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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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29~2025-12-29
문화 일반52%
문학/출판23%
연극13%
교육3%
무용3%
산업3%
학술3%
  • 몽환적 소재… 클래식… 지극히 ‘하루키스러운’

    지극히 ‘하루키스러운’ 모든 것을 망라했다. 12일 국내 출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68)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1, 2권·문학동네·사진)는 책장을 펼치는 순간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이야기 전개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몽환적 요소, 클래식 음악과 술, 문학의 향연에 이르기까지 ‘하루키 코드’가 집약된 작품이다. 무명 화가인 주인공은 친구 아버지(아마다 도모히코)가 쓰던 산속 아틀리에에 머물다 유명 화가인 도모히코가 그린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를 우연히 발견한다.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묘한 사건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들이 촘촘히 직조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도모히코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할 당시 학살을 벌이는 나치에 저항하고, 그의 피아니스트 동생은 강제 징집돼 난징대학살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살상을 저지른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등 역사적인 사건도 소환했다. 방황하고 부서지면서도 부조리한 사회에 자기만의 방법으로 맞서는 인간의 의지를 담아낸 것. 일본 우익 세력이 난징대학살의 참상을 묘사한 것을 비판하자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하루키는 올해 4월 아사히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는 국가의 집합적 기억이기 때문에 과거의 일로 잊어버리거나, 슬쩍 바꿔치거나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책임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사단장…’은 묵직한 울림을 자아내지는 않지만 확실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이다. 호기심을 점점 고조시키며 이야기의 숲으로 이끄는 저자의 솜씨는 여전하다. 아내에게 갑자기 이혼 통보를 받은 주인공이 그 충격으로 방황하며 여행을 떠나고, 아틀리에에서 LP로 멘델스존 푸치니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시바스리갈을 마시는 등 하루키가 즐겨 사용했던 감각적 장치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장석주 시인은 “미스터리, 예측 불가능의 카오스 상태 속에서 우연한 만남, 낯선 여자와의 섹스 같은 코드가 반복되는 등 이전 작품에 대한 오마주의 흔적이 산포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1Q84’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인 ‘기사단장…’은 출간 전부터 국내 서점가를 강타했다. 6월 30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밀려드는 주문에 문학동네는 출간 전에만 30만 권(15만 세트)을 찍었다. 염현숙 문학동네 대표는 “예약판매 기간에 30만 권을 인쇄하는 건 문학동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올해 2월 일본에서 출간될 당시 130만 권을 제작해 화제가 됐다. 세 권짜리인 ‘1Q84’는 국내에서 200여만 권(약 67만 세트)이 판매됐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소설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가운데 ‘기사단장…’은 상당 기간 선두를 꿰찰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사단장…’은 선인세를 둘러싸고도 화제다. 출판계에서는 선인세만 30억 원에 이른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문학동네는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일본 에이전시로부터 문학 전문 출판사로서의 실적, 작품의 경향, ‘1Q84’ 판매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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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이여, 냉혹한 세상에 펀치를 날려라

    스페인에서 돈을 벌기 위해 밀항하다 붙잡혀 폐인이 된 연인을 데려오는 세네갈 여성 파투, 자기중심적인 남자 친구에게 얽매이길 거부하고 홀로 아이를 낳는 프랑스 여성 유진, 내전이 일어나자 의지할 곳 없는 친구를 데리고 버텨내는 라이베리아 여성 마리. 9개의 단편 소설과 1개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에는 거친 파고에 맞서 단단하게 생의 끈을 부여잡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우연’ ‘타오르는 마음’ ‘아프리카인’ 등으로 유명한 저자는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후 3년간 집필한 작품을 모아 이 소설집을 펴냈다. 여성을 비롯해 또래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남성, 테러에 희생된 여인의 배 속 태아 등 소외된 존재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저항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니스와 나이지리아 등에서 자랐고, 중남미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한 저자의 열린 태도는 글 속에 진하게 녹아 있다. 세네갈, 라이베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내전과 식민 지배, 가난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현실이 정교하게 묘사된 가운데 오래된 나무에 영혼이 깃들어 있고, 독수리, 하이에나가 사람을 지켜준다고 믿는 아프리카인의 세계관도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중반을 향해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야마 나무’는 참혹한 살인과 겁탈이 난무하는 내전 속에서 펼쳐지는 여성 간의 끈끈한 연대를 밀도 있게 그렸다. ‘빛나는 작은 돌멩이’에 불과한 ‘피의 다이아몬드’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고발하고, 인명 구조를 할 때마저 피부색에 따라 차별하는 유엔군의 행태도 꼬집는다. ‘L.E.L. 마지막 날들’은 가나를 지배하는 영국인 총독과 아내 러티샤, 총독의 가나인 현지처 아두미사 간에 벌어지는 긴장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다만 총독에게 버림받은 아두미사의 저주가 러티샤를 향하는 대목은 유럽 남성 중심적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저자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개연성이 충분히 있는 설정이지만 러티샤 역시 식민지에서 현지처를 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남성들의 이기적인 욕망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린 듯하지만 세상을 향해 보란 듯이 우뚝 서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는 온기가 스며 있다. 욕망을 채우는 데 급급한 남성에게 펀치를 날리고 홀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여성에게 응원을 보낸다. 생명을 품어내고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에 대한 경외감도 숨기지 않는다. ‘발 이야기’에서 임신한 유진이 진통을 느끼며 하는 생각에는 여성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명료하게 투영돼 있다. ‘바로 내가 나에게로 오는 중이다. 나는 다른 누구일 수 없고,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없다.’ 원제는 ‘Histoire Du Pied Et Autres Fantaisies’.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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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과 귀가 즐거운 주말]영화 스파이더맨: 홈 커밍 外

    ■영화스파이더맨: 홈 커밍(사진)감독 존 와츠. 출연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키턴, 젠데이어 콜먼. 5일 개봉. 12세 이상.완성형이 아니라서 더 매력적인 ‘고등학생’ 스파이더맨. ★★★★☆그 후감독 홍상수. 출연 권해효, 김민희, 김새벽, 조윤희. 6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시간이 흐를수록 또렷해지고, 또 희미해지는 묘한 이야기. ★★★★재꽃감독 박석영. 출연 정하담, 장해금, 정은경. 6일 개봉. 12세 이상.박석영 감독 ‘꽃 3부작’의 따뜻한 마무리. ★★★■공연 뮤지컬 ‘시카고’ 내한공연(사진)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살인을 저지른 벨마, 록시는 변호사 빌리와 손잡고 언론을 이용해 무죄 선고를 받아내려 한다. 관능적인 춤과 블랙 유머가 정교하게 직조된 무대. 2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4만∼14만 원. 02-577-1987 ★★★☆연극 ‘킬 미 나우’지체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느라 자기 삶을 포기한 제이크는 병마가 덮쳐오며 일상이 무너지자 극단적인 결심을 한다. 인간의 존엄, 고통, 사랑의 의미가 진하고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 이석준 이승준 윤나무 신성민 등 출연. 1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2만∼5만 원. 02-766-6007 ★★★☆■클래식김선욱&드레스덴 필하모닉고풍스러운 음색이 특징인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사진)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20만 원. 02-3463-2185젊음의 열정과 고독한 노년의 조화.♥♥♥♥(두근지수 ♥ 5개 만점)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번째 시리즈로 호르니스트 김홍박의 협연으로 호른 협주곡도 무대에 오른다. 13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1만∼3만 원. 032-625-8330흔치 않은 호른의 협연 무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최수열 객원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조합으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1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6만 원. 02-523-6258이상적 조합에 윤이상의 음악까지. ♥♥♥♥■콘서트 이승열한국을 대표하는 모던 록 싱어송라이터가 오랜만에 펼치는 무대. 7일 오후 8시, 8일 오후 5시 서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6만6000원. 02-3444-9989최근 낸 6집 ‘요새드림요새’ 수록곡들을 처음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자리.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VI 인 서울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한자리에서 펼치는 릴레이 공연. 8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 11만 원. 02-323-8500강타 보아 유노윤호 트랙스 선데이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루나 엑소 이동우 제이민 헨리 레드벨벳 NCT127 NCT드림. ♥♥♥♥}

    •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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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사랑의 추억, 맑은 수채화처럼 풀어내

    맑은 수채화 같다. 창작 뮤지컬 ‘리틀 잭’은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밴드 ‘리틀 잭’의 보컬인 잭이 세상을 떠난 첫사랑 줄리에 대한 기억을 잔잔하게 풀어간다. 극은 소극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잭은 펑크를 낸 피아노 연주자를 대신해 온 줄리를 본 순간 곧바로 사랑에 빠져든다. 미국에 사는 줄리는 몸이 아파 요양하기 위해 영국에 온 것. 대기업 오너인 줄리 아버지의 강한 반대로 두 사람은 소식도 모른 채 헤어지지만 결국 다시 만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추억을 쌓아간다. 줄거리는 옥경선 작가가 황순원의 ‘소나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충격적인 소재와 화려한 볼거리가 넘치는 작품들 속에서 ‘리틀 잭’은 기름기를 걷어내고 인공 감미료 없이 담백하게 맛을 낸 음식을 마주하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잭과 줄리가 설레는 마음으로 가만가만 이어가는 대화는 처음 사랑을 시작한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귀에 쏙 들어오는 참신한 대사는 없지만 그래서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을 은은하게 채색하는 건 음악이다. ‘마이 걸’을 포함한 주요 넘버는 아무 계산 없이 사랑했던 푸르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잭과 줄리가 함께 부르는 풋풋하고 보드라운 멜로디는 한동안 귓가에 맴돈다. 배우들의 편안한 연기는 관객을 작은 콘서트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여름날 소나기처럼 싱그러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정민 김경수 유승현 김지철 등 출연. 8월 20일까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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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마골소극장, 부산 기장군에 다시 문열어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산실이었지만 폐관됐던 가마골소극장(사진)이 7일 부산 기장군 일광면에 다시 문을 연다. 가마골소극장은 1986년 부산 광복동에 둥지를 틀었고 이후 중앙동, 광안리, 거제동으로 옮긴 후 2012년 문을 닫았다. 연희단거리패는 일광면에 120석 규모의 가마골소극장을 만들어 재개관하고, 이를 기념해 7일부터 23일까지 신파극 ‘홍도야 울지마라’를 공연한다. 연희단거리패의 젊은 단원이 주축이 된 극단 가마골이 상주극단으로 활동한다. 극단은 이윤택 조인곤 김하영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가마골소극장이 있는 6층 건물에는 목로주점 ‘양산박’, 1970년대 클래식 다방을 재건한 ‘카페 오아시스’와 북 카페 ‘책 굽는 가마’가 들어선다. 도서출판 도요와 연희단거리패 아카이브도 마련된다. 가마골소극장 대표를 지낸 고 이윤주 연출가를 추억하는 이윤주 기념관도 있다. 가마골소극장은 문학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수요 문학의 밤’, 인문학과 예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마골 시민문화강좌’, 북 콘서트 형식의 ‘맛있는 책읽기’ 등 각종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가마골소극장과 안데르센극장(부산 기장군)에서는 15일부터 8월 6일까지 제1회 기장세계아동청소년연극축제를 연다. 미국 독일 프랑스 멕시코 베트남 한국 등 6개국의 극단이 참여해 모두 11개 작품을 공연한다. 051-723-0568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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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5년 만주… 민중의 치열한 삶 생생하게 복원”

    1945년 광복 직후 만주. 조선인들은 가난과 전염병에 시달리며 조국으로 돌아갈 기차를 간절히 기다린다. 일본군 위안소를 탈출한 명숙은 지옥을 함께 건넌 일본인 여성 미즈코를 벙어리 동생으로 속여 조선으로 데려가려 한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5∼30일 공연되는 배삼식 극작가(47)의 신작 ‘1945’다. 김정민 이애린 김정은 박윤희 등이 출연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그는 “1945년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의 뿌리가 된 해이고, 만주는 조국에서 내몰린 이들이 2등 국민으로 살아야 했던 공간이다”고 말했다. 그는 “관념적인 상태로 머물러 있는 이 시공간에서 구체적인 욕망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갔던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불러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열하일기만보’ ‘하얀 앵두’ ‘3월의 눈’ ‘먼 데서 오는 여자’로 동아연극상, 대산문학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쓴 배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1945’에서는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가차 없이 버리려는 이가 있고, 내 한 몸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도 타인을 보듬어 안고 가려는 이도 있다. 작가는 이들 한 명 한 명의 삶을 치열하게 묘사하지만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개개인의 삶에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에요. 인간을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인 욕망을 쉽게 긍정하거나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시각은 분노와 혐오가 넘치고, 생각이 다른 이에게 즉각 옳고 그름의 칼날을 들이대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그의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1945’는 시간과 공간적 배경은 물론이고 인물의 캐릭터도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명숙은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는 당찬 여성으로 그렸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봐왔던 위안부 피해자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명숙은 지옥에서도 버티며 삶에 대한 의지와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인물이에요. 다른 이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요. 명숙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인간의 존엄을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극에서 명숙은 “산 사람은 뭐 영영 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언제든 한 번 가는 건 마찬가지지. 결국엔 혼자 가야 하는 건데, 뭐”라고 읊조린다. 암 투병을 하다가 5월 세상을 떠난 아내 이연규 배우를 지켜보며 쓴 대목처럼 느껴졌다.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아내가 많이 아파 힘들어할 때 무서운 꿈을 꿨다며 깨어나서 한 말이었어요.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제 작품을 가장 먼저 읽은 후 부족한 점을 짚어내고 용기도 줬던 아내는 제일 믿었던 독자이고 평론가였어요.” 그는 스스로를 ‘기술자’라고 불렀다. “희곡을 쓴다는 건 무대라는 형식에 맞게 표현하는 기술을 가져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 글이 배우들의 육체를 통해 말이 되고 움직임이 되는 과정이 예전보다 부드러워진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기쁠 거예요. 어줍지 않고 성마르지 않은, 믿음직한 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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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뮤지컬계 이끌 미래의 스타를 기다립니다”

    “한국은 빠른 시간에 뮤지컬 산업의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스타 배우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소수 스타 배우들의 출연료가 높다 보니 충분한 제작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으로 2700여 회나 출연한 배우 브래드 리틀이 한국 뮤지컬 시장에 대해 최근 지적한 말이다. ‘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뮤지컬 업계에서는 실력과 인지도를 함께 갖춘 배우 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아일보사는 한국 뮤지컬계를 이끌어갈 미래 스타를 발굴하고 뮤지컬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동아뮤지컬콩쿠르를 신설한다. 동아일보사가 수십 년간 개최하고 있는 동아음악콩쿠르, 동아무용콩쿠르, 동아국악콩쿠르,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로 미래의 거장들을 발굴해 왔다. 뮤지컬콩쿠르는 국내 주요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신인 발굴 현장이 되는 한편 대학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할 학생들에게는 무대를 미리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참가자들은 오랜 현장 경험을 갖춘 뮤지컬 연출가와 제작사 대표, 음악감독, 배우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함으로써 배우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콩쿠르는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실시한다. 참가자는 국내외 프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적이 없어야 한다. 8월 7∼11일과 17, 18일에 실시하는 예선에서는 뮤지컬 곡 가운데 한 곡을 자유롭게 선택해 3∼4분 내외로 부르면 된다. 8월 28∼30일 열리는 본선에서는 자신이 고른 뮤지컬 곡 전곡을 부른다. 예선곡과 본선곡은 중복되면 안 된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뮤지컬콩쿠르가 처음 도입되는 데 반가움을 나타냈다. ‘영웅’, ‘명성황후’ 등을 연출한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과거에 비해 뮤지컬 배우층이 넓어지긴 했지만 탄탄한 기량을 갖춘 배우들은 한정돼 있다”며 “동아뮤지컬콩쿠르가 능력 있는 신예들을 발굴하는 등용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등을 제작한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배우를 발굴할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을 환영한다”며 “실력만 있으면 신인이라도 얼마든지 캐스팅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어떤 참가자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도록 뮤지컬 제작자와 일반인도 본선 무대를 관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아뮤지컬콩쿠르가 궁극적으로 좋은 뮤지컬 콘텐츠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라는 의견도 많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는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배우는 투자자를 유치하고 관객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콩쿠르 참가자 및 수상자들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가 신청은 28일까지 동아뮤지컬콩쿠르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02-361-141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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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개발 실패한 지킬, 허당 캐릭터 매력 발산

    지킬 박사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분리해 내는 약을 만들지 못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당장 내일이 연구 발표일인 데다 실패한 사실이 알려지면 지원금도 끊기는 상황이라면?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는 소설과 뮤지컬로 큰 인기를 끈 ‘지킬 앤 하이드’를 기발하게 뒤집었다. 연극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뮤지컬 ‘오케피’를 쓴 일본 유명 희극 작가 미타니 고키의 작품으로 그의 내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윤서현 김진우)는 급한 마음에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정민 장지우)를 고용한다. 조신한 숙녀처럼 보이지만 실은 야한 소설을 즐겨 읽고 이를 실천(?)해 보길 꿈꾸는 지킬 박사의 약혼녀 이브(박하나 스테파니)가 ‘나쁜 남자’ 연기를 하는 빅터에게 매료되면서 상황은 꼬여 간다. 비장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약을 마셔도 변화가 생기지 않는 데다 약혼녀마저 빅터에게 사로잡히자 풀이 죽은 지킬 박사는 허당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한다. 얼떨결에 나쁜 남자가 돼 예상치 못한 수난을 당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하이드 연기를 이어가는 빅터는 짠하지만 웃음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억누르고 있던 욕망을 앙큼하게 뿜어내는 이브, 상황을 해결하는 듯하면서도 이를 은근히 즐기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지킬 박사의 조수 풀(박영수 장태성) 역시 극을 단단하게 떠받친다. 머리를 텅 비운 채 그저 유쾌해지고 싶은 이들에게 딱 맞는 작품이다. 8월 20일까지. 3만5000∼4만5000원. 1588-5212 ★★★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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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 척하는 어른들, 여리고 상처 많아”

    때론 사랑을, 때론 우정을 나누는가 하면 천적처럼 맹렬하게 싸운다. 결혼 외에 어지간한 건 함께한 50대 남녀가 목요일마다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주제는 역사, 비겁함, 죽음 등으로 거창하지만 매번 말다툼으로 번지고, 그동안 감춰 두었던 가슴속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낸다. 27일 막을 여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극본·연출 황재헌)이다. 여주인공 연옥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배우 윤유선(48)과 진경(45)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났다. 두 사람은 드라마 ‘참 좋은 시절’(2014년)에 함께 출연한 후 가까워졌다. 두 사람이 연기하는 연옥은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로, 센 것 같지만 실은 여리고 상처가 많다. 11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윤 씨는 “20대 때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에 출연한 후 연극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드라마나 영화에서 해 보지 않은 역할을 찾고 있었는데, 연옥이 딱 그런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연극배우로 출발한 진경은 TV와 영화에서 활약하다 4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진경은 분쟁 전문 기자가 쓴 책을 읽으며 배역을 분석했다.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가감 없이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진경은 “어른도 사춘기를 겪고 질풍노도의 시기가 계속된다. 이런 갈등이 집약된 캐릭터가 연옥”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연옥에게서 젊은 날 자신들의 모습을 순간순간 발견한다고 했다. “어릴 때는 별것 아닌 일에도 자존심을 굽히는 게 잘 안 되잖아요. 자존심을 내세우다 상처를 주고받는 젊은 세대가 이 작품을 보면 좋을 것 같아요.”(윤) “돌이켜 보면 20, 30대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어요. 다만 연옥과 달리 나이가 들면서 세상과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진 것 같아요.”(진) 역사학자인 정민 역은 성기윤, 조한철이 맡았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남자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궁금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맑은 공기를 찾아 떠나는 ‘공기 난민’까지 생겼잖아요.”(진) 똑 부러지게 말을 이어가는 진경을 보노라니 드라마, 영화의 캐릭터와 겹쳐졌다. 진경이 “이거, 연옥과 정민의 토론 주제로 넣을까요?”라고 묻자 윤유선은 “우주 얘기도 하잖아. 미세먼지도 추가하자”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고는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색깔이 사뭇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할 말을 꼭 한다는 것. 진경은 아니다 싶은 건 얘기해야 마음이 편하고, 윤유선 역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풀고 가야 하는 성격이다.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이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또 인수대비처럼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윤) “제 그릇에 맞게 그때그때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이 연극을 책임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죠.”(진) 27일∼8월 20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5만5000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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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믹하게 망가진 삼둥이 아빠 송일국 “연기 변신? 실제 모습과 비슷해요”

    “아내가 대본을 읽어보고는 ‘이거 당신이네요. 당신 안에 갇혀 있는 걸 끄집어내기만 해도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4일 막을 올리는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미셸 역을 맡은 배우 송일국(46)은 꾸밈없이 소탈하게 말을 이어갔다. ‘대학살…’은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과정을 통해 위선으로 가득 찬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 맞아서 이가 부러진 아이의 아빠인 미셸은 공처가, 마마보이에 평화주의자인 척하는 남자다. 아내 베로니끄(이지하)는 아마추어 작가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만행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제 안에 미셸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판사인) 아내에게 지적 열등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마마보이는 아니지만 배우로서 어머니(김을동) 앞에서는 부족함을 너무나 많이 느껴요.” 후배들을 숱하게 지도한 어머니였지만 아들을 가르칠 때는 ‘대본이 마구 날아다니는’ 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두 번 만에 그만뒀단다. 그에게 ‘대학살…’은 연극 ‘나는 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이후 세 번째 무대다. 남경주, 최정원이 때린 아이의 부모 역을 맡았다. 송 씨는 배우 네 명 가운데 막내다. “선배들은 자기 대사는 물론 상대방 대사까지 다 외우고 소화해 큰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학부 2학년생이 대학원 박사 과정 수업 들어온 것 같다고 할까요. 제가 헤매면 짚어주고 챙겨주세요. 그럴 땐 막내라 행복해요.” 극 중 배우들은 처절하게 망가진다. 무게감 있는 연기를 많이 했던 그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궁금했다. “전혀요. 연극에서의 모습이 실제 저와 가까워요. 지금까지는 연극에서처럼 위선을 떤 거죠. 하하하.” 아빠 역할이다 보니 그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겪는다는 생각으로 연습하고 있단다.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가 연극에서처럼 맞아서 이가 부러져 들어오면 어떨까. 그는 5초간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중립자적 입장을 가져가려 하겠지만(극 중 그의 대사다)…. 아, 진짜 그러면 돌아버릴 것 같긴 해요!”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삼둥이 사진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삼둥이는 올해 다섯 살이다. 민국이에게 한 살 연상의 여자 친구가 생겼단다. “민국이에게 여자 친구를 보면 어떠냐고 물어보니 설렌다고 하더군요. 만세는 감성이 남다른 것 같아요. 엄마가 상가(喪家)에 간다고 하면 만세가 ‘엄마, 슬프겠어요’라고 해요. 이제 아이들과 대화가 제법 됩니다.” 그는 요즘 성악, 탭 댄스를 배우고 있다. 뮤지컬에 또 도전하기 위해서다. 드라마, 영화에서 하고 싶은 역할도 많다. 그는 특히 “눈물 펑펑 쏟아내는 슬픈 사랑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4일∼다음 달 23일. 4만∼6만 원. 02-577-1987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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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무용 분야 예술가들이 만든 연극은 어떨까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제18회 서울 변방연극제가 26일부터 7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 혜화동1번지 등에서 열린다. 연극 연출가뿐 아니라 미술, 무용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연출한 작품도 무대에 오른다. 개막일인 26일에는 ‘25시―극장전’이라는 제목으로 낮 12시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시민, 예술가 등 24명이 참여해 1인당 1시간씩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릴레이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이후 마지막 1시간 동안 24명이 동시에 퍼포먼스를 벌인다. ‘혁명적 병원’(28, 29일·차재민 연출)은 실제 상담사와의 워크숍을 통해 치유에 대해 살펴본 후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 퍼포먼스 형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35개국의 인권운동가들을 인터뷰한 책 ‘진실을 외쳐라: 세상을 바꾸어가는 인권운동가들’(케리 케네디 지음)을 각색해 쓴 희곡으로 만든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 어둠 너머의 목소리’(28∼30일·하일호 연출)도 공연된다. 세월호 참사 가해자들의 언어를 담아낸 ‘킬링 타임’(27∼29일·구자혜 연출)과 한국에서 티베트, 베트남, 중국, 인도 음식점을 운영하는 현지인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체성과 소속감, 삶의 방식 등을 고찰한 ‘이방인의 만찬’(30일∼7월 2일·안정민 연출)도 만날 수 있다. 현대인의 몸을 주제로 다룬 두 작품인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7월 3∼5일·강화정 연출)와 ‘슬픈 짐승: 답장’(7월 3∼5일·동이향 연출)은 하루에 두 작품을 다 볼 수 있게 연이어 공연한다. 일본인의 부조리한 일상을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낸 일본 작품 ‘케미코후모와’(29, 30일)도 한국에서 관객을 만난다. 다양한 세대의 시민 7명이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민주주의와 나, 기억’이라는 주제로 워크숍(7월 7일)도 연다. 폐막일인 7월 8일에는 공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극장 밖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의미로 공연 참가자들이 가두행진을 할 예정이다. 070-7918-7342,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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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툴고 못난 옛 연애시절 코믹하게 회상

    서툴고 못난 연애 시절을 이제는 웃으며 돌아보고 싶은가. 아스라한 옛 사랑의 자취를 유쾌하게 떠올려보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창작뮤지컬 ‘찌질의 역사’를 추천한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김풍, 심윤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시즌1부터 3까지 재구성해 무대에 옮겼다. 대학 시절 붙어 다니던 4총사가 서른네 살이 돼, 민기의 영국행을 앞두고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철없던 시절의 연애를 회상한다. 멋있는 척, 있는 척하려 해도 마음을 속일 수 없어 이기적이고 못나게 굴었던 에피소드가 실감 나게 펼쳐진다. 여자 친구를 수시로 옛 여자 친구와 비교하고, 침대에서 여자 친구와 사랑을 나눈 후 자신이 처음이었냐고 확인하는 등 피 끓는 20대 초반 남자들의 ‘없어 보이는’ 행동에 웃음이 터진다. 술에 취해 옛 여자 친구 번호인 줄 알고 전화를 걸어 현재 여자 친구의 험담을 늘어놓는 민기. 하지만 그 넋두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는 이는 현재 여자 친구다! 청춘들의 ‘찌질함’이 다채롭게(?) 변주될 때마다 객석 여기저기서 “못 살아” “미쳐” 하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그만큼 공감하는 이가 많다는 의미일 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몰입도를 높이는 데 톡톡히 기여한다.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김건모의 ‘너에게’,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등 1990년대를 풍미했던 노래를 상황에 딱 맞게 배치해 익숙함과 절묘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서랍에 넣어둔 채 잊고 있었던 추억의 오르골 상자를 열어보는 듯하다. 박정원 박시환 강영석 정재은 김히어라 등 출연. 8월 27일까지. 6만 원. 02-2250-5941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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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국 떠나 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인 극작가 5명의 대표작으로 구성된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이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에서 열린다. ‘디아스포라’는 고국을 떠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뜻한다. 연극 ‘용비어천가’(11일까지·오동식 연출)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영진 리의 작품으로,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실험적으로 다뤘다. 배우들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며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고, 도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다.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18일까지·부새롬 연출)는 어릴 적 헤어진 두 남매의 재회를 통해 입양과 이별, 죄책감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극본을 쓴 인숙 차펠은 두 살 때 영국으로 입양됐다.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펠 씨는 “남매가 자신의 모습을 서로의 얼굴에서 발견하면서 이끌리는 과정을 그렸다”며 “입양아로서의 경험을 일부 반영했지만, 극 중 동생을 만나는 여주인공 미소와 달리 나는 친가족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입양은 어떤 이에게는 아주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화, 언어, 성격, 입맛 등의 차이로 아버지와 소통하지 못했던 재미교포 2세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애잔하게 그린 줄리아 조의 ‘가지’(22일∼7월 2일·정승현 연출)도 무대에 오른다. 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미아 정 작가가 쓴 ‘널 위한 날 위한 너’(30일∼7월 16일·박해성 연출)는 탈북을 시도한 민희와 준희 자매를 통해 현실과 환상을 버무렸다. 동생 준희는 뉴욕에 도착하지만 언니 민희는 우물에 떨어져, 북한과 뉴욕을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캐나다에서 연극과 시트콤으로 큰 인기를 끈 인스 최 작가의 ‘김씨네 편의점’(7월 13∼23일·오세혁 연출)도 상륙했다. 캐나다 이민자 1.5세인 최 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편의점 주인 미스터 김과 그의 가족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세대 간 갈등과 고민, 화해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이 작품들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체성의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석 3만 원. 1644-200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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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 팬텀에서 선지자 고양이로 변신한 ‘빵 서방’

    “야구, 농구, 축구 등 운동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스포츠 마니아예요. ‘캣츠’는 모든 배우가 주인공이고, 한 명 한 명이 빛나기에 팀 경기를 하는 것 같아 즐거워요.” 다음 달 1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에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을 맡은 브래드 리틀(53·미국)은 설레는 표정이었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3일 그를 만났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을 2700여 회나 맡아 ‘영원한 팬텀’으로 불리는 그지만 ‘캣츠’ 첫 출연의 설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신인 배우 같았다. 올드 듀터러노미는 고양이들의 지혜로운 지도자로, 성악 발성에 큰 체격을 지닌 베테랑 배우가 맡는다. 풍부한 성량과 중량감 있는 목소리로 ‘지킬 앤 하이드’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에 출연하며 20여 년간 무대를 누빈 그에게 딱 맞는 역할이다. “‘캣츠’ 오디션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영상물을 만들어 영국에 보냈어요. 합격 소식에 환호했죠. 어릴 적부터 최근까지 고양이를 키웠기 때문에 고양이의 자세와 행동을 떠올리며 연습하고 있답니다.” ‘캣츠’는 해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배우들을 훈련시킨다. 올해는 배우들이 애용하는 향수를 리허설용 꼬리에 각각 뿌린 뒤 냄새로만 자기 꼬리를 찾게 했다. “젊은 배우들은 금방 찾던데 저는 나이가 있는지라 3, 4번 실패한 끝에 겨우 해냈어요. 또 올드 듀터러노미는 주로 서 있는데요, 직립한 고양이 자세가 꽤 어렵더라고요.” 이번에 공연되는 ‘캣츠’는 군무의 역동성을 강화해 더욱 생동감 넘치게 업그레이드됐다. “초반부에 고양이들이 다 함께 격렬하게 춤추는 장면이 있어요. 아, 진짜 힘들어요. 참, 늦게 입장하시면 제 춤을 못 보니까 꼭 일찍 오세요.”(웃음) 그는 올해 4월 공연계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한국 여성과 결혼해 서울에서 살고 있다. ‘브래드’라는 이름 때문에 한국 팬들 사이에서 ‘빵 아저씨’로 불렸다. 결혼 후 ‘빵 서방’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주자 폭소를 터뜨렸다. “장인어른이 ‘리틀’의 앞 글자를 따서 ‘이 서방’이라고 부르세요. ‘빵 서방’이라고 하니 한국 관객들의 ‘대표 서방’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네요.” 그는 제작자로도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영어로 된 공연을 만들어 아시아 투어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해요. ‘캣츠’ 공연이 끝나면 중국에서 도전해 볼 예정이에요.” 한국에서 많은 공연을 해 온 만큼 한국 뮤지컬계에 대해서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특히 제작비 가운데 스타 배우의 개런티가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톱 배우의 출연료는 브로드웨이의 3, 4배나 돼요. 리키 마틴이 받는 수준이죠. 제작에 쓸 비용이 줄어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실력 있는 배우를 더 많이 키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육자로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작품은 여전히 많단다.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코믹하면서도 진중한 면이 있는, 깊이 있는 캐릭터죠. 다음에는 돈키호테 역으로 인터뷰할 수 있길 고대할게요.”(웃음) 7월 11일∼9월 10일, 6만∼15만 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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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스타와 함께 처음 무대 오르는 대작 뮤지컬

    홍광호 류정한 임태경 한지상, 마이클 리….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이들이 초연 대형 뮤지컬로 무대에 선다. 다음 달 개막하는 뮤지컬 ‘시라노’(7월 7일∼10월 8일·서울 LG아트센터)와 ‘나폴레옹’(7월 15일∼10월 22일·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시라노’는 크고 못생긴 코를 가졌지만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지닌 시라노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호흡을 맞췄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사가 레슬리 브리커스가 또다시 손잡았다. 시라노 역은 홍광호 류정한 김동완이 맡았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류정한이 프로듀서로 처음 참여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공연되는 뮤지컬인 ‘나폴레옹’은 나폴레옹과 그를 이용하려는 정치가 탈레랑, 나폴레옹의 연인 조제핀의 야망과 사랑을 그렸다. 2년 만에 뮤지컬에 복귀한 임태경을 비롯해 한지상, 마이클 리가 나폴레옹을 연기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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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D기술 첫 활용… 대구서 ‘뮤지컬天國’ 열린다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23일부터 7월 10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계명아트센터 등에서 열린다. 영국, 러시아, 프랑스를 비롯해 중국, 대만, 폴란드, 인도, 한국 등 8개국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개막작인 영국의 ‘스팸어랏’과 폐막작인 폴란드의 ‘폴리타’ 등 공식초청작 9편을 포함해 모두 26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영국 배우들이 내한 공연하는 ‘스팸어랏’은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성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폴란드 뮤지컬 ‘폴리타’는 무성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폴란드 출신 할리우드 배우 폴라 네그리의 일대기를 담았다. 세계 최초로 뮤지컬에 3차원(3D) 입체 기술을 사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처음 선보이는 인도 작품인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는 뮤지컬, 콘서트, 무용 등이 녹아든 인도 영화 특유의 매력이 무대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중국에 이어 인도를 한국 뮤지컬 진출을 위한 주요 국가로 선정해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마담 류시올’은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았던 조선시대 인물 ‘어우동’의 삶을 각색해 애크로배틱으로 표현했다. 뉴욕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유쾌하게 풀어낸 대만의 ‘뉴요…커’와 사랑의 가치를 그린 중국의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도 공연된다. 재즈와 러시아 전통 민요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한 러시아 뮤지컬 ‘게임’도 있다. 국내 공식 초청작은 종갓집과 장(醬)을 소재로 시대의 변화와 장인정신에 대한 고민을 둘러싸고 한바탕 소통이 벌어지는 ‘장 담그는 날’과 아이들의 생활을 실감나게 그린 스테디셀러 가족극 ‘우리는 친구다’이다. 이 밖에도 신영숙, 이건명, 임혜영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투란도트’와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의 일대기를 그린 ‘비 갠 하늘’도 만날 수 있다. DIMF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된 뮤지컬은 소설 속 살인마가 현실에 나타나는 ‘더 픽션’,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에 기억을 지우려는 남자의 여정을 그린 ‘기억을 걷다’ 등 4개다. 홍보대사는 배우 최정원, 민우혁이 맡았다. 장익현 DIMF 이사장은 “지난 10년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진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딤프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축제로 업그레이드되는 시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544-1555, 053-622-194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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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노무현입니다’ 다큐 영화 중 최단기간에 관객 100만명 돌파

    ‘노무현입니다’가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최단기간에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제작사인 영화사 풀은 이 다큐가 개봉 열흘 만인 3일 관객 100만 명을 넘었다고 4일 밝혔다. 다큐 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을 동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 1872명)는 개봉 18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노무현입니다’는 개봉일인 지난달 25일 관객 7만 8397명이 영화관을 찾아 다큐 영화 가운데 첫날 최다 관객을 모았다.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20만 명을 넘었다. 스크린 수는 처음 580개에서 3일째에는 775개로 늘었다. 3일 기준으로는 627개다. 박스오피스 순위(최근 일주일 기준)는 ‘원더 우먼’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대립군’에 이어 4위다.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실시한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작가 등 39명이 인터뷰를 통해 ‘인간 노무현’을 말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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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불교 창시 박중빈 대종사 일대기 연극으로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의 삶을 그린 연극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4∼7일 무대에 오른다. 연출가 이윤택이 극본을 쓰고 연출한 ‘이 일을 어찌할꼬!’는 소태산의 인간적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삶에 대해 의문을 갖고 수행하는 젊은 시절의 소태산 역은 윤정섭이 맡았다.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를 개교한 후의 생애는 이원희가 연기한다. 원불교 교도이기도 한 이 연출가는 “신비주의적인 면은 배제하고 소태산의 허물 없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철저히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소태산은 물질의 발달로 정신이 쇠락할 것을 예견하고 정신이 개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격변하는 이 시기에, 현재와 미래에 필요한 시대정신을 원불교의 힘을 빌려 연극에 담아내려 했다”고 덧붙였다. 음악 감독 및 작곡은 최우정, 가곡 작곡과 소리는 김민정이 각각 맡았다. 작창(作唱)은 안이호, 편곡은 황승경 신유진이 담당했다. 1만∼1만5000원. 02-763-1268, 070-7011-9622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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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유아 “주인공 됐단 소리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

    국립창극단에 들어온 지 8개월 된 인턴 단원이 주연을 꿰찼다. 연극 ‘야끼니쿠 드래곤’으로 유명한 재일교포 3세 연출가 정의신 씨가 2015년 처음 도전한 창극이었기에 더욱 화제가 됐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 하녀 그루셰 역을 맡은 조유아 씨(30)다. 그는 지난해 정단원이 됐다. 다음 달 3일 막이 오르는 이 공연에서 다시 그루셰를 연기하는 조 씨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25일 만났다. 전남 진도군이 고향인 그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극중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부 아내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주인공은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배역 공지를 보고 너무 놀라서 아침에 자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걱정이 많이 됐는데, 첫 공연 때는 이상하게 담담하더라고요. 무대에 저 혼자 있는 것 같았어요.” ‘코카서스…’는 독일의 유명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동명 희곡을 각색한 창극.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둘러싼 갈등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전쟁이 나자 아들을 버리고 달아난 영주 부인 나텔라(김미진)와 그 아이를 키운 그루셰가 서로 자신이 엄마라고 주장하며 재판을 벌인다. 정 연출가는 조 씨에 대해 “그루셰처럼 시골 소녀 같다”고 말했다. 초연 당시 표가 매진됐고, 추가 공연을 할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매일 링거를 맞으며 무대에 섰어요. 힘들었지만 끝내기 아쉬웠는데, 추가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곧바로 ‘네, 할게요!’라고 답했어요.” 미혼인 그는 아이 엄마의 심정을 느껴보기 위해 아기 인형을 집에 가져가 어르고 달래며 이야기를 나눴다. 배고픈 아이에게 빈 젖을 물리는 장면을 위해 아이가 있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할머니, 아버지가 모두 소리꾼인 조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아버지 친구를 따라 판소리 학원에 갔다가 소리에 빠져들었다. “소리가 너무 재미있어요. 한데 어머니가 초연을 보시고는 ‘연기가 어색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번엔 농익은 그루셰를 보여드릴게요. 관객들에게 ‘연기자인데 소리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거든요.” 6월 3∼10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 02-2280-411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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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작품 아니면 극단 문 닫을 뻔했죠”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 맨씨어터는 ‘믿고 보는 극단’으로 통한다. 배우 우현주(47)가 2007년 친한 또래 여배우 정수영 정재은 등과 만든 이 극단은 ‘썸걸즈’ ‘울다가 웃으면’ ‘디너’ ‘은밀한 기쁨’ ‘데블 인사이드’ ‘흑흑흑 희희희’ 등을 올리며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갔다.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연극 ‘프로즌’ 공연을 앞두고 우현주 맨씨어터 대표와 배우 이석준(45)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24일 만났다. 이 작품은 극단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2015년 극단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게 ‘프로즌’이었어요.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됐고 추가 공연까지 하게 돼 극단을 계속 운영하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에요.”(우 대표) 작품은 소아성애가 있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랄프(이석준 박호산 이창훈)와 그에 의해 딸을 잃은 낸시(우현주),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정수영)가 출연해 극한의 감정을 오가며 상실과 트라우마, 복수와 용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밀도 있게 고찰했다. 초연 때도 랄프 역을 했던 이 씨는 “센 작품을 많이 했지만 그중에서도 ‘프로즌’은 단연 ‘멘털 갑’이다. 어릴 적 얼마나 학대를 받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죽일까 가늠해 보려 하지만 상상력의 한계치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두 아들의 엄마인 우 대표는 낸시의 아픔에 너무나 공감하기에 감정을 절제하느라 애쓰고 있다.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일을, 극 중이지만 매일 마주하다 보니 고통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요. 김광보 연출가가 ‘더 깊이 들어가라’고 요구하는데 ‘그러면 난 죽어요’라고 말했을 정도라니까요.” 이 씨는 초연 때 학대당하는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자기 뺨을 너무 세게 쳐서 턱관절이 빠지는 바람에 한동안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번에는 사이코패스의 심리로 완전히 넘어가보려 애쓰고 있어요. 완벽한 고통을 맛보겠지만 진심을 담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맨씨어터는 연출가가 아닌 배우가 만든 극단이기에 배우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씨를 비롯해 전미도 박호산 등 모두 19명이 활동하고 있다. 남녀 비율은 반반이다. 실력파 배우들이 모인 단단한 극단이 된 데에는 동호회처럼 편하면서도 성실하게 연습하는 분위기를 만든 우 대표의 리더십이 한몫했다. 스타 연출가인 김광보 씨가 한 해에 작품 하나는 꼭 맨씨어터와 하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다. “‘썸걸즈’를 하며 연극배우로서 행복을 맛봤어요. 맨씨어터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게 길을 터주고, 배우 인생을 새로 쓰게 해준 곳이에요. 평생 갚아야 할 것을 받았어요.”(이 씨) 이 말에 우 대표의 눈이 빨개지더니 결국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카리스마 넘치던 무대 위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 너무 고마워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신진 작가와 함께 성장하며 창작극을 더 많이 올리려고 해요. 시대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10년을 보내고 싶어요.”(우 대표) “지난 10년간 참 즐거웠어요. 작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삶과 사회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이 씨) 6월 6일∼7월 16일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5만 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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