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채은

전채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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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채은 기자입니다.

chan2@donga.com

취재분야

2026-02-27~202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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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양군에 예비 K팝스타 떴다! 제53회 ‘나도 케이팝 스타’ 열려

    충남 청양군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나도 케이팝 스타’가 17일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동아일보와 청양군청이 공동 주최하고 감성공연예술연구소가 주관했다. 동아일보는 청소년이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2007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50개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53회 행사에서는 청양고, 정산고 재학생들과 동덕여대 대학생 멘토단이 ‘케이팝 뮤지컬, 우리읍내’(사진)를 연기했다. 가상의 마을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의사와 신문 편집장을 중심으로 그린 손턴 와일더의 희곡 ‘아워 타운’을 청양군의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공연에 참여한 정산고 이민규 군(19)은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고 이번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산고 김수현 양(19)은 “학창 시절 무대 주인공이 되는 추억을 만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총괄 감독을 맡은 김춘경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는 “청소년의 삶을 이야기하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무관중 ‘랜선 공연’으로 진행했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지역 군민과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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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술과 음악의 역사가 한 권에

    중세시대 미술작품이 르네상스 시기의 그림에 비해 평면적인 이유가 기독교의 영향 탓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독교가 392년 로마제국의 국교로 선포된 이후 예술을 행하는 목적은 오로지 예배였다. 성경의 내용이 전달되기만 하면 그만이었기에 화가들은 앞에서든, 옆에서든, 멀리서든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그림을 그렸다. 11∼13세기 십자군전쟁으로 기독교가 힘을 잃고 귀족과 부유한 상인이 힘을 갖게 되자 비로소 예술 그 자체로서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뻔하고 가벼운 미술서가 될 수도 있었던 이 책에 저자가 한 스푼 추가한 설탕은 바로 음악이다. 같은 시대적 배경에서 변모한 음악과 미술을 함께 다룸으로써 사람들이 예술에 좀 더 쉽게 다가가도록 했다. 이를테면 중세 미술을 다루는 장(章)에서는 교회음악의 발전 배경을 함께 설명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음악이 예배를 위해 작곡됐던 중세 시대는 음악사에서 다성 음악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했던 시기다. 지금도 기독교 예배에서 불리고 있는 그레고리안 성가도 이 시기에 작곡됐다. 교회의 힘이 약해지고 나서야 삼위일체를 상징하기 위한 3박자에서 벗어난 2박자의 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곡이 탄생했다. 미술사에 음악사를, 음악사에 미술사를 곁들이니 각 시대의 예술이 더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저자는 스스로를 ‘큐레이터 첼리스트’라고 일컫는다. 첼로를 전공하고 프랑스 베르사유 국립음악원을 수석 졸업한 음악가이면서 한국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시험에 합격한 큐레이터이기 때문이다.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2021년엔 포브스 아트 앤드 컬처(Art&Culture) 부문 2030 파워리더로 선정됐다. 각 장별로 본문과 함께 즐기면 좋을 곡도 소개했다. 새 장이 시작되는 페이지에 인쇄된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시기의 음악적 특색을 잘 표현한 곡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페이지로 연결된다. 그야말로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이 펼쳐진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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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해 먹이는 건 최대한의 안부를 묻는 일”

    ‘밥은 먹었어?’라는 질문이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안부를 묻는 일이라면, 최대한의 안부를 묻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가 천운영(50)에게는 밥을 해 먹이는 일이 바로 그런 행위였다. 직접 만든 음식이 꿀떡꿀떡 누군가의 배 속으로 넘어가는 모습, 주방을 나갔다가 깨끗이 비어서 돌아온 그릇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가 별안간 글이 아닌 밥을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글쎄요. 이게 제가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인가 보죠.” 천운영이 스페인 음식을 주제로 쓴 산문집 2권을 지난달 잇달아 출간했다. 소설집 ‘엄마도 아시다시피’(문학과지성사) 이후 7년 만이다. ‘돈키호테의 식탁’(아르테)에서는 2013년 스페인에서 그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와, 소설 속 스페인 음식에 빠지게 된 사연을 풀어놨다. ‘쓰고 달콤한 직업’(마음산책)에는 2016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연 스페인 가정식 식당 ‘라 메사 델 키호테’(돈키호테의 식탁)를 2년간 운영하며 겪었던 일을 담았다. 천 작가를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은희경 작가가 가족을 데리고 식당에 온 적이 있는데, 네 살 난 손자가 그러더라고요. ‘이 집 음식 좀 하는데!’” 16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6년 전 세상을 떠나자 천 작가는 문득 ‘식당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잘해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어쩐지 불특정 다수에게 밥을 해 먹이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식당은 사소하면서도 새로운 기쁨을 매일 안겨줬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동료의 가족을 만나는 일, 선배 작가 딸의 새로운 남자 친구를 선배보다도 먼저 만나보는 일, 그리고 함께 주방에서 일했던 어머니에게 행복한 또 하나의 시절을 선물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에게 요리사 기질을 심어준 것은 어머니였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늦은 밤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집에 오면 어머니는 칼로 요술을 부려 순식간에 술상을 차렸다”고 했다. 지켜보는 딸은 답답했지만 ‘찾아온 사람은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게 어머니의 지론. 60대 후반에 식당 주방에서 낯선 나라의 요리를 하는 고생을 하고도 어머니는 ‘연남동 시절의 우리’를 말할 때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책을 쓰면서 ‘연남동 시절의 어머니’를 글로 기억할 수 있게 된 점도 좋았어요.” ‘쓰고 달콤한 직업’은 그곳에 머물렀던 작가, 배우, 건축가, 고양이들의 인터뷰집으로 읽어도 재밌다. ‘돈키호테’에 나오는 스페인 각 지방의 음식을 따라가는 ‘돈키호테의 식탁’은 스페인 음식 여행기 혹은 ‘돈키호테’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가이드북 같다. 7년간 본업을 게을리 하며 불안하진 않았을까. ‘감이 떨어졌구나’라는 생각은 들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졌다고 한다. 그는 “식당을 하기 전에는 글을 문학적으로 써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정제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놓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슬 타성에 젖기 시작하는 시기에 식당을 닫았다는 그는 소설 쓰기에 있어서도 긴장 없이 자기 복제 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그에게 집에 있는 재료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스페인 음식을 하나 권해 달라고 했다. “딱딱해진 바게트를 먹다 남은 와인에 적시고 계란물 입혀 프라이팬에 부치면 스페인식 프렌치토스트인 ‘토리하스’가 완성됩니다. 한가한 주말 아침 크림이나 설탕을 얹어 커피 한잔과 함께 즐겨보세요. 잠시나마 스페인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 거예요.”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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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램지어 ‘위안부 논문’ 진실성 결여… ‘하버드’ 브랜드 악용한것”

    “개인적인 의견을 학문적 시도로 둔갑시켰다. 진실성이 결여된 논문이다.” 14일 동아시아 역사 연구 권위자인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논문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날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주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부정론 비판’ 온라인 국제학술회의에서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지난해 12월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위안부 피해자를 ‘계약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더든 교수는 이 논문이 일본군 위안부가 모두 일본인 혹은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것처럼 서술한 점을 문제로 들었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국 간의 갈등으로 편협하게 표현한 건 오류”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 고노 담화 등을 통해 일본군이 위안소를 운영했다고 인정한 사실이 논문에 반영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는 “일본은 정부와 민간단체가 위안소 운영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왔다. 실제로 정부가 주도하지 않으면 위안소 운영 같은 대규모의 전쟁범죄를 벌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서 이른바 거품 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극우단체인 일본회의가 설립되는 등 일본의 역사 부정주의가 고개를 들었다고 분석했다. 더든 교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하버드대에 램지어 교수의 해고를 요구했던 적은 없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가 이토록 허술한 논문을 발표한 건 ‘하버드’ 브랜드를 악용한 것”이라며 “하버드대의 최종 결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회의에 참여한 첼시 샌디 쉬이더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램지어 논문 전문을 분석해 짚은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쉬이더 교수는 램지어 논문 발표 직후 이에 대한 반박문을 발표한 일본사 연구자 5명 중 한 명이다. 그는 “해당 논문이 근거를 두고 있는 1, 2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램지어 교수가 이를 오독하거나 부적절하게 인용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 일본인 위안부로 인용한 여성은 일본군 위안소가 아닌 사창가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 논문에 적힌 한국인 위안부 문옥주 사례는 정식 연구기관이 아닌 개인 블로그에서 가져온 자료임을 밝혀냈다. 램지어 교수는 논문에서 ‘문옥주가 직접 일본군과 계약을 맺었고 계좌를 운영했다’고 썼지만 이 내용은 해당 블로그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다. 쉬이더 교수는 “논문을 분석한 교수들과 함께 하버드대에 논문을 반드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며 “램지어의 논문은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빈약하다”고 비판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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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길 막히자, 이색 여행서 인기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도둑맞은 당신에게.” 여행 에세이 ‘모든 요일의 여행’으로 인기를 끌었던 카피라이터 김민철 씨가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미디어창비)를 8일 출간했다. 저자는 과거 여행지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편지 쓰기를 꼽으며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책은 “단숨에 읽기보다 한 통씩 천천히 음미하며 당신의 여행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권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며 2년째 여행길이 막힌 가운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여행서들이 있다. 당장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출간된 여행서들이 독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고 있는 것. 편지 형식으로 쓴 ‘우리는…’에서 저자는 프랑스 남부의 시골 마을 루르마랭에서 만났던 네덜란드 출신 초보 화가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프랑스 여행 중 방문했던 곳들을 떠올린다. 저자의 신혼여행지인 아일랜드 애런섬에서는 그곳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담아 지금의 남편을 소개해 줬던 친구에게 편지를 띄운다. 지난 여행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해볼 수 있는 페이지를 마련한 ‘독자 참여형 에세이’도 있다. 올해 1월 출판사 허밍버드는 12년간 70개국 500개 도시를 누빈 여행작가 청춘유리의 3번째 여행 에세이 ‘유럽예약’(사진)을 펴냈다. 유럽의 다양한 도시들을 소개하지만 눈길이 가는 대목은 독자를 위해 비워둔 페이지다. 책 중간중간엔 “당신에게 유럽은 어떤 냄새로 기억되나요?”와 같은 저자의 질문에 답하며 여행을 떠올릴 수 있는 Q&A 페이지, 지도 위에 언젠가 떠날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루트 페이지와 플랜 페이지 등이 마련돼 있다. 여행길이 막힌 상황이지만 책 한 권으로 집 앞 카페에서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저자의 목표. 실제로 독자들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독서 시간이 1시간도, 10시간도 걸릴 수 있는 색다른 여행서”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지원 허밍버드 마케팅팀 매니저는 “떠날 날만을 고대하고 있을 독자들이 아쉬움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형 여행 에세이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출간된 여행 에세이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상상출판)는 판매 2분 만에 초판 4000권이 모두 팔려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저자 김옥선 씨는 직업 여행가이자 58만 명이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청춘여락’의 운영자. 팬데믹으로 반(半)실업 상태에 놓이며 누구보다 큰 타격을 받았던 저자의 슬럼프 극복기가 담겼다. 번아웃 상태에 빠져 했던 고민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떠났지만 결국 완주하지 못한 국토대장정의 과정이 기록돼 있다. 어떤 대목은 너무 진솔해서 독자들에게 위로가 된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이렇게 썼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에게 상처 받기도 하고 구원 받기도 한다. 그건 여행자 잘못이 아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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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아저널 ‘서구 언론이 본 위안부 여성인권’ 특집 발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일본군 위안부의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루는 서구 주요 언론 매체의 인식을 분석한 학술지를 펴냈다. 한중연이 발간하는 영문학술지 ‘코리아 저널(Korea Journal·사진)’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봄호에서 ‘서구 주요 언론 매체에서 바라본 전시 일본군 위안부의 여성인권 문제’ 특집을 실었다. 코리아 저널은 미국에서 발행하는 예술 인문학 인용 색인(A&HCI)에 국내 학술지로는 처음 등재됐다. 프랑스 언론을 다룬 민유기 경희대 사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도 매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 운동은 세계의 여성 인권운동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일부 언론인은 부정적 역사를 미화하기보다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데 일본 민주주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좌파 매체들은 “냉전을 구실로 일본의 전쟁 범죄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이찬행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미국 언론은 한일 간 갈등에 대해 양국을 모두 비판해 왔다”고 분석했다. 일부 매체는 위안부 문제를 그 자체로 다루기보다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등 미국 정부의 동아시아 안보정책을 전개하는 수단으로써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독일 매체는 일본이 ‘독일 모델’을 참고로 삼아 과거사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용숙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다만 독일 언론은 이를 나치 강제 성매매 등 자국의 역사와는 적극적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영국 언론을 들여다본 염운옥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보편적 여성 인권의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영국 식민주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는 연결짓지 않는다”고 했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직접적인 이해관계국인 탓에 연구 결과가 민족주의적 서사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손주연 한중연 학술지간행실 전문위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국의 정치적, 외교적 맥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 모두가 공감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이번 특집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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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현실에서 만난 ‘앤더슨스러운 풍경’

    미국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년)은 강박적 대칭 구도와 선명한 파스텔 색감, 독특하면서도 정교한 문양이 어우러진 미감을 잘 보여준다. 그 아름다움에 심취한 저자는 영화 사랑에 그치지 않고 앤더슨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2017년 인스타그램에 ‘@AccidentallyWesAnderson(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계정을 열고 세계 각국에서 ‘앤더슨스러운’ 사진을 제보받았다. 현재 146만 명이 팔로잉하고 있는 이 페이지에는 1438장의 이색 사진이 올라왔는데, 여기서 200여 장을 선별해 책으로 엮었다. 이 중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 자리 잡은 ‘벨베데레 호텔’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비슷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설산을 배경으로 산악도로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은 이 호텔은 생뚱맞지만 녹색과 붉은색의 아기자기한 색감이 눈길을 잡아끈다. 앤더슨 감독은 책 서문에서 “사진들은 내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이, 거의 예외 없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소와 사물을 찍은 것이다. 솔직히 내가 찍고 싶은 사진들”이라고 썼다. 저자는 각 사진에 장소가 조성된 시기와 여기 얽힌 뒷이야기들을 실었다. 예컨대 프랑스 샤모니의 몽블랑에 자리 잡은 ‘몽블랑 카지노’ 사진에는 내기 등산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등산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각에 따라 여행서로도 읽히는 이 사진집은 팬데믹으로 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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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약용’ 누르면 지인들 우르르

    한국고전번역원은 주요 역사 인물의 혈연, 혼맥 등 관계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한국고전종합DB 인물관계정보서비스’를 최근 공개했다. ‘인물정보’ 부문에서는 해당 인물의 생몰연도와 본관, 자(字), 호(號) 등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관계인물’ 부문에서는 해당 인물을 둘러싼 다른 주요 인물들을 보여준다. 가족관계뿐 아니라 사제관계, 교유(交遊)관계까지 나온다. 특히 ‘인물관계망’ 단추를 누르면 이들의 관계를 시각화해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의 경우 아버지인 정재원(1730∼1792), 형제 정약현(1751∼1821) 등 가족 10명과 김매순 등 교유했던 이들 11명, 채제공 등 사제관계를 맺었던 3명이 함께 검색된다. 시각화된 관계망에서 ‘정재원’처럼 특정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인물에 대한 정보와 관계를 맺은 이들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인물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 다만 고전에서 추출한 정보를 토대로 했기에 알려진 인물이라 할지라도 사료에 충분한 정보가 없을 경우 누락될 수 있다. 다산의 아내 홍혜완(1761∼1838)은 관계망에서 빠져 있었다. 한국고전종합DB에 있는 한국문집총간(고전 문집 1250여 종을 엮은 총간) 해제와 편목 색인, 고전번역서 각주 정보 등에서 검색되는 인물의 기본정보를 기초 자료로 활용했다. 번역원은 “특정 인물에 초점을 맞춘 연구와 역사 스토리텔링 등 문화 콘텐츠를 창작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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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도의 AI가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인간은 정말 특별할까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한국 영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7)는 7일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15년간 세계가 흥미진진한 최첨단 한국 문화의 등장을 잘 인식하게 된 것 같다. 내 책이 미래지향적 문화가 만들어지는 한국에서 읽힌다는 건 매우 신나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시구로는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첫 작품인 ‘클라라와 태양’(민음사·사진)을 최근 펴냈다. ‘파묻힌 거인’을 선보인 후 6년 만이다. 신작은 ‘고도의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특별함이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공상과학(SF) 소설이다. 클라라와 태양은 ‘AF(Artificial Friend·인공 친구)’로 불리는 AI 로봇이 어린이들의 친구로 생산돼 팔리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의 감정과 소통 방식을 익히는 데 관심이 많은 AF 클라라가 소녀 조시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클라라는 과거나 편견에 짓눌려 있지 않은 세상에 갓 나온 아기 같은 존재”라며 “내 전작 중 어떤 인물도 이런 백지(白紙) 상태의 존재는 없었다”고 말했다. 클라라는 조시의 친구라는 자기 소임을 다하기 위해 헌신한다. 조시를 관찰한 정보를 취합해 그의 내면을 기민하게 포착하는가 하면, 조시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이 소설은 세상에 희망과 선함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인간의 특별함을 과대평가하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 역시 던지고 싶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답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시구로는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10∼15년간 한국의 문화는 국제적으로 중요해졌다”며 “과거 한국은 삼성처럼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케이팝 같은 흥미로운 문화의 근원지”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대해 “서양인 대부분이 한국을 현대적이고 젊은 나라로 보는 것 같다.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들은 젊지 않지만 이들이 만드는 작품은 새롭고 신선하고 미래 지향적인 국제 문화로 간주된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에 대해선 “미국 영국 등 우리 사회 안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기생충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큰 격차를 다뤘다. 바로 여기에 분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감상 평을 내놓았다. 식민지배 등 국가와 집단의 기억과 망각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 당시 “한 민족이나 공동체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영국과 일본이 과거 식민 통치와 관련한 역사와 기억을 묻었다. 이런 것들이 묻혀 있는 동안에는 앞으로 나아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가치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그는 “2016년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이뤄졌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거대한 분열을 목도하면서 ‘자유세계’에 살며 점점 강화된 나의 가치관이 어쩌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의 다음 질문은 무엇일까. “나는 AF의 탄생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묻는 건 이런 존재가 우리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이다. 우리가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면 서로에 대한 사랑과 다른 감정의 본질이 바뀌게 될까?”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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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미륵사 터 직접 찾았다… 더 친절한 번역서로 보답하려고”

    삼국유사 기이(紀異)편 제2에는 백제 30대 무왕(580∼641)이 못가에 미륵사를 세우는 장면이 나온다. 고려 후기 승려 일연(1206∼1289)은 무왕이 미륵사를 세우기 위해 “산을 허물고 못을 메워 평지로 만들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절이 얼마나 크기에 산까지 허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역자가 달아 놓은 각주가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에 미륵사 터가 있는데 4m 높이의 당간지주(부처나 보살의 공덕을 나타내는 깃발을 걸기 위해 세운 기둥)가 남아 있어 그 규모를 유추할 수 있다.” 판과 쇄를 거듭하며 10만 부 이상 팔린 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번역의 ‘삼국유사’(민음사) 개정판(사진)이 14년 만에 나왔다. 김 교수는 2년에 걸쳐 원고를 다시 손질하면서 현대 독자들에게 친숙한 표현으로 바꾸고 사기, 삼국지 등 삼국유사에 인용된 중국 문헌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했다. 그를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만났다. “독자들의 오랜 사랑에 친절한 번역서로 보답하고 싶어 현장 답사를 통해 현장감을 불어넣고자 했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리기 위해서도 노력했죠.” 그는 개정판을 준비하며 경북 경주와 충남 논산 등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장소를 답사했다. 2007년 첫 번역본을 내놓을 땐 하지 못한 작업이다. 이를테면 가락국 설화에 등장하는 고대 가요 ‘구지가’를 소개하는 대목에선 배경이 되는 경남 김해 수로왕릉의 ‘천강육란석조상(天降六卵石造像·가락국 설화에 나오는 6개 알과 9마리 돌거북을 묘사한 1976년 작 조각상)’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의상법사가 강원 양양 낙산사에서 관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에선 이곳의 원통보전(圓通寶殿·관음보살을 모신 전각)을 소개한다. 김 교수는 삼국유사에는 직접 현장을 찾지 않으면 쓸 수 없을 정도로 자세히 서술된 부분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고 한다. 자신의 답사 기록을 각주에 담는 게 원문을 해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다. 그는 “삼국유사를 챙겨 들고 여행지를 찾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는 것도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쉴 새 없이 새로운 번역서와 번역 개정판을 출간하는 걸로 유명하다. 올 2월엔 9권짜리 ‘김원중 교수의 명역 고전 시리즈’(휴머니스트)를 5년 만에 완간했다. 이 중 ‘논어’는 3년, ‘손자병법’은 4년 만에 개정판을 냈다. 그의 번역서 중 대표작인 ‘사기열전 시리즈’(민음사)도 2011년 완간 후 두 차례 개정했다. 김 교수는 “번역이 불완전해서가 아니라 고전을 최신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소명으로 생각하기에 성실하게 작업하려고 한다. 5년마다 개정 작업을 하는 걸 원칙으로 삼지만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게 삼국유사는 민족의 자부심과 동의어다. 그는 일연이 우리 역사를 중국과 대등하게 서술한 점에 주목한다. 예컨대 기이편 제1에서 일연은 “단군왕검은 당요가 즉위한 지 50년이 되는 경인년에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조선이라고 불렀다”고 썼다. 중국 연호를 사용하지 않고 수평적으로 기술했다는 것. “삼국유사는 한반도 고대사를 담은 극소수의 문헌 중 하나입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도 단군 신화를 다루진 않았지요. 우리 민족의 뿌리를 아는 데서 역사에 대한 주체성과 자부심이 피어납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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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식 작가 “재밌는 게 무한한 세상… 제 작품도 끝이 없을 것”

    “세상에는 재밌는 게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소재와 아이디어, 그리고 제가 만들 이야기도 끝이 없지 않을까요?” ‘회색인간’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동식(36)이 10권짜리 초단편 소설집 시리즈에 최근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9번째 소설집 ‘문어’와 10번째 ‘밸런스 게임’을 잇달아 발표했다.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도 카카오페이지 연재를 위해 사흘에 한 편씩 이야기를 짓고 있어 바쁜 건 여전하다”며 웃었다. 초단편 소설이란 5000자 안팎의 짧은 작품이다. 이 때문에 초단편 소설집 한 권에는 약 20편의 작품이 들어간다. 이번에 발표한 문어와 밸런스 게임에도 각각 22개 작품이 포함됐다. 그가 지금껏 내놓은 10권짜리 소설집 전체를 놓고 보면 작품 수는 225편에 달한다. 김동식은 2017년 12월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초단편 소설집 세 권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이후 3년여에 걸쳐 일곱 권의 소설집이 더 나왔다. 그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풀이로 이야기를 연재하던 시절부터 응원한 팬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김동식은 자신이 특정 소재를 소설화하는 작업은 간단하다고 했다. 예컨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작은 방에 갇혀 한 달을 버틸 경우 1억 원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과연 도전할까”라는 질문을 도시 단위로 확장했다. 그리고 대척점에 선 두 인물을 창조해 이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했다. 초단편 ‘서울 안에서 100억? 서울 밖에서 10억?’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간단하다지만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발상의 전환이다. 아이디어가 많다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식상하다는 비판이 아프게 들려왔다”고 고백했다. 처음 이야기를 쓸 때만 해도 그의 목표는 오로지 ‘재미’였다. 그러나 책으로 엮으면서 누군가 값을 내고 볼 소설의 목적과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새롭고 실험적인 세계관을 창작하기보다 진부해도 안전한 방식을 선택할 때가 많아졌다. 김동식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면서도 참신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지금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번도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중고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헤쳐 온 그는 이 때문에 글쓰기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서울에 살지만 학교나 공공단체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먼 지방이라도 바쁜 시간을 쪼개 달려간다. “조금 비틀어 생각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꾸준히 글쓰기를 연습하는 성실함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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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테드 창, 켄 리우… SF 천재들이 한자리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어느 미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한’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 사용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이를 사용하려면 작동 암호를 몸 안에 이식한 소녀 ‘나이마’의 몸을 갈라 캡슐을 꺼내야 해서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 이 시스템을 고안하고서도 나이마를 딸처럼 아끼는 ‘테지’는 “외부에 새로운 암호를 만들어 너를 죽일 필요가 없게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나이마는 어떤 사람도 대량살상무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 제안을 거절하고 담담히 시를 써 내려간다. “나는 당신을 주저케 하려고 여기에 있다. 당신은 내가 없기를 바랄 테지만.”(S L 황, ‘내 마지막 기억 삼아’) 휴고상 수상작 등 미국 공상과학(SF) 수작을 모아 매년 발행하는 ‘올해의 SF 걸작선(The Year‘s Best Science Fiction)’ 2020년판 1·2권이 번역돼 나왔다. 1권 첫 번째 수록작인 ‘내 마지막 기억 삼아’에는 미래 기술과 이를 다루는 새로운 정치체가 등장하지만, 지금의 세계 시민들이 풀어야 할 고민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1권에는 대중적이고 흥미로운 최신 SF 단편소설 15편이 담겼다. 켄 리우는 ‘추모와 기도’에서 증강현실(AR)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가 총기 난사 사건을 추모하는 방식을 그렸다. 총에 맞아 숨진 소녀 ‘헤일리’는 AR 기술로 살아 돌아온 것처럼 재현돼 총기 규제 완화론자들의 도구로 활용된다. 그러나 반대 세력이 득세하며 헤일리의 모습은 훼손되고 조롱을 당한다. 사진보다 선명한 AR 기술에 위로받은 유족들이 가상현실에서 온전한 헤일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심리적 피해를 입은 뒤였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테드 창은 ‘2059년에도 부유층 자녀들이 여전히 유리한 이유’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 자선사업이 벌어지는 미래사회를 상상했다. 유전자는 빈부격차의 근원이 아니며, 이 같은 사업이 오히려 더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작가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2권에는 실험적인 단편 12편을 엮었다. 다소 무겁고 난해할 수 있지만 탁월한 정밀함으로 SF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작품들이다. 지난해 휴고상을 수상한 N K 제미신의 ‘비상용 피부’에는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외계 행성에 자리를 잡은 인류와 지구에 남은 이들 사이의 대립이 그려진다. 두 인류의 만남으로 각 행성이 건설한 국가의 이상이 서로 충돌한다. SF 작가 김초엽, 천선란이 주목받고 국산 SF 영화 ‘승리호’가 흥행한 걸 계기로 SF에 관심이 생긴 독자라면 미국의 유수 SF 작가들이 쓴 최신작을 음미해볼 만하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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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詩 한편에… 2030이 웃는다

    “웃음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봄날…금방이라도 속마음을 들킬 것 같은 노랑 짧은 봄날이 노랑노랑 익어간다 화사하게” 출판사 창비의 시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시요일’이 22일 서비스한 ‘오늘의 시’는 김현서의 ‘봄’이다. ‘웃음’ ‘노랑’ ‘화사’와 같은 시어들이 봄을 맞는 이용자들의 마음을 간질인다. 오늘의 시는 매일 낮 12시 40분 스마트폰 화면에 팝업 창으로 제공된다. 바쁜 일상의 한가운데로 훅 들어온 시 구절에 젊은 독자들이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있다. 시요일은 2030 젊은 독자들이 시를 향유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콘텐츠로 여겨진 시가 디지털과 만나는 지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용자들은 시집을 펼쳐 시를 읽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그날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를 감상하고, 인스타그램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손 글씨로 적어 올린다. ‘시요일’ 기획위원으로 시 큐레이션을 맡고 있는 신미나 시인은 “필사나 캘리그래피 형태로 감상을 표현하는 독자들이 부쩍 늘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독자가 단순한 수용의 주체가 아닌 생성의 주체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창비에 따르면 성별과 연령대 등을 밝힌 시요일 유료회원 중 30대(27.4%)와 20대(23.3%)가 가장 많았다. 2030이 꼽는 장점은 시의성과 편의성. 3년째 ‘시요일’을 이용한 직장인 김모 씨(29)는 “시집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이동 시간에 틈틈이 시를 읽고 메모할 수 있어서 좋다.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맞는 시를 만날 때면 지친 일상에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이 앱이 나올 때만 해도 출판계에선 “종이 시집도 팔리지 않는 마당에 즐길 거리가 많은 스마트폰으로 시를 받아볼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월 5000원(1년 3만 원)의 유료 서비스라는 점도 부담 요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서비스 1년 만인 2018년 3월 기준 앱스토어의 무료 앱 다운로드 2위에 올랐다. 현재 이용자 수는 약 12만4000명. 김수현 미디어창비 출판본부 시요일 담당자는 “약 7000명을 제외한 대다수는 앱에서 제공하는 시 일부만 열람할 수 있는 무료 회원이지만, 앱을 통해 시집 구매로 이어지는 수요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를 즐기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지만 독자들이 시에서 찾고자 하는 건 변함이 없다. 신 시인은 “예술적 완성도가 있으면서도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정서를 끌어내는 시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시요일에서 가장 많이 읽힌 시는 ‘개안’(최영숙). 4위에 오른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유병록)와 더불어 봄이 주는 설렘과 위로를 담았다. ‘별의 어깨에 앉아’(강은교) ‘있다’(진은영) 등 그리움과 슬픔의 정서를 노래한 시들도 인기를 끌었다. 시요일 큐레이션을 맡은 안희연 시인은 “독자들이 장벽 없이 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시 구절을 소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오락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시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두 시인은 자기 자신을 보살피게 하는 기능이 시에 있다고 말했다. “너무 잦은 감탄은 사실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주파수를 찾듯 자신의 내밀한 언어를 시에서 찾다 보면 무너진 하루도 일으켜 세워진답니다.”(신미나) “펜데믹 상황에서 시만이 할 수 있는 몫을 고민하다가 고요, 혼자, 다짐, 시작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어요. 이번에 ‘안부’라는 키워드로 시요일 시선집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를 출간했는데 모두에게 꽃다발 같은 시집이 되길 바랍니다.”(안희연)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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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 미화 논란에… ‘365일’ 원작자 “내 소설은 현대판 미녀와 야수”

    “제 소설은 현대판 ‘미녀와 야수’입니다. 이 동화 속 주인공인 ‘벨’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나요?” 지난 한 해 뜨거운 화제작이자 문제작이었던 영화 ‘365일’의 폴란드 원작 소설 작가 블란카 리핀스카(36)의 답변은 간명했다. 그는 ‘365일’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성인은 현실과 소설을 분리해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지난달 다산북스에서 ‘365일’의 한국어 번역판을 출간한 리핀스카를 서면으로 만났다. ‘365일’은 마피아 가문의 수장인 남주인공 마시모가 시칠리아로 휴가를 온 여주인공 라우라를 납치해 ‘당신도 나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365일간의 시간을 달라’는 요구를 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라우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지만 점차 마시모의 매력에 빠지고 그를 향한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기에 이른다. 리핀스카는 이 소설로 2019년 폴란드 내에서만 150만 부의 판매량을 올리며 유명 작가로 거듭났다.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영화 ‘365일’은 넷플릭스 서비스 영화 중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시청률 누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가 읽은 대부분의 소설에는 ‘나쁜 애정 신’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애정 신’을 담은 소설을 쓰기로 했고 꽤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365일’의 인기 요인은 여성의 성적 판타지에 충실한 서술 방식에 있었다. 작가는 솔직하고 당당한 라우라라는 인물을 앞세워 여성 캐릭터의 욕망을 생생하고 조밀하게 표현했다. 리핀스카는 “연인과의 이별이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썼던 소설이어서 여성적인 성적 환상이 더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납치와 감금 등 범죄 행위를 소설의 요소로 사용했다는 점은 언제나 비판의 지점이 됐다. 라우라가 이끌어 가는 서사를 ‘주체적 욕망의 표출’과 ‘범죄 미화’ 중 무엇으로 독해할지 독자들의 평가도 엇갈리는 지점이다. 특히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라우라의 감정 변화 과정이 개연성 있게 연출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라우라는 여성의 욕망을 대변하기는커녕 성범죄 피해 여성에게 해로운 인물”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자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일부 이용자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틱톡에서는 영화의 폭력성을 문제 삼자는 뜻에서 멍과 피로 범벅이 된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365dayschallenge’(365일챌린지)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리핀스카는 “범죄 행위가 등장하는 많은 영화들이 오락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사나 캐릭터가 영화로 완벽히 구현되지는 못했지만 공을 들여 쓴 애정 신만큼은 아름답게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설 ‘365일’은 ‘오늘’, ‘또 다른 365일’이라는 제목의 3부작으로 이어진다. 폴란드에선 모두 출간됐지만 한국엔 1부, 영미권에는 2부까지만 출간된 상태다. 리핀스카는 “두 사람의 애정을 설명하는 데 범죄 행위를 끌어들인 이유를 3부까지 모두 읽는 독자는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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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亞여성이 왜 백인 性중독 해소 대상?” 에릭남 타임지에 비판글 기고

    “(인종적 동기가 없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순진하고 그 자체로 인종차별적입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으로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희생된 사건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 가수 에릭 남(33)이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인종주의적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19일(현지 시간) 에릭 남은 ‘만약 당신이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아시아계 대상 폭력에 놀랐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았던 겁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인종주의라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비판했다. 애틀랜타에서 태어나고 자란 에릭 남은 “검찰과 경찰이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할지를 여전히 토론하는 동안 나를 포함한 수백만 명의 아시아·태평양계 사람들(AAPI·Asian Americans and Pacific Islanders)은 버려진 기분을 느낀다”고 썼다. 그러면서 “AAPI의 경험은 불안과 정체성 위기로 가득 차 있다. 미국 문화는 백인 우월주의와 조직적 인종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그 속에서 아시아인은 ‘영구적인 외국인’이거나 ‘모범적인 소수민족 신화의 주인공’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지 경찰이 사건을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의 성 중독 문제로 접근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AAPI는 배제되고 억압받았으며 성적 대상이 됐다”며 “왜 우리 공동체의 여성들을 당신들의 성 중독 해소 대상이자 희생자로 표현하나.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고 썼다. 에릭 남은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 지금 침묵하는 것은 곧 공모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가야만 한다”고 덧붙였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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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편혜영표 서스펜스를 읽다

    치매를 앓는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딸, 옥수수 밭 한가운데의 집으로 찾아와 계약을 강요하는 보안업체 직원들. 이들이 지키려는 건 약속대로 상대방의 재산과 목숨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 독자들은 편혜영의 신작에서 이 석연찮은 관계를 바라보며 불편함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여섯 번째 단편소설집이다. 각 작품에서 인물들은 모두 현재 머물던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새로운 공간은 소도시나 시골이다. 평화롭고 목가적인 장소에서 이들은 고립과 위협에 시달린다. 몰아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쌓아가고 어느새 독자를 서늘한 진실의 공간으로 안내하는 ‘편혜영표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단편 ‘호텔 창문’에선 죄 없는 죄의식을 그렸다. 주인공 ‘운오’는 물에 빠진 자신을 살리다가 목숨을 잃은 사촌형으로부터 19년째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다. 사촌형의 기일을 맞아 찾아간 큰아버지 집에서 운오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자책의 유혹에 이끌리는 인물들의 대화에서 작가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단편 ‘리코더’에선 어떤 감정을 떨쳐낼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빚더미에 앉은 ‘무영’이 고등학교 동창 ‘수오’의 집에 얹혀살게 된 지 얼마 안 돼 수오가 증발하듯 사라진다. 이 두 사람은 고교 시절 수련장 붕괴 사고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들. 수오의 실종을 뒤쫓는 과정에서 무영은 수오가 사고 후 지금까지 자신과 비슷한 감정에 사로잡혀 살았음을 알게 된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흔히 볼 수 없던 물기 어린 시선을 이 작품에선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홀리데이 홈’ ‘플리즈 콜 미’ ‘후견’ 등 이어지는 단편들에서 작가는 한층 더 깊고 치밀해진 시선을 보여준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언제나 처음에 쓰려던 이야기와 조금 다른 자리이거나 전혀 다른 지점에서 멈춘다. 이제는 도약한 자리가 아니라 착지한 자리가 소설이 된다는 걸 알 것 같다”고 썼다. 작가조차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의 결말이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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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쓰시네’가 소설 쓰게 했다”

    “진보, 보수와 같은 프레임이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게 합니다.” 신작 장편소설 ‘장자의 비밀정원’ 출간을 앞둔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71·사진)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김 이사장이 이 책을 쓴 계기는 본의 아니게 휘말린 정치 세태 때문이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비판한 이후 일각의 공격을 받게 됐다. 추 전 장관이 국회에서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질의를 받자 “소설 쓰시네”라고 받아친 게 발단이었다. 한국소설가협회는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나라에서 문학을 융성시키기 어렵다. 소설 쓰는 것을 거짓말하는 행위에 빗대어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 이사장은 “당시 성명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단지 소설가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발표됐다. 하지만 이후 협회는 일부 여권 인사와 지지자들로부터 심한 조롱과 모함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그의 출신지(경북 의성)를 근거 삼아 보수정당 지지자로 몰아가고, 흐릿하게 찍힌 보수 집회 사진을 두고 김 이사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도 했다. 그는 “당시 목도한 한국의 정치 세태가 이번 소설을 쓰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장자의 비밀정원’은 중국 춘추시대 등 과거의 이곳저곳을 비행하는 나비를 화자로 내세워 ‘사람은 자신의 본성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장자의 철학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김 이사장은 “모든 사람이 본성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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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는 못 가도 책은 읽어야죠”

    “배송 차량이 일주일에 서너 번씩 집 앞을 지나다니는 걸 보고 우리 동네에 이용자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서울 강남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A 씨(35·여)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우리집은 도서관’(우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어린이 책을 빌리고 있다. 이 앱은 이용자들이 집에 소장한 도서를 서로 빌려 볼 수 있는 도서 공유 서비스. A 씨는 “학년별 필독서는 물론이고 공공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영어 원서 동화책까지 등록돼 있어 다양한 책을 아이에게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유·초등 자녀를 둔 부모들을 중심으로 ‘비대면 도서 공유 서비스’ 이용자가 최근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 수업이 준 데다 공공 도서관 이용이 제한되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힐 새로운 수단이 필요한 데 따른 것. 2019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약 37만8000권의 도서가 우도 앱에 등록됐다. 이 중 약 17만8000권(47%)이 올 들어 새로 등록된 책이다. 이용자들은 신간은 물론이고 희귀한 책들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것과 도서관에 비치된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걸 장점으로 꼽는다. 각 가정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취향이 반영된 책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이용자는 “유아용 도서 중에는 CD가 포함된 게 많은데 도서관에는 분실 우려로 이를 빼놓는 경우가 많다”며 “공유 서비스에서 책을 빌리면 부속품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우도 앱에 등록된 도서는 2주 동안 빌려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책을 100권 이상 앱에 등록해야 다른 사람에게 대여료를 받고 책을 빌려줄 수 있다. 대여료는 이용자가 정하는데 통상 500∼2000원 수준이다. 이 중 70%는 대여자가, 30%는 앱 운영 업체가 각각 가져간다. 책 대여자는 대출자와 직접 만나 책을 전달하거나 앱 업체에 배송을 맡길 수 있다. 서울 서초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은 업체가 직접, 나머지 지역은 배달업체가 배송한다. 대출을 신청하면 통상 3, 4일 내로 현관 문고리에 걸린 책가방에 책을 넣어준다. 앱 운영 업체인 스파이더랩에 따르면 이용량의 70%가 서울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와 강동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집중돼 있다. 대출 도서의 85%는 5∼13세 대상 어린이 도서다. 이에 따라 학년별 추천 도서와 필독서를 제안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원용준 스파이더랩 대표는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이용자가 집중돼 있지만 향후 직배송 서비스를 확대해 지방 서비스에도 주력할 생각”이라며 “올해 전국 등록 도서 100만 권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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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학조사로 개인정보 순식간에 전파…완치 뒤에도 ‘성북구 13번 확진자’…”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발생 당시 방역당국이 수집한 개인정보가 이후에 어떻게 처리됐는지 묻는 사람이 있나요?”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한 유엔 시민적·정치적권리위원회 위원인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60)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되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이 코로나19 확진자이기도 했던 서 교수는 방역의 중요성과 의료현장의 긴박함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감했다. 하지만 그는 “방역과 인권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이자 완치자로 경험한 내용을 엮어 에세이 ‘나는 감염되었다’(문학동네)를 9일 출간했다. 책에는 인권 전문가의 시선으로 읽어낸 한국 사회의 면면이 촘촘히 기록됐다. 그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완치 수개월 뒤에도 서울 성북구청 웹사이트에 남아있는 ‘성북구 13번 확진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구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삭제 요청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성북구 13번 확진자’는 그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순간 그의 신분이 된 타이틀. 방역당국은 그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구두 조사와 신용카드 결제기록 외에도 얼굴사진을 요구했다. 매장 내 폐쇄회로(CC)TV 녹화 화면과 서 교수의 얼굴을 대조하기 위해서였다. 역학조사를 위한 목적이었지만 ‘거짓말 할 가능성을 의심 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험은 서 교수에게 낯설었다. 그는 “성별과 나이, 직업, 동선이 순식간에 언론에 전파됐다. 동선을 제외한 정보들이 방역과 무슨 상관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서 교수가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할 때도 낯선 경험은 이어졌다. 당시 자가 격리 이탈자뿐 아니라 방역수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일반 자가 격리자에게도 이른바 ‘안심밴드’를 채워야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서 교수는 책에서 “(자가 격리자는) 범죄에 연루된 것도 아니고 확진을 받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범죄자 취급을 할 수 있는가”라며 “긴급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한국에선 너무 적었다”고 썼다. 책에는 사회에 대한 비판만큼이나 자기반성의 메시지도 담겼다. 서 교수는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체제학회’에 참석한 이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는 당시 만난 동유럽 국가 출신 이민자와 중국인 교수를 향해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냈었다고 고백했다. 제목 ‘나는 감염되었다’에는 서 교수 스스로도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혐오 시선에 젖어있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어찌 보면 자신의 치부를 솔직히 드러낸 이유를 묻자 그는 담담히 답했다. “저도 대중과 비슷한 편견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제 코로나19 감염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됐으니까요.”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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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정원에서 누리는 충만한 치유의 에너지

    노란 햇살을 맞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들을 가만히 바라볼 때, 흙냄새를 맡으며 녹음이 우거진 길을 거닐 때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테다.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한숨 돌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랬을까? 30년간 정원을 가꿔 온 미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식물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과학적으로도 증명 가능하다고 말한다. 마당이 있는 집보다 공동주택에 사는 이들이 더 많은 한국에서조차 홈 가드닝 열풍이 부는 이유가 집에 갇힌 사람들의 무료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쟁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저자의 외할아버지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식물을 가꾸며 일상을 회복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저자의 어머니 역시 인생의 위기 때마다 땅을 파고 잡초를 뽑으며 상실의 고통에 대처했다. 저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된 후 식물이 사람을 치유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식물을 두고 전 세계에서 이뤄진 각종 연구 결과를 그러모아 이 책에 담았다. 식물은 특히 도시생활자에게 중요하다. 도시는 경제의 엔진이고 문화의 중심지이지만 도시 생활에는 대가가 따른다. 시끄럽고, 붐비고, 오염된 환경에서 도시인들은 내면에 좌절, 피로감, 불안, 적대감을 쌓아 간다. 땅은 부동산으로서의 가치와 그에 대한 수요 때문에 대도시에 남아 있는 소규모 녹지는 늘 위협을 받는 처지다. 저자는 가로수의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시카고대 환경과신경과학연구소가 2000년대 초반 캐나다 토론토의 한 주거지에서 벌인 연구에 따르면 블록마다 나무 열 그루만 더 있어도 소득이 1만 달러(약 1100만 원)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미국 일리노이대는 나무와 정원을 갖춘 건물 근처에서는 범죄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녹지가 부족한 곳에 정원을 꾸미거나 나무를 심으면 범죄율을 7%까지 낮출 수 있다. 원예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연구자들은 최초의 원예가 5만3000년 전 동남아시아 보르네오섬의 열대 숲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이곳 정글의 토양과 강우 패턴을 분석한 결과 거주민들은 낙뢰 맞은 땅을 보고 불의 힘을 이용해 땅을 비옥하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사람들은 물길을 만들고 잡초를 뽑고 모종을 이식하며 자연을 인간의 손길로 가꿨다. 경작은 거친 땅을 ‘인간화’하는 작업이다. 영어 단어 ‘culture(문화)’의 어원은 ‘cultivate(경작, 재배)’에서 왔다.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재배하기 위해 식물을 심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고고학자 앤드루 셰라트는 “사치 작물을 기르는 원예에서 필수 작물을 기르는 농업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원예가 처음부터 문화의 표현이었다는 의미다. 2005년 미국 럿거스대의 연구에 따르면 선물로 꽃을 받은 집단과 다른 물건을 받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꽃을 받은 이들은 모두 ‘뒤센 미소’(진짜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웃음)를 지었다고 한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요즘, 소중한 사람에게 싱그러운 식물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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