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대화 오래할수록 물질지향적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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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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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혜승 경성대 교수 다문화인 대상 설문조사

다문화인들은 한국 사람과 대화를 오래 할수록 한국 사회가 물질지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TV 드라마도 오래 볼수록 한국이 물질지향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반면 뉴스 프로그램을 오래 시청하는 다문화인은 한국 사회가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고 인식하며, 한국 사회에 대한 태도도 호의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양혜승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결혼, 취업, 유학 목적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7개국에서 한국에 건너와 사는 20세 이상 남녀 다문화인 293명을 설문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 내용은 ‘이주민의 대인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이용이 한국 사회의 가치에 대한 인식 및 한국 사회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한국언론학보’ 최신호에 실렸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다문화인은 한국인과의 대화 시간이 길수록 한국 사회가 물질 지향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한국 사회에 대한 태도는 호의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이용시간에 따른 인식과 태도를 분석한 결과 TV 시청시간이 길어질수록 한국 사회가 물질지향적이며 가족이나 사회적인 가치를 덜 중시한다고 여기는 응답이 늘어났다. 인터넷 이용시간도 한국 사회가 물질지향적이라고 인식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양 교수는 “영상 미디어와 인터넷 콘텐츠에 물질주의적 가치를 대변하는 단서들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반면 라디오와 잡지는 한국 사회가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고 인식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자는 “라디오나 잡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 경향이 있어 다문화인이 이 속에 녹아 있는 한국 사회의 가족지향적 가치를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TV 장르별로는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길수록 한국 사회가 물질지향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졌다. 반면 뉴스 프로그램을 오래 볼수록 한국이 가족지향적이라고 여기며 한국 사회에 대한 태도도 호의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양 교수는 “드라마가 이미지와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통해 화려한 소비문화를 전달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는 한국 드라마의 등장인물 4명 중 1명꼴로 물질지향성을 뚜렷이 보여준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와도 맥락이 닿는다”고 지적했다. 뉴스 프로의 경우 가족간의 사랑과 정을 저버린 비윤리적인 행위나 범죄 등을 보도함으로써 가족지향적 가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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