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상속세-승자독식 구도, 경영권 분쟁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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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형제다툼’ 잦은 이유는

국내 대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유독 많은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겪었다. 2000년 당시 정몽구 현대그룹 공동회장(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왕자의 난’과 2005년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작고)이 촉발한 ‘형제의 난’이 대표적이다. 금호가(家)와 효성가는 현재도 형제들끼리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 반복되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2000년 당시 현대그룹은 정주영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아들인 정몽구, 정몽헌(작고) 형제의 공동회장제로 운영됐다. 정몽구 공동회장은 그해 3월 14일 동생 정몽헌 공동회장 측 인사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 회장으로 전보시켰다. 그러나 해외 출장 중이던 정몽헌 회장은 24일 귀국 직후 아버지를 찾아가 이 인사를 뒤집었다. 이어 정 명예회장이 27일 사장단회의에서 정몽헌 회장을 경영자협의회의 단독 회장으로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왕자의 난’은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 계열 분리로 결론을 맺었다.

두산그룹도 형제간 갈등을 겪었다. 2005년 7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새 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뒤 ㈜두산 명예회장으로 밀려난 박용오 전 그룹 회장이 강력 반발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현 두산그룹 회장) 등이 20년 동안 1000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냈다. 두산그룹은 박용오 전 회장을 공식 퇴출시켰다.

2009년 불거진 금호가의 형제 갈등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고 박인천 창업주가 일군 금호그룹은 현재 3남인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4남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쪼개졌다. 두 형제의 갈등이 표면화된 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연이은 인수로 유동성 문제가 생겨 2009년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박찬구 회장은 자신이 담당하던 금호석유화학을 살리기 위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여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 경영을 추진했다. 박삼구 회장이 즉각 반발했고, 이후 두 형제는 수년간 각종 법정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서로를 배임 등으로 고소한 2건의 형사사건도 여전히 검찰에서 조사 중이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와 갈등을 겪고 있다. 조현문 변호사는 2013년 3월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법률가로 새 출발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아버지, 형, 동생과 지속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 ‘승자 독식 구도’가 부른 결과

재계에서는 높은 상속세율과 증여세율 때문에 형제들에게 그룹을 나눠 물려주기 어렵다는 것을 빈번한 형제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제(稅制)상 형제가 비슷하게 회사를 나눠서 물려받기 힘든 구조여서 노른자위를 차지하기 위한 분쟁의 씨앗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또 승자 독식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모 아니면 도’ 식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경영 승계는 오로지 총수의 마음에 따라 정해진다”며 “아버지의 마음을 얻기 위한 형제간 다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성규·황태호 기자
#상속세#승자#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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