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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기준을 km당 97g으로 대폭 강화하는 자동차 환경 기준안을 30일 관보에 게재하면서 자동차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맞추려면 자동차의 평균 연료소비효율이 L당 24.3km에 이르러야 한다. 환경부가 30일 관보에 게재한 ‘자동차 평균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및 기준의 적용·관리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2020년까지 연비기준(L당 24.3km)과 온실가스 배출 기준(km당 97g)을 맞춰야 한다. 정부는 2016년에 제조사 판매 차량의 10%가 해당 기준을 만족시키도록 하고 그 다음 해부터 20%, 30%, 60%로 확대한 뒤 2020년에는 모든 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다만 판매량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의 평균 배출량을 점차 낮추는 방식도 허용했다. 2016년에는 전체 판매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평균치를 km당 127g으로 낮추고 이를 점차 내리다가 2020년 97g으로 낮추라는 것이다. 또 자동차업체가 전기차를 1대 팔면 3대를 판 것으로, 경차 1대 판매는 1.2대 판매로 계산해서 자동차업체의 평균 연비를 다소 높여 주기로 했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환경부의 기준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자동차가 판매하는 양산차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7g 미만인 차는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0g)와 아반떼 1.6 LPI 하이브리드(92g), 쏘나타 신형 하이브리드(91∼94g), 기아차의 전기차 쏘울(0g) 등 친환경차뿐이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적은 일부 업체는 이 목표를 맞추기가 더욱 어렵다. 자동차업계는 연비 기준도 지나치게 높다고 불만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연비를 2014년 기준보다 25% 높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를 달성해도 정부의 목표치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안은 다른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다. 2020년 기준으로 유럽은 km당 93g으로 한국보다 규제가 엄격하지만 일본(100g) 중국(110g) 미국(113g)은 우리보다 느슨하다. 하지만 환경부는 수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선진국 수준의 환경 기술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기존 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규제가 자동차업계로서는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2012년부터 고려대와 교통환경연구소 등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향후 기술 수준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세진 mint4a@donga.com·이종석 기자}
국립환경과학원은 “29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일평균 m³당 81∼150μg)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28일 밝혔다. 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9일 수도권 등의 미세먼지 농도는 전날 축적된 오염물질과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새벽부터 유입된 오염물질의 영향으로 ‘나쁨’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환경과학원은 노인이나 어린이, 천식 환자 등 미세먼지 민감군은 야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영호남과 제주 등 그 외 권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31∼80μg)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저녁부터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일부 부작용에 대해 후속조치가 조속히 시행된다면 지속가능하게 관리될 것이다.”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23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해 내린 최종 결론이다. 4대강 사업에 결정적인 하자가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안전 등에 일부 문제점이 있어 보완해야 한다는 다소 어정쩡한 결론이다. 찬성론자, 반대론자들의 팽팽한 의견 대립을 반영해 일종의 ‘타협적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4대강 조사위는 “민간 전문가 등 92명이 1년 4개월 동안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 발표로 조사위의 활동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의 본래 취지가 얼마나 달성됐는지, 명암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홍수 저감, 수자원 확보 효과는 합격점 2009년 6월 정부가 내놓은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4대강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홍수 대비’다. 조사위는 “4대강 주변 홍수위험구역 807.95km² 중 93.7%인 757.11km²에서 홍수 위험도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하천을 깊게 만들기 위해 바닥에 쌓인 모래나 암석을 파내는 준설이 계획만큼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 강 둔치에 쌓아둔 흙이 홍수가 발생했을 때 흘러내릴 수 있어 “계획한 만큼의 저감 효과에는 못 미쳤다”고 밝혔다. 가뭄에 대비한 수자원 확보와 관련해서는 “당초 계획량은 13억 m³였으나 실제 확보량은 11억7000만 m³”라고 밝혔다. 90% 달성률이다. 하지만 물이 부족했던 곳과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이 늘어난 곳이 일치하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조사위는 “4대강 사업으로 가뭄에 확보할 수 있는 수자원이 연간 3억9900만∼6억2600만 m³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중 실제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양은 1억3200만 m³뿐”이라고 밝혔다. 배덕효 4대강 조사위 공동위원장(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은 “물을 저장하기 위한 보의 위치로 왜 해당 지역을 선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정부 문건이나 자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 수질 및 수생태계 영향은 기대에 못 미쳐 수질 개선과 관련해 조사위는 4대강 사업으로 한강과 낙동강, 금강은 전반적으로 생물화화적산소요구량(BOD)과 식물플랑크톤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BOD는 미생물이 물 속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량으로, BOD가 감소했다는 것은 수질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낙동강 중 상류지역 4개 보 구간에서는 공사 이전보다 수질이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위는 “일부 구간에서 수질이 악화된 것은 보 설치와 준설로 물의 흐름이 느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낙동강에서 녹조 현상이 심했던 것도 가뭄에다 유속이 느려진 탓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조사위는 정수처리 대책이 적절히 시행되고 있어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의 독소로 수돗물이 오염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려던 계획은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생태공원이 조성돼 대부분 공원에 생태적 특징이 구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대강 생태공원의 육상식물 87%가 하천습지와 어울리지 않는 종으로 조사됐다. 또 생태하천이 직선으로 흐르면서 식물 서식처가 훼손되고, 강에서 사는 어종 대신 저수지처럼 정체된 물에서 사는 어종이 증가하는 등 서식 생물군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 보 물받이공 누수, 보강 필요” 4대강 조사위는 “보 16개 중 6개의 물받이공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확인됐다”면서 6개 보를 상세하게 조사해 적합한 보강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누수가 나타난 보는 구미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공주보, 백제보다. 이런 현상이 보 구조물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파이핑(piping) 현상’인지에 대해선 조사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최동호 위원(한양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수압에 의해 물이 일부 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파이핑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위원은 “파이핑 현상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보 상류의 물이 지반을 통해 하류로 나오는 파이핑 현상이 아니라 보 본체 콘크리트의 갈라진 틈새로 물이 새 나온 것으로 통상 콘크리트 댐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16개 보가 기본 하중을 고려해 적절히 설계돼 구조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문제가 확인된 보에 대한 보수·보강 등 후속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16개 보는 모두 건설사의 하자보수 기간(2∼3년)이 남아 있어 건설사가 보수하면 된다.홍수영 gaea@donga.com·이종석·김현지 기자}
경기 용인시에 사는 주부 강민주 씨(37)는 평소 먹는 샘물을 사서 마신다. 집에서 라면을 먹을 때도 수돗물이 아닌 먹는 샘물로 끓인다. 수돗물은 설거지와 빨래를 할 때나 사용한다. 수돗물에 딱히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왠지 찜찜한 느낌 때문. 강 씨처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기를 꺼리는 사회 분위기 탓에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률은 5%에 불과하다. 영국(70%), 미국(56%), 일본(46%)에 비해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이같이 낮은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 출범한 단체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소비자연대, 한국환경공단 등 71개 단체가 참여해 9월 창립한 시민네트워크는 최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수돗물 시민토론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 해소를 위해 토론회와 캠페인 등을 통해 우리나라 수돗물 품질의 정확한 정보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수돗물홍보협의회가 2012년 20세 이상 시민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막연히 불안해서’라는 응답이 31.9%로 가장 많았다. ‘먹는 샘물을 사서 마시는 이유’에서도 수돗물에 대한 직접적인 불신의 비율은 높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시민들은 ‘국내외 유명업체가 생산하기 때문에’(32.5%), ‘생필품이기 때문에’(23.9%), ‘수돗물보다 비싸기 때문에 좋을 것 같아서’(11.7%), ‘주변 사람들이 마시기 때문에’(9.8%) 먹는 샘물을 찾는다고 대답했다. ‘수돗물을 믿을 수 없어서’라는 응답은 4%에 그쳤다. 시민네트워크는 수돗물에 대해 갖는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수돗물 품질에 대한 정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이를 적극 알리기로 했다. 시민네트워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돗물 수질 검사 항목은 250가지로 미국(110가지), 일본(125가지)보다 더 많다. 이 같은 엄격한 수질 검사로 우리나라는 미국수도협회(AWWA)가 2009년 실시한 정수장 운영능력 평가에서 최고인 별 5개 등급을 받았다. 2012년 열린 세계물품질대회에서는 아시아국가 중 역대 최고 성적인 7위에 올랐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수돗물과 먹는 샘물, 정수기 물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 마시고 싶은 물로 선택하는 비율은 셋 다 비슷했다”며 “수돗물에 대한 불신의 낙인을 없애기 위해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16일 경기 안성시 안성맞춤랜드에서 열린 그린시티 시상식에서는 안성시가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행사는 환경부가 환경관리 우수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해 시상하는 것으로 2004년 시작돼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보전과 생태계 복원, 환경오염 저감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이 행사를 열고 있다. 환경부는 그린시티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내용의 KTX 객실 내 홍보와 해외 그린시티 견학 등을 지원한다. 대통령상을 차지한 안성시는 금석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안성시 도심을 지나는 금석천은 1990년대 초반 택지개발 이후 생활하수 때문에 여름이면 악취가 진동하는 하천이었다. 2010년 7월 금석천살리기TF팀을 꾸린 안성시는 총사업비 112억 원을 들여 금석천을 되살려냈다. 하수관거 정비와 수질 개선 등의 복원사업을 통해 생태하천으로 모습을 바꾼 금석천은 시민들의 친환경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남 순천시는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생태보호와 국내 최초의 정원축제인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점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경남 거창군은 대곡천 생태복원사업으로 같은 상을 받았다. 경기 안산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단법인 ‘에버그린21’ 설립 운영으로, 제주 서귀포시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 구축사업으로, 인천 부평구는 굴포누리 생태체험장 조성 운영으로 각각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그린시티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들은 국민행복을 완성하는 환경복지 실현에 앞장선 기관들”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안녕하세요. 저는 ‘고라니’입니다. 사슴과(科)에 속하는 동물인데요, 사슴과의 다른 동물과 달리 암수 모두 뿔이 없는 게 특징이지요. 저는 나뭇잎 중에서도 가지 끝 부분에 달린 연한 잎만 주로 먹는 아주 온순한 초식동물입니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립종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저를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인데도 한국에서 저는 유해야생동물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의 서식 밀도가 너무 높아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건데요, 그래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저를 멧돼지 등과 함께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저는 수렵대상종에 포함된 상황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으면 저를 사냥하거나 포획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에 저의 가족들이 많기는 합니다. 전부 몇 마리나 되는지 정확한 수치는 없습니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만 마리 정도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서식지 밀도조사에서는 km²당 6.9마리의 고라니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요, 주요 서식지에서의 밀도만 놓고 보면 멧돼지(4.2마리)보다 더 많아요. 제 소개가 길어졌네요. 하나만 더 보태겠습니다. 오늘 하려는 얘기의 주제와도 관련이 있는 내용입니다. 한국도로공사는 매년 야생동물의 고속도로 교통사고 피해(로드킬) 건수를 집계하는데요, 해마다 로드킬을 가장 많이 당하는 동물이 바로 저희 고라니예요. 지난해에만 1939마리의 동료들이 고속도로에서 비명횡사했는데요, 두 번째로 많은 너구리(146마리)와 비교해도 엄청나게 많은 숫자입니다. 최근 5년(2009∼2013년)간 고속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만 9000마리가 넘습니다. 이 같은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막으려고 만들어 놓은 게 있는데요, 바로 생태통로입니다. 도로나 철도 건설 등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단절되는 것을 막고 야생동물의 안전한 이동을 돕기 위해 설치한 인공 구조물이지요.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국가나 지자체는 도로 철도 등의 관리 주체에게 생태통로 설치를 요청할 수 있는데요, 이런 요청이 있으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생태통로를 설치해야 합니다. 그런데 곳곳에 설치된 생태통로들이 솔직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사람이 더 많이 다니는 생태통로 경북 성주군 수륜면에 터널형 생태통로가 하나 있는데요, 터널 입구에서 보면 맞은편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터널의 길이에 비해 폭이 좁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동물이 그렇지만 우리 같은 초식동물들은 특히 더 겁이 많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곳은 지나가기가 무섭습니다. 특히 좁고 긴 터널은 더욱 그래요. 터널의 맞은편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생태통로는 저에게 있으나 마나 한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부의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에도 포유류를 위한 터널형 생태통로는 개방도가 0.7 이상이어야 한다고 돼 있는데요, 하지만 이를 지킨 생태통로는 많지 않습니다. 터널형 생태통로의 개방도는 통로의 단면적(폭×높이)을 길이로 나눈 것인데요, 생태통로가 길수록 양쪽 출입구도 그만큼 넓어야 개방도가 올라가겠지요. 이번에는 육교형 생태통로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지나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좀 전에 말한 터널형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경북 김천시에 있는 생태통로를 보면 바닥은 전체를 벽돌로 깔아 놓았고 가로등까지 설치해 놓았습니다. 사람도 함께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요. 이 생태통로 인근엔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생태통로의 위치 선정과 설계가 잘못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야생동물이 사람의 발길이 잦은 곳을 꺼린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저도 멀리서 사람의 소리만 들리면 달아나거든요. 그래서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에도 사람의 접근과 이용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사람이 생태통로를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경우라도 보행자의 동선은 야생동물 이동 공간과 분리해 흙길로 만들어야 합니다. 경기 광주시에 있는 육교형 생태통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생태통로가 아파트 단지 경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생태통로 옆으로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샛길이 나 있고요, 심지어 생태통로 한쪽에는 인근 주민이 가꾸는 것으로 보이는 텃밭도 보입니다. 만들어만 놓고 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육교형 생태통로도 따라가다 보면 공장지대로 연결됩니다. 이렇다 보니 생태통로를 야생동물보다 사람이 더 자주 이용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석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10월 국정감사 때 낸 자료를 보면 전국의 415개 생태통로 중에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지나간 곳은 176군데(42.4%)입니다. 야생동물(발굽동물 기준)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지나간 119곳(28.7%)보다 더 많습니다. 한 달 내내 야생동물이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은 생태통로가 296곳(71.3%)이나 된다고 하네요. 전북 남원시에 있는 육교형 생태통로는 따라가다 보면 절벽에 가까운 절토면에 막혀 갔던 길을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이쯤 되면 말 못하는 짐승이 다니는 길이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생태는 없고, 통로만 있다 터널형 생태통로의 경우 수백만∼수천만 원 정도의 돈으로 만들 수 있지만 육교형은 수억∼수십억 원이 들어갑니다. 많게는 수백억 원이 들어간 육교형 생태통로도 있는데, 2012년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만들어진 육교형 생태통로에는 380억 원의 예산이 쓰였다고 하네요. 생태통로 설치에는 이렇게 큰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왜 제대로 만들지 못했을까요. ‘통로’만 생각하고 ‘생태’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생태통로를 만들기 전에는 우선 목표종을 생각해야 합니다. 주로 어떤 동물이 생태통로를 이용하게 될 것인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생태통로 주변의 나무도 해당 동물의 먹이원 등을 고려해 심어야 합니다. 초식동물들이 상위 포식자를 만났을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엄폐물까지 만들어 준다면 더 좋겠지요. 최근 들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생태통로를 설치하는 대부분의 기관은 그동안 동물의 생태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생태통로 설치와 관리 기관은 장소에 따라 다른데요, 국도에 있는 건 국토교통부, 지방도는 광역자치단체,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맡고 있답니다. 전문가 관리 생태통로 많지 않아 제대로 된 생태통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오대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국도 6호선에 설치된 육교형 생태통로는 식재가 잘 되었습니다. 무인카메라와 동물의 키 높이를 재기 위한 깃대도 설치돼 있습니다. 동물의 발자국을 확인하기 위해 모래트랙도 깔아 놓았지요. 무인카메라와 모래트랙은 주로 어떤 동물이 생태통로를 이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후 생태통로의 관리에 참고합니다. 한계령을 지나는 국도 44호선에 있는 육교형 생태통로도 마찬가지로 관리가 잘되고 있는 편인데요, 여기서는 멸종위기동물 2급인 삵의 배설물을 군데군데서 볼 수 있습니다. 배설물 흔적은 삵이 그만큼 이곳을 자주 지나다닌다는 표시이겠지요. 강원 평창군 월정사 입구에는 터널형도, 육교형도 아닌 보기 드문 생태통로가 하나 있는데요, 차들이 다니는 길 양쪽에 장대를 세우고 장대 양끝을 굵은 밧줄로 연결해 놓았습니다. 다람쥐와 청설모 전용 생태통로입니다. 밧줄 중간쯤에는 조그만 깡통 하나가 매달려 있는데요, 밧줄 위를 지나다 매 같은 맹조류의 상위 포식자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몸을 숨기라고 만들어 놓은 은신처입니다. 세심한 배려입니다. 이렇게 관리가 잘되고 있는 생태통로들은 대부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맡고 있는데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공원지역 안에 생태통로를 직접 설치하기도 하고, 공원구역을 통과하는 도로의 관리 주체가 만든 생태통로를 위탁받아 대신 관리하기도 합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이 직접 챙기다 보니 국립공원 내 생태통로는 관리가 잘되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국 415개 생태통로 중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건 11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2017년까지 국립공원 구역 안에 9개의 생태통로가 추가로 설치된다는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립생태원이 전국의 생태통로 관리 개선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 또한 반가운 일입니다. 국립생태원은 2015년 상반기에 관리 수준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생태통로 관련 정보를 사진과 함께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리가 잘되고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만들어 각 관리기관의 생태통로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제 얘기 하나만 더 하고 마치겠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고라니의 로드킬 피해가 왜 그렇게 많을까요. 개체 수가 많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는 고라니의 서식지가 주로 고속도로가 많이 지나는 저지대여서 로드킬 피해가 많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운전자 여러분! 야간 고속도로 운전할 때 고라니 출몰 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면 ‘잠시 서행’ 부탁드려요.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가운데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세계적으로 2분에 1명씩, 국내에서는 매일 3명가량의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자궁경부암은 대표적인 여성 암이다. 이 질환은 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병 원인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 접촉으로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HPV는 여성의 약 80%가 일생에 한 번은 걸릴 만큼 흔한 바이러스다. 발암성 바이러스 유형의 HPV에 감염되는 여성은 40% 정도다.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금까지 150여 종의 HPV가 알려졌고, 이 중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15종으로 집계됐다. 특히 HPV16과 HPV18 두 가지는 자궁경부암 환자의 70%에게서 발견돼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백신을 접종하면 이 두 가지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HPV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 효과는 최대 98%.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HPV로 유발되는 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국가의 접종률(1차 접종 완료 기준)을 보면 미국은 57%(13∼17세), 영국 75.4%(12∼20세), 호주(12∼17세)는 83%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항문암 구강암 등 HPV 바이러스로 인한 암을 70%가량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부작용 논란, 근거 없어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HPV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2013년 4분기의 백신 접종률이 2012년 같은 기간 대비 43%가량 줄었다. 지난해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받은 여성이 이상 증상을 일으켰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백신 접종률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2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위험성이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포함된 알루미늄 솔트가 치매나 신경계 염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솔트는 면역반응을 증가시키기 위해 첨가하는 성분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일본 후생성은 백신과 접종 여성의 이상 반응은 서로 인과관계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해 이미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도 HPV 백신은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성들의 불안심리 탓에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와 이탈리아는 같은 기간 백신 접종률이 10% 이상씩 증가했고, 미국과 독일도 근소하게나마 높아졌다. 특히 미국의 소아과학회(AAP)와 CDC, 예방접종 자문위원회(ACIP) 등은 11, 12세 소녀에게 HPV 백신 의무 접종을 권고하면서 백신 접종과 이상 증상은 관련이 없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했다면 올해 안에 마쳐야 전문가들은 지난해 접종을 시작했다면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3회 접종을 완료해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두 차례만 접종하면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1차 접종을 한 뒤로 시간이 다소 지났더라도 세 차례 접종을 모두 마쳐야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에 첫 번째 접종을 했다면 올해를 넘기기 전에 서둘러 3회 접종까지 마치는 것이 좋다. 소아의 경우에는 두 차례의 접종만으로도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최근 발표되고, 2회 접종 일정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이라면 접종을 서둘러 시작하는 것이 효과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더 낫다. 의학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첫 성관계를 갖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만큼 2회 접종만으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9∼14세 여자아이를 둔 부모라면 서둘러 접종시킬 것을 권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여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13세였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에 드는 비용이 많이 낮아졌다. 2007년 도입 당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한 번 맞는 데 드는 비용은 25만 원 안팎이었다. 3차 접종까지 마치려면 7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접종 기관과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백신 1회 접종 가격이 2007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접종하고 정기검진을 해마다 받는다면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7일 ‘이달(12월)의 기능한국인’으로 신원기계 이원호 대표(56·사진)를 선정했다. 서울공고를 졸업한 이 대표는 1978년 한국쇼트기계 근무를 시작으로 쇼트기계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기능인으로, 특히 쇼트기계의 국산화에 앞장서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쇼트기계는 제품 및 부품 표면 등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금속 표면을 다듬는 데 사용되는 표면 처리 기계로 건설, 자동차, 중공업 분야에서 두루 쓰인다. 2006년 신원기계를 설립한 이 대표는 쇼트기계 20여 종을 개발했고 7건의 쇼트기계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 이 대표가 업계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업체는 독일 스위스 일본에서 국산보다 가격이 2배 정도 높은 쇼트기계를 수입해 사용했다. 신원기계는 최근 파키스탄 정부가 발주한 장비계약 입찰에서 독일 일본기업들을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429m²(약 130평) 크기의 공장에서 출발했던 신원기계는 기술력을 앞세워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공장 규모가 2010년 3960m²(약 1198평)에 이어 2015년 6600m²(약 2000평)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 성장의 비결로 기술력과 함께 고객사와의 신뢰를 꼽은 이 대표는 “우리가 만든 기계를 1년 이상 쓰지 못하면 기계값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팔기도 했다”며 “그렇게 약속하고 판 곳 중 기계값을 받지 못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일본의 글로벌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는 2003년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이름을 ‘캥거룸’이라 지었다. 캥거룸은 어미가 앞주머니에 새끼를 품고 다니면서 젖을 먹이는 캥거루와 방을 뜻하는 룸을 합쳐 만든 말이다. 보육교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체조교사, 원어민 영어교사까지 두고 오전 8시∼오후 8시 운영하는 캥거룸은 시세이도 본사가 있는 도쿄 미나토 구 인근의 다른 회사 워킹맘들이 부러워하는 시설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에도 노트북으로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통해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놓은 캥거룸은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이 가능한 한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배려하려는 시세이도의 육아·보육제도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 앞서가는 육아지원 제도 시세이도는 1990년에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정부가 법으로 기업에 육아휴직 제도를 의무화한 것보다 2년 더 빠른 결정이었다. 시세이도는 출산 후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이 또한 일본 정부가 법으로 보장해 놓은 육아휴직 기간(만 1세까지)보다 2년이 더 길다. 육아휴직은 최장 5년까지 쓸 수 있어 첫 출산 후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육아휴직을 했다면 둘째에게는 2년의 육아휴직을 더 사용할 수 있다. 시세이도는 남자 직원들도 여직원들과 같은 수준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하는 남성이 많지 않다. 그래서 2005년에 도입한 것이 유급 단기 육아휴가다. 이 제도는 자녀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2주 이내의 단기 육아휴가를 최대 3번까지 쓸 수 있게 한 것. 남녀 직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제도이지만 도입 목적은 장기 육아휴직을 잘 쓰지 않는 남자 직원들에게 맞춰진 것이다. 지난해 4월 2주간 단기 육아휴가를 사용한 홍보부의 고바야시 시게사토 씨(37)는 “아내에게 나도 육아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단기 휴가를 사용했다”며 “아내가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도 되겠구나’ 하는 믿음을 갖게 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시세이도가 1991년에 도입한 육아시간 제도 역시 정부 기준보다 많이 앞서 가고 있다. 육아시간 제도는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칠 때까지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자녀 나이 3세까지만 단축 근무가 보장된다. 시세이도는 육아시간 제도를 활용하는 직원에 대해 단축근무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이사를 해야 할 정도의 인사이동은 없도록 배려해 준다. 시세이도는 매장에서 일하는 미용 상담직이나 판매사원이 단축근무를 할 경우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미용 전문학교 학생 등 약 1600명을 3개월 단기 계약으로 채용해 대체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세이도는 단축근무 대체 인력도 직원들의 자녀 양육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을 ‘캥거루 스태프’라고 부른다. 캥거루 스태프는 사무직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매장 여직원들의 단축근무 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6년 도입했다.○ 숫자로 나타난 효과 1990년 이전까지 시세이도는 여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14년으로 남성(평균 20년)보다 6년이 짧았다. 하지만 육아를 위한 휴직과 단축근무 제도를 도입한 1990년대 초반 이후 여직원들의 근속연수가 차츰 길어져 2013년에는 평균 16년으로 늘었다. 입사 8년 차인 국제사업부 우노우라 레이 씨(32·여)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지금 같은 육아지원 제도가 없었다면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에 딸을 출산한 우노우라 씨는 2년 동안 육아휴직을 한 뒤 2014년 복직했다. 복직 후로는 출근하면서 아이를 캥거룸에 맡기는 우노우라 씨는 육아를 위한 2시간 단축근무 제도를 이용 중이어서 오후 4시면 아이와 함께 퇴근한다. 여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늘면서 팀장급 이상 간부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함께 증가했다. 2007년 16.2%였던 여성 간부 비율은 해마다 늘어 올해 현재 27.4%까지 올랐다. 시세이도는 2016년에는 여성 간부의 비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내 최고 수준의 육아지원 제도 덕분에 시세이도는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취업정보 회사 가쿠조가 대학과 대학원 졸업 예정자 85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월 발표한 ‘일본에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시세이도는 4위에 오르는 등 매년 취업선호 기업 조사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홍보부의 나가이 쇼타로 씨(45)는 “일본 기업들의 경우 대졸 신입사원이 3년 안에 이직하는 비율이 30% 정도 되는데 우리 회사는 3년 내 이직률이 한 자릿수”라며 “특히 입사 후 3년이 지나서도 여직원들이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비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최고수준 육아지원에 女우수인력들 몰려와”오쓰키 인사부장 “결국 회사에 이익” “직원의 80%, 고객의 90%가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시세이도의 인사·노무담당 임원 오쓰키 시게토 인사부장(53·사진)에게 정부의 정책보다 앞서가는 일본 최고 수준의 육아지원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시세이도의 전체 직원은 4만7000여 명. 이 중 80% 정도가 여성이다. 오쓰키 부장은 “능력 있는 여직원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면 회사로서는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회사의 특성상 시세이도의 고객 대부분은 여성이다. 여성 고객들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지는 남성보다 여직원들이 더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맡은 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는 여직원들이 최대한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게 하려면 육아 고민을 회사가 덜어줘야 한다는 게 회사의 생각이다. 오쓰키 부장은 시세이도의 육아지원 제도에 대해 설명하던 중 ‘워킹맘의 3단계’에 관한 얘기를 곁들였다. 오쓰키 부장이 말한 1단계는 출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일·육아 양립 불가’ 단계로 그는 “일본 직장 여성의 대부분은 1단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2단계는 일과 육아를 가까스로 병행하는 형편이고, 3단계는 육아 걱정 없이 일에 집중하면서 직무 관련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준이다. 오쓰키 부장은 “일본 기업들의 대부분은 1단계에서 2단계로 가려고 노력하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지금 2단계에서 3단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세이도가 2007년 직무역량 강화를 위해 미용, 영업·마케팅, 생산, 연구개발 등 10개 학부로 구성된 사내 대학을 만든 것도 직원들의 육아 문제는 회사가 어느 정도 해결해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쓰키 부장은 “회사의 육아지원 제도가 많이 알려지면서 우수한 여성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여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길어진 것도 육아지원 제도 덕분”이라며 “육아지원 제도를 잘 갖추기 위한 투자는 결국 회사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도쿄=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1일부터 상수원 취수시설로부터 상류로 4km를 벗어날 경우 제한적으로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상수원 취수시설로부터 상류로 7km 이내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공장은 설립이 불가능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웬만한 제조업 시설은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 규제는 9월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참석한 이희숙 씨(57)가 “한과공장을 지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이 씨 민원에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라 내년에…”라고 말했다가 박 대통령으로부터 “내년요?”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환경부는 공장설립 승인지역을 넓히면서도 상수원 보호를 위해 공장설립 허용 업종은 떡빵류, 과자류, 면류 제조업과 커피 가공업 등 4가지로 제한하고, 공장 총면적이 500m²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환경부는 또 취수시설로부터 상류 쪽으로 4km 넘게 떨어진 곳이라 하더라도 하천의 경계로부터 500m를 벗어나야 공장을 지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규제개혁장관회의 때 이 씨가 “한과공장을 지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던 곳은 규제 완화에 따른 공장설립 허용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씨가 당시 한과공장을 짓게 해 달라고 요구했던 곳은 하천에서 2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환경단체 사이에서 상수원 보호정책을 위협하는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많았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3일 “설악산국립공원 설악동지구 탐방로 주변에 있는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 등 건물 9개 동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탐방로 주변 음식점 등은 설악산 내 사찰 신흥사가 1970년대 중후반에 지은 것으로 건물이 낡고 오래된 데다 음주산행과 공원 내 오폐수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부터 건물과 토지를 소유한 신흥사 측과 철거 문제를 논의해 최근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비선대와 비룡폭포, 울산바위로 연결되는 탐방로 입구와 주변의 음식점 등 8개 동은 올해 안에 모두 철거되고, 업주의 임차 기간이 남아 있는 비선대 휴게소는 2015년 12월에 철거된다. 내년 비선대 휴게소까지 철거되면 설악산국립공원 탐방로 주변의 음식점은 모두 없어지게 된다. 앞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8년에 산악인의집 휴게소를, 지난해에는 비룡폭포2 휴게소를 철거했다. 음식점 업주들은 희망에 따라 집단시설지구인 설악산 케이블카 승강장 부근에 새로 짓고 있는 건물에서 영업할 수 있다. 설악산은 1982년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권역으로 지정되어 수려한 경관자원과 산림을 보존해 오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하루 24시간, 365일 내내 돌아가는 종합병원을 일터로 삼은 사람들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하루 평균 입원환자 2700명에 1만1000명의 외래환자가 찾는 서울아산병원 직원들도 마찬가지. ‘정시 칼퇴근’은 남의 나라 얘기다. 서울아산병원은 1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직원들에게 저녁시간을 돌려주기 위해 매주 수요일은 정시(오후 5시 30분)에 퇴근하는 ‘패밀리데이’ 제도를 2010년 도입했다. 패밀리데이 덕에 경영분석팀의 이대호 주임(33)은 3년째 수요일 저녁마다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패밀리데이 제도는 주로 일반 사무직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의사 1670명과 간호사 3450명, 보건직(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870명, 약사 140명 등 모두 7700명 가량이 근무하는 서울아산병원의 사무직(570명)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 자녀들의 부모 직장체험 프로그램 운영 하루 24시간 불을 밝혀야 하는 종합병원의 특성상 서울아산병원은 직원들의 일과 가정, 일과 여가생활의 양립을 위해 애쓰는 방식이 일반 회사들과는 조금 다르다. 현실적으로 직원들에게 넉넉한 저녁시간을 돌려주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일터인 직장에서 자녀들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한 자주 갖게 해 주는 쪽으로 변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직원 자녀들을 초청해 부모의 직장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행복 더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4차례 열린 이 프로그램에는 직원 자녀 60여 명이 참가해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의사 간호사 등의 역할 체험을 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11월에 4회, 12월에도 6회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8월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종합병원 부문 1위로 서울아산병원을 선정하면서 “직원 가족을 병원으로 초청하는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은 항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내 직장 어린이집은 일반 어린이집보다 한두 시간 빨리 문을 연다. 3교대로 근무가 돌아가는 워킹맘 간호사 등을 위한 배려에서다. 병원 내 어린이집은 평일의 경우 오전 6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어린이집이 이른 시간부터 아이들을 돌봐주기 때문에 오전 6시 30분∼오후 3시 근무조 간호사들도 출근하면서 아이들을 맡길 수 있다. 어린이집은 토요일에도 오전 6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2시까지 1∼5세의 직원 자녀 300명을 책임진다. 대한간호협회가 1월 경력 단절 간호사 1073명에게 일을 그만두게 된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은 34.9%(중복 응답)가 ‘자녀 양육’ 때문이라고 답했던 것을 감안하면 취학 전 자녀를 둔 간호사들에게는 2시간 빨리 문을 여는 어린이집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정형외과 외래 환자 담당이어서 3교대 근무를 서지 않고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7시쯤 퇴근하는 서꽃샘 간호사(36)는 “어린이집이 일찍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출근하면서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다”며 “가끔은 점심을 빨리 먹고 남는 시간을 아이들과 같이 보낼 수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남편도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원내 커플인 서 간호사는 아들(6) 딸(5)과 함께 4명의 가족이 아침마다 함께 집을 나선다.○ 회사서 테마여행도 보내줘 늦은 퇴근과 잦은 야근으로 주중에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직원들을 위해 서울아산병원은 ‘가족과 함께하는 테마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한 테마여행 프로그램은 매월 둘째, 셋째 주말마다 테마를 정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직원과 가족들의 여행 경비 절반을 병원 측이 댄다. 8일 충북 단양의 한 과수원으로 직원과 가족 80여 명이 사과 따기 체험여행을 다녀온 것을 포함해 올해에만 2000명이 넘는 직원과 가족들이 테마여행을 즐겼다. 3월 아내와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전남 담양의 대나무숲 걷기 테마여행을 다녀온 핵의학팀 정우영 차장(44)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기분 전환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테마여행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자녀교육 상담 프로그램도 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맞벌이 부부들이 자녀 교육에 관심을 쏟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직원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이 상담을 신청하면 상담자격증을 가진 퇴직 교사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고민을 들어준다. 인사팀 진병순 차장(50)은 “고교 입학을 앞둔 중3 딸의 진로 문제와 관련한 상담을 받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이 원하면 자녀와 함께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고객만족팀의 김왕겸 부장(51)은 “자녀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은 결국 업무에 대한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를 대하는 직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이 행복해야 최상의 의료서비스 가능”▼고객만족팀 이끄는 최인철 부실장서울아산병원은 2012년 고객만족팀을 새로 만들면서 기존에 있던 직원 만족 관련 업무도 고객만족팀으로 모두 넘겼다. 직원 만족을 위한 업무를 왜 고객만족팀에서 같이 하도록 했을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 최인철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부실장(52·마취통증의학과 교수·사진)은 “직원의 행복은 결국 환자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최 부실장은 “하루 24시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는 절대적으로 직원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며 “직원들이 그런 노력을 쏟을 수 있으려면 먼저 자신들부터 직장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 현장에서는 일하는 직원들이 즐거워야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부실장은 “이런 면에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종합병원 부문에서 서울아산병원을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종합병원 부문 1위로 3년 연속 선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 부실장은 “지난해 12월 도입한 직원 스트레스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궁극적으로는 고객인 환자들을 만족시키려는 실천 의지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직원들이 스트레스나 심리 상담을 신청하면 병원 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상담에 응하고 있다. 그는 “다른 직장에 비하면 야근과 당직 근무가 많고 특히 3교대 근무를 서는 직원들은 일상생활도 규칙적이지 못하다”며 “이런 근무 여건 때문에 생길지도 모르는 스트레스와 가족 사이의 갈등까지도 병원이 챙겨야 양질의 의료서비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최 부실장은 “패밀리데이 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종합병원의 특성상 모든 직원이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여건은 못 된다”며 “하지만 패밀리데이는 직원들에게 저녁시간을 돌려주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였고, 앞으로도 일터와 가정의 양립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계속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경기 수원에 사는 김모 할머니(67)는 무릎이 아파 10년 넘게 고생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해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했다. 무릎이 욱신거리면 파스를 붙이고 참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할 때에는 진통제를 맞는 게 전부였다.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무릎 상태가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은 할머니는 퇴행성 관절염 말기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할머니는 마음이 무거웠다. 수술비를 감당할 형편이 못 됐기 때문이다. 통증을 참고 지내던 할머니는 어느 날 지인을 통해 대한노인회가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 퇴행성 관절염 인공관절 수술 후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할머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수술 후원을 신청했다. 할머니는 수혜자로 선정돼 6개월 전 양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무릎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염증을 일으키는 관절 대신 인공관절을 넣어주는 치료법이다. 수술 후에는 통증이 사라지고 무릎 기능이 회복되면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은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라 하더라도 한쪽 무릎을 수술하는 데만 환자 부담 비용이 250만∼300만 원가량이다. 양 무릎을 모두 수술하면 비용은 2배로 늘어난다. 수술 후 2, 3주 정도의 입원 치료도 필요하기 때문에 100만 원 정도의 간병비가 추가로 부담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저소득층 노인들은 극심한 무릎 통증에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한노인회가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 퇴행성 관절염 인공관절 수술 후원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69년 설립된 대한노인회는 약 300만 명의 회원을 둔 사단법인으로 노인 자원봉사지원센터 운영, 노인생활 소식지 발간, 노인취업 지원본부 운영 등 노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수술을 희망하는 환자는 대한노인회 보건의료사업단에 전화(1661-6595)로 신청하면 된다. 우편(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43)이나 이메일(ok6595@naver.com)로도 신청할 수 있다. 가족이나 사회복지사가 대신 신청해도 된다. 신청이 접수되면 대한노인회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여부 등 지원자의 경제 능력에 대해 심사하고 후원 병원을 통해 지원자의 무릎 관절 상태를 검사한 뒤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한지를 확인한다. 인공관절 수술 후원 캠페인은 2015년 4월까지 계속된다. 나병기 대한노인회 보건의료사업단장은 “무릎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이 많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아 건강한 무릎으로 행복한 생활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크리스마스트리’로 널리 알려진 멸종위기종 구상나무(사진) 군락지가 속리산에서도 발견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9일 “기후변화 등으로 분포 면적이 줄고 있는 토종 구상나무의 군락지를 10월 속리산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뤄 자라는 곳은 지리산과 한라산뿐이었다. 속리산에서는 문장대와 천왕봉 사이 해발 1000m 부근에서 구상나무 수십 그루의 군락지가 발견됐다. 구상나무는 주로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 절벽에서 자란다. 속리산은 지금까지 확인된 구상나무 군락지 중 가장 위쪽이다. 학명(Abies Koreana·애비스 코리아나)에 ‘코리아’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는 구상나무는 1904년 유럽으로 반출된 뒤 개량을 거쳐 크리스마스트리로 활용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유럽에서는 이 나무를 ‘한국 전나무(Korean Fir)’로 부른다. 국립생물자원관은 크리스마스트리의 원조가 110년 전 유럽으로 건너간 한국산 구상나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해외에서 판매되는 원예용 구상나무와 토종 구상나무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우리나라 구상나무를 1998년 멸종위기 근접종으로 평가했고, 이후로도 분포 면적이 계속 줄어들자 2013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친환경 에너지타운 시범사업이 10월 30일 첫 삽을 뜨기까지 산골 마을 30대 이장의 숨은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친환경 에너지타운 시범사업은 가축분뇨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피 시설을 에너지 자원화 시설로 활용하는 것. 광주와 충북 진천을 포함해 3곳이 사업지로 선정됐고 이 가운데 강원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가 가장 먼저 첫 삽을 떴다. 소매곡리 이장 지진수 씨(39·사진). 지난해 그는 친환경 에너지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되는 것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집, 한 집 찾아다녔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주민을 찾아다니다가 속이 쓰린 줄도 몰랐다. 받아 마신 커피가 17잔이나 됐던 것. 그는 “주민을 설득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몇 잔을 마신 줄도 몰랐다”며 “17잔이나 마셨다는 건 집에 돌아와 방문 가구 수를 세어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친환경 에너지타운 시범사업을 못마땅해했다. 1998년의 일 때문이다. 당시 홍천군은 이 마을에 하수처리장과 가축분뇨 처리 시설을 짓기로 하면서 마을 진입로 확장과 다리 건설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홍천군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분뇨 처리 시설이 들어서자 소매곡리는 이웃마을 주민들에게 ‘냄새나는 마을’로 불렸다. 땅값도 옆 마을의 절반도 안 되는 평당 20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 일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두 번은 안 속는다”며 에너지타운 선정에 반대했다. 하지만 지 이장은 이번에는 1998년과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냄새 저감 시설을 따로 갖추고 무엇보다 친환경 에너지타운이 되면 마을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을 공들여 설명했다. 그래도 일부 주민은 끝까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식당이나 펜션을 운영하는 외지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맞벌이를 하는 지 이장의 아내는 “생업(정수기 사업)은 뒷전이고 실속 없이 마을 일에만 매달린다”며 쏘아붙이기까지 했다. 지 이장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반대가 심한 식당 주인에게는 마을회의 후 회식 손님을 몰아주면서까지 설득을 시도했다. 그래도 돌아서지 않는 주민에게는 마지막 설득 카드로 두 딸 얘기를 꺼냈다. 지 이장에게는 여덟 살, 다섯 살 된 딸이 있다. “제가 나고 자란 마을이고 딸아이들이 앞으로 10년은 더 살 동네인데 해로운 시설이면 왜 마을에 들이자고 하겠습니까.” 결국 그는 마을 57가구 121명의 주민 중 97명에게서 에너지타운 사업에 찬성한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지 이장은 홍천농고를 졸업한 뒤 군 입대를 하기 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누나들이 살고 있는 인천에서 6개월간 지낸 것을 빼고는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다. 전임 이장이던 2년 선배가 서울로 떠난 뒤 마을 노인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2010년 12월 이장을 맡았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함께 착공식 테이프 커팅에 참여한 지 이장은 착공식 후 이장을 그만두려 했다가 마을 어른들의 성화에 완공 때까지 이장을 계속 맡기로 했다. 2016년 9월 에너지타운이 완공되면 주민들은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가스로 만든 뒤 강원도시가스로 보내게 된다. 강원도시가스는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도시가스로 만들어 소매곡리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가구당 연간 90만 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주민들은 또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고체형 찌꺼기는 퇴비로, 액체는 액체비료로 만드는 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여기서 나오는 퇴비와 액체비료를 팔아 연간 5200만 원의 마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3월부터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다니기 시작한 유빛내리 씨(34)는 1학기 강의 때는 매번 지각을 했다. 빨라야 오후 6시 퇴근이라 7시부터 시작하는 강의시간에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 늘 수업 시작 30분이 지나서야 강의실에 도착했고, 앉을 자리를 찾아갈 때도 까치발이었다. 하지만 9월에 개강한 2학기부터는 그럴 일이 없어졌다. 퇴근시간이 오후 5시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퇴근시간을 한 시간 앞당길 수 있었던 것은 유 씨가 다니는 회사인 온라인 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8월부터 탄력근무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휴넷의 기존 근무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회사는 여기에다 오전 8시∼오후 5시, 오전 10시∼오후 7시 근무제를 새로 만들어 직원들이 셋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사정에 맞춰 아침, 저녁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에서다.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유 씨는 대학원 수업을 위해 한 시간 일찍 출근해 한 시간 빨리 퇴근하는 오전 8시∼오후 5시 근무를 택했다. 학점은행팀의 한희정 수석(41)은 출퇴근을 한 시간씩 늦춘 오전 10시∼오후 7시 근무를 선택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1학년인 딸을 둔 한 수석은 탄력근무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두 아이의 등교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오전 7시 20분쯤 집을 나서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전 8시 20분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집을 나서 학교 앞까지 데려다 준 뒤 회사로 향한다. 한 수석은 “딸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등교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며 “아침에 잠을 깨우느라 아이들과 씨름하셨던 시어머님의 수고도 덜어드리게 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탄력근무제 도입을 누구보다 반겼다. 한 수석은 또 “출근하면서 러시아워에 시달리지 않으니 회사에 도착해서 업무에 바로 몰입하기가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다. 휴넷 직원들은 다른 회사를 다니는 친구나 선후배들로부터 특히 부러움을 사는 것이 있다. 입사 후 5년간 계속 근무하면 한 달간 휴가를 갈 수 있는 학습휴가제도다. 학습휴가는 한 달을 통째로 쉬어도 급여가 지급되는 유급 휴가다. 학습휴가라고는 하지만 휴가기간에 뭔가를 꼭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휴가 중에 보고 느낀 것을 휴가가 끝나고 돌아와 말이나 글로 회사 동료들에게 전하면 된다. 학습휴가는 교육 전문기업인 만큼 직원들도 휴가 중에 새로운 경험을 통해 뭔가를 얻고 배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장기 휴가제도다. 일이 몰려 학습휴가를 가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한 달간의 긴 휴가로 일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면 회사는 단기 대체 인력을 채용해 빈자리를 메워준다. 상사 눈치를 보느라 학습휴가 신청을 머뭇거리는 직원도 없다. 학습휴가는 휴넷이 창립 당시 취업규약에 명문화해 자격만 되면 누구나, 언제든지 갈 수 있다. 1999년 회사가 생긴 뒤로 2004년에 첫 학습휴가자가 나왔고 지금까지 전체 정규직 164명 중 60명가량이 학습휴가를 한 번 이상 다녀왔다. 학습휴가는 5년마다 갈 수 있어 올해로 입사 15년 차인 한 수석은 학습휴가를 3번이나 다녀왔다. 임미연 고객행복센터장(34)은 학습휴가 덕분에 다섯 살 된 아들과 모처럼 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주중에는 인천에 사는 친정어머니에게 아들을 맡겨 주말에만 아들 얼굴을 봐온 임 센터장은 6월 학습휴가를 내고 아들과 제주도로 가 3주일을 함께 지냈다. 임 센터장의 남편이 다니는 직장에는 한 달씩 쉴 수 있는 휴가제도가 없어 남편은 주말을 이용해 제주도에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임 센터장은 “모든 걸 잊고 한 달을 쉬어 보니 일주일 정도의 휴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컸다”며 “학습휴가가 끝난 뒤에는 몸이 확실히 재충전됐다는 느낌을 갖고 회사로 복귀해 업무 효율도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2008년 입사한 기업교육서비스팀의 이승현 선임(35)은 지난해 1월 학습휴가를 내고 한 달 간 인도와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자신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이 선임은 “휴가에서 돌아와 보니 일이 좀 쌓여 있긴 했지만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로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며 “휴가 후 첫 출근하는 날에는 신입사원 같은 기분이 들면서 의욕도 넘쳤다”고 말했다. 휴넷의 금요일은 한 시간 일찍 시작해 한 시간 빨리 끝나는 ‘얼리버드 데이’다. 휴넷은 2006년 11월부터 금요일마다 모든 직원이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직원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외부 초청 강사의 특강을 듣는다. 지금까지 329차례 진행된 특강에는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교수와 ‘시골 의사’ 박경철 원장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휴넷은 일부 직원 사이에 ‘금요일마다 오전 8시에 출근하는 것이 버겁다’는 의견이 있어 출퇴근 시간을 30분씩 늦추는 방안을 놓고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과는 전체 직원의 80% 정도가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유지하는 쪽을 원했다. 문주희 HR팀장(37)은 “직원 대부분은 금요일 오후 근무를 한 시간 빨리 마무리하고 그만큼 먼저 주말 분위기를 맞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주말을 낀 금토일, 토일월 휴무를 사용하는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푹 쉬어야 몰입… 창의적 아이디어도 쏙쏙”▼‘학습휴가제’ 도입 이인숙 대표“근무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얼마나 몰입해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이인숙 휴넷 대표이사(50·사진)는 24일 다른 회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기 휴가인 학습휴가제 도입 이유를 묻자 ‘몰입도’ 얘기를 꺼냈다. 맡은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성과를 내려면 짧은 시간을 일해도 몰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절한 시기에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이 대표이사는 “교수들처럼 1년씩 안식휴가를 주고 하면 더 좋겠지만 기업의 특성상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들다”면서 “그래도 한 달 정도면 충분히 머리를 식히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학습휴가제 실시 초기에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말했다. 학습휴가를 떠나 한 달을 쉬고 와서는 바로 사표를 내는 직원들이 있었다는 것. 그래도 이 대표이사는 학습휴가제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학습휴가는 반드시 정착시켜야 할 제도라고 여겼다. 이 대표이사는 “우리 회사는 교육을 통해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매출을 내는 회사”라며 “그런 회사가 직원들에게 성장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이사는 한 달간의 장기휴가를 직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학습휴가를 앞둔 직원들에게 가능하면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낼 것을 주문한다. 이 대표이사는 “학습휴가를 떠나기 직전과 갔다 온 뒤에 직원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한다”며 “이제는 학습휴가제가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학습휴가를 다녀온 직원들은 자신이 없는 동안 고생한 팀 동료들을 위해 일을 더 열심히 한다는 게 이 대표이사의 얘기다. 이 대표이사는 또 “학습휴가를 떠나는 직원을 보면서 남아 있는 동료들은 언젠가는 나도 한 달간의 휴가를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면서 “학습휴가는 회사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68세인 김모 씨는 오른쪽 엉덩이뼈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종아리가 저리고 시린 통증도 함께 생겼다. 인근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김 씨는 결국 정형외과 병원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 보니 오른쪽 4, 5번 허리뼈(요추)에 디스크를 동반한 척추관 협착 증세가 있었다. 김 씨는 10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신경 성형수술을 받았다. 통증은 바로 사라졌다. 입원하지 않고 치료가 끝나 지금은 통증 없이 생활하고 있다. 엉덩이 고관절 부위가 아프고 다리가 당기면서 저리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리 디스크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통증은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요추 방사통을 일으키는 질환에도 나타난다. 특히 허벅지부터 종아리, 장딴지, 발목, 발바닥은 요추 5번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여서 이 신경이 압박을 받거나 염증이 생기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허리 디스크는 척추 뼈와 척추 뼈 사이의 연골이 터지면서 튀어나온 조각이 신경을 짓누르는 질환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 통로가 좁아져 신경의 혈액순환을 막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런 질환이 신경을 압박하면 나중에는 신경 손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증상은 비슷하지만 통증의 원인이 다르면 치료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정확한 원인 진단을 통해 질환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비수술적 허리 통증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대표적인 비수술법, 척추신경 성형술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시술이 간단하다. 척추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퇴행성 디스크 등에 효과적인 시술이다. 약 1mm의 굵기의 신경 카테터(길고 가느다란 관 형태의 의료기구)를 꼬리뼈 쪽 신경 통로를 통해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이 있는 부위에 삽입한다. 그런 뒤 염증으로 유착되고 신경이 부어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부위까지 카테터를 밀어 올려 유착과 염증을 제거한다. 카테터를 이용해 신경 치료제와 유착 방지제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시술은 10∼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술이 끝나면 통증이 대부분 사라지고, 한두 시간 정도 안정을 취하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해 고령의 환자들도 큰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시술이다. 심한 척추관협착증 치료, 풍선 성형술 심혈관이 막혔을 때 사용하는 스텐트(혈관 확장용 삽입장치) 치료법과 같은 원리로 중증의 척추관 협착증 치료에 사용되는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1mm 굵기 정도의 가는 카테터 끝에 풍선을 달아 협착이 심하게 진행된 곳에 삽입한 뒤 수압을 이용해 막힌 통로를 넓히는 시술이다. 꼬리뼈에 있는 신경통로를 통해 삽입하며 시술시간은 15∼20분이다. 하루 정도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치료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디스크 타깃, 고주파 수핵 성형술 초기에는 디스크 내장증의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디스크 내장증은 허리 디스크와는 약간 다른 형태의 디스크 질환이다. 디스크 내장증은 허리 디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이라는 막이 찢어지고 염증이 생기면서 신경을 손상시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런 경우에는 디스크의 염증뿐 아니라 찢어진 막까지 아물어야 재발없는 치료가 가능하다. 고주파 수핵 성형술은 찢어진 막을 고주파 주사를 이용해 아물게 하는 것으로 80도 정도의 고주파 열을 가해 찢어진 막을 굳히는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고주파 열을 가하면 튀어나온 디스크의 부피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 시술은 크게 튀어나온 디스크 탈출증에도 쓰이는 등 적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척추 압박골절 치료, 척추 성형술 뼈엉성증(골다공증)이 심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되는 골다공증 척추 압박골절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시술이다. 척추 압박골절이 생긴 부위에 골수 바늘을 주사해 골 시멘트(뼈를 굳게 하는 약)를 주입한다. 1시간 정도 지나면 골절된 뼈가 단단히 굳는다. 과거에는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5∼10분 정도면 시술이 끝나 시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 평소 골다공증이 심한 환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누웠다 일어나기가 힘들어지거나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불편해졌다면 척추 압박골절을 의심해봐야 한다.디스크 환자 치료,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 경막외 내시경 레이저 시술인데 흔히 꼬리뼈 내시경 시술로 불린다. 내시경을 이용해 치료할 부위에 접근한 뒤 레이저로 치료하는 시술이다. 과거에는 내시경의 해상도가 낮아 활용도가 높지 않았지만 최근 내시경 성능이 크게 좋아져 작은 카테터를 이용해도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레이저를 이용해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기 때문에 추간판 탈출증이 상당히 진행된 중증의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최근 개발된 내시경 레이저 치료법은 비수술적 척추 치료법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흑산도 바다직박구리(사진)가 1000km를 넘게 날아가 대만에서 발견됐다. 텃새였던 바다직박구리가 어떤 이유로 철새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는 28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도에서 연구용 가락지를 채워 날려 보낸 바다직박구리가 대만 북부 신베이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8월 27일 흑산도를 떠난 이 새는 1114km를 날아가 9월 30일 신베이에서 모습이 포착됐다. 딱샛과로 무게 60∼70g의 작은 새인 바다직박구리는 그동안 바닷가에 서식하는 텃새로 알려졌다. 하지만 흑산도에서 날려 보낸 이 새가 2008년에 이어 다시 대만에서 발견됨에 따라 바다직박구리의 일부는 철새처럼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권영수 센터장은 “바다직박구리가 대만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길을 잃은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번에 다시 대만에서 발견된 것으로 볼 때 바다직박구리의 일부는 우리나라에서 여름을 보내다 가을에 대만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해 겨울을 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새연구센터는 철새의 국제적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2005년부터 지금까지 4만6000여 마리에 가락지를 채웠지만, 이 중 다시 발견된 것은 3마리뿐이다. 가락지에는 새의 고유번호와 함께 한국에서 날려 보낸 새라는 표시로 ‘K.P.O(Korea Post Office) BOX’라고 새긴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평창로드맵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전 세계가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자는 것이죠.” 환경부의 김상훈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준비기획단장(사진)은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의 가장 큰 성과로 평창로드맵 채택을 꼽았다. 지난해 7월 기획단을 맡은 김 단장은 164개국 2만5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강원 평창군에서 열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평창로드맵은 4년 전 일본 아이치 현 나고야 총회에서 채택된 ‘아이치 타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은 것이다. 김 단장은 “아이치 타깃은 멸종위기종 관리와 생물보호지역 확대 등 20개 분야에 걸쳐 2020년까지의 목표를 설정해놓은 것”이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을 평창로드맵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특히 개발도상국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선진국이 지원할 재정 규모를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빚어진 갈등을 우리 정부가 나서 조정했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개도국은 각 선진국이 2015년까지 지원 규모를 2006∼2010년 평균 대비 2배로 높이고, 2017년부터는 4배로 늘릴 것을 요구했지만 선진국들이 난색을 표시했다. 하지만 개도국과 선진국들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선진국의 환경·과학기술역량 개도국 지원’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2015년까지 지원금을 2배로 늘리는 데 합의를 했다. 김 단장은 “지금은 유엔에서 2015년 이후의 개발의제 설정이 논의되고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생물다양성 문제를 유엔에서 주요 현안으로 다루기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평창로드맵을 총회 의장(윤성규 환경부 장관) 명의로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번 총회 고위급회의 때 채택한 강원선언문에 ‘접경보호지역에서의 평화와 생물다양성 관련 대화 제안을 환영한다’는 표현이 담긴 것도 비무장지대(DMZ)의 생태평화공원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부분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김 단장은 중국 측의 반대로 ‘DMZ’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강원선언문에 담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H&R) 리조트기획팀의 양지혜 매니저(31)는 수요일마다 남편과 같이 퇴근한다. 사내 커플인 양 매니저의 남편은 자금팀에서 일한다. 양 매니저 부부는 소속 팀이 달라 평소에는 퇴근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수요일만은 항상 같은 시간에 회사를 함께 나선다. 수요일에 이 부부의 동반 퇴근이 가능한 것은 한화H&R에 ‘가로수(가족의 품으로 향하는 수요일) 데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H&R는 수요일 퇴근 시간을 오후 5시로 앞당기는 가로수 데이 제도를 지난해 3월 도입했다. 직원들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일찍 퇴근해 저녁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삼은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가로수 데이를 통해 실현해 보겠다는 의도다. 》 월·화·목·금요일에는 대개 오후 7시가 넘어야 직원들이 퇴근을 한다. 하지만 수요일에는 최고경영자가 인정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후 5시 이후에는 사무실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양 매니저는 “주중의 가운데인 수요일 하루만 일찍 퇴근해도 일주일 전체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느낌”이라며 “한 주의 후반인 목요일 금요일이 돼도 피로감이 없고 주말이 오기만을 목 빼고 기다리는 일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홍보팀의 김보윤 씨(25)는 수요일마다 퇴근 후 학원에서 기타를 배운다. 회원사업지원팀의 한규인 씨(29)는 수요일이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이다. 얼마 전까지는 수요일마다 퇴근 후 독일어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서정엽 리조트혁신팀장(44)은 수요일 저녁마다 중학생 딸을 학원까지 데려다 주고 있다. 홍보팀의 류지영 팀장(44)은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보다는 수요일 저녁에 아내와 영화를 더 많이 본다. 모두 가로수 데이가 생긴 뒤로 달라진 수요일 저녁의 일상이다. 류 팀장은 “수요일에는 오후 서너 시쯤 되면 아내가 ‘오늘 일찍 오는 날이지? 맛있는 저녁 해놓고 기다릴게’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며 “가로수 데이는 나보다 아내가 더 좋아하고 기다리는 날”이라고 말했다. 한화H&R는 수요일 오후 5시 이후에 영업이나 접대 등 회사와 관련된 일로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했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업무상 지출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가로수 데이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자기계발을 위해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배려한 만큼 퇴근 후에는 회사 밖에서도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은 만나지 말라는 얘기다. 수요일에 오후 5시를 지나 법인카드를 썼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회사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가로수 데이 제도 시행 초기에는 오후 5시가 넘도록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남아 퇴근을 못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팀장 눈치를 보느라 자리를 뜨지 못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최고경영자는 팀장들부터 ‘5시 칼퇴근’을 하라고 지시했다. “오후 5시를 넘어서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이 많으면 가로수 데이를 없앨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수요일마다 ‘오늘은 가로수 데이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냈고, 전체 직원에게 ‘5시 퇴근’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사내 메신저로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재무, 회계 담당 직원들이 결산을 하는 월말이나 기획 업무를 맡은 직원이 신규 사업과 관련한 계획서 작성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을 때 정도가 아니면 수요일 오후 5시를 지나서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은 거의 없다. 서 팀장은 “이제는 수요일만 되면 오후 5시 전에 그날 일을 다 끝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다”며 “그러다 보니 다른 날보다 수요일에 팀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한화H&R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리프레시 휴가제도 역시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 중 하나다. 리프레시 휴가제도는 연차를 한꺼번에 최대 10일까지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앞뒤와 중간에 주말을 붙여 연차를 사용한다면 한 번에 최대 16일 동안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입사 5년차인 인사기획팀 장민정 매니저(28)는 홍보팀에서 일하는 입사 동기 이국진 매니저(28)와 7월에 리프레시 휴가를 내고 13일간 캐나다와 미국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4년차인 콘도영업지원팀 김윤미 씨(28)는 8월 말부터 보름간이나 스페인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리프레시 휴가제도가 없었다면 입사 4, 5년차에는 생각하기 힘든 장기 휴가다. 장 매니저는 “여행을 워낙 좋아해 가능하면 휴가는 한 번에 길게 가려고 하는 편이었다”면서 “리프레시 휴가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휴가를 갈 때 상사 눈치가 좀 보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장기 휴가를 내도 마음 편하게 갔다 올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한화H&R는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기 위해 집중근무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는 흡연이나 티타임 등을 이유로 직원들이 자리를 뜰 수 없게 했다.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이 시간에는 회의 소집도 자제해야 한다. 한규인 씨는 “업무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자고 구성원들끼리 약속한 시간대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확실히 올라간다”며 “집중근무 시간에는 잡념이 줄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