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김윤진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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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에 있습니다. 알아둘 만한 해외 소식을 전합니다.

kyj@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미국/북미37%
국제정치29%
국제정세10%
국제일반6%
일본3%
국제경제3%
유럽/EU3%
문학/출판3%
중남미3%
인사일반3%
  • 美국방부 “보도前 승인 받아라”… 언론 재갈 물리는 트럼프 정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 보도 전 사전 승인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이를 거부할 경우 출입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기밀 유출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이어지고 있는 언론에 대한 압박 조치란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보수 청년 단체 터닝포인트USA의 창립자 겸 대표였던 찰리 커크가 피살된 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미국 내 논쟁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에 대한 압박도 강화되는 모양새다. 다만, 보수 진영 내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美 국방 “기밀 아니어도 보도 전 사전 승인 필수”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9일 미 국방부는 출입 기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보도 지침을 전달했다. 여기에 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정보여도 보도 전에 ‘적절한 승인권을 가진 공무원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 안에서 기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구역도 전보다 제한됐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국방부 출입증이 정지·취소될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X에 “기자들이 보안시설 내에서 돌아다니는 일은 더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출입증을 달고 규칙을 따르든지, 아니면 집에 가라”고 올렸다. 또 앞으로는 이런 지침을 지키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만 국방부에 출입할 수 있다.올 1월 취임한 헤그세스 장관은 잇따른 기밀 유출 사건에 불만을 표하며 언론과의 접촉을 줄여 왔다. 특히 그는 올 3월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과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로 국가 안보 기밀 사항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비판을 받았다. 또 4월에는 당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중국 관련 사항을 브리핑하려던 계획이 언론에 유출돼 또 한번 논란을 빚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언론자유문제연구소의 케이티 팰로 변호사는 “새 지침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이라며 “정부가 ‘승인’한 내용만 싣는 기자는 보도가 아닌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나친 검열 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돈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네브래스카)은 X에 “우리는 정부 공식 입장만 홍보하는 프라우다 신문(소련 중앙 기관지)만 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자유 언론이 우리나라를 더 좋게 만든다”고 밝혔다.● 비판보도 “불법”이라는 트럼프에 공화당도 우려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 통제에 대한 논란이 격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앞선 17일에는 ABC방송의 유명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연방정부의 공개적인 압력 발언 뒤 방영이 무기한 중단됐다. 15일 진행자 지미 키멀이 방송 중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이 이번 일(커크 사망)로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별짓을 다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발언이 논란이 된 것. 당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장은 “우리는 이 문제를 쉬운 방식으로 처리할 수도 있고, 어려운 방식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며 ABC에 사실상 방송 면허 취소를 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카 위원장이 “용기 있는 애국자”라며 두둔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좋은 이야기를 나쁘게 만든다. 이것은 정말 불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에도 “이제 남은 건 지미 팰런과 세스 마이어스”라며 NBC방송의 두 토크쇼 진행자를 직접 겨냥했다. 역시 사실상 방송 폐지를 공개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NYT 등에 따르면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은 19일 팟캐스트에 출연해 ABC에 대한 카 위원장의 발언을 “마피아식 협박”에 비유했다. 또 “정부가 좋아하는 발언과 그렇지 않은 발언을 결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비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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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벤앤제리스 공동창업자, ‘팔 지지’ 제지 당하자 사직

    미국의 유명 아이스크림 업체인 ‘벤앤제리스’의 공동 창업자 제리 그린필드(사진)가 진보 가치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것에 부정적인 모회사 유니레버와의 갈등으로 47년 만에 사직했다. 벤앤제리스의 또 다른 공동 창업자 벤 코언은 17일 X를 통해 그린필드의 사임을 알리며 그의 성명을 공개했다. 그린필드는 성명에서 “정의, 평등,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애의 가치를 지키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에도 벤앤제리스는 권력자들을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워하며 침묵하고 방관해 왔다”고 밝혔다. 코언은 “그의 유산은 (모회사에 의해) 침묵당해선 안 된다”며 그린필드를 지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니레버와 벤앤제리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입장을 놓고 수년간 격렬한 싸움을 벌였다”고 전했다. 벤앤제리스는 1978년 중학교 동창인 코언과 그린필드가 창업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시작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했다. 창업 초창기부터 인종차별과 환경오염 등을 비판해 왔다. 이들은 2000년 회사를 매각하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니레버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벤앤제리스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등을 공개 지지해 왔다. 그러나 이들이 2021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책을 비판하며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벤앤제리스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모회사와의 갈등이 커졌다. 이듬해 유니레버는 이스라엘 점령지에서도 벤앤제리스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11월 벤앤제리스 이사회는 “유니레버가 독립성을 침해하고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지 못하도록 검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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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 소재 영화 작품상 받았다고…이스라엘, 자국 대표 영화제 지원 중단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이 17일(현지 시간) 자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 ‘오피르 시상식’에 내년부터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 치러진 시상식에서 팔레스타인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자 “이스라엘군 병사들을 모욕했다”며 반발한 것이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키 조하르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내 임기 중에 이스라엘 국민들이 우리의 용감한 이스라엘군(IDF) 병사들에게 침을 뱉는 수치스러운 행사에 돈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밝혔다. 16일 진행된 제35회 오피르 시상식에서 샤이 카르멜리-폴락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 ‘바다(The Sea)’는 작품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영화는 바다를 보기 위해 이스라엘에 몰래 들어간 12살 팔레스타인 소년의 여정과 실종된 아들을 찾으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영화에서 이스라엘군을 가혹하게 묘사한다고 지적했다. 조하르 장관은 영화 ‘바다’가 “팔레스타인을 옹호하고, 우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병사들을 모욕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이스라엘 국민의 1%도 대표하지 못하는 오피르 시상식 같은 수치스러운 행사에 세금을 낼 수 없다”며 내년 예산안부터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조하르 장관이 그간 이스라엘 영화계에 대한 과도한 검열로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현실을 다룬 영화 ‘노 아더 랜드’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자 “전 세계 영화계의 슬픈 순간”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수상작을 선정하는 이스라엘 영화·텔레비전 위원회는 영화 ‘바다’가 인류 전체를 다룬 작품이며, 그중에서도 주인공인 팔레스타인 소년에 섬세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사프 아미르 의장은 “같은 민족이 아닐지라도, ‘타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전쟁 상황에서) 작은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오피르 작품상 수상작은 관례에 따라 이스라엘의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작이 된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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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을 향해 쏴라’의 낭만 총잡이, 로버트 레드포드 별세

    “우린 소유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스쳐갈 뿐이지(We’re just passing through).”(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1970, 8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배우이자 미국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감독, 미 독립영화의 산실인 ‘선댄스 영화제’ 창립자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16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홍보회사 로저스 앤 코완 PMK의 신디 버거 최고경영자(CEO)를 인용해 “고인은 유타주 그의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사인은 유족의 요청으로 밝혀지지 않았다.1936년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태어난 레드포드는 1959년 연극으로 데뷔한 뒤 1962년 영화 ‘워 헌트’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고인은 1969년 폴 뉴먼과 출연한 ‘내일을 향해 쏴라’로 스타덤에 올랐다. 선댄스 영화제는 이 작품에서 그가 맡았던 역인 ‘선댄스 키드’에서 이름을 따왔다.1973년 다시 한번 뉴먼과 함께 나왔던 영화 ‘스팅’으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추억’(1973) ‘위대한 개츠비’(1974) ‘호스 위스퍼러’(1998) 등 수많은 흥행작에 출연하며 지적이고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메릴 스트립과 출연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6), 미셸 파이퍼와 호흡을 맞춘 ‘업 클로즈 앤 퍼스널’(1996)은 로맨틱 배우로서도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고인은 영화감독과 제작자로도 능력이 출중했다. 1980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보통사람들’과 1993년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흐르는 강물처럼’ 등이 대표작. NYT는 “레드포드는 슬픔이나 정치 부패 같은 진지한 주제로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탁월했다”고 평했다.레드포드는 선댄스 영화제 창립자로도 유명하다. 1981년 비영리단체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한 뒤 1984년 유타주의 작은 영화제를 인수해 선댄스 영화제로 키웠다. 스티븐 소더버그와 쿠엔틴 타란티노, 코엔 형제 등 세계적인 감독들을 발굴하며 선댄스는 미 독립영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환경보호와 평화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2012년 제주도 강정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국제적 연대를 호소했으며, 2020년 미국 서부 산불 사태 당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칼럼도 기고했다. 2016년 미 최고 영예인 ‘자유의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201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드뇌르 훈장을 받았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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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머스크 겨냥 “CEO라고 노동자의 600배 받나”

    올 5월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70·사진)이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성과 보상안을 거론하며 양극화와 빈부 격차를 우려했다. 14일(현지 시간) 70세 생일을 맞은 레오 14세는 즉위 후 가톨릭 매체 ‘크룩스’와 첫 인터뷰를 갖고 “머스크가 세계 최초로 1조 달러(약 1400조 원)를 보유할 것이란 기사가 나왔다”며 “노동자와 부유층의 소득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60년 전 최고경영자(CEO)들은 노동자보다 4∼6배 많은 돈을 받았지만 현재 노동자의 600배를 받는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돈보다 생명, 가족, 사회의 가치가 훨씬 중요한데도 사람들이 이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선 5일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에게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전체 보통주의 12%에 해당하는 4억2374만 주를 2035년까지 12단계에 걸쳐 지급하는 안을 마련했다. 이 보상안의 최대 가치는 약 9750억 달러(약 1365조 원)로 알려졌다.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재위 1878∼1903년)의 정신을 계승해 교황명을 지었다. 레오 13세는 1891년 가톨릭 최초의 ‘노동 헌장’ 회칙을 선포했다. 한편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구촌 분쟁에서 교황청의 역할에 대해 “평화를 옹호하는 일과 중재자의 역할은 구분하고 싶다”며 “두 가지는 몹시 다르고 후자는 전자만큼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전쟁이 시작된 후 교황청은 한쪽 편이 아닌 진정한 중립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희망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인간 본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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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머스크 직격 “CEO라고 노동자 600배 받아도 되나”

    교황 즉위 뒤 첫 인터뷰에 나선 교황 레오 14세(70)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성과 보상안을 언급하며 빈부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레오 14세는 14일(현지 시간) 70세 생일을 맞아 공개된 가톨릭 매체 크룩스와 인터뷰에서 “어제 머스크가 세계 최초로 1조 달러 부자가 될 거라는 기사가 나왔다. 이게 가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면 우리는 큰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앞선 5일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에게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전체 보통주의 12%에 해당하는 4억2374만3904주를 2035년까지 12단계에 걸쳐 지급하는 안을 마련했다. 테슬라 시가총액 등 단계별 목표치를 모두 달성했을 경우 보상안의 최대 가치는 약 9750억 달러(약1355조원)에 달한다. 교황은 이날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가족 등 삶의 중요한 가치들이 상실된 현실을 문제로 짚으며, 소득 양극화 또한 사회가 분열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60년 전 CEO들은 노동자보다 4~6배 많은 돈을 받았다. 최근 수치를 보면 그들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600배를 받는다”며 “이는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간의 생명과 가족, 사회의 가치 등을 언급하며 “이런 가치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다면 이제 무엇이 중요하겠는가”라고 했다.5월 미국 출신으로 최초로 교황에 즉위한 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의 정신을 계승해 교황명을 지었다. 레오 13세는 1891년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로 ‘노동헌장’ 회칙을 반포해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이날 인터뷰에서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구촌 분쟁에서 교황청의 역할에 대해 “평화를 옹호하는 목소리와 중재자로서 역할을 구분하고 싶다”며 “두 가지는 몹시 다르고 후자는 전자만큼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 교황청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느 한쪽 편이 아닌 진정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희망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 인간 본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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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살범 “커크가 증오 퍼뜨려” 평소 강한 반감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 겸 대표 암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의 진영 갈등이 가열되면서 체포된 살해 용의자의 배경과 범행 동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13일(현지 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커크를 살해한 용의자로 검거된 타일러 로빈슨(22·사진)은 미 유타주의 교외 지역 출신으로 공화당원인 부모 아래서 자랐다. 그는 2021년 고등학교를 평균 학점(GPA) 만점으로 졸업한 뒤 전액 장학금을 받고 유타주립대에 입학했지만 한 학기만 다니고 휴학했다. 폭스뉴스는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를 인용해 그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연인과 동거 중이었다고 보도했다.범인은 평소 커크에게 강한 반감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용의자 가족이 “(로빈슨이) 최근 몇 년간 정치 성향이 강해졌다. 특히 커크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고 진술한 내용을 전했다. 암살 전 로빈슨이 가족과의 저녁식사 중 커크가 참석한 유타밸리대 행사를 언급했다는 진술도 소개했다. 당시 로빈슨은 “커크가 증오를 퍼뜨리고 있다”며 그를 싫어하는 이유를 설명했다는 것. 다만, 로빈슨은 부모와 달리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콕스 주지사는 총격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소총 탄피와 발사되지 않은 탄약에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는 문구와 이탈리아의 반(反)파시스트 노래를 인용한 ‘벨라 차오(Bella ciao)’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CNN에 따르면 범인의 아버지는 당국이 공개한 용의자 수배 사진에서 아들을 알아본 뒤 자수하라고 설득했다. 로빈슨은 “자수하느니 자살하겠다”며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도움을 청한 목사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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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니스 스타 조코비치 ‘그리스 이주설’…고국서 배신자 논란

    세르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38)가 그리스로 이주한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세르비아 반(反) 정부 시위를 지지한 뒤 고국에서 ‘배신자’ 논란에 휘말렸다.1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그리스 언론을 통해 조코비치가 두 자녀를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있는 영국계 사립학교에 등록시킨 사실이 알려졌다. 또 그가 아테네 남부 교외 지역에 집을 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세르비아 국민 영웅으로 꼽히는 조코비치의 ‘그리스 이주설’이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올 6월과 8월 두 차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만났다. 또 자신이 주최하는 테니스 대회의 거점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아테네로 옮겼다. 아테네에서 집을 보러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는 세르비아의 친(親)정부 언론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조코비치를 ‘배신자’라고 부른 뒤 발생한 일이라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세르비아는 지난해 11월 북부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대규모 붕괴 사고로 16명이 사망한 뒤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이 사고는 “부패한 정부의 계약 탓”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2017년 집권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친러시아 행보와 언론 통제, 부패 의혹 등으로 계속 논란을 일으켜왔다.조코비치는 지난해 12월 시위대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밝혔다. 당시 그는 “젊은 세대의 힘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열망을 깊이 믿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들려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에도 세르비아 내 신규 리튬 광산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지지하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이후 조코비치가 소셜미디어에 집회 사진을 올리거나 ‘학생들이 챔피언이다’라는 후드티를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올 7월 윔블던에서 선보인 팔을 흔드는 세리머니는 시위대의 구호 ‘펌파이(pumpaj·계속 밀어붙이자)’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조코비치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점점 더 크게 내자 세르비아의 친정부 성향 타블로이드지들은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과거 조코비치를 ‘국민 영웅’으로 떠받들던 언론이 이제 그가 폭력을 선동한다며 비난하고 도핑 의혹까지 제기했다는 것. 시위대를 조직한 미사 바쿨로프 로닌은 더타임스에 “(현지) TV에서는 그를 외국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용병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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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롱의 선택은 ‘충성파’… 佛 새 총리 르코르뉘 임명[지금, 이 사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국방장관(39·사진)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과 내각이 전날 의회의 불신임 의결로 사퇴한 지 하루 만이다.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두 차례 임기에서 모두 살아남은 유일한 각료이자 최측근이다. 2022년 출범한 마크롱 2기 행정부의 다섯 번째 총리에 오른 그는 ‘마크롱의 충성스러운 군인’ ‘마크롱의 조용한 오른팔’ 등의 별명을 갖고 있다. 1986년생으로 19세이던 2005년 우파 대중운동연합(현 공화당)에서 최연소 의회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4년 노르망디주 베르농 시장을 거쳐 2017년 대선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를 위해 뛰었다. 대선에서 승리한 마크롱이 르코르뉘를 장관으로 전격 영입했고 마크롱 1기 행정부에서 생태담당장관을 지냈다. 재집권한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36세의 그를 최연소 국방장관에 발탁했다. 그는 물밑에서 정파를 넘나들며 교섭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파인 공화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중도 성향 정당 ‘르네상스’에 입당했고 극우 국민연합(RN)과도 교섭했다.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 때도 정부와 시위대의 대화를 중재했다. 국방장관 취임 후에는 유럽의 안보 자강론을 주장하며 국방비 증액을 주도했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며 틱톡 등 주요 소셜미디어 계정도 없다. 대통령의 절대 신임에도 르코르뉘 신임 총리가 긴축 재정을 둘러싼 프랑스의 정치 분열을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그의 총리 발탁을 좌우파 모두 반대하고 있다. 마린 르펜 전 RN 대표는 ‘X’에 “마크롱 대통령이 소수의 충성파와 벙커에 틀어박혔다”며 의회 해산을 촉구했다.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등이 속한 좌파 연합은 마크롱 대통령의 탄핵안을 발의했다. 한편 총리 이·취임식이 열린 10일 수도 파리를 포함해 마르세유, 리옹, 노르망디, 브르타뉴, 툴루즈 등 프랑스 전역에서 ‘모든 것을 막자(Block Everything)’라는 이름의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 등에 난입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도 폐쇄됐다. 당국이 프랑스 전역에 8만 명의 경찰과 헌병을 동원했지만 시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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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정부 “관세소송 패소땐 1조달러 환급해야” 대법에 호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관세 환급 규모가 최대 1조 달러(약 139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패소 시 관세 환급 규모를 7500억 달러(약 1040조 원)에서 1조 달러 사이로 추정했다고 CNBC 방송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이는 미국이 교역 상대국에 적용할 상호관세율을 발표한 올 4월 2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거둔 관세 수입 720억 달러(약 100조원)와 아직 발효되지 않은 관세를 포함해 내년 6월까지 징수될 금액을 포함한 금액일 수 있다고 CNBC는 해석했다. 베선트 장관은 문서에서 “이 관세를 철회하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재판을 신속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연방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대로 이 소송을 신속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첫 구두변론 일정을 오는 11월 첫 주로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경우 판결이 올해 안에 나올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이번 소송의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주로 활용됐으며 이를 활용해 관세를 부과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앞서 지난달 29일 2심 법원은 IEEPA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사실상 무효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불복해 3일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연방대법원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2심 판결은 효력이 정지되기 때문에 관세 정책은 유지된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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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서명 ‘외설 편지’ 美하원 공개… 다시 불거지는 엡스타인 연루 의혹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감옥에서 사망한 월가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낸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외설 편지’가 8일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부인해 왔다. 편지가 존재한다는 의혹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1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의 존재를 부정해 왔지만 이번 편지로 관련 의혹 및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거짓말을 해왔다는 지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엡스타인 유산 공동집행인 변호사들에게서 제공받은 문건을 공개했다. 이 중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고자 제작된 일명 ‘생일 책’에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가 포함돼 화제가 됐다. 타자기로 작성해 출력된 짧은 편지에는 굵은 펜으로 여성의 나체를 묘사한 윤곽선이 그려져 있고, 하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서명으로 보이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편지에는 ‘생일 축하해. 하루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비밀이 되기를’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위원들은 전체 문건이 공개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만 캡처해 X에 공개했다.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X를 통해 전체 문건이 공개되기 전 “트럼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던 ‘생일 책’을 확보했다”며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진실을 말하고 엡스타인 관련 파일을 모두 공개하라”고 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사인이 자살이 아니라거나, 그와 교류했던 유명 인사들의 명단인 ‘엡스타인 파일’이 존재한다는 음모론을 부추겨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재집권 후 엡스타인 의혹은 ‘민주당이 만든 사기극’이라며 돌연 태도를 바꿨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파일에 연루돼 문건을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했다. 특히 그의 강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가 그린 그림도 아니고 서명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여러 정황상 편지를 그가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WSJ는 편지에서 드러난 그림이나 서명 방식이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에 담긴 내용 등과 대조해 유사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CNN방송은 “핵심은 이 편지가 엡스타인의 유산에서 나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편지 공개가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는 의혹을 직접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CNN에 따르면 엡스타인 측 변호사들은 하원 감독위원회가 ‘엡스타인이 중개한 성매매에 연루된 잠재적 고객 목록’을 요청하자 “(목록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관련 문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현재 입장과 일치한다. J D 밴스 부통령은 X에 “민주당이 유일하게 신경 쓰는 건 ‘러시아 게이트’ 같은 가짜 스캔들을 꾸며내 거짓말로 트럼프 대통령을 흠집 내는 일뿐”이라고 반박했다.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공화당·켄터키)은 “민주당원들이 자료를 선별적으로 다루고(cherry-picking) 정치화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민주당은 생존자를 위한 정의 실현이 우선인지, 아니면 정치적 목적이 우선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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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親트럼프’ 폭스뉴스마저 “이번 단속 한미관계 뒤흔들어”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체포해 구금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친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조차 이번 사태가 우방인 한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뉴스는 8일(현지 시간) 이번 단속 작전이 “한미 관계를 뒤흔들고 있다”며 “미국이 자국의 대형 산업 프로젝트에 어떻게 노동력을 조달하는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은 미국의 최우방국이자 핵심적인 아시아 파트너”라고 했다. 근로자 300여 명을 쇠사슬로 묶어 끌고 나오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한국에서 반미 감정이 확산될 가능성 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재취임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체류자 추방”을 공언한 바 있다. 이후 폭스뉴스는 반이민 정책을 적극 지지해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경 차르’로 기용된 톰 호먼 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폭스뉴스에 출연해 중계방송하듯 불법 체류자 단속 실적을 홍보했다. 그랬던 폭스뉴스가 이례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건 동맹국 근로자들을 쇠사슬까지 동원해 집단 구금한 이번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기조로 내세운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한 미국 제조업 부활’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유명 기업의 공장이나 연구개발(R&D) 시설을 적극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기업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폭스뉴스는 이번 사태가 제조업 부활을 위해 꼭 필요한 양질의 인력 확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주요 제조업 생태계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현지 인력만으론 공장 건설 및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단속으로 인해 우수한 노동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AP통신도 불과 2주 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으로 핵심 동맹국인 한국 사회가 경악했다”고 진단했다. 또 “이번 사태가 많은 한국인들에게 혼란과 충격, 배신감을 불러일으켰다”며 일부 의원들은 아예 보복 차원에서 한국 내 불법 취업이 의심되는 미국인들에 대한 조사까지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A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 위협 억지 등 안보 문제 및 양국 간 경제 협력 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본격적인 맞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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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엡스타인 ‘외설 편지’ 공개…거짓말 논란 재점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감옥에서 사망한 월가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낸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외설 편지’가 8일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부인해 왔다. 편지가 존재한다는 의혹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1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의 존재를 부정해 왔지만 이번 편지로 관련 의혹 및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거짓말을 해왔다는 지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이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엡스타인 유산 공동집행인 변호사들에게서 제공받은 문건을 공개했다. 이 중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고자 제작된 일명 ‘생일 책’에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가 포함돼 화제가 됐다. 타자기로 작성해 출력된 짧은 편지에는 굵은 펜으로 여성의 나체를 묘사한 윤곽선이 그려져 있고, 하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서명으로 보이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편지에는 ‘생일 축하해. 하루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비밀이 되기를’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위원들은 전체 문건이 공개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만 캡처해 X에 공개했다.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X를 통해 전체 문건이 공개되기 전 “트럼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던 ‘생일 책’을 확보했다”며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진실을 말하고 엡스타인 관련 파일을 모두 공개하라”라고 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사인이 자살이 아니라거나, 그와 교류했던 유명 인사들의 명단인 ‘엡스타인 파일’이 존재한다는 음모론을 부추겨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재집권 후 엡스타인 의혹은 ‘민주당이 만든 사기극’이라며 돌연 태도를 바꿨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파일에 연루돼 문건을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했다. 특히 그의 강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가 그린 그림도 아니고 서명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여러 정황상 편지를 그가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WSJ는 편지에서 드러난 그림이나 서명 방식이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에 담긴 내용 등과 대조해 유사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CNN방송은 “핵심은 이 편지가 엡스타인의 유산에서 나왔다는 점” 이라며 “이 편지가 위조품이었다면 누군가가 오래전부터, 어떻게든 엡스타인의 소유물에 이를 심어놨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다만 이번 편지 공개가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는 의혹을 직접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CNN에 따르면 엡스타인 측 변호사들은 하원 감독위원회가 ‘엡스타인이 중개한 성매매에 연루된 잠재적 고객 목록’을 요청하자 “(목록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관련 문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현재 입장과 일치한다.J D 밴스 부통령은 X에 “민주당이 유일하게 신경 쓰는 건 ‘러시아 게이트’ 같은 가짜 스캔들을 꾸며내 거짓말로 트럼프 대통령을 흠집 내는 일뿐”이라며 “누구도 이런 헛소리에 속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공화당·켄터키)은 “민주당원들이 자료를 선별적으로 다루고(cherry-picking) 정치화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민주당은 생존자를 위한 정의 실현이 우선인지, 아니면 정치적 목적이 우선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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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뉴스까지 비판…“조지아 단속에 핵심 동맹인 한국 경악”

    미국 이민당국의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단속작전에 대해 친(親) 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한미관계를 뒤흔들었다”고 지적했다.폭스는 8일(현지 시간) 이번 단속 작전이 “한미관계를 뒤흔들고, 미국이 자국의 대형 산업 프로젝트에 어떻게 노동력을 조달하는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은 미국의 최우방국이자 핵심 아시아 파트너”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적 채용 관행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대형 건설 현장이 다시 조사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AP통신은 이날 “이 사건으로 핵심 동맹국인 한국 사회는 경악했다”며 불과 2주 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가졌던 사실을 지적했다. 매체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국인 근로자 송환을 마무리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보도하며 “많은 한국인이 혼란과 충격, 배신감을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1980년대 일본이나 1990년대 독일 자동차 업체들도 미국에 자국 근로자를 파견하는 비슷한 관행을 보였다고도 덧붙였다.로이터통신 역시 이번 단속이 “7월에 합의된 무역 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해 온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충격파를 보냈다”고 논평했다. 또 쇠사슬을 찬 한국인 근로자들의 모습과 장갑차 등이 동원된 단속 당시의 영상을 공개한 데 한국의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한국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국 내 불법 취업이 의심되는 미국인들에 대한 보복성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다만 AP통신은 “전문가들은 북한 위협 억지 등 안보 문제와 양국 간 경제 협력 의존도를 고려할 때, 한국이 본격적인 맞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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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국경차르 “기업 불법체류 단속 더 많이 할것”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관장하는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64·사진)가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구금된 것을 두고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 작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먼은 7일(현지 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조지아주 사례처럼 폭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인 직원이 많은 기업에 대한 대규모 단속이 늘어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간단히 답하자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작업장에 대한 (이민 단속) 집행을 더 많이 할 것”이라며 “첫째, 이 나라에 불법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범죄이고 둘째, 알면서도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것 또한 범죄”라고 했다. 특히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기업 때문에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고 임금 또한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호먼은 “누구도 선의로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지 않는다. (불법 체류자에게) 더 힘들게 일을 시키고, 더 적은 임금을 주면서, 미국 시민을 고용하는 경쟁 업체를 누른다”며 이런 잘못된 구조가 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하락시킨다고 주장했다. 불법 체류 노동자를 저임금에 고용하는 기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최근 자신이 집 지붕을 교체하려 했을 때 불법 체류자가 아닌 정식 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를 찾기 위해 무려 다섯 곳의 업체에 연락해야 했다고도 강조했다. 호먼이 고른 업체는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업체들과의 단가 경쟁을 버티지 못해 시민권자 직원 20명을 해고한 기업이었다. 그는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기업에 대한 단속이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며 “미국에 불법적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옹호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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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국경차르 호먼 “기업 이민단속 더 많이 할 것”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관장하는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64·사진)가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구금된 것을 두고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 작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호먼은 7일(현지 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조지아주 사례처럼, 폭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인 직원이 많은 기업에 대한 대규모 단속이 늘어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간단히 답하자면 그렇다”고 답했다.그는 “작업장에 대한 (이민 단속) 집행을 더 많이 할 것”이라며 “첫째, 이 나라에 불법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범죄이고, 둘째, 알면서도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것 또한 범죄”라고 했다. 특히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기업 때문에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고 임금 또한 낮아진다고 지적했다.호먼은 “누구도 선의로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지 않는다. (불법 체류자에게) 더 힘들게 일을 시키고, 더 적은 임금을 주면서, 미국 시민을 고용하는 경쟁 업체를 누른다”며 이런 잘못된 구조가 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하락시킨다고 주장했다. 불법 체류 노동자를 저임금에 고용하는 기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최근 자신이 집 지붕을 교체하려 했을 때 불법 체류자가 아닌 정식 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를 찾기 위해 무려 다섯 곳의 업체에 연락해야 했다고도 강조했다. 호먼이 고른 업체는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업체들과의 단가 경쟁을 버티지 못해 시민권자 직원 20명을 해고한 기업이었다.그는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기업에 대한 단속이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며 “미국에 불법적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옹호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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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 CEO 사임 압박에 지분 인수까지… 트럼프 ‘시진핑 따라하기’[글로벌 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트럼프 대통령은 ‘계획경제주의 총사령관(Dirigiste-in-chief)’이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자인 듯하다.”(블룸버그통신) 세계 자본주의의 총본산 격인 미국이 권위주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국가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주요 외신들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재집권 9개월 차에 접어든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방산·조선 등 다른 산업의 지분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국가 자본주의란 국가가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을 통제하거나, 생산수단을 국유화하는 경제체제로 중국이나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이나 고용통계와 같이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경제 분야에도 적극 개입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WSJ 등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시진핑 정부의 국가 개입주의를 따라 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 리더십이 경제 분야에서 과도한 개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자본주의 행보를 분석하고, 향후 국면을 전망해 봤다.● FT “트럼프 행정부, 민간부문 장난감처럼 다뤄”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지분 10%(4억3330만 주)를 89억 달러(약 12조3710억 원)를 들여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에 따라 배당한 보조금 57억 달러를 동원해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것. 나머지 32억 달러는 보안 칩 생산을 위한 별도의 지원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매입이 완료되면 미국 정부가 현재 인텔 지분 8.92%를 보유한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된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한 가운데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미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은 생산공장이 없는 설계 중심의 팹리스(fabless) 업체들이다. 그렇다 보니 전쟁이나 팬데믹 등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갖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지분 인수 발표 후 트루스소셜에 “인텔이 수행하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는 우리 국가의 미래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텔 지분 확보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중국 연계 의혹을 거론하며 사임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2015∼21년 탄 CEO가 반도체 설계기업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를 이끌던 당시, 이 회사가 중국 국방과학기술대를 대리하는 위장 업체들에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판매해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1억4000만 달러(약 2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과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와 인텔의 지분 인수 합의가 일부 강제성을 띤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FT는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을 재건하고자 하는 데에는 분명 강력한 국가안보적, 경제적 이유가 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은 민간 부문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텔은 지난달 2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미국 정부의 지분 투자가 이뤄질 경우 해외 매출 타격, 투자자 및 직원들의 반발 등 리스크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추후 정권이 교체될 경우 이번 합의가 취소되는 등 주주들에게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고 했다. 인텔 지분 인수를 둘러싼 우려와 반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지분 취득은 미국에 수익을 주는 거래다. 할 수 있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거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당국자도 뉴욕타임스(NYT)에 “인텔은 냄비나 프라이팬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한 회사이기 때문에 지분 인수는 정당하다”고 두둔했다.● 외국 기업에도 ‘황금주’ 요구하며 경영 개입 트럼프 행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한 지분 인수를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 방산 분야로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2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분 확보가 가능한 분야로 조선업을 언급하며 “우리가 미국에서 자급자족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자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관련해 인텔과 비슷한 거래가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록히드마틴은 매출의 97%를 미국 정부에서 만들어주기에 사실상 정부의 한 부문”이라며 “그들은 사실상 미국 정부의 한 부분과 다름없다”고 했다. 7월엔 미 국방부가 자국의 주요 희토류 광산업체인 MP머티리얼스의 지분 1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외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올 6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허용 조건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황금주’를 받아낸 게 대표적이다. 황금주는 단 한 주만으로도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이다. 지분 인수뿐 아니라 사실상의 세금을 새로 만들어 기업 경영을 통제하는 시도도 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와 AMD의 반도체 대중(對中) 수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중국 내 매출의 15%를 일종의 ‘수출세’로 거둬들이기로 했다. 거시경제 정책 운영에서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온 정부 통계 관리나 금리 결정에서도 정부 간섭이 노골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부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대놓고 사임을 요구했다. 또 고용통계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발표되자,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즉각 해임했다. 모두 미 행정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조치들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특혜나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레이 달리오는 “민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금융과 경제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독재 리더십의 일종”이라며 “지금 정치, 사회적 현상은 1930, 40년대 세계에서 있었던 현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1930, 40년대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만연했던 파시즘 정권에 비견한 것. 토드 해리슨 미국기업연구소(AEI) 국방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파산 위기에 처하지 않은 건전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분 인수 시 정부 계약 입찰 경쟁에 영향을 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주요 외신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유례없는 경제 정책에 주목하며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등 민간기업 지분 인수 시도가 보수주의자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샀지만 좌파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며 “기저에 ‘국가 자본주의’가 깔려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을 ‘계획 경제주의 총사령관’이라고 지칭하며 “민간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법을 뒤집고 공화당의 자유시장 철학을 산산조각 냈다”고 평했다.● “트럼프, 국가경쟁력 강화 위해 시진핑 따라 하기”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따라 ‘국가주도형 시장경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의 재분배를 뜻하는 이른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국정기조로 앞세워 반기업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이런 행태와 유사하다는 것. 시 주석은 2013년 주석 취임 후 정부 규제를 벗어나려 하거나,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상대로 철퇴를 휘둘렀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가 2020년 상하이 콘퍼런스에서 “중국 규제 당국이 혁신을 막는다”고 비판한 뒤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나 은둔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마윈이 세운 전자결제 기업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을 연기시켰다. 또 앤트그룹과 알리바바에 총 5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정부의 전방위 보복 조치에 결국 마윈은 2022년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내려놓았다. 중국 최대 승차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 역시 시 주석의 심기를 거슬러 표적이 됐다. 2021년 6월 디디추싱은 미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마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중국 당국 조사를 받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고객 신규 가입이 중단되고, 80억2600만 위안(약 1조5600억 원)에 달하는 벌금도 부과받았다. 중국 정부는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이 소유한 CK허치슨홀딩스의 파나마 운하 항구 매각에도 개입했다. 올 3월 CJ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 운하 항구 2곳의 운영권을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미국 금융기업 블랙록에 매각하기로 하자 시 주석이 “격노했다”고 WSJ가 보도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관문인 파나마 운하에 중국 국영기업들이 집중 투자한 상황에서 주요 항구를 미국 기업에 넘기기로 한 데 따른 것. 이에 중국 당국이 해당 거래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착수하면서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제철에 요구한 황금주와 유사한 제도를 고안해 기업 통제에 이용하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 직후 주요 기업들의 우선주 1%를 ‘특별관리 주식’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확보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의결사항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추구하기 위해 중국과 비슷한 시장 개입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 및 통상 정책에 적극 개입해 국가안보에도 중요한 AI, 조선, 방산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것. 이를 통해 미국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는 재정 적자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자유무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은 별도의 산업 정책이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과거보다 낮아졌고 재도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정부와 유사한 시장 개입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되는 방식으로 중국을 이기려고 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 중국이 정부 지원으로 전기자동차나 AI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부동산 부문에선 오히려 대규모 미분양을 양산하는 등 실패했다는 것. WP는 “우리는 항상 해왔던 방식, 자유시장 체제를 바탕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경쟁력과 상관없이 자신의 권위주의 리더십에 따라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의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태드 디헤이븐 연구원은 “트럼프의 철학은 공산주의도 자유주의도 아니다”라며 “그는 아무 전략도 계획도 없이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권력을 휘두르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은 근본적으로 반시장주의적 권위주의”라며 “우익이냐 좌익이냐를 떠나 일종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1월 연방의회 중간선거 향후 행보에 관건” 전문가들은 내년 11월 연방의회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의 향후 국가 자본주의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거라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선거 전까지는 당분간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오히려 공화당 승리를 위한 경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현 정책을 고수할 유인이 크다. 민 교수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시장 개입의 명분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의 반대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정부 정책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따라 투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보수 지지층은 절대 민주당을 찍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며 “현재로선 그의 권위주의 정책을 제어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인 저성장 흐름 속에서 미국 경제가 눈에 띄게 좋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내년 선거는 필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나 저소득층에서 비판 여론이 커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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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특수부대, 트럼프 1기때 ‘김정은 도청’ 北 침투”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9년 초 ‘김정은 도청 작전’을 벌이기 위해 미 해군 특수부대를 북한에 침투시켰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극비 작전이었지만, 북한 민간인 선박이 나타나 작전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현지 시간) NYT에 따르면 2018년 가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장비를 북한에 설치하는 작전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 해군 특수부대 ‘실팀6(SEAL Team 6)’ 부대가 핵추진 잠수함을 타고 2019년 초 북한 해안에 침투했다. 실팀6는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최정예 특수부대. 이들은 실전에 투입되기 전 미국 해역에서 수개월간 훈련을 받았다. 8명의 부대원이 소형 잠수정 2척에 옮겨 타 북한 해안에 접근한 순간, 북한 어선이 나타났다. 당시 발각을 우려한 부대원들이 북한인 두세 명을 사살한 뒤 잠수함으로 복귀했다. 숨진 이들은 북한의 조개잡이 어민들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청 작전을 승인한 때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북한과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던 시기다. NYT는 미국이 대북 비핵화 협상에 대비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도청 작전을 벌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사전이나 사후에도 이 작전을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에야 조사와 의회 보고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대한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실팀6의 북한 민간인 총격에 대해 교전수칙상 정당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팀6의 작전이 실패한 직후인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고, 북한은 이후 핵개발을 가속화했다. NYT는 “북한 영토에서 수행된 당시 군사작전은 자칫 광범위한 충돌을 유발할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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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세 논란에 결국… 노동자 출신 英부총리 사임

    고등학교를 중퇴한 요양보호사 출신으로 영국 부총리에 오른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 겸 주택지역사회부 장관(45)이 5일(현지 시간) 사임한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전했다. 레이너 부총리는 올 5월 잉글랜드 남부 이스트서식스의 호브에 80만 파운드(약 15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4만 파운드(약 7500만 원)의 세금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당신의 부총리, 장관, 노동당 부대표의 임기가 이런 식으로 끝난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그의 사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노동자 계층 출신인 레이너 부총리는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고, 16세에 아들을 출산하면서 고교를 중퇴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다 노조 활동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드라마틱한 삶과 거침없는 언사로 주목받으며 차기 노동당 대표로 거론됐다. CNN은 “레이너의 몰락은 노동당의 참담했던 여름을 마무리 짓는 사건”이라며 “그의 사퇴로 노동당은 가장 유능한 정치인 중 한 명을 잃었다”고 평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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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현대차-LG 공장 급습… 한국인 300명 체포

    미국 정부가 4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을 단속해 불법 체류 혐의로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약 300명이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자국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대규모 불법 체류 단속을 진행하면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이후 가속화됐던 한미 경제 공조에 새로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알코올·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수행해 최대 475여 명의 불법 체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에는 ATF뿐만 아니라 미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등 다수의 미국 정부기관이 동원됐다.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공장 현장 직원의 두 손을 케이블타이로 묶고 연행하거나, 한국인 직원들을 줄지어 세운 뒤 가방을 수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랐다.체포된 475여 명 가운데 한국인은 한국에서 출장 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직원과 공장 설비 마무리 작업을 하던 한국 협력사 직원,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등 300여 명으로 알려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성명에서 “불법 고용 관행 및 기타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의 일환으로 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비즈니스 회의, 계약 목적으로 받는 ‘B1’ 비자와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미국에 체류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육체노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단속에 대해 “조지아주 (HL-GA) 불법 체류 단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라며 “한미 간 무역협정 이행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단속에 HL-GA 공장 건설은 ‘올스톱’됐다. 당장 내년 가동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5 대 5 지분으로 법인을 세우고 총 43억 달러(당시 약 5조7000억 원)를 투입해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었다.‘제조업 동맹 상징’ 조지아서… 美 헬기까지 동원 불법체류 단속[美, 조지아 한국 공장 급습] 美, 현대차-LG엔솔 공장 급습비자 빌미 한국인 직원 대거 검거… “단기 체류용 ESTA가 문제 된 듯”韓기업들 “美지원 믿었는데” 충격… ‘마스가’ 협력 확대 조선업계도 비상외교부 “유감… 국민 권익 침해 안돼”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HL-GA) 건설 현장의 불법 체류 단속은 마치 군사 작전처럼 이뤄졌다. 소셜미디어에 뜬 영상을 보면 현장을 급습한 미국 당국 관계자가 “현장 전체에 수색영장이 발부됐다. 진행 중인 작업을 모두 끝내라”고 작업 중인 근로자들에게 외친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비자 문제를 빌미로 한국인 직원 체포에 나서자 우리 기업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당장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기업들은 체류 직원의 비자 상황부터 파악하고 나섰다. 서배너 건설 현장 사정에 밝은 한 교민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비자 발급이 어려워진 반면 공사 진행 압박은 커졌다”며 “불가피하게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현장을 챙기다 사달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금소 간 한국인들… 총영사 급파미국 지역 언론인 WSAV, 서배너모닝뉴스(SMN) 등에 따르면 미 이민 당국의 공장 단속에는 수색용 헬기까지 동원됐다. 수백 대의 경찰차와 군용 차량인 험비도 나타났다.소셜미디어에선 당시 현장에서 직원들이 건물 밖에 줄을 서 신분 확인을 받는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이 돌고 있다. 한 직원은 NBC뉴스에 “연방 요원들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미국 시민인지 여부를 물었다”고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성명을 발표했지만, 구금된 이들의 구체적인 혐의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300명을 포함해 이날 체포된 475명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관할 구금소에 잡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공관은 구금된 한국인들이 적법한 비자를 소지했는데 체포된 사례가 있는지, 구금 해제가 언제쯤 이뤄질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외교부는 주미 대사관 총영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영사를 서배너 현장에 급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 “美 지원 믿고 투자했는데…”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믿고 대미 투자를 늘렸던 한국 기업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HL-GA에 나타난 불법 체류 단속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 단속을 이유로 미국 공권력이 공장 안에 자주 들이닥친다면 북미 사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이번 단속이 이뤄진 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조지아주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해 1만7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한 대표적인 ‘K산업기지’다. 특히 한미 제조업 동맹의 상징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도 단속 현장 바로 옆에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부터 시작해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투자에 나섰지만 갈수록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마스가 프로젝트’와 함께 해외 조선소 인수 등 미국 주재원 파견이 늘어난 조선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상황 발생 직후 미국에 있는 전체 한국인 주재원들의 비자 적법성 파악에 나섰다”며 “특히 ESTA 등으로 미국에 단기 출장에 가는 경우의 지침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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