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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기존 6자회담과는 별도로 북한 내부 정세를 파악하고 대북정책 공동 수립에 집중하는 새로운 회의 체제 가동에 합의했다. 이는 ‘비핵화’에 치우쳤던 한미 양국 간 대북정책 공조의 틀을 ‘급변사태 대비’와 ‘북한 변화 유도’로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새해 첫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북한 상황을 평가하고 정책 옵션을 개발하기 위한 협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불확실한 북한 상황을 다뤄 나가는 일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합의에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부 정세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북한 체제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실려 있어 주목된다. 한미 양국은 협의체를 양자에서 시작해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다자 구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정미경 특파원}

한미 양국이 7일(현지 시간) 합의한 ‘북한 정세 분석회의’는 기존 6자회담과는 전혀 다른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있다. 6자회담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북한 체제를 살리고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이번에 합의된 회의는 불안한 북한 정세 관측→북한 변화 유도→급변사태 대비 등의 단계를 통해 북한 체제를 사실상 정리하는 수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변화시킬 전략적 접근 합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직후 워싱턴 한국 특파원단을 만나 “양국은 북한 핵 문제를 넘어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전략적 협력도 하기로 했다”고 말해 신설되는 북한 정세 분석회의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한반도 통일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한미가 이런 판단에 이른 결정적인 계기는 장성택 처형이다. 양국은 그동안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할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지켜보는 분위기였지만 지난해 12월 13일 장성택 처형 발표 이후 북한 체제 내부에 심각한 권력 갈등과 체제 불안요소가 잠복해 있다는 공동 인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김씨 왕조 체제가 존재하는 한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전략적이고 주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북한 정세를 논의하자는 것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정책 방향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논의할 정책 대안은 △김정은 체제 붕괴 이후 북한 주민들이 한국과의 통일을 바라게 만들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한국의 지도력 확대 △이란 핵 포기를 이끌어 낸 경제제재 강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양국의 위기 대응 방안 마련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고위급과 실무자급 등 다양한 수준의 회의를 자주 열어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선 한미가 시작한 뒤 상황을 봐서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을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미중 양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와 일치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확산 활동에 대처하는 데 있어 한미 양국은 ‘한 치의 빛(inch of daylight)’도 들어올 틈 없이 단결돼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불안한 내부 정세를 억누르기 위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키로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회담은 북한 정세 동향에 초점을 맞춰 보다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강화해 나가는 데 비중이 있다며 북한 급변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아베 총리 대응에는 온도차 윤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역내 화해와 안정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의 역사 수정적 태도에 대한 우리의 엄중한 입장을 미국에 분명히 전달했으며 미국 측도 상당 부분 공감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본에 ‘경고’를 보냈는지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불쾌감을 표현하는 여러 방식이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할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기분이 안 나기 때문에 그 일을 안 하게 되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성과를 냈던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가 최근 열리지 않고 있는 것도 경고와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각종 양자 및 다자 모임에서 추진해 온 미국 측 인사들과의 접촉을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미국 측이 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이 아베 총리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보통 양자 회담에서는 제3국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8일 미국이 신사 참배에 실망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비판을 받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연한 역할, 책임을 완수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정미경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말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방문한 것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일본의 처사를 견뎌낸 수많은 아시아인에게는 모욕이며 난폭한 처사였습니다.” 미국 의회 내 대표적 친한파(親韓派)인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63·공화·캘리포니아)은 동아일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일본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데 반대한다. 다음 달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를 직접 만나 일본의 과거를 인정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연내 미국 방문을 건의하고 상하원 합동 연설을 성사시킨 막후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해 박 대통령 그리고 국회 지도자 등과 만나 한반도 관련 중요 이슈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스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2일 워싱턴 하원 의사당에서 했으며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등 최근 변화 등은 6일 e메일로 보충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오랫동안 일본 극단주의자들이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에 반대해 왔는데…. “나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독일 히틀러에 맞서 싸웠다. 역사 문제의 민감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저지른 잔악행위는 잘 알려져 있고 문서로도 남아 있다. 나는 지난해 일본 오사카(大阪) 시장이 일본군 위안부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것을 하원 의사당에서 공개 비난했다. 다음 달 아베 총리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길 기대하고 있다.” ―2007년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사람으로서 남다른 느낌이 있을 듯하다. “그렇다. 일본의 한국 침탈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학대 및 노예화 등 역사적인 문제에 대한 위안부 결의안이 벌써 7년 전 미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내각과 자민당 내 정치인들의 군국주의적 수사(修辭)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일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2차 대전과 한국과 중국 점령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인정하는 것이다.” ―일본은 역사 왜곡과 동시에 독도와 동해 등 한국의 영토, 영해도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주변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과 한국, 필리핀에 대한 일본의 침략이라는 진정한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노예로 삼은 여성들의 인권 침해와 관련해 그동안 드러난 사실들을 일본 관리들이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주권이 독도에까지 미친다는 사실을 세계가 다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일본이 확실히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로이스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과거 일본군을 지칭할 때는 항상 ‘제국주의 군대’라고 ‘제국주의’를 강조해 인상적이었다. ―중국이 지난해 말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해 영해 확장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의 일방적인 ADIZ 선포는 1983년 알래스카 상공에서 대한항공 민항기가 소련에 격추된 것과 같은 우발적인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 중국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고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어떤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인가. “우선 북한발 긴장을 어떻게 완화할지 한미 간에 긴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어떤 후속조치가 필요한지 대화를 나눌 것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이 불안하다. 아시아 지도자들에게 어떤 제안을 할 생각인가. “주변국들이 문제의 휘발성을 줄이는 데 협력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기괴한 행동은 지역 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고 이는 모든 국가에 이익이 아니다. 주변국들은 북한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압력을 넣고 설득해야 한다.” ―장성택 처형 사건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수준을 드러냈다. “북한 인권문제, 중국이 유엔난민기구(UNHCR)와 이 문제에 협력하는 문제 등도 논의 대상이다. 북한이 (보편적인 인권 보호를 규정한) 유엔 헌장을 위반하지 않도록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치범수용소 등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궁극적인 변화를 위해 미국과 한국이 어떤 구체적인 작업을 해야 하나. “전체주의 국가의 태도를 바꾸는 가장 좋은 정책은 정보의 유입이다. 자유유럽방송(RFE)이 동유럽으로 방송을 내보내 정치적 다원주의와 관용, 자유와 번영에 대한 정보를 주고 그들의 관점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에도 외부 정보 유입을 통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한국 드라마가 북한에서 정말 유행한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과 바깥세상을 알 수 있다. 라디오나 DVD를 이용한 정보수집 과정을 통해 북한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 ―평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대북 제재 강화는 올해 베이징(北京)에 갈 때 내가 제기할 중요한 이슈의 하나다. 경제 제재 강화와 동시에 북한에 방송을 하고 어린 세대들이 과거 러시아와 체코, 폴란드의 청년들처럼 새로운 방향, 새로운 길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 로이스 위원장은 지난 한 해는 아시아지역, 특히 한국과 미국 간 관계의 깊이를 더하고 친밀감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을 성사시키기 위해 키를 쥐고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등 막후 비화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한미 관계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은 아주 힘 있는 연설을 했다. 워싱턴에 이어 나의 지역구인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좋은 연설을 했다.” ―한미 FTA의 성과를 현지에서 체감할 수 있나. “한국은 나의 지역구가 속한 캘리포니아 주의 5대 무역파트너다. 한미 FTA는 한국과 캘리포니아 주에 큰 혜택을 주고 있다.” ―한국은 민간 원자력 개발과 이용이 용이하도록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원하고 있다. “믿을 수 있고 저렴한 에너지는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단히 필요하다. 민간 원자력 에너지로 한국은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를 통해 한국은 경쟁력을 키우고 미국은 동맹국의 경제를 도울 수 있다. 한국은 에너지 기술에 대단한 혁신을 이루고 있어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대면 인터뷰를 한 날 마침 하원에서는 예정에 없던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연방정부 예산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렸다. 그는 기자를 자신의 사무실이 아닌 본회의장 바로 옆 H217룸으로 초대했다. 인터뷰 도중 두 차례나 본회의장에 들어가 투표를 하고 다시 돌아오는 등 정신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로이스 위원장은 시간을 쪼개서 한국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한마디라도 더 말해주려고 노력해 11선 중견 의원의 품격을 느끼게 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올해 11월 하원 의원 12선에 도전한다. 김동석 미주 한인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하원에서 외교 문제 전반을 맡으면서 한반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의 당선을 위해 벌써부터 많은 한인 유권자가 지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전 공동의장을 맡는 등 한미 의회교류 확대에도 힘을 쓰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4남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1951년 10월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출생1977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졸업(회계 재무 전공)1978년 사업1982년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1992년 연방 하원의원(현재까지 11선)2007년 연방 하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공동발의2013년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2013년 2월 방한해 박근혜 당선인 면담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중서부와 동부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쳐 16명이 숨지고 항공기 3000여 편이 결항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국립기상청(NWS)은 6일 캐나다 북부에 있는 차가운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7일까지 이 지역에 한파와 눈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번 한파의 영향권에 든 사람은 20여 개주 1억4000만 명에 이른다. 일리노이 주 시카고와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의 6일 최저기온이 영하 26도까지 떨어지고 노스다코타 주 파고와 미네소타 주 인터내셔널폴스도 영하 35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 워싱턴 역시 2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청은 체감온도가 영하 65도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몇 분 동안 맨살이 추위에 노출되면 동상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 폭풍까지 몰아치면서 미시간 주 남부에는 5일 하루 동안 38.1cm의 눈이 쌓였다. 시카고에서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이르는 지역에는 앞으로 15∼30cm의 눈이 오고 동북부의 다른 지역에도 대부분 진눈깨비와 눈이 쏟아질 것이라고 기상정보업체들이 예보했다. 공항 활주로가 빙판으로 변하면서 여객기 이착륙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취소된 항공편도 3000여 편에 이르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등과 회담하기 위해 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 도착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악화된 동북아시아 정세와 관련해 “일본의 국내 정치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양자 차원만이 아니라 국제 사회가 모두 우려하는 사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덜레스 공항에 내린 뒤 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에 헌화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주요 지도층을 만나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7일까지 사흘간 워싱턴에 머물면서 케리 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 등과 만나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해진 북한 정세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이날 “북한 정세와 동향은 한국과 미국의 주요 관심사항으로 앞으로 수년 동안 적용될 대북 정책기조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의 대형 쇄빙선이 남극 얼음 바다에 갇힌 러시아 탐험선과 중국 쇄빙선 구출에 나선다. 미국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4일(현지 시간) 러시아와 중국, 호주 당국의 선박 구조요청을 받아들여 쇄빙선 ‘폴라 스타호’를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폴라 스타호는 5일 호주 시드니 항을 출발해 7일 뒤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갇힌 남극 커먼웰스 베이에 도착할 예정이다. 폴라 스타호는 앞서 지난해 12월 초 남극 맥머도 기지 보급 임무를 위해 미국 시애틀의 모항을 떠났었다. 미국 해안경비대가 보유한 유일한 대형 쇄빙선인 이 배는 1.8m 두께의 얼음을 깨면서 3노트의 속도로 항해할 수 있으며 속도를 낮추면 두께가 6m 넘는 얼음도 깰 수 있다. 최근 3년간 진행된 개조작업을 통해 쇄빙력이 대폭 강화됐다. 폴라 스타호는 조난당한 러시아 탐사선과 중국 쇄빙선을 구조한 뒤 당초 목적지인 남극 맥머도 기지로 향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탐사선 아카데믹 쇼칼스키호는 호주 탐험가 더글러스 모슨의 남극 탐험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1월 남극 탐사에 나섰다가 12월 24일 얼음에 갇혔다. 이 선박에는 러시아 승무원 22명과 호주인 과학자, 여행객 52명 등 74명이 타고 있었다. 조난이 길어지자 중국 쇄빙선인 쉐룽(雪龍)호가 구조에 나섰다. 아카데믹호 조난 열흘째인 2일 인근 해역에 헬기를 보내 탑승객 52명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헬기가 날아가 승객을 태운 뒤 27km 떨어진 호주 쇄빙선 근처 빙판 위로 실어 나르는 데 모두 5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쉐룽호도 얼음에 갇혀 조난당하는 신세가 됐다. 구출된 탑승객들은 귀국길에 올랐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1968년 1월 북한의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을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보 유출 사고로 평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1일 당시 사건을 둘러싼 미국 내부상황을 파헤친 신간 ‘전쟁 행위(Act of War)’를 소개하면서 NSA의 내부 평가를 전했다. 저자인 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 잭 치버스 씨에 따르면 NSA가 1992년 작성한 239쪽 분량의 비밀 보고서는 미 해군의 비밀 정찰선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납치된 당시 사건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보 와해”라며 “모든 사람들의 악몽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당시 미 해군 내 스파이 조직이 해외정찰 관련 정보를 소련에 흘렸고 소련은 이 정보와 나포된 푸에블로호에서 얻은 정보를 비교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는 것. 치버스 씨에 따르면 당시 함장이던 로이드 부커와 선원들은 푸에블로호 나포에 따른 정보 유출을 줄이기 위해 북한 해군이 배에 오르기 전 비밀문서를 불태우고 도청장비와 암호계기 등을 바다에 버렸다. 함장과 선원들은 나포된 뒤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고문과 심문을 받았으며 그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렸을 정도였다. 그해 12월 생존 승무원 82명과 시신 1구가 판문점을 통해 미국 측에 넘겨지자 미국 국민들은 이들을 영웅처럼 대했지만 미 해군은 부커 선장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희생양을 만들려 했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조사위원회는 그가 아무런 저항 없이 배를 북한에 넘겨줬다고 판단하고 군법회의에 회부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 직후 작성된 백악관 내부 보고서는 북한의 나포에 대한 정보와 대응 준비도 갖추지 않은 채 위험한 해역에 정찰선을 보낸 해군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해외에서도 국가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거나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공공부문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 공공개혁 과정에서는 노동조합의 반발 같은 사회적 갈등이 뒤따르는 만큼 성공과 실패 사례도 극명하게 나뉜다. 해외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공공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 개방과 경쟁 도입 등 시장 원칙을 도입해 비효율을 걷어내는 동시에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우정부문 개혁을 통해 탄생한 도이체포스트는 공공개혁에서 시장 개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독일 정부는 통신과 우편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연방우정 회사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자 1995년 전격적으로 이 회사를 도이체포스트와 도이체텔레콤 등으로 분할하고 2000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도이체포스트를 민영화했다. 유럽 통합으로 우편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공기업의 비효율성이 불거지자 발 빠르게 시장을 개방하고 과감하게 사업 범위를 확장하도록 하면서 기존 경영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이체포스트는 디지털 우편서비스와 전자상거래, 온라인 광고서비스로 사업을 다각화한 뒤 미국의 물류회사인 DHL 등을 인수해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체질 개선 등 사전 준비 없이 섣불리 공공부문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공기업 민영화 실패 사례로 꼽히는 볼리비아는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1999년 수도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했다가 2006년 국제소송을 거쳐 수도사업을 다시 국유화했다. 공공 체질 개선보다는 재정 확보에 중점을 두면서 민간기업에 40년간 수도사업 독점 사업권을 주다 보니 수도요금이 크게 올라 공공성을 해친 것이다. 반대로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과 서비스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유럽의 철도개혁 성공 비결은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공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데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는 철도 공기업을 유지하면서 일부 노선을 민간 사업자에게 개방해 운행요금을 낮췄으며 독일은 국영철도 회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5개 자회사를 설립해 경쟁하도록 하면서 철도사업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노동조합의 반발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철저한 사전 준비도 공공부문 개혁을 위한 성공 조건으로 꼽힌다. 공공부문이 철도 전력 우편 등 사회 기간시설 분야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파업 등에 대한 준비 없이 공공개혁에 나섰다가는 장기파업 등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국민적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연간 석탄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석탄을 비축한 뒤 탄광부문 개혁에 나서 총파업에 돌입한 탄광노조와의 1년여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개혁 정책을 관철하는 데 성공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문병기 기자}

미국 해군이 5년간 5600만 달러(약 591억 원)를 들여 개발한 수중 무인기(드론) ‘슬로컴 글라이더’가 물 속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연료 없이 해류를 이용해 물속에서 움직이며 기뢰나 적 함정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이 무인기는 내년부터 실전에 배치될 계획이라고 미국 온라인 매체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가 28일 보도했다. 출처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지도자들이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똑같이 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미국 전문가와 언론이 십자 포화를 퍼붓고 있다. 미국 경제전략학회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회장은 27일 포린폴리시(FP)에 ‘아베는 미국의 따귀를 때렸다’는 기고문을 냈다. 그는 “그동안 일본 지도자들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과 미국 대통령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이 뭐가 다르냐고 주장해왔다”며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일본에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도쿄 지도리카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이 있다고 상기시키며 올해 10월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지도리카후치를 찾아 참배한 것은 야스쿠니신사가 상징하는 ‘일본판 역사’를 미국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해병대와 공무원으로 21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근무했고 현재 조지메이슨대 박사과정에 다니는 롤랜드 윌슨 씨도 28일 동아일보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동북아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생각한다면 야스쿠니신사가 아니라 지도리카후치를 찾아 참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야스쿠니신사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잘못을 부정하는 잘못된 역사 인식이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올해 5월 포린어페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이 전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소인 알링턴 묘지를 생각해보라.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장병이 안장됐다고 알링턴에 가는 게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건 아니다”라며 “야스쿠니신사가 알링턴 묘지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미 국무부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을 표시한 지 하루 만인 27일 미 국방부는 일본 오키나와 현의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승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와 안보협력 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번 결정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 미일 방위지침을 개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한 단계 더 격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뒷받침하면서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미군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정미경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세계 언론의 비판이 주말에도 이어지고 강도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국제적 지위와 일본의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는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과 북한의 침략에 맞서 군사적 대응태세와 미일동맹을 강화하려는 아베 총리의 정책은 이유가 있지만 이런 정책과 과거 대일제국의 향수를 연결시키는 것은 그의 대의를 깎아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설은 “아베 총리가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해결한 것은 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위해 중요한 진전이지만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통해 아시아의 긴장 분위기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고 지역 국가들이 중국의 호전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7일 ‘신사 참배로 일본 총리는 일본이 평화주의에서 멀어졌다고 확인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사 참배 때문에) 중국과 다투게 된 일본은 미국에 안정적인 동맹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아시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일본 도쿄대 교수가 “아베 총리의 최근 행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아베 총리의 역사관은 미국과 점점 더 멀어져 결국에는 미국이 수립한 전후 세계질서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28일자 사설에서 “아베 총리는 자신의 행동이 중국과 한국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며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의도된 도발’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 벙커 안으로 들어가 다른 나라들에 저주를 퍼붓고 있는 것이며 이 저주는 일본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경고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 외무성만큼 미국 정세를 치밀하게 연구하는 조직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김정일은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붕괴한 이후 2대 세습 독재자로 정권을 물려받았다. 그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정세를 미리 잘 읽고 선수(先手)를 쳐야 쌀도 기름도 나온다고 생각해 미국 연구에 골몰했다. 1993년 1차 핵위기 이후 북한은 미국의 국내 정세를 교묘하게 이용해 도발과 대화를 병행하는 전술을 적절히 구사하며 핵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도 챙겼다. 강석주 김계관 이용호 등으로 대표되는 외무성 미국통들이 밤낮으로 미국을 연구해 김정일에게 ‘제의서’를 올려바친 결과다. 올해 말에도 미국 담당 부서인 외무성 미국국(美國局)은 새해 첫날 김정은 3대 세습 독재자의 신년사에 담길 대미 메시지를 작성하느라 바쁜 연말을 보냈을 것이다. 특히 2002년 이후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를 두 차례나 지내 누구보다 미국 정치의 생리를 잘 아는 한성렬 미국국장은 여러 날 잠을 못 이뤘을 듯하다. 내년 미국 정치의 쟁점과 방향을 가늠하면서 과거처럼 북한이 활용할 만한 어떤 틈이 있는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가장 중요한 미국의 정치일정은 11월 중간선거다. 100석 중 35석을 바꾸는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435석 모두가 선거 대상인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 자리를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다소 불리하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 대통령은 다수당인 공화당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내치보다는 외교정책에서 두 번째 임기의 마지막 성과를 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혹시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2기 중간선거 당시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해 10월 북한은 1차 핵실험을 했고 한 달 뒤 중간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은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에 잃었다. 선거 패배 여파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 내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모두 자리를 떠났고 북한은 6자회담 테이블에 다시 초대됐다. 북한은 다음 해 2·13합의와 10·3합의 등 거짓 대화를 통해 2차 핵실험 준비와 우라늄 농축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중간선거에서 져도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 후 5년 동안 고집해 온 대북 기조,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주당은 세 번이나 핵실험을 한 북한에 빗장을 잘못 풀었다가는 2016년 대선도 진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공화당도 상하원을 장악한 뒤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 법안을 만들어 낼 공산이 크다. 북한처럼 핵개발과 경제발전이라는 모순적인 가치를 좇던 이란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더욱 속도를 내면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을 놓고 미국과 대치하는 외톨이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외무성 미국국 내부에서는 ‘우리도 이란처럼 광명의 길을 찾자’는 전향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성택 계열로 찍힌 외교관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누가 감히 독재자의 노선에 반기를 들 수 있을까. 친중파 장성택은 죽고 대미 대화파들은 입을 닫은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안고 무너지는, 그들에게는 최악의 길로 한발 더 나아가는 새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신석호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지도자들이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똑같이 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미국 전문가와 언론이 십자 포화를 퍼붓고 있다.미국 경제전략학회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회장은 27일 포린폴리시(FP)에 '아베는 미국의 따귀를 때렸다'는 기고문을 냈다. 그는 "그동안 일본 지도자들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과 미국 대통령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이 뭐가 다르냐고 주장해왔다"며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일본에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지도리카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이 있다고 상기시키며 올해 10월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지도리카후치를 찾아 참배한 것은 야스쿠니신사가 상징하는 '일본판 역사'를 미국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해병대와 공무원으로 21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근무했고 현재 조지메이슨대 박사과정에 다니는 롤랜드 윌슨 씨도 28일 동아일보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동북아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생각한다면 야스쿠니신사가 아니라 지도리카후치를 찾아 참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야스쿠니신사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잘못을 부정하는 잘못된 역사 인식이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28일자 사설에서 "미 대통령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지 말라는 패전국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도쿄의 신사는 중국 한국 등 일제 침략의 피해국에는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다"며 "전후 일본 지도자들은 침략과 범죄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인정하는 데 주저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올해 5월 포린어페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이 전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소인 알링턴 묘지를 생각해보라.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장병이 안장됐다고 알링턴에 가는 게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건 아니다"라며 "야스쿠니신사가 알링턴 묘지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미 국무부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을 표시한 지 하루 만인 27일 미 국방부는 일본 오키나와 현의 후텐마 기지 이전 승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와 안보협력 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번 결정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 미일 방위지침을 개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한 단계 더 격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뒷받침하면서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미군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정미경 특파원}

▼ “안보협력자 포기한 꼴” ▼美 존스홉킨스대 데니스 핼핀 교수 “진정으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한 일본은 영국과 같은 미국의 안보협력자가 될 수 없다.” 미국 의회에서 지한파 전문가로 활동했던 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방문교수(사진)는 26일(현지 시간) “미국을 상대로 진주만 공격을 지시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는 9·11테러를 지시한 오사마 빈라덴과 같다”며 이같이 비난했다. 핼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두고 “이래서야 ‘재무장을 하지 않겠다’거나 ‘과거 대일제국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아베 총리가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기시 전 총리는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상이던 1941년 미일전쟁 개시 칙서에 서명했던 인물. 핼핀 교수는 “기시 전 총리는 외손자가 제2차 세계대전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도록 가르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주변국에 외교적 모욕” ▼유대인단체 에이브러햄 쿠퍼 부소장“이웃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모욕이자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나치 전쟁범죄자’를 추적해 온 세계 유대인인권단체 ‘사이먼비젠탈센터’의 에이브러햄 쿠퍼 부소장(63·사진)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이같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쿠퍼 부소장은 “독일에서는 총리나 정치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히틀러와 나치세력을 공개적으로 추모하는 행위를 상상할 수 없다”며 “독일 내부와 주변국의 비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대교 랍비(지도자)인 쿠퍼 부소장은 “아베 총리의 이런 행위는 새로운 동아시아 협력관계를 세우려는 주변국의 노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먼비젠탈센터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 체포에 생을 바친 유대인 운동가 사이먼 비젠탈(1908∼2005)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구(NGO)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이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개인 전화통화 기록 수집 및 저장 활동에 위헌 판결을 내린 데 이어 대통령자문위원회도 이를 포함한 NSA의 정보수집 활동 전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올해 6월 NSA 계약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해 NSA의 활동 전반을 검토해 온 전문가 5인 자문위원회는 최근 46개 항의 개혁안을 담은 308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백악관은 18일 이를 전격 공개했다. 자문위는 우선 NSA가 미국 내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개인 전화통화 기록 수집 및 저장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통화기록 관리는 통신회사나 제3의 민간기구에 맡기고 NSA는 법원의 영장을 받아 이를 열람하라는 것이다. 또 자문위는 “NSA가 통화기록을 수집 및 보관하는 것은 공공의 신뢰와 개인 사생활, 시민의 자유권에 잠재적인 위험이 된다”고 지적했다. 자문위는 NSA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청 파문 등과 관련해 “해외 정상에 대한 도청은 발각됐을 경우 입을 경제적 외교적 타격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거쳐 NSA가 아니라 대통령과 참모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실상 NSA 활동의 거수기 역할을 해온 ‘비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도 개혁 대상에 포함됐다. 자문위는 FISC 내부에 공익변호사를 두고 개인 프라이버시와 시민자유권을 대변하도록 권고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법원이 FISC 판사를 임명할 것도 제안했다. 또 자문위는 NSA가 해외 테러리스트 적발을 명분으로 미국 내 외국인에 대해 사실상 무제한의 감시활동을 벌이는 것에도 제한이 필요하며 대통령과 의회, 법원의 감독을 벗어나 국장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혁안을 놓고 미국 내 여론이 찬반 양론으로 갈리고 있다. 인권단체 등은 진일보한 권고라고 환영했지만 NSA 등 정보기관들은 “권고안을 모두 받아들이면 정보 수집 체계가 2001년 9·11사태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NSA가 통화기록 수집 및 저장 권한을 민간에 이양하면 테러리스트들의 계획을 탐지할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한국과 미국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김정은 정권이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함께 대비해 나가기로 했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과 차관급 전략대화를 가졌다. 김 차관은 이날 오후 워싱턴 특파원단과 만나 “북한은 과거 내부적으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외부 세계와의 긴장을 고조시켜 상황을 관리해 나갔다”며 “한국과 미국은 그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공고한 동맹과 확고한 연합방위 체제로 북한에 그런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에 하나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할 때에는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하겠다는 데 한미가 완전히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양국의 연합 군사훈련이 있는 내년 초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정은이 군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제한적인 도발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략대화에서 미국 측은 한일 양국 간 전략대화 움직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잘 작동해 동북아시아 안보를 위해 시너지 내는 것을 바란다”며 “한일이 대화로 막힌 것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측은 왜 한일 간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했다”며 “미국 측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성의를 표해야 한다는 우정의 충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법원은 16일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휴대전화 통화 기록 정보 수집은 헌법에 위배되므로 즉각 중단하고 자료를 파기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올 6월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NSA의 대량 정보 수집에 대해 미 법원이 처음으로 위법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이는 부당한 압수수색보다 개인의 자유를 적극 보호한 것으로 앞으로 NSA의 정보 수집 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은 헌법에 위배 미 연방 1심 법원인 워싱턴 지방법원의 리처드 리언 판사는 이날 시민단체 ‘프리덤워치’ 설립자 래리 클레이먼과 찰스 스트레인지가 ‘NSA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은 국민의 사생활 권리를 침해하므로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안이 국가 안보에 미칠 파문을 고려해 “상급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단 명령 이행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NSA의 정보 수집은 시민에 대한 부당한 압수수색을 금지한 미 수정 헌법 4조를 위배했다”며 “이번 사건은 정부가 사법적 승인 없이 시민 개개인을 상대로 체계적으로 첨단 기술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이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임의적인 사생활 침해는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건국의 아버지이자 헌법 제정에 참여한 제임스 매디슨도 현 정부의 사생활 침해를 보면 경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SA 정보 수집 활동 제약받나 이날 판결은 ‘테러 방지’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논쟁에서 사법부가 후자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NSA는 2006년 이후 ‘비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이 발부한 명령서를 이용해 버라이즌 등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들에서 개인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하루 단위로 수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해외 테러 조직과 연계된 미국 내 테러 분자를 색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지만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판결이 연방항소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확정되면 무차별적 정보 수집 활동으로 도마에 오른 NSA의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NSA는 엄청난 양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슈퍼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입수한 전자정보와 결합해 테러 용의자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기본적인 원천 정보에 해당하는 통화 기록을 한국에서처럼 건건이 법원의 허가를 받고 입수할 경우 전체 시스템 운용에 큰 차질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NSA 활동을 제한하려는 의회의 노력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17일 정보 수집 중단을 요청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 사장들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면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 해외 정보 수집은 아직도 법외의 영역 이번 판결이 미 대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은 1979년 ‘스미스 대 메릴랜드’ 판결에서 통화 내용이 아닌 단순한 통화 기록 수집은 헌법 4조가 규정한 시민에 대한 부당한 압수수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확정하면 스미스 판례를 뒤집어야 한다. 더구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는 테러 방지를 위해서라면 통화 기록 정도의 개인 정보 유출은 참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NSA의 모든 활동이 제한받는 것은 아니다. 사법부가 심판한 휴대전화 통화 기록 수집은 NSA의 정보 수집 활동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구글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을 통한 이용자 정보 수집, 각종 첨단기술을 동원한 해외 정보 수집 활동, 상대국 정상의 전화 기록 입수 등은 여전히 법외의 영역에 있다.○ 스노든 사면에도 영향? 러시아에 망명 중인 스노든은 “사법부가 미국 시민의 편을 들어줬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스노든의 사면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스노든은 중범죄로 기소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도 15일 CBS방송에 출연해 “스노든을 사면하면 이와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 그의 사면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노든의 기밀 유출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NSA 특별대책반의 총책임자 리처드 레짓은 같은 방송에 출연해 스노든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150만여 건의 기밀문서를 그대로 미국 정부에 돌려준다면 사면을 고려해 보겠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정미경 특파원}
“숙청으로 중국과 좋은 관계에 있던 인사들이 사라지면서 북한의 각종 매체에서 중국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대신 북-중 관계에 해로운 역할을 한 자들의 목소리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는 인명과 자원을 희생하면서 북한을 위해 6·25전쟁에 뛰어든 중국에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한때 김일성의 오른팔로 불렸던 박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1967년 3월 이른바 ‘갑산파 사건’으로 숙청되고 3개월이 지난 6월 27일.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루마니아 외교관을 만나 이같이 토로했다. 동아일보가 14일(현지 시간) 미국의 냉전사 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에서 단독 입수한 1967년 6월 28일자 루마니아 외교문서에 따르면 이 중국 외교관은 “항일무장혁명과 북한 건국의 모든 영예가 김일성에게 돌아가는 것을 박금철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박금철을 두둔하는 발언까지 했다. 박금철은 북한 지역에서 혹독한 항일운동 시기를 이겨냈지만 김일성은 중국과 소련에서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생활했다는 것이다. 박금철 등 항일 무장투쟁운동가 출신들이 김일성의 유일 독재에 반기를 들었다가 숙청된 갑산파 사건은 권력 독점에 도전한 ‘2인자 숙청’이라는 점에서 최근 장성택 숙청 및 처형 사건의 유일한 전례다. 장성택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북-중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해 왔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지금의 중국 당국자가 가질 유사한 불만을 짐작하게 하는 사료(史料)다. 함께 입수된 8건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이 장성택 숙청 및 처형을 외부에 신속하게 알린 것과 달리 1967년에는 평양주재 우방국 외교관들에게도 한동안 관련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박금철 등은 그해 4월부터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지만 외교관들은 6월까지도 숙청 사실을 확인받지 못했다. 6월 13일자 루마니아 외교문서는 “헝가리 외교관들은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북한 사람들은 이들이 왜 숙청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한 채 당의 노선에서 일탈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김일성 지도자 동지를 존경하지 않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만 한다”고 보고했다. 8월 18일자 동독 외교문서는 숙청 이후 강화된 김일성 1인 우상숭배 현상을 보고했다. 문서는 “김일성의 개인숭배가 강화되고 무오류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특히 ‘친애하고 존경하는 4000만 조선인민의 지도자의 현명한 영도 아래’라고 하는 등 김일성 지도력의 근거를 북한과 노동당을 넘어 모든 한국인에서 찾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장성택 숙청 이후의 북한이 대대적인 김정은 우상화와 신격화에 나설 것임을 예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제임스 퍼슨 우드로윌슨센터 북한국제문서프로젝트 책임자(역사학 박사)는 “박금철 등 최고위급에 대한 숙청 이후 전국적으로 모든 조직의 하부 단위까지 대대적으로 숙청했다”고 설명했다. 1968년 중반까지 지방 중견간부 3분의 2 정도가 숙청됐다는 평가도 있다. 장성택의 지위와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당시보다 숙청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퍼슨 박사는 “장성택 숙청에 앞서 올해 8월 김정은 독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일사상 10대 원칙’이 개정됐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김정은이 자신의 지배를 공고화하고 더이상 고모부의 섭정이 필요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드로윌슨센터는 한국현대사포털(digitalarchive.wilsoncenter.org/theme/modern-korean-history-portal)에 관련 문서들을 공개할 예정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장성택 사형 직후 중국이 북-중 국경 지역에서 경계를 강화하고 미국이 강력하게 비난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13일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밀무역 차단을 위한 단속을 강화했다. 중국이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 군 병력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장성택 처형) 관련 문제는 북한 내부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북한과의 무역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12일 장성택 사형 긴급뉴스가 발표되고 1시간 뒤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북한 정권의 극단적인 잔인함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성명은 “우리는 북한에서의 사태 진전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우방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3일 “냉정하게 정세를 주시하고 정보 수집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CNN, BBC, WSJ 등 세계 주요 언론은 장성택 사형을 인터넷판 머리기사로 보도하며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장성택 측근들의 숙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독재체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평양발 기사에서 장성택 처형 사실을 화보와 함께 긴급 타전했다. 홍콩 펑황(鳳凰)TV 등은 장성택의 죄목을 자세히 소개했다. 한편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이 19∼23일 방북 계획을 밝혀 김정은과 면담할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두 차례 방북으로 김정은과 친분을 쌓은 로드먼은 방북 기간에 북한 농구팀을 훈련시킬 계획이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베이징=고기정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대선 캠프에서 대북 정책을 조언했던 프랭크 자누지 국제앰네스티(AI) 워싱턴 사무소장이 11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인정하고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라고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자누지 소장은 이날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이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에 기고문을 싣고 “북한은 물론 어떤 나라도 먼저 무장해제를 하고 평화협상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이 여러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협상의 환경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대화를 ‘항복’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회복하고 1975년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포괄적 접근법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한 당국의 주장과 유사한 것이다. 자누지 소장은 또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구체적 조치 등 전제조건을 정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비핵화 사전 조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북한은 이상한 나라일 수는 있지만 지도자가 화성에서 온 외계인은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대화는) 있는 그대로 해야지 우리가 바라는 대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