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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고액 기부자들이 클린턴재단을 매개로 미국 정치에 개입했다는 e메일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중동의 바레인 왕실이 클린턴재단을 통해 당시 미 국무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힐러리 클린턴을 만나려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e메일이 추가로 공개됐다(본보 23일자 A23면 참조). 이와 함께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클린턴의 개인 e메일 계정에서 메일 1만5000여 건을 추가로 발견해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벌리면서 대망론을 키우고 있는 힐러리 캠프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사법감시(Judicial Watch)’가 입수한 클린턴재단 관련 e메일에 따르면 2009년 6월 클린턴재단의 더글러스 밴드 변호사는 당시 클린턴 국무장관의 수행실장인 후마 애버딘에게 e메일을 보냈다. 밴드는 “살만 빈 하마드 알 칼리파 바레인 왕세자가 내일 또는 금요일 클린턴 장관을 만나고 싶어 한다. 왕세자는 (우리의) 좋은 친구”라고 적었다. 애버딘은 “(안 그래도) 칼리파 왕세자가 지난주 클린턴 장관과의 면담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목, 금요일에는 아무 일정도 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칼리파 왕세자가 클린턴과 면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기부금을 고리로 만나려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밴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퇴임 후 대변인을 지냈고, 애버딘은 힐러리의 ‘수양딸’로 불리는 클린턴가(家)의 핵심 측근이다. 이들이 재단에 연평균 5만 달러(약 550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를 기부해 온 바레인 왕실의 대미외교 청탁에 동원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밴드는 또 영국 프로축구리그 관계자가 미국 비자를 받도록 애버딘이 도와 달라는 e메일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클린턴재단에 최대 1000만 달러(약 111억 원)를 기부한 것으로 파악되는 와서먼재단 이사장인 케이시 와서먼의 부탁을 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FBI가 추가로 공개한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e메일은 지금까지 공개된 3만여 건의 절반 수준이다. FBI는 클린턴의 개인 e메일 사용에 대해선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추가로 발견된 e메일에 대해서는 보안 위반 여부를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다. 트럼프는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기꾼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 했던 것들은 잘못된 일이다. 클린턴재단은 폐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하이오 주 애크런 유세에선 “법무부는 백악관의 정치조직인 만큼 특별검사를 임명해 클린턴재단을 수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클린턴의 최대 약점인 신뢰도를 뒤흔들 수 있는 악재가 잇따르면서 미국 대선 판세는 다시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남캘리포니아대(USC)와 실시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45%로 43%의 클린턴보다 2%포인트 높았다. 이번 파문은 특히 부동층이 많은 경합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몬머스대의 2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하이오 주에서 클린턴은 43%, 트럼프는 39%로 4%포인트 차에 불과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연방 하원 군사위원장이 주한미군 병력의 감축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한국 등 동맹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없으면 미군 주둔도 없다”고 주장해 온 게 워싱턴 정가에 확산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공화당·텍사스)은 22일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예산 등을 아끼면서 안보 위협을 줄이는 군 재배치 전략의 예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손베리 위원장은 “한국은 북한보다 인구가 2배 많고 국내총생산(GDP)은 북한의 10배를 웃돈다”며 “시간을 두고 한국이 한미동맹 지상군 수요의 더 많은 몫을 감당할 수 있으며 미군 병력을 다른 중요한 임무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산 삭감, 병력 감축과는 반대로 전 세계적인 위협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차기 미국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손베리 위원장은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 차기 정권은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하며 북한이 완전한 핵 무장 해제를 전제로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핵을 감축했을 때에만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한이 올해 영변 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 2~4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얻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2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등을 인용해 “북한이 핵무기에 이용되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더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ISIS는 북한이 올해 재처리를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을 5.5~8㎏으로 추정한 뒤 핵무기 1개 당 2~4㎏의 플루토늄이 쓰이는 점을 고려해 개수를 산출했다. 연구소는 이어 “북한의 핵물질 보유량은 13개에서 많게는 21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2014년 말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을 핵무기 10~16개 분량으로 추정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의 핵개발을 담당하는 원자력연구원은 17일 일본 교도통신의 서면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영변의 5MW 원자로(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해 여기서 나온 사용 후 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재처리를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연구원은 또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5차 핵실험’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괌에 배치된 미군의 전략 핵폭격기 3총사인 B-52, B-1B, B-2가 처음으로 공동 임무 수행에 나섰다. 미 국방부는 17일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 3개 핵 폭격기가 이륙한 후 태평양사령부 관할 지역에서 통합 작전 임무를 수행했다고 19일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들 폭격기가 동시 작전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몇 대가 투입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폭격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함께 미군의 3대 핵 전략자산이다. 미군은 이달 초 괌 앤더슨 기지에 이 3개 전략폭격기를 ‘폭격기 지속 배치(CBP)’ 등의 임무 수행을 위해 함께 배치했다. B-52는 2006년 이후 괌에 줄곧 배치돼 왔고 B-1B는 6일, B-2는 9일에 배치됐다. 미 전략사령부는 “전략폭격기를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해 역내 안정 유지를 위한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3대 핵폭격기의 괌 배치에 이은 이례적인 합동작전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영국 군사전문매체 IHS 제인스디펜스 위클리는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과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하는 만큼 중국 측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본격적인 TV 광고 대전에 돌입했다. TV 광고는 다음 달 26일 시작하는 TV 토론과 함께 본선 여론 흐름을 좌우하는 미디어 선거전의 핵심이다. 민주당 클린턴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몇 달 전부터 광고를 내보내고 있으며, 공화당의 트럼프도 첫 전국 단위 TV 광고를 제작했다. 두 후보의 TV 광고는 30여 초 분량으로 철저히 상대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맞춰져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지저분한 대선으로 기록될 이번 선거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18일부터 ‘틀림없이(Absolutely)’라는 제목의 TV 광고를 방송하며 트럼프를 맹공격했다. 첫 장면에 클린턴이 잠깐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온통 트럼프의 세금 의혹 이야기다. 광고는 “대선에 출마한다면 ‘틀림없이’ 납세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트럼프의 과거 발언을 보여준 뒤 “트럼프가 과연 납세 내용을 공개할까” “트럼프는 아직 무엇을 더 숨기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클린턴은 직전 광고인 ‘롤 모델’에선 트럼프의 막말 퍼레이드와 아이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을 같이 내보내며 “아이들이 선거를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인, 히스패닉,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멕시코인은 강간범” “내가 뉴욕시 5번가에서 누군가를 총으로 쏴도 표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등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 연설을 시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부적합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가 19일 내보낸 첫 광고 ‘두 개의 미국(Two Americas)’도 만만치 않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4개 주요 경합 주에서 방송된 이 광고는 시작하자마자 클린턴을 공격한다. 난민들과 불법 이민자들이 체포되는 장면 등을 보여주면서 “시리아 난민은 몰려들고 불법 이민자는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미국에 머물며 사회보장 혜택을 누린다. 클린턴은 2015년 9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시리아 난민 6만5000여 명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꼬집었다.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2009∼2013년) 잘못된 외교 정책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공격한 것이다. 광고는 “트럼프가 집권하면 테러범은 추방되고 국경은 보호되며 가족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며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를 부각시킨다. 트럼프는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모자를 쓰고 나와 전함을 배경으로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다.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이번 광고를 위해 400만 달러(약 45억 원)를 썼으며 다음 달부터는 미 전역에서 광고전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클린턴이 대선 승리를 위한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훌쩍 넘어 348명까지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버지니아대 부설 정치연구소의 래리 새버토 소장은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린턴은 현재 전체 538명 중 34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트럼프는 190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WP는 클린턴이 벌써부터 대선 승리를 전제로 일자리 창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국정 어젠다를 가다듬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의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다음 달 5일부터 클린턴 지원 유세에 나선다고 WP는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결국 돌고 돌아 트럼프 스타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대선을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우파 언론인 2명을 선거캠프 핵심에 앉히자 CNN은 이렇게 보도했다. 트럼프는 사내 성희롱 추문으로 사퇴한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에게 대선 TV토론 전략을 일임한 데 이어 17일 보수 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스티븐 배넌 대표를 캠프 좌장인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했다.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하게 된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위원장이 트럼프를 ‘대통령답게’ 만들어 지지층을 넓히는 데 실패한 만큼 ‘꼴통 보수’ 언론인을 전면에 내세워 ‘집토끼’인 공화당 핵심 지지층을 끌어안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배넌은 워싱턴 정가에서 ‘쌈닭’으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다. 과격한 언행으로 6월 트럼프 캠프에서 해고된 코리 루언다우스키 전 선거대책본부장이 “배넌은 나와 유사한 대목이 있다. 그는 길거리 싸움꾼”이라고 할 정도였다. 배넌은 브레이트바트뉴스를 통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에 대해 무수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에일스도 트럼프에게 대선 후보로 비상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을 마련해준 인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토크라디오, 폭스뉴스, 보수적 웹사이트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를 무너뜨릴 공간을 만들어줬으며 이제 트럼프는 처음 자신에게 힘을 줬던 미디어 게릴라들에게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트럼프 선거캠프 개편 과정에는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억만장자 로버트 머서와 그의 딸 리베카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입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머서 부녀는 브레이트바트뉴스에 자금을 후원하고 있으며 트럼프 지지 슈퍼팩(대규모 정치자금 후원 조직)인 ‘거짓말쟁이 힐러리를 무찌르자(Defeat Crooked Hillary PAC)’에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P통신은 매너포트가 2012년 당시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소속 지역당이 미 로비회사 포데스타그룹과 머큐리를 통해 워싱턴 정가에 로비를 벌이는 과정을 알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매너포트가 2007∼2012년 지역당으로부터 1270만 달러(약 140억3000만 원)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나온 것으로 매너포트가 트럼프 캠프에서 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미국 역사상 가장 무모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에 대해 역대 공화당 정부에서 국가안보 부문 최고위직을 지낸 인사 50명이 공개성명을 내고 지지 거부를 공식 선언했다. 안보 분야 거물로 지금까지 나온 공화당계 인사들의 트럼프 지지 거부 선언 중 가장 강도가 높고 구체적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워싱턴 정가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성명에 대해 CNN은 “트럼프에 대한 전직 국가안보 올스타들의 정치적 탄핵”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처토프, 톰 리지 전 국토안보부 장관,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네그로폰테 초대 국가정보국장(DNI), 윌리엄 태프트 4세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 등은 8일 공개성명에서 트럼프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참여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의 기본 자질과 가치, 경험 등이 없다고 결론 냈다. “트럼프는 종교 및 언론 자유, 사법권 독립 등 미 헌법이나 정부 구성에 대한 기초 지식이나 신념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외교안보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트럼프는 미국의 근본적 이익, 복잡다기한 외교적 과제, 필수불가결한 동맹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적을 이롭게 하고 이상한 행동으로 동맹과 친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욱 큰 문제는 트럼프가 국가안보 이슈를 잘 모르면서도 자기 고집을 부린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외교안보 분야를 잘 모르는 대통령은 있었지만 트럼프는 이들과 달리 부족한 분야를 공부하기보다 오히려 국제정치에 대해 “경악스러운 수준으로 기본 사실조차 무시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유세에서 “내가 이슬람국가(IS)에 대해 현역 장군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역대 대통령을 보좌했던 이들은 트럼프의 독불장군식 국정 운영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대통령은 참모들 의견을 경청하고 서로 의견이 다른 참모들 간의 토론을 격려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을 조절하고 깊은 통찰 후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런 자질 중 어떠한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는 사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구별하려 하지 않는다. 자제력이 부족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트럼프 바람’에 휩쓸리지 말고 차분히 대선에 임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많은 미국인이 각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좌절하고 있으며 우리처럼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미국이 직면한 엄중한 도전을 해결할 답이 될 수는 없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69)의 당선 가능성이 83%까지 치솟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각종 여론조사 등을 종합 분석해 7일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의 당선 가능성은 17%로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양 당의 전당대회 이후는 물론 올 6월 이후 실시한 NYT의 당선 가능성 예측 조사 중 가장 큰 차이다. NYT는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질 확률은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가 삼진 아웃을 당할 확률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정치 분석 전문기관인 538(미 대선 선거인단 대의원 538명을 의미)과 프린스턴 선거 컨소시엄도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을 각각 83%와 85%로 내다봤다. NYT의 이번 예측에서 클린턴은 51개 주(50개 주+워싱턴DC) 가운데 244명의 대의원이 걸린 20곳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55명)를 비롯해 뉴욕(29명) 일리노이(20명) 등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트럼프가 우세한 곳은 15곳(94명)으로 테네시(11명) 미주리(10명) 등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NYT는 본선 향배가 걸린 경합 주를 16곳(200명)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클린턴은 펜실베이니아(20명) 플로리다(29명) 오하이오(18명) 등 핵심 경합 주 7곳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텍사스(38명) 등 9곳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나왔다. NYT의 분석대로라면 클린턴은 백악관 입성에 필요한 과반 대의원(270명)을 훌쩍 넘는 332명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NYT는 “클린턴이 경합 주에서 추가로 몇 곳을 더 지더라도 최소한 270명의 대의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클린턴의 우세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뚜렷하다. 특히 일부 공화당 텃밭 지역에서도 접전 양상을 보여 트럼프의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CBS가 7일 공개한 여론조사(2∼5일, 성인 1095명) 결과 공화당 강세 지역인 애리조나 주에서 클린턴은 44%로 22%의 트럼프에게 22%포인트나 앞섰다. 이곳은 2008년 대선 후보를 지낸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지역구로 지난 20년간 한 번도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공동 여론조사(1∼4일, 성인 1002명)에서도 클린턴은 50%로 42%의 트럼프를 8%포인트 차로 제쳤다. 최근 트럼프의 무슬림 전몰용사 부모 비하 발언이 트럼프의 약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조사 대상의 74%가 트럼프의 대응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 중에서도 61%가 트럼프의 비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해 최근 ‘트럼프 낙마설’ 등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움직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흑인들의 트럼프 지지율이 백인 우월주의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전 수장(首長)인 데이비드 듀크보다도 더 낮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반트럼프 움직임은 7일에도 이어졌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정치보좌관 출신인 프랭크 래빈은 CNN 칼럼에서 “트럼프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며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앞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더그 엘미츠도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클린턴 찬조연사로 나서 “40년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엔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선 경쟁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아들 조지 P 부시(40)는 부시 일가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손자인 그는 변호사 출신으로 텍사스 주 국토장관에 해당하는 ‘랜드 커미셔너’다. 한편 트럼프는 8일, 클린턴은 11일 미국의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유세를 하면서 경제정책 대결을 벌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대선을 포기하더라도 의회 권력만큼은 넘길 수 없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 전몰장병 부모 비하 발언 등으로 지지율이 연일 급락하자 당 안팎에선 대선을 분리해 연방 상하원 선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략이 흘러나온다. 11월 대선은 상하원 선거(상원 100석 중 34석, 하원 435석 전석)와 동시에 실시된다. 트럼프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의원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현재 공화당은 2014년 중간선거 결과로 상하원 모두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의 정치자금 모금 기관인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 전략가들은 트럼프 패배를 기정사실로 놓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했을 때 의회만큼은 공화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담은 선거 광고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이 잇달아 트럼프 지지 거부를 선언하고 나서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스콧 리겔 하원의원(버지니아)은 5일 공화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대선에서 제3 후보인 자유당 게리 존슨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패트릭 투미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이날 “유권자들이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에서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과 데이비드 영 하원의원(아이오와)은 트럼프가 5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유세를 갖자 아예 다른 곳에서 행사를 열었다. 의원들의 이 같은 ‘트럼프 피하기’는 트럼프가 전국 단위 여론조사는 물론 자신들의 지역구 내 조사에서도 클린턴에게 밀리면서 노골화되는 모습이다.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트럼프는 38%로 49%의 클린턴에게 11%포인트까지 밀렸다(프랭클린-마셜 4일 조사). 심지어 공화당 강세 지역인 조지아 주에서도 트럼프는 40%로 44%의 클린턴에게 뒤졌다(애틀랜타저널 5일 조사). 이런 현상은 11월 대선에서 한 투표용지에 상하원 선거 투표까지 동시에 하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 제도에 따른 측면도 없지 않다. 투표용지 맨 위에 적힌 대선 후보를 선택한 후 그 아래에 있는 상하원 선거 후보를 고르는데 트럼프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은 공화당보다 민주당 등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런 현상을 겨울에 입는 코트의 옷자락이 바닥까지 닿는 것에 빗대 ‘옷자락 효과(coattail effect)’로 부른다. 연방의회 선거 관련 정보까지는 잘 모르는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에 대한 호불호에 근거해 나머지 투표까지 한다는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의 깜짝 방문을 받았다. 이날 55번째 생일을 맞아 바이든 부통령이 촛불을 켠 컵케이크를 가져온 것이다. 즉석에서 촛불을 끈 오바마는 저녁엔 부인 미셸 여사 등과 함께 백악관 인근 단골 해산물 레스토랑인 ‘피오라 마레’를 찾아 와인을 곁들여 3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했다. 5일엔 백악관에 팝스타 비욘세, 제이 지 부부와 스티비 원더 등을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임기 중 마지막 생일을 맞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발표된 CNN-ORC 공동여론조사(7월 29∼31일·성인 1003명 대상) 결과 국정지지율이 54%까지 치솟았다. 2013년 시작한 2기 임기 들어 가장 높다. 전임자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레임덕(임기 말 국정 누수 현상)이 그에겐 남의 말이다. 특히 여성(59%)과 유색인종(77%), 대졸자(62%), 45세 이하(68%), 민주당 성향 유권자(89%) 등 주력 지지층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 타결’ ‘쿠바 국교정상화’ ‘오바마 케어(의료보험 개혁)’ 등 지지층을 정조준한 굵직한 이슈를 해결해 지난해부터 종종 50%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임기 마지막 해 지지율이 이처럼 고공 행진하는 것은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기념비적인 찬조 연설이 큰 역할을 했다. 미셸 여사도 오바마 못지않게 감동적인 전대 연설을 하면서 ‘부부 시너지’ 효과도 반영됐다. 임기 말 대통령이 골골거리지 않고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오바마 부부가 어떤 스캔들에도 연루되지 않은 데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의 8년 동안의 업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여기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라는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상대적으로 오바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모습이다. 사안이 발생하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명쾌하게 연설하고 백악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으로 시원하게 소통하는 모습에 국민은 높은 점수를 준다. 미셸 여사는 지난달 20일 CBS방송의 ‘레이트 레이트 쇼’에 출연해 진행자인 제임스 코든, 팝스타 미시 엘리엇과 ‘내 딸들을 위한 노래(This Song Is For My Girls)’를 불렀다. 방송이 나간 직후 노래의 디지털 음원 판매량이 방송 이전보다 16배나 치솟았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노래는 미셸 여사가 주도하는 빈곤층 여학생 교육지원 캠페인인 ‘렛 걸스 런(Let Girls Learn)’이 3월 발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민주당 후보 클린턴의 ‘퀸 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다. CNN은 “성공적인 임기 말을 보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각종 기자회견과 공동 유세를 통해 클린턴의 강력한 무기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3일 오후(현지 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처음으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진 것에 대해 규탄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합의된 성명을 채택하진 못했다. 이날 회의 소집을 요청한 한국 미국 일본 등 3국의 유엔 주재 대사들은 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런 도발은 조직적이고 포괄적인 위협”이라고 밝혔다.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세계적인 (핵과 미사일) 비확산 노력에 심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고,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는 “대북 제재 이행의 강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벳쇼 고로(別所浩郞·63) 주유엔 일본대사도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은 (안보리) 성명서가 최대한 빨리 채택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와 연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성명 채택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하려면 러시아 및 중국과 효과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을 주도한 공화당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적인 군사적 옵션 모색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일본에서 사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요격미사일(고도 150∼500km)과 지상의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고도 20km)로 상·하층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4일 “(이번 노동미사일이) 만약 일본 영토까지 날아왔어도 요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전하면서 “육상 배치형 고고도 요격시스템 도입 논의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도쿄=장원재 특파원}
무슬림 참전 전몰용사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 대선 후보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BC방송은 3일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이번 사안에 대한 트럼프의 대처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도 낙마하는 상황을 가정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트럼프가 낙마하면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 168명이 트럼프의 ‘대타’를 결정하게 된다. 트럼프 낙마설은 실현 가능성보다는 그만큼 공화당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의 후보 선출을 막기 위해 전대 직전까지 계속된 ‘중재전당대회’ 아이디어처럼 논의만 하다 그칠 가능성이 많다. 대선을 불과 96일 앞둔 데다 다음 달 26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이 열리는 만큼 새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외부 칼럼니스트인 폴 월드먼의 기고를 통해 “트럼프가 대선 후보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럴 경우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가 어부지리로 대선 후보가 되고, 결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크게 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핵심 관계자들은 이날도 트럼프가 무슬림 부모 비하 논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WP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지금 자신이 힐러리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함으로써 힐러리의 승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 후보도 이날 라이언 의장 지지를 선언하면서 트럼프를 압박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이라크전 참전 전몰 용사의 부모를 비하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공화당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가 ‘골드스타 패밀리스(Gold Star families·미군 전사자 가족모임)’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 유럽·중동·아시아의 중요한 이슈에 대한 기본 지식조차 없는 것 등은 그가 한심스러울 정도로 나라를 이끌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복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왜 여전히 그를 지지하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에 대한 비판은 캠프 내부에서도 나왔다. 집권 때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몰 용사의 부모인 칸 부부 입장에선 아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고통은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논란을 끝낼 것을 종용했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오랜 참모였던 마리아 코멜라 씨도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며 클린턴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폴 매너포트 또한 현 상황에 대해 “(유세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캠프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대응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은 세상을 불안정하게 하고, 덜 안전한 곳으로 만든 외교정책을 창안한 실패한 지도자”라며 “대통령에 부적합한 사람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역시 똑같이 부적합하다”고 맞받았다. 트럼프는 또 이날 버지니아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무슬림 부모 비하 논란이 번지는 데)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로 자신을 공격하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주류 지도부를 공격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1월 대선과 함께 상원의원 선거를 치르는 매케인 의원에 대해 “(상원의원) 경선에서 매케인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앙’(disaster)이라고 표현하며 보호무역주의를 거듭 천명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1일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수락 연설에서도 한미 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협정에 재앙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는 2일 미 버지니아 주 애쉬번에서 가진 유세에서 미국이 그동안 외국과 체결한 각종 FTA 때문에 지역경제가 망가졌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한미 FTA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이던) 2011년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한미FTA)을 강행 처리했다. 우리에게 그 협정은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는 “힐러리에게 선거자금을 주는 사람들을 봐라. 그들이 그 협정에 얼마나 연루됐는지 보라”면서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인 북미자유협정(NAFTA·나프타)에 서명한 후 버지니아는 지역 내 제조업 일자리 3개 가운데 1개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TPP에 가입한 회원국들과의 교역에서도 적자가 크다. 이것이 바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원하고 힐러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힐러리는 과거에 TPP를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라고까지 불렀다”고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는 1일 오하이오 주 유세에서도 “힐러리는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처리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일자리) 킬러였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미 FTA를 이렇게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가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 지역)에 집중된 만큼 백인 노동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미군 전사자 부모 비하 발언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가 195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쓸었던 ‘매카시즘(극우 초보수 반공주의)’에 트럼프를 비유한 칼럼을 실었다. 해럴드 폴락 미 시카고대 교수는 1일 WP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산주의 척결을 명분으로 무분별한 사상 검증을 일삼았던 공화당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위스콘신)이 결국 여론의 외면을 받아 정치권에서 사라진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역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라크전 전몰용사의 아버지에게서 ‘당신은 미국 헌법을 읽어본 적이 있느냐. 누구를 위해 희생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은 마치 매카시가 1954년 의회 청문회에서 미군 내 공산주의자의 존재를 주장하다 조지프 웰치 당시 육군 법률고문에게서 ‘당신에게 품위라고는 없는 거냐’는 질문을 받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WP는 트럼프가 그동안 워싱턴 기성 정치인을 공격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전몰장병 부모를 공격한 뒤로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이라크 참전 전사자인 후마윤 칸의 부모와 벌이는 설전이 당내에서 심각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심지어 “당보다 국가를 생각하자. 공화당의 정신과 배치되는 후보(트럼프)의 패배를 감수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2008년 대선 후보였던 베트남전 참전용사 존 매케인 상원의원(80·애리조나·사진)은 1일 공식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최근 며칠간 미군 전사자 부모를 헐뜯는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질타했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해 트럼프가 “전쟁 포로가 왜 전쟁 영웅이냐”며 자신을 조롱할 때도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5월 트럼프의 경선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트럼프는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며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CNN은 “그랬던 그가 트럼프 비난 대열에 처음 가세한 것은 ‘공화당의 핵심 가치와 배치되는 후보의 패배를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풀이했다. 매케인 의원 가족은 트럼프 비판에 더욱 노골적이다. 칼럼니스트인 큰딸 메건(32)은 트위터에서 트럼프를 “참전 사망 군인의 부모를 공격하고 전쟁 포로를 조롱한 야만인”이라고 비난했다. 손녀인 캐럴라인(28)은 지난달 29일 블로그를 통해 “여성혐오주의자이고 인종차별주의자인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뽑은 공화당은 나를 배신했다. 공화당에 대한 충성심은 결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능가할 수 없다”고 밝히며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69)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은 “미 의회의 첫 번째 의무는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하는 것”이라며 헌법 소책자를 든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핵심 참모인 샐리 브래드쇼도 1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혐오스러운 발언을 보며 그의 무원칙과 공화당 정신 결여를 확인하고 탈당을 결심했다”며 “당보다 나라를 생각해야 할 때다. 트럼프 대신 클린턴을 찍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상이군인회(DAV)’ 연례행사에 참석해 “그 누구도 ‘골드스타 패밀리’(미군 전사자 가족모임)만큼 우리의 자유와 안보를 위해 이바지한 사람은 없다. 이들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함께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치·경제·교육 분야의 정의를 외친다. 힐러리는 지난달 28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월스트리트가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선 과정에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트럼프대가 사기 의혹에 휘말리자 힐러리는 “젊은이와 그 가족의 돈을 뺏고 빚더미에 오르게 하는 영리 목적의 학교를 솎아내겠다”고 공언했다. 대형 은행과 대기업은 물론 영리 교육기관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한 클린턴 부부도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힐러리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영리 목적 교육기관으로부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2200만 달러(약 240억 원)를 받았다. 주로 강연료와 명예총장 봉급 명목이었다. 클린턴 부부가 영리 교육기관에서 벌어들인 2200만 달러를 포함해 사기업의 강연료와 원고료로 벌어들인 돈까지 합치면 2010년에서 2014년까지 5년 동안 총 1억200만 달러(약 1130억 원)나 된다. 2013년과 2014년 두 해 수입만 합해도 5500만 달러(약 610억 원)에 이른다. 퇴임 후 오히려 돈방석에 앉은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들이 클린턴 부부에게 인터뷰나 강연 요청을 하려면 돈 보따리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뒷담화가 농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힐러리가 개혁을 외쳤지만 정작 자신은 기득권 계층과 연줄로 묶여 있어 대선 본선에서 돈 문제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FT는 “미국 학자금 대출 규모가 1조2000억 달러(약 1400조 원)를 넘는 상황에서 영리 교육기관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민감한 주제가 될 것”이라며 “클린턴 부부에게 우호적인 유권자 층에서도 이 문제만큼은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자리를 내려놓은 다음 해인 2014년 ‘아카데믹파트너십’과 ‘뉴턴’이라는 영리 교육기업에서 각각 한 차례 강연을 하고 총 45만1000달러(약 5억 원)를 받았다.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10년부터 ‘로리엇국제대’라는 영리 교육기관에 명예총장으로 이름을 걸어놓고 2014년까지 1650만 달러(약 180억 원)를 챙겼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4개국 19개 캠퍼스를 방문하는 조건으로 1년에 110만 달러(약 12억 원)를 받는 하버드대 총장보다도 더 높은 연봉을 받았다. FT는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등 로리엇국제대 이사로 있는 유명 인사들 이름을 거론하며 대형 영리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명인의 ‘자금연합체’가 기득권을 타파하고 변화를 이끌겠다는 힐러리에게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인 힐러리가 지난해 4월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뒤 2주 만에 로리엇국제대 명예총장직을 내려놓았다. 앞서 힐러리는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후인 2014년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에서 한 번에 23만 달러(약 2억5000만 원)에 이르는 고액 강연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나 공화당 지지자는 물론 민주당 지지자로부터도 욕을 먹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클린턴 전 대통령 밑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았는데 왜 부적절해 보일 수 있는 위험을 선택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결혼전 전신누드 공개뉴욕포스트, 1996년 佛잡지 실린 사진 게재트럼프 “나와 만나기 前… 유럽선 흔한 일”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의 부인 멜라니아(46)가 처녀 시절에 찍은 전신 누드 사진이 공개됐다. 타블로이드 신문인 뉴욕포스트는 멜라니아가 패션모델로 활동하던 1996년 프랑스 남성잡지 ‘맥스’에 게재된 누드 사진을 입수해 지난달 31일자 신문 1면에 실었다. 2, 3면에도 관련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다. ‘디 오글 오피스(The Ogle Office·유혹의 사무실)’란 제목을 달고 게재된 사진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19금 사진’이 대부분이다. 사진을 찍은 알레 드 바세빌이라는 사진사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멜라니아는 전신 누드 촬영인데도 불편해하지 않았고 대단히 프로페셔널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는 아내의 누드 사진에 대해 “멜라니아는 성공한 패션모델 중 한 명이며 유럽에서 이런 사진은 보편적”이라며 “이 사진은 내가 멜라니아를 알기 전 촬영됐다”고 뉴욕포스트에 말했다. 트럼프는 2005년 멜라니아와 세 번째로 결혼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뉴욕포스트가 멜라니아 누드 사진을 게재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막 전당대회를 마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쏠린 시선을 분산하기 위한 트럼프 측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이 정도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CNN 등 미 언론들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괴팍한 기질을 보여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사건은 이렇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유세를 위해 방문한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마이닝 익스프레스 호텔’에서 나오려다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그 안에 수행원들과 갇혔다. 여러 번 버튼을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자 한 수행원이 911에 전화를 했고, 곧 인근 소방서 구급요원들이 출동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윗덮개를 열고 사다리를 내려 한 사람씩 구조했으며 트럼프도 사다리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구조 작업은 1시간 정도 걸렸다. 트럼프는 예정보다 늦게 유세장인 콜로라도대로 갔다. 그런데 연단에 서자마자 방금 자신을 구해 준 소방서 관계자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콜로라도스프링스 소방서 측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유세장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한 점을 문제 삼은 것. 트럼프는 불쾌한 표정으로 “지금 유세장 밖에 몇 천 명의 지지자들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서 있다. 소방서 측이 단지 안전 상의 이유로 들여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의 시스템이 고장났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소방서 관계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사람들 아닌가 싶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정말 미국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막말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그 이전에도 애리조나 주 피닉스 등에서 유세를 하던 중 비슷한 이유로 소방 공무원들을 비난한 바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 소방서 관계자는 “트럼프 측에서 너무 많은 입장권을 발부했다. 그래서 막은 것이다. 사람들이 법규를 지키는 것을 거북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평소 ‘힐러리 랜드’를 두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측근을 비롯한 ‘이너서클’에 지나치게 의존해 주변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이 공개한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장 뒤편에서 벌어진 뒤풀이 사진은 클린턴 이너서클의 권력 지도를 생생히 보여준다. 핵심 3인방인 셰릴 밀스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 후마 애버딘 전 부실장, 제이크 설리번 클린턴 캠프 외교정책 자문역이 아주 편안하게 클린턴과 대화하거나 주먹으로 인사 하는 모습이 잡혔다. 사진에는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히는 밀스가 클린턴과 탁자에 나란히 걸터앉아 귓속말로 장시간 대화하는 모습이 나온다. 클린턴과 대통령 부인 시절부터 각별했던 밀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으로 탄핵당했을 때 자문 변호사였다. 클린턴에게 수시로 e메일을 보내며 ‘힐러리’라는 이름을 부르는 몇 안 되는 측근이다. 클린턴의 예일대 로스쿨 직계 후배로 국가안보보좌관으로도 거론되는 설리번은 클린턴이 샴페인 잔을 들고 다가오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고는 태연하게 클린턴과 주먹을 부딪치는 인사를 했다. ‘수양 딸’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애버딘은 전당대회 후에도 클린턴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남편 빌 클린턴은 클린턴의 옆자리를 측근들에게 내주고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전당대회를 마치고 31일 100일간의 대회전에 들어갔다. 두 후보는 경합 주가 집중된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에 올인하고 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혼전이 거듭되면서 111석의 대의원이 걸린 경합 주 8곳이 승부처로 떠올랐다. 미 대선은 51개 주(워싱턴 포함)의 대의원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얻으면 승리한다. 31일 CNN에 따르면 현재 경합 주는 플로리다(대의원 29명) 아이오와(6명) 펜실베이니아(20명) 오하이오(18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버지니아(13명) 뉴햄프셔(4명) 네바다(6명) 등이다. 이 중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아이오와는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로 꼽힌다. 펜실베이니아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으나 경선을 거치며 경합 주로 분류됐다. 클린턴은 지난달 28일 필라델피아 전당대회 후에도 펜실베이니아 주를 떠나지 않고 대형 버스를 타고 유세를 시작했다. 30일엔 대표적인 철강산업 도시인 피츠버그에서 유세를 하고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 상원의원이 철강 노동자의 아들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클린턴은 30일 존스타운의 한 전선공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우리는 약하지 않다. 또한 침체돼 있지도 않다. 여러분은 미국이 매일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홀로 (산업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에 대해서는 “그는 사소한 일에도 냉정을 잃는다. 보통 미국인들의 아픔을 모른다”며 “국가안보 이슈에 대해 경험이 부족하고 (외교 문제에 있어) 미국의 중립적인 가치관을 포용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1일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와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를 찾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기존의 무역협정 폐기와 재검토를 강조한다. 앞서 29일 유세 도중 클린턴을 겨냥해 “더 이상 ‘점잖은 남자(nice guy)’는 없다. 주먹에 끼고 있던 글러브를 벗을 것”이라며 난타전을 예고했다. 민주당 전대가 끝나면서 클린턴은 ‘컨벤션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25∼29일)에서 클린턴은 41%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35%)를 6%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후보 수락 연설 시청률에선 트럼프가 앞섰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민주당 전대 마지막 날인 28일 CNN 폭스뉴스 NBC ABC 등 10개 방송으로 클린턴의 연설을 지켜본 시청자 수는 평균 2980만 명으로 21일 트럼프 수락 연설 시청자 수인 3220만 명보다 240만 명 적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는 클린턴에 대한 반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합 주인 버지니아에서 온 앨런 키스 씨는 “샌더스 지지자 상당수가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되지 않으면) 차라리 트럼프를 찍겠다고 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