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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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asap@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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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민간인 무차별 공격 의혹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전 공세를 강화한 이스라엘이 무인기(드론)와 저격수 등을 이용해 피난길에 오른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가자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포위 소탕 작전을 펴면서 여성과 어린이 등 피란민에게도 마구잡이로 총격을 가하는 전쟁범죄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미국 CNN 방송은 8일(현지 시간)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가자 북부 자발리아의 한 도로에서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인도주의 구역으로 가던 피란민들이 대낮에 참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주민 모하마드 술탄 씨가 촬영한 영상에선 하늘에서 드론 소리가 난 뒤 총알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도 들렸다. 해당 공격으로 9세 여아 1명 등 3명이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스라엘군은 6일부터 자발리아를 완전히 포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재건을 막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카타르 알자지자 방송은 9일 다시 추가 병력이 투입돼 공격이 더 거세졌다며 “공습 또한 쉴새 없이 이뤄져 사상자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발리아 주민 이타프 하마드 씨는 CNN에 “이스라엘군이 움직이는 건 모두 다 쏜다”며 “6일 숨진 조카의 시신을 수습하러 가고 싶지만 외출은커녕 창문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해당 지역은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직후부터 지상군이 투입돼 폐허나 다름없지만, 아직 하마스대원들이 5000여 명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이 주민 수십만 명을 몰아낸 뒤 하마스를 말살하는 극단적인 작전을 펼친다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이는 실제로 지오라 에일란드 전 이스라엘 총리실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4일 제안한 작전이다. 비인도적인 전쟁범죄라는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에 따르면 베냐민 네탸냐후 총리는 지난달 22일 이스라엘 의회 외교안보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에엘린드의 계획이 합리적이라고 본다”며 “다른 옵션들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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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스, ‘경합주’ 이민자 이탈 조짐…조지아 한인 “물가 심각”

    11월 미국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 조지아주에서 한국계 유권자들이 경제 문제를 이유로 민주당에서 등을 돌리는 양상이 보인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 시간) 조명했다.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검표까지 가는 소동 끝에 트럼프 후보에 1만1000여 표 차(0.25%포인트)로 신승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오차범위 안 초접전을 벌이고 있어 판세를 점치기 어려운 지역이다. 조지아주는 주도(州都)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한국계 유권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한국계 비중이 높은 애틀랜타 외곽 귀넷 카운티는 이른바 ‘공화당 텃밭’이었으나, 한국계 유입이 급격히 늘어난 이후 2016, 2020년 대선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앞섰다. 이 때문에 한국계가 이번 대선 승자를 가를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폴리티코는 “한국계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맞물려 격화한 증오 범죄에 시달린 결과 혐오를 조장한 트럼프 후보 대신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하는 등 친(親)민주당 성향을 보였다”며 “하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민주당 지지가 약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해리스 캠프는 한국계 이탈 조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조지아주에서 방영되는 해리스 캠프 측 광고는 주로 트럼프 후보의 인종 차별 발언에 대한 내용이다. 유권자의 관심사와 어긋나는 이슈를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폴리티코는 “조지아에서 만난 한인 대다수는 해리스의 경제 정책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내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동시에 이번 대선 경합주로 꼽히는 미시간주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반발로 해리스 후보가 표심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시간주 아랍계 유권자 2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단 2명만 해리스 후보를 뽑겠다고 답했다”며 “해리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제3당인 질 스타인 녹색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거나 투표를 거부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일부는 “차라리 고립주의 노선을 강조하는 트럼프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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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스 “우크라 참여없인 푸틴과 회담 없을 것”…CBS ‘60분’ 인터뷰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푸틴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을 것이다.”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7일 CBS방송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노선을 비판했다. 그간 트럼프 후보는 재집권하면 서둘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CBS는 트럼프 후보와의 별도 단독 인터뷰도 내보낼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측이 거부해 해리스 후보만 인터뷰에 응했다.해리스 후보는 이날 다음 달 5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다룰지를 질문받자 “트럼프는 취임 첫날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한다. 그건 (우크라이나의) ‘항복’에 관한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갖는 등 러시아에 유리한 쪽으로 전쟁이 종결될 것이란 의미다.해리스 후보는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참여 없이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노력을 지원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 시점에 도달하면 처리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신규 불법 이민자 수가 4배 늘었다는 지적에는 “출범 후 첫 법안으로 국경강화법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트럼프가 법안을 폐지시키기 위해 의회 내 측근들에게 이를 저지하라고 시켰다”며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에 책임을 돌렸다.자신의 주요 경제 공약인 중산층 대상 주택 보조금, 아동수당 확대 등을 위한 재원은 부자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은 “자본주의자”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해리스 동지’라고 비꼬며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트럼프 후보에 대한 반박을 풀이된다.해리스 후보는 이날 ‘글록’ 권총을 소유하고 있고 사격장에서 쏴본 적도 있다며 총기 소지의 자유를 지지하는 중도층 표심을 공략했다. 그는 최근 ‘총기 규제’ 대신 ‘총기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자유’라는 표현도 쓰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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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선 대선 변수로, 유럽과도 충돌… ‘골칫덩이’ 이스라엘

    7일(현지 시간) 1년을 맞은 ‘가자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는 양상을 띠며 다음 달 미국 대선 판도를 흔드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이변)’가 될 수 있다고 영국 BBC가 전망했다. 중동 전쟁이 확대되며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인명 피해가 늘어나면서 이스라엘과 유럽 국가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 “외교적 해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필요성을 주장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곧바로 “부끄러운 줄 알라”며 반박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7일 헤즈볼라와의 지상전이 벌어지고 있는 레바논 남부에 군대를 추가 투입하는 등 지상전 강도를 높이고 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도 같은 날 이스라엘 갈릴리와 텔아비브 등으로 각각 35발과 5발의 로켓을 쐈다. 헤즈볼라의 차기 수장 하솀 사피엣딘은 3일 진행된 이스라엘의 공습 뒤 여전히 연락이 끊긴 상태다. 다만, 한때 연락이 끊겨 사망설이 제기됐던 에스마일 가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은 ‘건강한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미 대선 개입 의도 있어” 6일 공개된 CBS 시사프로그램 ‘60분’ 예고편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사회자로부터 ‘미국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영향력이 없느냐’ ‘이스라엘이 우방은 맞냐’ 등 압박성 질문을 연이어 받았다. 해리스 후보는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이스라엘이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미국의 의무”라면서도 “이스라엘에 인도주의 지원과 전쟁 종식을 위한 압박을 가하는 걸 멈추지 않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민주당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해리스 후보의 패배를 바라며 ‘선거 개입’에 나섰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우려를 표하는 건 네타냐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나보다 이스라엘을 더 많이 도운 행정부는 없다. 하나도, 하나도,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무기 공급 중단”에 네타냐후 반발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5일 앵테르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최선의 선택은 정치적 해법으로 돌아가는 것과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 공급 중단”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그간 이스라엘에 공격 무기는 공급하지 않고, 군 관련 장비만 공급했는데 이 역시 중단을 고려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마크롱 대통령과 다른 서방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를 요구하는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 날 마크롱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하는 등 갈등 진화에 나섰지만 무기 공급 중단 주장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사실상 레바논과의 국경인 ‘블루라인’ 인근에 주둔하는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아일랜드군에 철수를 요구하며 아일랜드와도 신경전을 벌였다. 마이클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은 5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유엔의 권한 아래에 있는 군대에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거부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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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서 조선인의 삶 다룬 드라마… 사명감 느껴”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의 고증을 맡아 달라고 연락을 받았을 때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드디어 이런 시대가 왔구나. 이제야 일제강점기 역사가 관심을 받는구나’ 싶어서 감동, 사명감, 책임감 등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일본 공영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 고증을 맡은 재일교포 3세 최성희 오사카산업대 국제학과 교수(47·사진)가 1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호랑이에게 날개’는 1930∼1960년대 1세대 여성 법조인의 일대기를 다뤘다. 특히 주인공인 ‘1932학번 6인방’에는 조선에서 온 유학생 최향숙이 포함됐다. 이 외 간토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 재일교포 차별 등도 다뤘고 조선인 단역도 등장했다. 흔히 ‘아사도라(아침 드라마)’로 불리는 NHK 아침 드라마는 63년 전통을 자랑한다. 이 드라마 또한 최종화 시청률이 18.7%를 기록했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아사도라에서 조선인 주인공이 등장한 것 또한 처음이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최 교수는 “향숙을 포함한 재일 조선인의 굴곡진 인생은 역사적 사실과 어긋나지 않는다. 그래서 향숙이 일제에 협력한 인물로 그려지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고증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역사 수정주의 세력, 우익 등이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큰 용기를 내 이 드라마를 제작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드라마가 방영된 뒤 재일교포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를 연구하는 최 교수는 한국을 자주 찾는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인에게 “한일 우호의 씨앗을 뿌리는 게 학자로서의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혐한 성향의 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한 일본인 대학생은 2018년 자신의 ‘한국 근현대사’ 강의를 듣고 모르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며 종강일에 펑펑 울었다고 했다. “내 인생을 바꾼 강의”라는 말도 남겼다고 했다. 최 교수는 2020년 나라현에 방문해 1920, 30년대 일본 여자고등사범학교의 조선인 유학생들이 일본 장학사업가에게 보낸 편지를 연구했다. 이들은 대부분 조선으로 돌아와 교사가 됐고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그는 “편지를 읽으며 100년 전 조선 여성이 ‘우리도 역사에 기록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최 교수를 포함해 한국을 연구하는 일본의 젊은 연구자들은 활발한 강연 및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과 소통하려 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일본의 주요 대학 내 한국 관련 교수 및 연구자 양성이 미비하다며 향후 양국이 협력해 더 많은 연구자를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1977년 홋카이도섬 삿포로에서 태어난 최 교수는 도쿄여대 사학과를 나와 ‘일본 내 한국 근대사 연구의 산실’로 꼽히는 히토쓰바시대로 진학했다. 이곳에서 동아일보 브나로드 운동(1931∼1934년) 연구로 석사, 1920, 30년대 일제강점기 중등교육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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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日서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삶 다룬 드라마 탄생… 사명감 느껴”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의 고증을 맡아 달라고 연락을 받았을 때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드디어 이런 시대가 왔구나. 이렇게 겨우 일제강점기 역사가 관심을 받는구나’란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감동과 사명감을 느꼈습니다.”올해 4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일본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 고증을 담당했던 재일교포 3세 최성희 오사카산업대 국제학과 교수(47)는 1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63년 전통의 NHK 아침드라마(아사도라·평일 오전 7시 30~45분 방영) 코너에서 방영된 ‘호랑이에게 날개’는 1930~1960년대 일본 1세대 법조인 여성들의 일대기를 다뤘다. 지난달 27일 방영된 최종화 시청률이 18.7%를 기록했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주인공인 ‘1932학번 6인방’ 중에는 조선에서 온 유학생 최향숙이 포함돼 있었다. 또 조선인 단역들도 등장하고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재일교포 차별 등의 상황도 다뤘다.최 교수는 “향숙과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정확하게 드라마 내용에 담아낼 수 있도록 제작진에게 조언했다”며 “향숙의 굴곡진 인생을 잘 드러내면서 동시에 일제에 협력했던 인물로 그려지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 수정주의 세력과 우익들이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큰 용기를 내 제작한 드라마”라고 덧붙였다.대중매체에서 과거사를 다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 교수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침묵하지 않아야 미래의 불행을 하나라도 줄인다”고 강조했다.일제강점기를 연구하는 최 교수는 한국을 자주 찾는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일 우호의 씨앗을 뿌리는 게 학자로서의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강연, 소셜미디어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의 노력은 의미 있는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혐한 부모 밑에서 자란 사범대생은 2018년 최 교수의 ‘한국 근현대사’ 강의를 듣고는 종강 날 “인생이 바뀌었다”며 펑펑 울었다.2020년 연구차 방문한 나라현에서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1920, 30년대 일본 여자고등사범학교의 조선인 유학생들이 일본 장학사업가에게 보낸 편지를 연구한 것. 이들은 대부분 조선으로 돌아와 교사가 됐다. 최 교수는 “편지를 읽다 보니 100년 전 조선 여성들로부터 ‘우리를 역사에 남겨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최근 일본에서는 1세대 한국 근대사 연구자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최 교수 같은 30, 40대 연구자들이 연구, 대중서 출판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최 교수는 “소수의 연구자가 활발히 활동해 대중의 관심에도 부응할 수준이 되었지만, 여전히 주요 대학 내 교수직이나 연구 과정은 미비한 실정”이라며 한일 양국이 협력해 근현대사 연구자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여전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그를 한국인 교수로 본다. 최 교수는 “다행히 ‘호랑이에게 날개’가 방영된 뒤 재일교포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제게 큰 보람을 줬고, 날개를 달아준 드라마였다”고 말했다.최 교수는 도쿄여대 사학과를 나와 ‘일본 내 한국 근대사 연구의 산실’로 꼽히는 히토쓰바시대에 진학해 동아일보 브나로드 운동(1931~1934년) 연구로 석사 학위를, 1920, 30년대 일제강점기 중등교육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호랑이에게 날개’에는 ‘고증 3인조’가 있었다. 최 교수, 연출을 맡은 안도 다이스케(安藤大佑·41) 프로듀서, 그리고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생 최예린 씨다.안도 프로듀서는 도쿄외대 조선어과를 나왔다. 서울대 언어학과 교환학생도 했다. 2005년 씨네21 인터뷰에 따르면 고등학생 때 영화 ‘쉬리(2000년)’와 ‘공동경비구역 JSA(1999년)’를 보며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그의 지인들이 입을 모아 “최 교수가 적격”이라고 추천해 연이 닿았다. 무려 방영 1년여 전인 지난해 7월의 일이다. 최 교수는 제작진이 역사 고증에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모습을 보며 믿음이 갔다고 했다.최 교수는 “기획안을 처음 봤을 때, 도쿄에서 법대에 다니는 친오빠(윤철)의 권유로 향숙 또한 유학을 결심했다는 설정에 놀랐다. 당시에 그렇게 일본 유학을 떠난 여성이 많다”고 했다.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는 최 교수는 배우 이토 사이리(伊藤沙莉·30)가 주인공 ‘토라코’ 역할을 맡은 점도 눈여겨봤다. 2023년 일본에서 연극으로 각색된 영화 ‘기생충’에서 딸 기정 역할(연극에서 카네다 미키)로 무대에 오른 이토를 객석에서 지켜보며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윤철이 향숙에게 보낸 편지, 방화범으로 몰린 조선인 김현수의 편지 등은 안도 프로듀서가 초안을 쓴 뒤 최 씨와 최 교수가 1930년대 어문법에 맞춰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관련 기사: ‘100년 전 조선인 학살’ 정면으로 담은 NHK 드라마 화제향숙처럼 일본에서 법률을 공부한 조선인 여성이 있었을까. 주인공 토라코의 모델이 된 일본 첫 여성 법조인 미부치 요시코 판사의 메이지대 1년 선배 중에도 있다. 부산여자경찰서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이양전 경감이다.다만 향숙과 이양전 경감은 다른 삶을 살았다. 향숙은 일본 경찰에 사상범이라는 의심을 받아 쫓기다 결국 귀국했다. 경성에서 법률 공부를 이어가다 사랑에 빠진 일본인 판사와 결혼했다. 그러나 양가 집안에 절연당하고 만다. 부부는 해방 후 일본으로 향했다. 향숙은 ‘시오미 쿄코’로 살아가며 외동딸 카오루를 키운다. 남편의 동료가 된 토라코와 우연히 재회하지만 “최향숙을 잊어달라”며 모질게 대했다.향숙의 행적을 두고 친일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최 교수는 “재일교포 다수는 정체성을 숨길 수밖에 없는 사정을 안고 살아왔다. 한국에서는 한국인인 점을 숨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외국인이라고 차별받고, 핏줄을 따지는 특유의 문화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각기 다른 인생의 고통을 안은 6인방은 친구들에게 개인사를 털어놓고 지지를 받으며 역경을 헤쳐간다. 그러나 향숙은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최 교수는 “오히려 리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재일교포가 자신의 배경에 대해 주변과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한다.향숙 부부는 대학생이 된 딸 카오루에게 향숙이 조선인임을 고백한다. 카오루가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핏줄이 창피해서 그랬냐”고 화를 내자 부부는 “아니다. 네가 괴로운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래서 그랬다”고 말한다. 그러나 카오루는 어머니가 ‘가해자’ 쪽에 섰다며 마음의 문을 닫는다.얼마 뒤 카오루는 남자친구가 핏줄을 문제 삼아 이별을 통보한 사건을 계기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카오루는 향숙의 친오빠 윤철을 찾아 도쿄로 모셔 온다. 덕분에 남매는 20여 년 만에 재회했다.향숙은 ‘최향숙’을 되찾기로 결심하고 남은 인생을 조선인 원폭 피해자를 변호하며 산다. 최 교수는 “정체성을 되찾아 자신의 삶을 살고, 카오루에게도 용기를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했다.드라마에 등장하는 조선인은 향숙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토라코의 운명을 바꾼 닭꼬치를 쥐여준 암시장 상인도 조선인이다.최 교수도 몰랐던 ‘깜짝 등장’이었다. 드라마 오프닝 속 ‘김민수’ 이름을 보며 “설마 오사카 재일교포 극단 ‘달오름’의 김민수 대표인가, 뭐로 나오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로 김 대표가 출연해 재일교포 말씨로 일본어를 하자 최 교수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토라코는 변호사가 됐지만 결국 포기했고, 남편까지 전쟁으로 잃어 완전히 낙심한 상태였다. 그러다 암시장에서 산 닭꼬치를 싸고있던 신문에 적힌 일본 헌법 14조를 읽고 희망을 되찾아 털고 일어난다. 드라마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1946년 공표된 일본 헌법 14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아래에 평등하여 인종, 신조, 성별, 사회적 신분, 가문에 따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계에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이다.정작 김 대표가 연기한 상인은 헌법 14조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재일교포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라 외국인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 장면을 재일교포 역사의 비극성을 드러낸 명장면으로 꼽았다.조선인을 주인공으로 한 아사도라도 탄생할 수 있을까.“그런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에서 한국과 조선 이야기를 다루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한국 시청자들께서 부족함이나 위화감을 느끼신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호의적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가 일본에서 사랑받는 날을 몹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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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이스라엘과 이란 석유시설 공격 논의”… 유가 5%대 급등

    “이스라엘과 이란의 석유 시설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이틀 전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에서 산유국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같은 날 미 뉴욕 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5% 넘게 올라 한 달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CNBC 등에 따르면 일부 원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장기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또한 중동 긴장 고조로 1970년대식 ‘오일쇼크’(석유 파동)가 발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또한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4일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을 주재했다.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에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하메네이는 사흘 전 이스라엘 공습이 나스랄라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필요하면 이스라엘을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하메네이의 금요 예배 집전은 2020년 1월 미국에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유가 200弗-오일쇼크” 우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논의하고 있다(in discussion)”고 답했다. 또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스라엘에 ‘허가’ 하는 게 아니라 ‘조언’ 하고 있다”며 보복을 막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발언이 알려진 후 WTI,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전일 대비 5.15%, 5.03%씩 오른 73.71달러, 77.62달러에 마감했다. 두 가격 모두 한 달 최고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인 이란은 전 세계 일일 생산량의 약 4%인 하루 최대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특히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주요 수송 통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량 또한 이 해협을 거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에 ‘맞보복’ 하기 위해 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전 세계 원유 유통 또한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일리 총재 또한 “상황이 정말 나빠지면 원유 가격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오일쇼크를 우려했다.● 이, 헤즈볼라 새 수장 사피엣딘 암살 시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3일 헤즈볼라의 새 지도자로 유력한 하솀 사피엣딘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은 나스랄라의 사촌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사피엣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의 지하 벙커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후 약 24km 떨어진 곳의 건물이 흔들릴 만큼의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사령관 자히 야세르 압드 알라제크 우피 또한 공습으로 암살했다. 그는 이틀 전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남성 2명이 총기와 흉기를 휘둘러 시민 7명을 숨지게 한 테러의 배후로 꼽힌다. 헤즈볼라 또한 3일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17명을 사살했다”고 맞섰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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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이란 석유시설 공격 논의”…국제유가 5% 넘게 급등

    “이스라엘과 이란의 석유 시설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이틀 전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에서 산유국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같은 날 미 뉴욕 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5% 넘게 올라 한 달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CNBC 등에 따르면 일부 원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장기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또한 중동 긴장 고조로 1970년대식 ‘오일쇼크’(석유 파동)가 발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또한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4일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을 주재했다.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에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하메네이는 사흘 전 이스라엘 공습이 나스랄라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이었다고 주장했다.특히 그는 “필요하면 이스라엘을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하메네이의 금요 예배 집전은 2020년 1월 미국에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유가 200弗-오일쇼크” 우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논의하고 있다(in discussion)”고 답했다. 또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스라엘에 ‘허가’ 하는 게 아니라 ‘조언’ 하고 있다”며 보복을 막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이 발언이 알려진 후 WTI,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전일 대비 5.15%, 5.03%씩 오른 73.71달러, 77.62달러에 마감했다. 두 가격 모두 한 달 최고치다.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인 이란은 전 세계 일일 생산량의 약 4%인 하루 최대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특히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주요 수송 통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량 또한 이 해협을 거친다.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에 ‘맞보복’ 하기 위해 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전 세계 원유 유통 또한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일리 총재 또한 “상황이 정말 나빠지면 원유 가격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오일쇼크를 우려했다.● 이, 헤즈볼라 새 수장 사피엣딘 암살 시도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3일 헤즈볼라의 새 지도자로 유력한 하솀 사피엣딘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은 나스랄라의 사촌이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사피엣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의 지하 벙커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후 약 24km 떨어진 곳의 건물이 흔들릴 만큼의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이스라엘은 같은 날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사령관 자히 야세르 압드 알라제크 우피 또한 공습으로 암살했다. 그는 이틀 전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남성 2명이 총기와 흉기를 휘둘러 시민 7명을 숨지게 한 테러의 배후로 꼽힌다. 헤즈볼라 또한 3일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17명을 사살했다”고 맞섰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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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미사일 200발 공격… 이스라엘 “대가 치를 것”

    이란이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의 군사기지 3곳에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을 포함해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진실의 약속(True Promise) 2’ 작전을 단행했다. 올 4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진실의 약속 1’ 작전을 감행한 지 6개월 만이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2일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몇몇 유럽 국가는 중동에서 나가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군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라”고 명령해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우리 국민의 철수를 위해 현지에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주도한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지난달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 올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번 공격을 놓고 혁명수비대는 “미사일의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대부분 요격됐다고 맞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등에서 최소 4명이 부상당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선 1명이 숨졌다. 양측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 및 원자재 시장도 요동쳤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3.5% 오르는 등 급등 출발했다. 1일에도 장중 한때 5% 올랐다가 2.44% 상승 마감했다. 다만 2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소폭 하락 출발했다.‘저항의 축’ 붕괴위기에 이란 나서… 이스라엘 내부 “석유시설 보복”이란, 이스라엘에 미사일 200발 발사강경파, 하메네이 설득해 공격… 이스라엘, 다층 방어망으로 요격이란 “추가보복 안하면 공격 종료”… 이스라엘 “핵시설 등 파괴” 별러“이란이 강하게 보이는 방법은 이스라엘 직접 공격뿐이다.”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에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로 직접 공격을 가한 배후에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설득한 이란 내 강경파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영국 더타임스 등이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을 때부터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경제난 해결과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 등을 강조하는 유화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반대했지만 하메네이가 최종적으로 강경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은 최근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중동 내 친이란, 반(反)이스라엘·반미국 무장세력을 의미하는 ‘저항의 축’에서 핵심 격인 헤즈볼라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저항의 축 결집과 유지를 위해선 직접적이면서도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스라엘은 단거리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 중거리미사일 방어체계 ‘다윗의 돌팔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애로’로 구성된 ‘다층 방공망’을 가동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 중동에 배치된 미군 구축함 2척도 12기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방어를 도왔고, 영국도 이 작전에 동참했다. 다만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서부 헤르츨리야의 글릴로트 기지 인근에 최소 2발이 떨어졌다. 이곳은 모사드 본부로부터 1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양측 모두 ‘강 대 강’ 전략을 고수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파, 하메네이 자택서 “이 공격” 주장 NYT 등에 따르면 나스랄라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메네이 자택에서는 강경파와 유화파의 격론이 벌어졌다. 사이드 잘릴리 전 외교차관,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수뇌부 등 강경파는 “이스라엘 즉각 공격”을 주장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는 공격의 효과, 경제난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 온건파는 “네타냐후 총리가 광범위한 전쟁을 유발하기 위해 파놓은 함정에 말려드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격렬한 토론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부 온건파조차 “나스랄라와 같은 장소에서 숨진 아바스 닐포루샨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사망에 대응을 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고 주장하자 결국 하메네이의 마음도 돌아섰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4일 테헤란에서 예배도 직접 주관하기로 했다고 NYT는 전했다. 금요일인 이날은 이슬람의 안식일이다. 하메네이는 국가 안보에 관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금요 예배를 집도한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차관은 소셜미디어 X에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도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제한적 보복’이며 확전 의사는 없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등 보복” 하지만 이스라엘은 강경 대응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공격하면 누구라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건파로 꼽히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도 X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도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 공격, 주요 인사 표적 암살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스라엘군은 현지에서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2일 레바논 남부 오다이시 일대에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벌어져 최소 2명의 이스라엘군이 숨졌다. 이날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에 ‘쿠드스5’ 로켓을 발사하며 이란을 지원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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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확전 우려에 국제유가 이틀연속 급등세

    이란이 대량의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1일(현지 시간)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다. 유가는 2일에도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1일 한때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주저앉았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장중 한때 5.5% 이상 치솟았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에야 전장 대비 1.66달러(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에 장을 마쳤다. ICE 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장중 한때 5%까지 상승했다가 전장 대비 1.86달러(2.59%) 상승한 73.56달러에 마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공격당할 경우 국제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 중 세 번째로 생산 규모가 큰 이란이 갈등 당사자가 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공격을 받거나 더 큰 제재를 받으면 가격이 다시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WTI 가격은 2일에도 3% 이상 급등 출발했다. 중동 정세의 긴장 고조로 당분간 유가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은 크게 상승했다.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온스당 0.9% 오른 26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장중 사상 최고치인 2685.42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2일 시장에서는 소폭 하락했다. 국제 유가, 금값과 달리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과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보였다. 1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2일 주요 지수 또한 소폭 하락 출발했다. 비트코인은 1일 시장에서 한때 전날보다 5% 가까이 급락해 6만1000달러 선이 무너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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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의 미사일 공격 직전… 텔아비브서 총격-흉기 테러 7명 사망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쏜 1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헤브론 출신의 팔레스타인 남성 2명이 총격 및 흉기 테러를 자행했다. 이로 인해 최소 7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일부 부상자는 중태에 빠져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두 남성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등과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헤즈볼라는 2일 텔레그램 계정에 테러 당시 상황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유하며 “순교 작전 장면”이란 글을 올렸다. BBC,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경 텔아비브 남부 야파의 한 경전철역 부근에서 아흐마드 하이마니(25), 무함마드 마스크(19)가 각각 소총과 흉기를 든 채 시민을 무차별 공격했다. 두 사람은 전철 안에서 총을 쏜 뒤 열차에서 내려 계속 공격을 가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두 사람이 승강장을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울타리 너머 도로로 총을 겨누거나, 거리에 쓰러진 피해자의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마스크는 현장에서 사살됐고 하이마니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약 40분 뒤에는 이란이 이스라엘 군사 기지 3곳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 경보가 울려 퍼졌다. 외신들은 “시민들이 방공호로 대피하는 동안 경찰들이 현장을 수습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두 남성은 테러 도중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인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쳤다. 일간 하아레츠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두 사람이 범행 전 야파 인근의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안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에 군경이 해당 모스크를 조사하고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검거했다고 덧붙였다. 야파 인구의 약 3분의 1은 아랍계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탄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테러와 해당 모스크가 관련이 있다면 사원을 폐쇄하고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두 범인의 가족을 가자지구로 추방하고, 그들의 집을 파괴하라”고 했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일 밤∼2일 새벽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일대에서 대규모 공습 및 지상전을 벌여 최소 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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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확대 우려에 유가·금값 급등

    이란이 대량의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1일(현지 시간)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다. 유가는 2일에도 큰 폭 오름세를 이어갔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반면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은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장 중 한때 5.5% 이상 치솟았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에야 전장 대비 1.66달러(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에 장을 마쳤다. ICE 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장 중 한때 5%까지 상승했다가 전장 대비 1.86달러(2.59%) 상승한 73.56달러에 마감했다.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공격당할 경우 국제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 중 세 번째로 생산 규모가 큰 이란이 갈등 당사자가 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공격을 받거나 더 큰 제재를 받으면 가격이 다시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WTI 가격은 2일 시장에서도 3% 이상 급등 출발했다. 중동 정세의 긴장 고조로 당분간 유가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은 크게 상승했다.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온스당 0.9% 오른 26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장중 사상 최고치인 2685.42달러를 기록했다.국제 유가와 금값과 달리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과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보였다. 1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2일 주요 지수 또한 모두 하락 출발했다. 비트코인은 1일 시장에서 한때 전날보다 5% 가까이 급락해 6만1000달러 선이 무너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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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바논, ‘중동의 파리’서 화약고로 전락

    레바논은 중동에서 보기 드문 다종교 국가다. 1970년대 중반까지 중동의 금융, 교육, 문화 중심지였던 수도 베이루트는 한때 ‘중동의 파리’로 불릴 만큼 개방성이 높은 도시였다. 또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 유럽과 중동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건축물로 유명해지면서 관광 산업도 발달했다. 하지만 1975∼1990년 내전이 발발하고 인접국의 패권 다툼에도 휩쓸리며 ‘중동의 화약고’로 전락했다. 최근에는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충돌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종교는 레바논 사회의 주요 갈등 원인이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530만 명인 레바논 국민의 종교 비율은 이슬람 시아파 32.2%, 수니파 31.2%, 기독교 30.5% 등이다. 기독교의 경우 마론파, 그리스 정교, 개신교 등으로 나뉘어 있다. 레바논은 종교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1943년 건국 때부터 종파별로 의회 의석을 배분했다. 대통령(기독교), 총리(수니파), 국회의장(시아파) 등 주요 직책을 나눠 갖는 독특한 정치 체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탄압을 피하려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레바논으로 유입되면서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15년간의 내전 또한 기독교도 민병대와 팔레스타인 난민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헤즈볼라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맹주’ 이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급성장했고 이스라엘과 계속 충돌했다. 2006년 ‘34일 전쟁’ 때는 공항, 통신 시설, 물류 인프라 등이 대거 파괴됐다. 경제 역시 파탄 일로를 걸었다. 레바논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실업률이 치솟았고, 2020년 8월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로 그해 경제가 ―21.4% 역성장했다. 정치권도 친헤즈볼라와 반(反)헤즈볼라 세력으로 쪼개졌다. 2022년 10월 임기가 종료된 친헤즈볼라 성향 미셸 아운 전 대통령의 후임자는 2년째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레바논대 사회학 박사인 이경수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레바논 사람들은 장기간의 정치 불안과 경제난으로 지쳐 있고,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두려움으로 패닉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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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후티도 때렸다… 親이란 ‘저항의 축’ 전방위 폭격

    이스라엘이 30일(현지 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을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처음 공습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번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후티)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등을 공군력을 대거 동원해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물론 후티까지 연쇄 공격하면서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에 이어 최근 헤즈볼라까지 크게 약화시킨 이스라엘이 계속 다른 무장단체에 대한 공습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30일 새벽 베이루트 남서부 알콜라의 아파트 한 채가 이스라엘군의 무인기(드론) 공습을 당했다. 이 여파로 PFLP의 지휘관 3명 등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수십 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약 1800km를 날아가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 등의 주요 시설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최소 4명이 숨졌다. 이번 공습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이 공격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의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할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잃은 헤즈볼라는 나스랄라의 사촌인 하솀 사피엣딘을 새로운 최고 지도자로 선출할 전망이다. 헤즈볼라 서열 2위 나임 카셈 사무차장은 3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에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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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정보력 밀리는 이란, 전면전 딜레마

    이스라엘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를 암살하고 예멘 후티 반군(후티) 등으로 공격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지원해 온 이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동 내 영향력 확대 역할을 해온 ‘안보 자산’인 무장단체들이 큰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에 밀려 뚜렷한 대응책을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이란 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는 신정 일치 정치체제인 이란의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나스랄라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이란혁명수비대(IRGC) 간부 등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NYT에 따르면 나스랄라가 암살된 직후 하메네이의 자택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가 열렸고 당시 IRGC 관계자 등 강경파 인사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이스라엘을 타격해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 인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확전을 위해 쳐놓은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서방과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재개를 통한 경제 제재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회의는 일단 직접 개입은 하지 않으면서 헤즈볼라를 재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이란은 지난달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에 이어 핵심 지도부 암살로 큰 타격을 입은 헤즈볼라의 통신과 지휘체계 등을 복구하기 위해 조만간 IRGC 고위 사령관을 레바논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저항군의 선봉에 나서 중동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별도 성명을 통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군의 공격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보복 의지는 강조했지만 이란의 직접 개입과 세부적인 보복 방식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배킬 중동국장은 “현재 이란은 어떤 행동을 해도 패배로 이어지는 상황에 처했다”며 “하메네이가 직접 보복을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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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넘는’ 네타냐후, 레바논 이어 1800km 밖 후티 거점도 공습

    “이스라엘이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이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이어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후티)까지 공격하자 아랍권 최대 언론 알자지라가 이같이 진단했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등을 잇달아 암살한 이스라엘이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을 의미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과의 확전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주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내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계속해서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스랄라의 암살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열흘 전 35%였던 지지율이 8%포인트 올랐다. ● 이 전투기, 1800km 날아가 후티 공습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시설 등을 집중 공격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800km 떨어진 예멘 남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공중급유기, 정찰기 등 수십 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켰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예멘에서는 최소 4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고, 더 정확한 타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의 ‘경제중심지’인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일대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7월 후티가 텔아비브 일대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1명이 숨지자 당시에도 호데이다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후티, 헤즈볼라의 배후에 있는 이란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랄라가 암살된 후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보복을 강조한 가운데 이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후티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에도 공습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남서부의 주택가 알콜라 지구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부서졌고 최소 4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날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PFLP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조직이다. 그런데도 이들 지휘관까지 사살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이 적을 (무제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행동한다고 알자지라는 진단했다. ● 네타냐후, 지지율 급등-의석 확대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 상승을 포함해 국내 여론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4석을 보유한 보수 성향 ‘새희망’당을 이끄는 기드온 사르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은 전체 의석 120석 중 68석을 차지하게 됐다. 사르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의 동료였다. 2020년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을 계기로 결별했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네타냐후 총리와 의견이 같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연정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당분간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책을 고수할 여건이 마련되면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매체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완전히 관심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헤즈볼라, 이란과의 전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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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벙커속 헤즈볼라 수장 ‘벙커버스터 암살’

    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암살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 및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동 전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란이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개입할 가능성이 커 중동 지역 내 긴장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알리 카라키 헤즈볼라 남부 사령관 등 테러집단(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이 전날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18m 지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중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을 이용한 ‘정밀 공습’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간부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 활동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이번 작전명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를 “테러범”이라고 부르며 그의 제거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며칠간 상당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해 이스라엘 공격을 시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을 확인하며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그 굳건하고 명예로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전 세계 무슬림을 향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도 함께 숨졌다고 공개했다. 닐포루샨은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이란의 군사 작전을 담당해 왔던 인물이다. AP통신은 이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년간 수행한 표적 살인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ABC는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를 추가로 제거하는 소규모 지상전을 시작하거나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또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나스랄라의 시신이 29일 수습됐고, 온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또 나스랄라의 사망 원인은 폭발 충격에 따른 흉부 압박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벙커버스터 등 100여발, 2초간격 퍼부어… 지하 7층 깊이 초토화[헤즈볼라 수장 암살]이스라엘, 1년 동안 암살작전 준비… 네타냐후 유엔 참석은 ‘연막 전술’F-15I 8대 출격해 폭탄 집중 투하… 벙커버스터, 콘크리트 꿰뚫고 폭발소나기 공습으로 지하층 연쇄 파괴“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7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하이 레빈 준장은 28일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등 폭탄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전투기 8대에) 2000파운드(약 907kg)에 이르는 BLU-109가 최소 15발 탑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건물 한 층 높이(2.5∼3m)를 고려하면 해당 벙커는 지하 7층 정도 깊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뉜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했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위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비슷한 방식의 벙커버스터 투하 작전을 진행하며 효과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나스랄라 암살을 준비했고, 미국에 관련 계획도 전달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한다.미국의 반대에 당장 작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추적을 계속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것도 헤즈볼라를 방심하게 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연설 전에 작전을 승인했다”며 “나스랄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지켜보던 중 공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로이터통신은 “나스랄라는 오랫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이동도 제한적으로 해 그를 본 사람이 매우 적었다”며 “이번 암살은 헤즈볼라 내부에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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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즈볼라 32년 이끌며 ‘反이 핵심’으로 키워

    2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64)는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대표주자 격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었다. 그는 이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헤즈볼라를 ‘반(反)이스라엘 투쟁’의 구심점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차기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로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사실상 ‘2인자’로 여겨져 온 나스랄라의 사촌 하솀 사피엣딘(60·사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1월 미국의 공격으로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과 사돈 관계일 정도로 이란과 가까운 인물이다.나스랄라는 1960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후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가 돼 이라크와 이란에서 유학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직후 헤즈볼라가 출범하자 합류했다. 설립자 압바스 무사위와 선후배 성직자 관계로 가깝게 지냈던 그는 헤즈볼라 창립 10년 만인 1992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사위가 숨지자 최고지도자로 올라섰다. TV방송 연설에 자주 나섰고, 1997년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18세였던 장남이 사망한 직후에는 “내 아이는 순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스랄라는 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직후 아랍권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2006년 이스라엘을 곤경에 몰아넣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34일 전쟁’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기간 헤즈볼라는 레바논 제도권 정당으로 안착했다. 학교와 병원 등 사회 기반시설을 적극 마련해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에서 ‘국가 내 국가’로 평가받을 만큼 탄탄한 정치 기반을 다졌다. 한편 사피엣딘은 1992년 나스랄라에 이어 집행위원장에 올랐고, 미 국립국방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이스라엘 매체인 와이넷에 따르면 2008년 나스랄라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한 뒤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 사피엣딘은 유력 성직자 집안 출신으로 이란에서 유학했다. 또 아들은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딸과 결혼했다. 그가 헤즈볼라 수장에 오르면 이란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피엣딘은 수년간 은신한 나스랄라를 대신해 대외 활동을 수행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 이후 열린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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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참수작전’, 벙커버스터 100여발 2초 간격 ‘소나기 공습’

    “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8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이번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차이 레빈 준장은 28일(현지 시간) 암살 성공 뒤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 정밀직격탄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NYT에 “2000파운드(907㎏)급 정밀직격탄(JDAM)인 BLU-109를 최소 15발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약 지하 7층)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는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큰 상황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눠진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 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하는 방법을 썼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윗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벙커버스터를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활용하며 전술적 가치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부터 나스랄라 암살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쟁이 발발 직후 미국에 나스랄라 암살 계획을 전달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만류했다고 한다.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포기할 뜻이 없었다. 계속 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있던 네타냐후 총리에게 실시간 보고하고 작전 승인 명령을 받았다. 작전을 수행한 69비행대대는 이스라엘 공군 내에서 ‘핵심 임무’를 담당하는 엘리트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레빈 준장은 “수십 년간 관련 임무를 수행해온 베테랑 예비역들까지 투입했다”고 말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 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헤즈볼라 내부에 성공적으로 침투해 나스랄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게 작전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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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살된 하산 나스랄라는 누구?…헤즈볼라 32년간 이끈 ‘反이스라엘 상징’

    2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64)는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대표주자 격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었다. 그는 이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헤즈볼라를 ‘반(反)이스라엘 투쟁’의 구심점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차기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로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사실상 ‘2인자’로 여겨져 온 나스랄라의 사촌 하솀 사피엣딘(60)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1월 미국의 공격으로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과 사돈 관계일 정도로 이란과 가까운 인물이다.나스랄라는 1960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후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가 돼 이라크와 이란에서 유학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직후 헤즈볼라가 출범하자 합류했다. 설립자 압바스 무사위와 선후배 성직자 관계로 가깝게 지냈던 그는 헤즈볼라 창립 10년 만인 1992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사위가 숨지자 최고지도자로 올라섰다. TV방송 연설에 자주 나섰고, 1997년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18세였던 장남이 사망한 직후에는 “내 아이는 순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나스랄라는 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직후 아랍권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2006년 이스라엘을 곤경에 몰아넣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34일 전쟁’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기간 헤즈볼라는 레바논 제도권 정당으로 안착했다. 학교와 병원 등 사회 기반시설을 적극 마련해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에서 ‘국가 내 국가’로 평가받을 만큼 탄탄한 정치 기반을 다졌다.한편 사피엣딘은 1992년 나스랄라에 이어 집행위원장에 올랐고, 미 국립국방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이스라엘 매체인 와이넷에 따르면 2008년 나스랄라에 대한 암살시도가 발생한 뒤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 시피엣딘은 유력 성직자 집안 출신으로 이란에서 유학했다. 또 아들은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딸과 결혼했다. 그가 헤즈볼라 수장에 오르면 이란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사피엣딘은 수년간 은신한 나스랄라를 대신해 대외 활동을 수행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 이후 열린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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