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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1급 간부 인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을 찾아온 김규현 국정원장(사진)에게 “지금은 중대한 시점”이라며 “이렇게 (국정원) 내부에서 말이 나오면 안 된다”는 취지의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1급 간부 인사를 재가한 윤 대통령이 인사에 김 원장 측근 A 씨가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확인한 후 김 원장이 윤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7일 국정원 1급 간부 인사를 재가한 뒤 김 원장의 측근인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을 접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얼마 뒤 김 원장은 윤 대통령을 찾아가 인사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 일각에선 “김 원장이 사표를 들고 온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다만 당시 면담 때 윤 대통령이 김 원장 개인을 크게 질책하거나 문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내가 인사를 철회하는 것이 김 원장을 불신임하려는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이 불거지는 등 국정원 내부 상황에 대해선 깊은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중대 도발이 이어지고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외교안보 이슈가 산적한 시점에, 정보 최전선에 있는 국정원이 내부 문제로 시끄러워선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국정원 인사 문제 등과 관련해 국정원 안팎에서 관련 상황을 꾸준히 보고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2일 1급 인사 재가를 철회했다. A 씨의 과도한 인사 개입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이번 인사 번복 파동 전반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실과 여권 일각에서는 김 원장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조사 결과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김 원장 교체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尹, 김규현 면담때 “국정원 내부서 이렇게 말 나오면 안돼” 국정원 인사파동 경고대통령실 관계자 “외교관출신 金국정원공채 측근에 휘둘렸단 말도”金 “자리 연연안해”… 사퇴는 안밝혀윤석열 대통령의 경고 이후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은 측근에게 “대통령께서 오해하시는 부분이 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거취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선 김 원장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16일 “일단 진상조사를 통한 실체 파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보기관 내 특정 인사의 인사 전횡 의혹이 외부로 드러난 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그 내용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19∼24일 파리, 베트남 순방에 나서는 만큼 순방 출발 전에 국정원장 교체 문제 등을 검토하기엔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아직 김 원장을 대체할 국정원장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국정원 내부의 인사 잡음에 대한 문제가 지난해부터 수차례 제기됐던 만큼 이번 조사 결과에 A 씨의 전횡 의혹 등의 문제가 분명히 밝혀질 경우 김 원장 교체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외교관 출신인 김 원장이 국정원 공채 출신 측근인 A 씨에게 휘둘렸다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거듭된 인사 파동과 관련해 김 원장의 책임도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김 원장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지 신중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보 소식통은 “김 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비교적 두터운 편”이라며 “A 씨 등에 대한 징계나 문책 수준으로 일단락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간첩단 수사 등 정부 출범 뒤 국정원의 공도 적지 않은 만큼 김 원장을 내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김 원장을 교체할 생각이었다면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을 찾아온 김 원장을 만났을 때 교체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때 윤 대통령이 “불신임하려는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건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에 무게를 뒀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에서 돌아온 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김 원장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할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 소식통은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이 뚜렷이 확인되고 김 원장이 이를 방조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윤 대통령도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3급 이상 간부 150여 명을 직무 배제하거나 한직으로 배치한 데 이어 이달 인사에서 3급 이상 100여 명을 추가로 직무 배제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물갈이에 앞서 이달 국정원 1급 간부 7명에 대한 인사에 김 원장의 측근 A 씨가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 뒤 인사를 뒤집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자 인사 파동 책임 소재를 둘러싼 국정원 내부 충돌은 내전 수준으로 격화되고 있다. 인사가 철회된 보직에는 미국과 일본의 정보거점장인 정무2공사 두 자리, 대북공작 업무를 담당하는 국장이 포함됐다. 정보전쟁의 최전선인 미국과 일본, 북한의 핵심 보직 공백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며 혼란에 빠진 국정원에 대해 “이래선 안 된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담당 차장 패싱해 A 씨에게 인사보고” 주장도 이번 인사 파동의 핵심에는 김 원장의 측근 A 씨가 있다. 국정원 국내정치과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때 한직으로 밀려났던 A 씨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 원장이 추진한 ‘국정원 정상화’ 드라이브의 중심에 있었다. 외교관 출신인 김 원장이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A 씨에게 인사와 조직개편의 큰 그림을 맡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 인적 청산 차원에서 1급 간부 20여 명을 퇴직시킨 김 원장은 이달 초 국정원 1급 간부 보직 인사를 추진했다. 윤 대통령은 7일 인사를 재가한 뒤 A 씨 인사 전횡 의혹을 여러 경로로 접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들은 김 원장이 대통령실을 찾아가 인사 배경을 설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A 씨 관련 의혹이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5일 만인 12일 1급 7명에 대한 인사를 철회했다. A 씨는 지난해 3급 이상 간부 150여 명에 이어 이달 100여 명을 추가로 직무 배제하려는 물갈이 인사 과정 등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인사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한 간부들의 불만이 높아졌다고 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올해 3, 4월경 해외 정보파트장 인사 때도 인사 담당자가 담당 차장과 국장을 패싱하고 A 씨에게만 보고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A 씨가 지금은 원장의 지근거리에 있지 않은 보직인데도 원장과 장시간 독대하고 원장이 A 씨에게 모든 걸 맡긴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정보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이 때문에 A 씨를 통한 김 원장의 개혁이 국정원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 씨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 대통령실과 여권, 정보당국 인사들은 “김 원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미일-北 핵심 보직 공백 사태에도 내부싸움” 반면 김 원장과 A 씨 측 인사들은 “인사에 불만을 가진 반개혁 세력들의 반격이자 김 원장 흔들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협조했던 간부들을 물갈이하고 국정원을 바로 세우려는 과정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공작”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 파동을 “김 원장 반대 세력의 ‘인사 쿠데타’”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번 인사 파동을 ‘반개혁 세력의 반격’으로 보는 국정원 관계자들은 국정원 일부 고위 관계자들이 자신들이 미는 인물들을 민원했다가 인사에서 배제되자 원장과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북한 등 정보 최전선 핵심 보직에 사실상 공백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내부 싸움을 벌이는 국정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국정원은 경쟁자끼리 ‘내부 총질’을 하는 조직은 아니다”면서도 “인사에 탈이 나는 건 전혀 해당 분야 일을 안 해본 사람을 꽂아넣을 때”라고 지적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발언 논란을 계기로 중국의 고압적인 외교 언사와 태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는 강경 기조로 바뀐다. 중국 정부의 언행이 도를 넘는 등 ‘차이나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가 대중(對中) 정책 방향을 더욱 선명화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대중 관계 기조로 ‘국민 자존심을 세우는 외교’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12일 “중국의 고압적이거나 (한국을) 무시하는 언행을 이제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의) 색깔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중 감정이 치솟고 있는 배경에 문재인 정부 당시 보인 ‘저자세 외교’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국을 ‘높은 봉우리’라고 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민들 자존심이 무너졌고, 그게 중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변했다”며 “당당한 외교를 하면 반중 감정도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과 관련해 중국과 협의할 대상이 아니라며 특히 “사드 3불도 바꿀 필요가 있다면 안보적 필요성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공급망 핵심 품목과 관련해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디리스킹’(탈위험)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음극재와 같은 배터리 핵심 소재 등 중국 의존도가 특히 높은 품목들 현황부터 정밀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싱 대사에 대해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으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외교관은 주재국 내정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이 직접 특정 국가 대사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與 “오만한 싱하이밍 추방을” 韓총리 “외교관으로 부적절 행동” 당정 ‘中대사 발언’ 비판… 野 언급 자제박진 “모든 결과는 대사 본인 책임”與 “野, 中이라면 쩔쩔매는 DNA”野 “우리만 중국과 대결적 정책” “싱하이밍(邢海明) 대사는 상습적으로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여 온 사람이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국민의힘 김석기 의원) “미국, 유럽연합(EU)도 중국에 대해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해서 관계 조정하겠다는데, 우리만 중국과 대결적 언사와 대결적 정책을 쓰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12일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 여당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서 나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중국의 외교 행태를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 일본 일변도의 외교 정책을 펴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맞섰다.● 외교적 기피 인물 요구에 박진 “모든 결과 邢 책임” 여당 의원 중 첫 질의자로 나선 김 의원은 “이 대표가 일개 외교부 국장급에 불과한 주한 중국대사를 찾아가 15분간 지극히 무례하고 대한민국을 협박하는 내용의 발언을 듣고도 항의 한마디 안 했다. 이런 것이 굴욕적 자세 아닌가”라며 “민주당은 중국이라면 쩔쩔매는 DNA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도 “대사가 주재국을 향해 이렇게 무례하게 발언을 해도 되는 것인지, 빈협약과 외교 관례에 심히 어긋난다”며 싱 대사에 대한 외교적 기피 인물 지정을 언급했다. 정부도 결을 맞췄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싱 대사가)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과 같은 언사를 한 것은 외교관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싱 대사에 대한 외교적 기피 인물 지정 요구에 “외교부는 모든 결과가 대사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싱 대사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한중 관계 악화를 거론했다. 윤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진영외교, 가치외교를 내세워 과도하게 중국 러시아에 적대적인 언사를 해서 우리 경제와 기업에 부담을 준 건 사실 아닌가”라며 “그 결과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싱 대사가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확대는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과 비슷한 인식을 내보인 것. ● 대통령실 “邢, 한중 국가적 이익 해칠 수 있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싱 대사를 겨냥해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이 직접 주재국 대사를 강도 높게 성토한 건 이례적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싱 대사가 현재 한중 관계에서 플러스 요인인지 마이너스 요인인지 중국 측이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싱 대사 부임 이후 한국의 대중국 인식이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싱 대사 비판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한국 각계 인사들과 폭넓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이 싱 대사의 책무”라며 “그 목적은 중한 관계의 발전을 유지하고 추동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발언의 파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싱 대사가 고액의 접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싱 대사는 5월 경북 울릉의 한 고급 리조트 독채 풀빌라에서 일행과 1박을 했다. 싱 대사는 고가의 숙박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리조트를 운영하는 A사 관계자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피해자 유족을 위한 차량을 지원했는데, 중국인 유족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며 “중국대사관이 먼저 고맙다면서 감사패를 보내와서 우리도 답례 차원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싱 대사는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책과 관련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문제가 많다”며 장청강 주광주 중국 총영사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사관이 싱 대사 부임 이후인 2020년 4월부터 서울 용산구에 있는 공관원 숙소 부지를 사설 주차장으로 대여해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의혹에 대한 싱 대사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대사관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중국이 우리나라를 낮춰 보는 듯한 외교로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굉장히 큰 상처를 줬다. 앞으로 국민들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굴종적인 장면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 때부터 대중(對中) 관계에서 ‘당당한 외교’를 내세웠다. 다만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미국에 베팅한 것은 잘못”이라는 등 중국 정부 안팎에서 최근 논란 발언들이 잇따라 쏟아지자 정부는 더 강경한 기조로 중국 정책을 관리할 방침이다. 핵심 관계자는 “중국의 망언들로 악화된 현재 한중 관계에선 우리가 고개 숙이면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했다.● “미공개 中 당국자 비상식적 발언 많아” 정부가 ‘국민 자존심을 세우는 외교’ 기조를 선명하게 내세우기로 한 건 ‘차이나 리스크’가 본격화돼 이제 좌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판단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싱 대사의 이번 발언은 하나의 트리거(방아쇠)였을 뿐, 알려지지 않은 중국 당국자의 비상식적이고 고압적인 발언은 최근 더 많았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양국 관계가 비대칭적이었다고 보고 이를 바로잡고자 했는데, 중국 정부는 오히려 한국을 무시하는 언행의 수위를 높였다는 것. 정부는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 한 한중 양국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기 어려운 시점이 됐다고 보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의 자부심을 저해하는 (중국의) 정책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대중 관계에선 ‘상호존중’을 더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강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호존중’은 외교적으로 볼 때 말의 어감보다 상당히 강한 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중국과 ‘공동의 가치’로는 갈 수 없다”며 “‘공동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찾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不)’을 두고도 ‘당당한 외교’ 기조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사드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를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사드 3불은 물론이고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1한(限)’까지 한국 정부가 밝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것이 한중 정부 간 합의가 아니고, 앞으론 우리가 사드 관련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특히 핵심 관계자는 “사드 3불이 무효라는 설명은 중국에 할 필요도 없다”면서 “사드 3불도 바꿀 필요가 있다면 안보적 필요성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사드 추가 배치나 미국 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가능성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중 고위급 교류 제안에 中 회피” 정부는 ‘차이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탈위험)도 적극적으로 해나갈 방침이다. 중국과의 완전한 경제 분리를 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아니지만 중국의 공급망 교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험 관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 핵심 관계자는 “(첨단산업 소재) 핵심 품목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디리스킹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에 50% 이상 의존하면 굉장히 위험 부담이 큰 것”이라며 “중국의 공급망 운영이 언제든 시장 원리에 따라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같은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희토류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을 업데이트하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들로 공급망 다변화를 하는 방안까지 적극적으로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한중 고위급 교류와 관련해선 “열려 있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조다. 핵심 관계자는 “최근 제3국에서 중국 당국자를 만나 한중 고위급 소통 얘기를 꺼냈지만 (중국 당국자는) 미국만 언급하며 (대화 제의를) 회피했다. 기분이 나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 강화로 우리 입지를 넓힌 뒤 중국 관계를 다뤄 나가야 고위급 교류를 해도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외교부가 9일 싱하이밍(邢海明·사진)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招致·주재국 정부가 외교사절을 불러들여 항의성 입장을 전달)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전날(8일) 싱 대사는 자신의 관저를 찾아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서 “미국에 베팅한 것은 잘못”이라는 등 논란성 발언을 쏟아냈다. 외교부는 이런 싱 대사의 발언을 겨냥해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며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주한대사와 제1야당 대표 간 회동이 한중 당국 간 갈등으로 격화되고 있는 것.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로 싱 대사를 비공개로 불러 “주한대사가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며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이라고 지적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싱 대사의 발언을 두고 이날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중국에 저자세로 나가지 않는 ‘당당한 외교’를 공언해온 만큼, 하루 전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표현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이날 “싱 대사가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어 작심한 듯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데 이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전날 회동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이날 “(싱 대사와) 경제 문제나 안보 문제나 할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한국 정부, 정당 및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고, 양국 관계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공유하는 것이 싱 대사의 임무 중 하나”라며 “현재 한중 관계의 어려움과 도전은 중국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박진 “싱하이밍 ‘베팅’ 발언 도넘어”… 조태용 “상호존중이 기본” [美-中 갈등]당정대, 모두 나서 中대사 비판朴 “대사 역할, 우호 증진하는 것”외교부 “외교사절 본분 지켜야”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8일 만나 쏟아낸 발언들의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로 유감을 표명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여당은 싱 대사는 물론 이 대표까지 싸잡아 겨냥해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이런 정부의 대응은 이 대표가 싱 대사에게 한국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가운데 싱 대사가 15분가량 공개 발언을 통해 ‘도 넘은’ 표현으로 우리 정부를 성토했기에 당연한 반응이란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중국이 미중 갈등 속 최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불편하게 보는 만큼, 한중 간 이런 갈등 양상은 예견된 수순이란 분석도 있다. ● 박진, 싱 대사 발언 겨냥해 “도를 넘어”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비공개 초치했다. 정부 관계자는 “초치를 공개하지 않은 건 싱 대사를 나름 배려하는 조치”라면서도 “싱 대사가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장 차관은 이날 “싱 대사의 이번 언행은 상호존중에 입각해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바람에 심각하게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중 우호의 정신에 역행하고,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것임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지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싱 대사에게 “이번 언행 관련해 외교사절의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 모든 결과는 본인 책임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고도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후 싱 대사 발언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외교 관례라는 게 있다”면서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싱 대사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책연구기관 공동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국가 간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싱 대사의 전날 발언이 상호존중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국익을 중심에 두고 원칙과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한다”며 “중국과의 관계도 다를 바가 없다”고도 했다. ● 與 “이재명, 中대사 백댄서 자처”싱 대사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도 격화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싱 대사는 한중 간의 관계 악화 책임을 대한민국에 떠넘기는 발언을 하고 (한국 정부에) 노골적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이 대표를 향해선 “짝짜꿍하고 (싱 대사의) 백댄서를 자처했다”며 “항의하긴커녕 교지(敎旨)를 받들듯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고 성토했다. 앞서 싱 대표의 만찬 초대를 받았던 김 대표는 초청을 거절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증폭되자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만찬 자리에서) 경제·안보 문제나 할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이날 싱 대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홍익표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싱 대사가 훈계적으로 이야기할 만한 인품을 가진 분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노골적으로 한미 동맹 중심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중국 측 불편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만찬 기획 자체가 부적절했다”, “이 대표가 중국에 굴욕적인 한 방을 맞고 돌아온 것”이라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앞서 2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싱 대사의 관저 만찬 제안을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다만 한 장관은 이를 고사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일 관계 개선 등 외교관계 변수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던 만큼 신중하게 행동하는 게 옳다고 봐서 고심 끝에 정중히 거절했던 것”이라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함장님, 나가셔야 합니다.” 아픈 장병들이 첫 번째, 이등병들이 두 번째…. 마지막으로 장교들까지 퇴함했지만 그는 남겠다고 했다. 부하들의 거듭된 재촉에도 아픈 어깨를 연신 어루만지며 남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폭침당한 배와 함께. 한 병사는 함장님을 두고 가면 자신들이 죄인이 될 것 같다고 울먹였다. 그렇게 부하들의 설득 끝에 그는 배 밖으로 나왔다. 이날 구조된 58명 중 마지막으로. 최원일 당시 천안함장 얘기다. 2010년 3월 26일 밤. 104명의 승조원 중 46명은 천안함 폭침으로 깊디깊은 검은 바다에 묻혔다. 살아남은 최 함장은 몇몇 승조원들과 함께 배 곳곳을 훑었다. 끝까지 남은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함수에 생존해 있던 승조원들은 모두 구조됐다. 최 함장은 피격 당시 함장실에 있었다.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곳은 주로 병과 부사관이 생활하던 장소였다. 함장실은 문이 뒤틀렸지만 부하들은 소화기로 문을 부수고 최 함장을 구출했다. 부하들의 목소리를 들은 최 함장의 첫마디는 이랬다. “부상자가 얼마나 되나.” 수년이 흐른 뒤 최 함장은 한 생존 장병을 만나 이렇게 되뇌었다. “병사들이 있던 곳이 아닌, 차라리 함장실이 피격당했어야 했다.” 갑판병 출신으로 피격 당시 말년 병장이던 전준영은 전역을 한 달여 앞두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천안함 승선이었다. 이날 폭침으로 그는 동기 4명을 모두 잃었다.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전역 하루 전 그는 최 함장과 계단에 앉아 깊은 얘기를 나눴다. 평소 군내 부조리 등을 자주 묻고, 사병들이 얘기하면 누구보다 먼저 챙겨주던 이가 최 함장이었다. 계단에서 둘은 펑펑 울었다. 최 함장은 “혼자 전역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며 흐느꼈다. 최 함장은 천안함 폭침 전까진 ‘잘나가던’ 장교였다. 천안함 침몰 뒤엔 그의 군 경력도 침몰했다. 진급은 밀리고 한직을 전전했다. 10년도 더 흐른 2021년이 돼서야 그는 대령으로 진급과 동시에 군복을 벗었다. 전역 후 최 전 함장은 부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자책하며 숨어 살 듯 지낸 그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천안함의 명예를 억측과 허위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땐 일부 정부 인사가 천안함 도발을 ‘불미스러운 충돌’로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천안함 자폭’ 망언을 한 혁신위원장 해촉을 요구한 최 전 함장을 겨냥해 “무슨 낯짝으로 얘기를 한 것인가.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사과했지만 생존 장병들의 가슴엔 대못이 박혔다. 전준영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함장님이 아직도 저를 보면 ‘패잔병 아빠란 소리 안 듣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생존 장병 A 씨는 “함장님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의 함장님”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천안함의 경계 실패 책임을 지적할지 모른다. 백번 양보해서 표현의 자유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부하를 다 죽였다”는 발언은 다르다. 거대 야당의 입인 대변인이 그냥 툭 던질 수 있는 가벼운 말이 아니다. A 씨는 “그런 말이 우리를 죽인다”고 했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대북(對北) 소금 지원’과 관련해 경찰에 4월 초 수사를 의뢰했다고 6일 밝혔다. 국가 예산 지원을 받는 대북 지원 단체인 민화협은 이날 “수억 원의 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사정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민화협은 특히 “해당 문제와 관련해 당시 김홍걸 대표상임의장과 사업 담당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2017년 1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지냈다. 민화협에 따르면 2019년 김 의원은 대북 소금 지원을 위해 전남도로부터 5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았고, 실무 진행을 A업체에 총괄 위임했다. 이후 2022년 10월 A업체 대표가 사망했고, 민화협은 자체적으로 사업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소금의 소재 및 A업체 담당자가 불분명하고, 민화협 내 해당 사업 담당자의 사직 등의 이유로 내부 조사에 한계가 있어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민화협은 전했다. 사정 당국은 현재 A업체가 실제 소금을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김 의원과 A업체 관계자들의 계좌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대북(對北) 소금 지원’ 관련 경찰에 4월 초 수사를 의뢰했다고 6일 밝혔다. 국가 예산 지원을 받는 대북 지원 단체인 민화협은 이날 “수억 원의 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사정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민화협은 특히 “해당 문제와 관련해 당시 김홍걸 대표상임의장과 사업 담당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2017년 1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지냈다. 민화협에 따르면 2019년 김 의원은 대북 소금 지원을 위해 전라남도로부터 5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았고, 실무 진행을 A 업체에 총괄 위임했다. 이후 2022년 10월 A 업체 대표가 사망했고, 민화협은 자체적으로 사업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소금의 소재 및 A 업체 담당자가 불분명하고, 민화협 내 해당 사업 담당자의 사직 등 이유로 내부 조사에 한계가 있어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민화협은 전했다. 사정 당국은 현재 A 업체가 실제 소금을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김 의원과 A 업체 관계자들의 계좌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위직 자녀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을 조건부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국민적 비판이 워낙 거센 만큼 이번 채용 의혹에 한해 1회성 직무감찰이라는 전제 아래 수용을 검토하겠다는 것. 감사원은 1, 2일 연이어 선관위에 인사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데 이어 5일엔 감사 거부에 대비한 수사요구서 작성에 착수했다고 밝히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우리 잘못이 심각하고 국민적 공분이 크니 궁여지책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를 1회성으로 수용할 수도 있지 않냐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나온다”고 했다. 선관위는 2일 중앙위원회의에서는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조건부 직무감찰 수용 검토와 관련해 일부 선관위원 사이에선 “한 번 감찰을 수용하면 앞으로 둑 터지듯 계속 요구가 이어질 것” “내년 총선 때까지 계속 직무감찰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등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9일 새 사무차장 임명을 논의하는 중앙위원회의에서 감사원 직무감찰에 대한 공식 입장도 새로 밝힐 예정이다. 감사원은 이날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선관위의 채용 비리 등 부패행위에 대해 1, 2차 자료 요구를 했다”면서 “이와 관련된 감사 거부에 대해서는 수사요청서 작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끝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감사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압박으로, 감사원은 선관위가 9일 밝힐 입장을 지켜본 뒤 직무감찰 거부 방침을 재확인하면 바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긴급최고위에 이어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선관위의 감사원 직무감찰 수용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 9명의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설비를 이동시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위성발사체 ‘천리마-1형’ 발사에 실패한 직후 추가 발사를 예고한 만큼, 실패했던 새 발사장이 아닌 기존 발사장에서 이달 중 군사정찰위성을 쏴 올리려는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5일 미국의소리(VOA)는 민간 위성사진 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3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동창리 발사장에서 이동식 조립건물이 발사 패드 중심부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자 위성사진에선 이 이동식 건물이 발사장 서쪽에 위치한 발사대(갠트리 타워) 쪽에 있었는데 이번 촬영 결과 중심부 쪽으로 옮겨갔다는 것. 이동식 건물은 로켓을 조립하는 주처리 건물과 발사대 사이 140m 길이를 오가며 작업한다. VOA는 “북한이 2차 발사를 공언한 상황에서 서해위성발사장의 핵심 시설이 움직임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보도했다. 이동식 건물이 발사대에서 멀어지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관측된 것 자체가 발사를 위한 중요한 징후일 수 있다는 것.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도 “이동식 건물은 필요에 따라 수차례 레일을 오갈 수 있다”며 “어떤 이유로 이동했는지는 단정 짓기 어렵지만 추가 발사 징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정찰위성 발사 전 북한은 이동식 건물을 이번에 움직임이 포착된 기존 발사장은 물론이고 신규 발사장에서도 모두 발사대 쪽으로 이동시킨 바 있다. 이후 북한은 3km가량 떨어진 신규 발사장에서만 정찰위성을 쐈다. 이에 기존 발사장에 이동식 건물을 둔 건 위장 전술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 이번엔 기존 발사장에서만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실패한 신규 발사장이 아니라 기존 발사장을 추가 발사 장소로 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이번 이동식 건물 움직임도 위장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군 당국도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공언한 만큼 이달 중 다시 도발할 가능성을 비중 있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가족 찬스’ 채용 의혹 규명을 두고 감사원이 이미 두 차례 선관위에 전·현직 직원의 채용 실태 직무감찰을 위한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1차로 자료제출을 요구한 데 이어 하루 뒤(2일)에도 재차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인 것. 감사원은 선관위가 2차 자료제출에도 불응하고 버틸 경우 빠르면 9일 선관위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지난주 선관위에 2차례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상 ‘선관위가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선관위가 직무감찰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선관위는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나 국회 국정조사는 수용하더라도, 법적 근거와 전례가 없는 감사원 직무감찰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일단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에는 “법적 근거도 없고 전례도 없다”면서 거부 방침을 고수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2차례나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불응 시, 수일 안에 수사요청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이미 이날 오전부터 수사요청서 작성에도 착수했다. 수사요청서에는 주요 혐의로 “선관위 채용 비리 등 부패행위에 대한 감사를 거부했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수사요청서를 미리 작성해 두는 경우는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이번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직원 채용 관련 선관위의 비리 정황이 계속 불거진 가운데 신속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는 것. 감사원은 빠르면 9일 수사요청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선관위원들이 9일에 다시 모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그때 선관위원들의 판단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도 감사원 감사에 불응하는 방향으로 방침이 정해지면 바로 수사요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감사원 감사위원회가 1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사진) 관련 감사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감사위원들은 전 위원장에게 제기된 일부 의혹과 관련해 권익위에 ‘기관 주의’를 주기로 결정했다. 특히 감사원은 전 위원장이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과 관련한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 부당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해 감사결과서에 비중 있게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이르면 다음 주 공개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1일) 진행한 감사위원회 회의에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 7명이 모두 참여해 감사 결과를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의 최고 의결 기구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전 위원장의 부실한 근태 의혹, 갑질 직원에 대한 징계 감경 요청 과정에서의 부당 개입 의혹 등을 들여다봤다. 특히 감사원은 추 전 장관 아들에 대한 병역 특혜 의혹 수사가 이뤄질 당시 전 위원장이 권익위 유권해석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을 발견해 보고서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특히 보도자료 작성 과정 등에 전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있는 증언 등의 정황들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전 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이미 의뢰했다. 다만 감사위원회 회의에선 유병호 사무총장 등 감사원 사무처의 감사 결과를 두고 반대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 위원장의 근태 부실 의혹에 대해선 감사위원들 중 “문책이 과도하다”는 등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또 감사위원회에서 전 위원장의 주요 의혹들에 ‘개인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감사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전 위원장은 장관급 기관장으로 정무직인 만큼 애초 개인 책임을 묻는 게 의미가 거의 없다”면서 “보고서에는 전 위원장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목들이 다수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끝내 거부했다. 감사원은 즉각 반발하며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감사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선관위는 2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 뒤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관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감사 거부의 근거로 헌법 제97조에 따라 행정기관이 아닌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고,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에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하게 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선관위는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고, 이에 따라 (감사원)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는 수용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따라 선관위도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단 감사는 진행할 예정이고 곧 자료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감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선관위는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진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이날 퇴직자 4명의 자녀들이 아버지가 근무하던 지방 선관위에서 경력 채용된 사실도 드러나는 등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선관위 “헌법상 감찰대상 아냐”… 감사원 “감사원법상 대상 맞다” ‘자녀 특채’ 감사거부에 ‘강대강’ 충돌선관위 “헌법기관이지 행정기관 아냐”… 감사원 “감사원법 따라 감사 받아야”선관위 “국조-권익위 조사는 수용”… 與 “조사기관을 쇼핑하나” 비판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며,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2일 선관위 보도자료) “감사원법에 규정된 정당한 감사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2일 감사원 보도자료) 선관위의 ‘아빠 찬스’ 논란이 선관위와 감사원 간의 충돌로 치닫고 있다. 선관위는 2일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 강행 뜻을 거듭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선관위가 끝내 감사에 응하지 않으면 고발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여기에 국민의힘도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거부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할 기회를 걷어찬 것”이라며 강도 높은 국정조사를 예고했다.● ‘강 대 강’ 치닫는 양 기관 선관위는 이날 위원회의에서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는 성실히 받겠다면서도 감사원 감사는 거부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보도자료에서 법 조항을 열거하며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선관위는 헌법에 따라 행정기관이 아닌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고,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감사원의 인사 감사 대상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에 따르면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 관련 감사는 각 기관에서 실시하게 돼 있다”는 논리다. 선관위는 이런 결정이 선관위원 만장일치로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한 선관위원은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감사원 감사는 적절치 않다. 사실 욕먹을 각오하면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조사, 권익위 조사, 수사기관 수사는 모두 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전례가 남을 수 있는 감사원 감사만큼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 반면 감사원은 “선관위의 선거 관련 관리·집행사무 등은 기본적으로 행정사무에 해당한다”면서 “선관위는 선거 등에 관한 행정기관이므로 감사 대상”이라고도 반박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법 24조에 따르면 선관위는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법 24조에 따르면 감사원 감찰에서 제외되는 기관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밖에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논리다. 또 감사원은 선관위가 그동안 인사업무 부당 처리 등으로 감사원에서 직원 징계 요구도 받아온 만큼 이번 감사도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2016년과 2019년 인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선관위 직원에게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선관위의 감사 불가 결정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실제 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르면 다음 주 선관위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자료 제출에 불응하고 감사를 거부할 경우 선관위를 고발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선관위의 결정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 與 “선관위 감사 거부 권한 없어”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거부 소식에 여당은 “조사 기관을 쇼핑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선관위가 감사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 할 권한 자체가 없다”며 “터무니없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썩을 대로 썩은 선관위가 아직도 독립성을 부르짖으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것을 보면 선관위의 ‘독립성’은 부패를 위한 장식품에 불과했다”고 성토했다. 감사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선관위도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된다는 것이 현행 감사원법의 입법 취지”라며 “선관위가 말하는 헌법적 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해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내부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감사원법에 따라 감사원이 판단하는 것이지 선관위가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적인 기관이니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선관위가 고용세습을 하고 과거 ‘소쿠리 투표’ 등 선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데도 감사를 거절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지 않겠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3·9대선 사전투표 당시 불거졌던 ‘소쿠리 투표’ 논란에 이어 선관위와 감사원의 충돌이 재차 불거진 것. 선관위 관계자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전날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 승진 등 인력 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할 것”이라며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한 직무감찰을 예고했지만 선관위가 일단 선을 그은 것.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거부의 근거로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에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 관련 감사는 각 기관에서 실시하게 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당시 사전투표 투표함 관리 부실 논란 때도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선관위도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라며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감사원법 24조 3항에 따르면 직무감찰에서 제외될 수 있는 공무원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으로만 한정되는 만큼 선관위는 감찰 대상이란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선관위에 대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할 수 있는 곳은 감사원”이라며 “내일(2일)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연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결정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선관위원도 “2일 회의에서 감사원 감사 수용 등이 논의될 것”이라면서도 “선관위가 국회 국정감사는 수용한다고 했는데 감사원 감사는 거부하는 게 국민들이 보기엔 이상할 수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선관위 자녀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한 달간 집중 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국민권익위법에 의거한 실태조사권에 따라 단독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권익위와 선관위의 합동 조사를 희망했지만 권익위는 단독 조사 방침을 밝힌 것. 선관위 관계자는 “권익위는 공공기관 부패 방지를 위한 실태조사 권한이 있는 만큼 권익위 조사에는 협조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야도 선관위의 ‘아빠 찬스’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만나 국정조사 시점 등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31일 실패로 끝나면서 대통령실과 군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 다시 정찰위성 발사를 지시할지 주시하고 있다. 일단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이 이날 “가급적 빠른 기간 내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6월 안에 재정비해 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실패의 원인이 된 결함이 심각한 수준이거나 기상 상황 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발사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6월 11일 이전에 또 발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우리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정찰위성 발사를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에 하겠다고 국제사회에 통보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엔진 이상 점검 보완에 수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결함이 경미할 경우 조기 발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전했다. 정부 당국자도 통화에서 “북한이 정찰위성을 중대 과업으로 제시한 데다 이번 실패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6월 안엔 다시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추가 발사까지 수개월 걸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2012년 4월 ‘광명성 3호’ 위성을 쐈지만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이후 8개월여 뒤인 그해 12월 ‘광명성 3호-2호기’를 다시 발사해 위성을 궤도에 올린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발사는 과거보다 (발사 절차가) 좀 더 빨리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개·보수, 증축 등을 통해 위성체 조립, 발사체 탑재, 발사대 기립 등 발사 과정을 최대한 숨기며 발사 절차까지 단축했다는 것. 국정원은 “(한국의)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통상 20일이 소요되는 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새로운 동창리 발사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감행한 것도 (이번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했다고 유 의원이 전했다. 북한은 발사 2시간 반 만에 발사 실패 사실과 원인을 밝힌 입장을 발표했다. 국정원은 “발사행위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31일 실패로 끝나면서 대통령실과 군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 다시 정찰위성 발사를 지시할지 주시하고 있다. 일단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이 이날 “가급적 빠른 기간 내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6월 안에 재정비해 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실패의 원인이 된 결함이 심각한 수준이거나 기상 상황 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발사까지 수개월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6월 11일 이전 또 발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우리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정찰위성 발사를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에 하겠다고 국제사회에 통보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엔진 이상 점검 보완에 수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결함이 경미할 경우 조기 발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전했다. 정부 당국자도 통화에서 “북한이 정찰위성을 중대 과업으로 제시한 데다 이번 실패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6월 안엔 다시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추가 발사까지 수개월 걸릴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2012년 4월 ‘광명성 3호’ 위성을 쐈지만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이후 8개월여 뒤인 그해 12월 ‘광명성 3호-2호기‘를 다시 발사해 위성을 궤도에 올린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발사는 과거보다 (발사 절차가) 좀 더 빨리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개보수·증축 등을 통해 위성체 조립·발사체 탑재·발사대 기립 등 발사 과정을 최대한 숨기며 발사 절차까지 단축했다는 것. 국정원은 “(한국의)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통상 20일 소요되는 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새로운 동창리 발사장 공사가 마무리 안 된 상태에서 조급하게 감행한 것도 (이번 실패의) 한 원인”라고 보고했다고 유 의원이 전했다. 북한은 발사 2시간 반 만에 발사 실패 사실과 원인을 밝힌 입장을 발표했다. 국정원은 “발사행위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29일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자위함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욱일(旭日)’ 모양을 사용했다. 국방부는 “국제적 관례”라며 자위대기 게양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진 않을 방침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앞서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통상 외국 항에 함정이 입항할 때 그 나라 국기와 그 나라 군대나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다는 것으로 안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적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우리 관함식에 일본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함정을 파견한 전례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연습 함대 가시마함을 친선 차원에서 인천항에 입항시킨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관계 강화를 위해 해상 훈련은 필수”라고도 했다. 북한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대일(對日) 타격력까지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만큼 안보 협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호위함 등에 사용하는 “공식 자위대기는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라 욱일 모양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일본의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감아 주려고 하느냐.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이다음에는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날고 일본 병사들이 군사 훈련을 함께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한심한 주장이다. 원조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다. 두 정부도 국민 자존심을 짓밟은 건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8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 당시엔 문재인 정부가 자위대함의 욱일기 게양 자제를 요청하자 일본 정부가 “자국법과 국제 관례에 따라 욱일기를 게양해야 한다”며 불참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해군이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에 7년 만에 참가했다. 이때 한국 장병들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 호위함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국방부는 “국제 관함식에서 주최국 대표가 승선한 함정에 경례하는 건 일반적 관례”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기어코 우리 해군이 일본 욱일기에 거수경례를 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마기리함이 이번에 입항한 건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인데버23’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훈련엔 한미일과 호주 등이 참가한다. 훈련 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하마기리함 등 훈련에 참가한 함정들을 사열한다. 우리 국방부 장관이 자위대 함정을 사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29일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자위함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욱일(旭日)’ 모양을 사용했다. 국방부는 “국제적 관례”라며 자위대기 게양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진 않을 방침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앞서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통상 외국항에 함정이 입항할 때 그 나라 국기와 그 나라 군대나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다는 것으로 안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적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 관함식에 일본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함정을 파견한 전례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연습 함대 카시마함을 친선 차원에서 인천항에 입항시킨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관계 강화를 위해 해상 훈련은 필수”라고도 했다. 북한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대일(對日) 타격력까지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만큼 안보 협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일본 정부는 호위함 등에 사용하는 “공식 자위대기는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라 욱일 모양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일본의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감아 주려고 하느냐.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이다음에는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날고 일본 병사들이 군사 훈련을 함께 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한심한 주장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국민 자존심을 짓밟은 건가”라고 지적했다.앞서 2018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 당시엔 문재인 정부가 자위대함의 욱일기 게양 자제를 요청하자 일본 정부가 “자국법과 국제관례에 따라 욱일기를 게양해야 한다”며 불참한 바 있다.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해군이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에 7년 만에 참가했다. 이때 한국 장병들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 호위함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국방부는 “국제 관함식에서 주최국 대표가 승선한 함정에 경례하는 건 일반적 관례”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기어코 우리 해군이 일본 욱일기에 거수경례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하마기리함이 이번에 입항한 건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인데버23’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훈련엔 한미일과 호주 등이 참가한다.훈련 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하마기리함 등 훈련에 참가한 함정들을 사열한다. 우리 국방부 장관이 자위대 함정을 사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중국이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하는 등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된 가운데 중국이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와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과의 기술 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 반도체 판매 확대를 놓고 미중 양측의 압박을 받는 등 ‘낀 신세’로 인한 부담이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현지 시간)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서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을 만나 장관급 회담을 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안 본부장도 원론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는 양국의 반도체 협력을 특히 부각한 보도문을 27일 일방적으로 발표할 정도로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과의 ‘기술 협력’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우위에 있는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중국과 협력하는 것은 사실상 ‘기술 유출’이다. 더구나 미국 정부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상황에서는 협력 강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미중 반도체 갈등이 커질수록 한국 정부나 기업에 대해 “한쪽을 택하라”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대중(對中)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의 장기 유예 등과 관련한 한미 정부 간 협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빈자리를 메우라고 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마이크론 사태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을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 파트너로 보고 있어 이 관계를 해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정부는 현재 마이크론 대응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미국의 대응 움직임에서 이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내 반도체 판매 확대 여부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기업들이 상식에 가까운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이 미국을 핵심 시장으로 두고 있고, 미 의회까지 나서서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미국에 적대적인 판단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도 “(마이크론 문제가) 한미 정부 간 큰 쟁점이 되지 않도록 기업들 스스로 관리를 잘할 것”이라면서 “현 상황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충분히 판단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마이크론 사태 대응 관련 입장을 정부에 전하거나 정부 방침을 문의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복잡하고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 지면에 소화하지 못한 뒷이야기를 동아일보 정치부가 배달합니다. 냉정하고 치열한 외교안보 현안 속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사람 이야기, 알아두면 쏠쏠한 정보들까지. 때론 A컷보다도 눈에 띄는 B컷의 무대로 초대합니다.‘간첩단’ 사건이 화제입니다. (집권 여당 대표가 “종북 간첩단과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했으니 간첩단이라 쓰겠습니다) 이 지하조직은 창원,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활동했다고 합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최근 구속수감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직국장은 경기 평택·오산의 주한미군 기지까지 들어가 군사시설을 둘러본 뒤 사진을 찍은 혐의를 받습니다. 뉴스를 접한 시민들은 충격이란 반응입니다. 아직도 간첩이 있냐는 거죠.그럴 만도 합니다. 지나가다 마주칠 법한 누군가가 수시로 동남아 등지에 가서 선글라스를 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까지 받았다는 보도를, 2023년 지금 접하고 있으니까요. 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은 민노총 관계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국가보안시설 자료를 수집하라”는 등 다수의 북한 지령문까지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간첩단 뉴스를 접한 시민들 반응을 보면 정작 뜨거운 관심사는 또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질문. “그 점퍼는 대체 뭐냐.” 제 지인들도 국정원을 취재하는 필자에게 간첩단 실체보다도 오히려 그 점퍼의 실체에 먼저 관심을 보였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맞긴 하냐” 그럼 논란의 점퍼를 먼저 볼까요. ‘국가정보원’ 글씨가 또박또박 선명하게 적혀 있는 저 옷.우선 드는 궁금증. 저 점퍼를 입은 이들이 국정원 관계자가 맞긴 할까요. 제 지인 중 누군가는 사진을 보더니 대뜸 “‘국가정보원’이라 쓴 글씨체가 너무 촌스럽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빛의 속도로 “국정원 직원이 아니다”란 결론까지 내렸죠. 영화에서 본, 화려한 액션으로 무장한 국정원 직원을 떠올리니 글씨체와 매칭이 안 된다는 1차원적인 이유였습니다.결론부터 얘기하면, 그 판단이 무색하게 저들은 국정원 관계자가 맞습니다. 대중에게 저 점퍼가 각인된 건 최근 간첩단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부터입니다. 국정원 직원들이 민노총 거점 등 이곳저곳 압수수색을 할 때 저 점퍼를 입고 들이닥치니 자연스럽게 자주 노출된 거죠. 어쨌든 정답은 여기저기 사진에 찍힌 저 ‘점퍼맨’들이 모두 국정원 관계자란 겁니다.자, 여기서 생기는 다른 궁금증. 대체 국정원 직원들이 왜 대놓고 ‘국가정보원’ 글씨가 선명하게 찍힌 옷을 입고 다닐까요. 알다시피 국정원은 음지에서 일하는 곳이죠. 보안이 생명입니다. 국정원 원훈(院訓)마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입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바꿨지만 새 정부가 들어섰고 1년 만에 예전 원훈으로 원상복구 됐습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명함에도 ‘회사명(국정원 직원들은 스스로 회사원이라 부릅니다)’을 적지 않습니다. 신분을 위장하죠. 제가 아는 누군가는 국정원 ‘입사’ 후 지인들에게까지 알만한 A 대기업에 다닌다면서 신분을 숨겼습니다. 정부 부처들은 웬만한 직급까진 조직도를 모두 공개하지만 국정원은 원장과 1~3차장, 기조실장 정도만 이름을 밝힙니다. 차관급까지만 공개하는 거죠. 그만큼 보안이 철저합니다.● FBI는 입고, CIA는 안 입고 이런 국정원인데 왜 대놓고 ‘국가정보원’이라 찍힌 점퍼를 입었을까요. 학교 이름을 큼직하게 박은 듯한, 대학생들이 입을 법한 ‘과잠’같은 점퍼를.먼저 국정원 측에 문의했습니다. 공식적인 답변은 이랬습니다. “법 집행 현장에서 수사관과 일반인 사이 구분이 쉽지 않다. 수사관 얼굴이 언론에 생생하게 노출되는 보안성 취약 문제가 있지만 간첩·반국가사범을 체포·압수수색하는 현장에서 신속하고 엄격한 법 집행을 하고, 대국민 신뢰도 제고를 위해 유니폼을 착용 중이다. 선진 외국 수사기관인 미연방수사국(FBI)과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 사례를 준용해 유니폼을 제작·착용하고 있다.”국정원이 언급한 FBI 요원들의 경우 실제 ‘FBI’라 적힌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느 스릴러 영화 한 장면에서 본 것 같기도 하네요.반면 FBI와 함께 양대 정보기관으로 꼽히는 미 중앙정보국(CIA)은 어떨까요. CIA라 적힌 옷을 입고 등장한 영화의 주인공을 본 적이 있나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신분을 숨기죠.FBI, CIA 모두 정보를 다루는 조직인 건 마찬가진데 왜 다를까요. 국정원 관계자는 이 질문에 “FBI는 미국 내 수사에 초점을 맞춘 조직인 반면, CIA는 주로 해외 정보에 초점을 맞춘다”라고 했습니다. 수사 대상이나 범위, 영역이 다르기에 FBI가 찍힌 옷을 입은 요원은 있지만 CIA라 찍힌 옷을 입은 요원은 우리가 볼 수 없단 겁니다.그럼 국정원은 FBI에 해당할까요, CIA에 해당할까요. 정답은 둘 다입니다. 영역이 나눠진 미국, 영국과 달리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 업무를 사실상 모두 전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FBI나 영국 NCA처럼 국정원도 ‘국가정보원’이라 쓴 옷을 입는다는 게 국정원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그 점퍼, 언제부터 입었나나름 합당한 근거인 듯하죠? 그런데 이런 국정원의 점퍼 착용을 또 불편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 게시판이나 정치 유튜브 등을 보면 국정원을 겨냥해 온갖 조롱 섞인 추론이 난무합니다. 어떤 이들은 “없는 간첩을 있는 것처럼 만들려고 국정원이 점퍼를 새로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국정원이 일을 열심히 한다고 홍보하려고 굳이 입었다는 거죠. 또 경찰에 대공 수사권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조직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심지어 국정원이 미국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저러고 다닌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비판의 시작점은 대체로 “국정원이 이번에 저 점퍼를 처음 입었다”는 가설에 근거합니다. 국정원이 모종의 이유로 급하게 옷을 만들어 있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면서.여기서 또 궁금증. 국정원이 진짜 이번에 처음 저 점퍼를 급조해 입은 건 맞을까요.나름 취재에 열을 올렸지만 음모론의 실체를 밝혀줄 객관적 문서 등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신뢰할 만한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통해 저 점퍼를 처음 입은 건 윤석열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 때부터란 사실은 확인했습니다. 한 소식통은 “언제 처음 저 옷을 제작한 건 확실치 않다”면서도 “문재인 정부 때부터 저 점퍼를 입은 건 맞다”고 했습니다. 다른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 때 국정원 개혁을 한다면서 발칵 뒤집어 놓지 않았느냐”고 했습니다. 전 정부가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는 등 과정에서 ‘투명한 국정원’을 내세우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때 아예 국정원 이름이 적힌 옷까지 입게 된 것이란 얘기죠.정황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 때도 저 점퍼를 입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 점퍼를 처음 입었다 해도 요즘 훨씬 노출이 많이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국정원이 결국 모종의 의도를 갖고 노출 빈도를 요즘 급격히 늘린 것 아니냐는 의혹 역시 설득력이 완전히 없진 않다는 얘기죠.국정원 점퍼를 입는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긴 할까요. 일단 국정원 측은 “무조건 점퍼를 착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수사 대상,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을지 판단한다는 거죠. 바꿔 말하면 점퍼 착용을 판단하는 과정에 딱 정해진 기준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무튼 국정원은 이런저런 말들을 뒤로 하고 저 점퍼 교체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일단 한글로 쓴 기조는 유지할 걸로 보입니다. ‘국가정보원’ 대신 ‘국정원’으로 글자수를 줄이거나, 글씨체를 바꿀 가능성은 있다고 하네요.전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점퍼 착용에 대해 물었더니 대뜸 이런 말을 툭 던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간첩 수사 자체를 제대로 하긴 했느냐”고.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에 공을 들이다 보니 간첩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테고, 저 점퍼를 입을 일 자체가 없었을 거란 냉소입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적어도 대공 수사만큼은 국정원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일관되게, 또 우직하게 해나가야 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