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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가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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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3~20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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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리없는 반향

    ‘메밀꽃 필 무렵’ ‘봄봄’ ‘운수 좋은 날’….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 작품이지만 감상을 위해 접한 이는 많지 않다.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메밀꽃 필 무렵) 같은 표현을 음미하기보다 ‘시각의 청각화’를 먼저 외웠던 이들에겐 문학보다는 입시용 텍스트로 더 익숙하다. 21일 개봉한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교과서에 밑줄 치느라 놓쳤던 것들을 비로소 깨닫게 해주는 애니메이션이다. 근현대 문학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각각 30분 남짓한 세 작품이 이어지는 옴니버스 구성이다. 화려한 3차원(3D) 애니메이션 대신 정겨운 2D 애니메이션의 화면 속에 원작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흠뻑 묻어난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을 일부러 돈 내고 극장에 와서 볼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개봉 일주일 만에 독립영화 흥행 기준인 누적관객 수 1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열흘째인 지난달 30일까지 1만4000명이 극장을 찾았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멀었지만 서울 10여 개, 전국을 통틀어 30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것을 고려하면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에는 “재밌고 찡하고 근사하다” “교과서로 봤을 때보다 더 와 닿는다” 같은 관객평이 많이 올라온다. 이 작품의 배급사인 이달투의 이상욱 대표는 “의외로 10대 관객보다 어른들이 많이 찾는다”며 “60, 70대 어르신 관객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봄봄’ 속 점순이의 ‘밀당 스킬’에 낄낄거리고, ‘운수 좋은 날’ 속 슬픔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스크린에 흐드러진 메밀꽃밭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문장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다가온다. 제작과 연출은 부부 감독인 안재훈(45) 한혜진 씨(44)가 공동으로 했다. 안 감독이 기획과 시나리오를, 한 감독이 채색 등 후반 작업을 주로 담당했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안 감독은 “생존 작가의 작품이라면 각색을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원작의 의도를 최대한 드러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면과 대사 하나 허투루 사용하지 않은 게 장점이다. 1인칭 소설 ‘봄봄’에는 판소리를 접목해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성우 장광, 엄상현, 배우 류현경 등의 목소리 연기도 작품과 잘 어우러진다. 모든 밑그림 작업을 “손맛을 살리기 위해” 연필로 했다. 총 7만 장을 연필로 그렸단 얘기다.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들은 거의 태블릿PC로 작업한다. 그러고 보니 제작사 이름도 ‘연필로 명상하기’다. “연필로 그린 그림에는 애니메이터의 개성이 더 잘 살아 있다. 선 하나, 주름 하나 손으로 정성껏 표현해 그리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애니메이션 방식이다.”(안 감독)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메밀꽃…’을 준비하며 강원 평창을, ‘봄봄’ 작업 때는 춘천을 찾기도 했다. ‘운수 좋은 날’은 1920년대 경성 관련 자료를 수집해 당시 거리 풍경과 복식 등을 고증했다. 보통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애니메이션과 달리 제작비 7억 원이 든 이 작품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된 편. ‘연필로 명상하기’ 외에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출판사 김영사도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연필로 명상하기’는 올해 첫발을 뗀 문학 작품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소나기’와 ‘무녀도’ ‘벙어리 삼룡이’를 선보일 계획인데 매년 3편씩 내놓는 게 목표다. 안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에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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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많이 관찰하고 적게 개입하는 ‘존중 육아’

    돌이 지나도 걷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보행기나 걸음마 보조 기구를 살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결국 기구를 사진 않았으나 돌쟁이의 손을 잡고 일으켜 걸음을 재촉하긴 했다. 만약 이 책의 저자가 봤다면 “아기의 행동을 제한하고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영유아 교육학자인 마그다 거버와 프리랜서 작가 앨리슨 존슨이 지은 이 육아서를 관통하는 주제는 ‘존중 양육법’이다. 저자는 “아기를 존중하는 것은 아기의 능력을 믿는 것”이라면서 “아기와 부모 모두에게 적당한 거리와 경계를 설정하라”고 말한다. 책 제목 그대로 아이를 믿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지켜보는 것과 방관하는 것은 다르다. 저자는 부모가 아기의 문제를 미리 해결해주거나 노는 법을 따로 가르칠 필요는 없지만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기의 울음을 막기보단 소통의 수단으로서 이해하고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상황이 벌어졌을 때 부모가 먼저 판단하는 것은 아기가 스스로 대처하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넘어진 아기에게 “안 됐네. 엄마가 도와줄게. 호∼ 해주면 안 아플 거야” 혹은 “괜찮아”라고 말하기보다는 “넘어졌구나. 어떻게 된 거니. 아프니?”라고 말하는 편이 더 건강하다는 것. 이렇게 이해와 인정을 받은 아기는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생아부터 만 2세까지 아기를 둔 초보 부모에게 유용한 육아 팁이 많다. 다만 책을 읽다 보면 아이 키우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원제 ‘Yourself-confident baby’.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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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겸 제작자 전성시대… 그들의 흥행성적표는?

    《 2000년을 전후로 충무로에서 성공한 감독은 대부분 영화사 사장님(제작자)을 겸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의 윤종빈 감독,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영화의 감독이자 제작자다. 심성보 감독이 연출한 ‘해무’의 제작자는 봉준호 감독이다. 그렇다면 스타 감독이 제작자로서 만든 영화의 ‘흥행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 ‘일타일피’ 친 감독 2012년 빅스톤픽쳐스를 설립한 김한민 감독은 첫 제작 영화이자 직접 연출한 ‘명량’으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연출만 맡았던 전작 ‘최종병기 활’(747만 명)보다 두 배 이상의 관객을 모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제작사가 거둘 수익은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학과 출신의 김 감독은 기획과 펀딩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연출에만 집중하는 감독도 있지만 내 경우 예산을 파악한 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두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16만 관객이 든 영화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이나 1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 역시 영화사를 차린 뒤 직접 연출한 영화로 성공한 케이스. 두 감독의 공통점은 실무 제작을 아내가 맡았다는 것. 류 감독의 제작사 외유내강은 부인 강혜정 씨가, 최 감독의 제작사 케이퍼필름은 부인 안수현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 제작자보단 감독 ‘스타 감독’이 곧 ‘흥행 제작자’는 아니다. ‘괴물’(1300만 명) ‘설국열차’(935만 명) 등 숱한 히트작을 낸 봉준호 감독의 첫 제작 영화인 ‘해무’가 그렇다.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나 현재 140만 명 남짓한 관객이 들어 손익분기점(약 300만 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제작자는 “‘해무’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애초에 흥행이 쉽지 않은 영화였는데 봉 감독이 작품의 퀄리티를 중시하다보니 제작자보다는 감독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군도’의 윤종빈 감독 역시 제작자로서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듣는다. 윤 감독이 제작과 연출을 맡은 ‘군도’는 477만 명이 들었다. 지난해 윤 감독이 연출만 맡았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472만 명)와 비슷한 스코어.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범죄와의 전쟁’에 비해 두 배 넘는 제작비(170억 원)를 쓴 ‘군도’는 간신히 손해를 면한 수준이다. ‘미녀는 괴로워’(661만 명) ‘국가대표’(848만 명) 등을 흥행시킨 김용화 감독도 첫 제작 영화에선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2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 ‘미스터 고’는 전작들의 3분의 1도 안 되는 관객(133만 명)이 들었다. 일부 감독은 연출한 영화보다 제작한 영화에서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과거 공포영화 ‘분신사바’ 시리즈를 연출한 안병기 감독은 강형철 감독의 ‘써니’와 ‘과속스캔들’을 제작해 각각 700만 명, 800만 명의 관객을 넘겼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감독 겸 제작자’의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할리우드의 성공한 감독들 중엔 제작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력 있는 감독이라면 직접 제작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감독이 하는 창작과 제작자가 하는 기획과 펀딩은 전혀 다른 일이라 위험도 크다”면서 “최근에는 스타 감독 제작사에만 투자가 몰리다 보니 다른 제작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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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 재우고 테레비]막장 드라마에도 ‘품격’은 있다

    막장 드라마계에는 ‘3대 거장’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있다. 임성한 문영남 그리고 김순옥 작가다. 임 작가와 문 작가가 각각 ‘오로라 공주’(2013년)와 ‘왕가네 식구들’(2013∼2014년)을 내놓으며 최근까지 건재함을 과시했다면 셋 중 막내급인 김 작가는 한동안 부진했다. 2008년 ‘아내의 유혹’으로 막장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이후 내놓은 ‘웃어요, 엄마’(2010∼2011년)와 ‘다섯 손가락’(2012년)은 흥행에 실패했다. 그랬던 김 작가가 최근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장보리)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장보리’는 오랜 가뭄에 시달리던 MBC 드라마계엔 단비 같은 존재다. 오후 8시대 주말극 경쟁에서 MBC는 늘 KBS2에 밀려 왔다. 요 근래 이 시간대 드라마가 KBS2를 누른 건 지난해 MBC ‘금 나와라 뚝딱’이 최고 시청률을 찍었던 후반부와 KBS2의 ‘왕가네 식구들’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초반부가 겹치는 1주 정도다. 평균 시청률이 KBS2 드라마를 앞선 것은 MBC에서도 “데이터를 찾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래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장보리의 성과는 놀랍다. 전체 시청률 1위인 이 드라마는 이달 17일 ‘마의 30%대’ 시청률을 돌파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총 50부작 중 40회가 방송됐던 24일에는 31.8%로 시청률 기록을 또 갈아 치웠다(참고로 40회의 부제는 ‘좋아! 그럼 같이 죽어!’). 매력은 뭘까. 막장이라고 욕하긴 쉽지만 무리한 상황 설정에 자극적 장면을 많이 넣는다고 무조건 높은 시청률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출생의 비밀을 주된 소재로 삼은 장보리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와 ‘발암유발’ 악역(여기서는 이유리가 연기하는 연민정) 같은 막장으로서의 요건은 골고루 갖추고 있지만 풍부한 에피소드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평범한 막장극들과 선을 긋는다. 지난주에는 보리(오연서)의 수양딸 비단(김지영)이 엄마의 결혼에 짐이 되지 않고자 가출을 감행하지만 단 1회 만에 재회했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3, 4회 끌고 갔을 에피소드들도 이 드라마에서는 1, 2회 만에 처리된다. 여주인공의 달달한 로맨스를 비롯해 웃음거리가 많은 것도 막장계에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복 명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며느리들의 경합도 볼거리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이 드라마가 ‘막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토론하는 누리꾼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장보리의 팬들은 이 드라마를 ‘고품격 막장’ ‘로코 막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막장도 부단히 노력하고 발전해야 인기를 얻는다. 막장에도 ‘격’은 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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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무로, 대학로 기웃기웃

    영화 ‘해무’는 극단 연우무대의 동명 연극이 원작이다. 연우무대는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의 원작인 ‘날 보러 와요’와 ‘왕의 남자’(2005년)의 원작 ‘이’를 선보인 극단. ‘해무’에서는 판권 판매에 그치지 않고 아예 공동제작사로 직접 뛰어들었다. 2007년 초연된 원작 연극 ‘해무’는 희곡 단계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뒀다. 유인수 연우무대 대표는 “희곡 초고는 무대적 성격이 더 강했으나 3년간 작품을 다듬으면서 영화 제작도 가능하도록 서사적인 부분을 더 보완했다”며 “초연 이후 영화화 판권을 사고 싶다는 제안을 많이 받았고, 결국 제작에까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연우무대는 ‘해무’를 계기로 연극 원작을 이용한 영화 제작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영화화를 위한 최종 각색 단계에 있고,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도 뮤지컬 영화로 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극단이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연우무대의 도전은 공연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대학로 히트 연극은 요즘 영화계의 ‘핫’한 관심사 중 하나다. 인기 공연의 영화화 판권에 눈독 들이는 제작사가 늘고 있다. 올 상반기 히트작인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연극 ‘유도소년’은 특히 판권 경쟁이 치열했던 작품이다. 이 극단의 안혁원 PD는 “유명 영화 제작사 7, 8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현재 한 제작사와 최종 합의단계에 있다”면서 “다른 창작극도 초연을 할 때마다 영화 관계자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뜨기도 전에 일찌감치 영화화 판권부터 판매된 공연도 있다. 서울에서는 10월 첫선을 보이는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3년간 지방 무대에만 섰지만 지난해 영화화 판권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1998년) ‘웰컴 투 동막골’(2005년) ‘박수칠 때 떠나라’(2005년) ‘김종욱 찾기’(2010년) 등 공연이 원작인 영화는 꾸준히 제작돼왔다. 그러다 영화산업의 규모가 커져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공연 판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은 전통적으로 영화화가 활발한 분야지만 한동안 제작이 뜸했다. 최근엔 소설과 웹툰으로 쏠렸던 관심이 유행처럼 다시 공연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창작극이 늘어난 점도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영화 제작자들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특히 서사 구조가 뚜렷하고 신선한 캐릭터를 가진 공연이 충무로에선 인기다. 영화 투자배급과 공연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뉴(NEW)의 박준경 마케팅 본부장은 “공연은 짧은 시간에 캐릭터의 매력과 관객의 반응을 확인하기 좋은 형식”이라고 분석했다. 베스트셀러 소설과 유명 웹툰의 판권료는 억대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올랐지만 공연 판권료는 히트작도 5000만 원대 안팎이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유명 공연이라 해도 소설이나 웹툰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요즘엔 공연의 판권료도 오르는 추세이고 러닝 개런티 조건이 포함될 때가 많다”고 전했다. 판권 계약을 했다고 해서 모든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진 않는다. 뮤지컬과 영화 ‘김종욱 찾기’를 제작하고,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영화화를 준비 중인 장유정 감독은 “영화와 공연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분야”라면서 “큰 뼈대를 제외하면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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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 “사극도 아는 만큼 보입니다”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44)는 영화 제작자들이 사극 영화를 내놓기 전에 떠올리는 인물이다. 영화 ‘명량’의 흥행에는 그의 ‘명량 스페셜 인강(인터넷 강의)’ 2편도 한몫했다. 이순신과 명량대첩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한 그의 인강 조회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30만 건에 이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확산된 수는 그 이상이다. 그는 ‘명량’ 외에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관상’(2013년), ‘역린’(2014년)의 역사 인강을 제작했고 최근엔 소현세자를 소재로 한 tvN 드라마 ‘삼총사’ 인강도 만들었다. ‘명량’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사극 영화는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사전에 역사 지식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인강은 스마트폰을 통한 확산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어 최근 영화계에서 선호하는 마케팅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극 인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설 씨를 21일 만났다. “오랫동안 한국사를 가르쳤지만 ‘서얼’의 느낌이었어요.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듯 다루는 역사의 범위가 시험에 나올 것에 한정되어야 하니까요. 요즘엔 그 아쉬움을 해소하는 기분이에요.” 그는 올해로 20년차인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사다. 보습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1995년 경기 성남시 분당의 대형학원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사 강사를 시작했다. 인강이 대중화된 2000년대 초부터 스타 강사로 이름을 알렸다. 요즘도 한 대형학원에서 수능 인강 강사로 활동 중이다. “역사에 관심을 가진 건 집안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설송웅 전 국회의원)가 4·19혁명 때 학생 대표로 이승만 대통령 하야를 이끈 분이라 어릴 때부터 한국 근현대사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습니다. 지금도 아버지 휴대전화 끝자리 번호가 0419, 컬러링은 애국가거든요. 그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죠.” 학창 시절부터 끼가 넘쳤다는 그는 학부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역사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땄다. 그래서일까. 인터넷에 올라온 강의 평엔 “현대사 파트의 역대 대통령 성대모사는 빙의 수준”이라는 칭찬도 있다. ‘명량’ 인강은 이런 그의 재능을 백분 발휘한 강의다. 그는 “이소룡처럼 비장미 넘치는 강의도 있지만 성룡처럼 코믹한 강의도 있다. 내 강의는 재미가 강조되다 보니 학생뿐 아니라 역사에 관심 없는 대중에게도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량’ 인강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인터뷰가 있던 날 오후에도 대기업에서 이순신 리더십 강연이 잡혀 있었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실리는 ‘역사 속 세법 이야기’ 인강도 만들었다. “요즘도 이동하는 차 안에서 모의고사 시험문제를 푼다”는 그는 “(수능 강사인) 본업에 충실하겠지만 역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가교 역할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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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실용서]엄마가 된 경제학자 “출산 상식 믿지마”

    임신을 하면 인터넷 검색을 하는 횟수가 잦아진다. ‘임신인 줄 모르고 술을 마셨어요’ ‘커피는 몇 잔까지 마셔도 되나요?’ ‘임신부가 잘 땐 어느 방향으로 눕는 게 좋은가요’…. 궁금증이 다양한 만큼이나 대답도 제각각이다. 의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육아서도 들춰보지만 불친절하거나 모호할 때가 많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 교수이자 보건경제학자인 저자도 임신했을 때 비슷한 고민을 했다. 2011년 딸을 출산한 저자는 아예 70여 년간의 의학 논문과 연구결과를 수집해 미시경제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임신, 출산과 관련한 정보를 담은 책을 펴냈다. 예컨대 저자는 임신 중 커피를 마시면 안 좋다는 기존 상식에 대해 “어떤 연구든 하루 2잔까지는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3, 4잔까지도 괜찮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며 반박한다. 심지어 음주조차 “하루 와인 한 잔가량의 낮은 수준의 음주가 아기의 인지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술을 급하게 마시면 임신부나 태아의 간이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속도는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확실한 ‘팩트’를 원하는 임신부라면 환영할 만하다. 원제 ‘Expecting Better’.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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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구가인]‘자격미달’ 연예인 홍보대사들

    배우 송혜교(32)가 세금 탈루 직전인 2009년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창을 받은 모범납세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장관 표창을 받은 사람은 포상일로부터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받는데 공교롭게도 송혜교는 모범납세자상을 받은 2009년 이후 3년간 소득을 허위 신고했다. 그래서 “모범납세자 혜택을 세금 탈루에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세정당국의 모범납세자 관리에 대해서도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그동안 연예인에게 주어지는 모범납세자상은 포상과 함께 국세청의 홍보용 이벤트에 가까웠다. 국세청은 매해 연예인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하고, 이 중 몇몇은 국세청 홍보대사로 위촉해 왔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연예인 수상자는 납세실적 때문에 선정됐다기보다는 세정당국의 이미지 홍보를 위해 동원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홍보를 하는 연예인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문제의 홍보대사’ 면면을 보면 홍보대사 선정 기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마약류인 암페타민 밀반입 논란을 겪은 ‘2NE1’의 박봄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법무부 홍보대사로 활동해 왔다. 대마초 흡연으로 비판받은 ‘빅뱅’의 지드래곤은 2009년 법무부 홍보대사였다. ‘연예병사’ 부실복무 논란을 야기한 가수 상추는 2013년 병무청 홍보대사였고, 군 입대를 기피한 가수 유승준은 2000년 해병 홍보대사를 지냈다. 일각에서는 몸값 비싼 연예인이 무료 혹은 적은 수고료를 받고 공공기관의 홍보에 나서는 데는 그 이상의 대가가 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온라인에는 “문제 일으켰을 때 무마하려고 홍보대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의 글이 올라온다. 기관이나 단체는 연예인의 인기를 이용해 쉽게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어 ‘핫’한 스타를 홍보대사로 찾는다. 연예인도 공공기관의 홍보 활동을 하면 ‘개념 배우’ ‘개념 가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홍보를 맡은 연예인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기관에 대한 신뢰도도 그 연예인의 인기도에 비례해 함께 추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보대사의 자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연예인도 부끄러운 ‘민낯’을 들켰을 때 홍보대사라는 직함은 대중의 비난을 막아주는 방패가 아니라 비난을 키우는 부담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불신과 실망을 안겨주는 홍보대사라면 그런 대사는 위촉도, 수락도 안 하는 게 낫다.구가인·문화부 comedy9@donga.com}

    •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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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혜교, 모범납세 표창 받은 2009년부터 탈루 논란

    배우 송혜교 씨(32·사진)가 종합소득세 25억 원을 탈루했다가 세무조사 후 뒤늦게 납부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송 씨가 2009년에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송 씨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2년 국세청에서 지적받기 전까지 세무대리인이 신고를 부실하게 했던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대리인에게 업무를 맡겼더라도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며 사과했다. 그는 또 “부가된 추징세금 및 가산세를 모두 납부했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세무 처리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송 씨는 2009년 3월 4일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장관 표창 수상자는 포상일로부터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받는다. 공교롭게도 송 씨는 세무조사 유예기간이 끝나고 5개월 만에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모범납세자가 유예기간 종료 직후 조사를 받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정당국의 모범납세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국세청은 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세금을 조사해 추징할 수 있는데도 송 씨에 대해 3년치(2009∼2011년 신고분)만 조사했다. 2009년 이전 신고분에서 탈루가 드러날 경우 ‘모범납세자를 잘못 선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부인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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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상전투 장면으로 젊은층 공략… ‘한산’ 시나리오도 완성”

    “소통이 관건이었죠. 화석화된 위인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와 이순신 장군을 어떻게 엮을 수 있을까, 이게 숙제였어요.” 개봉 19일째인 17일까지 누적 관객 1462만2638명을 모은 ‘명량’의 김한민 감독(45)은 예상외로 담담했다. 명량이 각종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 영화가 내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영화가) 절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에서는 자신감이 비쳤다. 16세기 위인과 21세기 대중을 연결하기 위해 그가 꺼내든 카드는 새로운 해상전투 장면이었다. “해전 신을 통해서라면 젊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거에도 ‘성웅 이순신’ 같은 영화가 있었지만 대부분 전기적인 작품이라 흥행에 실패했죠. 하지만 해전에 집중하고 장군의 인간적 면모를 다룬다면 분명 울림이 있는 영화가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는 명량의 감독이자 제작자다. 영화를 기획했고 각본에도 참여했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고 순제작비 150억 원이 들었다. 투자 배급사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캐릭터는 변화를 줬다. 그는 “원래 일본 장수 구루지마(류승룡)는 좀 더 젊은 인물이었는데 노회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인기로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같은 영화 속 대사도 화제가 됐다. 사실 김 감독이 ‘밀었던 대사’는 영화 후반부 이순신 장군의 말 ‘이 쌓인 원한들을 어찌 할꼬’였다. “전략적으로 넣은 대사였는데 역시 관객은 감독의 예상을 벗어나더군요.” 첫 제작 영화로 대박을 터뜨린 그는 명량에 이어 ‘한산’과 ‘노량’도 준비하고 있다. 충무공의 3대 대첩 중 명량을 먼저 선택한 것은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명량해전은 가장 엑기스(핵심)가 있는 해전이고 극적이에요. 가장 좌절된 순간을 버텨 승리한 전투였고, 그런 충무공의 정신에 감흥해서 민초와 장졸들이 뭔가를 이뤄내죠. 진부해 보이지만 큰 교훈을 줘요. 아, 이 얘길 하면서도 소름이 돋네요.” ‘한산’은 시나리오를 완성한 상태다.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은 나머지 작품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김 감독은 차기작에서도 최민식과 함께하고 싶은 눈치였다. “인연 따라 가겠지요. 요즘엔 (최민식과) 서로 수고했다면서 술만 마시고 있어요.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술 한잔, ‘김 감독, 수고했네’ 술 한잔.” 김 감독은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하지만 전작 ‘최종병기 활’(2011년)에 이어 명량까지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 충무공의 3대 대첩 외에도 “일제강점기 독립투사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역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현재와 연결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요. 가슴 벅찬 역사를 영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또 어떻게 대중을 설득할지는 제가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죠.”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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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십 부재 현실서 ‘슈퍼 히어로’ 이순신 통해 위안 찾아

    《 ‘명량’이 16일 누적관객 1398만8507명을 동원해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2009년·1362만 명)를 제치고 국내 흥행 영화 1위를 차지했다. 명량의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명량의 누적 관객 수가 개봉 18일째인 이날 오전 1362만 명을 넘어 ‘아바타’의 기록을 깼다”고 밝혔다. ‘아바타’가 개봉 후 두 달이 지나 1300만 관객을 모은 것과 비교하면 지난달 30일 개봉한 ‘명량’의 흥행속도는 전례가 없다. 명량은 개봉 19일째인 17일 1400만 관객을 넘어서며 15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이 한국인들을 명량의 상영관으로 불러낸 걸까.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50),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48), 윤성은 영화평론가(36)가 한자리에 모여 영화의 흥행 원인과 역대 1000만 영화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짚었다. 》 ―명량이 이번 주 초 15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편장완 원장=우리나라 5000만 인구 중 영화를 볼 수 있는 인구는 1500만 명 정도다. 이 사람들이 다 명량을 본 셈이다. 이를 영화의 힘으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세월호 사고, 윤 일병 사건 등 최근 사회적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를 불신하고 기성세대는 그동안 변한 게 없다는 사실에 열패감을 느낀다. 위로가 필요한 대중에게 이순신이라는 슈퍼히어로가 나타난 것이다. ▽이명진 교수=이순신이 집중적으로 조명된 것은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이다. 명량 속 이순신도 민주적인 21세기형 리더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도 기대했던 21세기와는 다르다. 많은 사람이 중요한 역사적 경험으로 1998년 외환위기를 꼽는다. 몇 년 뒤엔 세월호를 이야기할 거다. 이제 좀 잘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즈음 경제위기가 닥쳤고 세월호로 사회의 민낯을 봤다. 16세기 인물이 부각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절박하다는 게 아닐까. ▽윤성은 평론가=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명량을 모두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김한민 감독이 ‘갈등이 팽배한 사회에 구심점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하던데 성공했다. 통쾌하게 끝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금까지 한국식 영웅을 다룬 영화들이 ‘한(恨)’을 기본 정서로 한다면 명량은 승리를 부각했다. ―작품의 만듦새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편=자칫 뻔해 보일 수 있는 위인을 영화화하려면 용기가 필요했는데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다만 캐릭터들이 평면적이고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진다. 해전 장면에서도 적군이 너무 쉽게 물러서더라. 해외시장에 진출했을 때 상업영화로서 얼마나 호응을 끌어낼지 의문이다. ▽윤=개인적으론 긍정적으로 본다. 주인공 이순신을 미화하기보단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다뤘다. 또 후반부 해상 전투에서 나타난 리듬감 있는 편집은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시도였다. ―명량을 두고 애국심 마케팅이라는 얘기가 있다. 국내 1000만 영화 중에는 민족주의나 애국을 강조한 작품이 많다. ▽이=한국을 포함해 동북아시아 내 민족주의가 강화하는 흐름이 있다. 명량은 한일전에 비유하자면 우리 편 한두 명이 퇴장당했는데 이긴 거다.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편=내셔널리즘은 1000만 영화의 단골손님이다. 여기에 남북 분단과 가족주의도 1000만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1000만 관객을 모으려면 민족적 DNA를 움직여야 한다. 이데올로기가 빠진 장르물은 한계가 있다. ―1000만 영화가 등장한 것은 2003년 ‘실미도’부터다. 이후 1000만 한국영화 10편이 나왔다. ▽편=대중문화 전반에서 사극 증가가 눈에 띈다. 자기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사극은 역사적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고 볼거리도 풍부하다. 실제 일어난 일이니 이야기도 더 짜임새 있게 만들 수 있다. ▽윤=영화산업이 성장하면서 기획의 역할이 커졌다. 최근 흥행 영화들은 기획 단계부터 사회의 분위기나 변화를 잘 읽어낸다. 명량은 퓨전사극에서 정통사극으로 변하는 트렌드를 감지했고, 좋은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갈망도 간파했다. ―명량 흥행 비결을 이순신 리더십에서 찾는 이가 많다. 최근 1000만 영화 중에는 ‘변호인’ ‘광해’처럼 리더를 다룬 작품이 많다. ▽이=한국사회는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정부 시스템이나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데 이 문제를 기존의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것은 더뎌 보이고, 현실 정치는 답답하다. 그러다 보니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리더를 찾는 것 같다. ―명량의 흥행엔 40대의 역할이 컸다. 초반 예매율부터 40대가 20, 30대를 앞섰다. ▽윤=486세대는 인구가 많고 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삶의 현장에서 피로도가 가장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재관람률이 높아야 1000만 영화가 되는데 아이 혹은 부모와 재관람한 40대가 많다. 486을 포함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요즘 영화계가 주목하는 세대다. 올 초 800만 관객이 든 ‘수상한 그녀’는 70대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흥행에 성공했다. ▽이=베이비붐 세대의 영향력이 문화산업에서도 커지고 있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들이 60세가 넘어서도 청바지를 입고 록 콘서트장에 가듯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명량이 흥행하면서 상영관 독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편=한국영화 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지면 좋겠지만 자칫 ‘그들만의 리그’가 될 위험이 있다. 대형 배급사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에만 힘을 쏟는다. 최근 개봉한 제작비 30억 원 안팎의 중간 규모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이 영화들이 영화산업의 허리인데 큰 영화 중심으로만 가면 장기적으론 위험하다. ▽윤=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독식체제다. 극장에 가면 명량밖에 없다.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1000만 영화들은 대부분 거대 배급사를 끼고 투자를 받아 개봉했다. 시장에 맡기기보단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규제책이 필요하다. 물론 1000만 영화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는 것은 일종의 습관인데, 명량을 보기 위해 10여 년 만에 극장을 찾은 이도 꽤 된다. 이들이 계속 영화관을 찾다 보면 예술영화나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대한 수요도 늘 것이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손가인 인턴기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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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명작 영화로 본 뉴욕과 파리… 에피소드와 ‘깨알 정보’

    뉴욕과 파리.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하며 선망을 받는 도시다. 그래서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수없이 많다. 국내 개봉 영화 제목 중에 뉴욕과 파리가 등장하는 작품도 수십 건에 이른다. 심지어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도 있지 않나. ‘필름, 뉴욕’ ‘필름, 파리’는 이들 도시에서 촬영한 영화를 담은 책이다. 뉴욕 관련 영화 44편과 파리 관련 영화 46편을 소개하면서 인상적인 촬영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년)에서 검은색 야회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오드리 헵번이 상점 앞에서 빵을 베어 물고 한숨을 내쉬는 장면의 배경인 뉴욕 맨해튼 5번가 티파니 보석상을 소개하는 식이다. 영화 속 도시를 소개한 여행서는 더러 있지만 여러 영화평론가가 영화에 방점을 두고 집필했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퐁네프의 연인들’(1991년)을 찍을 때 배우들의 부상과 퐁뇌프 재건축으로 실제 다리에서 촬영이 불가능해지자 인근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는 내용이나 ‘애니홀’(1977년)에서 주인공 앨비 싱어의 어린 시절에 나오는 롤러코스터 아래 흔들리는 집이 원래 대본에 없다가 우디 앨런 감독이 촬영지를 찾던 중 발견해 넣은 것이라는 ‘깨알’ 정보도 많다. 다만, 공들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번역투의 문장 때문인지 술술 읽히진 않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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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로 보는 시시콜콜 ‘명량’ 제작기

    흥행 영화 ‘명량’은 뒷담 거리도 풍성하다. 판옥선 건조 과정부터 배우들의 의상과 분장까지 시시콜콜한 뒷얘기를 모았다.○ “감독에겐 4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올여름 사상 초유의 ‘스크린 대첩’에 출전한 김한민 감독에겐 4척의 배,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있었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12척과 왜선 330척의 싸움을 그리지만 제작진이 바다에 띄운 배는 판옥선 1척과 왜선 3척이다. 제작진은 어선용 배를 빌려 겉모양만 바꿨다. 길이 30m인 150인용 판옥선은 조선시대 선박의 도면을 모은 책 ‘각선도본’을 참조했다. 판옥선의 제작비는 1억5000만∼2억 원, 왜선은 1억5000만∼1억8000만 원.○ 구루지마 갑옷은 2800만 원, 충무공은? 명량을 위해 제작한 의상은 1000벌이 넘는다. 조선 갑옷은 한국에서, 왜군 갑옷은 일본에서 만들었다. 무게가 약 10kg인 충무공의 갑옷은 그를 전라좌수사로 발탁한 서애 유성룡의 갑옷을 참고한 것. 왜군 용병 장수 구루지마(류승룡)의 의상은 일본에서 ‘전쟁의 신’으로 불리는 다케다 신겐의 갑옷을 차용해 디자인한 것으로 15kg이 넘는다. 권유진 의상감독은 “재료비와 인건비만 따지면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충무공의 갑옷이 약 1000만 원으로 철로 화려하게 만든 구루지마 갑옷(2800만 원)보다 싸지만 디자인 비용을 고려하면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편집’돼 버린 가장 비싼 무기 영화에는 15종의 무기가 등장한다. 가장 비싼 무기는 대당 제작비가 1000만 원인 왜군 대포 석화시(石火矢). 제작진은 4대나 제작했지만 왜군이 석화시를 쏘는 장면은 편집 과정에서 잘렸다. 영화에 나온 무기 중에서는 왜군이 사용한 대통(대포의 일종)이 대당 700만 원 정도로 가장 비싸다. 이순신 장군이 사용한 칼은 5, 6자루로 제작비는 자루당 수십만 원 선. 명량 제작진은 가발비로 8000만 원을 썼는데, 특히 왜군의 가발이 개당 400만 원 정도로 비쌌다. ○ 매출액 1000억 원 넘긴 최초의 한국영화 명량은 10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한 최초의 영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티켓 가격이 비싼 3차원(3D) 영화 ‘아바타’(1284억 원)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한국 영화는 ‘도둑들’(936억 원)이다. 명량 매출액 중 극장 몫과 제작비, 영화발전기금, 부가세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200억 원대로 예상된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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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량’ 관객 15일 1300만 돌파

    영화 ‘명량’이 15일 ‘괴물’(2006년·1302만 명)을 제치고 한국 영화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16일에는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2009년·1362만 명)가 보유한 국내 최다 관객 동원 기록도 깰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봉한 명량은 13일까지 관객 1211만 명이 들었다. 개봉 3주 차에 들어서도 평일 관객 수가 40만∼50만 명에 이르며 광복절부터 주말로 이어지는 연휴 특수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재 예매율을 고려하면 15일 누적 관객 수가 13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명량이 광복절에 괴물의 기록을 깰 경우 이는 개봉 17일 만으로 괴물의 106일보다 89일 앞선다. 명량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국내 대작 ‘군도: 민란의 시대’(7월 23일·쇼박스) ‘해적: 바다로 간 산적’(8월 6일·롯데엔터테인먼트) ‘해무’(8월 13일·뉴)와의 흥행 경쟁으로 주목받았으나 개봉 초부터 무서운 흥행 기세를 보이며 올여름 스크린 대전의 승자가 됐다. 13일 현재 개봉 4주 차인 군도는 476만 명, 2주 차인 해적은 255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해무는 예매율이 명량과 해적에 못 미치고 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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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량 투자대첩’

    최단 기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이 시작될 때 스크린에는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산업은행이 펀드투자를 통해 명량의 제작비를 댄 주요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군도’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영화 직접투자에 나서며 ‘역린’에 이어 ‘군도’에 제작비를 투자했다. 명량 등 한국 영화의 흥행 돌풍에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금융권도 웃음 짓고 있다. 특히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뮤지컬 투자에 적극 뛰어든 국책은행들은 제조업 중심의 금융권 투자 관행을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량 1000만 관객 돌파에 수익률도 쑥쑥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3월 총 600억 원 규모인 사모펀드 ‘아이디어브릿지 슈퍼스타’에 지분 50%에 해당하는 3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설국열차’ ‘광해’ ‘수상한 그녀’ 등 영화제작사인 CJ E&M이 만드는 모든 영화에 투자해 흥행에 따른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최근 명량의 총제작비 190억여 원 중 35억 원이 이 펀드에서 투입됐다. 기업은행은 IBK캐피탈이 운용하는 150억 원 규모의 ‘IBK금융그룹 문화콘텐츠 상생펀드’에 100억 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도 CJ E&M 제작영화에 투자하는 것으로, 명량 제작에 5억 원이 들어갔다. 두 은행은 명량 투자만을 놓고 볼 때 이미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6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투자원금을 회수했다. 이어 개봉 12일째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투자수익률 40%를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1500만 관객을 돌파할 경우 80%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현 산업은행 기술금융부 차장은 “펀드 최종수익률은 운용기간 5년이 끝나면 나오겠지만 이번에 명량의 대박으로 펀드 전체 수익률이 올라갈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성공하지 못한 영화도 있어 전체수익률은 연 10% 안팎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투자, 금융권 신성장동력 과거 금융권의 문화산업 투자가 영화, 드라마 제작을 광고나 협찬 형식으로 지원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직접 제작비를 대거나 문화콘텐츠 펀드를 만들어 간접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게 국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 영화제작사, 방송국 PD, 콘텐츠진흥원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해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투자를 전담하는 부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신설했다. 이 부서는 올 6월 말까지 300억 원을 영화·드라마·공연 등에 투자했다. 특히 영화 제작에 직접투자하며 역린에 3억 원, 군도에 2억 원을 투입했다. 산업은행도 6월 말 현재 영화·뮤지컬·연극 등에 투자하는 14개 펀드에 545억 원을 출자했다. 하반기에도 영화, 드라마 관련 펀드 2곳에 6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영화사 백두대간의 최낙용 부사장은 “새로운 투자 활로가 생긴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이런 움직임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돈 되는 작품에만 투자하기보다는 작품성 있는 영화에 대한 투자도 적극 고려해 영화계 전체를 키우는 투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문화콘텐츠 투자보다는 영화, 드라마 등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나은행은 명량이 7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연리 2.7%를 주는 등 관객이 많이 들수록 금리를 높여주는 ‘하나 무비정기예금(명량)’을 선보여 조기 완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말 1000억 원 규모로 선보인 연리 2.7%의 ‘우리나라사랑 명량 정기예금’이 하루 만에 다 팔리자 이달 11일 2차 판매에 나서 5시간 만에 완판했다. 정성희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팀장은 “문화콘텐츠 투자는 장기투자인 데다 여전히 리스크가 크고 진입장벽이 높아 단기투자나 제조업 중심 시스템에 익숙한 은행이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석형 산업은행 벤처금융부 팀장은 “이번 명량의 투자 성공을 계기로 문화콘텐츠 쪽으로 자금 유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구가인 기자}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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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 재우고 테레비]‘꽃보다 청춘’… 아, 오빠들도 늙었구나

    1일 시작한 tvN ‘꽃보다 청춘’은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에 이은 세 번째 ‘꽃보다…’ 시리즈다. 전작과의 차이라면 40대 뮤지션 윤상 유희열 이적 팀과 ‘응답하라 1994’의 유연석 손호준 바로 팀으로 나뉘어 각각 페루와 라오스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다. 사실 프로그램 콘셉트를 들었을 땐 ‘1990년대 우려먹기’의 반복 같았다. 윤상과 유희열, 이적은 ‘90년대의 오빠들’이었고 ‘응사’는 지난해 ‘90년대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이니까. 식상하다고 욕하면서도 ‘채널 고정’ 했던 것은 오빠들과의 ‘의리’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90년대 그 오빠의 음악을 들었던 세대이며, 특히 ‘윤상 님’의 팬이었다. ‘팬심’을 배제하고 본 ‘꽃청춘’은 만듦새가 좋은 프로다. 과묵한 ‘꽃할배’와 왠지 서먹서먹해 보이는 ‘꽃누나’가 넘치는 자막과 편집의 힘으로 ‘케미(궁합)’를 가공했다면, 실제 20년 지기인 꽃청춘의 40대 아저씨들은 애초에 케미가 넘쳤다. 끊임없는 아줌마 수다에 ‘내가 ×× 형 음악은 안 듣잖아’ ‘난 ×××가 ××인 거 원래 알고 있었어’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솔직 뒷담화(××가 누구인지 미치도록 궁금했다)가 어우러졌고 전작과 여행 기간은 비슷하면서도 회차는 절반(8부→4부)으로 줄어 흐름이 빨라졌다. 그러나 팬심을 더해 보면 이 프로는 단순한 재미 이상이다. 여행기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그 오빠의 숨은 사연이었다. 예민한 ‘온실형 화초’인 건 알았지만 첫 회에서 불안한 ‘응가 시스템’ 때문에 숙소를 잡는 데 까탈을 부리는 윤상을 보면서 늙수그레해졌으나 여전히 철없는 첫사랑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내가 남자 보는 눈이 없긴 했지.”) 물론 영리한 꽃청춘 제작진은 그 다음 회에 바로 오해를 풀어줬다.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윤상은 최근 우울증 치료제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밝힌다. 우아해 보이기만 했던 그의 고백에 ‘짠’한 마음이 든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오빠도 늙었구나….”) 나이가 든다고 슬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혈액 순환을 위해 침대에 누우면 발끝 치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소년성’을 간직한 아저씨들은 (팬심 없이 보더라도) 그 나름의 귀여운 맛이 있다. “청춘이라고 하기에 애매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오빠들의 다음 행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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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도 늙었구나” 윤상 유희열 이적의 ‘꽃청춘’ 왠지…

    지난 1일 시작한 tvN '꽃보다 청춘'은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에 이은 세 번째 '꽃보다…' 시리즈다. 전작과의 차이라면 40대 뮤지션 윤상 유희열 이적 팀과 '응답하라 1994'의 유연석 손호준 바로 팀으로 나뉘어 각각 페루와 라오스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다. 사실 프로그램 컨셉트를 들었을 땐 '1990년대 우려먹기'의 반복 같았다. 윤상과 유희열, 이적은 '90년대의 오빠들'이었고, '응사'는 지난해 '90년대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였으니까. 식상하다고 욕하면서도 '채널고정' 했던 것은 오빠들과의 '의리'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90년대 그 오빠의 음악을 들었던 세대이며, 특히 '윤상님'의 팬이었다. '팬심'을 배제하고 본 '꽃청춘'은 만듦새가 좋은 프로다. 과묵한 '꽃할배'와 왠지 서먹서먹해 보이는 '꽃누나'가 넘치는 자막과 편집의 힘으로 '케미(궁합)'를 가공했다면, 실제 20년 지기인 꽃청춘의 40대 아저씨들은 애초에 케미가 넘쳤다. 끊임없는 아줌마 수다에 '내가 XX형 음악은 안 듣잖아' '난 XXX가 XX인거 원래 알고 있었어'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솔직 뒷담화(XX가 누구인지 미치도록 궁금했다)가 어우러졌고 전작과 여행기간은 비슷하면서도 회차는 절반(8부 → 4부)으로 줄어 흐름이 빨라졌다. 그러나 팬심을 더해 보면 이 프로는 단순한 재미 이상이다. 여행기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그 오빠의 숨은 사연이었다. 예민한 '온실형 화초'인건 알았지만 첫 회에서 불안한 '응가 시스템' 때문에 숙소를 잡는 데 까탈을 부리는 윤상을 보면서 늙수그레해졌으나 여전히 철없는 첫사랑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내가 남자 보는 눈이 없긴 했지.") 물론 영리한 꽃청춘 제작진은 그 다음 회에 바로 오해를 풀어줬다.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윤상은 최근 우울증 치료제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밝힌다. 우아해 보기이만 했던 그의 고백에 '짠'한 마음이 든 것은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오빠도 늙었구나….") 나이가 든다고 슬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혈액순환을 위해 침대에 누우면 발끝 치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소년성'을 간직한 아저씨들은 (팬심 없이 보더라도) 그 나름의 귀여운 맛이 있다. "청춘이라고 하기에 애매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오빠들의 다음 행로가 기대되는 이유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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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이 우리보다 더 무서우니…” 위기의 한중일귀신 가상좌담

    귀신이 무섭지가 않다. 국내 공포영화 시장의 침체가 5, 6년째 이어지면서 ‘공포의 마스코트’ 귀신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올여름 귀신이 나온 공포영화는 한국의 ‘소녀괴담’(7월 2일 개봉)과 일본 영화 ‘주온: 끝의 시작’(7월 16일 개봉), 중국에서 제작한 안병기 감독의 ‘분신사바2’(7월 16일 개봉)와 ‘분신사바-저주의 시작’(9월 개봉 예정) 4편뿐이다. 지난달 개봉한 3편은 모두 미적지근한 성과를 내며 극장 상영을 접었다. 귀신 영화의 위기는 어디서 온 걸까. 한중일 귀신들과 가상 좌담을 가졌다. ―‘한국 공포의 8할은 귀신’이라는데 올여름엔 스크린 속 귀신의 활약이 부진했습니다. 그 원인을 알아보고자 세 분 귀신을 모셨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소녀귀신=‘소녀괴담’에서 ‘마스크 귀신’으로 홍보됐는데 (마스크 벗으며) 제 미모에 놀라는 분이 많더군요. 귀신이 너무 청순하다나. 하도 공포의 위기래서 코미디, 로맨스적 요소를 섞어 이미지 변신했어요. 평단 반응은 안 좋았지만 적은 제작비(18억 원)로 48만 명 들었으니 손해 안 본 장사였죠. ▽토시오=한국인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주온’ 시리즈의 주인공입니다. 엄마랑 같이 등장하는데 비디오로 데뷔해서 나중엔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거 아시죠. ‘링’의 사다코 누나와 함께 ‘J호러’의 대표주자라고 부르더군요. 이번 영화까지 시리즈가 10개나 되니까 ‘귀신보다 제작자의 집착이 더 무섭다’고들 해요. 그래도 10대들 덕에 41만 명 왔으니 ‘선방’했죠. ▽샤오아이=‘가위’(1999년)의 리메이크작인 ‘분신사바2’의 샤오아이예요. ‘분신사바-저주의 시작’에도 나와요. 한국 성적(8만 명)은 제가 가장 부진하네요. 리메이크의 새로운 모습보다 원작의 하지원과 너무 닮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원은 귀신이지만 저는 귀신인지 아닌지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곤란해요. 중국 정부가 유물론적인 세계관을 중시해서 너무 귀신처럼 보이면 안 되거든요. 어쨌건 중국에선 잘나갔어요. ‘분신사바2’도 중국에선 개봉 첫 주 약 84억 원의 수입을 올렸죠. ―세 분 모두 ‘나는 별문제 없다’는 건데, 요즘 한국에서 공포영화가 바닥을 치는 건 왜죠? ‘명량’은 1000만을 넘겼다는데, 100만 넘긴 공포영화 찾기가 어려워요. ▽토시오=남 핑계대긴 싫지만 요즘 대형 배급사들은 큰 영화 밀어주느라 저희를 외면해요. 상영관 잡는 거 자체가 힘듭니다. 손님 안 드는 자정이나 조조영화 시간에만 끼워 넣는데, 누가 아침에 귀신 영화를 봅니까! ▽샤오아이=‘분신사바-저주의 시작’은 원래 이달 14일 개봉 예정이었는데 9월 말로 옮겼어요. 틀어줄 상영관이 없대. ▽소녀귀신=세상이 험해진 탓도 있죠. 실화가 배경인 스릴러의 범죄자가 우리보다 무서우니까. 제작자들도 반성해야 해요. 1990년대 말 ‘여고괴담’ 인기 이후 학원 공포물만 계속 만들어요. 제작비 때문이죠. 그런데 제대로 무섭게 하려면 돈 좀 써야지. ―그래도 지난해 개봉한 ‘컨저링’은 226만 명이나 봤습니다. 이건 동양귀신의 부진 아닌가요. ▽샤오아이=걔들은 귀신이 아니라 악령이지! 우리랑 급이 달라. 우린 저마다 사연도 있고, 드라마가 있어요. 이게 굉장한 장점인데 우리가 아직 좋은 감독이나 제작자를 못 만나서 그런 것 같아. 설상가상으로 나는 정부 검열 문제도 있고…. ―‘이제 귀신영화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도 나와요. ▽토시오=일본에는 귀신과 요괴를 다룬 고전 콘텐츠가 많은 데다 최근엔 실화 괴담 중심으로 B급 콘텐츠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저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다고요. ▽소녀귀신=물론 우리에게도 변화가 필요하죠.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좀비들도 요즘엔 이미지 변신해서 성공했잖아요. 좀 탄탄한 이야기를 가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요. (도움말: 김봉석 영화평론가, 김연경 영화사 하늘 홍보팀장, 이종호 공포영화 전문 작가)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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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은 목마르다, 이순신의 리더십… 명량, 역대 최단 1000만 돌파

    영화 ‘명량’이 개봉 12일째인 10일 오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최단 기간 1000만 돌파 영화였던 ‘괴물’(21일)보다 9일이나 빠르다. 인기의 중심에는 이순신이 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스토리닷에 따르면 개봉 일부터 8일까지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언급된 영화 ‘명량’ 관련 키워드 중 이순신 언급량(버즈량)은 약 4만 건에 달한다. 주인공인 배우 최민식(약 9700건)의 4배 이상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명량’은 오래전부터 형성돼 있던 이순신 팬덤의 욕구를 제대로 풀어준 영화”라고 평가했다. ○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안티’ 없는 이순신 ‘충’과 ‘의’를 강조하는 이순신은 민족주의, 넓게는 보수의 정서와 닿아 있는 인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이순신 장군을 성웅(聖雄)으로 추앙했고 1968년 서울 세종로에 이순신 동상을 세웠다. 이 때문에 이순신은 1980년대 이후 진보 진영에서 한동안 외면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영화 ‘명량’은 ‘충’과 ‘의’를 달리 해석하며 약점을 극복했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같은 이순신의 대사는 진보 진영에서도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요소다. 여야 정치인 모두 ‘명량’ 열풍에 동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명량’을 봤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13일 관람할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전 원내대표도 최근 트위터에 ‘명량’ 관람 후기를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변호인’(2013년·1137만 명)이나 혁명이 부각된 ‘레미제라블’(2012년·591만 명)처럼 진보 진영이 흥행을 주도한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 지금 한국은 ‘이기는 리더십’을 원한다 영화와 드라마 속 이순신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유현목 감독의 ‘성웅 이순신’(1962년) 등 3편의 이순신 영화가 나왔던 1960, 70년대엔 국난 극복의 상징이자 완전무결한 영웅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의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임진왜란’에선 엄격하고 강한 군인으로 그려졌다. 반면 ‘명량’의 이순신은 강인한 리더십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의 리더십 갈구에 대한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명량대첩은 12척의 배로 133척을 무찌른,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승리를 이뤄낸 해전으로 꼽힌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리더십’이 결정적인 흥행 요인이라는 것.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계속된 불황과 잇따른 대형 사고로 패배감, 무력감에 젖은 한국 사회에 오랜만에 대중이 선망할 만한 승리의 사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구가인 comedy9@donga.com·정양환 기자 손가인 인턴기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

    • 201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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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는 ‘명량’

    영화 ‘명량’이 이번 주말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영화사상 최단 기간에 1000만 명을 돌파한 ‘괴물’(21일·2006년)보다 9∼10일 빠른 기록이다.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다룬 ‘명량’은 개봉 10일째인 8일 관객 870만 명을 넘어섰다. ‘명량’은 이번 주말 예매율도 1위여서 흥행 돌풍이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계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1500만 관객도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현재까지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는 1362만 관객이 든 ‘아바타’(2009년)였다. 국내 영화로는 ‘괴물’이 1302만 명을 동원해 1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명량’은 40대가 흥행을 주도하는 가운데 전 세대에 걸쳐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플렉스체인 CGV가 예매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40대 관객층의 비중이 32%로 영화 주 관객층인 20대(29%)와 30대(29%)보다 높다. 조성진 CGV 홍보팀장은 “‘명량’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0대 관객의 25%가 자녀 표를 함께 끊었으며, 청소년 관객의 절반이 부모와 영화를 봤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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