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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내내 침묵하던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의 한 방이 일본을 탈락 위기에서 구했다. 일본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에서 4-5로 뒤지던 9회말 무라카미의 끝내기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6-5로 역전승했다. 2006년 제1회 대회와 2009년 제2회 대회 우승팀인 일본은 14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다. 일본은 22일 오전 8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미국과 결승전을 치른다. 두 팀이 WBC 결승에서 맞붙는 건 처음이다. 미국은 20일 준결승전에서 쿠바에 14-2로 대승을 거두고 결승에 선착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미국은 2017년 4회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일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미국을 대표하는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의 맞대결도 이뤄지게 됐다.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이지만 30명의 엔트리 중 22명을 메이저리거로 채운 멕시코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 유일한 무패(5전 전승) 팀으로 남아 있던 일본을 상대로 먼저 점수를 뽑았다. 3회까지 일본 선발 투수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의 강속구에 끌려가던 멕시코는 4회초 공격에서 먼저 점수를 냈다. 2사 1, 2루에서 타석에 선 루이스 우리아스(밀워키)는 사사키의 변화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멕시코 마운드에서는 오타니의 팀 동료인 왼손 투수 패트릭 산도발이 선발로 등판해 4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일본은 결승 진출 시 선발 투수가 유력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를 4회부터 투입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일본은 5회와 6회 연속해 2사 만루 기회를 놓쳤지만 7회말 2사 1, 2루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의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요시다는 멕시코의 세 번째 투수 조조 로메로(세인트루이스)의 몸쪽 낮은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측 파울 폴 안쪽에 떨어지는 홈런으로 만들었다. 이후 일진일퇴가 이어졌다. 멕시코가 곧이은 8회초 앨릭스 버두고(보스턴)의 1타점 2루타와 이사크 파레데스(탬파베이)의 적시타로 2점을 다시 앞섰다. 멕시코의 승리 확률은 84.4%까지 올라갔다. 일본은 8회말 공격 때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다시 따라갔다. 운명의 9회말. 선두 타자 오타니가 멕시코 마무리 투수 히오바니 가예고스(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우중간 2루타로 날리며 불씨를 살렸다. 오타니는 1루 베이스를 돌기 직전 헬멧을 벗어던졌고 2루에 도착해서는 관중석을 향해 포효하는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요시다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주자 1, 2루에서 타석에 선 선수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56개의 홈런을 친 무라카미였다. 무라카미는 직전 타석까지 이날 경기 4타수 무안타를 포함해 이번 대회 21타수 4안타(타율 0.190)로 부진했다. 하지만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가예고스가 한가운데로 던진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았다. 방망이 중심에 맞은 타구는 가운데 펜스를 때렸고 그 사이 2루 주자 오타니, 1루 대주자 슈토 우쿄(소프트뱅크)가 홈을 밟았다. WBC 역대 준결승 첫 끝내기 안타였다. 일본은 결승전 선발 투수로 조별리그 한국과의 경기에도 등판했던 왼손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DeNA)를 예고했다. 오타니와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 등은 불펜에서 대기한다. 미국 선발 투수는 2015∼2018년 한국 프로야구 SK에서 뛰었던 메릴 켈리(애리조나)가 유력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단기전에서는 흔히 말하는 ‘미친 선수’가 나오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의 트레이 터너(30·필라델피아)가 바로 그런 선수다. WBC ‘디펜딩 챔피언’ 미국은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쿠바와의 준결승에서 막강 타선을 앞세워 14-2의 대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올랐다. ‘터너 타임’은 이날도 계속됐다. 전날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 5-7로 뒤진 8회초 드라마 같은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리며 미국의 4강행을 이끌었던 터너는 이날도 홈런 2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득점도 2개를 기록했다. 미국이 흔들린 건 1회초뿐이었다. 선발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42·세인트루이스)가 3연속 내야 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먼저 실점을 한 것. 하지만 웨인라이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답게 계속된 무사만루 위기에서 공격적인 투구로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위기를 벗어난 미국은 1회말 무키 베츠(31·LA 다저스)의 좌익선상 2루타에 이어 폴 골드슈밋(36·세인트루이스)이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미국의 9번 타자로 출전한 터너는 2회말 공격 때 좌월 솔로 홈런으로 3-1로 달아나는 추가점을 올렸다. 한번 불붙은 미국 타선은 6회까지 한 회도 쉬지 않고 점수를 뽑으면서 13-2로 크게 앞섰다. 터너는 9-2로 앞선 6회 1사 1, 2루에서 쐐기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에서 홈런 4개를 터뜨린 터너는 김하성(샌디에이고·3개)을 제치고 홈런 1위가 됐다. 2006년 제1회 WBC 때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 기록한 역대 한 대회 최다 홈런(5개)에도 한 개 차이로 다가섰다. 2017년 제4회 대회 우승팀 미국은 21일 열리는 일본과 멕시코의 준결승전 승자와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결승전은 22일 열린다. 일본의 4강전 선발 투수는 최고 시속 165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오른손 투수 사사키 로키(22·지바 롯데)다. 멕시코는 왼손 투수 패트릭 산도발(27)을 선발로 예고했다. 산도발은 일본 대표팀의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팀 동료다. 일본이 결승에 오르면 일본프로야구에서 2년 연속 투수 5관왕을 차지한 야마모토 요시노부(25·오릭스)가 선발로 등판하게 된다. 오타니의 중간 계투 등판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 선발은 2015∼2018년 한국 프로야구 SK(현 SSG)에서 뛰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된 메릴 켈리(35·애리조나)가 유력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투 웨이(Two way)’ 선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오타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소환되는 한국 야구 스타가 있다. 국내 프로야구 초창기 투수와 타자로 활약했던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65)이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해태에서 그는 타자로 타율 0.305, 13홈런, 69타점을, 투수로는 10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열혈남아(熱血男兒)’로 불렸던 그는 60대 중반인 요즘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역 방송에서 야구 해설을 하고 몇몇 다른 프로그램에도 고정 출연 중이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중국음식점 운영이다. 전남 나주혁신도시에서 4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중국집이 그의 일터다. 김 전 감독은 “원래 광주에서 중국음식점을 했다. 그만둘 때쯤 나주에 야구 봉사를 하러 왔다가 지인의 권유로 건물을 하나 사게 됐다. 그런데 세가 안 나가는 바람에 장사를 이어가게 됐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스스로를 ‘얼굴마담’이라고 부른다.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사장님’이다. 그는 “방송 스케줄 등이 없으면 가게로 출근한다. 손님들도 만나고, 아는 분도 만난다. 내 얼굴 보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중국 음식을 좋아했다. 특히 짬뽕을 즐겨 먹었다. 어떤 해인가는 짬뽕만 먹었다 하면 홈런을 쳤다. 짬뽕이 홈런을 부르고, 홈런이 다시 짬뽕을 불렀다. 지도자가 되어 선수들을 지도할 때도 짬뽕은 항상 그의 곁에 있었다. 그는 요즘도 중국 음식뿐 아니라 모든 음식을 잘 먹는다. ‘소식=건강’의 척도로 여겨지는 시대에 먹을 것 다 먹으면서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일까. 김 전 감독이 말하는 첫 번째 비결은 바로 사우나다. 그는 매일 아침을 집 근처 동네 공중목욕탕의 사우나에서 시작한다. 그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가 차가운 물에 마사지를 한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기도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데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는 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 아침은 절대 거르지 않는다. 그날그날 먹고 싶은 음식을 차려 든든하게 먹는다. 아침은 김 전 감독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차린다. 그는 “한 10년 정도 전부터 그렇게 했다.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면 아침상부터 웃음꽃이 핀다. 동반자와 함께 즐겁게 먹는 건 무엇보다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감독을 그만두고 그는 한때 산에 심취한 적이 있다. 3, 4년간 전국의 모든 산을 돌고 또 돌았다. 근심과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였다. 당시 쌓은 체력이 현재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바쁘게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짬뽕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잘 먹는다. 너무 먹어서 배가 좀 나오긴 했다. 하지만 살짝 나온 배야말로 내 자산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2시간10분13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박민호(24·코오롱)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잠시 흐느꼈다. 결승선 너머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지영준 코치(42)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박민호는 19일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4월 이 대회에서 작성한 2시간11분43초를 1분 30초 앞당겼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국내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목표로 삼았던 2시간9분대 기록엔 못 미쳤기 때문이다. 박민호는 “골인 지점 100m 정도를 남겨두고 전광판을 봤는데 2시간 1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기쁘면서도 너무 아쉬웠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박민호의 기록은 침체 일로를 걷던 한국 남자 마라톤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던졌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2019년 2시간15분45초를 기록한 그는 2021년 2시간13분43초, 2022년 2시간11분43초를 찍은 데 이어 2시간 9분대 문턱까지 도달했다. 케냐 출신 귀화 선수인 오주한(청양군청)을 제외하고 한국 선수가 2시간10분대 이내에 풀코스를 완주한 건 12년 만이다. 정진혁이 2011년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9분28초를 기록했다. 박민호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출전권 확보도 유력해졌다. 대한육상연맹은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에 열리는 국내외 마라톤 대회 기록을 살펴 항저우 대회에 나갈 국가대표를 남녀 2명씩 선발한다. 박민호는 “개인 기록을 경신한 데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내일이면 또 평소 하던 대로 회복운동과 트레이닝을 하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며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뛰겠다”고 말했다. 그가 잡은 더 높은 목표는 2시간 6분대 진입이다. 남자 마라톤 한국 기록은 이봉주가 2000년 세운 2시간7분20초다. 그는 “2시간6분대에 맞춰 지 코치님과 훈련하고 있다. 오늘 2시간9분대를 찍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절대 약해지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황영조 선배님이나 이봉주 선배님이 해냈던 큰일을 저도 한번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성과에도 갈 길은 여전히 멀다. 8월 헝가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마라톤 출전 기준 기록은 2시간9분40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기준 기록은 2시간8분10초다. 박민호는 1년 365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매주 200∼210km를 꾸준히 달린다. 쉴 때는 푹 쉬고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는다. 소속 팀 코오롱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코오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케냐 출신 베테랑 마라토너 아이작 키플라갓(39)을 박민호의 훈련 파트너로 영입했다. 키플라갓은 이번 대회에서 박민호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인 지 코치는 “(박)민호는 나이가 어리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2시간 6분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마라톤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재목”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투 웨이(Two way)’ 선수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투수로는 최고 164km의 빠른 공을 던지고, 타자로는 엄청난 파워로 홈런과 장타를 때린다. 인성과 팬 서비스까지 좋아 세계적인 야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투타겸업’을 하는 오타니가 화제가 될 때마다 소환되는 한국의 레전드 야구 스타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투수와 타자로 모두 활약했던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65)이다. 김 전 감독은 KBO리그 최초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한 선수이자, 양 쪽 모두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해태에서 데뷔한 김 전 감독은 80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5, 13홈런, 69타점을 기록했다. 동시에 투수로는 26경기에 등판해 10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 2점대 평균자책점 두 자릿수 승수를 모두 기록한 것. 원래부터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김 전 감독은 이듬해부터는 투구 횟수를 줄이며 타자 쪽에 집중했다. 그런데 1983년에 거둔 유일한 승리는 완봉승이었다. 1985년에도 4승을 올렸는데 그 중 한 경기에서 완봉을 했다. 그는 1986년 1경기 3이닝 투구를 끝으로 투수를 그만두고 타자 쪽에만 전념했다. 1995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 1루수로 활약하며 홈런왕 3회, 타점왕 2회, 골든글러브 6회, MVP 2회를 수상했다. 은퇴 후엔 지도자로 변신해 KIA 감독과 한화 수석코치, 국가대표 코치 등을 두루 거쳤다. 한국이 준우승을 했던 2009년 제2회 WBC 때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열혈남아(熱血男兒)’로 불렸던 그는 60대 중반인 요즘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먼저 광주 지역 방송의 야구 해설자로 여전히 야구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방송에서 하는 ‘먹방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또 다른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지역 소개 프로그램의 고정출연자 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중국음식점 운영이다. 전남 나주혁신도시에서 4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중국집이 그의 일터다. 김 전 감독은 “원래 광주에서 중국 음식점을 했다. 계약도 끝나고 해서 그만둘 때쯤 나주에 야구 봉사를 하러 왔다가 지인의 권유로 건물을 하나 사게 됐다. 그런데 그 건물이 세가 안 나가는 바람에 장사를 이어가게 됐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스스로를 ‘얼굴마담’이라고 부른다.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사장님’이라는 것이다. 그는 “방송 스케줄 등 개인적인 일이 없으면 항상 가게로 출근한다. 손님들도 만나고, 아는 분도 만난다. 내 얼굴 보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그가 중국집을 운영하는 덴 오랜 사연이 있다. 선수 시절부터 그는 중국 음식을 좋아했다. 그 뿐 아니라 당시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은 모두 짬뽕을 유독 즐겼다. 경기 시작 전 몇몇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짬뽕 배달을 시키곤 했는데 이는 베테랑 선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김 전 감독 역시 짬뽕을 즐겨 먹은 선수 중 하나였다.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징크스가 있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데 경기가 잘 풀렸다면 다음 날도 같은 음식을 먹는 식이다. 김 전 감독에게 그 음식이 바로 짬뽕이었다. 어떤 해인가는 짬뽕만 먹었다 하면 홈런을 쳤다. 짬뽕이 홈런을 부르고, 다시 홈런이 짬뽕을 부르는 식이었다. 야구가 잘 되지 않을 때도 짬뽕이 필요했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면 그는 일찌감치 운동장에 나와 혼자 특별 타격 훈련을 했다. 특타를 위해서는 공을 던져주는 선수가 있어야 했는데 어린 투수들이 대개 그 역할을 맡았다. 한두 시간 공을 던지고, 공을 때리다 보면 허기가 졌다. 그 때 간단하게 시켜먹을 수 있는 게 역시 짬뽕이었다. 지도자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해태 타격코치 시절 그는 두 명의 유망주를 훌륭한 타자로 키워냈다. 그 중 한 명은 ‘스나이퍼’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이고, 또 한 명은 LG 타격코치로 활동 중인 이호준 코치다. 김 전 감독은 두 선수를 키우기 위해 밤늦게까지 운동장에서 타격을 지도하곤 했는데 운동이 끝나면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결론은 또 다시 짬뽕이었다. 그는 중국 음식 뿐 아니라 모든 음식을 잘 먹는다. 먹는 걸 특별히 관리하지도 않는다. 먹방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광주와 전라남도 인근의 맛집을 찾는다. 이 때로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즐겁게 먹는다. ‘소식=건강’의 척도로 여겨지는 시대에 그는 먹을 것 다 먹으면서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일까. 김 전 감독이 말하는 첫 번째 비결은 바로 사우나다. 그는 매일 아침을 집 근처 동네 공중 목욕탕의 사우나에서 시작한다. 하루를 목욕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사우나를 길게 하진 않고 30~40분 정도 한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가 차가운 물에 마사지를 한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기도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데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는 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아침은 절대 거르지 않는다. 간단히 먹기보다는 누룽지 미역북 전복죽 떡국 북어국 된장국 등 밥 위주로 그날그날 먹고 싶은 음식을 차려 든든하게 먹는 편이다. 여느 집과 다른 점은 아침 식사만은 김 전 감독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차린다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설거지는 아내가 한다. 그는 “한 10년 정도 전부터 아침을 내가 차리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아내와 둘이서 정성껏 차린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면 아침상부터 웃음꽃이 핀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평생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와 함께 즐겁게 먹는 건 무엇보다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감독을 그만두고 한 때 산에 심취한 적이 있다. 약 3~4년 간 전국의 모든 산을 돌고 또 돌았다. 근심과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였다. 당시 쌓은 체력이 현재를 지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그는 인생 어느 때보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 먹으며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운동을 하거나 운동을 시키면서 제일 만만한 게 중국 음식이었다. 짬뽕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잘 먹는다. 너무 먹어서 배가 좀 나오긴 했다. 하지만 살짝 나온 배야말로 내 자산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라며 웃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미국의 야구 전문 잡지 ‘베이스볼아메리카’(BA)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 도미니카공화국을 우승 후보 0순위로 꼽았다. 매니 마차도, 후안 소토(이상 샌디에이고), 라파엘 데버스(보스턴) 등 막강 타선에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수상한 산디 알칸타라(마이애미) 등이 포진한 투수진도 막강했기 때문이다. 현지 도박사들도 한결같이 도미니카공화국의 우승을 점쳤다. 하지만 야구는 모르는 것이었다. 초호화 멤버를 구성한 도미니카공화국이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마지막 경기에서 푸에르토리코에 2-5로 무릎을 꿇었다. 이 경기는 이기는 팀은 8강에 올라가고, 지는 팀은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일명 ‘단두대 매치’였다. 지난해 은퇴한 전설적인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전 세인트루이스)가 지휘봉을 잡은 푸에르토리코는 3회초 선두타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미네소타)의 홈런 등 집중타를 몰아치며 4점을 뽑은 뒤로 줄곧 도미니카공화국을 압도했다. 3회말 소토에게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맞았지만 5회초에 프란시스코 린도르(뉴욕 메츠)가 상대 수비 실책을 틈타 귀중한 쐐기점을 뽑았다. 중견수 앞 안타를 친 린도르는 상대 중견수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가 공을 뒤로 빠뜨린 사이 베이스를 모두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5회말 무사 만루 기회에서 마차도가 유격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며 1점을 따라가는 데 그쳤다. 2013년과 2017년 WBC에 선수로 출전해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던 몰리나 감독은 지도자 데뷔전인 이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팀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스(뉴욕 메츠)가 경기 후 동료들과 승리 세리머니를 하다가 오른쪽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 정확한 부위와 부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휠체어를 타고 퇴장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디아스는 지난해 말 메츠와 마무리 투수 역대 최고인 5년 1억200만 달러(약 1337억 원)에 계약했다. 푸에르토리코는 18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에서 C조 1위 멕시코와 4강행 티켓을 두고 맞붙는다. 또 다른 우승 후보 미국은 콜롬비아와의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3-2 진땀승을 거두고 조 2위로 8강행을 확정지었다.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가 선제 적시타와 역전 2타점 적시타 등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미국의 8강전 상대는 D조 1위 베네수엘라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는 이제 끝났다. 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려올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 주장 김현수(LG)는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과의 조별리그 B조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22-2, 5회 콜드게임으로 이겼지만 한국 대표팀의 누구도 웃지 못했다. 3회 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이라는 최종 성적표 때문이었다. 김현수뿐 아니라 국제대회 단골손님이었던 박병호(KT), 최정(SSG) 등도 이번 대회가 마지막임을 말해 왔다. 10년 넘게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김광현(SSG)과 양현종(KIA)도 태극마크를 반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야구는 이제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인정하고 도전자의 자세로 새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호주에 7-8로 졌다. 일본에는 콜드게임을 겨우 면하면서 4-13으로 대패했다. 야구가 아닌 본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린 체코에도 3실점하면서 7-3으로 이겼다. 이정후(키움)는 “일본 투수들의 공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공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때 한국은 위협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언제부터 일본과 한국의 실력 차이가 이렇게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2020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4관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타자 로하스(전 KT)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뛴 2년간 타율 0.222, 17홈런에 그쳤다. 한국에서 20승 투수였던 알칸타라는 한신에서 두 시즌을 뛰며 4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6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올해 다시 두산으로 복귀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일본 투수들은 대부분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는 시속 160km대를 찍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투수들의 구속 차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선수층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고교 야구팀이 100개도 안 되는 한국과 4000개가 넘는 일본에서 나오는 투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는 한국 야구의 질적 저하 원인을 고교 선수들의 나무 배트 사용에서 찾은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은 2004년부터 고교 야구에 전면적으로 나무 배트를 도입했다. 일본은 여전히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한다. 미국도 반발력을 전보다 낮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금속 배트를 쓰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와 ‘국민타자’ 이승엽(두산 감독), 왕년의 홈런왕 장종훈 등은 고교 야구에 알루미늄 배트 재도입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타자들이 반발력이 약한 나무 배트를 사용하게 되면서 투수들이 훨씬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투수들이 조금만 빠른 공을 던져도 아직 성장이 완성되지 않은 고교 선수들은 공의 힘을 나무 배트로 이겨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자기 스윙을 하기보다는 공을 맞히는 데만 급급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언젠가부터 한국 야구엔 거포가 실종됐다. 일본의 야구 전문매체 풀카운트는 한일전이 끝난 뒤 “한국이 고교야구에서 나무 배트를 사용한 이후 거포는 사라지고 이기기 위한 잔기술만 늘었다. 이는 투수들한테도 영향을 미쳐 좋은 투수도 나오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 상위권 투수는 대부분 외국인 투수”라고 지적했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뛰었던 정민철 MBC 해설위원은 “나무 배트 도입 후 투수들이 자기 실력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한국 야구를 다시 세우기 위해선 알루미늄 배트 재도입을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시도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미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상황. 하지만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국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조별리그 중국과의 최종 4차전에서 박건우(NC)와j 김하성(샌디에이고)의 만루홈런 등을 앞세워 22-5, 콜드게임승을 거뒀습니다. 전날 체코전 승리에 이어 중국전에서 완승을 거둔 한국은 2승 2패로 B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목표였던 4강은 물론 8강 진출에도 실패했지만 약체로 평가되던 중국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프로다웠습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제가 부족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야구팬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상처 가득한 대회였지만 수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 스타인 ‘바람의 손자’ 이정후(25·키움)의 실력과 품격을 이번 WBC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타격 5관왕(타율, 안타, 타점, 장타율, 출루율)을 차지하며 프로 데뷔 6년 만에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그는 지난 겨울 내내 타격폼 수정에 매달렸습니다. 올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리는 그는 평균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MLB 투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타격 폼을 간결하게 바꾸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지요. 주변에서는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평생 해온 자세를 바꾸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프로야구 감독을 지낸 한 인사는 “결국 초반이 중요하다. 만약 결과가 제대로 나온다면 수정된 타격 폼을 밀고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래 타격 폼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WBC 무대는 타격 폼을 바꾼 이정후가 처음으로 실전을 치르는 무대였습니다. 그것도 국내 투수들이 아닌 수준 높은 외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이정후는 이번 대회 내내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빛난 타자였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은 9일 호주전 안타를 비롯해 이정후는 이번 대회에서 14타수 6안타(타율 0.429), 5타점으로 맹활약했습니다. 특히 10일 숙적 일본과의 대결에서 그는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뽐냈습니다. 150km대의 강속구와 빼어난 제구력, 그리고 공략하기 힘든 포크볼을 던지는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2개의 안타를 때려낸 것이지요. 이날 한국 타선이 9회 동안 친 안타는 고작 6개였습니다. 그 중 3분의1인 2안타가 이정후의 방망이에서 나왔습니다. 이정후는 중국과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저를 비롯한 많은 어린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많은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모자라는 부분을 잘 채워서 다음 2026 WBC에서는 더 좋을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루 전 이정후는 4-13으로 대패한 일본전에 대해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충격적이다. 내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계속 생각날 것 같다. 분한 마음도 있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얻은 수확과 자신감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빠른 공과 변화구를 치기 위해 겨우내 준비했다. 좋은 공을 던진 일본 투수들의 공에 헛스윙 없이 대처해 낸 게 수확”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이정후는 이날 4번 타석에 들어가서 15개의 투구를 상대했는데 헛스윙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좋은 공을 쳐내고, 볼은 걸러냈습니다. 그리고 치기 어려운 공은 파울로 만들었습니다. 이날 이정후는 일본의 선발 투수로 나선 메이저리그 95승 투수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상대로 3회 2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깨끗한 중전 안타를 치고 1루에서 포효했습니다. 5회에는 일본이 자랑하는 왼손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로부터는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은 타석이 어떤 것이었느냐”는 질문에 이정후는 “다루빗슈를 상대로 친 안타도 기억에 남지만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된) 첫 번째 타석에서 우측 방향으로 날린 파울 타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대투수 다루빗슈를 상대로 자신의 스윙을 완전히 가져가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맞혔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지요. 이렇듯 한 단계 더 진화한 이정후에게 메이저리그 입성은 멀지 않아 보입니다. 그의 활약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한 일본 기자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혹시 일본 무대에서 뛸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이정후는 “지금은 일단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잘하는 게 우선이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미국 무대에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제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회 내내 이정후는 뛰어난 실력과 함께 도전적인 정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 등을 말이 아닌 플레이로 보여줬습니다. ‘예비 메이저리거’인 이정후에게 꿈의 메이저리그는 이미 눈앞으로 다가온 듯 합니다. 도쿄에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3일 일본 도쿄에는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전날에 비해 기온이 뚝 떨어졌고 바람도 강했다. 축제가 한창인데 집으로 쓸쓸하게 돌아가야 하는 한국 야구의 뒷모습을 보는 듯한 을씨년스러운 날씨였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힘차게 출발했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이 WBC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첫 경기였던 9일 호주전에서 7-8로 예상 밖의 일격을 당한 데 이어 10일 일본전에선 4-13으로 완패했다. 조별리그 2승을 거둔 호주가 13일 체코를 8-3으로 꺾으면서 한국은 같은 날 저녁 중국과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스트라이크 못 던지는 투수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무기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부실했던 마운드다. 투수들은 호주, 일본, 체코와의 3경기에서 안타 29개를 맞았고 사사구(고의사구 1개 포함) 15개를 내주면서 24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한때 국제대회 ‘승리 보증수표’였던 김광현(SSG), 양현종(KIA) 등 베테랑 투수들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일본전 선발로 등판한 김광현은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지만 3회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볼넷이 많아졌다. 양현종은 9일 호주전에 4-5로 뒤진 8회 1사 후 등판해 세 타자를 상대로 안타-2루타-홈런을 얻어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젊은 투수들의 부진은 더욱 뼈아팠다. 등판하는 투수마다 달아나는 피칭을 하기에 바빴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이번 대회 마무리로 예정됐던 고우석(LG)은 담 증세로 등판조차 못 했다. 이번 대표팀 투수진은 15명으로 꾸려졌는데 그중 7명(이의리 소형준 김윤식 구창모 양현종 정우영 고우석)은 1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7안타 7사사구 10실점을 기록했다. 선수 시절 태극마크를 8차례 달았던 이대호 SBS 해설위원은 “투수들이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한다. 국가대표로서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본 매체도 “(한국은) 마운드가 무너졌는데 막으러 나올 투수가 보이질 않는다”고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왔던 투수들만 다시 등판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김원중(롯데)은 6, 7일 일본 프로야구팀과의 평가전부터 WBC 초반 세 경기까지 다섯 경기 모두 등판했다. 정철원(두산)도 5경기 모두 개근했다. 10일 일본전 콜드게임 패배를 막은 박세웅(롯데)은 12일 체코전에 또 나왔다. 호주와 일본전 2경기에서 중간 계투로 던졌던 원태인(삼성)은 중국전 선발 투수로 등판해야 했다.● ‘우물 안 개구리’는 이제 그만 한국 야구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과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이다. 이처럼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치솟은 인기 덕에 현재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 중엔 다년 계약에 100억 원대 몸값을 받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한국 야구의 영화는 이미 오래전 얘기다.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1회전에 탈락했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무엇보다 국제무대 경쟁력을 가진 선수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이번 WBC에서 경기마다 안타를 날린 이정후(키움)와 홈런 2개를 친 양의지(두산) 등이 분전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선수들은 ‘국내용’임이 드러났다. 호주전에서 세리머리를 하다가 아웃된 강백호(KT)나 홈으로 파고들 기회를 놓친 박해민(LG)의 플레이도 아쉬웠다. 선수 시절 ‘국민타자’로 불렸던 이승엽 두산 감독은 “모든 야구인의 패배다. 선수들이 모든 짐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며 “실력이 안 돼 진 것이다. 앞으로 노력하고 연구해서 다시 실패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말처럼 한국 야구는 2006년 도하 참사(아시아경기 동메달) 이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2013년 타이중 참사(WBC 1회전 탈락) 후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우승했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모든 야구인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안타 3089개를 때린 일본 야구의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50·은퇴)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에 연패를 당한 뒤 “내 야구 인생에 가장 굴욕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후 MLB에 도전하는 이정후(25·키움)에게는 10일 4-13 완패로 끝난 제5회 WBC 한일전이 그랬다. 이정후에게 이치로는 우상과도 같은 선수다. 똑같이 우투좌타이고 등번호도 51번으로 같다. 호주와 일본에 연패를 당한 한국 야구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체코와의 조별리그 B조 3번째 경기에서 7-3으로 승리하며 대회 첫 승을 거뒀다. 이정후는 이날도 1회 결승타점이 된 중전 안타를 때렸다. 하지만 10일 한일전 완패의 기억이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듯했다. 체코전이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는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충격적이다. 내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계속 생각날 것 같다. 분한 마음도 있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졸전 끝에 대패를 당한 일본전이었지만 이정후만은 빛난 경기였다. 이정후는 3회 공격 때 MLB 통산 95승 투수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2루 주자 김하성(샌디에이고)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5회에는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로부터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이날 한국 타자 중 유일하게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남겼다. 이정후에게 한일전은 큰 자극이 된 무대였다. 그는 “일본 투수들의 공은 확실히 다르더라.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한국 타자들은 이날 이마나가를 비롯한 일본 투수들에게 크게 고전했다. 이마나가는 이날 최고 시속 153km의 패스트볼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을 고루 섞어 던지며 한국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정후의 2루타와 6회 박건우(NC)의 솔로 홈런이 나오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구위를 자랑했다. 올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 진출에 도전하는 이정후로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해야 하는 큰 동기를 얻은 셈이다. 이정후는 12일 체코전까지 12타수 4안타(타율 0.333)를 기록하며 한국 타선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9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둔 최나연(36)은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골프를 내려놓은 그는 좀 한가해졌을까. 최나연은 “백수가 됐는데 오히려 선수 때보다 더 바쁘다”고 근황을 전했다. 얼마 전부터 그는 킥복싱을 시작했다. 친오빠를 따라 체육관에 갔다가 재미있어 보여 하게 됐다. 펀치를 날리고, 발길질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어릴 때 태권도를 했던 그는 “평생 했던 골프는 다소 정적인 운동이다. 좀 더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게 무척 재미있다”고 했다. 골프 선수 최나연은 운동에 열심이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했고, 필라테스도 했다. 하지만 목적은 오직 하나. 스윙을 좀 더 매끄럽게 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은퇴 후 그는 각종 역동적인 운동에 빠져들었다. 겨울에는 친구들과 함께 스키를 탔다. 젊은층에 유행하고 있는 테니스도 배웠다. 조만간 축구도 해볼 생각이다. 최나연은 “스키와 테니스를 하면서 내가 ‘몸치’라는 걸 느꼈다.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더라. 골프가 가장 쉬웠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최나연은 단짝 친구인 김하늘과 함께 몸을 멋지게 가꾼 뒤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보디 프로필’을 위해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이미 2년 전에 버킷리스트였던 보디 프로필을 촬영했지만 이번엔 친구와 함께 하는 것. 하루 식단은 1200Cal를 넘지 않는다. 운동량도 많다.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매일 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1주일에 4번 이상 한다. 최나연은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스스로도 의아할 때가 있다”면서도 “은퇴 후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게 고생스러우면서도 즐겁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효과는 크다. 최나연은 “골프 시즌이 시작되자 나도 모르게 공허감 같은 게 몰려왔다”며 “그래서 지금 바쁘게 지내는 게 다행인 것 같다. 나보다 1년 먼저 은퇴한 (김)하늘이가 나를 그냥 놔두지 않고 계속 뭘 같이 하자고 하는 게 그런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선수 때도 비슷했다. 투어 프로들은 수면이 중요하다. 일찍 티오프를 할 때도 많지만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시차 적응이 필수다. 최나연이 선택한 방법은 몸을 힘들게 하는 거였다. 그는 “골프를 끝내고 저녁을 먹은 뒤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그렇게 몸을 피곤하게 한 뒤 샤워를 하고 나면 잠을 푹 잘 수 있었다”고 했다. 공허함과 잡생각을 없애는 데는 운동만 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주말 골퍼들에게는 ‘내려놓기’를 조언했다. 그는 “티샷을 미스 했을 때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를 만회하려고 무리하게 치면 트리플 보기나 양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두 번째 샷을 어떻게든 그린 주변으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치는 게 좋다”고 했다. 스윙 등 기술적인 부분들은 그의 유튜브 채널 ‘나연이즈백’을 참고하면 된다. 그는 구독자 29만여 명의 인기 유튜버이기도 하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얼짱 골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최나연(36)은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스스로를 전 프로골퍼이자 유튜버라고 소개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며 몇 해 전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29만 여명이나 된다. 9개월 넘게 투어를 다니고 나머지 3개월은 전지훈련 등으로 보내는 골프 선수 생활을 마쳤으니 그는 좀 한가해졌을까. 최나연은 “백수가 됐는데 오히려 선수 때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유튜브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는 데 물론 시간이 든다. 하지만 그가 정작 쉴 새 없이 바쁜 건 운동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그는 킥복싱을 시작했다. 친오빠를 따라 체육관에 갔다가 재미있어 보여 하게 됐단다. 글러브를 끼고 펀치를 날리고, 발길질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좋아했다는 그는 “평생을 했던 골프는 다소 정적인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뭔가 좀더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게 무척 재미있다. 골프 칠 때보다 훨씬 땀이 많이 나서 그런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골프 선수 시절에도 최나연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고, 필라테스도 했다. 하지만 목적은 오직 하나. 골프 스윙을 좀더 원활하게 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은퇴 후 그는 각종 역동적인 운동에 빠져들었다. 겨울에는 친구들과 함께 스키를 열심히 탔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테니스도 배웠다. 조만간 축구도 시작해볼 생각이다. 최나연은 “스키와 테니스를 하면서 스스로가 ‘몸치’라는 걸 느꼈다. 몸이 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더라. 돌이켜 보면 골프가 가장 쉬웠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최나연은 단짝 친구인 김하늘(35)과 함께 몸을 멋지게 가꾼 뒤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보디 프로필’을 찍기로 했다. 약 100일 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 5월에 사진을 찍는다. 최나연은 이미 2년 전에 보디 프로필을 촬영한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김하늘이 함께 해 볼 것을 제안해 자신의 두 번째 보디 프로필을 찍게 됐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고생 아닌 고생”이다. 하루 식단은 1200kcal를 넘지 않아야 한다. 운동은 매일 쉬지 않는다. 간단한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매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1주일에 4번 이상 한다. 최나연은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스스로도 의아할 때가 있다”면서도 “은퇴 후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게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은 점도 있다. 최나연은 “은퇴 후 골프 생각이 거의 나지 않았다. 그런데 골프 시즌이 시작되고 동료 선수들이 하나 둘 미국에 가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공허감 같은 게 몰려왔다”며 “그래서 지금 바쁘게 지내는 게 다행인 것 같다. 나보다 1년 먼저 은퇴한 (김)하늘이가 나를 그냥 놔두지 않고 계속 뭘 같이하자고 하는 게 그런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선수 때도 비슷했다. 투어 프로들은 수면이 중요하다. 일찍 티오프를 할 경우도 많지만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시차 적응도 쉽지 않다. 당시에도 최나연이 선택한 방법은 몸을 좀 힘들게 하는 거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운동을 저녁에 하는 편이었다. 골프 연습을 끝내고 저녁을 먹은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그렇게 몸을 피곤하게 한 뒤 샤워를 하고 나면 잠을 푹 잘 수 있었다”고 했다. 공허함과 잡생각을 없애는 데는 운동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9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둔 세계적인 선수였던 그에게 마지막으로 주말 골퍼들에게 주는 팁을 물었다. 그의 말한 2~3타를 줄일 수 있는 비결은 ‘내려놓기’였다. “골프는 실수를 줄여야 스코어가 좋아지는 종목이다. 티샷을 미스 했을 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프로들도 ‘티샷을 미스하면 보기로 막는다’는 생각을 한다. 드라이버를 잘못 친 뒤 파를 잡으려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면 트리플이나 양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두 번째 샷을 어떻게든 그린 주변으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치는 게 좋다.”이 밖에 스윙 등 골프의 기술적인 부분들은 최나연의 유튜브 채널 ‘나연이스백’을 찾아보면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딩고 저 친구, 언제 저렇게 살이 쪘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B조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열린 9일 일본 도쿄돔. MBC 해설위원으로 경기장을 찾은 이종범 LG 코치는 데이비드 닐슨 호주 감독을 멀리서 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 1998∼2001년 일본에서 뛰었던 이 코치는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닐슨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딩고는 일본 시절 닐슨 감독의 애칭이었다. 1992∼1999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밀워키에서 포수로 뛴 닐슨 감독이 2000년 주니치에 입단하면서 둘은 경쟁을 벌였다. 포지션은 달랐지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외국인 야수가 2명까지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외야수였던 이 코치는 닐슨 감독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활약했다. 올해 WBC는 각국의 야구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별들의 잔치다. 20개국 600명의 선수 중 MLB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만 186명이다. MLB 올스타전에 출전한 적이 있는 선수는 67명,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선수도 7명이나 있다. 그라운드에만 스타가 있는 건 아니다. 각국 코칭스태프와 방송 해설위원으로 WBC를 찾은 왕년의 스타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지상파 3사 해설위원들은 모두 레전드 선수 출신이다. KBS 해설은 MLB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124승)을 갖고 있는 박찬호 위원이 맡았다. 한국과 일본, MLB에서 모두 뛰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대호 위원은 SBS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다른 나라에도 올드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이름이 많다.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피아자 감독이 대표적이다. MLB에서 홈런 427개를 때려 역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평가받는 피아자 감독은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뤘다. 피아자 감독이 지휘하는 이탈리아는 9일 조별리그 A조 쿠바와의 경기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6-3으로 이겼다. D조의 푸에르토리코 감독은 작년까지 MLB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한 명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세인트루이스 한 팀에서만 뛰었던 몰리나 감독은 선수 시절 뛰어난 투수 리드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0∼2021년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던 한국 대표팀 투수 김광현(SSG)은 “최고의 포수가 공을 받아준 덕분에 MLB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대표 선수로 뛰었던 이언 킨슬러는 이번 대회에선 이스라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MLB에서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2차례 받았고 올스타에 4차례 선정됐다. 텍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던 그는 2013년 말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됐는데 당시 텍사스는 1번 타자로 뛰던 그를 대신해 추신수(SSG)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했다. 가장 화려한 코칭스태프 라인업을 자랑하는 팀은 미국이다.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 무키 베츠(LA 다저스) 등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이름값 역시 이에 못지않다. 사령탑은 MLB에서 전천후 내야수로 뛰며 통산 100홈런을 기록한 마크 데로사가 감독이다. 타격 코치는 통산 630홈런을 기록한 명예의전당 헌액자 켄 그리피 주니어, 투수 코치는 통산 256승을 거둔 왼손 투수 앤디 페티트다. 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 때 한국 야구에 약속의 땅이었던 일본 도쿄돔이 치욕의 장소가 됐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B조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숙적 일본에 4-13으로 완패했다. 믿었던 투수들이 무너지면서 자칫하면 콜드게임을 당할 뻔했다. 이날 한국 투수진은 일본 타자들에게 13개의 안타와 9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전날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호주에 7-8로 뜻밖의 일격을 당한 한국은 두 경기를 내리 패하며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 거의 확정됐다. 한국은 2013년 제3회 대회 때 네덜란드에 0-5로 졌고, 2017년 제4회 대회 때는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두 대회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선발 등판한 왼손 투수 김광현(SSG)은 삼진 2개를 곁들여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김광현은 2사 후 일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상대로 140km짜리 바깥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김광현은 2회도 무실점으로 막았다. 1사 후 2루수 토미 에드먼의 실책으로 주자를 2루에 내보냈으나 후속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타선도 일본 선발로 나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95승 투수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를 흠씬 두들겼다. 전날 호주전에서 2루타를 치고 난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2루에서 아웃됐던 강백호는 3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렸다. 2루에 안착한 강백호는 다시 한 번 함성을 지르며 세리머니를 했다. 이번에는 2루 베이스를 꼭 밟고서였다. 전날 호주전에서도 홈런을 쳤던 양의지는 무사 2루에서 다루빗슈로부터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선제 2점 홈런을 작렬시켰다. 일본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김하성이 3루수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의 실책을 틈타 2루를 밟자 이정후(키움)가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때려 3-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2회까지 완벽하던 김광현이 3회부터 갑자기 제구 난조를 보이며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곧바로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에게 적시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그리고 곧바로 곤도 겐스케(소프트뱅크)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강판되고 말았다. 원태인(삼성)을 마운드에 올린 한국은 무사 2, 3루에서 오타니를 고의사구로 거르며 만루 작전을 썼다. 원태인은 무라카미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나 했지만 올해 MLB 보스턴으로 이적한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역전 2타점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3-4로 역전 당했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한국 마운드는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나오는 투수마다 자신있게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5회 2점을 내줬고, 6회에는 타자 일순을 허용하며 대거 6실점했다. 7회에도 추가로 2실점했다. 김윤식(LG)은 3타자를 상대로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내구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국의 차세대 왼손 에이스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구창모(NC)는 3타자를 상대로 안타 2개를 허용한 뒤 강판됐고, 이의리(KIA)는 4타자를 상대하며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내줬다. 이의리가 몸쪽 공을 던지다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자 도쿄돔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한국은 7회말 9점차로 뒤진 2사 만루에서 등판한 박세웅(롯데)이 1과 3분의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겨우 콜드게임을 면했다. 이 대회 조별리그에서는 7회 이후 10점 이상 차이가 나면 콜드게임이 선언된다. 오랜 준비와 KBO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다시 한 번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 야구에 대한 팬들의 비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하루 휴식 후 12일 체코, 13일 중국과 남은 조별리그 두 경기를 치른다.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야구가 또다시 첫 경기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7-8로 패했다. 한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호주에 일격을 당하면서 WBC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1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이겨야 8강행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체코(12일), 중국(13일)과 상대한다.● 도쿄돔의 악몽 한국은 이길 수 있었고,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플레이가 이어지며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와 자국 리그 선수들로 팀을 꾸린 호주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호주전 8연승 행진도 끝났다. 한국이 도쿄돔에서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 패한 건 처음이다. 5회 1사까지 낯선 호주 투수들에게 퍼펙트로 끌려가며 0-2로 뒤지던 한국은 김현수(LG)가 볼넷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박건우(NC)의 첫 안타로 만든 1사 1, 2루 기회에서 양의지(두산)가 상대 세 번째 투수 대니얼 맥그래스의 변화구를 좌월 3점 홈런으로 연결시키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6회에는 박병호(KT)가 왼쪽 담장 상단을 때리는 적시 2루타를 쳐 4-2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믿었던 투수들이 잇달아 무너졌다. 7회 등판한 소형준(KT)은 몸에 맞는 볼과 안타 등으로 1사 2, 3루 위기 속에 강판됐다. 구원 등판한 김원중(롯데)이 밋밋한 포크볼을 던지다가 로비 글렌디닝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4-5로 재역전됐다. 최악의 장면은 7회말 공격 때 나왔다. 1사 후 대타로 나선 강백호(KT)는 좌중간 담장을 맞히는 큼직한 2루타를 쳤다. 그런데 2루 베이스에서 큰 몸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하다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졌고, 이때를 놓치지 않은 상대 2루수가 태그하며 허탈하게 아웃되고 말았다. 양의지가 곧바로 중전 안타를 쳐 아쉬움은 더 컸다. 강백호가 2루에 있었다면 5-5 동점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8회에 등판한 베테랑 왼손 투수 양현종(KIA)이 한 타자도 잡지 못한 채 로비 퍼킨스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다. 한국은 8회말에 상대 투수들의 제구 난조를 틈타 6개의 사사구로 3점을 따라붙었지만 2사 만루에서 나성범(KIA)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는 선두 타자 안타로 출루한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이 2사 후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한국은 2013년 제3회 대회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0-5로 완패했고, 2017년 제4회 대회 땐 이스라엘에 1-2로 지면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번엔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지훈련부터 전력분석까지 많은 공을 들였지만 실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광현 어깨에 달린 일본전 한국이 8강에 오르기 위해선 사상 최강의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우승 후보 일본을 꺾어야 한다. 일본은 한국전 선발 투수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95승을 거둔 베테랑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를 내보낸다. 9일 중국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지명타자로 나설 전망이다. 다루빗슈 뒤에는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가 대기한다. 한국은 ‘일본 킬러’로 불리는 김광현(SSG)이 선발 투수로 나선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호주전에서도 느꼈지만 선발 투수가 초반에 잘 끌어줘야 한다. 경험 많은 베테랑인 만큼 잘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풀리그에서 일본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4강전에서도 8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 감독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총력전으로 임할 생각이다. 다루빗슈가 좋은 투수인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어떻게든 득점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민철 MBC 해설위원(전 한화 단장)은 “다루빗슈는 국제대회에 자주 나와 한국 선수들에게 익숙한 편이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처럼 빠른 볼을 던지는 낯선 투수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간 국제대회에서 부진하던 양의지와 박병호의 타격감이 괜찮은 것도 고무적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국제대회 통산 타율이 0.169에 그쳤던 양의지는 호주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박병호도 큼직한 2루타를 때렸다. 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오타니의, 오타니를 의한, 오타니를 위한 대회.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받는 느낌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속한 B조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에서는(오사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오타니의 얼굴을 마주치게 됩니다. TV를 틀면 오타니가 나오고, 신문을 봐도 오타니가 나옵니다. 몇 개의 광고를 찍었는지 광고마다 오타니가 쉴 새 없이 얼굴을 내밉니다.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점심 때 들렀던 라면집 옆자리 테이블에 앉은 4명의 젊은 여성들은 오타니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자카야의 아저씨들 화제도 역시 오타니입니다. 일본 전체가 마치 오타니에 푹 빠져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중국의 조별리그 경기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타니는 이날 일본 대표팀의 선발 투수이자 3번 타자로 출전했습니다. 오타니가 경기 시작 전 연습 투구를 할 때부터 도쿄돔을 가득 메운 5만 명의 관중들은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실전 투구도 아닌 연습 투구 하나하나마다 “와~” “와~” 하는 환호를 보내는 겁니다. 팬들의 기대에 걸맞게 오타니는 이날 투수와 타자 양면에서 모두 맹활약했습니다. 오타니의 활약 속에 이날 일본을 중국을 8-1로 가볍게 이겼지요. 먼저 투수로는 4이닝 1피안타 5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9타자를 완벽하게 틀어막았습니다. 4회 1사 후 2번 타자 양진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투구를 끝냈습니다. 투구 수는 49개였습니다. 1회부터 150km 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진 오타니는 2회 레이샹을 상대할 때는 전광판에 160km를 찍었습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161km로 기록했지요. 160km가 찍히는 순간 안 그래도 열광적이던 도쿄돔이 더욱 들썩거렸습니다. 오타니는 이후 4회 양진을 상대할 때는 2번 연속 160km를 던졌습니다. ‘타자 오타니’ 역시 훌륭했습니다. 2회 2사 만루에서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1-0으로 앞선 4회 무사 1, 3루 찬스에서는 중국의 두 번째 투수 왕웨이를 낮은 공을 받아쳐 왼쪽 담장 상단을 때리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습니다. 오타니는 8회에도 깨끗한 우전안타를 치며 이날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여기까지가 기록으로 알 수 있는 오타니입니다. 오타니는 기록 외적으로도 자신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습니다. 이날 경기내내 오타니는 마치 아이돌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 내내 밝은 미소를 지었고, 때로는 동료 선수를 향해 윙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루상에 나갔을 때는 심판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고, 동료 선수 눗바가 호수비를 펼쳤을 때는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기도 했지요. 동료 선수의 안타나 득점이 나올 때면 덕아웃에서 누구보다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아래저래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경기가 끝난 후였습니다. 일본의 대승으로 경기가 마무리 됐지만 5만 여명의 만원 관중 가운데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오타니가 선정됐고, 오타니의 그라운드 즉석 인터뷰가 마련되었으니까요.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타니는 “대화가 끝날 때까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또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그는 “오늘 중국 팀도 정말 잘 싸워줬다. 수준 높은 경기를 했던 것 같다”며 패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를 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너무 많이 경기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 더 가야할 일이 남았다. 10일 한일전에도 많이들 와 주셔서 봐 주시면 좋겠다” 이처럼 오타니는 일본 대표팀 뿐 아니라 전체 WBC를 봐서도 최고의 흥행 카드입니다. 일본 팬들이 왜 그렇게 오타니에 대해 열광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한국시리즈 7차전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의 에이스인 김광현은 9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하루 앞둔 선수단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선발 투수를 제외한 투수 전원에게 호주전 등판 대기를 지시했다. 소속팀 SSG와 주요 국제대회에서 주로 선발로 나섰던 김광현도 불펜에서 대기한다. 김광현은 8일 “한국시리즈 때도 결정적인 순간 구원 등판한 적이 있다. 호주전도 그 정도로 중요한 경기다.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질 것”이라고 했다. ● 호주 넘어야 일본도 있다한국이 지난 두 차례(2013, 2017년) WBC에서 모두 1라운드 탈락한 가장 큰 이유는 첫 경기에서 졌기 때문이다. 2013년 네덜란드에 0-5로 완패했고 2017년엔 이스라엘에 1-2로 졌다. 두 번 모두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팀에 일격을 당하면서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모든 초점을 호주에 맞춰 준비해 왔다. 10번째 국제대회 출전인 주장 김현수(LG)는 “첫 경기에는 각 팀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 더욱 신경 써서 호주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 역시 “호주가 약팀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야구는 모르는 것이다. 절대 강자와 싸운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야구는 프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호주를 상대로 8승 3패를 기록 중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부터 2007년 대만에서 열린 야구 월드컵까지 3연패를 당했고 이후로 8연승했다. 호주전 다음 날인 10일에는 일본전이 열린다. 이 감독은 “그동안 말을 아꼈지만 한일전의 무게감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느끼고 있다”며 “호주를 이겨야 일본을 편하게 상대할 수 있다”고 했다.● 호주, 싱글A 왼손 선발 깜짝 예고 이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KT)를 호주전 선발로 내정했지만 8일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선발 투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은 장신 왼손 투수 잭 올로클린을 한국전 선발로 예고했다. 키 196cm의 올로클린은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산하 마이너리그팀 웨스턴 미시간(하이 싱글A)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한 무명에 가까운 투수다. 겨울에는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애들레이드에서 7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27의 기록을 남겼다. 한국 프로야구 한화에서 두 시즌을 뛴 오른손 투수 워릭 소폴드(한국 프로야구 등록명 서폴드)는 불펜에서 대기한다. 호주 야구를 잘 아는 구대성 전 질롱코리아 감독은 “호주 투수들이 끝에서 휘는 컷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대체로 잘 던진다. 우리 타자들이 몸쪽으로 휘어 들어오는 공을 노려 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 야수진 중에서는 MLB LA 에인절스에서 뛰었던 에런 화이트필드가 경계 대상이다.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이 장점이다. 한국 대표팀은 일찍부터 전력 분석에 돌입해 호주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다. 김현수는 “호주 선수 영상을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하다”고 했다. 김광현은 “호주 타자들은 빠른 공에 방망이가 잘 나오더라. 변화구 구사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호주 먼저 잡고 일본과 정면 승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이 구상하고 있는 그림이다. 이강철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한신과의 평가전을 7-4 승리로 장식한 뒤 신칸센을 타고 결전의 땅 도쿄에 입성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10일 열리는 한일전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현지 TV나 신문, 통신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일전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예상하는 자국 대표팀의 한국전 선발 투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의 베테랑 투수 다루빗슈 유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9일 중국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10일 한국전에는 지명타자로 나설 전망이다. 오타니는 6일 한신과의 평가전에서 연타석 3점 홈런을 때리며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9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주만 넘으면 8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전에서 승리한 뒤 좀 더 편하게 10일 일본전에 전력투구하겠다는 것이다. 호주전 선발 투수는 고영표(KT)가 확정적이다. 투수 중 유일하게 고영표만 6, 7일 일본 팀들과의 평가전에 등판하지 않았다. 고영표는 호주 타자들이 좀처럼 상대해 보지 못한 사이드암 투수인 데다 미국 전지훈련 때부터 꾸준히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여 왔다. 3일 국내에서 열린 SSG 퓨처스팀(2군)과의 연습경기에서도 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최종 준비를 마쳤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들인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은 중요한 순간 중간 계투로 뒤를 받친다. 이번 대회 규정에 따라 조별리그에서는 투수 한 명이 경기당 최대 65개까지만 공을 던질 수 있다. 고영표의 뒤를 이을 불펜 투수들이 선발 투수 못지않게 중요하다. 김광현은 6일 오릭스와의 평가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같은 경기에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도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7일 한신전에서는 타선도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며 최종 점검을 마쳤다. 키스톤 콤비를 이룬 2명의 메이저리거 토미 에드먼(2루수·세인트루이스)과 김하성(유격수·샌디에이고)이 각각 1, 2번 타자로 테이블 세터를 맡았다. 3∼5번 타순엔 이정후(키움)-김현수(LG)-박병호(KT)가 포진했고, 6번 타자로는 왼손 장타자 나성범(KIA)이 기용됐다. 7∼9번 하위 타선에도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최정(SSG), 양의지(두산), 강백호(KT)가 자리했다. 전날 오릭스에 2-4로 졌던 한국은 한결 나아진 경기력으로 7-4로 역전승했다. 두 번째 투수 구창모(NC)의 제구 난조로 3회에 먼저 2점을 내줬지만 4회 한 점을 따라붙은 데 이어 5회 3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8회에는 김혜성(키움)의 홈런 등으로 3점을 추가했다. 이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경기를 이겨 좋은 분위기 속에 도쿄로 가게 됐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말했다.오사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역대 한국 야구를 통틀어 그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친 사람은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 467개, 일본 프로야구에서 159개의 공을 담장 너머로 보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내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선수 시절 그의 이름 앞에는 ‘국민타자’란 수식어가 붙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뒤 해설자와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재단 이사장으로 야구와 인연을 이어 오던 그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익숙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색 유니폼 대신에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고서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 이승엽 두산 감독(47)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호주 시드니 전지훈련 막바지에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선수 때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 한 번 이 자리에 온 만큼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 부어 최고의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모처럼 유니폼을 입은 느낌이 새로울 것 같다. “유니폼을 입으니까 너무 좋다. 나는 천생 야구인이었던 것 같다(웃음).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갔다. 스프링캠프를 1월 29일 시작했는데 벌써 한국으로 돌아간다. 어서 빨리 시즌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좀 더 시간을 갖고 전력을 확실히 가다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은퇴 후 “한 발 떨어져서 야구를 보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예정보다 빨리 현장으로 돌아온 것 아닌가. “화려해 보이는 선수 생활을 했지만 내심 힘든 때도 적지 않았다. 야구가 생각처럼 되지 않고,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마음고생을 좀 했다. 그래도 은퇴 후 5년을 쉬었다. 그 정도 쉬었으면 많이 쉬었다. 내 이름을 걸고 만든 야구재단도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제일 좋아하는 게 야구다.” ―돌아온 팀이 삼성이 아니라 두산이라 많은 팬이 놀랐는데…. “회장님(박정원 두산 구단주)이 직접 제안해 주셔서 사실 크게 고민할 게 없었다. 처음 식사 자리에서 감독직을 제안하셨을 땐 즉답을 드리지 못했다. 지도자로 보여드린 게 아무것도 없는데 잘할 수 있을지 나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사 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회장님이 다시 한 번 문자를 주셨다. ‘구단주가 직접 모시려 합니다’라는 메시지였다. 나를 믿어주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팀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은퇴 후 코치를 경험하지 않고 곧바로 감독이 됐다. 어떤 감독이 되려 하나. “선수 때 여러 좋은 감독님을 모실 수 있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만난 류중일 감독님은 제게 큰 믿음을 주셨다. 2013년 2군에 가야 할 정도로 부진했는데도 믿어주신 덕분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듬해 30홈런을 칠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님에게서는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절실함을 배웠다. 많은 선수가 무서워했던 김응용 감독님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편한 분이었다. 내게 아무 말씀을 하질 않으셨다(웃음). 겉으론 무심해 보이지만 뒤로는 선수들을 엄청 챙기셨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의 김경문 감독님이 있다. 당시 대회 내내 부진했는데 김 감독님은 날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믿고 내보내주셨다. 덕분에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역전 홈런을 칠 수 있었다. 각각의 감독님들에게서 배운 좋은 점을 활용하고 싶다.” ―소통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캠프 내내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선수들에게 ‘항상 열려 있으니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다. 캠프 중엔 이런 일도 있었다. 캠프 초반 한동안 ‘농군 패션’(스타킹을 밖으로 내어 신는 방식, 결의를 다지곤 할 때 사용한다) 차림으로 운동장에 나갔다. 선수 때도 야구가 잘 안 될 때 가끔씩 했던 방식이다. 그때 어떤 선수가 지나가길래 ‘내 농군 패션이 어떠냐. 솔직히 말해 달라’고 했더니 그 선수가 ‘감독님, 솔직히 잘 안 어울립니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로 그날부터 스타킹을 내려서 신었다.” ―캠프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실제로 안에서 경험한 두산은 어떤 팀인가. “일단 선수들이 너무 성실하다. ‘열심히 하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한 번도 언성을 높이거나, 인상을 쓴 적이 없었다. 팀의 베테랑이 된 김재호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같은 선수들이 후배들을 독려하며 이끌어가는 걸 보면서 ‘정말 좋은 팀이구나’ ‘원 팀(One Team)’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작년엔 비록 9위를 했지만 그 이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갔던 두산만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승엽호의 두산은 어떤 야구 색깔을 보일지 궁금하다. “나도 타자 출신이지만 타자들이 매일 펑펑 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야구는 결국 투수 싸움이다. 상황에 따른 야구를 할 수밖에 없다. 장타가 필요할 땐 큰 스윙을 주문할 것이고, 한 점 싸움일 때는 작전 야구나 뛰는 야구를 할 수도 있다. 치는 게 여의치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몇 위를 하겠다고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긴 이른 것 같다. 팀을 잘 만들어서 작년보다는 훨씬 높은 곳을 가는 게 목표다.” ―이제 곧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막한다. “국가대표가 돼 태극마크를 단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 나를 버려야 한다.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번 WBC에 나가는 30명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물론 부담감이 있겠지만 큰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대표팀에 선발된 두산 투수들(곽빈, 정철원)을 보내면서 ‘팔이 빠지게 던지고 오라’고 했다던데…. “대표팀에 합류한 순간부터는 우리 선수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곽빈이고 정철원이다. 물론 감독으로서 부상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단 선수에게 ‘살살 하고 오라’고 얘기할 순 없지 않나. 두산은 남은 선수들이 잘하고 있을 테니 대표팀에만 집중해 최선을 다하고 오라고 했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성적을 어떻게 예상하나. “한국 프로야구는 이제 40년 정도 됐다. 100년 역사의 미국이나 80년 넘은 일본 야구와는 저변이나 수준 차가 날 수밖에 없다. 일대일로 붙으면 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30명이 모여서 하는 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제대회 같은 단기전에서 전력보다 더 중요한 건 팀워크와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다. 야구는 특히 의외성이 많은 종목이다. 당일 컨디션과 경기 흐름에 따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우리도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고, 하고자 하는 의지도 크기 때문에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선수로 출전했던 2006년 제1회 WBC와 베이징 올림픽 때 각각 4강과 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2006년 WBC 때는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당시 메이저리거이던 박찬호 선배와 국내파의 맏형 이종범 선배가 팀을 잘 이끌어줬다. 재밌게 연습하고 즐겁게 경기했다. 당시를 회상하면 좋은 기억밖에 없다. 베이징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단 전원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역대 국제대회에서 우리가 ‘원 팀’이 됐을 때는 항상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 같다.” ―10일에는 한일전이 열린다. 일본과는 4강 이후에도 만날 수 있는데…. “멤버를 보니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등이 포진한 일본의 투수력은 역대 최고인 것 같다. 하지만 전혀 주눅 들 필요 없다. 오히려 이기면 대박 아닌가. 선수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편하게 하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나도 편하게 최선을 다하라고밖에 해줄 말이 없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나도 마음으로 응원하겠다.”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대구(47)△ 경북고-대구대-영남대 스포츠학 석사△ 1995∼2003년 삼성 △ 2004∼2005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2006∼2010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2011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2012∼2017년 삼성△ 2006, 2013년 WBC 국가대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2023년 두산 감독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대회 주최 측이 주관한 첫 공식 연습경기에서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 평가전을 치렀는데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2-4로 졌다.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기간부터 국내 평가전까지 활발한 타선을 앞세워 5전 전승을 거뒀지만 지난해 저팬시리즈 우승 팀 오릭스의 막강 투수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날 오릭스는 주로 1군 불펜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렸고 야수는 1.5군급을 내보냈다. 9일 호주와의 본선 1라운드 첫 경기에 앞서 한국은 내야 수비진 강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날 한국은 유격수 오지환(LG)-2루수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으로 키스톤 콤비를 구성했다. 최정(SSG)의 컨디션 난조로 주전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이 3루로 이동하는 바람에 이 감독이 짜낸 ‘플랜 B’였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오지환은 이날 초반부터 흔들렸다. 0-1로 뒤진 2회말 1사 2루에서 8번 타자 이케다 료마의 평범한 땅볼을 놓쳐 1사 1, 3루 위기를 불렀다. 곧바로 9번 타자 야마시 다쓰야의 땅볼도 떨어뜨리며 추가 실점을 했다. 한국은 6회 수비부터 김하성을 유격수로 옮기며 ‘플랜 A’로 돌아왔다. 하지만 믿었던 김하성마저 2사 1, 2루에서 이케다의 평범한 땅볼을 놓쳐 또 점수를 내줬다. 유격수 포지션에서만 3차례 실책이 나오면서 한국은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에드먼은 매끄러운 수비를 보여줬다.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에드먼은 안정적인 수비 솜씨를 여러 번 보여줬다. 2회엔 역동작으로 땅볼을 잡아내 아웃 카운트를 늘렸고, 8회에는 외야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내야 안타로 막았다. 대표팀은 이날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희망적인 면도 있었다. 타격 폼을 간결하게 바꾼 이정후(키움)는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렸다. 0-4로 뒤지던 한국은 9회초 선두 타자 이정후의 안타를 시작으로 3안타를 추가하며 2점을 뽑아 영패를 면했다. 박해민(LG)은 안타에 이어 호쾌한 주루를 선보였고, 박건우(NC)도 적시타를 때렸다. 선발 투수 소형준(KT)을 시작으로 등판한 김광현(SSG), 양현종(KIA) 등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전체적으로 투수들이 많이 올라왔다. 타자들도 오랜만에 빠른 공을 쳐보고, 변화구도 많이 봤다. (야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가 많았지만 타이밍은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최종 점검은 거의 끝났다. 7일 평가전에선 오늘 안 던진 투수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은 7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프로야구 한신을 상대로 WBC 개막 전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오사카=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