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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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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3~2025-12-23
칼럼100%
  • 해체주의 건축의 거장 美 프랭크 게리 “건축가는 死後까지 자기느낌 전달해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불상을 보니 느낌이 전해져 왔어요. 청자와 백자도 훌륭하더군요. 훌륭한 예술가는 수 세기가 지난 후에도 자신의 느낌을 남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건축도 그래야 합니다.” 캐나다 출신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83)에게 건축은 예술이다. 그의 작품은 조각품 같다. 바람을 잔뜩 머금은 돛이나 메릴린 먼로의 펄럭이는 치맛자락에 비교될 만큼 역동적이다. 그가 해체주의 건축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는 5일 오후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프랭크 게리에게 미래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부터 뉴올리언스에 저가로 지은 수해 방지 주택, 세계 주요 도시에 들어선 주름진 고층건물,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로 금의환향해 설계한 미술관까지 ‘건물벽은 수직이어야 한다’는 통념을 깬 파격의 건축 세계를 펼쳐 보였다. 중국 미술관 설계 입찰에서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에게 밀려 탈락한 작품을 소개할 때는 유머 섞인 설명이 길어졌다. “루브르 박물관이 중국의 모든 큐레이터를 교육해 주고, 학생 비자 5만 개를 내주기로 약속해 제가 이기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는 1989년 60세에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고 그 전후로 수십 개의 건축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그를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로 뜨게 한 작품은 1997년 개관한 스페인 빌바오 시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휘고 꺾인 외벽을 티타늄으로 감싼 이 미술관은 2010년 미국 베니티 페어 선정 ‘1980년 이후 지어진 최고의 건축물’로 꼽혔다. 인구 50만 명의 소도시 빌바오는 미술관 개관 후 10년간 16억 유로(약 2조3000억 원)의 관광 수입을 올렸다. 이후 ‘프랭크 게리’의 브랜드 가치는 건축 외의 분야에서까지 급상승했다. 그가 디자인한 티파니 브로치는 100만 달러(약 11억3500만 원), 자선 행사에서 설계한 개집은 35만 달러(약 4억 원)에 낙찰됐다.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은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 광고물에 그의 얼굴 사진을 넣었다.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에 제가 캐릭터로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종이를 구겨 던져 놓은 뒤 여기서 영감을 얻어 설계하는 사람으로 나왔는데 실제 그렇지는 않아요.”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고착 상태에 빠지면 미술관에 간다. 그림을 보다 보면 항상 뭔가를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한국에서 여러 예술작품을 보면서 사랑에 빠졌습니다. 사랑하게 되면 (건축으로) 표현하게 돼 있어요. 몇 년 전 한국에 왔을 때보다 건물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런데 한국의 전통을 반영한 건물은 별로 없더군요.” 가난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게리는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이주해 트럭 운전사로 일하고 가구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LA시티대 야간학부, 남캘리포니아대와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그는 강연에 참석한 젊은 건축가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건축가는 자신의 사후에도 자기 작품이 제 기능을 하는 건물로 살아남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려면 앞으로 사라질 트렌드가 아닌, 나 자신의 감정을 내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경제가 어렵다,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돈을 벌려면 이건 안 되겠다, 이런 건 재능 없는 이들의 변명이고 핑계일 뿐입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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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으로 서울시 건축대상 최우수상 전숙희-장영철 부부 건축가

    한 장 한 장 검은 전벽돌을 촘촘히 쌓아 올려 지은 집. 사람들은 4만5000장의 벽돌 하나하나를 눈으로 더듬으며 그보다 많은 상처를 헤아리게 된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아래에 자리 잡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증언하는 공간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100만∼200만 원씩 내놓은 성금을 주춧돌 삼아 지었다. 2004년 건립위원회를 발족해 올해 5월에야 개관할 정도로 곡절이 많았는데, 개관 후엔 극우 일본인들의 말뚝 테러 대상이 돼 버렸다. 박물관 설계자는 전숙희(37) 장영철(42) 와이즈건축 공동대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이 건축가 부부는 박물관 설계로 최근 서울시 건축대상 2등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3일 오전 부부 건축가와 함께 박물관을 찾았다. 아무런 역사적 연고가 없는 주택가에 대지 345.52m²(약 104평)의 이층집을 리모델링 및 증축해 지은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작은 건물이다. “상징성이 없는 공간에 좁게 자리 잡은 것이 오히려 의미 있다고 봅니다. 잡초처럼 오랜 시간 싸워온 피해자들의 처절함이 느껴지는 듯해서요.”(전) 이 박물관은 동선이 중요하다. 지하 1층→계단→2층→1층의 순서를 밟아야 박물관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다. 로비 왼쪽 철문을 열면 6m 높이의 옹벽에 그려진 한복 입은 소녀의 옆모습과 꽃 그림이 방문객을 맞는다. 소녀의 시선을 따라 저벅저벅 소름 돋는 소리가 나는 쇄석(碎石)길을 걷다 보면 문득 지하 영상전시관이 나온다. 영문도 모른 채 컴컴한 전쟁터로 끌려간 위안부들의 처지를 실감케 하는 도입부다. 지하 전시관은 보일러실을 개조해 만들었다. 어두운 조명과 퀴퀴한 냄새,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마주치는, 멍석 깔아놓은 천장 낮은 골방. 위안소를 재현해놓은 공간에 시선이 미치면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는다. “어느 날엔 할아버지 한 분이 멍석 위에 앉아 펑펑 우시더라고요.”(장) 이어 계단을 통해 2층 전시관으로 가는 길. 벽 표면을 걷어내고 군데군데 흉터처럼 팬 시멘트 벽돌을 그대로 드러냈다. 낡은 벽돌 위엔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국어로, 일본어로, 영어로 글귀를 적어놓았다. ‘그걸 다 기억하고 살았으면 아마 살지 못했을 거다’ ‘우리 아이들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답답했던 마음은 2층 추모관에 들어서면 좀 트인다. 벽돌을 듬성듬성 벌려 쌓은 ‘스크린 벽’은 빛도 들어오고 바람도 통한다. 박순임, 이점례, 석복달, 배공심…. 피해자들의 순박한 이름과 사망 일자를 새긴 검은 벽돌 틈 사이로 관람객들이 꽂아놓은 색색의 꽃들이 환하다. 벽돌담 너머 펼쳐지는 아담한 초록 정원, 그리고 멀리 보이는 평화로운 동네를 내려다보면 머릿속엔 평안한 오늘과 암울한 과거가 차례로 떠오른다. 1층으로 내려오면 기획 전시실인데 남쪽으로 난 유리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정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상처를 드러내는 드라마틱한 공간보다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어요. 언제 와도 꽃을 볼 수 있도록 야생화를 심었지요. 피해 할머니들은 작은 야생화를 보며 어린 시절 뛰놀던 고향을 떠올릴 수 있으실 겁니다.”(전) 박물관은 서울시 소유의 서대문 독립공원에 짓기로 하고 서울시의 사업인가까지 받았지만 광복회 등이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성산동으로 쫓겨 왔다. 박물관 건립엔 용지 구입비 17억 원을 포함해 20억 원이 들었고 5억 원은 정부에서 지원했다. 박물관 ‘기부자의 벽’엔 8000명이 넘는 개인과 단체 후원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중 3000여 개의 이름은 일본 후원자들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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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명작미술 거래에 얽힌 이야기

    흥선대원군의 별장이었던 석파정을 경매로 사들여 복원하고 옆에 서울미술관까지 지어 최근 개관한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궁금하던 차에 그가 쓴 책이 나왔다. 제약회사 말단 영업사원 시절 한 달 치 월급을 털어 처음 산 이남호의 ‘도석화’부터 이중섭의 ‘자화상’과 ‘황소’, 신사임당 ‘초충도’, 나혜석 ‘풍경’, 박수근의 ‘젖먹이는 여인’까지 그가 사고팔았던 작품과 작가에 대한 감상, 거래에 얽힌 뒷이야기를 사업가이자 컬렉터로서의 자전적 이야기와 엮어 놓았다. 서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미술품 컬렉터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미술품이 아닌 미술가를 사라’ ‘위작 구별법’ 등 컬렉션 노하우는 덤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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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투병 하며 도시계획 정책 대안 책 ‘한반도 그랜드 비전’ 탈고한 건축가 김석철 교수

    그는 허기를 못 느낀다. 2002, 2005년 두 차례 암 수술로 식도 전체와 위의 70%를 제거했고 올해 5월 다시 두 차례에 걸친 수술에서 나머지 위를 거의 다 떼어냈다. 식도와 위의 기능은 장이 대신한다. 암세포는 깨끗이 제거했지만 식욕을 잃었다. 그러나 설계의 욕구는 하나도 줄지 않았다. 밥 때를 넘겨서까지 HB 연필로 그리고 또 그린다. 건축가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69·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 대표)의 최근 ‘설계 대상’은 바로 한반도였다. 북쪽으로는 나진-선봉부터 남쪽으로는 낙동강 하류까지, 한반도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도시 설계다. 한반도 도시계획을 담은 책 ‘한반도 그랜드 비전’(창비)을 막 탈고한 김 교수를 23일 서울 대학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막역지우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3년 체제’를 내놓자 그 체제의 공간에 관한 제안으로 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암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는 틈틈이 쓴 책이라고 했다. 여의도와 한강부터 중국 취푸(曲阜)와 중동의 신도시까지 ‘도시’를 설계해온 주인공답게 스케일이 컸다. 수시로 링거를 맞는 그는 말할수록 신이 났지만 기자는 그 스케일을 따라가느라 머리가 아팠다. 남북 지도자에 7가지 프로젝트 제안 ―‘한반도 그랜드 비전’은 차기 정부를 염두에 둔 책인가요. “책의 1장 1절이 ‘2013년 대통령이 해야 할 7가지 프로젝트’입니다. 차기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참고하라고 쓴 겁니다. 결정권자만이 상상력을 가질 수 있어요. 2인자는 상상력이 없지요.” ―다음 달 정부부처가 이전하는 세종신도시와 관련한 내용이 궁금합니다. “지금 세종시는 과천이 이사한 것 정도밖에 안되지요. 저는 국회를 이전하고 박물관을 신축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문화박물관과 함께 한국이 자랑할 만한 기술을 보유한 분야인 항공, 자동차, 전자 관련 과학박물관을 짓는 겁니다. 국립대 통합본부를 두고요. 지역구 의원들 입장에서, 그리고 전국의 국립대 입장에서 세종시가 가운데 위치 아닙니까.”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요. “지금의 서울시의회 자리에 있던 국회를 여의도로 옮긴 게 접니다. 1972년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설계했는데 당시 여의도는 비가 오면 강이 되는 습지였고 배를 타고 가야 했지요. 지금은 여의도에서도 요지에 국회가 들어서 있지 않습니까.” 김 교수는 7가지 프로젝트 가운데 최우선 순위는 지방권의 경제적 자립이라고 했다. ‘지방권’이란 수도권을 뺀 나머지 지역을 말하는데 이곳에 농수축산물 수출용 국제공항을 건설하자는 제안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가들이 위축된 가운데 오히려 농수축산물을 주력 수출품으로 삼자는 역발상이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공항 설계 관련 원서들이 놓여 있었다. “대구∼광주 고속도로와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만나는 곳에 합천댐을 수원으로 하는 농수축산 수출 전용 공항을 건설하는 겁니다. 전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이 모두 이곳에 모여 보관, 분류, 포장을 거쳐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곳곳으로 보내지는 것이지요. 농업 보조금을 주기보다 그 돈으로 공항을 지어 네덜란드 튤립처럼 우리의 한우와 홍어도 수출하면 되는 거지요.” ―나머지 지방 공항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나머지 4개 공항은 국내선 전용으로 두면 됩니다. 동남권 신공항을 새로 짓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고요.”1인 창업 독려해 도시산업 일으켜야 ―수도권은 어떻습니까.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 전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예전엔 경인공단이 산업을 주도했지만 지금 수도권 산업은 무너졌습니다. 땅값이 올라 부(富)를 창출하던 공장이 밖으로 이전해가고 대신 아파트만 들어섰어요. 저는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인 인재가 일하는 1인 회사 창업을 독려해 도시산업을 일으켜야 한다고 봅니다. 옛날 세운상가엔 명문대 출신들이 1인 회사를 만들어 삼성전자 같은 곳에 부품을 조달했어요. 뉴타운도 변두리에 아파트 짓듯 개발하지 말고 도시형 산업을 이루도록 했어야지요. 아파트 지하에 시장과 공장을 만들어 1인 회사를 설립하는 겁니다. 위층 입주자들은 지하의 회사를 운영하거나 임대해 임대료 수입을 올리는 겁니다.” 김 교수의 ‘한반도 그랜드 비전’은 북한 개발 제안으로 완성된다. 그가 이탈리아 베네치아대와 중국 칭화대에 초빙교수로 간 이유 중 하나도 북한의 도시계획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서였다. 오랫동안 고민해온 설계의 결과물이 나진-선봉과 두만강 하구를 아우르는 마스터플랜이다. “통일이 되려면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의 절반 수준 이상으로 올라와야 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경학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곳입니다. 인접국인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고, 러시아는 천연가스 부국이지요. 나진-선봉과 두만강 하구를 아우르는 마스터플랜을 통해 두만강 하구쪽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의 영토가 겹치는 곳에 공항과 항만 시설을 만들어 개발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나머지 7개 프로젝트엔 ‘낙동강 상류에 있어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대구와 구미공단은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마지막으로 설계하고 싶은건 미술관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뒤로도 그는 바쁘게 스케치를 한다. 암 투병으로 중단했던 예멘 아난 신도시와 아제르바이잔 바쿠 신도시 프로젝트, 그리고 제주 서귀포시에 짓고 있는 리조트 ‘힐링파크’를 마무리해야 한다. “진통제와 수면제 약효가 사라지고 나면 너무 아파요. ‘신병을 비관해 자살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정도로요. 그런데 신기하게 그릴 땐 아픈 것도 잊어요. 설계가 마약인 셈이죠.” 그가 마지막으로 설계하고 싶은 건 도시가 아니라 미술관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석 달 치 용돈을 털어 조선 자기를 샀어요. 제 첫 컬렉션이죠. 지금까지 모아놓은 자기와 그림 등이 꽤 됩니다. 국보급도 몇 점 있어요. 제 눈에 뽑힌 한국 미술의 정수를 모아놓은 미술관을 짓고 싶습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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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고레타 유작 가건물 보존방안 논의 본격화

    철거 위기에 놓인 제주 ‘카사 델 아구아 갤러리’의 보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21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도의회 의원들의 연구 모임인 제주미래전략산업연구회가 주최하는 자리다. 2009년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들어선 카사 델 아구아 갤러리는 멕시코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유작이다. 인근 앵커호텔의 본보기집으로 지어진 가설 건축물로 지난해 6월 존치 기간이 만료돼 철거 대상이 됐지만 문화계와 건축계 인사들은 문화적 가치를 주장하며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도 한국 정부에 철거를 재검토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미리 배포한 주제 발표문에서 “레고레타의 유작은 서귀포시 성산읍에 지어진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아고라’, 일본인 안도 다다오의 ‘지니어스 로사’ 등과 함께 제주를 빛나게 하는 건축물”이라며 “가설 건축물도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하는 국내외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가 설계한 1929년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 독일관이 철거됐다가 복원됐고, SBS 드라마 ‘올인’ 세트장도 다시 지어져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사례로 들었다. 김형준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도 토론문에서 “파리의 에펠탑도 당초엔 박람회 이후 철거될 가설 건축물이었다”며 보존 필요성을 주장했다.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주제 발표문에서 “일본의 버려진 섬 나오시마는 안도 다다오가 미술관과 전시장을 지어 전체를 예술섬으로 바꿔 놓은 뒤 한 해 수십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라는 건축가 덕에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인 심영진 공평갤러리 아트디렉터는 “건물주와 토지 소유주가 건물과 토지를 기부하거나 제주도가 매입해 갤러리 겸 건축도서관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사회를 맡은 이선화 도의회 여성특위 위원장은 “이달 말 시작되는 한-멕시코 FTA 협상을 앞두고 멕시코의 문화적 자존심을 훼손하는 사례가 나올까 우려된다”며 “제주도, 서귀포시,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고 철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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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 그 건축가들이 말한다

    “왜 아파트는 평수로만 구분하나.” “식구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왜 아파트 구조는 그대로인가.” “여성 전용 아파트는 왜 없나.” 한국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 이런저런 불만을 가진 건축가 11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아파트를 직접 설계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18일부터 본보 주말섹션 O2에 격주로 나가는 연재물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 2’가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단독주택은 가구당 점유 면적이 넓고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교외에 사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형태입니다. 도시에서는 모여 사는 것이 가장 환경친화적인 생활이죠. 지금까지는 아파트를 지을 때 밀도를 높이는 데만 몰두해왔습니다. 이제는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해진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해야 합니다.”(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서 교수는 2007년에도 동료 선후배 건축가 9명과 본보 시리즈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에 참여해 파격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건축가 10명이 선보였던 한옥 아파트, 마당이 있는 아파트, 테라스와 커뮤니티를 강조한 ’S라인 아파트‘, 벽이 움직이는 아파트 등은 실제 아파트 건축 설계에도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아파트…2’엔 5년 전 멤버였던 서 교수, 황두진 황두진건축소장, 김광수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건축 대표) 등 4명에 새롭게 7명이 합류했다. 이번 시즌에선 다양해진 가족 유형을 고려한 설계들이 눈에 띈다. 시리즈 첫 회인 서 교수의 ‘아파트 비너스’는 혼자 사는 ‘골드미스’를 위한 모델이다. 서 교수는 독신 여성들이 원하는 아파트를 설계하기 위해 한달 넘게 골드미스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 결과 안심하고 주차할 수 있고, 옷과 핸드백, 구두를 쉽게 수납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까지 배려한 여성전용 공간을 디자인했다. 정현아 DIA건축소장은 가족 구성의 변화를 수용하는 아파트를 선보인다. 남녀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아이가 태어나고→아이를 돌봐줄 부모까지 3대가 함께 살다가→부모가 별세하고 자녀도 분가해 다시 부부 둘만 남게 되는 변화에 따라 공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있는 모델이다. 안기현·이민수 AnL스튜디오 공동소장은 홀몸노인 등 1인 가구를 위한 ‘고시원 아파트’,김광수 교수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1, 2인 가구를 위한 중정(中庭)식 층단형 아파트인 ‘테트리스 콜로세움’을 설계 중이다. 환경은 건축에서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5년 전 히트상품 ‘한옥 아파트’를 선보였던 황두진 소장은 이번엔 저층 고밀도 주상복합 ‘무지개떡 아파트’를 들고 나왔다.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똑같은 시루떡 모양의 아파트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주거와 상업, 업무시설을 한데 모아 출퇴근 거리를 확 줄여놓은 환경친화적 모델이다. 건물 옥상은 마당으로 꾸며진다. 양수인 삶것(lifethings) 소장은 정보와 에너지 자급형 아파트를 선보인다. 여기서는 아파트 거주자들이 정보 공유를 통해 일정한 전력치를 유지하면서도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찬중 THE_SYSTEM LAB 소장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이용해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고 먹을거리를 집에서 키워 먹는 농장 아파트를 설계하고 있다.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단독주택은 여전히 꿈의 대상이다. 장윤규 교수는 단독주택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아파트를 설계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 산토리니나 서울 봉천동 산동네 집들이 산을 이룬 듯한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남호 솔토건축소장은 ‘도심아파트 마을공동체’를 통해 100가구가 넘지 않는 아파트형 마을 만들기를 시도한다. 가구마다 개성이 있으면서도 길과 공원, 편의점과 세탁실, 도서관은 공유하는 모델이다. 임재용 OCA건축소장은 성격이 다른 마당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지그재그형 테라스 아파트를 선보인다. 장윤규 교수는 “이제 아파트를 24평형, 45평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마당이 있는 집, 이층집, 천장이 높은 집 등 다른 식의 코드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제안하는 아이디어들이 아파트 주거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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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해 버리기엔 너무 예술적인… 서귀포 ‘카사 델 아구아’ 한달내 사라질 위기

    멕시코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 세계건축가연맹 금상 수상자(1999년)이자 프리츠커 건축상 심사위원을 지낸 그는 2009년 3월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스페인어로 ‘물의 집’을 뜻하는 ‘카사 델 아구아 갤러리’를 완공해 선보였다. 레고레타는 이 건축물로 2010년 아메리칸 프로퍼티상을 받았다. 이후 다른 작품을 남기지 않고 타계해 이는 그의 유작(遺作)이 됐다.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고요히 들어선 이 레고레타의 유작을 놓고 제주도와 한국 건축 및 미술계가 들끓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갤러리가 우여곡절 끝에 철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교장관은 2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한 멕시코대사관은 이날 “카사 델 아구아는 멕시코 현대 건축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며 멕시코 정부의 이 같은 공식 방침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마르타 오르티스 데 로사스 주한 멕시코대사는 올해가 한국-멕시코 수교 50주년임을 강조하며 청와대와 정부 관련 부처, 제주도청과 서귀포시청을 찾아가 철거 중단을 요청했다. 국내 건축계와 미술계도 이 건물의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카사 델 아구아 갤러리는 제주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유산임에도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철거한다는 것은 국가의 품격까지 실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미술협회도 지난달 성명을 발표하고 “아시아에는 일본과 한국 두 곳에 레고레타의 건축물이 있는데 일본 작품은 개인 주택이라 내부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카사 델 아구아는 유일하게 내부가 공개되는 작품”이라며 “눈앞에 보이는 금전적 이득 때문에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잃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카사 델 아구아는 제주컨벤션센터 근처에 짓고 있는 앵커호텔과 콘도 분양을 위해 43억 원을 들여 2층 1279m² 규모로 지은 모델하우스 겸 갤러리다. 호텔이 완공되면 갤러리와 VIP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앵커호텔의 시공사였던 JID가 자금난으로 호텔과 콘도 용지를 부영주택에 팔면서 문제가 생겼다. 부영주택이 이 갤러리를 철거하고 그 대신 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 JID는 호텔 용지를 부영에 넘기면서 이 갤러리는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팔지 않았다. 하지만 임시건물인 데다 존치 기간이 만료(2011년 6월 30일)돼 법적으로 철거 대상이 됐다. 제주지방법원도 지난달 25일 철거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6일은 카사 델 아구아의 운명에 있어서 결정적인 날이다. 갤러리에서는 현재 철거에 반대하는 한국 조각가 20명이 ‘레고레타-그의 공간을 품다’라는 제목으로 철거를 막기 위한 ‘방패용’ 전시를 하고 있다. 이 전시는 6일 끝나지만 철거 소식을 들은 건축학도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 데다 서귀포시의 철거작업을 지연시키기 위해 작가들은 이달 말까지 전시를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다음 달 6일 개최되는 세계자연보전총회 이전에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를 서둘러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오희범 서귀포시 도시건축과장은 “문제의 건축물은 중문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 합의 내용에 따라 건축물이 들어설 수 없는 자리에 지어진 임시건물이어서 존치 기간이 만료된 이상 법적으로 철거를 피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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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세종문화회관 건물에 질색하는 건축가

    부제는 ‘함성호의 반反하고 반惑하는 건축 이야기’. 싫고 좋은 건축물 얘기를 국내외 사례를 들며 풀어냈다. 저자가 반(反)한 건축물 중엔 국립민속박물관과 세종문화회관이 있다. 전자는 ‘밀리터리 멘털리티의 조악한 전통미’를 보여주고, 후자는 ‘궁궐 건축의 기둥 형태를 기괴한 스케일로 뻥튀기하여 육중한 돌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중업의 프랑스대사관에 대해선 ‘한국 건축의 형태미를 이처럼 우아하게 표현한 현대 건축은 없다’고 극찬한다. 저자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쳐 오늘에 이른 건축을 잡종과 혼성을 특징으로 하는 ‘슈퍼매너리즘’으로 규정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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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만 버티면 문화재 되는데…” 폐간 위기

    “4년 뒤에는 문화재도 되는데….” 건축가 김수근이 창간한 국내 최고(最古)의 종합예술전문지 ‘공간(SPACE)’이 폐간 위기에 처했다. 한은주 공간사 편집장은 “모기업인 공간건축이 매년 5억 원씩 지급해오던 지원금을 이달 1일부터 끊기로 결정했다”며 “매년 12억∼17억 원의 비용을 공간사 스스로 마련하기 어려워 폐간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월간 공간은 1966년 11월 고 김수근 당시 공간그룹 대표가 건축 미술 무용 연극 음악을 다루는 종합 문화예술지로 창간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무용가 홍신자 씨와 사물놀이를 처음 소개하며 1960∼80년대 문화계의 담론 형성을 주도했고, 서슬 퍼런 군사 정권 시절이던 1975년에는 국회의사당의 디자인이 군사 정권의 정치적 입김 때문에 졸작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1994년 7월호부터 영문을 병기했으며, 1997년 11월 지금의 영문 제호 ‘SPACE’로 바꿨다. 2008년 1월호부터 국내 잡지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학술정보 제공 기관인 톰슨 로이터의 예술 인문학 인용 색인(A&HCI)에 등재돼 세계적으로도 학술적인 권위를 인정받았다. 공간국제학생건축상, 공간국제학생실내건축상을 제정하고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등 예술과 건축 문화 발전에 기여해왔다.창간된 지 46년이 된 공간은 2016년 창간 50년이 넘으면 문화재 등록 신청을 할 계획이었다.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작된 지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서 역사 문화 예술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으면 문화재 등록 신청 대상이 된다.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젊은 시절 2년간 공간 편집부에서 근무했다”며 “건축 전문이면서 예술 분야까지 다루는 품위 있는 잡지인 만큼 누군가 인수해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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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쓰나미, 그 악몽 후대에 알려줘야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나니 기억의 소중함을 알겠더군요.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를 기억할 수 있는 마을로 재건하는 문제를 연구 중입니다.” 이가라시 다로(五十嵐太郞) 일본 도호쿠(東北)대 대학원 공학연구과 교수(45). 그는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대학 건물이 붕괴된 뒤 가건물에서 강의하고 연구한다. 건축사를 전공했고 자신도 대지진의 피해자인 이가라시 교수의 요즘 연구 주제는 ‘재해와 건축’이다. 5∼22일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건축전’도 그가 기획과 감수를 맡았다. 부제는 ‘일본의 건축가들은 대지진 직후 어떻게 대응했는가’다. 전시를 위해 3일 방한한 그는 “지진과 쓰나미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므로 피해를 봤던 기억을 미래에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지진 현장에서는 쓰나미에 휩쓸려 온 관광버스가 옥상에 올라앉은 건물과 철골 프레임만 남은 청사 등 몇몇 피해 건물을 보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파괴된 집을 복원 설계해 그 모형을 지진 피해자들에게 선물하는 건축가도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51개의 작품 중에도 지진과 쓰나미의 잔해를 활용한 것이 많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건축 잔해물이나 파도에 휩쓸려온 흙 등을 콘크리트로 굳혀 고지대 광장을 설계한 작품, 잔해를 이용해 쓰나미 방지 기능을 갖는 모래톱 형태의 지형을 그려낸 작품 등이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에 대해 건축가들이 내놓은 제안들도 눈길을 끈다. 지진 잔해로 콘크리트 블록을 쌓아올린 피라미드 안에 후쿠시마 원전을 봉인하고 석관(石棺)으로 만든 작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신사(神社)로 설계한 작품도 있다. 원자로 건물에 일본식 지붕을 상징물로 얹어 향후 1만 년 이상 원자로를 신사 건물로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내진기술은 발달했지만 쓰나미에 견디는 건물을 짓는 기술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본 내에서도 쓰나미에 견디는 건물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쓰나미가 몰려오면 빨리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3·11이 일본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일본 사회가 조각나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정부마저 못 믿게 됐으니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개인주자들, 반대로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사람들이 혼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동일본 대지진 1주년인 3월 피해지역인 센다이(仙台)에서 시작됐으며, 2년간 25개국을 돌면서 열린다. 서울에 이어 다음 달 6∼12일에는 여수진남문예회관에서 전시한다. 이가라시 교수는 “3·11 대지진을 맞은 일본을 도와준 여러 나라 분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를 담아 전시회를 기획했다”며 “일본의 재해 극복 노력이 사회와 건축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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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중국은 어떤 나라며 어떻게 봐야 하나

    한국인 중 많은 사람에게 중국은 ‘알고 싶은’ 나라보다는 ‘알아야 하는’ 나라에 가깝다. 그래서 중국 관련 서적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 책의 미덕은 중국을 색다르게 해석하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혹은 알아야 하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데 있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자가 될 것인가. 동아시아에 신중화 질서가 등장할까. 중국은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혹시 옛 소련처럼 붕괴하지는 않을까. 중국이 강대국이 된다면 한국은 그의 속국이 되는 것인가. 이 모든 문제를 놓고 부제처럼 ‘한국의 눈으로 중국 읽기’를 시도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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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기계와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성은

    ‘인간적’이란 건 무엇일까. 저자가 이런 근원적인 물음을 품게 된 동기는 컴퓨터와 ‘누가 더 인간적인가’를 겨뤄야 했기 때문이다. ‘뢰브너상’ 대회는 매년 인공지능 학계를 술렁이게 하는 행사다. 심사위원단은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컴퓨터와 ‘인간 연합군’과 각각 5분간 대화를 나눈 뒤 어느 쪽이 인간인지 결정한다. 심사위원들은 상대가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모르는 상태다. 저자는 ‘인간적인’ 컴퓨터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기계와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성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기이한 지적 여정을 이 책에 담았다. 그는 결국 2009년 대회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뽑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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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영]89학번 정약용, 90학번 서유구

    대제학을 지낸 할아버지는 ‘여러문제연구소장’이었다. 천문 지리 농업 언어 등 다방면에 저술을 남겼고, 부인이 “붓과 벼루는 멀리하고 요리를 가까이 하시려나” 걱정할 정도로 부엌 출입도 잦았다. 아버지는 이조판서를 지냈는데 역시 수학과 천문 분야의 최고수였다. 이런 다빈치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가 풍석 서유구(楓石 徐有구·1764∼1845)다. 풍석은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 못지않은 르네상스인이었다. 나이는 두 살 어리고, 1789년 다산에 이어 1790년 과거에 급제했으니 과거시험 기수로는 다산의 한 해 후배가 된다. 두 사람 모두 정조의 총애를 받았으며 조선왕조실록에 다산이 38회, 풍석이 62회 등장하는 엘리트 관료였다. 재야로 내쳐진 후 불후의 명작을 남긴 점도 같다. 다산은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며 실학을 집대성했고, 풍석도 관직에서 물러나 집중적인 저술 활동을 했는데 그 기간이 공교롭게도 18년이었다. 다산의 면모를 집대성한 저작이 여유당전서라면, 풍석의 대표작은 ‘조선의 브리태니커’ 임원경제지다. 둘은 여기서부터 다른 길을 걸었다. 다산은 벼슬길에 오른 선비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해야 할 바를 제시한 반면, 풍석은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가 사는 데 필요한 ‘잡학(雜學)’을 집대성하는 데 매달렸다. 벼슬 귀한 선비 집안에서 자란 다산이 경학과 경세학에 몰두하는 동안, 집안 대대로 고위 관료를 배출해낸 경화세족(京華世族)의 자손은 “토갱지병(土羹紙餠·흙국과 종이 떡)의 공허한 말장난이 싫다”며 비주류 실용학을 파고든 것이다. 다산의 저술 활동엔 18명의 제자가 함께했다. 하지만 풍석은 혼자 힘으로 밭 갈고, 옷 해 입고, 집 짓고, 병 고치고, 제사 지내고, 여가를 즐기는 데 필요한 ‘생활의 모든 지식’을 113권 54책 252만7083자에 담았다. 당시 지식인들은 나라 경영이 아닌 잡학 집필은 사대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던 걸까. 다산은 국학 부흥운동이 한창일 무렵인 1930년대 정인보 선생이 동아일보에 실은 글을 시작으로 업적을 재조명받았다. 하지만 임원경제지는 1939년 보성전문(현 고려대)이 전질을 필사하는 작업을 동아일보가 보도하면서 최초로 언론에 공개됐을 뿐 그 전모는 지금껏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번역한 한국고전번역원도 두 손 들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고 전문적이어서 완역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출연기관이 포기한 번역 작업의 끝을 본 이들은 41명의 소장학자다. 이들은 ‘임원경제연구소’를 차리고 국문학 한의학 경제학 미학 수학 기계공학 등 전공을 살려 4개의 필사본과 임원경제지가 인용한 853종의 원전을 비교해가며 9년간 매달린 끝에 초벌 번역을 끝내고 최근 개관서를 출간했다. 개관서만 펼쳐 봐도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의 “신기루 속 보물처럼 엿보기도 어려워라”는 독후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연구소는 2014년 500쪽짜리 55권 분량으로 임원경제지를 완간한다는 계획이다. 벼슬길에 오를 때와 내려온 후를 두루 살핀 다산과 풍석 두 문성(文星)이 활약했던 시대가 조선의 르네상스였다. 임원경제지가 완간되는 2014년은 풍석 탄생 250주년이다. 몸소 밭 갈고 물고기 잡으며 천시 받던 공업과 상업에까지 두루 깊은 식견을 보여줬던 열린 지성 풍석과 그가 남긴 저작이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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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인생을 바꾼 ‘눈동자 색 차별수업’

    1960년대 말 미국 초등학교 교사인 제인 엘리어트 씨가 ‘차별 수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살해된 데 충격을 받아서였다. 그는 눈동자 색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푸른 눈’과 ‘갈색 눈’ 집단으로 나누었다. 하루는 ‘갈색 눈’ 집단에 “우월하다”며 특혜를 주었고, ‘푸른 눈’ 집단엔 “열등하다”는 딱지를 붙였다. 다음 날엔 집단을 바꾸어 실험했다. 결과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더라도 실험 결과가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차별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이 10여 년이 지난 후 그 특별했던 수업이 자신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가도 들려준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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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새 청사는 또 다른 광장… 창의적으로 이용했으면

    “일반 건축물과 달리 공공건물은 불특정 다수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광장 같은 곳이다. 서류를 떼러 오고, 약속 장소로 활용하거나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이 수평의 광장이라면 신청사는 광장이 벽을 따라 올라간 수직 광장이다.” 2008년 3월 착공한 지 4년여 만인 8월 말 완공되는 서울시 신청사의 원설계자 유걸 아이아크 건축가들 공동대표(72)의 말. 그는 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청사의 신관 건물 내부 위쪽에 커다란 원형 공간 3곳을 다목적용으로 띄워 놓은 것도 다양한 사람이 다용도로 활용하는 광장의 콘셉트를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비 3000억 원을 들인 서울시 신청사는 옛 시청 건물을 복원한 본관(지하 4층, 지상 5층)과 삼각형 유리 7000여 장으로 외벽을 지은 신관(지하 5층, 지상 13층)이 앞뒤로 살짝 비켜서서 짝을 이루는 모양새다. 본관은 시민들을 위한 서울도서관으로, 신관은 공무원들의 사무실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 ―지난달 말 공사용 가림막이 벗겨지고 신청사의 모습이 드러나자 반듯한 석조 건물인 본관과 역동적인 유리벽 건물의 동거가 어색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건축은 과거의 연장이나 과거와의 조화가 아니다. 새로움을 첨가하는 작업이다. 본관 건물이 지어졌던 일제강점기와 지금은 우리의 가치관이나 물리적 환경이 다르다.” ―신관 윗부분이 크게 튀어나와 거대한 파도가 본관을 덮치는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가운데 서서 가로막고 있는 구청사 너머로 서울광장과 대화하려다 보니 신관 건물이 안간힘을 써서 고개를 내밀게 됐다.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설계 아닌가. 신관이 구청사를 극복하려 애쓰는 모양새인데, 이는 일본과의 과거 청산이 이뤄지지 않아 일본과 관련된 이슈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듯하다.” ―신관 건물의 유리 재료는 에너지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더운 기운이 위로 빠져나가 환기가 잘되도록 설계했다. 튀어나온 처마가 여름엔 차양 역할을 하고, 겨울엔 해가 낮게 떠 볕이 잘 들어온다. 유리는 현대가 제공하는 가장 좋은 재료다. 가벼워지는 건축의 새 경향을 구현할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서울시 신청사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거리는 원설계자와 실시 설계자가 다르다는 점. 이는 신청사가 설계 시공 감리를 한꺼번에 맡기는 턴키방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제시한 디자인이 전문가들의 심의에서 계속 떨어지자 서울시가 별도의 현상 공모를 통해 유 대표를 설계자로 지정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콘셉트 디자인을 했고, 이를 건축 과정에서 구현하는 작업은 건설사가 맡았다. 이 때문에 건축물의 ‘호적’인 건축대장엔 유 대표의 이름이 올라가지 않는다. “내가 설계는 했는데 짓지는 않은, 이상한 상황이 돼 버렸다. 실시 설계에서 3차원 설계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내 콘셉트는 유지됐다. 시민들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방식으로 신청사를 이용해줬으면 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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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53개 키워드로 엮은 근대 100년

    고종의 재임 기간은? 저자가 강연에서 물으면 맞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답은 44년간이다. 고종은 일왕 메이지와 비슷한 시기에 왕위에 올랐는데 그때만 해도 양국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조선 추락의 뿌리를 1623년 인조반정 체제에서 찾는다. 그리고 인조반정 이후 유일사상 주자학으로 300년 넘게 집권했던 노론이 집단적으로 매국에 나섰다는 점이 대한제국 멸망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삼국시대보다 더 낯선 근대 100년사를 ‘고종의 오판’ ‘만주 횡도촌’ ‘고종독살설’ ‘망명정부의 탄생’ 등 53개 키워드로 엮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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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학]미터법은 프랑스혁명이 준 선물

    1957년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호 발사로 경악한 미국은 양국의 기술 격차를 따져보다 ‘측정 격차’가 큰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련은 일찌감치 미터법을 채택했고, 미국은 영국의 야드파운드법을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사일은 정밀 측정이 핵심이며 우주시대에 허용 오차는 1억분의 1까지로 줄어들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지금도 미터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왜일까. 이 책을 보면 의문이 풀린다. 도량형은 과학의 영역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측정의 세계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인 미터법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산물이다. 봉건 영주들은 제각각인 도량형으로 농민을 억압했다. 혁명 세력은 도량형 통일이야말로 구체제를 타도하고 자유와 평등을 구현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파리를 지나는 지구 자오선을 기준으로 기본 길이의 단위 ‘미터’를 만들어냈다. 프랑스는 도량형을 통해 프랑스의 혁명 정신을 세계에 전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터법은 프랑스 군대의 총검 뒤에서 행진했다’.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들은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전제조건으로 1960년대부터 미터법을 따랐다. 미국으로선 기준이 되는 자오선이 파리를 지나는 것이 못마땅한 데다 미터법이 아니어도 잘 살고 있으니 굳이 돈 들여 도량형을 개혁할 필요를 못 느낀 것이다. 도량형의 역사와 최근 진행되는 미터법 개정 작업을 망라한 것으로도 충분한데, 저자는 측정의 정교함보다 ‘왜 측정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후기까지 빼놓지 않았다. 그는 미국과 영국 물리학회 회원이면서 뉴욕 스토니브룩대 철학과 교수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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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으로 켜는 TV, 도둑 감시까지… 美 보스턴 ‘2012 케이블쇼’ 박람회

    《 ‘더 많이 경험하라(Experience More).’ 21∼23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컨벤션&엑시비션센터에서 열린 ‘2012 케이블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지 않게 새로운 TV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TV 콘텐츠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다양한 스크린에서 즐기는 N스크린, 서버에 저장된 콘텐츠를 여러 기기로 보는 클라우드 TV 등 1년 전만 해도 ‘TV의 미래’로 소개됐던 꿈의 기술들이 이미 현실로 구현돼 있었다. 세계 250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박람회에서 참관인 1만2000여 명의 주목을 끌었던 서비스를 소개한다. 》○ TV는 데이터센터 전시장에서 가장 북적였던 곳은 미국 최대 케이블회사 컴캐스트의 부스였다. 컴캐스트가 이날 선보인 ‘데이뷰’에서 TV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은 데이터센터에 가까웠다. 닐 스미트 사장은 “시청자들의 생활 전체를 한데 묶어 놓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뷰 서비스는 TV의 기능 외에 각 지역의 교통상황과 날씨 정보, 보안시스템까지 제공한다. 소셜미디어와도 연계돼 TV를 보다가 ‘좋아요’ 버튼을 눌러 친구와 공유할 수도 있다. 일정 관리 기능이 통합돼 있어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엔 “회의가 있는 ○일 ○시에 레드삭스의 경기가 있습니다. 녹화할까요”라는 메시지가 뜬다. 보안카메라를 통해 집 안에 도둑이 들었는지,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감시할 수도 있다. 데이뷰 서비스는 올해 안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모컨을 대체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전시장의 여러 부스에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리모컨처럼 들고 화면을 조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채널을 선택하거나 예약 녹화하고 관련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원하는 영화를 선택하면 관련된 영화들의 리스트가 제시되는 등 리모컨보다 TV 조작이 훨씬 쉬웠다. 스티브 에프로스 미국 케이블방송통신협회 고문은 “TV 콘텐츠가 어떤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시청자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시청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 시청률 데이터솔루션업체인 소셜가이드는 미국의 220개 인기 채널의 프로그램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얼마나 언급되고 리트윗되는가를 기준으로 일일, 주, 월단위 시청률과 점유율을 계산해낸다. 드라마나 스포츠 등 장르별, 그리고 시리즈의 에피소드별 수치와 순위까지 나온다. 특정 프로그램이 하루 24시간 동안 언제 가장 많이 화제의 대상이 됐는가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도 있다. 션 케이시 사장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여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시청률 자료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보스턴=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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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히틀러의 출현에서 몰락까지… 2차 세계대전 추적

    원제 그대로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1933년부터 소련의 붉은 군대가 베를린을 함락한 1945년까지 ‘제3제국의 융성과 몰락(The rise and fall of the Third Reich)’을 주관적 해석을 배제한 채 추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주요 전투를 100장이 넘는 천연색 작전 지도를 곁들여 상술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지도와 140장이 넘는 관련 사진에 달아놓은 꼼꼼한 설명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영국의 군사학자와 합동지휘참모대학의 교관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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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여성들, 한국 걸그룹에 환호하는 건 긴 다리가 여성저항성 상징하기 때문”

    “다리가 길고 엄청 스타일이 좋아요.”(16세 일본 여학생)“한국인은 다리 길고 멋지고 춤 잘 추고….”(18세 일본 남학생)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가 2010년 일본에 진출했을 때 가장 주목받은 것은 소녀들의 ‘긴 다리’였다. 현지 언론은 소녀시대를 ‘미각(美脚)그룹’으로 소개했고, 누리꾼들은 멤버들의 다리 길이를 소수점 이하 자리까지 계산해 온라인에 게시했다. 소녀시대의 이미지를 베껴 포스터를 만든 ‘미각전설(美脚傳說)’이라는 영화가 출시되기도 했다.왜 다리였을까. 한류 걸그룹의 긴 다리에 대한 선망은 ‘길고 쭉 뻗은 다리’를 여성의 저항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일본 문화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선희 한양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일본인들의 한국 걸그룹 수용 실태를 분석한 논문 ‘신한류 수용의 문화적 맥락과 여성적 정체성에 대한 문화연구’를 한국방송학보 최신호에 발표했다. 윤 교수는 논문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일본의 10대 남녀 청소년과 이들의 부모 세대인 40대 중년 남녀 등 모두 16명을 심층 인터뷰했다.이들은 한류 걸그룹을 좋아하는 이유로 빼어난 외모를 꼽았다. 17세 여학생은 “케이팝이 (제이팝보다) 댄스 얼굴 성격 체형에서 우위에 있다”고 했고, 18세 남학생은 “한국 아이돌은 다리 길고, 춤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데 일본 아이돌은 그런 점을 모두 갖춘 팀이 없다”고 비교했다.이들은 한국 걸그룹의 외모를 칭찬하면서 “일본 연예인보다 품격이 높아 보인다”(17세 여학생)거나 “친근감이 있으면서도 신과 같은 존재란 생각이 든다”(16세 여학생)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이를 근거로 “일본 팬들의 긴 다리에 대한 찬미는 페티시즘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일본의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굴종의 상징인 무릎 꿇기가 생활화돼 다리가 심하게 휘거나 ‘O’자 형으로 변형된 일본 여성들에게 여성의 저항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긴 다리라는 설명이다. 일본 근대화 초기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신여성들의 상징도 길고 쭉 뻗은 다리였다.이 밖에 한류 걸그룹은 일본에서 여성적 연대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팝 팬 활동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음악을 같이 듣고, 한국어도 함께 배우는 팬들 간 교류는 일본 팬클럽에선 없는 문화다. 팬들 사이에 이러한 연대가 가능한 이유는 한국 아이돌이 이들에게 역할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일본인들은 “한국 아이돌은 혹독한 훈련을 거쳤기 때문에 프로 의식이 있다”(17세 여학생), “케이팝은 모두 완성된 상태로 데뷔하기 때문에 제이팝이 부족한 느낌이다”(19세 남학생)고 평가했다.논문에 따르면 또래집단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즐기며 모녀간의 연대감도 강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 교수는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전오이디푸스(pre-oedipus·오이디푸스 전 단계의 어머니와 자녀의 공동체적 관계)적 연대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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