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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소속 ‘수호이 슈퍼제트 100’ 여객기가 모스크바 공항에 비상착륙을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탑승자 78명 중 승객 40명, 승무원 1명 등 최소 41명이 숨졌다.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해군기지에서 여객기가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해 강에 빠진 사고가 일어난 지 이틀 만이다. 6일 AP통신에 따르면 예브게니 디트리흐 러시아 교통장관은 “시신 41구를 수습했다. 여객기 잔해에서 데이터 기록장치 2개도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승객 다수는 유독가스로 질식해 숨졌으며 유일하게 목숨을 잃은 승무원은 기내에서 끝까지 승객의 탈출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일부 승객들이 기내 수화물을 꺼내느라 통로를 막아 여객기 뒤편 승객들의 탈출이 지연됐다”고 전했다. 사고는 5일 오후 5시 50분경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북부 무르만스크로 향했던 사고기가 이륙 28분 만에 비상 착륙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착륙 당시 여객기엔 연료가 많이 남아있었다”며 “기체가 세 차례 활주로와 충돌하면서 연료가 흘러나왔고 불이 붙어 여객기 뒷부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고기를 운항한 데니스 예브도키모프 기장은 6일 타스통신에 “이륙 후 기체가 번개를 맞아 관제소와 교신이 단절돼 수동 조종을 해야 했다”며 “이후 교신이 일부 재개돼 관제소의 유도하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그는 “매뉴얼에 따라 착륙했지만 기체가 무거워 착륙 후 불이 붙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 당국은 △조종사 운항 미숙 △장비 고장 △악천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여객기 사고는 대부분 기체 결함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틀 전 미 플로리다주 여객기 착륙 사고와 관련해 브루스 랜즈버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부위원장은 5일 “사고기 관리일지에 왼편 역추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고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여객기 탑승객 대부분이 군 관계자였기 때문에 탈출 경쟁을 하는 대신 서로 탈출을 돕는 데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CNN이 전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추락 사고를 일으킨 ‘보잉737-맥스8’ 기종도 기체 결함이 있었을 것이란 정황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보잉은 737 기종에 기본으로 장착됐던 ‘받음각(AOA) 센서 경보등’이 맥스8 기종에서는 선택 품목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항공사에 뒤늦게 알렸다. 항공기 날개와 기류 각도를 알려주는 AOA 센서 고장은 두 여객기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AOA 센서 경보등이 작동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보잉이 이를 미리 알고도 제때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회색 지붕, 처마, 목재 대들보, 격자무늬 창살, ㄷ자 건물, 넓은 마당…. 17일 정식 개관하는 서울 종로구 돈의문 뉴타운의 주한 스위스대사관은 국내 외국 대사관 중 최초로 한옥을 재해석해 지은 건물이다. 스위스 정부는 왜 한옥을 모티브로 한 대사관 건물을 지었을까. 지난달 16일 이곳에서 설계를 총괄한 스위스 건축사무소 ‘버크하르트파트너’의 니콜라 보셰 선임 건축사(54)와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대사(62)를 만나 이유를 들었다. 보셰 건축사는 기자에게 “한옥에서 주택 중심부를 일부러 비워둠으로써 거주자 간 소통 공간을 마련하고, 마당을 둘러싼 여러 건물에 통일성까지 부여한다는 점을 흥미롭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옥과 마찬가지로 스위스대사관의 중심 공간도 마당”이라며 “사무, 손님맞이, 주거 공간 등 대사관 내 핵심 3개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건물을 설계하고 싶었는데 한옥이 좋은 참고자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12년 스위스 정부가 주한 대사관 설계 공모전을 실시했을 때 이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 전통건축을 따로 공부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했다. 프로젝트 명칭도 ‘스위스 한옥’으로 정했다. 이런 열성 덕분에 70개 이상의 쟁쟁한 경쟁업체를 제치고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돈의문 뉴타운은 과거 키 작은 오래된 양옥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던 도심의 낙후된 공간이었지만 재개발로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섰다. “새 아파트에 둘러싸인 한옥 양식의 대사관이 오히려 주변의 현대적 건물과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보셰 건축사는 “이 동네에서 사라진 작은 집들을 기억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싶었다”며 “건물 높이를 5, 6층 정도로 할 수 있었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고층 건물을 짓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이어 “건물 층수가 낮을 때 (사무실보다) 집 같은 느낌이 든다. 대사관 직원들이 집에서 일하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16년 부임한 카스텔무르 대사도 한국 전통 건축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은 경북 경주 불국사”라며 “최근 방문한 경북 안동 병산서원도 매우 아름다웠다”고 칭찬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키 작은 오래된 양옥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던 서울 종로구의 ‘돈의문 뉴타운’. 이제는 재개발로 고층 아파트가 줄지은 이곳에 지상 3층 높이의 ‘낮은 건물’이 새로이 들어섰다. 기와를 연상시키는 회색빛 지붕을 얹고, 유럽식 정원 대신 텅 빈 마당을 갖춘 이 건물은 주한스위스대사관이다. 대사관 설계를 총괄한 스위스 건축사무소 ‘버크하르트파트너’의 니콜라 보셰 선임 건축사(54)는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에 영감을 받았다”며 “동시에 이 동네에서 사라진 조그만 주택에 대한 기억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7일 대사관 정식 개관을 앞두고 방한한 보셰와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스위스대사(62)를 지난달 16일 주한스위스대사관에서 만났다. 회색 지붕, 처마, 목재 대들보, 격자무늬 창살, ㄷ자 건물, 넓은 마당…. 언뜻 보기엔 현대식 건축물 같지만 한옥의 요소를 구석구석 배치한 이 건물은 국내 대사관 중 최초로 한옥을 재해석해 지은 건물이라는 것이 대사관 측의 설명이다. 2013년부터 설계에 들어가 2017년 착공된 이 건물은 지난해 10월 준공됐다.보셰는 “대사관의 중심 공간은 마당”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스위스 정부가 낸 주한대사관 설계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 전통 건축을 공부했던 버크하르트파트너는 ‘마당’의 기능에 주목했다. 보셰는 “주택의 중심부를 비워둠으로써 거주자 간 소통의 공간이 마련되고, 마당을 둘러싼 건물들에 통일성이 부여된다는 점을 흥미롭게 봤다”고 말했다. 사무 공간, 손님 맞이 공간, 주거 공간 등 대사관 내 서로 다른 세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건물을 설계하고자 했던 그에게 한옥은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다. 한옥 역시도 한 지붕 내 다양한 기능의 ‘방’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들에게 집에서 일하는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건물을 짓고자 했던 의도에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담은 버크하르트파트너의 ‘스위스 한옥’ 프로젝트는 익명으로 진행된 공개 입찰에서 70개 이상의 경쟁업체를 제치고 1위에 선정됐다. 현대 건축으로 유명한 스위스에서도 한옥을 재해석한 건축 설계가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다만 보셰는 “한옥에 영감을 받았으나 이는 완전한 현대식 건물”이라고 덧붙였다.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인 대사관이 주변 환경과 이질적으로 보이지는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오히려 “이 동네에서 사라진 작은 집들을 기억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대사관 부지에도 17m 높이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지만 비슷비슷한 고층 건물을 짓고 싶진 않았다”며 “건물의 층수가 낮을 때 (사무실보다는) 집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2016년 부임한 카스텔무르 대사도 한국 전통 건축물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카스텔무르 대사는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은 불국사”라며 “최근 방문했던 안동 병산서원도 아주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는 “새 대사관 개관을 계기로 한국 건축가와 스위스 건축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31)이 3일(현지 시간) 풀려났다. 두 달 전 석방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에 이어 도안티흐엉까지 석방되면서 ‘김정남 살해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카장 여성교도소에서 출소한 도안티흐엉은 이민국으로 이동해 관련 절차를 거친 뒤 고국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변호인은 도안티흐엉이 전날 밤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행복하고 감사하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한다”고 썼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9, 10일 양일간 방한한다고 국무부가 3일(현지 시간) 밝혔다. 국무부는 “비건 대표는 한국 당국자들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당초 8~10일 사흘 일정으로 방한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일정이 하루 줄었다. 비건 대표는 한국을 방문하기 앞서 7~8일 일본을 방문한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36)이 군부에 ‘정권 교체에 동참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며 군사봉기를 시도했으나 결국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57) 축출에 실패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수천 명의 군 병력을 사열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수도 카라카스 포르트 티우나 기지에서 열린 군행사에 참석해 약 4500명의 군병력 앞에서 “반역자와 쿠데타 음모자를 무장해제하기 위한 이 싸움에서 높은 사기를 유지해달라”고 강조했다. 과이도 의장이 지난달 30일 수도 카라카스 인근 군기지 외곽에서 중무장한 군인 수십 명과 함께 군인과 시민들의 봉기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군부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유지하면서 과이도 의장의 정권교체 시도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 동영상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로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이틀간 최소 4명이 사망하고 23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205명이 구금됐다. 그러나 2일 반정부 시위가 동력을 잃으면서 카라카스 시내는 평온한 상태를 되찾았다. 과이도 의장은 다음 단계로 ‘노동자 총파업’을 제시했다. 그러나 날짜도 정해지지 않은데다 지지층마저도 지쳐가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과이도 의장의 군사봉기가 실패한 이유는 사전에 정보가 누설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 측은 애초 군사봉기 시점을 1일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관련 정보가 누설됐다는 정보를 받고 이를 하루 앞당겼다는 것이다. 미국의 오판론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베네수엘라 야당 측이 친정부 세력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미국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 측은 과이도 의장의 측근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가택연금 중에 탈출한 과이도 의장의 ‘정치적 멘토’ 레오폴드 로페스 전 카라카스 시장에 체포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로페스 전 시장은 가족들과 함께 카라카스 내 스페인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또한 법원은 에드가 잠브라노 국회 부의장을 상대로 반역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

《 “2년째 치매를 앓고 계신 우리 어머니, 집에서 계속 모시자니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고 요양병원에 모시자니 ‘불효자’가 되는 것만 같아서요….” 박영섭(가명·59) 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가정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부모를 집에서 모셔야 ‘효도’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효자 노릇이 버거운 사람이 많다. 과거처럼 어르신 부양을 가족이 도맡는 것만이 진짜 ‘효도’일까? 신예기가 부모 모시는 것에 대한 고민의 답을 찾아봤다. 》 “언제나 제 유년 시절 기억 속에 포근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치매의 덫에 걸리신 지 벌써 2년째입니다. 제 나이 쉰아홉 살, 어머니는 벌써 80대시니 무리도 아니지요. 그런데도 여전히 전 어머니가 방금 전 식사한 것도 잊으시고 밥을 찾으실 때마다,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하지 못해 헤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어머니를 돌보는 일을 저보다 더 많이 하게 되는 아내를 볼 면목도 없습니다. 이제 어머니도, 아내도 모두 노인인데 얼마나 지치겠습니까. 결국 얼마 전 장남인 제가 다섯 동생을 모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요양병원 얘기를 꺼냈죠. 다들 말이 없더군요. 내심 제가 계속 어머니를 모시길 바라는 눈치였어요. 그래도 저희 가족의 고생을 아니까 차마 말은 못 하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걱정만 하더군요.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동생들에게 어렵게 말은 꺼냈지만 저도 사실 결정이 바로 서진 않습니다. 어머니가 우릴 어떻게 키웠는데 요양병원이라니요. 이런 불효자가 있을까요.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 너무 어렵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박모 씨(59) 이야기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광주의 정모 씨(58). 그는 8년 전 고향 집에서 홀로 지내던 80세 노모를 요양병원으로 모신 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랜 당뇨 투병으로 합병증이 생겨 정기적인 신장 투석이 필요했지만,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가느니 차라리 투석을 안 받고 죽겠다고 버텼다. 어머니는 “네가 날 입원시킨 걸 알고 동네 사람들이 널 불효자라 욕하면 어쩌냐”며 “너를 욕보이느니 차라리 혼자 죽겠다”고 했다. 어렵게 도착한 요양병원은 모텔을 개조한 건물이었다. 병실엔 다닥다닥 붙은 침대 6대와 서랍장 6개가 전부였다. 서 있을 공간조차 없어 가족이 1시간 이상 머물기도 어려웠다. 입원 후 눈에 띄게 기력이 약해진 어머니는 2년 만에 치매에 걸렸고, 6년간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정 씨는 “지금도 죄인인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침엔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올리고, 저녁엔 잠자리를 봐드린다는 ‘혼정신성(昏定晨省)’은 한국인의 오래된 효 문화다. 하지만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병든 상태로 노년기를 보내는 인구가 늘어난 반면에 대가족 해체와 맞벌이 증가에 따라 이들을 돌볼 가족은 사라지면서 ‘정서’와 ‘현실’ 간 괴리가 커졌다. 어쩔 수 없이 부모를 시설에 맡기면서도 ‘불효’라는 죄책감을 벗을 수 없는 이유다. 홍순권 효사관학교장은 “과거엔 부모를 집에서 모셔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지만 요즘은 그게 불가능하다”며 “이제는 농경사회 시대의 ‘효’와는 다른 문화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효행을 장려하겠다며 2008년부터 시행 중인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효’는 ‘자녀가 부모를 성실하게 부양하는 것’이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은 “이젠 어르신 부양을 자녀 개인이 아닌 사회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때”라며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제도적 변화와 함께 필요한 건 각 개인과 가정이 ‘우리 집안의 노년기’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김 단장은 “부모님이 온전할 때 스스로 고민하고 ‘내 건강이 안 좋아지면 특정 요양시설에 맡겨 달라’고 자녀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그 대신 ‘일주일에 식사 1번은 꼭 같이 하자’는 등의 조건을 달면 좋다”고 조언했다. 부모님 부양 방식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가족 내 ‘눈치 싸움’도 적지 않은 만큼 분란을 줄이기 위해 이견을 조율할 조정자를 결정할 필요도 있다. 남일성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가족이 미리 협의하고, 필요하다면 주 보호자를 정해 그 사람에게 결정의 전권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생각은 어떨까. 서울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를 5개월째 이용 중인 조영환 씨(94)는 “시설 선생님들이 매우 친절하고 집 밖에 나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좋다”면서도 “자녀들이 자주 찾아오고 최대한 부모를 생각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친을 3년째 서부시립노인전문요양센터에 모시고 있는 백라혜 씨(61)는 “어머니를 이곳에 모시기 전 충분히 얘기를 나눴지만 막상 입소 후 ‘나를 버리고 가느냐’고 말해 마음이 아팠다”며 “그래서 첫 석 달은 매일 찾아뵀더니 그제야 안심하시더라. 부모가 괜찮다고 해도 자녀가 자주 찾아뵙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요양시설을 선택할 때 ‘자주 찾아갈 수 있는 곳’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순간 과거와 단절된 삶을 살게 돼 매우 힘들어한다”며 “자원봉사자가 많고 가족도 자주 오갈 수 있는 곳이어야 적응도 빠르고 학대 가능성도 작아진다”고 조언했다. 박득수 서울요양원장은 “시설에 처음 갔을 때 건물에 밴 냄새가 많이 난다면 관리가 잘 안 된다는 증거일 수 있다”며 “반드시 가족이 직접 시설에 가봐야 청결 수준과 직원의 친절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김자현·신동진 기자}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군사개입 가능성을 언급하고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한 나라 두 대통령’ 문제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반정부 시위대 수천 명이 수도 카라카스에 집결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과이도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군인들과 대화해 그들 모두가 우리의 대의명분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제 공무원들도 함께할 것이다”고 연설했다. 군과 공무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 총탄과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시위대는 이에 맞서 돌을 던지고 오토바이에 불을 질렀다. 이 충돌로 여성 1명이 총탄에 맞아 숨지고 최소 46명이 다쳤다. 미국은 ‘군사개입 가능성’으로 마두로 정권을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작전은 가능하다”며 “필요한 것이라면 미국은 그것(군사개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을 놓고 미-러 간 장외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교장관은 1일 베네수엘라 사태를 논의한 전화 통화에서 서로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며 기 싸움을 벌였다. 모건 오태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은 러시아와 쿠바의 개입이 베네수엘라와 미-러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0일 CNN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쿠바로 망명하기 위해 비행기까지 대기시켰지만 러시아가 이를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러시아 측은 주권국가(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내정 간섭과 대통령 위협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장관도 이날 브라질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 정권에 대한 쿠데타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혼란은 과이도 의장이 지난달 30일 수도 카라카스 인근 군기지 외곽에서 중무장한 군인 수십 명과 함께 군의 봉기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과이도 의장이 군과 함께 정권 퇴진 압박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시위에서도 진압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1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다쳤다. 군부가 과이도 의장 편으로 돌아서는 듯한 조짐은 나오지 않았다. AP통신은 “군 병력이 과이도 의장의 외침에 동참하는 듯한 신호는 아직 없다”며 “그 대신 이들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쐈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도 “과이도 의장이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남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로 피란하는 베네수엘라 주민도 급증했다. 1일 브라질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전날 평소 200∼300명 수준보다 3배 이상 많은 848명이 국경을 넘었다. 주베네수엘라 브라질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베네수엘라 군인도 최소 2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5∼8월 미국 캐나다 한국 등 27개국 3만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주주의 만족도 관련 조사 보고서를 지난달 29일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1%는 ‘자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만족한다’는 답변은 45%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선출 공무원이 일반 국민들을 신경 쓴다’는 문항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61%였으나 ‘그렇다’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누가 선거에서 당선되더라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60%에 달했다. 특히 한국인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다른 나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정치인은 부패했다’에 ‘그렇다’고 답한 한국인은 75%에 달했다. 이런 결과는 그리스(89%), 러시아(82%)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의 수준을 향상시킬 기회를 갖고 있다’는 문항에 동의한 한국인은 38%에 불과했다. 스웨덴(80%), 호주(77%), 미국(74%)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기대치가 크게 낮았으며 27개국 평균(57%)에도 밑돌았다. 대다수 응답자는 2017년에 비해 지난해 자국 민주주의 수준이 나빠졌다고 답했지만 한국 프랑스 멕시코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민주주의 불만족도는 1년 사이에 69%에서 38%로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때였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난달 15일 뉴질랜드(이슬람 신자), 이달 21일 스리랑카(기독교 신자)에 이어 27일 미국에서도 특정 종교 신자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 유대교 신자를 노린 이번 미국 테러에서 용의자가 사건 직전 온라인에 ‘뉴질랜드 총격범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모방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AP통신, CNN 등이 28일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용의자 존 어니스트(19)는 27일 오전 11시 30분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웨이시의 차바드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 들어가 약 100명의 신자들을 향해 AR-15 종류의 소총을 발사했다. 이날은 구약시대 유대인들의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월절’의 마지막 날이었다. 11명이 숨진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후 정확히 6개월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어니스트의 총격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그의 소총이 중간에 고장 나는 바람에 더 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차를 타고 도망갔으나 경찰에 자수했다. CNN에 따르면 유일한 사망자인 여성 신도 로리 케이(60)는 어니스트가 랍비를 향해 총을 쏘자 그 사이에 뛰어들어 대신 총알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인 케이의 남편은 회당 밖에 있다가 총소리를 듣고 바닥에 쓰러진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그는 이 환자가 자신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절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어니스트는 지난달 50명이 희생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용의자인 호주 출신 백인 남성 브렌턴 태런트(29)로부터 영감을 받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어니스트로 추정되는 인물은 범행 1시간 전 극우 성향 웹사이트 ‘8chan’에 글을 올렸다. 그는 “태런트의 희생을 본 후 ‘내가 나의 종족을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 4주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런트 외에도 아돌프 히틀러, 피츠버그 총격범 로버트 바워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도 주장했다. 백인 우월주의자로 추정되는 어니스트는 이 글에서 반(反)유대주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유대인은 우리 종족을 파괴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내가 저지른 짓을 후회하진 않는다. 단지 (유대인을) 더 죽이길 희망할 뿐”이라고 했다. 이런 ‘증오 범죄’가 되풀이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AF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몇몇 비평가들의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신자 및 라틴계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접한 백인 국수주의자들이 특정 인종 및 종교 신도에 대한 증오를 정당화한다는 것이 일부 비평가들의 주장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밀입국 이민자 가족 분리 정책을 중단한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가 10배 늘었다. (미국-멕시코 국경이) 마치 디즈니랜드처럼 됐다”며 자신의 반난민 정책을 재차 강조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대만 최고의 부호로 총통직 출마 의사를 밝혀 ‘대만의 트럼프’로도 불리는 궈타이밍(郭臺銘·사진) 훙하이(鴻海)그룹 회장이 출마 문제를 놓고 부인과 갈등을 빚었다. 부인은 궈 회장의 출마 선언에 반대해 일주일간 가출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궈 회장은 페이스북에 “주말 동안 선거와 관련 없는 일을 했다”며 “(그중 하나로) 아름다운 내 아내가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딸의 10번째 생일을 축하했다”고 썼다. 그는 부인, 딸과 함께 찍은 생일파티 사진도 함께 올렸다. 26일 타이완뉴스 등에 따르면 궈 회장의 부인 쩡신잉(曾馨瑩)은 약 일주일간의 가출을 끝마치고 일본 오사카발 중국항공편을 이용해 이날 타이베이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여행을 다녀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남편의 총통 출마 선언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나중에 이야기해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쩡 씨의 가출 소식은 25일 궈 회장이 대만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 공개하며 알려졌다. 쩡 씨는 궈 회장이 정계에 진출할 경우 가족들의 사생활이 침해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궈 회장은 “후궁은 정치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말해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한쪽에만 유리한 끔찍한 합의(one-sided horrible deal)’라며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열린 유세에서 무역 분야의 성과를 자랑한 뒤 “‘어떤 나라’를 지켜주느라 우리는 50억 달러(약 5조8050억 원)를 잃고 있지만 그 나라는 우리에게 5억 달러(약 5805억 원)밖에 내지 않는다”며 방위비 문제를 꺼내 들었다. 그는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며 직접적으로 나라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올 2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5억 달러 인상에 동의했다”고 말한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장군들에게 ‘우리가 (방위) 비용을 얼마나 쓰고 있느냐’고 묻자 ‘50억 달러를 쓴다’고 답했다”며 “‘그럼 그들(한국)은 얼마를 내느냐’고 물으니 ‘5억 달러를 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그 나라를 보호하는 혜택을 제공한 대가로 45억 달러(약 5조2245억 원)를 잃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나라에 전화해 ‘좋지 않다(no good),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할 수 없다, 이건 미친 짓이다’라고 말하니 상대가 매우 당황해하며 ‘불공평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상대는 ‘예산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5억 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나는 돈을 더 원한다고 했고, 논쟁 끝에 그들은 내 전화 한 통으로 5억 달러 이상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도 “한국이 (우리의) 전화 몇 통에 방위비 5억 달러를 더 지불하기로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10차 방위비분담금 협정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분은 787억 원이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려는 전략을 쓰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253명의 목숨을 앗아간 21일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 이후 정부가 대대적인 용의자 색출 작전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군과 경찰이 용의자 은신처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폭발이 발생해 15명이 사망했다. 27일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밤 군경은 동부 해안가 사인타마루투 지역에 있는 용의자 은신처를 급습했다. 무슬림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이 마을은 테러가 발생했던 바티칼로아에서 약 40㎞ 떨어진 곳이다. 은신처에 머물던 용의자들은 이번 테러의 배후 단체로 지목된 ‘NTJ’ 조직원으로 추정된다. 군경이 은신처에 접근하자 용의자들은 총을 쏘고 자살폭탄을 터뜨리며 90분간 대치했지만 결국 진압됐다. 군경은 은신처 내에서 발견된 시신 15구 중 3구는 자살폭탄으로 사망했으며, 6구는 어린아이였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는 ‘NTJ’의 지도자로 알려진 무함마드 자흐란의 아내와 아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국가(IS)도 이날 선전매체 아마끄통신을 통해 “자동화기를 이용해 저항하던 전사들이 탄약이 바닥나자 자살폭탄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은신처 내에는 폭탄 제조 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며 비료 화약 쇠구슬 등 채석장에서 사용되는 폭약 제조용 재료들이 발견됐다. 또한 산성물질도 다량 발견됐는데 AP통신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폭탄에 포함된 산성 혼합물은 부상자의 상처를 낫지 못하게 해 테러 이후에도 사망자를 늘게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군경은 이 은신처 인근의 또 다른 주택도 수색해 IS 깃발, 기폭 장치가 달린 폭발물, 자살폭탄 벨트 등을 압수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NTJ와 이번 테러와 연관이 있는 또 다른 극단주의 단체 ‘JMI(자마테이 밀라투 이브라힘)’의 활동을 금지했다. NTJ의 우두머리 자흐란은 21일 콜롬보 샹그릴라 호텔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용의자 140명을 특정했으며, 이 중 7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대다수 뉴욕 시민들은 뉴욕항에서 잡은 생선을 먹는다는 것을 상상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전설에 따르면 유럽인들이 처음 이 지역을 식민지로 삼았을 때만 해도 물은 깨끗했고, 해산물도 풍부해 이를 바구니 한 가득 수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는 해산물은 굴이었다. 당시 굴은 오늘날 핫도그처럼 길모퉁이에서 팔릴 정도로 풍부했다. 그러나 과도한 수확, 준설 작업, 물 속으로 흘러들어간 오염 물질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굴 암초는 사라졌고, 뉴욕항은 시민들의 마음 속에 ‘가서는 안되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오늘날 고등학생, 과학자,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팀이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욕만에 굴 암초 되살리기를 목표로 하는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Billion Oyster Project)’의 피트 말리노프스키(Pete Malinowski) 사무총장은 “굴 10억 개를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뉴욕 시민들의 의식 속에 항구를 다시 새겨넣고 싶다”고 말했다. 굴은 인기 있는 애피타이저, 그 이상이다. 굴 암초는 다양한 수중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며 해안선을 황폐화할 수 있는 폭풍 해일을 막아준다. 또한 굴에는 정수(淨水) 효과도 있다. 해양 서식지 복원 전문가인 굴니할 오즈베이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는 “굴이 있다고 해서 잃는 것은 없다. 굴은 장점만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뉴욕항을 더럽히는 오염 대다수는 넘쳐나는 하수에서 비롯된다. 도시의 합류식 하수관(빗물과 생활하수를 하나의 관을 통해 내보내는 방식) 월류 관리 시스템이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폭우가 오면 하수관을 넘친 폐수가 항구로 흘러들어간다. 하수는 식물과 동물의 필수 영양소인 질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질소는 녹조를 유발한다. 녹조는 물 속에서 산소를 빨아들여 이른바 ‘데드 존(dead zones)’을 만든다. 해독제는 무엇일까? 말리노프스키, 오즈베이 교수, 이외 다른 사람들은 “굴”이라고 말한다. 굴은 물 속의 유기물 및 미생물을 여과 섭취하는 생물로서, 질소를 제거해 이를 껍질과 조직에 저장한다. 굴 암초 인근에서는 물이 더 맑아지는 경우가 많다. 2014년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때 뉴욕만에서 굴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였다. 그러나 남아있는 굴의 양이 아주 적었으며 굴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굴이 폭넓게 산란을 하기 때문이다. 즉 굴은 유생을 형성하기 위해 수많은 난자와 정자를 물 속에 내보낸다. 유생, 즉 아기 굴은 몸을 부착할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데 이들은 성인 굴 껍데기를 선호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성인 굴 껍데기는 도시 식당에서 공수해온다. 거버너스아일랜드 뉴욕하버고등학교 학생들은 다 자란 굴 덩어리를 뉴욕만으로 옮기기 전까지 굴을 재배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2035년까지 굴 10억 개를 뉴욕만에서 양식하는 것이다. 장기 복원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이 굴은 먹기에 안전하진 않을 것이다. 말리노프스키에 따르면 물이 뉴욕만을 빠르게 통과하기 때문에 굴 10억 개가 수질 오염 문제를 크게 해결하지도 못한다. 뉴욕만의 물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10억 개의 굴은 약 사흘에 한 번 물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리노프스키는 덧붙였다. 대신 이 프로젝트는 항구 지역에 대해 차세대 뉴욕 시민들을 교육하고, 항구를 복원하고 보호하는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뉴욕 퀸스칼리지 생물학자이자 책 ‘쓰레기 속 심장박동(Heartbeats in the Muck: The History, Sea Life, and Environment of New York Harbor)’의 저자인 존 월드만 박사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이점은 학생들의 참여로 항구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정신력은 뚜렷하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에 푹 빠져있다. 놀라운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뉴욕하버학교 학생인 카야 아라스에게 뉴욕항은 오랜 시간동안 피해야 할 장소였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그는 항구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 아라스는 “굴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직접 봤기 때문에 나는 언젠가 항구가 식민지 시대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만 박사는 “항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깨끗하고 활기차다”고 말했다. 맨해튼 시내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에 고래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나타났다. 지난 여름 허드슨 강에 음파 탐지를 한 결과 14피트(약 4.26m) 길이의 철갑상어가 깊은 곳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월드만 박사는 “사람들은 아직 그 곳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노출되지 않은 것뿐”이라며 “뉴욕항의 현재 모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프로젝트로 인해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에바 봇킨-코와키(Eva Botkin-Kowacki) 미국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 기자번역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레바논 베이루트 북쪽 도시 주니에의 한 건물 지하실. 수명이 다한 전자제품들이 바닥에 쌓여 있고, 다른 제품들은 깔끔하게 포장되어 선반 위에 놓여있다. 이 지하실은 비영리단체 에코서브(Ecoserv)의 본사다. 이 곳은 폐전자제품을 다루는 일, 즉 폐기물을 해체 및 포장하고, 재활용 공장에 보내는 길고 복잡한 과정을 심각하게 여긴다. 마스크와 장갑을 쓴 전문 기술자 2명이 컴퓨터 라디오와 같은 제품의 구성 부품을 분류한다. 이는 전자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필수 단계다. 2018년 3월 설립된 이 NGO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가비 카삽(Gaby Kassab)은 그동안 전자 관련 대기업에서 일해왔다. 몇 년간 해외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전자폐기물 관리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2017년 유엔대학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세계는 4470만 t 분량의 전자전기폐기물을 배출했다. 이는 1인당 연간 6.1㎏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것과 같으며, 에펠탑 4500개의 무게와 맞먹는다. 배출량은 2021년까지 5220만 t(1인당 6.8㎏)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폐기물 중 단 20%만이 수거돼 재활용된다. “레바논에 돌아온 뒤 저는 전자폐기물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폐기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죠.” 카삽은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종류의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레바논의 중고 전자제품 관리는 기껏해야 단편적인 수준이다. 결국 이 제품들은 자연, 쓰레기 매립지, 혹은 미숙련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제품 속 금속과 플라스틱을 회수하기 위해 미숙련자들은 제품들을 태우거나 엉망으로 분해한다. 이는 독성 오염을 야기할 위험이 높은데, 특히 중금속과 변형된 플라스틱은 토양이나 물, 대기를 오염시킬 수 있어 위험성이 더욱 크다. 레바논에 전자폐기물 해체 과정을 감독하는 데 일부 관심을 쏟는 NGO들이 있을 수 있으나 폐기물의 최종 목적지에 관심을 갖는 단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카삽의 주장이다. 그는 “그것(최종 목적지)이 바로 우리가 행동의 초점을 두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자폐기물 파괴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지점을 두고 있는 영국 재활용업체 ‘엔비로서브(EnviroServ)’와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가 전자흑판처럼 인증된 재활용 업체에서만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자재들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플라스틱, 금속과 관련된 것은 레바논 재활용 공장으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코서브는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모든 종류의 전자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카삽은 “기술자들은 우리가 계약을 체결한 재활용업자에게 훈련을 받는다. 이들은 가장 안전한 해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3개월마다 훈련을 새로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NGO 설립 이후 전자폐기물 15t을 수집했다”고 덧붙엿다. 에코서브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카삽은 “우리의 목표는 전국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수거하는 것”이라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폐기물 수거 루트를 설계하는 것이다. 수거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게, 대학, 시청 등 40개 수거 장소에 양동이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거 루트를 확장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특히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그 누구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나라에서는 말이다. 레바논과 해외에 있는 재활용 공장은 에코서브가 보낸 원자재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만, 이 수익은 에코서브의 운송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에코서브가 직원 6명을 채용하고 계속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익명의 금융 파트너들 덕분이다. 비록 난관은 많지만, 에코서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카삽은 “우리의 목표는 언젠가 레바논에 폐기물 해체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이 가능한 진정한 전자폐기물 공장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쓰레기 수거가 더 큰 규모로 이뤄져야 하며 이에 대한 태도도 변해야 한다. 카삽은 “우리에겐 시민들이 전자폐기물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낳는 결과를 인식하도록 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재활용공장이 전국에서 전자폐기물을 수거해 처리한다고 상상해보라. 이는 레바논에 정말로 이득이 될 것이다.”수잔느 바클리니(Suzanne Baaklini) 레바논 로리앙 르 주르(L‘Orient le Jour) 기자번역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부활절인 21일 발생한 스리랑카 연쇄폭탄 테러가 지난달 15일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의 복수극이었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정부가 참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23일 기준 테러 사망자는 321명으로 늘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루완 위제바르데네 국방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예비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뉴질랜드에서 무슬림을 상대로 한 테러의 복수 목적이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추론에 대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뉴질랜드에서는 20대 백인 우월주의자 남성이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두 곳에 총격 테러를 가해 50명이 숨졌다. AFP통신은 21일 또 다른 호텔에서도 테러 시도가 있었지만 실행되진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테러 배후로 극단주의 이슬람단체 ‘NTJ’를 지목했다. 라닐 위크레마싱헤 총리는 이날 “스리랑카인 용의자 4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NTJ는 2009년 동부 지역에서 설립됐고 강경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수니파 살라피즘’을 추종한다. 2015년 이후 소속원 중 일부가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중동에 갔고 이들이 스리랑카 내 무슬림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정보당국은 NTJ 지도자로 알려진 무함마드 자흐란의 존재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자흐란은 3년 전부터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를 당국에 알렸으나 정부가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은 NTJ가 IS 같은 국제 테러조직의 도움을 받았는지도 조사 중이다. 위제바르데네 장관은 방글라데시 테러단체 ‘자마툴 무자헤딘 방글라데시(JMB)’의 인도 지부가 NTJ와 협력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IS는 “이번 테러는 우리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테러 2주 전인 이달 4일 정부가 미국과 인도 정보당국으로부터 테러 경고를 전달받고도 참사를 막지 못한 정황도 드러났다. WSJ에 따르면 이 정보엔 특정 단체명이 거론되지 않았으나 정보당국이 9일 경찰청에 전달한 안내문에는 NTJ가 명시됐다. 사전 경고가 무시된 원인으로 대통령과 총리 간 불협화음 등 정쟁(政爭)이 꼽힌다. 지난해 10월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위크레마싱헤 총리를 해임한다고 밝혔다가 철회했다. 둘 사이는 아직 껄끄럽다. AP통신은 테러 사망자 중 덴마크 중국 등 12개국 출신 외국인이 최소 38명 포함됐다고 전했다. 아이 45명도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수도 콜롬보에서 희생자들의 첫 합동 장례식도 열렸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부활절인 21일 스리랑카 교회 및 호텔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 테러의 사망자가 310명으로 늘었다고 23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2009년 26년간 이어진 스리랑카 내전이 끝난 이후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다. 이날 루완 구나세케라 현지 경찰 대변인은 “지난 밤 사이 부상자 여럿이 숨졌다”며 “아직 500여명이 치료를 받는 중”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재까지 용의자 40명을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 ‘NTJ(National Thowheeth Jama’ath)‘를 지목해 조사 중이다. 이 단체는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스리랑카 마와넬라 지역의 불교 사찰에서 발생한 불상 파괴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러 전문가들을 인용해 NTJ가 2009년 스리랑카 동부 지역에서 설립됐으며, 강경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수니파 살라피즘을 추종한다고 22일 보도했다. 단체 소속원 중 일부는 2015년 이후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중동에 갔으며, 이들이 스리랑카 내 무슬림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NTJ가 테러리즘보다는 자국내 무슬림을 동요하는 데 집중해왔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NTJ가 이번 사건과 같은 조직된 테러를 실행하는 데 IS와 같은 국제 테러 단체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테러가 발생하기 2주 전 미국과 인도 정보당국으로부터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전달받고도 참사를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4일 미국과 인도 정보당국은 ’스리랑카에서 공격이 준비되고 있다는 징후를 발견했다‘고 스리랑카 정부에 알렸다. 이 정보엔 특정 단체명이 거론되지 않았으나 스리랑카 정보당국이 9일 스리랑카 경찰청에 전달한 안내문에는 NTJ가 명시되어 있었다. 사전 경고가 있었음에도 테러를 막지 못한 배경에는 대통령과 총리 간 불협화음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CNN에 따르면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는 자신과 부처 장관들은 사전 경고에 대한 언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해임하고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임명하겠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국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다시 자리를 지켜냈지만 둘 사이는 아직도 매끄럽지 못하다. 한편 이번 테러 사망자 중에는 최소 외국인 31명이 포함됐다고 23일 AP통신이 전했다. 영국과 인도 외교 당국은 각각 자국민 8명이 테러에 희생됐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최소 4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덴마크 언론은 억만장자 안더스 홀츠 포블센의 아내와 네 자녀가 부활절 방학을 맞아 스리랑카에 머물다가 테러를 당해 세 자녀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덴마크 최대 부호인 포블센은 의류 소매회사 ’베스트 셀러‘와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ASOS‘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자국민 1명이 사망한 중국은 “근시일 내에 스리랑카에 여행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스리랑카 주재 대사관은 이같이 밝히며 “이 경고 후에도 스리랑카에 가기를 고집한다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으며 대사관이 효율적인 지원을 하기도 어렵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국 외교부도 이날 스리랑카에 발령한 여행경보 단계를 1단계(여행유의)에서 2단계(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이날 콜롬보 대교구장 말콤 란지티 추기경에 보낸 위로서한에서 “끔찍한 고통과 슬픔 속에 있는 모든 피해자 가족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
“노 코멘트(No comment).” 21일 미국 워싱턴 세인트존스교회 앞에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2017년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언론에 입을 열었다. 부활절 예배를 마치고 차를 타려던 뮬러 특검은 마이크 비케이라 MSNBC 기자가 다가가 “의회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비케이라 기자가 최근 공개된 수사 결과 보고서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갔지만 그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차를 타고 떠났다. 이 장면을 두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보고서 편집본이 공개된 뒤에도 여전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언론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지난달 말 뮬러 특검이 무혐의 결론을 낸 뒤 의혹 해소 차원에서 18일 추가로 448쪽 길이의 보고서 편집본이 공개됐지만, 오히려 정치권 내 공방은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AP통신은 “뮬러 특검의 조사가 시작되려 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당국 수장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보고서에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뮬러가 특검에 임명되기 두 달 전인 2017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로저스 당시 국가안전국(NSA) 국장에게 전화해 “트럼프 대선 캠프가 러시아와 협력했다는 보도는 거짓이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어떤 것이라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에게도 비슷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보당국 수장들은 이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민주당은 보고서에 드러난 러시아 측의 대선 개입 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시도 등을 들어 대통령 탄핵을 고려하고 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은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시도는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했던 것보다 훨씬 정도가 심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폭스뉴스에도 출연해 “수주 내 다른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함께 대통령 탄핵 추진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도 NBC에 출연해 “(탄핵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놨다. 반면 공화당은 ‘대통령 잘못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CNN에서 “러시아 측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검사들은 도덕성을 수사하는 게 아니다”라고 변호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A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나은 후보였기 때문에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았으며 현직 대통령의 면책특권으로 인해 실제 기소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리트 버라라 전 뉴욕연방지검장은 CNN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은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더라도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며 “보고서를 잘 보면 뮬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면 기소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이상한 모양의 오이,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요거트, 포장이 약간 찌그러진 쿠키…. 이는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에 새롭게 문을 연 ‘Nous Épiceries Anti-Gaspi(음식물 쓰레기와 싸우는 식료품점)’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다른 가게들과 달리, 이 식료품점은 버려질 뻔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줄여가고 있다.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에 따르면, 이 시장은 매우 크다. 프랑스에서만 매년 약 1000만 t의 음식물이 폐기되고 있다. 이 중 산업 생산자와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폐기물이 53%이며, 유통업자와 최종 소비자들은 폐기물의 47%를 만들어낸다.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을 버리는 것은 물이나 농경지 같은 천연 자원을 낭비하는 데 일조한다.식량과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프랑스 사업가 샤를 롯만(Charles Lottmann)과 뱅상 쥐스탱(Vincent Justin)은 팔리지 않은 식품을 파는 식료품점을 설립했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건 롯만이었다. 그는 1년간 프랑스 기업 ‘피닉스(Phénix)’가 운영하는 브랜드 ’Les gueules cassées(다친 얼굴)‘에서 일했다. 이 브랜드는 겉에 흠집이 있는 과일과 채소를 슈퍼마켓에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주력해왔다. 쥐스탱은 이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을 설립했다.두 사람은 자신들이 저축해온 자금,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피닉스로부터 외부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논의과정을 걸쳤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외부 투자를 돈을 모았다. 1호점은 지난해 5월 프랑스 브르타뉴 렌 인근 멜레스(Melesse)에 문을 열었다. 1호점 성공에 이어 2호점이 지난해 11월 브르타뉴 지방 북쪽 해안가인 생말로 인근 생주앙데게레(Saint Jouan-des-Guérets)에 문을 열었다. 왜 브르타뉴 지방일까? 롯만은 “브르타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농업 지역이다. 이 지역의 많은 생산자들이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역 주민들은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법은 간단하다. 롯만은 “우리는 직접 생산자로부터 팔리지 않은 식료품을 제공받는다. 현재 공급자는 200명 정도인데, 이들 중에는 식료품을 2~3일에 한번씩 배달하는 소규모 지역 시장 생산자도 있고, ‘다논(Danone)’ 같은 대규모 식품기업도 있다. 공급자의 수는 매주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식료품점에선 과일부터 채소, 저장식품, 음료, 냉동 식품, 신선한 육류나 생선, 그리고 단종되거나 포장이 손상된 미용과 위생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팔린다. 롯만은 “4인 가족은 자신들이 필요한 식료품의 최대 75%를 이 곳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 제품은 매주 바뀌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똑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꼭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대체품을 사는 것도 의미가 있다. 기존 식료품 브랜드 제품보다 30% 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만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볼 때 ‘음식물 쓰레기와 싸우는 식료품점’에서 쇼핑을 하는 4인 가족은 매달 약 200유로(약 25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다. 현재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쇼핑 카트에 담는 제품들의 총 가격은 25유로(약 3만 원) 정도다. 제품 당 평균 가격은 1유로(약 1200원)에 불과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컨셉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의 수는 매일 늘고 있다. 싸고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재활용 판지로 만든 가구와 중고 카트를 끌며 쇼핑한다. 멜레스 지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고객 피에르는 “음식물 쓰레기의 일탈과 맞서는 아름다운 이니셔티브”라고 글을 남겼다. 고객 오로라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해줘서 고맙다”고 썼다. 또다른 고객 카롤린은 “매주 다른 제품이 판매되기 때문에 식사를 다양하게 준비할 수 있다”고 후기를 남겼다. 가게 매니저들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1000만 t은 이산화탄소 등가물 1530만 t에 해당한다. 롯만은 “각 식료품점은 매달 음식물 35t이 폐기되는 걸 막는데 이는 81t의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되는 것을 막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의 컨셉을 증명했기 때문에, 진정한 개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주주들과 함께 2차 외부 자금조달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에는 렌에, 6월에는 프랑스 서부 라발에 각각 새 가게가 문을 연다. 이 업체는 현재 20명의 직원을 두고 있지만 향후 3년 내 20개 지점을 열 계획이다. 선진국에선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만연하기 때문에 이 컨셉은 국경을 넘어 확산할 수 있다. 카롤린 드 말레(Caroline De Malet) 프랑스 르 피가로(Le Pigaro) 기자번역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스리랑카의 부활절 아침을 끔찍한 선혈로 물들인 대규모 연쇄 폭발은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계획한 테러로 추정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찰은 21일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루완 위제바르데네 국방장관은 “용의자들은 같은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사건 장소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배후 단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배후를 자처한 단체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테러 조짐을 열흘 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푸지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경고문에는 “급진적 이슬람단체 ‘NTJ(National Thowheeth Jama‘ath)’가 콜롬보 주재 인도 대사관과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고를 했는데도 21일 오전 8시 45분경 콜롬보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첫 폭발을 포함해 총 8번의 폭발이 스리랑카를 뒤흔들었다. 콜롬보 샹그릴라 호텔 폭발은 오전 9시경 ‘테이블 원’ 카페에서 발생했다. 이 호텔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인기 높은 대형 호텔이다. 샹그릴라 호텔에 투숙했던 한 여성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숙박한 17층에도 폭발이 느껴졌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를 목격했지만 당시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썼다. 시나몬그랜드 호텔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던 식당에서 자살 폭탄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콜롬보 외곽 지역의 게스트하우스와 공동 주거시설에서 차례로 폭탄이 터졌다. AFP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8번째 폭발은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주거 시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라며 “경찰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경찰당국이 집계한 사망자 수는 207명이지만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중 외국인은 35명이며 중국 네덜란드 터키 국적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교부는 “스리랑카에 1000여 명의 한국 국민이 체류하지만 확인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피해 발생 지역 주변을 봉쇄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서버도 차단했다. 미 CNN방송은 “스리랑카 정부가 전 지역 각급 학교에 학생 안전을 고려해 24일까지 휴교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기독교의 주요 기념일인 부활절에 비보를 전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기도 중에 공격을 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정상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손택균 sohn@donga.com·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