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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간) 뉴질랜드헤럴드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0분 경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의 쇼핑몰 ‘린몰’에서 테러리스트가 시민들에게 무차별로 칼을 휘둘러 6명이 다쳤다. 부상당한 6명 중 3명은 위중한 상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사건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이념을 추종하는 스리랑카인 남성 한 명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조직에 속하지 않고 혼자 테러를 저지르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은 ‘외로운 늑대’라고도 불린다. 범인은 현장에 출동한 특수요원의 총에 맞아 범행 60초 만에 사살됐다. 아던 총리는 “이번 일은 매우 비열하고 증오스러운 사건”이라며 “그는 IS의 폭력적인 이념에 영감을 받고 경도돼 있었다”고 했다. 외신에 따르면 범인은 32살 남성으로 2011년 뉴질랜드에 입국해 지금까지 이곳에서 지냈다. 그는 2016년 가장 위험한 극단주의자로 분류돼 줄곧 경찰의 감시 대상이었다. 그는 과거 두 차례 대형 사냥용 칼을 구입하고 IS 추종 영상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IS 선전물을 소지한 혐의로 올해 5월 기소됐다가 최근 감옥에서 출소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그를 위험 인물로 판단하고 그가 출소한 이후에도 주시해왔으나 이날 범행을 막지 못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는 쇼핑몰 매장 진열장에서 큰 칼을 꺼내 테러를 저질렀다. 한 목격자는 “칼로 무장한 남자가 뛰어다녔고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고 전했다. 어깨를 칼에 찔린 중년 여성도 있었다. 한 여성은 “쇼핑몰 주차장에 도착해 주차를 마치고 안에 들어가려 했는데 경찰이 달려와 빨리 피하라고 알려줬다”고 했다.이은택기자 nabi@donga.com}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율법학자 히바툴라 아훈드자다(사진)를 정점으로 한 새 정부 조직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2일 아프간 언론 톨로뉴스 등이 보도했다. 그는 수년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하며 ‘신도들의 리더’로 불렸다. 험준한 계곡 판지시르를 거점 삼아 탈레반과 대치 중인 반(反)탈레반 저항군은 새 정부에 입각하라는 탈레반의 화해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새 정부와 내각 구성 논의를 마쳤다. 탈레반 정치대표부 부대표인 셰르 모하마드 아바스 스타네크자이는 1일 영국 BBC에 새 정부 구성이 이틀 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용적인 정부이고 여성도 기용된다”면서도 “여성은 고위직이나 내각은 아니고 하위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전 정부 인사들은 새 정부 구성에서 배제됐다. 뉴욕타임스도(NYT)도 이르면 3일 탈레반이 새 정부 구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 정부 최고지도자는 아훈드자다가 맡을 것이 유력하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위원 아나물라 사만가니는 “아훈드자다가 지도자가 될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2일 톨로뉴스에 말했다. 올해 60세로 추정되는 아훈드자다는 신상에 관해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는 베일 속 인물이다.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며 정치, 종교, 군사와 관련해 주요 결정을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사흘간 아훈드자다가 탈레반 지도자들과 정부 구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해외에 머물던 그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지난달 15일 아프간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정치분석가 모하마드 하산 하키아르는 새 정부가 공화국이 아닌 ‘이슬람 정부’ 형태일 것이라고 톨로뉴스에 말했다. 아훈드자다 아래 대통령이나 총리를 두고 내각 업무를 맡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동의 맹주 국가인 이란과 비슷하다. 이란은 최고지도자가 정치와 종교를 모두 관장하는 신정일치 국가다. 새 정부 외교장관에는 ‘탈레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유력하다. 국방장관은 그간 군사작전을 지휘해 온 모하마드 야쿠브가 거론된다. 탈레반과 연계된 무장세력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 할릴 하카니는 내무장관이 유력하다. 아프간 북부 군벌세력 등 저항군은 탈레반과 휴전 협상이 결렬된 뒤 이틀간 전투를 벌였다고 1일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사상자가 나왔다. 저항군 측은 “판지시르 외곽 안다라브 계곡 전투에서 탈레반은 40명의 병력을 잃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탈레반 측은 “판지시르 전투에서 저항세력 34명을 사살했고 우리 측은 부상자 2명만 있다”며 다르게 설명했다. 저항군 측은 “탈레반은 자신들이 구성하려는 정부 내 한두 자리를 우리에게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프간 중앙은행(DAB)이 미국에 예치해 둔 94억 달러(약 10조9153억 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시켰다. 그간 아프간을 지탱해 온 해외 원조도 모두 끊겼다. 1일 로이터에 따르면 DAB 이사인 샤 메라비는 “자금이 계속 동결 상태로 있으면 아프간은 경제적,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며 “탈레반이 돈을 벌기 위해 아편 생산 확대, 미제 무기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동결된 자금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17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지난달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테러를 둘러싸고 미국과 영국이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테러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오전 8시 카불공항에 있는 현장 미군 지휘관을 포함한 전 세계 미군 간부 12명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미 국방부는 “대규모 테러가 임박했으니 대비하라”고 공지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아프간에 체류 중인 미국인이 카불공항에 들어갈 때 주로 이용하는 에비게이트가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IS-K가 ‘복잡한 공격’(complex attack)을 준비 중”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는 테러 당일인 26일 카불공항에 연락해 에비게이트를 폐쇄하라고 여러 번 당부했지만 게이트는 계속 열려 있었다. 이날 오후 6시경 IS-K는 에비게이트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미국은 에비게이트가 계속 열려 있었던 이유를 영국으로 돌리고 있다. 미 국방부는 “철수 일정을 앞당긴 영국군이 계속 대피작업을 할 수 있도록 게이트를 열어둔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미국의 게이트 폐쇄 당부에도 영국이 자국의 철수 작업을 위해 게이트를 열어뒀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 국방부의 주장에 영국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이 영국에 책임을 전가한다”며 반발했다.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BBC에 “영국 때문에 에비게이트를 열어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가디언도 소식통을 인용해 “애비게이트를 예상보다 오래 열어놨다면 그건 미국과 영국의 ‘공동의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미 백악관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이은택기자 nabi@donga.com}
아프가니스탄 북부 판지시르에 은신하며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대항하고 있는 암룰라 살레 전 아프간 부통령(49)이 독일 매체 슈피겔에 보낸 자필 편지에서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고 지난달 30일 슈피겔이 보도했다. 그는 “아프간이 결코 ‘탈레바니스탄’(탈레반+아프가니스탄)이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살레 전 부통령은 세 쪽 분량의 편지에서 “우리의 싸움은 아프간의 다원주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탈레반과의) 합의를 가장한 항복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미국이 지난해 2월 탈레반과 ‘도하 협정’으로 불리는 평화협정을 맺고 올해 철군을 강행한 데 대한 원망도 담겨 있었다. 그는 “도하 협정은 흠결이 많았고 기만적이었고 어리석었다”며 “탈레반을 향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분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탈레반은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백악관의 순진함과 피로감, 근시안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20년 전쟁’에 지쳐가는 미국을 탈레반이 공략했다는 일침이다. 그는 현금을 챙겨 아랍에미리트(UAE)로 도망간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에 대해선 “스스로의 영혼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살레 전 부통령은 북부동맹을 이끌었던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 전 아프간 국방장관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와 손잡고 탈레반에 저항하고 있다. 북부동맹은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과 함께 탈레반을 몰아냈다. 살레 전 부통령은 1990년대에도 아프간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며 탈레반과 전쟁을 벌였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아프가니스탄 북부 판지시르에 은신하며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대항하고 있는 암룰라 살레 전 아프간 부통령(49)이 독일 매체 슈피겔에 보낸 자필 편지에서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고 지난달 30일 슈피겔이 보도했다. 그는 “아프간이 결코 ‘탈레바니스탄’(탈레반+아프가니스탄)이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살레 전 부통령은 세 쪽 분량의 편지에서 “우리의 싸움은 아프간의 다원주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탈레반과의) 합의를 가장한 항복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미국이 지난해 2월 탈레반과 ‘도하 협정’으로 불리는 평화협정을 맺고 올해 철군을 강행한 데 대한 원망도 담겨 있었다. 그는 “도하 협정은 흠결이 많았고 기만적이었고 어리석었다”며 “탈레반을 향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분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탈레반은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백악관의 순진함과 피로감, 근시안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20년 전쟁’에 지쳐가는 미국을 탈레반이 공략했다는 일침이다. 그는 현금을 챙겨 아랍에미리트(UAE)로 도망간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에 대해선 “스스로의 영혼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살레 전 부통령은 북부동맹을 이끌었던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 전 아프간 국방장관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와 손잡고 탈레반에 저항하고 있다. 북부동맹은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과 함께 탈레반을 몰아냈다. 살레 전 부통령은 1990년대에도 아프간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며 탈레반과 전쟁을 벌였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리는 어디서든 그들을 잡아 죽일 수 있다.”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손에 넣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그냥 두지 않겠다며 벼르고 나섰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은 2001년 미국에 패퇴한 지 20년 만에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의 철수를 이끌어내며 아프간에서 새 정부 구성을 앞두고 있다. 미국이 13명의 미군 희생자를 낸 이번 테러에 대해 철저한 응징을 천명하고 즉각적인 보복 공습에 나선 가운데 탈레반은 이번 테러 사건을 자신들이 직접 처리하겠다며 IS 대원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외신은 탈레반과 IS 간의 ‘화해할 수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8일 영국 매체 더타임스에 따르면 탈레반 범죄수사 책임자인 마울라위 사이풀라 모하메드는 자살폭탄 테러 당일인 26일 밤 카불 서쪽 지역에서 IS 대원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4명은 아프간인이고 2명은 말레이시아인이다. 탈레반은 이들을 신문 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자살폭탄 테러를 IS의 한 분파인 IS-K 소행으로 보고 있다. 모하메드는 “IS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만큼 터프하지 못하다”며 “우리는 나토 36개국을 무찔렀다. 우리는 어디서든 IS를 체포해 사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IS를 향해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미국은 이번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도 기자회견에서 IS-K에 대한 미군의 드론 보복 공습을 두고 “아프간 영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아프간은 이제 탈레반이 장악했으니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탈레반과 IS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지만 앙숙 관계라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17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이번 자폭테러는 미국이 아니라 탈레반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아프간 주재 러시아대사 드미트리 지르노프는 28일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과 다에시(IS를 낮춰 부르는 별칭) 사이엔 화해할 수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아프간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탈레반이라면서 “공항 테러는 탈레반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할 만한 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그는 “이 때문에 탈레반이 IS를 가혹하게 사냥하고 끝내버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 IS-K는 이번 폭탄테러를 벌이기 전에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테러 계획을 일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미 CNN은 테러 발생 2주 전에 진행된 IS-K 사령관 인터뷰를 공개했다. 사령관은 “은신하면서 공격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며 과거에는 탈레반을 위해 싸웠다고 했다. 이어 “탈레반은 서구 사상의 영향을 받아 온건해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와 함께하면 형제다. 그렇지 않으면 탈레반이든 누구든 전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매체 걸프투데이는 “탈레반이 지배하는 아프간을 향해 IS가 전쟁을 선언했다”며 양측 사이에 권력다툼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탈레반과 IS의 충돌이 중앙아시아와 이란, 파키스탄에도 위험한 사태를 몰고 올 가능성을 경고했다. 터키는 28일 러시아 국적의 IS 조직원 한 명을 해외로 추방했다. 이 조직원은 2일 터키 수도 이스탄불 공항에서 위조 여권으로 입국하려다가 체포된 뒤 조사 과정에서 IS 대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을 서둘고 있다. 아프간 매체 톨로TV는 탈레반이 26일 테러 발생 이후 미군으로부터 카불 공항 출입구, 군사구역 관문 등 3곳의 통제권을 넘겨받았다고 29일 보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美-英 “IS-K, 테러 위험” 경고 다음날, 카불공항-호텔 인근서 ‘쾅쾅’게이트밖에서 자살폭탄 추정 폭발… 공항 지키던 미군도 최소 3명 다쳐공항밖 호텔 근처서 두 번째 폭발, 바이든 대통령에도 곧바로 보고伊수송기도 총격 받아… 범인 불명… IS-K, 탈레반보다 더 극단주의적산부인과-여학교 테러… 훨씬 잔혹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밖에서 26일(현지 시간) 오후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공항 주변을 지키던 미군도 최소 3명이 다쳤다. CNN은 이 폭발이 공항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게이트 4곳 중 하나인 에비게이트 밖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테러 발생 직후 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폭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곧바로 보고됐다. 영국 가디언은 서방 정보기관이 테러 위협을 경고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2차례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폭발은 에비게이트 입구에서 있은 자살폭탄 테러이고, 두 번째는 공항 가까이에 있는 바론 호텔 근처에서 발생했다. 바론 호텔은 영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아프간 현지인들이 출국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 주로 이용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대변인은 로이터와 통화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항 밖에서 주변을 통제하던 탈레반 군인들도 여러 명이 다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했다.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폭발 직후 트위터에는 공항 주변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CNN은 “명백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보이는 사건이 터졌고, 미군의 아프간 철수 마지막 단계를 뒤흔들었다. 아프간 피란민들의 운명은 더욱 암울해졌다”고 전했다. 아프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국제공항 주변을 겨냥한 테러 위협 경고가 이날 폭발에 앞서 잇따르던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있다’며 공항 주변을 당장 떠나라고 25일 경계령을 내렸다. 영국 정부도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imminent)’고 경고한 바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테러 가능성은 이론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험”이라고 했다. 26일 폭발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는 나토 직원들과 아프간 현지인 등 100여 명을 태운 이탈리아 C-130 수송기가 공항에서 이륙한 지 몇 분 만에 총격을 받기도 했다. 기체가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누가 총을 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각국은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가 테러를 감행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던 상황이었다. IS-K는 2014년 파키스탄에서 생겨났다. K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지역을 지칭하는 ‘호라산(Khorasan)’의 약자다. 탈레반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이 더 강한 IS-K는 잔혹한 테러를 저질러 왔다. 지난해 카불에 있는 한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해 임신부 등 16명을 살해했다. 올해 5월엔 카불의 한 여학교에 폭탄테러를 가해 68명이 숨졌다. 드미트리 지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4000명이 넘는 IS 테러범이 아프간에서 활동 중”이라고 25일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IS-K가 군중 사이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가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태국 매체 방콕포스트가 25일 보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들뿐 아니라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의 우려에도 시한(8월 31일) 내 철군을 마무리하겠다며 밀어붙였다.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철군 시한을 늦춰야 한다는 유럽 회원국 정상들의 요구도 단칼에 거절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밖에에서 26일(현지 시간) 오후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공항 주변을 지키던 미군도 최소 3명이 다쳤다.CNN은 이 폭발이 공항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게이트 4곳 중 하나인 에비게이트 밖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테러 발생 직후 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폭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곧바로 보고됐다.영국 가디언은 서방 정보기관이 테러 위협을 경고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2차례의 강력한 폭발이 공항 게이트 중 한 곳을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폭발은 에비게이트 입구에서 있은 자살폭탄 테러이고, 두 번째는 공항 가까이에 있는 바론 호텔 근처에서 발생했다. 바론 호텔은 영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아프간 현지인들이 출국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 주로 이용하던 곳으로 알려졌다.탈레반 대변인은 로이터와 통화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항 밖에서 주변을 통제하던 탈레반 군인들도 여러 명이 다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했다.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폭발 직후 트위터에는 공항 주변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사진속 한 남성은 머리와 가슴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수레에 실려 있었다. 다른 남성은 손에 붕대를 감고 주변 사람의 부축을 받고 걸었다. 흰 옷이 피로 물든 채 머리에 붕대를 감은 남성도 있었다. CNN은 “명백한 자살 폭탄 공격으로 보이는 사건이 터졌고, 미군의 아프간 철수의 마지막 단계를 뒤흔들었다. 아프간 피난민들의 운명은 더욱 암울해졌다”고 전했다.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국제공항 주변을 겨냥한 테러 위협 경고가 이날 폭발에 앞서 잇따르던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있다’며 공항 주변을 당장 떠나라고 25일 경계령을 내렸다. 영국 정부도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imminent)’고 경고한 바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테러 가능성은 이론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험”이라고 했다. 26일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는 나토 직원들과 아프간 현지인 등 100여 명을 태운 이탈리아 C-130 수송기가 공항에서 이륙한지 몇 분 만에 총격을 받기도 했다. 기체가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누가 총을 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각국은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가 테러를 감행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던 상황이었다. IS-K는 2014년 파키스탄에서 생겨났다. K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지역을 지칭하는 ‘호라산(Khorasan)’의 약자다. 탈레반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이 더 강한 IS-K는 잔혹한 테러를 저질러 왔다. 지난해 카불에 있는 한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해 임신부 등 16명을 살해했다. 올해 5월엔 카불의 한 여학교에 폭탄 테러를 가해 68명이 숨졌다. 드미트리 지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4000명이 넘는 IS 테러범이 아프간에서 활동 중”이라고 25일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IS-K가 군중 사이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가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태국 매체 방콕포스트가 25일 보도하기도 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들뿐 아니라 미국 국방부와 정보당국의 우려에도 시한 내 철군을 마무리하겠다며 밀어붙였다.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철군 시한을 늦춰야 한다는 유럽 회원국 정상들의 요구도 단칼에 거절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파리=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피란민을 돕기 위해 기업들이 나섰다. 주거, 통신, 일자리, 이동 등 여러 분야에서 지원이 시작됐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숙박공유 서비스기업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아프간 난민 2만 명에게 무료로 임시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비용 전액은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와 이 회사 자선단체 에이비앤비.org가 부담한다. 이 기업은 지난주 미국에 도착한 아프간 난민 165명에게 숙소를 제공했다. 에어비앤비.org는 6월부터 난민을 돕기 위한 기금도 모아왔다. 목표액은 2500만 달러(약 292억 원)다.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지금도 아프간 난민의 정착을 돕는 기관, 파트너들을 통해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영구적으로 머물 수 있는 집은 아니지만 필요한 기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스키 CEO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프간 난민들이 탈레반을 피해 달아나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다. 다른 기업들도 나서주길 바란다”며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 이동통신 기업 버라이즌은 25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자사 고객들이 아프간으로 거는 유무선 전화 통화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로넌 던 버라이즌컨슈머그룹 수석부사장 겸 CEO는 “이 어려운 시기에 고객들은 아프간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계속 연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료장비 기업 텍사스메디컬테크놀로지는 앞으로 1년 내에 아프간 난민 100명을 휴스턴 공장에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도 동참했다. 월마트는 아프간 난민을 위해 기부금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내놓을 예정이다. 기부금은 난민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세 곳과 참전용사 및 그 가족들을 위해 쓰인다. 미국은 아프간에 있는 사람들을 가능한 한 빨리 탈출시키기 위해 민간 기업과도 공조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민간 항공사 6곳에 아프간 난민 수송을 위한 항공편 제공을 요청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북부 군벌 세력과 손잡고 탈레반에 대항하고 있는 암룰라 살레 부통령이 “알카에다가 코카콜라라면 탈레반은 펩시콜라”라고 22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아프간을 무력으로 장악한 탈레반은 별반 다를 게 없는 테러집단이라는 것이다. 살레 부통령은 “이념적으로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탈레반의 차이는 미미하다. 이 조직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들을 코카콜라 펩시콜라에 비유하며 “상표를 떼면 어느 것이 코카콜라이고 펩시콜라인지 알 수 있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세력을 소탕했기 때문에 미군은 임무에 성공했고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다르게 본 것이다. 살레 부통령을 인터뷰한 폭스뉴스 진행자 로라 로건은 과거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을 인터뷰했던 일화를 이날 소개했다. 당시 로건은 “당신이 도하 평화협정을 알고 있다면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테러조직 활동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샤힌을 압박하면서 알카에다에 대한 비판 발언을 유도했다. 하지만 샤힌은 알카에다를 ‘테러 조직’으로 부르기를 거부했다. 로건은 “탈레반은 알카에다와 무관하고 서로 협력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후세인 하카니 전 주미 파키스탄대사도 탈레반을 비판했다. 그는 “탈레반은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매우 좁은 비전을 가진 전체주의 운동이다. 그들은 아프간 국민 대다수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 체제를 원한다”고 폭스뉴스에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하면 감염 예방 효과가 2차 접종만 했을 때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스라엘 보건부가 밝혔다.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마치고 5개월이 지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3차 접종한 결과 10일 뒤부터 감염에 대한 보호 효과가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코로나19 중증과 입원 예방 효과는 2차 접종만 했을 때보다 5, 6배가량 높았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2일 세계 최초로 면역 취약층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지난달 30일에는 60세 이상 접종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40세 이상과 임신부, 교사 등에게도 접종하고 있다. 최근까지 전체 인구 930만 명 가운데 약 150만 명이 부스터샷 접종을 마쳤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백신 접종 뒤 (코로나19에 걸려) 중증으로 악화한 이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이거나 기저 질환이 있던 경우”라며 특히 고령자 등에게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사용을 전면 승인했다. FDA 전면 승인을 받은 첫 코로나19 백신이다. 그동안 이 백신은 긴급 승인 상태에서 접종이 이뤄졌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는 이번 전면 승인이 “그간 백신을 신뢰하지 못해 접종을 미뤄 온 이들을 설득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6월 미국 카이저패밀리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백신 미접종자의 31%는 FDA의 전면 승인이 나면 백신을 맞겠다고 답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에 함락되던 당일(8월 15일) 외국으로 달아난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사진)이 도피 전날까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미국 CBS뉴스는 가니 전 대통령에게 속은 블링컨 장관이 ‘혀를 내둘렀다’고 전했다. 아프간 점령 후 ‘피의 숙청’을 벌이고 있는 탈레반은 가니 전 대통령을 향해 ‘용서할 테니 돌아와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블링컨 장관은 22일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니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밝히며 “그는 14일에 나에게 ‘죽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사라졌다”고 말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15일 헬기에 돈뭉치를 싣고 아프간을 떠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 아프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은 “오판에 오판이 이어진 결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가니를 너무 믿었다”고 지적했다. 가니 전 대통령이 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자국민들에게 비자를 쉽게 내주지 말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는 6월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회담장에서 취재진이 나간 뒤 바이든 대통령에게 “통역사 등 (미국에 협조한) 현지인들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을 ‘보수적’으로 다뤄달라”고 요구했다. 가능한 한 비자를 내주지 말라는 취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니 전 대통령이 카불 함락 닷새 전인 10일 국민들의 엑소더스 조짐에 놀라 여권 발급을 전면 중단시켰다고 20일 전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철군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며 “철군은 비공개로 조용히 진행해 달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바이든은 가니를 고집스럽고 거만한 사람으로 여겼다고 NYT는 보도했다. 실제 미국은 아프간 주둔 20년간 핵심 기지로 삼았던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지난달 2일 밤 야반도주하듯 철수했다. 미군과 함께 근무했던 아프간 군인들은 다음 날 아침에야 미군들이 사라진 걸 알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아프간에 있으면 극심한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외국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 가니 전 대통령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오고 있다. 마수드 안다라비 전 아프간 재무장관은 23일 인도 매체 인디아투데이에 “대통령이 달아나던 날까지 그의 생명에 대한 위협은 없었다. 당일(15일) 오전엔 대통령비서실장과 회의도 했는데 위협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탈레반 군사지도자인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는 22일 “가니를 용서한다. 사면해 줄 테니 아프간으로 돌아와도 된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체류 중인 가니가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영국 가디언은 “가니의 성급한 도피가 아프간에 분노와 비통함을 남겼다. 대통령이 달아나는 것을 본 국민들은 쓰라린 슬픔과 고통에 잠겼다”고 22일 보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수도 카불이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손에 떨어진 당일인 15일 거액의 현금을 챙겨 외국으로 달아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72)의 동생 하슈마트(61)가 탈레반 지도부와 웃으며 악수하는 영상이 21일 공개됐다. 이를 두고 언론은 당혹스러운 광경이라고 비판했고 트위터에서는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21일 탈레반은 하슈마트가 탈레반 군사조직 수장인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를 비롯한 탈레반 간부들과 함께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하슈마트는 하카니 등과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했다. 탈레반의 한 간부는 하슈마트의 이마에 입을 맞췄고 총을 든 또 다른 간부는 격려를 하듯 하슈마트의 어깨를 툭툭 쳤다. 탈레반 측은 “하슈마트가 하카니 앞에서 충성을 맹세했다”고 밝혔다. 하슈마트는 21일 트위터에서 “탈레반은 치안을 책임질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는 “카불의 새 질서를 인정해야 한다. 형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나빴을 것”이라며 가니 대통령의 도피를 두둔했다. 22일에도 그는 “탈레반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트윗을 올렸다. 아프간 국민들은 “가니 집안에 저주를” “탈레반은 이들부터 처단해야 한다” 등의 비난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했다. 인도 매체 인디아닷컴은 “형은 국가와 국민을 버리고 도망쳤고 동생도 탈레반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전했다.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하슈마트는 부동산, 건설, 운송 등 사업을 하는 민간 기업 가니그룹의 회장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도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15일 당일 곧바로 거액의 현금을 챙겨 해외로 도피한 받은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72)의 기업가 남동생 하슈마트(61)가 탈레반 지도부와 웃으며 악수하는 영상이 21일 공개됐다. 하슈마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연일 탈레반을 두둔하는 등 가니 형제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탈레반은 하슈마트가 탈레반 군사조직 수장인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를 포함한 탈레반 간부와 모여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하슈마트는 하카니 등과 손을 맞잡고 화기애애하게 기념촬영 포즈를 취했다. 한 탈레반 간부는 하슈마트의 이마에 키스했고 총을 든 또 다른 간부는 격려하듯 하슈마트의 어깨를 툭툭 쳤다. 탈레반 측은 “하슈마트가 하카니 앞에서 충성을 맹세했다”고 밝혔다. 하슈마트는 부동산, 건설, 운송 업무 등을 담당하는 민간기업 가니그룹의 회장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도 자회사를 두고 있다. 두바이 인근 아부다비에 머물고 있는 가니 대통령은 18일 “내가 아프간을 떠나지 않았으면 더 큰 유혈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란 궤변을 늘어놓았다. 하슈마트 역시 21일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카불의 새 질서를 인정해야 한다. 형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형을 두둔했다. 하슈마트는 22일과 21일 각각 “탈레반을 받아들여야 한다”, “탈레반은 치안을 책임질 능력이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국민들은 “가니 집안에 저주를” “탈레반은 이들부터 처단해야 한다” 등의 비난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했다.이은택기자 nabi@donga.com}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 반군 탈레반이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1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또 여성의 교육 문제와 부르카(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의상) 착용 여부는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5일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지 사흘 만이다. 탈레반 고위 관계자 와히둘라 하시미는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아프간을 어떻게 통치할지와 관련해 아직 많은 문제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 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기반이 전혀 없다.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도 아예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 어떤 정치 체제를 적용해야 할지는 논의조차 필요 없다. 이미 명백하다”라며 “바로 샤리아(이슬람 율법),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샤리아는 ‘깨끗하고 정돈된 물길’이라는 뜻이다. 18일 영국 BBC는 샤리아에 관한 기사를 다뤘는데 1400년 전 이슬람 경전인 ‘꾸란’, 이슬람 행동 규범인 ‘순나’,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법, 가족, 무슬림의 생활규범 등 방대한 영역을 다루지만 특정 사안에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이 때문에 탈레반은 자기들 뜻대로 샤리아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고 가혹하게 적용해왔다. 아프간 여성 인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하시미는 “여학생의 등교 허용 여부는 울라마(율법학자) 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이 히잡을 입을지 부르카를 입을지, 아니면 아바야만 입을지는 모두 울라마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히잡은 부르카와 달리 얼굴은 내놓고 머리, 목만 가린다. 아바야는 옷 위에 걸치는 큰 천이다. 전날 탈레반 대변인들은 ‘이슬람의 틀 안에서’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여성의 학업, 사회활동을 허용하고 부르카 착용을 엄격히 강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하시미는 “아프간인의 99.99%는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반드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탈레반 정부의 윤곽도 드러났다. 하시미는 탈레반 최고지도자 히바툴라 아훈드자다(60)가 국가원수 격인 집단지도체제 의장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아래에 탈레반 창설자 물라 오마르의 아들 무하마드 야쿱(31), 군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시라주딘 하카니(48), 탈레반 부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53) 등 3명이 대의원을 맡는다. 대통령은 대의원 중에서 나온다. 탈레반은 국군 창설도 진행 중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이 다음달 21일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UN) 총회에 오지 말아달라고 세계 각국에 요청했다고 19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세계 각지에서 참석자가 몰릴 경우 자칫 유엔 총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슈퍼 전파 이벤트’가 될 것을 우려해서다. 보도에 따르면 주유엔 미국 대표부는 최근 192개 유엔 회원국에 “내달 회의에 정상이나 고위급 인사를 보내는 대신 화상 연설을 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또 회의 기간 유엔이 주최하는 모든 행사 역시 온라인으로 치를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압둘라 샤히드 차기 유엔총회 의장이 기후변화, 코로나19 백신, 인종차별, 식량과 에너지 문제 등을 주제로 고위급 대면 회의를 주최하려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대표부는 “뉴욕으로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이런 회의는 우리 공동체와 뉴욕 시민들, 다른 여행자들을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형식의 가상회의를 개최할 경우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엔총회는 코로나19 여파로 화상 회의로 대체됐다. 유엔총회는 국제적으로 가장 큰 다자외교 무대이자 유엔의 최대 행사로 꼽힌다. 회의가 열리면 각국 정상들은 뉴욕에 며칠간 머물며 다자외교전을 펼친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국민 연설을 한 다음 날인 17일 미 의회가 아프간 철군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집권 여당 민주당이 이끄는 상임위원회가 자기 당 소속인 대통령을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가 아프간 철군에 대한 ‘초당적 분노’로 단결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상원 정보위원회, 외교위, 군사위는 아프간 철군 결정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예고했다. 세 곳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사진)은 성명에서 “지난 몇 년간 벌어진 정책과 정보 실패의 끔찍한 결과를 지금 보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 결함투성이의 계획을 진행하면서 성급한 철군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청문회를 예고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도 “미국이 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했는지, 필요한 것은 묻겠다”고 했다.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장은 최근 상황을 “행정부의 정보, 외교 실패에 따른 혼란”이라고 지적하며 “군대를 뺄 때 정부의 상상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하원은 철군 결정을 둘러싼 책임자들을 겨눴다. 민주당 소속인 그레고리 미크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아프간은 급변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과 의회에 아프간 전략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의회 출석을 요구했다. 미 정보당국이 올여름부터 아프간 함락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철군 일정을 강행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NYT는 17일 전·현직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정보기관은 7월부터 카불의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맞서 버틸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 비관적인 내용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탈레반이 도시를 점령하면 아프간 정부와 정부군이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탈레반의 공격에 대처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철군과 관련한 행정부의 주요 결정은 7월 전에 이미 내려졌다면서 그 전까지는 정보기관이 ‘아프간 정부가 적어도 2년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의회 조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 직면하는 중대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수행한 최장 기간 전쟁에서의 출구전략 혼돈으로 초당적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무장 반군 탈레반이 다시 권력을 잡으면 참혹한 폭정과 인권 유린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거리에 나선 여성이 탈레반에 총살을 당했다. 아프간을 떠나려 공항 근처에서 대기하던 여성과 아이들은 채찍질에 쓰러졌다. 탈레반이 아프간 국기를 든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3명이 사망했다. 탈레반은 과거 그들에게 맞섰던 아프간의 한 종족 지도자 석상도 부쉈다. 철군을 밀어붙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의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비극은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북동부 타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는 한 여성이 부르카를 안 입고 거리에 나왔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 그는 남색 바탕에 흰색, 분홍색 꽃이 그려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쓰러진 여성 주변엔 피가 흥건했다. 부모와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은 시신을 부둥켜안았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가혹하게 해석하고 적용해 과거에도 부르카를 안 입은 여성을 탄압했다. 이날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수도 카불에서 첫 기자회견을 연 날이었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 “여성 차별이 없을 것임을 국제사회에 확신시켜 주고 싶다”고 밝혔었다. 전날인 16일엔 ‘사면령’을 선포하며 정부 관료, 병사, 미국의 조력자들에게도 복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정부’를 수립하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메시지에 일부 외신과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변했다”, “보다 정치적인 조직이 됐다”며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었다. 18일 유럽연합이사회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의 상황에 대한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아프간 여성들의 교육받고 일할 수 있는 권리, 이동의 자유에 대해 깊은 걱정을 표한다. 아프간 전역에서 여성들이 보호될 수 있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미국과 영국도 참여했다. 부르카 안 입었다고 ‘탕’… 쫓겨난 女앵커 “탈레반 변하지 않았다” ‘탈레반 본색’ 17일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서도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공항 주변에 탈레반 군인들이 나타났다. 이곳엔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탈레반은 갑자기 총, 채찍, 칼, 곤봉 등을 꺼내 들고 여성과 어린이 등 시민들을 폭행했다. 채찍질을 한 뒤에는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총도 쐈다. 총에 맞은 사상자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 사진에는 당시 참상이 담겨 있었다. 한 성인 남성은 채찍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서 있었다. 축 늘어진 채 품에 안긴 아들은 초등학생 정도의 몸집이었다. 다른 사진에는 한 여성이 의식을 잃고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는 검은색 부르카 차림이었다. 옆에는 한 소년이 옷에 피가 묻은 채 울고 있었다. 이 여성의 생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민들이 채찍질당하는 모습을 보며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남성의 모습도 보였다. 영국 더선은 “1시간 만에 최소 6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아프간의 새로운 공포 현실”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아프간 국민을 계속 지원하겠다. 폭력 사태와 불안을 예방하기 위한 외교와 관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뒤 탈레반은 유혈사태를 벌였다. 탈레반이 15일 아프간을 점령하기에 앞서 저질렀던 만행들도 알려졌다. 18일 미국 CNN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아프간 북부 작은 마을에서 한 여성의 집이 탈레반의 공격을 받았다. 탈레반은 15인분의 음식을 만들라고 강요했다. 여성이 “저희는 가난하다”고 하자 탈레반은 그를 AK-47 소총으로 구타해 살해하고 집에 수류탄을 던졌다. 숨진 여성은 어린 아들 셋과 딸 한 명을 둔 엄마였다. 딸은 “탈레반은 전에도 세 번이나 찾아왔고 네 번째 우리 집을 노크했을 때 엄마를 죽였다”고 말했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과 달리 탈레반은 도시를 활개치고 다녔다. 소총으로 무장한 탈레반 군인들이 거리의 바리케이드에 걸터앉아 한가롭게 쉬는 모습도 포착됐다. 폭스뉴스가 입수한 카불 시내 영상에서는 탈레반 군인들이 픽업트럭을 몰고 질주하며 총질을 해댔다. 사람을 겨냥한 것인지 허공에 대고 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시민은 “탈레반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미군을 도운 적 있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사면령을 내리며 ‘보복은 없다’고 공언한 것과 배치되는 행동이다. 미군이 주둔하던 20년간 사회 각계에 진출했던 여성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아프간 국영TV 유명 앵커인 하디자 아민은 자신과 동료 여성 직원들이 무기한 정직을 당했다며 “탈레반은 탈레반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17일 비판했다. 탈레반은 기자회견 다음 날인 18일 아프간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를 해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탈레반 점령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에는 탈레반의 잔혹행위를 담은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탈레반이 소총과 휴대용 로켓포를 들고 골목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무릎 꿇린 뒤 위협하는 영상도 있었다. 이슬람교로 개종을 거부하는 기독교인 여성의 머리를 총으로 쏴 살해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영상 속 장면이 벌어진 시점이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8일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중부 바미안주에서는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이 탈레반에 의해 파괴됐다. 마자리는 1990년대 탈레반과 대립했던 인물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마치 칼날이 가슴을 찌르고 심장이 찢기는 것 같다.” 미국 해병대 소속으로 2년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닉 스테파노비치는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넘어간 이틀 뒤인 17일(현지 시간) 미국 CBS뉴스 인터뷰에서 고통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자신을 도왔던 현지인들을 걱정하며 “참전 용사들이 트라우마와 절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아프간 철군의 정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더는 미군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했지만, 정작 참전 용사들은 이번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20년간의 아프간전은 미국에 지긋지긋한 동시에 각별했다. 전쟁 초기에는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갓난아기였던 이들이 전쟁 막바지엔 군인으로 파병됐다. ‘세대를 이어온 전쟁’이란 말도 나온다. ‘제로 다크 서티’ ‘아웃포스트’ ‘워독’ 등 아프간전을 배경으로 한 미국 영화도 여럿이다. 참전 용사들은 부상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아프간을 아꼈고 미국인들은 이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갑작스러운 미군 철수와 탈레반 정권의 재출현, 아프간 국민들의 탈출 아비규환은 이들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다. 19세이던 2002년 해병으로 아프간에 간 제이컵 파크스는 최근 미군 철수를 지켜본 뒤 “미국이 그만 포기하자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고 미 텍사스 지역 언론 크리스TV에 말했다. 그는 아프간에서 돌아온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면서 “우리가 힘들게 싸워 온 모든 것들이 일주일도 안 돼 무너졌다”고 했다.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등 미국 각지에서는 참전군인 단체를 중심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밀워키 지역매체 CBS58은 “위스콘신 참전 용사들은 너무도 익숙한 지역(아프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전 육군 정보장교 샘 로저스는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다. 슬픔 분노 좌절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프간 현지인들과 오랫동안 교류했던 참전 군인들은 앞으로의 상황을 걱정했다. 공군 기술병사로 아프간에 갔던 브라이언 르휴는 “미군이 주둔한 20년간 어린 소녀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아프간 최초의 여성 비행기 조종사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아프간 여성들은 미군이 오기 전인 2001년 이전과 같은 억압 속에 살아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내세워 여성의 교육과 사회 활동을 엄격히 제한한다. 2012년 아프간에서 근무한 육군 대위 더스틴 엘리아스는 자신을 도왔던 현지인 통역사와 최근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이 통역사는 현재 카불 외곽에서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 중이고 가족들은 탈레반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아스는 통역사의 안전을 걱정하며 “이제 누가 미국을 믿겠느냐”라고 물었다. 아프간에서 순직한 군인의 유가족들도 분개했다. 17일 CNN방송에 따르면 미군 특수부대원 제임스 옥스너는 아프간에 네 차례 파병됐다. 그는 마지막으로 파병됐을 때인 2005년 11월 15일 거리에서 폭탄이 터져 사망했다. 그의 아들 닉 옥스너는 “아버지는 아프간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면 거리에서 현지 사람들과 둘러 앉아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들을 사랑했고 그들도 아버지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철군은 아버지의 희생에 대한 모욕이다.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미군 편에 섰던 수천 명의 아프간 사람들을 걱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전쟁에 나설 때 아프간에서 했던 것처럼, 미국의 조력자들에게 또 등을 돌릴 것인가”라고 물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기자회견을 연 다음날인 17일 미 의회가 아프간 철군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집권 여당 민주당이 이끄는 상임위원회가 자기당 소속인 대통령을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 철군에 대한 ‘초당적 분노’로 의회가 단결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상원 정보위원회, 외교위, 군사위는 아프간 철군 결정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세 곳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은 곳이다.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지난 몇 년간 벌어진 정책과 정보 실패의 끔찍한 결과를 지금 보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 결함투성이의 계획을 진행하면서 성급한 철군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청문회를 예고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도 “미국이 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했는지 필요한 것은 묻겠다”고 했다.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장은 최근 상황을 “행정부의 정보, 외교 실패에 따른 혼란”이라고 지적하며 “군대를 뺄 때 정부의 상상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하원은 철군 결정을 둘러싼 책임자들을 겨눴다. 민주당 소속인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아프간은 급변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과 의회에 아프간 전략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의회 출석을 요구했다. 미 정보당국이 올 여름부터 아프간 함락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철군 일정을 강행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NYT는 17일 전현직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정보기관은 7월부터 카불의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맞서 버틸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 비관적인 내용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탈레반이 도시를 점령하면 순식간에 아프간 정부와 정부군이 붕괴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탈레반의 공격에 대처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철군과 관련한 행정부의 주요 결정은 7월 전에 이미 내려졌다면서 그전까지는 정보기관이 ‘아프간 정부가 적어도 2년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의회 조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 직면하는 중대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수행한 최장기간 전쟁에서의 출구 전략 혼돈으로 초당적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