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예

고도예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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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법원 관련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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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4~2025-12-14
검찰-법원판결57%
정치일반14%
사건·범죄11%
사회일반6%
정당6%
국회3%
대통령3%
  • 체포영장 집행 나서자 특검 나온 尹, 8시간반 내내 진술 거부

    “피의자가 윤석열 본인이 맞는가요.”(특검 파견 검사) “….”(윤석열 전 대통령) 15일 ‘평양 무인기(드론)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견 검사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7월 10일 재수감된 이후 특검 수사와 재판을 전면 보이콧해 온 윤 전 대통령은 이날은 이례적으로 저항 없이 특검 사무실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재수감된 지 97일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조사가 시작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 단계에서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입을 떼지 않았다.● 체포영장 집행 시도하자 자진 출석해윤 전 대통령은 15일 오전 7시 30분경 서울구치소 독거실을 찾은 김도형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특검이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앞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달 24일과 30일 “평양 드론 의혹 관련 외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으라”며 출석을 요구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다만 이날 조사는 체포영장 집행이 아닌 임의 출석 방식으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소장과의 면담에서 “내가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은 “구치소에 부담을 주기 싫고, 교도관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영치품으로 보관돼 있던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손목에 수갑을 차고 교도관들과 함께 법무부 호송차량에 올랐다. 이날 조사는 오전 10시 14분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 배보윤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뒤 시작됐다. 조사를 담당한 박향철 부장검사와 문호섭 검사가 미리 준비된 질문을 던졌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51분까지 약 8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조사 내내 일절 답하지 않았다. 진술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앞서 6, 7월) 특검 조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달 중 윤 전 대통령에게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0∼11월경 평양과 남포 일대로 전단통이 부착된 드론을 날려 전방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안보에 위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용대 드론사령관도 이 같은 일반이적 혐의 공범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잇따른 영장 기각에 특검 수사 제동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오전 1시 35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 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검은 “신속히 법원 판단을 다시 받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법무부 장관의 지위나 헌법적 책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판사가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데 특검이 추가 수사 없이 곧바로 ‘다른 판사 판단을 받겠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과도한 사법부 압박이 될 수 있고 사법 신뢰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관련 수사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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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자진 출석…특검 질문엔 묵묵부답 대응

    “피의자가 윤석열 본인이 맞는가요.”(특검 파견 검사) “….” (윤석열 전 대통령) 15일 ‘평양 무인기(드론)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견 검사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7월 10일 재수감된 이후 특검 수사와 재판을 전면 보이콧 해 온 윤 전 대통령은 이날은 이례적으로 저항 없이 특검 사무실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재수감된 지 97일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조사가 시작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 단계에서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입을 떼지 않았다.● 체포영장 집행 시도하자 자진 출석해윤 전 대통령은 15일 오전 7시 30분경 서울구치소 독거실을 찾은 김도형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특검이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앞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달 24일과 30일 “평양 드론 의혹 관련 외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으라”며 출석을 요구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다만 이날 조사는 체포영장 집행이 아닌 임의 출석 방식으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소장과 면담에서 “내가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은 “올 8월 김건희 특검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 후 구치소 직원들의 고충이 컸다고 (윤 전 대통령이) 변호인들에게 언급해 왔다”며 “구치소에 부담을 주기 싫고, 교도관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영치품으로 보관돼 있던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손목에 수갑을 차고 교도관들과 함께 법무부 호송차량에 올랐다.이날 조사는 오전 10시 14분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 배보윤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뒤 시작됐다. 조사를 담당한 박향철 부장검사와 문호섭 검사가 미리 준비된 질문을 던졌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51분까지 약 8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조사 내내 일절 답하지 않았다. 진술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앞서 6, 7월) 특검 조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달 중 윤 전 대통령에게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0~11월경 평양과 남포 일대로 전단통이 부착된 드론을 날려 전방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안보에 위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용대 드론사령관도 이 같은 일반이적 혐의 공범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응하면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 잇따른 영장 기각에 특검 수사 제동서울중앙지법은 15일 오전 1시 35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 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명 정도, 수사 진행이나 출석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 염려보다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특검은 “신속히 법원 판단을 다시 받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법무부 장관의 지위나 헌법적 책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판사가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데 특검이 추가 수사 없이 곧바로 ‘다른 판사 판단을 받겠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과도한 사법부 압박이 될 수 있고 사법 신뢰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관련 수사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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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진 “샤넬백-그라프목걸이 김건희측에 전달”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첫 공판에서 “통일교 간부에게 받은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 씨가 앞서 특검에서 “가방과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내용을 뒤집고 김 여사 측에 물건을 건넸다고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전 씨 측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의 첫 공판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전 씨의 변호인은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로부터 샤넬백과 천수삼농축차, 그라프 목걸이를 제공받아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며 “이후 목걸이, 가방과 교환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을 2024년경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행정관은 전 씨에게 받은 샤넬백 2개를 샤넬 매장에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통일교의 5대 현안에 대한 청탁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선처와 배려, 편의 제공을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색 양복 재킷을 입고 출석한 전 씨는 피고인석에 앉은 채 관련 내용에 대해 별도로 발언하지 않았다. 전 씨가 김 여사 측에 샤넬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했다고 진술을 바꾸면서 김 여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해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사위를 고위 공직자로 임명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 귀금속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도 이날 오전 열렸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법무부 간부들을 통해 실무진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와 출국규제팀 대기, 수용공간 점검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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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어버렸다더니…건진 “샤넬백-그라프 목걸이 김건희측에 전달”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첫 공판에서 “통일교 간부에게 받은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 씨가 앞서 특검에서 “가방과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내용을 뒤집고 김 여사 측에 물건을 건넸다고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전 씨 측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의 첫 공판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전 씨의 변호인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로부터 샤넬백과 천수삼농축차, 그라프 목걸이를 제공받아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며 “이후 목걸이, 가방과 교환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을 2024년경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행정관은 전 씨에게 받은 샤넬백 2개를 샤넬 매장에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변호인은 통일교의 5대 현안에 대한 청탁을 김 여사에 전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선처와 배려, 편의 제공을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색 양복 재킷을 입고 출석한 전 씨는 피고인석에 앉은 채 관련 내용에 대해 별도로 발언하지 않았다.전 씨가 김 여사 측에 샤넬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했다고 진술을 바꾸면서 김 여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해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사위를 고위 공직자로 임명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목걸이 등 귀금속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도 이날 오전 열렸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법무부 간부들을 통해 실무진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와 출국규제팀 대기, 수용공간 점검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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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CTV 등 증거확보에만 400만원… “범죄 피해구제도 부익부 빈익빈”

    “범죄 피해 구제조차 돈 많은 순서대로 받게 될까 봐 걱정이다.” 최근 법조계 안팎에선 법률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사건이 몰리면서 처리가 늦어지자 애가 탄 당사자들이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넘게 돈을 써가며 자력구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돈 없는 피해자가 소외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앞으로도 뚜렷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당한 김명수(가명) 씨는 지인과 시비가 붙었던 장소의 폐쇄회로(CC)TV 현장 영상 2건을 건네받는 대가로 400만 원을 변호사에게 송금했다. 고소당한 뒤에도 한참 동안 수사 개시가 이뤄지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결백을 뒷받침할 물증을 미리 확보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사건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증거 수집 비용, 변호사 상담 비용과 선임료 등 고소 사건으로 조사받기 전에만 1000만 원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전했다. 투자 사기를 당한 김연지(가명) 씨도 사설탐정을 고용해 사기를 치고 달아난 지인의 소재를 확인하는 데 500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나 탐정을 고용해 증거를 수집해 수사기관에 제출한다. 문제는 수백만 원씩 법률 비용을 쓰는 게 부담스러운 서민들은 범죄 피해에 노출되거나 형사 사건에 휘말리더라도 자력구제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백만 원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임호윤(가명) 씨는 사기당한 금액보다 변호사 비용이 더 든다는 안내를 받은 뒤 변호사 선임은 포기하고 경찰에 고소장만 제출했다. 그러자 6개월 넘게 아직 수사가 진행됐다는 소식조차 듣지 못했다. 형사 사건을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피해자가 스스로 비용을 써서 수집한 자료에 중요한 내용은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쳐서 경찰에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며 “업무가 몰려 격무에 시달리는 수사관 입장에서도 수사 실마리가 보이는 사건부터 우선 처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건이 수사기관에서 적체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당사자의 법률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범죄 피해 구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에서 이뤄지는 수사는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 입장에선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법률 서비스지만 국가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믿지 못해서 변호사 선임 등 다른 수단을 이용하게 되면 돈과 시간,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며 “돈 없는 사람들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사기관 수사만으로 실질적인 피해가 구제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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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만원 사기꾼 고소에 변호사 비용 1100만원”… 피해자만 눈물

    지방직 공무원 김민아(가명) 씨는 지난해 1월 중고차 거래 사기를 당했다. “해외로 나가야 해 급하게 차를 처분해야 한다”는 판매자 측 말만 믿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인 600만 원에 차량을 샀다. 뒤늦게 자동차등록원부를 떼어 보니 압류·저당이 걸려 있었다. 결국 채권자인 금융사가 차량을 가져가면서 김 씨는 차량도 돈도 잃었다. ● ‘배보다 큰 배꼽’ 된 법률 비용 김 씨는 사기죄로 상대방을 고소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찾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고소대리는 부가세를 포함해 최소 55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안내받았다. 차량 가격에 맞먹는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김 씨는 어깨너머 배운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고소장을 작성했다. 역부족이었다. 올해 초 ‘증거 부족’으로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은 것이다. 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의신청 제기를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기존에 제시한 착수금보다 220만 원 오른 770만 원을 수임료로 제시한 것이다. 변호사 측은 “경찰 수사 종결 이후 이의신청 건은 원래 별도 절차로 분류돼 추가 비용이 든다”며 “검찰이 불기소할 경우 항고할 수 있는데 그땐 220만∼330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의신청을 낸 김 씨는 “사기당한 돈을 찾으려고 고소한 건데 결국 차량값보다 변호사 비용을 더 쓴 꼴”이라며 “피해자에게 ‘웬만한 사기는 그냥 참으라’고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 그물망처럼 변한 사법 절차에 피해자 부담 범죄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할 법률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건 한층 복잡해진 형사사법 절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개시부터 종결에 이르기까지 이의신청과 보완 수사 등 1, 2차 수사기관 사이에서 오가는 절차가 한층 복잡해졌다. 이에 범죄 피해자는 1, 2차 수사기관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는지,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처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게 됐다. 형사 사건 전담 이민형 변호사는 “평생 수사기관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평범한 시민이 어느 날 갑자기 범죄에 연루됐을 때 혼자서 대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개별 계약으로 진행되는 탓에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집계한 국가 통계는 없다. 하지만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민사 사건을 소송대리한 건수는 11만317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 늘었고, 소송가액은 7조9313억 원으로 40.5% 폭증했다. 형사사건 소송대리 건수 역시 1만4725건으로 5.5% 늘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매년 소송 건수와 규모가 커지고 있는 탓에 개별 사건의 평균 비용 역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수사 지연으로 인해 법률 비용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보완 수사 요구 사건은 지난해 1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검찰에 송치된 77만8294건 중 10만4674건(13.4%)이 보완 수사 요구 사건으로, 8건 중 1건이 다시 1차 수사기관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법률 서비스를 받으려면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도 늘어가고 있다. 사업 거래처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유철현(가명) 씨는 “보완 수사 요구 등으로 수사 기간이 늘어나면 변호사는 한 사건에 집중을 못 하게 돼 있다. 적절한 때에 격려금을 또 내야 한다”는 동료 사업가 말에 변호사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이로 인해 변호사 업계에선 수사기관끼리 사건을 주고받게 될 때 추가로 청구하는 비용을 뜻하는 ‘핑퐁 수당’ 같은 은어까지 생겨났다. 한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장들 사이에선 사건 신속 처리 명목으로 ‘급행료’를 받거나, 피고인에게 사건을 유리하게 종결시켜 주는 ‘사건 꺾기’, 전관 변호사를 서류상으로만 이름에 올리는 ‘표지 갈이’ 비용을 암암리에 별도로 받고 있다”며 “최근 형사사법 체계가 복잡해지면서 기본 수임료에 추가되는 비용도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범죄 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에서 안지희 변호사는 “현행 제도는 ‘검사의 사건 기록 재검토’를 법률 시장의 먹거리로 전락시켰고 그 피해는 범죄 피해자와 억울한 가해자(피고발인) 등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적은 비용으로 신속 구제 가능해야” 검찰청이 폐지되는 내년 10월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신설된다. 검찰청 한 곳에서 담당하던 업무가 2개 신설 부서로 쪼개지면서 각종 절차가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비용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김원용 변호사는 “사건 불복 절차가 늘어날수록 수임료만으로 일괄 처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복잡해진 수사 절차 탓에 전관 비용만 늘어났다고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예전엔 ‘검찰 전관 변호사’만 잘 만나면 됐는데, 수사권 조정 이후엔 ‘경찰 전관 변호사’ 시대가 됐다”며 “1차 수사기관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에게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법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불필요한 법률 비용이 늘어나지 않도록 형사사법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검사 출신 김은정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에서 절차를 이해하거나 접근하기 쉽고, 적은 비용으로도 신속히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형사사법 절차가 재편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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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1명 탑승 ‘가자구호’ 선박, 이스라엘軍에 나포

    한국인이 탑승한 가자지구 구호 선박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정부는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이스라엘 당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8일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가 국제 네트워크 ‘자유선단연합(FFC)’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0분경(한국 시간)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 11척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선단에는 한국인 김아현 씨(27)도 탑승해 있었다. 김 씨가 속한 ‘개척자들’ 등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은 구금자를 즉시 면담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또 “피랍 지점은 자유항행이 가능한 지역”이라며 “배를 나포하고 선원을 체포하는 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씨는 분쟁 지역인 가자지구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통해 (김 씨가)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석방될 수 있도록 지속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선박과 탑승자들은 안전하게 이스라엘 항구로 이송됐으며 곧 추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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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1명 탑승 ‘가자지구’ 선박, 이스라엘軍에 나포

    한국인이 탑승한 가자지구 구호 선박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정부는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이스라엘 당국에 지속해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8일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가 국제 네트워크 ‘자유선단연합(FFC)’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0분경(한국 시간)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 11척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선단에는 한국인 김아현 씨(27)도 탑승해 있었다.김 씨가 속한 ‘개척자들’ 등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은 구금자를 즉시 면담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또 “피랍 지점은 자유항행이 가능한 지역”이라며 “배를 나포하고 선원을 체포하는 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씨는 분쟁 지역인 가자지구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통해 (김 씨가)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석방될 수 있도록 지속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선박과 탑승자들은 안전하게 이스라엘 항구로 이송됐으며 곧 추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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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넥타이 매고 尹재판 나온 특검 파견 검사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파견 검사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단체로 검은 넥타이를 매고 출석해 법정에서 공방이 불거졌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재판에 특검 측은 박억수 특별검사보를 포함한 총 9명의 검사가 출석했다. 박 특검보와 이찬규 부장검사를 제외한 파견검사 7명은 검은색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 배보윤 변호사는 “지난 공판에서도 검사들이 검은 넥타이를 맸는데 이런 일이 두 번 연속 벌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현재 절차가 수사 기소 분리 원칙과 모순된다는 점을 항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특검법 규정이 모순이고 위헌이라면 특검이 공소유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특검보는 “전혀 논리적이지도, 법리적이지도 않은 얘기”라며 “정치적 이야기는 자제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맞섰다. 파견 검사들은 별도로 발언하지 않았다. 마치 상복을 연상시키는 복장 착용을 놓고 특검 안팎에선 “실제로 검찰개혁에 항의하는 차원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검 관계자는 “파견 검사들에게 왜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왔는지 별도로 확인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내부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입장문을 낸 특검 파견 검사에게 징계를 거론한 것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사장인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부망에 “정치권의 겁박은 독일 나치 시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에게 동료를 밀고하라고 요구하면서 강제노역을 시키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썼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 202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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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란특검 검사들 검정 넥타이로 출석…무언의 시위?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파견 검사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단체로 검은 넥타이를 매고 출석하면서 법정에서 공방이 불거졌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재판에 특검 측은 박억수 특별검사보를 포함한 총 9명의 검사가 출석했다. 박 특검보와 이찬규 부장검사를 제외한 파견검사 7명은 검은색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 배보윤 변호사는 “지난 공판에서도 검사들이 검은 넥타이를 맸는데 이런 일이 두번 연속 벌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현재 절차가 수사 기소 분리 원칙과 모순된다는 점을 항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특검법 규정이 모순이고 위헌이라면 특검이 공소유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특검보는 “전혀 논리적이지도, 법리적이지도 않은 얘기”라며 “정치적 이야기는 자제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맞섰다. 파견 검사들은 별도로 발언하지 않았다.마치 상복을 연상시키는 복장 착용을 놓고 특검 안팎에선 “실제로 검찰개혁에 항의하는 차원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검 관계자는 “파견 검사들에게 왜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왔는지 별도로 확인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검사 40명 전원이 검찰개혁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원대복귀를 요청하는 입장문을 냈지만, 내란 특검 파견 검사 59명은 내부적으로 의견만 교환한 뒤 공개 행동을 하진 않았다. 검찰 내부에선 민주당이 입장문을 낸 특검 파견 검사에게 징계를 거론한 것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사장인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부망에 “정치권의 겁박은 독일 나치 시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에게 동료를 밀고하라고 요구하면서 강제노역을 시키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썼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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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십억 사기 수사 1년 넘게 지연… 탐정 찾는 피해자들

    “공범을 찾았습니다. 지금 구치소에 있다고 합니다.” 김민석(가명) 씨가 경찰관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알렸다. 수십억 원대 사기를 치고 달아난 5인조 일당 공범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으니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사기를 당한 지 1년 만이었다. 김 씨는 2022년경 사업체를 운영 중이라는 이들에게 수억 원을 빌려줬다. 일당은 “동남아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투자금이 부족하다. 이자 쳐서 갚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사기범 일당은 계약서를 위조했고, 투자금을 받은 뒤 잠적해 버렸다. 은퇴 자금까지 털어 투자했던 피해자들은 이들을 고소했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결국 김 씨는 사설탐정까지 동원해 일당을 쫓아다녔다. 공범의 소재를 확인한 뒤에도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애가 탄 김 씨는 직접 구치소로 찾아가 공범을 만났다. 설득 끝에 진술서를 받아냈고 경찰에 제출했다. 그제야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진 일당은 사기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최근 사건 현장에선 김 씨처럼 직접 증거를 찾아다니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생겨난 현상이다. 내년 10월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개혁으로 이보다 더 큰 형사사법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하다. 법조계에선 “검찰개혁의 디테일이 잘못 설계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검찰개혁의 세부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피해자가 자기 돈 쓰며 범인 찾아… “쉽고 빠른 수사 가능해져야”〈1〉 사건 핑퐁, 속타는 수사 지연“수사 개시 기다리다 증거 놓칠라”… CCTV 확보-범인 쫓는 변호사 등장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여파로, 최종처분까지 2배 길어져 312.7일“수사기관 한곳에 사건 쌓이면 안돼”“수사기관끼리 사건을 떠넘기는 ‘핑퐁’ 때문에 결국 피해자들만 발을 동동거리다 직접 돈 쓰고 시간 써서 증거를 찾아다니고 있죠.”최근 법원과 검찰청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 로펌에선 ‘증거조사와 수집을 위한 변호사’라는 광고가 등장했다. 폐쇄회로(CC)TV 확보부터 사라진 공범의 행적을 쫓는 것까지 변호사가 합법적으로 증거 수집을 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다. 형사 사건을 맡아 온 채다은 변호사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지시해서 사건을 경찰로 돌려보내면 새로운 사건번호가 붙어 별개의 새로운 사건이 돼 버린다”며 “검사가 추가 조사해서 끝낼 수 있는 사건을 경찰에 돌려보내고, 경찰은 사건을 접수해 다시 추가로 수사하는 상황이라 사건이 적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지연에 증거 찾아 나선 피해자들수사기관 사이에서 사건이 오가기만 하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피해자들이 잠적해 버린 범인을 직접 찾으러 다니거나,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일이 늘고 있다.지난해 지인에게 신용카드 도용 사기를 당한 한민영(가명) 씨는 억울한 마음에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하지만 가해자가 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적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한 씨는 증거 수집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가해자가 이용했던 와이파이 접속 기록을 분석하는 등 직접 찾아 나선 끝에 강원도 일대에서 와이파이에 접속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결국 한 씨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대면 거래하자”며 가해자를 강원도의 한 빌라촌으로 불러냈고, 한 씨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가해자를 긴급 체포했다.부동산 사기 피해를 당한 손명희(가명) 씨는 피의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부터 냈다. 법원에 “피의자와 공범들의 통화 내역을 조회해 달라”고 신청한 뒤 자료를 확보했다. 그러고는 확보된 자료를 근거로 직접 공범들을 찾아 나섰다.이처럼 당사자들이 자력 구제에 나서는 건 검찰개혁 명목하에 이뤄진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기관에 사건이 쏠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검찰이 부패·경제범죄 등 주요 사건만 수사하고, 대다수 고소·고발 사건에 불송치 결정 업무까지 경찰로 쏠리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변호인들은 지적한다.특히 상대적으로 가난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들은 범죄 피해에 노출되더라도 자력 구제에 나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들의 사건 처리는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는 셈이다. 사건 지연뿐만 아니라 일선에선 더 이상 사건을 늘리지 않기 위해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으려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최근 이경아(가명) 씨는 아르바이트했던 가게 주인을 고소하려고 경찰서에 갔는데 경찰관으로부터 “사장한테 전화해 줄 테니 사과받고 고소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피해자가 바라는 건 쉽고 빠른 수사”형사 사건 한 건이 경찰과 검찰을 오가면서 최종 처분되는 데 걸린 기간은 지난해 312.7일이었다. 수사권 조정 전인 2020년 142.1일에서 두 배 넘게 길어진 것.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검찰이 수사한 사건 모두 계산에 포함됐다.경찰은 올 8월 기준 사건 처리 기간이 54.4일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경찰이 사건을 접수해 검찰에 송치한 기간만 계산한 것이다.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 사건을 다시 수사한 뒤 검찰에 넘기는 ‘사건 핑퐁’ 과정은 반영하지 않은 통계다.피해자들은 수사기관끼리 사건 처리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신속하고 정확한 사건 해결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사기 사건 피해자인 이모 씨는 “피해자가 바라는 건 신속한 수사와 쉬운 절차”라며 “내가 고소한 사건이 언제 처리될지 막막하게 기다리는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수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찰이 수사한 사건이 모두 내년에 신설될 공소청으로 넘겨질 수 있도록 전건 송치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처럼 경찰이 불송치하고 종결한 일부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이 일일이 이의신청을 하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수사에 부족한 부분이나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불송치하더라도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면 될 문제다. 전건 송치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사건이 특정 수사기관 한 곳에 적체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검사 출신 김은정 변호사는 “1차 수사기관이 2차 수사기관의 보완수사 요구에 의무적으로 응답해야 하는 기간을 법으로 정하고, 기간을 넘기면 기관끼리 협의해 수사 기간을 연장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부터 기소까지 자동으로 사건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며 “1차 수사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고 수사가 미진한 부분을 2차 수사기관이 책임감 있게 살펴보도록 하는 게 범죄 피해자에게 도움 되는 결과”라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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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호 법무, 임은정에 “언행 유의하라” 경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9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정치적 중립성이나 업무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올 수 있는 언행에 유의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지시했다. 임 검사장이 이재명 정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참사”라고 표현하는 등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자 장관이 직접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이 같은 지시 사항이 담긴 정 장관 명의 서신을 임 검사장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신에는 “고위공직자로서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개인적 의견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거나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건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법무부는 “일선 검사장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도 당부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임 검사장의 발언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임 검사장은 ‘세관 마약수사 무마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게 된 이튿날인 지난달 22일 SNS에 “소위 ‘찐윤’ 검사들을 승진시키며 포장지로 이용된 거 아니냐는 우려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썼다. 이어 임 검사장은 지난달 29일엔 국회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참사”라며 봉욱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이진수 법무부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김수홍 검찰과장, 노만석 대검 차장을 겨냥해 “검찰개혁 5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앞으로도 정치적 중립성이나 업무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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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범칙금 고지-납부 안돼… 수기로 주차 단속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 여파로 교통범칙금 납부도 일시 중단됐다. 경찰청은 28일 교통민원24 홈페이지에 “화재 관련 국가기관 일부 정보시스템 장애로 교통범칙금, 과태료 고지정보 전송 및 납부가 불가하다”고 알렸다. 교통범칙금 납부는 국가의 세입·세출, 회계, 기금 등 전 과정을 전산화해 관리하는 플랫폼인 ‘디브레인’을 통해 이뤄지는데 26일 발생한 화재 여파로 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이다. 경찰은 이미 결정된 교통범칙금에 대해선 납부 기한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과속을 단속하는 무인 폐쇄회로(CC)TV 시스템은 정상 운영되고 있어 위반이 적발되면 시스템 복구 후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불법 주정차 단속은 행정안전부 인증 시스템 먹통으로 수기로 하고 있다. 각종 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는 정부24 접속도 불가능하다. 소득금액 증명, 사업자등록증명, 납세증명서 등은 접속이 가능한 대체 사이트인 국세청 홈택스로 접속해야 한다. 납세 시스템도 차질이 빚어졌다가 복구됐다. 한때 가상계좌나 모바일 납부가 되지 않았다가 28일 오후에 정상화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세 납부 시스템은 정상 운영 중이지만 편의를 위해 모든 세목의 신고와 납부를 다음 달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조달청의 ‘나라장터’ 역시 접속되지 않아 추석 전 개찰 건을 모두 연기하고 비상 대응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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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정 정국 이끌던 ‘정권의 칼’… 권력 남용 논란에 결국 폐지

    “‘정권의 칼’이었던 오랜 세월 속에 불신이 자라는 걸 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25일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 원로는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 후 수사를 받거나 수감되는 역사가 반복된 책임에서 검찰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였다. 고검장을 지낸 한 법조인은 “검찰 개혁 취지를 이해한다”며 “검찰 구성원들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공룡 기관’ 견제하려 탄생한 ‘강력한 검찰’ 1948년 검찰이 설치될 때는 일제강점기 시절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경찰의 권력 남용을 막으면서 ‘인권 보호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당시 마련된 검찰청법에 ‘경찰은 범죄 수사에 있어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에 더해 헌법상 영장청구권까지 검찰이 독점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초창기 검찰은 정권의 외압에 종종 부딪혔다. 이승만 정부 시절이었던 1949년엔 검찰 수사팀이 ‘정권 실세’였던 임영신 당시 상공부 장관을 재판에 넘겼다가 최대교 서울지검장이 정권의 압박 끝에 검사직을 내려놨다. 1950년 김익진 검찰총장은 “기소하지 말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서신에도 무고한 시민을 공산당으로 몰았던 ‘대한정치공작대’ 관련자를 기소했다가 좌천, 파면에 이어 구금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군사정부 시절이었던 제5공화국 시절(1981∼1988년)엔 검찰총장이 5명이나 바뀌었다. 법조계에선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은 검찰이 이런 초심을 잃고, 스스로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편파적으로 사용하면서 개혁 대상으로 내몰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 권력 견제하다 ‘수사 권력’으로 변질 검찰은 1982년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 사건’으로 불린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6400억 원대 어음 사기 사건 수사를 계기로 국민적 주목을 받았다. ‘특별수사의 꽃’으로 알려졌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이후 중수부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수사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고, 전직 대통령의 아들과 형제 등 친인척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웠다. 중수부는 2002년엔 현직 대통령(노무현)과 야당 대선 후보(이회창)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파헤쳐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후진적 정치의 원인으로 지목받던 지구당 폐지 등 정치개혁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중수부의 권한 비대화는 ‘표적·과잉 수사’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인사를 타깃으로 한 사정(司正)의 최전선에 선 것이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중수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조사하다가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대검 중수부는 2013년 4월 간판을 내리게 됐다.● 총장 출신 대통령 파면 뒤 검찰청 폐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던 검찰이 간판을 내리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다. 검찰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켜 재판에 넘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사팀장으로 있던 ‘국정농단 특검’이 수사한 결과를 검찰이 넘겨받아 기소했던 것이다. 이어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5명의 전직 국가정보원장 등 과거 정권 고위층을 겨냥한 적폐 청산 수사가 이어졌다. 사실상 사문화됐던 직권남용 혐의 등을 ‘윤석열의 검찰’이 적극적으로 적용하면서 당시 검찰 안팎에선 “직권남용의 남용”이란 비판도 나왔다. 검찰과 현 여권의 관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여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 검찰이 표적 수사를 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법’을 추진하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직을 던지고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윤석열 정부에선 검사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꿰찼고, 검찰은 야당 대표에 대해선 전방위로 수사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출범한 특검은 김 여사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가 부정당한 것이다. 한 법조인은 “수사기관이 서로 견제를 통해 권력이 집중되거나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검찰청 폐지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라고 말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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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8년만에 간판 내리는 검찰청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료되는 26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청은 2026년 9월 문을 닫게 된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과 함께 설립된 검찰청이 78년 만에 간판을 내리는 것이다. 본회의에 상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검찰의 주요 범죄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전된다. 기소권은 신설되는 공소청으로 이관돼 경찰과 중수청 등이 수사한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결정하게 된다.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 1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행안부 등 정부를 중심으로 구성될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세부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현재 검찰 내 검사 정원은 약 2300명, 수사관과 실무관 등 수사 인력은 약 7800명이다. 중수청과 공소청의 구체적인 권한과 역할이 정해지는 대로 1만 명가량의 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현직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 기업인 등을 수사하면서 권한을 키웠지만 정치 권력에 따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고, 내부 비리를 눈감는다는 비판으로 정치권으로부터 개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13년 대검 중수부 폐지, 2019년 공수처 설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던 정부가 막을 내린 지 115일 만에 검찰은 ‘검찰청 폐지’라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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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장 면담 요청한 법원행정처장 “尹 내란사건 재판 중계 지원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사법부를 향해 “국민이 왜 걱정하고 불신하는지 돌아보고 여기서 신뢰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24일 국회 의장실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만나 “국민적으로 사법개혁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은 시점에서 천 처장이 국회를 찾아주셨다”며 “사법개혁에서 사법부의 의견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금 유감스럽게도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적 역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고 사법부의 헌정 수호 의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나라 전체로도 몹시 아프고 국민들께도 큰 상처와 당혹감을 준 일”이라고 덧붙였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과 6·3대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한 것 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사법부의 독립성도 두말할 필요 없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삼권분립의 원리인 동시에 각 기관 내부에서도 헌법이 부여한 책무, 책임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한 중요한 원리가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천 처장은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이구동성으로 모은 의견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법개혁은 국민 유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국민뿐 아니라 미래에 국민들에게 유익이 되는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천 처장은 “내란 사건 재판에 대한 재판 중계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재판부가 중계를 결정할 경우 설비 등에 대한 행정지원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 민주당이 추진하는 ‘3대 특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공포 1개월 후부터 재판을 의무적으로 중계해야 하지만 특검팀이 기소하지 않은 내란 사건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면담은 민주당이 ‘4인 회동설’ 등을 제기하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거취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법원행정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다만 30일로 예정된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안팎에선 “내란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 정치권에서 불거진 재판 지연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이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정치권의 사법부 흔들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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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정부와 ‘정교유착 의혹’ 통일교 한학자 구속

    통일교 현안 청탁을 위해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3대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종교 지도자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총재는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6.7㎡(약 2평) 남짓한 규모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한 총재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통일교가 교인 당원을 동원해 2022년 20대 대선과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 각종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수사는 한층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한 총재를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사이의 이른바 ‘정교유착’ 의혹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한 총재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구속)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 씨(구속 기소)를 통해 김 여사(구속 기소)에게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을 승인하고 지시하는 과정의 정점으로 한 총재를 지목하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총재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 횡령 등 총 4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총재는 영장심사 최후 진술에서 “정치를 모르고, 정치인에게 돈을 준 적도 없다”는 취지로 혐의 사실을 대체로 부인했다고 한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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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드론작전’ 김용현, 특검 방문조사에 진술 거부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평양 무인기(드론) 작전’을 총괄 지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구속 기소)에 대해 22일 구치소 방문조사를 진행했다. 김 전 장관은 특검팀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특검은 22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검사를 보내 수감돼있는 김 전 장관을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11월 “북한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드론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 내부 반발에도 북한 평양과 남포 일대에 드론을 보내는 작전을 강행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이는 주적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동시에 한국의 군사 이익을 해친 일반이적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 시각이다. 특검은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 시절이었던 지난해 6월 무렵부터 육군사관학교 후배인 김용대 드론사령관과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 등으로부터 평양 드론 작전 기획 과정을 ‘비선 보고’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후 김 전 장관이 지난해 9월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에야 ‘평양 드론 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이 김명수 합참의장 측에 공유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지난해 10월 평양에 드론 한 대가 추락한 뒤로 드론사와 합참 내부에서 작전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내부 경고가 나왔지만 김 전 장관이 작전 경로를 남포 쪽으로 바꿔가면서 강행한 경위를 수사해왔다. 특검은 김 전 장관이 당시 국내 정치 이슈 등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려던 윤 전 대통령의 지시와 승인에 따라 작전을 강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작전)결과 적의 오물풍선 도발은 축소·중단됐고 대한민국 안보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위협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모든 책임은 김 전 장관에게 있으므로 임무에 충실했던 장병들에 대한 모욕적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평양 드론 작전’ 등 외환 혐의와 관련해 24일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았던 윤 전 대통령은 22일 특검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당뇨망막증 등을 앓는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특검 박지영 특검보는 “신속한 진상규명이 우선 목표”라며 “조사에 적극 응한다면 (구치소 방문조사) 그 부분도 열려있다”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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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 심우정 前총장 불러 조사… “수사팀 반대에도 尹석방 지휘”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21일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불러 조사했다. 심 전 총장이 사퇴한 지 81일 만이다. 특검은 심 전 총장을 불러 올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석방될 당시 “즉시항고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불복 절차를 밟지 않아 석방을 지휘한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반대에도 ‘석방 지휘’한 경위 조사 이날 오전 피고발인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심 전 총장은 즉시항고 포기 결정에 대한 입장과 비상계엄 당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 파견 지시를 받은 게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앞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이 구속 기간 만료일 이후 자신을 구속 기소해 위법하다며 올해 2월 법원에 구속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3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구속 기한이 1월 26일 오전 9시 7분까지였는데, 검찰이 1월 26일 오후 6시 52분에 기소해 형사소송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당시 검찰과 법원이 구속 기간을 통상 날짜 단위로 계산해 왔는데, 재판부가 시간 단위로 계산해 구속을 취소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컸다. 검사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이 나온 7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즉시항고를 하면 구속취소 집행이 정지돼 구속 상태가 이어지고,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은 법원 판단이 다시 나올 때까지 유지된다. 하지만 당시 심 전 총장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로 인해 7월 10일 다시 구속되기 전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는 올해 3월 “내란수괴 구호에 앞장섰다”며 심 전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을 공수처로부터 이첩받은 특검은 이날 조사에서 즉시항고를 포기하게 된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즉시항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특수본 수사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직권남용 혐의점은 없는지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심 전 총장이 여러 의혹으로 고발돼 21일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검사 파견’ 박성재 장관 논의 의혹도 수사 특검은 심 전 총장이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박성재 전 장관으로부터 합동수사본부에 검사를 파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으로 특검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심 전 총장과 세 차례 통화했는데 특검은 해당 통화에서 심 전 총장과 박 전 장관이 ‘검사 합수부 파견’을 논의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소속 검사가 국군방첩사령부 측과 연락을 나눈 뒤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 출동했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앞서 경찰은 방첩사 요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엄 선포 후 선관위에 곧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갈 것이고 이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검은 “방첩사 등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계엄과 관련한 파견 요청을 받거나 파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역대 검찰총장 중 수사 대상이 된 것은 김태정 김수남 전 총장 이후 세 번째다. 김태정 전 총장은 1999년 부인이 연루된 ‘옷로비 사건’ 내사 보고서 유출 혐의로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지 15일 만에 사퇴했고, 구속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수남 전 총장은 ‘고소장을 위조한 검사를 징계하지 않았다’며 고발됐다가 2020년 9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2021년 9월엔 ‘대장동 50억 클럽’에 실명이 거론돼 검찰 서면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되진 않았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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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특검 “평양 드론 지시한 尹, 외환혐의” 24일 출석 통보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평양 무인기(드론) 작전’ 등 외환 혐의의 정점으로 꼽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추가로 기소한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에 19일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20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출석요구서엔 윤 전 대통령의 외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을 조사하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11월경 “북한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드론사와 합참 내부의 반발에도 평양과 남포 일대에 드론을 보내는 작전을 실행하도록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이는 주적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동시에 한국의 군사 이익을 해친 일반이적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의 설명이다. 특검은 드론 작전이 기획 단계부터 합참의 공식 보고라인을 거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실행 단계에서 해병대사령부나 공군 등 유관 기관에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채 사후 은폐 시도된 정황도 포착했다. 드론사가 평양 일대로 드론을 날리면서도 내부 데이터를 숨기는 ‘암호화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북한으로 하여금 추락한 드론 기체 분석을 통해 한국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드론 작전이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는 현역 장교 녹취록도 확보했다. 특검은 북한이 드론 작전에 반발해 국경 인근 부대에 사격 준비태세를 지시하는 등 국가 안보에 대한 위해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승오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용대 드론사령관 등 4명을 일반이적 혐의 공범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사령관이 드론 작전 계획이 담긴 ‘V 보고서’를 용산에 직접 가서 보고한 걸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한 만큼 작전 기획 단계부터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해 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25, 26일 모두 공판이 열려 준비 중인데 아무 논의 없이 (외환 혐의에 대해) 선임되지 않은 변호인에게 일방적 소환 통보를 한 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대신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에 보석을 청구하며 “특검 수사에 주 3회 재판까지 출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보석이 인용되더라도 윤 전 대통령이 추가 혐의로 기소되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어 구속 상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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