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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로 최소 265명이 숨지고 1400여 명이 부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로 자리를 비운 15일 밤(현지 시간)을 노려 거병(擧兵)한 쿠데타군은 한때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군사본부와 방송국 등 주요 시설들을 장악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6시간 만인 16일 새벽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실패로 막을 내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쿠데타 시도를 ‘실패한 쿠데타’로 선언했다. 터키 정부군은 쿠데타 주모자로 알려진 아큰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 에르달 외즈튀르크 육군 3군사령관, 아뎀 후두티 육군 2군사령관 등 가담자 6000여 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진압 성공으로 권력 기반을 강화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 체류 중인 이슬람 사상가이자 자신의 정적인 펫훌라흐 귈렌을 이번 쿠데타 배후로 지목하고 미국에 송환을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귈렌을 체포하든지, 아니면 그를 터키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귈렌이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부터 내놓으라고 맞서면서 터키 내분이 미국-터키 간 외교 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이세형 기자}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판결을 내린 상설중재재판소(PCA)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분쟁 해결 기구다. PCA는 1899년 제1회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때 체결된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약’에 기반을 두고 설립됐으며 한국을 포함해 총 121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국가와 국가 간 분쟁만 담당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달리 PCA는 국가 간 분쟁뿐만 아니라 △개인 △기업 △국제기구 등과 국가 간 분쟁도 다룬다. 지금까지 PCA는 총 70건이 넘는 판결을 내렸고 현재도 116건을 심리하고 있다. 하지만 PCA의 판결은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판결에 불만을 가진 국가나 개인이 판결 내용을 무시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재판부는 가나 출신 토머스 멘사 판사를 재판장으로 장피에르 코트(프랑스), 뤼디거 볼프룸(독일), 스타니스와프 파블라크(폴란드), 알프레드 손스(네덜란드) 등 총 5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됐다. 중국 측은 재판관 5명 중 4명을 반(反)중 성향의 일본 외교관 겸 법학자인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소장이 지명했다며 재판의 중립성을 문제 삼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영국의 차기 총리로 확정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60)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1979년 5월∼1990년 11월 재임)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메이는 옥스퍼드대 지리학과에 다니던 시절부터 보수당원으로 활동했고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를 통해 현 남편인 필립 메이를 만났다. 대학 졸업 뒤에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과 영국지불교환협회에서 일했고, 1997년 버크셔 주 메이든헤드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직업 정치인’이 됐다. 메이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집권한 2010년 5월부터 내무부를 이끌고 있다. 1945년 8월부터 1951년 10월까지 내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슈터 에드를 제외하고는 가장 긴 재임 기간이다. 또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인 2002∼2003년에는 보수당의 첫 여성 의장으로 활약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0일 메이에 대해 “강인한 성격을 바탕으로 동료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대처 전 총리에게 빗대 ‘제2의 철의 여인’으로 표현했다. 메이는 지난달 23일 진행됐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지지했다. 또 브렉시트가 결정된 뒤에는 ‘신속한 EU 탈퇴’ 대신 ‘안정적인 EU 탈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메이의 신중한 EU 탈퇴 방침은 브렉시트 결정 뒤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일자리 감소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영국인들에게 큰 지지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는 브렉시트로 관심을 끌고 있는 ‘이민자 관리’에 대해선 통제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내무장관 시절 비(非)EU 국가 출신의 이민을 제한해 전체 이민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에서 흑인의 매복 총격으로 백인 경찰 5명이 사망한 사건이 터지면서 미 사회에 내재됐던 흑백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관 사망 직후 소강 상태였던 흑인 인권 시위가 다시 시작돼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도로가 봉쇄됐다. CNN은 “현 상황은 사실상의 내전(civil war) 상태”라고 표현했다. 7일 댈러스에서 경찰 5명이 전직 흑인 군인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25)의 조준 사격으로 사망한 데 이어 테네시 주 등 일부 지역에서도 경찰에 대한 공격이 발생했다. 테네시 주 브리스틀에선 이날 흑인 남성 래킴 키언 스콧(37)이 고속도로에서 경찰과 주민 등 백인을 겨냥해 총기를 난사했다. 자동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스콧의 총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경찰 1명을 포함해 3명이 다쳤다. 피해자는 모두 백인이었다. 같은 날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외곽 볼윈에서도 한 30대 남성이 댈러스 사건 용의자처럼 숨어 있다가 교통 검문을 위해 다가오던 경찰에게 총격을 가해 경관 1명이 심각한 총상을 입었다. 경찰은 용의자의 인종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흑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흑인에 대한 경찰 총격 사건도 이어졌다. 9일 댈러스 인근 휴스턴에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흑인 남성이 총을 들고 있다가 경찰이 쏜 총에 사망했다. 최근 경찰관의 흑인 피격 사망 사건이 벌어진 미네소타와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흑인 인권보호 운동인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재점화됐다.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면서 경찰관 5명이 시위대가 던진 돌과 유리병 등에 맞아 다쳤다.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BLM 운동을 주도하는 디레이 매케슨이 체포됐다. 경찰은 정확한 체포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경찰 본부에는 9일 밤 총탄 여러 발이 날아들었고, 댈러스 경찰서에는 테러 협박 전화가 걸려와 근처 주차장으로 경찰 특수기동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찰관들과 법치에 맞서는 폭력배들을 인정하는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BLM 운동은 웃음거리”라고 비난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BLM을 패러디해 ‘푸른색 제복(경찰관)의 목숨도 중요하다(Blue Lives Matter)’란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미국대도시경찰국장연합의 대럴 스티븐스 사무국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경찰의 과도한 진압과 흑인의 인권운동으로 흑백 갈등이 최고조였던 1960, 70년대에도 볼 수 없던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스페인 방문차 유럽을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정을 하루 당겨 10일 귀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댈러스에서 공격을 자행한 미치광이가 흑인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통합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주 초 댈러스 사건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댈러스 경찰 저격 사건의 용의자 존슨은 미 육군 예비군으로 2009년 3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약 6년 동안 근무했으며 2014년 11월부터 9개월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브리스틀에서 백인에게 무차별 총격을 퍼부은 스콧은 1998년 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제5방공 포병연대 5대대 소속으로 복무했으며 이 기간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머물렀다고 AP통신이 미군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미군의 예비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이세형·한기재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70)의 ‘다윗의 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3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의 사진과 함께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연상시키는 육각별과 100달러 지폐 다발이 가득한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반(反)유대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문제의 게시물이 ‘유대인은 돈을 밝힌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유대계 매체인 ‘유대인 인사이더’는 6일 유대인 사회가 이번 다윗의 별 논란에 대해 ‘트럼프의 반유대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 미국이 중립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 트럼프에게 반감을 가진 유대인들 사이에서 이번 논란으로 ‘반트럼프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인 앨런 더쇼비츠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5일 CNN ‘투나이트 쇼’에 출연해 “다윗의 별 사건은 트럼프를 지지하던 일부 유대인의 마음도 돌아서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이날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의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대선 과정에서 반유대인 이미지가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사태의 확산을 우려했다. 유대인들의 반트럼프 활동이 본격화하면 미국 주류층의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유대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3%인 600여만 명이지만 금융계를 중심으로 정관계, 법조계, 언론계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6일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유세에서 “그 별은 그냥 별이었을 뿐인데 갑자기 CNN을 비롯한 언론에서 다윗의 별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커졌다”며 “언론의 이런 행태는 역겹다”고 비난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본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다른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데다 아프간에 뿌리를 둔 탈레반의 영향력도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한 연설에서 “아프간의 치안 상태는 여전히 불안하고 현지 군은 충분히 강하지 않다”며 “임기가 끝나는 내년 초에도 미군 8400여 명을 남겨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간은 테러조직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IS가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1만 명 정도인 아프간 주둔 미군 수를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초까지 550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5월 탈레반 지도자 아흐타르 만수르를 드론 공격으로 제거한 후에도 아프간에서 탈레반 테러가 끊이지 않고 일부 지역을 탈레반이 다시 장악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현상 유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6월 6일~7월 5일)에 터키 방글라데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대규모 테러가 잇따른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이 있는 아프간을 침공했고 2014년 종전을 선언했다. 현재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은 대테러 작전 수행과 현지 군 훈련을 주로 맡고 있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과 100달러 지폐 이미지를 조합한 선거 홍보물로 미 대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을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돈과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6일 미국 내 유대계 매체인 ‘유대인 인사이더’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유대인 사회에서는 ‘다시 한번 트럼프의 반 유대주의가 노골적으로 나타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대인들은 트럼프가 ‘다윗의 별’ 홍보물에서 힐러리를 ‘역사상 가장 부패한 후보’라고 비난한 것은 ‘유대인이 돈을 밝힌다’는 ‘반(反) 유대 편견에 편승한 인종 차별적 언사라고 본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 미국이 ’중립‘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 트럼프에 반감을 가진 유대인들의 ’반 트럼프 정서‘가 이번 논란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이며 미국 헌법과 형법의 권위자로 꼽히는 앨런 더쇼비츠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5일 CNN ’투나잇 쇼‘에 출연해 “다윗의 별 사건은 트럼프를 지지하던 일부 유대인들의 마음도 돌아서게 만들 것”이라며 “공화당 지지자이며 트럼프를 찍으려 했던 5명의 유대인 지인들이 이번 사태로 트럼프에게서 돌아섰다”고 말했다.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펼치는 공화당의 리사 스파이즈는 “유대인들은 이런 일(인종차별과 반 유대주의를 연상시키는 행동)이 트럼프 진영에서 너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유대인들의 반 트럼프 활동이 본격화되면 미국 주류층의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대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3%인 600여만 명이지만 금융계를 중심으로 정·관계, 법조계, 언론계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5일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의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대선 과정에서 반유대인 이미지가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사태의 확산을 우려했다. 다윗의 별 사태로 트럼프의 사위이며 선거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유대계 미국인 재러드 쿠슈너(35)도 덩달아 ’장인의 반 유대주의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쿠슈너가 소유하고 있는 주간지 뉴욕옵서버의 문화부 기자인 데이나 슈워츠가 5일 자사 홈페이지 여론 코너에 ’한 유대인 직원이 쿠슈너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슈워츠는 이 글에서 “기본적인 상식과 역사에 대한 지식만 있어도 다윗의 별을 돈과 함께 표현할 때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지는 알 수 있다”며 “이 나라의 나쁜 사람들은 당신 장인의 메시지를 ’반유대주의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슈워츠의 서한이 게재된 과정도 화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슈워츠는 옵서버의 켄 커슨 편집장에게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싶다‘는 허락을 받고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커슨 편집장은 슈워츠의 글이 온라인에 오를 때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이슬람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가 묻힌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에서 4일 밤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보안요원 4명이 죽고 5명이 크게 다쳤다. 같은 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적대시하는 시아파 거주지역인 사우디 카티프의 모스크와 사우디 지다의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도 연쇄 테러가 벌어진 점으로 볼 때 IS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사우디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자살폭탄 테러가 세 건이나 터졌다.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632년 사망한 후 묻히면서 무슬림에게는 메카 다음으로 신성시되는 성지여서 아랍권에선 큰 충격을 받았다. 테러범은 해가 저물어 라마단 금식이 풀린 4일 저녁 모스크와 법원 사이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던 보안요원들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며 접근한 뒤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렸다. 예언자 모스크는 라마단 기간(6월 6일∼7월 5일) 동안 꾸란을 암송하기 위해 200만여 명이 찾는 성지로 사고 당시에도 라마단 종료 하루를 앞두고 수천 명이 모여 저녁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당시 모스크에 있던 까리 지야드 파텔 씨(36)는 AP통신에 “진동이 하도 강해 빌딩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슬람 제2의 성지를 겨냥한 테러에 아랍국은 잇따라 규탄 성명을 냈다. 이집트의 최고 이슬람 종법학자(그랜드 머프티) 샤위키 이브라힘은 메디나 테러 직후 “급진주의에 매몰된 셰이크(이슬람 지도자)는 이슬람학파라고 볼 수 없다”며 “테러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암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단체는 없지만 IS 소행으로 추정할 만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이날 동부의 시아파 밀집지역인 카티프에선 모스크를 노린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카티프는 IS가 수차례 테러를 감행해온 곳이다. 또한 같은 날 새벽 지다의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도 파키스탄인 압둘라 칼자르 칸(34)의 자살폭탄 테러로 2명이 다쳤다. 이번 라마단 기간엔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대형 테러가 많이 발생했다. IS가 장악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IS의 폭정으로 라마단 기간 중 600명 넘게 사망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다른 지역 테러 희생자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800명이 넘는다. IS는 이슬람의 성스러운 시기인 라마단 시작 직전인 5월 말부터 ‘라마단 기간 중 지하드(성전)는 신의 허락을 받은 행위다’ ‘이교도에게는 라마단 중 고통을 줘도 된다’는 식으로 소셜미디어에 선전전을 펼쳐왔다. 라마단이 끝난 후 이어지는 연휴인 ‘이드 알피트르’(6∼9일) 때도 대규모 테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IS가 아시아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같은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를 집중 공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에 대한 테러로 이 지역 극단주의자에게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불만 세력의 지지도 함께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5일 오전에도 인도네시아 자바 섬 솔로의 경찰서에서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명이 다쳤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학)는 “IS는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느슨한 계율을 적용하고 힌두교 불교 등 다른 종교에도 개방적인 동남아와 서남아 국가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이세형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도하며 ‘반(反)이민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란 평가를 받아온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52·사진)가 4일 전격 사퇴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패라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서 ‘탈퇴’ 진영이 승리한 것은 나의 정치적 야망이 성취됐고 내가 할 일을 했다는 것”며 “이제 내 삶을 찾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UKIP를 이끄는 것은 힘들었지만 가치 있는 일이었다”며 “현재 당은 좋은 위치에 있고 앞으로도 이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라지가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한 목적은 유럽통합 반대였다. 패라지는 원래 보수당 지지자였지만 1992년 보수당이 마스트리흐트조약에 서명하자 독자적인 UKIP의 설립을 주도했다. 마스트리흐트조약은 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의 ‘통합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 중에도 패라지는 유럽 통합의 결과인 이민자 급증을 문제 삼았다.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모습에 ‘브레이킹 포인트(Breaking point·한계점)’란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브렉시트 반대파 쪽에서는 ‘나치의 선전전을 연상 시킨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찬성파 쪽에서도 너무 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UKIP 대표직에서 물러나지만 패라지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인 ‘EU 탈퇴’ 관련 활동을 완전히 그만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의회의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며 브렉시트 관련 활동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패라지는 “매의 눈으로 앞으로 진행될 브렉시트 협상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사람들이 원한다면 브렉시트 협상팀에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패라지의 사퇴로 영국에선 브렉시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국민들을 선동했던 정치인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차기 총리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존슨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영국의 차기 총리 ‘0순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하지만 국민투표 때 내건 공약이 거짓이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측근인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총리 출마를 선언하자 총리 꿈을 접었다. 패라지도 최근 영국 ITV의 ‘굿모닝 영국’에 출연해 EU 분담금을 국민건강보험(NHS) 재정으로 돌린다는 공약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인정해 비난을 받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사진)이 6∼10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4일 발표했다. 반 총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양제츠(楊潔지)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주요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가진다. 반 총장은 시 주석 등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유엔 간 협력 방안과 주요 국제 현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올해는 중국이 유엔 회원국 지위를 회복한 지 45주년이 되는 해”라며 “반 총장의 방중을 계기로 유엔과의 협력을 더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방중 기간에 중국의 유엔평화유지군(PKF) 훈련기지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채택 1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한다. 반 총장과 중국 측 인사들의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저지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20일자로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이행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이행 성과는 별로 없었다. 반 총장의 방중은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연말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의 사실상 마지막 중국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방중 기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과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마 회장이 반 총장과의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방글라데시인은 밖으로 나가라. 우리는 오로지 외국인만 죽인다.” 1일 저녁(현지 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인 밀집 지역 음식점에서 발생한 테러는 철저하게 비(非)무슬림만을 겨냥했다. 식당 지배인 수몬 레자는 “괴한들은 들어오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총을 쐈다”라고 전했다. 식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총을 쏘던 테러범들은 종업원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한 뒤 검은 옷으로 바꿔 입었다. 그러곤 외국인만 노렸다. 아르헨티나 출신 요리사 디에고 로시니 씨는 지붕 난간으로 빠져나가 2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로시니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마치 영화처럼 총을 겨눴다”고 말했다. 한 생존자의 아버지인 레자울 카림 씨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한두 구절 정도 외운 사람은 무사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고문당했다”라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내 기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들과는 달리 테러범들은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 출신으로 대부분 집안이 부유했다. 미국 언론들은 2일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전략 변화를 시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시리아에서 점령지의 상당 부분을 잃자 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군 대변인 나임 아슈파크 초두리 준장은 “배후가 어떤 집단인지 바로 확인할 수 없지만 잘 훈련된 테러리스트들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외부 세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IS는 1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테러와 6월 터키 이스탄불 공항 테러에서 보듯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에 집중하고 있다. IS는 방글라데시 테러 이틀 뒤인 3일 새벽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상업지구인 카라다 지역에서 차량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최소 125명이 숨지고 147여 명이 다쳤는데 이는 올해 IS가 바그다드에서 저질렀다고 주장한 테러 중 인명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3일 IS 연계 통신사인 ‘아마끄’에 따르면 IS는 ‘본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사실상 북미, 중남미,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조직을 운영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IS가 ‘비밀부대를 운영 중인 국가’라고 밝힌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튀니지, 방글라데시, 프랑스 등 7곳이다.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민간인 희생으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의무는 테러범들에게 더 큰 힘으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로 7명이 희생된 일본에서는 3일 모든 언론이 뉴스 머리기사로 다루는 등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2일 참의원 선거 유세를 취소하고 사태 대응을 지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통한의 극치”라며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단호히 항의한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이세형 기자}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상상하는 것이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사진)는 뚜렷한 혜안으로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의 영역을 탐구하면서 우리 삶에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토플러가 부인 하이디 토플러와 함께 설립한 토플러재단은 지난달 29일 그의 사망 소식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날린 토플러의 대표작은 1980년에 출판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고도 정보화 사회에 대한 토플러만의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이 담긴 시나리오다. 그는 이 책에서 미래사회가 정보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은 수천 년에 걸쳐 진행됐지만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은 30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제3의 물결’인 정보화혁명은 20∼30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제3의 물결에서 처음으로 재택근무, 전자정보화 가정 등의 용어가 등장했다. 토플러의 1991년 저서 ‘권력 이동’에서는 권력의 원천을 폭력(暴力), 부(富), 지식 등 3가지로 규정했다. 폭력을 저품질 권력, 부를 중품질 권력, 지식을 고품질 권력으로 분류한 뒤 21세기 권력 투쟁에서 핵심은 지식으로, 진정한 권력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식은 소멸되지 않고 약자, 가난한 자도 소유할 수 있어 폭력과 부의 횡포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토플러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1년 그는 김대중 대통령 당시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의뢰로 용역을 수행하고, 방한(訪韓)해 ‘위기를 넘어서―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전달했다. 110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토플러는 “한국이 세계 경제의 사다리 상위층에 자리 잡으려면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지식기반 경제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토플러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다”며 “선택은 저임금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종속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경제에서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선도국가로 남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단순히 미국 일본 같은 나라들을 모방해선 안 된다”며 지식기반 경제라는 선진 경제에 동참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수차례 방한에서도 그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21세기 창의적 인재 양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반복해 지적했다. 2006년 12월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의원을 만나 한국의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뉴로사이언스(뇌신경), 양자연계연구, 하이퍼 농업, 대체 에너지 등 5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세계 지도자들의 멘토 역할을 했다. 중국의 개혁파 지도자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는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중국 경제개혁 계획을 구상했고 소련의 개혁개방을 추진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경영컨설팅기업 액센추어는 토플러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와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분야 거인으로 평가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래학자’로 꼽았다. 또한 중국 런민(人民)일보는 ‘현대 중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50인의 외국인’으로 선정했다. 토플러는 1928년 10월 뉴욕에서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 가정의 자녀로 태어났다. 이후 브루클린에서 자란 그는 1949년 뉴욕대를 졸업한 뒤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 대학 졸업자로서 노동직을 선택한 것은 대량생산체제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픈 갈망에서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토플러는 1998년 한 인터뷰에서 “공장 근무 경험을 통해 공장 근로자들이 사무직 근로자보다 덜 지능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조합 관련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저널리스트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치, 노동 분야에서 시작해 차츰 경제 분야의 글을 썼다. 1959년부터 1961년까지는 매거진 ‘미래(未來)’의 부편집자로 활동했다. 이후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컨설팅을 하며 정보화 사회에 대한 식견을 넓혔다.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이세형 기자}

‘헬조선’ 안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밖에선 한국을 부러워하고 따라하려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특히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 사이에 ‘한국 워너비(Wannabe·닮고 싶어 하는) 현상’은 뚜렷하다. 이 나라들은 경제·산업은 물론이고 건강보험, 환경오염 물질 관리, 교통인프라 구축 등 보건과 환경 분야에서도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싶어 한다. 자국의 미래를 책임질 엘리트 공무원을 한국에서 교육받게 하려는 나라도 많다. 이들에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뤄낸 한국은 롤모델인 동시에 지식과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족집게 과외 교사나 다름없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계기로 닻을 올린 ‘코리아 에이드(Korea Aid)’도 개도국과 국제기구들의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코리아 에이드는 한국의 사실상 첫 번째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이다. 기자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직전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다녀왔다.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한국형 녹색 ODA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코리아 에이드에 대한 현지 공무원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낙후지역을 찾아가 보건(이동검진 차량), 음식(푸드 트럭), 문화(문화·영상트럭)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리아 에이드의 방향에 대해선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동검진 차량을 통해 여성 건강, 특히 소녀들의 건강을 관리할 것이란 계획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차량을 이용해 낙후지역을 돌아다니는 ODA는 효과가 제한적인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조업 육성에 적극적인 에티오피아의 공무원들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우리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과학기술 관련 내용이 코리아 에이드에 포함되지 않은 게 아쉽다는 얘기였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의 과학기술 육성 노하우를 배우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나라 이공계 최고 명문대인 아다마과학기술대(ASTU)와 아디스아바바과학기술원(AAiT)의 총장이 모두 한국인이다. 두 대학은 공공연히 ‘아프리카의 KAIST’를 표방한다. 우간다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인하대 아태물류학과는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며 학과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경제정책과 과학기술 성장 과정을 잘 아는 원로 교수들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의 ODA는 북미, 유럽, 중국에 비해 규모가 작고 역사도 짧다. 한정된 자원으로 효과를 내려면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행될 코리아 에이드 사업에선 수혜국들이 무엇에 목말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다음에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 줘야 한다. 코리아 에이드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한국 워너비’도 더욱 많아지는 길이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브렉시트 결정 뒤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영국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철수하는 ‘후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네덜란드에서는 넥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추진 법안이 부결됐다. 네덜란드 하원은 28일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이 발의한 EU 탈퇴 국민투표 법안을 부결시켰다. 재적 의원 150명 가운데 14명(PVV 소속 의원 12명, 다른 당 의원 2명)만이 찬성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PVV 당수는 24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탈퇴로 나온 직후부터 넥시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도 스스로 EU 탈퇴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빌더르스 당수는 넥시트 국민투표 법안 부결이 결정된 뒤에도 “오늘 내 제안은 거부됐지만 내년 3월 15일(총선) 두 번째 기회가 올 것”이라며 넥시트 이슈를 계속 부각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PVV는 네덜란드에서 의석수로 4번째 당이어서 추진 동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회가 넥시트 국민투표를 부결하면서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총리만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넥시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국민투표가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브렉시트 결정 뒤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영국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철수하는 ‘후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네덜란드에서는 넥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추진 법안이 부결됐다. 네덜란드 하원은 28일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이 발의한 EU 탈퇴 국민투표 법안을 부결시켰다. 재적 의원 150명 가운데 14명(PVV 소속 의원 12명, 다른 당 의원 2명)만이 찬성했다. 헤이르트 빌더스 PVV 당수는 24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탈퇴로 나온 직후부터 넥시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도 스스로 EU 탈퇴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빌더스 당수는 넥시트 국민투표 법안 부결이 결정된 뒤에도 “오늘 내 제안은 거부됐지만 내년 3월 15일(총선) 두 번째 기회가 올 것”이라며 넥시트 이슈를 계속 부각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PVV는 네덜란드에서 의석 수로 4번째 당이어서 추진 동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회가 넥시트 국민투표를 부결하면서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총리만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넥시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국민투표가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중 다수(54%)가 국민투표에 찬성했지만 넥시트 찬성은 48%에 그쳤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함께 EU 탈퇴 캠페인을 주도했던 보수당의 한 중진 의원은 26일(현지 시간)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로드맵으로 준비된 게 없다”고 털어놨다. 장밋빛 청사진을 늘어놓았던 EU 탈퇴파들이 투표 이후 하나둘씩 말을 바꾸고 있다. 윈스턴 처칠이 꿨던 유럽 통합의 꿈을 70년 만에 역주행하는 대형 사고를 친 이후 뒷감당을 못 하는 모습이다. EU 탈퇴 진영은 투표 기간 내내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매주 국민건강보험(NHS)에 1억 파운드(약 1568억 원)를 더 투입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영국이 EU에 내고 있는 분담금 3억5000만 파운드(약 5489억 원)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 선전은 의료비 지출에 민감한 장·노년층의 표를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EU 탈퇴를 이끌었던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는 투표 이후 “그건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국 ITV에 출연해 “‘EU 분담금을 NHS에 사용하자’는 슬로건은 내가 속하지 않은 캠프에서 만든 것”이라며 “그런 공약은 그들의 실수”라고 발을 뺐다. EU 잔류 진영은 투표 당시 브렉시트가 되면 오히려 NHS 예산을 연간 25억 파운드(약 3조9208억 원) 삭감해야 한다며 상반된 주장을 했다. 브렉시트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된 ‘이민자 억제’도 이제 말이 달라졌다. 탈퇴 진영은 투표 운동 내내 “EU 때문에 영국이 스스로 이민통제권을 가지지 못한다”며 브렉시트가 되면 이민자를 줄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탈퇴 여론을 이끌었던 나이절 에번스 보수당 의원은 B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브렉시트가 됐으니 영국에 오는 이민자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다소 오해가 있었다. (엄격한 이민 정책을 펴는) 호주 시스템으로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발 뺐다. 하지만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의 해외 이민자 비율은 29%로 영국(13%)보다 높다고 인디펜던트지는 보도했다. 유럽의회 대니얼 해넌 의원은 “브렉시트가 되면 이민자가 제로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투표한 사람들은 앞으로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페인 기간 내내 각종 TV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민자 문제를 부각시켰던 존슨 전 시장도 투표 승리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존슨 전 시장은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영국이 유럽의 일부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우리가 승리한 건 이민자들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영국의 민주주의가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 탈퇴 진영이 국민투표 결과를 막상 받아들고는 40년 넘게 지속해 온 외교정책과 경제정책을 뒤엎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아차리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헤슬타인 전 부총리는 “탈퇴 진영은 어리석은 약속을 했다. 존슨 전 시장,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패라지 UKIP 대표, 세 사람은 영국 경제와 EU 탈퇴 협상을 책임져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탈퇴 진영 지도자들이 경쟁적으로 말 바꾸기를 하면서 유권자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영국 유권자들 사이에선 “탈퇴에 표를 던졌지만 이런 끔찍한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 “단지 항의성 투표를 했을 뿐인데 탈퇴 진영이 실제로 이겼다”며 자책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잘못 투표했다는 후회 심리를 불러일으킨 것은 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공약을 뒤집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왕좌왕하는 탈퇴 진영의 분열상을 지켜보면서 국민투표에서 나타난 민의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독립당 대표는 BBC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법을 저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절차상으로는 국민투표가 통과돼도 의회에서 통과돼야만 EU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두 번째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팀 패런 자유민주당 대표는 “영국을 EU로 되돌려 놓기 위해 다음 총선에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동정민 ditto@donga.com·이세형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70) 대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공화당 거물급 인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70·사진)은 25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폴슨은 공화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폴슨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가 미국의 위대한 정당 중 하나를 납치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정당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모두 함께 ‘트럼프는 안 된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클린턴에게 표를 던질 예정이라며 “클린턴이 미국인들을 하나로 모아 경제와 환경을 더 좋게 만드는 데 필요한 일들을 잘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 주요 인사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이민정책과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 같은 경제정책,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용론 등의 외교정책을 놓고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내 외교안보통으로 꼽히는 유명 인사들 중 다수가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외교 안보 요직을 맡았던 리처드 아미티지, 아버지 부시 정부 시절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도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한편 퓰리처상 논평 부문 수상자인 미국의 보수 논객 조지 윌이 공화당 탈당을 선언했다고 보수 성향의 인터넷매체 PJ미디어가 24일 보도했다. 윌은 “트럼프가 패배하게 만들자. 이를 악물고 4년 후 백악관을 되찾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클린턴을 찍을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조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뒤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16일 영국 웨스트요크셔 주 버스톨에서 정신질환 경력이 있는 은둔형 외톨이 토머스 메어(52)에게 살해당한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42·사진)의 남편인 브렌던 콕스 씨는 24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친(親)유럽 성향’으로 생전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고인의 유지와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살아 있었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콕스 의원의 지역구였던 웨스트요크셔 주도 브렉시트 찬성을 선택한 주민이 55%로 잔류보다 더 많았다. 콕스 의원을 따라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진영에서는 ‘콕스 의원의 비극에도 결과는 부정적으로 나왔다’는 한탄이 쏟아졌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케임브리지대를 나와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신예 정치인으로 평소 시리아에서 난민 어린이들을 더 수용해야 한다고 정부를 설득하는 데 앞장서 왔다. 비록 콕스 의원이 희망했던 ‘EU 잔류’는 물 건너갔지만 투표 과정에서 그녀를 추모하는 영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역구였던 웨스트요크셔 주에 위치한 일부 개표소에서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몇 분간 개표를 중단하기도 했다. 또 일부 개표소 밖에는 콕스 의원을 추모하는 유권자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 편지, 사진 등이 놓여 있었다. 콕스 의원의 사망으로 브렉시트 찬성파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반대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콕스 의원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메어가 “영국이 먼저다(Britain first)”라고 외쳤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권자의 10% 이상을 차지한 ‘부동층’이 브렉시트 반대쪽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브렉시트를 뒤집지 못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1993년 11월 출범한 뒤 22년 만에 처음으로 주요 회원국인 영국이 탈퇴하면서 유럽연합(EU) 체제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난민 수용과 분담금 지불에 불만이 많았던 다른 회원국들의 도미노식 이탈 가능성도 우려된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최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인터뷰에서 “만약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요구가 추가로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전문가들은 덴마크(덱시트), 체코(첵시트), 핀란드(픽시트) 등을 추가 탈퇴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유럽공동경찰기구(유로폴) 탈퇴를 놓고 국민투표에 부쳐 찬성 53%로 통과시켰다. EU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영국처럼 덴마크는 유로화 대신 자체 화폐인 크로네(DKK)를 사용해 탈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경기 침체로 EU 가입에 따른 혜택이 줄어들자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2월 “브렉시트가 되면 체코도 탈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에선 이미 지난해 말 시민 5만 명이 “핀란드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국가)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달라”는 청원서를 정부에 낸 상태다. 핀란드는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로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자 유로존에선 경제를 회복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모리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도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원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응답자의 58%가 EU 탈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프랑스에서도 55%가 같은 대답을 했다. 그동안 EU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극우정당들도 EU 탈퇴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트위터에 “프랑스 국민들은 (프랑스의 EU 탈퇴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도 이날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의 EU 탈퇴(넥시트)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2014년 9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다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로 져 실패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니컬라 스터전 수반은 ‘독립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EU 붕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많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은 독일경제 의존도가 높아 EU 탈퇴를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유력지 디차이트는 최근 ‘그들을 보내줘라’는 제목으로 “(브렉시트가) EU를 다양한 차원에서 재정비할 좋은 기회”라며 “현재의 28개국이 아니라 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심의 작지만 약하지 않은 체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다수 유럽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EU 통합의 속도와 방향 등에 대한 개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EU 통합의 이익을 독일 등 강대국들이 과점하고 있으며 통합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는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의 장기 불황은 금융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들과 건실한 경제 성장을 유지해온 독일 및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적인 격차를 더욱 키웠다. 이유종 pen@donga.com·이세형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가장 반긴 미국인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24일(현지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있는 본인 소유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의 재개장식에 참석해 “아주 잘된 일이다. 이제 영국은 다시 주권을 찾았다”고 평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CNN 등 외신들이 전했다. 트럼프 캠프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최근 주춤하고 있는 여론조사 지지율과 유권자들의 관심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 총기 테러 뒤 무슬림에 대한 과도한 비판으로 트럼프 지지율은 최근 적잖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이를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영국의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국민투표 기간 내내 주장한 ‘영국 우선주의(Britain First)’가 먹혀들어간 것처럼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공감대를 넓혀 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EU와 결별한 것처럼 트럼프도 다양한 국가들과 체결했던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전면 재검토를 내세우며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 왔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같은 다른 유럽 주요국에서도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EU 탈퇴’ 논의가 시작되면 트럼프는 이를 국제사회의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포장할 수 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이민자 유입에 대한 우려와 인종차별 움직임이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나라들로 확산되면 트럼프는 이를 멕시코계와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브렉시트 찬성파가 부각시켰던 ‘중동 난민과 동유럽 이민자 유입’에 대한 공포감을 ‘미국 내 멕시코계와 무슬림 이민자’ 증가에 그대로 적용해 왔다. 현 상황에 강한 분노와 불만을 가진 소외 계층에 대한 공략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는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의 백인”이라며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주민들의 학력과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탈퇴를 선호했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프랭크 룬츠도 미국 NPR방송에서 “브렉시트 찬성파인 나이절 패라지 독립당 대표나 트럼프는 세계 금융위기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기득권에 소외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줄곧 호소해 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24일 이번 투표에서 EU 탈퇴를 이끈 원동력이 미국에서 트럼프 열풍을 가져온 힘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진영은 지금까지도 영국 상황을 세력 확장에 활용했다. 트럼프는 5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영국은 EU 없이 더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민 문제가 유럽에 끔찍한 일이 되고 있는데 이는 EU에 떠밀린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영국 ITV 인터뷰에선 “이민자들의 영국 유입 흐름을 봤을 때 영국인들은 결국 EU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트럼프와 함께 브렉시트 움직임에 목소리를 높이며 비판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말에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영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국은 EU에 남아 있을 때가 최고 상태이며 세계가 직면한 여러 위협은 미국과 영국이 함께 협력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정책자문역인 제이크 설리번 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통해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 측은 영국이 EU에서 빠지면 미국의 대테러 대책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EU 국가를 핵심 축으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치르고 있는데 브렉시트가 현실화돼 미국의 IS 격퇴를 위한 유럽 내 동맹이 EU와 영국으로 분할돼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