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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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6-03-19~2026-04-18
문화 일반34%
문학/출판23%
연극17%
경제일반7%
학술7%
유통3%
여행3%
칼럼3%
교육3%
  • [종이비행기]‘문청’이 따로 있나

    신춘문예 원고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마감은 다음 달 1일.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원고를 e메일로 접수하는데, 70대 응모자 두 명이 눈에 띄었다. 한 지원자는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의 격려 말씀이 평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아 정년퇴임 후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새로운 분야여서 힘도 들었지만 헤밍웨이가 말하는 ‘글 쓰는 즐거움’이란 말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원자는 “젊은 시절부터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꿈을 꿨는데 생의 귀로에서 결단을 내렸다. 남에게 속살을 내보이는 것 같은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삶의 마지막 언덕에서 가슴에 용기를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다. “글을 쓸 때 진이 빠지고 고독하지만 그 모든 게 다 좋다”며 미소 짓던 김숨 소설가(43)가 떠오르기도 했다. 쓰고 싶은 무언가가 가슴속에 꿈틀거리고 실제 이를 써내려간다면 그는 이미 작가가 아닐까. 세상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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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 구분 없이 집안일 하고 아이 돌보는 동남아, 잠재력 무궁무진”

    “동남아시아에서는 남녀가 집안일과 육아를 동등하게 나눠서 해요.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도 거리낌이 없죠.”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45)는 중국의 대안으로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요즘, 동남아시아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동남아시아를 연구해온 그가 쓴 ‘펑키 동남아’(시공사·2012년)는 인도네시아 최대 출판사이자 서점 프랜차이즈인 그라메디아에서 최근 출간됐다. ‘과일의 왕’ 두리안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음식과 문화, 종교적 다양성을 조명한 이 책의 인도네시아판 제목은 ‘해피 여미 저니(Happy Yummy Journey·행복하고 맛있는 여행·사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여러 곳을 누비며 보고 느낀 점을 다채로운 사진과 함께 엮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잘 몰랐던 동남아시아의 잠재력과 문화적 가치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거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건설 현장,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일하는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모계 사회인 미낭카바우족의 속담 중에 ‘천국은 어머니의 발바닥에 있다’는 말이 있어요. 어머니가 편안하고 행복해야 천국처럼 좋은 곳이 될 수 있다는 의미죠.” 말레이시아의 무슬림 남성은 손님이 오면 직접 음식을 내오고,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와 아이를 돌본다고 한다. 필리핀은 이혼, 피임, 낙태를 금지하고 있지만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단다. “미국인 사업가 짐 톰프슨(1906∼1967년 실종)이 태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어 실크의 고급화와 세계화에 앞장섰듯, 태국은 외국인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태국 짠타부리 면, 인도네시아의 고기 요리 렌당 등 현지 음식도 눈길을 끈다. “동남아시아는 자원이 풍부하고 개방적이어서 경제적으로 협력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행복지수와 출산율도 높아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현재 ‘자바의 파리’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반둥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천혜의 기후 조건과 문화·사회적 인프라를 갖춘 반둥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를 꿈꾸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실제 모습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힘들고 지칠 때 동남아시아를 떠올리면 너무나 행복해지거든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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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문학의 별’이 된 그들… 시작은 東亞 신춘문예

    황순원 김동리 정비석 서정주 기형도 이문열 한수산 안도현 은희경 전경린…. ‘한국 문학의 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는 것이다. 1923년 시작된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며 문단을 이끈 이들을 대거 발굴해 왔다. 작가들은 전통과 권위를 갖춘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는 게 무엇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입을 모은다. 대가들도 수줍게 포부를 밝힌 풋풋한 시절이 있었다. 1979년 신설된 중편소설 부문에 ‘새하곡’으로 당선된 이문열 소설가(69)는 당시 인터뷰에서 “작품을 다듬을 시간도 없어서 전혀 자신이 없었다. 가작 정도만 되더라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과분한 지우(知遇)를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56)은 1984년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됐다는 소식에 환호하며 이렇게 다짐했다. “당선되면 들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저곳 알려서 축축하게 술을 사겠노라고 큰소리를 치고 싶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몹쓸 열병으로 겨울 들판을 다시는 헤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까. 헤맴은 지금부터일 것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시대를 한걸음 앞서간다는 평가는 받는다. 세기말 상실감에 가득 찬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변한 기형도 시인(1960∼1989)을 1985년 시 ‘안개’로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선 인터뷰에서도 허무주의적 색채를 짙게 드러냈다. “어둡고 길었던 습작 시절이 한꺼번에 내 의식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기쁨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보인다.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의 열쇠를 쥐여줘 감사하다.” 1995년에는 중편 부문에 은희경의 ‘이중주’, 전경린의 ‘사막의 달’을 공동 당선시키며 여성 작가들의 돌풍을 예고했다. 당시 은희경 소설가(58)는 “출판사를 그만둔 후 쓴 소설이 바로 당선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은 그만큼 내면에 쌓여있던 말들이 많았던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경린 소설가(54)는 “닫힌 삶을 사는 여성들이 과감하게 새 길을 열어젖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밝혔다. 1996년 단편 ‘불란서 안경원’으로 당선된 조경란 소설가(48)는 “오감을 활짝 열어젖히고, 이 좁고 어두운 방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디뎌 보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발굴한 천운영 윤성희 박주영 김언수도 비중 있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2018년 신춘문예 작품은 12월 1일(금)까지 공모한다. 중편소설 당선작은 ‘동아 인산(仁山)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해 지난해보다 1000만 원이 늘어난 3000만 원을 수여한다. 국내 종합지의 신춘문예 상금 중 최고액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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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근 역사소설 ‘나의 징비록’ 출간

    임진왜란 당시 전장과 조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두루 조명한 역사소설 ‘나의 징비록’(이채)이 출간됐다. 강철근 사단법인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장이 쓴 이 소설은 한산도 대첩, 평양성 탈환을 비롯해 조정 내부의 갈등, 명과의 외교 관계, 순절한 의병 등 역사적 사실을 재해석해 풀어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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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절망이 영혼을 잠식할 때, 낯선 곳으로 가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있다. 숨쉬는 것마저 힘든 이 절망감을 어찌 해야 할까.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유명 소설 ‘파이 이야기’를 쓴 저자는 15년 만에 내놓은 새 소설을 통해 일단 낯선 곳으로 떠나라고 제안한다. 작품은 시대를 달리해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세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904년 포르투갈에 사는 토마스는 일주일 사이 아들과 아내를 병으로 잃고, 아버지마저 숨지자 세상에 대한 저항감에 1년째 뒤로 걷는 중이다. 국립 고미술박물관에서 학예사 보조로 일하는 그는 17세기 율리시스 신부가 노예무역을 하던 앙골라에서 쓴 일기를 발견하고 강렬하게 이끌린다. 참혹한 상황에 처한 노예들에게 세례를 해야 하는 신부의 고통과 복잡한 심경은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부가 만든 십자고상이 포르투갈 북쪽 높은 산에 있는 성당들 중 하나에 있음을 파악한 그는 십자고상을 찾아 떠난다. 1938년 12월 마지막 날 밤, 포르투갈의 병원에 근무하는 병리학자 에우제비우는 ‘마리아’라는 이름의 두 여성을 차례로 맞는다. 첫 번째 ‘마리아’는 사랑하는 아내로, 둘은 언제나 그랬듯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들에 대해 한바탕 신나게 대화를 나눈다. 두 번째 ‘마리아’는 가방에 60년간 살았던 남편의 시신을 담아와 부검해 달라고 요청한다. 죽음의 이유가 아니라, 남편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고 싶다며. 1981년 캐나다 상원의원 피터는 40여 년을 함께했던 아내를 떠나보냈다. 미국에서 침팬지 보호소를 방문한 그는 충만하고 진솔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침팬지 ‘오도’를 만난다. 피터는 거액을 주고 ‘오도’를 구입한 뒤 할아버지의 고향인 포르투갈로 건너가 ‘오도’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자 특유의 글쓰기는 여전하다. 에우제비우가 부검한 남성의 몸에서는 사과, 달걀, 진흙덩어리, 부젓가락 한 쌍 등이 쏟아져 나온다. 그가 살아오며 접했던 물건들이다. 마지막으로 흉부와 복부를 열자 새끼 곰 한 마리를 안은 침팬지가 나타난다. 피터는 ‘오도’와 바위를 오르다 멸종된 이베리아 코뿔소를 발견한다. 세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 소재는 서로 맞물리며 연결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포르투갈의 북쪽에는 높은 산이 없다는 사실도 내비친다. 한 편의 마술쇼를 보는 듯, 흥미롭고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인간이 한없이 약해졌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존재한다고 믿는 그 무언가일 수도 있고, 눈빛만으로도 교감하는 동물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낯선 곳에 던져져 먹거리, 잠잘 곳, 온몸을 가렵게 만드는 이 잡기 등 원초적인 욕망을 해결하려 낑낑거릴 때만큼은 상실감을 잊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살이란 건 이성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아니 이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환상 같은 여러 일들은 이를 상징한다. 저자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읽는 이를 한껏 매혹시킨 뒤 묵직한 의미를 툭툭 던진다. 인간과 동물, 세상에 대한 온기가 담긴 이야기에는 힘겨워하는 이들의 등을 토닥여 주는 듯한 손길이 느껴진다.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지금, 마음을 녹여주는 책이다. 원제는 ‘The High Mountains Of Portugal’.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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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 속 옷짓는 名匠 흠모”… “사물의 가장 깊은 곳 들여다봐”

    《 김숨 소설가(43)가 제20회 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송재학 시인(62)이 제10회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김 씨의 장편 ‘바느질하는 여자’와 송 씨의 시집 ‘검은색’이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경주시와 경북도,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동 주최하고,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 상금은 각각 7000만 원. 시상식은 12월 8일 오후 6시 더케이호텔경주에서 열린다. 》  ▼ 동리문학상 김숨 ‘바느질하는 여자’ ▼전통기법 누비 바느질로 한복 만드는 名匠의 굴곡진 삶 그려“고독 속에서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는 바느질을 통해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흠모해 왔어요. 숨은 명장들에게 눈길이 갔고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3일 만난 김숨 소설가는 장편 ‘바느질하는 여자’를 쓴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바느질…’은 전통 기법인 누비 바느질로 한복을 만드는 수덕과 두 딸 금택, 화순의 굴곡진 삶을 그렸다. 수덕은 저고리 한 벌을 만드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리는 고된 작업에 손가락이 휘어지고, 오장육부마저 약해지지만 바늘을 놓지 않는다. 집요하게 자기 길을 가는 수덕의 모습은 천연 염색 기법과 명주에 풀을 먹이고 다듬이질하는 법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어우러져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소설을 위해 8개월간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누비 바느질에 대해 배웠다. 고요한 가운데 바느질과 운명처럼 얽힌 여러 여인의 평탄치 않은 삶이 펼쳐지며 은근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인내심 강하고 명민한 수덕은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옷을 완성했을 때 황홀감을 느껴요. 예술가죠.” 그는 작품 속 여인들이 바느질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처럼 자신과 글쓰기의 인연도 그러하다며 조용히 웃었다. 매일 글을 쓰며 꾸준히 작품을 내는 그의 모습이 곁눈 한 번 주지 않고 한 땀 한 땀 뜨며 옷을 짓는 수덕과 겹쳐졌다. ▼ 목월문학상 송재학 ‘검은색’ ▼검은색 통해 삶의 본질 봐… 향토적 언어로 자기만의 스타일 구축검은색은 모든 빛을 다 받아들이지만 스스로는 아무것도 내보내지 않는다. 송재학 시인은 검은색을 통해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반추를 거듭한 결과를 시집 ‘검은색’에서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로 토해냈다. 대구에 사는 그는 13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목월 선생님의 자작시 해설집 ‘보랏빛 소묘’를 보고 또 봤다. 하염없는 괴로움 속에서 시의 언어를 건져 올리는데, 이런 저를 문학이 다정하게 포옹해주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향가의 주술성과 서정성에 매료돼 시인이 된 그는 ‘검은색’에서 김시습의 고전 소설 ‘만복사저포기’, 가야금 산조 등을 녹여내며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티베트 등 실크로드를 오가며 접했던 생동감 넘치는 풍경과 철학적 사유도 써 내려갔다. 몸과 마음이 풍경 속에 어우러져 연대를 이루는 경험을 귀중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는 깊은 성찰의 결과를 향토적 언어로 풀어내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검은색은 사물의 가장 깊고 무거운 곳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물 속으로 들어가 본질을 파악하려고 애씁니다. 전율을 느끼며 통점에 시가 맺힐 때 문학의 세계로 더 깊숙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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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40 女작가 7명 ‘페미니즘 의기투합’

    10년간 연애하며 모든 것을 의존하게 만든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여성(‘현남 오빠에게’), 여자 아이들을 섹스 상대로만 여기는 중학생 아들과 초경을 맞은 딸을 보며 혼란스러워하는 중년 여성(‘경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다산책방)가 출간됐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없는 사람’의 최정화를 비롯해 김이설 최은영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등 30, 40대 여성작가 7명이 의기투합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13일 열린 간담회에는 조남주(39), 최정화(38), 김이설 작가(42)가 참석했다. 표제작 ‘현남…’을 쓴 조 작가는 “방송작가 시절, 결혼 초기부터 딸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가정 폭력에 시달린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있었는데 왜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를 고민하다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 속 여성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사귄 현남 오빠가 수강 과목과 식당 선택은 물론이고 이사할 집 구하기 등 모든 것을 해준다. 사서라는 직업까지 현남 오빠가 정해주자, 그에게서 벗어나기로 마음먹는다. 조 작가는 “결별을 선언하는 마지막 문장을 먼저 쓴 후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경년’을 쓴 김이설 작가는 “나이 들어가는 여성 세대에게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하는 많은 여성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물건이든 사람이든 말끔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 여성이 등장한다. 최정화 작가는 “여성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압박이나 모순을 냉철하게 들여다보길 제안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82년생 김지영’이 화제가 되고, 페미니즘 관련 책이 꾸준히 나오는 데 대해 작가들은 반가움을 나타냈다. 조 작가는 “성폭력 문제를 비롯해 일상에서 느끼는 부당함에 대해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한 것이 희망적이다. 이런 목소리가 계속 나올 때 조금씩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글을 쓰며 페미니즘은 남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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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작지만 묵직한 책

    기자는 피아노 건반 도에서 그 다음 도까지 간신히 짚는다. 한마디로 손이 작다. 그런데 소설책 8권이 한 손에 가뿐하게 들렸다.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 시’, 앙투안 로랭의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독자들이 들고 다니기 편하게 출판사가 기획한 ‘블루컬렉션’ 시리즈다. 가격은 1만 원으로 동일하다. 백팩을 메지 않을 때는 어떤 책을 핸드백에 넣을지 고민하는데 이 시리즈를 보니 반가웠다. 동시집 ‘나는 꽃이다’에 실린 작품들은 4행을 넘지 않는다. ‘울고 나면 괜찮은 거지?’(‘먹구름’), ‘개미를 따라가다 그만…’(‘지각’)처럼 1행으로 된 시도 적지 않다. 전병호 최명란 최수진 추필숙 시인이 ‘동씨’팀을 만들어 출간했다. 동씨는 어린이들이 쓰는 말이 짧다는 데 착안해 씨앗같이 짧은 동시를 쓴다는 의미를 담았다. 작고 가볍고 짧지만,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고민의 무게는 묵직하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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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주의가 겁내는건 다양성… 문학이 이런 역할 할수있어”

    “극단주의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경계를 가로지르는 창의성입니다.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위협과 독주에 맞서 한국 작가들은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며 진실을 담아내는 글쓰기를 계속해야 합니다.” 198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나이지리아 작가 월레 소잉카(83)는 4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참석해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소잉카 작가는 ‘해돋이가 당신의 등불을 끄게 하라’란 주제로 고은 시인(84)과 대담을 나눴다. 나흘간 열린 이 페스티벌은 두 작가의 만남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소잉카 작가는 “한국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남북한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데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며 “한반도 전역에 전쟁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 시점에 아시아 문학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시의적절하고 중요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소잉카 작가는 “내 종교만 옳고, 내가 아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극단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건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지닌 행위이고, 이런 점에서 아시아 문학은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시인은 “유럽 문화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공통점이 많은 반면 아시아는 종교, 인종, 언어는 물론 지형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이런 특징을 담은 아시아 문학이 본격적으로 발화한다면 또 다른 가능성의 지평이 열릴 것이다”고 했다. 두 작가는 급진주의 세력들은 자신들이 정한 물리적, 정신적 경계선 안에서만 머물기를 원한다며 그 경계를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잉카 작가는 “나이지리아의 테러단체인 ‘보코하람’은 직역하면 ‘책은 죄악이다’란 뜻이다. 이들이 학교 수업, 언어를 통한 교류를 반대하는 것은 창의성이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문학은 경계선 너머에 풍요로움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 고 시인은 “경계를 넘을 때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다. 이는 세계가 생동하고 지속하는 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담에 앞서 ‘아프리카가 아시아에게’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기조 강연에서도 소잉카 작가는 “치명적인 대결의 최일선인 이곳 한반도에 작가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의 정신을 가두고 폭력을 일삼는 세력에 대응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작가 30여 명은 이날 ‘2017 광주선언문’을 채택해 “미숙한 개인의 영혼 속으로만 함몰돼 가던 문학을 인간의 대지로 다시 불러내고, 자기 확신만 앞세우는 고집스러운 언어들과는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제1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자로는 몽골 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77)가 선정됐다. 우리앙카이는 몽골 문학에 직관과 통찰의 영토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상금은 2000만 원이다. 광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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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민항쟁 그린 소설 ‘하의도’ 출간

    전남 신안군의 비옥한 3개 섬인 하의 3도에서 벌어진 농민항쟁을 그린 장편소설 ‘하의도’(뿌리출판사·사진)가 출간됐다. 김남채 작가는 일제강점기 하의도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다 소작쟁의에 나선 농민들과 지주들의 첨예한 갈등,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그렸다. 1623년 인조 때 농민들이 농지를 빼앗긴 후 겪어야 했던 질곡의 세월을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담아냈다. 하의도는 300여 년 동안 지주가 9번이나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농민이 목숨을 잃었다. 1956년 제헌국회 의결로 농민에게 땅이 돌아갔지만 그 후유증은 현재도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김 작가는 “농지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위령제에 참석한 후 농민들의 비참한 역사를 알게 돼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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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간의 이중성 포착한 박완서 소설집… 39년 만에 재출간

    쌓여가는 촌지를 보며 부의 재분배를 고민하는 교사 김영길(‘꿈을 찍는 사진사’), 장애아를 둔 고교 동창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다 진저리를 치는 오숙경(‘우리들의 부자’)…. 또렷한 개성을 지닌 네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계절처럼. ‘창밖은 봄’에서는 식모살이를 하다 억울하게 쫓겨나지만 욕심 없이 사는 길례의 웃지 못할 인생 역정을, ‘꼭두각시의 꿈’에서는 부모의 높은 기대에 반항심을 품은 채 재수하는 청년 혁의 성장을 그렸다. 1978년 초판이 나온 후 절판됐던 이 소설집은 39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왔다. 저자도 이 책을 갖고 있지 않아 재출간을 원했지만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끝내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저자가 등단한 지 10년이 되지 않았을 무렵, 50세를 바라보며 글쓰기에 대한 간절함을 봇물처럼 쏟아낸 자취를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다음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궁금해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생각지도 못한 반전 혹은 아이러니에 신선한 충격을 맛보게 된다. 모순되고 허위의식에 가득 찬 인간의 속성을 예리하게 꿰뚫은 저자의 통찰은 섬세한 문장에 담겨 읽는 이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직진한다. 고상한 척하지만 식모의 험담을 하며 쾌감을 느끼는 교수 부인, 촌지를 모아 가난한 학생들의 학비를 몰래 내주지만 별 반응이 없자 괘씸해하는 교사 김영길의 심리를 적나라하고도 현실감 있게 묘사한다. 하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는 온기가 스며 있다. 오숙경이 오갈 데 없어진 고교 동창을 보며 집의 빈방을 떠올리고, 김영길의 동료 체육 교사가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학생을 업고 산동네를 아무렇지 않게 오르는 모습이 그렇다. 인간에 대한 희망의 싹 하나를 살짝 틔워놓은 것 같다고 할까. 세밀화처럼 정교하게 그린 1970년대 풍경은 아스라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흑백 사진 속으로 들어가 왕성한 창작 의욕을 보이던 당시의 저자를 만난 기분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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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인간이 멸종시킨 동물들 “우리가 왜 사라졌냐면…”

    “사람들은 우리를 잡아 가방과 장갑을 만들었어. 이제 나는 하늘이라는 아름다운 강과 호수를 헤엄치지.” ‘양쯔강 돌고래’가 자신이 지구에서 사라진 이유를 말한다. 인간이 기름을 짜고 살을 구워 먹었던 ‘카리브해 몽크 물범’은 “나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보며 그저 웃을 뿐이야”라고 읊조린다. 몸의 반쪽에만 얼룩무늬가 있는 ‘콰가 얼룩말’, 근사한 털을 가진 ‘상아부리 딱따구리’ 등 최근 멸종된 20종의 동물들이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준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가슴을 세차게 때린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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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도서관에 날개를]“아이들이 집에 가자는 소리를 안해요”

    “한 시간 넘게 있었는데 아이들이 집에 가자는 말을 안 하네요. 그만큼 편안하다는 거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게 정말 좋아요.” 전북 군산시 구암작은도서관의 어린이방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주부 김미희 씨(37)는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 씨의 아들(5)과 딸(3)은 푹신한 오렌지색 소파에 앉거나 누워 느긋하게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이날 정식 개관한 도서관에는 어린이방이 새로 만들어졌다. 한문, 미술, 영어 수업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실에는 긴 책상과 의자들이 놓였다. 이전에는 온돌식이었다. 70, 80대 주민들은 “무릎과 허리가 아파서 바닥에 앉기가 힘들었는데 의자가 생겨 한결 편해졌다”며 반겼다. 도서관 개관은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군산시가 주관하고 KB국민은행과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2007년 문을 연 구암작은도서관은 166m²(약 50평) 규모로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 하루 평균 200명 안팎의 주민들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시설이 낡고 서가가 빽빽하게 들어서 오랜 시간 책을 읽기 힘들다며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새로 단장한 도서관은 서가의 높이를 낮추고 원목 가구들을 배치해 밝고 아늑한 느낌을 줬다. 서가에 책상과 의자도 배치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리모델링한 도서관은 주민들의 요청으로 정식 개관하기 전인 9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신승혁 군(7)은 “틈날 때마다 도서관에 와서 2, 3권씩 책을 읽는다”며 “역사책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쉬는 날마다 와서 책을 보고 미술, 영어 수업도 들었다는 김도은 양(8)은 “놀이터처럼 재미있는 도서관이 환해지고 예뻐져서 더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최영춘 씨(73)는 읽고 싶은 신간을 구매해 달라고 신청하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군산시는 군산시립도서관뿐 아니라 지역별 작은도서관에도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가진 시청 소속 직원을 배치해 각종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구암작은도서관을 리모델링하기 전에는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주로 찾았는데, 재단장을 하고 나니 멀리서 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는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정도 주고받으며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군산=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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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본성 더 알려 노력… 한국인 생각 매혹적”

    “수상이 너무나 뜻밖이어서 놀랍고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언어, 인간의 본성, 세계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글을 씁니다. 문장과 종교적 성찰, 아이디어, 기교까지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제7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영국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 작가(81)는 28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바이엇 작가는 건강이 좋지 않아 한국에 오지 못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마틴 프라이어 주한 영국문화원장이 대신 참석했다. 프라이어 원장은 “영국 작가가 처음 박경리문학상을 받게 돼 영국 문단에 큰 영광이다”며 “언어의 경계를 넘어 독자와 깊이 교감하는 바이엇 작가 고유의 강점을 인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 원주시,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박경리문학상은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올해 수상자인 바이엇 작가는 소설 ‘소유’ ‘천사와 벌레’ ‘바벨탑’ 등을 통해 사회 구조와 관습 등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담아내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있게 성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유’로 맨부커상(1990년)을 수상했고, 1999년 대영 제국 기사 작위 훈장(DBE)을 받았다. 바이엇 작가는 요즘 박경리 선생의 작품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침묵의 가치를 믿는 퀘이커 교도들이 운영하는 학교를 다니며 언어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며 “정치나 종교적 신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쓰는데, 한국인의 생각은 내가 모르는 영역이기에 더욱 매혹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녀 때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새로운 말과 표현을 연구하고 있다”며 “신선한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하며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은 “바이엇 작가는 인간이 태초의 대자연과 역사, 사회 구조에 영향을 받지만 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융합해 내는 정신성을 지닌 존재임을 예리하게 통찰했다”며 “오랜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뿐 아니라 지구의 식물과 동물 등 여러 생명체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했는지도 문학적으로 그려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원창묵 원주시장, 유재천 전 상지대 총장, 오정희 소설가,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원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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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성장 기업]한국의 아름다움 알리는 ‘우수문화상품’ 선정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국경을 초월해 많은 이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섬세한 예술성에 세련미를 더한 디자인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요 요소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우수문화상품 지정제도’를 시행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 상품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예, 한복, 한식, 식품, 문화콘텐츠, 디자인상품 등에서 우수문화상품을 지정해 ‘케이리본’이라는 마크를 붙여 홍보와 유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진흥원이 주관한 우수문화상품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정한다.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생산 철학, 그 안에 담겨 있는 전통적 가치 등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 우수문화상품으로 지정된 한복브랜드 ‘사임당 by 이혜미’의 ‘도포자락 조끼’는 조선시대 선비가 입던 도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고고한 자태를 구현해 선비 정신을 계승하면서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고 활동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높여 호응을 얻고 있다. 수제 도자기 브랜드인 ‘식탐쟁이 그릇’이 제작한 ‘백자 천공 주병 세트’는 전통적인 주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찻잔 세트로 활용하게 했다. 밤하늘의 별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상품으로, 불빛을 비추면 제품 안쪽의 색이 은은하게 투과돼 별처럼 빛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상품은 전통의 문화적 가치를 이해해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흥원은 전시, 연구, 국제 교류 및 유통 활성화 등을 통해 우리 공예와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창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와 청년 공예디자이너 육성, 지역 전통공예 등도 지원하고 있다. 최봉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누구나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공예·디자인 문화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고, 우수문화상품 하나하나에 담긴 고유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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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남편의 죽음… 아픔 인정하자 일상이 돌아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15년 멕시코 휴양지 호텔에서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가 헬스장에서 쓰러져 숨지자 가슴과 폐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고 말한다. 초등학생인 아들딸을 홀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고, 자신감은 하루아침에 부서져 가루가 됐다.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성취하라고 독려한 베스트셀러 ‘린인(Lean In)’의 저자이지만 아들의 운동화를 사주는 것까지 상의할 정도로 자상했던 남편을 잃자 무너지고 만다. 와튼스쿨 심리학 교수이자 ‘오리지널스’ ‘기브 앤 테이크’를 쓴 애덤은 친구 셰릴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책에는 셰릴이 고통을 극복한 방법과 과정이 세세하게 정리돼 있다. 셰릴이 화자로, 애덤은 제3자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썼다. 데이브는 심장부정맥으로 순식간에 숨졌지만 셰릴은 남편을 일찍 발견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에 휩싸였다. 고통이 일상의 모든 것을 뒤덮은 채 영원히 지속될 것이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자신과 아이들을 챙기는 부모, 형제들에게는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계속 미안하다고 말한다. 애덤은 자책하지 말고, 훨씬 더 나쁜 상황을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데이브가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다 심장부정맥을 일으켰을 수도 있잖아요”라는 애덤의 말에 셰릴은 기겁했다. 아이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미치도록 감사하는 마음이 슬픔을 얼마간 덮었다. 매일 일기를 쓰며 작은 일이라도 감사하고 즐거웠던 순간들을 꼽아보는 것도 도움이 됐다. 눈물이 터져 나오면 참지 말고 엉엉 울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 애썼다. 완벽하게만 보였던 셰릴이 힘겨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정점에 있을 때 자신이 쏟아냈던 말을 겸허하게 돌아보는 모습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는 “린인하라고? 두 발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린인’에서 배우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만들어 육아와 집안일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싱글맘에게는 둔감하고 무익한 글이었다고 고백한다. 애덤이 고통을 겪은 후 이전보다 더 성장한 사람들이 있다며 과거 셰릴이 자주했던 말(“누구든 눈으로 목격하지 못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을 인용하자 짜증스러워하는 모습도 인간적이다. 셰릴은 경제적 여유가 있고,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충분히 받았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음을 인정한다.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통을 겪는 이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짚어낸 점도 의미 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여성의 낮은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고픔 때문에 음식을 훔치다 전과자가 되는 아이들에게는 양질의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셰릴은 시련을 이겨내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조직 ‘OptionB.org’를 세우고 책의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며 행동에 나섰다. 제목은 인생의 암초를 만났을 때 차선의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제안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원제는 ‘Option B’.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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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 소셜미디어 통해 진화하다

    구겐하임미술관, 퐁피두센터 등 세계 유명 미술관이 소셜미디어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전략을 모색하는 행사가 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28일 오후 1시 반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에서 ‘ACC 라운드 테이블: 문화기관과 소셜미디어의 현재’를 주제로 각국 미술관의 홍보담당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사례를 발표하고 미래 전략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구겐하임미술관은 직원들이 전시회를 소개하는 생방송을 소셜미디어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을 방송에 곧바로 출연시켜 현장감을 높이기도 한다. 미국 뉴욕, 스페인 빌바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각각 자리한 미술관은 건축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만큼 이들 건축물의 특징을 소개하는 내용도 올린다. 하리네타 리가토스 구겐하임미술관 디지털 마케팅 매니저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도 소개할 예정이다. 퐁피두센터는 감각적인 그림과 사진을 올려 호기심을 자극한다. 유명한 그림 속 풍경과 인물들이 움직이도록 디지털 작업을 한 후 이를 올리기도 한다. ‘수영장’ ‘스플래시’ 등 유명 팝아티스트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띄워 눈길을 사로잡는다. 음악 전용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전시회를 청각적으로 소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브누아 파레이르 퐁피두센터 커뮤니케이션 및 파트너십 최고책임자는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이용해 미술관을 친근하게 여기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은 맨해튼을 여행하는 이들이 공략하기 위해 휘트니미술관과 협업해 전시회를 열고 이를 알린다. 브루클린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흑인, 여성 등 소수자에게 초점을 맞춘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소개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술관임을 강조한다. 베이징의 비영리 미술관인 엠 우드 공동 창립자인 마이클 쉬푸 황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예술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전략을 발표한다. 크리스티 리 홍콩 아시아아트아카이브 커뮤니케이션 부장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방선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해외 유명 미술관들은 세계 여성의 날, 대통령 선거 등 사회적 이슈를 전시와 연계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행사는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와 연결된 유기적 공간으로 진화하는 세계 문화기관의 변화와 흐름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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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이름 붙인 장미처럼 향기로운 생명의 詩 피울게요”

    그는 노래했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를 따라’고. 장미는 황홀한 생의 순간을 의미한다. 문정희 시인(70), 그의 이름이 진짜 장미가 된다. 일본 조사이국제대가 7년간 공들여 개발한 장미 품종에 ‘문정희’라는 이름을 붙여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23일 문 시인을 만났다. “자그마한 꽃송이의 흑장미였어요. 내 이름을 딴 장미가 끊임없이 피고 지며 생명을 이어간다는 건 무한한 축복이자 행운이에요!” 트레이드마크인 머플러를 멋스럽게 두른 그의 두 뺨은 살짝 상기돼 있었다. 이 대학이 그동안 개발한 장미에 붙였던 이름은 프랑수아즈 사강(프랑스), 안네 프랑크(유대계 독일인) 등이다. 모두 생명의 존엄과 평화를 아름답게 쓴 작가들로, 문 시인도 같은 이유로 선정됐다. 그의 대표 시선집인 ‘지금 장미를 따라’는 일본에도 소개돼 사랑받았다. 동명의 시는 그가 멕시코 여성 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집에서 받은 영감을 풀어냈다. 그는 “요즘 최고의 순간을 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이 보내는 환호 때문이 아니라 내면의 흔들림과 갈증이 잦아들고 헛것을 추려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 70세를 맞아 스스로에게 줬다는 선물은 여행 정도를 떠올렸던 기자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정확한 언어를 쓰겠다는 다짐이에요. 돌이켜 보니 시를 쓸 때 과장하고, 미화하는 수식어를 많이 사용한 것 같아요. 정직하고 정확한 언어를 써야 시 정신이 늙지 않을 테니까요.” 고교 시절 미당 서정주 시인이 발문을 쓴 시집 ‘꽃숨’(1965년)을 출간하며 ‘천재 소녀 시인’으로 불렸고, 여성의 억압된 삶을 앞서 토해내는가 하면 뜨거운 에너지와 삶의 본질을 꿰뚫는 작품들로 우뚝 선 그가 아닌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9개 언어로 번역된 시집 12권은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근래에 받은 상만 해도 스웨덴의 유명 문학상인 시카다상(2010년)을 비롯해 육사시문학상(2013년), 목월문학상(2015년), 올해 선정된 삼성행복대상 등 나열하기 벅찰 정도다. 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문학적 성취를 이루려면 한참 멀었어요. 시를 쓴 뒤 다시 읽어 보면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을 뚫은 것 같은 전율이 오지 않을 때가 태반이에요. 다만, 지금도 잉크가 마를 새 없이 계속 시를 쓰고 있다는 그 자체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곧장 책상 앞에 앉는다. 전날 쓴 글을 고치고 새 글을 쓴다. 집 안 곳곳에 생각날 때마다 빼곡히 글을 써 놓은 냅킨, 메모지 등이 꽉 차 있다. 책은 손에서 떠나는 법이 없다. 요즘은 시리아 시인인 아도니스의 시집, 독일 출신의 미국 소설가이자 시인인 찰스 부코스키의 작품을 읽고 있다. “나이를 먹으며 걱정되는 건 딱 두 가지예요. 눈이 나빠지지 않을까, 호기심이 줄어들지 않을까. 자기 복제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기도 해요. 우리 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며 잃어버린 가치인 생명을 밀도 있는 시어로 이야기하며 계속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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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너무 멀리 가지 마라”

    “너무 멀리 가지 마라.” 영화 ‘남한산성’ 마지막 장면에서 대장장이 날쇠가 어린 나루에게 하는 말이다. 원작 소설을 쓴 김훈 작가는 이를 듣는 순간 ‘저거다!’ 싶었단다. 그는 “소설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끙끙댔다”고 했다. 날쇠의 당부는 누구나 어린 시절 많이 듣던 말이다. 투박하게 툭 던지는 듯한 이 한마디에는 애정이 담겨 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삶은 도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긴 여운을 남긴다. 소설은 나루가 ‘초경을 흘리는’ 것으로 끝난다. 이는 생명성을 의미하며, 살아서 미래를 기약하자는 뜻을 담았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인기 소설을 영화로 만들 경우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원작을 영상과 대사로 재해석해 내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쇼생크 탈출’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남한산성’은 그 자체로도 빼어난 완성도를 지닌 동시에 소설의 영화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힐 만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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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죄 많은 소녀’ ‘폐색’…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1일 막을 내렸다.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상은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사진)와 이란 모흐센 가라에이 감독의 ‘폐색’이 수상했다. 올해의 배우상은 ‘밤치기’에 출연한 박종환과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에게 돌아갔다.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 일본 하라 가즈오 감독의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은 비프메세나상을 받았다. 선재상은 곽은미 감독의 ‘대자보’, 인도네시아 시눙 위나요코 감독의 ‘마돈나’가 수상했다.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19만2991명으로 지난해보다 17% 늘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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