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현

강유현 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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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유현 랩장입니다.

yhka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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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가상화폐 거래중단 ‘빗썸’ 집단 손배소송 시작됐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의 서버 다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20일부터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등 본격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최대 수천 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보상책 발표가 지연되고 있고 이용약관도 지나치게 불공정하게 작성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 법적 대응 나선 피해자들 피해자 모임 인터넷 카페 대표를 맡고 있는 박모 씨(38)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며 “20일 변호사를 선임하고 1차 소송인단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카페는 가입자 수가 6980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에 참여할 원고도 최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이달 12일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캐시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시작됐다. 이날 비트코인캐시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오후 4시경 1비트코인캐시가 사상 최고가인 284만4000원을 찍었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가격이 이내 급락하기 시작했고 공교롭게도 비트코인캐시가 거래되던 빗썸도 서버 과열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1시간 반 이상이 흐른 오후 5시40분경 거래가 재개됐지만 이미 1비트코인캐시 가격은 168만 원으로 116만 원가량 폭락한 뒤였다. 많은 투자자는 서버 중단으로 매도 기회를 놓쳐 최대 수억 원까지 손해를 봐야 했다. 박 씨는 “이전에도 가상화폐 가격이 급변동한 날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데 또 반복됐다. 거래 규모가 조(兆) 단위에 달하는데 거래소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빗썸 측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 중이다. 빗썸 관계자는 “실태 조사를 먼저 하고 있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를 두고 “시간 끌기용 꼼수”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금융당국 이들이 소송으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접속 장애가 발생했을 때 매도 버튼을 누른 기록이 남아 있다면 접속 장애와 손실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거래소 책임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배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접속자 증가로 인한 서버 중단의 책임을 온전히 거래소에 묻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고의로 서버를 닫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승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사상 과실 여부가 발생하더라도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약관도 쟁점이다. 빗썸은 이용약관에 ‘회사는 시스템 불량으로 인해 매매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대로라면 투자자들의 승소 가능성은 줄어들 수도 있다. 정경영 성균관대 교수는 “면책 규정이 법률(약관규제법)상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다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예고된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인터넷쇼핑몰 같은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돼 있다. 거래소들은 ‘공룡’처럼 커지고 있지만 금융회사와 같은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해킹 공격이나 서버 과부하 등에 대비하기 위한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12일 빗썸 한 곳에서 거래된 금액만 6조 원이 넘는다.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합친 국내 증시의 하루평균 거래대금(8조 원·이달 기준)에 맞먹는 정도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당분간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정식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강유현 기자}

    •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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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예산, 기재부가 관리” vs “금융감독 독립성 침해 우려”

    금융감독원의 예산 통제권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간 갈등이 빚어질 조짐이다. 각각 ‘방만경영 감시’와 ‘금융감독의 독립성 제고’라는 명분을 내걸고 예산 통제권을 가져오려 하지만 정부 부처 간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도 많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논의된다.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의 운영경비 명목으로 내는 ‘분담금’을 준조세 성격인 ‘부담금’으로 지정하자는 내용이다. 현재의 분담금 체제에서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 전체를 승인하고 있지만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담금에 대해서는 기재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논란은 9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감사원은 “금감원이 상위 직급과 국외 사무소를 과다하게 운영하면서 방만 경영을 하고 있다”며 “감독분담금을 부담금으로 지정해 기재부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감독분담금은 1999년 금감원 출범 당시엔 548억 원이었지만 올해 2921억 원으로 18년간 5.3배로 증가했다. 금감원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4%에서 79.7%로 늘어난 상황이다. 현재 기재부도 금감원의 분담금을 부담금으로 전환해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부담금 전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당국은 반발하고 있다. 이미 금융위의 관리 감독을 받는 금감원이 기재부에 예산 통제까지 받는 것은 이중 간섭일뿐더러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큰 만큼 21일에 법안심사를 바로 통과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많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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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 본격 레이스

    차기 은행연합회장을 뽑는 레이스가 시작됐다. 전국은행연합회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은행장들로부터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 추천을 받았다. 이날 이사회에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이사회에 따르면 이날 언급된 후보군은 홍재형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79),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68),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69),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62),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63) 등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그간 언론에 거론됐던 인물 중심으로 추천 후보가 나왔다”며 “다음 주에 2차 모임을 해서 후보군을 정리한 뒤 27일쯤 쇼트리스트(최종 후보군)를 내고, 28일경 총회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SGI서울보증도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상택 일시대표이사를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법학과 동문이다. 1988년 옛 대한보증보험 입사 후 기획부문 상무, 경영지원총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다음 달 1일 취임하게 된다. 한편 우리은행은 1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행장 후보 선임 절차를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과 같은 공모 방식이 아니라 임추위원들이 은행 내외부에서 적합한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강유현 yhkang@donga.com·송충현 기자}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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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픽스 1년 8개월만에 최고… 16일 주택대출 금리 인상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6일부터 은행들이 일제히 주담대 금리를 올려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은행연합회는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1.62%로 9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달 수치는 지난해 2월(1.65%) 이후 최대치다. 또 지난달 전월 대비 상승폭은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다. 신규취급액 코픽스가 상승한 것은 이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금리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해당 월에 새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산출하는데, 1년 만기 은행채(AAA등급)의 월평균 금리가 9월 1.661%에서 지난달 1.907%로 올랐다. 이에 따라 16일 은행들은 일제히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매달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정할 때 신규취급액 코픽스에 가산금리를 붙여 정한다. 금리 인상기에 대출자들은 상환 기간에 따라 변동금리와 고정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 대출 중에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상 변동금리 대출이 은행 입장에서 대출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금리가 더 낮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하지만 10년 이하의 단기 주담대인 경우 고정금리 대출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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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명치료 중단시 사망보험금은?… 가이드라인 없어 혼란 우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스스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자살일까, 아닐까. 이른바 ‘웰다잉(Well Dying) 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이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연명 치료 중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보험사의 사망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13개 기관에서 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10일까지 접수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약 1000건에 이른다. 이 의향서는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자신의 뜻을 의식이 있을 때 미리 밝혀 두는 것이다. 최근 건양대 의대 김광한 교수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종을 앞두고 적극적인 연명치료를 받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0%에도 못 미쳤다. 혈액투석(82.4%), 인공호흡(80.2%) 등을 거부한 응답자는 10명 중 8명이 넘었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명 치료 중단으로 인한 사망을 일종의 자살로 봐야 할지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문제를 보는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시각이 다르다. 손해보험은 자살과 같은 보험가입자의 고의적인 사망에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임종 단계에 이른 원인이 질병이냐 상해냐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상해사망보험금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 사고’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연명 치료를 중단해 사망하면 이 조건에 위배돼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해석이다. 그러나 질병사망은 조금 다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질병을 앓다가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엔 기존 원칙에 걸리는 점이 없어서 보험금 지급을 더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자살로 인한 사망이라도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2년이 지난 뒤라면 보험금을 노리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제는 보험 가입 2년이 안 된 상태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했을 경우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존엄사의 사망 원인을 자살로 봐야 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이미 자살로 인한 보험금 지급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01년 한 보험사가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약관을 만들자 다른 보험사들이 뒤따라 비슷한 상품을 내놓은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보험사들은 뒤늦게 자신들의 약관이 잘못됐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지만, 결국 올 초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이 같은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보험 약관을 미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승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명 의료 중단에 의한 사망을 자살이 아니라고 볼지, 자살이기는 하지만 예외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할지 약관에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원론적으로 존엄사도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의료진의 판단에 의해서 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살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에 따라 존엄사도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해석된다”며 “다만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제도 시행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박성민 min@donga.com·강유현 기자}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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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전용 장외 주식시장 생긴다

    내년 1분기(1∼3월)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등 전문투자자들이 비상장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전문가 전용 장외거래 시장이 열린다. 이곳에서는 모든 장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상장 주식의 회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14일 발표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 매매 시장인 K-OTC에서 전문가 전용 시장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벤처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넓혀줘 벤처기업에 활발히 투자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전문투자자들만 참여하는 만큼 일반인들이 거래하는 K-OTC에 적용되는 규제가 상당 부분 풀린다. 일반 K-OTC에서 거래되는 기업은 각종 공시 자료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전문가 시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등록해야 하는 의무도 면제된다. 주식 외에 PEF나 창업투자조합 등이 보유한 지분도 거래할 수 있다. 거래 방식도 비밀 거래, 경매 등으로 다양해진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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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계형’ 오토바이-소형 트럭도 자차-자손보험 가능해진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2)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다가 승용차와 부딪혔다. 이 사고로 본인의 입원비와 치료비가 150만 원 가까이 나왔다. 오토바이 수리비도 100만 원 들었다. 하지만 김 씨는 자기차량손해(자차) 및 자기신체손해(자손)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데다 과실비율도 높아 비용 대부분을 스스로 부담했다. 내년 1월부터는 김 씨처럼 오토바이 운전자도 사고가 났을 때 오토바이 수리비와 운전자 치료비를 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보험회사들이 가입을 거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고가 났을 때 많은 비용을 감내해야 했던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으로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13일 밝혔다. 자동차보험 공동인수는 사고 위험이 높아 개별 보험회사들로부터 가입이 거절된 차종과 운전자를 대상으로 여러 보험사가 사고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해 보험에 가입하게 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현재는 타인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대인, 대물보험만 가입이 가능하고 자차와 자손, 무보험차상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때문에 사고가 난 경우) 보험은 거의 가입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이들 3개 보험에 대해서도 보험사가 공동 인수를 거절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규정이 바뀜에 따라 사고 가능성이 높은 이륜차(오토바이)와 소형 화물차 등 영업용 차량의 보험 혜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대물·대인보험에 가입한 이륜차 93만144대 중 자차보험에 가입돼 있는 차량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 이륜차의 상당수가 자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포터’나 기아자동차 ‘봉고’ 등 1t 소형 트럭을 모는 자영업자들도 혜택을 받는다. 현재 2.5t 이상 중 대형 화물차들의 상당수는 화물차공제조합에서 보상을 받고 있지만 그보다 작은 화물차는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차보험 가입 대상이 되는 영업용 차량의 비중이 지난해 말 16.9%에서 94.6%로, 이륜차는 1.4%에서 90.1%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일부 운전자와 차량은 여전히 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최근 5년간 1회 이상 음주·무면허·보복 운전, 보험사기를 저질렀거나 최근 3년간 1회 이상 보험료를 줄이려고 가입자 명의를 바꿔치기 한 경우다. 또 출고가 2억 원 이상의 차량, 260cc 이상의 대형 이륜차는 보험사가 자차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있다. 보장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보험료는 오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오토바이에서 가장 기본적인 대인보험(1인당 최대 1억5000만 원 보장)의 보험료가 연 10만 원 이하인데, 자손·자차 등을 모두 포함하면 연 40만∼50만 원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공동인수 보험료 수준을 낮춰 가입자의 부담을 가능한 한 줄여줄 계획이다. 현재 공동인수 계약 보험료는 일반 보험료보다 15% 정도 비싸다. 금융당국은 3년간 실제 손해율과 사업비, 운전자 특성 등을 감안해 보험료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보험료가 비싼 공동인수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개별 보험회사 상품을 찾아볼 수 있는 조회 시스템도 내년 1분기(1∼3월)에 마련한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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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銀 고금리 대출, 시중銀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어

    내년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에서 받은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시중은행의 낮은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 나온다. 2015년 3월 은행권에서 선보인 지 4일 만에 대출액이 20조 원을 넘어섰던 ‘안심전환대출’의 2금융권 버전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변동금리, 만기 일시상환 대출을 1금융권의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 주는 ‘2금융권 구조개선 보금자리론’(가칭)의 세부 방안을 다음 달 발표하고 내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가 오르는 상황에서 취약 차주의 빚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규모는 우선 5000억 원으로 책정된다.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대출자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대출을 신청하면 된다. 대출 승인이 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기존 2금융권 대출부터 갚고 이후 은행에 대출 초기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으면 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대출채권과 대출상환액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긴다. 다만 2금융권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2014년 4월 내놓은 ‘대출구조전환 보금자리론’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번 상품을 설계할 방침이다. 당시 나온 보금자리론은 신청 요건이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집값 3억 원 이하 등으로 까다로워 대출이 총 10건(약 10억 원) 나가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신청 조건을 이보다 완화하고 금리도 최대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대출자는 이 상품을 이용하면 당장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한다. 상호금융권(3∼5%대), 저축은행(5∼9%대)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지만 만기 일시상환 방식이라 당장은 이자만 나간다. 하지만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면 원금을 매달 갚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초기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원금을 처음에는 조금만 갚다가 점차 상환액을 늘려 일부는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대출로 갈아탈 때 현행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걸려 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규제를 신축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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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임추위에 예보, 참여 않기로

    공공기관으로 정부 지분을 대표하는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을 뽑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차기 행장 선임을 두고 관치 금융이 부활할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예보가 임추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낼 통로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예보가 선임한 비상임이사를 임추위 멤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이사회 측은 “우리은행의 자율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정부와 은행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추위는 기존 멤버에서 이광구 행장을 제외하고 과점주주들이 선임한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됐다. 우리은행은 다음 주 임추위를 열고 은행장 후보 자격 요건을 정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관치 논란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하면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정부 약속을 뒤집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인사 개입 논란이 부각되면 향후 예보의 잔여 지분 매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은행 주가는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17일 1만7400원에서 9일 1만5900원까지 떨어졌다. 차기 행장은 이르면 12월 말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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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우리銀, 채용비리 제보 핫라인 운영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이 앞으로 채용 비리 관련자를 바로 해임하고 비리로 입사한 직원은 채용을 취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신입 채용 1차 면접부터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채용 비리 논란으로 얼룩진 금융권이 뒤늦게 자체 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금감원에 자체 감찰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달 인사 혁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채용 과정에서 내부 직원이나 외부인이 특정 지원자를 추천하는 관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채용 비리자는 해임·면직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한다. 채용 비리로 입사한 직원은 채용을 취소하고, 외부업체를 통해 채용 비리 제보를 받는 핫라인을 운영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필기시험이 부활한다.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금융상식이나 논술 등 점수를 계량화하는 절차를 도입해 부적격자가 합격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류전형과 인·적성, 필기시험, 면접 등 전 과정을 외부업체가 주관한다. 면접 과정의 객관성도 높인다. 1개 면접조당 외부 면접관을 2명 이상 배치하고, 면접관들의 연필 사용도 금지한다. 그 대신 태블릿PC로 점수를 입력하는 등 평가 과정을 100% 전산화해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기로 했다. 블라인드 전형도 확대한다. 현재는 면접관에게 학교와 학점 등 스펙을 공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분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서류전형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한다. 이 밖에 채용 인원의 5% 이상을 취약계층에 할당하기로 했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9일 ‘채용 프로세스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특정 인물을 합격시키기 위해 선발 인원을 일부러 늘리는 등 채용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최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외부 인사를 주축으로 ‘인사·조직문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우선 내년부터 서류전형을 폐지한다. 응시 희망자는 금감원 홈페이지에 이름과 생년월일, 대학 소재지(서울·지방)를 입력하면 필기시험을 볼 수 있다. 필기시험 후 면접 단계에서 면접관은 응시자의 개인 정보를 모르는 상황에서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최종 면접을 담당할 면접관의 절반은 인사혁신처의 면접 담당 전문가들로 채워 외부 청탁을 막기로 했다. 장복섭 금감원 총무국장은 “블라인드 면접은 이달 중순 면접을 앞둔 신입 채용부터 적용할 계획”이라며 “최종 면접에 투입할 외부 전문가는 면접에서 제자를 만날 수 있는 대학교수를 제외하고 기업 출신으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임원의 비위행위가 감찰실 자체 조사로 발견되면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고 기본급이 30% 삭감된다. 비위행위를 이유로 퇴직할 땐 퇴직금의 50%만 지급할 방침이다. 전 임직원은 음주 운전이 한 번 적발되면 직위해제, 두 번 적발되면 면직된다. 공시국 등 기업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모든 종목의 주식 거래가 금지되고 나머지 부서 직원은 금융회사의 주식 거래가 금지된다. 현재는 임원 및 부서장만 주식 거래가 금지된다.송충현 balgun@donga.com·강유현 기자}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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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용비리 의혹 우리은행 “내부 혁신 TF 발족”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내부 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했다고 8일 밝혔다. 이 TFT는 앞으로 2개월간 운영되는 한시 조직이다. 최근 우리은행의 위기가 단순 채용비리가 아닌 내부 계파 갈등, 낙하산 인사 등 고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내부 혁신 TFT는 2개월간 △인사체계 및 조직문화 혁신 방안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이행 방안 △신뢰 회복을 위한 고객 중심 윤리경영 실천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TFT 관계자는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한 뒤 입행한 실무직원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며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한 뒤 2001년 처음 통합 공채를 진행했다. 통합 공채 1기는 대체로 부지점장, 부부장급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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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조작땐 檢고발 동시에 과징금 부과

    주가를 조작하거나 내부 정보로 주식을 사들여 부당 이득을 보면 앞으로는 검찰에 고발될 뿐 아니라 과징금도 물어야 한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친 뒤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연내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지금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주가 조작,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를 적발해도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만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검찰에 넘기면서 과징금도 동시에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현재도 두 단계 이상을 거친 정보를 받아서 주식을 매매했거나, 주가 조작 의도 없이 루머를 퍼뜨린 경우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보고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돼있다. 과징금 제재를 추진하는 것은 처벌의 신속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금도 불공정거래를 하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당 이득의 2∼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문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최종심까지 3년 이상 걸리고 그 과정에서 처벌이 감경되기도 한다. 이에 반해 과징금 처분은 1년 내에 가능하고 범죄 입증 요건이 형사처벌보다 덜 까다롭다. 지난해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이용이 대표 사례다. 당시 내부 정보를 최초로 유포한 직원과 1차 정보 수령자는 검찰이 구속기소했고 이들에게 정보를 받아 주식을 매매하고 정보를 추가 유출한 사람들에게는 과징금 총 24억 원이 부과됐다. 구속기소된 사람들은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징역 또는 벌금이 확정된다. 이 경우 제재가 최종 결정되는 데 3년 이상 걸린다. 금융위의 과징금 제도 도입은 과거 법무부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법무부가 2011년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매기려면 법률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증선위원 자리 하나를 요구해 양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 등으로 인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과징금에 벌금까지 매기면 이중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벌금은 형사적 처벌이고, 과징금은 부당 이득을 환수한다는 측면이라 다르다”며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불공정거래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입법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의원입법을 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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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가계대출 6조8000억 늘어 올 최대폭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10월 은행의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로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에 인터넷전문은행의 공격적 영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6조8000억 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올해 최대 증가폭이다. 대출액 증가폭은 5월부터 6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8·2부동산대책 여파로 9월에는 4조9000억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10월 들어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진 것이다. 이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기타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10월 기타대출 증가액(3조5000억 원)은 한은이 통계를 만든 2008년 이후 최대 금액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9월과 같은 3조3000억 원이었다. 김인구 한은 시장총괄팀장은 “추석 연휴 동안 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문턱이 낮아진 게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조이기에 나서면서 주담대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담대 한도가 줄어들면서 부족한 금액을 신용대출로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신용대출의 증가를 주담대 규제 때문으로 해석하기는 다소 이르다는 반응을 보인다. 주택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도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은행을 포함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 원으로, 올 들어 5월(10조 원) 이후 최대였다. 다만 지난해 10월(13조9000억 원)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됐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강유현 기자}

    •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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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년째 ‘라인’경쟁… 골병든 우리은행

    금융권의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리더십 공백에 빠진 우리은행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 이후 계파 갈등이 끊이지 않고 정치권 및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되면서 오랫동안 곪아온 상처가 터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기 상황이 단순히 최근 채용비리 의혹에서 비롯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부 갈등-정권 인사개입 되풀이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은행의 고질적인 내부 갈등이 은행을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하게 합병하면서 두 은행 출신 사이의 알력 다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08년부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고 임원도 양쪽 출신을 거의 동수(同數)로 구성하는 등 ‘채널 갈등’을 줄이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하지만 합병한 지 거의 20년이 다 되도록 양측 출신 간 화학적 결합이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순우 이광구 등 상업은행 출신이 연달아 은행장을 맡고, 한일은행 출신이 맡을 것으로 기대됐던 수석부행장 자리마저 없애 버리자 한일 측 인사들의 불만이 커졌다. 한일은행 출신 직원이 채용비리의 증거 문건을 국회 측에 넘겼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우리은행 전직 임원 A 씨는 “이 행장의 경쟁자 ‘라인’으로 분류된 한 직원은 인사 보복을 받아 한직을 전전하다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전직 임원 B 씨는 “두 은행이 합병한 뒤 입사한 직원들이 이미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임원급들을 중심으로 제 식구 챙기기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정부가 우리은행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외풍에 취약했던 것도 내부의 권력 투쟁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9년 통합 한빛은행이 출범한 이후 2008년까지 역대 은행장은 김진만 이덕훈 황영기 박해춘 전 행장 등 외부 출신들이 독차지했다. 정권에 따라 누가 권력의 줄을 잡고 행장 자리를 차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직원들이 은행의 본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줄대기에 신경 쓰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정권에 따라 행장이 바뀌다 보니 내부 승계 프로그램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이후 이순우 전 행장까지는 수석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오르는 방식이 안착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기존 예측과 달리 이광구 행장이 선임되면서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라서 박근혜 정권의 지지를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 은행 안팎에서 쇄신 요구 봇물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자 안팎에서 쇄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이광구 행장으로부터 업무를 넘겨받은 손태승 글로벌부문장은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신뢰받는 은행이 되기 위해 인사 시스템과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며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영업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선 경영 승계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신한금융지주는 2011년 신한사태 이후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차기 회장 후보로 정해 관리한다. 임원 인사를 할 때 ‘한일·상업은행 출신을 동수로 맞춘다’는 관행을 깨고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북부지검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행장 집무실과 인사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 공채에서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거래처 등의 청탁을 받아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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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보,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委 참여 검토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기관인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하면 정부가 차기 행장 인사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일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예보의 임추위 참여 여부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비리 의혹과 이광구 행장 사퇴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예보가 우리은행 최대주주(18.52%)로서 행장 선임 절차에 참여하지 않으면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게 이유다. 현재 우리은행 임추위는 이 행장과 과점주주들이 선임한 사외이사인 노성태 전 한화생명경제연구원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상용 연세대 교수,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로 구성돼 있다. 원래는 예보가 선임한 비상임이사도 임추위에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민영화 직후 정부 개입을 줄인다는 취지로 임추위에서 빠졌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번 주 후반 이사회를 열고 임추위 구성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과점주주 중심 체제로 전환하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은행 경영에서 발을 뺐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하면 정부 입김에 취약한 예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보 고위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다”며 “과점주주로 구성된 우리은행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경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은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추위에 예보가 참여한다면 ‘예보를 통해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는 관치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과제인 예보의 잔여 지분 매각은 내년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위원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지배구조는 중요한 판단 요소”라며 “그런데 차기 행장이 선임되기 전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된 우리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도 곧 시작된다. 서울북부지검은 3일 이 사건을 형사5부에 배당했다. 수사는 특혜 채용 여부, 이 행장의 방조 또는 묵인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강유현 yhkang@donga.com·구특교 기자}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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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뱅, 전세자금 대출-신용카드 시장도 진출

    카카오뱅크가 내년 1분기(1∼3월)에 ‘전월세보증금 대출’(전세자금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2019년에는 신용카드도 내놓으며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용우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3일 출범 100일을 맞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7월 27일 문을 연 첫날 계좌 가입고객 24만 명을 끌어모으며 돌풍을 예고했다. 지난달 말 가입고객 수는 435만 명을 넘었고, 예금 규모는 4조200억 원, 대출은 3조3900억 원을 기록했다. 간편한 이체 서비스, 시중은행 대비 낮은 대출금리와 해외 송금 수수료 등으로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카카오뱅크가 가장 먼저 내놓을 서비스는 전세자금대출. 통상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땐 지점에서 전세계약서, 주민등록등본, 전세계약금 영수증, 소득확인서류 등을 제출한 뒤 대출을 받고, 1개월 이내 지점에 주민등록등본을 다시 제출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면 지점을 최소 2번은 방문해야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으로 진행돼 편리하고 기간도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젊은층과 서민층이 이용하는 전세자금대출을 먼저 내놓은 뒤, 이어서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진행되는 만큼 휴일에도 대출이 나온다. 윤 대표는 대출금리와 관련해 “시중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면 고객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중에는 ‘앱투앱 결제’도 내놓는다.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에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카카오뱅크 계좌를 통해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결제 과정에서 부가통신사업자(밴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절감된다. 또 내년 중 카카오뱅크 계좌로 휴대전화 요금과 보험료, 지방세 등을 납부할 수 있도록 계좌통합관리 서비스도 내놓는다. 신용카드는 내년 상반기(1∼6월) 예비인가를 받은 뒤 2019년 하반기(7∼12월)에 내놓을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신용카드 결제정보를 활용해 고객들의 신용등급 체계를 정교화해 대출심사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내년에 중국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고 일본 송금 수수료는 더 낮추겠다”며 해외 송금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도 밝혔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산업 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은 혁신성과 완결성 때문”이라며 “은산분리가 완화되지 않으면 혁신의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카카오뱅크가 중저등급 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고객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중금리 대출의 리스크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고객들이 대출금을 갚는 행태, 체크카드 사용 방식 등이 빅데이터로 축적되면 중장기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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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출자 8950명 중 942명만 재고용… 대다수 재기 실패

    “서른다섯에 회사를 나왔더니 내가 가진 자격증이란 운전면허증밖에 없더군요.” 동화은행 퇴직자 최기영(가명·54) 씨는 1998년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너무 답답했다”고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실업은 예고 없이 닥친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저성장과 무한 경쟁, 상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당시 증자 계획안에 따르면 동화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부실 은행의 판단 기준인 8%를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은행 직원들은 퇴출 발표 직전인 6월 27일까지 정상 근무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증자 계획의 현실성이 불충분하다고 퇴출시켰다. 실직을 예상치 못한 직원들은 몇 개월 치 월급에 해당하는 퇴직금만 받고 나왔다. 이들의 안정을 위해 1998년 노사정위원회가 수차례 권고안을 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노사정위원회는 △4급 이하 직원 최대한 고용 △장기 직업훈련 및 취업 알선 △인수은행 신규 채용 시 가급적 우선 선발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1998년 9월 30일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동화은행의 4급 이하 퇴직자 1532명 중 357명(23.3%)만 채용했다. 당시 동화은행을 포함해 퇴출 은행 5곳의 직원 8950명 중 942명만이 인수은행에 재고용됐다. 전국은행연합회에 전직금융인 취업센터가 마련되긴 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시중은행협의회 의장으로 노사정위원회 협상 멤버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당시 정부는 구조조정에 급급해 퇴출자들이 사회에 정착하도록 노력한다고 말만 할 뿐 이행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퇴직자 다수는 재기에 실패했다. 2004년 동아일보가 동화은행 퇴직자 22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5.5%가 소득이 하락했고, 19.6%는 빈곤층(연소득 1380만 원 이하)으로 전락했다. 박선철 동화은행 노조위원장은 “연락이 닿지 않는 분들은 대부분 더욱 괴롭게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서 실업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업급여를 확대하고 실직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대책이 제대로 마련돼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급변하는 산업환경에도 적극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스트리아식 모델도 제안됐다. 이용득 의원은 “(비정규직처럼)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이들을 대변하는 ‘노동회의소’를 설립하고 실업수당 지급과 성장 산업으로 전직하기 위한 직업훈련 등 산업, 노동, 복지 정책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모 기자}

    •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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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황금기 30, 40대에 짙은 어둠속 걸어… 손에 쥔 건 빚뿐”

    1998년 6월 29일 동화은행을 포함한 퇴출 은행 5곳의 명단이 발표됐다. 동화 동남 대동 경기 충청은행이었다. 5개 은행 퇴출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지원을 해주면서 내건 조건이었다. 신한은행은 5곳 중 한 곳인 동화은행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했다. 부실 은행의 우량 자산과 부채만 인수하는 것이다. 고용 승계 의무는 없었다. 3개월간 명동성당에서 은행 퇴출을 반대하는 농성이 끝난 뒤 한솥밥을 먹던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동화은행 직원들은 이후 매년 6월 29일마다 모인다. 그들만의 ‘제삿날’이다. 모이는 사람은 점점 줄어 이제는 20∼30명 수준에 머문다. 퇴직자 중 잘 풀린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고된 삶을 살아왔다. 일부는 지병으로 죽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동화은행 퇴직자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숨기고 싶은 민낯 그 자체였다.19년 후 손에 쥔 건 빚뿐 퇴직 이후 김상훈(가명·52) 씨의 첫 직장은 지인의 소개를 받은 포장마차였다. 낮엔 장을 보고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닭발과 곰장어, 조개구이를 팔았다.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요리를 배워가며 일을 익히길 6개월. ‘실업 광풍’ 속에 김 씨처럼 사정이 절실한 누군가가 그의 자리를 꿰차는 바람에 일을 그만뒀다. 이후 6년간은 심부름센터, 택배, 신문 배달을 전전했다. 2005년부터 법인택시를 운전했지만 2년 뒤 회사가 망했다. 입에 풀칠은 해야 하니 막노동을 했다. 벽돌과 나무를 나르고 가로수를 벴다. 하지만 한 달 만에 허리디스크가 왔다. 2008년부터는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19년간 열심히 살았건만 수중에 남은 건 5000만 원의 빚뿐이다. 외환위기 전 선후배들에게 선 보증 1억 원이 고스란히 그에게 왔다. 19년간 나를 위한 대출은 한 푼도 받지 않고 남의 빚을 갚으며 살아왔지만 아직도 절반이 남은 것이다.원청 죽으면 하청도 같이 죽는다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곧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동화은행을 나온 후 8년간 묵혀둔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최기영(가명·54) 씨는 2006년 발작성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가끔 이런 고통이 그를 찾아온다. 최 씨는 은행을 나온 뒤 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조경회사로 옮겨 재무를 맡았다. 회사는 자주 돈이 부족했다. 그럴 때마다 최 씨는 자꾸 자기 돈을 집어넣었다. 이때부터 그는 공황장애를 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아예 회사를 인수했다. 인수하자마자 원청회사인 풍림산업은 자기네 미분양 아파트를 사라고 강매했다. 사자마자 1억 원의 손해를 봤다. 2012년엔 매출의 90%를 차지하던 풍림산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같이 망했다. 최 씨는 “직원들 다 내보내고 4개월은 매일 혼자 사무실에 출근해 멍하니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4년 전부터는 전국을 다니며 전기절감 기계를 팔고 있다. 월급은 없고 팔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이 일만으로는 집에 생활비도 주기 어려웠다. 지난해 5월부터는 1주에 3, 4일씩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삼수생 아들의 학원비는 아내가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며 댄다. 최 씨에겐 총 2억 원의 빚이 있다. 그중 1억 원은 지인들에게 빌린 돈이다. 최 씨는 “사실 은행 빚 갚는 건 이미 포기했다. 날 믿어준 지인들에게 빌린 돈만은 꼭 갚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정규직과의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계약직 이정우(가명·50) 씨는 동화은행 퇴직 후 19년간 직장을 7번 옮겼다. 그중 6번이 계약직이었다. 그리고 내내 정규직과의 차별 속에 살았다. 1998년 이 씨는 운 좋게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입사했다. 2년 뒤 과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정규직 과장은 연봉 4000만 원을 받는데 그는 3000만 원을 받았다. 적은 연봉을 불평하니 정규직 직원들은 “이미 전 회사(동화은행)에서 많이 받지 않았느냐”고 비아냥댔다. 이 씨는 “다른 직장으로 옮긴 뒤에는 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었고 회의도 따로 했다. 승진에서 물 먹기도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위성환(가명·46) 씨도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9번 옮겼다. 한 곳에서는 회사가 영업정지를 맞아서, 다른 곳은 회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서, 또 다른 곳은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그만뒀다. 바로 직전에 다녔던 한 저축은행에서는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애 딸린 동료 팀장이 불쌍해서 “처자식 없는 내가 희생하자”면서 회사를 때려치웠다. 전병곤(가명·53) 씨가 동화은행에서 나온 뒤 할 수 있는 일은 자영업뿐이었다. 이듬해 KB국민은행 경력사원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은행 퇴출 직후 채무불이행자가 돼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빠졌다. 처음엔 회사 선배와 무역업을 준비했지만 사기를 당해 시작도 못 하고 접었다.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에서도 일했지만 월급은 거의 받지 못했다. 2001년 시작한 애견사업은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폐업해야만 했다. 현재는 단위 농협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 씨는 “인생의 황금기인 30, 40대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을 걷는 기분으로 살았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모 기자}

    •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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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위기 20년, 아물지않은 상처

    33세에 직장에서 나왔다. 직장은 문을 닫았다. 은행이 망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충격은 컸다. 김상훈(가명·52) 씨는 1998년 6월 29일 퇴출된 동화은행의 직원이었다. 상고 졸업 후 취직한 지 14년 만이었다. 재취업을 알아봤지만 허사였다. 퇴출 은행 직원에게 문을 열어주는 회사는 없었다. 포장마차, 택시 운전,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한숨 쉴 여유조차 없었다. 두 딸과 홀어머니를 부양해야 했기 때문이다. 2001년 8월 23일, 정부는 예정보다 3년 앞서 구제금융 195억 달러를 모두 갚고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김 씨의 생활은 거의 그대로였다. 2008년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 다시 양복을 입고 일하게 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외환위기가 남긴 상처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한번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은 좀처럼 다시 과거의 안정적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자산과 소득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양극화도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년 전의 외환위기는 불쑥 날아든 해고 통지였고, 가장의 실직이었으며, 구조조정과 실업의 공포였다. 그 후유증으로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고 국민의 삶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국가역할론, 사람중심 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지금 뜨거운 냄비 안에 들어 있는 개구리다. 5년 이내에 냄비에서 뛰쳐나가지 못하면 그대로 죽을 것이다.”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가 국내 경제전문가 4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인가”라는 질문에 88.1%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학교수, 연구원, 대기업 간부 등인 이들은 한국이 ‘냄비 탈출’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최장 5년으로 봤다. 경제 구조개혁에 남은 시간이 ‘1∼5년’이라는 응답이 90.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역동성 없는 산업구조의 경직성을 꼽았다. 곽노선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세계적으로 인구구조와 산업구조가 바뀌는 지금이 한국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교차점”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동화은행 퇴직자 5명을 만나 그들의 고단했던 20년간 삶의 여정을 되짚어봤다. 강유현 yhkang@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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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이 구조조정 대상 추천하면 정부가 자금 지원해 재기 돕는다

    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을 추천하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은행이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직접 추천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총 지원 규모는 매년 1600억 원이다. 금융감독원은 3일 중소벤처기업부, 은행연합회와 함께 이런 내용의 ‘경영위기 중소기업의 재기 및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금감원은 매년 위험 징후가 있는 기업에 대해 신용위험평가를 한 뒤 해당 기업을 A~D등급으로 나눈다. 이번 협약에 따라 11월 말 금감원의 중소기업 평가 결과가 나오면 은행들은 그간 거래 명세 등을 바탕으로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 추천서를 써준다. 중기부는 추천서를 제출한 기업을 심사해 자금을 지원해 줄 예정이다. 구조조정 기업의 협력사들이나 사드 보복 등 예상치 못한 악재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 등이 우선 추천 대상이 된다. C·D등급 기업들 중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기업에는 업체당 4000만 원의 컨설팅 비용이 지원된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추진하려는 기업에는 최대 3000만 원이 지원된다. B·C등급이나 은행의 자체 프리워크아웃(만기 연장 및 이자 감면) 추진 기업에 대해선 최대 10억 원의 운전 자금을 지원한다. A~C등급 기업 중 사업 전환을 추진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업체당 70억 원을 지원한다. 은행이 심사 과정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그간 정부의 지원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했다는 지적과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종오 금감원 신용감독국 팀장은 “중소기업들이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거나,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중복되기도 했다”며 “은행이 지원 과정에 참여하면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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