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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몸은 건강하지만 상체가 무거워져 현장을 돌아다니기 어렵습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90·사진)이 1995년 2월 22일 장남인 구본무 부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주며 한 퇴임의 변(辯)이다. 창업세대인 허준구 LG전선 회장(작고), 구평회 LG상사 회장(작고), 구두회 호유에너지 회장(작고),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현 GS리테일 명예회장) 등도 이때 모두 고문으로 물러났다. 구 명예회장은 이임식 전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 2세 원로들을 모두 모아놓고 ‘나가자’고 말한 것은 아니다. 몇 사람에게 내 생각을 말했지만 강요한 것은 아니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형제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20년 전 구 명예회장의 통 큰 결단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당시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지인들에게 만 70세가 되면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고 결국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룹 총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일찌감치 경영권을 이양해 ‘승계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이다. 특히 1, 2세대들의 동반 퇴진으로 구본무 신임 회장을 비롯한 3세 경영인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LG가(家)는 구인회 창업주 이래 구 명예회장과 구본무 현 그룹 회장까지 모두 장남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다. 1969년 12월 31일 구인회 창업주가 타계하자 이듬해 1월 초 그의 동생인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작고)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자경 부사장을 제2대 회장으로 추대하자”고 제안하면서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런 삼촌의 모습이 구 명예회장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5년 1월 LG그룹과 GS그룹의 계열분리를 최종 승인했다. 구본무 회장이 1947년 이후 3대째 이어진 구씨 집안과 허씨 집안 간 동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것도 구 명예회장의 ‘무욕(無慾) 경영’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 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는 구인회 창업주의 뜻을 따라 LG와 GS는 같은 산업군 내 경쟁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평일에는 충남 천안연암대학에 머물며 소일을 하다 주말에는 서울 자택으로 올라온다. 이 대학은 1973년 그가 아버지의 호(연암)를 따 직접 설립한 곳이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구 명예회장은 지금도 활동에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국내 대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유독 많은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겪었다. 2000년 당시 정몽구 현대그룹 공동회장(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왕자의 난’과 2005년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작고)이 촉발한 ‘형제의 난’이 대표적이다. 금호가(家)와 효성가는 현재도 형제들끼리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반복되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2000년 당시 현대그룹은 정주영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아들인 정몽구, 정몽헌(작고) 형제의 공동회장제로 운영됐다. 정몽구 공동회장은 그해 3월 14일 동생 정몽헌 공동회장 측 인사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 회장으로 전보시켰다. 그러나 해외 출장 중이던 정몽헌 회장은 24일 귀국 직후 아버지를 찾아가 이 인사를 뒤집었다. 이어 정 명예회장이 27일 사장단회의에서 정몽헌 회장을 경영자협의회의 단독 회장으로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왕자의 난’은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 계열 분리로 결론을 맺었다. 두산그룹도 형제간 갈등을 겪었다. 2005년 7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새 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뒤 ㈜두산 명예회장으로 밀려난 박용오 전 그룹 회장이 강력 반발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현 두산그룹 회장) 등이 20년 동안 1000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냈다. 두산그룹은 박용오 전 회장을 공식 퇴출시켰다. 2009년 불거진 금호가의 형제 갈등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고 박인천 창업주가 일군 금호그룹은 현재 3남인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4남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쪼개졌다. 두 형제의 갈등이 표면화된 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연이은 인수로 유동성 문제가 생겨 2009년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박찬구 회장은 자신이 담당하던 금호석유화학을 살리기 위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여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 경영을 추진했다. 박삼구 회장이 즉각 반발했고, 이후 두 형제는 수년간 각종 법정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서로를 배임 등으로 고소한 2건의 형사사건도 여전히 검찰에서 조사 중이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와 갈등을 겪고 있다. 조현문 변호사는 2013년 3월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법률가로 새 출발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아버지, 형, 동생과 지속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승자 독식 구도’가 부른 결과 재계에서는 높은 상속세율과 증여세율 때문에 형제들에게 그룹을 나눠 물려주기 어렵다는 것을 빈번한 형제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제(稅制)상 형제가 비슷하게 회사를 나눠서 물려받기 힘든 구조여서 노른자위를 차지하기 위한 분쟁의 씨앗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또 승자 독식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모 아니면 도’ 식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경영 승계는 오로지 총수의 마음에 따라 정해진다”며 “아버지의 마음을 얻기 위한 형제간 다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성규·황태호 기자}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국제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이후 6년 간 국내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롯데쇼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30대 그룹 369개 계열사(지난해 기준 임직원 300인 이상)를 대상으로 2008~2014년 임직원 수 변화를 조사한 결과 235개 기업이 일자리를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235개사의 총 임직원 수는 2008년 말 69만9776명에서 지난해 100만3136명으로 30만3360명(43.4%)이 증가했다. 이들 중 임직원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롯데쇼핑으로 같은 기간 1만4536명이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1만3922명), 삼성전자(1만3183명), LG전자(1만81명) 등도 6년 사이 임직원이 1만 명 이상 늘어났다.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든 상위 30곳의 총 임직원 수는 2008년 37만9803명에서 지난해 66만3410명으로 18만1114명(47.7%)이 늘어났다. 상위 30개사를 대상으로 업종별 임직원 수 증가율을 살펴보면 전문과학기술 부문이 153.4%(4928명→1만2488명)으로 가장 높았다. 도매소매업(134.8%), 출판영상방송(126.0%), 여가서비스업(115.6%), 건설업(102.8%) 등도 모두 임직원 수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절대적 일자리 숫자가 가장 많았던 업종은 제조업(7만 7469명)과 도매소매업(4만2761명)이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삼성그룹의 보안서비스 및 건물관리 전문 계열사인 에스원이 동아일보와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 캠페인에 동참했다. 에스원은 전 임직원 6200명을 대상으로 휴가 사진 콘테스트인 ‘라라라 이벤트’를 열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네이버 밴드의 에스원 커뮤니티에는 이 회사 임직원들이 각 지역 맛집과 드라이브 코스, 관광 명소 등을 추천하고 있다. 육현표 에스원 사장(사진)은 “내수경기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자 이벤트를 마련했는데 임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워 놀랐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정유회사와 이동통신회사. 전혀 유사점이 없을 것 같은 이 두 산업에는 공통분모가 꽤 있다. 첫째,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둘째, 정부가 알뜰주유소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등 각종 정책으로 직접 시장에 개입한다. 셋째, ‘비싼 기름값’이나 ‘높은 통신요금’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기업들이 실적 자랑을 꺼린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거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올 상반기(1∼6월)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알래스카의 여름”(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같은 표현으로 ‘반짝 상승’임을 강조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올해의 정유사 실적은 안정적인 유가 흐름에 기인한 것인데 정제마진이나 원유 재고가치는 국제정세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중동의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들이 속속 마무리되면서 중동 원유로 석유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남겨온 ‘한국식 비즈니스 모델’에는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의 ‘겸손 모드’에는 또 다른 속내가 있다. 세제 혜택 문제다.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하는 원유에는 3%의 관세가 붙는다. 정유사들은 이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과 함께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도 생산한다. 정유 4사가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에 공급하는 나프타는 전체 수요의 절반 정도다. 정부는 2007년 1월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없앴다. 그러면서 ‘할당 관세’라는 제도를 통해 국내 정유사들이 나프타 생산에 쓴 원유에 대해서는 관세를 모두 환급해줬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 관세를 제로(0)에서 1%로 높였다. 이에 따라 정유 4사는 1100억 원 정도의 세금을 추가로 내게 됐다. 세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는 할당 관세를 추가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할당 관세를 내년에 3%로 높이면 2200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어서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정유사들이 표정 관리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정부는 할당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려 했지만 정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내는 바람에 1%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았다”며 “올해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세제 혜택 연장을 대놓고 주장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3% 관세를 물고 국내에서 생산한 나프타는 무관세 혜택을 받는 수입 나프타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정유사들로선 국내 공급량을 대거 수출로 돌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나프타를 해외에 수출하면 할당 관세와 무관하게 원유에 매겨진 관세를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정부가 2000억 원대 세수에 눈이 어두워 할당 관세에 손을 댔다가는 세수 효과도 못 보고 ‘나프타 수급 불균형’만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돈 잘 버는 정유사들이 과도한 세제 혜택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애초부터 국내 생산 제품에 대한 역차별이 존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당한 목적을 가진 정책이라고 꼭 좋은 효과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정부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알뜰주유소나 단통법만 보더라도 그렇다.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제침체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까지 겹치면서 내수 경기는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재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경제 5단체의 공동 캠페인인 ‘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각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역 상권 살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 재계가 국내 휴가 캠페인 주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22∼25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와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각각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하계 포럼’과 ‘대한상의 제주 포럼’을 열었다. 특히 참석 기업인들에게 최대한 가족과의 동행을 권장해 얼어붙은 지역 경기의 불씨를 살리는 데 기여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달 22일 회장단 긴급 회동을 열고 “회원사 임직원들에게 올해 여름휴가를 가급적 국내로 갈 것을 유도하고 지역 특산물도 선물하는 등 기업들의 소비 참여와 실천을 유도하겠다”고 말해 국내 휴가 캠페인에 시동을 걸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달 1일과 22일 각각 경기 양평군 화전마을과 강원 평창군 봉평5일장을 직접 찾아 ‘국내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캠페인에 솔선수범하고 나섰다. GS그룹과 두산그룹 총수인 허 회장과 박 회장은 각 회사 임직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국내 휴가를 독려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이달 초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에서도 국내 휴가는 가장 중요한 테마였다. 예년에는 7월 말∼8월 초에 집중됐던 임직원들의 여름휴가 일정을 앞당기는 한편 국내 여행을 권장하는 그룹 차원의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임직원들이 국내 휴가 시 사용할 수 있도록 전통시장 상품권 300억 원어치도 추가 구매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업장별로 주요 해수욕장 및 캠핑장에서 운영하는 하계 휴양소를 늘려 임직원들의 국내 휴가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 직원 및 가족도 이 휴양소들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GS칼텍스, 에쓰오일, 두산그룹 등 일부 기업들은 여름휴가를 2주일씩 가는 ‘집중휴가제’를 쓰도록 하고 있다. 임직원들에게는 리프레시의 기회를 주는 동시에 더 많은 이가 긴 휴가를 떠남으로써나 내수 살리기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도 직원들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도록 다음 달 중순까지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수련장을 운영한다. 임직원을 포함한 이용객들에게 숙박 및 편의 시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주말 저녁에는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도 개최하기로 했다.내수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 삼성전자는 내년 초 반도체 협력사들에게 지급할 인센티브 중 절반 정도를 24일 미리 지급했다. 나머지 절반은 원래대로 내년 초에 지급한다. 올해 초 지난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209억 원을 지급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1∼6월) 인센티브로만 142억 원을 지급했다. 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20일부터 열흘간 충북 괴산, 강원 평창, 경남 산청 등 10개 자매마을에서 생산된 각종 농산품을 사내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할인이 적용되는 차량(7월 출고분)을 사는 고객이 할인 금액의 110%에 해당하는 전통시장 상품권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100억 원어치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하고, 한국에서 주관하는 주요 사내 행사 및 회의도 늘리기로 했다. SK그룹은 지난달 25일부터 2주일간 전국 임직원을 대상으로 헌혈 행사를 벌인 뒤 참여 인원 1인당 10만 원씩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기부했다. LG그룹도 전통시장 상품권 70억 원어치를 구입해 직원들과 협력사에 지급했다. 협력사의 재정 부담을 분담하기 위해 6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조성해 무이자로 대출을 지원하기도 했다. LG화학은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 조건을 꾸준히 개선해 현재 하도급 대금을 100% 현금으로 지급하고, 지급 기한도 기존 60일에서 7일로 대폭 단축했다. 이 회사는 또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여수공장 인근 농가에서 쌀 500포대를 구매하는 등의 ‘로컬 푸드’ 운동을 펼치고 있다. 4대 그룹 외에도 아시아나항공과 인천공항공사, 롯데면세점 등이 최근 중국 여행사 사장단과 언론인 등 200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메르스 사태가 안정돼 가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린 바 있다. 이에 더해 대형 마트와 의류 브랜드, 화장품 업체 등 유통업계도 잇따른 할인 행사로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임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제철소 인근 전통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버스를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와 협력회사 임직원들이 이들 시장에서 단체로 식사하고 각 가정이나 회사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함으로써 내수 경기 회복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호텔신라, SK네트웍스 등도 메르스로 인해 급감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주요 경영진이 중국으로 직접 가 세일즈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부터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신라호텔에서 ‘제40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열고 있습니다. 3박 4일 일정 중 사흘째인 24일 주목을 끄는 강연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경영 2세가 말하는 기업경영, 이 생각 저 생각’이었습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부사장(36)은 “저는 2세가 아닌 4세”라고 소개하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박 부사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칸 국제 광고제, 뉴욕페스티벌, 클리오, D&AD, 원쇼 등 세계 5대 광고제에서 상을 받아 유명해졌죠. 그는 2006년 자신이 설립한 빅앤트인터내셔널이라는 광고회사 대표도 겸하고 있습니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5월 빅앤트가 선보인 콘돔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그는 제품명을 ‘바른생각’이라고 지은 것에 대해 “편의점에서 콘돔 사는 걸 부끄러워하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부사장의 노림수는 적중해 바른생각은 현재 국내 콘돔 판매 순위 4위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남충우 전 타워호텔 회장의 장녀인 남수정 썬앳푸드 사장(47)도 ‘톡톡 튀는’ 강연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남 사장은 1995년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 ‘토니 로마스’를 처음 국내에 도입하고(지난해 철수), ‘스파게띠아’와 ‘매드포갈릭’을 잇달아 성공시켰습니다. 그는 “그동안 시도한 사업에서 50% 정도만 성공한 것 같다”면서 “철수도 전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용준 삼진어묵 관리실장(32)은 3대째 이어 온 60년 전통의 ‘부산어묵’ 브랜드를 과감하게 버리고 2년 전 새로운 이름을 선택한 배경을 들려줬습니다. 전국 대다수 업체들이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어 브랜드 차별화가 가장 시급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삼진어묵은 2013년 말 45명이던 직원이 현재 4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는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어묵의 세계화까지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재벌 2세’라는 표현 속에는 가진 자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이 은연중에 존재합니다. 이날 강단에 선 세 사람처럼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2∼4세 경영인들이 많아진다면 그런 생각들이 조금은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산업용 3차원(3D) 스캐너를 개발한 씨메스는 3월 세계 3대 자동차 부품업체 중 하나인 독일 콘티넨탈 필리핀 공장에 1억 원어치의 부품 검사 장비를 수출했다. 성능에 만족한 콘티넨탈은 브라질과 루마니아 공장에도 씨메스 제품을 추가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씨메스는 지난해 9월 설립된 신생 업체. 거의 확정 단계인 국내 완성차 업체와의 납품 계약(7억 원 상당)을 포함하면 누적 수주액은 12억 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씨메스 직원은 4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말에는 15명까지 충원할 예정이다. 씨메스는 지난해 10월 1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전 SK창조경제혁신센터(대전센터) 1기 ‘드림벤처스타’에 선정된 10개 벤처기업 중 하나다. 이성호 씨메스 대표(40)는 “대전센터에서 사업계획 수립, 마케팅 및 영업 노하우, 자금 및 회계 등에 대한 컨설팅을 아낌없이 지원해 줬다”며 “그 덕분에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23일 대전 유성구 KAIST 나노종합기술원 9층 대전센터에서 10개 벤처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데모 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다음 달 9일 이곳을 나가는 1기 드림벤처스타들의 ‘졸업 작품전’이 열린 것이다. 행사에는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임종태 대전센터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입주 기업들은 10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 냈다. 입주 전 3억2000만 원에 불과하던 총매출액은 지난 열 달간 18억1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또 엑센 15억 원, 테그웨이 10억 원, 비디오팩토리 4억5000만 원 등 10개 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32억8000만 원에 이른다. 영상 자동 재생 플랫폼 제작 업체인 비디오팩토리는 5월 미래부 글로벌지원센터(KIC) ‘KIC 익스프레스 프로그램’에도 선발됐다. 황민영 비디오팩토리 대표(25)는 이후 3개월째 미국 실리콘밸리에 머무르며 투자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벤처기업들에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F50’ 시즌5 멤버로도 선정된 상태다. 이날 대전센터와 화상전화로 연결된 황 대표는 “최근 한 에인절 투자가의 투자 약속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10개 기업 임직원 수도 입주 당시 41명에서 현재는 71명으로 73% 늘어났다. 특히 충원된 직원들이 주로 20, 30대 연구개발(R&D) 인력이어서 기업들의 성장에 따라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나오고 있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김 의장은 “SK그룹의 진정성 있는 지원과 입주 벤처기업의 노력에 힘입어 대전센터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며 “SK는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창조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센터는 현재 2기 드림벤처스타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70여 개 지원팀 중 최종 선발된 10개 팀은 다음 달 말 대전센터에 입주할 예정이다.대전=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경기 회복은 반드시 올 겁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제까지의 폭발적인 성장이 아닌 저출산 고령화를 떠안은 저성장의 시대, 이른바 ‘뉴 노멀’의 시대일 수 있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22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제40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회사에서 이같이 전망하면서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뉴 노멀(New Normal)’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형성되는 새로운 경제적 기준을 말한다. 박 회장은 우선 200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핀 쉬들란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돼야 그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주체들이 움직인다”는 말을 인용하며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 정책들은 규제 개혁, 노동시장 선진화, 서비스산업 발전 등을 의미한다. 박 회장은 “연이어 일어나는 단기 이슈, 대립, 갈등으로 국가의 내일을 책임질 장기 어젠다들이 멈춰서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예기치 못한 충격이 오면 빠르게 합심해서 극복하는 것만큼이나 각자의 영역에서 일상의 삶을 지켜나가는 성숙한 대응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뉴 노멀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두 번째 과제로 사회 전 부문의 시스템 개혁을 꼽았다. 그는 “경제시스템을 선진화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그 시스템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제도와 관행, 의식과 문화가 저성장 경로에 진입한 국내 경제를 더욱 끌어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행사에서는 박 회장과 각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을 포함해 700여 명이 참석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장은 ‘미래와의 대화’라는 주제로 펼친 강연에서 “향후 15년 안에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5년 안에 전체 근로자의 40%가 프리랜서, 시간제 근로자, 1인 기업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제주포럼은 25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열린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삼성전자가 매년 초 반도체 협력사들에 한 차례 지급하던 인센티브를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상·하반기로 나눠 일부를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4일 103개 반도체 협력사에 142억 원 규모의 상반기(1∼6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22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반도체 사업장에 상근하는 제조, 건설, 환경안전 관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지금까지는 매년 초 전년도 사업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원래 내년에 지급해야 할 인센티브 가운데 절반을 7월에 조기 지급하고, 하반기(7∼12월) 인센티브는 내년 초에 집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경제 전체가 얼어붙은 만큼 내수경기가 되살아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인센티브 분할 지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협력사 인센티브는 2010년부터 시행된 ‘생산성 격려금’과 2013년에 도입한 ‘안전 인센티브’로 구성된다. 2011년 초에는 46개 업체(4865명)에 51억 원(2010년도 인센티브)이 지급됐지만 올 초에는 100개 업체(1만174명)가 209억 원(2014년도 인센티브)을 받아갔다. 이번에 지급되는 상반기 인센티브는 역대 가장 많은 업체와 직원(1만451명)들이 혜택을 본다. 금액도 1년 치의 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규모가 크다. 반도체 설비 유지보수 전문기업 나노원텍의 오세룡 대표는 “협력사 인센티브 제도 덕분에 우리 직원들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며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1년 새 38조 원(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올 1월 기업소득환류세제까지 도입했지만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 탓에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기업경영평가 회사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268개 계열사들의 3월 말 기준 사내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총 710조3002억 원으로 지난해 3월 말 672조624억 원보다 38조2378억 원(5.7%) 늘어났다. 조사에서 분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그룹은 제외했다.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삼성그룹으로 지난해 3월 214조7169억 원에서 올해 3월 232조6479억 원으로 1년 만에 17조9310억 원(8.4%)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년 대비 12조4964억 원(12.4%) 늘어났다. 두 그룹의 사내유보금 증가분(30조4274억 원)은 30대 그룹 전체 증가액의 79.6%를 차지한다. 여기에 SK, LG, 롯데의 사내유보금 증가액까지 더하면 총 38조6067억 원이다. 5대 그룹의 사내유보금 증가 규모가 30대 그룹 전체보다 큰 셈이다. 30대 그룹 중 1년 사이 사내유보금을 늘린 곳은 ‘톱5’를 포함해 21개 그룹이다. 전년 대비 사내유보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진(34.0%)이다. 반면 GS(―1.6%), 현대중공업(―10.9%), KT(―7.3%) 등 8개 그룹은 1년 전보다 사내유보금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부터 사업구조조정을 벌인 동부그룹(―24.0%)은 사내유보금 감소율이 가장 컸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새누리당 소속의 정갑윤 국회부의장(사진)이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다음 주 발의한다.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은 뒤 재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정 부의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상법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다”며 “23일 심사가 끝나면 이번 주에 의원들 서명을 받아 다음 주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엘리엇의 위협에 삼성물산이니까 살아남았지 일반 중소기업이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부가 유출되는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고 투기성 외국 자본에 대항할 방어 수단이 절실해졌다”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22일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을 계기로 투기성 외국 자본에 취약한 우리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경제선진국 수준의 경영권 방어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0년 3월 포이즌 필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국회에서는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정 부의장이 발의할 법안에는 기존 주주들이 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해 공격자의 지분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포이즌 필과 주식 종류별로 의결권 수에 차등을 두어 발행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행 국내 상법은 주주평등주의에 근거한 ‘1주 1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 부의장이 여당 내에서 공감을 얻어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을 밀어붙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야당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일부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경영진에게 차별화된 권리를 주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조언한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에게 의결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주주가 기업의 경영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최종적으로 떠안기 때문”이라며 “단기 투자자와 장기 투자자, 그리고 지배주주에 대해 의결권에 차별을 두어도 지배주주에 대한 부당한 우대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홍수영 기자}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강원 평창군의 전통시장을 찾았다. 허 회장은 22일 강원 평창군 ‘봉평 5일장’을 방문해 이 지역 특산물인 메밀로 만든 찐빵과 국수 등을 맛보고 특산품을 구입하면서 시장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허 회장은 앞서 동아일보와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 공동 캠페인을 시작한 직후인 이달 1일 경기 양평군 화전마을을 찾은 바 있다. 허 회장은 봉평장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기업들은 국내 관광을 살리기 위해 국내 여름휴가 보내기, 해외 고객 초청행사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들도 국내 휴가를 갈 때 봉평장처럼 개성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 색다른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봉평장에 도착하자마자 휴가용품인 밀짚모자를 사서 쓴 뒤 시장 군데군데를 둘러봤다. 봉평장의 마스코트인 황소 ‘천지’와 기념사진을 찍고,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이름을 따온 ‘허생원장터길’을 따라 이어진 음식점과 농산물 가게도 들렀다. 상인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국수틀을 누르며 메밀국수를 뽑고, 방앗간의 떡메 치기 체험도 이어졌다. 허 회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장터를 보니 옛 5일장에 다시 온 듯한 느낌”이라며 “봉평 특산물인 메밀로 만든 전병과 닭강정은 방문객들이 맛보지 않고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덕담도 건넸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안건이 양사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통합 삼성물산 경영진이 어떻게 구성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누가 이사회 의장이 될지가 핵심이다. 2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통합 삼성물산은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6명 등 11명으로 이사진을 꾸리기로 했다. 우선 사내이사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윤주화 사장, 건설·레저사업부문 김봉영 사장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최치훈 사장, 상사부문 김신 사장(이상 대표이사), 이영호 부사장(경영지원실장)으로 구성된다. 제일모직 사내이사였던 배진한 상무(경영지원팀장)는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통합 삼성물산은 사외이사도 기존 체제를 대체적으로 유지한다. 제일모직 사외이사였던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권재철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과 삼성물산 사외이사였던 이종욱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가 합병회사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대익 전 KCC 부사장은 3월 말 제일모직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다음 달까지만 활동하게 된다. 이번 합병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다. 이사진 구성은 17일 제일모직 임시주총에서 통과한 합병 안건에 포함돼 있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당분간 사업부문별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 기일인 9월 1일 각각 마지막 이사회를 개최한 뒤 해산하고 합병법인 등기일인 4일 이전에 통합 삼성물산의 첫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사회 의장도 이때 추대된다. 대표이사 4명 중에는 윤 사장이 가장 선배이긴 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최 사장의 의장 선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합병안이 통과된 17일 동반 급락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20일에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제일모직은 2.23% 떨어진 17만5000원에, 삼성물산은 3.38% 하락한 6만 원에 장을 마쳤다. 이로써 삼성물산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5만7234원)과 2766원(4.6%)밖에 차이가 안 나게 됐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정임수 기자}

“아침 해가 온종일 계속되진 않는다. 밤을 밝힐 등불을 준비하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63·사진)이 임직원들에게 2분기(4∼6월)에 거둔 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박 부회장은 20일 전남 나주시 나주로의 석유화학제품 생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1∼6월)에 지난해보다 개선된 성과를 창출했다”며 “그러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진 만큼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철저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2분기 매출액이 5조7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7% 많은 5634억 원을 기록했다. 2013년 3분기(7∼9월) 이후 7개 분기 만에 5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한 것이다. 박 부회장은 “이번 실적에는 에틸렌 수급 불균형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반영돼 있다”며 “올해가 끝났을 때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성과를 철저히 배제하고 얼마나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성장을 이뤄내려면 전 임직원이 한여름에도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의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이미지 혁신에 나선다. 이 부회장의 소통 이미지 강화, 그룹의 사회공헌 투자 확대와 더불어 중요한 추진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그룹 전 계열사의 주주 친화 정책 확대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무산될 뻔했던 아찔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19일 “우선은 삼성물산 ‘기업설명회(IR) 문화’부터 바꿀 것”이라며 “(통합 삼성물산이 도입할) 거버넌스위원회를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인수합병(M&A), 자산 취득 및 처분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심의한 뒤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그는 이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그 과정에서의 진통은 삼성그룹 전체의 체질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거버넌스위원회 설치에 동의한 것도 기업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바꾸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게 된 제일모직은 지난달 30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IR에서 통합 삼성물산의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거버넌스위원회 신설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담 조직 설치, 배당성향 확대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특히 사외이사 3명과 함께 거버넌스위원회에서 활동할 외부 전문가 3명 중에는 주주 추천 인사 1명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주주 친화 정책 발표에 대해 “엘리엇과의 분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그룹 내부에서는 ‘변화된 삼성’의 모습을 보다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계열사들로 거버넌스위원회 확대를 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각 계열사의 배당성향이 얼마나 높아질지도 관심거리다. 올 초 기업경영평가회사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배당성향을 조사한 결과 2013년 삼성그룹(45개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13.4%였다. 30대 그룹 평균인 22.5%보다 9.1%포인트가 낮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2년 5.2%, 2013년 7.2%, 지난해 12.5%로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15% 안팎이었던 2007년과 200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삼성그룹은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시너지를 최대한 내는 것이 이번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주주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길로 보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은 지난해 33조6000억 원이었던 매출액을 2020년 60조 원 수준으로 늘리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700억 원에서 4조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건설, 상사, 패션, 식음·레저 등 기존의 4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바이오사업 부문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내에서 전자, 금융과 함께 ‘3각 편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합병 법인은 양사 핵심 경쟁력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기존에 보유 중인 글로벌 사업 역량과 다각화된 사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에너지 등 미래사업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 기자}

삼성그룹이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수뇌부는 17일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임시주주총회 결과를 지켜보고 “삼성이 국민에게 큰 빚을 졌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적으로 소액주주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합병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빚을 갚아야 할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삼성은 그룹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프레지던트 아이덴티티(PI·최고경영자 이미지)를 사회와 소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우선 이 부회장이 다음 달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시작으로 사회와의 접점을 더 늘릴 계획이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국내 고졸 출신 기능인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사회와 소통을 늘릴 수 있는 상징적인 행사로 삼성 측은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이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무 시절이던 2009년 캐나다 캘거리를 직접 방문해 한국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삼성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계기로 다른 계열사들의 조직문화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수정하기로 했다. 특히 통합 삼성물산이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신설하기로 한 ‘거버넌스위원회’를 다른 계열사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김지현 jhk85@donga.com·김창덕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삼성그룹이 추진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작업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합병안이 17일 양사 주주총회를 통과해 두 회사의 최종 합병은 9분 능선을 넘게 됐다.○ 삼성그룹의 추가적 사업구조 재편 관심 시가총액이 34조 원에 이르는 통합 삼성물산은 9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통합 삼성물산 매출액을 지난해 33조6000억 원에서 2020년 60조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은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해외 인프라와 제일모직의 패션 및 식자재 사업이 만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돼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통합 삼성물산이 지분 51.2%(제일모직 46.3%, 삼성물산 4.9%)를 갖게 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는 내년 나스닥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삼성이 그린 밑그림에서 가장 핵심적인 축이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증권가 등에서는 이미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다음 작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발표된 직후 가장 설득력을 얻었던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SDS 간 합병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달 3일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공식 부인한 바 있다. 그러자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9.1%를 가진 삼성SDS와 삼성SDI를 합병시킬 것이라는 새로운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보험업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삼성그룹이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엘리엇의 장외공세 전망…주식매수청구권 관문도 남아 삼성물산은 합병안 통과에도 “아직은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엘리엇은 주총 직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발표해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이 주주행동주의의 방법으로 가장 즐겨 쓰는 방안은 소송이다. 엘리엇은 이미 삼성그룹에서 삼성물산 지분이 가장 많은 삼성SDI(7.4%)와 삼성화재(4.8%) 지분을 1%씩 확보하고 있어 ‘찬성표’를 던진 두 회사 이사진을 상대로 배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합병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지 않고 자체 결정을 내린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 7.12%는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엔 2.03%로 떨어진다. 그러나 다른 외국인투자가들과 연대해 ‘사외이사 파견’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또 엘리엇이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3% 이상으로 늘리면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권을 갖게 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의 마지막 관문은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다. 삼성물산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1조5000억 원을 넘으면 합병을 취소할 수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익 실현을 위한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삼성물산은 10.39% 급락한 6만2100원, 제일모직은 7.73% 내린 17만90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여전히 주식매수청구권 가격(5만7234원)보다 8.5% 높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인 다음 달 6일까지 지금 정도의 주가로만 버텨준다면 손해를 감수하고 이 권리를 행사할 주주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이날 엘리엇의 요구로 주총 안건에 오른 현물배당 관련 정관 개정안 2건 모두 참석 주주의 6000만 표 이상 찬성표를 얻었다. 합병안 반대표는 4033만2140주에 머물렀지만 이들 안건에 대해서는 2000만 주가 추가로 엘리엇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은 이 2000만 표 차의 의미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합병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주주들도 ‘주주 이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같은 뜻을 나타낼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게 윤 교수의 해석이다. 한편으로는 ‘애국심 마케팅’에 호소한 이번 삼성의 승리는 국민들의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백기사’를 자처한 데 이어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삼성의 편에 서면서 이뤄진 만큼 삼성그룹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이 더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논리 때문에 주주를 비롯한 기업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도와준 측면이 있다”며 “삼성은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새롭게 탄생하는 통합 삼성물산을 포함해 그룹 전체적으로도 투자 확대나 고용 창출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합병을 지원했던 사람들은 단기 이익을 노리는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들과 달리 삼성이라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삼성은 당장 합병회사 경영부터 잘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이런 믿음에 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정임수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진통 끝에 성사됐다. 9월 1일 출범하는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전환 중인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의 69.53%가 두 회사 간 합병안에 찬성했다. 합병안 통과를 위해 필요했던 66.67%(참석 주주의 3분의 2)보다 불과 2.86%포인트 많았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 1억5621만7764주 중 1억3235만5800주(84.73%)가 표결에 참석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안해 안건에 포함됐던 현물배당 관련 정관 개정안 2건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같은 날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생명 빌딩에서 열린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는 별도의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합병안이 통과됐다. 제일모직의 윤주화, 김봉영 사장과 삼성물산의 최치훈, 김신 사장은 주총 직후 공동명의로 낸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됐다”며 “이미 약속 드린 주주친화 정책도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이번 합병안 통과로 경영 승계를 위한 큰 산을 하나 넘게 됐다.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면 기존에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뤄져 있던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와 ‘삼성물산→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서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9%)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각각 5.5%) 등 총수 일가 지분이 30.4%에 이르러 경영권 위협도 적어졌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인 뒤 합병에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은 막판까지 외국인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을 설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엘리엇은 합병안이 통과된 뒤 “수많은 독립주주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러우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으로서는 합병안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엘리엇과 박빙의 표 대결을 벌이면서 많은 과제도 남겼다. 날로 힘을 더해가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로부터 언제든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을 계기로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기업들도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해외 투기자본에 대비한 기업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 기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사진)은 분기마다 그룹 전체 임원들과 모임을 갖는다. 허 회장은 이때마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예로 들어 그룹 전체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곤 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열린 3분기(7∼9월) 임원모임에서 허 회장은 안중근 의사의 말을 거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인무원려 난성대업(人無遠慮 難成大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래의 변화를 내다보고 우리의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전략적인 맥을 잘 잡아야 합니다.” 인용구는 안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글이다. 이로부터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낸 것이다. 허 회장은 “모든 것을 잘하겠다는 것은 모두 다 적당히 하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우리의 현재 역량을 냉철히 분석하고 평가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할 분야와 축소하거나 버려야 할 분야를 가려내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 회장은 내수 활성화 캠페인 동참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올해 하계휴가는 국내의 멋진 명소를 찾아 보내는 것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위축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할 좋은 방법”이라며 국내 휴가를 독려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