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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순배출 ‘0’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정책을 선도하던 유럽 국가들이 관련 정책을 완화하거나 예산을 줄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며 가계와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어 탄소중립이라는 큰 방향은 유지하되 달성 시기는 늦추는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다만 영국처럼 총선이 임박한 국가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환경 정책이 기후변화 완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 “배기가스 규제 완화 논의”유럽연합(EU)은 2025년 7월 시행하려던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EU 이사회는 25일 개인 승용차 및 밴 등 일부 차량에 대해 기존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 6’를 유지한다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다만 브레이크와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규제를 포함하는 방안은 초안대로 규제를 강화한다.당초 EU 집행위원회가 발의한 초안에 따르면 개인 승용차 및 밴도 새로운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 7’에 따라 질소산화물(NOx) 같은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여야 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27개 회원국 모두 이를 거부하자 이사회가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이 방안은 EU 이사회, 집행위, 유럽의회 3자 협상에서 승인돼야 시행된다.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유럽 자동차 업계가 규제 강화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유지될 확률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는 유로 7 규제를 준수하느라 생산비용이 더 들고 생산과정도 까다로워져 다른 국가 자동차 업계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 프랑스 체코 등 8개국도 유로 7 규제가 시행되면 업계 경쟁력 저하를 부른다고 주장했다.● ‘탄소중립 우등생’ 스웨덴, 기후변화 예산 삭감201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스웨덴도 정책 속도조절 방침을 밝혔다. 고물가로 민생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 연합정부는 20일 내년 예산안에서 기후 및 환경 대책 자금을 2억5900만 크로나(약 316억 원) 삭감하고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유류세를 감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웨덴 정부는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로 세수는 약 65억 크로나(7934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탄소중립 우등생’ 스웨덴마저 관련 예산을 깎고 세수 감소까지 감수하겠다고 한 건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사베트 스반테손 스웨덴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많은 국민이 (고물가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스웨덴 정치권에서는 ‘기후변화 (대처) 강국’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반발도 상당하다. 야당인 중앙당 리카드 노딘 기후 및 에너지 대변인은 다른 정당들과 함께 기후변화 관련 예산이 삭감된 내년 예산안 처리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노딘 대변인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정부가 기후행동 계획을 바로잡지 않으면 기후 에너지 장관 불신임안을 발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역시 이날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미룬다고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이번 조치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 및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과 같은 일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후변화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을 다독이려는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전기차 기업들도 불만을 품고 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 프랑스가 식민지배했던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군대와 외교관을 연말까지 철수한다고 밝혔다. 니제르 군부가 7월 26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주니제르 프랑스대사에게 추방 명령을 내리고 프랑스군 철수를 요구하며 양국 갈등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아프리카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 남쪽 지역)에서 서방의 영향력이 쇠락하는 분기점이 될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방송 TF1, LCI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프랑사프리크’는 없다. 쿠데타가 일어나도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다”며 군부에 억류된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에게 철수 방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프랑사프리크’는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합성어로 양 지역 간 긴밀한 관계를 뜻하는 용어다. 프랑스는 니제르에 7월 쿠데타 이후 약 1500명의 병력을 주둔시켰는데, 이는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바줌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설명했다. 하지만 니제르 군부는 프랑스군 철수를 요구하며 프랑스와 대립했다. 양국 갈등이 고조되며 이달 초 마크롱 대통령은 외교관들이 대사관에 숨어 겨우 버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니제르 군부는 이번 프랑스 정부의 발표에 “제국주의 세력과 신(新)식민주의 세력은 우리 국토에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철군 결정에 대해 아넬리스 버나드 전 미국 국무부 자문은 “사헬 지역에서 프랑스와 미국의 시대가 종료됐음을 알리는 시작점”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프랑스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니제르 등 사헬 지역 국가에 테러 단체 진압 등을 명분으로 최대 5100명의 군대를 주둔시켰으나 최근 현지 정권과의 갈등으로 영향력이 쇠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년 6개월 넘게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내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개월여 만에 미국을 다시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4340억 원 규모의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백악관에 ‘전쟁 지원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내는 등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두 정상이 백악관에서 회담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여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세계 국가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틀렸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2500만 달러(약 4340억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책을 발표했다. 앞서 지원하기로 했던 에이브럼스 전차도 다음 주부터 우크라이나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에너지 기반 시설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호크 지대공 미사일 등도 지원 품목에 포함됐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간절히 바라는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전술 미사일은 없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올 6월 대대적으로 반격을 시작한 뒤 큰 성과를 내지 못해 미국의 군사 지원이 절박한 시점에 미국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24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지만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만으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가 강한 상황이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야당인 공화당 상하원 의원 최소 24명은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추가 지원에 반대하며 지원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소명하라고 요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이른바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정책 기조를 보이자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긴축 장기화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40여 년 만의 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신호에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급등하고 증시는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세계 중앙은행 “더 높게 더 오래” 미 연준은 20일(현지 시간)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를 0.5%포인트 올려 내년에도 5%대 고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립금리(경제를 과열시키지 않는 금리 균형점)가 상승했을 수 있다”고 발언해 고금리 고착화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 날인 21일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하면서도 “충분히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긴축 장기화를 공식화했다. 이날 스웨덴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이 1.6%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앞서 14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은행(ECB) 총재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우리가 정점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없다”며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배제하지 않았다. 튀르키예, 대만 등도 긴축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장기화에 연대하는 배경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막바지에서 유가 상승을 비롯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을 비롯해 각국 경제가 고금리 상황을 버텨내고 있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압박을 덜 받게 되는 측면도 있다.● “긴축 장기화에 달러가 야수로 돌변” 내년 상반기(1∼6월)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공식화에 요동치는 모양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2분기(4∼6월) 전망에서 4분기(10∼12월)로 수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5%를 돌파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20일(―1.5%), 21일(―1.8%) 이틀 연속 떨어졌고, 인공지능(AI)으로 부활을 꿈꿨던 반도체 시장도 겨울이 더 길어질까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AI용 칩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21일 2.89% 하락했고, 최근 5일로 따지면 9.5% 급락했다. 일본과 중국이 ‘긴축 장기화’의 반대 지점에 있는 점도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이날 일본은행은 기록적 ‘엔저’ 현상에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엔저로 인해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5를 넘어서 6개월 사이 최고치를 넘은 상태다. 부동산 디폴트 위기 속 경기 둔화로 중국도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6월과 8월에 인하하며 ‘돈 풀기’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기록적 수준으로 낮아져 9월 LPR은 동결했지만 추가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일본 사이에 금리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시중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해 달러 가치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달러가 다시 야수로 돌변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 당국은 환율 개입에 나서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달러 가치 상승이 원자재 가격을 올리고 외채 부담을 증가시켜 경제적 충격을 줬던 2022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피는 전날 대비 0.27%(6.84포인트) 하락한 2,508.13에 거래를 마쳤다. 미 긴축 장기화 우려로 장 초반 한때 2,500 선을 밑돌았지만 이후 점차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대비 0.39%(3.33포인트) 내린 857.35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336.80으로 전날보다 2.90원(0.22%) 내렸다. 전날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던 국고채 장단기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876%로 전날보다 0.054%포인트 내렸고, 10년물 금리도 4.001%로 0.030%포인트 하락했다.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930%, 10년물 금리는 4.031%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이른바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정책 기조를 보이자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긴축 장기화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40여년만의 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신호에 국채 금리와 달러가치는 급등하고 증시는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 세계 중앙은행 “더 높게 더 오래” 미 연준은 20일(현지 시간)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데 이어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를 0.5%포인트 올려 내년에도 5%대 고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립금리(경제를 과열시키지 않는 금리 균형점)가 상승했을 수 있다”고 발언해 고금리의 고착화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날인 21일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하면서도 “충분히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긴축 장기화를 공식화 했다. 이날 스웨덴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이 1.6%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앞서 14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은행(ECB) 총재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우리가 정점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없다”며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배제하지 않았다. 튀르키예, 대만 등도 긴축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장기화에 연대하는 배경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막바지에서 유가 상승을 비롯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을 비롯해 각국 경제가 고금리 상황을 버텨내고 있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압박을 덜 받게 되는 측면도 있다. ● “긴축 장기화에 달러가 야수로 돌변”내년 상반기(1~6월)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공식화에 요동치는 모양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2분기(4~6월) 전망에서 4분기(10~12월)로 수정한 상태다.이에 따라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5%를 돌파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일 1.5%, 21일 1.8% 이틀 연속 떨어졌고, 인공지능(AI)으로 부활을 꿈꿨던 반도체 시장도 겨울이 더 길어질까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AI용 칩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21일 2.89% 하락했고, 최근 5일로 따지면 9.5% 급락했다. 일본과 중국이 ‘긴축 장기화’의 반대 지점에 있는 점도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이날 일본은행은 기록적 ‘엔저’ 현상에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엔저로 인해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5를 넘어서 6개월 사이 최고치를 넘은 상태다.부동산 디폴트 위기 속 경기 둔화로 중국도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6월과 8월에 인하하며 ‘돈풀기’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기록적 수준으로 낮아져 9월 LPR은 동결했지만 추가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일본 사이에 금리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시중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해 달러 가치는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달러가 다시 야수로 돌변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 당국은 환율 개입에 나서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달러 가치 상승이 원자재 가격을 올리고 외채 부담을 증가시켜 경제적 충격을 줬던 2022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피는 전날 대비 0.27%(6.84포인트) 하락한 2,508.13에 거래를 마쳤다. 미 긴축 장기화 우려로 장 초반 한때 2,500선을 밑돌았지만 이후 점차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대비 0.39%(3.33포인트) 내린 857.35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336.80으로 전날보다 2.90원(0.22%) 내렸다.이날 오전 기준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957%로 전날보다 0.002%포인트 올랐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4.053%로 0.022%포인트 상승했다. 전날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919%로 전날보다 0.011%포인트 내렸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1년 6개월 넘게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내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개월여 만에 미국을 다시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4340억 원 규모의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백악관에 ‘전쟁 지원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내는 등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두 정상이 백악관에서 회담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여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세계 국가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틀렸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영토 수복을 도울 무기 체계를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2500만 달러(약 4340억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책을 발표했다. 앞서 지원하기로 했던 에이브럼스 전차도 다음주부터 우크라이나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에너지 기반 시설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호크 지대공 미사일 등도 지원 품목에 포함됐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간절히 바라는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전술 미사일은 없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군인들에게 꼭 필요한 매우 강력한 패키지”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올 6월 대대적으로 반격을 시작한 뒤 큰 성과를 내지 못해 미국의 군사 지원이 절박한 시점에 미국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24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지만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만으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가 강한 상황이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야당인 공화당 상하원 의원 최소 24명은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추가 지원에 반대하며 지원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1일 워싱턴 의회를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하원 연설을 거부한 바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코카서스 지역 앙숙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무력 충돌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해 사태가 수습되는 분위기지만 아제르바이잔 내 영토 분쟁 지역을 둘러싼 양국 간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1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이날 ‘대(對)테러 작전’을 전개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군(軍) 진지를 포격했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당국은 포격으로 “27명이 숨지고 20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20일 나고르노카라바흐 아르메니아 자치 세력이 러시아 중재에 따라 휴전 협정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전면 공격”이라고 반발한 아르메니아 정부 니콜 파시냔 총리가 “휴전 협정 작성에 아르메니아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반발해 향후 무력 충돌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기독교도가 대다수인 아르메니아와 무슬림 국가 아제르바이잔은 소련 시절부터 인구 약 12만 명 대부분이 아르메니아인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1988∼1994년 1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을 치른 이후에도 아르메니아 정부 지원을 받는 자치군이 활동하며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2020년 6월 2차 전쟁으로 양국에서 수천 명이 숨졌다. 당시 러시아가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정전에 합의했지만 갈등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아제르바이잔은 무기 밀반입을 이유로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로 이어지는 유일한 육로인 ‘라츤 회랑’을 봉쇄했다. 이 때문에 식량과 의약품 공급까지 끊어져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은 기아에 직면했고 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다시 사상자가 나온 무력 충돌까지 번진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방관적 태도에 실망한 ‘200년 우방’ 아르메니아가 최근 미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미국에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여 나고르노카라바흐 사태가 미-러 갈등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통화해 나고르노카라바흐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양측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정부는 20일(현지 시간) 전기자동차 전(全)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차 보조금 개정 최종안(案)을 공개했다. ‘프랑스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법이다. 당장 한국산 전기차 수출에 차질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전기차 생산에서 운송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반영한 ‘환경 점수’를 매겨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담았다. 특히 해상운송계수를 포함해 철강 등 부문별 계수 산정에 이의가 있을 때 해당 업체 등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의를 제기하면 프랑스 정부가 검토해 2개월 이내에 조치를 결정한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수입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요소라고 지적한 해상운송계수는 초안과 동일하게 유지됐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프랑스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 5위에 올랐다. 현재 코나EV, 니로EV, 쏘울EV 등 보조금 대상인 4만7000유로(약 6680만 원) 미만의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유럽 공장에서 생산되는 코나EV는 해상운송계수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나머지 두 개 모델의 프랑스 판매량은 지난해 약 5000대(연간)였는데, 이는 양사가 프랑스에 판매한 전기차 1만6655대의 30%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종안 세부 내용을 검토한 뒤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프랑스 측과 실무 및 고위급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응책을 짜내고 있다. 끝없는 유가 상승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다른 물가 상승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12월부터 휘발유 및 경유 유통업체들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조만간 통과시킬 방침이다. 미국은 에너지 기업들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보조금 철폐’ 카드를 꺼내들었고, 일본은 이달 종료될 예정이던 휘발유 보조금 지원을 연장했다.● 佛, 60년 만의 법 완화로 ‘착한 기름’ 유도1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 유통업체들이 약 6개월간 휘발유나 경유를 매입가보다 싸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27일 각료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법안은 12월 1일 발효를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1963년부터 휘발유 및 경유 유통업체가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에 규정해 왔는데 약 60년 만에 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주유소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저렴한 기름’을 팔게끔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앵테르마르셰, 시스템 U, E.르클레르 등 대형마트들은 이미 올여름부터 마트 내 주유소에서 유류를 원가 수준에 판매해 ‘착한 기름’을 찾는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거뒀고, 오히려 휘발유나 경유가 마트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정부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주유소들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한국이 재정 부담을 감수하며 고수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카드는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휘발유나 경유 판매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라고 요구하지만 정부의 거부 방침은 확고하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세수 감소로 국가 부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류세를 인하했다가 향후 유가 진정기에 이를 다시 올리는 과정에서 여론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여기에 프랑스 대표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L당 1.99유로(약 2820원)로 책정한 유가 상한제를 내년까지 연장한다고 12일 발표했다. 또 상한제 적용 주유소를 현재 2600곳에서 내년에 34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美, 정유사 압박… 日, 보조금 연장미국도 치솟는 유가에 에너지 기업들을 옥죄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석유와 가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간 310억 달러(약 41조1400억 원) 규모의 세액 공제 혜택을 내년부터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지급하던 보조금을 철폐하겠다는 것으로, 유가 인하를 압박하려는 취지다. 중국에 맞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핵심 정책을 일부 무력화한 셈이다. 지난해 유가 급등에 미 에너지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엑손모빌이 지난해 올린 순이익은 557억 달러(약 74조 원)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셰브론, 셸, BP 등 다른 글로벌 에너지 기업도 기록적인 이익을 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차관은 11일 “최근 에너지 기업의 행보를 두고 이들이 보조금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업계가 지나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일본은 당초 9월 종료 예정이던 휘발유 보조금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185엔(1659원·11일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고육지책으로 보조금 연장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조금씩 확대해 10월에 휘발유 가격을 175엔(1570원)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또 고물가 대책을 10월 중 발표하고 휘발유 보조금 재원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도 마련할 방침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도끼’와 ‘토끼’ 중 어떤 발음이 맞을까요?” “토끼요!”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8구의 세종학당. 초급 한국어 수업 수강생 약 20명이 한국어 공부에 한창이었다. 한 수강생은 헷갈릴 수 있는 ‘ㄱ, ㄲ, ㅋ’ 발음을 세심하게 구분해서 적었다. 다른 수강생은 그림까지 그려가며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이날 수강생은 20대 젊은층에서 50, 60대 장년층까지 다양했다. 신연지 세종학당 소장은 “작년 하반기(7∼12월) 첫 수강 신청 때도 등록 경쟁률이 3.4 대 1이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는데 올해 하반기 수강생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자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프랑스에서 ‘한국어 열풍’이 뜨겁다. 단순한 외국어 수강에서 더 나아가 진지하게 한국어를 공부해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프랑스 한국어교육원, 교육부 등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올해 한국어능력시험 ‘토픽(TOPIK)’ 신청자는 996명에 달했다. 1년 전보다 약 28% 늘었다. 프랑스의 토픽 지원자 수는 서유럽 국가 중 가장 많다. 대부분의 수강생은 K팝 가사를 막힘없이 외우고, K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카미 바로앙 씨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싶다. K팝 또한 워낙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학 강의를 통해 ‘한국사 덕후’가 됐으며 이후 고급 한국 어휘를 익히려고 한자까지 공부하고 있다는 시민도 있다. 파리정치대(시앙스포)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자드 누졸로 씨는 “신라 역사를 공부하다 여성 통치자가 드문 시대에 선덕여왕이 나라를 이끌었다는 사실에 매료돼 한국어 공부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외교관이 돼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라며 “한자 공부도 따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프랑스인도 늘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18∼34세)은 지난해 941명이다. 올 상반기(1∼6월)에도 519명이 지원해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 지원자를 넘을 것이 확실하다. 한국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싶다는 심보 트라오레 씨는 “한국에서 일을 구하려면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토픽 점수를 받아 두면 비자를 받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 커지는 한국어 열풍을 유럽의 한국 전문가 양성 제도로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강우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장은 “한국어 교육의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꾸준히 길러내고, 이들을 재교육하기 위한 연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대홍수 사망자가 1만1300명을 넘어서 곧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수 당일 댐 두 개가 무너지며 급류가 약 90분 만에 도시를 휩쓸어버려 인명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댐 관리 부실과 그로 인한 피해를 두고 리비아의 분열된 두 정부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당국이 댐 붕괴 당시 “집에 머물라”는 메시지를 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6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유엔은 데르나에서 적어도 1만1300명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유엔은 “구조대가 생존자를 쉬지 않고 찾고 있다”며 “사망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데르나시는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민은 4만 명을 넘어섰다. 대홍수 당일 데르나 위쪽 댐 두 개가 붕괴해 유출된 물이 도시 전체를 휩쓰는 데 9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리비아에 양립한 두 정부의 무능이 사실상 더 큰 인재(人災)로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 BBC방송은 범람 당일 대피 명령이 내려졌는지, 아니면 집에 있으라는 지시가 발령됐는지를 놓고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는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뒤 이집트가 지지하는 동부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한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로 나뉘어 있다. 두 정부는 폭풍이 몰아치고 댐이 무너졌을 때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NU 측 구마 엘가마티 타그히르당 대표는 14일 “(동부) 피해 지역 주민들은 ‘가만히 집 안에 있어라.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스만 압둘 잘릴 LNA 대변인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고 반박했다. 서부 GNU 압둘하미드 드베이베흐 총리는 “댐 유지 관리 책임은 있으나 홍수로 인한 사망자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데르나 지역 홍수 위험을 경고하는 논문을 쓴 압델와이즈 아쇼르 오마르 알무크타르대 수력 전문 연구원은 16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정부가 최근 몇 년간 (홍수 위험) 경고를 무시했다”며 “정부는 대신 주민 돈을 갈취하고 부패를 저지르며 정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프랑스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다가 암으로 별세한 언어학자 고(故) 최승언(1945~2013) 전 파리 7대(디드로대) 교수의 10주기 추모식이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파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최 교수의 언어학 논문집 ‘한국어 의미론의 제문제’를 엮고 서문을 쓴 장클로드 앙스콩브르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 명예교수는 “유럽인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시절 최 교수는 한국과 한국 언어학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이 논문집은 2020년 스위스의 저명한 학술전문 출판사 ‘페터 랑’이 펴낸 바 있다. 최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툴루즈대 박사과정에 입학했지만 전공을 프랑스 문학에서 언어학으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학부부터 언어학을 다시 시작했다. 1981년 서울대 불문과 조교수로 부임했지만 1982년 프랑스 학계의 요청으로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2013년까지 파리7대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1996년 프랑스에서 한국어 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대홍수 사망자가 1만1300명을 넘어섰다. 가장 피해가 큰 데르나에서만 아직도 1만 여 명이 실종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홍수로 인한 댐 붕괴 당시 “집에 머물라”는 메시지를 낸 주체가 누구인지 리비아의 분열된 두 정부가 책임을 묻는 혼란상이 벌어지고 있다.16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유엔은 데르나에서 적어도 1만1300명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유엔은 “구조대가 생존자를 쉬지 않고 찾고 있다”며 “사망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민은 4만 명을 넘어섰다. 대홍수 당일 데르나 위쪽 댐 두 개가 붕괴해 유출된 물이 도시 전체를 휩쓰는 데 9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리비아에 양립한 두 정부의 무능이 사실상 더 큰 인재(人災)로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은 범람 당일 대피 명령이 내려졌는지, 아니면 집에 있으라는 지시가 발령됐는지를 놓고 책임론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리비아는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디피 정권이 붕괴한 뒤 이집트가 지지하는 동부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한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로 나뉘어 있다. 두 정부는 폭풍이 몰아치고 댐이 무너졌을 때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GNU 측 구마 엘가마티 태그히어당 대표는 14일 “(동부) 피해 지역 주민들은 ‘가만히 집안에 있어라. 집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스만 압둘 잘릴 LNA 대변인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고 반박했다. 대피 경고가 있었지만 주민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지난해 데르나 지역 홍수 위험을 경고하는 논문을 쓴 압델와이즈 아쇼르 오마르 알무크타르대 수력 전문 연구원은 16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정부가 최근 몇 년 간 (홍수 위험) 경고를 무시했다”며 “정부는 대신 주민 돈을 갈취하고 부패를 저지르며 정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전까지 북한 경호원들이 가장 신경 쓴 것은 김 위원장이 회담장에서 앉을 의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 시간) 러시아 일간 콤메르산트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북한 경호원들은 김 위원장이 앉을 검은색 의자를 잡고 흔들어 보더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의자는 앞 두 다리가 ‘ㄴ’ 자로 휘어져 뒤에서 이어지는 형태로, 체중이 실릴 경우 이를 제대로 받쳐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듯했다. 경호원들은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콤메르산트는 “그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고 전했다. 결국 경호원들은 회담 배석자들이 앉을 의자 중 하나로 교체했다. 디자인은 같았지만 더 안정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흰 장갑을 낀 남성 경호원이 하얀 손수건으로 의자 등받이와 앉는 부분을 몇 분간 쉬지 않고 닦았다. 의자 냄새를 맡아가면서 의자를 ‘소독’한 뒤에는 금속탐지기로 닦은 부분을 검사했다. 그동안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이 앉을 의자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 매체에 따르면 전날 전용열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이 마이바흐3 방탄 리무진 차량을 타려고 할 무렵 경호원들이 무언가를 손에 들고 플랫폼 주변을 뛰어다녔다. 온도, 풍속, 이슬점 등을 확인하는 휴대용 기상 관측기였다. 북한 기자들도 경호원 못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우주기지에서 만나는 모습을 촬영하려고 양국 기자들이 자리싸움을 할 때 북한 기자들은 1cm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와 함께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6월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이후 현재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서방의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추가 영토 회복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전쟁 장기화를 시사했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전날인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우크라이나는 소위 반격을 하고 있지만 결과는 없고 손실만 크다. 우크라이나군 인명 피해가 7만 명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공언한 지 4개월째에 접어들었는데도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우크라이나 영토의 18%를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가 오히려 유리하다는 여론전을 편 셈이다. 그는 “중재자들이 ‘러시아가 전투를 멈출 수 있느냐’고 물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직면할 때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며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통해 재무장을 할 수 있고, 미국은 러시아를 계속 적대시할 것”이라고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무기 지원에 힘입어 공격 강도를 높이면서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3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흑해함대 수리 기지로 사용하는 세바스토폴의 세르고 오르조니키제 조선소를 순항미사일 10발과 해상 드론 3대로 공격해 전함 2척이 손상되고 2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이 직접 피해 현황을 인정한 것은 드문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전까지 북한 경호원들이 가장 신경 쓴 것은 김 위원장이 회담장에서 앉을 의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14일(현지 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츠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북한 경호원들은 김 위원장용 검은 의자를 쥐고 흔들어보더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의자는 앞 두 다리가 ‘ㄴ’ 자로 휘어져 뒤에서 이어지는 형태로, 체중이 실릴 경우 이를 제대로 받쳐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듯 했다. 경호원들은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코메르산츠는 “그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고 전했다.결국 경호원들은 회담 배석자들이 앉을 의자 중 하나로 교체했다. 디자인은 같았지만 더 안정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흰 장갑을 낀 남성 경호원이 하얀 손수건으로 의자 등받이와 앉는 부분을 몇 분 간 쉬지 않고 닦았다. 의자 냄새를 맡아가면서 의자를 ‘소독’한 뒤에는 금속탐지기로 닦은 부분을 검사했다. 그동안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이 앉을 의자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 매체에 따르면 전날 전용열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이 마이바흐3 방탄 리무진 차량을 타려고 할 무렵 경호원들이 무언가를 손에 들고 플랫폼 주변을 뛰어다녔다. 온도, 풍속, 이슬점 등을 확인하는 휴대용 기상 관측기였다.북한 기자들도 경호원 못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우주기지에서 만나는 모습을 촬영하려고 양국 기자들이 자리싸움을 할 때 북한 기자들은 1㎝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코메르산츠 한 기자는 “그들에겐 삶과 죽음의 문제였다. 나 같으면 무조건 북한 동료에게 양보했을 것”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우려한 군사협력 논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러 연대를 겨냥해 한미 등 국제사회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사실상 대북 제재 무력화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기존 대응 방식으론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러가 실제 무기 거래를 공식화한다면 한미도 연합훈련 강화 등 직접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적극적으로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대응 방안으로 꼽힌다. 북한에 손을 내민 러시아를 겨냥해 러시아산 석탄 수입 감축을 통해 압박하는 것도 우리 정부가 검토 가능한 대응 방안 중 하나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이 가시화되면서 우리 정부 역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등 군사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크다. 또 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 등 이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우리 정부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핵잠수함 건조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정찰위성 기술을 북한에 이전해 우리 주력 전투기나 주요 함정 위치가 노출되는 수준이 되면 군은 보안에 크게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韓 정부, 공기업에 러 석탄 수입 제한 권고” 북-러가 밀착해 안보리 제재의 실효성이 더욱 줄어드는 상황에 대비해 한미 등은 우선 독자 제재 강화 및 대러시아 수출 통제 등의 방식으로 북-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내주 한국을 방문한다.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배되는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에 대한 한미 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 제재 무력화에 나설 뜻을 밝힌 데 대해 12일(현지 시간)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에 대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의 경고에도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 제재를 무시한다면 결국 국제사회는 독자 제재 강화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미 북한과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지고 있음에도 북-러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 의도를 이번에 밝힌 자체가 독자 제재 실효성에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이날 “한국 정부가 최근 공기업에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지난해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러시아산 석탄 규제를 도입하지 않았던 한국이 이번에 이렇게 권고했다는 것이다.● 한국 내 핵잠 개발 목소리 커질 수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으로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155mm 포탄이 부족해진 미국에 포탄을 대여해주는 식으로만 우크라이나를 간접 지원해왔다. 다만, 앞서 7월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제 122mm 방사포탄이 발견된 가운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우리 정부 역시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할 명분이 줄어든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살상무기 직접 지원 불가 방침은 변함 없다”면서도 “북한이 러시아로 포탄을 지원해도 그걸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때 다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북한 살상무기가 직접 러시아로 들어갔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신중하게 지원 불가 방침 변경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군 안팎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 등 군사 기술 이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맞대응해 우리 정부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핵잠수함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협정은 핵잠수함 연료인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저농축 우라늄만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핵잠수함 건조는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한국은 대형 잠수함 건조 기술과 원자로 기술 등 핵잠수함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협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무기거래, 대북제재 완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2012년 새로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로, 김 위원장은 러시아 위성·로켓 기술 개발의 핵심 장소인 이곳에서 관련 기술 이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12일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 소식통은 “무기거래 의사를 밝힌 북-러 정상에게 최적의 회담 장소가 이 기지”라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두 사람이 회담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Su)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곳에선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이 생산된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러시아 방문 때 이곳의 전투기 생산 공장을 찾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방러 길에 러시아로부터 이전받기를 원하는 위성·핵추진잠수함 기술 관련 군부 핵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반대급부로 러시아에 제공할 포탄 등 재래식 무기 관계자들까지 대거 동행시켜 무기거래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린 대북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에서 이탈해 제재 무력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러가 한미일이 가장 우려하는 무기거래에 더해 대북 제재 무력화 가능성까지 노골적으로 밝히면서 동북아 신냉전 위기가 가시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전면적 방문(full-scale visit)이 될 것”이라고 밝혀 무기거래 등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대한 식량·에너지 수출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12일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북-러 간) 비밀 무기거래 논의가 가시화된 것”이라며 “특히 북한은 미사일 기술 이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쿤스 의원은 “그들(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악마의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北, 러와 무기거래 대놓고 시사金 수행단 절반이 軍 핵심 관계자… 위성-핵잠 기술 받고 재래무기 줄듯金, 푸틴과 수호이 공장 방문 예정… 러에 첨단 전투기 기술 요구할수도 10일 오후 북한 평양. 전용 열차에 탑승하기에 앞서 레드카펫 위에서 환한 표정으로 환송객과 일일이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뒤로 북한 내 군부 실세들이 도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러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가운데 그와 동행하는 군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포착된 것. 앞서 2019년 4월 첫 북-러 정상회담 당시 외교·경제 관련 인사들이 수행단에 고루 배치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군 서열 1, 2위부터 정찰위성 및 핵잠수함 개발 책임자 등이 이번에 모두 동행하는 자체가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이 북-러 간 무기 거래 및 군사 협력에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핵잠·군수산업 총괄 책임자 모두 동행 12일 조선중앙통신 등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열차 탑승에 앞서 환송식에서 김 위원장의 뒤로 외교 사령탑 최선희 외무상, 군 서열 1위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군 서열 2위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어 강순남 국방상과 오수용 박태성 당 비서, 조춘룡 군수공업부장, 박훈 내각부총리, 최동명 과학교육부장,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 김명식 해군사령관, 김광혁 공군사령관이 뒤따랐다. 사진으로 얼굴이 식별된 수행단 12명 중 절반이 군 핵심 관계자인 것. 정부 당국자는 “2019년 방러 땐 ‘외무성 라인’을 중심으로 경제 관련 간부들이 고루 섞여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수행단에는 조춘룡 군수공업부장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군수 산업을 총괄하는 조춘룡이 함께 가는 자체가 북-러 간 무기 거래 의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란 것. 북한은 위성 등 첨단기술을 러시아에 요구하는 반대급부로 포탄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재래식 무기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포탄·화약 생산 등 북한 군수 산업의 총책임자인 조춘룡이 간다는 건 이러한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조춘룡은 8월 초부터 최근까지 김 위원장의 3차례 군수공장 시찰에도 모두 동행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 기술과 관련한 인사들도 포착됐다. 과학교육 분야 담당인 박태성과 최동명 등이 대표적이다. 박태성은 북한이 2차례나 실패한 군사 정찰위성 개발·시험을 총괄하는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해군사령관인 김명식은 핵추진잠수함 관련 핵심 관계자다.● 러 첨단 전투기 기술 이전 요구 가능성도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수호이(Su) 생산공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곳이 2020년 첨단 5세대 Su-57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곳인 만큼 김광혁 공군사령관의 동행이 첨단 전투기 기술 이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해·공군 사령관이 모두 이번 방러 일정에 동행하는 만큼 북-러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상훈련 등 연합훈련 정례화 등에 전격 합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보 당국에 따르면 앞서 7월 북한을 방문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먼저 북-중-러 3국 연합훈련을 제의했다. 북-러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내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 파견 확대 방안 등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건설건재공업상을 지낸 박훈과 당 경제부장을 지낸 오수용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이 노동자 파견 의제를 협의하기 위함이란 분석도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전면적 방문(full scale visit)이 될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직후인 11일(현지 시간)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대일 회담을 비롯한 북-러 대표단 간 회담, 이어지는 성대한 공식 만찬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얘기다. 12일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들어온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당초 예상됐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아무르주(州)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열차는 이날 러시아 연해주를 지나 아무르주로 향했다. ● 전용열차, 연해주 넘어 북쪽으로 달려 10일 저녁 북한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정상회담 개최지로 예상되는 보스토치니까지 약 2700km를 3박 4일 동안 달렸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평양에서 2700km 떨어진 베트남 북부 동당역까지 66시간가량 열차로 갔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위로 이동하는 전용열차 모습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일본 매체 카메라에 종종 포착됐다. NHK는 이날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보이는 초록색 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지 않고 연해주를 넘어 계속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도 “김 위원장의 장갑열차가 연해주 라즈돌나야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건너 북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 열차는 이날 오전 북한-러시아 접경인 하산역(驛)에 도착했다. 하산역에서는 러시아 측의 김 위원장 환영 행사가 열렸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하산역에서 김 위원장 기차가 ‘완전히 비밀스러운 분위기’로 철로를 지났다고 묘사했다. 하산역을 떠난 김 위원장 열차는 우수리스크 방향으로 향했다. 당초 이 열차는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향을 틀어 오후 1시 10분경 러시아 극동 최대 도시 하바롭스크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열차가 달리는 TSR을 따라가면 극동 최대 도시 하바롭스크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나온다. 인테르팍스통신은 김 위원장 열차가 우수리스크에서 기관차 승무원을 교체한 뒤 TSR을 따라 아무르주가 있는 북서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도 이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 내가 그곳에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기지서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소련 시절 우주대국 위상을 되찾으려는 러시아가 2012년 새로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다. 이전까지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빌려 썼는데 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무기 거래를 통한 북-러 군사 협력 확대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러 정상이 회담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찾아 수호이(Su) 전투기 생산공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제강, 정유, 조선, 목재 가공업 등이 발달한 산업도시다. 특히 이 도시의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에서는 Su-27, Su-30, Su-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와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이 생산된다. 잠수함 등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소도 있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하바롭스크주를 방문하면 2001년과 2002년 아버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이어 북한 지도자로는 세 번째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김정일도 두 번째 하바롭스크주 방문 당시 이 도시의 전투기 생산공장을 시찰했다. 한편 12일 북한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 1대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이 항공기는 김 위원장이 주로 이용한 항공기로 북-러 정상회담을 지원하는 북한 인력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연내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 관계가 전례 없는 역사적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북-러에 이어 중-러의 밀착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EEF) 개최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장궈칭(張國慶) 중국 부총리와 회동해 연내 열릴 중-러 최고위급 양자 접촉에 대해 논의한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밝혔다. 그가 말한 ‘최고위급 양자 접촉’은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뜻한다. 중국은 이번 EEF에 장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파견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10월에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때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러시아 측이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올 3월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을 이 포럼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성사되면 올해 중-러 정상회담이 두 차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2일 장 부총리와 만나 “시 주석과의 업무적이고 개인적인 우호 관계가 양국 관계 발전을 돕고 있다”며 시 주석에게 인사를 전해 달라고 요청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전례 없는 역사적 수준에 도달했으며, 양국 간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가 매년 상호 교역을 3분의 1 정도씩 키워가고 있고, 올 들어 7개월 간에도 24% 정도 늘어났다”면서 “시 주석과 세운 올해 2000억 달러(약 266조 원) 목표가 이른 시일 안에 달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