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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를 해준 사례가 1년 반 만에 10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현재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로 지원을 받은 경우는 약 106만 건(중복 및 복수 지원 포함)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261조2000억 원 규모다. 일시상환 만기 연장이 전체의 90.3%(95만5000건)로 가장 많았다. 올해 1월 말 44만2000건이던 지원 건수는 9개월 만에 약 2.4배로 늘었다. 코로나19로 경영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이 많은 데다 은행들이 만기 연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끝나고 대출 상환 시기가 가까워지면 부실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돼 세 번 연장된 이번 조치는 내년 3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자영업자 등에 대한 경영 및 재무 실태 점검을 마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2년 동안 이어지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 보인다”며 “실태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을 유예해준 사례가 1년 반 만에 10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현재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로 지원을 받은 경우는 약 106만 건(중복, 복수 지원 포함)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261조2000억 원 규모다. 일시상환 만기 연장이 전체의 90.3%(95만5000건)로 가장 많았다. 올해 1월 말 44만2000건이었던 지원 건수는 9개월 만에 약 2.4배로 늘었다. 코로나19로 경영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이 그만큼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끝나고 대출 상환 시기가 가시화되면 부실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돼 세 번 연장된 이번 조치는 내년 3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자영업자 등에 대한 경영 및 재무 실태 점검을 마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2년 동안 이어지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 보인다”며 “실태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국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이 빚으로 연명한 데다 집값 상승 등으로 가계의 위험 추구 성향도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은행의 ‘매크로 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1∼3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로 집계됐다. 이는 2017∼2019년 평균(91%)보다 10%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10개 선진국의 평균 상승 폭(3%포인트)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전 세계 43개국 평균보다도 4%포인트 높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자금 수요 증가, 위험자산 추구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2005년 이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년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가파른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경기 대응력을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에 기업부채, 정부부채를 모두 합한 매크로 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254%로 2017∼2019년 평균보다 29%포인트 상승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내년 3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이모 씨(32)의 꿈은 건물주다. 안정적인 월세 수입이 확보되면 바로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아내와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그에게 직장은 건물주로 향하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그는 월급에 마이너스통장 잔액 4000만 원을 끌어다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는 데 쓴다. 돈을 굴려 건물 매입자금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하기 위해서다. 최근 집값이 치솟고 주식, 가상화폐 가격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땀 흘려 버는 근로소득보다 투자로 단박에 큰돈을 쥐려는 이 씨와 같은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일만 열심히 하다 벼락거지가 되지 않겠다’ ‘일보다 투자가 더 중요하다’는 말들이 재테크 카페에 넘친다. 이런 추세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팬데믹 시대의 대중부유층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근로 활동의 가치가 이전보다 떨어졌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28.7%였다. 높아졌다고 답한 이들(15.5%)의 약 2배 수준이었다. 자산 가격 상승 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돈만으로는 ‘벼락거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미 큰 폭으로 뛰기 시작한 물가도 월급의 가치 하락을 부추긴다. 연 2%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가시화됐지만 월급은 그만큼 빠르게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노동의 가치는 경시되고 근로 의욕이 꺾인다. 주변의 많은 기업인이 ‘요즘 직원들은 딱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한다’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품을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실패가 근로소득을 투자소득에 비해 초라하게 만든 것이다. 청년들의 근로 의욕과 노동 활력이 떨어지면 잠재성장률이 꺾이고 있는 우리 경제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계속 활황일 순 없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어설프게 청년을 위로할 게 아니라 건물주보다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청년들이 늘어나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청년들이 땀 흘려 일하고 정당한 소득을 얻을 기회를 늘려야 한다. 그런 기회가 줄어드니 청년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여기고 근로소득의 가치를 불신한다. 투자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고 그 출발은 노동으로 번 ‘월급’이라는 점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전업 투자자로 변신해 투자 에세이 ‘비겁한 돈’까지 펴낸 개그맨 황현희 씨(41)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청년들에게 “노동에 대한 가치를 느끼면서 충분한 시드 머니(종잣돈)를 만들라”며 “노동은 필요 없고 투자에 올인하라는 것은 사기꾼”이라고 말했다. 내년 한국은행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연 1.5%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대출 부담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투자 수익에 기대기 힘든 시대가 온다는 신호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월급의 힘, 근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연말이다.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세계 물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10년 전보다 2배 넘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21년 글로벌 물가가 1%포인트 오를 때 국내 물가는 0.2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0∼2007년 0.1%포인트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영향력이 2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이는 한국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한은이 세계 34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국 국내총생산(GDP)으로 가중 평균해 추산한 결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은 10월 현재 4.39%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한은은 국내 물가가 목표치인 2%를 상당 기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한은이 내년 기준금리를 연 1.5%까지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기준금리를 두 번 올렸지만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했다. 한은은 올 8, 11월 기준금리를 0.25%씩 인상해 연 1.0%까지 끌어올렸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0일 가계대출 관련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고 가계부채 상황과 서민, 실수요자 보호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금융 이력이 부족해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학생, 주부 등이 책을 구매한 이력 등을 토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교보생명, 교보문고, 교보증권은 9일 카카오뱅크와 데이터 및 금융 플랫폼 사업 제휴를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양측은 교보문고가 보유한 고객들의 도서 구매 이력 등 비(非)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출 한도와 금리가 달라질 수 있고 금융 이력이 부족한 학생, 주부, 프리랜서 등도 대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양측은 다양한 연계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동 상품도 출시하기로 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내년 1월부터 결혼이나 장례, 출산 등에 따른 실수요 자금에 대해선 신용대출 특별한도가 최대 1억 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조건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결혼, 장례, 출산, 수술 등에 따른 불가피한 자금 수요에 대해선 신용대출 특별한도를 ‘연 소득의 50% 이내, 최대 1억 원’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협의를 마치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추가로 대출을 받으려면 혼인관계증명서, 사망확인서, 임신·수술 확인서 등 증빙 서류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결혼의 경우는 혼인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 장례는 사망일로부터 6개월 이내 등 일정 기간 내에 신청을 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분할상환 방식으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캐피털사의 위험에 대한 사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캐피털사가 빅데이터,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해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부수 업무는 폭넓게 허용하기로 했다. 정 원장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금리 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금융사들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를 보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 등을 통해 이들의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동일 기능, 동일 감독’ 원칙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목진원 현대캐피탈 대표는 “캐피털사와 카드사를 통해 차량을 살 때 다른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본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에 대해선 동일한 감독 체계가 적용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판매 등 부수 업무를 유연하게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정 원장은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부수 업무를 폭넓게 허용하고 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했다. 또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확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적시에 시장에 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세계 최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새 20% 넘게 급락했다가 소폭 반등하는 등 큰 폭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시사 등의 영향으로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5일 오후 4시 현재 4만9558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전날 오전 5만3728달러에서 장중 4만2875달러까지 떨어져 하루 새 20.2%(1만853달러·약 1284만 원)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4일 5600만 원까지 떨어졌다가 하루 만에 다시 6200만 원대를 회복했다. 4일 15% 넘게 폭락했던 이더리움은 빠른 반등을 보이며 4일 오전 가격을 되찾았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이 지난 24시간 동안 가상화폐 시장에서 약 10억 달러어치를 내다 팔았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1만1392개 가상화폐의 전체 시가총액은 15% 가까이 하락하면서 2조3400억 달러로 줄었다. 비트코인이 6만9000달러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난달엔 전체 시총이 3조 달러를 넘었다. 가상화폐 자체의 높은 가격 변동성에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폭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생상품 차입 거래에 따른 자동청산을 비롯해 비트코인과 관계가 깊은 고성장 기술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이 추가 하락해 4만 달러 선을 내주면 3만 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올 7월 2만9800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금융당국이 내년 3월 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자영업자 등에 대한 경영 및 재무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금융사들이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도 추진해 ‘금융정책 정상화’ 준비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재무 상황을 점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2년 동안 이어지면서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달부터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등의 경영 상태를 전체적으로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실태 점검을 마친다는 게 당국의 목표다. 금융위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재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연착륙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9월 세 번째 연장 당시 내놓은 ‘1년 거치, 최대 5년 원리금 상환’ 조치에 이어 후속 지원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조치가 종료되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거치, 상환 기간을 부여하고 컨설팅 등 지원도 제공할 계획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3일 “내년 금융정책 정상화가 본격 추진되는 만큼 현재화될 수 있는 각종 위험 요소에 대해 금융권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9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3분기(7∼9월) 경제 성장률은 0.3%로 둔화됐다. 여기에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공급 병목현상이 심화하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슬로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2일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로 전년 동기보다 3.7%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며 올해 들어서도 최고치다. 소비자물가는 10월에도 3.2% 올랐다. 두 달 연속 3%대 상승한 건 2012년 1, 2월 이후 9년여 만이다. 석유류와 개인서비스,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물가 상승 속에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은 쪼그라들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잠정치)은 전 분기에 비해 0.3% 증가했다. 증가율이 1분기 1.7%, 2분기 0.8%였다가 더 떨어진 것이다. 국민들의 실제 호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0.7% 감소해 5개 분기 만에 뒷걸음질쳤다.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물가는 10월 6.2% 오르며 약 31년 만에 최고치였고 11월 유로존 물가는 약 24년 만에 가장 큰 폭인 4.9% 올랐다.오이값 99%-경유 40% 급등… 오미크론發 경기둔화도 우려11월 물가상승폭 10년만에 최대 올해 둘째를 출산한 주부 A 씨는 요즘 장보기가 겁난다. 물가가 오른 데다 둘째까지 생겨 생활비를 최대한 아껴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A 씨는 “제일 아끼기 쉬운 게 식비였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더는 허리띠를 졸라매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채소부터 기름값, 집세, 외식비까지 줄줄이 오르며 약 10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소비자 물가에 서민들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가속화하면 ‘슬로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석유류 35.5%, 농축산물 7.6% 올라 물가 견인2일 통계청이 내놓은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채소나 육류 등 장바구니 물가부터 전기, 수도 등 공공서비스 물가,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가 두루 올랐다. 지난달 석유류는 전년 동기 대비 35.5% 올라 2008년 7월(35.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휘발유는 33.4%, 경유와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는 각각 39.7%, 38.1% 올랐다. 농축산물 물가상승률은 8월 7.8%에서 9월 3.7%, 10월 0.2%로 꺾였다가 11월(7.6%)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한파에 김장을 서두른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오이 상추 달걀이 각각 99%, 72.0%, 32.7% 상승했다. 50대 주부 B 씨는 올해 김장을 포기했다. 배추에 마늘 파 등 속 재료까지 안 오른 게 없다. B 씨는 “사먹는 김치가 차라리 쌀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서비스 가격도 많이 올랐다. 외식 물가와 보험서비스료가 각각 3.9%, 9.6% 오르는 등 개인서비스 물가가 3.0%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월(3.1%) 이후 최대치다. 집세도 1.9% 올랐다. 전세는 2.7% 상승해 2017년 10월(2.7%)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 오미크론 변이 확산, 물가-성장에 악재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공급망 병목현상이 심화하면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곡물 가격, 원자재 가격 추이 등을 볼 때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줄곧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했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1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지속적”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물가 상승 속에 성장은 둔화되면서 ‘슬로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5000명을 넘어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다시 강화되면 연말 소비 특수도 사라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잠정치)은 전 분기에 비해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 목표치인 ‘연간 4.0% 성장’을 달성하려면 4분기(10∼12월) 성장률이 1.03%를 넘어야 한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오미크론 변이’가 얼마나 빨리 확산되고 치명률은 얼마나 높을지, 각국 방역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등에 따라 앞으로 물가나 성장 등 실물경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미크론이 향후 어떤 충격을 줄지 예단할 수 없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도 제한적”이라며 “물가를 잡는 데 집중하고 경기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등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55·사진)이 내정됐다. 주요 은행 중 최연소 행장으로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평가된다. 또 지난 4년간 은행을 이끈 허인 행장(60)은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해 차기 회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됐다. KB금융지주는 1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로 이 부행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추위는 “이 후보는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변화 혁신 역량’과 ‘실행력’을 갖췄으며, 수평적 리더십으로 임직원들의 높은 신망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서울고,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했다. 국민은행에서 재무기획부장, 재무총괄(CFO) 상무, 경영기획그룹 상무 등을 지낸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부턴 영업그룹을 이끌며 영업, 재무, 전략 등 은행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1966년생으로 만 55세인 이 내정자가 취임하면 은행권의 가장 젊은 행장이 된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장과 지방은행장은 1960∼1964년생이다. 이 내정자는 이달 중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년이다. 허 행장은 내년 1월부터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허 행장은 2017년 취임 이후 최고 실적을 올리며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고 디지털 전환 작업을 차질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 안팎에선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60)도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현재 지주에서 보험·글로벌 부문과 브랜드 홍보 등을 총괄하는 양종희 부회장(60)과 함께 ‘트로이카 부회장’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1961년생 동갑내기 3명이 2023년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의 후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2030세대 절반 대출 받아… “금리 5%넘으면 감당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절반 가까이가 빚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동아일보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잡코리아가 20, 30대 500명을 대상으로 ‘청년 금융인식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8.2%가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60.6%는 감내할 수 있는 최고 대출 금리를 ‘연 5% 미만’으로 꼽았다. 이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5%를 넘어선 가운데 이자 부담의 압박을 느끼는 청년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3년 전 유통대기업에 입사한 서모 씨(32)는 취업문만 통과하면 탄탄대로가 열릴 줄 알았다. 하지만 달라진 건 대학 앞 자취방을 벗어나 오피스텔로 이사한 것뿐. 그마저도 전세대출 9000만 원을 받았다. 입사 무렵 점찍어둔 아파트는 4억 원에서 7억5000만 원으로 치솟은 반면 서 씨의 연봉은 300만 원 올랐다. 지난해 말엔 마이너스통장으로 3000만 원을 대출받아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수익률은 ―5%. 서 씨는 “3년 전으로 시계를 돌린다면 취업에 목숨 거는 대신 비트코인을 샀을 것”이라고 했다. 2030세대 10명 중 4명은 일해서 번 돈으로 자산을 불리기 어려워 투자에 뛰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급등 등으로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벼락거지’의 위기감을 느낀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동아일보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잡코리아와 함께 대출, 투자, 주택 마련 등과 관련한 ‘청년 금융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11월 9∼17일 만 20∼39세 청년 500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청년 투자자 35.6%가 올해 손실이번 조사 결과 20, 30대의 71.0%는 국내외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하고 있었다. 예·적금을 보유한 사람도 74.8%였다. 청년 10명 중 7명은 저축상품에 일정 부분 의존하면서도 동시에 공격적으로 주식형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를 보유한 청년도 13.8%였다. 대학원생 정모 씨(28)도 2019년 말 1000만 원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코인광풍’이 불자 휴학까지 하고 코인을 사고판 결과 투자금은 1억5000만 원으로 불었다. 수익을 더 내고 싶다는 욕심에 잡코인도 사들였다. 현재 투자액은 3000만 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원금 대비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다. 2030세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근로소득으로 자산 증식을 하기 힘들어서’(44.5%)가 가장 많았다. 특히 20대(40.4%)보다 30대의 응답률이 51.2%로 높았다. 30대가 본격적으로 직장을 다니고 결혼, 내 집 마련 등을 계획하면서 근로소득의 한계를 인식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년 투자자들의 35.6%는 올 들어 투자에서 손실을 보고 있었다. 20% 넘게 손실을 본 사람도 14.4%나 됐다. 20% 이상의 수익을 낸 응답자는 5.3%에 그쳤다. 직장인 최모 씨(30)도 지난해 코스닥 바이오 종목에 2000만 원을 넣었지만 현재 수익률은 ―65%다. 손광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청년들이 진입장벽이 높은 부동산 대신 주식을 선택해 동학·서학개미 열풍을 주도했지만 올해 하반기(7∼12월) 들어 증시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청년 44%, 영끌로 집 사겠다청년층의 ‘빚투’(빚내서 투자)는 이번 설문에서도 확인됐다. 청년 투자자의 77.4%는 부채를 끼고 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있었다. 20.1%는 투자 자산의 10% 이상이 빚이었다. 30대 맞벌이 직장인 박모 씨는 지난해 2월 6억7000만 원의 대출을 끼고 서울에서 9억 원대 아파트를 샀다. 주택담보대출에 사내대출 1억 원, 부부 각자 신용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았다. 박 씨는 “매달 300만 원이 넘는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허리가 휘지만 지난해 무리해서 안 샀더라면 영원히 못 살 뻔했다”고 했다. 2030세대 44.0%는 박 씨처럼 최근 주택을 샀거나 앞으로 3년 내에 구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실거주 공간 마련을 위해’(54.1%), ‘시세 차익을 기대해서’(36.8%), ‘전·월세 가격이 불안해서’(35.5%) 집을 사겠다고 했다. 또 이 중 67.7%는 ‘대출’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했거나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주택 구입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31.8%였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통해 집을 사겠다는 청년과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을 아예 포기한 ‘N포족’이 공존하는 셈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빚투, 영끌로 내몰리는 청년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가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낳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의 사업 계획에 대해 “제3의 기관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 없이는 대출 등 지원에 나설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3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쌍용차 발전 전략에 대한 에디슨모터스의 구상을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이라며 “자금, 기술, 비전의 실현 가능성, 관리 경영 능력 등 4개 부문에 대한 능력이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는 기술력과 사업 계획 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 회장은 “제3의 기관을 통해 불가능하다고 판정나면 회생 계획안을 떠나 발전 전략을 다시 짜든지 (인수를)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로 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를 포기하라는 차원이 아니고 어려운 기업을 되살리려면 적어도 시행 가능한 발전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월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는 여전히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전달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나도 발전 전략을 못 봤고 계획에 대한 문건도 전달받은 게 없다”고 했다.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놓고는 “담보는 자금 지원을 보완하는 수단일 뿐 담보가 있다고 해서 지원할 수 없다”며 “사업 계획이 타당하지 않으면 지원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산은이 쌍용차 자산을 담보로 7000억∼8000억 원을 대출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이날 에디슨모터스의 자회사인 에디슨EV는 코스닥 시장에서 29.85%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한편 이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빠른 결정을 주문했다. 그는 “경쟁력을 상실하고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공정위가 생각하는 소비자 복지 증진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국내 항공산업의 정상화와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조속한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NH농협은행이 예금과 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리면서 주요 시중은행 5곳 모두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연 1%로 올린 지 5일 만이다. NH농협은행은 정기예금 등 거치식 예금의 기본 금리를 0.25∼0.3%포인트 올린다고 30일 밝혔다. 정기적금 등 적립식 예금은 기본 금리를 0.25∼0.4%포인트 인상한다. 주택청약예금·부금도 0.25%포인트 올린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BNK부산은행도 이날부터 정기예금과 적금 금리를 상품별로 최대 0.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예금은 기준금리 상승 폭에 맞춰 0.25∼0.4%포인트, 적금은 그보다 높은 0.3∼0.5%포인트 올린다.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 하루 만인 26일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29일부터 최대 0.4%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대출금리는 큰 폭으로 오르지만 예·적금 금리는 그만큼 오르지 않아 ‘은행들이 과도한 폭리를 취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은행들이 발 빠르게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이번 한 번이면 되겠지.” 3년 전 여름, 군대를 제대한 이승규 씨(26)는 고민 끝에 학자금대출 신청 버튼을 눌렀다. 부모님께 손 벌릴 수 없어 대학 학과 사무실과 동네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한 달에 버는 돈은 60만 원.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취업 이후 갚는 조건으로 한 학기에 150만 원까지 생활비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대출은 올해 2월 졸업 전까지 학기마다 150만 원씩, 900만 원이 쌓였다. 지난해엔 등록금대출 200만 원까지 받아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이 씨가 들려준 ‘머니로그’(머니와 기록을 뜻하는 로그의 합친 말)는 빚으로 시작한다. 이 씨는 “취업이 잘된다”는 어른들의 추천으로 4년제 공학계열 특성화대학에 입학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일찌감치 코딩을 공부한 동기들은 정보기술(IT) 기업에 입사해 개발자로 몸값을 높이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취업준비생. 이 씨도 이제야 한 청년아카데미에서 코딩 수업을 받고 있다. “언제 취직해 학자금대출 1100만 원을 갚을지 막막합니다. 대출 금리도 오를 일만 남았네요.” 코로나19 위기 이후 청년층의 빚이 빠르게 늘면서 올해 처음 2030세대 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LTI)이 다른 연령층을 추월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2030세대의 LTI는 233.4%로 40대 이상 다른 연령층(231.3%)보다 높았다. 4년 전만 해도 200%를 밑돌던 20, 30대 LTI가 꾸준히 상승해 40대 이상을 처음 앞지른 것이다. 6월 말엔 237.3%로 40대 이상(233.4%)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생활비 마련과 ‘빚투’(빚내서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린 20, 30대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취업난이 만성화된 데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자산 가격 급등으로 기회의 사다리마저 끊긴 탓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21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에서 “세계적으로 ‘청년의 환멸(youth disillusionment)’이 단기간 내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이번 한 번이면 되겠지.” 3년 전 여름, 군대를 제대한 이승규 씨(26)는 고민 끝에 학자금대출 신청 버튼을 눌렀다. 부모님께 손 벌릴 수 없어 대학 학과 사무실과 동네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한 달에 버는 돈은 60만 원.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취업 이후 갚는 조건으로 한 학기에 150만 원까지 생활비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대출은 올해 2월 졸업 전까지 학기마다 150만 원씩, 900만 원이 쌓였다. 지난해엔 등록금대출 200만 원까지 받아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이 씨가 들려준 ‘머니로그’(머니와 기록을 뜻하는 로그의 합친 말)는 빚으로 시작한다. 이 씨는 “취업이 잘된다”는 어른들의 추천으로 4년제 공학계열 특성화대학에 입학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일찌감치 코딩을 공부한 동기들은 정보기술(IT) 기업에 입사해 개발자로 몸값을 높이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취업준비생. 이 씨도 이제야 한 청년아카데미에서 코딩 수업을 받고 있다. “언제 취직해 학자금대출 1100만 원을 갚을지 막막합니다. 대출 금리도 오를 일만 남았네요.” 코로나19 위기 이후 청년층의 빚이 빠르게 늘면서 올해 처음 2030세대 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LTI)이 다른 연령층을 추월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2030세대의 LTI는 233.4%로 40대 이상 다른 연령층(231.3%)보다 높았다. 4년 전만 해도 200%를 밑돌던 20, 30대 LTI가 꾸준히 상승해 40대 이상을 처음 앞지른 것이다. 6월 말엔 237.3%로 40대 이상(233.4%)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생활비 마련과 ‘빚투’(빚내서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린 20, 30대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취업난이 만성화된 데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자산 가격 급등으로 기회의 사다리마저 끊긴 탓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21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에서 “세계적으로 ‘청년의 환멸(youth disillusionment)’이 단기간 내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사회 첫발부터 빚투 인생”… 청년 부채비율, 중년 추월 2030세대 부채비율 올해 처음40대이상 연령층보다 높아져“기회 사다리 끊긴 환멸 세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청년들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청년들에겐 고금리 적금을 붓고 결혼을 하고 내 집을 마련하는 일종의 ‘인생 공식’이 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20, 30대는 이런 통과의례가 사치가 된 지 오래다. 코로나19 위기 1년을 버틴 청년도, 외환·금융위기 직후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과거의 청년도 “지금 젊은층의 절망감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주기로 닥친 경제위기에 20, 30대를 보냈거나 보내고 있는 8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금융·경제 활동을 기록한 ‘머니로그’(머니와 기록을 뜻하는 로그의 합친 말)를 들여다봤다.○ 입사 동기 절반 ‘중고 신입’… “월급은 다 소비” 대학 졸업을 앞둔 지난해 2월 곽모 씨(26)는 ‘최종 합격’이 적힌 메일을 처음 받았다. 1년간 30번 넘게 탈락한 끝에 얻은 결과였다. 그렇게 그는 수도권 외곽에 있는 자동차부품 회사 인사팀의 신입사원이 됐다. 서울 대학 앞 자취방을 빼고 경기 용인시의 월세 50만 원대 오피스텔도 얻었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을 돌파한 지난해 4월 초, 직원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재고가 쌓여 공장이 멈췄대. 이러다 다 잘리는 거 아냐?” 입사 두 달 만에 곽 씨는 이직을 결심했다. 회사를 다니며 다시 100여 곳에 지원하고 떨어지길 반복했다. 올해 8월 말 그는 두 번째 ‘첫 출근’을 했다. 서울 도심에 본사를 둔 5대 그룹 계열사였다. 입사 동기 6명 중 5명이 곽 씨처럼 이직한 ‘중고 신입’. 그룹 계열사 동기 100명 중 절반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기업들이 실무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우선 채용하기 때문이다. 새 직장 근처로 이사하고 싶었지만 대기업 월급으로도 괜찮은 매물을 찾을 수 없었다. 용인 오피스텔 계약을 2년 더 연장하고 지하철, 버스를 갈아타는 출퇴근에 왕복 3시간을 쏟고 있다. 곽 씨는 매달 월세와 오피스텔 보증금 대출 이자 60만 원을 빼고 남는 월급을 몽땅 쇼핑하는 데 쓴다. 저축이나 투자 계획은 없다. 그는 “굳이 돈을 모아야 한다면 차 사려고? 차는 돈 모으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으니까”라고 했다. 2008년 여름 이모 씨(40)는 곽 씨보다 한 살 많은 27세에 외국계 은행에 입사했다. 금융위기 충격으로 국내외 금융사들이 주니어 직원마저 내보내던 때였다. 인턴 9개월, 계약직 1년을 버틴 끝에 때마침 생긴 결원이 운 좋게 그의 몫이 됐다. 이 씨는 월급 절반을 은행 예·적금에 넣었다. 외환위기 전의 두 자릿수 이자는 사라졌지만 연 5%대 이자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문 닫는 은행이 나올 거라는 말이 돌았지만 1년 정도 지나자 금융업엔 다시 호황이 찾아왔다. 두 차례 회사를 옮긴 그는 현재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다. 금융자산은 10억 원이 넘는다. 이 씨는 “위기에도 기회가 온다고 믿었고 실제 기회가 찾아왔다”고 했다.○ “지금의 후배, 딸들은 뛸 기회도 없어”지난해 봄 새내기 직장인 김모 씨(28)는 서울 서대문구의 ‘청년 임대주택’을 첫 보금자리로 택했다. 교사 부모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김 씨는 서울 명문대를 졸업하기도 전에 굴지의 정보기술(IT) 대기업에 합격했다. 입사하자마자 혼자 살 집을 구하러 나섰다. 서울 마포구 원룸을 처음 보러간 날 ‘전셋값 3억 원’이라는 얘기에 좌절했다. 3개월간 원룸, 빌라 수십 곳을 둘러보다가 발을 돌렸다. “그때 깨달았죠. 아무리 기 쓰고 일해도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없다는 걸.” 보증금 4500만 원, 월세 46만 원짜리 청년임대주택은 나이 외엔 입주조건이 없었다. 대학 시절 모아놓은 돈과 석 달 치 월급, 부모님 지원금을 보태 보증금을 냈다.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날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린 김 씨는 최근 결혼도 포기했다. ‘집 없는 결혼’을 해서 아등바등 살 바엔 스스로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기로 했다. 김 씨는 “대기업에 취업해도 집 살 엄두가 안 나는데 결혼까지 굳이 해야 하느냐”며 “30년 뒤에도 지금처럼 혼자 월세를 살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회사 선배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부동산, 결혼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다문다. “부장님이 ‘돈 모아서 부동산에 올인해라’ ‘결혼해야 돈 모은다’고 하는데 황당해요. 집이 있어야 돈이 모이고, 돈 있어야 결혼하는 시대 아닌가요?” 2008년 금융회사에 입사한 한모 씨(40)는 1년 뒤 후배 직원들의 월급이 20% 삭감되는 걸 지켜봤다. 금융위기 직후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공기업과 금융권 신입사원 임금을 일괄 깎던 시기였다. 그나마 ‘집부터 사라’는 부장님의 조언 덕에 한 씨는 서울 서초구에 집 한 채를 장만했다. 결혼 후 얻은 전셋집 계약이 끝나자 대출 2억3000만 원을 끼고 4억5000만 원에 아파트를 샀다. 매달 원금과 이자가 200만 원 넘게 나갔지만 10년간 허리띠를 졸라매며 갚았고 아파트 값은 뛰었다. 한 씨는 “우리 세대는 집이든, 대출이든 먼저 깃발을 꽂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지금 입사한 후배들은 게임에 참여도 못 하는 처지”라고 했다. 임형주 씨(56)도 30대 초반의 두 딸을 보면 안쓰럽다. 1998년 외환위기로 남편 사업이 부도나 보험 영업을 시작했던 임 씨보다 자식 세대의 처지가 나아보이지 않는다. 임 씨는 “악착같이 뛰면 ‘IMF 세대’에겐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 “학자금으로 코인 투자했다가 손실” “걔 얘기 들었어? 500만 원으로 2억 원 벌었대.” 올 초 졸업을 앞둔 이승규 씨(26)는 대학 동기가 가상화폐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종일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며 면접 준비를 하는 자신이 처량했다. 수익률이 좋다는 ‘잡(雜)코인’을 찾아 학자금대출로 받은 400만 원을 넣었다. 반짝 오르던 코인이 추락하는 건 한순간. 이 씨는 손해를 보고 코인에서 손을 털었다. 김서빈 씨(24)는 고교 2학년 때부터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마치면 밤새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르바이트를 했다. 마케팅회사를 창업하겠다는 꿈 때문이다. 18세 때부터 군 전역 후까지 차곡차곡 5000만 원을 모았지만 창업자금으론 부족했다. 3년 전 김 씨는 이 돈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코스닥 종목과 테마주를 오가는 ‘단타 개미’가 됐지만 남은 건 극심한 피로와 손실뿐. 다시 밤새 책과 유튜브 채널을 보며 공부했다. “분할 매수, 분할 매도, 자산 배분.” 스스로 투자 원칙을 세우니 수익률이 오르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증시가 폭락하자 순식간에 1000만 원이 사라졌다. ‘멘붕’(멘털 붕괴)에서 벗어나 해외 주식, 달러, 채권 등으로 오히려 투자 저변을 넓혔다. 최근 인플레이션, 긴축 우려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출렁이고 있지만 올해 수익률은 15%를 웃돈다. 자동차 영업사원인 현모 씨(50)도 2년 전 다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마이너스통장으로 대출받은 2000만 원을 주식에 넣었다가 날린 지 11년 만이다. 1998년 처음 자동차 영업에 뛰어들었을 때보다 지금 더 나빠진 경기를 보며 투자에 길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급망 위기까지 겹쳐 완성차 출고가 미뤄지면서 현 씨의 수입은 거의 끊겼다. 현 씨는 “일찌감치 주식 투자를 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들에겐 이런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29일부터 은행, 증권사, 우체국 등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위치와 수수료를 스마트폰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28일 국내 38개 금융사의 ATM과 지점 관련 정보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금융 지도 서비스 ‘금융대동여지도’를 29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은행 17곳, 지역 농협·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7곳, 증권사 8곳, 밴(VAN)사 6곳이 참여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ATM과 지점의 위치, 운영 시간은 물론이고 수수료, 현금서비스, 공모주 청약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휠체어 이용 가능 등 특정 조건을 입력해 원하는 ATM이나 지점을 찾는 기능도 포함됐다. 관련 내용은 매일 한 번 자동으로 업데이트돼 최신 정보가 제공된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금융결제원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어카운트인포’를 설치하면 된다. 앱 화면에서 ‘ATM·지점 한눈에’라는 메뉴를 선택하면 현재 위치 주변의 ATM 등을 찾을 수 있다. ATM 정보만 이용하고 싶다면 ‘모바일 현금카드’ 앱을 내려받으면 된다. 한은은 “그동안 ATM, 지점 정보가 통합 관리되지 않아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이 컸다”며 “앞으로 방문 예약 서비스 등을 추가해 금융대동여지도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인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제로금리 시대’가 20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1%대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최근 3개월 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한은이 내년 1, 2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8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의 첫발을 뗀 데 이어 3개월 만에 단행된 추가 인상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올라선 것은 1년 8개월 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 금융 불균형 위험에 유의할 필요성이 여전히 높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1.5%에서 2.0%로 대폭 올렸다. 이 총재는 또 “기준금리가 1%가 됐지만 여전히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최근 물가 오름세 등이 확대되면서 실질적 완화 정도는 더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여건이 허락한다면 내년 1분기(1∼3월) 인상을 배제할 필요가 없다”며 연이은 추가 금리 인상의 뜻을 내비쳤다. 다음 금통위는 내년 1, 2월 열린다.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 상승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이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올해 1%까지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5조8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기준금리 1%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인상한 뒤 이같이 말했다. 심상찮은 물가 상승세와 불어난 가계 빚, 자산 가격 급등세 등을 감안하면 선제적인 ‘제로금리 청산’에 이어 ‘돈줄 조이기’가 더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 총재가 내년 1분기(1∼3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두세 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플레 파이터’ 나선 한은 한은이 8월에 이어 이날까지 3개월 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인플레 파이터’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8월보다 0.2%포인트 오른 2.3%로 전망했다. 내년 상승률은 1.5%에서 2.0%로 더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국제 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 압력이 다른 부문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공급 병목 현상이 길어진다면 상승 압력을 전방위로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치솟으며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꺾이지 않는 집값과 이에 따른 가계 빚 상승세도 3개월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가계부채는 9월 말 사상 최대인 1844조9000억 원으로 불어 올 1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9%가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일반인 서베이를 해보면 여전히 주택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게 남아 있다”고 했다. 미국의 빨라진 금리 인상 시계도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를 재촉하고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며칠 새 미국이 내년 2분기(4∼6월)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더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 “내년 기준금리 1.75%까지 오를 수도”국책연구기관 등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 경기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인상은 긴축이 아니라 정상화”라며 “위기 시 이례적으로 낮춘 금리는 경기 회복에 맞춰 조정하는 게 합당하다. 오래되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성장세도 견조하고 물가도 높고 금융 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상황 등이 이어지면 1분기 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내년 초 금통위는 1월 14일과 2월 24일로 예정돼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추가 인상이 어렵지 않겠냐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정치 일정이나 총재의 임기(내년 3월 말)와 결부해 통화정책에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이후에도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 사정은 다른 나라들보다 나은 수준”이라며 “현재 성장률 추세나 물가, 자산시장 상황 등을 보면 내년 말 기준금리가 1.25∼1.7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어지면 부동산시장이 숨고르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시장 위축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대출 규제, 보유세 부담 증가까지 더해져 급격한 수요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이 소수 의견으로 금리 동결을 주장해 만장일치를 이루지는 못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