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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콘’만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디오 파일로 유통되는 시사 토크쇼 ‘나는 꼼수다(나꼼수)’이다. ‘딴지일보’의 김어준 씨가 ‘이명박 대통령 헌정 방송’이라는 수식어를 내걸고 올해 4월 말 시작한 인터넷 방송인데 매주 금요일 새 파일이 올라오면 온라인은 나꼼수 방송 내용으로 도배가 된다. 일주일간 조회수가 170만 회로 아이튠스 팟캐스팅 1위라는 기록도 있다. 서버 관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 말 여는 1400석 규모의 나꼼수 토크 콘서트는 표를 팔기 시작한 지 20분 만에 매진됐다. 나꼼수의 활자 버전인 김 씨의 책 ‘닥치고 정치’는 출간 10일 만에 베스트셀러 순위 2위에 올랐다. ‘꼼풍’을 일으키고 있는 나꼼수는 디지털 언론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법적으로 공정할 의무가 없는 데다 정부에 등록된 인터넷 언론만 2900개가 넘는 현실에서 돈 안 들이고 살아남는 전략은 선정성과 편향성이다. 나꼼수는 대놓고 편파적이다. 1회 ‘BBK 총정리’부터 23회 ‘홍준표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까지 대부분이 여권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17회 ‘곽노현 10·26사건’에 대해서는 진보 진영에서도 “심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검증한 뒤 보도하는 전통 언론과 달리 디지털 언론은 일단 터뜨린 뒤 검증을 받는다. 소문이나 억측 같은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하는 뉴스의 원재료들이 바로 상품이 된다. 나꼼수에도 솔깃한 음모론들이 등장한다. ‘서태지-이지아의 이혼소송 기사가 터진 건 BBK 관련 기사를 덮기 위한 초대형 떡밥’이었고, ‘4대강 건설에서 수심 6m 판다고 정부 돈을 받은 뒤 5m만 파면 2조 원이 남는데 그 돈을 각하가 가져갔을 수 있다’는 식이다. 온갖 음모론을 사실인 양 얘기한 뒤 “터무니없는 소설이다. 각하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꼼수가 공론장의 부활이라 하지만 열린 뒷담화장이자 악성 댓글의 종합상자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언론 선진국 미국에서도 풍부한 매체가 사회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외 언론학과 필수 교재인 ‘저널리즘의 기본요소’의 저자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신간 ‘텍스트읽기 혁명’에서 1979년 미국에서 발생한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월터 리프먼의 ‘신문은 민주주의의 성경’이라는 구절을 가슴에 새긴 당시 언론은 대형사고 보도 때 써서는 안 되는 형용사를 골라내는 신중함으로 사람들이 사고 발생 나흘 만에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만약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이 사고가 터졌다면 걸러지지 않은 억측과 주장들이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사고보다 더한 혼란을 야기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은 천안함 사건과 동일본 대지진 때 이미 겪었던 시나리오다. 나꼼수가 성공했으니 비슷한 프로가 수도 없이 생겨날 것이다. 자매프로 ‘나는 꼽사리다’는 곧 방송을 한다는 소식이다. 보수 진영에서도 ‘박원순 후보의 부친은 정신대 모집책이었다’는 미확인 설을 풍자에 은근슬쩍 사실처럼 끼워 넣는 프로가 나올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언론을 향유하게 된 사람들은 검증의 책임도 져야 한다. 스스로 깨어 있지 않으면 미디어는 풍요로우나 민주주의는 가난한(rich media, poor democracy) 시대를 살아야 한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국민문화재단은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국민일보 조용기 회장(여의도 순복음교회 원로목사)과 조민제 대표이사 사장을 재신임했다고 9일 밝혔다. 재단은 또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박 신임 이사장은 충남 보령 출생으로 한국신학대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신학석사)을 졸업했으며 현재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과 대한기독교서회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방송인 겸 사업가인 주병진 씨(52·사진)가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진행을 맡아 방송에 복귀한다. 1999년 SBS TV ‘주병진의 데이트라인’에서 떠난 지 12년 만이다.MBC 라디오본부는 27일 “‘두시의 데이트’ 청취율이 낮아 DJ를 주병진 씨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이 프로를 진행하고 있는 윤도현 씨(39)는 다음 달 2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두시의 데이트’에서 하차한다. 주 씨는 다음 달 말 라디오 가을 개편에 맞춰 진행을 하게 되며 그동안은 임시 DJ가 진행을 맡는다.주 씨는 올 7월 강호동 씨가 진행하는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방송에 복귀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 씨의 잠정 은퇴로 ‘무릎팍 도사’가 종영하면 후속 토크쇼의 진행을 맡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윤 씨의 소속사 다음기획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두시의 데이트’를 킬러 콘텐츠로 만들지 못한 데 대해 진행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DJ 윤도현에 대한 그 어떠한 배려도 없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속사는 윤 씨의 하차가 정치적 외압 때문은 아니라고 덧붙였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 5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MBC는 2008년 4월 29일 방송된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제작한 조능희 김보슬 PD에게 정직 3개월, 송일준 이춘근 PD에게 감봉 6개월, 방송 당시 시사교양국장이던 정호식 외주제작국장에게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해당 프로그램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MBC는 2일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후 5일 사고(社告)와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MBC 노조 이용마 홍보국장은 “전례가 없는 징계 조치로 납득할 수 없다. 청와대와 여권의 압력을 받은 결과로 본다”며 “징계 무효 소송을 내는 한편 사과 방송을 내보낸 뉴스데스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이사장 문창극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 대기자)은 2012∼2013학년도 해외연수 언론인으로 김종석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차장, 이지혜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기자, 신현준 YTN 미디어전략실 미래전략팀 차장을 선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이사장 문창극)은 31일 김진배 전 동아일보 기획부장(김진배의 헌법 이야기)과 신석호 채널A 정치부 기자(‘분단저널리즘’ 뛰어넘기) 등 12명을 2011년도 하반기 언론인 저술·번역 출판 지원 대상자로 선정해 발표했다. 괄호 안은 저술 주제. △이범준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최원석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열정의 이동) △김광기 중앙일보 경제부문 머니&팀장(연기금자본주의와 한국 기업의 미래-한국형 기업지배구조를 찾아서) △노재현 중앙일보 논설위원(한국인이 알아야 할 일본인 100명) △길윤형 한겨레 노동조합 미디어국장(조선인 2600만을 대표해 열망한다-조선인 가미카제 특공대원 이야기) △곽승지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슬픈 족속 조선족 동포들의 삶: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김옥경 무등일보 지역사회부 차장대우(한국 숫자와 색의 ‘반란’) △정병훈 대구방송 경제부장(인간은 왜 가면을 쓰나) △이광훈추모문집편찬위원회(이광훈 추모문집) △이혁찬 한국편집기자협회장(신문, 세상을 편집하다)}

김성근(69)과 김기덕 감독(51)은 한국 야구와 영화계를 대표하는 이단아들이다. 별 볼일 없던 SK의 감독을 맡아 3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겨준 김성근 감독은 예의 ‘구단과의 마찰’ 끝에 최근 또 해임됐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주말 국내에 처음 소개된 칸 영화제 수상작 ‘아리랑’에서 후배 감독을 ‘배신자’라 욕하고 정부에는 ‘영화는 보고 훈장 주느냐’고 독설을 날려 파문을 일으켰다. 두 감독이 ‘사고’ 칠 때마다 “김성근은 야구계의 김기덕 같은 존재” “김기덕은 영화계의 김성근”이란 말이 나온다. 두 감독은 닮은 구석이 많다. 우선 자타가 공인하는 비주류들이다. 재일교포 2세인 김성근 감독은 가난과 차별로 얼룩진 유년 시절을 보냈다. 20대 초반 학연도 지연도 없는 한국으로 귀화한 후엔 ‘쪽발이’로 불리며 “일본보다 더 힘든 한국 생활”을 했다. 김기덕 감독은 초등학교 졸업 후 폐차장, 단추공장, 건설현장을 옮겨 다녔고, 33세가 되도록 영화를 본 적도 없다. “영화란 대학을 나와야 볼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의 작업 스타일도 똑같이 주변적이다. 주류 영화들이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을 내세워 관객을 유혹하는 동안 김기덕 감독은 ‘모두가 미워하는 인물’을 내세워 거친 영상으로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높은 개런티와 스케줄 문제가 걸리는 톱스타들과는 촬영할 수도 없었다. 김성근 감독의 ‘벌떼야구’도 고만고만한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형편에서 다듬어진 스타일이다. 그가 감독을 맡아 유일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스타 선수가 많은 삼성이었다. 그는 자서전 ‘꼴찌를 일등으로’에서 “엘리트 의식이 강한 그들과 잡초처럼 살아온 나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두 감독의 성취가 놀라운 이유는 주류의 검증된 성공 방식을 따르지 않고도 성과를 냈기 때문이고, 이보다 더욱 놀라운 건 그러고도 별로 대접을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은 칸, 베를린, 베니스 3대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유일한 한국 감독이지만 흥행엔 번번이 실패했고 평단의 반응도 냉담했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의 신’이건만 다른 팀 관중은 “그의 야구는 재미없다”고 비판했고, 구단은 승률 높은 그를 “스타일이 맞지 않다”며 번번이 쫓아냈다. 두 감독이 세상과 불화하는 진짜 이유는 돈이 있어야 야구도 하고 영화도 찍는 현실을 거부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성근 감독은 기업의 이미지와 흥행을 강조하는 구단에 “야구를 이용만 하려 든다” “구단은 죽어도 야구는 죽지 않는다”며 맞서왔다. 김기덕 감독도 2009년 외국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폼 잡아도 결국 썩은 자본주의로 모이는 물고기 떼”라며 자본에 휘둘리는 영화판을 비난했다. 하도 여러 번 ‘잘려’ 이력서 칸이 모자란다는 김성근 감독은 쉬고 있지만 성적 부진으로 애가 타는 어느 팀이 언제 ‘재건의 달인’에게 손을 내밀지 모를 일이다. 그때가 되면 그는 다시 자기만의 야구를 선보이며 야구와 리더십에 대해, 그리고 모난 돌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의 역량에 대해 끝없이 불편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3년간의 은둔 생활 끝에 ‘아리랑’을 내놓은 김기덕 감독도 똑같이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져놓았다. 두 이단아는 여전히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야구는 야구다”라고, “영화는 영화다”라고.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KBS의 5부작 다큐멘터리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광복절 방영이 무산된 데 이어 이달 중 방영도 불가능하게 됐다. KBS 홍보실은 16일 “민족문제연구소를 포함한 일부 시민단체가 프로그램의 객관성을 문제 삼는 바람에 제작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막바지 취재 및 보완작업을 하려면 이달 중 방송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KBS는 올해 10대 기획 중 하나인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의 첫 순서로 이승만 편을 기획하고 광복절에 맞춰 5부작으로 내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90여 개 시민단체들이 ‘친일독재찬양방송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8월 2일부터 KBS 앞에서 “공영방송이 친일파의 아버지이자 독재자인 인물을 미화하려 한다”며 천막농성을 벌였고 KBS는 결국 이 다큐멘터리의 광복절 방영을 포기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주도하는 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의 방학진 사무국장은 지난달 중순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8월에는 이승만 찬양 다큐멘터리 (…) 9월에는 박정희 기념관이 상암동에서 문을 연다. 내년 12월에는 미국 대사관 옆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들어선다”며 “앞으로 (집회에 참석한) 여러분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말해 대한민국 역사관(觀)과 관련된 움직임에 대해 지속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승만 다큐멘터리가 논란이 되자 KBS는 8일 김규 한국방송학회 초대회장, 유영익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강대영 전 KBS 부사장,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승만에 대한 기존 프로그램 중 가장 균형 잡힌 시각의 잘된 평전”이라는 평가와 “남한 단독정부 수립 등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당시 국제 정세나 국내 사정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인석 KBS 다큐멘터리 국장은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은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할 예정”이라며 “다음 주말에는 방송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승만 다큐멘터리의 광복절 방송이 불발되자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KBS를 성토하는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류성실 씨는 “그동안 (이승만 대통령의) 과오만 부각돼 왔다. 지금의 한국이 있도록 기초를 세운 건국 대통령을 광복절에 방송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공영방송조차 그 일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은경 씨는 “수신료를 내는 사람으로서 나의 권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KBS는 취소했던 이승만 대통령 특집을 방송하고 (원래 편성 일정이) 취소된 데 대해서도 분명히 해명하라”고 촉구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일본의 한류 스타들이 눈부신 성공담을 전해오는 동안에도 인터넷에서는 혐한류(嫌韓流) 루머들이 끊임없이 떠돌아다녔다. 장근석은 “일본에 진출할 때 일인당 2000엔의 사례금을 주고 알바생을 고용해 환영 인파로 위장”했고, ‘카라’는 “성상납설의 주인공”이며, ‘소녀시대’는 “멤버 간 학력차 때문에 곧 해체된다”는 식이었다. 7일 도쿄의 민영방송사인 후지TV 앞에서 열린 한류 반대 시위는 인터넷의 혐한류 현상이 오프라인에서의 집단행동으로 표출된 첫 사례다. 발단은 배우 다카오카 소스케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그는 후지TV가 한국 드라마를 너무 많이 방영한다며 “일본인은 일본의 전통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적었고, 이후 극우 인사들의 동조 발언이 이어졌다. 전 항공자위대 막료장(참모총장)인 다모가미 도시오는 “TV에서 한류 드라마가 하루 종일 방송되는 것에 나도 위화감을 느낀다”고 했고, 나카야마 나리유키 전 문부과학상은 “(한류에 지배당한) TV계의 현실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류에 대한 반감을 뜻하는 ‘혐한류’란 용어는 2005년 일본에서 양국간 외교 현안을 극우 성향으로 접근한 ‘만화 혐한류’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이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때마다 혐한류는 어김없이 되풀이돼왔다. 일본의 혐한류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부상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부 누리꾼이 주도하는 내셔널리즘이 원인으로, 이들의 비뚤어진 문화 애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일본의 문학평론가 아즈마 히로키는 이 인터넷 내셔널리즘에 대해 ‘긴밀한 사회성을 추구하는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라는 흥미로운 진단을 내렸다. 내셔널리즘을 핑계로 친밀감과 소속감을 추구하는 과정에 발생한 사건 중 하나가 혐한류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의 저자인 다카하라 모토아키는 이들의 내셔널리즘을 ‘불안형 내셔널리즘’이라고 명명했다. 불안형 내셔널리스트는 한국의 88만원 세대, 임시직을 전전하는 일본의 프리타족, 경제 성장과 정치적 무력감 사이에서 조울증을 앓는 중국의 다이예(待業·취업을 기다린다는 뜻)족으로 쉽게 말해 청년 백수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고용 불안을 겪고 있는데 이 불안감이 반일 반한 반중 감정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는 진단이다. 내셔널리즘은 경제적 불안에 내몰린 청년들의 도피처라는 것이다. 결국 청년 실업 문제를 외면한 채 혐한류의 원인을 내셔널리즘에서만 찾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울지 모른다. 일본의 혐한류는 ‘2채널’이라는 사이트가 주도하고 있고, 이 사이트의 주요 이용자는 10∼30대 젊은 남성들이다. 이들은 일본 사회에서도 비주류로 분류된다. 실제로 ‘만화 혐한류’는 4권까지 나왔음에도 일본 내 한국 이미지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고, 7일 열린 반한류 시위를 언급하는 일본 주요 언론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곧 일본 사회의 주류가 될 것이며, 이들의 온라인 분노는 언제든 오프라인의 단체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 그리고 내셔널리즘은 취미이든 진심이든 폭발성은 똑같이 강하다. 혐한류에 시달리는 소녀시대와 88만원 세대를 다룬 소설 ‘철수사용설명서’의 취업준비생 철수의 현실은 이렇게 맞닿아 있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북한의 고위층 자제가 삼엄한 경호 속에 해외 공연을 즐긴다.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을 외친다. 유명인사가 알고 보니 학력을 속여 온 사실이 밝혀진다.최근 TV 화면을 탄 이 장면들은 바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내보내는 드라마 줄거리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신문 보고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KBS2 TV ‘스파이 명월’은 한류스타 강우(문정혁)와 결혼해 그를 월북시키라는 지령을 받은 북한의 스파이 명월(한예슬)의 활약상을 그린 코믹 첩보물. 강우의 광팬이자 북한 고위급 장성의 외동딸인 여성이 싱가포르에서 강우의 콘서트를 즐긴다. 명월은 동료 스파이들과 도끼눈을 뜨고 흥겨운 공연장엔 어울리지 않는 살벌한 경호 활동을 벌인다. 올 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이 건장한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싱가포르의 에릭 클랩턴 공연장에 나타났던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이 드라마에는 시골 다방 마담인 고정 간첩 리옥순(유지인)도 나온다. 20년 전 남한의 군 장성을 포섭하는 ‘밤에 피는 꽃’ 작전을 펼쳤던 미인계의 달인이다. 문민정부 시절 국방부 고위층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로비를 펼쳤던 린다 김을 연상하게 한다. 뉴스 따라잡기에 가장 열성적인 드라마는 SBS ‘시티헌터’다. 주인공 시티헌터(이민호)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몹쓸 사회 지도층 인사를 혼내주는 현대판 홍길동. 시티헌터는 대학 운영자금을 빼돌린 재단 이사장의 돈을 훔쳐 학생들에게 나눠줌으로써 ‘반값 등록금’을 실현한다. 대기업의 ‘백혈병 산재’ 문제가 나오는가 싶더니 최근 학력 인플레 이슈가 불거지자 재수생인 대통령의 딸 최다혜(구하라)는 뜬금없이 “고졸이면 어때” 하면서 대학 진학 포기를 선언한다.최근 끝난 MBC ‘미스 리플리’는 ‘신정아 사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 드라마 막바지에 유명인사가 된 여주인공 장마리(이다해)가 “일본 동경대를 나왔다”고 거짓말한 사실이 들통 나 그녀와 내연남 장명훈(김승우)이 검찰에 불려가고 기자들이 과열된 취재경쟁을 벌이는 장면은 신정아 사건의 복사판과도 같다.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 정치를 다룬 ‘대물’과 보수와 진보 세력의 대결을 그린 ‘선덕여왕’이 화제가 된 후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는 드라마들이 많아졌다”며 “방송사로서는 남자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복잡한 이슈를 단순화하고 대중영합주의로 흐를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저널리즘의 미래는 온라인에서 구현될 것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17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리는 세미나 ‘애플리케이션 시대 뉴스’ 발표문에서 디지털 시대에 신문산업이 생존하려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협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세미나는 관훈클럽(총무 정병진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이 마련한 자리다. 강 연구원은 “기자의 미래상은 큐레이터(curator·기획자)”라며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깊이 있는 기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영국의 가디언은 2009년 의회 의원들의 월급 사용처 자료 50만 건을 검토하려고 커뮤니티를 구성해 취재에 도움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또 강 연구원은 “월드와이드웹의 핵심은 링크”라며 링크를 통한 협력 모델을 언론사의 비용 절감과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기자가 모든 범주의 기사를 쓰기보다 전문성 있는 분야를 특화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나머지는 링크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이규연 jTBC 보도국장도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강화가 중요하다”며 국내외의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통합뉴스룸인 ‘멀티미디어데스크’를 도입해 뉴스 콘텐츠를 신문 방송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는 독자 주문형 탐사보도물을 생산하는 비영리 재단도 있다. ‘스폿어스’는 일반인들이 사이트를 통해 환경 보건 등 특정 현안에 대해 취재를 의뢰하면 후원금을 걷어 기자를 고용해 기사를 생산한다. 체코의 지방 언론사인 나세아드레사는 지역 주민들이 기자들과 커피를 마시며 정보를 교환하는 ‘뉴스 카페’를 운영한다. 이번 세미나에는 권순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강효상 TV조선 보도본부장, 서두원 SBS 라디오뉴스총괄국장, 조복래 연합뉴스 정치에디터, 이강덕 KBS 정치외교부장,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아이돌 그룹의 프랑스 파리 공연 소식을 듣고 몇 해 전 그곳에서 만났던 16세의 덴마크 소녀 모델이 떠올랐다. 파리 컬렉션 무대에 서기 위해 분장실에서 대기 중이던 소녀는 미용사가 머리를 만지는 동안 과학 교과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패션쇼에 참가하느라 수업을 빼먹는 대신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다”는 설명이었다. 톱모델이 돼 뉴욕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소녀의 짐 가방엔 무대에 서는 짬짬이 풀어야 할 과제물이 들어 있었다. f(x) 멤버인 여고생 설리(17)의 파리행 가방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SM 소속인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소녀시대 f(x)의 파리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자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서구까지 휩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케이팝의 유럽 침공’이라는 승전보를 가져다준 전사들 31명의 평균 나이는 22.5세다. 이들은 18세에 데뷔한 지 4년 반 만에 한국 대중문화사에 기록될 인물이 됐다. 케이팝이 세계 무대에서 눈부신 조명을 받는 시기에 무대 뒤 아이돌의 적나라한 실상을 들춘 공포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가 개봉한 것은 아이러니다. ‘연예계 영재를 조기 발굴해 글로벌 아티스트로 키워낸다’는 기획사 시스템은 케이팝 한류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하지만 영화 속 ‘영재’들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태엽을 감아준 만큼 움직이는 기계인형 같다. ‘핑크돌즈’라 불리는 이 인형들은 정규 교육에서 배제된 채 ‘노예’ 계약서에 묶여 한약을 먹어가며 빽빽한 일정을 소화한다. 성형 중독으로 얼굴이 망가지고, 스폰서 접대에 마음이 무너진다. 무시로 인형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기획사 대표 이름이 하필 ‘최수만’이다. 이는 물론 실화가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아이돌 잔혹사는 영화 밖에서도 계속 들려왔다. “감시당하고 맞았다” “하루 1000Cal만 먹는다” “공부에 한눈팔 겨를이 없다” “고쳐야(성형해야) 뜬다”는 아이돌의 증언이 잇따랐다. 제 발이 저려서인지 “인형같이 예쁜 소녀들이 일사불란하게 춤추고 노래한다”는 외국인들의 찬사가 “성형으로 예뻐진 소녀들이 학교도 안 가고 하루 종일 기계처럼 노래하고 춤만 춘다”는 욕으로 들린다. 그동안 한류 담론은 ‘상품’이라는 키워드에 집중돼 왔다. 대중가요는 ‘케이팝 인더스트리’, 아이돌 가수는 ‘수출 역군’으로 불린다. 아이돌을 상품으로만 보니 이들의 인권 문제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하지만 케이팝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때 ‘소년 소녀를 상품화해 한류라는 이름으로 수출한다’ ‘산업적 측면만 부각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외부인의 경고음은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3∼7년 후 바뀔 외모와 목소리까지 시뮬레이션해 인재를 발굴한다”는 이수만 SM 회장의 과학적 전략이 중요하듯 “인성을 갖추지 않은 스타는 대중을 이끌 수 없다”며 소속사 가수들에게 인성교육, 성교육에 봉사활동까지 시키는 홍승성 큐브 대표의 교육적 배려도 박수받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한류 전략을 논의하는 동시에 어린 가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대책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여고생 설리가 다음번 출장길엔 화장품과 함께 학교 과제물도 챙겨 가길 바란다. 그래야 한류도 오래가고 ‘케이팝이 문화 선진국의 자존심에 일격을 가했다’는 자화자찬에도 낯간지럽지 않을 수 있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김곡 김선 쌍둥이 감독(33)은 ‘아이돌이 무섭다’고 했다. “언젠가 소리가 제거된 상태의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본 적이 있었어요.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춤을 추는데, 예쁘면서도 그에 비례해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죠.” 촬영장에선 ‘곡 감독’과 ‘선 감독’으로 불리는 이들이 올여름 내놓은 영화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9일 개봉). ‘핑크돌즈’라는 4인조 걸그룹 멤버들이 서로 ‘메인’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 석연찮은 사고를 당한다는 내용의 공포 영화다. 두 감독은 연세대 재학 시절부터 독립영화를 10편 넘게 만들어왔고 ‘방독피’(2010년) ‘세 번째 시선’(2006년) ‘뇌절개술’(2005년) 등을 내놓은 인디계 실력파 감독들이다. ‘자본당 선언: 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2003년)와 ‘반변증법’(2002년)으로 베를린과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해온 이들이 첫 상업영화의 소재로 가장 자본주의적인 상품인 아이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부조리를 이야기하려면 그 중심부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아이돌뿐인 세상이죠.”(곡) “아이돌이야말로 노조가 필요해요. 노동 강도가 숨쉴 수 없을 만큼 ‘빡셉니다’. 하루 2시간만 자고 강행군을 해야 하죠. 음원 차트 상위를 차지하려는 압박만큼 소속사 대표에게 잘 보여야 하는 스트레스도 심하고요.”(선) 핑크돌즈 멤버들은 무대 중앙 자리를 놓고 상욕을 주고받는다. 기획사 대표는 수시로 소속사 가수의 뺨을 때리고,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입원한 멤버를 놓고 스케줄에 차질을 빚을까 쌍심지를 돋운다. 멤버들에게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하는 남자 스폰서도 등장한다. 시나리오를 쓴 곡 감독은 “영화가 담고 있는 모습은 실상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아이돌을 취재하다 이 이상의 ‘불편한 진실’에 맞닥뜨리면 영화가 정말 하드코어로 갈 것 같아 멈췄다”고 말했다. 대개 공포 영화들은 좁은 공간에 갇혀 도망갈 곳 없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관객의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화이트’의 주인공들은 탁 트인 무대 위에서도 충분히 섬뜩함을 전달한다. “주인공들이 팬들의 시선에 갇혀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아이돌의 등장을 환영하면서도 은근히 그들의 소멸을 원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팬들은 아이돌을 가두는 벽이에요.”(곡) 형제 감독의 본명은 김병준과 김병선. 일란성 쌍둥이지만 직접 만나보니 외모도 성격도 달랐다. 형은 휴대전화에 핑크 돼지를 액세서리로 달고 나왔고, 다정하고 수다스러웠다. 형보다 3분 늦게 태어난 동생은 눈에 장난기가 덜한 것이 오히려 형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1997년 연세대 재료공학과와 물리학과에 입학한 형제는 군대를 다녀와선 각각 철학,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나란히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그런데 왜 영화였을까. “영화에 간택당한 거예요. 운동권은 생각이 굳어 있고, 비운동권은 생각이 없는 양 극단의 캠퍼스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시기였죠.”(곡) 이후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어왔다. ‘화이트’의 경우 형이 촬영과 콘티를, 동생이 배우들의 연기 춤 노래 헤어를 맡았다. 쌍둥이지만 독립한 후로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과 상암동에 따로 산다. 촬영장에서 싸우다 화가 나면 서로 “바지도 벗긴다”는데 앞으로도 영화는 함께 만들 계획이다. 형은 “외롭지 않아서”라고 했고, 동생은 한참 생각하다 “이유는 모르겠다”고 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2011년 공포영화에서 살아남을 최후의 여성(final girl)은 누구? 20대 여배우의 기근 속에 기대주로 주목받는 박민영(25) 함은정(23) 박보영(21)이 올여름 ‘호러 퀸’ 자리를 놓고 일합을 겨룬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에 이어 SBS의 ‘시티 헌터’로 인기몰이 중인 박민영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7월 개봉 예정)을 택했다. 박민영은 폐소공포증을 앓는 애완동물 미용사 소연으로 나온다. 어느 날 소연의 고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소연이 그 고객의 고양이를 맡아 기르면서 섬뜩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양이’는 박민영의 전작 ‘성균관…’ 덕분인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3개국에 선판매됐다. 8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과속 스캔들’(2008)에서 발칙한 ‘과속녀’로 단박에 주연급으로 떠오른 박보영은 복귀작인 ‘미확인 동영상’(8월 개봉)에서 서늘한 눈빛 연기에 도전한다. ‘미확인 동영상’은 저주에 걸린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져 나가며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간다는 줄거리. ‘장르의 한계가 없는 배우’로 평가받는 박보영은 동영상의 실체를 파헤치는 백화점 아르바이트생 세희 역을 맡았다. ‘제빵왕 김탁구’(2010)에서 탁구의 라이벌로 나왔던 주원이 박보영의 남자친구 준혁으로 출연한다. 아이돌 출신 여자 연기자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함은정은 9일 개봉하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에서 소속 걸그룹 ‘핑크돌즈’의 평균 나이를 높이는 ‘성인 아이돌’ 은주를 연기한다. 존재감이 미미한 핑크돌즈가 우연히 ‘화이트’라는 뮤직비디오를 입수해 그 노래와 춤으로 인기 절정에 오르지만 멤버들이 하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는 줄거리. 은정 외에 메이다니(20)가 랩과 메인 댄서, ‘짝패’에서 동녀의 아역으로 나왔던 진세연(18)이 리드보컬 제니, 최아라(16)가 애교 넘치는 공주병 아이돌 ‘아랑’으로 나온다. 함은정과 함께 걸그룹 티아라 출신인 효민(22)은 ‘기생령’(8월 예정)에서 주인공 한은정의 여동생인 여고생 유린을 맡아 교복 차림으로 끔찍한 살인 사건을 풀어갈 예정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자문화주의가 대중적 애국심과 결합해 커다란 힘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김광억 서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사진)가 27일 중국 베이징대 백주년기념당에서 열린 포럼 ‘한중 문화소통과 협력을 위한 방안 모색’에서 중국 문화주권 의식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이화여대 중국문화연구소, 베이징대 비교문화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강릉 단오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둘러싼 갈등과 중국 내 반(反)한류 현상의 원인 및 대책을 논의했다. 김 교수는 “문화를 경쟁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니 상대방의 문화를 배척하고 비난하게 되는 것이고, 문화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문화애국주의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정치 경제 위주의 세계관이 대중의 감정을 왜곡하는 움직임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롄산(陳連山)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는 “중국인들은 한국에 전해진 단오절도 중국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은 한국의 단오절이 중국 단오절과 기원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 관련 기록을 배제한다”고 지적했다.베이징=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프랑스의 한류 열기가 심상치 않다. SM 소속 가수들의 6월 10, 11일 파리 공연을 앞두고 현지 케이팝(한국 대중가요·K-pop) 팬들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 드라마(한드)를 좋아하는 팬들은‘최고의 사랑’ ‘미남이시네요’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의 드라마에 자막을 붙여 돌려 본다. 프랑스의 케이팝 팬클럽 ‘코리안커넥션’의 회장 막심 파케 씨와 서유럽의 한류를 연구하는 홍석경 보르도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누가 어떻게 왜 케이팝과 한드를 즐기는 걸까.》“SM 소속 가수들의 파리 콘서트 티켓이 금세 동났다는 소식에 놀랐다고요? 이곳 사람들이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즐긴 지 한참 됐는데요.”홍석경 교수(사진)는 프랑스의 한류 열기를 신기해하는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했다. 홍 교수가 서유럽의 한류 열풍을 감지하고 연구한 지도 3년이 됐다.“제가 있는 보르도대에 한류 동아리가 있어요. 학생들이 한국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따라서 춤추고 한국 드라마(한드)를 즐기는 것을 보고 연구를 시작하게 됐죠.”홍 교수는 △어떤 사람들이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지 △프랑스 TV에서 방송하지 않는 한드를 어떻게 알고 보는지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다른 나라의 드라마를 왜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이는 문화연구에 관심이 많은 홍 교수의 연구 과제가 됐고 답을 얻기 위해 현지 한류 팬들이 이용하는 프랑스어와 영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 회원들과 교류했다. 또 보르도에 거주하는 한류 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심층인터뷰도 했다.“프랑스 한류의 뿌리는 일본의 ‘만가(만화)’입니다. 프랑스는 만가의 세계 2위 시장이에요. 1990년대 청소년으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며 동양문화에 익숙해진 세대가 2000년대 이후 남자들은 게임과 공상과학 중심의 미드로, 여성은 일본 한국 대만의 로맨틱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 거죠.”이 때문에 한드 팬들은 ‘풀하우스’ ‘궁’ ‘꽃보다 남자’ 등 만가 혹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거나 만화적인 감수성을 띤 드라마를 통해 한드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한드 팬의 주류는 20∼40세의 여대생과 직장여성들이다. 한드만 보는 팬층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드 팬들이 수적으로 많고 이들 가운데 한드와 대만 드라마를 함께 소비하는 그룹이 존재한다.프랑스에는 한드나 케이팝을 방송하는 채널이 없기 때문에 한류 콘텐츠 유통의 경우 인터넷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 세계 한류 팬들은 팬 자막달기팀(팬섭·Fansub)을 조직해 언어 장벽을 넘는다.“팬 사이에서는 ‘환태평양 효과’라고 불리는데 다언어 환경에 노출된 태평양 연안지대 주민들이 아시아 드라마에 자막을 달며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드는 한국에서 방송된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15∼17개 언어로 집단 번역돼요. ‘꽃보다 남자’의 경우 한국에서 방송된 지 3일 후 20개 언어가 넘는 자막이 달렸죠.”한류 팬들이 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완벽해’ 식상한 미드와 달리 한드는 감정이입이 쉽도록 ‘비어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미드가 복잡한 플롯으로 두뇌 플레이에 의존하는 반면 한드는 감성적으로 접근하죠.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원초적 열망을 자극해 울고 웃으며 빠져들게 한다고 봅니다.”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주인공들이 왜 선을 봐서 결혼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잘생긴 남자가 여자 앞에서는 왜 청소년처럼 수줍어하는지 △초현대식 아파트촌과 욕실도 없는 다세대공동주택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등 ‘한국 특유의 모더니티’를 신기해한다고 홍 교수는 전했다.“유럽엔 청소년용 대중문화 콘텐츠가 부족해요. 미국의 ‘해리포터’나 ‘뉴문’이 인기 있는 이유죠. 한국 아이돌이 나오는 한드도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습니다. 프랑스의 한류는 금방 지나갈 유행이 아닙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프랑스의 한류 열기가 심상치 않다. SM 소속 가수들의 6월 10, 11일 파리 공연을 앞두고 현지 케이팝(한국 대중가요·K-pop) 팬들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 드라마(한드)를 좋아하는 팬들은‘최고의 사랑’ ‘미남이시네요’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의 드라마에 자막을 붙여 돌려 본다. 프랑스의 케이팝 팬클럽 ‘코리안커넥션’의 회장 막심 파케 씨와 서유럽의 한류를 연구하는 홍석경 보르도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누가 어떻게 왜 케이팝과 한드를 즐기는 걸까.》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1회 한국문화페스티벌’이 열렸다. 프랑스인 4000여 명이 참여해 갈고닦은 케이팝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페스티벌은 ‘코리안커넥션’이라는 단체가 주도했다. 이 단체는 이번 행사를 비롯해 프랑스와 유럽의 케이팝 붐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회장은 정보기술(IT)회사 엔지니어 막심 파케 씨(31·사진). 두 살 때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이다. 전화와 e메일로 파케 씨와 프랑스 내 케이팝 인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파케 씨는 “프랑스의 케이팝 팬은 1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는데 10대 여성 팬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케이팝 팬들은 코리안커넥션이 운영하는 ‘케이팝 댄스 클래스’에서 춤과 노래를 배우며 케이팝을 즐긴다. ‘kpop.fr’ ‘kpopfrance.com’ 등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소개하는 사이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케이팝이 프랑스에서 인기를 끄는 요인을 파케 씨는 “‘토털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좋은 가수이면서 훌륭한 댄서들이다. 그들의 콘서트는 항상 완벽한 쇼다. 유럽에는 이 같은 아티스트가 드물다. 프랑스의 케이팝 팬들은 그들의 엄청난 노력과 높은 수준을 느끼기 때문에 케이팝을 좋아한다.” 또 그는 “케이팝은 미국 팝음악과 가까우면서도 이국적이고 신선하다. 그리고 한국어는 팝음악에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한국 가수를 묻자 그는 “얼마 전 설문조사를 했는데 빅뱅, 샤이니, 비 등이 많은 표를 얻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빅뱅을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의 스타일은 유럽문화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운동선수에 비유했다.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활동하고, 몸매에 신경 쓰고, 훈련량도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케이팝은 인기몰이 중이다. 파케 씨는 “유럽 어떤 나라도 예외가 없다. SM의 파리 공연 티켓이 불티난 배경에도 (유럽의) 다른 나라 팬들이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케이팝 팬들에게 SM의 파리 공연은 한국 가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코리안커넥션도 여기에 맞춰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파케 씨는 “6월 4일, 에펠탑 인근에서 대규모 팬 이벤트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도 초청해 케이팝이 프랑스에 더 확산되도록 할 생각이다. 파케 씨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장관이 펼쳐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파케 씨가 코리안커넥션을 결성한 것은 1년 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던 학생들이 주축이 됐다. 페이스북을 통해 확보한 회원은 3300여 명. 그는 “우리 조직의 정체성은 ‘사랑’이다. 다름 아닌 한국을 향한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두 살 때 입양된 파케 씨는 어렸을 때는 한국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과 한국문화를 발견한 것은 최근 들어서의 일. 그는 “3년 전 만난 베트남계 친구가 한국어를 배운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로부터 얼마 뒤에는 이스라엘 여행 때 만난 이스라엘 사람으로부터 한국문화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들 덕분에 한국문화에 관심이 생겼고 결국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도중 케이팝을 접하게 됐다. 그는 “한국의 전통문화, 팝문화에 모두 매료됐지만 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한국의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스물다섯 레이디 가가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3년 전 미국 팝시장에 데뷔한 레이디 가가는 25년간 토크쇼의 여왕 자리를 지켜온 오프라 윈프리를 제치고 포브스가 선정한 ‘세상에서 영향력 있는 유명인’ 1위에 올랐다. 그의 트위터 추종자는 1034만 명, 페이스북 친구는 3200만 명이며, 매시간 자신의 기록이자 세계 기록을 경신한다. 파격적인 패션으로 그보다 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금발의 레이디 가가는 선배 가수 마돈나를 계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1983년 25세의 마돈나가 데뷔했을 때는 MTV와 뮤직비디오의 시대였다. 가창력과 함께 볼거리가 중요하던 타이밍에 그녀는 관능적인 외모와 춤으로 ‘처녀처럼(like a virgin)’ 등장해 세계 대중음악계를 흔들어 놓았다. 학계는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떠오른 마돈나 현상을 연구하는 마돈나학(Madonnology)을 개설했다. 마돈나가 열어젖힌 여성 파워 시대 알파걸의 대표 주자가 레이디 가가다.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성폭력을 당한 상처를 이겨내며 팝의 여제가 된 마돈나와 달리 레이디 가가는 뉴욕 맨해튼 고급 주택가의 단란한 가정 출신으로 명문 사립 여학교를 나와 뉴욕대 예술학부에 조기 입학했다. 가가는 2008년 발표한 정규 앨범 ‘The Fame(더 페임)’ 한 장으로 그래미상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최신 싱글 ‘본 디스 웨이’는 아이튠스에 공개한 지 5일 만에 유료 다운로드 100만 회를 돌파해 비틀스를 넘어선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마돈나가 그러했듯 레이디 가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가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 문화 현상이기 때문이다. 남성이 가지고 논 메릴린 먼로가 모더니즘, 남성을 가지고 논 마돈나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아이콘이라면 성 구분 없이 외계에서 툭 떨어진 듯한 이 별종은 가상공간의 경험이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하이퍼모더니즘의 시대를 알리는 기수로 평가받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미디어는 비디오였다. 하이퍼모더니즘은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다. 일상에서 벗어나 MTV와 뮤비를 즐기던 사람들은 이제 일하다, 길을 걷다, 잠자리에서 수시로 접속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블로깅하고 트윗하고 업로드한다.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것을 더 빨리 원하는 디지털 세대를 레이디 가가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자극한다. ‘하우스 오브 가가’라는 비주얼팀을 꾸려 살코기나 풍선으로 만든 옷을 입고, 앤디 워홀을 인용하며 데미언 허스트의 피아노를 친다. 브라톱 차림으로 일간지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온라인 소셜 게임을 통해 새 앨범을 공개한다. 자칭 ‘몬스터’인 레이디 가가는 ‘리틀 몬스터’로 불리는 팬들을 종횡무진하는 자신의 예술 생활로 끌어들여 명성을 공유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지적했듯 마돈나는 유명해지기까지 5년이 걸렸지만 레이디 가가는 소셜 미디어 덕에 3개월 만에 명사가 됐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는 빅터 코로나 박사는 사람들이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타들의 스펙터클을 열망하고, 종교가 쇠퇴한 자리에 명사(celebrity) 문화가 들어서서 사회 통합 역할을 하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명사 문화의 정점에 레이디 가가가 있다. 미국 학계는 ‘레이디 가가와 명성의 사회학’ ‘레이디 가가 연구’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레이디 가가가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는 열쇠 하나를 쥐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이 남자 때문에 요즘 난리다. 인터넷에는 “김주원보다 독고진!” “요즘 여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차승원 부인”이라는 댓글이 넘쳐난다. MBC 수목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톱스타 독고진으로 나오는 차승원(41) 얘기다. 이 여자도 난리를 겪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면 “옷차림이 너무하다” “아정의 복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의 글이 쇄도한다. SBS 월화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5급 공무원 공아정을 연기하는 윤은혜(27) 말이다. 웃음기 없는 배역을 맡을 땐 별 주목을 끌지 못하던 차승원이 코믹한 캐릭터를 만나 인기 절정에 올랐다. 반면 털털한 남장 여자로 스타덤에 오른 윤은혜는 옷차림이 화사할수록 인기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도대체 왜?○ 웃겨야 사는 남자 독고진은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배우다. 사석에서는 거만하기 짝이 없다. 억지를 부리면서도 “난 독고진이니까” 하면 그만이다. 상대방이 “고맙다”고 하면 “고마운 게 아니라 영광인 거야”라고 쏘아붙인다. 어려운 것 하나 없던 ‘독도로독독’ 독고진이 한물간 생계형 아이돌 ‘구질구질’ 구애정(공효진)을 짝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차승원의 주가는 물론 드라마의 시청률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전작인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 멋진 발차기를 해도, 연인인 수애의 손에 죽어가며 “너 때문에 뛰었던 심장이니까”라는 명대사를 남겨도 꿈쩍 않던 시청자들은 덜떨어진 독고진 앞에서는 무너진다. “시크릿가든의 김주원(현빈)에도 안 넘어갔던 나였다”거나 “독고진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겠다”는 식이다. 15년째 배우생활을 하는 그에게 “차승원 씨가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요?”라고 묻는 댓글도 있다.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2001년) ‘광복절 특사’(2002년) 같은 코믹물에서 유독 빛이 난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평론가)는 “잘생긴 배우가 망가지는 연기를 하니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혁모 iHQ연기아카데미 본부장은 “차승원이나 박신양의 연기 리듬은 정박이 아니라 엇박인데 이러한 변칙적인 리듬감은 코믹물을 만나면 더욱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멋내면 죽는 여자 로맨틱 코미디물이 제격인 윤은혜는 ‘내게 거짓말을…’에서도 선머슴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런데도 시청률은 지지부진하다. 엉성한 대본이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옷차림도 자주 구설에 오른다. 아랫도리를 깜박 잊고 입지 않은 듯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정부청사에서 사무관 일을 보는 공아정을 보며 시청자들은 “진짜 공무원이라면 징계감”이라고 비난했고 윤은혜는 트위터에 “깊은 생각 못한 점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윤은혜는 전작인 ‘아가씨를 부탁해’(2009년)에서 까칠한 상속녀로 나왔을 때도 연기력 부족과 함께 시도 때도 없이 거하게 차려입고 나오는 옷차림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흥행 성적도 시원찮았다. 반면 시골에서 농사를 짓거나(‘포도밭 그 사나이’·2006년) 아예 남장 여자(‘커피프린스 1호점’·2007년)로 나왔을 땐 연기와 드라마 모두 호평을 받았다. 패션 전문가들은 “윤은혜는 옆집 여동생 같은 이미지여서 티셔츠를 입을 때 오히려 예뻐 보이는 배우”라며 아쉬워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윤은혜처럼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라 개성 있는 미인들은 외모를 강조할 경우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학력을 위조했다는 근거 없는 의혹에 시달렸던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31·사진)가 모교인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특별 강연을 한다. 스탠퍼드대 아시안아메리칸 학생 연합인 ‘AASA’ 홈페이지에 따르면 타블로는 10일 오후 7시부터 이 대학 커벌리 강당에서 ‘아시아의 이미지(Asian Images)’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 AASA는 특강 소식을 전하면서 “타블로는 2001년 스탠퍼드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영문학 학사학위를, 2002년에는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타블로는 프로듀서와 한국 힙합 트리오 에픽하이로 유명한 음악가이며 한국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미국 음악 앨범 차트(아이튠스 힙합, 랩)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타블로는 지난해 학력을 위조했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린 이후 음악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