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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청년’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사진)이 “할머니와 부모님께 꼭 메달을 걸어드리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주정훈은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태권도 남자 75kg급 3, 4위전에서 마고메자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를 24-14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정훈은 이날 첫 경기였던 16강전에서 이살디비로프에게 31-35로 무릎을 꿇으면서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났다. 2연승으로 패자 결승전에 오른 주정훈은 ‘리턴 매치’에서 이살디비로프를 물리치면서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고, 주정훈은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 대회에 나갔다. 주정훈은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 밑에서 컸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지리를 비운 사이 농기구에 오른쪽 손이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손목 아래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주정훈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할머니가 3년 전 치매에 걸리셨다. 저를 잘 알아보지 못하시지만 할머니를 찾아뵙고 ‘할머니 덕분에 세계에서 3등을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처음 태권도로 이끌어 주셨고 (2011년 비장애인 선수 생활을 접은 뒤 2015년 장애인 선수로) 다시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용기를 주신 부모님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남들로부터 동정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동경하는 대상이 될 수 있었다”면서 “(3년 후) 파리 패럴림픽 때는 꼭 금메달을 따서 더욱 자랑스러운 손자와 아들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기적같은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투혼의 태권청년’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은 오열했다.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종주국’ 한국 태권도를 대표해 ‘나 홀로’ 나선 첫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무대. 부담감이 컸다. 첫 경기를 패한 뒤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무너지진 않았다. 모두가 고개를 젓던 패자부활전에서 ‘내 발을 믿자’,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결국 꿈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패럴림픽 메달은 신이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긴 하루를 빛나는 동메달로 마무리한 태권 청년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우는 듯 웃었다. 주정훈은 3일 오후 8시 15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75㎏급 패자 결승전에서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와 맞붙어 24-14로 승리했다. 이살디비로프는 이날 오전 열린 16강전에서 주정훈을 35-31로 물리치며 패자부활전 무대로 내몬 장본인이었다. 첫 경기 패배 충격을 딛고 승승장구한 주정훈은 승자 준결승에서 후안 디에고 로페스(19·멕시코)에게 12-14로 패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 이살디비로프를 다시 마주했다. 주정훈은 1회전부터 작정한 듯 강공으로 나섰다. 3연속 몸통차기에 성공하며 6-0으로 앞서나갔다. 패자 4강 승리 뒤 “내 오른다리는 지금 내 다리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의 발차기에는 거침이 없었다. 마음 급한 상대가 머리 부분을 가격하는 플레이로 감점을 받으면서 주정훈은 8-2로 앞선 채 1회전을 마쳤다. 패럴림픽에서는 머리 부분 공격이 금지다. 2회전 초반 한차례 공격을 주고 받은 뒤 탐색전이 이어졌다. 10-6에서 주정훈의 몸통차기가 두 차례 작렬했다. 14-7로 앞선 채 맞이한 3회전. 이살디비로프가 몸통차기로 따라붙었지만 45초를 남기고 주정훈이 3연속 발차기에 성공하면서 24-14 승리를 거뒀다. 주정훈은 이날 출전한 네 경기 중 세 경기에서 30점 이상을 올렸다. 상대 몸통을 노리는 발차기 기술를 앞세운 ‘닥공’(닥치고 공격) 모드로 패럴림픽 첫 메달 역사를 완성했다. 주정훈은 태어난 직후부터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 밑에서 컸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지리를 비운 사이 농기구에 오른쪽 손이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오른쪽 손목 아래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비장애인 태권도 선수로도 전국 대회에서 8강, 4강에 오르며 기대를 모으던 주정훈은 사춘기 시절 경기장에서 쏟아지는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접었다. 다시 태권도를 꿈꾸게 된 건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된 다음이었다. 2017년 12월 도복을 다시 입었고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주정훈은 “이제 상처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다. 태권도로 돌아오길 잘했다”면서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세계에서 3등 했다.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모님도 아들 자랑을 많이 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함께 메달을 들고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를 뵈러 갈 것이다. 할머니가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도, 손자가 할머니 집에서 다치긴 했지만 할머니 덕에 이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할머니가 제가 자라면서 본인 탓을 많이 하셨다. 우리 손자 너무 잘 컸는데 나 때문에 이렇게 다쳤다고 자책하셨다. 이젠 그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주정훈은 2024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을 바라본다. 주정훈은 “파리 패럴림픽 경기장을 미리 찾아봤다.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금메달은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리에선 저도 1등을 할 수 있도록 죽어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1개월 된 아들이 아빠를 아직 못 알아봐요. 그간 집을 자주 비웠거든요. 집에 가면 아들과 많이 놀아주면서 즐겁게 지내고 싶어요.”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친 차수용(41·대구광역시)은 아들 생각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차수용은 박진철(39·광주시청), 김현욱(26·울산시장애인체육회)과 함께 3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 탁구 TT1-2 단체전에서 프랑스에 0-2로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차수용과 박진철은 TT2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현욱도 TT1 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선수 3명이 모두 메달을 2개씩 든 채 ‘손은 무겁고, 마음은 가볍게’ 한국행 비행기 몸을 실을 수 있게 됐다. 박진철은 “여자 친구를 못 본지 오래됐다. 얼른 만나서 메달 시상식에서 받은 인형을 주고 싶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김현욱도 “아쉬운 마음은 잠깐 접어 두고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으면서 메달 딴 거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4개월 가까이 합숙 생활을 했던 이들은 4일 나머지 탁구 대표와 함께 귀국길에 오른다. 한국 탁구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6개를 따내며 ‘효자 종목’으로서 제 몫을 했다. 차수용은 “대회 전 합숙 훈련할 때 오른쪽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훈련에서 이탈한 적이 있다”며 “포핸드가 생각대로 공이 가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같이 고생했는데 내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아쉽다”고 했다. 박진철은 “복식에서 리시브에 실수가 있었다. 마지막 세트에서 아쉽게 지면서 수용이형이 단식 경기에서 부담감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3년 후 파리 대회를 얘기할 땐 눈빛이 반짝거렸다. 차수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훈련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 파리 대회를 위해 좀 더 힘을 내려고 한다”고 했다. 박진철도 “파리 대회 단체전에선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김현욱은 “이번에 은메달을 딴 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파리 땐 더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어머니께 꼭 메달을 걸어드리고 싶습니다.” ‘태권 청년’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이 ‘종주국’ 한국을 대표해 나 홀로 첫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나섰다. 주정훈은 3일 오후 2시 30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75㎏급 8강 패자부활전에서 파티흐 첼리크(27·터키)를 40-31로 물리치면서 한국 선수 첫 승 기록을 남겼다. 주정훈은 이날 오전 16강에서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와 접전을 벌여 31-35로 패한 뒤 패자부활전에 나섰다. 주정훈은 패자부활전 준결승에서 아불파즈 아부잘리(30·아제르바이잔)와 맞붙는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오후 8시15분 승자조 4강 패자와 동메달을 다툰다. 주정훈이 패럴림픽 첫 승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서자 외신 기자들 질문도 이어졌다. 이들은 태권도 종주국에서 출전한 유일한 선수로서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물었다. 주정훈은 “4년 전에 태권도를 다시 시작한 후 열 번 정도 대회에 나갔다. 종주국 선수로서 단 한번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외신에서도 국내 언론에서 소개한 주정훈 할머니 이야기에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주정훈은 태어난 직후 맞벌이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두 살 때 소 여물 절단기에 손목을 넣는 사고를 겪었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치매 투병중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주정훈은 “어린 시절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3년 전 치매에 걸리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최근에는 병원에 찾아갈 수도 없었다”면서 “저를 못 알아보신다. 아마 제가 태권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패럴림픽이 끝나면 할머니 병원에 찾아가 패럴림픽에 나가 태권도를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주정훈은 이어 “할머니 이야기만 너무 많이 했는데 어머니는 어린 시절 나를 태권도의 길로 이끄셨고, 다시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용기와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패자부활 4강전을 넘으면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게 된다. 한 경기라도 더 치르는 것이 목표냐는 질문에 주정훈이 또렷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제 목표는 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어머니께 꼭 메달을 선물하고 싶습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 장애인 사격 대표 심영집(48·강릉시청)이 남자 50m 소총 3자세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영집은 3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 남자 50m 소총 3자세 SH1 결선에서 총점 442.2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압둘라 술탄 알라리야니(51·아랍에미리트)가 453.6점으로 금메달, 라슬로 수라니(43·세르비아)가 452.9점으로은메달을 따냈다. 심영집과 함께 결선에 오른 박진호(44·청주시청)는 421.7점으로 5위, 주성철(45·경기장애인체육회)은 412.3점으로 6위를 기록했다. 결선 첫 5발에서 50.4점으로 박진호와 공동 4위를 기록한 심영집은 10번째 총알을 쏜 뒤 102.2점으로 2위로 올라섰다. 이후 5, 6위를 오가며 중하위권을 지키던 심영집은 36¤40번째 발사에서 49.5점을 더해 3위로 도약했다. 심영집은 결국 알라리야니, 수라니와 메달 색을 결정하는 3파전에 돌입했고 44번째 발에서 9.2점을 쏴 442.2점으로 최종 3위를 기록했다. 심영섭은 경기 후 “9년 전 런던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해 4위를 했는데 동메달을 따 기쁘다”면서 “런던 때는 메달을 딸 수 있는 상황에서 막판에 한발을 실수해 메달을 놓쳤다. 그때보다 긴장도 덜하고 멘털도 강해졌다. 9년 만에 나온 대회서 메달을 따 기쁨도 더 크다”말했다. 이어 “예선 때 세 선수 모두 잘 했다. 결선 경기장 들어가기 전 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들어갔다”고 전했다. 심영집은 이날 오전 예선에서 1161점(5위)으로 결선행 티켓을 따냈다. 주성철이 1173점 패럴림픽 예선 최고 기록(QPR)을 새로 쓰면서 1위에 올랐고, 박진호도 1171점으로 2위를 기록해 세 선수가 나란히 결선에 진출했다. 심영집은 “사격은 이젠 내 인생이 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사격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몸 관리 잘 하겠다”면서 “부모님께서 항상 기도하고 응원해 주신다. 메달로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소총 3자세 예선은 슬사(膝射), 복사(伏射), 입사(立射) 자세로 40발씩 총 120발을 쏴 합산 점수로 순위를 낸다. 2시간 45분 정도 경기를 진행해 ‘소총 마라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슬사 종목에서 선수들은 복사 받침대와 구분할 수 있는 슬사 전용 받침대를 사용하며, 복사판에 고정하여 한쪽 팔을 받칠 수 있다. 입사는 받침대 없이, 복사는 두 팔을 복사판에 지지하고 경기한다. 상위 8명이 진출하는 결선에서는 총 45발을 쏜다. 먼저 슬사로 5발씩 3시리즈(15발), 복사로 5발씩 3시리즈(15발), 입사로 5발씩 2시리즈(10발)를 쏜 뒤 가장 점수가 낮은 선수 두 명이 탈락한다. 남은 선수는 입사 자세로 5발 단발 사격을 하는데, 한 발을 쏠 때마다 총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하고 최종 2명 중 점수가 높은 선수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다. 한편 이날 여자 50m 소총 3자세에 출전한 이윤리(47·전남)는 예선을 7위(1150점)로 통과한 뒤 결선에서 8명 중 7위(396.5점)로 경기를 마쳤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제가 한국 나이로 서른 아홉입니다. 우리가 이번 휠체어농구 대표팀 가운데 나이가 제일 많을 겁니다. 한국도 10대 선수들이 휠체어농구를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10위로 마감한 뒤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 때 남자 휠체어농구에 출전한 12개국 가운데 한국(37.1세)은 평균 나이가 가장 많은 팀이었다. 나이 많은 선수가 많다 보니 한국 대표팀은 경기 후반이 되면 눈에 띌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는 일이 흔했다. 그 때문에 시소게임으로 진행되던 경기가 갑자기 상대팀 쪽으로 넘어가곤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졌지만 잘 싸웠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나마 휠체어농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85명의 평균 나이는 40.5세였다. 이번 대회에 선수를 15명 넘게 보낸 나라 중 평균 나이가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 개최국 일본은 평균 33.2세, 중국은 29.7세였으니 인종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원래 장애인 스포츠는 성인이 되어 장애를 얻은 선수가 참가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비장애인 올림픽보다는 출전 선수 나이가 많은 편이다. 이번 패럴림픽 참가 선수도 평균 32.2세로 비장애인 올림픽(27.2세)보다 5살이 많았다. 사정이 그렇다고 해도 한국 선수들은 유독 나이가 많다. 이에 대해 오완석 2020 도쿄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부단장(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통합교육의 역설’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일이 늘어나는 건 아주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문제는 체육 시간이다. 장애인 체육 전문 인력이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 보니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소외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갈수록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의료 기술 발달로 선척전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장애인 스포츠 유망주를 찾기 어려운 이유로 분석하기도 한다. 주원홍 선수단장(대한휠체어테니스협회 회장)은 “장애인 스포츠도 결국 돈이 문제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도 결국 연봉을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실업팀이 있는 종목을 선택하게 마련”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비인기 종목은 계속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지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육상 경기장에서 동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아프리카의 보석’이라 불리는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 육상 선수 쿨라 니드레이라 페레이라 세메도(32)는 2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m T11 예선 4조에서 스타트했다. 그의 이번 패럴림픽 마지막 레이스였다. 33초04로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웠지만 전체 참가 선수 15명 중 14위로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보슬비가 내리는 트랙, 준결선행 티켓을 놓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를 향해 가이드러너 마뉴엘 안토니오 바즈 다 베이가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꼭 잡은 “나와 결혼해줄래?”라면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줬다. 페레이라 세메도는 함박 웃음으로 청혼을 수락했다. 이 광경에 함께 가이드 러너가 먼저 일제히 환호했다. 상황을 묻는 시각장애 선수들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동료 선수와 가이드 러너가 뜨거운 축복의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둘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프러포즈 영상을 소개하며 ‘인생에서도 둘이 함께 달리기를!(May the two of them run together for life!)’이라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세메도 페레이라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했고, 선수와 모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이번 대회 공식 프로필을 통해 ‘가이드 러너’를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준 인물로 꼽기도 했다. 트랙에서 자기 눈이 되어 준 가이드 러너와 인생 레이스도 함께 달리게 됐다. 손을 이은 끈이 두 청춘의 심장을 이었다. 도쿄 패럴림픽에서 메달보다 값진 인생의 선물을 받았다. 전맹(全盲) 선수가 참가하는 T11 종목은 장애인 선수가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와 2인 1조로 함께 뛴다. 가이드 러너는 스타트 위치와 자세를 잡아주고 끈으로 선수와 손을 연결해 전 레이스를 동행한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의 50cm 이내에서 달려야 한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의 눈이자 파트너이자 페이스 메이커이자 운명공동체다. 가이드 러너가 부정 출발하면 해당 선수는 실격 처분을 받게 된다. 가이드 러너가 선수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도 실격이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세계태권도연맹(WT) 조정원 총재(74)가 태권도가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 2020 도쿄 패럴림픽 현장을 찾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태권도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은 WT와 조 총재의 숙원이었다. 조 총재는 3일 대회 태권도 경기가 열리는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패럴림픽에 태권도가 들어간다는 꿈을 상상하다가 현실이 돼 기쁘다.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태권도는 올림픽, 패럴림픽에 모두 정식종목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기쁘다”면서 “WT 가맹 210개국 숫자와 비교하면 세계적인 (장애인 태권도) 수준은 아직 미비하지만 패럴림픽 이후 붐이 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태권도는 2015년 1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배드민턴과 함께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 총재는 “오늘 주정훈(27·SK에코플랜트) 선수의 첫 경기(패배)를 봤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이 종주국임에도 뒤늦게 출발한 것 같지만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는다면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태권도 종주국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정훈은 이번 패럴림픽 태권도에 출전한 유일한 한국 선수다. 패자전을 거쳐 동메달을 노린다. WT와 조 총재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와 관련이 있다. 지난달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쿠다다디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발길이 묶였다. 쿠다다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IPC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노력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쿄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WT와 현지 사정에 밝은 태권도계 인사들이 도움을 줬다. 조 총재는 “WT는 어떤 단체보다 앞장서서 난민, 어려운 국가의 선수들을 지원하는 최전선에 섰다. 2016년 태권도박애재단을 설립했고, 태권도 케어스(cares)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며 각지에 있는 난민, 유소년에게 태권도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사태 이후 쿠다다디 선수와 육상 선수(호사인 라소울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봤다. 특히 태권도 선수가 포함돼 있었다”며 “‘그들이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쿠다다디가 ‘도쿄 패럴림픽에 꼭 출전하고 싶다’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우리 역할은 작은 부분이었지만 기꺼이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인사들의 사정을 고려해 쿠다다디, 라소울리가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하기까지 자세한 절차,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쿠다다디가 경기를 치른 2일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은 조 총재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WT는 쿠다다디에게 이름을 새긴 연맹 블랙벨트를 선물로 건네며 격려했다. 조 총재는 “쿠다다디는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다. 나이는 어리지만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라며 “어린 선수가 고통, 고뇌, 긴 여정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태권도 정신이라는 게 약자를 돕고, 평화를 인식시켜주는 일이라고 본다면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본다”며 “태권도를 통해 난민, 유소년, 고아, 재소자 등을 도우면서 꿈과 희망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 태권도가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건 곧 대한민국, 우리나라에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일이다”고 했다. 약자에 대한 배려, 양성 평등처럼 WT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잘 드러난 장면이 올림픽과 패럴림픽 남녀 심판 숫자다. 남녀 심판을 각 15명씩 똑같은 숫자로 배정한다. 조 총재는 “2016 리우 대회 때부터 남녀 심판의 숫자를 똑같이 하고 있다. 국제 기구로선 최초”라고 강조했다. 조 총재는 다음 달 화상으로 진행하는 총재 선거에 단독 출마했다. 사실상 2025년까지 세계 태권도를 이끌어 갈 게 유력하다. 2004년 고 김운용 전 총재 뒤를 이어 총재에 취임한 조 총재는 잔여 임기 10개월을 수행한 뒤 2005년, 2009년, 2013년, 2017년 차례로 연임에 성공했다. 조 총재는 “태권도가 세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올림픽 종목 중 회원국 수가 랭킹 5위 안에 들 정도 규모가 됐다”면서 “이제는 태권도가 사회에 기여하는 스포츠,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잔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존중받는 스포츠 기구로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태권도가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하는 스포츠라고 인식될 때, 비로소 올림픽과 패럴림픽 스포츠로서 길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야, 그거 내가 빌려줄게.” 한국 장애인 탁구 대표 김정길(35·광주시청)이 “어디서 메달을 하나 빌려야겠다”고 하자 팀 동료 김영건(37)이 이렇게 답했다. 김영건은 지난달 30일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단식 TT4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2일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 김정길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까지 차지해 메달이 두 개다. 한국은 이날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TT4-5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에 0-2로 패했다. 이날 은메달을 목에 건 김정길이 메달 하나가 더 필요했던 건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 때문이다. 그는 “쌍둥이라서 금이든 은이든 메달 두 개를 따서 나눠줘야 한다. 그래야 유치원에 가서 사이좋게 자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건이 선뜻 메달을 빌려주겠다고 하면서 고민거리를 해결한 김정길은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아빠, 빨리 집에 갈게. 같이 공룡 보러 가자!” 사실 김영건에게도 빨리 메달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올해 1월 결혼한 아내 문미선 씨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패럴림픽 준비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아내와 꼭 붙어 지낼 예정이다. 백영복에게 제일 그리운 건 어머니다. 백영복은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면서 “얼른 집에 가서 어머니가 해주신 집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한국 대표 선수 세 명은 경기 후 중국 대표 가운데 유독 차오닝닝(34)과 친밀함을 드러냈다. 차오닝닝은 한국 대표 문성혜(43)의 남편으로 장애인 탁구 선수 사이에서는 ‘중국 사위’로 통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아내와 2년 넘게 떨어져 연습했다는 차오닝닝은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일도 하면서 나를 지지해 줬다”면서 “이제 가족을 볼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서수연(35·광주시청),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가 출전한 여자 TT1-3 단체전 결승전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0-2로 패하면서 은메달을 추가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나는 이렇게 웃으며 무대 위 주인공 됐지. (나를 괴롭히던) 너는 저 멀리서 나를 지켜봐.”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는 말 그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깜깜한 경기장에 들어섰다. 홀에는 미국 록 밴드 ‘이매진 드래건스’가 부른 ‘선더’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래 가사처럼 쿠다다디는 이 경기뿐 아니라 2020 도쿄 패럴림픽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2일 오전 10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는 패럴림픽 역사상 첫 번째 태권도 경기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태권도의 첫날 첫 경기에 바로 쿠다다디가 나섰다. 이날 쿠다다디는 여자 49kg급 16강전 상대인 지요다혼 이사코바(23·우즈베키스탄)보다 먼저 소개됐다. 쿠다다디는 원래 지난달 16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출국이 무산되면서 패럴림픽 출전이 불가능할 줄 알았다. 이후 국제 사회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쿄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발차기로 먼저 첫 포인트를 따낸 쿠다다디는 1회전을 5-6으로 마치며 접전을 펼쳤으나 3회전 승부 끝에 12-17로 패했다. 쿠다다디는 패자부활전에서도 빅토리야 마르추크(31·우크라이나)에게 34-48로 패하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쿠다다디는 왼팔에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 그는 승패와 관계없이 이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야, 그거 내가 빌려줄게.”한국 장애인 탁구 대표 김정길(35·광주시청)이 “어디서 메달을 하나 빌려야겠다”고 하자 팀 동료 김영건(37)이 이렇게 답했다.김영건은 지난달 30일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단식 TT4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2일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 김정길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까지 차지해 메달이 두 개다. 한국은 이날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TT4-5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에 0-2로 패했다.이날 은메달을 목에 건 김정길이 메달 하나가 더 필요했던 건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 때문이다. 그는 “쌍둥이라서 금이든 은이든 메달 두 개를 따서 나눠줘야 한다. 그래야 유치원에 가서 사이좋게 자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영건이 선뜻 메달을 빌려주겠다고 하면서 고민거리를 해결한 김정길은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아빠, 빨리 집에 갈게. 같이 공룡 보러 가자!” 사실 김영건에게도 빨리 메달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올해 1월 결혼한 아내 문미선 씨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패럴림픽 준비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아내와 꼭 붙어 지낼 예정이다. 백영복에게 제일 그리운 건 어머니다. 백영복은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면서 “집에 얼른 가서 어머니가 해주신 집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한국 대표 선수 세 명은 경기 후 중국 대표 가운데 유독 차오닝닝(34)과 친밀함을 드러냈다. 차오닝닝은 한국 대표 문성혜(43)의 남편으로 장애인 탁구 선수 사이에서는 ‘중국 사위’로 통한다.코로나19 때문에 아내와 2년 넘게 떨어져 연습했다는 차오닝닝은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일도 하면서 나를 지지해줬다”면서 “이제 가족을 볼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서수연(35·광주시청),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가 출전한 여자 TT1-3 단체전 결승전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0-2로 패하면서 은메달을 추가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파리에선 만리장성 넘을 겁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여자 탁구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서수연(35·광주시청)과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는 3년 뒤 파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TT1-3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0-2로 패했다. 이들 세 명은 2016년 리우 대회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사이다 5년 만에 열린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를 다져왔지만 중국에 막혀 은메달을 획득했다. 승부처로 꼽았던 1복식에서 이미규-윤지유 조가 중국 쉐쥐안(32)-리첸(32) 조에게 2-3 역전패를 당하면서 흐름을 내줬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선수들은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미규는 “복식을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 쉽게 풀어 가다가 나중에 져서 좀 아쉽다. 복식을 잡았어야 (단식을) 부담 없이 풀어 갔을 텐데…”라고 곱씹었다. 복식에 이어 단식에 나선 윤지유는 “개인전에서 진 선수(쉐쥐안)에게 도전하고 싶었는데 잘 나가다 뒷심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윤지유는 지난달 28일 개인 단식 4강에서 쉐쥐안에 2-3으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한 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에서 설욕을 노렸으나 이번에도 만리장성은 높기만 했다. 옆에서 동생들을 지켜본 ‘맏언니’ 서수연은 “아무래도 두 친구(이미규·윤지유)가 주전으로 뛰다 보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응원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응원뿐이라 안타까웠다”며 “다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 것이니 정말 대단하고 잘했다”고 다독였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경기장에서는 남자부 시상식을 진행했다. 금메달을 딴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탁구 강국인 중국은 시상대 단골손님이다. 이날 열린 단체전 결승 3경기에서 금메달은 모두 중국이 차지했다. 이날 오전에는 남자 TT4-5 단체전 결승에서 나선 김영건(37), 김정길(35·이상 광주시청),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도 중국에 덜미를 잡혔다. 서수연은 “항상 애국가를 많이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메달) 색깔 바꾸고 싶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며 “오늘도 단체전 들어가기 전부터 ‘이번엔 꼭 금메달 따보자’고 했다. 이번 경기 초반부터 경기 흐름을 가져와서 정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쉽다. 다 똑같은 마음일 것 같다”고 했다. 한국 탁구 역시 발전하고 있다. 5년 전 동메달을 도쿄에서는 은메달로 바꿨다. 3년 후 파리 대회에선 금메달을 노려볼 만 하다. 서수연은 “지유가 충분히 기량이 되니 앞으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로 인정받은 윤지유는 “파리에서는 애국가가 더 많이 울렸으면 좋겠다”며 “쉽게 이기면 그다음 세트를 더 밀어붙여야 하는데 중간에 풀어버려서 경기가 쉽게 넘어간 것 같다. 안 되는 부분을 보강하면 파리 대회 때는 쉽게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여자 선수 가운데는 아직 패럴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이가 없다. ‘언제쯤 금메달이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세 선수는 망설임 없이 “파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 개인 단식에서도 메달을 획득한 서수연(은)과 이미규, 윤지유(이상 동)는 메달 두 개씩을 목에 걸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미규는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 친구와 지인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열심히 지도해주신 황은빛 코치님께도 감사하다”며 “일단 돌아가서 일주일 동안 쉬고 싶다”고 했다. 한국 음식이 그립다는 윤지유는 “배달 음식과 치킨 같은 걸 먹고 싶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며 웃었다. 서수연은 “다들 피로가 쌓여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가족과 주변 분들께 많은 응원을 받았다. 경기를 시청하시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모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1년 만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10위로 일정을 모두 마쳤다. 고광엽(49)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남자 휠체어농구 9, 10위 순위결정전에서 이란에 54-64로 패했다. A조 조별리그에서 1승4패에 그쳐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던 한국은 조 5위로 밀려나 B조 5위 이란과 순위결정전에서 만났다.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과 맏형 김호용(49·제주삼다수)이 각각 17점, 12점으로 분전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휠체어농구가 패럴림픽 무대에 선 건 2000 시드니대회 이후 21년만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나섰던 1988 서울대회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째인데 이번에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서울 대회에선 16개국 중 13위, 시드니대회에서 12개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목표로 했던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스페인, 터키 등 강호들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워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지 않아 세대교체의 필요성도 절감한 대회였다. 4쿼터 승부처에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턴오버가 자주 나온 원인이다. 한국 선수 12명의 평균 연령은 36.5세로 이날 상대였던 이란(29.9세)보다 여섯 살 이상 많았다. 한국 대표팀에는 40대 선수도 세 명(김호용·이치원·이병재)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지난해 9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한사현 전 감독의 영전 앞에 꼭 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 한 전 감독은 국내 휠체어농구의 대부로 2010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4년 인천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8강(6위)을 이끌었다. 2018년부터 간암 투병을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던 그는 2019년 12월 국제휠체어농구연맹(IWBF)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도쿄행 티켓을 따내며 결실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한 전 감독은 선수들이 패럴림픽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선수들이 한 전 감독을 가슴에 품고 8강을 넘어 4강이라는 목표를 새겼던 배경이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패럴림픽 역대 최고 순위이라는 한국 휠체어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국과 이란 양국 선수들은 경기 후에 서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김동현(33·제주삼다수)은 “마지막 종료 부저가 울리는데 벅차올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끝까지 강팀과 막상막하로 할 수 있었다는 게 소득이다. 더 끝까지 비벼볼 수 있는 팀이 되겠다”며 “4쿼터에 안일하게 플레이하는 게 반복됐다. 잘 보완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영무(43·서울시청) 코치는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했다. 선수들의 기복이 너무 심했다. 멘탈을 강하게 해 평균을 꾸준히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 감독은 “선수들이 나이가 많다 보니 막판에 체력 문제가 나왔다. 유망주 발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나는 이렇게 웃으며 무대 위 주인공 됐지. 나를 괴롭히던 너는 방 안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는 문자 그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깜깐한 경기장에 들어섰다. 홀 전체에 미국 록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가 부른 ‘선더’가 울려 퍼지고 있던 와중이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쿠다다디는 이 경기뿐 아니라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무대 주인공이 되어 활짝 웃었다. 2일 오전 10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는 패럴림픽 역사상 첫 번째 태권도 경기가 열렸다. 태권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는 패럴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져 있었지만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이 대회 첫날 첫 경기 주인공이 바로 쿠다다디였다. 이날 쿠다다디와 여자 49kg급 경기를 치른 지요타혼 이자코바(23·우즈베키스탄)보다 선수 소개도 빨랐다. 이 경기에 출전하면서 쿠다다디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육상에 나섰던 마리나 카림(32) 이후 아프간 역사상 두 번째 여자 패럴림픽 선수가 됐다. 쿠다다디는 원래 지난달 16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카불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후 국세 사회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쿄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한 손으로 머리 보호대를 착용한 두 선수는 상대 몸통을 발로 차면서 호구 센서를 점검했다. 이제 크루퍼 제니퍼 주심이 “준비”, “시작”을 외쳤다. 두 선수는 곧바로 타격전에 들어갔다. 쿠다다디가 몸통 공격으로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그 뒤 이자코바가 반격에 나서면서 공방이 이어졌다. 1회전은 쿠다다디가 6-5로 앞선 채 끝이 났다. 그러나 이자코바가 2회전 시작과 함께 몸통 발차기를 세 번 성공하면서 12-6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3회전에서 쿠다다디가 추격에 나섰지만 더블 스코어 차이를 극복하기는 무리였다. 결국 쿠다다디가 12-17로 패했다. 쿠다다디는 왼팔에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 아프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딴 태권도 대표 로훌라 니크파이(34)를 TV에서 보고 태권도를 시작했다. 그 뒤 뒤뜰이나 공원에서 계속 연습하면서 패럴림픽 출전 꿈을 키웠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쿠다다디와 함께 국경을 넘은 호사인 라소울리(26)는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멀리뛰기 T47에 출전해 참가 선수 13명 중 13위를 기록했다. 라소울리는 원래 100m가 주종목이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낯선 종목 경기를 통해 패럴림픽 무대를 밟아야 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첫 메달을 땄으니까 이제 메달 색깔을 바꿔 보겠습니다.” ‘장애인 사격의 진종오’ 박진호(44·청주시청)는 지난달 30일 2020 도쿄 패럴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SH1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 SH1 결선에서 253.0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다짐을 현실로 만들었다. 금메달을 딴 나타샤 힐트로프(29·독일)와는 딱 0.1점 차이. 박진호는 “영점도 일찍 잡혔고 컨디션도 좋았다. 딱 한 발 실수가 문제였다”며 “그래도 내가 가진 경기력을 다 보여준 것 같아 후회는 없다.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박진호는 이날 총 60발을 쏘는 예선에서 638.9점으로 패럴림픽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도 선두를 지키다 22번째 총알이 9.6점에 그치며 2위로 내려갔다. 박진호는 남은 두 발에서 순위를 뒤집지 못하고 결국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체대에 진학한 박진호는 스물다섯 살이던 2002년 낙상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재활 도중 의사가 운동을 권하자 “남자다운 종목을 하고 싶다”며 사격 선수가 됐다.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본 아내 양연주 씨(40)는 “남편이 ‘어떤 메달이든 꼭 가지고 오겠다’고 했는데 벌써 2개나 따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양 씨 역시 최근 남편 권유로 충북장애인사격연맹에 선수 등록을 마쳐 둘은 부부 사격 선수가 됐다. 3일 남자 50m 소총 3자세, 5일 혼성 50m 소총 복사 경기를 남겨둔 박진호가 동빛과 은빛이 아닌 다른 색으로 또 메달 색깔을 바꿀 수 있을까.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은 배드민턴이 비장애인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이후 세계 톱3 성적을 유지해 왔다. 한국이 2020 도쿄 대회 때까지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따낸 메달은 총 20개(금 6개, 은·동 각 7개)로 중국(47개), 인도네시아(21개)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다. 반면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선수들은 여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했다. 선수들 잘못이 아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는 배드민턴이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은 이번 도쿄 대회부터 태권도와 함께 정식 종목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WH2 남자 단식 4연패를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6번 차지한 김정준(43·울산 중구청)을 비롯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번 대회 개막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도쿄에 도착했다. 그 뒤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는 자세로 현지 적응 훈련을 진행해 왔다. 한국은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치르는 남자 WH1(중증), WH2(경증) 단식 종목에서 메달을 노린다. 이동섭(50·제주도)과 이삼섭(51·울산 중구청)이 WH1 경기에 출전하며 김경훈(45·울산 중구청)이 김정준과 함께 WH2 경기에 나선다. 이동섭과 김정준은 WH1-WH2 복식에서도 강력한 메달 후보로 손꼽힌다. 이동섭은 1일 도쿄 국립 요요기 경기장에서 열린 첫날 A조 예선 경기에서 자카란 홈후알(33·태국)을 2-0(23-21, 21-16)으로 물리치고 한국 선수 첫 승을 신고했다. 이동섭은 초반부터 매서운 공격력으로 점수를 따내면서 격차를 벌렸다. 상대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중간 중간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23-21 스코어로 1세트를 따냈다. 2쿼터도 접전이었다. 이동섭이 달아다면 홈후알이 쫓아오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막바지 이동섭의 분투가 빛을 발했고 결국 21-16으로 세트를 잡으면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동섭은 경기 후 “초반 경기장 에어컨 바람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셔틀콕이 날아가는 게 들쭉날쭉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를 하면서 몸이 풀렸고 결국 이길 수 있었다.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면서 “목표는 단식, 복식 2관왕”이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반면 통산 세계선수권 메달 20개(금 14개·은 6개)를 자랑하는 이삼섭은 무라야마 히로시(47·일본)에게 1-2(21-15, 13-21, 17-21)로 역전패했다. 한국 대표팀 첫 주자로 나선 강정금(53·제주도)은 여자 단식 WH1 A조 경기에서 사토미 사리나(23·일본)에게 0-2(12-21, 7-21)로 패했다. 이어 이선애(52·부산장애인배드민턴협회)도 여자 단식 WH2 B조 첫 경기에서 야마자키 유마(33·일본)에게 0-2(20-22, 16-21)로 덜미가 잡혔다. 김경훈 김경준은 2일 맞대결로 일정을 시작한다. 패럴림픽 배드민턴 개인전은 4명씩 3개조를 이뤄 풀리그를 펼친 뒤 각조 상위 2위 안에 이름을 올린 6명과 부전승 혜택을 받은 세계랭킹 1, 2위가 8강 토너먼트를 치른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키 149cm의 작은 거인’ 전민재(44·전북장애인체육회)가 100m 8위로 자신의 네 번째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전민재는 1일 오후 7시 10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여자육상 100m T36 결선에서 15초51를 기록했다. 전민재는 이놀 오전 예선에서 15초41로 시즌 베스트 기록을 스면서 8위로 결선에 올랐다. 오후에 열린 결선에서는 8번 레인에서 투혼의 질주를 선보였지만 기록은 예선보다 0.10초 늦었다. 이 종목 세계신기록 보유자이자 이번 대회 200m에서 세계신기록(28초21)으로 금메달을 딴 스이팅(24·중국)이 13초61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자신의 종전 세계기록(13초68)을 0.07초 앞당긴 결과다. 이어 2012년 런던 금메달리스트인 옐레나 이바노바(33·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가 14초60로 은메달을 땄고, 도쿄에서 2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대니엘 애치손(20·뉴질랜드)이 14초62로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전민재는 자타공인 한국 장애인 육상 레전드다. 31세 때인 2008년 베이징 대회에 첫 출전한 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100m와 200m에서 각각 은메달,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2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육상 여자 스탠딩 선수로 패럴림픽 메달을 딴 건 전민재가 유일하다. 전민재는 “3등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자”며 지난달 29일 주종목인 200m 경주에 나섰지만 31초17로 4위를 기록하면서 3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 직후 전민재는 크게 낙담한 표정으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그냥 지나쳤다. 전민재를 대신해 인터뷰에 응한 이상준 코치는 “아침에 예선 뛴 것보다 결과가 안 나왔다. 선수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200m 부진 영향도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3년 후인 2024년 파리 패럴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코치는 “선수에게 물어보기 조심스러운 문제이기도 하고, 선수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컨디션을 볼 때 2022년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 때까지는 나갈 수 있지 않겠냐고 이야기는 나누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선수가 직접 ‘나가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다”고 전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대한민국 국기(國技)’ 태권도가 2일 마침내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인다. 태권도는 2015년 1월 3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배드민턴과 함께 도쿄 패럴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됐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당시 “WT의 꿈이 이뤄진 것일 뿐 아니라 전세계 장애인태권도 선수들의 꿈이 이뤄진 것”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날 이후 세월이 6년 반 흘렀다. 2일 오전 10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첫 경기가 막을 올린다. 역사적인 태권도 패럴림픽 데뷔전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자키아 쿠다다디(23)라는 사실이 드라마틱하다. 쿠다다디는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연속 동메달을 획득한 ‘아프간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로훌라 니크파이(34)를 TV로 보고 태권도를 시작했다. 쿠다다디는 이날 여자 49㎏급 16강에서 지요다콘 이자코바(23※우즈베키스탄)와 첫 대결에 나선다. 세계 챔피언 4회, 유럽 챔피언 4회에 빛나는 ‘레전드’ 리사 게싱(43·덴마크)은 여자 58㎏급에서 초대 패럴림픽 챔피언을 노린다. 게싱은 “6년 반은 선수에게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모든 선수들이 패럴림픽의 목표 하나로 아주 오랜 기간을 달려왔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한국에서는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세계 12위)이 3일 오전 10시 반 남자 75kg급에서 첫 경기에 나선다. 상대는 세계 5위 마고메드자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다. 주정훈은 ‘태권도 종주국’ 한국 최초 패럴림피언이자 이 대회 유일한 출전선수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새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은 주정훈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비범한 재능으로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주변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의 꿈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2017년 12월 다시 도복을 입었다. 주정훈은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패럴림픽 태권도가 6년 반 기다림 끝에 도쿄에서 첫 발을 떼는 의미 있는 자리에 ‘종주국’ 선수가 단 1명뿐이며, 여성 선수는 전무하다는 사실은 아쉽다. 터키는 남녀 6체급에 6명이 모두 출전권을 따냈다. 러시아에서는 남자 3명, 여자 1명,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남녀 각 2명 등 총 4명이 이 대회에 출전했다. 주최국 일본도 남자 2명, 여자 1명 등 총 3명이 나선다. 이에 대해 국내 태권도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만 신경 썼을 뿐 국내 장애인 태권도 저변 확대나 선수 발굴에는 무심했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는 “다른 나라보다 예산 지원이 늦어졌고 선수들 랭킹 포인트도 낮다. 3년 후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기초 종목 육성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선수를 발굴하겠다. 주정훈 이외에도 1, 2명을 더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금메달은 ▽남자 △61㎏ △75㎏ △75㎏초과급 ▽여자 △49㎏ △58㎏ △58㎏초과급 등 6개다. 양쪽 팔 모두 팔꿈치 아래 장애가 있는 K43과 한쪽 팔 또는 다리 기능에 제약이 있는 K44 등급을 통합해 진행한다. 태권도를 전파한 200여 개국 중 현재 장애인 태권도 프로그램을 시행중인 나라는 80여 개 국. 도쿄 대회에는 남자 27개국 36명, 여자 26개국 35명이 출전한다.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는 경기 규칙도 비장애인 올림픽과 조금 다르다. 유효타는 2점, 180도 발차기는 3점, 360도 발차기는 4점이지만 도쿄 패럴림픽 경기에서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머리공격(3~5점)은 허용하지 않는다. K43, K44가 손목 절단 장애 유형인 만큼 몸통 부위 주먹공격(1점)도 금지다. 채점방식도 다르다. 예를 들어 뒤차기의 경우 비장애인 올림픽에선 4점이지만 패럴림픽에선 3점이다. 올림픽에선 16강 이후 패한 선수만 패자부활전에 나갈 수 있짐나 패럴림픽에서는 모든 선수가 패자부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당신이 걱정하고 원하던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왔는데 당신 빈자리가 너무 크네요.”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한 양궁 여자 국가대표 조장문(55·광주시청)은 3년 전 남편 김진환 씨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소아마비로 오른발이 불편한 조장문이 2012년 선수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 남편이었다. 남편은 2018년 3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17년 10월 김 씨가 갑작스레 허리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했는데 간암 말기라는 결과가 나왔다. 암세포가 간에서 척추로 전이돼 척추 4번이 무너졌고 이 때문에 심한 허리 통증을 겪은 것이다. 서울에서 치료 방법을 찾았지만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고, 수술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씨 선택으로 2017년 12월 전남 화순군 전남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석 달 뒤 가족을 남겨준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른 조장문은 남편 유품을 정리하다가 한 번 더 오열했다. 김 씨가 병원에서 쓰던 다이어리에 자신에게 쓴 편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보, 고맙고 미안하다. 못난 남편을 살리려고 했는데 평생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 도쿄 패럴림픽도 함께 할 수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못난 나를 만나서 아들과 딸 잘 키우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 장성한 두 아들이 있고, 예쁜 딸도 있잖아. 힘든 일은 큰 아들과 상의하고”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여보, 패럴림픽에는 꼭 나가. 내가 위에서 응원할게. 사랑한다. 문이야. 못난 남편이”라고 썼다. 다이어리에는 아내뿐 아니라 일가친척에게 쓴 편지도 있었는데 모두 ‘부인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영원한 내 편’이었던 남편을 잃었다는 허전함,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과 자식들을 위해 마음 썼을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패럴림픽만 바라보며 연일 구슬땀을 흘려온 조장문은 도쿄에 도착해 펜을 잡았다.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보내는 답장이다. 조장문은 “항상 국내 경기 때 함께 했던 당신의 힘으로 2019년 네덜란드(세계선수권대회)에서 쿼터(출전권)를 획득해 당신이 걱정하고 원하던 도쿄 패럴림픽에 왔어요. 남편 빈자리가 너무 크고, 힘들 때마다 산소를 찾아 (당신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어서 눈물만 나오네요”라고 답했다. 이어 “끝까지 함께 하며 내 오른발이 돼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리고,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네요”라며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남편 덕분으로 아이들과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항상 하늘에서 응원해주세요. 우리 남편 너무 보고 싶네. 사랑해”라고 썼다.조장문은 2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리는 여자 개인전 리커브 오픈(32강전)에 출전한다. 2016 리우 대회에선 이 종목 9위에 이름을 올렸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 숨이 턱까지 찼나요 / 할 수 없죠 어차피 / 시작해 버린 것을” ‘충무의 딸’ 이경화(49·경남)는 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국제스피드웨이 일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도로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 경주 결선 H1-4에서 14위(1시간15분28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쏟아지는 햇살 속에 / 입이 바싹 말라와도 / 할 수 없죠 창피하게 / 멈춰설 순 없으니” 2018년 사이클을 시작한 이경화에게는 첫 번째 패럴림픽 첫 출전이다. 그 전에는 운동 경험이 없다. 그래도 전체 참가 선수 16명중 14위를 기록했으니 꼴찌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경화는 “꼴찌들도 열심히 노력하거든요. 많이 사랑해주세요”라며 응원과 격려를 부탁했다. “이유도 없이 가끔은 /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 1등 아닌 보통들에겐 /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이경화는 경기 후 “메달권 선수들이 긴장할 텐데 나도 너무 가슴이 설렜다. 메달 선수를 옆에 두고 표를 안냈지만 밤새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경기에선 두근거림이 사라지고 기쁨으로 경기를 끝내 행복하다”고 말했다. “단 한가지 약속은 /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이경화는 “운동을 시작한 뒤 긍정의 힘이 더 생겼다. 사회에 한발 더 다가갔다. 나를 찾는 길 인거 같아 더 행복하다. 사이클을 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든 경기를 마쳤지만 목소리엔 긍정 에너지가 넘쳤다.※중간중간 등장하는 노랫말은 윤상 ‘달리기’에서 따왔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