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진영]뉴스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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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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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문화부 차장
이진영 문화부 차장
우리는 왜 뚱뚱한가. 누구 책임인가. 어떻게 뺄 것인가. 얼마 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서는 세 남자의 다이어트 논쟁이 벌어졌다. 주제는 정보비만(infobesity). 함량미달의 정보를 과식하고 내 입맛에 맞는 정보만 편식하느라 사리분별력이 둔해진 환자가 늘었다는 문제의식이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선 저커맨 MIT 시민미디어센터 소장, 인터넷 활동가인 클레이 존슨, 그리고 영양학자인 션 캐시 미국 터프츠대 교수였다.

화제의 신간 ‘인포메이션 다이어트’의 저자인 존슨 씨는 정크푸드처럼 정크정보가 있다고 했다. 선정적이고 편파적이며 싼값에 만들고 소비하는 콘텐츠다. 그는 가공식품이 그러하듯 생산자의 ‘가공’을 거친 정크정보도 해롭다고 했다. 그러면서 폭스뉴스를 예로 들었다.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백인 여성들 때문에 골치 아픈 오바마’라는 정크정보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소비할수록 무지해지는 역설이 성립된다.

선택의 여지가 많으면 내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안 듣게 된다. 정보를 클릭하는 행위는 투표하는 것과 같아 많이 본 정보는 더욱 활발히 유통되고 남들의 정크정보 소비를 부추기게 된다. 나의 잘못된 정보 섭취가 사회 분열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다.

저커맨 소장은 생산자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품에 영양성분 표시를 하듯 정보 상품에도 성분 표시를 해 소비자의 건강한 정보 섭취를 돕는 ‘미디어미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테면 ‘주제는 정치. 팩트 70%에 추측 30%. 재료는 정부 통계자료와 전문가 아무개 진단’ 식으로 표시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식품 영양성분 표시 문제를 연구해온 캐시 교수는 정보 다이어트에 회의적이다.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정크푸드를 먹는 사람들이 정신건강을 염려해가며 정크정보를 마다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정보 성분을 대체 어떻게 표시하며, 누가 이 일을 할 것이냐고도 반문했다. 정보 상품의 특성상 정부가 이를 주도하기는 어렵다. 논쟁을 지켜본 미국인들도 몸에 좋은 정보 소비를 권장하자는 발상이 다양한 취향에 부응하는 다매체 시대에 역행할뿐더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다이어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감하는 분위기다.

정보가 범람하는 한국은 정보비만의 가능성도 높다. 디지털 기술 덕에 값비싼 장비 없이도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유통시킬 수 있다.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자 ‘나는 꼽사리다’ 같은 유사 상품이 줄을 잇는다. MBC ‘뉴스데스크’를 제작하던 기자들이 뛰쳐나와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만들고 있다. 기존 언론이 편파 보도한다고 욕하던 사람들은 자기들도 자의적인 가공을 통해 정크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다이어트엔 왕도가 없다. 과잉을 절제하고 편식하지 않으면 된다. 죽치고 앉아 정보만 들여다보느라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맞장구칠 수 있는 정보만 골라 보는지, 가십에 낚여 정책을 검증하고 세계 동향을 전하는 소식에는 깜깜하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부러진 화살’ 논쟁이 한창일 땐 공판 기록을 찾아보고 스스로 시비를 가려보는 것도 좋다.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의 저자가 제안하는 다이어트법(음식을 먹자, 너무 많이는 말고, 야채 위주로)은 정보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 정보를 찾자, 너무 많이는 말고, 팩트 위주로.

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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