는 사실은 일부 공익위원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정부 추천 공익위원(간사)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 노동행위 처벌 조항 삭제 주장은 국제 노동 기준이나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경영계 요구를 공개적으로 일축한 셈이다. 당시 경총은 “우리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폄하하고 의도적으로 축소,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총 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이 중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발표된 권고안은 그 자체로 공신력을 갖추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난해 7월부터 9개월간 이어진 논의는 노사정 합의 없이 2차 권고안을 내고 사실상 종료됐다. 경사노위는 운영위원회를 열어 추가로 논의한 뒤 권고안을 국회로 보낼 계획이다. 그러나 권고안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고, 노사정 합의안도 아니어서 구속력이 없다. 야당은 벌써부터 권고안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대체근로 허용 등 경영계 요구를 반영한 노조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여기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권고안은 경총의 ‘노조 공격권’ 요구를 포함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권고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박은서 clue@donga.com·유성열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해 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15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했다. 노동계의 요구는 대폭 받아들이고 경영계 요구는 일부만 수용한 공익위원 권고안이 나오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실체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영계는 그동안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 중 직장 점거 금지 △파업 시 대체근로자 투입 허용 △부당 노동행위 처벌 조항 폐지를 요구해 왔다. 공익위원들은 이날 경영계의 4개 요구안 중 1개만 수용하고 직장 점거는 요건과 절차를 통해 규제하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나머지 요구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1월 공익위원들은 △해직자 및 실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설립신고 제도(법외노조 통보의 법적 근거) 폐지 등 노동계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1차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15일 2차 권고안에서 경영계 주장을 일부 반영했다. 그러나 1, 2차 권고안은 노사정 합의가 아닌 데다 경영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노조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
회사 임직원이 부당노동행위를 했을 때 회사(법인)도 벌금형으로 같이 처벌하도록 한 현행 노동조합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이 노동조합법 94조가 위헌인지를 판단해 달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현대자동차가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다며 임직원 4명과 현대차 법인을 2017년 5월 기소했다. 현대차 측은 회사 임직원이 불법행위를 한 경우 회사도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노조법 94조가 너무 지나치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형벌의 책임주의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며 헌재에 제청했다. 헌재는 “회사의 임직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회사의 독자적 책임에 관해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임직원이 범죄를 했다는 이유로 회사에 형벌을 부과하도록 한 것은 법치국가 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임직원을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했는데도 범죄가 발생하면 회사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향후 현재 결정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노조법 위반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앞으로도 정부의 일자리 관련 위원회나 부처와의 정책협의, 대화는 충분히 할 의사가 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각종 정부 위원회와 노정교섭에 빠짐없이 참여해왔다”고 강조했다. 자리를 만들어 초청하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말에도 김 위원장은 “정책협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흔쾌히 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017년 5월 10일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1호 업무지시’로 내렸다.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양대 노총 위원장을 근로자대표 위원으로 위촉했다. 민노총은 이 일자리위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러나 민노총은 정작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4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선 경사노위 참여 대신 총파업 등 강경투쟁 노선만 강화했다. 전날 탄력근로제 확대를 막겠다며 국회 담장을 허무는 ‘폭력 시위’로 김 위원장 등 50명이 경찰에 입건된 직후였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밧줄 등이 사용된 점으로 미뤄 지도부가 치밀하게 폭력시위를 준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민주주의의 보루인 국회를 힘으로 제압하려 한 민노총을 두고 여론이 싸늘하다. 민노총 내부에서도 강경투쟁만 일삼는 지도부 행태에 염증을 느끼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김 위원장의 10일 발언은 이런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위 참석을 계기로 민노총이 투쟁만 고집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과 나누기를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제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탄력근로제 확대 등 보완 입법을 통해 기업 숨통을 틔우고, 정규직 노조도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등 양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탄력근로제 논의를 주도한 경사노위에 불참한 채 장외 투쟁으로 일관했다.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무산되자 “투쟁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정부와 충분히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김 위원장의 ‘대화 발언’을 두고 노동계 원로는 이렇게 해석했다. “노동계가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하는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정부 위원회에만 참여하겠다는 심산 아니겠나.”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전국 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노동법 위반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수사)을 기획하고 전담하는 조직이 고용노동부 내에 신설된다. 이 조직에는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감독하는 전담 실무기구도 만들어진다.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위반 단속 기구의 신설 소식에 경영계가 긴장하고 있다. 9일 근로감독정책단 신설을 포함한 고용부의 조직 개편 방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고용부 노동정책실 산하에 국장급을 책임자로 하는 근로감독정책단이 신설된다. 근로감독정책단은 현재 고용부의 국별로 나뉘어 있는 근로감독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전국 노동청의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 1600여 명이 수행하는 근로감독의 지침도 이곳에서 만들고 배포한다. 고용부는 근로감독정책단을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평가를 거쳐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근로감독정책단은 ‘근로감독기획과’와 ‘임금근로시간과’ 등 2개 과로 구성된다. 근로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근로감독기획과는 전반적인 지침과 기준을 마련하고 전국 노동청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임금근로시간과는 최저임금 위반과 주 52시간제 등 근로자의 핵심 근로조건인 임금과 근로시간을 기업들이 잘 지키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주 52시간과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전담 조직이 신설된 만큼 근로감독이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계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근로감독이 너무 세지는 바람에 기업들의 고충이 많다”며 “전담 조직까지 만드는 건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감독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려는 것일 뿐 근로감독 자체를 강화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청년 등 취약계층에 정부 예산으로 실업수당을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부조’의 밑그림이 나왔다. 정부 계획대로 한국형 실업부조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연간 약 53만6000명이 실업수당을 받게 된다. 그러나 매년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한국형 실업부조 법제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실업부조의 잠재적 수혜자는 53만6000명으로 노동능력을 가진 저소득자(224만6000명)의 23.9%로 집계됐다. 한국형 실업부조란 청년, 영세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취약계층에 국가가 지급하는 실업수당이다. 일단 고용부는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 60% 이하인 ‘근로빈곤층’과 중위소득 60∼120%의 청년층 중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에게 매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이 기준을 토대로 지원 규모를 추산한 결과 15∼29세 11만 명, 30∼54세 29만4000명, 55∼64세 13만2000명 등 총 53만6000명이 수혜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29세는 노동능력을 가진 청년의 40.1%가 실업부조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능력이 있는 청년 10명 중 4명은 실업수당을 받는 셈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납부한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실업급여(올해 예산 7조 원)와 달리 한국형 실업부조는 국가 재정으로 직접 지급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관련법을 만들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단순계산으로도 최소 1조6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해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한국형 실업부조를 2020년부터 도입하는 노사정 합의안을 올해 3월 도출하면서,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축소했다. 고용부도 이 합의에 동의했기 때문에 지원 대상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국회가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등을 처리하면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4일 선언했다. 전날 국회 담장을 허물고 경찰을 폭행하는 ‘폭력 시위’를 벌인 데 이어 강경노선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경찰은 민노총 지도부가 사전에 폭력 시위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민노총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동법 개악(改惡) 저지 4월 총파업·총력투쟁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총력투쟁을 다시 준비할 시기”라며 “민노총의 모든 힘을 모아 조직의 명운을 건 무기한 총파업을 해서라도 반드시 노동 개악을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이에 대의원들은 4월 총파업과 함께 7월과 올해 하반기 총파업까지 함께 의결했다. 특히 지도부는 “힘찬 투쟁으로 노동법 개정을 막아냈다”고 전날 시위를 자찬하며 “조합원 수가 100만3000명으로 집계됐다(3월 말 기준)”고 밝혔다. 조합원 100만 명 돌파를 공식 선언한 셈이다. 다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조합원 수(103만6236명)를 넘지는 못해 ‘국내 1노총’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이날 민노총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시킨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경사노위 참여 문제는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대화보다 투쟁이 우선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다. 사회적 대화를 주장해온 김 위원장은 일부 온건파의 경사노위 참여 안건 발의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 폭력 시위를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김 위원장 등이 폭력시위를 미리 계획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민노총 시위대는 3일 오전 10시 45분 국회 1, 2문 사이에 설치된 철제 담장(울타리)을 흔들어 넘어뜨렸다. 당시 경찰은 담장이 무너진 자리에 2m 높이의 저지 펜스를 설치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밧줄로 묶어 쓰러뜨린 뒤 경내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김 위원장 등을 조사하면서 사전에 밧줄을 준비했는지 추궁했다고 한다. 경찰은 또 민노총의 국회 난입 현장에서 확보한 동영상과 사진을 토대로 난입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 추가로 있는지 추적하고 있다. 민노총 시위대는 지난달 27일 국회 의사당대로에서 전국 노동자대회를 벌인 직후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에 들어가려고 시도한 바 있다. 이달 2일에도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등 8명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겠다며 국회 안에 진입했다가 방호인력에게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집회에서 반복적으로 불법행위에 가담했거나 주도한 사람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며 “집회 총책임자인 김 위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폭력 시위를 주도한 김 위원장 등 민노총 지도부 25명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밤 12시 전후로 모두 풀려났다. 지도부가 풀려나면서 4일 임시 대의원대회는 예정대로 열릴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도주 우려가 작아 구속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는 청와대와 같은 국가중요시설 최고보안등급 ‘가급’에 해당해 경찰이 민노총을 ‘치외법권 조직’으로 예우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유성열 ryu@donga.com·고도예 기자}

40대 남성 A 씨는 13년 동안 대기업 건설사를 다녔다. 하지만 회사의 재정 상태가 최근 나빠지면서 회사에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제 시행에 이어 건설 경기마저 가라앉자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사내에서는 경영이 더 악화되면 권고사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A 씨는 고민 끝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안정적인 소득에 대한 미련은 남지만 회사만 쳐다볼 순 없었다”며 “희망퇴직을 하지 않은 동료들은 연봉이 동결됐고, 무급휴직도 신청을 받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A 씨처럼 대기업을 퇴직하고 소규모 창업을 준비하거나 영세업체에 취업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내내 일자리가 급감하는 ‘고용 참사’가 이어진 데 이어 올해는 고용의 ‘질’마저 나빠지기 시작했다. 2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월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245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247만3000명)보다 1만4000명 감소했다. 300인 이상 업체의 취업자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했다. 대기업의 월별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1년 동안 한 번도 감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246만9000명)에는 전년 동월 대비 3000명이 줄어드는 등 감소세로 전환한 뒤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월 기준 5인 미만 영세업체의 취업자(948만3000명)는 지난해 같은 달(933만6000명)보다 14만7000명이나 급증했다. 5인 미만 업체의 취업자는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했고 지난해 11, 12월은 전년 동월과 같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업체 고용자가 감소해 왔으나, 올해 들어 갑자기 취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전반적으로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나빠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라며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5인 미만 영세업체가 되는 케이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정부 보조금 때문에 영세업체 취업자가 늘어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 보조금으로 창출한 일자리는 일회성”이라며 “근본적으로는 민간 노동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퇴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750만 명이나 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기 시작했는데, 대기업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신규채용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일 공시된 대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30대 기업(공기업 및 금융업 제외)의 임직원 수는 50만1413명으로 2017년(49만6066명)보다 5347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반도체 착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7년 만에 처음으로 임직원 10만 명을 돌파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2576명 증가)를 빼면 사실상 감소세다. 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황태호 기자}
최근 수주량이 급증하는 등 조선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정부가 적극적인 일자리 지원책을 마련했다. 구직 청년이나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조선업 실직자라면 정부 지원책을 발판 삼아 취업에 도전해볼 만하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올해 첫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조선업 특별고용지원 업종 인력수급 현황 및 지원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조선업이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수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조선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조선업체에 취업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선업 경기는 최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수주량은 126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보다 66.8%나 급증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되찾았다. 조선업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9월 3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최근까지 매달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조선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10만7629명으로 지난해 8월(10만4972명)보다 2657명 늘었다. 주로 경남 거제(825명), 전남 목포(792명), 울산(765명) 등 조선업체가 밀집한 지역에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거제와 목포, 전남 영암의 경우 최근 선박 건조량이 빠르게 늘면서 구인난을 호소하는 협력업체가 급증하고 있다”며 “1월 기준으로 신규 인력이 약 4400명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조선업으로 신규 인력이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조선업 구직자의 직업훈련수당을 1인당 월 2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거제시의 경우 자체 재원으로 월 6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어 직업훈련수당으로 월 1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거제와 영암 등에 조선업 실직자의 일자리를 알선하기 위해 설치한 ‘조선업 희망센터’의 지원 대상도 ‘조선업 퇴직자’에서 ‘지역 내 구직자’로 넓히기로 했다. 조선업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 일하다 퇴직한 실직자도 조선업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힌 것이다. 경남 창원에서는 구직자와 구인 기업들이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대규모 취업박람회(조선산업·로봇랜드 채용박람회)를 다음 달 17일 연다. 경남도와 고용부 창원지청이 공동 주최하는 이 박람회는 조선업체 20개를 포함한 150여 개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조선업 일자리 사정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실직자와 청년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올해 2월 전문대 정보기술(IT) 학과를 졸업한 김모 씨(23)는 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12월 경기 남양주고용센터를 찾아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했다. 내일배움카드란 정부가 직업훈련을 받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교 또는 대학의 졸업예정자나 취업준비생이 이 카드를 발급받으면 학원 수강료 등 직업훈련 비용으로 연간 200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남양주고용센터는 “예산이 부족해 일주일에 한 명만 선발한다”며 김 씨의 내일배움카드 발급을 거절했다. 카드 할당량이 많은 다른 센터에 가서 신청해도 된다는 말에 김 씨는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고용센터에서 가까스로 카드를 발급받았다. 김 씨는 이 카드로 강남의 한 직업훈련기관 교육을 신청해 18일부터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김 씨는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며 “카드 발급량이 고용센터마다 천차만별인데, 그 기준을 알 수 없어 교육을 받고 싶은 구직자들은 센터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력을 키워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려는 구직자들이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전국의 고용센터를 전전하는 ‘고용 난민’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고용 난민’으로 전락한 청년 구직자들 올해 2월 대학을 그만둔 박모 씨(20)도 웹사이트 개발을 공부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 남부고용센터를 찾아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했다. 센터 상담사는 “한 달에 3명밖에 안 뽑는데 요즘 신청자가 너무 많아 이 과정(웹사이트 개발)은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사는 “한 달간 아르바이트를 한 뒤 신청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근로자’로 인정받아 근로자 몫으로 할당된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근로자 대상 내일배움카드는 발급 물량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박 씨는 “교육을 빨리 받고 싶은데 아르바이트를 하라니 어이가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년들이 이처럼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기가 어려워진 것은 정부가 지난해 이 사업에 쓰일 예산을 충분히 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일자리 예산은 23조 원에 달한다. 이 중 내일배움카드 예산(고용보험기금)은 5900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집행된 내일배움카드 예산 7040억 원에 비해 1140억 원이 줄어든 것이다. 청년들의 신청 수요가 많고 호응이 좋았음에도 올해 예산을 줄인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당초 내일배움카드 발급에 5200억 원을 편성했다가 신청자가 급증하자 추가경정예산 1840억 원을 긴급 투입했다.○ 일자리 정책의 역설로 피해 보는 청년들 올해 내일배움카드 예산이 줄어들자 정부는 고용센터별로 사전에 할당한 인원까지만 카드를 발급하고 할당을 채우면 발급 요건을 갖췄더라도 전부 반려하도록 전국 고용센터에 지시했다. 이 때문에 고교나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은 우선순위가 있는 장기실업자들에게 밀려 카드 발급이 후순위로 밀리는 사례가 늘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실업급여 예산이 크게 늘어 고용보험기금으로 내일배움카드 예산을 더 확보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실제 정부는 올해 실업급여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조 원 늘린 7조1800억 원을 편성했다. 실업자를 위한 현금성 예산이 늘면서 능력을 키워 취업하려는 청년들이 피해를 보는 ‘일자리 정책의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컴퓨터 웹디자인 분야의 취업에 도전하고 있는 김모 씨(23·여)도 올해 1월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했지만 “7, 8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특히 상담사는 김 씨에게 “취업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반려 사유를 밝혔다. 김 씨는 “내 취업 의지를 누가 쉽게 평가할 수 있느냐”며 “합리적인 사유를 댈 수 없으니 취업 의지를 문제 삼는 것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쇼핑몰 사업을 해보려고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했다가 최근 거절당한 한모 씨(27)는 “왜 카드 발급이 거절됐는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취업에만 전념할 생각인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카드 발급을 거절당한 청년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달려가 100여 건의 청원을 올리며 내일배움카드 발급을 늘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파행과 관련해 연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8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73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조직이, 총파업으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조직이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사회 소외계층 대표들을 겁박하고 회유해 사회적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책임 있는 ‘내셔널 센터’(전국단위 노조 조직)라면 보여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노총은 전날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의 불참으로 무산되자 “(이들을) 겁박한 세력이 있다”며 그 배후로 민노총을 지목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민노총에 맹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이에 민노총은 “김 위원장의 연설은 심한 왜곡을 담고 있는 도를 넘은 행위”라며 “위원 3명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소외감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들에게 부담이 더해질까 두려워 (민노총은 위원 3명에게) 위로나 격려의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회적 대화를 두고 양대 노조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역시 민노총에 대한 ‘구애’를 접고 한국노총만을 대화 파트너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근로자위원 3명의 불참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을 의결하지 못하자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개편하기로 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비공개 본위원회를 연 뒤 “일부 위원의 불참으로 어렵게 마련한 소중한 결과물이 의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최고 의결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 대표 모두 과반수가 출석해야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현재 근로자위원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불참하면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등 4명이다. 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불참하면서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의결하지 못했다. 이에 경사노위는 노사정 대표 모두 과반수가 출석해야 한다는 경사노위법상 의결 규정을 고칠 계획이다. 다만 여야 합의가 필요해 당장 추진하긴 힘들다. 일단 경사노위는 11일 본위원회를 다시 열어 탄력근로제 합의안 의결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7일 불참한 근로자위원들이 참석할지는 불투명하다. 경사노위는 근로자위원 3명을 해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의 ‘승리?’ 경사노위는 이날 탄력근로제 의결 무산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자신들이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본위원회에 불참하기로 의견을 모은 근로자위원 3명 중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최근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의 설득에 마음을 돌려 참석을 결정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이날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본위원회에 참석해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갑자기 전날 밤 “주요 의제의 논의와 합의 과정에서 배제된 채 거수기가 되는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취약계층 대표자들이 참석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 이들을 겁박한 세력이 있다”며 그 배후로 민노총을 지목했다. 두 노조는 양대 노총 소속이 아닌 독립단체다. 실제 이들이 마음을 바꾸는 데 민노총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민노총 청년 조합원 등 325명은 탄력근로제 합의안 의결에 반대하는 ‘청년 노동자 선언’을 발표하며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위원들을 압박했다. 이어 민노총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은 같은 날 열린 총파업 집회에서 “경사노위 합의가 안 될 수 있다. (근로자위원) 3명이 불참하면 결정이 안 된다”고 이들의 불참을 사실상 주문했다. 결국 민노총의 집요한 ‘장외 압박’이 근로자위원들의 불참으로 이어졌다는 게 한국노총의 판단이다.○ 무기력한 한국노총 경사노위는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확대해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를 추가로 참여시켜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당초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는 조직 기반이 취약해 경사노위 논의 과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경사노위의 현재 의결 구조상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문 대통령의 노사정위 확대 공약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노동계 대표로 경사노위에 참여한 한국노총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위원 추천권을 가진 한국노총은 이들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민노총과 적극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을 경사노위에 참여시키기 위한 ‘당근’이었지만 사실상 민노총에 주도권을 내준 꼴이 됐다. 결국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마련하고도 민노총의 장외 압박에 무기력하게 당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전날까지 본위원회 참석을 설득하려 근로자위원들을 찾아다녔지만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

“총파업으로 노동법 개악(改惡) 막아내자!” 구호는 거창했지만 위력은 미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6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철회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집회 참가 인원이 민노총 자체 추산도 3000명에 불과했다. 1만 명이 참여한 지난해 11월 총파업 때와 비교하면 3분의 1로 쪼그라든 셈이다.○ ‘뻥파업’으로 끝난 총파업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이날 “적폐세력 끌어내리고 재벌 개혁 정부를 만들었더니 적폐청산은커녕 재벌 청부입법을 관철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민노총 지도부는 한국노총이 참여해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집중 공격했다. 하지만 집회 구호 소리는 주변에서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참가 인원 자체가 적은 데다 전국을 강타한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쓴 조합원이 많았던 탓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인원도 전국 30여 개 사업장에서 3200여 명에 그쳤다. 민노총 전체 조합원(자체 집계 약 99만 명)의 0.3%에 불과한 인원이다. 민노총이 올해 처음 벌인 총파업이 역대급 ‘뻥파업’으로 끝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총파업에는 현대자동차(600명)와 기아자동차(540명), 대우조선해양(400명) 등이 참여했지만 대부분 노조 간부들이어서 공장은 평소처럼 가동됐다. 이 회사 노조들도 사실상 총파업에 불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또 총파업에 참여한 나머지 사업장들도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 등 개별적 노사분규에 따른 것으로 총파업에 동참했다고 보기 어렵다. ○ “대화와 투쟁 모두 실패” 민노총의 이런 ‘뻥파업’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6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내건 ‘사회적 총파업’에는 약 2만 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11월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반대하는 총파업에는 약 9만 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이때도 7만7000명(85.6%)이 현대·기아차 소속이었고 그마저도 2시간 부분파업이었다. 민노총이 현 정부 들어 시도한 세 차례의 총파업 모두 ‘엄포’에 그친 것이다. 민노총 현 지도부는 ‘대화와 투쟁의 병행’을 내세우며 2017년 12월 출범했다. 경사노위 참여를 강하게 추진하는 동시에 강경 투쟁도 병행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강경파의 힘에 밀려 경사노위 참여는 좌절됐다. 그러자 곧바로 강경 투쟁으로 태도를 바꿨지만 민노총 조합원 대부분은 명분 없는 정치파업에 동참하기를 꺼렸다. 지도부가 전국을 돌며 파업 참가를 독려했음에도 조합원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민노총 내부에서도 지도부의 리더십이 붕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화와 투쟁 노선 모두 실패했다는 얘기다. 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의 한 조합원은 “지도부가 파업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동참하는 것은 철 지난 관행”이라며 “정부 정책은 무조건 반대하는 강경파와 지도부의 행태에 상당수 조합원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강경파의 힘에 굴복한 지도부가 현장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첫 총파업이 무위로 끝나면서 올해 예고한 나머지 3차례 총파업도 힘을 얻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7일 열기로 한 본위원회가 무산됐다. 근로자위원 일부가 본위원회 불참을 결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노동 의제의 최종 의결도 미뤄지게 됐다. 6일 정부와 경사노위에 따르면 근로자위원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7일 2차 본위원회 불참을 경사노위 측에 통보했다. 2차 본위원회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근로자위원 3명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본위원회에서는 안건을 의결할 수 없게 됐다. 경사노위법상 노사정 모두 절반 이상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를 채운다. 현재 경사노위 본위원회 위원은 노사정을 대표하는 위원 6명씩 총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근로자위원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불참하면서 5명뿐이다. 이 중 3명이 빠지면 과반수 출석이 성립되지 않아 안건 의결이 불가능한 것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불참을 통보한 근로자위원 3명을 만나 설득 작업을 했으나 이들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본위원회가 무산되면서 그동안 노사정이 합의한 안건들의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노사정은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 탄력근로제에 합의했으나 본위원회 의결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국회 입법 시한도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6일 경사노위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하는 데 합의했으나 이 역시 의결 과정을 거치지 못한 상태로 남게 됐다. 실업부조는 청년, 자영업자처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정부가 월 50만 원씩 최대 6월간 정액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근로자위원 3인의 불참 결정에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민노총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열린 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 3표가 불참하면 결정이 안 된다. 노사정 합의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의결은 할 수 없지만 예정대로 본위원회를 열지 검토 중이다. 다만 민노총과 연대하고 있는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이 5일부터 경사노위 대회의실을 점거하고 있어 회의를 열기가 쉽지 않다.박은서 clue@donga.com·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