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김윤진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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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보 국제부 김윤진 기자입니다.

kyj@donga.com

취재분야

2024-05-17~2024-06-16
국제일반27%
미국/북미20%
국제정치20%
인사일반10%
경제일반7%
유럽/EU7%
아시아3%
국제사고3%
기타3%
  • ‘美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꺾인 글로벌 증시… 코스피·코스닥지수도 1%대 하락

    삼성전자의 ‘호실적’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과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악재에 국내 증시가 1% 넘게 주저앉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27.79포인트(1.01%) 내린 2,714.21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면서 기관투자가가 4000억 원 넘게 팔았고, 외국인도 1000억 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20% 떨어진 872.29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5.7원 오른 1352.8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이날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전날 대비 0.94% 떨어진 8만4500원에 마감한 가운데 SK하이닉스도 2.77%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는 대만 지진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국면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4일(현지 시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닐 캐슈커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끈적하다”며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1.35%)가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1% 넘게 하락했다. 글로벌 악재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96% 급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0.63% 떨어졌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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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어나 매일 2억씩 번 셈…‘04년생’ 최연소 억만장자의 정체

    2004년 7월 태어난 브라질 상속녀 리비아 보이그트가 올해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로 등극했다고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포브스는 10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를 보유한 사람을 억만장자로 분류한다. 보이그트는 중남미 전기장비 제조업체 WEG의 공동 창업자인 할아버지 베르너 히카르두로부터 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다.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보이그트는 11억 달러(약 1조4850억 원)에 해당하는 WEG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다. CNN브라질 등은 그가 태어난 날부터 매일 76만 헤알(약 2억 원)을 벌어들인 격이라고 진단했다. WEG는 2022년 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전 세계 10개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보이그트의 언니 도라(26) 또한 보이그트와 같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두 자매는 모두 전 세계 33세 이하 억만장자 25명 안에 포함됐다.포브스는 “세계적으로 부(富)의 대물림이 활발해져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젊은 억만장자 25명 중 상속을 받지 않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7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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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불법이민자 급증에…트럼프 “군대 조직 가능성” 폼페이오 “中공산당 관여” 주장

    “중국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내에서 군대를 만들 수 있다.”11월 대선을 앞두고 연일 불법 이민 의제를 앞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급증한 미국 내 중국인 불법 이민자가 미국 내에서 군대를 조직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그는 불법 이민자를 ‘동물(animal)’로 칭하고, 불법 이민자의 급증이 미국 내 ‘피바다(bloodbath)’를 야기한다는 자극적 발언을 연일 이어오고 있다. 반(反)이민 정서를 자극해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에 호소하려는 선거 전략으로 풀이된다.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보수성향 라디오 ‘휴 휴잇’쇼에 출연해 ‘최근 미국으로 몰려드는 중국 이민자들이 무엇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마 군대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대부분은 젊고 건강한 남성”이라며 “3만 명 이상이다. 상당히 많은 숫자”라고 강조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중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만들었지만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자신이 임기 동안 미 해군이 쓸 선박 수를 늘리려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 계획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아예 중국공산당이 중국 불법 이민자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3일 또 다른 보수 매체 폭스뉴스에 출연해 “최근 18개월 동안 4만6200명의 중국인이 미국으로 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렇게 많은 중국인 이민자가 단기간에 미국에 몰려드는 것이 우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중국공산당은 누가 중국을 떠나는 지에 대한 엄청난 통제권이 있다”고 주장했다.CBS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경당국은 2023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 월경한 중국인 3만7000명을 체포했다. 2년 전보다 50배 증가한 수치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일대에서도 중국인 이민자의 수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이민자 수를 추월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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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난 과테말라, 대통령 월급은 최저임금 46배

    살인적인 물가로 인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중남미 국가에서 시민들은 얄팍한 월급봉투에 허덕이고 있지만 대통령들은 과도한 연봉을 받아 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크게는 최저임금보다 약 46배 이상 많은 돈을 받는 나라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인포바에는 2일 우루과이국립대의 하비에르 로드리게스 웨버 교수팀이 중남미 11개국의 최저임금과 대통령 급여를 비교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과테말라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은 자국 최저임금 420달러(약 56만7000원)보다 무려 46배가량 많은 1만9062달러를 월급으로 받고 있다. 과테말라는 가난을 못 견디고 미국으로 가는 불법이민자들이 중남미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하다. 올 1월 기준 약 28만5000명이 미 국경에서 적발됐다. 아레발로 대통령은 ‘부패와 빈곤 척결’을 내세워 정권교체를 이루고 올 1월 취임했다. 최근 통제를 벗어난 인플레이션에 몸살을 앓는 아르헨티나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최근 비상 긴축재정을 선언해 놓고 월급을 48% ‘셀프’ 인상해 비판에 직면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최저임금보다 약 26배 많이 받았다. 최근 ‘롤렉스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처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최저임금보다 15배 많은 급여를 받는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2000만 원에 육박하는 롤렉스 시계를 비롯해 최소 14점의 고급 시계를 착용한 게 알려지면서 취득 경위를 놓고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인포바에는 “베네수엘라는 헌법상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받도록 돼 있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원칙대로라면 월 48달러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누구도 마두로 대통령이 그것만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중남미의 난센스”라고 전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팬데믹을 거치며 특유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돼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유엔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ECLAC)에 따르면 중남미 전체 인구의 29%인 1억8100만 명 이상이 빈곤층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물가상승률은 14%로 국제 평균 8.7%를 크게 웃돌았다. 아르헨티나는 2월 말까지 3개월간 누적 물가상승률이 71%였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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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의 영사관 폭격에, 이란 보복 천명… “확전 결정타 우려”

    “현 상황에 (이란 참전 등)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최후의 결정타)’가 될 수 있다.”(미국 CNN방송)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함으로써 지난해 10월 발발한 중동 전쟁이 지역 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공격으로 이란 고위급 장교 3명 등 최소 13명이 목숨을 잃자, 이란은 “공격자를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이번 미사일 타격은 그간 시리아 및 레바논의 친(親)이란 민병대나 무장조직을 대상으로 했던 공격과 달리 이란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개전 이후 6개월 동안 여러 확전 고비에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결국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급 등 13명 사망… 이란, 보복 천명 시리아 SA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 낮 12시 17분경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미사일 6발을 쏟아부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등 최소 1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사관 건물은 폐허가 됐다. 직접 피해를 입은 이란은 즉각 분노를 드러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성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에도 “(이스라엘 지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처벌 방식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란은 자국에 대사관을 두지 않는 미국 대신 미 정부에 전달자 역할을 하는 주이란 스위스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에 동참해 온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적이 처벌과 응징을 당하지 않고선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론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게 맞다”라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CNN에 “영사관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시설”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 “이란 본토 공격과 동급”… 美, 전전긍긍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줄곧 이어지긴 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 외교 공간을 직접 타격한 건 처음이다. 이전 공격은 주로 중동 지역에 산재한 이란 군사시설을 노렸다. 때문에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란 본토를 표적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현지에선 이번 공격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수도 예루살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 돌린 민심을 붙잡기 위해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전쟁 국면의 전환을 꾀했다는 시각도 있다.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란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에 ‘너희의 방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가 담겼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지지층의 반전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란 참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미 정부 고위급 인사는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미국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고, 다른 당국자도 “이란에도 이를 직접(directly) 설명했다”고 전했다. 확전 불씨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사남 바킬 중동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공격은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구호단체도 공습해 7명 사망 1일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 공습으로 구호단체 7명이 목숨을 잃는 참변도 벌어졌다.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은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에 식량을 전하고 오던 WCK 차량 3대에 탑승한 구호요원 6명과 팔레스타인 운전사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영국인 3명과 호주·폴란드·미국인(캐나다 이중국적) 각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WCK는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가 2010년 미국에서 창설한 자선단체다. NYT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지난달 개시된 해상 구호품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WCK는 “형제자매들의 희생으로 당분간 구호식량 운송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비난이 거세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의도치 않은 사고”라며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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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방부, ‘아바나 증후군’ 러 연계 가능성 제기

    해외 주재 미국 외교관과 정보요원, 이들의 가족 등 최소 1000여 명이 시달린 것으로 보고된 원인 불명의 이상 증상 ‘아바나 증후군’에 러시아 정보기관 산하 특수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독립매체 ‘더인사이더’ 등이 이를 보도한 가운데 하루 뒤 미국 국방부 또한 러시아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1일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국방부 고위 관료가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료는 국방부 대표단과 별도로 해당 회의에 참석한 인사”라며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옛 소련에 속했던 리투아니아에서는 적지 않은 러시아 정보요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나 증후군은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 대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고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두통, 현기증, 이명, 어지러움, 인지 장애, 코피 등을 동반한다. 이후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 더인사이더는 미 CBS방송, 독일 슈피겔과 1년간 공동 취재한 결과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이 러시아 ‘29155’ 특수부대 대원들이 사용한 비(非)살상 음파 무기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무기는 공격 대상의 두뇌에 이상 증상을 유발하는 음향 또는 전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장치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매체는 29155 부대원들이 아바나 등 해당 증상이 보고된 각국 여러 장소에서 포착됐다는 증언, 해당 부대의 음파 무기 실험 문서 등의 증거가 발견됐다고도 전했다. 29155 부대의 고위 관계자가 이 무기를 개발하고 사용한 공로로 상을 받고 승진을 했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일 “수년간 서구 언론에서 과장한 주제이자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관련돼 있다. 누구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표하거나 표명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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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탄불 클럽 화재로 최소 29명 사망… 테러 가능성은 불확실

    2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29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크게 다쳤다.국영 TRT하베르 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47분경 이스탄불 중심가인 베식타쉬 가에레테페에 있는 16층 건물의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31대와 소방대원 86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으나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당국 발표에 따르면 오후 4시 51분 기준 29명이 숨졌다. 다부트 굴 이스탄불 시장은 “건물 지하에 있던 나이트클럽에서 불이 나 보수 작업을 진행하던 근로자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건물은 공사를 위해 문을 닫은 상태였다.굴 시장에 따르면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폭발 등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마즈 툰즈 법무부 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당국이 클럽 경영자와 공사 현장 책임자 등 5명의 관계자를 구금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현 상황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툰즈 장관은 “모든 방면에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목숨을 잃은 시민들에게 신의 자비가 있기를, 그리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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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외교관 괴롭힌 ‘아바나 증후군’, 러시아 특수부대 배후 의심

    해외 주둔 미국 외교관과 정보요원, 그들의 가족 등 최소 1000여 명이 시달린 것으로 보고된 원인 불명의 이상 증상 ‘아바나 증후군’에 러시아 정보기관 산하 특수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독립매체 ‘더인사이더’ 등이 이를 보도한 가운데 하루 뒤 미국 국방부 또한 러시아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1일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국방부 고위 관료가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료는 국방부 대표단과 별도로 해당 회의에 참석한 인사”라며 미 국가정보국 국장실(ODNI)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옛 소련에 속했던 리투아니아에는 적지 않은 러시아 정보 요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아바나 증후군은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 대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고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두통, 현기증, 이명, 어지러움, 인지 장애, 코피 등을 동반한다. 이후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러시아 독립매체 더인사이더는 미 CBS방송, 독일 슈피겔과 1년간 공동 취재한 결과,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이 러시아 ‘29155’ 특수부대 대원들이 사용한 비(非)살상 음파 무기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무기는 공격 대상의 두뇌에 이상 증상을 유발하는 음향 또는 전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장치라고 덧붙였다.특히 이 매체는 29155 부대원들이 아바나 등 해당 증상이 보고된 각국 여러 장소에서 포착됐다는 증언, 해당 부대의 음파 무기 실험 문서 등의 증거가 발견됐다고도 전했다. 29155 부대의 고위 관계자가 이 무기를 개발하고 사용한 공로로 상을 받고 승진했다고도 했다.러시아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일 “수 년간 서구 언론에서 과장한 주제이자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관련돼 있다. 누구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표하거나 표명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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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정부 “냄새나고 피해주는 노숙인 처벌”에 보수당도 반발… “도움을 줘야”

    노숙인의 길거리 텐트 설치 불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영국 정부가 집권 보수당 내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리시 수낙 내각이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지만 노숙인에게는 체포보다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40명 이상의 보수당 의원이 형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리시 수낙 내각이 법안 추진을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반대파 보수당 의원은 더타임스에 “정부는 반대파의 규모에 당황하고 있다”며 “그들이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영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이른바 ‘노숙인 텐트 사용 금지법’은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경우 노숙 행위를 경찰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1824년 노숙과 구걸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부랑자 단속법(Vagrancy Act)’을 대체하는 것이다. 당시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과 산업혁명의 여파로 실업자가 대거 발생하자 노숙자를 구금하는 법을 만들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를 주는 노숙인을 강제로 이동시키거나 최대 2500파운드(약 425만 원) 이하의 벌금형·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노숙인 텐트 사용 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법에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노숙 행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고 지적한다. 법안은 노숙인이 주변 환경에 ‘손상(damage)’을 입힐 경우 처벌 대상으로 보는데, 여기에는 ‘장소의 합법적인 사용 방해’나 ‘과도한 소음이나 냄새, 쓰레기 투기’가 포함된다. 이 경우 길에서 잠만 자더라도 냄새가 나거나 장소를 방해할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노숙인을 범법자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보수당 밥 블랙맨 하원의원은 “길에서 잠자는 사람들은 체포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다”며 법안이 사회적 문제인 노숙인 증가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하룻밤에만 3900여 명의 노숙인이 길에서 잠을 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맨 의원이 발의한 정부의 형법 개정안 반대 법안에 서명한 이들 중에는 보수당 당수를 지냈던 이언 던컨 스미스 의원이나 데이미언 그린 의원 등 보수당 주요 의원도 포함돼 있다.타임스는 “해당 법안은 총선 전에 범죄에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보수당 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2월 21~2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의 지지율은 20%로 기관이 조사를 시작한 1978년 이래 최저치를 찍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5월 조기총선론도 나오고 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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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개의 전쟁, 美대선 전 안끝날 것…트럼프 재선시 방위비분담금 인상 불가피”

    “‘두 개의 전쟁’은 빨라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끝나기 어렵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하마스 지도부 등 전쟁의 당사자가 모두 미국 대선의 승자를 확인한 후 자신들의 다음 행보를 결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56)가 현재의 국제 정세를 진단하며 한 말이다. 회의 참석 차 내한한 그는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각종 분쟁 등 현재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 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누린 일종의 ‘대가’이자 각국 권위주의 통치자의 장기집권 및 고령화와 관련이 깊다고 진단했다.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지키지 않으며 민주주의, 인권 등을 경시하는 푸틴 대통령(72), 네타냐후 총리(75), 시진핑(習近平·71) 중국 국가주석,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70) 등이 장기집권하면서 80여 년간 지켜졌던 국제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는 의미다.크로닌 석좌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승리하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불가피하며 그가 주한미군 철수 등을 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통점은 상대에게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을 이용하는 것이며, 한국에도 이 위협을 가할 것이란 의미다.또한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치 않은 미 대선의 ‘킹 메이커’가 됐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재에 나선다 해도 ‘강 대 강’를 이어가는 양측 중 어느 한 쪽도 설득하기 어렵고,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날수록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강한 비판에 직면해 대선 국면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크로닌 석좌는 미국 플로리다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미 국제개발처(USAID)에서 일했고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신미국안보센터(CNAS), 미 평화연구소 등의 싱크탱크에서 근무했다. 현재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두 개의 전쟁,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을 포함해 전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국제 정세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익숙해져 있었다. 냉전이 종식되고는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믿음이 퍼졌다. 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가 위기에 처했다. 지금 우리는 독재 정치의 귀환을 보고 있다. 미국이 과거의 위상을 잃고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가 약해진 와중에 러시아 중국 북한 등 현상 변경을 원하는 국가들은 기존의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미국을 포함해 주요국 지도자들은 모두 70,80대 고령이 됐다. 푸틴 대통령, 시 주석, 네타냐후 총리,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모두 10년 넘게 장기집권하고 있다. 평균 수명 연장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결과다. 2개의 전쟁 또한 싫든 좋든 미국이 주요 행위자나 다름없어서 11월 미 대선 전까지는 확실한 휴전이 이뤄지기 어렵다. 푸틴도 하마스도 네타냐후도 대선 승자를 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때문에 전세계 각국 모두 더 많은 갈등과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대비의 핵심은 ‘억지력 강화’에 있다.”─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방위비분담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을 통해 현재보다 분담금을 두 배 올린다 치자. 그렇다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이를 더 올리거나 또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운운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 상대에게서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을 이용한다.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방이 물러나도록 압박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일종의 ‘파워플레이(powerplay)’다.파워플레이는 적을 대처할 때는 좋은 방법이지만, 친구와 동맹을 대할 땐 끔찍한 방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 외에는 누구에게든 파워플레이로 일관한다.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 그가 자신의 핵심 참모들을 내친 방식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가 재집권에 성공해 한국을 더 많이 압박할 수록 안타깝게도 한국 내 반미 여론과 자체 핵무장론 등이 고조될 것이다.”─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부쩍 강화되고 있다.“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푸틴 대통령에겐 김 위원장이 거의 유일한 친구다. 김 위원장 또한 자신이 푸틴 대통령과 동등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그는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 푸틴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작지만 위대한 국가(small great nation)’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밀착한다고 해서 북한이 러시아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누구의 위성국가도 되지 않으려고 한다.김 위원장이 핵 위협을 가하는 목적은 ‘나도 푸틴처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공포감을 조성해서 자신을 더 중요한 협상 대상으로 만드려는 것이다. 그는 핵무기 위협을 통해 얻어지는 ‘힘’과 ‘영향력’을 원한다.”─그 여파로 한국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나온다.“미국과 일본이 모두 강하게 반대할 것이다. 우선 미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이 위협받기 때문에 반대할 것이다. 일본 역시 한국과 북한이 모두 핵을 가지게 된다면 자국 안보가 크게 위협받는다고 여길 것이다. 나의 일본인 친구도 이 사안에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다. 한국이 지나치게 북핵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으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는 약속이 더 공고해졌다.한국과 일본의 이해 관계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일치한다. 식민지배 역사 등 한국의 아픈 과거사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과거를 부정하지는 말되 너무 사로잡히지도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영국과 프랑스는 1000년 넘게 수 차례 전쟁을 벌인 앙숙이고 아직도 서로를 헐뜯고 조롱한다. 하지만 두 나라는 여전히 협력할 사안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력한다. 한국과 일본 관계도 그러기를 바란다.”─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차로 접어들었다. “최근 러시아가 일부 성과를 얻고 있으나 ‘승리(win)’가 아니라 ‘지지 않은 것(not losing)’에 가깝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일부 지역을 점령한다 해도 우크라이나 내부, 전세계적인 반(反)러시아 여론이 워낙 높아 과거처럼 친러 인사를 우크라이나의 ‘꼭둑각시 대통령’으로 세우기는 어렵다. 푸틴 정권이 원하는 친러 정권 수립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안타깝지만 우크라이나 또한 일부 영토를 잃는 것도 감내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국경은 언제든 바뀌는 것이고 지금의 국경이 영원불변한 것도 아니다. 폭주하는 푸틴 대통령을 저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11월 대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야당 공화당과 지원을 지지하는 집권 민주당의 정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멈춰진 상태지만 시 주석이나 김 위원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가 지도록 두면 안 된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건 새 미국 대통령에게도 중국이나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안에 관심이 있다면 푸틴 대통령이 쉽게 승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특히 우크라이나 상황은 대만에 매우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이 목표를 이루거나 재집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면 시 주석 또한 대만을 침공할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또한 장기화하고 있다.“안타깝게도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세기 대영제국, 옛 소련, 미국이 모두 패한 아프가니스탄처럼 가자지구 또한 이스라엘의 영원한 뇌관으로 남을 것이다.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만 제거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하마스를 궤멸해도 제2, 제3의 하마스가 또 나올 것이다.미국은 우크라이나에는 군사 지원만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달리 중동에는 미군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개입 정도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높다. 이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네타냐후 총리가 11월 미 대선의 ‘킹메이커’가 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긴밀하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도울 가능성은 낮다. 이스라엘이 강경책을 고수해 더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죽으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것이고 그의 지지율 또한 타격받을 것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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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오픈AI 라이벌’에 3.7조원 투자… ‘AI 쩐의 전쟁’ 격화

    “앤스로픽과 손잡고 전 세계 모든 조직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도록 하겠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7일 오픈AI의 ‘라이벌’ 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6977억 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며 야심을 드러냈다. 기존 투자금을 합치면 아마존은 총 40억 달러를 앤스로픽에 쏟아붓는 셈이다. 1994년 아마존이 창사한 지 30년 동안 이렇게 많은 외부 투자에 나선 건 처음이다. AI를 무대로 한 빅테크의 ‘쩐의 전쟁’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오픈AI와 맹추격하는 앤스로픽, 미스트랄AI 등 AI 스타트업의 3파전이 테크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이 빅테크들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중동 국부펀드가 지분 매입에 나서며 안보 위협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빅테크의 AI 투자엔 이유가 있다 앤스로픽은 오픈AI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스타트업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자, 오픈AI 출신인 다리오·다니엘라 아모데이 남매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반기를 들고 만든 회사다. 아마존은 이날 투자를 발표하며 “앤스로픽의 거대언어모델(LLM)인 ‘클로드3 오푸스’가 오픈AI의 ‘GPT-4’보다 추론이나 수학, 코딩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구글도 앤스로픽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MS는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달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스트랄은 미국 중심의 AI 개발에 대항해 유럽 투자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는 단순히 AI 분야를 선점하려는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매체들은 “이들의 계약엔 오픈AI나 앤스로픽이 AI를 개발할 때 필요한 컴퓨팅 자원으로 MS나 아마존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투자를 통해 직접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수익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톱3’인 MS와 구글, 아마존이 AI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는 직접적인 이유다. 브렌던 버크 AI 전문 애널리스트는 “매출을 늘림과 동시에 라이벌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엔비디아가 지배하고 있는 AI 칩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또 다른 투자 요인이다. 아마존은 이날 “앤스로픽은 미래 AI 모델을 구축하고 훈련할 때 AWS의 자체 AI 칩인 트라이니움 및 인페렌티아 칩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동펀드도 “지분 달라” 투자 경쟁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순풍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미국이나 유럽 규제 당국이 이들의 투자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한 계약 조항은 불공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MS와 미스트랄의 파트너십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레아 쥐버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양사의 거래를 분석하고 있다”며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 조사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쟁시장청도 양사의 관계를 합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예비 자료 수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부펀드들이 AI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파산 절차를 밟으며 자사가 보유하던 앤스로픽 지분 5억 달러어치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무바달라 계열 펀드에 넘긴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CNBC는 “사우디아라비아 계열 펀드도 앤스로픽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앤스로픽 측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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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안전부 산하 ‘APT’, 美-英-뉴질랜드 관료-정치인 해킹”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등 3개국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조직들이 10년 넘게 세 나라의 고위 관료 및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중국이 해킹 활동을 통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 선거를 비롯한 정치 개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중국 측은 “도둑이 ‘도둑 잡아라’ 외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25일 “중국 정부 산하 해커조직 ‘APT31’이 자국 관료 등을 표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진행해왔다”며 관련인들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26일 뉴질랜드 정부도 자국 의회를 대상으로 한 해킹이 중국 정부가 후원하는 ‘APT40’의 소행임을 확인했다며 중국에 자제를 촉구했다.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지능형 지속위협)는 특정 국가나 기관을 장기간에 걸쳐 해킹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가가 배후로 의심되는 APT 조직에는 식별을 위해 숫자를 붙인다. APT31과 APT40는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돼 있다고 세 나라는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중국인 해커 7명은 APT31에 소속됐으며, 약 14년간 여러 국가에서 정보를 빼내고 업무를 방해했다. APT31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 산업계 종사자 수천 명의 이메일 계정과 통화기록을 탈취했다. 이들은 평범한 뉴스처럼 보이는 악성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내서 이를 클릭하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식을 주로 써왔다. 영국은 2021년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자국 의원들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해킹 시도를 APT31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 해킹 사건에도 중국이 배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영국 선관위는 지난해 8월 해커들이 2021년 8월∼2022년 10월 선관위 시스템을 해킹해 선거인 명부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당시 2014∼2022년 사이 등록된 영국과 해외 유권자 4000만 명의 이름과 주소가 노출됐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이전에도 ‘머스탱판다’ 등 악명 높은 해커조직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보안기업인 트렐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1∼3월) 해외 정부를 공격한 해킹의 약 79%가 중국 연계 해킹조직의 소행이었다. 중국은 근거도 없이 모함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및 관련 당사자에게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으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미 중국대사관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세계에서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가장 많이 일삼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역공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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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 흑인 캐스팅 옳은가”… 펀드發 디즈니 ‘경영권 전쟁’

    “흑인으로 채운 영화 캐스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넬슨 펠츠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 미디어제국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투자’로 이름을 떨친 펠츠 최고경영자(CEO)의 2차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 이사회에 자리를 요구했다가 철회했던 펠츠는 다음 달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싸움을 예고하는 선전포고에 나섰다. 펠츠 CEO는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영화나 쇼를 즐기려고 보러 가는 것”이라며 “메시지를 얻으려고 가는 게 아니다”며 현 디즈니 경영진을 직격했다. 특히 주요 출연진이 여성과 흑인인 마블 영화 ‘더 마블스’(2023년)와 ‘블랙 팬서’ 시리즈를 지목하며 “내가 여성에게 특별한 반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왜 관객들이 여성만 출연하는 마블 시리즈를 봐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펠츠 CEO가 이 작품들을 거론한 건 최근 디즈니를 두고 일각에서 공격하는 ‘워크(woke·깨어 있음)’ 이슈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워크는 인종 성별 등 사회적 차별에 깨어 있다는 뜻이지만 최근 ‘한쪽으로 치우친 진보’를 비꼬는 표현으로 쓰인다.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 논란으로, 디즈니는 지난해 흑인 여배우 할 베일리를 ‘인어공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등 관련 논란의 타깃이 돼 왔다. 펠츠 측은 1월에도 디즈니의 사업 효율화 등을 명목으로 새 이사회가 필요하다며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예고했다. 다수의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이사회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기준 디즈니 주식을 약 1.8%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펠츠 CEO의 공세를 막아냈던 디즈니는 이번에도 맞불 작전을 놓고 있다. 디즈니는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펠츠는 디즈니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허영심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최근엔 ‘스타워즈’ ‘인디애나존스’로 유명한 조지 루커스 감독 겸 제작자와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이 디즈니 지지를 선언하며 강력한 우군도 확보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라스루이스(GL)의 지지도 확보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결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또 다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21일 펠츠 CEO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은 주로 의결권 자문사의 추천에 따라 투표한다”며 “디즈니의 경영권 방어는 쉽게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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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크’ 지나쳐” “파괴적인 투자자”…행동주의 펀드와 경영권 분쟁에 갈라진 디즈니

    “흑인으로 채운 영화 캐스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넬슨 펠츠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미디어제국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투자’로 이름을 떨친 펠츠 최고경영자(CEO)의 2차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 이사회에 자리를 요구했다가 철회했던 펠츠는 다음달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싸움을 예고하는 선전포고에 나섰다.펠츠 CEO는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영화나 쇼를 즐기려고 보러 가는 것”이라며 “메시지를 얻으려고 가는 게 아니다”며 현 디즈니 경영진을 직격했다. 특히 주요 출연진이 여성과 흑인인 마블 영화 ‘더 마블스’(2023년)와 ‘블랙 팬서’ 시리즈를 지목하며 “내가 여성에 특별한 반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왜 관객들이 여성만 출연하는 마블 시리즈를 봐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펠츠 CEO가 이 작품들을 거론한 건 최근 디즈니를 두고 일각에서 공격하는 ‘워크(woke·깨어 있음)’ 이슈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워크는 인종·성별 등 사회적 차별에 깨어 있다는 뜻이지만, 최근 ‘한 쪽으로 치우친 진보’를 비꼬는 표현으로 쓰인다.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 논란으로, 디즈니는 지난해 흑인 여배우 할 베일리를 ‘인어공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등 관련 논란의 타깃이 돼 왔다. 펠츠 측은 1월에도 디즈니의 사업 효율화 등을 명목으로 새 이사회가 필요하다며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예고했다. 다수의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이사회에 진출하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기준 디즈니 주식을 약 1.8%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 펠츠 CEO의 공세를 막아냈던 디즈니는 이번에도 맞불 작전을 놓고 있다. 디즈니는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펠츠는 디즈니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허영심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최근엔 ‘스타워즈’ ‘인디애나존스’로 유명한 조지 루커스 감독 겸 제작자와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이 디즈니 지지를 선언하며 강력한 우군도 확보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래스루이스(GL)의 지지도 확보했다.하지만 주주총회 결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또 다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21일 펠츠 CEO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은 주로 의결권 자문사의 추천에 따라 투표한다”며 “디즈니의 경영권 방어는 쉽게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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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안 붕괴로 곳곳 피비린내… 고질적 경제난 속에 자라난 갱단

    《중남미 왜 ‘갱단 무법천지’ 됐나 갱단 폭력에 휩싸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살인, 약탈, 방화가 판치는 무법천지로 변했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도 갱단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남미의 고질적 경제난과 양극화, 정치권의 부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매일 사람이 죽고 시체가 불타는 모습을 본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사는 유사프 알오마리 씨가 18일 호주 ABC방송에 전한 현지 상황이다. 아이티는 2010년 강진으로 국가 인프라가 파괴된 후 국제원조에 의지해 왔다. 이 와중에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괴한 총격으로 숨진 후 고질적 정정 불안이 심화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갱단 폭력으로 국가 전체가 사실상 마비됐다. 이로 인해 살인, 약탈, 방화 등이 빈번해지면서 거리 곳곳에 시체가 즐비하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대부분 국가 또한 급격한 치안 악화와 정정 불안에 직면해 있다. 중남미 전체의 이런 모습은 극심한 경제난 및 양극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서구 열강의 오랜 식민지배로 중남미 백인과 비(非)백인 간에는 해소하기 어려운 경제적 불평등이 고착화했다. 이로 인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서민들이 주로 택한 생계 수단이 바로 ‘마약’이다. ‘고질적 경제난→마약 범죄 기승→치안 약화→정정 불안 심화’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산 채 화형하는 갱 두목, 아이티 장악 인구 약 1160만 명의 아이티는 2022년 세계은행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748달러(약 227만 원)에 불과한 최빈국이다. 2021년 7월 모이즈 당시 대통령은 전직 군인 등으로 구성된 콜롬비아 용병들에게 암살됐다. 아리엘 앙리 당시 총리는 과도정부 수반으로 새 정부 구성을 약속했지만, 최근까지 선거를 치르지 못해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유지했다. 앙리 총리는 이달 1일부터 자국 경찰을 파견해 치안 유지를 도와주겠다는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해 지원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총리가 나라를 비운 틈을 타 포르토프랭스의 갱단 연합 ‘G9’의 수장 지미 셰리지에(47)가 공항과 도로를 점령하고 4000여 명의 교도소 재소자까지 탈출시켜 사실상 국가를 장악했다. 11일 앙리 전 총리는 귀국하지도 못한 채 푸에르토리코에서 사퇴했다. 셰리지에는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우는 잔혹함으로 악명 높다. ‘바비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셰리지에가 아이티를 장악한 후 최소 1만5000명이 집을 잃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인구 약 3분의 1에 달하는 400만 명 이상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도시 전역의 식량, 연료, 물 공급도 막혔다. 생필품 품귀도 극심해 식수 등의 가격은 자고 나면 천정부지로 오른다. 곳곳에서 몸값을 노린 납치도 빈번하다. 현재 아이티 전체 병원의 60%는 전기 및 의료품 부족으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한 의사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갱단이 병원 내 엑스레이 시설은 물론 창문까지 가져갔다”고 토로했다. 구호단체 유니세프 또한 인공호흡기 등 신생아와 산모를 위한 필수품을 담은 컨테이너 등도 포르토프랭스의 무장단체에 약탈당했다고 16일 밝혔다. 잔혹한 갱단들은 경쟁 관계에 있는 갱단을 살려줬다는 이유로 일부 의사마저 공공연하게 살해했다. 현재 포르토프랭스에서만 200여 개 갱단이 활개 치지만, 아이티 전체 경찰 수는 채 1000명도 되지 않는다. 최근엔 은퇴한 경찰과 군인을 주축으로 조직된 민간 자경단이 ‘마체테(벌목도)’ 등을 들고 도시 곳곳을 순찰해 갱단과의 추가 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셰리지에와 긴밀하게 협력했던 또 다른 갱단 ‘델마스95’의 수괴 티 그레그 또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도자, 갱단 이용해 정권 유지 아이티 갱단은 수십 년간 여러 정권과 결탁하며 각종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 특히 1957년부터 1986년까지 29년간 장기 집권한 독재자 프랑수아 뒤발리에 전 대통령과 아들 장클로드 전 대통령 부자(父子)는 개인 군사조직을 꾸려 반대파를 탄압함으로써 오늘날 비극의 씨앗을 뿌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후 지도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0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군부 쿠데타로 해외 도피했던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또한 미국 등 외세 도움으로 귀국해 재집권하는 과정에서 군대를 해산하고 갱단을 이용해 정권을 유지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정규 군경의 영향력과 위상이 급락했다. 이태혁 부산외국어대 중남미지역원 교수는 “아이티는 ‘국민’은 있지만 ‘국가’는 없는 나라”라며 “갱들이 권력을 전유하고 기성 정치권이 이 갱단에 기생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번 폭력 사태를 주도한 G9 역시 모이즈 정권 당시 집권당 PHTK로부터 자금, 무기, 경찰복, 정부 차량까지 제공받는 대가로 반정부 세력을 탄압했다. 로버트 패튼 미 버지니아대 교수는 AP통신에 “최근 3년간 주요 갱단이 약탈, 인신매매, 마약 밀매, 소형무기 밀수 등으로 많은 돈을 모았다”며 “정치권 통제를 벗어나 갱단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2010년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도 사회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했다. 당시 최소 30만 명이 숨지자 국제사회의 원조가 쏟아졌지만 중앙정부 기능 약화, 부패 등으로 국민들이 구호물자를 제대로 보급받지 못했다. 주요 갱단들은 이 구호물품을 독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사회 불안을 조장했다. 지진 대응을 위해 파견됐던 유엔구호군은 각종 성범죄 등에 연루돼 쫓겨나듯 철수했다. 그 틈새를 메꾼 갱단은 자신들의 각종 범죄를 ‘사업화’하며 급격히 세를 불렸다. 손혜현 고려대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연구교수는 “최빈국 아이티의 유일한 수입원이 국제 원조였는데 그 운영이 극도로 불투명하고 부패해 사회 분열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2016년 이후 8년 넘게 아이티에선 선거가 한 번도 치러지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2020년 1월 4년 임기인 하원 119석 전체, 6년 임기인 상원 30석 중 20석에 대한 선거가 치러져야 했지만 정정 불안 등으로 불발됐다. 2023년 1월에는 나머지 상원의원 10명의 임기까지 만료됐다. 국민을 대표할 입법부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사퇴한 앙리 총리를 대신할 과도정부 구성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G9을 이끄는 셰리지에는 과도정부에 참여해 자신이 직접 정권을 잡겠다는 뜻까지 내비치고 있다.● ‘마약 통로’ 에콰도르, 아르헨도 갱단 난립 이웃 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콰도르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1987년생 우파 지도자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연소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주요 갱단 ‘로스 초네로스’와의 대립으로 정상적인 국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스 초네로스는 최근 에콰도르에서 급증한 각종 강력 범죄의 배후로 꼽힌다. 멕시코를 기반으로 전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적 마약 밀매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과 긴밀히 협력하며 중남미산 마약을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다른 갱단 또한 브라질, 알바니아 범죄 조직 등과 연계하며 각종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로스 초네로스의 수장 호세 아돌포 마시아스는 살인, 강도, 마약 밀매 등으로 징역 3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올 1월 7일 최대 도시 과야킬 감옥에서 탈옥했다. 분노한 노보아 대통령이 이들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고 군대를 통해 진압할 뜻을 밝히자 거세게 저항하며 정부와 맞서고 있다. 마시아스 탈옥 이틀 후인 1월 9일 과야킬의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는 10여 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했다. 두건과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생방송 중인 뉴스 스튜디오에 난입했고 총과 수류탄 등 무기로 방송 진행자와 스태프들을 위협했다. 노보아 대통령을 향해 “우리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도 보냈다. 이런 상황이 약 15분간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 이후 당국과 로스 초네로스의 대립으로 최소 10여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과거 중남미 대표 관광국가였던 에콰도르는 기존 마약 범죄가 심했던 멕시코, 콜롬비아 등에서 마약 단속이 심해지자 최근 각종 범죄 조직으로부터 신(新)마약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일종의 ‘풍선 효과’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3년 유럽에서 압수된 코카인의 4분의 1이 에콰도르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도 판치고 있다. 2023년 기준 에콰도르의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약 45명으로 2016년에 비해 약 9배 급증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노보아 대통령과 경쟁했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대통령 후보 또한 선거 유세 도중 살해됐다. 마약 카르텔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를 눈엣가시로 여긴 일부 마약 조직이 살해 배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르도바에 이은 3대 도시 겸 산타페주 주도(州都) 로사리오의 상황도 비슷하다. 세계적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좌파 혁명가 체 게바라의 고향으로 유명한 이곳은 볼리비아, 브라질, 파라과이 등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향하는 마약 이동의 주요 통로다. 마약 갱단에 의한 폭력 사태가 빈번해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살인이 22건으로 전국 평균보다 약 5배 높다. 앞서 5일 파블로 코코시오니 산타페주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반바지만 입고 빼곡히 포개져 앉은 재소자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갱단 엄벌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반발한 갱단은 불특정 주민을 대상으로 ‘본보기성 살인’을 자행했다. 이 여파로 택시 운전사, 버스 기사, 주유소 직원 등 최소 4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모두 범죄 조직과 연루되지 않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로사리오 도심을 관통하는 큰길에 “무고한 주민, 택시와 버스 기사, 환경 미화원, 상인들의 죽음이 이어질 것”이란 무시무시한 글이 적힌 협박성 현수막도 나붙었다.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장관은 11일 로사리오를 직접 찾아 “이곳을 마약 밀매 집단의 손 안에 두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집권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연방경찰과 군 병력을 로사리오에 투입하기로 했다. 범죄자들을 추가로 잡아넣기 위해 대규모 교도소 건립 또한 서두르기로 했다.● 갱단 확장 토양은 ‘극심한 경제난’ 중남미의 이 같은 치안 불안은 극심한 경제난과 관련이 깊다. 유엔은 지난해 중남미 인구 전체의 약 29%인 약 1억8100만 명이 빈곤층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UNODC에 따르면 2020년 중남미의 코카인 생산량은 1982t으로, 2014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마약으로 큰돈을 번 주요 범죄 조직이 정규 군경보다 강력한 무기로 무장하는 일도 잦다. 교도소는 갱단 범죄의 소굴로 전락했다. 재소자들은 교도관과 결탁해 마약 밀매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새로운 갱단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에선 지난해 9월 탈옥한 갱단 두목이 교도소에 미니 동물원, 수영장, 나이트클럽, 야구장까지 마련하는 등 호화 수감 생활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각국 범죄 조직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는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손혜현 교수는 “단일 정부의 노력만으론 초국가적인 집단으로 성장한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에 무리가 있다. 국가 간 협력과 공조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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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 사태’ 권도형 23, 24일중 한국 송환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에 대한 한국 송환 결정이 확정됐다. 권 씨는 이르면 23일 또는 24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20일(현지 시간) 권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원심(고등법원)의 판단을 수용한 것이다. 항소법원은 “동일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여러 국가가 요청한 경우에 적용되는 형사사법 공조에 관한 법률 26조 등을 고려해 권 씨의 한국 인도를 결정했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권 씨에게 선고된 4개월의 복역 기간이 23일 만료되는 만큼 이르면 이번 주말에 권 씨의 신병 인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 씨가 한국과 미국 정부 간 협상을 통해 미국에서 먼저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전 세계에 있는 권 씨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이를 공유하는 데 합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부는 직원들을 파견해 권 씨를 송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수사팀도 동행한다.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서 미국 송환보다 형량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권 씨의 현지 변호사 고란 로디치 씨는 AP통신에 “항소법원의 결정에 만족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량이 미국보다 낮은 한국으로 인도되길 선호한 권 씨와 변호인단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피해모임 카페는 공지글을 통해 “‘검찰은 권 대표 등 사건 연루자들을 철저하게 수사해서 사기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 법감정과 괴리가 있는 처벌 경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금융 범죄가 속칭 ‘남는 장사’로 인식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수사하겠다”고 했다. 권 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현지 공항에서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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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억류 최춘길 선교사 아들… “생사만이라도 확인을” 호소

    “10년 가까이 소식을 알 수 없던 아버지가 납북됐다는 걸 지난해에야 알았습니다.” 2014년 납북된 선교사 최춘길 씨(65·사진)의 아들 진영 씨(34)가 19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사회가 아버지가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최 씨는 이날 주제네바 한국대표부가 주최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COI) 보고서 발간 10주년 기념 부대 행사에 참석해 “아버지가 북한에 잡혀갔다는 사실조차 지난해 말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 “통일부로부터 행방불명이던 아버지의 납북 소식을 듣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든 걱정이 소용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알 수 없는 아버지 생사가 제일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최 씨의 부친은 2014년 중국의 북한 국경 지역에서 주민 구호 활동을 하다가 체포됐다. 북한은 간첩 혐의를 적용해 2015년 무기 노동교화형에 처했다고 한다. 최춘길 씨 외에도 선교사 김정욱, 김국기 씨 등이 장기형을 선고받아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영 씨는 “최소한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및 면회라도 가능했으면 좋겠다”며 “더 이상 납북 피해가 없도록 막아야 한다”고 요청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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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생사만이라도”…‘11년째 北 억류’ 선교사 아들의 호소

    “10년 가까이 소식을 알 수 없던 아버지가 납북됐다는 걸 지난해에야 알았습니다.”2014년 납북된 선교사 최준길 씨(65)의 아들 진영 씨(34)가 19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사회가 아버지가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최 씨는 이날 주제네바 한국대표부가 주최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COI) 보고서 발간 10주년 기념 부대 행사에 참석해 “아버지가 북한에 잡혀갔다는 사실조차 지난해 말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통일부로부터 행방불명이던 아버지의 납북 소식을 듣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든 걱정이 소용없을 수 있단 불안감과 알 수 없는 아버지 생사가 제일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최 씨의 부친은 2014년 중국의 북한 국경 지역에서 주민 구호 활동을 하다가 체포됐다. 북한은 간첩 혐의를 적용해 2015년 무기 노동교화형에 처했다고 한다. 최춘길 씨 외에도 선교사 김정욱, 김국기 씨 등이 장기형을 선고받아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진영 씨는 “최소한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및 면회라도 가능했으면 좋겠다”며 “더 이상 납북 피해가 없도록 막아야 한다”고 요청했다.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COI 보고서가 발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북한 인권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걸 무거운 마음으로 인정한다”며 “북한 인권침해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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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전 ‘여성 할례 금지법’ 만든 감비아… “종교 실천권 침해” 법 폐지 추진 논란

    아프리카 국가인 감비아의 의회가 ‘여성 할례 금지법’을 폐지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만약 법이 통과되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할례 금지를 철폐한 나라가 된다. 유엔 등에선 반인권적 관습으로부터 성인 여성과 어린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례를 막는 세계적인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감비아 의회는 18일 전체 의원 58명 중 42명의 찬성으로 2015년 제정된 ‘여성 할례 금지법’ 폐지 법안을 해당 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폐지를 추진한 알마메 기바 의원은 “할례 금지는 문화·종교 실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인 감비아에선 여성 할례를 종교적 미덕으로 여기는 이가 많아 폐지 찬성 여론도 상당하다. 지난해에도 할례 금지법에 따라 시술자 3명에게 벌금을 부과했는데, 이슬람 지도자(이맘)가 “여성 할례는 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하며 법 폐지 운동에 불을 지폈다. 유엔은 여성 할례를 불법이자 악습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15세 이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의료 목적과 상관없이 성기 전체 혹은 일부를 절제하는 행위는 전면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엔은 “전염병과 기후변화, 무력 분쟁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2030년까지 성 평등을 달성하고 여성 할례를 근절한다는 계획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할례는 무슬림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할례를 겪은 여성은 올해 기준 8년 전 조사 당시 2억 명보다 약 3000만 명 증가한 2억3000만 명으로 파악된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관습적, 종교적 이유로 여성 할례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특히 소말리아, 지부티 등 여성 할례 경험자가 많은 나라들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할례 경험자의 수치도 줄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수년간 만연한 무력 분쟁과 식량난에 팬데믹까지 겹치며 주민들이 정부보다 소규모 종교 공동체 등에 의존한 것도 할례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월드비전은 “유럽이나 북미로 넘어간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통해 악습이 퍼져 나가며 여성 할례는 특정 지역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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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비아, ‘여성 할례 금지 법안’ 폐지 논의…세계 최초로 할례 금지 철회한 국가 되나

    아프리카 감비아의 의회가 ‘여성 할례 금지 법안’을 폐지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할례가 고유문화와 종교적 활동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안 최종 통과 시 감비아는 세계 최초로 할례 금지를 철회한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유엔 등은 15세 이하 여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의료 목적과 상관없이 성기 전체 혹은 일부를 절제하는 여성 할례를 전면 근절하는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할례를 겪은 여성이 8년 전 조사 당시 2억 명보다 약 3000만 명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세계 곳곳에선 여전히 할례가 자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단체들은 고유문화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악습이자 여성 폭력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여성 할례 금지는 종교·문화 침해”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감비아 의회는 18일(현지 시각) 2015년 제정된 ‘여성 할례 금지법’을 폐지하는 법안에 전체의원 58명 중 47명이 참석, 42명이 찬성하면서 해당 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본회의 투표를 통해 법안은 최종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폐지 법안을 제출한 알마메 기바 의원은 “법안은 종교적 충성심, 문화적 규범을 지키는 것을 추구한다. 할례 금지는 문화·종교 실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인 감비아에선 여성 할례가 종교적 미덕으로 여겨지는 등 폐지 찬성 여론도 큰 편이다. 이날 의회에선 “난 (딸의) 아버지라 법안에 찬성할 수 없다”며 일부 의원들은 반대 의견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지난해 할례 금지 법안에 따라 시술자 3명에게 벌금이 부과됐는데 한 이슬람교 지도자(이맘)가 “여성 할례는 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하며 할례 금지법 폐지 운동에 불이 붙었다. 앞서 2015년 감비아 의회는 여성 할례 시 벌금 및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실상 제대로 된 단속은 없었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감비아의 15~49세 여성의 76%가 할례를 받았다. 세네갈 다카르에 소재한 국제앰네스티의 선임연구원 미셸 에켄은 “여성 할례 금지 조치를 철회한다면 여성 권리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인구 폭발에 공동체 의존성 심화여성 할례는 성욕을 억제하고,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정당화돼왔다. 하지만 의료 목적과 상관없이 비위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인 데다 추후 합병증은 물론 심하면 숨지는 사례도 발생해 각국 정부는 여성 할례를 불법이자 악습으로 규정하고 있다.그럼에도 할례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문화적, 관습적, 종교적 이유로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이달 초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할례를 겪은 인구 전체 2억3000만 명 중 아프리카에서만 약 1억4400만 명이 파악됐다. 또 인도·동남아시아 등에서 8000만 명, 중동 지역에서 600만 명 이상 여성이 할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암리에 관습처럼 행해지는 탓에 실제 사례는 추정치를 더 웃돌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유럽, 북미, 남미로 넘어간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여성 할례가 자행되는 사례가 파악되면서 여성 할례는 세계적 문제가 됐다”고 월드비전이 지적했다.유니세프에 따르면 15~49세 여성의 99%가 할례를 받는 소말리아를 비롯해 기니, 지부티, 말리, 이집트 등 여성 할례 경험자가 많은 국가는 공통적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여성 할례를 뿌리 뽑으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는 반면 해당 지역의 인구는 빠르게 급증하면서 할례 경험자의 수치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니세프에서 여성 할례의 동향을 조사하는 클라우디아 카파 연구원은 “지금까지 이룬 진전은 할례 관습이 강력하게 남아 있는 국가에서 태어나는 소녀의 증가세에 비하면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아울러 수년 간 팬데믹을 비롯해 지속된 세계적 전쟁,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만연한 무력 분쟁과 식량난, 가뭄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정부보다는 소규모 공동체에 더 의존하는 점도 할례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유엔 등은 “전염병, 기후 변화, 무력 분쟁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2030년까지 성 평등을 달성하고 여성 할례를 근절한다는 계획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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