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

황재성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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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말 언론계에 입문해 주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제 뉴스를 취재했습니다. 인간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문제를 늘 주목하고 있습니다.

jsonh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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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낡은 집 고쳐주고 주거급여 확대… 주택복지 착착

    서울 강북구 수유동 486번지 일대의 옛 이름은 ‘빨래골’이다. 수유동과 삼양동의 경계에 있는 이 마을은 북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많고, 빨래 널기 좋은 넓은 바위가 냇가에 깔려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에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대궐의 궁중 무수리들도 이 빨래터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 황병주 씨(66)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이 있다. 1층에는 황 씨가 운영하는 정육점이 있고, 2층엔 황 씨 가족이 살고, 3층은 세를 준 상태다. 지어진 지 26년 된 이 주택은 지난해 화려한 변신을 했다. 집의 모든 창호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단열공사도 새로 했다. 건물 외벽을 덮고 있던 누렇게 색이 바랜 타일도 모두 뜯어내고 흰색 미장스톤으로 바꿨다. 외부배관과 가스관 등의 페인트도 새로 칠했다. 한 달 남짓 진행된 공사에 투입된 비용은 모두 6000여만 원. 이 가운데 일부를 서울시의 ‘가꿈주택사업’에서 지원받았다. 황 씨는 “20년 넘게 살던 곳인데 완전히 새 집이 된 느낌”이라며 활짝 웃었다.○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위한 낡은 집 고쳐주기 가꿈주택사업은 저층 주거지 노후 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6년부터 추진한 프로젝트다. 주택성능개선지원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지어진 지 20년 이상 된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이 대상이다. 외부 경관이나 성능 개선 공사에 투입되는 공사비를 최대 100%까지 2000만 원 한도로 지원한다. 주민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지원한 곳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89.7점이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부터 지원 대상 가구 수를 600가구로 늘리고 지원 예산 규모도 당초 53억 원에서 58억 원으로 확대했다. 사업 절차도 간소화했다. 예비 대상자 선정 과정을 없애고 건축물 시공 적절성 여부만 확인되면 지원해주기로 했다. 또 주택 개량에 필요한 공사금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꿈주택사업 같은 노후주택 정비사업이 저소득층의 주거안전망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다.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노후 주택은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회 취약계층의 거주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주택의 성능을 개선하면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꿈주택사업의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 장치 마련은 숙제다. 남 실장은 “집 수리에 대한 공공의 지원을 조건으로 일정 기간 재계약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주거급여도 지속 확대…공급 확대와 균형 필요 국토교통부가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주거급여(주택 바우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수단이다. 특히 미국에선 공공임대 주택의 공급은 줄이고 주거급여를 늘려가고 있다. 수요자가 직접 주택을 선택할 수 있게 해 개인의 거주지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대규모 임대아파트로 인해 야기되는 지역주민 갈등이나 슬럼화 우려 등을 피할 수도 있다. 국토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주거급여 지급 대상을 지난해 104만 가구에서 올해는 113만 가구로 확대하고 소득기준 완화와 기준임대료 현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김석기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과장은 “올해 주거급여 지급액을 결정하는 기준인 기준임대료를 시장 평균 임대료의 8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며 “2022년까지 100% 수준으로 맞춰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임대료나 지역 특성, 가구 구조 등을 반영한 주거급여를 현실화하라는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재 정부가 책정한 주거급여는 일선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크게 밑돈다”며 “정부의 복지예산을 생색내기용으로 활용하지 말고 정말 필요한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급여의 균형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공공 주도의 임대주택 공급과 주거급여나 노후주택 정비사업이 갖는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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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새만금개발청과 업무협약 체결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회장 김현수 단국대 교수)는 새만금개발청(청장 김현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새만금 발전전략 수립을 위해 국토·도시계획 분야 전문가들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두 기관은 앞으로 새만금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학술행사와 정책연구, 교육사업, 인적교류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학회는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논문 공모전도 가질 예정이다. 전국의 도시계획 관련 학과 및 대학원 재학생, 전문가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수상작 발표와 시상은 10월 30~31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인 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진행된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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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테이’-‘비축용 임대주택’ 이어 ‘10년 임대주택’도 좌초 위기

    올해 3월 2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위치한 산운마을 11단지와 12단지 입주민 404가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0년간 시세의 90% 수준의 임대료만 내고 살다가 소유권을 분양받을 수 있는 ‘10년 임대 분양 전환 아파트’ 입주민들이다. 2009년 7월부터 입주해 지난해 말부터 분양전환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LH가 책정한 분양가가 너무 높고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며 ‘분양전환가격 통지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소송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LH가 전국에 공급한 10년 임대가 무려 11만여 채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운단지 인근에 위치한 백현마을 8단지도 지난달 9일 분양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10년 임대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 직후인 2003년 9월 도입했다. 중산·서민층의 주거 안정 기반을 조기에 구축하겠다며 발표한 장기공공임대주택 150만 채(국민임대 100만 채, 10년 장기임대 50만 채)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18년까지 10년 임대는 모두 20만8000채가 지어졌다. 전체 장기공공임대(148만3000채)의 1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10년 임대는 극빈층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지어지는 영구임대와 달리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업 초기 입주자들은 싼 임대료를 내고 10년 동안 살다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시한폭탄’이 있었다. 분양 전환 시 가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10년 임대의 분양 전환 가격은 ‘감정평가 금액 이하’로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감정가는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에서 결정된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의 집값이 급등한 상태다. 판교의 경우 84m²(전용면적 기준) 아파트값이 2009년 분양 당시 평균 4억∼5억 원에서 현재는 10억 원 이상으로 배 이상으로 올랐다. 따라서 감정평가액은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서 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주민들은 유사한 성격의 5년 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5년 공공임대와 동일한 방식((건설원가+감정평가액표)÷2)을 적용해 분양가를 책정하거나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등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세의 50∼60% 수준으로 분양 전환가는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LH는 10년 전 계약 당시 합의한 사안인 만큼 계약 번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12월 10년 임대 공급 중단 조치를 내렸다. ‘노무현 정부 2.0’으로 불리며 당시 부동산정책 입안을 주도했던 현 정부 관계자들로서는 뼈아픈 결정이었다. 국토부에서는 10년 임대주택을 ‘아픈 손가락’으로 여길 정도다. 정부의 ‘아픈 손가락’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 행정 부담과 예산의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민간 기업을 끌어들여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던 정책들은 좌초가 잦았다. ‘뉴스테이’(박근혜 정부)나 ‘비축용 임대주택’(노무현 정부)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 특혜 논란 등이 주원인이었다. 현 정부가 출범 직후인 2017년 하반기부터 추진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도 비슷한 처지다. 임대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임대주택 등록에 따른 각종 세제 혜택을 지원하자 다주택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정책이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놀란 정부는 이듬해부터 정책 방향을 바꿔 세제 혜택은 줄이고 규제는 늘려갔다. 그 결과 신규 등록 임대사업자가 2017년 38만2237가구에서 2018년 14만5635가구로 62%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기되는 문제 대부분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전환가 논란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며 “분양 전환가격 산정 방식을 통일하고, 임대아파트를 분양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사유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작용 없는 정책은 없다”며 “오히려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부동산 투기 수요를 불러오는 등 문제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환용 한국주거복지포럼 대표(가천대 교수)는 “임대주택을 모두 정부 재정으로 짓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민간이 임대주택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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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낡은 고시원 등 개조해 임대료 착한 월세방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삼성로)은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인기 주거지 가운데 하나다. 이곳 중심부인 포스코사거리와 대치사거리 가운데에 ‘대치포스코더¤’이 자리하고 있다. 지어진 지 15년이 넘었지만 이 아파트 168㎡짜리가 올해 초 24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전세금도 15억 원에 달한다. 웬만한 수입으로는 살아볼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 아파트와 길 하나 사이를 두고 40㎡ 크기의 방을 월 50만 원 정도만 내면 살 수 있는 곳이 있다. ‘앤스테이블 대치’라는 이름이 붙은 주거 및 상업·업무시설이 들어선 복합건물로, 서울시가 땅을 제공하고 민간업체가 지어 운영하는 임대주택이다. 지난해 말 준공된 지상 6층 건물인데, 언뜻 보면 세련된 사무용 빌딩처럼 보인다. 지상 1층에 카페와 건물 입주자용 커뮤니티 공간, 2층에 공유형 사무공간, 4~6층에 주거공간이 있다. 주거시설은 원룸형(1인용) 4실과 투룸형(2인용) 8실 등 모두 20실이다. 주거공간이 배치된 4~6층에는 해당 층 입주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10㎡ 남짓한 공유공간도 있다. 임대보증금은 4000만 원으로, 3000만 원까지 서울시가 무이자로 대출해준다. 입주자의 부담금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50만 원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이곳에 사는 이철빈 씨(26)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1월 입주했다”며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조건으로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의 새로운 실험, 사회주택 국내 최고 인기 주거지역에 어떻게 이런 주택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비결은 서울시가 청년 주거 빈곤과 서민 주거난 해소를 목적으로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택’에 있다. 사회주택은 서울시가 보유 토지나 빈집, 노후 고시원 등을 임대해 사회적기업 등 비영리단체에 건축비, 리모델링비 등을 지원한 뒤 운영까지 맡기는 임대주택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공사 등이 기획-개발-운영관리를 도맡는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이 소유권과 운영권을 모두 갖는 민영임대주택이 혼합된 성격이다. 소유권을 공공이 갖거나 민간이 갖더라도 공공임대주택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를 한다. 입주자를 무주택자로, 임대료를 시세의 80% 수준으로 제한하는 식이다. 임대기간도 최장 30~40년에 달한다. 김종식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사회주택은 공공과 민간으로 이원화된 임대주택 시장에서 중간 사다리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주택은 2010년대 접어들면서 대도시에서 임대주택용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민간이 보유한 토지나 주택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주도해온 LH가 2010년 이후 부채 부담을 이유로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청년층 주거 빈곤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채준배 사회주택협회 조직국장은 “1980년대부터 사회주택의 초기 모델들이 존재했지만 2010년대 협동조합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주택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사회주택을 주도하고 있다면 국토교통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민간 영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당초 ‘뉴스테이’라는 이름으로 2015년 도입됐지만 지나치게 민간기업의 이익만 보장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8년 이름을 바꾸고, 제도를 보완하는 진통을 겪었다. 결국 현 상황에서 민간영역을 이용한 공공임대주택은 사회주택이 대표 선수인 셈이다. 사회주택은 사업방식에 따라 크게 △토지임대형 △리모델링형 △빈집살리기형 등이 있다. 토지임대형은 서울시가 토지를 확보한 뒤 비영리단체에 개발과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다. 앤스테이블 대치가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가 대주주인 ‘서울사회주택리츠’가 땅을 확보한 뒤 민간업체 ‘앤스페이스’에 개발 및 운영을 맡겼다. 서울 마포구 성산로6길에 위치한 ‘녹색친구들 성산’은 국내 1호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으로, 지상 4층 높이에 원룸-투룸-복층형 주택 11실이 들어서 있다. 임대료는 보증금 5300만~1억 3000만 원에 매월 9만 7000여 원부터 39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이곳에 1년 전 입주한 이준호 씨(30)는 “직전까지 반지하에 살다가 7대 1의 경쟁을 뚫고 이곳에 입주했다”고 감격해했다. 그는 이곳 1층 커뮤니티공간을 빌려 낮에는 자신의 사진관으로 운영하며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일과 삶의 균형)’을 만끽하고 있다. 리모델링형은 지어진 지 15년 이상된 고시원 독서실 등 비주거용 건축물을 비영리단체가 임대한 뒤 주거용에 맞게 내부시설을 고친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때 임대 및 리모델링비용을 서울시 등이 지원한다. 고시촌 밀집지역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셰어어스’가 대표적이다. 44개 쪽방으로 이뤄져있던 고시원을 19개로 줄이고, 공유부엌, 커뮤니티룸, 거실, 발코니, 샤워실 등을 추가로 배치했다. 빈집살리기형은 특별자치시장과 특별자치도지사, 지방자치단체장이 거주나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비영리단체가 임대한 뒤 개보수해 임대주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 마포구를 비롯해 인구 감소와 주거시설 노후화, 빈집 증가 등으로 고민 중인 전북 전주시, 충북 진천시 등에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사회주택사업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LH가 조성하고 있는 3기 신도시 등에 사회주택단지를 조성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인천, 대전, 부산, 경기 평택시 등에서도 사회주택 공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최정민 국토부 민간임대정책과장은 “민간의 영역을 활용한 임대주택은 공공 부문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지역밀착형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며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나 규정 등 제도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사회주택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도입 초기인 만큼 보완할 과제가 적잖다고 입을 모았다.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은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 2.0’이 계획대로 완성돼 장기공공임대주택이 240만 채가량 들어서면 저소득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나머지 임대주택 수요자 800만 가구 중 공공부문에서 주거문제를 책임져줘야 할 계층이 최소 400만 가구 정도로 추산된다”며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는 민간을 활용한 임대주택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주택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규정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최경호 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장은 “관련 개정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국회가 정상화돼 이 법안을 통과시켜 주고, 이를 근거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금 지원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주택 도입 초기인 만큼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주택을 통합해 ‘공적주택’으로 묶고,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하되 LH, SH, 사회주택 운영 민간업체가 서로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스테이블 대치를 운영하는 앤스페이스의 정수현 대표는 “사회주택은 초기에 운영업체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영국 등 해외에서처럼 운영업체에 토지우선개발권 부여 등과 같은 좀 더 과감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회주택 참여 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영세해 부실화 우려가 큰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부동산 개발업체 ‘글로벌아이앤디’의 오정원 사장은 “이미 일부 업체는 부실화 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문적인 지도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 20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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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량 위주 공급은 옛말… ‘맞춤형 임대주택’으로 패러다임 바꾼다

    “5층 집에서 마음 편히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서울 도봉구 방학천을 따라 조성돼 있는 문화예술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문화인마을 3차’. 붉은색 벽돌의 5층짜리 이 건물은 서울시가 맞춤형 주거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임대주택이다. 이곳에서 10일 만난 코미디 퍼포먼스 극단 ‘우카탕카’의 대표이자 배우 황선무 씨(32)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것 같은 반지하방을 이곳저곳 전전하며 10년 정도 살았다”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 출신으로 배우의 꿈을 찾아 스무 살 때 상경한 뒤로 그는 궁핍한 예술가의 삶을 이어가야 했다. 특히 쉴 곳이 문제였다.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가 가까우면서도 임차료가 싸고 생활비가 덜 드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구한 집들은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지기 일쑤였고, 수시로 바퀴벌레가 출몰할 정도로 열악했다. “영화에서처럼 방에서 오줌 싸는 취객을 지켜보는 일도 흔했습니다.” 고진감래라고 2018년 기회가 왔다. 그해 8월 이 임대주택 13가구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고 그는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첫 번째 입주자가 됐다. 현재 집은 5층에 전용면적 48㎡ 넓이로 방과 거실, 욕실을 갖춘 화장실이 있다. 언제든 따뜻한 물이 나오고 바퀴벌레는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임차료도 주변 시세의 30% 이하 수준이다. 무엇보다 같이 사는 입주민들이 예술계 종사자들이라 서로 의지할 수 있다. 그는 “여전히 수입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방예리(방학천문화예술거리)’에서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빌라에 산다는 건 자랑거리”라며 활짝 웃었다.● 아파트부터 도심 빌라까지 다양해진 공공임대주택 공공임대주택이 변신 중이다. 1990년 첫 영구임대주택인 서울 강북구 번동 주공아파트를 시작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장기공공임대아파트는 도입 초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방식에 치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도심의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한 뒤 입주시키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면 민간 사업자가 그에 맞는 임대주택을 짓는 방식(매입 약정테마 주택)까지 도입됐다. 대상 주택은 85㎡ 이하 크기의 다가구부터 다세대, 연립주택, 오피스텔, 원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입주 대상자도 초기에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중심으로 사회취약 계층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신혼부부나 홀몸어르신, 청년창업가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 도봉구 노해로 51길에 위치한 임대주택은 문화인마을3차와 함께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름부터가 ‘만화인마을’인데 도심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한 5층 높이의 신축 빌라이다. 2017년 국내 최초로 만화 분야 종사자들을 위해 조성된 공공임대주택이다. 이곳에 처음부터 입주해 살고 있는 심정민 작가(44)는 애니메이션회사에서 PD생활을 12년 간 하다 뒤늦게 작가로 전업했다. 그도 작업과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저렴한 집을 찾아서 반지하집을 전전하다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주에 성공했다. 그는 “창작자는 외톨이로 지내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지역사회 행사에도 기여할 수 있어 더할 수 없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2018년 ‘양적 공급’에 치중했던 공공주택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뒤 임대주택 다양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관악·노원·마포·용산·영등포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모두 125개 동 2275채의 수요자 맞춤형 주택을 공급했다. 유형도 청년근로자를 위한 원룸주택(강남구)부터 가죽패션 분야 종사자를 위한 ‘가죽창작마을’(강동구), 청년부터 홀몸어르신, 신혼부부 등이 같이 사는 ‘소셜믹스 복합단지’(금천구), 의료 약자용 임대주택 ‘신내의료안심’(중랑구) 등 다채롭다. 국토교통부가 3월 공개한 ‘주거복지 로드맵 2.0’은 이 같은 공공임대주택의 변신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기대된다. 로드맵 2.0에 따르면 2025년까지 △청년 및 독신가구용 맞춤형 주택 35만 채 △고령자 전용 임대주택 9만 채 △신혼부부 맞춤형 주택 40만 채 △다자녀가정 맞춤형 주택 3만 채 등이 신규 공급될 예정이다. 김석기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과장은 “지역전략산업에 종사하는 청년근로자를 위한 ‘지역전략산업지원주택’이나 ‘기숙사형 청년주택’ 등과 같이 일자리와 연계하거나 청년층에 특화한 임대주택 등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을 보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인 가구 급증 등 사회 변화에 적응 이처럼 ‘소품종 대량생산’에 치중했던 공공임대주택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변신하는 이유는 임대주택 재고물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육박하면서 양적 부족 문제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거복지의 핵심적인 기반시설인 장기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임대주택 재고율)은 2018년 기준 7.1%다. OECD 전체의 평균 임대주택 재고율(8%)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3.3%) 일본(3.1%) 독일(2.9%) 등을 크게 웃돈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거복지 로드맵 2.0이 계획대로 시행되면 2025년까지 재고물량은 240만 채에 육박하고 재고율은 10%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임대주택을 단순히 사회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으로 활용하는 수준에서 탈피해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등과 같은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1, 2인 가구의 급증과 ‘부부+자녀’ 가구의 급감도 임대주택 다양화를 촉발시켰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2.7%에서 2017년 28.5%로 20여 년 사이 배 이상으로 커졌다. 현재 추세대로면 1인 가구 비중은 2027년(32.9%)에는 30%대를 넘어서고, 2047년에는 37.3%로 올라설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4인 가족용으로 설계된 아파트를 벗어나 다양한 크기와 유형의 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회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보다는 남성, 특히 중장년 남성이 1인 가구 증가를 선도하고 있다”며 “이에 맞는 임대주택 개발과 주거복지 시스템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관리방안 마련과 품질 제고 위한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임대주택의 변화하는 방향이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주택 다양화에 걸맞은 관리 시스템과 입주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급속도로 양을 늘리면서 발생하는 후속 문제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규모의 임대주택이 다양하게 흩어져 있어 관리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나 개별 주택 단위로 관리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광역 단위로 관리사업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진 연구위원은 또 “대규모 단지형으로 조성된 아파트처럼 시설 노후화에 대비한 ‘노후시설 개선보조금’과 같은 재정적 지원을 마련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공공임대주택 자체의 품질 제고도 필요하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임대주택 면적이 너무 작아 입주민의 생활 불편을 초래하고,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조사관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가구당 평균 주거면적(2017년 말 기준)은 45.9㎡로 일반주택(67.3㎡)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또 영구임대주택(94%)이나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용 임대주택인 행복주택(97%)의 대부분이 40㎡ 미만이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이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국내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면적 40㎡ 미만이 46.7%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보다 작은 아파트에 산다는 인식이 강한 일본의 경우엔 23.7%에 불과하다. 최소 면적 아파트 기준을 50㎡ 미만으로 두고 있는 영국도 26.3%에 머문다. 반면 인기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인 60~85㎡ 미만이 한국은 11.3%로, 일본(60~90㎡ 미만·28.3%) 영국(70~90㎡·31.3%) 등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아파트 단지 설계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영욱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입주민이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고층 위주의 아파트 건설 방식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등 주거복지 선진국처럼 최대 8층 이하의 저층 아파트 단지로 조성하고 입주민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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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코로나19 이후의 도시정책’ 세미나 개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회장 김현수 단국대 교수)는 21일 오후 3시부터 유튜브채널 ‘도시TV’를 통해 ‘COVID-19 이후의 도시정책’을 주제로 하는 정책세미나를 생중계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말에 진행된 ‘도시와 감염병’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정책세미나이다. 코로나19로 국토도시 및 주택토지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과 온라인 강의, 재택근무 등과 같은 비대면활동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도시계획과 주택, 부동산 분야에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새로운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번 세미나에선 이런 상황들에 대한 예측과 대응방안 등이 논의된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Mask Plan: 코로나 이후의 공간정책-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과 이근형 LG CNS 담당(‘기업에서의 Untact 비즈니스 추진 방향’)이 주제발표자로 나선다. 김찬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학술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이 진행되며, 이익진 국토교통부 도시경제과장,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세미나 영상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유튜브채널 ‘도시TV’에도 공개될 예정이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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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만족도 높고 소득재분배 효과… “저소득층 거주” 편견은 문제

    《올해는 국내에서 장기임대아파트가 첫선을 보인 지 만 30년이 되는 해이다. 이후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권마다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춘 임대주택 정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임대주택 재고가 주거복지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 정책이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과 해외 사례 등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봄바람에 벚꽃 잎이 흩날리던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오현로 208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우이천과 왕복 6차로를 사이에 두고 9∼15층 높이의 아파트가 일렬로 늘어서 있어 쉽게 눈에 띄었다. 단지에 들어서니 입주민으로 보이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놀이터엔 마스크를 쓴 어린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서민용 아파트의 모습이다. 이곳은 국내 1호 영구임대주택인 ‘번동 주공아파트’ 3단지다. 모두 5개 단지로 조성된 이 아파트의 2, 3, 5단지는 임대주택이고 1, 4단지는 일반분양 아파트이다. 3단지(전체 규모 1292채)가 1990년 11월 6일 가장 먼저 준공돼 입주민을 맞았다. 당시 입주식은 노태우 대통령과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을 정도로 중요한 행사였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주택이 턱없이 부족해 집값과 전세금이 치솟고 자살자가 생기면서 주택 문제가 정권을 위협하자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주택 200만 채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이때 등장한 게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수도권 신도시이다. 그 가운데에 영구임대주택 건설이 포함됐고 번동 주공아파트 3단지가 그 첫 번째 작품이다.○ 튼튼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 잡은 장기임대주택 3단지는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임대주택 관련 주거복지 정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입주자 선정부터 시설 관리, 입주민을 위한 각종 주거복지 시스템이 선도적으로 적용되고 있어서다. 건설공사도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1989년 3월 30일 착공해 이듬해 10월 25일에 완공됐다. 불과 19개월 만에 끝난 것이다. 대지면적 3만7000여 m²에 사업비로 264억 원이 투입됐다. 6차로 대로변에 위치한 입지를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비용이다. 단지에 들어선 아파트는 40∼56m²(공급면적 기준)에 방 2개, 거실 1개, 화장실 1개의 구조로 돼 있다. 40m² 기준 임대보증금은 403만 원, 월 임대료는 8만230원. 주변 일반 아파트 임대료의 20%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전체 입주자의 35% 정도인 기초생활수급자는 면제다. 다만 관리비와 전기 수도 난방비 등으로 매월 12만 원 정도를 낸다. 입주는 1990년 11월 10일부터 시작됐는데, 당시 입주자 대부분은 강남 개발 본격화로 살 곳을 잃게 된 잠실 서초동 일대 철거민들이었다. 정혜숙 3단지 부녀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서초동 쪽방에서 아들(1명) 딸(3명)과 살다가 우이천 주변에 아파트라곤 이곳밖에 없던 1990년 11월에 맨 처음 입주해 30년째 한곳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정 회장처럼 준공 당시 입주했다가 현재까지 살고 있는 입주자가 전체의 61%에 달한다. 정 회장은 “30년 이상 살다 보니 단지 입주민들이 전부 서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최진안 3단지 관리소장은 “저렴한 입주 비용에다 다양한 주거복지 서비스가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인 결과”라고 풀이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3단지에서 입주민을 위해 진행되는 주거복지 및 문화예술 행사만 1년에 10여 개다. 특히 입주민들의 소일거리를 위해 자원순환형 생태텃밭을 만들고, 텃밭 학교를 운영하면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입주한 지 만 30년이 된 아파트인 만큼 시설 노후화에 따른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최 소장은 “소유권자인 LH가 내부 시설에 대한 대수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정권 따라 달라진 임대주택 정책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이름이 붙은 아파트가 번동 주공아파트가 처음은 아니다. 국내에서 공공임대라는 아파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1년이다. 하지만 이때는 ‘1, 2년 임대 후 분양’하는 방식이어서 제대로 된 임대주택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영구임대주택은 말 그대로 임대용으로만 사용한다. 입주자는 정부에서 생계비를 보조해주는 기초생활수급자나 노약자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이라는 공공임대주택의 정의에 걸맞은 모양새다. 노태우 정부는 영구임대주택의 건설 목표를 25만 채로 설정했지만 15만 채만 짓고 만다. 주변 시세의 30% 이하로 책정하게 돼 있는 낮은 임대료에다 건설비 등이 장기간 묶이면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 이전 박정희 전두환 정부 때에는 절대적인 주택 공급 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였다. 당연히 일반주택 공급에 매달렸고, 임대주택 공급은 뒷전이었다. 노태우 정부의 뒤를 이어 들어선 김영삼 정부는 단기간에 주택 200만 채 건설을 추진하면서 자재난 인력난 등이 발생하자 임대주택 공급 목표를 10만 채로 줄인다. 또 공공의 역할을 축소하고 민간 주도의 중·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 건설에 무게를 둔다. 김대중 정부는 시중 가격의 60∼70% 수준에서 임대료를 결정하고 임대 기간이 30년인 국민임대주택을 도입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정책을 승계하여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도시 외곽 지역에 대규모 국민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두 정권이 합쳐 제시한 국민임대주택의 공급 목표는 무려 100만 채나 됐지만 실제 공급은 절반 정도인 54만여 채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150만 채 건설 계획을 추진하여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재개했다. 계층 간 주거 분리 및 임대주택단지 슬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혼합’도 추진했다. 하지만 실제 공급은 목표의 3분의 1 수준인 53만 채에 머문다.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를 앞세운 임대 정책을 펼친 박근혜 정부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지만 59만8000채의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목표(55만 채)를 넘긴 최초 정부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만료(2022년) 시점을 넘어선 2025년까지 장기공공임대주택 100만 채를 공급하고, 임대주택 재고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거복지 로드맵 2.0’을 지난달 발표했다. 김석기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과장은 “계획대로 되면 장기공공임대 재고 물량은 2025년에 240만 채가량 확보되고, 재고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 성과 있지만 공급 확대 치중은 문제 이처럼 역대 정권은 온도차가 있지만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임대주택의 양적 확대에 공을 들였다. ‘다용도 카드’이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인 데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효과적이다. 집값 상승기엔 집값 안정화의 수단, 경기 침체기엔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성과도 적잖다. 특히 영구임대주택이 첫선을 보인 지 약 30년 만에 OECD 평균을 웃도는 임대주택 재고 물량을 확보하는 등 양적인 면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냈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고 물량이 늘면서 주거복지 문제도 일부 극빈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보편적 복지로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임대주택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다. 무엇보다 입주자들의 주거 만족도가 높다. 서울시가 2018년 11월 서울시내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10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자가 5개 조사 항목에서 모두 92%를 넘었다. 특히 영구임대주택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는데, 전체 항목에서 만족한다는 반응이 모두 97% 이상이었다. 응답자들은 만족스러운 이유로 ‘안정적으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기 때문’(60.0%)이라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양호한 주거 환경’(49.3%)이나 ‘높은 전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32.7%) 등이 뒤를 이었다. 소득 재분배 효과도 있었다. LH 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인해 절감된 연간 임대료는 3조4657억 원으로 추정됐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장기공공임대주택 거주자 90만5366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연간 31만9000원 정도 가처분소득이 늘어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가구에서 소득이 중위소득의 50%를 밑도는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인 빈곤율도 크게 개선됐다. 2018년 기준으로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받기 전과 받은 후를 비교한 결과 빈곤율이 11.8%포인트 줄어들면서 전체 가구의 0.5%에 해당하는 10만6000가구가 빈곤층에서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가 적잖다. 우선 양적 확대에 치중하면서 공공임대주택이 열등재로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주택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고착된 것은 문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등교 거부 등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고, 공공연한 공공임대아파트 건설 반대로 공급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적잖다. 대량 공급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이 대부분 도심 외곽의 공공택지 등에 지어지면서 일자리에 가까운 도심 내 공공임대주택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정부와 LH가 공공임대 공급에 관한 권한을 좀 더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줌으로써 현장 맞춤형 대책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의 임대주택 정책을 계승하기보다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다양한 주택 유형별로 입주 자격, 신청 절차, 임대 조건 등이 복잡해져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물량 공급에 제한된 주거복지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공공임대주택 수혜자와 비수혜자 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근용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거비 보조 제도인 ‘주택바우처’의 예산 확대 등 보다 많은 대상에 주거복지 서비스가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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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맙습니다”… 감사편지 쓰며 기르는 ‘올바른 인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이 인공지능(AI)을 이길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인성’이다. AI가 판단하기 어려운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나 인간에 대한 사려 깊은 이해 등을 위해선 좋은 인성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아동·청소년 후원 전문 비정부기구(NGO)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청소년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감사편지쓰기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공모전은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 등 주변의 가까운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글을 받아 심사를 통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번째를 맞는다. 올해 모집 기간은 4월 13일부터 7월 17일까지다. 이 기간에 감사편지글을 작성해 공모전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면 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1811-0343)로 문의하면 된다. 공모전은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해가 갈수록 참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2016년 1회 대회 때 응모작은 3만여 통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열린 2회에선 6만 통으로 배가 늘었다. 이어 3회 때엔 11만여 통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열린 4회에선 무려 15만여 통이 응모했다. 응모작의 내용은 다양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는 내용부터 부모님 대신 돌봐 주신 조부모님, 어려운 형편과 좌절 속에서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주신 선생님과 친구 등 삶의 등불이 돼준 이들에게 전하는 고마움까지 골고루 담겨 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수상작에 대한 다채로운 시상은 공모전의 의미를 더한다. 지난해의 경우 27개 부문에서 총 1억3000여만 원의 장학금 등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개인상뿐만 아니라 단체상도 주어진다. 지난해의 경우 개인상으로 교육부장관상 6명, 보건복지부장관상 4명, 여성가족부장관상 1명, 교육감상 67명,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상 10명이 각각 선정됐다. 단체상도 57개 학교가 수상했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풍요로운 시대 속에 있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은 각박해져 가고 있다”며 “작지만 큰 울림을 주는 감사편지쓰기를 통해 감사와 배려, 상호존중의 마음을 키워갈 수 있다”고 공모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어 “바른 인성 키우기를 위해서 감사편지쓰기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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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라! 대구경북” 지역사회도 코로나 극복 한 마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각계의 성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태 초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한 따뜻한 손길들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대학생들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명지대로, 학생, 교직원 등이 자발적 모금을 통해 1182만 원을 최근 굿네이버스 대구경북본부에 기부했다. 이 학교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활용해 성금을 모은 뒤 기부처와 기부방법을 투표로 선정했다. 행사를 주도했던 한 관계자는 “1000만 원이 넘는 큰돈이 모여 놀라웠다”며 “일면식도 없는 수많은 학우들께서 주최 측을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대구·경북 지역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긴급구호 물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이 밖에 한양대, 한동대, 가톨릭관동대 의과대학 등이 성금을 모아 굿네이버스에 전달했고, 대구대, 대구카톨릭대, 계명대, 영남대 등 대구에 있는 대학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금을 모금하는 등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일반인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굿네이버스를 통해 아이들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을 하던 대구지역 한의사 A 씨는 굿네이버스의 코로나19 긴급구호 활동에 이용해달라며 성금과 간식 쿠폰을 기부했다. 굿네이버스 더네이버스클럽의 박상규 회원은 긴급구호 물품 전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무상으로 창고를 빌려주고 지게차를 제공했다. 굿네이버스 더네이버스클럽은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후원자들로 구성된 특별회원모임이다. 대구에 위치한 무진빌딩의 건물주도 대구지역으로 보내진 구호 물품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 전문업체 ㈜잇마플 맛있저염도 프로골퍼 박민정 코치와 함께 저염 도시락 500개를 시설보호아동을 위해 기부했다. 류현희 굿네이버스 대구경북본부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부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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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공사, 주거서비스소사이어티와 주택건설기능인 양성 등 MOU 체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한국주거서비스소사이어티(상임대표 하성규)는 주택건설기능인 양성과 주거서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7일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두 기관은 지역에서 주거서비스코디네이터 발굴과 육성을 위해 공동 노력하는 한편 새로운 주거서비스 개발과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협력하게 된다. 두 기관은 또 ‘(가칭)주거서비스 생활포럼’ 구성 및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주거서비스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이번 협약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거서비스코디네이터 전문 인재양성 사업에 필요한 개방형 주거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두 기관의 긴밀하고 효율적인 업무협력 체계와 시스템 마련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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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기관 1시장, 내년 전국 10개 혁신도시 公기관-대기업과도 연결”

    “지역 공공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찾아주니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달 초 창업진흥원의 ‘1기관 1시장 찾기’ 현장에서 만난 대전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무래도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달 초 창업진흥원은 ‘1기관 1시장 찾기’ 협약을 체결한 대전 중앙시장을 찾아 겨울철 화재예방 전단을 배포하고 온누리상품권과 제로페이를 활용해 물품을 구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사장 조봉환)이 올해 8월부터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한 ‘1기관 1시장 찾기’ 캠페인이 공공기관과 전통시장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캠페인은 전통시장의 다양하고 생생한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다. 전통시장 장보기나 음식점 소개 등과 같은 기존 행사 방식에다 각 기관의 아이디어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자는 의도도 담았다. 1차 대상은 대전지역의 전통시장으로 결정됐고, 창업진흥원을 비롯해 한국철도공사 한국조폐공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한전원자력연료 등 대전에 위치한 공공기관들이 참여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11월 대전 대덕구의 중리전통시장과 ‘1기관 1시장’ 자매결연 협약을 체결하고 겨울철 화재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점검에선 대덕소방서의 협조로 소방차 진입로 확보 훈련도 실시했다. 또 대전 대덕 의용소방대 대원들과 함께 점포 내 소화기 비치와 비상대피로 안내 스티커 부착 등을 진행했다. 김경진 중리전통시장 상인회장은 “1기관 1시장 찾기 캠페인은 단순 물품 구매를 넘어 시장 현안을 공공기관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소통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캠페인이 안전한 유통환경 조성이나 원산지 및 가격표시 이행 등과 같은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기관 1시장 찾기 캠페인은 개별 공공기관과 지역 전통시장의 일대일 연결을 통해 함께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그 결과를 고객들에게 적극 알리려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조폐공사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대전지역 공공기관은 1기관 1시장 협약 체결을 통해 화재예방 활동, 소화기 기부, 환경미화, 장보기 및 물품 기부 등을 일곱 차례 진행했다. 앞으로도 공단은 해당 캠페인을 더욱 확대해 공공기관과 전통시장의 상생,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대기업 등과도 캠페인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전국 1450개 전통시장은 가격표시제 도입 등 유통환경 개선을 통해 고객 신뢰 회복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1기관 1시장 찾기 캠페인이 더해지면 전통시장의 인지도를 높이고 활기를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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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만원 자산이 100조로… 서민들 금융 동반자 ‘신협 59년’

    1960년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 금융협동조합으로 태동한 신협이 10월 말 기준으로 총자산 100조 원을 넘어서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후 폐허 더미에서 출발한 한국 신협이 개발도상국에서는 정부 주도형 협동조합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깬 쾌거여서 세계 금융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0만 원에서 출발해 100조 원으로 성장 사회적 경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기 50여 년 전인 1960년 신협은 민간주도형 협동조합으로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당시 우리 국민 대다수는 ‘보릿고개’로 상징되는 만성적인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한 데다, 높기만 한 은행 문턱에 높은 이자를 받는 사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곳곳에서 경제·사회적인 어려움을 소비자 스스로가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된 신협 운동은 자연스럽게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신협의 발원지는 부산이다. 1960년 5월 1일 부산에서 27명이 3400환(현재 화폐 가치로 약 10만 원)을 모아 국내 최초의 신협인 ‘성가신협’을 세웠다. 이후 전국 방방곡곡에서 서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많은 신협들이 설립되었다. 2019년 11월 현재 신협은 884개의 조합과 1655개의 영업점, 자산 100조 원, 이용자 1300만 명을 보유한 민간 금융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해외 원조 받는 기관에서 주는 기관으로 국내 신협은 초기 해외 원조기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이후 이를 발판 삼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1987년부터는 해외 신협 운동을 지원할 수준으로 올라섰다. 현재 한국 신협의 자산 규모는 아시아 신협 중에선 1위, 전 세계 117개 신협 가입 국가 중에선 4위로 커졌다. 지난해 새로 취임한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 세계신협협의회(WOCCU) 이사로 선출돼 한국 신협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다양한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 신협 지도자 양성을 위한 초청연수를 33년째 진행 중이다. 특히 2017년부터는 중견 리더 양성을 위한 국제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아시아신협연합회 소속 정회원국들에 국제순회자문역을 파견해 한국 신협의 발전 경험과 우수 사례 등을 알려주는 자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신협 사회 공헌재단을 통해 아시아신협연합회에 10만 달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해외 원조사업도 벌이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에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조직은 신협이 유일하다.○ 서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신협은 김 회장 취임 이후 고령화, 저출산, 고용 위기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저성장 경제 시대에서 취약 계층을 위해 ‘신협 815 해방대출’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금융 취약계층 1만7000여 명을 고리사채에서 구제했다. 전국 10개 지역본부에 ‘신협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설치해 신협 1영업점당 10개 소상공인과 결연해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토록 하고 있다. 이 밖에 ‘취약계층과 서민을 위한 포용금융’을 목표로 노인 및 유아 등 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한 ‘어부바 위치알리미 기기 무료보급사업’을 추진하거나 ‘어부바효예탁금’ 같은 상품을 선보였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서민과 지역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평생 어부바’ 신협으로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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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UG, 개도국에 ‘한국형 주택금융제도’ 전파 나선다

    국내 유일의 주택 보증 전담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계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주택 건설을 위한 한국형 금융제도를 전파함으로써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도시 또는 주택 건설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HUG는 최근 주택과 도시재생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글로벌 연구역량을 강화할 목적으로 국제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우선 타깃지역은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개발도상국이다. 베트남은 선분양 제도를 운영하면서 시행사 도산으로 장기간 사업장이 방치되는 사례가 빈발하며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던 중이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 파산 등으로 선분양의 문제점이 대두되며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도 한국의 주택보증 제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HUG는 그동안 발전시켜온 주택금융제도를 이들 국가에 전파하며 새로운 가치 창출 기회도 엿보고 있다. HUG는 한국형 도시재생 금융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의 유수 기관들과 활발한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2015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우드로윌슨센터(WWC)’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올해 1월에는 유럽 도시재생과 관련된 금융프로그램을 관할하며 50년 이상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투자은행(EIB)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1월에는 미국의 도시연구소(Urban Institute)와 주택 정책·금융 분야 상호 교류 및 협력을 위한 MOU도 맺었다. 이재광 사장은 “앞으로도 해외 기관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선진적인 우수 개발사례와 금융기법을 학습하고, 시스템을 단순히 도입하기보다는 국내 도시재생 사업의 실정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한국형 도시재생 뉴딜 금융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HUG는 1993년 주택사업공제조합으로 최초 설립된 뒤 1999년 6월 대한주택보증㈜으로 전환됐다가 2015년 주택도시기금의 관리·운용업무를 맡으면서 그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됐다. 이후 국내 건설업체들의 주택분양 보증업무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 올해 9월 말 기준(누적) 약 1454만 채, 1456조 원어치의 보증업무를 수행하면서 분양계약자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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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째 장터 연 카드사 “할인은 기본, 상생은 덤”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브랜드가 전달하는 일방적인 광고 메시지에 지친 소비자들의 마음을 뺏기 위해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체험 마케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험을 통해 브랜드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소비자들이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게 함으로써 기존의 광고 메시지보다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는 달리기 행사인 ‘위 런(We Run)’을 세계적으로 진행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가 브랜드인 ‘샤넬’은 새로운 화장품을 선보일 때마다 각국의 주요 도시에 오락실 개념을 도입한 팝업 스토어를 연다. 국내에서는 삼성카드의 ‘홀가분 마켓’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부터 ‘벼룩시장’이라는 형식으로 시작한 홀가분 마켓은 올해까지 6년 동안 약 41만 명의 소비자가 참여했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한 2019년 서비스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오프라인 행사로는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삼성카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행사를 구성한 데 있다. 행사를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방문객은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물건을 사고, 다양한 공연과 부대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삼성카드가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예컨대 모든 행사 방문자가 물건을 구매할 수 있지만, 삼성카드로 구매를 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상생’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홀가분 마켓은 소상공인 제품만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는 즐거운 경험을, 소상공인들에게는 상품·서비스 홍보 및 사업 기반 마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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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주택포럼, ‘컴팩트시티와 도시재생’ 주제로 정기세미나 개최

    건설주택 전문가 단체인 사단법인 건설주택포럼은 26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정기세미나를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정기세미나에서는 ‘컴팩트시티와 도시재생’이란 주제를 가지고 임희지 서울연구원 박사가 ‘서울 신역세권 구상-교통의 요지를 지역생활 중심으로’, 박종현 모리빌딩 한국지사 박사가 ‘일본 민간 디벨로퍼의 도시재생 전략’을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또 관련 전문가와 10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임 박사는 주제발표에서 “역세권은 교통의 요지이며 시민의 이용 시설이 가장 많은 곳으로 서울시 전역에 위치한 가장 중요한 공간자원이지만 비효율적 운영 형태가 다수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 및 구체적 실현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박 박사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구감소, 개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테크놀로지 발전, 글로벌화 등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국내 도시재생의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법으로 유사한 조건을 경험하고 최근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일본 대표 민간 디벨로퍼 4개사의 도시재생 전략과 사례를 제시했다. 건설주택포럼은 국내 주택건설과 관련된 전문가 250여 명이 참여한 단체로 1996년 설립돼 23여 년간 정기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정책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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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 1650명 학교에 장애학생 150명… ‘중증’도 25명이나

    고소한 기름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요리 수업이 진행 중인 강의실이었다. 20명 남짓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며 채소를 볶거나 칼질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다만 남학생 한 명이 홀로 싱크대 앞에 서서 열심히 그릇을 닦고 있었다. 자폐증을 가진 학생이었다. 보조교사 제틴더 해슬 씨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를 지켜보며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돕고 있었다. 캐나다는 ‘장애인의 천국’으로 불린다. 이곳의 통합교육 현장을 보기 위해 지난달 16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리시의 ‘에콜 파노라마 리지 세컨더리’ 학교를 찾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중고교 과정을 배우는 곳이다. ○ 요리부터 수학까지 장애아-비장애아 함께 공부 농구 코트가 있는 소형 체육관 앞에서 만난 보조교사 엘레나 워스먼 씨는 두 명의 장애 학생을 도와준다. 두 학생이 받는 사회영어, 과학, 수학, 체육 수업 등에 동행한다는 그는 “뇌전증(간질) 등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어서 수업 도중 의료적인 도움을 줄 때도 있다. 그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이 밖에 목공예, 재봉틀 교실 등 비장애 학생이 받는 대부분의 수업에 장애 학생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따르면 현재 이곳의 등록 학생 1650명 중 장애인은 150명, 보조교사를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은 25명이다. 장애 학생들만을 위한 별도의 수업도 있다. 이해하고 습득하는 데 비장애 학생들과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수업들이다. 필요에 따라 장애 학생들을 위한 지원팀도 꾸려진다. 이 학교 교감 크리스틴 파와르 씨는 “장애 학생을 위해 정교사와 보조교사, 리소스티처(신체 또는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의 읽기 및 쓰기 기술을 개발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 전문 교육자), 장애치료 전문가, 장애 학생 부모 등으로 팀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주 정부가 지원한다. 에콜 파노라마 리지 세컨더리의 교육 과정은 서리시 교육청의 지침에 따른다. 서리시는 밴쿠버시 등이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인구와 학생 수가 가장 많고, 선진적인 교육 정책을 펼쳐 캐나다에서 주목받는 곳이다. 캐나다의 교육 정책은 주 정부가 기본 방침을 세우고, 시 단위의 교육청에서 정한다. 서리시 교육청은 ‘계획에 따른 맞춤형 교육(Learning by Design)’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장애인 교육과 관련해서도 이를 목표로 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 진행된다. 장애 유형을 10개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교사와 전문가, 치료사 등을 확보해 두는 식이다. 하지만 절대 원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다. 서리시 교육청에 따르면 서리 시내 초등학교에서는 중증장애인을 빼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 일반 학교에서 공동으로 수업을 받는다. 관내 100개에 달하는 초등학교(공립 기준) 가운데 3곳만 중증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로 운영된다. 일반 학교에서는 철저하게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이 공동으로 수업을 받는 통합교육이 시행된다. 다만 한 학급에 장애인 학생은 2명 이내로 제한한다. 서리시 교육청의 미셸 슈미트 디렉터는 “교사 노조의 요구에 따른 조치”라며 “장애 학생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통합교육 통해 ‘장애인 천국’ 실현 특수학교에서 교육받는 학생은 24명에 불과하다. 2개 학교는 6명씩, 나머지 1곳은 12명을 수용하고 있다. 특수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중증으로 자해 또는 타인에 대한 공격적 성향이 강해 공동생활에 따른 위험이 크다고 분류된 학생들이다. 이들 학교 중 일부에선 학생 수(6명)보다 교사 수(7명)가 더 많다. 학생 1명당 교사 1명이 전담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전체 수업을 총괄하는 교사가 별도로 1명이 더 있다. 중고교 과정은 조금 다르다. 중증장애인 전용 특수학교(3개)를 포함해 21개의 세컨더리 스쿨이 있는데, 장애인만을 위한 특수학급이 별도로 있다. 초등학교 이하에선 차별 없이 공존하는 삶을 배우고, 중고교부터는 졸업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 등을 익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고교 과정을 끝낸 장애인 학생은 능력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거나 지역이나 대학 등에 위치한 지원센터 등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 캐나다를 ‘장애인의 천국’으로 부르는 이유는 이처럼 잘 짜인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들로부터 차별받거나 주눅 드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데에 있다. 또 비장애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장애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장애인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들을 배려하는 생활자세가 몸에 배게 만든다. 주밴쿠버 한국총영사관의 정병원 총영사는 “캐나다는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어 화합이 최우선시되는 곳”이라며 “장애인과 소수 약자 등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서리·밴쿠버=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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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 자녀 교육 때문에 캐나다로”… 교포 학부모 모임 ‘히어앤드나우’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동일한 수업을 받는 통합교육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학생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교육 방식입니다.” 지난달 16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리시에서 만난 장애인 자녀를 둔 한인 부모 모임인 ‘히어앤드나우(HERE&NOW)’ 관계자들은 “통합교육을 통해 비장애인 학생은 장애인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보다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히어앤드나우’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2008년 세워진 단체다. 주 정부로부터 장애인 지원기관으로 인증을 받고, 정부 업무를 위탁받고 있다. ‘히어앤드나우’의 이사진 대부분은 장애인 자녀의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캐나다로 왔다. 정민선 이사는 자폐증을 가진 아들이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로 진학할 때 고민을 거듭하다 1997년 이민을 결정했다. “당시에는 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급이나 별도의 보조교사가 배치되지 않았고, 학부모가 교실 주변에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교육 과정을 이어가면서 아이도 학부모도 지쳐가는 모습을 보고 들으면서 이민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히어앤드나우’의 운영 책임자인 이보상 대표도 자폐증을 가진 아들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2007년 캐나다를 찾았다. “한국에서도 통합교육을 하는 사립초등학교를 다녔지만 캐나다에서 2년 정도 학교생활을 경험한 아들의 선택은 캐나다였습니다.”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그림 그리기 재능을 인정받은 그의 아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애니메이션 분야에 취직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누구나 ‘어떻게 하면 우리가 죽고 나서도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이들은 “이에 대한 답을 찾고 만들어 나가기 위해 ‘히어앤드나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여전히 장애인 자녀의 상황을 숨기는 부모가 적잖다”며 “자녀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장애인의 교육 권리 등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서리=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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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주택협회 ‘공동주택 하자분쟁 해결방안 모색’ 세미나 개최

    한국주택협회(회장 김대철)와 법무법인 화인(대표변호사 정홍식)은 11월 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국내 주요 건설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동주택 하자분쟁 해결방안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용검사 전 하자에 대한 대응방안과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에 대한 개정 법령체계를 살펴보고 그 시사점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자리라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건설주택포럼 이형주 회장, 장태일 건국대대학원 겸임교수, 신완철 단국대대학원 겸임교수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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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수요 풍부… 종로지역 오피스텔 인기 상한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나 전월세 신고제 같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고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서울 종로구 지역에서 분양되고 있는 오피스텔은 고소득 임대수요가 밀집된 곳인 데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주목할 만하다. 종로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두꺼운 고소득 임대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주요 대기업 본사들이 밀집해 있고 인근에 고려대, 한양대, 덕성여대, 성신여대 등 대학교와 서울대병원이 있다. 두꺼운 임대수요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 시내 25개구의 월평균 급여소득을 분석한 결과 중구가 407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종로구가 403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강남구(375만 원) 서초구(379만 원) 송파구(323만 원)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크게 웃돈다. 임대 수요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교통망도 매우 좋다. 특히 ㈜한라가 분양하는 ‘종로 한라비발디 운종가’(조감도)의 경우 서울 지하철 1, 2호선 및 우이신설선 신설동역과 1, 6호선이 지나는 동묘앞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29개 노선버스가 인근을 지나 서울 전역으로 출퇴근 및 통학하기가 편리하다. 단지 인근에는 이마트와 롯데시네마, CGV, 동대문쇼핑타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국립의료원 등이 가까워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도심 오피스텔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대부분 직주근접이 가능한 지하철 역세권에 있다”며 “문화나 여가생활에도 편리해 고소득 전문직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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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빌딩에 스마트 농장… 새싹삼 1년간 18모작 일궈

    서울 관악구 봉천로 홍성빌딩. 주택가 왕복 8차로 대로변에 위치한 흔히 볼 수 있는 사무용 빌딩이다. 하지만 이곳 지하 1층에는 다른 데서 보기 어려운 시설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 철제문을 열면 100m² 남짓한 사무실 공간이 나오는데 그 절반 정도를 투명한 유리벽이 막고 있다. 벽 안쪽으로는 구내식당 식판을 올려놓은 듯한 트레이카트(수직 재배단) 7개가 자줏빛 조명을 받으며 나란히 서 있다. 새싹삼을 키우는 설비다. 유리문을 열고 트레이카트가 있는 곳으로 들어서자 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실내 온도 21도, 습도 94%라는 숫자가 선명한 온습도계와 태양광과 같은 파장을 뿜어내는 자줏빛 발광다이오드(LED)등을 빼면 특별한 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비밀은 식판처럼 트레이카트에 얹힌 스티로폼의 밑에 있었다. 새싹삼이 빼곡하게 올려져 있는 스티로폼을 들추자 30분마다 20초가량 물을 분사하는 미니 스프링클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 여가활동에 머문 도시농업의 틀을 깨다 이곳은 ‘해피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스마트팜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봉천역 5번 출구 앞 복개천도로 한복판, 사무용 빌딩의 지하에 이런 시설을 설치한 이유가 궁금했다. 최정원 대표는 “2015년 수도농업사관직업전문학교(서울 용산구)를 세우고 학장으로 일하면서 자투리땅이나 옥상 등을 활용하며 여가활동 수준에 머무는 ‘도시농업’의 한계를 깨뜨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작물을 제대로 키운다면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2014년 한국스마트농업생산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지식도 자신감을 갖는 데 한몫했다. 제대로 된 스마트팜을 만들기 위해 시스템 기술자와 식물 종자 연구자, 농생명과학대 교수 등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작물은 당시 나빠진 건강을 치료하기 위해 약초에 관심을 갖다가 알게 된 새싹삼으로 정했다. 6개월 동안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최적의 온도, 습도, 물 분사량, 물 분사 주기 등을 찾아냈다. 2016년 5월 말 그는 교직원 등 다섯 사람과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스마트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1, 2년 된 묘삼을 들여와 20일 정도 재배한 뒤 판매한다. 1년 365일 자연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18번 재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산에서 키우면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하루 12시간 동안 24번 분사한 물이 묘삼에 묻은 농약 등을 깨끗이 씻어내기 때문에 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도 통째로 먹을 수 있다. 삼 한 뿌리에 들어있는 사포닌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새싹삼은 인삼의 주요 약리성분인 사포닌이 뿌리보다 잎에 8, 9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스마트팜으로 사회적 경제 가치를 실현하다 해피팜협동조합은 새싹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아주대병원과 공동으로 새싹삼 잎 추출물을 이용해 ‘케이움’(‘K’orea+‘움’트다)이라는 브랜드의 화장품을 개발해 최근 시판했다. 이에 따라 1000만 원이던 월 매출도 2000만∼3000만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인삼의 항암 기능을 활용한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스마트팜에서 재배할 품종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공간도 확장하기 위해 후보지를 물색 중이다. 이와 함께 최 대표가 공을 들이는 분야는 사회적 경제 가치 창출이다. 이를 위해 해피팜협동조합의 운영 모델을 이용해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50시간 정도의 스마트팜 교육부터 창업컨설팅, 한 달 정도의 인턴실습 등을 실비 수준의 비용으로 해준다. 창업을 원하는 경우에는 희망자의 경력 등을 고려해 도시농업형, 카페형, 귀농귀촌형 같은 맞춤형 사업계획도 짜준다. 최 대표는 “퇴직자들이 많이 창업하는 치킨집의 경우 평균 1억5000만∼2억 원을 창업비용으로 쓰고, 월 200만∼3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현재 운영하는 스마트팜도 이런 정도의 투자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3D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농업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위해 청소년들에게 체험실습장으로 스마트팜도 공개한다. 젊은이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고, 종자 연구나 생명공학 분야에 많이 진출하길 바라는 뜻에서다. 최 대표는 “(해피팜협동조합의 스마트팜은) 실내 공간만 있으면 가뭄이나 비, 태풍 등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365일 연중무휴로 높은 신선도의 고품질 작물 생산이 가능하며, 여기서 생산된 작물은 인근 지역에 판매되는 로컬 푸드여서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도시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였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기후변화에 맞서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기고/남재작] ▼1951년 이후 10월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한 해는 불과 다섯 번이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세 개가 왔다. 또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20세기 초와 비교하면 1.4도나 상승했다. 기후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뜻이다. 우리가 알던 계절의 순환과 자연의 질서가 무너진 지는 오래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가뭄과 폭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10월의 태풍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때가 올 것이다. 기후는 더 변덕스러워지고 농사짓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경북 상주시, 전북 김제시 등 4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추진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다수 접목될 예정이다. 스마트 농업기술로 무장한 청년농업인의 육성도 함께 진행돼 농촌 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술이 없어서 이런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시장을 창출할 만한 규모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을 통해 시설농업이 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제시한 셈이다. 이제 연구소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때다. 시설원예에서 시작된 스마트팜은 축산과 밭농업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그동안 과학영농을 통해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만들며 사계절 내내 안전한 농산물을 국민에게 공급했다면, 이제는 스마트농업을 통해 기후변화를 이겨낼 농업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후변화에도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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