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박경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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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보건44%
사회일반37%
인사일반7%
교육3%
사건·범죄3%
대통령3%
기타3%
  • 주치의가 3개월마다 면담… 운동-수면 습관도 챙겨 [품위 있는 죽음]

    “팔을 움직일 때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허벅지에 힘을 주세요. 함께 외쳐요.” 싱가포르 동부 시메이 지역 주택개발청(HDB) 아파트 단지. 필로티 1층 빈 공간에 화려한 운동복을 입은 할머니 등 주민 45명이 줌바 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근력과 유연성, 균형감 강화 등 3가지로 나뉜 수업은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사 크리스틴 촉 씨(60)는 “수강생 중 노인이 많아 허벅지 근력을 강화하는 동작을 많이 배치했다”며 “허벅지 근육이 약하면 활동량이 줄고 배변에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3년 5월부터 개인별 건강 계획을 수립하고 건강한 운동과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더 건강한 싱가포르(Healthier S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0세 이상 국민과 영주권자가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주치의가 배정된다. 가입자는 주치의와 3개월마다 면담하고 운동, 수면 등 생활습관을 관리받는다. 싱가포르는 질병을 예방해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궁극적으로 의료비를 줄이려고 한다. 김성훈 싱가포르경영대(SMU) 경제학과 교수는 “싱가포르인 건강 수명은 남성 73.9세, 여성 76세”라며 “(이미 건강 수명이 길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생활 습관을 개선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2021년 기준 72.5세다. 정부 건강증진위원회(HPB)가 운영하는 ‘헬시 365(Healthy 365)’ 애플리케이션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헬시 365’ 앱에 가입하면 일단 20싱가포르달러(약 2만1600원) ‘포인트’가 주어진다. 이후 K팝 댄스, 요가, 킥복싱 등 정부가 지정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식습관과 수면습관을 개선하면 포인트를 받는다. 포인트는 바우처로 교환해 마트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현금성 보상에 힘입어 ‘더 건강한 싱가포르’에는 이달 17일 기준 130만 명이 넘게 가입했다. 40세 이상 싱가포르 인구가 22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40세 이상 2명 중 1명이 참여하는 셈이다. 유방암을 앓고 있는 차우 쿡 란 씨(86)는 도보 10분 거리 자택에서 걸어와 줌바 교실에 참여했다. 차오 씨는 “줌바 교실에 참여하기 전에는 다리가 아팠는데, 춤을 추면서 오히려 다리가 좋아졌다”며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혼자 있을 때보다 건강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 건강한 싱가포르’는 노인 일자리도 창출한다. 촉 씨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줌바 강사로 일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그는 평일에는 병원에서 의료 데이터 관리자로 근무하고 주말에는 줌바 강사로 활동한다. 5년 전 줌바를 배운 뒤 무릎 통증이 사라져 아예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촉 씨는 “줌바 수업 1시간을 할 때마다 75싱가포르달러(약 8만 원)를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며 “운동을 통해 이웃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싱가포르=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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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시설 아닌 집에서 여생 보내게… 아파트에 병원 연계 센터 [품위 있는 죽음]

    “자밀라, 왼팔을 주세요. 요즘은 어떤 TV 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나요.” 싱가포르 동부 베독 지역 주택개발청(HDB) 공공아파트. 간호사 셰릴 샤즈와니 빈테 자카리아 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자밀라 씨(80) 자택을 방문해 혈압을 재며 이같이 물었다. 자밀라 씨는 3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자택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 대신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활동적 노년 센터(Active Ageing Centre·AAC)’ 소속 간호사 등이 찾아와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 214개 AAC가 싱가포르 전역에서 운영 중이다. 한국의 노인복지관이 주로 여가활동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에 싱가포르 AAC는 병원과 연계해 의료, 식사, 청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의료-식사-청소 모두 제공하는 동네 돌봄 센터 싱가포르는 2009년 통합돌봄청(AIC)을 설립하면서 노후에도 입원하지 않고 자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AAC와 지역사회 중심의 ‘원스톱’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자밀라 씨처럼 혼자 사는 치매 환자도 자택에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은 내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두 국가 모두 2030년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일 것으로 전망돼 고령화 속도는 비슷하지만 싱가포르가 17년가량 일찍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AAC 확대 및 지원을 위해 2024∼2028년 9억4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조227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직접 신청하거나 병원을 통해 의뢰하면 AAC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평가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AIC는 지역사회에 마련된 여러 돌봄 서비스와 연계하고 중복 지원을 방지하는 등 조정자 역할을 맡는다. 자밀라 씨는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타이화콴자선재단 산하 베독 AAC가 방문간호, 도시락 배달, 병원 진료 동행, 교통 지원, 방문 요양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와 별도로 AAC와 연계된 후원 단체는 각종 식품을 지원한다. AAC가 노인들의 건강과 일상생활을 모두 관리해 치매를 앓으며 혼자 사는 노인도 자택 생활이 가능하다. 자밀라 씨는 과거 화장실이 아닌 곳에 배뇨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AAC의 도움을 받으며 현재는 해당 문제가 해결됐고 보행기 없이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증세가 호전됐다. 베독 AAC는 창이종합병원 간호팀과 함께 지역 보건지소를 운영한다. 창이종합병원 의사가 매주 방문해 노인 건강 상담과 진료를 한다. 복용하는 의약품을 가져오면 겹치는 성분이 있는지 따져 조정하고 다른 병원으로 연계해야 하는 경우 진료의뢰서를 써준다. 최근 퇴원한 노인을 위해 낮 시간 동안 한시적으로 돌보는 일시 보호소도 운영한다. 보호자가 출근한 시간대에 머물며 간호사들의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식사, 빨래, 목욕 서비스도 제공한다. 베독 AAC를 운영하는 타이화콴자선재단 소속 의사 탕문렁 씨는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도 인건비가 발생하지만, 자택에 머물면 환자가 필요한 것만 AAC가 지원하면 된다”며 “지역사회가 건강 관리를 책임지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과 연결해 사회적 비용 줄이고 고독 방지AAC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보드게임, 치매환자를 위한 식습관 교육, 디지털 문해력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택시 기사로 일하다 은퇴한 초 추잉 씨(80)는 매주 3, 4일 AAC 등을 찾아 거동이 어려운 노인의 휠체어를 밀어준다. 이른바 ‘마이크로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병원 진료가 있으면 동행한다. 초 씨는 “아직 나 자신은 잘 돌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AAC를 중심으로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AAC를 통해 이웃이 만나고 교류하면 고독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사적 도움도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시티 아이샤 빈테 모하맛 유누스 베독 AAC 센터장은 “노인들은 대부분 한 동네에 오래 살기 때문에 이웃들과 가깝게 연결되길 원한다”며 “AAC를 통해 연결된 노인들이 서로를 돕는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에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지내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폴린 스트라우겐 싱가포르경영대(SMU) 성공적 노화를 위한 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노후에도 병원에 누워 있지 않고 살던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노화를 겁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싱가포르=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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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병원 전공의 복귀 70~80% 될 듯…필수의료는 50% 안팎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하반기 모집이 진행되는 가운데, 주요 병원 하반기 전공의 모집공고에서 전공의들이 정원의 70~80% 수준으로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월 의정 갈등이 발생한 이후 첫 전공의 대규모 복귀다. 다만 지역별, 과별 복귀율에 차이가 나 필수 의료·지역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 “하반기 전공의 모집 70% 이상 지원”20일 의료계에 따르면 19일 하반기 전공의 지원을 마감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소속 가톨릭중앙의료원 3개 대형 병원에 전공의 약 1300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 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은 총 1860명으로 정원의 70% 이상이 지원했다. 이미 각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까지 포함하면 이번 하반기 모집으로 의정 갈등 발생 전 70~80% 수준으로 전공의가 각 병원에 복귀할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련병원을 떠났다. 이후 의정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여러 차례 정부가 여러 특례 조건을 제시하며 복귀를 유도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후 정부가 바뀌고 투쟁 동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전공의 대부분이 이번 하반기 모집에 수련병원 복귀를 택했다. 대다수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지원은 이번 주에 끝난다. 전국 수련병원들의 모집 절차는 병원별 자체 일정에 따라 이달 29일까지 진행된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인턴 3006명, 레지던트 1년 차 3207명, 레지던트 상급 연차(2∼4년 차) 7285명 등 총 1만3498명이 모집 대상이다. 현재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는 2532명이다. ● “필수의료, 지역의료는 지원율 다소 낮아”하지만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전공의 지원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의 필수 의료 전공 지원율은 50% 안팎으로 보인다”라며 “영상의학과 등 인기과 지원율이 다소 높다”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수련병원 지원율도 낮다. 비수도권 병원에서 수련받던 전공의들이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 병원에 공백이 생기는, 이른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수도권 병원들의 경우 지원율이 수도권 병원보다 낮은 5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 이후 아예 전문의가 되기를 포기하고 일반의로 일하겠다는 전공의들이 있는 데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내년 하반기 수련을 마칠 때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이 없어 차라리 내년 3월 복귀를 택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전공의들의 최종 복귀율은 21일 수련협의체 4차 회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4차 수련협의체 회의에서는 입대한 사직 전공의의 수련 보장,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책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련협의체, 국민 참여형 의료 개혁 공론화위원회 등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는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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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수입 509만원 미만, 국민연금 안 깎인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돈을 벌어도 월수입이 509만 원 미만이면 연금 수급액을 줄이지 않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60세 이상 취업자가 700만 명을 넘는 등 고령층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소득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연금 수령액을 모두 줄이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국민연금 감액 개선’ 방안을 국정과제의 일부로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연금 수급액을 줄이지 않는 상한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 월 소득에 추가로 월 소득 200만 원까지 반영해 감액 구간을 설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가입자의 3년 평균 월 소득은 약 309만 원으로 만약 연금 감액을 적용받지 않는다면 월 소득 약 509만 원 미만까지 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된다. 감액 제도는 1988년 국민연금 제도 시행 당시 특정인에게 과도한 소득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연금 재정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연금 수급자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 수령 첫해부터 최대 5년간 수급액 일부가 깎인다. 삭감 대상이 되는 소득 기준과 삭감액은 초과 소득에 따라 다르다. 현재 초과 소득액이 100만 원 미만이면 초과 소득의 5%를 깎는다. 초과 소득이 높을수록 삭감액이 커지는데 연금의 최대 50%까지 감액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퇴직 후 재취업 등으로 소득이 발생해 연금 수급액이 깎인 사람은 2019년 8만9892명에서 지난해 13만7061명으로 약 1.5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이들의 연금 삭감액은 모두 2429억70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이중 초과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사람은 지난해 기준 8만9343명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 당국 협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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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병 고통속 단식 존엄사 선택한 모친… 손 놓아주는 것, 그것도 사랑의 한 부분” [품위 있는 죽음]

    희귀병의 고통 속에서 스스로 곡기를 끊고 삶을 마무리한 어머니. 그 선택을 곁에서 지켜본 의사 딸은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기록해 책 ‘단식 존엄사’를 펴냈다. 대만 중산대 의대 재활의학과 비류잉 교수 이야기다.스스로 물과 음식 섭취를 중단해 사망에 이르는 단식 존엄사는 ‘VSED(Voluntarily Stopping Eating and Drinking)’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미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일부 시행되고 있다.비 교수의 어머니는 64세 때 소뇌에 이상이 생겨 사지가 점점 마비되는 희귀병인 소뇌실조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병세가 악화되며 고통이 심해지자 단식 존엄사를 결심하고 2020년 8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비 교수는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통해 어떤 종류의 사랑은 손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어머니는 어떻게 단식을 결심했나.“평소 어머니는 억지로 치료해 고통을 연장하지 말자는 말씀을 자주 했다. 2019년 병세가 빠르게 악화되면서부터는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고 어떻게 해야 잘 떠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즈음에 어머니가 일본 의사가 단식 존엄사에 대해 쓴 책을 읽고 단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가 20년 동안 병으로 고통받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그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물과 음식을 끊어 죽음에 이르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물론 본인의 강한 의지와 가족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일반인에게 굶어 죽는 아사는 고통스럽지만 임종을 앞둔 이에게는 다르다는 점이다. 단식 존엄사를 선택하는 고령의 중증 질환자는 일반인처럼 허기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어머니가 21일 동안 단식했다. 그 시간은 어떻게 보냈나.“처음 10일 동안에는 음식 섭취량을 천천히 줄이면서 죽과 삶은 채소, 연근물을 드셨다. 11일째부터는 고형 음식을, 13일째부터는 연근물을 끊었다. 갈증이 나면 면봉에 물을 묻혀 입술을 축이는 정도였다. 21일째 어머니는 편안한 얼굴로 돌아가셨다.”―단식 존엄사는 대만에서 논란의 대상이다.“대만 호스피스 학회에서는 단식 존엄사를 지지하지 않는다. 자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네덜란드 등에서는 단식 존엄사를 하기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돼 있다. 죽음의 방식은 환자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식 존엄사에 대한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죽음은 누구나 겪는 마지막 길이다.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족과 일상적으로 죽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논의해야 한다. 그러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최대한 내려놓을 수 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타이베이·신베이=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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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병동 곳곳 ‘연명의료 내가 결정’ 문구…치매환자도 선택권 [품위 있는 죽음]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은 내가 스스로 합니다.’대만 신베이시 단수이구 매카이 메모리얼 병원. 호스피스 병동 곳곳에는 이렇게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히는 사전돌봄계획(Advance Care Planning·ACP) 등록을 안내하는 문구다. 팡춘카이 호스피스 센터장은 “대만은 국민이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왔다”고 설명했다.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2000년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했다.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권리를 한국보다 폭넓게 보장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며 고통을 적절히 완화시키는 호스피스도 잘 정착돼 있다. 2021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발표한 ‘임종 및 돌봄 전문가 평가’에서 대만은 81개 평가 대상국 중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내 생명은 내가 결정한다” 인식 자리 잡아“대만은 20여 년 전부터 ‘내 생명은 내가 결정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사회적으로 논의해 왔습니다.”대만 위생복리부(보건복지부) 류위핑 의료부 국장은 대만의 연명의료 관련 법과 제도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류 국장은 “반대하는 의견도 물론 있었지만 죽음의 방식을 선택하는 건 인권 문제라는 인식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대만에서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이른바 ‘왕샤오민’ 사건이다. 1963년 고교생이었던 왕샤오민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그의 어머니가 1982년부터 정부 등에 딸의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고 2000년 ‘안녕완화의료조례’, 2019년 환자 자주 권리법이 시행되면서 현재 제도가 완성됐다.대만에서는 병원에서 의료진과 상담한 뒤 ACP를 등록하면 향후 △말기 환자 △비가역적인 혼수 상태 △영구적인 식물 상태 △극중증 치매 △그 밖에 고통을 참기 어렵거나 질병이 회복될 수 없고 현재 의료 수준으로는 적절한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도 ‘사망 직전’일 때만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대만이 한국보다 연명의료 중단 범위를 훨씬 넓게 인정한다.등록 절차도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보건소나 민간 기관에서 담당 직원과 간단한 상담을 받은 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지만, 대만에서는 의료진과 1시간가량 상담한 뒤 ACP를 등록한다. 국립 대만대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청사오이 가정의학과 교수는 “ACP는 전국 280개 병원에서 상담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 ACP에 등록하면 해당 정보가 건강보험 카드에 등록되고 이후 모든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른바 ‘웰다잉(Well-Dying)’ 관련 민간 움직임도 활발하다. 비영리단체(NPO) 대만 호스피스 재단에서는 무료 전화 상담을 한다. 재단의 창샤팡 이사장은 “ACP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걱정되고 고민되는 점에 대해 누구든 전문 간호사와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대상 질환에도 제한 없어대만이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방법은 호스피스 활성화다. 대부분 암 환자만 호스피스를 받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에 제한이 없다. 매카이 메모리얼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도 절반가량이 암 환자였고, 나머지 절반은 암이 아닌 다른 질환 환자들이었다.병동에서 만난 쑨보펀 씨(68)도 입원한 96세 노모와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쑨 씨는 “3년 전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상태가 급작스레 악화돼 모르핀을 맞다가 돌아가시는 걸 보면서 어머니만큼은 편안하게 보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이곳의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어머니가 떠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병상에 누운 노모는 담당 의사가 지나가자 손짓을 하며 천천히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팡 센터장은 “사람은 숨이 멎어 관이 닫힐 때 비로소 그 인생이 정의된다는 말이 있다”며 “호스피스는 인생의 가장 끝에서 마지막 길을 함께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타이베이·신베이=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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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후 일해도 연금 안 깎인다…월수입 509만원 미만이면 전액 지급

    국민연금 수급자가 돈을 벌어도 월수입이 509만 원 미만이면 연금 수급액을 줄이지 않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60세 이상 취업자가 700만 명을 넘는 등 고령층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소득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연금 수령액을 모두 줄이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국민연금 감액 개선’ 방안을 국정과제의 일부로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연금 수급액을 줄이지 않는 상한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 월 소득에 추가로 월 소득 200만 원까지 반영해 감액 구간을 설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가입자의 3년 평균 월 소득은 약 309만 원으로 만약 연금 감액을 적용받지 않는다면 월 소득 약 509만 원 미만까지 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된다.감액 제도는 1988년 국민연금 제도 시행 당시 특정인에게 과도한 소득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연금 재정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연금 수급자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 수령 첫해부터 최대 5년간 수급액 일부가 깎인다. 삭감 대상이 되는 소득 기준과 삭감액은 초과 소득에 따라 다르다. 현재 초과 소득액이 100만 원 미만이면 초과 소득의 5%를 깎는다. 초과 소득이 높을수록 삭감액이 커지는데 연금의 최대 50%까지 감액한다.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퇴직 후 재취업 등으로 소득이 발생해 연금 수급액이 깎인 사람은 2019년 8만9892명에서 지난해 13만7061명으로 약 1.5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이들의 연금 삭감액은 모두 2429억70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이중 초과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사람은 지난해 기준 8만9343명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 당국 협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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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삭감 대상 ‘月소득 509만원 이상’으로 기준 높인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월 수입이 509만 원 이내라면 연금 수령액이 깎이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령층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이 생겼다는 이유로 연금액을 삭감당하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19일 정부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국민연금 감액 개선을 국정과제의 일부로 제안했다. 기존에는 국민연금 수급자의 소득이 가입자 평균 소득인 월 308만9062원을 초과하면 최대 5년간 50%까지 연금이 깎이는데 해당 제도를 개선하는 차원이다. 정부는 가입자 평균 소득에서 초과한 금액이 월 200만 원 미만인 이들을 대상으로 감액 제도를 폐지할 것을 검토중이다. 만약 감액 제도가 폐지된다면 월 소득이 약 509만 원 이하인 이들은 연금 감액을 받지 않게 된다. 감액 제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는 2030년까지 5356억 원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에 따르면 퇴직 후 재취업 등으로 소득이 발생해 연금 수급액이 깎인 사람은 2019년 8만9892명에서 지난해 13만7061명으로 약 1.5배 늘었다. 지난해 이들의 연금 삭감액은 모두 2429억7000만 원이었다. 특히 이중 초과소득월액이 200만 원 미만인 이들은 지난해 기준 8만9343명에 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안은 없으나 재정당국 협의 등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기초연금제도에서 부부 감액도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현재 본인과 그 배우자가 모두 기초연금 수급권자인 경우 법에 따라 각각의 기초연금액에서 20%를 빼고 지급한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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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들 돌봄은 기본… 남겨진 가족들 마음건강도 챙겨 [품위 있는 죽음]

    “내가 평생을 찾아 헤맨다 해도 당신 같은 사람은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지난달 14일 영국 런던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정원. 높이 3m가 넘는 거대한 나무 앞에서 로이 벤슨 씨(81)가 손에 종이를 쥐고 자신이 쓴 시를 한 자씩 읊었다. 벤슨 씨는 호스피스에서 아내와 사별한 뒤 느낀 감정을 담아 시를 썼다. 행사에 참여한 30여 명의 유가족은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고 때로는 웃으며 벤슨 씨가 낭독하는 시를 들었다. 유가족들은 세상을 떠난 가족이 머물던 호스피스를 찾아 고인을 기리면서 함께 추억했다. 호스피스는 유가족을 공동체의 일부로 보고 사후에도 유가족에 대한 정서적 지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나무에 리본을 매는 행사도 열렸다. 정원에 놓인 나무에는 300개가 넘는 리본이 흩날렸다. 리본에는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날 행사에는 20년 전 호스피스에 머무른 가족을 떠나보낸 이도 참석했다. 호스피스 곳곳에는 쪽지와 함께 작은 인형도 놓여 있었다. 쪽지에는 ‘내가 당신을 미소짓게 만든다면 집에 들고 가 달라. 당신이 슬프다면 나를 꼭 잡고 있어 달라. 그러면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적혀 있었다. 3년 전 이곳에서 아내와 사별한 애덤 분 씨(61)는 “아들은 이곳에서 정신건강 상담을 꾸준히 받고 있다”며 “가족을 잃은 사람들끼리 슬픔을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일종의 공동체에 가입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매년 1000명이 넘는 유가족이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방문한다. 호스피스는 유가족들이 찾아오는 기념행사 외에도 정기적인 애도 모임을 통해 유가족 간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 심리 상담 프로그램 또한 제공된다. 피오나 워킹쇼 유가족 지원 책임자는 “유가족 돌봄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유가족들이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돕고, 또 슬픔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 호스피스 운동을 제안한 영국 간호사 시실리 손더스는 ‘총체적 고통’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단일한 고통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차원에서 고통을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영적 고통은 종교와 무관하게 자아와 관련한 실존적인 고민에서 비롯된 고통에 가깝다. 호스피스 소속 목사인 앤드루 굿헤드 씨는 “총체적인 고통의 관점에서 최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이러한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총체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호스피스에서도 유가족에 대한 정서적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프린세스 앨리스 호스피스의 지역사회 돌봄 담당자 레이철 바삭 씨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게 애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슬퍼하는 이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정서적, 재정적 지원을 연결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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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 있는 듯” 호스피스 원조 英, ‘임종-돌봄 평가’ 1위 [품위 있는 죽음]

    지난달 14일 영국 이셔시 프린세스 엘리스 호스피스. 이곳에 입원 중인 레이철 리베카 씨(60)는 대장암 말기 환자다. 그는 삶의 마지막을 보낼 곳으로 병원, 요양원 등을 살피다 호스피스를 택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완화의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시설을 가리킨다. 리베카 씨는 “가족에게도 질병과 아픔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임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집과 가까워서 남편과 자녀들이 자주 방문한다. 마치 집에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현대 호스피스 운동은 1967년 영국 간호사 시슬리 손더스가 처음 제안해 시작됐다. 호스피스의 원조국 격인 영국에서는 입원형과 방문형 등으로 연간 30만 명 이상이 호스피스를 이용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2021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발표한 ‘임종 및 돌봄 전문가 평가’에서 영국은 81개 평가 대상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년)을 의결해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2023년 188곳에서 2028년 3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웰다잉 논의의 경향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1.1%는 말기·임종기 환자의 통증 완화 등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호스피스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호스피스 센터서 통증치료-요가… 마지막 순간까지 ‘일상’ 누려〈2〉 ‘임종-돌봄’ 평가 1위 英 호스피스가정방문 호스피스 등 30만명 이용… 기부금 등으로 전액 무료로 운영유언장 작성-장례 절차도 도와… “심리적 안정감 찾는데 큰 도움”지난달 14일 영국 런던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암 환자 팜 에릿 씨(91)는 정원이 보이는 1층 식당에서 다른 외래 환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에릿 씨는 “매주 한두 차례 찾아와 진료를 받고 통증 관리를 한다. 여기 오면 마음이 편안해져 내가 죽는다는 게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립샘암을 앓고 있는 마이클 자비스 씨(92)도 “병원 밥이 아닌 일반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호스피스는 중세 유럽 여행자에게 숙박을 제공하던 작은 교회를 의미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는 죽음에 가까워진 환자에게 생명의 연장과 완치보다는 현재 ‘삶의 질’에 무게를 두고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 현대 호스피스 운동을 제안한 영국 간호사 시실리 손더스(1918∼2005)는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에서 환자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생애 마지막 고통 줄이는 의료 서비스 호스피스는 입원과 재택, 외래진료 등의 형태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통증 관리, 약물 투여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자궁경부암 환자 퍼트리샤 화이트 씨(91)는 “새벽에 통증이 심할 때도 버튼을 누르면 24시간 상주하는 간호사들이 바로 달려온다”고 말했다. 화이트 씨의 딸 리즐리 씨(60)는 “애초 의료진은 집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라고 했지만, 집에서 어머니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행히 입원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호스피스는 장례 지원, 유언장 작성 등 환자 가족의 장례 관련 절차도 돕는다.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찾아 환자 가족에게 연계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인 베스 퀘시가 씨는 “환자 임종 직전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며 “아버지가 죽기 직전 딸의 결혼식에서 틀어줄 영상을 녹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운영에는 자원봉사자가 다수 참여한다. 말기 전립샘암 환자 딜리프 바르마 씨(66)는 런던 자택에 거주하며 최근 4년간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바르마 씨는 “환자들이 임종까지 나 자신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존엄한 죽음’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다양한 죽음에 대해 미리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치료나 재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서리주 이셔시 프린세스 앨리스 호스피스에는 ‘웰빙 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환자와 환자 가족이 아로마 세러피, 요가, 보드게임 등을 즐기며 심리적 안정을 취한다. 환자들이 물리치료를 받거나 근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육관도 설치됐다. 소피아 모나스티리오티 웰빙 매니저는 “누구에게나 (아프기 전) 일상을 살게 하는 건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존엄한 죽음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 필요”영국 호스피스 협의체 호스피스UK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약 220개의 독립 호스피스가 운영되고 있다. 호스피스 의료진이 가정에 방문해 진료하는 가정 방문형 호스피스 사례도 많아 호스피스 이용자는 약 30만 명에 달한다. 이용자들은 전액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기부금, 자선 활동 등을 통해 마련한다. 전문가들은 어떤 죽음이 ‘존엄한 죽음’인지에 대해 미리 활발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통해 죽음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영국에서는 2009년부터 죽음과 임종에 대한 대화를 장려하는 캠페인인 ‘다잉 매터스 캠페인’을 개최됐다. 찰리 킹 호스피스UK 대외협력이사는 “많은 사람들은 죽음과 상실에 대해 말하기 꺼리지만 두려움을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퀴즈, 광고 등을 만들어 존엄한 죽음과 관련해 대화할 수 있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런던·이셔=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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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 대신… 간호사-약사-간병사 팀 꾸려 중증환자 자택 치료 [품위 있는 죽음]

    “병원 치료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환자 몸무게가 너무 나갑니다. 집에서 체중을 더 감량한 뒤 입원을 고려해야 합니다.”4일 오전(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방문간호센터. 간호사 10여 명이 모여 이날 방문할 환자 상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환자별 담당 간호사는 정해져 있지만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좀 더 적절하게 치료하기 위해 매일 아침 회의를 갖는다. 회의를 마친 뒤 간호사들은 자신이 맡은 환자 집으로 향했다. 덴마크는 1937년 생후 1년 이내 아동 질병을 줄이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산모와 아기를 대상으로 간호사 가정 방문 제도를 처음 도입됐다. 유아 사망률이 크게 떨어지며 방문간호의 개념이 덴마크 사회에 자리를 잡았다. 1958년 가사 보조 및 가정 간병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고령자를 위한 방문간호 서비스가 법제화됐다. 1960, 70년대 고령화율이 10%를 넘기며 고령자 방문간호 서비스가 확대됐다.● 간호사-약사-간병사 함께 방문간호도방문간호사 멧테 비스고르 씨(41)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마친 뒤 마레크 푸시오 씨(72)의 자택을 찾았다. 하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비스고르 씨는 “푸시오 씨는 보통 직접 문을 열어줬는데, 오늘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방문간호사는 환자가 직접 문을 열 수 없는 정도의 상태를 대비해 미리 디지털 열쇠를 받아둔다. 푸시오 씨는 하반신이 부어 작은 상처도 잘 치료되지 않는 상태로 침대에 누운 채 방문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스고르 씨는 가져온 의료 상자에서 붕대와 약물 등을 꺼내 엉덩이와 발가락의 상처 부위에 피부 재생 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았다. 푸시오 씨가 “환기하고 싶으니 베란다 문 좀 열어 달라”고 말하자 비스고르 씨는 가족처럼 편하게 문을 열어줬다.코펜하겐시 소속 방문간호사는 24명이다. 간호사 한 명이 하루에 8∼12곳을 방문해 환자를 돌본다. 중증도에 따라 주 1회부터 하루 2차례까지 방문 빈도는 다양하다. 간호사 1명이 순회하며 환자들을 진료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중증 환자의 경우 약사, 간병사 등 최대 4명이 팀을 꾸려 이동하기도 한다. 고령자가 최대한 자택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13년간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다 1년째 방문간호사로 일하는 비스고르 씨는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임상 경험 2년을 채우면 방문간호사로 일할 수 있다”며 “의사 없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므로 요건보다 긴 임상 경험을 쌓고 방문간호사를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적절한 시기 계획해야 자택 사망 준비 가능”덴마크는 자택 돌봄 서비스가 발달해 있다. 2020년 스웨덴 스톡홀름대 조사에 따르면 북유럽 4개국 중에서 65세 이상이 방문간호 등 자택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덴마크가 11.3%로 가장 높았다. 스웨덴 8.4%, 노르웨이가 7.3%, 핀란드는 5.8% 등의 순이었다.덴마크는 오랜 기간 재택 요양 정책을 추진해 왔다. 고령층과 환자들이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들어가기보다는 최대한 지역사회에 머물면서 돌봄을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와 방문간호사, 간병사는 이웃으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그렇다고 생전에 마냥 자택에서 죽음을 차분히 준비하는 건 아니다. 죽음에 대해 쉽게 언급하지 않고 임종이 가까워지면 여전히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려는 가족들도 많다. 오베 고르보에 호르센스병원 교수는 “의료진도 사망에 대해 언급하기를 금기시하기도 한다”며 “그래도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적절한 시기에 계획해야 바람대로 집에서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코펜하겐시에 사는 80대 노인 포울 소렌센 씨의 집에는 하루 최대 돌봄 인력 3명이 방문한다. 그는 호흡이 약해져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며 비상 상황을 대비해 오른손 손목에는 인근 병원으로 연결되는 호출 벨을 착용하고 있다. 소렌센 씨의 아내 수산 씨는 “방문간호사가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함께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며 “돌봄 서비스도 만족스럽지만 좋은 말동무가 생겼다는 점도 고령자에게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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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요양원에 AI센서 설치… 낙상 조치까지 147분→3분 [품위 있는 죽음]

    7일(현지 시간) 덴마크 칼룬보르 지역 공공요양원인 뉘방스파르켄. 이곳에서는 올 3월 전체 66개실 중 30개실에 고령 거주자의 움직임과 호흡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센서를 천장에 설치했다. 요양원장 율리 쇼프 씨는 “전에는 낙상을 우려해 거주자가 잘 자고 있는지 2시간마다 방문해 살폈다”며 “어르신을 불필요하게 깨우는 경우가 많았다. 센서를 설치한 뒤 따로 방문하지 않아도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덴마크는 고령자 요양 서비스를 담당하는 돌봄 인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AI, 로봇, 디지털 기기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덴마크는 65세 이상 비율이 2019년 19.6%에서 2050년 24.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2035년 고령자 간병 인력은 필요 대비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르스텐 한센 덴마크 고령부 차관(사진)은 본보 인터뷰에서 “지난달 노인법을 개정해 공공 돌봄 서비스 제공자를 민간 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AI 돌봄 기술에 현재보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등 기술 기업 약 35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공공요양원에 설치된 AI 센서는 의료기기 제작사 테톤이 만들었다. 간병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맡고 있는 거주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떤 행동을 할 때 알림을 받을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치매 거주자의 경우 사소한 움직임을 보여도 낙상 등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올리베르 옌센 테톤 사업개발디렉터는 “과거 요양원에서 낙상이 발생했을 때 간병사가 거주자에게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7분이었다. AI 센서 설치 뒤에는 3, 4분으로 줄었다”고 말했다.이 기기는 호흡 분석 등을 통해 향후 발병 소지가 있는 질병까지 예측한다. 호흡이 가빠지거나 일시적인 호흡 곤란이 반복될 경우 호흡기 관련 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후 담당 간병사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다. 걸음걸이 패턴이 바뀌었을 때 어떤 운동을 늘려야 하는지도 조언한다. 디사 크론시외 테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현재는 고령층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유형을 분류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기기는 설치 비용이 100만 원 소요되고 매달 수십만 원의 유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비용은 지자체와 요양원이 예산에서 모두 충당하고 있다. 70대 거주자 혼 테일 씨는 “방에 처음 센서가 설치됐을 때는 나를 감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위급 상황 때 직원들이 나를 훨씬 빨리 찾을 수 있어 오히려 안심된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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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불안장애’ 4년전 보다 65% 증가…“과도한 경쟁-학습 부담 등 원인”

    지난해 불안장애로 진료받은 10대 환자가 4년 전보다 6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학업 경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노출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안장애로 진료받은 10∼19세 환자는 4만1611명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이는 4년 전인 2020년 2만5192명과 비교하면 65.2% 증가한 수준이다. 10대 불안장애 환자 수는 △2021년 3만2008명 △2022년 3만7401명 △2023년 3만8283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10세 미만 환자도 2020년 2311명에서 지난해 4336명으로 87.6% 증가했다. 불안장애는 공황장애, 분리불안장애 등 비정상적인 불안과 공포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일으키는 질환을 의미한다. 전체 연령대에서 불안장애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전체 불안장애 환자는 2020년 75만7251명에서 지난해 91만385명으로 20.2% 늘어났다. 20대 환자 증가율은 24.7%, 30대는 30.0%, 40대는 25.3%, 50대는 12.4%, 60대는 14.7% 등이다. 10대 불안장애 환자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과도한 학습 부담, 학업 경쟁 등이 꼽힌다. 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진료량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SNS가 인간관계에서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혼자서만 고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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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AI 상담사’가 찾은 복지사각 26만명

    50대 김모 씨는 최근 거주지 주민센터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메시지에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읍면동 AI 복지 상담 전화를 꼭 받아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30분 뒤 김 씨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고 발신자는 자신이 ‘인공지능(AI) 상담사’라고 밝힌 뒤 “체납, 채무 등으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었다. 김 씨는 “내야 할 돈이 너무 많은데 최근 직장을 잃어 힘들다”고 답했다. 통화를 마친 김 씨는 이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취업 상담 등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AI 활용 복지 사각지대 발굴 초기 상담 정보 시스템’을 운영한 결과 경제적 어려움 등에 처한 26만 명이 지자체와 연결돼 긴급 생계 지원, 취업 정보 제공 등의 복지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I 상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I 상담사가 1년간 43만 명 상담 14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AI 활용 복지 사각지대 발굴 초기 상담 정보 시스템’을 통해 43만1087명이 상담을 마쳤으며 이 중 26만5954명이 지자체와 연계돼 지원을 받았다. 정부는 매년 6차례 단전, 단수 등 47종의 위기정보를 입수, 분석해 복지위기가구를 파악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위기 가구와 복지 수요를 파악한 다음 심층 상담과 가구 방문 상담을 진행해 사회보장급여를 주거나 민간 서비스를 연계한다. 기존에는 지자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초기 상담했으나 지난해 7월부터 전국 101개 시군구에서 AI 상담이 시범적으로 도입됐다.초기 상담은 자동전화 시스템이 담당한다. AI 시스템이 위기 의심 가구에 전화를 걸어 시나리오에 기반해 상담한다. 건강, 경제 상황, 고용위기 등과 관련한 공통 질문을 한 뒤 위기 정보와 관련해 추가 질문을 던져 복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파악한다. 수도권 기초단체 관계자는 “상담 도중에 대상자가 전화를 끊더라도 우선 생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 내용은 지자체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되고 이후 심층 상담이 이뤄진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는 대상자가 전화를 받도록 미리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안내한다. 긴급하게 복지 도움이 필요한 가구는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속하게 연락하도록 담당 공무원의 연락처를 함께 전달한다. AI 상담이 고령층에 낯설 수 있지만 복지 수요가 많은 연령대라 상담을 완료한 비율은 젊은 층에 비해 높았다. 20대 상담 완료율은 18.5%에 그쳤으나 60대 이상에선 상담 완료율이 46.8%에 달했다.● “AI 상담 오류 가능성… 인간이 보완해야”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등 복지 관련 인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순 업무에 AI를 활용해 예산과 비용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람은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영역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경각심이 큰 상황에서 취약계층이 AI 상담과 사기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사기로 판단해 상담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AI가 오류를 일으키는 등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를 완벽하게 찾아내기는 쉽지가 않다”며 “AI가 복지 수요를 찾아내면 사람이 평가하고 보완하는 등 사람과 AI가 함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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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십자에 비트코인 1개, ‘코인기부 시대’ 열려

    70대 개인 투자자가 취약계층을 돕는 데 써달라며 대한적십자사에 가상자산을 맡겼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기부금 현금화 목적 거래를 허용한 뒤 개인이 고액 디지털 자산을 기부한 첫 사례다. 적십자사는 13일 개인 투자자 김거석 씨(78)가 취약계층 의료 지원과 수해 구호를 위해 써달라며 비트코인 1개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 씨가 맡긴 비트코인 1개는 정부 가상자산 기부금 현금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금으로 바꾼 뒤 전액 취약계층 의료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적십자사는 전날과 이날 각각 0.5비트코인씩 현금화해 약 1억6000만 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부 방식도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기부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부 형태로 더 많은 분이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자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적십자사에 1억 원을 기부하며 고액 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283호 회원이 됐다. 이후에도 투자에서 번 돈 1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하며 적십자사 ‘10억 클럽’ 1호 회원이 됐다. 김 씨가 현재까지 적십자사에 기부한 액수는 9억6000만 원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김 씨의 가상자산 기부를 계기로 향후 다양한 형태의 기부문화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부금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집행해 취약계층이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고 수해 피해 주민들은 조속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김 씨의 기부로 서울적십자병원에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누구나진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이 센터에서 진료를 받으면 내부 심사를 거쳐 진료비 본인부담금 50∼100%를 지원한다. 김 씨는 센터 개소식에서 “아픈데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고 힘들게 사는 이를 돕고 싶었다”며 “장애인과 노숙인, 위기가정 등 어려운 분들이 아플 때 마음 편히 치료받고 건강히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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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거석씨 적십자에 1비트코인 쾌척…누적 10억원 낸 개인투자자

    70대 개인 투자자가 취약계층을 돕는데 써달라며 대한적십자사에 가상자산을 맡겼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기부금 현금화 목적 거래를 허용한 뒤 개인이 고액 디지털자산을 기부한 첫 사례다.적십자사는 13일 개인 투자자 김거석 씨(78)가 취약계층 의료 지원과 수해구호를 위해 써달라며 비트코인 1개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 씨가 맡긴 비트코인 1개는 정부 가상자산 기부금 현금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금으로 바꾼 뒤 전액 취약계층 의료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적십자사는 전날과 이날 각각 0.5 비트코인씩 현금화해 약 1억6000만 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 씨는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부 방식도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기부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부 형태로 더 많은 분이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자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김 씨는 지난해 12월 적십자사에 1억 원을 기부하며 고액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283호 회원이 됐다. 이후에도 투자에서 번 돈 1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하며 적십자사 ‘10억 클럽’ 1호 회원이 됐다. 김 씨가 현재까지 적십자사에 기부한 액수는 9억6000만 원이다.적십자사 관계자는 “김 씨의 가상자산 기부를 계기로 향후 다양한 형태의 기부문화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부금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집행해 취약계층이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고 수해 피해 주민들은 조속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올해 3월에는 김 씨의 기부로 서울적십자병원에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누구나진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이 센터에서 진료를 받으면 내부 심사를 거쳐 진료비 본인부담금 50∼100%를 지원한다. 김 씨는 센터 개소식에서 “아픈데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고 힘들게 사는 이를 돕고 싶었다”며 “장애인과 노숙인, 위기가정 등 어려운 분들이 아플 때 마음 편히 치료받고 건강히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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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가족까지 고통’ 1형 당뇨, 내년 5월부터 장애 인정

    지난해 1월 충남 태안에서 8세 딸과 부부가 사망한 비극을 부른 ‘중증·난치성(1형) 당뇨’의 정부 지원과 관련해 정부가 1형 당뇨 환자를 장애로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형 당뇨 환자, 췌장 이식 환자 등이 포함된 ‘췌장 장애’를 신설한다. 12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1형 당뇨병 장애 인정을 위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 스케줄 등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시행 규칙 및 고시 개정안’을 확정하고 다음 달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췌장 장애를 16번째 장애 유형으로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는 10월 개정안을 공포한 뒤 이르면 내년 5월 시행한다. 1형 당뇨는 지난해 1월 충남 태안군에서 한 부부가 1형 당뇨를 앓던 8세 딸과 함께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 이 부부는 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인슐린을 거의 생성하지 못하는 19세 미만의 1형 당뇨 환자는 1만4480명에 달한다. 2018년(1만1473명)과 비교해 4년 새 26% 넘게 늘었다. 1형 당뇨가 장애로 인정되면 장애아가족 양육 지원, 장애인의료비 지원, 장애아동 수당 등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는 “1형 당뇨가 장애로 인정된다면 질환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형 당뇨는 면역 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세포를 공격해 인슐린을 매우 적게 만들거나 거의 만들지 못하게 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식습관 등으로 나이가 든 뒤 생기는 2형 당뇨와는 달리 어렸을 때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 전체 당뇨병의 2% 정도를 차지하지만 외부에서 인슐린을 적절한 시기에 주입하지 않으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 합병증으로 숨질 수도 있다. 서 의원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장애 유형에 췌장 장애 항목을 신설해 1형 당뇨 환자도 체계적인 정부 지원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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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태안 일가족 비극’ 부른 1형 당뇨, 장애 인정받는다

    지난해 1월 충남 태안에서 8세 딸과 부부가 사망한 비극을 부른 ‘중증·난치성(1형) 당뇨’의 정부 지원과 관련해, 정부가 1형 당뇨 환자를 장애로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형 당뇨 환자, 췌장 이식 환자 등이 포함된 ‘췌장 장애’를 신설한다.12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1형당뇨병 장애 인정을 위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 스케줄 등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시행규칙 및 고시 개정안’을 확정하고 다음달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췌장장애를 16번째 장애 유형으로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는 10월 개정안을 공포한 뒤 이르면 내년 5월 시행한다.1형 당뇨는 지난해 1월 충남 태안군에서 한 부부가 1형 당뇨를 앓던 8세 딸과 함께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 이 부부는 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인슐린을 거의 생성하지 못하는 19세 미만의 1형 당뇨 환자는 1만4480명에 달한다. 2018년(1만1473명)과 비교해 4년 새 26% 넘게 늘었다.1형 당뇨가 장애로 인정되면 장애아가족 양육지원, 장애인의료비 지원, 장애아동 수당 등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는 “1형당뇨가 장애로 인정된다면 질환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1형 당뇨는 면역 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세포를 공격해 인슐린을 매우 적게 만들어지거나 거의 만들지 못하게 만드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식습관 등으로 나이가 든 뒤 생기는 2형 당뇨와는 달리 어렸을 때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 전체 당뇨병의 2% 정도를 차지하지만 외부에서 인슐린을 적절한 시기에 주입하지 않으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 합병증으로 숨질 수도 있다. 서 의원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장애유형에 췌장장애 항목을 신설해 1형 당뇨 환자도 체계적인 정부 지원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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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한 갑 담배, 20년간 흡연시 폐암발생 위험 55배 높여

    20년간 매일 하루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우면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최대 5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세포폐암 환자 100명 중 98명 이상은 담배로 인해 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2004∼2013년 민간검진센터 수검자 13만6965명을 대상으로 흡연에 따른 암 발생 위험도 등을 분석한 결과 흡연자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54.5배 높았다. 위암의 경우 2.4배, 간암은 2.3배, 대장암은 1.5배였다. 소세포폐암은 세포 크기가 작고 빠르게 자라며 전신으로 전이될 수 있는 악성도가 높은 폐암이다. 연구진은 건강보험 자격 자료를 연계해 2020년까지 추적하는 방식으로 생활환경과 유전위험전수가 동일한 수준인 사람의 암 발생 위험도와 기여위험도를 분석했다. 흡연의 소세포폐암 기여위험도는 98.2%로 나타났다. 기여위험도는 특정 위험요인에 노출된 집단의 질병발생률에 해당 위험요인이 기여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흡연의 간암 기여위험도는 57.2%, 위암은 50.8%, 대장암은 28.6%였다. 연구진은 “기여위험도가 98.2%라는 것은 소세포폐암 환자 100명 중 98명은 흡연 때문에 해당 질병에 걸리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전요인이 폐암 발생에 기여하는 정도는 0.7%에 그쳤으나 대장암은 7.3%, 위암은 5.1%로 나타났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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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흡연, 소세포폐암에 미치는 영향 98%…비흡연자의 54배

    지속적인 흡연이 폐암 발생에 현저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30년 이상 담배를 피거나, 하루 한 갑 이상 20년동안 담배를 핀 경우 비흡연자보다 폐암의 발생 위험이 최대 54.5배 높았다. 11일 국민건강보함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국내 발생률 상위 주요 암을 대상으로 생활환경과 유전위험점수가 동일 수준인 사람들의 흡연으로 인한 암 발생 위험도 등을 분석한 결과 흡연이 소세포폐암 발생에 기여하는 정도는 98.2%로 대장암(28.6%), 위암(50.8%), 간암(57.2%)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세포 폐암은 폐암의 한 종류로 세포의 크기가 작고 빠르게 자라며 전신으로 전이되는 특징을 가진 암이다. 또 유전요인이 전체 폐암 발생에 기여하는 정도는 0.7%인 반면, 대장암은 7.3%, 위암은 5.1%를 기록했다. 즉 여타 암종과 비교했을 때 폐암 발생에 흡연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해당 분석은 건보연구원은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과 함께 2004~2013년 전국 18개 민간검진센터 수검자 13만6965명으로 흡연이 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다. 흡연자의 경우 30년 이상, 20갑년 이상(20년간 하루에 한 갑씩 담배를 피운 경우)이 연구 대상으로 분류됐다. 또 건보공단은 담배소송 대상 암종(소세포폐암, 편평세포폐암, 편평세포후두암)의 흡연으로 인한 발생위험도는 다른 암에 비해 높았다고 강조했다. 흡연자의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의 54.5배로 나타났다. 대장암의 경우 1.5배, 간암은 2.3배, 위암은 2.4배를 기록했다. 이선미 건보연구원 건강보험정책연구실장은 “(연구를 통해) 흡연과 폐암, 후두암 발생 간 인과성은 더욱 명백해졌다”며 “국내 유병률 상위 암종으로까지 확대, 비교를 통해 폐암, 후두암 발생에서 흡연의 높은 기여정도를 재확인했다는데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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