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성

김태성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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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법조팀 김태성입니다.

kts5710@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54%
정치일반27%
사회일반10%
사건·범죄3%
국방3%
기업3%
  • 이용수 할머니 “‘위대한’ 윤미향 의혹, 검찰이 다 밝힐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25일 오후 2시 40분경 대구의 기자회견장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예정보다 40분 늦은 시간이었다. 단상에 오를 땐 시민단체 관계자의 부축을 받았다. 하지만 1시간 내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감정이 격해졌을 땐 손으로 탁자를 내리쳤고, 눈물이 흐르면 손으로 닦아내고 숨을 고르기도 했다.● “‘위대한’ 윤미향, 검찰이 다 밝힐 것” 이 할머니는 입을 열자마자 “처음(7일) 기자회견 땐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그 후로) 너무도 많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나왔다”라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을 겨냥했다. 그는 정의연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30년 동안 (곰처럼) 재주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돈은 다른 사람(윤 당선자 등)이 받아먹었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경기 안성시의 피해자 쉼터를 고가에 매입하고 윤 당선자의 아버지를 쉼터 관리자로 앉혀 임금을 지급한 의혹을 콕 찍어 지적했다. 그는 “안성에도 보니까 쉼터를 화려하게 지어놨습니다. (쉼터에) 그 위대한 윤미향 대표의 아버님이 사셨다 하대요. 검찰청에서 다 밝힐 겁니다”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할머니는 “아직까지 그 사람은 당당하게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회견 중엔 “속 시원히 말 못하지만 엄청나게 이용당한 것도 많다”, “수십만 가지 말씀을 다 못 드린다”라며 의혹이 더 있다는 걸 시사했다.● “피해자 소외시키고 가짜 눈물”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운동 방식이 피해 당사자를 소외시켰다고 기자회견 중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는 “1992년 6월 25일 (위안부) 피해 사실을 신고할 당시 윤 당선자는 정대협 간사였다”고 회상하며 “(나흘 후인) 29일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정대협이) 교회에서 모금을 하고 있더라. 정작 나는 왜 모금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위안부 책이 발간됐을 때도 책을 내는 줄도 몰랐고, (나를) 박물관(전쟁과인권여성박물관) 대표로 앉혔지만 대표 대우도 안 했다”고 했다. 또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를 지칭할 때 ‘성 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점에 대해서도 “제가 왜 성 노예냐. 그 더러운 단어를 왜 쓰냐고 하니까 ‘미국 사람 겁내라는 의도’라고 답하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의연에 협조적인 일부 할머니만 도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어느 날 미국에 가기로 하고 윤 당선자가 600만 원인가 모금했는데 저에게 전화를 해와 ‘할머니는 정대협 사람이 아니다’라며 못 오게 했다. 이 사람은 자기 맘대로 30년을 같이 (해온 사람을) 팽개친다”고 했다. 정의연이 고(故) 김복동 할머니(1926~2019) 등 건강이 악화된 피해 할머니를 관련 행사에 참석시킨 점에 대해서도 아픈 심경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한 눈을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를 미국으로 끌고 다니면서 고생시키고 이용해먹었다. 그래놓고 뻔뻔히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가짜 눈물”이라고 말했다.● “국민 여러분도 피해자…함께 해결해 달라” 이 할머니는 준비해온 A4용지 9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이며 “전부 읽기는 힘드니 촬영해 달라”고 말했다. 이 회견문엔 △피해자 명예 회복 방안 △한일 국민 간 교류 △청소년 대상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구 △개방적이고 투명한 단체 운영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당부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저만 피해자가 아니라 여러 분도 다 피해자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피해가) 대대로 내려간다”라며 “내가 이렇게 (살아) 있어도 (일본 측이) 거짓말을 하지 않느냐. 서로서로 가르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연 측은 “30년 운동을 함께 해왔던 피해자의 회견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며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대구=김소영 기자 ksy@donga.com대구=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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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연, 영화 ‘김복동’ 해외상영 명목 1800만원 모금… 배급사엔 안알려

    후원금 부정 사용 의혹을 받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지난해 8월경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의 해외 상영에 쓴다며 후원금을 모집했지만 정작 그 돈을 줘야 한다던 배급사에는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배급사는 “같은 달 모금 시작 직후에 그 비용은 받지 않겠다고 정의연에 알렸다”고도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14∼16일 정의연은 사회공헌 기부 플랫폼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영화 ‘김복동’, 할매나비의 또 다른 해외 캠페인”란 모금 활동을 벌였다. 같은 달 8일 개봉한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를 다룬 작품이다. 당시 정의연은 모금 목표액을 1800만 원으로 잡았다. 이 중 해외 상영 비용으로 약 1300만 원(1만 달러)을 쓰겠다고 밝혔다. 배급사에 필름 사용료로 줄 돈이 회당 130만 원(150명 기준)이란 설명이었다. 정의연은 후원금 1800만100원을 모았다. 그런데 정의연은 약 5개월 뒤 이 돈이 다르게 쓰인다고 공지했다. 올해 1월경 필름 사용료를 면제받아 1300만 원을 들일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정의연은 ‘카카오…’에 “배급사와 협의해 이 비용을 면제받았다. 1300만 원 등은 영화 ‘김복동’ 해외 상영 행사 및 2020년 정의연 해외 캠페인에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복동’ 배급을 맡았던 A사는 “정의연 모금 활동에 대해서 들은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A사에 따르면 정의연은 모금이 시작된 지난해 8월경 이미 필름 사용료를 내지 않기로 결정됐다. 제작사와 배급사가 영화의 공익성을 고려한 선행이었다. A사 관계자는 “관련 협의 과정에서 정의연이 모금을 진행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당연히 모은 후원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의연의 또 다른 공시 누락도 드러났다. 2016년 김서경 조각가는 높이 20cm의 ‘작은 소녀상’을 제작하며 모금을 했는데 당초 목표(1억 원)보다 많은 2억6652만 원을 모았다. 김 조각가는 제작비 등을 뺀 1억2024만 원을 정의연의 전신인 정의기억재단에 후원했다. 하지만 재단의 그해 국세청 공시엔 해당 기부 내역이 없다. 동아일보는 24일 정의연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하지 않았다.김태성 kts5710@donga.com·구특교 기자}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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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학생들이 배지 팔아 낸 5100만원… 정의연-정대협, 부실회계 처리

    갈수록 커지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은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도화선이었다. 당시 이 할머니가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던 대목은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처’였다. 할머니는 “초등학생 중학생이 무슨 돈이 있느냐. 용돈을 모은 돈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정의연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내놓은 기부금의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사례가 여럿이었다. 공시 과정에서 부실하게 처리한 기부금도 적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받는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머무는 쉼터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21일 검찰은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의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해 회계 서류 등을 확보했다.○ 기부 영수증 미발급… 공인회계사회 “난센스” 정의연은 어린이 등에게 기부금을 받고 영수증을 제대로 발급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행정처리도 부실했다. 충북 청주에 있는 A초교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수요집회 현장에서 51만3100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 이 돈은 교내에서 학생들이 바자회를 개최해 마련했다. 이 바자회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6학년생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는 “별도 기부 영수증을 받지 못했고,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충남 예산의 B고교도 2018년 수요집회에 체험학습을 목적으로 참여해 기부금을 전했다. 학생 107명이 모은 10여만 원이 담긴 저금통이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이 (서울 가는) 기차에서 한 푼 두 푼 모은 용돈”이라며 “따로 영수증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기부금의 영수증 발급은 시민단체에 필수 과정이다. 단체의 투명한 회계 처리를 위해서다. 정의연이 회계기관 추천을 요청했던 한국공인회계사회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기부금 영수증 발급은) 사람이 밥을 먹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난센스”라며 “시민단체라면 의무를 떠나 도리이고,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 기본”이라고 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영수증은 요청하면 발급해준다. 누락된 경우엔 다시 안내한다. 일부러 누락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공시 기준 모호… 정의연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청소년들이 내놓은 기부금은 공시에서도 부실하게 처리됐다. 서울 C여고 등에 따르면 이 학교 동아리 학생들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까지 아홉 번에 걸쳐 정대협에 4000여 만 원을 기부했다. 당시 학생들이 직접 고른 ‘노란 나비’ 모양의 배지를 판 수익금이다. 노란 나비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한다. 하지만 정대협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2015∼16년 ‘공익법인 공시 서류’에서 ‘기업, 단체 기부금’은 0원으로 기록돼 있다. 서울 D중학교 학생들도 2017년 11월 정의연에 1100만 원을 기부했다. 학생들이 자체 제작한 배지의 판매 수익금이었다. ‘나를 잊지 마세요’란 꽃말의 물망초가 달린 한복 저고리 모양으로, 피해 할머니들을 잊지 말자는 마음을 담았다. 학생들은 배지 1만 개를 판 돈을 마포 쉼터에 직접 전달했다. 한데 정의연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2017년 ‘공익법인 공시 서류’에도 ‘기업, 단체 기부금’은 0원이다. 이 기부금들은 공시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으나 ‘개인 기부금’ 항목으로 집계했을 수도 있다. 정의연 관계자는 개인 기부금과 ‘기업, 단체 기부금’ 구분 기준에 대해 “공시 전문가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21일 발표한 입장문에선 “관련 사항에 대한 질의에는 회계 관련 자료들이 압수됐고 수사 중인 사항이라 답변이 불가하다”고 했다.○ 피해 할머니 머무는 마포 쉼터도 압수수색 서울서부지검 형사 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21일 정대협이 운영하는 마포구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전 5시 반경 정의연과 정대협 사무실 압수수색을 종료한 지 9시간여 만이다. 검찰은 쉼터의 지하 1층 창고에서 회계 서류 등을 확보했다. 20일 검찰이 정의연 사무실과 정대협의 법인 등기에 나와 있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정의연 관계자가 “박물관 공간이 부족해 마포 쉼터에 회계 서류 10박스를 보관한다”고 알렸다고 한다.박종민 blick@donga.com·김소영·김태성 기자}

    •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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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집회 연 정의연 “무거운 책임감 느껴… 외부 회계감사 요청해 절차 기다리는 중”

    최근 논란에 휩싸였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주최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제1440차 수요집회’가 20일 정오경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정의연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 한) 7일 이후 진행된 상황을 바라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그동안 함께해준 전 세계 시민들과 피해자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뭣보다 문제 해결을 소망하시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지를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는 생각에 슬픔과 아픔을 함께 느낀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기부금 사용처 논란에 대해서는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외부 회계감사를 공식 요청한 상태로 이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설립을 준비했고 이후 정대협에서 활동한 12명도 이날 ‘정대협을 만든 사람들’이란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현장에는 5명만 참석했고 한국염 현 정의연 운영위원장이 대표로 낭독했다. 이들은 “이제 활동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만약에 (정대협에) 문제가 있다면 어찌 윤미향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겠느냐. 초기 활동가와 연구자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부족한 인원으로 회계 정리에 빈틈이 생겼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의연에서 회계 부정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수요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그간 관계자 극소수만 참석하고 온라인 중계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날은 정의연 관계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까지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사장을 지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주 13일에 이어 이날 역시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이 인근에서 같은 시간에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자유연대 등 20여 명은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정의연과 윤 당선자를 강하게 비난했다. 한 남성은 고성을 지르며 소녀상으로 접근하다 경찰에 제지되기도 했다. 김상진 자유연대 총장은 “후원금을 한 푼도 남김없이 할머니와 유족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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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대협과 갈등 故 박복순 할머니도 기림비에 없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조성한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 기림비의 위안부 피해자 명단에서 고 심미자 할머니는 물론이고 2005년 별세한 박복순 할머니 이름도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 할머니도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으로부터 민간기금을 받은 뒤 정대협과 줄곧 불편한 관계였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억의 터에 있는 조형물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새겨져 있다. 정의연은 “2016년 조성 당시 한국 정부에 공식 등록된 피해자에 미등록 피해자를 합해 산정한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1993년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공식 등록됐으며, 1992∼2004년 일본 최고재판소 재판에도 42차례 참석했던 박 할머니는 명단에 포함됐어야 한다. 박 할머니는 생전에 심 할머니가 꾸린 세계평화무궁화회에 소속돼 있었다. 무궁화회는 여러 차례 정대협 활동에 대한 비난을 내놓았다. 박 할머니는 1997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과 함께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에서 민간기금을 받은 걸 두고 정대협과 부딪쳤다. 윤정옥 당시 정대협 대표는 “그 기금을 받으면 공창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일본 국민이 반성하며 모은 위로금을 받으면 왜 안 되냐”고 반발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할머니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셨다. 그런데도 정대협만은 ‘나쁜 놈들’이라며 비판하곤 했다”고 전했다. 양 회장은 “정대협이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을 쥐고 휘두른 측면이 있다”며 “박 할머니는 흔들리지 않았고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은 것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2005년 박 할머니의 장례를 주도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당시 정대협에서 활동하지 않아 상황을 잘 모른다.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전채은 기자}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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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시누락 액수 37억 넘는데… 정의연 “단순실수” 말만 되풀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싸고 끊이지 않던 의혹들은 결국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정의연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기부금 횡령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은 20일 정의연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서 회계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당일 경기 안성시에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에 이어 서울 마포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도 문제가 불거졌다. 마포 쉼터와 관련된 기부금 및 보조금 1억4500여만 원이 공시에서 누락된 것이다. 정대협은 여성가족부가 주는 국가보조금에다 개신교 봉사단체가 매월 전한 기부금까지 모두 ‘0원’으로 표기했다. 정의연 측은 이번에도 “횡령이나 배임이 아닌 단순 회계 실수”라는 해명을 반복했다.○ 정부가 준 보조금까지 제로 표기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현재 마포 쉼터에 시설 운영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금액은 연간 4800여만 원에 이른다. 여가부는 2016년부터 해마다 3000만 원씩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지원비’ 명목으로 국가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이 지원비는 할머니가 거주하는 마포 쉼터에 지급되는 보조금이다. 봉사단체 ‘글로벌디아코니아’도 2018년 8월부터 매월 150만 원씩 연간 1800만 원을 쉼터 운영비로 기부해 왔다. 글로벌디아코니아는 정대협에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건물을 ‘쉼터’로 무상 임대해준 서울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가 대표로 있는 단체다. 하지만 정대협이 2016∼19년 국세청 홈택스에 올린 ‘공익법인 공시 서류’에는 보조금 지급 항목이 0원으로 기록돼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모두 보조금에 해당한다. 2016년부터 4년간 여가부가 지원한 1억2000만 원이 공시에서 누락된 것이다. 2018∼19년 공시에서는 글로벌디아코니아로부터 월 150만 원씩 기부받은 쉼터 운영비가 역시 ‘0원’으로 기재돼 있다. 같은 기간 공시 자료에는 마포 쉼터와 관련해 집행한 비용도 따로 표기하지 않았다. ○ 공시 누락만 37억 원이 넘어 정대협의 후신인 정의연은 이에 대해 “단순 회계 실수”라는 답을 내놓았다. 공시 누락이 불거질 때마다 바뀌지 않는 해명이다. 하지만 정의연 측은 여가부 보조금 등의 구체적인 사용처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쉼터 운영비 상당수는 인건비로 나간다. 쉼터에 상주하는 소장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3명이 교대로 쉼터에 사는 할머니를 돌보고 있어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방문요양비 등 간병비는 여가부가 서울시에 매월 151만9000원을 교부해 할머니에게 지원하고 있다. 정의연 측은 이에 대해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 수 없다. 마포 쉼터 지출 내역에 대한 기부금이 딱 쉼터에만 한정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의문점도 남는다. 마포 쉼터는 2012년 5월 명성교회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존 시까지 무상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정대협은 월세조차 낼 필요가 없다. 2019년 1월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한 뒤로 이 쉼터에 머물고 있는 피해 할머니는 길원옥 할머니뿐이다.○ 검찰, 회계부정 수사…안성시는 불법 증축 확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20일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직선거리로 73m 떨어져 있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각각 압수수색해 회계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물관은 정대협 법인이 등기에 올린 주소지다. 정대협 대표와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 당선자는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경기 안성시는 같은 날 정의연의 안성 쉼터를 현장 조사하고 쉼터가 불법 증개축된 사실을 확인했다. 시 관계자는 “건축법 위반 사항이 확인돼 21일 정의연 측에 ‘건축법 위반 건축물 시정명령’ 사전 통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 안성=이경진 기자}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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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대협, 남산 기림비에 박복순 할머니 이름도 누락…무슨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조성한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 기림비의 위안부 피해자 명단에서 고 심미자 할머니는 물론 2005년 별세한 고 박복순 할머니 이름도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 할머니도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으로부터 민간기금을 받은 뒤 정대협과 줄곧 불편한 관계였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억의 터에 있는 조형물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이 가나다순으로 새겨져있다. 정의연은 “2016년 조성 당시 한국정부에 공식 등록된 피해자에 미등록 피해자를 합해 산정한 인원”이라 설명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1993년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공식 등록됐으며, 1992~2004년 일본 최고재판소 재판에도 42차례 참석했던 박 할머니는 명단에 포함됐어야 한다. 박 할머니는 생전에 심 할머니가 꾸린 세계평화무궁화회에 소속돼 있었다. 무궁화회는 여러 차례 정대협 활동에 대한 비난을 내놓았다. 박 할머니는 1997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과 함께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에게서 민간기금을 받은 걸 두고 정대협과 부딪혔다. 윤정옥 당시 정대협 대표는 “그 기금을 받으면 공창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일본 국민이 반성하며 모은 위로금을 받으면 왜 안 되냐”고 반발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20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박 할머니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셨다. 그런데도 정대협만은 ‘나쁜 놈들’이라며 비판하곤 했다”고 전했다. 양 회장은 “정대협이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을 쥐고 휘두른 측면이 있다”며 “박 할머니는 흔들리지 않았고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은 것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2005년 박 할머니의 장례를 주도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당시 정대협에서 활동하지 않아 상황을 잘 모른다.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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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미향, 전세계 후원금 받아 부귀영화 누려… 위안부 팔아먹고 우리에겐 한푼도 안돌아와”

    “우리에게는 한 푼도 안 돌아왔다.” 2008년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심미자 할머니는 2006년 작성한 유언장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당시 사무총장이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를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심 할머니는 유언 내용과 피해 증언이 담긴 7000여 쪽의 기록집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피 빨아먹고 이를 팔아 긁어모은 후원금은 정대협 윤미향에게 지불해도 우리에게는 한 푼도 안 돌아왔다”며 “윤미향은 수십 개 통장을 만들어 전 세계에서 후원금을 받아 부귀영화를 누리고 떵떵거렸다”고 했다. 유언장 작성 2년 전인 2004년에도 심 할머니는 정대협과 윤 당선자에게 기부금 사용처를 명백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33명은 같은 해 1월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 닫아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심 할머니 등은 성명에서 “지금까지 당신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답시고 전국 각처에 손을 벌려 거둬들인 성금이나 모금액이 전부 얼마냐. 그 많은 돈 대체 어디에 사용했느냐”고 물었다. 정대협이 주축이 돼 국민 성금을 모아 2016년 세운 ‘위안부 할머니 기림비’에는 심 할머니의 이름이 빠져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대협 등 시민단체들은 그해 8월 서울 중구에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를 조성하고, 여기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의 성함과 증언을 새긴 조형물을 세웠다. 하지만 2004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로부터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자로 인정받은 심 할머니는 명단에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당시 위안부 피해 할머니 명단은 정대협이 작성했다. 윤 당선자가 대표를 지낼 때였다. 정대협 측은 “심 할머니가 빠진 건 맞다.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고 답했다. 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정대협이 심 할머니가 미워서 비석에서 빼놨다. 심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 같은 우리가 피해 증언을 했는데…”라고 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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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아파트에 사는 윤미향, 주소지는 ‘마포 쉼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올 4월 국회의원 선거 출마 당시 주소지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2012년 매입한 수원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실거주지가 아닌 곳에 주소지를 둔 위장 전입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정의연 측은 이날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윤 당선자의 전입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 설명자료에 따르면 2017년 4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의 사망 이후 ‘고인과 동거하고 있는 친족이거나 사망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 등’이 사망신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윤 당선자가 인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의연 측은 “쉼터 소장은 국민임대주택 거주자로서 주소를 이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윤 당선자가 주소를 이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가 사망한 2017년 4월에 윤 당선자가 쉼터로 전입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현재 마포 쉼터에는 쉼터 소장과 요양보호사 3명이 24시간 길원옥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정의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8일 쉼터에 머물던 김복동 할머니 별세 당시에도 윤 당선자가 사망신고를 했다고 한다. 쉼터에는 현재 길 할머니만 살고 있다. 정의연 관계자는 “길 할머니가 별세했을 때 사망신고를 하기 위해 윤 당선자가 주소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망신고는 ‘친족’ ‘세대를 같이하는 동거인’ ‘사망자가 무연고자인 경우 보호시설장’ 등이 할 수 있다. 쉼터는 보호시설이 아닌 일반 거주지라 동거인이 필요했다는 것이 정의연 측의 설명이다. 다만 윤 당선자가 올 3월 20일 정의연 이사장직에서 사퇴한 뒤에도 주소지를 옮기지 않은 점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연 관계자는 “(윤 당선자가) 실제 거주한 것은 아니었다. 법적으로만 보면 위장전입이 맞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 마포 쉼터로 전입신고를 한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을 못 했다”고 밝혔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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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대협, 기부금으로 산 ‘쉼터’ 반값에 팔기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경기 안성시에 있는 피해자 쉼터를 최근 매입가의 절반이 조금 넘는 가격에 팔기로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정대협의 후신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따르면 정대협은 2013년 9월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에 있는 2층 단독주택을 7억5000만 원에 사들인 뒤 같은 해 9월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으로 명명했다. 건강이 나쁜 피해 할머니들이 요양할 수 있는 쉼터로 운영한다는 취지였다.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한 돈으로 구입 자금을 댔다. 정대협은 이 쉼터를 지난달 23일 4억2000만 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매입가의 약 56% 수준이다. 게다가 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이 건물이 지어진 토지의 공시지가는 매입 시점인 2013년 대비 지난해 72.3% 올랐다. 이 쉼터는 개소한 뒤 1, 2년 정도는 몇몇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만나는 장소로 활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후론 거의 이용자가 없었고, 최근까지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더불어시민당 당선자)의 아버지가 인근에 머물며 쉼터 관리를 맡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이용자가 적어) 운영을 계속하기가 어렵겠다고 판단해 정대협 측이 2016년에 ‘매각 처리해 (기부금을) 반납하겠다’고 알려왔고, 최근에야 (매각) 계약이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쉼터를 매입한 사람은 밝혀지지 않았다. 정의연 관계자는 안성 쉼터의 매입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16일 밝히겠다”고 말했다. 매입가보다 저렴하게 팔기로 한 이유는 “부동산 시장 가격의 변동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의연은 기부금 회계 의혹이 이어지자 15일 입장문을 내고 “공시 입력이나 회계처리 오류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객관적인 외부 기관을 통해 투명성을 검증받겠다”고 밝혔다. 정의연 측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에 회계기관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추천된 곳에 검증을 맡기겠다”고 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윤 전 이사장 관련 고발 사건을 14일 형사4부(공정거래·경제범죄전담부)에 배당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 서부지검엔 정의연과 관련해 총 4건의 고발 사건이 접수됐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윤 전 이사장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14일 고발했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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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졸 공채과정 성적조작 의혹… 경찰, LG전자 2곳 압수수색

    경찰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성적 조작 등이 있었다는 단서를 확보하고 LG전자 한국영업본부의 인사팀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5일 서울 중구에 있는 LG서울역빌딩의 한국영업본부와 관련 서버가 있는 마포구 상암동 상암IT센터의 LG CNS를 압수수색해 채용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 두 곳에서 대졸 신입사원의 부정채용 의혹이 제기된 대상자의 이력서와 채점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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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인사팀 압수수색…채용비리 의혹 수사

    경찰이 대졸 신입 사원 채용과정에 성작조작 등이 있었다는 단서를 확보하고 LG전자 한국영업본부의 인사팀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5일 서울 중구에 있는 LG서울역빌딩의 한국영업본부와 관련 서버가 있는 마포구 상암동 상암IT센터의 LG CNS를 압수수색해 채용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 두 곳에서 대졸 신입사원의 부정채용 의혹이 제기된 대상자의 이력서와 채점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영업본부는 LG전자의 한국 내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대와 관련한 기술 영업을 하는 부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LG전자 한국영업본부가 2013~2015년 대졸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인사팀이 지원자 10여 명의 성적을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성적 조작으로 합격권에 들어가 입사한 직원은 한국영업본부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일부 관련자를 입건했으며,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착수 경위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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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보복 없어야” 사형선고에도 용서한 DJ

    “나에 대한 납치범, 암살 음모자들을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에 따라 일체 용서할 것을 선언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사진)이 1980년 12월 3일 경기 성남시의 육군교도소에서 쓴 옥중 수필의 일부다. 김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나는 박(정희) 정권 아래서 가장 가혹한 박해를 받은 사람”이라면서도 이처럼 화해와 관용을 선언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신군부가 조작한 내란음모 사건으로 투옥돼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작성한 옥중수필 14편을 공개한다”고 14일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이 수필들을 쓴 건 1980년 11월 25일부터 이듬해 1월 5일 사이였다. 김 전 대통령은 그해 5·18민주화운동과 연결된 내란음모 조작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됐다. 9월 17일 사형 선고를 받고 이듬해 1월 23일까지 사형수로 복역했다. 이 수필 전문은 김대중도서관이 2015년 펴낸 ‘김대중 전집’에 들어 있으며, 이번에 공개한 건 친필 사본이다. 원본은 개인 소장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시기 김 전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보낸 옥중 서신(29통)과도 다르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최대 오점인 정치보복의 악폐를 내가 당한 것으로 끝마쳐야 한다”라며 서두를 뗐다. 그는 이어서 “하느님은 나의 행적대로 심판하실 것이고 우리 국민도 어느 땐가 진실을 알 것이며 역사의 바른 기록은 누구도 이를 막지 못할 것이다”라며 당당한 태도로 국민과 역사에 대한 신뢰를 비치기도 했다. 자료를 공개한 김대중도서관 측은 “사형수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친필로 직접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김대중도서관의 장신기 박사는 “김대중의 화해·용서·포용·관용의 정치는 DJP 연합을 통해 최초의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고, 이 땅의 진보와 보수,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연대와 화합을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됐다”고 평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이 밖에도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 당시 김 전 대통령과 고 문익환 목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수감 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대표)의 최후진술도 공개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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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대 상남경영원, 英FT 선정 ‘2020 경영자 교육과정 랭킹’ 세계 57위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속 상남경영원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하는 ‘2020 경영자 교육과정 랭킹(FT Executive Education Ranking 2020)’에서 세계 57위를 차지했다고 14일 밝혔다. 상남경영원은 5년 연속으로 랭킹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70위)에 비해 순위가 13단계 상승했다. 올해 국내에서 이 랭킹에 포함된 곳은 상남경영원이 유일하다. FT의 경영자 교육과정 순위는 프로그램 구성과 교수법, 졸업생의 설문조사 결과, 교육 사후관리 등 평가 항목 점수를 종합해 매겨진다. 상남경영원은 특히 교육 사후관리 항목에서 25위를 차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상남경영원은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기금을 출연해 1999년 개관한 경영자 교육 전문기관이다. 상남경영원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과 경영기법의 효과적 공급을 목표로 지금까지 약 2만 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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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실험실습-소규모 강좌부터”… 대학가 대면강의 재개 시동

    13일 고3 학생을 시작으로 다음 달 1일까지 전국 초중고교와 유치원 학생들의 등교 일정을 교육부가 발표한 가운데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했던 온라인 강의를 오프라인 강의로 돌리기로 했다. 대학들은 실험 위주의 강의나 수강 인원이 20∼30명 이하인 소규모 강의부터 우선 대면 강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대학들은 교수와 학생들 간의 대면 강의 재개 방침에 따라 방역 체계 강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서울대는 “실험이나 체험 위주로 진행되는 일부 강의를 6일부터 대면수업으로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6일부터 서울대는 40여 개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직접 실험이나 체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교수들이 각 단과대 교무부학장과 협의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한다. 동국대는 11일부터 수강 인원 20명 이하인 수업은 대면 강의로 진행한다. 실험이나 실습이 필요한 경우엔 수강 인원에 관계없이 오프라인 강의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수와 수강 학생 전원이 동의하면 온라인 강의를 계속 할 수 있게 했다. 고려대도 11일부터 수강 인원 30명 이하의 강의에 한해 수업을 듣는 학생 전원이 동의할 경우 대면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수업에 참가할 수 없는 해외 체류 유학생들을 위해 강의 내용을 온라인 영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한국외국어대도 수업을 듣는 학생이 30명 이하인 경우에는 11일부터 오프라인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성균관대는 대면 강의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총학생회와 면담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미 지난달 13일부터 학생과 교수 간의 일대일 수업이 이뤄지는 예술대 강의와 수강 인원이 30명 이하인 실험·실습 강의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강의 재개를 결정한 대학들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 체계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고려대는 오프라인 강의 재개에 앞서 6∼8일 그간 폐쇄됐던 대학 건물과 강의실을 3일간 개방하고 건물 입구에서 △발열 체크 △손 소독 △마스크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는 ‘시범 방역’에 나선다. 동국대는 대학 내 각 건물 입구에 학생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는 인력을 따로 배치하고 외부인 출입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강의실 내 학생들의 좌석 간격도 2m씩 떨어뜨린다. 서울대는 6일부터 대학 내 건물 앞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진행하고, 강의실과 실험·실습 장비를 매일 소독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강의 재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오프라인 강의 재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11일부터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방안이 적절하냐’고 물었는데 응답자 6322명 가운데 56%가 ‘매우 불만족’, 23%가 ‘불만족’이라고 대답했다. 부산외국어대에서도 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강의 재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는데 찬성한다는 대답은 20%에 그쳤다고 한다. 서강대와 이화여대, 서울여대 등 기존 방침대로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대학이 아직까지는 더 많은 상황이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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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길 번지자 동료들에 “먼저 나가라”… 자신은 소화기 찾다 참변

    “늘 남을 돕는 게 먼저였던 사람입니다. 평소에도 무슨 일이든 본인이 나서서 해결하곤 했어요. 그런데 그 순간마저도….” 지난달 29일 발생한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화재 참사로 숨진 윤모 씨(50). 처남 최모 씨는 그를 ‘이타적인 매형’으로 기억했다. 사고 당일 지하 1층에서 작업하고 있던 윤 씨는 화재가 발생한 긴박한 순간에도 함께 일하던 동료부터 챙겼다고 한다. 당시 윤 씨 주위엔 동료 5명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그는 불길이 번지자 “먼저들 나가라”고 외친 뒤 소화기를 찾아 뛰어갔다. 동료 4명은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그와 다른 동료는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이 동료들은 공사 현장 인근에 숙소를 얻어 동고동락해 왔다. 평소 윤 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도 살뜰히 돌봤다고 한다. 매일 2, 3번 이상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씨의 부인은 “그날 점심에도 ‘밥은 먹었느냐’고 전화했었다.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몰랐다”며 오열했다. 최 씨는 “매형은 가족끼리 식사하고 나면 아무리 피곤한 날에도 끝까지 정리했다”고 전했다. 30일 오후 2시경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선 윤 씨의 가족을 비롯해 수많은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통곡을 하다 실신 지경에 이르거나 눈에 초점을 잃은 채 정신을 놓은 가족도 적지 않았다. 분향소 한쪽에 앉아 있던 유모 씨(41) 역시 허망한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유 씨는 참사로 아버지를 잃었다. 설비공사 전문가인 아버지는 물류센터 2층에서 마감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유 씨에게 아버지는 언제나 ‘멋있는 분’이셨다. 평생 설비공사를 해온 아버지를 보며 자라 자신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유 씨는 “아버지를 따라 공사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아버진 현장에서 근사했다”며 “지난 주말에 부모님께 오리고기를 사드렸다. 평범한 하루였는데 그게 함께한 마지막 추억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약 40년 동안 현장을 뛴 아버지에겐 이번 물류센터 공사가 “은퇴를 앞둔 마지막 현장 작업”이었다. 은퇴 뒤 아내와 강원도 시골에 들어가 살려고 조그마한 집도 구해 뒀다고 한다. 그렇게 평생 고생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1일부터 유 씨 가족 모두가 그 집으로 놀러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시는 그 집에 갈 수 없게 됐다. 아끼던 막냇동생을 잃었지만 차마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한 큰형도 있었다. 참사 희생자 박모 씨(50)의 형(62)은 “착하고 성실해 가족에게 사랑받던 동생을 이리 보낼 줄 꿈에도 몰랐다. 어머니가 심장이 많이 약하시다. 너무 놀라셔서 건강을 해칠까 봐 아직 얘기도 못 꺼냈다”고 했다. 또 다른 희생자 김모 씨의 조카인 이모 씨(19·여)는 “외삼촌은 벌이가 넉넉하지 않을 때도 항상 환하게 웃으며 용돈을 쥐여주셨다. 너무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물류센터에서 함께 일하다 변을 당한 가족들도 있었다. 강정현 씨(43)의 동생 강모 씨(34)와 매제 김모 씨(38)는 2층에서 작업하다 목숨을 잃었다. 공사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부자도 있었는데, 60대 아버지는 숨졌고 아들 이모 씨(35)는 위독한 상황이다. 화재 현장 옆에 마련한 피해자 가족 임시거처에서도 통곡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대부분 사고 당일부터 뜬눈으로 밤을 새운 가족들은 모두 진이 빠진 모습이었다. 한 중년 여성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20대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엄태준 이천시장이 위로를 전하자 “어떡해. 불쌍해서 어떡해. 너무 착한 아이인데…”라며 통곡했다. 입술을 깨문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아내를 부축했다.이천=한성희 chef@donga.com·김소영·김태성 기자}

    •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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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 38명 사망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큰 폭발과 함께 불이 나면서 29일 오후 11시 현재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초기 현장 조사에서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油蒸氣·기름이 섞인 공기)가 용접 작업으로 급속히 연소하면서 폭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2분경 경기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지하 2층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는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전기와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로 시공사와 하청업체 등 9개 업체 직원 78명이 작업 중이었다. 이 중 38명이 숨졌고, 부상자 10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밤새 시신 수습 작업을 벌였으나 짙은 연기 때문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관계기관의 현장조사 보고에 따르면 최초 발화지점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던 곳이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용접 작업을 하다 불씨가 우레탄폼으로 옮겨붙으면서 유증기가 폭발해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물류센터 전체로 퍼졌고, 새까만 연기가 일대 하늘을 뒤덮었다. 물류센터는 2018년 5월 30일 이천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아 냉동·냉장창고 용도로 지하 2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만1043m² 규모로 건설 중이었다. 6월 30일 완공을 앞두고 마감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화재 직전 현장을 나온 A 씨는 “지하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해 동료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상자의 옷이 전부 탄 것을 볼 때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폭발적으로 불이 나 탈출시간을 상실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30일 오전 11시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어 유감스럽다”면서 질타하고, 실종자 철저 수색, 부상자 의료 지원, 사상자 가족 현장 지원 등 5개항의 추가 지시를 내렸다.이천=한성희 chef@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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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컵라면이 마지막 식사 되다니”… 동료 잃고 오열

    “이 사람아, 컵라면 말고 좋은 거라도 먹고 가지….” 29일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공사장 앞. 이곳에서 만난 하청업체 직원 강모 씨(52)가 숨진 동료를 떠올리면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불이 난 물류센터 옆 동에서 일하던 강 씨도 폭발과 화재로 인한 불길과 연기에 그을려 얼굴이 시커메져 있었다. 강 씨는 “‘펑’ 하는 소리가 나서 같이 점심을 먹곤 했던 동료 작업자 3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아무도 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이날 점심으로 작업 동료 조모 씨(35)와 함께 컵라면을 먹었다. 돈을 아낀다면서 끼니를 거르는 조 씨를 위해 강 씨가 컵라면 2개와 찬밥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조 씨는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면서 착실히 돈을 모았다고 한다. 강 씨에게 조 씨는 “딸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면서 3개월 내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던 동료였다. 강 씨는 “이게 마지막 식사일 줄 알았다면 더 좋은 걸 사다줄걸…”이라며 말을 흐렸다. 희생자들이 안치된 이천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따금씩 유가족과 동료 작업자들의 한숨 소리만 들렸다.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유가족이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만 곳곳에서 목격됐다. 유가족 이모 씨(42)는 “남편이 건물 안에 있었고 연락이 안 된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살았는지 죽었는지라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작업자 12명을 이천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기고 유전자정보(DNA)를 채취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시신이 불에 심하게 타 지문으로는 작업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숨진 38명 중 상당수는 하청업체 근로자였다. 이들은 하루에 10만∼15만 원을 받고 일했다고 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등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일부는 물류센터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일했다고 한다. 불이 난 이날도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인 물류센터 건물의 모든 층에서 78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숨진 김모 씨(50)는 이날따라 퇴근시간만 기다렸다. 동료 작업자들은 김 씨를 “유독 말이 없던 친구”라고 기억했다. 그런 김 씨가 점심시간엔 “딸한테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동료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김 씨가 딸의 생일을 맞아 미역국을 끓여두고 출근했는데, 딸이 “아빠 고맙다”며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동료 작업자 A 씨는 “김 씨가 그렇게 환히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퇴근 후 딸을 볼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라고 했다. 불이 난 건물에서 연락이 두절된 오모 씨(45)의 형(65)은 장례식장에 앉아 동생의 휴대전화로 연신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음이 울릴 때마다 오 씨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중국동포인 오 씨는 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뒤 건설 현장을 다녔으며, 28일부터 물류센터에서 일했다고 한다. 이천=김태성 kts5710@donga.com·한성희 / 고도예 기자}

    •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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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38명 참변…“폭발과 함께 불길 치솟아”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큰 폭발과 함께 불이 나면서 29일 오후 11시 현재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초기 현장 조사에서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油蒸氣·기름이 섞인 공기)가 용접 작업으로 급속히 연소하면서 폭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돼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2분경 경기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지하 2층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는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전기와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로 시공사와 하청업체 등 9개 업체 직원 78명이 작업 중이었다. 이 중 38명이 숨졌고, 부상자 10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밤새 시신 수습 작업을 벌였으나 짙은 연기 때문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관계기관의 현장조사 보고에 따르면 최초 발화지점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던 곳이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작업을 하다 불씨가 우레탄폼으로 옮겨 붙으면서 유증기 폭발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물류센터 전체로 퍼졌고, 새까만 연기가 일대 하늘을 뒤덮었다. 물류센터는 2018년 5월 30일 이천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아 냉동·냉장창고 용도로 지하 2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만1043m² 규모로 건설 중이었다. 6월 30일 완공을 앞두고 마감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화재 직전 현장을 나온 A 씨는 “지하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해 동료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상자의 옷이 전부 탄 것을 볼 때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폭발적으로 불이 나 탈출시간을 상실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30일 오전 11시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어 유감스럽다”면서 질타하고, 실종자 철저 수색, 부상자 의료지원, 사상자 가족 현장 지원 등 5개항의 추가 지시를 내렸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이천=한성희 기자 chef@donga.com이천=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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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 돈 끌어쓴 ‘회장들’ 도피돕고 횡령 한통속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으로부터 수백억 원대 투자를 받고 라임 펀드 수익률을 조작해 준 의혹을 받는 코스닥 상장사 ‘회장’들이 도피 장소를 마련해주는 등 서로 긴밀하게 얽힌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횡령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던 올 초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한 달간 숨어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호텔 객실 예약자는 연예기획사 관계자인 홍모 씨(45)였다. 홍 씨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 에스모의 실소유주 이모 회장(53·수배 중)의 오랜 사업 파트너다. 연예기획사 대표였던 이 회장은 2017년부터 에스모와 동양네트웍스 등의 실소유주 역할을 하면서 라임 펀드 자금 2400억여 원을 투자금으로 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의 투자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 실소유주 김모 회장(54·수배 중)이 사기사건으로 고소를 당하자 합의금 20억 원을 김 전 회장이 대신 내준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8월 한 사업가가 리드의 김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는데, 김 전 회장이 이 사업가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20억 원을 주고 고소를 취소하도록 한 것이다. 리드의 김 회장은 2011년과 2012년, 2016년에도 사기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적이 있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은 “김 전 회장은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김모 회장(47·수배 중)과도 친분이 있었다”며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를 두고 두 사람이 사업 파트너로서 여러 번 의견을 주고받은 걸로 안다”고 했다. 메트로폴리탄은 라임 돈 2500억여 원을 투자받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리조트 건설사업을 했는데 라임 펀드를 실사하는 회계법인은 이 사업에 투자된 라임 펀드 자금을 ‘회수 불가’ 상태로 평가했다. 에스모와 리드, 메트로폴리탄 등 세 회사 회장은 모두 지명수배된 상태다. 검찰은 리드의 김 회장이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감 중)의 요청을 받아 리드와 에스모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펀드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해 펀드가 투자를 한 여러 기업 회장들과 짜고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에스모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 씨 등으로부터 “에스모 이 회장이 주가조작꾼들에게 거액을 건넸고 이 돈으로 차명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띄웠다”는 진술을 확보해 이 전 부사장과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고도예 yea@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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