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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왜 교육이 그토록 중요한지 알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드라마로도 제작돼 화제를 모은 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58)의 새 소설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이 9월 출간된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출판사 아셰트 북 그룹에 따르면 이 작가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 9월 29일 북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가는 2007년에 첫 장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펴냈으며, 2017년 ‘파친코’를 출간했다.제목에 ‘학원(Hagwon)’이란 한국어를 그대로 살린 소설 ‘아메리칸 학원’은 끊임없이 바뀌는 세상 속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한 한국계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엘리트 교육과 희생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이뤘지만, 친구의 배신과 외환 위기 등을 겪으며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과정을 다뤘다고 한다. 출판사 측은 “디아스포라 4부작의 세 번째 작품인 ‘아메리칸 학원’은 야망, 욕망, 생존, 그리고 뜻밖의 은혜를 찬란하게 그려낸, 고전이 될 만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이 작가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번 소설은 제가 독자들과 가장 나누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저 또한 독자로서, 역경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결국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7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민 갔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하다가 소설에 뛰어들었다. 일제강점기 재일 한국인들의 삶을 다룬 소설 ‘파친코’는 2014년 미 뉴욕타임스(NYT)가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에서 15위로 선정되기도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월이면 한 번쯤 다짐해 본다. “올해는 책 좀 읽어야지.” 하지만 독서의 꿈은 왠지 유독 빨리 무너진다. 끼니마다 “식단 사진 보내라”고 채근하는 호랑이 피트니스 강사가 없어서일까. 출판사 입장에서 독자들의 새해 독서 계획이 어그러지는 건 무척 아쉬운 일. 독서 트렌드에 관심 높은 출판 편집자 6명에게 ‘독서 다짐 지키는 비법’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이들은 “책을 꾸준히 읽지 못하는 건 ‘의지 부족’ 탓이 아니라 방식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완독 강박부터 버리세요” 편집자들이 공통적으로 경계하는 첫 번째는 ‘완독 강박’이다. 책 한 권을 잡았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단 부담이야말로 결국 책을 내팽개치는 지름길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장선정 비채 편집부장은 “아예 처음부터 3∼5권을 동시에 읽는다”고.“애초에 끝까지 읽겠다는 각오가 없어요. ‘그냥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펼쳐보는 거죠. 오늘은 이 책 조금, 내일은 저 책 조금.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섯 권이 다 끝나 있기도 합니다.” 한 권만 끝까지 읽는 게 ‘직렬독서’라면,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건 ‘병렬독서’라 할 수 있다. 책을 병렬로 읽다 보면 자연스레 끝까지 가는 책이 생기기 마련. 그 책은 진짜 ‘내 책’이 된다. 이처럼 ‘완독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라는 인식 전환이 독서에 대한 부담도 덜어준다. 하지만 한 권도 버거운데, 고수들이나 할 방법 아닐까. 백다흠 은행나무 편집장은 “오히려 초보자일수록 병렬독서를 해야 한다”고 했다.“각자 어떤 책은 멈출 수가 없을 것이고, 또 어느 책은 멈춰도 아무 문제가 없죠. 그 감각을 스스로 알아가는 겁니다. 억지로 완독에 초점을 맞추면 자신의 독서 취향을 기를 수 없죠.” 백 편집장은 책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팁으로 ‘앞부분 챌린지’를 권했다. 일단 오프라인 서점에 간다. 맘껏 10권을 골라 10쪽씩 읽어본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한 권만 우승자로 뽑아 읽는 방식이다. 내가 직접 고르는 만큼, 남이 추천한 책보다 훨씬 수월하게 읽힌다. 때로 독서란 문장 하나로도 충분하단 마음가짐도 도움이 된다. 이정화 민음사 해외문학팀 차장은 책 여백에 꼭 메모를 한다. 인상적인 문장이나 단어도 좋고, 순간의 느낌을 적어도 좋다. 독서의 단위를 ‘한 권’이 아니라 ‘한 문장’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책과 관련된 서사를 만들자” 나만의 ‘서사’를 만드는 것도 근사한 방법이다. 허단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 1팀장은 “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가를 검색해 그가 쓴 책 읽기”라는 이색적인 독서법을 추천했다. 작가와의 특별한 감정 교류를 만들 수 있다고. “친해지고 싶은 이에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선물한 뒤 (같이) 읽는” 법도 조언했다. 관계가 독서를 이끄는 셈이다. 여행 때 책을 들고 가면 잊지 못할 서사를 만들기도 한다. 이진 사계절 인문팀장은 “1년 전 포르투갈 여행 때 역사책과 페르난두 페소아(포르투갈 시인)의 책을 들고 갔다”며 “어떤 배경에서 작품을 썼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보니 여행이 풍부해졌다. 같이 간 가족에게 설명해주는 기쁨도 덤으로 생겼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지를 믿기보다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보길. 김학제 허블 편집팀장은 공간을 바꾸는 ‘환경 설계’를 추천했다.“처음 본 카페에 무작정 들어가 앉아 보세요. 낯선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있다는 느낌이 중요해요. 그러면 뭐라도 읽게 되더라고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996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던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현암사)가 한국 출간 30주년을 맞아 특별판(사진)으로 재출간됐다.‘소피의 세계’는 세계 60개국 언어로 번역돼 4000만 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철학을 대중의 일상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인 노르웨이 소설가 요슈타인 가아더(요스테인 고르데르·74)는 지난해 12월 24일 출간된 특별판 서문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1991년 이 책이 처음 노르웨이에서 출간될 당시에는 인터넷조차 없었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한 지금, 과연 우리는 더 현명해졌는가?” 가아더는 오늘날 더 필요한 건 ‘지능’보다 ‘지혜’라고 얘기한다. 철학이란 본디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지혜에 대한 필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고 봤다. 오히려 지금이 어느 때보다 지혜가 더 절실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책은 주인공 소피가 집 우체통에서 발신인 불명의 쪽지들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너는 누구니?”,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와 같은 수수께끼가 적힌 쪽지들은 소피를 일상에서 출발해 우주와 삶의 근본적 수수께끼와 마주하게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중세·근대·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의 흐름을 따라가며, 철학이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며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란 걸 강조한다. 30주년 특별판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산드라 릴로바의 삽화가 수록돼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2000부 한정 제작한 특별판은 1부터 2000까지 넘버링한 저자의 편지도 들어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996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던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현암사)가 한국 출간 30주년을 맞아 특별판으로 재출간됐다. ‘소피의 세계’는 세계 60개국 언어로 번역돼 4000만 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철학을 대중의 일상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인 노르웨이 소설가 요슈타인 가아더(74)는 지난달 24일 출간된 특별판 서문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1991년 이 책이 처음 노르웨이에서 출간될 당시에는 인터넷조차 없었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한 지금, 과연 우리는 더 현명해졌는가?” 가아더는 오늘날 더 필요한 건 ‘지능’보다 ‘지혜’라고 얘기한다. 철학이란 본디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지혜에 대한 필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고 봤다. 오히려 지금이 어느 때보다 지혜가 더 절실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책은 주인공 소피가 집 우체통에서 발신인 불명의 쪽지들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너는 누구니?”,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와 같은 수수께끼가 적힌 쪽지들은 소피를 일상에서 출발해 우주와 삶의 근본적 수수께끼와 마주하게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중세·근대·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의 흐름을 따라가며, 철학이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며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란 걸 강조한다.30주년 특별판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산드라 릴로바의 삽화가 수록돼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2000부 한정 제작한 특별판은 1부터 2000까지 넘버링한 저자의 편지도 들어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지난해 가을부터 주말이면 샛강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작은 개천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 한 쌍에 마음이 끌려서다. 사람한테 익숙해졌는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덕분에 가까이서 그들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린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느려지고 관찰력도 최대치로 올라간다. 세상은 잠시 멈추고, 눈앞의 생명만 또렷해진다. 영국 작가 클로이 달튼이 쓴 이 에세이는 이런 ‘시간의 밀도’를 담은 책이다. 팬데믹으로 시골집에 머물던 저자는 우연히 야생의 ‘아기’ 산토끼를 만나게 된다. 이 산토끼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자연과 맺을 수 있는 조심스럽고 다정한 관계가 펼쳐진다. 저자는 시골길 한복판의 조각 잔디 위에서 성인 손바닥보다도 작은 산토끼를 발견했다. 어미가 데리러 오겠거니 생각하며 지나쳤지만, 네 시간이 지난 뒤 돌아와도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었다. 어쩌면 어미는 이미 죽은 게 아닐까. 그대로 두면 차에 치이거나,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컸다. 결국 이 새끼 산토끼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인연은 시작됐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역 자연보호 활동가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더니, 그는 “수십 년 동안 새끼 산토끼 기르기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저자는 인터넷을 뒤지고, 산토끼와 관련된 책을 모조리 찾아 읽는다. 그러나 책 속에는 산토끼를 사냥하고 요리하는 법만 가득할 뿐, 어떻게 살려 키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18세기 시인 윌리엄 쿠퍼의 시에서 겨우 산토끼 먹이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의 태도다. 모든 개입이 섣부르지 않다. 산토끼의 야생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늘 한발 물러선다. 산토끼를 처음 집으로 데려올 때도 팔에 안아 올리지 않고, 길가의 마른 풀을 한 움큼 뜯어 몸을 감싸 양쪽에서 들어 올린다. 인간의 냄새를 묻혔다가 녀석을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애지중지 기르면서도 끝내 이름조차 붙이지 않는다. 사랑하지만 소유하지 않겠다는 태도, 돌보지만 길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그 결과 산토끼는 들판에서 야생의 동족과 어울리기 시작한 뒤에도 저자의 집을 찾아와 쉬고, 먹고, 잠들고, 실내에 새끼를 낳기도 한다. 인간과 야생이 경계를 넘지 않은 채 나란히 살아가는 풍경. 공존이란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정치인을 위해 일하는 정치 고문이자 외교 정책 전문가다. 주말과 공휴일도 없는 삶에, 반려동물을 키울 여유는커녕 자신의 일상조차 돌보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산토끼 키우기라는 뜻밖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면, 여전히 미친 속도로 달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산토끼가 지닌 평온함과 안정감은 오랜 세월 그의 삶을 지배했던 속도감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대부분의 독자가 이 책을 읽더라도, 당장 새끼 산토끼를 집에 들여 키우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선선한 봄바람이 얼굴을 비비는 기분이 든다. 잠시 멈춰 서서, 작은 생명 하나를 바라보는 마음을 배우게 되는 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때로는 시대와 삶을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눈으로, 때로는 낯선 외계의 느낌으로, 때로는 개인적이고 아이 같은 시선으로, 계속 써 나가겠습니다.” ‘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한국 신춘문예 가운데 유일하게 101주년을 맞은 올해, 단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김근희 씨(35)는 “혼자 쓰는 글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건, 글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즐거움 덕분”이라며 “멈추지 않고 열심히 헤엄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엔 김 씨를 비롯해 중편소설 배은정(52), 시 이형초(25), 시조 김순호(61), 희곡 박혜겸(28), 동화 최승연(36), 시나리오 곽경선(42), 문학평론 박지민(26), 영화평론 최우정(30) 씨까지 9개 부문 당선자가 모두 참석해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 당선자들은 단상에 올라 떨린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이형초 씨는 “이번이 여섯 번째 투고하던 해였다. 아꼈던 만큼 실망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만 써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승연 씨는 “비로소 제가 모든 ‘문청’이 꿈꾸는 그 신춘문예에 당선됐구나 실감한다”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푹 빠져 머무를 수 있는 세상을 책 속에 창조해 내겠다”고 했다. 박지민 씨는 “신춘문예 당선이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는 왔었지’ 하고 언제든 믿고 돌아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된 것 같다. 글쓰기의 기쁨을 더 믿고 가보겠다”고 했다. 박혜겸 씨는 “해마다 새로운 잎새를 품어내는 나무처럼, 저에게 또 다른 잎새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신인 작가로서 다부진 각오도 드러냈다. 배은정 씨는 “소설이 오랫동안 저를 기다려준 것 같다. 앞으로는 서로 마음을 열고, 더 사랑하고, 열심히 쓰겠다”고 했다. 김순호 씨는 “시조는 천년을 굽이쳐 흘러온 우리 문학의 큰 강”이라며 “도저한 강줄기에 저도 한 방울의 물이 될 수 있도록 시의 혼을 부지런히 갈고닦겠다”고 했다. 곽경선 씨는 “우리 각자가 지닌 흠과 결핍의 옹이가 고유한 특성이 돼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우정 씨는 “좋은 글은 좋은 삶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늘 신중하게 말하고, 사려 깊게 쓰겠다”고 했다. 심사위원인 정호승 시인은 격려사를 통해 “우리 근현대 문학의 뿌리가 된 김동리, 황순원, 이문열, 서정주, 기형도 선생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이라며 “101번째 당선자로서 긍지를 갖고, 스스로 자기 자신의 스승이 되어 자라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과 심사위원인 최윤 구효서 소설가, 정호승 시인, 조강석 문학평론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오정미 작가, 당선자 가족 및 지인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때로는 시대와 삶을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눈으로, 때로는 낯선 외계의 느낌으로, 때로는 개인적이고 아이 같은 시선으로, 계속 써나가겠습니다.”‘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한국 신춘문예 가운데 유일하게 101주년을 맞은 올해, 단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김근희 씨(35)는 “혼자 쓰는 글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건, 글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즐거움 덕분”이라며 “멈추지 않고 열심히 헤엄치겠다”고 말했다.이날 시상식엔 김 씨를 비롯해 중편소설 배은정(52), 시 이형초(25), 시조 김순호(61), 희곡 박혜겸(28), 동화 최승연(36), 시나리오 곽경선(42), 문학평론 박지민(26), 영화평론 최우정(30) 씨까지 9개 부문 당선자가 모두 참석해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당선자들은 단상에 올라 떨린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이형초 씨는 “이번이 여섯 번째 투고하던 해였다. 아꼈던 만큼 실망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만 써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승연 씨는 “비로소 제가 모든 ‘문청’이 꿈꾸는 그 신춘문예에 당선됐구나 실감한다”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푹 빠져 머무를 수 있는 세상을 책 속에 창조해 내겠다”고 했다. 박지민 씨는 “신춘문예 당선이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는 왔었지’ 하고 언제든 믿고 돌아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된 것 같다. 글쓰기의 기쁨을 더 믿고 가보겠다”고 했다. 박혜겸 씨는 “해마다 새로운 잎새를 품어내는 나무처럼, 저에게 또 다른 잎새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신인 작가로서 다부진 각오도 드러냈다. 배은정 씨는 “소설이 오랫동안 저를 기다려준 것 같다. 앞으로는 서로 마음을 열고, 더 사랑하고, 열심히 쓰겠다”고 했다. 김순호 씨는 “시조는 천년을 굽이쳐 흘러온 우리 문학의 큰 강”이라며 “도저한 강줄기에 저도 한 방울의 물이 될 수 있도록 시의 혼을 부지런히 갈고 닦겠다”고 했다. 곽경선 씨는 “우리 각자가 지닌 흠과 결핍의 옹이가 고유한 특성이 돼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우정 씨는 “좋은 글은 좋은 삶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늘 신중하게 말하고, 사려 깊게 쓰겠다”고 했다.심사위원인 정호승 시인은 격려사를 통해 “우리 근현대 문학의 뿌리가 된 김동리, 황순원, 이문열, 서정주, 기형도 선생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이라며 “101번째 당선자로서 긍지를 갖고, 스스로 자기 자신의 스승이 되어 자라나길 바란다”고 했다.이날 시상식에는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과 심사위원인 최윤 구효서 소설가, 정호승 시인, 조강석 문학평론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오정미 작가, 당선자 가족 및 지인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회사 사무실 풍경을 떠올려 보자. 파티션 너머 김 대리, 요즘 일이 잔뜩 몰린 얼굴이다. 하지만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나도 바쁘니까. 애써 모른 척 눈감는다. 그리고 며칠 뒤 들려오는 소식.“김 대리 퇴사한대.” 누군가에겐 익숙한 직장인의 일상이다. 각자도생은 사회 생활의 기본값. 그런데 여기, 토요일 회사 동료들이 모여 ‘술 마시며 책 읽는’ 사내 모임이 있다. 출판사 민음사의 ‘낮술낭독회’다. 2017년 시작해 어느덧 10년 차. 회원 중 세 명은 지난달 18일 에세이 ‘낮술, 낭독’(세미콜론)까지 펴냈다. 포부도 당차다. “K직장에 낭독 모임을 전파하겠다”고 한다. 5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저자들이자 낮술낭독회 회원인 이정화(51), 이한솔(37), 신새벽(38) 편집자를 만났다. 이들은 사적인 자리에선 나이와 직급을 따지지 않고 반말, 이른바 ‘평어’를 예의 있게 쓴다. 막내 한솔이 “정화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 식이다. 퇴근 뒤까지 수직적 관계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 사내 모임을 멀리하는 시대, 낮술낭독회는 위계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반전을 꾀했다. 낮술낭독회는 술과 낭독, 사람을 좋아하는 정화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현재 회원은 7명, 모두 여성이다. 평균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후 2시쯤 각자 읽고 싶은 책과 술 한 병을 들고 모인다. 돌아가며 책을 낭독하고, 열심히 듣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꽤 고상한 모임 같지만, 이 모임 ‘찐’하다. 새벽 2시에 파하는 건 예사고, 아침 해장까지 하고 헤어진 적도 있다. 서로의 집은 물론 고향집에도 간다. 지리산, 경기 안성, 경남 통영까지 원정 낭독회도 다녔다. 어느새 몇몇 회원의 남편들도 객원 멤버가 됐다. 퇴사자도 낮술낭독회엔 온다고 한다. 직장 동료에, 그 배우자까지 함께하는 모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들은 그 비결을 “낭독의 매직”에서 찾았다. 정화는 “처음엔 다들 주저한다. 그런데 낭독이 시작되면 공기가 확 달라진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올라온다”고 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의외로 낭독을 잘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낭독이 말을 트는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극내향인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 역시 ‘변신’, ‘유형지에서’ 같은 작품을 낭독으로 처음 발표했다. 왜 하필 ‘회사 사람들’과 놀게 된 걸까. 새벽은 “주역에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다. (회사에서) 너무너무 외로웠기 때문에 이런 새로움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시점이 있었다”고 했다. 14년 차 편집자인 그는 “낭독회를 시작했을 무렵, 조직 분위기가 지금처럼 활기차지 않았다. 서로 말도 잘 안 하고, 밥도 각자 먹고,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고 떠올렸다. 궁해서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회사 생활의 숨통이 됐다. 한솔은 이를 윤활유에 빗댔다.“탕비실에서 스몰토크 잘하는 직원 있잖아요. ‘주말에 뭐 했어요?’ ‘어머니는 좀 어떠세요?’ 사실 그런 대화가 조직을 굴러가게 해요. 회사란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니까요.” 이제 이들은 낮술낭독회를 회사 밖으로 ‘전파’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북토크는 물론, 신중년 대상 모임, 사회 초년생 모임, 과장·팀장·대리 모임도 구상 중이다. 낭독이 처음인 이들을 위한 팁도 전수했다. 여러 곳에서 발췌한 짧은 문장을 열 개쯤 준비해 제비뽑기처럼 골라 읽는 것. 그렇게 읽은 문장을 서로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회사 사람들과 술 마시며 책 읽기.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김 대리가 퇴사 소식으로만 기억되는 일은 줄어들 테니.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회사 사무실 풍경을 떠올려보자. 파티션 너머 김 대리, 요즘 일이 잔뜩 몰린 얼굴이다. 하지만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나도 바쁘니까. 애써 모른 척 눈 감는다. 그리고 며칠 뒤 들려오는 소식.“김 대리 퇴사한대.”누군가에겐 익숙한 직장인의 일상이다. 각자도생은 사회 생활의 기본값. 그런데 여기, 토요일 회사 동료들이 모여 ‘술 마시며 책 읽는’ 사내모임이 있다. 출판사 민음사의 ‘낮술낭독회’다. 2017년 시작해 어느덧 10년 차. 회원 중 세 명은 지난달 18일 에세이 ‘낮술, 낭독’(세미콜론)까지 펴냈다. 포부도 당차다. “K직장에 낭독모임을 전파하겠다”고 한다.5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저자들이자 낮술낭독회 회원인 이정화(51), 이한솔(37), 신새벽(38) 편집자를 만났다. 이들은 사적인 자리에선 나이와 직급을 따지지 않고 반말, 이른바 ‘평어’를 예의 있게 쓴다. 막내 한솔이 “정화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 식이다. 퇴근 뒤까지 수직적 관계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 사내모임을 멀리하는 시대, 낮술낭독회는 위계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반전을 꾀했다.낮술낭독회는 술과 낭독, 사람을 좋아하는 정화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현재 회원은 7명, 모두 여성이다. 평균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후 2시쯤 각자 읽고 싶은 책과 술 한 병을 들고 모인다. 돌아가며 책을 낭독하고, 열심히 듣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꽤 고상한 모임 같지만, 이 모임 ‘찐’하다. 새벽 2시에 파하는 건 예사고, 아침 해장까지 하고 헤어진 적도 있다. 서로의 집은 물론 고향집에도 간다. 지리산, 경기 안성, 경남 통영까지 원정 낭독회도 다녔다. 어느새 몇몇 회원의 남편들도 객원 멤버가 됐다. 퇴사자도 낮술낭독회엔 온다고 한다.직장 동료에, 그 배우자까지 함께하는 모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들은 그 비결을 “낭독의 매직”에서 찾았다. 정화는 “처음엔 다들 주저한다. 그런데 낭독이 시작되면 공기가 확 달라진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올라온다”고 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의외로 낭독을 잘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낭독이 말을 트는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극내향인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 역시 ‘변신’, ‘유형지에서’ 같은 작품을 낭독으로 처음 발표했다.왜 하필 ‘회사 사람들’과 놀게 된 걸까. 새벽은 “주역에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다. (회사에서) 너무너무 외로웠기 때문에 이런 새로움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시점이 있었다”고 했다. 14년 차 편집자인 그는 “낭독회를 시작했을 무렵, 조직 분위기가 지금처럼 활기차지 않았다. 서로 말도 잘 안 하고, 밥도 각자 먹고,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고 떠올렸다.궁해서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회사 생활의 숨통이 됐다. 한솔은 이를 윤활유에 빗댔다. “탕비실에서 스몰토크 잘하는 직원 있잖아요. ‘주말에 뭐 했어요?’ ‘어머니는 좀 어떠세요?’ 사실 그런 대화가 조직을 굴러가게 해요. 회사란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니까요.”이제 이들은 낮술낭독회를 회사 밖으로 ‘전파’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북토크는 물론, 신중년 대상 모임, 사회 초년생 모임, 과장·팀장·대리 모임도 구상 중이다. 낭독이 처음인 이들을 위한 팁도 전수했다. 여러 곳에서 발췌한 짧은 문장을 열 개쯤 준비해 제비뽑기처럼 골라 읽는 것. 그렇게 읽은 문장을 서로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회사 사람들과 술 마시며 책 읽기.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김 대리가 퇴사 소식으로만 기억되는 일은 줄어들 테니.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자동차 절대로 사지 말고 운전 서툰 사람 차 절대로 타지 마라. 돈 아껴 써라.” 당부로 가득한 이 편지는 고 피천득 작가(1910∼2007)가 1976년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일부다. 딸 ‘서영이’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피천득이지만, 아들이라고 그 마음이 달랐을까. 그의 애정 어린 편지들이 지난달 12일 출간된 피천득 수필 선집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민음사)에 실리며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번 선집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편지 7편이 새로 수록됐다. 피 작가는 장남 세영, 차남 수영, 막내딸 서영까지 2남 1녀를 뒀다. 수록된 편지는 피수영 박사가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클리닉에서 신생아 전문의로 일하던 시절 보낸 글들이다. 편지에서 작가는 수필에서 보여준 특유의 섬세한 미문 대신 “담배 끊어라” “외식하지 말라”는 소박한 당부를 반복한다. 절제된 문장과 검약 정신은 딸에게 보였던 로맨틱한 애정과는 또 다른 결의 사랑이다.1976년 편지에서 피 작가는 “자동차를 절대로 사지 말라”고도 당부한다. 하지만 이듬해 편지에선 “운전 조심하고”라고 강조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단 말은 그도 예외가 아니었던가. “하지 말라”는 엄포가 “조심하라”는 당부로 슬그머니 바뀐다. 책 끝자락에 실린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피수영 박사는 “아버지는 딸을 사랑했지만 아들인 저도 충분히 사랑을 받았다. 불만은 없다”며 웃었다. 실제로 부자 관계 역시 각별했다고 한다. 아들이 미 유학 시절 800달러 월급 가운데 500달러를 아버지와의 통화에 썼을 정도였다. 피 박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신생아 의료 체계를 정착시킨 인물.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는 문장을 묘비에 남긴 아버지와 가장 연약한 생명들을 평생 돌본 아들의 삶은 조용히 조응한다. 피 작가의 저작 관리 역시 피 박사가 맡고 있다. 이번 선집은 미공개 편지 7편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인 ‘은전 한 닢’ ‘인연’ ‘나의 사랑하는 생활’ 등도 실렸다. 민음사는 이 책을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했는데, 현재 476권까지 나온 전집에 한국 수필이 수록된 건 처음이다. 2022년 김수영 시론집 ‘시여, 침을 뱉어라’가 포함됐으나 비평에 가까웠다. 그의 편지와 산문들이 ‘개인의 탄생’이란 근대 문학의 핵심이 한국에서 어떻게 체현됐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기록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책을 기획한 박혜진 부장은 “세계문학전집이라는 ‘선별된 정전’ 안에서 피천득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그의 수필을 ‘한국적 정서’의 표본에 가두지 않고 근대 산문 문학이 도달한 하나의 보편적 형식으로 읽어보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자동차 절대로 사지 말고 운전 서툰 사람 차 절대로 타지 마라. 돈 아껴 써라.”당부로 가득한 이 편지는 고(故) 피천득 작가(1910~2007)가 1976년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일부다. 딸 ‘서영이’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피천득이지만, 아들이라고 그 마음이 달랐을까. 그의 애정 어린 편지들이 지난달 12일 출간된 피천득 수필 선집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민음사)에 실리며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번 선집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편지 7편이 새로 수록됐다. 피 작가는 장남 세영, 차남 수영, 막내딸 서영까지 2남 1녀를 뒀다. 수록된 편지는 피수영 박사가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클리닉에서 신생아 전문의로 일하던 시절 보낸 글들이다. 편지에서 작가는 수필에서 보여준 특유의 섬세한 미문 대신 “담배 끊어라” “외식하지 말라”는 소박한 당부를 반복한다. 절제된 문장과 검약 정신은 딸에게 보였던 로맨틱한 애정과는 또 다른 결의 사랑이다.1976년 편지에서 피 작가는 “자동차를 절대로 사지 말라”고도 당부한다. 하지만 이듬해 편지에선 “운전 조심하고”라고 강조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단 말은 그도 예외가 아니었던가. “하지 말라”는 엄포가 “조심하라”는 당부로 슬그머니 바뀐다. 책 끝자락에 실린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피수영 박사는 “아버지는 딸을 사랑했지만 아들인 저도 충분히 사랑을 받았다. 불만은 없다”며 웃었다. 실제로 부자 관계 역시 각별했다고 한다. 아들이 미 유학 시절 800달러 월급 가운데 500달러를 아버지와의 통화에 썼을 정도였다. 피 박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신생아 의료 체계를 정착시킨 인물.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는 문장을 묘비에 남긴 아버지와 가장 연약한 생명들을 평생 돌본 아들의 삶은 조용히 조응한다. 피 작가의 저작 관리 역시 피 박사가 맡고 있다.이번 선집은 미공개 편지 7편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인 ‘은전 한 닢’ ‘인연’ ‘나의 사랑하는 생활’ 등도 실렸다. 민음사는 이 책을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했는데, 현재 476권까지 나온 전집에 한국 수필이 수록된 건 처음이다. 2022년 김수영 시론집 ‘시여, 침을 뱉어라’가 포함됐으나 비평에 가까웠다. 그의 편지와 산문들이 ‘개인의 탄생’이란 근대 문학의 핵심이 한국에서 어떻게 체현됐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기록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책을 기획한 박혜진 부장은 “세계문학전집이라는 ‘선별된 정전’ 안에서 피천득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그의 수필을 ‘한국적 정서’의 표본에 가두지 않고 근대 산문 문학이 도달한 하나의 보편적 형식으로 읽어보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996년 1월 6일 세상을 떠난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30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곡들을 담은 헌정 LP 음반이 나온다. 고인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그를 그리워하는 추모 행사도 서울과 대구에서 잇따라 열린다. 음반제작사 아트버스터는 “김광석이 떠난 지 30년을 맞은 6일에 맞춰 헌정 음반 ‘안녕, 광석이형 30주기’를 LP로 발매한다”고 밝혔다. 이번 음반에는 ‘거리에서’(조동희)와 ‘끝나지 않은 노래’(김목인), ‘광석이에게’(버거보이즈),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한대수) 등이 수록됐다. 김광석의 노래를 사랑하는 일반 팬 101명이 함께 부른 ‘서른 즈음에’도 포함됐다. 아트버스터에 따르면 이번 헌정 음반은 앞서 김광석 탄생 50주년(2014년)과 김광석 19주기(2015년), 25주기(2021년)에 발매했던 헌정 음반 수록곡 가운데 김광석의 음악 세계를 가장 잘 상징하는 노래들을 한데 모았다. 제작사 측은 “여러 차례의 추모 음반에 담겼던 노래를 LP 한 장으로 엮어 김광석 음악의 자취를 되짚어 보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석을 그리는 추모 행사도 서울과 대구 등에서 이어진다. 먼저 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서 30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서른 즈음에’를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인 강승원 김광석추모사업회장을 비롯해 동물원과 박학기, 유리상자, 알리 등이 무대에 올랐다. 6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노래 경연 대회인 ‘2026 광석이 다시 만나기’도 진행될 예정이다. 아르코꿈밭극장은 옛 학전블루 소극장으로 고인이 1000회 이상 공연한 장소로, 1991∼1995년 매년 라이브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같은 날 대구 중구 김광석스토리하우스 전시관에서는 추모제 ‘우리들의 광석이형’이 열린다. 해마다 1월 6일이면 고인을 기억하는 팬과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노래와 정신을 되새기는 추모 행사를 개최해 왔다. 첼리스트 채송아와 싱어송라이터 김성준, 소프라노 심규연이 출연한다. 추모제는 김광석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996년 1월 6일 세상을 떠난 ‘영원한 가객’ 가수 김광석의 30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곡들을 담은 헌정 LP 앨범이 나온다. 고인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그를 그리워하는 추모 행사도 서울과 대구 에서 잇따라 열린다.음반제작사 아트버스터는 “김광석이 떠난 지 30년을 맞은 6일에 맞춰 헌정 앨범 ‘안녕, 광석이형 30주기’를 LP로 발매한다”고 밝혔다. 이번 음반에는 ‘거리에서’(조동희)와 ‘끝나지 않은 노래’(김목인), ‘광석이에게’(버거보이즈),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한대수) 등이 수록됐다. 김광석의 노래를 사랑하는 일반 팬 101명이 함께 부른 ‘서른 즈음에’도 포함됐다.아트버스터에 따르면 이번 헌정 앨범은 앞서 김광석 탄생 50주년(2014년)과 김광석 19주기(2015년), 25주기(2021년)에 발매했던 헌정 음반 수록곡 가운데 김광석의 음악 세계를 가장 잘 상징하는 노래들을 한데 모았다. 제작사 측은 “여러 차례의 추모 음반에 담겼던 노래를 LP 한 장으로 엮어 김광석 음악의 자취를 되짚어보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석을 그리는 추모 행사도 서울과 대구 등에서 이어진다. 먼저 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서 30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서른 즈음에’를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인 강승원 김광석추모사업회장을 비롯해 동물원과 박학기, 유리상자, 알리 등이 무대에 올랐다. 6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노래 경연 대회인 ‘2026 광석이 다시 만나기’도 진행될 예정이다. 아르코꿈밭극장은 옛 학전블루 소극장으로 고인이 1000회 이상 공연한 장소로, 1991~1995년까지 매년 라이브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같은 날 대구 중구 김광석스토리하우스 전시관에서는 추모제 ‘우리들의 광석이형’이 열린다. 해마다 1월 6일이면 고인을 기억하는 팬과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노래와 정신을 되새기는 추모 행사를 개최해 왔다. 첼리스트 채송아와 싱어송라이터 김성준, 소프라노 심규연이 출연한다. 추모제는 김광석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모두가 잠든 새벽 4시. 한 흑인 여성이 조용히 일어나 가슴을 납작하게 묶는다. 머리를 싹둑 자른 뒤 남성용 고급 구두에 발을 끼운다. 모자와 색안경, 습포제까지 붙이니 이목구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른팔은 부목을 대고 팔걸이에 넣었다. 어느 모로 보나, 그는 돈 많고 몸이 불편한 백인 신사다. 그는 남편과 함께, 주인 부부가 잠든 틈을 타 집을 빠져나온다. 1848년 12월,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라는 흑인 노예 부부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자유가 있는 북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까지 탈출을 감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크래프트 부부가 탈출을 결심한 날,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놀랍게도 이들은 여느 흑인 노예들처럼 숲을 헤매거나 강을 건너고, 별자리를 따라 길을 찾는 방식으로 탈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 세상이 지켜보는 한복판에서, 당시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움직였다. 증기선과 역마차, 철도를 타고서다. 아내는 백인 남성 주인, 남편은 그를 수행하는 흑인 노예로 위장했다. 오른손을 팔걸이에 넣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 글을 읽고 쓰지 못했기에 ‘글 쓰는 팔을 다쳤다’는 설정. 서명을 대신 부탁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탈출은 미 노예제 역사상 가장 치밀하고 대담한 실화로 꼽힌다.이를 소설로 풀어낸 작가의 이력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이 책으로 2024년 한국계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노예제와 남북전쟁은 오랫동안 백인 역사학자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는데, 가장 미국적인 주제를 한국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그 결과는 특정 집단의 역사를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의 확장이었다.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쓴 서문에서 말한다. “이 이야기는 미국 이상의 무언가를 다룬다. 한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보편적 주제다.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야기며, 불의에 대항한 투쟁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부부의 대담한 무용담에 시선이 끌리지만, 읽다 보면 당시 노예제의 풍경에 숨이 턱턱 막힌다. 탈출을 결심한 뒤 여러 자녀 중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데려갈지 택해야 했던 한 어머니의 사연, 인간이 인간을 사고파는 노예 경매장의 풍경이 그렇다. 박진감 있는 서사 속에서도 작가는 속도를 절제한다. 제도와 관습, 일상의 세부를 촘촘히 쌓아 올려 그 시대를 생생하게 되살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동시에 역사를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 균형감이 이 책의 큰 미덕이다. 작가는 책에서 ‘노예(slave)’와 ‘주인(slaver)’ 대신 ‘예속 피해자(enslaved)’와 ‘예속 가해자(enslaver)’란 표현을 쓴다. 노예와 주인이란 두 범주의 인간이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다’는 듯한 기존 용어의 세계관을 벗기기 위해서다. 납치와 인신매매란 ‘가해 행위’가 이 관계의 본질임을 분명히 드러내려는 선택이다. 200년 전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두 사람. 안전과 자유, 그리고 자신들만의 가족이라는 작은 광장을 허락받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 이들의 여정은, 혐오와 차별이 다시 고개를 드는 21세기에 인간이 인간에게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어디까지 구원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모두가 잠든 새벽 4시. 한 흑인 여성이 조용히 일어나 가슴을 납작하게 묶는다. 머리를 싹둑 자른 뒤 남성용 고급 구두에 발을 끼운다. 모자와 색안경, 습포제까지 붙이니 이목구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른팔은 부목을 대고 팔걸이에 넣었다. 어느 모로 보나, 그는 돈 많고 몸이 불편한 백인 신사다. 그는 남편과 함께, 주인 부부가 잠든 틈을 타 집을 빠져나온다.1848년 12월,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라는 흑인 노예 부부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자유가 있는 북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까지 탈출을 감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크래프트 부부가 탈출을 결심한 날,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놀랍게도 이들은 여느 흑인 노예들처럼 숲을 헤매거나 강을 건너고, 별자리를 따라 길을 찾는 방식으로 탈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 세상이 지켜보는 한복판에서, 당시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움직였다. 증기선과 역마차, 철도를 타고서다. 아내는 백인 남성 주인, 남편은 그를 수행하는 흑인 노예로 위장했다. 오른손을 팔걸이에 넣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 글을 읽고 쓰지 못했기에 ‘글 쓰는 팔을 다쳤다’는 설정. 서명을 대신 부탁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탈출은 미 노예제 역사상 가장 치밀하고 대담한 실화로 꼽힌다.이를 소설로 풀어낸 작가의 이력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이 책으로 2024년 한국계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노예제와 남북전쟁은 오랫동안 백인 역사학자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는데, 가장 미국적인 주제를 한국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냈다.그 결과는 특정 집단의 역사를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의 확장이었다.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쓴 서문에서 말한다.“이 이야기는 미국 이상의 무언가를 다룬다. 한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보편적 주제다.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야기며, 불의에 대항한 투쟁에 관한 이야기다.”처음에는 부부의 대담한 무용담에 시선이 끌리지만, 읽다 보면 당시 노예제의 풍경에 숨이 턱턱 막힌다. 탈출을 결심한 뒤 여러 자녀 중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데려갈지 택해야 했던 한 어머니의 사연, 인간이 인간을 사고파는 노예 경매장의 풍경이 그렇다. 박진감 있는 서사 속에서도 작가는 속도를 절제한다. 제도와 관습, 일상의 세부를 촘촘히 쌓아 올려 그 시대를 생생하게 되살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동시에 역사를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 균형감이 이 책의 큰 미덕이다.작가는 책에서 ‘노예(slave)’와 ‘주인(slaver)’ 대신 ‘예속 피해자(enslaved)’와 ‘예속 가해자(enslaver)’란 표현을 쓴다. 노예와 주인이란 두 범주의 인간이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다’는 듯한 기존 용어의 세계관을 벗기기 위해서다. 납치와 인신매매란 ‘가해 행위’가 이 관계의 본질임을 분명히 드러내려는 선택이다.200년 전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두 사람. 안전과 자유, 그리고 자신들만의 가족이라는 작은 광장을 허락받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 이들의 여정은, 혐오와 차별이 다시 고개를 드는 21세기에 인간이 인간에게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어디까지 구원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번엔 보이는 그대로를 썼어요. 실제로 살아온 시간들이니까요.” 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배은정 씨(52)는 “그동안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많이 썼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 씨는 고등학교 시간강사와 사격장 안전요원 보조 등 각종 단기 노동을 하며 글을 써 왔다고 한다. 신춘문예 투고는 10년 가까이 해 왔고, 올해만 동아일보에 중편소설 2편과 단편소설 1편을 응모했다. 당선작 ‘한시직 진화’는 사격장에서 임시직으로 일한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풍경을 그대로 옮겼다”는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받아쓰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독자 없는 글을 계속 써도 되는지 고민했는데, 이번 당선은 계속 써 보라는 뜻처럼 느껴진다”면서. 올해 101주년을 맞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9명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중편소설 배은정, 단편소설 김근희(35), 시 이형초(25), 시조 김순호(61), 희곡 박혜겸(28), 동화 최승연(36), 시나리오 곽경선(42), 문학평론 박지민(26), 영화평론 최우정(30) 씨가 주인공이다. 당선자들은 학교와 가게, 회사와 집, 사격장과 전시장을 비롯해 생활의 한복판에서 문장을 길어 올려왔다. 시조 부문 당선자 김순호 씨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종합식품 가게를 지키며 틈틈이 시를 썼다. 나이 들어 경주문예대를 수료한 뒤 동리목월문학관 시창작반에서 시를 배우다 시조로 전향했다. 지방 공모전과 백일장에 꾸준히 응모하며 입상을 거듭했지만, 중앙지 신춘문예에선 몇 년간 고배를 마셨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내 얘긴데” 싶었다는 그는, 딸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걸 늘 미안해하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행사가 다 끝나고 나면 고향 경북 안동 산소에 찾아가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당선 전화를 받고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덜컥 났다”며 “부모님이 제 그릇을 만들어 주셨고, 나머지는 제가 채우고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것. 시 부문 당선자 이형초 씨는 박물관·기념관 전시 기획과 설계를 맡아 온 기획자다. 고려인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며 관련 역사와 문학을 꾸준히 읽어 온 그는 “1900년대부터 만주와 러시아로 이주해, 맨 처음 그 땅에 밭과 집, 문화를 만들어 온 사람들을 위해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선작 ‘디아스포라’는 그렇게 태어났다. 한동안 시 쓰기가 꺾였던 시기에 받은 당선 소식이 “다시 시를 붙들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 그는 “시는 가지고 있는 무기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50편 정도는 꾸준히 비축해 두고 싶다”고 말했다. 동화 부문 당선자 최승연 씨는 해운회사에서 11년째 근무하며 주말과 밤 시간을 쪼개 글을 써 왔다. 한동안 글을 놓고 지내다 2017년 문화센터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평에 언급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늦게 당선된 만큼 쌓인 게 많다”는 그는 “아이들이 읽었을 때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독자를 염두에 둔 작품을 계획 중이다.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김근희 씨는 변리사로 일하며 꾸준히 소설을 써 왔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해 온 그는 산업공학을 전공하면서 국문학을 부전공했고, 대학 시절 소설 쓰기 수업과 문학 동아리 활동도 병행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퇴근 후와 출근 전, 주말에도 글을 계속 쓸 것”이라며 “언젠가는 장편소설에도 꼭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시나리오 부문 당선자 곽경선 씨는 학원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지방으로 이사한 뒤, 전업주부로 지내며 혼자 시나리오를 썼다. 시와 소설로 여러 해 응모했지만, 시나리오는 독학으로 이번에 처음 도전했다고. 그는 “기쁨보다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희곡 부문 당선자 박혜겸 씨는 스스로를 “쉽게 흔들리고, 자신을 잘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글을 쓰려면 내 안에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찾지 못해 오래 고민해 왔다”고 털어놨다. “당선되고 나서야 제 안에 나도 몰랐던 믿음이 하나쯤은 있었구나 싶었다”고 한다. 영화평론 부문 당선자 최우정 씨는 앞서 연극, 방송 평론으로도 입상한 이력이 있다. “매번 다른 매체로 독자를 만난 건 큰 행운”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인문학적 성찰과 대중적 공감을 함께 담아내는 비평을 쓰고 싶다”고 했다. 최 씨는 스스로가 “늘 관객일 사람”이라며, 한국 극예술 전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박지민 씨는 “좋아하는 마음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한 작품에 깊이 빠졌을 때의 감동을 ‘영업’하고 싶은 마음으로 평론에 입문했다고. 그는 김혜순 시인이 1978년 동아일보에 평론으로 먼저 등단한 뒤 창작을 이어 온 사례를 언급하며, “언젠가는 창작에도 도전해 세상에 좋은 문장 하나를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고하 송진우 선생(1890∼1945)의 정신을 계승하고 청년지도자를 양성하는 고하아카데미가 창립됐다. 고하송진우선생기념사업회 산하 고하자유민주연구원은 30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고하아카데미 창립식을 열고 기념 세미나도 개최했다. 고하아카데미 상임대표로는 이주연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선출됐다.세미나에선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원장과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가 기조 강연을 맡았다. 박 원장은 청년 정신을 강조하며 “고하는 청년 시절에 던진 ‘최초의 질문’을 일생토록 견지했다”고 전했으며, 신 교수는 합리적 현실을 지향하는 ‘합치(合致)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발제 이후엔 ‘고하의 청년 정신을 통한 국민통합과 선진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고하아카데미는 향후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국 근현대사와 양극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에 대한 강연을 개최할 계획이다. 현병철 고하자유민주연구원장은 “고하 선생은 평생 자유민주주의와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며 “오늘날 청년 지도자들도 그의 일생을 통해 여러 면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전쟁 문학의 대가로 꼽힌다. 그가 평생 참가한 전쟁만 해도 이탈리아, 튀르키예, 스페인, 중국, 프랑스 등에서 다섯 차례에 이른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시력이 나빠 입대를 포기했던 그는 ‘캔자스시티 스타’ 기자로 일하던 중 앰뷸런스 운전병에 지원했고, 당시 나이는 겨우 19살이었다. 운전병 지원 자격이 스무 살 이상이었기에 출생연도를 실제보다 한 해 앞선 1898년으로 기재했고, 이 때문에 오랫동안 그의 출생연도가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헤밍웨이에게 전쟁은 작품세계를 형성한 핵심 토대였다. 김욱동 교수 등 신간 ‘노벨문학상의 세계’(한길사)에서 “허먼 멜빌에게 드넓은 바다가, 윌리엄 포크너에게는 제도 교육 밖에서 겪은 구체적인 일상 경험이 소중한 교육장이었다면, 헤밍웨이에게는 전쟁터가 그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노벨문학상의 세계’는 1901년 쉴리 프뤼돔부터 2025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까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19명에 대해 쓴 인문 교양서다. 경북대 인문학술원 주도로 각 분야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다른 수상작들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 작품을 작가의 이력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가이드북이 될 것으로 보인다.알베르 카뮈처럼 잘 알려진 작가뿐 아니라 네이딘 고디머, 다리오 포, 데릭 월컷 등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낯선 작가들도 함께 조명한다. 작품을 숭배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고, 노벨문학상이라는 영예 뒤에 가려진 ‘한 인간’으로서의 작가에 주목한 점도 특징이다. 작가가 시대 속에서 감내한 고뇌와 타협, 오늘날의 시선에선 비판받을 수 있는 한계점까지 담았다.책 말미엔 노벨문학상 수상자 연표와 대표작을 정리했다. 또 작품마다 생각해볼 질문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예컨대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에 대해서는 “정주하는 삶과 이동하는 삶 중 어느 쪽이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사유를 확장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잡지 휴간을 발표한 뒤 전화를 100통은 받은 것 같아요. 문자까지 합치면 셀 수 없죠.” 씁쓸하면서도 묵직한 미소란 이런 걸까. 22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성구 ‘샘터’ 대표(65)의 표정이 도통 가늠이 되질 않았다. 1970년 4월 창간해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월간 교양지였던 샘터. 56년 동안 발행되며 국내 최장수 타이틀을 지켰던 샘터가 내년 1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샘터사를 창립한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김 대표는 가슴에 담아둔 게 참 많은 목소리였다.● 피천득부터 한강까지 ‘문인들의 산실’ 24일 출간된 휴간호는 그 무게감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5)와 이해인 수녀(80), 정호승 시인(75)의 에세이가 실렸다. 세 필자는 모두 ‘샘터’와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 특히 김 교수는 1970년 창간호에도 글을 실었다. 56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셈이다. 정 시인의 글도 의미심장하다. 제목은 ‘시간은 젊을 때 아껴야 한다’. 창간호 주제였던 ‘젊음을 아끼자’와 수미쌍관을 이뤘다. 창간 때부터 샘터를 구독한 애독자 오두환 씨의 인터뷰도 눈길을 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반 세기 넘게 이어온 ‘샘터’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 그는 이를 “3 대 3 대 3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작가의 글 30%와 생활인이 직접 쓴 글 30%,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를 찾아가 기록한 글 30%. 김 대표는 “70세가 넘어 야학에서 글을 배운 할머니가 떠오른다”며 “몽당연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셨는데, 맞춤법은 많이 틀렸어도 한 줄도 버릴 수 없는 원고였다”고 회상했다. “그런 분들이야말로 비범한 존재가 아닐까요. 그런 필자와 독자들이 ‘샘터’를 만들어 온 겁니다.” 샘터는 자주 ‘작가의 산실’로도 불렸다. 정 시인과 정채봉 아동문학가가 샘터에서 일했다. 피천득과 최인호, 정채봉, 법정 스님, 장영희 교수 등이 샘터 지면을 거쳐 갔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도 1990년대 중반 샘터 기자였다. 김 대표는 “한 작가의 ‘관찰력’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계단의 높이, 집 앞에 놓인 아이 신발, 그 배열까지 유심히 보면서 그 집의 삶을 읽어내는 식이었어요. 그런 디테일한 관찰력이 훗날 소설의 토대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힘을 기른 뒤 돌아오겠다” 무기한 휴간에 들어가는 이유는 자명하다. 경영 악화. 김 대표는 “월간지를 유지하려면 최소 5만 부는 나가야 적자를 면한다”며 “최근 샘터의 발행 부수는 약 2만 부 수준”이라고 했다. 샘터는 2019년에도 휴간을 결정한 적이 있다. 당시 고(故) 장영희 교수 가족 등 수많은 독자들이 지원 의사를 밝혀 왔다. 이번에도 “후원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하지만 김 대표는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외부 지원에 기대 이어가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판단했어요. 단행본을 통해 스스로 힘을 기른 뒤, 다시 돌아오겠다는 선택이었죠.” 월간지는 휴간하지만 샘터 출판사는 계속된다. 잡지 기자들은 단행본 편집부로 자리를 옮겼다. 샘터동화상·생활수기상 등 독자 참여 프로그램도 유지한다. 새로운 필자 발굴 역시 멈추지 않는다.“샘터는 물이 솟는 ‘샘’이자 사람들이 모여 쉬는 ‘터’였습니다. 지금 세상은 너무 많은 게 문제처럼 느껴지는 시대잖아요. 그럴수록 맑고,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것의 가치가 더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진짜’를 찾아내 누구나 편안하게 마시는 단행본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지금 샘터의 각오입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쿠팡과 다이소 등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받은 뒤 법정 기한인 60일을 거의 다 채워 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산에 걸리는 일수가 통상적인 유통업체 평균의 약 2배나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의도적인 ‘늑장 지급’으로 보고 지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체의 정산 기한을 지금의 절반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쿠팡은 정산까지 걸리는 일수, 유사 업체의 2배28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 유통업체의 대금 지급 실태조사 결과 납품업체에서 직매입하는 기업 중 쿠팡 등 9개사는 납품에서 정산까지 걸린 일수가 40일을 넘겼다. 정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3.2일이다. 이는 공정위가 올 2∼3월 132개 업체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거래의 경우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유통기업들은 사실상 법정 기한을 모두 채우고 있는 셈이다.업체별로 납품 뒤 정산까지 평균적으로 걸린 시간은 △영풍문고 65.1일 △다이소 59.1일 △컬리 54.6일 △M춘천점·메가마트 54.5일 △쿠팡 52.3일 △전자랜드 52.0일 △홈플러스 46.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0.9일 등이다. 영풍문고는 평균 소요 기간이 법정 기한을 초과했다. 반면 직매입 거래를 하는 전체 유통업체는 평균 27.8일 만에 납품업체에 대금을 줬다. 쿠팡을 포함한 9개사와 거래하면 약 2배의 기간을 기다려야 대금을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9개사는 월 1회가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눠 정산해 대금을 지급하는데 오래 걸렸다. 공정위는 이를 대금 지급을 미루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은 “쿠팡 등 일부 업체는 2021년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으로 ‘직매입 거래에 대한 대금 지급 기한(60일)’이 법에 명시되자 특별한 사유 없이 대금 지급 기간을 50일에서 60일로 늦췄다”고 지적했다. 이에 쿠팡 측은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다른 공정위 조사에서 쿠팡은 납품업체들로부터 판매촉진비, 판매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지난해에만 약 2조300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납품업체에서 상당한 부수입을 올렸지만 정작 정산은 미룬 것이다. 유통기업들은 정산을 늦추면 지불해야 하는 대금을 자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쿠팡-다이소 등 정산 기한 30일로 단축 공정위는 늑장 정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 초 법 개정을 추진한다. 직매입은 정산 시한을 상품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로 줄일 방침이다. 월 1회 정산하면 월 말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예외를 둔다. 안 팔린 상품을 반품하는 조건으로 외상 매입하는 특약매입, 판매 수수료를 받는 위수탁 거래 등 다른 거래는 정산 기한이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한편 쿠팡의 출판사 재계약 방식과 산업재해 대응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쿠팡이 출판사들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교도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사과와 정부의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