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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폭풍의 언덕’(감독 에머럴드 피넬)은 에밀리 브론테(1818∼1848)의 동명 소설(1847년)을 원작으로 한 여덟 번째 영화다. 원작은 한국에서도 2020년대 들어서만 새로운 번역본이 9종 이상 출간된 고전. 쓰인 지 180년 가까이 되는 소설이 여전히 재해석되고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 소설은 영국 벽촌에서 나고 자라 짧은 생을 살다 간 작가가 발표한 유일한 작품이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요크셔 황야의 저택을 배경으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정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주인공 히스클리프는 떠돌이 고아 출신으로 ‘피부색이 어두운 집시’ 등으로 묘사되는데, 이런 설정이 오늘날엔 인종 차별 문제와 계급성을 바탕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린책들’에서 2024년 펴낸 소설을 번역한 전승희 씨는 “인종, 재산, 계급을 축으로 차별과 착취를 자행하던 당대 사회 질서와 그런 질서를 바탕으로 제국 경영을 하던 영국 사회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통렬한 비판이 담긴 작품”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번역본들은 또 다른 주인공 캐서린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면모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If all else perished, and he remained, I should still continue to be; and if all else remained, and he were annihilated, the universe would turn to a mighty stranger”란 원문은 2023년 출판사 앤의서재가 ‘여성작가 클래식’ 시리즈로 선보인 판본(이신 옮김)에서 “만일 다른 모든 게 소멸하고 그 애만 남는다면 난 그래도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만일 다른 모든 게 남고 그 애만 사라진다면 이 우주는 지극히 낯설어질 거야”로 옮겨졌다. 기존 번역본에선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등으로 옮겨져 ‘자기 소멸적 사랑’이 강조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새 번역은 “난 그래도 계속 존재할 수 있어”에 방점이 찍히며 새로운 해석의 길을 열어놓는다. 사랑으로 사라지는 인물이 아니라, 사랑 속에서도 자기 존재를 자각하는 인물로 캐서린을 재조명한 ‘강조점의 이동’은 인물의 성격까지 달리 보이게 만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판사 윌북도 올해 초 에밀리와 샬럿 브론테뿐 아니라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막내 앤 브론테의 작품까지 함께 조명한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을 출간했다. 특히 앤 브론테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아그네스 그레이’는 상류층의 위선과 모순, 가정교사로 살아가던 여성의 삶을 통해 계급 의식과 젠더 문제를 가장 예리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폭풍의 언덕’(감독 에메랄드 펜넬)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여덟 번째 영화다. 이번엔 마고 로비(캐시 역)와 제이콥 엘로디(히스클리프 역)가 주연을 맡았다. ‘폭풍의 언덕’은 우리 출판계에서도 2020년대 들어서만 새 번역본이 적어도 6종 이상 출간되는 등 재해석이 잇따르는 고전이다.이 소설은 영국의 벽촌에서 나고 자라 짧은 생을 살다 간 에밀리 브론테(1818~1848)가 1847년 발표한 유일한 작품이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요크셔 황야의 저택을 배경으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정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특히 최근 번역본들은 특히 캐서린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면모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일례로 “If all else perished, and he remained, I should still continue to be; and if all else remained, and he were annihilated, the universe would turn to a mighty stranger”라는 원문은 2023년 출판사 앤의서재가 ‘여성작가 클래식’ 시리즈로 선보인 판본(이신 옮김)에서 “만일 다른 모든 게 소멸하고 그 애만 남는다면 난 그래도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만일 다른 모든 게 남고 그 애만 사라진다면 이 우주는 지극히 낯설어질 거야”로 옮겨졌다.오랫동안 ‘자기 소멸적 사랑의 표지’로 읽혀왔던 문장이지만 “난 그래도 계속 존재할 수 있어”에 방점을 찍으며 해석이 달라진 것. 새 번역은 사랑으로 사라지는 인물이 아니라, 사랑 속에서도 자기 존재를 자각하는 인물로 캐서린을 재조명한다. 강조점의 이동은 인물의 성격까지 달리 보이게 만든다. 작품에서 ‘피부색이 어두운 집시’ 등으로 묘사되는 히스클리프의 인종성과 계급성 역시 이 고전을 재해석하는 중요한 축이다. 열린책들 판 ‘폭풍의 언덕’(2024년)의 전승희 번역가는 “인종, 재산, 계급을 축으로 차별과 착취를 자행하던 당대 사회 질서와 그런 질서를 바탕으로 제국 경영을 하던 영국 사회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통렬한 비판이 담긴 작품”이라고 말했다.출판사 윌북은 올해 초 에밀리와 샬럿 브론테뿐 아니라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막내 앤 브론테의 작품까지 함께 조명한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을 출간했다. 특히 앤 브론테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아그네스 그레이’는 상류층의 위선과 모순, 가정교사로 살아가던 여성의 삶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세 자매 가운데 계급 의식과 젠더 문제를 가장 예리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김채원(34)은 어릴 적 작은 화실에서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어느 날 데생이 하기 싫어 구석에 숨어 2시간 동안 연필만 깎다가 선생님에게 들켜 혼난 적이 있다. 멀쩡한 연필들을 망가뜨리면서 정작 그림은 시작도 못 한 채 ‘준비’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지금도 크게 좋거나, 어렵거나, 피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준비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때가 있다고 했다. “용기가 없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곧장 가지 않고 일부러 돌아가거나,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한발 비껴 선 경험. 김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해야 할 일을 직선으로 통과하기보다 비틀거나 미루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때로는 기행에 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우물쭈물함이야말로 지나치게 솔직하고 정직해서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다. 단편소설 ‘별 세 개가 떨어지다’로 제1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은 김 작가를 지난달 26일 서면으로 만났다.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할아버지와 손녀들이 죽은 남성을 묻어주는 이야기다. 지난해 출간한 첫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문학과지성사)에도 죽음과 애도의 장면이 반복해 등장한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친구나 가족을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여러 결로 변주해 보여준다. 김 작가는 “죽음도 삶도 저에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매번 생경하다”며 “다만 열려 있는 감각으로서 죽음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조금씩 다른 장면으로 소설에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다. 정해진 것이 없고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열린 방과 같은 존재로서”라고 답했다. 그의 문장은 확정된 의미로 수렴되기를 거부하는 듯하다. 단편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에서 “싸구려 세제 냄새. 지름길. 굴착기 소리. 세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순서 없이 구경하고 나서 본 것들을 전부 잊어버렸다” 같은 문장 역시 설명 대신 단편적 감각을 나열하며 의미를 미뤄 둔다. “엄마가 죽었다. 외할아버지가 노인이 되었다”(단편 ‘외출’에서) 같은 선언적 문장에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겹쳐 보인다. 김 작가는 어떤 독자가 그의 소설을 읽길 바라고 있을까. “저는 독자가 소설을 선택한다기보다는 소설이 독자를 선택한다고 믿어요. 제가 쓴 소설이 스스로 독자를 선택해서 그 독자에게만 무언가를 보여준다고 믿고 있어요. 제가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 소설로부터 어떠한 좋음도 싫음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 내가 이 소설에게 선택받지 못했구나, 하고 책장을 덮어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김채원(34)은 어릴 적 작은 화실에서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어느 날 데생이 하기 싫어 구석에 숨어 2시간 동안 연필만 깎다가 선생님에게 들켜 혼 난 적이 있다. 멀쩡한 연필들을 망가뜨리면서 정작 그림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준비’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지금도 크게 좋거나, 어렵거나, 피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준비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때가 있다고 했다. “용기가 없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하지만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곧장 가지 않고 일부러 돌아가거나,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한 발 비껴선 경험. 김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해야 할 일을 직선으로 통과하기보다 비틀거나 미루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때로는 기행에 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우물쭈물함이야말로 지나치게 솔직하고 정직해서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다. 단편소설 ‘별 세 개가 떨어지다’로 제1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은 김 작가를 지난달 26일 서면으로 만났다.‘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할아버지와 손녀들이 죽은 남성을 묻어주는 이야기다. 지난해 출간한 첫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문학과지성사)에도 죽음과 애도의 장면이 반복해 등장한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친구나 가족을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여러 결로 변주해 보여준다. 김 작가는 “죽음도 삶도 저에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매번 생경하다”며 “다만 열려 있는 감각으로서 죽음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서 조금씩 다른 장면으로 소설에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다. 정해진 것이 없고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열린 방과 같은 존재로서”라고 답했다.그의 문장은 확정된 의미로 수렴되기를 거부하는 듯하다. 단편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에서 “싸구려 세제 냄새. 지름길. 굴착기 소리. 세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순서 없이 구경하고 나서 본 것들을 전부 잊어버렸다.” 같은 문장 역시 설명 대신 단편적 감각을 나열하며 의미를 미뤄 둔다. “엄마가 죽었다. 외할아버지가 노인이 되었다”(단편 ‘외출’에서) 같은 선언적 문장에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겹쳐 보인다. 김 작가는 어떤 독자가 그의 소설을 읽길 바라고 있을까.“저는 독자가 소설을 선택한다기보다는 소설이 독자를 선택한다고 믿어요. 제가 쓴 소설이 스스로 독자를 선택해서 그 독자에게만 무언가를 보여준다고 믿고 있어요. 제가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 소설로부터 어떠한 좋음도 싫음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 내가 이 소설에게 선택받지 못했구나, 하고 책장을 덮어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고객 관계 관리(CRM) 기업인 세일즈포스닷컴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직장 생활을 버티기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했다. 그는 실적이 조금만 떨어지거나 사내 정치에서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심리치료를 받고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는데, 그 비용이 한 달에 2000달러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신간 ‘월급 받으려다 죽다’에 등장하는 사례다. 원제 ‘Dying for a Paycheck’를 옮긴 이 책은 ‘인재 경영’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경영사상가의 문제작이다. 오늘날 직장에서 당연시되는 스트레스를 정면으로 다룬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직장 스트레스가 개인과 사회에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직장 스트레스를 환경 오염에 빗대 “사회적 오염”이라 부른다. 공기와 물이 오염되면 건강을 해치듯, 병든 조직 문화는 인간을 서서히 망가뜨린다. 문제는 우리가 물리적 환경에는 예민하면서도 사회적 환경엔 무심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탄소 배출, 폐기물 감축, 재활용 같은 항목을 담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들여 작성한다. 그러나 정작 직원들의 임금이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지, 건강보험은 제공되는지, 가정생활을 지킬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오염은 측정조차 되지 않는다. 해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장시간 노동을 불가피한 조건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한다. 같은 나라, 같은 산업 안에서도 기업마다 근무시간 정책은 다르다. 실제로 구글은 아일랜드 더블린 지사에서 ‘더블린의 불빛을 끈다’는 이름의 실험을 진행했다. 직원들이 퇴근할 때 모든 모바일 기기를 회사에 두고 가도록 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회사에 전자기기를 내려놓고 나오니 스트레스도 함께 내려놓는 느낌이었다”고 했다.“더 오래 일할수록 더 생산적이다”라는 통념 역시 데이터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치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6개 사업장에서 진행한 실험을 살펴보자. 직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주당 근무시간을 2.5시간 줄이고 신체 활동을 늘린 집단 △신체 활동 증대 없이 근무시간만 2.5시간 줄인 집단 △근무시간을 유지한 집단으로 배정했다. 그 결과 ‘진료 환자 수’라는 객관적 지표에서 근무시간을 줄인 두 집단 모두 성과가 향상됐다. 특히 신체 활동을 병행한 집단의 생산성 증가 폭이 컸다. 책은 또한 장시간 노동을 직원들 스스로가 숭배하는 문화도 비판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실리콘밸리 직원들 사이에선 “어젯밤에 4시간밖에 못 잤다” “나는 3시간밖에 못 잤다”는 식의 수면 부족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쁨은 ‘쿨함’의 상징이 됐고, ‘바쁘다’는 말은 곧 지위와 성공의 신호처럼 소비된다. 장시간 노동 문화에 직원들 스스로가 공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일하는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오염’을 방치한 채 지속가능성을 말할 수 있는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894년 동학농민운동의 주요 무대였던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모악산을 뒷산으로 두고, 구이저수지를 배산임수(背山臨水)처럼 품은 자리에 25일 박공지붕의 2층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신축 복합문화공간인 ‘정담센터’다. 그리고 센터 2층에는 작은도서관이 자리 잡았다. 박공지붕 선을 따라 낸 통유리로 햇살이 깊숙이 들어와 도서관을 따뜻하게 채웠다. 이날 센터에선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조성한 193.2㎡(약 58.5평) 규모의 ‘구이 모악작은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KB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전국 문화 소외지역에 도서관을 조성해 왔다. 이번이 133번째 도서관이다. 구이 모악작은도서관은 원래 구이행정복지센터 2층에 있었지만, 공간이 협소하고 시설이 오래돼 아쉬움이 컸다. 이번에 접근성이 좋은 정담센터로 이전하면서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한층 강화됐다. 1층에는 어르신 사랑방과 코인빨래방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에서 살다 9년 전 구이면으로 귀촌한 김숙미 씨(71)는 “더부살이 사글세를 살다가 자가로 이사 온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구이면에 32년째 거주 중인 이소영 씨(63)도 “작은도서관은 사랑방이자 아지트다. 여기 오면 구이면의 모든 정보가 다 있다”고 말했다. 가득 채워진 서가를 바라보며 그는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라고도 했다. 이번 작은도서관은 ‘도록 전시’를 특화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화집과 팝업북, 영화 사진집 등 100여 권을 별도로 비치했다. 반 고흐, 모네, 피카소 화집이 서가 위에 펼쳐져 있고, 석고상도 함께 전시돼 일반 도서관과는 달리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는 인근에 전북도립미술관이 있어 그간 도서관이 미술 연계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해 온 만큼, 이 같은 특성을 더욱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주민 김숙미 씨는 “도서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필, 시, 뜨개질, 수채화, 인물화, 세밀화 그리기에 테라코타까지 해봤으니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일반 도서 본문을 점자로 번역해 투명 비닐 스티커로 제작·부착한 ‘점자 라벨 동화책’도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 봉사 동아리가 직접 만든 책이다. 도서관은 앞으로 청소년 방학 중 독서 교실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이날 개관식에서 “모악작은도서관과 다목적실, 세미나실을 통해 주민 프로그램과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남기홍 KB국민은행 충청·호남3(전주)지역본부장은 “작은도서관이 아이들에게 배움의 터이자 놀이터로서 꿈과 희망이 함께 싹트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다음 달엔 134번째 도서관인 대구 반야월역사도서관 조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수연 목사는 “책 2권을 읽으면 당당해지고, 3권을 읽으면 자신이 생긴다”며 “오늘부터 60대가 책을 읽으면 70대에 당당할 수 있다”고 독서의 힘을 강조했다.완주=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국경제신문은 대표이사 사장에 조일훈 편집인 상무이사 겸 논설위원실장(사진)을 26일 선임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조 신임 사장은 1992년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해 경제부장,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영화감독 박찬욱(사진)이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AP통신 등은 25일(현지 시간) “박 감독이 황금종려상 수상작 등을 결정하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박 감독과 이창동 감독, 배우 송강호 전도연 등이 심사위원을 맡은 적은 있으나, 한국인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건 처음이다.박 감독은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칸과 인연을 맺었다.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지난해 출판그룹 ‘민음사’에서 새로 출간한 책 가운데 판매 1위는 뭘까. 언뜻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나 사이언스북스 과학책 등이 떠오르지만, 의외로 배우 류수영의 요리책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세미콜론)였다. 6월 출간된 뒤 누적 13만 부가 팔렸다. 신간과 구간을 합친 종합 판매 순위에서도 1위 ‘급류’(정대건 소설)에 이어 2위에 올랐으니, 돌풍이라 할 만하다. 최근 ‘요리’가 출판계의 틈새시장에서 주요 콘텐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고물가와 외식비 상승, 집밥에 관심 많은 은퇴 세대의 증가, 스타 셰프의 부상 등이 맞물리면서 요리 분야가 출판에서도 하나의 장르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비 아끼자” 4060 남성 유입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는 따라 하기 쉬운 자체 개발 레시피 79개를 담은 책이다. 구매자를 살펴보면 특히 남성 독자들이 두드러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4060 남성 독자 비율이 26.1%로, 전체 요리책 평균(19.6%)을 웃돌았다. 류 배우는 지난해 출간 간담회에서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가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큰 화두였다”며 “육수를 우리거나 ‘킥’(강렬한 인상을 주는 맛)이 많이 들어간 레시피는 애당초 포기했다”고 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클릭 한 번이면 레시피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독자들은 왜 요리 ‘책’을 찾을까. 류 배우는 민음사를 통해 동아일보에 보내온 답변에서 “책은 나의 속도로 요리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영상과 달리 러닝타임이 없어 실수가 적습니다. 책으로 익힌 요리는 훨씬 오래 기억에 남고요. 저도 그간 300여 개의 레시피를 만들면서 결국 가장 의지했던 것은 300권이 넘는 ‘책’이었습니다.” 요리책 판매 상승세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올 초(1월 1일∼2월 23일)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3% 늘어났다. 밀리의서재에서도 지난달 요리, 운동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전자책 이용이 전월 대비 36% 증가했다. 전체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에세이까지 “스타 셰프 잡아라” 스타 요리사들이 인물 자체로도 주목받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최근 셰프들은 요리 실용서를 넘어 에세이·인문 분야에서도 새로운 저자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출판계에선 “요리를 정체성과 계층의 서사를 품은 일상적인 장르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위즈덤하우스는 지난해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와 책 3권 출간을 계약했다. 지난해 4월 출간한 ‘버터밀크 그래피티’는 이민자의 시선으로 미국 사회와 음식을 풀어낸 에세이. 화제성이 큰 인물인 만큼 선인세 경쟁이 치열했단 후문이다. 지난해 6월 출간된 최강록 요리사의 에세이 ‘요리를 한다는 것’(클)도 관심이 컸다.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집’의 기준이 달라진 경험 등 요리를 매개로 한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 최 셰프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출판사 대표가 “레시피북은 이미 있으니 당신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럼 요즘 출판계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요리사 저자는 누굴까. 세련된 분위기와 차분한 태도로 인기가 높아진 손종원 셰프라고 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여러 출판사들이 모시고 싶어 한다. 제안을 넣고 답을 기다리는 곳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스타 셰프라고 책의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세간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몇몇 요리사들의 책은 기대보다 반응이 별로였다”며 “극도로 전문적인 레시피를 담거나, 류수영처럼 인물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높거나 하는 식으로 분명한 장점이 필요하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지난해 민음사 출판그룹에서 출간한 책 가운데 판매 1위는 뭘까. 굴지의 문학 출판사이니 문학이나 고전일 것 같지만 의외로 배우 류수영의 요리책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세미콜론)였다. 6월 출간 이후 누적 13만 부가 팔렸다. 신간과 구간을 합친 종합 판매 순위에서도 1위 ‘급류’(정대건 지음)에 이어 2위에 올랐으니, ‘돌풍’이라 할 만하다.출판계의 틈새 시장에 있던 ‘요리’가 주요 콘텐츠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고물가와 외식비 상승, 집밥에 관심을 두는 은퇴 세대의 증가, 스타 셰프의 부상 등이 맞물리면서 요리가 ‘확장 가능한 출판 장르’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비 아끼자” 4060 남성 독자 유입‘류수영의 평생 레시피’는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자체 개발 레시피 79개를 담은 책이다. 특히 남성 독자의 반응이 두드러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4060 남성 독자 비율은 26.1%로, 전체 요리책 평균(19.6%)을 웃돌았다. 류수영은 출간 간담회에서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가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큰 화두였다”며 “육수를 우리거나 ‘킥’(강렬한 인상을 주는 맛)이 많이 들어간 레시피는 애당초 포기했다”고 밝혔다. 누구나 부담 없이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클릭 한 번이면 레시피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독자들은 왜 요리 ‘책’을 찾을까. 류수영은 민음사를 통해 본보에 보내온 답변에서 “책은 나의 속도로 요리할 수 있게 해준다. 영상과 달리 러닝타임이 없어 실수가 적다. 책으로 익힌 요리는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저도 그간 300여 개의 레시피를 만들면서 결국 가장 의지했던 것은 300권이 넘는 ‘책’이었다”고 전했다.교보문고 집계에서도 올초(1월 1일~2월 23일) 요리책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대비 판매가 12.3% 늘어나는 등 최근 상승세다. 밀리의서재에서도 지난달 요리·운동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분야 전자책 이용이 전월 대비 36% 증가해 전체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요리책 넘어 에세이까지…“스타 셰프 잡아라”스타 셰프들은 요리 실용서를 넘어 에세이·인문 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저자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요리는 끼니를 해결하는 실용의 영역이면서, 정체성과 계층의 서사를 품은 가장 일상적인 문화 장르다. 그만큼 셰프들이 풀어낼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 출판사들이 주목하는 점이다.위즈덤하우스는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와 책 세 권을 출간 계약했다. 이중 ‘버터밀크 그래피티’(지난해 4월 출간)는 이민자의 시선으로 미국 사회와 음식을 풀어낸 에세이다. 화제성이 큰 인물인 만큼 선인세 경쟁도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월 출간된 최강록 요리사의 에세이 ‘요리를 한다는 것’(클)은 방송 프로그램 우승 소식과 맞물리며 일시 품절돼 예약판매를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집’의 기준이 달라진 경험 등 요리를 매개로 한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강록과 친분이 있는 출판사 대표가 “레시피북은 이미 있으니 당신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조리법을 넘어 문화와 역사까지 설명할 수 있는 셰프에게는 러브콜이 이어진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요즘 여러 출판사가 모셔오고 싶어 하는 저자는 손종원 셰프”라며 “제안을 넣고 답을 기다리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다만 모든 스타 셰프의 책이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이모카세, 나폴리 맛피아 등 화제가 된 셰프들의 책이 출간됐지만 모두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라며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극도로 전문화된 레시피이거나, 류수영처럼 인물에 대한 호감도가 높거나, ‘과묵하기로 유명한 최강록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는 것처럼 분명한 장점이 필요하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창작과비평’은 시대와 타협하거나 무작정 뛰어넘어 혼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며 극복해왔습니다.”계간지 ‘창작과비평’이 올해로 창간 60주년을 맞았다. 염종선 창비 대표는 24일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계간지로 6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동력’을 이렇게 설명했다.1966년 1월 백낙청 창간편집인이 주도해 정가 70원에 132쪽의 작은 책자로 출발한 ‘창작과비평’은 한국 지식인 사회의 비판적 담론을 형성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군사정권의 탄압 등을 겪으며 1980년 폐간, 1985년 출판사 등록 취소 등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1988년에 복간됐으며, 올해 3월 60주년 기념호(통권 211호) 출간을 앞뒀다. 창비는 60주년을 맞아 올해 봄호부터 기획연재 ‘한국문학과 K사상의 가능성’을 시작한다. 현실에 대한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는 ‘사상 자원’으로서 한국 문학이 해온 역할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는 취지다. 동시대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현장성과 문학성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찾아가는 현장’ ‘50인 신예시인선’ 등을 운영해 새로운 작품 발굴에도 힘쓴다. 지난주 재단법인 창비문화재단을 설립하는 등 문학·인문학 진흥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1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은 현기영 작가(85)를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했다.현재 ‘창작과비평’ 정기구독자는 1만 명 수준. 이남주 주간은 “최근 10년을 보면 큰 변화 없이 일정 독자가 유지되고 있는 건 긍정적”이라며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를 포착하고, 그 문제와 ‘싸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글쓰기를 강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창비 측은 ‘창작과 비평’이 전통적으로 문학 속에 사회적·정치적 논리와 주장을 담아내는 역할을 이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정아 부주간은 “최근 문학도 현실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는 과거의 전통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문학과 정론의 결합이 창비가 지금까지 버텨온 힘이자 앞으로 더 나갈 수 있는 토대”라고 강조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3·1절을 앞두고 조선 유림의 독립 의지를 담은 ‘파리장서’ 원본(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4일 3월의 ‘이달을 빛낸 문학인’으로 곽종석(郭鍾錫)과 김창숙(金昌淑)을 선정하고 관련 자료인 파리장서 원본을 공개했다. 파리장서는 3·1 독립선언서 민족 대표에 포함되지 못한 걸 아쉬워한 전국 유학자들이 파리평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보내기 위해 만들었던 문서다. 파리장서는 김창숙이 대표 역을 맡아 지역 유학자들의 뜻을 모았고, 스승이자 학문적 동지였던 경남 거창의 곽종석이 초안을 맡아 친필로 완성했다. 여러 문헌에 내용이 전해지고 있지만, 원본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한국문학관은 “신분과 처지를 막론한 국민적 독립운동으로서의 3·1운동이 지닌 의의를 실감하게 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3·1절을 앞두고 조선 유림의 독립 의지를 담은 ‘파리장서’ 원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4일 3월의 ‘이달을 빛낸 문학인’으로 곽종석(郭鍾錫)과 김창숙(金昌淑)을 선정하고 관련 자료인 파리장서 원본을 공개했다. 파리장서는 3·1 독립선언서 민족 대표에 포함되지 못한 걸 아쉬워한 전국 유학자들이 파리평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보내기 위해 만들었던 문서다.파리장서는 김창숙이 대표 역을 맡아 지역의 유학자들의 뜻을 모았고, 스승이자 학문적 동지였던 거창의 곽종석이 초안을 맡아 친필로 완성했다. 여러 문헌에 내용이 전해지고 있지만, 원본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한국문학관은 “신분과 처지를 막론한 국민적 독립운동으로서의 3·1운동이 지닌 의의를 실감하게 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창작과비평’은 시대와 타협하거나 무작정 뛰어넘어 혼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며 극복해왔습니다.”계간지 ‘창작과비평’이 올해로 창간 60주년을 맞았다. 염종선 창비 대표는 24일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계간지로 6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동력’을 이렇게 설명했다.1966년 1월 백낙청 창간편집인이 주도해 정가 70원에 132쪽의 작은 책자로 출발한 ‘창작과비평’은 한국 지식인 사회의 비판적 담론을 형성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군사정권의 탄압 등을 겪으며 1980년 폐간, 1985년 출판사 등록 취소 등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1988년에 복간됐으며, 올해 3월 60주년 기념호(통권 211호) 출간을 앞뒀다. 창비는 60주년을 맞아 올해 봄호부터 기획연재 ‘한국문학과 K사상의 가능성’을 시작한다. 현실에 대한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는 ‘사상 자원’으로서 한국 문학이 해온 역할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는 취지다. 동시대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현장성과 문학성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찾아가는 현장’ ‘50인 신예시인선’ 등을 운영해 새로운 작품 발굴에도 힘쓴다. 지난주 재단법인 창비문화재단을 설립하는 등 문학·인문학 진흥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1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은 현기영 작가(85)를 초대이사장으로 선임했다.현재 ‘창작과비평’ 정기구독자는 1만 명 수준. 이남주 주간은 “최근 10년을 보면 큰 변화 없이 일정 독자가 유지되고 있는 건 긍정적”이라며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를 포착하고, 그 문제와 ‘싸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글쓰기를 강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창비 측은 ‘창작과비평’이 전통적으로 문학 속에 사회적·정치적 논리와 주장을 담아내는 역할을 이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정아 부주간은 “최근 문학도 현실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는 과거의 전통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문학과 정론의 결합이 창비가 지금까지 버텨온 힘이자 앞으로 더 나갈 수 있는 토대”라고 강조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일반 독자들이 이상(1910~1937)이라는 특이한 존재를 이해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엔 쉽게 쓴 평전으로 생각하다 소설체로 쓰게 됐습니다.”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78)는 23일 서울 종로구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의 삶을 소설 ‘주피터 초상’(폭스코너)으로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권 교수는 국내 이상 문학 권위자다. 그의 기존 저작들이 작품과 사상을 분석한 평론서였다면, 이번 책은 “인간 이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은 소설 형식의 작업이다. 권 교수는 신작에 대해 “시기별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다 사실이지만, 그 사이사이 비어있는 내용들은 허구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사실에 기반하되, 기록의 공백은 상상력으로 메워 인간 이상의 내면에 다가가려 했다는 취지다.소설은 이상의 벗이었던 서양화가 구본웅(1906∼1953)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권 교수는 “소학교부터 이상이 죽기 직전까지 같이 있었던 인물이 구본웅이었고 그가 이상을 가장 가까이서 증언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상의 고뇌와 선택의 과정에 늘 구본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책에는 구본웅 외에도 김기림, 박태원 등 이상과 교류했던 당대 예술인들이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경성의 풍경과 구인회(九人會)를 중심으로 한 문학·예술계의 흐름까지 함께 조망하며, 한 시대의 문화 지형을 총체적으로 복원해낸 점도 눈길을 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그룹 블랙핑크가 세계 아티스트 가운데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21일 유튜브는 블랙핑크에 채널 구독자 1억 명을 인증하는 기념패 ‘레드 다이아몬드 버튼’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블랙핑크 유튜브 채널은 2016년 6월 개설돼 약 9년 8개월 만에 이런 대기록을 세웠다. 현재 채널에 등록된 동영상은 648개다. 블랙핑크는 ‘뚜두뚜두’, ‘킬 디스 러브’를 포함해 지금까지 공식 채널 내 9개 영상을 유튜브 ‘10억 뷰 클럽’에 올렸다.블랙핑크는 같은 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니는 “이 기록을 ‘블링크’(팬덤명)와 함께 만들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로제는 “뜻깊은 기록”이라고 했다. 블랙핑크는 27일 세 번째 미니앨범 ‘데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다. 2022년 9월 정규 2집 이후 3년 5개월 만에 내놓는 앨범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가의 ‘인생 책’2026년 병오년도 벌써 두 달이 다 지나고 있습니다. 혹시 올해도 ‘책을 열심히 읽겠다’고 다짐하셨다가 작심삼일에 그친 분들이 계신가요. 2026년 101주년을 맞은 동아일보 신춘문예의 당선 작가들에게 ‘인생 책’이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분야별 당선자들이 인생 책과 추천 사유, 책 속 한 문장을 정리했습니다. 신춘문예 작가들이 마음속에 간직한 책들을 함께 펼쳐 보면 어떨까요.》이형초 / 시 당선자◇사물의 뒷모습/안규철 지음·현대문학좋은 글이란 작가만의 고유한 ‘사유’가 책의 전면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이 책은 사물과 형상, 그리고 자신의 삶을 향한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사유를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그림과 글이 함께 어우러지며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온 사물의 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한다. 특히 3장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선 우리가 무언가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조차 실은 그 일부만을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설적이며, 익숙하다고 여겼던 장면들 역시 낯선 얼굴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세상의 벽과 부딪힐 때마다 이 책을 다시 꺼내 든다. 내가 보았다고 믿은 것들은 실은 제대로 본 적이 없었고, 있다고 여긴 자리에는 실제로 서 본 적이 없었다는 문장을 되새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순간 삶은 이전과는 다른 깊이로 열리기 시작한다.● 책 속 한 문장 “우리는 우리가 본다고 생각한 것을 실제로 본 적도 없었고, 있다고 생각한 곳에 실제로 있어 본 적도 없었다.”김순호 / 시조 당선자◇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 지음·안정효 옮김·열린책들소설을 읽기 시작한 계기가 영화 관람의 감동 때문이었다. 내 생애 첫 영화이자 첫 소설책이다. 1800년대 중후반 미국의 남북전쟁과 노예 해방, 이후 이어지는 남부와 북부의 갈등,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스칼릿 오하라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 마거릿 미첼이 1936년에 쓴 장편소설로 이듬해인 1937년에 퓰리처상을 받았고, 1939년에 영화로 제작됐다. 영화에서 느낀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시종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거기서 미처 다루지 못한 디테일과 여백을 채워 넣으며 몰입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영리하고 고집 센 남부의 미녀 스칼릿 오하라, 그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존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미국의 아픈 역사인 남북전쟁을 바라본 인간의 욕망과 생존 본능을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느끼며 여러 번 읽었다. 전쟁의 시작, 생존과 재건, 사랑과 갈등, 비극과 이별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는 아직도 왜소해지려는 내 자아를 자주 각성시키고 있기에, 그 영향은 현재진행형이다.● 책 속 한 문장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거야.”박혜겸 / 희곡 당선자◇동승/함세덕 지음·지만지드라마나는 자주 사람들의 마음이 두렵다. 그들이 품은 어떤 분노는, 그리움은, 억울함은 도무지 막아설 수 없기 때문이다. 고 함세덕 작가의 ‘동승’에는 그런 심지를 품은 아이, 도념이 등장한다. 그리고 도념의 심지가 언제 활활 타오를지 몰라, 불이 붙을 만한 거라곤 모조리 싹을 자르는 주지가 그 옆에 있다. 도념은 절을 떠나며, “스님, 이 잣은 다람쥐가 겨울에 먹으려구 등걸구멍에다 뫄둔 것을 제가 아침에 몰래 꺼내 뒀었어요. … 동지섣달 긴긴 밤 잠이 안 오시어 심심하실 때 깨무십시오”라고 말한다. 희곡을 다 읽고 나면 도념이 두고 간 잣을 오독오독 깨물어 씹는 주지가 떠오른다. 평소라면 작은 목숨의 겨우살이에 손을 대었다고 날뛰었겠으나, 그날만큼은 그것을 꼭꼭 짓이겼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도념이 짓이겼을 응어리를 한 알 한 알 삼키며, 자신이 결국 어찌할 수 없었던 열망을 헤아려 보았을 것이다. 마침내 도념이 응어리를 활활 불태우며 절을 떠날 때, 희곡을 읽는 내내 품어온 두려움은 슬픔으로 바뀌고 만다. 자신의 마음도, 타인의 마음도 어찌할 수 없는 우리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유약한 것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책 속 한 문장 “스님, 이 잣은 다람쥐가 겨울에 먹으려구 등걸구멍에다 뫄둔 것을 제가 아침에 몰래 꺼내 뒀었어요. 어머니 오시면 드릴려구요. 동지섣달 긴긴 밤 잠이 안 오시어 심심하실 때 깨무십시오.”배은정 / 중편소설 당선자◇아침의 피아노/김진영 지음·한겨레출판사철학자 김진영이 암 선고를 받은 뒤, 임종 사흘 전까지 13개월 동안 쓴 기록이다. 그동안 읽고 생각하고 말해 온 삶을 증명하듯, 일상을 ‘열심히 구경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오류의 습관에서 벗어나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했다. 고요의 말, 조용히 외로운 것들, 감정이 아닌 정신으로서의 사랑, 생의 명랑성을 지닌 우렁찬 목청, 사랑과 아름다움과 감사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기. 철학자가 끝까지 붙든 삶의 태도 앞에서 묻게 된다. 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 가족이 입원한 병원 서점에서 이 책을 샀다. 퇴원 후에도 마음이 거칠어질 때마다 책을 펼쳤다. 심란할 때는 생각을 가라앉히는 차 한 잔이 되었고, 자기 연민에 기울 때는 정신을 세우는 죽비가 되었으며, 숨이 가쁠 때는 속도를 늦추는 고삐가 되어 주었다. 정갈한 문장은 정신을 맑게 했다. 사이사이 드러나는 연약함에서는 위로를 얻었다. 저자가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다. 여러 권이 더 나왔지만, 모두 이 책의 주석서처럼 느껴졌다.● 책 속 한 문장 “글을 어떻게 쓰는 건지도 알겠다. 그건 백지 위에 의미의 수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선지 위에 마침표처럼 정확하게 음표를 찍는 일이다.”김근희 / 단편소설 당선자◇디어 라이프/앨리스 먼로 지음·정연희 옮김·문학동네이 단편집을 이야기할 때면 늘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현대 단편 소설의 거장’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그런 거장의 마지막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더 본질적이다. 단편 예술의 극치가 이 책에 담겨 있어서다. 책은 열네 편의 단편 소설을 수록하고 있다. 캐나다의 시골을 배경으로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런 문장만으로는 이 단편들이 가진 서늘함을 다 표현할 수 없다. 이야기 안에는 보통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기 마련인데, 여기 담긴 단편들에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이 숨어 있다. 단편을 읽다 보면 우리의 인생이 떠오른다. 지나간 것에 대한 곱씹음과 숙고를 거쳐 간신히 닿을 수 있는, 가냘프지만 의미로 충만했던, 우리의 인생. 어쩌면 너무 호들갑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인생 책’이라는 주제로 이 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다. 만약 평생 단 한 권의 책만을 읽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읽고 싶어서다. 마지막 책으로 오기까지 작가가 보낸 시간과 삶을 책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축복일까. 책 제목이 ‘디어 라이프’인 이유를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책 속 한 문장 “사랑에 관한 한 정말로 변하는 것은 없다.”최승연 / 동화 당선자◇숨결이 바람 될 때/폴 칼라니티 지음·이종인 옮김·흐름출판일에 치여 하루를 보내다 보면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까먹곤 한다. 부모님 안부 전화를 미루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설은 간신히 첫 장만 들춰 본다. 소중한 이들이 영원히 곁에 머물 거라는, 언젠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현재는 그저 미래로 건너가기 위한 사다리가 된다. 이 책은 젊은 의사 폴 칼라니티가 암 선고를 받고 2년 동안 써 내려간 수필집이다. 폴은 시리도록 아름다운 문장들을 엮어 삶과 죽음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각오를 담담하게 서술해 나간다. 청년 시절 느꼈던 막연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폴은 마침내 죽음 앞에서 의사가 갖추어야 할 태도를 완성해 낸다. 암 선고를 받고 환자가 된 뒤에도, 폴은 의사로서 정체성을 지켜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죽음이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게 아니므로, 그 앞에도 분명 삶이 존재하므로 폴은 좌절하지 않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만 집중한다. “점심시간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 시간 낭비다”라는 폴의 말처럼 미래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일상을 사랑하는 것으로 가득 채우고, 행복을 미래로 미루지 않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삶은 유한하므로.● 책 속 한 문장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곽경선 / 시나리오 당선자◇소설 윤동주/최인수 지음·집문당자극적이고 휘발되는 말과 영상에 피로가 몰려올 때, 문득 찾게 되는 고요가 있다. ‘소설 윤동주’는 한 사람의 삶과 그가 남긴 글을 통해 고요한 내면과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일제강점기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는 조용히 말의 씨를 심고 키워내며 마침내 영원한 꽃을 피워 낸 시인이었다. 소설 속 그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내성적이고 문학과 자연을 사랑했던 곧은 성품의 청년이었다. 말과 글을 빼앗긴 시대에 문학을 선택한 그는 깊은 정적 속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사랑을 배우기 전 민족의 아픔을 먼저 자각했고, 닿을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암울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길 꿈꾸었다. 맑고 영롱한 시를 쓰고자 했지만, 냉혹한 시대의 벽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혐오하며 객혈처럼 시를 토해냈다. ‘소설 윤동주’는 저자가 윤동주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 채록한 기록을 바탕으로, 젊은 동주의 삶을 풀어낸 소설이다. 수많은 글과 영상이 난무하는 오늘날, 한 청년의 삶과 시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지, 무엇에 저항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말없이 자문하게 한다.● 책 속 한 문장 “만 27년 1개월 동주가 지향해 온 지순한 세계의 도달점은 하늘이었다.”박지민 / 문학평론 당선자◇사랑의 지혜/알렝 핑켈크로트 지음·권유현 옮김·동문선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도 왠지 모를 철학적 허기가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뒤적거려 보길 권한다. 이 책은 에마뉘엘 레비나스라는 한 철학자의 생각에 대한 해설로, 사랑이란 주제에서 시작해 철학 역사 정치 종교 등을 종횡무진 횡단한다. 무엇에 대한 사랑이든, 사랑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면 그 대상을 다 알 것만 같은(혹은 다 알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사랑이 지혜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이 책의 말을 곱씹어 보면, 비판과 반성을 멈추는 것이 반지성주의이듯 타자를 다 알았다고 확신하는 것 역시 반사랑주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인생 책’이란 걸 정하기엔 나는 너무 인생을 모른다. 그러나 사랑이 내 인생을 일궈 나가리란 예감 자체는 언제나 나에게 있다 말하겠다. ● 책 속 한 문장 “실제로 나 자신으로부터 나를 분리시켜서, 나에게 오디세우스의 모험담과는 다른 모험담을 알려 주는 것은 이 세상에서 타인의 얼굴뿐이다. (…) 만약 이 무력감이 없다면, 삶은 아무리 엉뚱한 것일지라도 자기를 떠나 자기를 향해 가는 단조로운 여행에 불과할 것이다.”최우정 / 영화평론 당선자◇리어 왕/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최종철 옮김·민음사문학이 좋다는 사람을 만나면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는지 묻고, 그렇다는 답이 돌아오면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묻는다. 이런 대화로 여러 인연을 얻게 됐다. 사랑과 배신, 복수와 용서, 희망과 욕망, 오슨 웰스와 구로사와 아키라를 얘기하며 말이다. 인생 책이란 우연으로 와서 필연으로 남은 책이고, 마음에 볕이 들 때나 폭풍이 몰아칠 때나 함께하는 책일 것이다. 모든 선택은 포기의 다른 이름이지만, ‘리어 왕’을 선택하는 데만은 별 망설임이 없다. 인류의 역사에 불변하는 거의 유일한 의제가 있다면 ‘인간은 외롭다’라고 생각한다. 고독과 허무를 감당치 못해서 그 숱한 폭력이 벌어졌다는 게 아니라, 인간이 서로 의존하는 취약한 존재임을 안다면 본인과 타인에게 덜 가혹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홀로 남은 리어는 “불쌍하고 헐벗은 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외친다. “자신을 노출시켜 가엾은 자들을 느껴라.” 매번 예상을 빗나가는 인생은 통제 불가능하지만, 눈앞의 고통에 공감하며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 내게 ‘리어 왕’은 고통과 구원과 성장에 관한 가장 탁월한 이야기다.● 책 속 한 문장 “넓고 넓은 바보들의 무대로 나왔다고 태어날 때 우는 거야.”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K팝은 아직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산업이 문화로 확장되려면 옥스퍼드 같은 교육 브랜드와 함께 가야 합니다.” 대중음악 작곡자이자 프로듀서로 유명한 김형석(사진)이 영국 옥스퍼드대와 K컬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김 작곡가와 옥스퍼드대 정치국제관계학부 산하 ‘옥스퍼드 캐릭터 프로젝트’는 12일(현지 시간) 영국 현지에서 ‘키사스(KISAS·Korean International School of Arts and Sciences)’ 교육 프로그램 지원 및 한국 예술교육 분야 인성·리더십 연구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김 작곡가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K팝 하면 노래와 댄스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종합적인 ‘패키지’ 상품”이라며 “시장 구조를 들여다보면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가깝다”고 이런 협약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작곡가는 “팬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아미’가 보여 주고 있는 선한 영향력은 아티스트와 팬이 상호보완적으로 연결된 수평적 관계에서 나온다”며 “이 구조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잘 들어맞는 문화적 소스가 바로 K팝”이라고 했다. 2024년엔 옥스퍼드대 한국어 교육과정에 자신이 만든 1400여 곡의 사용을 허락하기도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K팝은 아직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산업이 문화로 확장되려면, 옥스퍼드 같은 교육 브랜드와 함께 가야 합니다.”대중음악 작곡자이자 프로듀서로 유명한 김형석이 영국 옥스퍼드대와 K컬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김 작곡가와 옥스퍼드대 정치국제관계학부 산하 ‘옥스퍼드 캐릭터 프로젝트’는 12일(현지 시간) 영국 현지에서 ‘키사스(KISAS·Korean International School of Arts and Sciences)’ 교육 프로그램 지원 및 한국 예술교육 분야 인성·리더십 연구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김 작곡가는 19일 동아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K팝 하면 노래와 댄스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종합적인 ‘패키지’ 상품”이라며 “시장 구조를 들여다보면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가깝다”며 이런 협약의 배경을 설명했다.이번 협력 프로그램은 단순히 K팝 아티스트를 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K컬처를 매개로 해 예술과 인문학을 가르치고, 인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젊은 리더와 창작자를 길러내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커리큘럼을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모델로 발전시켜 개발도상국 등의 초중등 과정에도 비상업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김 작곡가는 “팬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아미’가 보여주고 있는 선한 영향력은 아티스트와 팬이 상호보완적으로 연결된 수평적 관계에서 나온다”며 “이 구조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잘 들어맞는 문화적 소스가 바로 K팝”이라고 했다.김 작곡가는 김광석 ‘사랑이라는 이유로’와 신승훈 ‘아이 빌리브’, 박진영 ‘너의 뒤에서’, 성시경 ‘내게 오는 길’ 등을 작곡하며 오랫동안 ‘히트곡 제조기’로 불려 왔다. 2024년엔 옥스퍼드대 한국어 교육과정에 자신이 만든 1400여 곡의 사용을 허락하기도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47년간 시를 써온 김혜순 시인. 그는 자신의 일상을 녹화한 수 시간 분량의 필름을 갖고 있다. 녹화된 자신의 모습을 원래 속도로 끝까지 볼 용기는 없어, 재생 속도를 높여 들여다본다. 수 시간이 5분으로 압축되자, 자신이 마치 “심신미약, 신체장애, 조현병,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말더듬이”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걸 그는 발견한다. 겨우 시간의 흐름을 축지법처럼 접어본 것뿐인데, 시간을 쥐어짜듯 다뤄본 것뿐인데 벌어진 일이다. 김 시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詩作)의 내밀한 과정을 포착한다. 몸을 시간 속에서 일부러 파괴해 보고, 넘어뜨려 보는 것. 그리하여 정상과 비정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 놓인 자세를 발견하는 것. ‘정상적’이라고 명명된 언어의 질서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신간 ‘공중의 복화술’은 김 시인이 문예지 ‘Axt’에 연재한 산문 13편과 국내외 강연 및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한 산문 가운데 6편을 추려 묶은 시론집이다. 복화술, 목소리, 슬픔, 침묵 등 김혜순 시학의 핵심어 19개를 축으로 구성됐다. 수록된 산문 ‘딸꾹질 전문가’에서 그는 문학을 “차별의 시선에 대한 심한 딸꾹질”에 비유한다. 정상성을 외치는 이들의 참혹한 응시에 시달리다 보면 몸 깊숙한 곳에서 딸꾹질이 치밀어 오른다는 것이다. 마치 온종일 방치돼 울던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 몸을 부르르 떨며 딸꾹질을 시작하듯이 말이다. 이렇듯 경련하고 발작하는 존재들은, 평탄하고 평안하게 존재하고자 하는 ‘정상인’들의 청각과 시각을 교란한다. 쫓겨났으나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주변에 남아 웅성거리며 존재를 지속한다. 죽은 자의 넋처럼. 김 시인은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독일 국제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한 세계적 시인이다. 1979년 등단한 그가 어떻게 새로운 창발을 거듭할 수 있는지를 이 산문집을 통해 엿볼 수 있다. 1970년대 말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군부 검열과 폭력에 시달렸던 경험, 이를 7편의 시로 남기게 된 사정까지 김혜순 시의 내외부적 맥락을 두루 살필 수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