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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세계 각국 정상이 모인 22일 유엔총회장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다. 하루 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한 영국과 캐나다에 이어 주요 7개국(G7) 중 세 번째다. 이에 따라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5개국만 남았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을 전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지향)’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의를 주재하며 “오늘 프랑스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와 안정 속에서 나란히 살아가게 하기 위해 힘닿는 대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마크롱 대통령이 발언하자 현장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관계자, 중동 주요국 외교관들이 일어서서 박수로 화답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위해 역사적인 조치를 취한 각 국에 감사하다”고 반겼다.친(親)이스라엘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 거부로 이번 유엔총회에 오지 못한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같은 날 화상 연설을 통해 “가자전쟁 휴전 후 1년 안에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사회는 그간 이스라엘의 탄압을 이유로 선거 실시에 미온적인 PA를 비판해왔다. 이번 유엔총회에선 주요국들의 팔레스타인 공식 국가 승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1일에는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이, 22일에는 프랑스 몰타가 승인 대열에 합류했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도 추가 승인에 나서기로 했다.다만 팔레스타인이 유엔으로부터 공식 주권국가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상이사회 상임 이사국 5개국 중 단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유엔의 정회원 국가가 될 수 없는 탓이다. 미국은 2011년, 지난해 4월 이스라엘의 반발 등을 의식해 팔레스타인의 정회원 승격을 거부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등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밝혔다”며 “대통령은 국가 인정이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선제 침공한)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이스라엘이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영토로 인정하는 요르단강 서안의 일부 지역을 합병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 등 4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승인하고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도 동참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21일 미국 뉴욕으로 떠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국 등 4개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이스라엘 영토 한복판에 ‘테러 국가’를 세우려는 시도에 대한 대응은 미국에서 돌아온 후에 있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기데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장관, 론 더머 전략장관 등이 영국 등 4개국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일부 지역을 합병하는 방안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현재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 내 ‘C구역(Area C)’을 공식 합병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이 구역은 서안의 약 60%를 차지한다. 더머 장관은 이와 별도로 요르단강 서안과 요르단의 국경 지대에 있는 ‘요르단 계곡’을 합병하는 안에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반대로 이런 안을 추진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요르단강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이라도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사실상 점령하고 있다. 이에 더해 요르단강 서안의 합병까지 추진한다면 아랍권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들은 이 같은 이스라엘의 강경 행보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지적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21일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평화 계획의 일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1일 기준 193개 유엔 회원국 중 팔레스타인을 주권국으로 인정한 나라는 151개국이다. 한국, 미국, 일본 등은 아직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마크롱은 프랑스의 재앙이다. 빨리 물러나야 한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바스티유 광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긴축 재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건축업에 종사한다는 파리지앵 다니엘 레방트 씨는 ‘세금은 부자에게’라는 손팻말을 들고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기자에게 공휴일 및 복지 혜택 축소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마크롱 정권은 우리의 체제를 파괴하고 서민 금고를 턴 도둑”이라고 일갈했다. 이날 시위는 철도, 의료, 교원 등 프랑스 주요 노조가 주도했다. 바스티유 광장에만 약 6만 명이 모였고 프랑스 전역에서는 10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주최 측은 추산했다. 앞서 10일에도 프랑스 전역에서 “모든 것을 차단하라(block everything)”는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시위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강성 노조 ‘노동총동맹(CGT)’ 스미나 스나치 사무총장은 마크롱 정권의 감세 정책이 재정적자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크롱 정권은 가장 가난한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가장 부유한 사람에게 주고 있다. 세금은 부자들에게 더 걷어야 하고, 모든 긴축 조치도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긴축을 추진하는 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국민의 모습은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3월 ‘유럽의 장기 재정 지출 압력’ 보고서에서 유럽 주요국이 모두 △고령화에 따른 의료 지출 증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국방비 증가 △기후위기 대응 비용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차입 비용 상승 등에 공통적으로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IMF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국방, 에너지, 기후위기 대응에 공동으로 나서야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누적된 적자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성장률 둔화, 고령화에 따른 복지 예산 부담 같은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유럽에 ‘안보 자강’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방비 지출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국가 부채를 줄이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 또한 우려를 더한다. 유럽 주요국의 재정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에 따른 정치 사회적 혼란은 어떤지를 짚어 본다.● 佛, 총리 사퇴에 반정부 시위 지속최근 재정 위기 속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는 단연 프랑스다. 마크롱 정권의 긴축 재정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8일에는 관련 정책을 주도했던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야권의 반발에 따른 의회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에리크 롱바르 재무장관은 독일에 이은 EU 2위 경제대국 프랑스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지 모른다는 위기론을 제기했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재정 위기와 이로 인한 정치 혼란 등을 이유로 12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경제 전문 웹사이트 CEIC 등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8%에 달한다. EU 평균(3.2%)의 약 두 배다. EU는 회원국들에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맞추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가 부채 또한 3조3500억 유로(약 5463조4000억 원)다. 올 1분기(1∼3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GDP의 107%에 이른다. 국가 부채가 GDP의 100%가 넘는다는 것은 전 국민이 1년간 번 돈을 모두 투입해도 빚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국채 발행에 따른 연간 이자 비용만 580억 유로(약 94조6000억 원)로 추정된다. 교육, 국방 예산 등보다 많다. 재정 상황이 이토록 악화된 건 비대한 정부 지출 때문이다. 연금, 건강보험, 실업수당 등 복지 지출이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3.4%로 핀란드(25.7%), 스웨덴(25.0%) 등과 함께 유럽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정년 하향,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복지 수준을 크게 높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때는 정부 지출 확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부양책을 폈다. 문제는 고령화 여파로 지출은 늘고 세수는 감소하면서 이런 확장 재정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2017년 집권한 마크롱 대통령은 소득세,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고수했다. 세수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발발하자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 등이 치솟았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확장 재정을 주장하는 극우·극좌 정당의 인기가 동시에 치솟고 중도우파 마크롱 정권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바이루 전 총리, 그의 전임자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는 모두 공휴일 축소, 연금 동결, 의료 예산 감축 등을 골자로 하는 긴축 재정을 추진했다 총리직에서 쫓겨나야 했다.● 英 ‘탄광 속 카나리아’ 위기 이웃 영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이달 초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최고치인 5.7%대까지 치솟아 ‘부채 위기의 전조’가 닥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영국은 막대한 부채를 보유한 세계 주요국에 일종의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됐다고 진단했다. 또 “많은 선진국의 차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탄광 속 카나리아’는 과거 광부들이 갱도의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먼저 들여보낸 것에서 유래했다. 다가올 위험을 가장 먼저 알리는 존재를 뜻하는데 영국이 세계 주요국의 부채 위기를 미리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또한 차입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줄여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2016년 국민투표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후 값싼 동유럽 상품과 적은 인건비로도 채용할 수 있는 인력이 들어올 길이 막혔다. 이로 인한 영국의 물가 상승은 국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국가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BIS에 따르면 영국의 올 1분기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86.6%다. 그러나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최근 고령화, 의료 및 연금 지출 증가로 2070년대 초에는 이 비율이 270%로 치솟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타머 총리와 집권 노동당은 올 3월 장애인 지원금 등을 줄여 연 48억 파운드(약 9조 원)를 절감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당내 반발 등으로 사실상 철회했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만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일하지 않는 사람이 290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보다 90만 명이나 늘었다.● ‘유럽의 병자’ ‘녹슨 전차’ 된 獨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0.9%, 지난해 ―0.5%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 0.3% 성장으로 반짝 반등했지만 2분기(4∼6월) 다시 ―0.3%로 추락했다. 독일 경제를 ‘유럽의 병자’와 ‘녹슨 전차’ 등에 빗대는 이유다. 우선 주력 산업인 자동차가 미국,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데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독일의 주요 수출시장이었던 중국 또한 최근 경기 둔화로 경제의 탈출구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 비율이 다른 유럽 주요국보다 높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여파에 따른 악영향도 심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가해진 관세 압박 또한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여파로 2024년에만 최소 20만 개의 독일 회사가 폐업을 신고했다. 특히 독일 노동청은 올 8월 실업자가 302만5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실업자가 300만 명을 넘은 건 2015년 2월 이후 10년 6개월 만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대규모 부양책을 통해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재정 건전성에 민감한 국가였다. ‘부채 브레이크(Schuldenbremse)’라는 엄격한 나랏빚 운용 기준도 가지고 있다. 이 제도는 정부의 연간 신규 부채를 GDP의 0.35%로 제한한다. 이런 제도 속에서, 지난해 11월에는 재정 확대를 둘러싼 주요 정당의 갈등 때문에 연립정부가 붕괴했다. 메르츠 총리의 전임자인 집권 사회민주당 소속의 올라프 숄츠 전 총리는 당시 우파 자유민주당, 좌파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었다. 사민당은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양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자민당이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갈등이 깊어지며 숄츠 전 총리가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독일의 재정적자는 GDP의 2.8% 수준이다. 최근 메르츠 정권이 국방비를 공격적으로 지출하고 있어 이 수치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메르츠 정권은 올 6월 현재 GDP의 2.4%인 국방비 지출을 2029년까지 GDP의 3.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2035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GDP의 5.0%로도 확대할 전망이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올 1분기 GDP의 57.8%인 국가 부채가 2029년 70%대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 독일 경제의 주요 경쟁력으로 꼽혔던 건실한 재정은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퓰리즘 정당까지 득세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유럽 주요국이 ‘재정적자와 포퓰리즘의 파멸적 악순환(deficit-populism doom loop)’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적자 증가가 긴축 재정에 부정적이거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를 부르고 이로 인해 재정 상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재정적자 확대는 주요국 국채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려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을 야기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긴축 재정에 나서려 해도 복지 혜택에 길들여진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틈을 노려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운 정당이 득세하면서 정치 사회적 혼란이 심각해지고 재정 위기 해결 또한 어려워지는 것이다. 실제 최근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이를 강하게 지지했던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이 선전하고 있다. 15일 여론조사회사 유고브 조사에서 영국개혁당 지지율은 29%로 노동당(20%)을 앞섰다. 특히 이민 정책에 민감한 노동계층과 저소득층 유권자를 적극 공략하며 노동당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13일 영국 런던에서는 각국 극우 세력이 대규모 반이민 집회도 개최했다. 영국의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 프랑스 극우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의 페트르 비스트론 연방의회 의원 등은 한목소리로 “이민자가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럽의 재정 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 주요국은 모두 재정 위기와 정치적 불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공통적으로 직면해 있다”며 “유럽 전반에서 극우 정당의 인기가 늘면서 앞으로도 포퓰리즘적 정책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재정 위기 해결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혜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북미유럽연구부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위기를 맞아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늘려야 하지만 고질적인 재정적자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존 지출을 줄이고 국방비를 늘리기 위한 각국 재무장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재앙이다. 가능한 빨리 물러나야 한다.” 프랑스 정부의 긴축 재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펼쳐진 18일 파리 바스티유 광장. 건축업에 종사하는 다니엘 레방트 씨는 기자에게 마크롱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우리는 할 만큼 했다. 세금은 부자에게’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레방트 씨는 “서민들은 매월 초 세금을 내고 나면 10일이면 이미 돈이 없다. 항상 빈털터리다. 마크롱 정부는 우리의 시스템을 파괴했고 우리의 금고를 턴 도둑”이라고 일갈했다.18일 프랑스 전역에선 50만 명(내무부 추산, 노조 측 추산 10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긴축 반대’ 시위를 펼쳤다. 10일 1차 ‘국가 마비’ 시위에 이은 2차 시위가 펼쳐진 것이다.프랑스 주요 노조가 주도한 파리 바스티유 집회에는 철도, 의료, 교사 등 약 6만 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들, 10대 학생들도 집회에 가담했다. 시위대는 프랑스혁명의 발상으로 프랑스 시민사회운동의 상징인 파리 바스티유 광장을 출발해 레퓌블리크 광장을 거쳐 나시옹 광장까지 행진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700건의 시위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선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기도 해 309명이 체포됐고 134명이 구금됐다. 온라인상에선 프랑스 경찰이 시위에 참가한 여성을 밀치는 영상에 확산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집회 참가자들은 마크롱 정부의 긴축 재정안 중단을 가장 먼저 요구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강성 노조 ‘노동총동맹(CGT)’ 스미나 스나치 사무총장은 “정부는 가장 가난한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가장 부유한 사람에게 주고 있다. 세금은 부자들에게 더 걷어야 하고, 모든 긴축 조치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의회(하원) 불신임으로 물러난 프랑스와 바이루 전 총리에 이어 임명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신임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세바스티앵 총리는 바이루 전 총리가 추진하던 ‘공휴일 폐지안’을 유보했지만, 야당과 시민들은 “이 조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피 비네 씨는 “새 총리도 마크롱의 후계자로 뿔난 총리에 불과하다. 그는 전쟁에 돈을 쓸 것이고, 우리는 그 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이날 집회는 총파업과 함께 진행됐다. 특히 파리교통공사(RATP) 4대 노조가 운행하는 파리 지하철은 자동 운행되는 3개 노선(1·4·14호선)만 정상운행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운행을 중단했다.교육 현장도 차질을 빚었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교육부문 직원의 14%(노조원의 45%)가 시위에 참여했다. 이에 프랑스 학교 상당수가 문을 닫기도 했다. 약국, 물리치료실 등 의료시설도 문을 닫거나 단축 운영을 했다. 노조 측은 19일경 총 회의를 거쳐 다음 시위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세바스티앵 총리는 시위대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겠다며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노조 대표들이 제기하고 시위대가 행진에서 전달한 요구사항들은 내가 시작한 협의의 핵심“이라며 대화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다만 “폭력은 합법적인 정치적 행동 수단이 아니다. 용납해선 안 된다”며 엄중 대응을 선언했다.다만 집회 현장에선 8월 휴가철이 끝나자마자 대규모 파업이 진행되는 것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파리의 한 교사는 “프랑스 사람들은 정말 노는데 진심인거 같다”며 “학생들의 수업권을 희생시킬 정도로 파업이 절실한 상황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진정으로 내 인생 최고의 영예 중 하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런던 인근 윈저성 조지홀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영국 왕실의 예법과 전통에 관심이 많고, 이를 동경해 온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영국 국빈 방문에서 받은 ‘특급 대우’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고, 향후 안보 협력 등도 추진해야 하는 영국이 일단 트럼프 대통령 비위 맞추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실제로 영국 정부는 1500억 파운드(약 283조2510억 원) 규모의 미국 기업 투자를 유치했고, 이는 영국 국빈 방문 중 발표친 최대 투자 유치라고 밝혔다.● 덕담 주고받은 찰스 3세와 트럼프이날 찰스 3세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성대한 국빈 만찬을 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인 2019년 6월에는 런던 버킹엄궁에서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이번 만찬 주최자인 찰스 3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노력을 언급하며 “독재가 유럽을 위협하고 있는데, 세계의 가장 다루기 어려운 몇몇 분쟁의 해법을 찾는 데 개인적인 헌신을 보여 주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5월 양국이 무역협상에 합의한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 협력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찰스 3세는 비정치적인 화제를 통해서도 트럼프와의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코틀랜드에 골프장 여러 곳을 소유하고 있다며 “영국 땅이 멋진 골프장을 만들 만한 곳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1970년대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딸과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특별한 관계를 심화하려는 미디어의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내가 닉슨가로 장가를 갔을지도 모르겠다”고 농담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답변 연설에서 “국왕과 영국에 수십 년간 큰 존경심을 가져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외국 정상으로서 두 차례 영국 국빈 방문은 최초인데, 제 사례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고 해 좌중을 웃게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암 투병을 한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을 향해 “빛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했다. 미영 관계에 대해선 “우리는 하나의 화음 속 두 음과 같이 아름답지만 함께 연주돼야 한다”고 말했다.● 47.3m 길이 테이블, 139개의 촛불 등장한 국빈 만찬이날 국빈 만찬은 영국 왕실 의전의 정점을 보여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47.3m 길이의 대형 만찬 테이블은 139개의 촛불과 꽃장식으로 장식됐다. 노퍽 지방의 닭고기 요리, 햄프셔 지방의 물냉이로 만든 판나코타(푸딩류), 영국 자두를 곁들인 아이스크림 등이 제공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출신 어머니가 태어난 연도를 기려 1912년산 에네시 코냑 그랑드 샹파뉴가 만찬주로 나왔다.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은 연미복 차림으로 만찬에 참석했다. 또 커밀라 왕비는 파란 드레스를, 멜라니아 여사는 노란 드레스를 입었다. 이날 만찬에는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딸 티퍼니 트럼프도 함께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등 글로벌 기업의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MS, 구글, 블랙스톤 등 영국 투자 결정또 영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환대 속에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대(對)영국 투자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미국 빅테크 중 마이크로소프트(MS)는 4년간 300억달러, 구글은 50억 파운드를 영국에 투자할 예정이다. 또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은 10년간 1000억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영국 정부는 이같은 투자로 자국에서 7600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진정으로 내 인생 최고의 영예 중 하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런던 인근 윈저성 조지홀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영국 왕실의 예법과 전통에 관심이 많고, 이를 동경해 온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영국 국빈 방문에서 받은 ‘특급 대우’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 미국과의 무역협상 마무리 지어야 하고, 향후 안보 협력 등도 추진해야 하는 영국이 일단 트럼프 대통령 비위 맞추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덕담 주고 받은 찰스 3세와 트럼프이날 찰스 3세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성대한 국빈 만찬을 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인 2019년 6월에는 런던 버킹엄궁에서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이번 만찬 주최자인 찰스 3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노력을 언급하며 “독재가 유럽을 위협하고 있는데, 세계의 가장 다루기 어려운 몇몇 분쟁의 해법을 찾는 데 개인적인 헌신을 보여주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5월 양국이 무역협상에 합의한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 협력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찰스 3세는 비정치적인 화제를 통해서도 트럼프와의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코틀랜드에 골프장 여러 곳을 소유하고 있다며 “영국 땅이 멋진 골프장을 만들 만한 곳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1970년대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딸과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특별한 관계를 심화하려는 미디어의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내가 닉슨가로 장가를 갔을지도 모르겠다”고 농담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답변 연설에서 “국왕과 영국에 수십 년간 큰 존경심을 가져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외국 정상으로서 두 차례 영국 국빈 방문은 최초인데, 제 사례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고 해 좌중을 웃게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암 투병을 한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을 향해 “빛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했다. 미영 관계에 대해선 “우리는 하나의 화음 속 두 음과 같이 아름답지만 함께 연주돼야 한다”고 말했다.● 47.3m 길이 테이블, 139개의 촛불 등장한 국빈 만찬이날 국빈 만찬은 영국 왕실 의전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47.3m 길이의 대형 만찬 테이블은 139개의 촛불과 꽃장식으로 장식됐다. 노퍽 지방의 닭고기 요리, 햄프셔 지방 물냉이로 만든 판나코타(푸딩류), 영국 자두를 곁들인 아이스크림 등이 제공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출신 어머니가 태어난 연도를 기려 1912년산 헤네시 코냑 그랑드 샹파뉴가 만찬주로 나왔다.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은 연미복 차림으로 만찬에 참석했다. 또 커밀라 왕비는 파란 드레스를, 멜라니아 여사는 노란 드레스를 입었다. 이날 만찬에는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딸 티파니 트럼프도 함께 했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등 글로벌 기업의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18일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벌어진다. 10일 진행된 대규모 시위 ‘모든 것을 마비시키자(Tout bloquer)’에 이은 2차 시위다. 프랑스의 철도·교육·에너지 등 주요 노조는 18일을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파업과 시위를 동시다발로 진행한다. 프랑스 당국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10일 참가자의 약 2배인 4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0일 시위 당시 상대적으로 참가가 적었던 교통 부문 근로자들의 시위 참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철도공사(SNCF) 노조가 18일 파업에 동참하면서 지역 열차의 약 60%, 도시 간 일반 열차의 50%만 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 지하철도 제한적으로 운행된다. 파리교통공사(RATP) 노조도 18일 총파업을 선언해 기관사 없이 자동 운행되는 파리 지하철 3개 노선만 정상 운행될 예정이다. 수도권 고속전철(RER)과 나머지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9일 내각 불신임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필리프 타바로 교통장관은 “18일은 암흑의 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프랑스 공립학교의 상당수도 교사 파업으로 18일 휴업한다고 공지했다. 전기, 가스 등 에너지 부문 노동자와 약사, 물리치료사 등 보건 분야도 시위에 동참할 예정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내각과 함께 추진 중인 긴축 재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정부 지출 동결과 공휴일 축소를 포함한 긴축 재정안을 강행하다 의회로부터 8일 불신임을 당해 퇴진했지만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공휴일 축소 방안을 긴축안에서 제외할 뜻을 밝혔지만, 파업 강행 여론을 돌리지 못했다. 강성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의 소피 비네 사무총장은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한다”며 “(총파업으로) 긴축 예산안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프랑스 노동계가 18일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프랑스 경제를 둘러싼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2일 프랑스가 과도한 재정적자와 이로 인한 정치 및 경제 혼란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현재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8% 수준으로 유럽연합(EU) 평균(3%)의 약 두 배나 높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18일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벌어진다. 10일 진행된 대규모 시위 ‘모든 것을 마비시키자(Tout bloquer)’에 이은 2차 시위다.프랑스의 철도·교육·에너지 등 주요 노조는 18일을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파업과 시위를 동시다발로 진행한다. 프랑스 당국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10일 참가자의 약 2배인 4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10일 시위 당시 상대적으로 참가가 적었던 교통 부문 근로자들의 시위 참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 노조가 18일 파업에 동참하면서 지역 열차의 약 60%, 도시 간 일반 열차의 50%만 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 지하철도 제한적으로 운행된다. 파리교통공사(RATP) 노조도 18일 총파업을 선언해 기관사 없이 자동 운행되는 파리 지하철 3개 노선만 정상 운행될 예정이다. 수도권 고속전철(RER)과 나머지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9일 내각 불신임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필리프 타바로 교통장관은 “18일은 암흑의 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프랑스 공립학교의 상당수도 교사 파업으로 18일 휴업한다고 공지했다. 전기, 가스 등 에너지 부문 노동자와 약사, 물리치료사 등 보건 분야도 시위에 동참할 예정이다.프랑스 국민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내각과 함께 추진 중인 긴축 재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정부 지출 동결과 공휴일 축소를 포함한 긴축 재정안을 강행하다 의회로부터 8일 불신임을 당해 퇴진했지만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공휴일 축소 방안을 긴축안에서 제외할 뜻을 밝혔지만, 파업 강행 여론을 돌리지 못했다. 강성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의 소피 비네 사무총장은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한다”며 “(총파업으로) 긴축 예산안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프랑스 노동계가 18일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프랑스 경제를 둘러싼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2일 프랑스가 과도한 재정적자와 이로 인한 정치 및 경제 혼란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현재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8% 수준이라 유럽연합(EU) 평균(3%)의 약 두 배나 높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16∼18일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집권 1기였던 2019년 6월에 이은 두 번째 국빈 방문이다. 그동안 영국은 재선한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는 그를 국빈으로 초청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도 두 번째 임기 때 모두 영국을 방문했지만, 국빈 방문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영국 왕실과 정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종의 ‘특급 대우’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경제난 등에 따른 낮은 지지율로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다. 또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과의 무역 협상 등으로 인한 어려움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스타머 총리와 영국 정부가 무역협상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이번 국빈 방문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첫 국빈 방문 때 영국 측의 환대에 큰 만족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16일 저녁 영국 런던에 도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이자 사업가 출신인 워런 스티븐스 주영 미국대사, 찰스 3세 국왕을 대신하는 헨리 후드 자작이 대통령 부부를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런던 인근의 왕실 거주지인 윈저성에서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을 만난다. 또 이날 저녁 찰스 3세가 주재하는 국빈 만찬에서 연설할 계획이다. 18일에는 스타머 총리의 별장인 체커스에서 미영 정상회담도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국 왕실은 단순한 동맹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많다. 그의 모친 메리 앤 매클라우드 여사는 영국 스코틀랜드 태생이다. 특히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왕실의 예법과 전통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년 전 첫 영국 국빈 방문 때도 왕실의 극진한 대접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당시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피오나 힐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만남은 트럼프에게 인생에서 성공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영국 국빈 방문 때 장남 도널드 주니어, 장녀 이방카, 차남 에릭, 차녀 티퍼니를 대동했다. 이 중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이방카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모두 당시 사인(私人)이었다. 이에 “대통령이 공무 출장에 성인 자녀를 대동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이들이 비싼 의상을 입고 런던 버킹엄궁 등에서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은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를 의식해 이번 방문에서는 자녀는 대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통해 위기 타개하려는 스타머 총리 스타머 총리는 올 2월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찰스 3세의 국빈 초청장을 직접 전달했다. 영국 군주가 해외 정상에게 친필 사인이 담긴 초청장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영광”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스타머 총리는 최근 부동산 세금 탈세 의혹으로 최측근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가 자진사퇴해 곤경을 겪었다. 재정적자 증가, 성장 둔화 등 경제 사정이 안 좋은 것도 부담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의 관세 인하를 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올 5월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 면제에 합의했지만, 세부 협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은 최소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공동 원자력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미국 빅테크 수장들을 영국 방문에 대동한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 방바닥에 깔린 게 한지(韓紙)라고요? 어떻게 종이를 바닥에 깔 생각을 했죠?”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노르빌팽트를 찾았다. 세계 최대 라이프스타일 박람회 ‘2025 메종오브제’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는 전통 한옥처럼 꾸며진 한지 전시 공간이 있었다. 관람객들은 한지를 다섯 겹 이상 겹쳐 특수 처리한 후 한옥의 방바닥 마감재로 사용했다는 사실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옷칠 마감을 거치면 한지를 습기가 많은 욕실 바닥재로도 쓸 수 있다는 점에 감탄을 표했다. 파리에서 인테리어 소품 가게를 운영하는 관람객 스페타노 씨는 “한국의 종이가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된다는 게 놀랍다”며 “독특하고 고유한 질감을 지닌 한지가 유럽 예술가들과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호평했다.》● 메종오브제 사로잡은 ‘한지’ 한지는 닥나무, 안피나무 등의 껍질로 만드는 한국 고유의 종이다. 닥나무 껍질을 잿물로 삶아 불순물을 제거하고, 대나무 발을 사용해 여러 번 종이를 떠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만든다. ‘백 번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종이’라는 의미로 ‘백지(百紙)’라고도 불린다. 이 같은 전통 제작 방식은 한지를 강하고 질기면서도 높은 통기성을 갖춘 ‘살아 숨 쉬는 종이’로 만든다. 독특한 질감을 가진 전통 한지는 인쇄, 공예,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이런 한지가 최근 유럽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한국 대표 공방 13곳을 선별해 ‘2025 메종오브제’에서 특별전시를 진행했다. 이달 4∼8일 닷새간 수천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일반 관람객뿐 아니라 현지 건축가, 공예가, 인테리어 전문가 등도 한지 전시관에서 협업을 타진했다고 한다. 스페인의 인테리어 소품 전문가 에스텔라 노레노 씨는 한지의 질감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파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딸은 K팝 팬이지만 나는 K팝보다 한지가 더 흥미롭다”며 “색감과 질감이 다른 종이들과 원천적으로 다르고 품질이 완벽에 가까워 다양한 실내 공예에 활용할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도예가 엘리사 우베르티 씨 또한 “한지를 만져 보고 한눈에 반했다. 섬세한 작품을 만드는 데 제격인 재료”라며 “특히 조명용 램프를 한지로 만들면 빛을 흡수한 한지의 질감이 매우 아름답게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日-中 전통 종이만큼 유명해져 수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일본의 화지(和紙), 중국의 선지(宣紙)의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최근 한지가 유럽 곳곳에 소개되면서 예술성과 품질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 한지 특별 전시관 운영을 맡은 안강은 씨는 “한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올해 파리 유명 레스토랑, 명품 브랜드 실내 매니저, 건축사무소 등 많은 바이어들이 전시관을 찾아 한지 샘플 수백 건을 요청했고, 계약이 성사 단계에 이른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의 문화재 복원 업계가 한지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2016년부터 화학 성분이 가미되지 않은 한지를 예술품 복원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한지가 복원 예술품의 습도 조절을 잘하면서도 작품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막시밀리안 2세 책상의 손상된 손잡이를 복원할 때, 유대계 부호 ‘로스차일드’ 가문의 판화를 복원할 때도 한지가 활용됐다.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예술가들의 작품 복원에도 한지가 쓰였다. 2015년 한중일 종이를 과학적으로 비교 분석해 한지의 복원용 종이로서의 가치를 입증한 김민중 복원가는 “2016년 첫 도입 때만 해도 프랑스의 예술품 복원에는 대부분 일본 화지가 쓰였다”면서도 “최근에는 한지와 화지의 사용 비율이 대등한 수준이라고 루브르 박물관 측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한지 공예품도 인기 이번 박람회에서는 한지를 활용한 다양한 공예품도 인기를 끌었다. 광주공예명장 한경희 대표는 전통 한지를 끈처럼 얇게 말아서 접착제 없이 서로 엮는 지승(紙繩) 기법으로 만든 화병, 그릇, 가방 등 소품들을 유럽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나왔던 전통 갓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한 대표는 “처음 선보이는 소재와 전통 제작 방식에 대해 유럽인들이 매우 신기해한다”며 “조명 인테리어 업체 여러 곳에서 협업 요청이 와 귀국 후에도 바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지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파지, 계란 트레이, 휴심지 등 버려진 종이를 도자기 제작에 활용한 친환경 작품도 주목받았다. ‘스튜디오연재’는 폐지들을 불려 점토와 혼합한 후 가마에 구운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스튜디오연재’의 김솔 대표는 “폐지를 원료로 사용해 구운 친환경 도자기는 비전형적이고 이질적인 감성을 만들어 낸다”며 “버려지는 것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실험적인 시도에 유럽인들이 관심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를 자신만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유럽 예술가도 늘고 있다. 특히 유럽 사진 작가들이 독특한 질감을 지닌 한지에 주목하고 있다. 인화하면 다른 종이를 사용했을 때보다 회화적 느낌이 더 강하게 표현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지는 가로세로 1m가 넘는 대형 인화지로도 제작이 가능해 작가들이 선호한다.프랑스의 유명 사진작가 장샤를 귀트네 씨는 전통 한지에 포도나무 잎을 프린트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의 재료와 프랑스적 소재를 융합해 한지의 예술적 활용 가능성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한지를 공부하려는 파리지앵도 늘고 있다. 9일 파리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이 개최한 심포지엄 ‘일상의 유산, 한지’에는 준비된 130여 좌석이 현지인으로 꽉 찼다. 예약 마감 후에도 문의가 빗발칠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다고 한다. 한지 제작 과정과 한지 활용 건축 자재 등 다소 전문적인 내용 위주로 채워졌지만, 심포지엄이 진행되는 3시간 내내 자리를 뜨는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세미나 사회를 맡은 허정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팀장은 “일반인들이 3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현지인들이 모두 자리를 뜨지 않고 수준 높은 질문을 해 놀랐다”고 말했다. 한지는 현재 202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에 도전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한지 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에 대한 등재 신청을 마쳤다. 유네스코 사무국의 검토와 평가기구 심사를 거쳐 내년 12월 제2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일열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지 등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 확장되고 세분화되고 있다”며 “한지 관련 유네스코 유산 등재가 이런 열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유근형 파리 특파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16~18일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집권 1기였던 2019년 6월에 이은 두 번째 국빈 방문이다.그동안 영국은 재선한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는 그를 국빈으로 초청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도 두 번째 임기 때 모두 영국을 방문했지만, 국빈 방문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영국 왕실과 정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종의 ‘특급 대우’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지난해 7월 취임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경제난 등에 따른 낮은 지지율로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다. 또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과의 무역 협상 등으로 인한 어려움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스타머 총리와 영국 정부가 무역협상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이번 국빈 방문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첫국빈 방문 때 영국 측의 환대에 큰 만족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16일 저녁 영국 런던에 도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이자 사업가 출신인 워런 스티븐스 주영국 미국 대사,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대신하는 헨리 후드 자작이 대통령 부부를 맞는다.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런던 인근의 왕실 거주지인 윈저성에서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을 만난다. 또 이날 저녁 찰스 3세가 주재하는 국빈 만찬에서 연설할 계획이다. 18일에는 스타머 총리의 별장인 체커스에서 미영 정상회담도 열린다.트럼프 대통령에게 영국 왕실은 단순한 동맹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많다. 그의 모친 메리 앤 매클라우드 여사는 영국 스코틀랜드 태생이다. 특히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왕실의 예법과 전통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년 전 첫 영국 국빈 방문 때도 왕실의 극진한 대접에 만족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피오나 힐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만남은 트럼프에게 인생에서 성공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회고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첫 영국 국빈 방문 때 장남 도널드 주니어, 장녀 이방카, 차남 에릭, 차녀 티퍼니를 대동했다. 이 중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이방카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모두 당시 사인(私人)이었다. 이에 “대통령이 공무 출장에 성인 자녀를 대동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이들이 비싼 의상을 입고 런던 버킹엄궁 등에서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로 올려 논란은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를 의식해 이번 방문에서는 자녀는 대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통해 위기 타개하려는 스타머 총리스타머 총리는 올 2월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찰스 3세의 국빈 초청장을 직접 전달했다. 영국 군주가 해외 정상에게 친필 사인이 담긴 초청장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영광”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스타머 총리는 최근 부동산 세금 탈세 의혹으로 최측근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라 자진사퇴해 곤경을 겪었다. 재정적자 증가, 성장 둔화 등 경제 사정이 안 좋은 것도 부담이다.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의 관세 인하를 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올 5월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 면제에 합의했지만, 세부 협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미국과 영국은 최소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공동 원자력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미국 빅테크 수장들을 영국 방문에 대동한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14일 밝혔다. 자신의 거듭된 중재 노력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제재 카드’를 또다시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요지부동이다. 러시아는 13일 나토 회원국 루마니아에 자폭 무인기(드론) ‘게란’을 침범시켜 약 50분간 비행했다. 10일 또 다른 나토 회원국이며 최근 국방비 증액에 적극 나서고 있는 폴란드에 드론을 잠입시킨 지 3일 만이다. 러시아 측은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지만 수위를 조금씩 높여 가며 나토의 대응을 살펴보는 ‘계산된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루마니아가 모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점도 러시아가 사실상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에 힘을 더한다. 러시아는 14일에도 북극해 인근 바렌츠해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의 실전 발사 훈련을 진행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또 초음속 전략폭격기 ‘Tu-22M3’가 바렌츠해의 국제 중립수역 상공을 4시간 동안 초계 비행했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유럽, 러 원유 구매 말아야”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취재진에게 “러시아에 기꺼이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유럽도 내가 하는 조치에 상응하도록 제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구매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와중에도 일부 국가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계속 수입했다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유럽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 원유 구매를 지속하는 한 미국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같은 유럽 나라들은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친러 성향이 강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나라들을 계속 압박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 역시 12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여전히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3자 회담은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양자 회담 모두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 폴란드 이어 루마니아 영공도 침범한 러14일 AFP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당국은 전날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 ‘게란’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인 다뉴브강 인근의 치리아베케 일대를 약 50분간 비행했다고 공개했다. 게란은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을 러시아가 개량한 무기다. 폭발물을 탑재하고 목표물에 접근해 스스로 폭발할 수 있다. 앞서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드론은 폭발물을 싣지 않고 방공망을 교란할 목적으로 띄우는 일종의 미끼 드론 ‘게르베라’였다. 폴란드 때보다 러시아의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 게르베라는 합판, 스티로폼 등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각각 미국산 F-16, F-35 전투기를 출격시켜 게르베라를 요격했다. 수십, 수백만 원짜리 저가형 러시아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수백, 수천억 원이 필요한 최신식 무기 체계가 동원된 셈이다. 루마니아는 14일 블라디미르 리파예프 주루마니아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국제법을 위반한 러시아가 루마니아 국민의 안전과 나토의 집단 안보를 위험하게 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X’를 통해 “러시아가 전쟁을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공을 폐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NFZ)으로 선포하면 러시아가 침범할 때 격추 시도 등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해진다. 그간 서방 주요국은 우크라이나의 영공 폐쇄가 러시아와의 확전을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러시아의 위협이 계속되자 이 기조를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영공 폐쇄를 두고 “기술적으로는 나토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가능하지만, 폴란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동맹국들이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14일 밝혔다. 자신의 거듭된 중재 노력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제재 카드’를 또다시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요지부동이다. 러시아는 13일 나토 회원국 루미니아에 자폭 무인기(드론) ‘게란’을 침범시켜 약 50분간 비행했다. 10일 또다른 나토 회원국이며 최근 국방비 증액에 적극 나서고 있는 폴란드에 드론을 잠입시킨 지 3일 만이다. 러시아 측은 ‘단순 실수’라 주장하지만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며 나토의 대응을 살펴보는 ‘계산된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루마니아가 모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점도 러시아가 사실상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에 힘을 더한다. 러시아는 14일에도 북극해 인근 바렌츠해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의 실전 발사 훈련을 진행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또 초음속 전략폭격기 ‘Tu-22M3’가 바렌츠해의 국제 중립수역 상공을 4시간 동안 초계 비행했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유럽, 러 원유 구매 말아야”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에게 “러시아에 기꺼이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유럽도 내가 하는 조치에 상응하도록 제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구매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와중에도 일부 국가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계속 수입했다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유럽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 원유 구매를 지속하는 한 미국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같은 유럽 나라들은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친러 성향이 강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나라들을 계속 압박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 역시 12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여전히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3자 회담은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양자 회담 모두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 폴란드 이어 루마니아 영공도 침범한 러14일 AFP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당국은 전날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 ‘게란’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인 다뉴브강 인근의 치리아베케 일대를 약 50분간 비행했다고 공개했다. 게란은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을 러시아가 개량한 무기다. 폭발물을 탑재하고 목표물에 접근해 스스로 폭발할 수 있다. 앞서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드론은 폭발물을 싣지 않고 방공망을 교란할 목적으로 띄우는 일종의 미끼 드론 ‘게르베라’였다. 폴란드 때보다 러시아위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게르베라는 합판, 스티로폼 등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각각 미국산 F-16, F-35 전투기를 출격시켜 게르베라를 요격했다. 수십, 수백만 원짜리 저가형 러시아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수백, 수 천억 원이 필요한 최신식 무기 체계가 동원된 셈이다.루마니아는 14일 블라디미르 리파예프 주루마니아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국제법을 위반한 러시아가 루마니아 국민의 안전과 나토의 집단 안보를 위험하게 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X’를 통해 “러시아가 전쟁을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한편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공을 폐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NFZ)으로 선포하면 러시아가 침범할 때 격추 시도 등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해진다. 그간 서방 주요국은 우크라이나의 영공 폐쇄가 러시아와의 확전을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러시아의 위협이 계속되자 이 기조를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영공 폐쇄를 두고 “기술적으로는 나토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가능하지만, 폴란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동맹국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밝혔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안규영김보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2일 과도한 재정적자, 이에 따른 심각한 정치경제적 혼란에 직면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했다. 한국(AA―)보다 낮다. 피치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 정부가 신임 투표에서 패배한 것은 국내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방증”이라며 “이러한 불안정성은 상당한 재정 건전성을 달성하는 정치 시스템의 역량을 약화한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프랑스 정부의 각종 차입 비용이 상승해 재정 악화가 심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향후 몇 년간 국가부채 안정화를 위한 명확한 시야가 없는 상태라며 2024년 국내총생산(GDP)의 113%인 국가 부채가 2027년에는 121%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5.8%에 달해 유럽연합(EU) 평균(3%)의 약 두 배다. 국가 부채 또한 6800만 명 국민이 1년간 번 돈을 모두 부채 상환에 투입해도 갚지 못하는 수준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으며 ‘유럽의 돼지들’이라고 불린 스페인(GDP의 약 104%), 포르투갈(약 96%)의 국가 부채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는 정부 지출 동결과 공휴일 축소를 포함한 긴축 재정안을 강행하다 의회(하원)로부터 8일 불신임을 당하고 퇴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측근인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국방장관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마크롱 퇴진’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에 정치권은 정면 충돌했다. 긴축 재정을 추진하다 실각한 바이루 전 총리는 ‘X’에 “엘리트들이 진실을 거부하도록 이끄는 나라는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며 재정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극좌 성향의 야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르코르뉘 총리 역시 긴축 정책을 택한다면 스스로 예고한 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마크롱 정권의 긴축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미국의 청년 극우 활동가였던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을 계기로 유럽의 극우 세력이 결집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극우 단체들이 주최한 집회에는 최대 약 15만 명(경찰 추산)이 몰렸고, 프랑스와 독일 등의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선동성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극우 성향 정치인과 단체들도 커크 암살을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이날 “극우파가 커크의 죽음을 음모와 박해로 격상시키고 있고, 좌파를 사형 집행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런던 도심에서 열린 반(反)이민 집회에서 극우 단체들은 ‘왕국 통합’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집회의 핵심 주제가 반이민이었지만, 영국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은 “오늘 우리는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당당히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커크의 발언이 진보 진영으로부터 혐오 대상으로 여겨졌고, 결국 암살로서 제지당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 영국 극우 정당을 공개 지지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노동당 출신) 키어 스타머 정부의 교체가 필요하다. 다음 선거가 언제든 간에 그 시간을 더 기다릴 수 없다”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주장했다.특히 이날 시위 참가자 중에선 커크의 사진을 들고 나온 이가 많았다. 일부 참가자는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들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사람들도 있었다.프랑스와 독일에선 유럽 극우세력의 단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프랑스 극우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는 “우리의 자유가 위험에 처해 있다. 여러분과 우리는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들에 의해 식민지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극우 정당인 대안당(AfD)의 페트르 비스트론 연방 의원도 “여러분의 적이 우리의 적이며, 여러분의 싸움이 우리의 싸움”이라고 했다. 프랑스 보수운동 전 대표인 로랑스 트로슈 유럽의회 의원은 “그(찰리 커크)의 이름은 아직 마지막 말을 하지 않은 문명의 순교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와 마린 르펜 전 대표는 남서부 보르도에서 14일 대규모 유세를 연다.한편 커크가 암살당하기 나흘 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극우 성향인 참정당 행사에 참석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당시 그는 MAGA에 빗대 “일본을 다시 위대하게(MJGA·Make Japan Great Again)”라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 참정당 대표는 커크가 암살된 뒤 “깊은 슬픔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미국의 청년 극우 활동가였던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을 계기로 유럽의 극우 세력이 결집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극우 단체들이 주최한 집회에는 최대 약 15만 명(경찰 추산)이 몰렸고, 프랑스와 독일 등의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선동성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극우 성향 정치인과 단체들도 커크 암살을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이날 “극우파가 커크의 죽음을 음모와 박해로 격상시키고 있고, 좌파를 사형 집행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런던 도심에서 열린 반(反)이민 집회에서 극우 단체들은 ‘왕국 통합’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집회의 핵심 주제가 반이민이었지만, 영국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은 “오늘 우리는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당당히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커크의 발언이 진보 진영으로부터 혐오 대상으로 여겨졌고, 결국 암살로서 제지당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 영국 극우 정당을 공개 지지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노동당 출신) 키어 스타머 정부의 교체가 필요하다. 다음 선거가 언제든 간에 그 시간을 더 기다릴 수 없다”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주장했다.특히 이날 시위 참가자 중에선 커크의 사진을 들고 나온 이가 많았다. 일부 참가자는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들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사람들도 있었다.프랑스와 독일에선 유럽 극우세력의 단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프랑스 극우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는 “우리의 자유가 위험에 처해 있다. 여러분과 우리는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들에 의해 식민지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극우 정당인 대안당(AfD)의 페트르 뷔스트론 연방 의원도 “여러분의 적이 우리의 적이며, 여러분의 싸움이 우리의 싸움”이라고 했다. 프랑스 보수운동 전 대표인 로랑스 트로슈 유럽의회 의원은 “그(찰리 커크)의 이름은 아직 마지막 말을 하지 않은 문명의 순교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와 마린 르펜 전 대표는 남서부 보르도에서 14일 대규모 유세를 연다.한편, 커크가 암살당하기 나흘 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극우 성향인 참정당 행사에 참석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당시 그는 MAGA에 빗대 “일본을 다시 위대하게(MJGA·Make Japan Great Again)”라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 참정당 대표는 커크가 암살된 뒤 “깊은 슬픔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동유럽 폴란드가 9일 밤∼10일 새벽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무인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확전을 우려해 러시아와의 대립을 자제했던 폴란드가 이례적으로 군사 행동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폴란드가 직접 대응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영국 BBC 등이 전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와 모두 국경을 맞대고 있다. 제정 러시아와 소련으로부터 각각 침략을 당한 역사가 있어 러시아에 대한 반감 또한 깊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러시아가 폴란드 국경지대인 우크라이나 서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도 직접 충돌하면서 확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투스크 “나토 조약 4조 발동 요청”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9일 오후 11시 30분부터 오늘 오전 6시 30분경 러시아 드론이 총 19번 영공을 침범했다. 대부분의 드론이 벨라루스 쪽에서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 중 최소 4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수도 바르샤바 국제공항 등을 포함한 4개 공항이 일시 폐쇄됐다. 투스크 총리는 나토에 ‘조약 4조’의 발동을 요청했다. 4조는 영토 보전, 안보 등이 위협받은 동맹국이 다른 회원국과 이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나토 동맹국이 러시아의 대규모 도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에서의) 대규모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우려했다. 1949년 나토 창립 후 조약 4조가 발동된 것은 7차례뿐이다. 나토 관계자 또한 로이터통신에 “러시아 드론 6∼10대가 폴란드 영공에 침범했다. 초기 정황상 ‘고의적 침범’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폴란드가 보유한 미국제 F-16 전투기 외에 네덜란드의 F-35 전투기, 이탈리아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나토에 의해 공동 운용되는 공중 급유기가 이번 드론 대응 작전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짐 타운센드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BBC에 “드론 한 대의 침입은 실수일 수 있지만, 여러 대는 실수가 아니다”라며 고의 침범설에 동조했다.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주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은 “폴란드와 전적으로 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맞서기 위한 유럽 차원의 연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나토의 ‘조약 5조’ 발동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5조는 “특정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회원국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체제를 명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강하게 원하는 이유, 러시아가 이를 반대하는 것 또한 ‘조약 5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크라 노인, 연금 받으려다 러 활공 폭탄에 숨져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뿐 아니라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9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야로바 마을을 표적 공습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사망자 24명 중 23명은 우체국을 통해 지급되는 연금을 받으려고 우체국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노인들이었다. 바딤 필라시킨 도네츠크 주지사는 “이건 전쟁이 아니라 순전히 테러”라고 비난했다. 야로바는 최전선에서 약 8km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이곳을 러시아에 빼앗겼다가 탈환했다. 전쟁 발발 후 도네츠크주의 80∼90%를 점령 중인 러시아는 도네츠크주는 물론이고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주 등 4개 주 전체를 영토에 편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번 공격에서 ‘활공 폭탄(glide bomb)’을 사용해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이 폭탄은 기존 폭탄보다 더 수평적으로 비행한다. 표적 바로 위가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사할 수 있어 성공적인 공격이 가능하고 요격 또한 어렵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8일 프랑스 하원에서 진행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에서 불신임이 가결됐다. 이로써 바이루 총리는 취임 9개월 만에 퇴진하게 됐다.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까지 폭증한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강행하다가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낙마한 것이다. 프랑스 헌법에 따라 바이루 총리와 내각은 총사퇴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를 임명할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이 대통령 탄핵 카드까지 거론하고 있어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佛 재정적자 EU 평균 2배 이날 프랑스 하원은 바이루 총리에 대한 신임 여부를 표결에 부쳐 불신임을 의결했다. 재적 574명(3명 공석) 중 558명이 투표에 참여해 불신임 364명, 신임 194명으로 불신임 가결 정족수(288명)를 넘겼다. 하원을 이끌고 있는 좌파연합(LFI), 극우 국민연합(RN) 등 거야(巨野)뿐만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당 르네상스가 이끄는 중도 범여권 ‘앙상블’이 찬성표로 맞섰지만 불신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의회의 내각 불신임 의결로 바이루 총리와 장관들은 프랑스 헌법 50조에 따라 사퇴하게 된다. 바이루 총리 등 내각이 9일 대통령에게 사임서를 제출하면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를 임명할 예정이다. 바이루 총리는 국방 제외 정부 지출 동결, 공휴일 이틀 축소 등을 통해 440억 유로(약 66조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두고 야당과 갈등을 빚어 왔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5.8%로 유럽연합(EU) 평균(3%)의 약 두 배다. 국가 부채는 GDP의 113%로, 프랑스 국민이 1년간 번 돈을 모두 부채 상환에 투입해도 갚지 못하는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으며 ‘유럽의 돼지들’이라고 불린 스페인(약 104%)이나 포르투갈(약 96%)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바이루 총리는 의회 신임 투표 전 연설에서 “여러분은 정부를 전복시킬 권한이 있지만 냉혹한 현실은 지울 수 없다”며 “이미 과도한 부채 부담은 더 무겁고 비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과 노동계의 줄파업 예고 속에서 바이루 총리의 긴축안은 폐기됐다.● 巨野 공세에 코너 몰린 마크롱 집권 2기 들어 네 번째로 총리를 잃게 된 마크롱 대통령은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연금개혁 여파로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가 사임한 데 이어 가브리엘 아탈,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 등이 긴축 재정 이슈로 줄줄이 옷을 벗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 없이 새 총리를 지명하겠다고 밝혔지만, 거대 야당은 순순히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좌파 연합 내 온건 세력인 사회당과 녹색당은 좌파 출신 총리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는 소셜미디어 X에 “다음 총리는 좌파 연합 출신일 수밖에 없다. 총선 1년 만에 프랑스 국민의 표를 존중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과거 프랑스 정치권에서 양대 산맥을 이뤘던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TF1방송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는 정의가 필요하다. 이제 좌파가 통치할 때”라고 말했다. 좌파 연합 내 극좌 성향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고려하고 있다. LFI 마틸드 파노 의원은 “우리는 동일한 정책을 계속할 또 다른 총리를 원하지 않는다. 지금 국가가 직면한 문제는 국민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대통령의 퇴진”이라고 했다.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했던 RN 마린 르펜 의원은 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1위인 만큼 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확보해 2027년 차기 대선의 기반을 닦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르펜 의원은 의회 신임 투표 전 정견 발표에서 “대통령의 사임은 기대하지 않는다. 그 대신 법적, 정치적, 도덕적으로 (의회) 해산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8일 프랑스 하원에서 진행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에서 불신임이 가결됐다. 이로써 바이루 총리는 취임 9개월 만에 퇴진하게 됐다.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까지 폭증한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강행하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낙마한 것이다. 프랑스 헌법에 따라 바이루 총리와 내각은 총사퇴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를 임명할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이 대통령 탄핵 카드까지 거론하고 있어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佛 재정적자 EU 평균 2배이날 프랑스 하원은 바이루 총리에 대한 신임 여부를 표결에 부쳐 불신임을 의결했다. 재적 574명(3명 공석) 중 558명이 투표에 참여해 불신임 364명, 신임 194명으로 불신임 가결 정족수(288명)를 넘겼다. 하원을 이끌고 있는 좌파연합(LFI), 극우 국민연합(RN) 등 거야(巨野)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당 르네상스가 이끄는 중도 범여권 ‘앙상블’이 찬성표로 맞섰지만 불신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의회의 내각 불신임 의결로 바이루 총리와 장관들은 프랑스 헌법 50조에 따라 사퇴하게 된다. 바이루 총리 등 내각이 9일 대통령에게 사임서를 제출하면,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를 임명할 예정이다.바이루 총리는 국방 제외 정부 지출 동결, 공휴일 이틀 축소 등을 통해 440억 유로(약 66조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두고 야당과 갈등을 빚어 왔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5.8%로 유럽연합(EU) 평균(3%)의 약 두 배다. 국가 부채는 GDP의 113%로, 프랑스 국민이 1년간 번 돈을 모두 부채 상환에 투입해도 갚지 못하는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으며 ‘유럽의 돼지들’이라고 불린 스페인(약 104%)이나 포르투갈(약 96%)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바이루 총리는 의회 신임 투표 전 연설에서 “여러분은 정부를 전복시킬 권한은 있지만, 냉혹한 현실은 지울 수 없다”며 “이미 과도한 부채 부담은 더 무겁고 비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과 노동계의 줄파업 예고 속에서 바이루 총리의 긴축안은 폐기됐다.● 巨野 공세에 코너 몰린 마크롱집권 2기 들어 네 번째로 총리를 잃게 된 마크롱 대통령은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연금개혁 여파로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가 사임한 데 이어 가브리엘 아탈,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 등이 긴축 재정 이슈로 줄줄이 옷을 벗었다.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 없이 새 총리를 지명하겠다고 밝혔지만, 거대 야당은 순순히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좌파 연합 내 온건 세력인 사회당과 녹색당은 좌파 출신 총리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는 X에 “다음 총리는 좌파 연합 출신일 수밖에 없다. 총선 1년 만에 프랑스 국민의 표를 존중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과거 프랑스 정치권에서 양대 산맥을 이뤘던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TF1방송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는 정의가 필요하다. 이제 좌파가 통치할 때”라고 말했다.좌파 연합 내 극좌 성향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고려하고 있다. LFI 마틸드 파노 의원은 “우리는 동일한 정책을 계속할 또 다른 총리를 원하지 않는다. 지금 국가가 직면한 문제는 국민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대통령의 퇴진”이라고 했다.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했던 RN 마린 르펜 의원은 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1위인 만큼 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확보해 2027년 차기 대선의 기반을 닦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르펜 의원은 의회 신임 투표 전 정견 발표에서 “대통령의 사임은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법적, 정치적, 도덕적으로 (의회) 해산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프랑스 하원이 8일(현지시간)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취임한 바이루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총사퇴하게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며칠 안에 새 총리를 임명할 방침이다.프랑스 하원은 이날 바이루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진행해 신임 194표, 불신임 364표로 불신임을 결정했다.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가 불신임에 찬성하면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하원이 내각 불신임을 결정함에 따라 바이루 총리는 이르면 9일 오전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부 사퇴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하원 불신임 직후 며칠 안에 새 총리를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바이루 총리는 내년도 긴축 재정안을 두고 논란을 계속해왔다. 바이루 총리는 프랑스의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 수준에 달하자 내년도 긴축 재정을 편다고 발표했다. 국방 예산을 제외한 정부 지출을 동결하고,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공휴일을 이틀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루 총리는 이날 신임 투표에 앞서 진행된 연설에서 “여러분은 정부를 전복시킬 권한은 있지만, 현실을 지울 권한은 없다. 현실은 냉혹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출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부채 부담은 점점 더 무겁고 비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에 끝내 긴축안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다.직전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출범 3개월 만에 단명한 데 이어 바이루 총리까지 물러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는 더 축소될 전망이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