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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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겨울 길목의 설렘, 건반 위의 시인들 온다

    겨울의 초입, 서울의 클래식 무대를 세계적 피아니스트들의 화려한 면면이 장식한다. 국경을 갈라놓았던 빗장이 풀리면서 노장과 신예를 망라한 건반 스타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한다. 독일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33)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로 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오트는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으로 여러 장의 독집 음반을 내놓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 2019년 ‘다발성 경화증’으로 투병 중임을 밝혔다. 전설적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의 커리어를 앗아간,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 병이다. 최신 의학의 도움으로 오트는 다시 일어섰다. 콘서트 메인 곡은 ‘운명’의 주제를 형상화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21일에는 2021 그래머폰상 피아노 부문 수상자인 폴란드의 피오트르 안데르셰프스키(52) 독주회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래머폰상 수상 레퍼토리인 바흐의 평균율 제2권을 연주한다. 그는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 스뱌토슬라프 리히터 등의 영상을 제작한 프랑스 감독 브뤼노 몽생종의 다큐멘터리 ‘안데르셰프스키, 조용하지 않은 여행자’(2008년)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피아노계에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신동 피아노 계보의 전설 예브게니 키신(50)도 다음 날인 22일 롯데콘서트홀 무대를 찾아온다. ‘신동 신드롬’을 극복하고 세계 피아노계의 강자로 우뚝하게 자리 잡은 그는 3년 만의 다섯 번째 내한 무대에서 베토벤 소나타 31번, 쇼팽 마주르카 중 일곱 곡 등을 들려준다. 올해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캐나다의 브루스 류(24)는 우승에 따르는 세계 순회연주의 일환으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윌슨 응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쇼팽 콩쿠르 결선 연주곡인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콘서트 메인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가벼운’ 교향곡으로 꼽히는 교향곡 9번. 2017, 2018년 등 내한 때마다 엄정한 설계와 빈틈없는 터치로 격찬을 몰고 온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선생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79)는 12월 2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세 번째로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에 선다. 조지아 출신인 그는 보리스 베레좁스키와 알렉세이 볼로딘 등의 스타를 제자로 배출했고 이번 무대에서 쇼팽 발라드 2번 3번, 모차르트 소나타 14번 등을 들려준다. 같은 날인 12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2013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이스라엘의 보리스 길트부르그(37)가 지중배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메인 곡은 계절감이 충만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1번 ‘겨울날의 환상’이다. 2017년 이후 여러 차례 내한 무대를 가져온 러시아의 미로슬라프 쿨티셰프(36)는 12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1위 없는 2위를 수상한 그는 이번 무대에서 베토벤 소나타 31번과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전쟁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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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으로 장식하는 겨울의 초입…세계적 피아니스트 잇따라 내한

    겨울의 초입, 서울의 클래식 무대를 세계적 피아니스트들의 화려한 면면이 장식한다. 국경을 갈라놓았던 빗장이 풀리면서 노장과 신예를 망라한 건반 스타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한다. 독일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33)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로 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다. 모친이 일본인인 오트는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으로 여러 장의 독집 음반을 내놓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 2019년 ‘다발성 경화증’으로 투병중임을 밝혔다. 전설적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의 커리어를 앗아간,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 병이다. 최신 의학의 도움으로 그는 다시 일어섰다. 콘서트 메인곡은 ‘운명’의 주제를 형상화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21일에는 2021 그라머폰상 피아노부문 수상자인 폴란드의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52) 독주회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라머폰상 수상 레퍼토리인 바흐의 평균율 제2권을 연주한다. 그는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테르 등의 영상을 제작한 프랑스 감독 브루노 몽생종의 다큐멘터리 ‘안데르제프스키, 조용하지 않은 여행자’(2008년) 등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피아노계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신동’ 피아노 계보의 전설 예프게니 키신(50)도 다음날인 22일 롯데콘서트홀 무대를 찾아온다. 신동 신드롬을 극복하고 세계 피아노계의 강자로 우뚝하게 자리 잡은 그는 3년 만에 갖는 다섯 번째 내한 무대에서 베토벤 소나타 31번, 쇼팽 마주르카 중 일곱 곡 등을 들려준다. 올해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캐나다의 브루스 리우(24)는 우승에 따르는 세계 순회연주의 일환으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윌슨 응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쇼팽 콩쿠르 결선 연주곡인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콘서트 메인곡은 쇼스타코비치의 ‘가벼운’ 교향곡으로 꼽히는 교향곡 9번. 2017, 2018년 등 내한 때마다 엄정한 설계와 빈틈없는 터치로 격찬을 몰고 온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선생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79)는 12월 2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세 번째로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에 선다. 조지아 출신인 그는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알렉세이 볼로딘 등의 스타를 제자로 배출했고 이번 무대에서 쇼팽 발라드 2번 3번, 모차르트 소나타 14번 등을 들려준다. 같은 날인 12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2013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이스라엘의 보리스 길트부르크(37)가 지중배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메인곡은 계절감이 충만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1번 ‘겨울날의 환상’이다. 2017년 이후 여러 차례 내한 무대를 가져온 러시아의 미로슬라브 쿨티셰프(36)는 12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부문 1위 없는 2위를 수상한 그는 이번 무대에서 베토벤 소나타 31번과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전쟁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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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아다지에토’는 연가인가, 죽음의 음악인가?

    구스타프 말러가 1902년에 쓴 교향곡 5번 다섯 개 악장 중에서 네 번째 악장인 ‘아다지에토’는 매우 탐미적이고 도취적인 음악이다. 이 곡은 특히 인기가 높아진 계기들이 있었다. 하나는 1971년 발표된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다.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영화는 한 예술가의 탐미적 의식과 파멸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배경음악으로 쓰인 작품이 말러의 아다지에토였다. 이 영화가 나오기 3년 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던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암살당했다. 형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5년 만이었다. 뉴욕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 장례식이 열렸고 번스타인이 지휘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했다. 이후 이 음악은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추모하는 음악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추모의 음악으로 쓰이는 데 대해 반대 의견도 있다. 말러 연구자이자 아마추어 지휘자인 길버트 캐플런(1941∼2016)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캐플런은 말러와 절친했던 네덜란드 작곡가 빌럼 멩엘베르흐의 얘기를 소개한다. 말러는 연애 시절 훗날 자신의 신부가 되는 알마에게 이 곡의 악보를 보냈다고 멩엘베르흐는 얘기한다. 알마는 즉시 이것이 자신에게 주는 말러의 러브레터임을 알아차렸고, ‘내게 오세요’라는 회답을 보냈다는 것이다. 멩엘베르흐는 알마와 말러 두 사람으로부터 직접 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멩엘베르흐는 말러가 알마를 위해 쓴 시도 소개한다. 아다지에토의 선율에 맞춰 불러 보면 그 시작부는 가사와 선율이 일치한다. “그대 나의 사랑, 나의 태양이여/그대에게 말로는 이야기할 수 없소/나의 동경….” 말하자면, 이 아다지에토는 사랑의 음악이지 죽음의 음악이 아니니까, 장례식에서 쓰거나 애도의 장면에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캐플런은 또 이렇게 얘기한다. “사랑의 음악인 아다지에토는, 그동안 장송 음악처럼 너무 느리게 연주되었다. 더 빨리 연주해야 한다. 앞에 말러의 러브레터 얘기를 소개한 멩엘베르흐도 이 곡을 훨씬 빠르게 연주했다.” 맞는 이야기일까. 멩엘베르흐가 지휘한 이 곡을 들어 보면 실제로 훨씬 빠르게 들린다. 번스타인이 로버트 케네디 장례식에서 연주한 실황은 11분 6초다. 멩엘베르흐 연주는 7분 9초. 번스타인이 두 박자를 가는 동안 멩엘베르흐는 세 박자를 가는 셈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빠르건 느리건, 사랑의 음악은 추모나 장례에 쓸 수 없는 것일까. 말러의 가곡인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다’는 그가 교향곡 5번 1년 전인 1901년에 쓴 곡으로, 아다지에토의 원형이 된다고 분석되는 작품이다. 선율이 떠오르듯이 시작되는 시작 부분이나, 반대로 깊이 가라앉듯이 꺼져가는 마지막 부분이 닮았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다. 내가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낸 세상에서/사람들은 생각하리라, 내가 죽었다고/ (…) 그러나 나는 홀로 나의 천국에 산다./내 노래 속에, 내 사랑 속에.” 말러가 활동했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인간의 여러 본능, 특히 타나토스라고 일컬어지던 죽음의 본능과 에로스, 즉 사랑의 본능이 깊은 연관을 갖는다고 해석되는 시기였다. 말러의 심리 상담을 했던 프로이트는 그런 정신적 흐름을 대표했다. 같은 예술 작품이 사랑과 죽음을 동시에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 곡들을 쓰기 직전인 1901년 2월에 말러는 죽음의 문턱을 넘보고 왔다. 대량의 장기 출혈을 겪었던 것이다. 의사는 조금 더 출혈이 계속됐으면 말러가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의 문턱을 엿보고 온 말러에게는 결혼으로 이어질 새로운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어진 죽음과 사랑의 거대한 심리적 흐름을 말러는 한 곡에서 동시에 표현하지 않았을까.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말러와 그에게 영향을 준 음악가들을 조명하는 실내악 연주회 ‘구스타프 말러를 위하여’가 열린다. 말러 연구가 김문경이 해설을 맡고 말러 ‘아다지에토’도 연주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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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애-부부애가 만드는 화음…예무스 정기연주회 ‘인생의 경계선’

    “우애와 부부애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삶을 형성해나가는지 인생의 의미를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참된 동반자의 모습을 발견하시리라 생각합니다.”(김재은·예무스 단장) 부부만 여섯 커플. 친구와 부부들이 모여 화음을 이루는 콘서트가 열린다. 1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예무스 제10회 정기연주회 ‘인생의 경계선’. 피아니스트 정재원과 첼리스트 주연선 등 친구사이 다섯 명 음악가들이 꾸미는 슈베르트 ‘송어’ 5중주로 시작해 피아니스트 네 사람의 합주, 피아니스트 오윤주와 첼리스트 김우진 부부의 프랑크 소나타 듀오, 성악가 커플 네 쌍의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무대로 이어진다. 12일에는 예무스 제 11회 정기연주회 ‘뮤페라 Now I see’가 열린다. 오페라에 뮤지컬을 더했다는 뜻으로, 20세기 호주 전도사 프랭크 제너의 삶을 풀어냈다. 작곡가 정순도의 창작곡과 유명 아리아, 가곡 등을 더해 음악극을 구성했다. 국립오페라단 주역 테너 국윤종이 제너 역을, 소프라노 양지영이 크리스틴 역을 맡는다. 예무스는 ‘예술인들의 무리’라는 뜻. 2011년 창단돼 코로나로 중단된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정기연주회를 열어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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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소니 수상 좋은점?… 다루고 싶은 곡 마음껏 공부”

    “부소니 콩쿠르 수상으로 좋은 점? 목표를 떠나 평소 다루고 싶던 곡을 마음껏 공부할 수 있게 된 거죠.” 187cm 장신인 피아니스트 박재홍(22·사진)의 표정에는 소년의 수줍음이 묻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9월 3일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부소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4개의 특별상까지 수상했다. 그가 수상 후 첫 리사이틀을 6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연다. 부소니 콩쿠르 경연 과정에서 연주한 슈만 ‘크라이슬레리아나’, 부소니 ‘쇼팽 프렐류드에 의한 10개의 변주’, 베토벤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 19일 경기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한다. 그는 목사이자 음악 애호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라면서 늘 교회에서 음악을 접했고 집에서도 대가들의 명연주를 들었다. “친하게 지내던 누나가 피아노를 배우면서 악보를 보여주고 제게 ‘칠 수 있느냐’고 물었죠. 못 친다고 했더니 웃더군요. 그 뒤 매일 두세 시간씩 연습했죠. 계속 해도 싫지 않았어요.” 닮고 싶은 연주가로는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를 꼽았다. “매일 아침 1시간 반 동안 바흐를 연주하며 마음을 정화한다고 합니다. 그런 음악을 향한 헌신이 좋아요.” 작곡가 고유의 스타일에 대한 탐구도 시프를 좋아하는 이유다. “바흐든 버르토크든, ‘이 작곡가가 살아서 듣던 소리가 이런 것이겠구나’ 싶은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는 “나도 연주자의 개성보다 작곡가의 성격을 앞세우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 5월 마시모 자네티 지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협연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단단한 터치’ ‘악단과의 완벽한 호흡’ ‘큰 체구에서 우러나오는 힘’을 그의 장점으로 꼽는다. 그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일까. “제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음악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좋은 음악들을 나누는 게 너무 좋고, 무대에 설 때마다 설레며 몰입하게 됩니다. 작곡가에게 누를 끼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을 늘 간직하려 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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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가을 슈만과 볼프의 사랑노래, 실내 관현악 반주로 듣는다

    “플루트와 바이올린 소리가 들린다/트럼펫도 요란히 섞여든다/거기서 결혼식 춤을 추겠지/내가 진심으로 가장 사랑하는 그 사람이.”(슈만 작곡 ‘시인의 사랑’ 중 9곡) 피아노 반주로 듣던 슈만 가곡집 ‘시인의 사랑’을 플루트, 바이올린, 트럼펫 등 여러 악기의 실내앙상블 반주로 듣는다. 앙상블오푸스가 소프라노 임선혜, 독일 테너 키에란 카렐과 함께 꾸미는 ‘그 남자, 그 여자 이야기’ 콘서트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 랄프 고토니가 편곡과 지휘를 맡는다. 11월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고토니는 후고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을 실내악 반주로 편곡해 2016년 임선혜와 테너 시모 메키넨의 노래로 앙상블오푸스와 함께 선보인 바 있다. 이번이 초연인 ‘시인의 사랑’ 실내악 반주 연주에 이어 이번 공연 후반부에도 이탈리아 가곡집을 연주한다. ‘시인의 사랑’은 슈만이 독일 낭만주의 문호 하이네의 시집 ‘서정적 간주곡’에서 시 16편을 뽑아 하나의 줄거리로 묶어낸 가곡집. 시인이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을 당하고 아픔을 삭인 뒤 못내 아쉬움을 남기면서도 결국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고토니는 피아니스트로 출발해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 테너 페터 슈라이어 등 대가수들의 가곡 반주자로 활약하며 수많은 명연주를 남긴 뒤 지휘자로 전향했다. 핀란드 사본린나 오페라 축제 감독으로도 활동해 극(劇)의 전개에 대한 이해가 밝다. ‘이탈리아 가곡집’은 독일 시인 겸 소설가인 파울 하이제가 엮은 이탈리아 민속시집을 바탕으로 오스트리아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볼프가 시 46편을 골라 일정한 줄거리 없이 곡을 붙인 가곡집. 고토니는 이 곡들의 순서를 바꿔 일정한 줄거리가 이어지도록 편집했다. 고토니는 “슈만 ‘시인의 사랑’은 충실한 영혼(Treue Seele)의 사랑 이야기다. 반면 ‘이탈리아 가곡집’은 세련되고 꾀 많은 여성이 주인공이 되며 순진한 남자가 동반하는 문제 많은 사랑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여주인공은 16세 정도 되지만 완전히 성장한 성인 여성처럼 처신해야 하죠. 두 남녀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지만 결국 여성이 이 이야기의 승자가 됩니다.” 고토니는 “앙상블오푸스는 오케스트라에 비해 작은 편성이지만 현악4중주도, 관악6중주도 들어 있어 멋진 조화를 이루는 편성”이라고 말했다. 앙상블오푸스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편성이 작은 만큼 각 단원들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을 해야 한다. 원래의 피아노 반주부에서 페달이 내는 효과를 다른 악기들로 살려내는 게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임선혜와 호흡을 맞춰 노래하는 카렐은 25세의 젊은 테너. 2019년 독일 본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같은 해 하이델베르크 봄 슈베르트 축제에서 열린 독창회에서 “아름다움, 가벼운 고음, 완벽한 해석과 엄청난 다재다능함을 가졌다. 그의 목소리는 진정 기적이다”라는 격찬을 받았다. 5만∼1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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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터리 과학자는 어떻게 스탈린의 총애를 얻었나[책의 향기]

    “기린들은 높은 나무의 잎을 뜯어먹으며 목이 길어졌고, 대대로 그렇게 길어진 목을 물려주어 지금의 기린이 되었다.” 오래전 용도 폐기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이다. 그 자리는 ‘목이 긴 기린만이 생존에 적합해 후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주게 되었다’는 적자생존설이 대체했다. 그러나 1965년까지 소련을 비롯한 공산세계에서는 ‘생물이 자기 대에 획득한 형질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이론이 통용됐다. 젖소를 잘 돌보아 우유가 많이 나오면 그 후손들도 젖이 많아진다는 식의 생각을 한 것이다. 저자는 그 중심에 선 소련 농학자 트로핌 리센코(1898∼1976)와 그에게 유리한 토양을 마련한 소련 체제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겨울 밀 품종을 봄 밀로 바꿀 수 있다는 리센코 이론은 농업혁명을 이루려는 소련 정권의 구미에 맞았다. 스탈린과 그의 뒤를 이은 흐루쇼프는 그의 연구를 대대적으로 장려하고 선전했지만 흐루쇼프 실각 후 러시아 유전학자들은 그가 소련 농업에 지대한 피해를 초래한 사기꾼이라고 비난했고 리센코는 권위를 상실했다. 저자가 긴 추적 끝에 1971년 만난 리센코는 ‘소박한 농민으로 시작해 논밭에서 지식을 얻으며 평생 투쟁해 왔는데 이제 세상이 외면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리센코는 자기의 세계에 빠진 순수한 연구자가 아니었다. 그는 DNA의 역할과 적자생존을 믿는 정통 유전학자들을 “서방의 간첩”이라며 당국에 고발했다. 경쟁자였던 바빌로프는 구금되어 옥중에서 굶어 죽었고 그 밖에도 학자 수백 명이 시련을 겪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유전학계에는 반전이 일어났다. DNA가 ‘유전의 지휘자’라기보다는 도서관과 같은 ‘정보 보관소’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환경이 유전자에 담긴 스위치를 켜거나 끔으로써 유전 형질의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이렇게 환경에 의해 발현된 형질은 심지어 몇 세대 동안 후대에 전해질 수도 있었다. 리센코는 옳았을까. 저자의 결론은 단호하다. 새로 발전한 21세기의 ‘후성 유전학’과 리센코주의에 유사성이 있다면 우연일 뿐이었다. 리센코는 DNA를 무시하고 멘델의 법칙을 부인했으며 유전자형과 표현형을 구별하지 않는 등 명백한 오류들을 외면했다. 더 위험한 것은 소련과 스탈린 통치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일수록 ‘리센코는 옳았다’는 선동에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심지어 ‘리센코주의가 방해받지 않고 지속됐으면 암, 에이즈, 당뇨 등의 치료법을 진작 발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유전학에 관한 책인가, 공산주의에 관한 책인가. 저자는 ‘과학사학자의 역할은 과학자들의 견해가 어떻게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연결되는지 조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시대와 체제를 풍미한 리센코주의나 오늘날의 후성 유전학을 소개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과학이 어떻게 권력에 따라 왜곡되고 변질될 수 있는지, 그 위험을 깨기 위한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 책은 돌아보도록 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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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세 바이올리니스트 정누리, 파가니니 콩쿠르 2위 차지

    바이올리니스트 정누리(16·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사진)가 24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폐막한 제56회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정누리는 최연소 결선 진출자에게 시상하는 엔리코 코스타 상과 현대 작품을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파가니니의 친구상’도 함께 수상했다. 1956년 창설된 파가니니 콩쿠르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바이올린 부문 세계 양대 콩쿠르로 통한다. 54회 대회인 2015년 콩쿠르에서는 당시 20세이던 한국의 양인모가 우승과 함께 엔리코 코스타 상과 파가니니의 친구상을 차지했다. 정누리는 8세 때인 2013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에서 김남윤을 사사하고 있다. 2016년 이탈리아 바이올린 영재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일본 유라시아 청소년 콩쿠르 대상을 받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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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아한 선율과 극적 박력에 빠져보세요”…이탈리아의 매혹적인 오페라 무대 재현

    19세기 초 벨칸토 오페라의 찬란한 역사를 대표한 빈첸초 벨리니의 ‘청교도’가 11월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2016년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솔오페라단이 이탈리아 모데나 시립극장과 공동 제작하고 동아일보사와 공동 주최하는 무대다. 소프라노 데지레 랑카토레를 비롯한 주요 배역과 연출자 프란체스코 에스포지토 등 주요 제작진이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의 권위를 직접 재현한다. ‘청교도’는 벨리니가 34세로 세상을 떠난 해 초연된 그의 마지막 오페라. 4년 앞서 나온 ‘노르마’와 함께 벨리니 특유의 고귀하고 우아한 선율이 극적인 박력과 함께 마음껏 표현된 명작으로 꼽힌다. 영국 청교도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왕당파 아르투로를 사랑하다 정신착란에 빠지는 여주인공 엘비라의 운명과 뒤늦게 찾은 행복을 그렸다. 1막 테너 아리아 ‘사랑하는 사람이여’, 2막 소프라노 아리아 ‘그의 부드러운 음성이 나를 부르고’는 특히 사랑받고 있다. 이 오페라는 아르투로 역의 악보에 ‘높은 C’보다 세 음이나 높은 ‘높은 F’가 적혀 있고 엘비라 역할에도 극한의 콜로라투라(악기의 기교를 모방한 성악적 기술)를 요구하는 등 솔로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곡으로 악명 높다. 이 때문에 오페라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인기에 비해 공연되는 기회가 적으며 한국에서도 1996, 2011년에 이어 이번이 불과 세 번째 공연이다. 여주인공 엘비라 역은 랑카토레와 소프라노 김신혜가 맡는다. 랑카토레는 1996년 19세 나이로 잘츠부르크 축제에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바바리나 역으로 데뷔한 뒤 이 축제에 거듭 출연하며 명성을 굳혔다. 밀라노 라스칼라, 런던 로열오페라 등 세계 최정상의 오페라극장에 출연해 왔고 올해 1월 이탈리아 방송이 선정한 ‘현역 최고 이탈리아 소프라노 4명’ 중 한 사람으로 조명을 받았다. 김신혜는 2015년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에서 12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푸치니 ‘3부작’ 주연으로 발탁된 주인공. 테너인 남주인공 아르투로 역은 로마오페라와 카타니아 벨리니 극장 주역가수 줄리오 펠리그라와 테너 진성원이 맡는다. 진성원은 201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라인의 황금’ 공연에서 프로 역을 맡아 아름다운 소릿결로 주목받았으며 서울시오페라단의 모차르트 ‘코시 판 투테’,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등에 출연해 왔다. 엘비라를 사랑하는 청교도당의 영수 리카르도 역은 바리톤 엘리아 파비안과 박정민이 노래한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프란체스코 에스포시토는 2017년 피아첸차 시립극장에서 공연한 ‘청교도’로 “청중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는 격찬을 받은 바 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오페라극장 감독인 마르첼로 모타델리가 지휘봉을 든다. 디오 오케스트라와 위너 오페라합창단, 서울발레시어터가 출연한다. 3만∼2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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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이든 문학이든 위대한 예술은 향기가 있죠”

    바이올리니스트 테디 파파브라미(50)는 1인 4역의 다재다능한 예술가다. 고국 알바니아 작가인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들을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해왔고 2013년 자전적 소설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푸가’를 발표했다. 2003년에는 프랑스 TV 미니시리즈 ‘위험한 관계’에 출연해 카트린 드뇌브, 나스타샤 킨스키와 나란히 연기를 펼쳤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 거주 중이다. 11월 4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첫 내한공연을 펼치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번에 연주하실 바흐, 이자이, 버르토크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들을 늘 레퍼토리의 중심에 두고 계십니다. “바흐는 어릴 때부터 저의 끝없는 궁금증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자이는 25세 넘어서야 연주하기 시작했지만 탐구할수록 그 연주 기법과 화음의 섬세함, 유려함에 매혹되었습니다. 드뷔시나 라벨이 피아노곡에서 표현한 것과 비슷하죠.” ―2005년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처음 음반으로 내놓으셨습니다. 16년 만인 올해 다시 알파 레이블로 바흐 무반주 전곡 음반을 발매하셨죠.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새롭게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 제때 적절한 효과를 내는 방법들을 터득했지만 대신 신선함과 천진함은 조금 잃은 것 같습니다. 크게 바꾼 것은 없지만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고 할까요. 벌써 다시 녹음하고 싶군요.” ―피에르 아모얄, 지노 프란체스카티, 빅토리아 뮬로바 같은 대가들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만…. “아모얄은 제가 11세 때 프랑스로 온 뒤 첫 스승이었고 제게 그분의 가르침은 새로웠지만 체계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프란체스카티는 ‘음악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었고 음악적으로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뮬로바는 제가 16세 때 만났는데 제 활 테크닉을 많이 지적하셨죠. 그 덕에 완전히, 만족스럽게 교정할 수 있었습니다.” ―카다레의 작품을 번역하는 작업이 음악에도 도움을 주는지요. “10대 때 카다레의 작품을 프랑스어 번역본으로 처음 읽고 매혹되었습니다. 음악이든 문학이든 위대한 예술은 향기를 가집니다. 그 향을 더 강하게 느낄수록 더 많은 자료와 영감의 원천을 누릴 수 있습니다. 카다레의 탐구자로서, 그 자신과 그의 작품세계가 가진 간극을 알아나가는 일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자전적 소설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푸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산주의 알바니아에서 보낸 제 어린 시절에 대한 자서전적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 시절의 광기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후반부에는 11세 때 프랑스라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얘기가 펼쳐집니다. 불행하게도 저와 부모님이 프랑스에 남은 대가로 고향의 친지들은 보복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TV 시리즈 ‘위험한 관계’에서 신인이었음에도 비중이 큰 역을 맡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18세기 소설을 1960년대 배경으로 번안한 프랑스 드라마입니다.(라클로스의 소설은 영화 ‘발몽’, 한국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의 원작이 되었다) 순진한 젊은 청년 당스니 역을 맡았죠. 좋아하는 배우들과 나란히 출연하며 연기자로 대접받았지만 제대로 그 역할을 해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는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죠. 세상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이번 콘서트에서는 바흐 무반주 소나타 2번 A단조,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2번, 버르토크의 무반주 소나타를 연주한다. 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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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음악가-작가-번역가-연기자…‘1인 4역’ 바이올리니스트 파파브라미

    바이올리니스트 테디 파파브라미(50)는 1인 4역의 다재다능한 예술가다. 고국 알바니아 작가인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들을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해왔고 2013년에는 자전적 소설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푸가’를 발표했다. 2003년에는 프랑스 TV 미니시리즈 ‘위험한 관계’에 출연해 카트린 드뇌브나 나스타샤 킨스키와 나란히 연기를 펼쳤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 거주 중이다. 11월 4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첫 내한공연을 펼치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번에 연주하실 바흐, 이자이, 버르토크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들을 늘 레퍼토리의 중심에 두고 계십니다. “바흐는 어릴 때부터 저의 끝없는 궁금증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자이는 25세 넘어서야 연주하기 시작했지만 탐구할수록 그 연주 기법과 화음의 섬세함, 유려함에 매혹되었습니다. 드뷔시나 라벨이 피아노곡에서 표현한 것과 비슷하죠.” ―2005년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처음 음반으로 내놓으셨습니다. 16년만인 올해 다시 알파 레이블로 바흐 무반주 전곡 음반을 발매하셨죠.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새롭게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 제 때 적절한 효과를 내는 방법들을 터득했지만 대신 신선함과 천진함은 조금 잃은 것 같습니다. 크게 바꾼 것은 없지만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고 할까요. 벌써 다시 녹음하고 싶군요.” ―피에르 아모얄, 지노 프란체스카티, 빅토리아 뮬로바 같은 대가들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만. “아모얄은 제가 11살 때 프랑스로 온 뒤 첫 스승이었고 제게 그 분의 가르침은 새로웠지만 체계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프란체스카티는 ‘음악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었고 음악적으로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뮬로바는 제가 16살 때 만났는데 제 활 테크닉을 많이 지적하셨죠. 그 덕에 완전히, 만족스럽게 교정할 수 있었습니다.” ―카다레의 작품을 번역하는 작업이 음악에도 도움을 주는지요. “10대 때 카다레의 작품을 프랑스어 번역본으로 처음 읽고 매혹되었습니다. 음악이든 문학이든 위대한 예술은 향기를 가집니다. 그 향을 더 강하게 느낄수록 더 많은 자료와 영감의 원천을 누릴 수 있습니다. 카다레의 탐구자로서, 그 자신과 그의 작품세계가 가진 간극을 알아나가는 일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자전적 소설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푸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산주의 알바니아에서 보낸 제 어린 시절에 대한 자서전적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 시절의 광기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후반부에는 11살 때 프랑스라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얘기가 펼쳐집니다. 불행하게도 저와 부모님이 프랑스에 남은 대가로 고향의 친지들은 보복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TV시리즈 ‘위험한 관계’에서 신인이었음에도 비중이 큰 역을 맡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18세기 소설을 1960년대 배경으로 번안한 프랑스 드라마입니다.(라클로스의 소설은 영화 ‘발몽’, 한국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의 원작이 되었다) 순진한 젊은 청년 당스니 역을 맡았죠. 좋아하는 배우들과 나란히 출연하며 연기자로 대접받았지만 제대로 그 역할을 해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는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죠. 세상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이번 콘서트에서는 바흐 무반주 소나타 2번 A단조,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2번, 버르토크의 무반주 소나타를 연주한다. 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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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김다솔, 베토벤 콩쿠르서 ‘공동 2위’

    피아니스트 김다솔(32·사진·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이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폐막한 제16회 베토벤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오스트리아의 필립 쇼이혀와 함께 공동 2위를 수상했다. 김다솔은 상금 6250 유로(약 860만원)과 부상으로 낙소스사에서 음반 제작 혜택을 받았다. 1등상은 독일의 아리스 알렉산더 블레텐베르크에게 돌아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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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 전설적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타계

    현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21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그의 소속 매니지먼트사인 아스코나스 홀트가 발표했다. 향년 92세. 1929년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하이팅크는 암스테르담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전공했으며 여러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단원으로 재직하며 지휘자 페르디난트 라이트너의 지휘 교습을 받았다. 1954년 네덜란드 방송 교향악단 콘서트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뒤 3년 만에 이 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로 취임했다. 1961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취임했고 1988년까지 재직하며 이 악단의 명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했다. 1987~2002년 영국 로열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며 오페라 지휘자로서도 명성을 쌓았고 퇴임 이후 독일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과 미국 시카고 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역임했다.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과 말러 교향곡 전집 등 450장 이상의 음반을 발매했다. 1977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첫 내한공연을 지휘했으며 36년만인 2013년 2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다. 2019년 만 90세를 맞아 여러 악단에서 은퇴 공연을 가졌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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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팽 콩쿠르’, 加 브루스 류 우승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8회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 시상식에서 중국계 캐나다인 브루스 류(24·사진)가 1등상을 수상했다. 공동 2위는 이탈리아·슬로베니아 국적의 알렉산데르 가지에브와 일본의 소리타 교헤이에게, 3위는 스페인의 마르틴 가르시아 가르시아에게 돌아갔다. 한국 피아니스트 이혁(21)은 최종 12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지만 입상하지 못했다. 올해 쇼팽 콩쿠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6년 만에 열렸다. 류는 몬트리올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198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당타이손을 사사하고 있다. 류는 11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쇼팽 콩쿠르 스페셜 콘서트(지휘 윌슨 응)에서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E단조를 협연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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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여러 작곡가의 교향곡 5번이 겪은 ‘운명’들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는 교향곡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품의 하나다. 단순한 음형을 조합하고 변형해 거대한 건축물처럼 쌓아올렸다는 점이 이후의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힘겨운 투쟁처럼 1악장을 시작하지만 끝악장인 4악장에서는 승리의 영광을 외치듯이 끝난다. 이른바 ‘암흑에서 광명으로’의 독일 이상주의적 모델을 확립했다는 점에서도 이 곡은 특별하다. 교향곡의 이상적 모델을 확립한 베토벤이 기념비적인 5번 교향곡을 써놓았으니, 그 뒤에 오는 후배 작곡가들도 5번이라는 숫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1악장 서주 부분 선율은 ‘운명의 동기’라고 불린다. 이 동기는 네 개 악장에 걸쳐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나타난다. 마지막 4악장에선 운명을 극복하고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달리 들어보면 어딘가 비장하고, 운명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모습을 밝게 위장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베토벤이나 차이콥스키나 교향곡 5번을 쓰는 것은 개인적 문제였지만 1915년에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처한 문제는 달랐다. 시벨리우스는 1914년에 조국인 핀란드 정부로부터 새 교향곡 작곡자로 위촉받았다. 시벨리우스는 전 세계에 핀란드를 대표하는 이름이었고 새 교향곡은 이듬해인 1915년, 시벨리우스 자신의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연주될 예정이었다. 베토벤 5번에 맞먹는 기념비적인 곡이 되어야 했다. 머리를 싸매고 있던 시벨리우스의 눈에 멀리 하늘에서 점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백조 열여섯 마리였다. 시벨리우스는 ‘백조들이 햇살이 비치는 안개 속을 은색 리본처럼 사라져갔다, 그 울음소리 이미지는 금관악기 같았다’고 적었다. 이 백조들이 시벨리우스를 구했다. 시벨리우스는 백조 소리의 이미지를 E플랫장조의 도-솔-도 시-솔-시라는 단순한 음향으로 형상화했고, 5번 교향곡의 마지막 3악장에 넣었다. 새 교향곡은 성공을 거두었다. 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예프의 경우는 문제가 더 복잡했다. 1937년 11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 나왔다. 40분 이상 갈채가 이어졌고 공산당 간부들은 이 곡이 공산주의의 최종 승리를 상징하는 곡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훗날 쇼스타코비치의 지인들이 증언한 내용은 이렇다. 쇼스타코비치는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 곡은 누가 당신을 뒤에서 몽둥이로 내리치면서 ‘너의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 너의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당신은 휘청거리며 일어나 앞으로 행진하며 그 말을 중얼거린다.” 프로코피예프는 1929년에 교향곡 4번을 내놓은 뒤 15년 동안 교향곡을 쓰지 않았다. 그는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 5번에서 겪은 내면의 굴곡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마침내 교향곡 5번을 내놓은 때는 1944년이었다. 나치의 침공을 겪은 소련이 독일군을 물리치고 공세로 돌아서 승리를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이때 발표한 교향곡 5번의 마지막 4악장 악상기호는 ‘알레그로 조코소’, 즐거운 알레그로다. 어렵지는 않은 일이었다. 프로코피예프 천성에 쇼스타코비치 같은 무거운 비극성은 없었다. 그러나 이 곡의 유머와 즐거움은 천진난만한 낙관주의도, 영광스러운 찬가도 아니었다. 쇼스타코비치의 5번 교향곡에 못잖은 아이러니와 풍자가 들어있는 것을 청중들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구소련을 대표한 두 음악가 중 쇼스타코비치는 1953년 스탈린이 죽은 뒤에도 22년을 더 살았고 비교적 편안한 말년을 보냈다. 프로코피예프는 스탈린이 죽은 바로 그날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그것 또한 두 사람의 ‘운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 가을 여러 작곡가들의 교향곡 5번이 국내 무대를 수놓는다. 이달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얍 판 츠베덴 지휘 KBS교향악단이 베토벤 교향곡 5번과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을 이어 연주한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이달 28, 29일 오스모 벤스케 예술감독 지휘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이어 11월 19일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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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동산처럼 즐거운 음악축제 즐기세요

    “세계가 이전의 삶과 유리된 일상을 보내면서, 예전에 당연히 누려 왔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닫고 있습니다.” 올해 13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음악제(SIMF)의 주제는 ‘놀이동산’이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재준 예술감독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놀이기구를 즐기듯이, 행복의 순간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막음악회부터 30일 폐막음악회까지 일곱 개 콘서트를 준비했다. 국내 유명 솔리스트들로 구성한 SIMF 오케스트라는 개막음악회 ‘종소리’를 책임진다. 류재준이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모델로 쓴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 솔로 성악진 5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류재준은 “런던에 흑사병이 창궐해 모든 극장이 문을 닫았을 때 셰익스피어가 쓴 시를 가사로 했다”고 설명했다. 핀란드 사본린나 축제 예술감독을 지낸 랄프 고토니가 지휘봉을 잡는다. 24일 JCC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신진음악가 초대 콘서트와 26∼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세 개의 실내악 시리즈 등을 거쳐 30일엔 폐막콘서트 ‘회전목마’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0대부터 79세의 핀란드 대표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까지 첼리스트 열두 명이 출연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탱고 거장 피아졸라의 작품 등을 연주한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는 종이 줄이기 캠페인을 하며 친환경 공연으로 열린다. 종이 홍보물과 프로그램북을 없애고 온라인 프로그램북으로 대신하며, 무대 스크린에 연주곡 정보를 제공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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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음악가 강렬한 이미지에 중독”… 낙엽따라 떨어지는 첼로 선율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D단조는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랄까, 이미지가 악장마다 강렬한 작품입니다. 연주할 때마다 중독되곤 하죠.” 첼리스트 김두민(42·사진)이 금호아트홀에서 펼칠 네 번째 선택은 ‘러시아’다. 21일 피아니스트 김태형(36·경희대 교수)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콘서트를 연다. 1부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과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를, 2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를 연주한다. 두 사람은 2018년 두 차례 금호아트홀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을 연주했다. 2019년에는 브람스와 슈만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2월 예정된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태형 씨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처음 만났죠. 서로 상대방의 연주를 관람하고 마음에 들어 하던 중 ‘함께 콘서트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왔어요. ‘이거다’ 싶었죠. 태형 씨는 배려심이 깊어서 현악 연주가라면 누구나 좋아할 피아니스트예요.” ‘가을 러시아’를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연주하고 싶은 곡을 모아 보니 러시아 곡 세 곡이 되더군요.” 첫 곡인 ‘이탈리아 모음곡’은 유머와 가벼움이 함께 깃든 애피타이저 같은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는 긍정적인 곡이죠. 행복을 나누는 듯한 작품이랄까.” 마지막 쇼스타코비치의 소나타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황폐한 인간 상황이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처절함을 극복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 마음이 찡해지는 것처럼.” 김두민은 1996년 동아음악콩쿠르 첼로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유럽에 진출해 바이올리니스트 아네조피 무터의 후원을 받았다. 독일 뒤셀도르프 교향악단의 첼로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무터에게서 받은 영향으로 그는 ‘최상을 유지하기’를 들었다. “실내악단 ‘무터 비르투오지’ 일원으로 세계를 여행했어요. 무터는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틀면 완벽하게 나오는 레코드판처럼’ 늘 최상을 보여주었죠. 그런 모습부터 큰 배움이었어요.” 오케스트라 수석으로서의 활동 점수는 ‘만족’이라고 말했다. “저희 교향악단은 뒤셀도르프 오페라극장의 반주를 많이 합니다. 오페라 대가들의 곡을 연주하면서 음악사 전체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죠. 올해 7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했는데, 예전에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반주를 하면서 느낀 점들이 해석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생활이 없었으면 몰랐을 기쁨이죠.” 두 사람은 금호아트홀 연세 콘서트 이틀 뒤인 23일 성남아트센트에서도 콘서트를 갖는다. 전반부에는 생상스 ‘백조’, 포레 ‘꿈 꾼 뒤에’ 등 소품 다섯 곡을 연주하고 후반부를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G단조로 마무리한다. 김두민은 “김태형과 삶과 음악을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로 진행한다. 소품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하게 이미지를 전달해야 해서 나름의 표현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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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리스트 김두민 “쇼스타코비치의 강렬한 작품, 연주할 때마다 중독”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D단조는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랄까, 이미지가 악장마다 강렬한 작품입니다. 연주할 때마다 중독되곤 하죠.” 첼리스트 김두민(42)이 금호아트홀에서 펼칠 네 번째 선택은 ‘러시아’다. 21일 피아니스트 김태형(경희대 교수·36)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콘서트를 연다. 1부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과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를, 2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를 연주한다. 두 사람은 2018년 두 차례 금호아트홀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을 연주했다. 2019년에는 브람스와 슈만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2월 예정된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연기됐다. “태형 씨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처음 만났죠. 서로 상대방의 연주를 관람하고 마음에 들어 하던 중 ‘함께 콘서트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왔어요. ‘이거다’ 싶었죠. 태형 씨는 배려심이 깊어서 현악 연주가라면 누구나 좋아할 피아니스트에요.” ‘가을 러시아’를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연주하고 싶은 곡을 모아보니 러시아 곡 세 곡이 되더군요.” 첫 곡인 ‘이탈리아 모음곡’은 유머와 가벼움이 함께 깃든 애피타이저 같은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는 긍정적인 곡이죠. 행복을 나누는 듯한 작품이랄까.” 마지막 쇼스타코비치의 소나타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황폐한 인간 상황이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처절함을 극복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 마음이 찡해지는 것처럼.” 김두민은 1996년 동아음악콩쿠르 첼로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유럽에 진출해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조피 무터의 후원을 받았다. 독일 뒤셀도르프 교향악단의 첼로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무터에게서 받은 영향으로 그는 ‘최상을 유지하기’를 들었다. “실내악단 ‘무터 비르투오지’ 일원으로 세계를 여행했어요. 무터는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틀면 완벽하게 나오는 레코드판처럼’ 늘 최상을 보여주었죠. 그런 모습부터 큰 배움이었어요.” 오케스트라 수석으로서의 활동 점수는 ‘만족’이라고 말했다. “저희 교향악단은 뒤셀도르프 오페라극장의 반주를 많이 합니다. 오페라 대가들의 곡을 연주하면서 음악사 전체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죠. 올해 7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했는데, 예전에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반주를 하면서 느낀 점들이 해석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생활이 없었으면 몰랐을 기쁨이죠.” 두 사람은 금호아트홀 연세 콘서트 이틀 뒤인 23일 성남아트센트에서도 콘서트를 갖는다. 전반부에는 생상스 ‘백조’, 포레 ‘꿈 꾼 뒤에’ 등 소품 다섯 곡을 연주하고 후반부를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G단조로 마무리한다. 김두민은 “김태형과 삶과 음악을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로 진행한다. 소품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하게 이미지를 전달해야 해서 나름의 표현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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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심코 지나친 도시 풍경에 이런 비밀이?

    거리 곳곳에서 춤추며 고객을 유인하는 풍선 인형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키다리 인형은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 처음 등장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예술가 피터 민셜이 고향 춤에서 힌트를 얻어 고안했다. 미국에서는 농장에서 새를 쫓는 허수아비로도 활용된다. 10년 동안 430여 회가 방송되며 5억 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팟캐스트 ‘보이지 않는 99%’를 책으로 엮었다. 120개가 넘는 에피소드가 폭죽처럼 터지며 현대세계의 알려지지 않은 단면과 숨은 메커니즘을 알려준다. 밤에 도로에서 전조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반사 표시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1933년 영국 발명가 퍼시 쇼가 발명했다. 쇼가 안개 낀 밤길에서 반짝거리는 고양이의 두 눈 덕에 사고를 면했다는 일화가 곁들여진다. 피렌체 베키오 다리에도, 남산 N서울타워에도 있는 ‘사랑의 자물쇠’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세르비아 장교가 다리 위에서 연인과 사랑을 약속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스에서 새 사랑을 만난 것이다. 그 뒤 연인들이 자물쇠에 이름을 적고 이 다리 난간에 걸어 잠그는 전통이 생겼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의식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다리 붕괴를 염려한 당국이 자물쇠들을 자르거나 아예 난간을 없애는 일이 계속됐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의 엘리베이터는 초속 10m로 1분 만에 124층을 올라간다. 이 엘리베이터를 만든 오티스사는 엘리베이터의 상징처럼 취급되지만 오티스는 엘리베이터 발명자의 이름이 아니다. 가구공장 직원이던 엘리샤 오티스는 185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끊는 상황을 시연했고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다. 엘리베이터용 안전 브레이크 발명자의 이름이 엘리베이터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귀담아둘 교훈도 있다. 소호(Soho)는 뉴욕 휴스턴가 남쪽(South of Houston)에서 유래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에는 소마, 노파, 코노 같은 비공식적 도시구역 이름들이 있다. 이런 이름이 붙는 것은 집세가 오르고 예술가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징조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리단길’의 이름이 붙는 것과 비슷하다. 이 책에는 나름의 한계도 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서구 위주여서 ‘건물 신속진입 상자(녹스박스)’, ‘보도 위의 수수께끼 명판’처럼 우리 주위에서 보기 힘든 사례가 많다. ‘The 99% Invisible City’(99% 보이지 않는 도시)가 원제이지만 전자지도에서 위도와 경도가 각각 0인 지점에 표시되는 ‘없는 섬(Null Island)’처럼 도시와 무관한 사례가 등장하는 등 느슨한 편집도 보인다. 그래도 바쁜 틈틈이 잠시 짬을 내 읽기 좋고, 일상의 숨은 상식을 충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약간의 아쉬움은 눈감아줄 만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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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관악강감찬축제’, 골든벨-천문관측 등 온라인 프로그램 다양

    서울 관악구가 주최하고 관악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1 관악강감찬축제가 10월 14~17일 온라인으로 펼쳐진다. ‘신귀주대첩 강감찬, 오마주(오늘을 마주하다)’라는 주제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속에서 일상의 변화를 극복하는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담았다. 10월 14일 19시, 안국사와 별빛내린천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강감찬 장군에게 바치는 헌정시 낭송, 관악구 21개동 주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합창 공연, 주제곡 ‘강감찬 오마주’, 발광다이오드(LED) 멀티미디어 퍼포먼스가 관악문화재단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유튜브 채널에는 다양한 시민참여형 온라인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온라인 퀴즈 ‘강감찬 골든벨 고려’(16일),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와 함께하는 천문관측 ‘낙성대 야별회’(15~16일), 서울시립대 이익주 교수와 함께하는 강연 프로그램 ‘마스터클래스 고려’(15일)을 실시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지역 내 예술가나 예술단체들과 함께하는 비대면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관악인헌예술제’에서는 관악사진협회, 관악문인협회, 관악미술협회, 관악청년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10월 14일부터 11월 15일까지 관악 옛 사진전 및 회원전, 관악미술협회 회원 초대전이 온라인 갤러리 360에서 열리고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는 시화전과 관악청년작가전이 개최된다. 관악 청년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공연 프로그램 ‘별빛버스킹 G 랠리’는 강감찬 장군의 흔적이 서린 공간에서 청년예술가들이 공연을 진행하고 유튜브로 영상을 내보낸다. 올해 관악강감찬축제는 시민문화기획자들이 축제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주도형 축제’로 진행되는 게 특징. 관악문화재단은 6월부터 3개월간 관악시민문화기획학교 ‘우주관문 도시스쿨’을 운영해 시민문화기획자 98명을 육성했다. 이들 중 19명이 이번 축제의 기획자로 선정돼 ‘프로젝트 9472 별빛히어로즈’로 활동한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기획부터 실행까지 주민이 참여해 만든 강감찬축제는 민관협치 화합의 축제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관악문화재단 차민태 대표이사는 “관악강감찬축제가 코로나로 지쳐있는 구민에게 활력을 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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