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김보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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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보라 기자입니다.

purpl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미국/북미43%
국제일반11%
사고7%
중남미7%
국제정세7%
국제정치7%
인사일반7%
경제일반4%
중동4%
사회일반3%
  • 브라질 대홍수에 78명 사망…“전쟁 한 장면처럼 도시 무너져”

    브라질 남부에서 역대 최악의 홍수로 최소 78명이 숨지고 105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벌어졌다.로이터통신은 5일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州)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주 497개 도시 중 300곳 이상이 피해를 입고 약 1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브라질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1941년 대홍수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주를 관통하는 과이바강 수위가 5일 오전 8시 기준 5.33m에 이르러 1941년 당시 4.76m를 훌쩍 넘어섰다.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현재 산사태 등이 발생해 수많은 도로와 교량이 파괴됐으며, 여러 도시들이 물에 잠겨 수천 명이 고립됐다. 수력발전소 댐이 붕괴돼 많은 이들이 정전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주 민방위국은 “100만명 이상이 식수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카누나 보트를 타고 도심을 빠져나오거나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군인은 물론 시민까지 나서 환자 이송 등을 돕고 있다. 주도 포르토알레그리의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거리에는 온통 ‘도와주세요’란 말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에두아르두 레이치 히우그란지두술 주지사는 5일 “도시들이 전쟁의 한 장면처럼 무너졌다”며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이 유럽을 지원한 ‘마샬 플랜’같은 대규모 복구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해당 지역은 콩과 쌀, 밀 등을 생산하는 주요 농업지역이라 세계 곡물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글로벌 기상학자들은 이번 홍수가 기후변화로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엘리뇨’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도 세 차례나 대형 홍수가 발생했다. 브라질 환경시민단체연합의 수엘리 아라우조 공공정책조정관은 “이런 비극은 갈수록 빈번해지고 악화될 것”이라며 “보다 본질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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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수낵, ‘총선 전초전’ 지방선거 참패… 노동당 “조기 총선 실시”

    총선 전초전으로 꼽힌 2일 영국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참패하며 리시 수낵 총리(사진)가 2022년 10월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선거에서 압승한 제1야당 노동당은 기세를 몰아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했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수낵 총리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영국은 내년 1월 28일까지 총선을 치러야 한다. 수낵 총리는 “올 하반기에 실시하겠다”고만 했을 뿐 정확한 시기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언제 총선을 실시해도 보수당이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AP통신 등도 고든 브라운 전 총리(2007∼2010년 집권) 이후 14년 만에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수낵 총리는 4일 “선거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나의) 계획을 전진시키려는 결의가 두 배로 커졌다”고 밝혔으나 지도력에 적잖은 흠집이 났다. 팀 베일 영국 퀸메리대 정치학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수낵 총리는 좀비나 다름없어졌다”며 “그의 상황이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사형수의 마지막 걸음)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보수당, 단체장-지방의회 모두 참패 이번 선거는 런던 시장을 포함한 11개 광역자치단체장, 107개 지방의회 의원 2655명을 뽑는 선거였다. 4일 BBC 등에 따르면 보수당은 11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티스밸리 단 한 곳만 차지했다. 런던, 리버풀 등 나머지 10곳은 노동당이 싹쓸이했다. 보수당의 지방의회 성적 또한 처참하다. 3년 전 지방선거에서 986석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절반에 가까운 473석을 잃어 총 513석으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노동당은 185석 늘어난 1140석, 중도좌파 성향의 자유민주당도 104석 증가한 521석을 확보했다. 지방의회만 놓고 보면 보수당이 제3당으로 전락했다. BBC는 이번 선거 득표율을 전국 단위로 환산하면 보수당은 역대 최저인 25%에 그치고, 노동당은 34%가 될 것으로 봤다. 스카이뉴스 역시 이대로 총선이 치러지면 노동당이 원내 1당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보수당의 위기는 2016년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폭풍을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쳤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사퇴 후 줄곧 당내 분열과 혼란에 직면했다. 2022년에는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현 수낵 총리까지 한 해에만 총리가 3번 바뀌었다. 최초의 인도계 총리 겸 비(非)백인 총리로 주목받았던 수낵 총리는 특히 정국 혼란에 더해 경제난을 수습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고물가가 고착화했고 브렉시트로 동유럽의 값싼 노동력과 상품이 들어올 길도 차단됐다. 이에 따라 경제도 지난해 3, 4분기에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졌다. 그는 난민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이송하는 정책으로 노동당의 비판을 받았다. 2009년 이후 출생자를 ‘비흡연 세대’로 만드는 법안을 추진해 당내 강경파와 척을 지는 등 안팎으로 고전하고 있다. BBC는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뽑은 유권자 26%가 노동당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했다.● 첫 ‘3선 런던시장’ 사디크 칸도 주목 노동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현재로선 키어 스타머 대표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사상 첫 3선 런던시장에 오르며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파키스탄계 사디크 칸 시장(54)도 노동당 대표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립 초등학교 무상급식 등을 공약한 칸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43.7%를 얻어 보수당의 수전 홀 후보(32.7%)를 제쳤다. 칸 시장은 버스 기사 아버지와 재봉 일을 하는 어머니를 둔 ‘흙수저 정치인’이다. 앞서 존슨 전 총리가 재선 런던시장을 지낸 후 총리가 된 모델도 있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반(反)이민 등 우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거부하겠다”며 좌파 선명성을 강조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에 미온적인 스타머 대표와 달리 무슬림인 그는 노동당 주요 정치인 중 최초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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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낵 英총리, ‘총선 전초전’ 지방선거서 참패…집권 후 최대 위기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총선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2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2022년 10월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선거에서 압승한 제1야당 노동당은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며 그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도 그의 지도력에 불만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영국 총선은 내년 1월 28일까지 치러져야 하며 총리가 총선일을 앞당길 수 있다. 수낵 총리는 수 차례 “올 하반기에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확한 시기는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분위기라면 언제 총선을 실시해도 보수당이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소속 고든 브라운 전 총리(2007~2010년 집권) 이후 14년 만에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분석했다. 수낵 총리는 4일 “총선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나의) 계획을 전진시키려는 결의가 두 배로 커졌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지도력에 적잖은 흠집이 난 상태다. 정치평론가인 팀 베일 영국 퀸메리대 정치학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그의 상황이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사형수의 마지막 걸음)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보수당, 광역자치단체장-지방의회 모두 참패이번 선거는 런던 시장을 포함한 11개 광역자치단체장, 107개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 2655명을 뽑는 선거다. 4일 BBC 등에 따르면 보수당은 11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티스밸리 단 한 곳만 차지했다. 런던을 포함한 나머지 10개 지역은 노동당이 싹쓸이했다.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2021년 치러졌던 직전 지방선거 때는 8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노동당이 6곳, 보수당이 2곳을 차지했다. 이번에 3개 선거구가 늘어나 총 11개가 됐는데 보수당은 기존 2곳 중에서도 1곳을 잃었고 신설 선거구 또한 모조리 노동당에 내준 것이다.보수당의 지방의회 성적 또한 처참하다. 3년 전 986석을 얻었지만 이번에 473석을 잃어 노동당, 극우 자유민주당보다 적은 513석만 얻었다. 같은 기간 노동당 의석은 185석 늘어난 1140석, 자유민주당 또한 104석 증가한 521석을 확보했다. 즉 지방의회에서 보수당은 제3당에 불과한 처지다. BBC는 이번 지방선거 득표율을 전국 단위로 환산하면 보수당은 역대 최저인 25% 득표율에 그치고 노동당은 34%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수당의 위기는 2016년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폭풍을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쳤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사퇴 후 줄곧 당내 분열과 혼란에 직면했다. 2022년에는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현 수낵 총리까지 한 해에만 총리가 3번 바뀌었다. 최초의 인도계 총리, 최초의 비(非)백인 총리로 주목받았던 수낵 총리 또한 정국 혼란과 경제난을 수습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고물가가 고착화했고 브렉시트로 동유럽의 값싼 노동력과 상품이 들어올 길도 차단됐다. 이에 따라 경제도 지난해 3, 4분기에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졌다. 그러자 경제난에 실망한 상당수 지지층이 노동당으로 옮겨갔다. 기존 핵심 지지층이었던 일부 백인 장노년층은 보수당보다 더 강경한 극우 노선을 천명한 자유민주당으로 갈아탔다.● 첫 3선 런던 시장 사디크 칸도 주목 노동당이 하반기 중 치러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현재로선 키어 스타머 현 대표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사상 첫 3선 런던 시장에 오른 파키스탄계 사디크 칸 시장(54)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버스 운전기사와 재봉 일을 하는 어머니를 둔 ‘흙수저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존슨 전 총리 또한 재선 런던 시장을 지내며 전국적 인지도를 높인 후 총리가 됐다.칸 시장은 2일 선거에서 43.7%를 얻어 보수당의 수전 홀 후보(32.7%)를 제쳤다. 승리 연설에서 “반(反)이민 등 우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을 거부하겠다”며 좌파 노선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에 미온적인 스타머 대표와 달리 무슬림인 그는 노동당 주요 정치인 중 최초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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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유대주의 금기 깬 美청년들 반전시위… 美대선 태풍의 눈으로

    미국 대학가에 들불처럼 번진 중동전쟁 반대 시위가 11월 미 대선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애초 이 시위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낳는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과 그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반대로 시작됐다. 하지만 서구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반(反)유대주의와 미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등 폭발력이 큰 이슈와 맞물리며 낙태권, 불법 이민자 문제에 이어 표심을 가를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대인을 혐오하는 반유대주의에 대해선 비판하면서도 반전 시위 등 사태 전반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청년층을 옹호하려니 대선을 앞두고 부(富)와 영향력을 지닌 유대계 유권자와 척을 져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를 노려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경 진압론을 내세우며 바이든 대통령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능한 지도자’로 몰아붙이고 있다. ● “반유대주의” vs “표현의 자유 억압” 야당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 하원은 1일(현지 시간) 반전 시위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에 맞서 ‘반유대주의 인식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부정하거나 이스라엘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반유대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이 과반을 점한 상원에서도 이 법안이 통과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당국은 시위대를 반유대주의 행위로 처벌하고, 시위를 방치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전통 지지층인 청년층과 유대계 표심을 놓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상원에서 이 법안이 채택될지는 불투명하며, 백악관의 입장도 아직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반유대주의를 규탄한다”는 원론적 발언을 한 뒤 10일간 침묵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이 1일 “대통령이 (시위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밝힌 것이 고작이다. 시위대는 이런 그를 ‘제노사이드 조(Genocide Joe·대량학살자 조)’라고 비판한다. 미 조지워싱턴대에서 시위에 참가 중인 미리엄 림 씨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대량학살과 이를 지원하는 ‘제노사이드 조’를 비판하는 것이지 반유대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홀로코스트 기념관 주최 행사에서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연설이 시위대의 분노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미국에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1일 시위대를 ‘성난 미치광이(raging lunatics)’라고 지칭하며 “모든 대학 총장들은 즉시 농성장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1968년 사태 재연될까’ 우려 바이든 대통령이 옴짝달싹 못 하며 시위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가 집권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해 대선 패배를 부른 1968년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반전 시위대는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 거센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휴버트 험프리 대선 후보의 지명 수락 연설 직전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이 장면이 생중계되며 험프리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했고, 결국 대선에서도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에게 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청년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지 못하더라도 1968년의 재앙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는 8월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린다. 그렇다고 시위 열기를 꺼뜨리기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서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든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백악관이 정답이 없는 기말고사에 직면했다”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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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학 최소 32곳서 반전시위… “21세기 최대 학생운동”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학생 108명이 연행되며 본격화된 대학가의 중동전쟁 반대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2일 기준 체포된 시위 참가자가 1600명을 넘어섰다. 당국이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시위가 되레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ABC뉴스 등은 아예 ‘21세기 최대 학생운동’으로 논평했다. 미 당국은 현재 미 전역에 있는 대학 캠퍼스 최소 32곳에서 반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집계했다. 북동부 뉴욕주와 코네티컷주, 중부 미주리주, 남부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 북부 위스콘신주,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 등에서 모두 시위가 한창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이후 현재까지 미 전역에서 1600여 명이 체포됐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뉴욕의 컬럼비아대, 뉴욕시립대에서만 약 30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의 강제 해산 등으로 시위가 격화되면서 유혈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경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는 검은 옷에 흰 마스크를 착용한 반(反)팔레스타인 시위대 200명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 캠프를 습격했다. 이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자 양 진영 간의 주먹다짐이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의 일원인 마리 살렘 씨(28)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를 습격한 사람들이 곰 퇴치용 스프레이를 뿌렸고, 나무로 만든 창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수 시간 동안 진행된 양측의 난투극은 1일 오전 2시경 경찰, 학교 경비대원 등에 의해 간신히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5명이 다쳤으며 1명이 입원했다. 2일 이 학교에는 경찰이 진입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위스콘신주 매디슨위스콘신대에서도 1일 34명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대는 캠퍼스 내에 텐트를 설치하며 버텼고, 경찰이 이를 철거하자 양측의 몸다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최소 4명의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다. 로버트 코헨 뉴욕대 교수는 1일 ABC뉴스에 이번 시위를 “21세기 최대 학생운동”으로 규정했다. 컬럼비아대 2학년생으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캐머런 존스는 NBC뉴스에 “우리를 탄압하려는 시도는 우리의 결의만 강화시킬 뿐”이라며 당분간 시위를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를 보는 미국 내 여론은 팽팽히 갈리고 있다. 기성세대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겪었던 유대계를 현재 그들이 누리는 부(富)와 권력에 관계없이 ‘피해자’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제2차 세계대전 전인 1942년 출생한 조 바이든 대통령 또한 이런 시각에서 무관하지 않다. 집권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바이든 대통령이 청년 유권자가 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는 이유다. 반면 젊은층은 “부유한 유대계가 권력과 영향력으로 다른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억압한다. 팔레스타인은 분명한 약자”라고 보는 시각이 짙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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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1600명 체포… 美 반전 시위 진압 과정서 부상자 속출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학생 108명이 연행되며 본격화된 대학가의 중동전쟁 반대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2일 기준 체포된 시위 참가자가 1600명을 넘어섰다. 당국이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시위가 되레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ABC뉴스 등은 아예 ‘21세기 최대 학생운동’으로 논평했다.미 당국은 현재 미 전역에 있는 대학 캠퍼스 최소 32곳에서 반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집계했다. 북동부 뉴욕주와 코네티컷주, 중부 미주리주, 남부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 북부 위스콘신주,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 등에서 모두 시위가 한창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이후 현재까지 미 전역에서 1600여 명이 체포됐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뉴욕의 컬럼비아대, 뉴욕시립대에서만 약 30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경찰의 강제 해산 등으로 시위가 격화되면서 유혈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경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에서는 검은 옷에 흰 마스크를 착용한 반(反)팔레스타인 시위대 200명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 캠프를 습격했다. 이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자 양 진영 간의 주먹다짐이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의 일원인 마리 살렘 씨(28)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를 습격한 사람들이 곰 퇴치용 스프레이를 뿌렸고, 나무로 만든 창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수 시간 동안 진행된 양측의 난투극은 1일 오전 2시경 경찰, 학교 경비대원 등에 의해 간신히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5명이 다쳤으며 1명이 입원했다.위스콘신주 매디슨위스콘신대에서도 1일 34명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대는 캠퍼스 내에 텐트를 설치하며 버텼고, 경찰이 이를 철거하자 양측의 몸다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최소 4명의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다.로버트 코헨 뉴욕대 교수는 1일 ABC뉴스에 이번 시위를 “21세기 최대 학생운동”으로 규정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얼마나 더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도 했다. 컬럼비아대 2학년생으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캐머런 존스은 NBC뉴스에 “우리를 탄압하려는 시도는 우리의 결의만 강화시킬 뿐”이라며 당분간 시위를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이번 사태를 보는 미국 내 여론은 팽팽히 갈리고 있다. 기성세대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겪었던 유대계를 현재 그들이 누리는 부(富)와 권력에 관계없이 ‘피해자’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제2차 세계대전 전인 1942년 출생한 조 바이든 대통령 또한 이런 시각에서 무관하지 않다. 집권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바이든 대통령이 청년 유권자가 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는 이유다.반면 젊은층은 “부유한 유대계가 권력과 영향력으로 다른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억압한다. 팔레스타인은 분명한 약자”라고 보는 시각이 짙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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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표심 급한 바이든, ‘대마’ 규제완화 추진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마리화나(대마)를 해열제 ‘타이레놀’과 동급 약물로 재분류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미 보건복지부(HHS)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DEA 상위 기관인 법무부는 백악관에 대마 규제 완화를 공식 권고했다. “미 마약 정책의 역사적 전환점”이란 평가와 함께 조 바이든 행정부가 11월 대선에서 청년층 등의 표심을 노린 정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DEA는 지난달 30일 “의료 목적의 대마 사용을 인정하고 다른 위험 약물보다 남용 가능성이 적다는 HHS의 권고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법무부의 권고대로 약물 등급 재조정이 확정되면 마리화나는 코데인 성분이 든 타이레놀 계열 해열제나 마취성 물질인 케타민,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3등급 약물로 분류된다. DEA는 약물을 중독·남용 위험도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하는데, 대마는 1970년부터 헤로인 등과 함께 가장 위험한 1등급이었다. AP통신 등은 “미국 마약 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며 “최종 확정되면 미 전역에서 대마 접근성이 높아지고, 합법적인 대마 시장이 발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리화나는 연방법에 의거해 여전히 규제 대상이지만 대다수 주에서 대마초의 소지나 유통에 대한 형사처벌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해 350억 달러(약 49조 원)의 매출을 올린 합법 대마 산업이 2030년 7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마리화나 규제 완화가 대선에서 젊은층의 표가 절실한 바이든 대통령을 위한 ‘맞춤 정책’이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은 “수많은 청년이 대마 소지로 과도한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2022년 10월 법무부에 대마의 약물 등급 재검토를 지시했으며, 당시 단순 소지 혐의로 처벌받은 6500명을 사면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응답자의 70%가 마리화나 합법화에 우호적이었다. 1월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서도 18∼24세 유권자의 65%가 재분류에 찬성했다. 미국은 현재 38개 주에서 마리화나의 의료 목적 사용을 허가하고 있으며, 그중 24개 주는 대마초 소지를 합법화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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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아름답지만 쓰러질 수 있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시작을”[지금, 이 사람]

    “인생은 아름답지만 언제든 지치고 쓰러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넘어질 때마다 다시 시작하고, 분노를 희망으로 바꾸는 겁니다.” 재임 시절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89)이 최근 자신의 식도암 투병을 공개하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4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주 건강검진에서 식도암 진단을 받았다”며 “20년 이상 자가면역 질환을 앓아와 현재 몸 상태가 심각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과거에도 저승사자가 침대 주변까지 다가온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엔 저승사자가 확실히 ‘큰 낫’을 가지고 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우루과이 군사독재 시절 총을 들고 게릴라로 활동한 ‘좌파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폭력적일 거란 우려와 달리 정치에 뛰어든 뒤엔 협치를 바탕으로 중도좌파연합인 광역전선(FA) 대선주자로 나서 201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재임 때도 이념에 기반한 정책보단 경제 발전과 불평등 해소에 주력해 빈곤율을 40%에서 11%로 낮췄다. 우루과이는 무히카 대통령 시절 낙태 처벌을 금지하고, 남미에서 두 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특히 그는 검소한 행보로 화제를 모았다. 대통령 월급의 약 90%를 기부했으며, 20년 넘은 낡은 소형차를 타고 다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대통령궁은 노숙자 쉼터로 내주고, 자신은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의 허름한 집에서 출퇴근했다. 국민들에게 ‘페페(Pepe·호세의 스페인식 애칭)’라고 불렸던 무히카 전 대통령은 퇴임 때 지지율이 65%로 당선 당시(52%)보다 오히려 높았다. 퇴임 뒤엔 상원의원을 지내다가 2020년 정계를 떠났지만, 여전히 우루과이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인생을 관통하는 근사한 어록으로도 회자된다. 자신의 가난엔 “삶엔 가격 라벨이 붙어 있지 않다”고 했으며, 정치에 대해선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권력자의 참모습만 드러낼 뿐”이라고 했다. 환경 파괴에 대해 “우린 숲을 파괴하고 익명의 콘크리트 숲을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우루과이는 2019년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PN) 소속 루이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이 당선돼 1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올 10월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4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FA가 45%의 지지율로 PN(32%)을 앞서고 있어 다시 좌파가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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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로 질주 美경제 덮친 ‘S공포’… 고물가속 성장률 쇼크

    ‘나 홀로 질주’를 이어가던 미국 경제가 25일(현지 시간) 예상보다 저조한 1분기(1∼3월)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와중에 1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경제가 강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며 일시적 둔화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미 채권시장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71%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성장과 고물가가 겹치면서 11월 미 대선 전까지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률 쇼크에 유가 102달러 전망 미 상무부는 이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1.6% 증가(연율)했다고 밝혔다. 월가 전망치(2.4%)를 대폭 밑돌았을 뿐 아니라 지난해 4분기(3.4%)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 2분기에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3분기에 플러스(+)로 반등했고 이후 6개 분기 연속 2, 3%대 성장률을 이어갔지만 이번에 1%대로 떨어졌다. 1분기 소비 지출 또한 2.5%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4분기(3.3%)보다 낮았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주춤해진 것이다. 이 와중에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3.4%로 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았다. 지난해 4분기(1.8%)의 두 배에 가깝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값을 제외한 1분기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 또한 3.7%로 시장 전망치(3.4%)를 웃돌았다. 26일(현지 시간) 발표된 3월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시장 전망치(2.7%)를 상회하는 등 미 물가에 적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전쟁의 장기화,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등으로 유가 상승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날 세계은행 또한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에서 추가 분쟁이 발생하면 현재 배럴당 80달러대인 국제 유가가 102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멀어지는 금리 인하 올해 초만 해도 연준이 연내 최소 6번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월가는 많아야 한두 차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꿈이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로 미 경제가 서서히 둔화할 것이란 ‘연착륙’(소프트랜딩·soft landing) 기대 또한 줄어들고 있다. 그 대신 ‘경착륙’(하드랜딩·hard landing)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1월 대선에서 겨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경제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 측은 성장률 발표 직후 “스태그플레이션이 확산되면서 열심히 일하는 미 중산층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미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고 있다고 반박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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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의 기적’ 숨진 엄마 뱃속서 살아남은 아기, 출생 5일 만에 숨져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의 임산부를 어머니로 뒀으며 어머니가 공습으로 숨진 후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나 ‘가자의 기적’으로 불렸던 1.4kg의 여자 아기 사브린 알 루가 출생 5일 만에 숨졌다. ‘루’는 아랍어로 ‘영혼’을 뜻한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루가 있던 가자지구 에미레이트 병원 관계자는 25일(현지 시간) 아기가 숨졌다고 밝혔다. 그간 루를 돌봤던 의사 모하메드 살라메 씨는 루가 태어날 때부터 호흡기 질환이 있었고 면역 체계 또한 극히 약했다며 “모든 의사들이 힘을 합쳐 노력했지만, 루가 세상을 떠났다.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루의 어머니인 사브린 알 사카니 씨는 20일 라파 일대에 가해진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습으로 숨졌다. 사카니 씨의 남편, 두 사람의 네 살 첫째 딸을 포함해 총 19명이 숨졌다.사카니 씨는 사망 당시 임신 30주차였다. 응급대원들은 사카니 씨의 시신을 속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했다. 엄마 배 속에 있던 루는 1.4kg에 불과했다. 당시 의료진들은 루의 입에 공기를 불어넣고 가슴을 두드리는 등 혼신의 응급 조치를 취했다. 간신히 그를 살렸지만 안타깝게도 5일 밖에 생존하지 못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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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식당직원 이직까지 막은 ‘비경쟁 계약’ 금지… 재계 “소송 불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근로자의 동종업계 이직을 가로막는 ‘비경쟁 계약(noncompete agreement)’을 금지하는 새 규정을 23일 제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180일 후인 10월부터 이 규정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3000만 명의 자유로운 이직이 가능해졌다. 기업들은 “영업 기밀 보호” 등을 내세워 소송 등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인이 새 직업을 갖고, 새 사업을 시작할 자유를 보장하겠다.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를 뺏는 것은 다른 자유도 뺏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경쟁 계약은 통상 금융업계 종사자,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 고소득 전문인력의 독점 기술 및 영업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를 어기면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어내야 해 근로자의 이직 자유를 침해하고 창업 및 급여 인상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식당 종업원, 패스트푸드점 직원, 미용사, 바텐더처럼 영업 기밀과 큰 관계가 없는 저임금 노동자까지 포함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미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 단체는 “FTC가 비경쟁 계약을 금지할 법적 권한이 부족하다”며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독점 기술과 영업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비경쟁 계약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래야 노동자의 교육 및 훈련에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이 FTC의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국정연설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비경쟁 계약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도 “노동자는 자신이 누구를 위해 일할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반겼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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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 송환’ 르완다법, 英의회 통과… 인권단체 “인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불법이민자 르완다 이송 계획(르완다 모델)’ 법안이 약 2개월 간의 공방 끝에 결국 의회 문턱을 넘었다.23일(현지 시간) 공영방송 BBC 등에 따르면 영 상원은 이날 하원에서 보낸 해당 법안을 더는 수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르완다 모델은 영국으로 들어온 불법이민자들이 망명 신청을 하면 르완다로 보내는 방식이다. 대신 영국은 르완다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수낵 총리는 이 법안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위법으로 판결하며 제동이 걸렸다. 불법이민자들이 르완다로 가게 되면 본국으로 다시 송환돼 학대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수낵 총리는 르완다를 안전한 국가로 규정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살짝 재수정한’ 법안을 밀어붙였다.수낵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법안 통과를 확신하며 “첫 번째 항공편은 10∼12주 뒤쯤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내무부는 법적 이의를 제기할 위험이 가장 적은 이민자 350명을 이미 추려놓은 상태다.최근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불법이민자 급증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영국으로 오는 불법이민자는 2019년 299명에서 2022년 4만5774명으로 늘어났다. 올 1분기만 따져도 4644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때문에 총리직을 맡으며 “이민자 보트를 멈추겠다”고 자신했던 수낵 총리에게 현 상황은 심각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올 가을 총선을 앞둔 수낵 총리에게 르완다 모델은 ‘정치적 생존’이 걸린 이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집권 보수당은 해당 법안의 통과가 야당 노동당에게 지지율이 20%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는 현 상황을 바꿀 계기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 방송 CNN 등은 “법안 통과를 수낵 총리의 정치적 승리가 되어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실제로 영국은 유럽인권협약(ECHR) 서명국이기 때문에, 르완다 모델이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법적 제제를 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유럽인권재판소는 “르완다 모델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경고한 바 았다. 때문에 보수당 내 일각에선 ECHR 탈퇴 주장도 나오고 있어, 집권당 분열 등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르완다 모델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지금까지 관련 정책에 2억2000만 파운드(약 3750억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르완다 모델이 본격적으로 실현되면 비용이 6억 파운드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여야 모두에게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안팎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영국 인권단체들은 이날 “의회의 결정은 ‘난민의 외주화’로 인한 인권 침해이자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와 리버티 등도 “영국 정부는 망명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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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타냐후, 이란 대신 라파 때리기… “인질 구출” 지상군 투입 임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며칠 안에 하마스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겠다”고 21일 밝혔다. 피란민이 밀집돼 있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날 것을 우려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한 만류에도 가자지구 남부의 거점도시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정권이 미국의 강한 반대에 ‘숙적’ 이란과의 확전을 자제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만만한 상대로 여겨지는 하마스와의 전쟁에 사활을 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쟁 장기화와 인질 구출 지연으로 벼랑 끝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지지 기반인 극우 세력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하마스 공세라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추가로 희생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으로 애꿎은 가자지구 주민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진단한 이유다.● 네타냐후 “라파 지상전 강행” 시사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고대 유대민족의 애굽(옛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월절’맞이 대국민 연설에서 “하마스가 우리의 모든 인질 석방 제안을 거절했다”며 “며칠 안에 하마스를 고통스럽게 타격하겠다. 인질 구출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우리 민족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과거 이집트 통치자 파라오가 유대 노예들을 가두고 풀어주지 않았던 상황을 현재 하마스의 인질 억류에 빗댄 것이다. 라파 지상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같은 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남부사령부의 새 전투 계획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최소 4개 하마스 여단과 수뇌부가 라파 일대에 있는 만큼 반드시 이 지역에서 소탕 작전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에겐 라파 지상전이 이란과의 전면전을 강하게 반대하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국내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아랍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는 이란 공격을 실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이 라파 군사작전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18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19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애초 계획보다 축소된 수준이라고 22일 전했다. 당초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등을 타격하려 했으나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만류로 무인기(드론) 공습 등에 그쳤다는 것이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 또한 상승세다. 20일 현지 매체 채널13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장 총선을 실시한다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예상 의석이 전체 120석 중 51석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조사(41석) 때보다 10석 늘었다.● 폭격으로 숨진 엄마 배에서 태어난 아기 라파 주민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전 개시에 앞서 연일 공습을 강화하고 있는 탓이다. 20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임신 30주차였던 라파 주민 사브린 알 사카니 씨가 숨졌다. 응급대원들은 그의 시신을 속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했다. 엄마 배 속의 여자 아기는 1.4kg으로 작게 태어나 현재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다. 아기 이름은 숨진 엄마의 이름을 따서 사브린 알 루로 지었다. 이날 공습으로 사카니 씨의 남편, 두 사람의 네 살 첫째 딸을 포함해 총 19명이 숨졌다. 현지 의사 모하마드 살라메 씨는 “최대 비극은 이 아기가 생명을 건지긴 했지만 부모를 모두 잃었다는 사실”이라고 AP통신에 개탄했다. 하마스 측 가자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6개월간 가자에서만 3만4000여 명이 숨졌다. 이 중 3분의 2는 여성과 어린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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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스라엘 군부대 수일내 제재… ‘팔 인권 유린’ 혐의”

    서로 본토를 공격한 이스라엘과 이란의 재충돌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등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잇달아 제재 방침을 밝혔다. 미국 등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면서도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20일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며칠 내에 이스라엘군 ‘네차 예후다’ 대대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가 이스라엘 군부대에 제재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재가 단행되면 해당 부대와 부대원들은 무기나 자금 등 미군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네차 예후다는 초정통파 유대교도로 구성된 특수부대다. 다른 부대가 받지 않는 젊은 급진 우파 정착민들을 수용하는 역할을 한다. 해당 부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2년 1월엔 미국계 팔레스타인인 오마르 아사드(당시 80세)가 네차 예후다 대대에 체포된 뒤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해당 부대는 지난해 1월 이스라엘 북부 골란 고원으로 주둔지를 옮겨갔다. EU도 19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이유로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처음으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레하바, 힐톱유스 등 급진적 유대 근본주의 단체 2곳과 이스라엘인 4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EU 회원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EU 여행도 금지된다. EU 이사회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행위 등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역시 레하바 설립자인 벤치 고프스테인에 대한 제재를 19일 발표했다. 고프스테인은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의 고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20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습을 재개해 어린이 6명을 포함해 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라파에서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격퇴 작전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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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럼비아대 총장 “반유대주의 교수, 책임져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명문 사립대)가 반(反)유대주의 논쟁에 휩싸인 가운데 컬럼비아대 총장도 관련 의회 청문회에 섰다. 앞서 반유대주의 타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사임하는 사태가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컬럼비아대 총장은 팔레스타인을 응원하는 대표적 슬로건인 ‘강에서 바다까지(from the river to the sea)’를 “위험하다(hurtful)”라고 답해 논란을 빚었다. 미노슈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사진)은 17일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 발언을 하는 교직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마스 지지를 표현했던 객원교수는 다신 우리 대학에서 일하지 못한다”며 “심사 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반유대주의 성향의 교직원은 앞으로 채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샤피크 총장은 이날 지난해 12월 하버드대 총장 등을 대상으로 한 의회 청문회에서 나왔던 ‘유대인 학살 등을 외친 학생들이 대학 윤리강령 위반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같은 질문에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등이 모호하게 답변한 뒤 비난에 시달리다 잇달아 사임했다. 그는 컬럼비아대가 유대인 폭력을 지지하는 온상이 됐다는 지적에도 “학생 15명이 정학 처분을 받았고, 교수 5명이 강의에서 배제되거나 해임됐다”고 강조했다. 샤피크 총장은 ‘강에서 바다까지’ 슬로건도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슬로건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어디서건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뜻으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 사이에 널리 쓰인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이를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에 있는’ 이스라엘을 몰아내겠다는 폭력적 문구로 본다. 다만 해당 표현을 쓰는 게 대학 윤리강령 위반인지는 답을 회피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반유대주의와 관련해 수십 개 대학이 조사를 받고 있다”며 “지난 몇 달 사이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강력한 조치를 주저하던 대학들의 접근 방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고 평했다. 아이린 멀비 미 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이런 청문회는 ‘매카시즘 2.0’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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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이란에 보복 준비… 美, 강력 제동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현지 시간) 이란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최대 우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번지는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의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어 대응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이란의 공격에 신속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의 보복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이란 군 기지 등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란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민간인 대상이 아닌 군사시설 위주로 공습해 상징적 효과만 노리는 일종의 타협책을 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양측의 적대 행위가 최소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이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즉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와 “숨 고르기”를 주문하는 의견이 엇갈려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할 때”라며 보복 자제를 강하게 촉구했다.美 만류에도… 이스라엘 강경파 “‘뱀 대가리’에 느슨한 대응 안돼” [이란-이스라엘 충돌]전시 내각 ‘반드시 대응’ 공감대… WSJ, 구체적 보복 시점까지 거론재보복땐 전면전 확대 가능성… 전문가 “군사시설 위주 공격” 점쳐美의식 헤즈볼라 공격으로 틀수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질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이스라엘에 쏠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보복 공격의 시기와 강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란의 공습이 끝난 14일(현지 시간) 오후 열린 전시내각 회의에서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서구 언론은 ‘이르면 15일’이라는 구체적인 보복 시점까지 거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석방 협상 교착 등으로 인해 거센 사임 압박에 직면해 있다. 그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이란에 대한 보복으로 ‘강한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려 할 수 있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전쟁 확전이라는 악재를 피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인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는 게 변수다.● “치명적 공격 필요” vs “즉각 보복에 반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대다수는 이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극우 성향이 강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14일 “(이란에 대한)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억지력을 구축하려면 때로 미쳐 날뛸 필요도 있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극우 인사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대응을 주저하면 실존적인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수차례 네타냐후 정권의 극우 행보에 우려를 표했던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도 미 CNN 방송에 “이란은 자유세계의 모든 가치를 말살하려는 악의 제국”이라며 “상응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정 내 온건파로 꼽히는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장관 역시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뱀의 대가리(이란)’에 느슨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고 가세했다. 반(反)이스라엘 성향의 중동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는 이란을 ‘뱀의 대가리’로 칭한 것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의 실각 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야권 인사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즉각 보복에 반대했다. 타미르 헤이만 전 군사정보국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간은 우리 손에 있다”며 이란의 공격을 두고 쏟아진 전 세계 비판 여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이란 군사시설 타격 가능성 중동전쟁 확전의 열쇠를 쥔 이스라엘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정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란에 대한 대규모 재보복에 나선다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영국 BBC 방송의 제러미 보언 국제 에디터는 “이스라엘이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공격 때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보복 또한 민간인 피해가 없는 군사시설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 군사기지, 정부 건물 등을 공격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알자지라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 대신 이란의 후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무장단체에 대한 공격으로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반대를 의식해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취지다.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하면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직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보복 시점과 규모를 고려할 수 있지만 결국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은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이란의 공격이 네타냐후에게 절호의 기회를 줬다”고 진단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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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보복 공격에 美대선도 ‘소용돌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장 피하려 했던 시나리오가 발생했다.”(미 CNN방송) 13일 밤, 14일 새벽(현지 시간)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은 11월 미 대선 구도에 작지 않은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이란의 이스라엘 선박 나포를 보고받은 뒤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별장에서 바로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이날로 191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집권의 최대 위협 요인 중 하나였다. 이에 확전을 막으려 안간힘을 써 왔던 상황에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때 ‘외교의 달인’으로 불리며 외교만큼은 합격점을 받아 왔지만 전쟁 장기화로 인해 자국 내 기류가 심상치 않아졌다. 특히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및 구호단체의 희생이 늘며 그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이슬람계 유권자 등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민심 이반이 두드러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7∼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에 그쳤다.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유약한 지도력 탓”이라며 맹공했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우리(미국)가 드러낸 나약함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오늘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물론이고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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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뉴욕에 첫 프로축구 전용구장 생긴다

    미국 뉴욕에 사상 처음으로 프로축구 전용구장이 들어선다. 미 ABC방송 등은 12일(현지 시간) “뉴욕시 당국은 전날 미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욕시FC의 신축 경기장 건립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경기장은 7억8000만 달러(약 1조803억 원)를 들여 2027년까지 약 2만5000석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경기장이 들어설 장소는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의 안방구장인 시티필드 인근 퀸스 윌레츠포인트다. 원래 자동차 정비소 등이 밀집한 곳이었으나, 뉴욕시는 경기장 신축과 함께 이 일대를 주거 및 교육, 쇼핑 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많아 개발 효과를 누릴 거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뉴욕시FC는 그간 전용구장이 없어 시티필드나 뉴욕 양키스 안방구장인 양키스타디움을 빌려서 경기를 치러 왔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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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日정상 ‘봄의 하사품’ 만찬… 日 상징 벚꽃 활용 장식

    “벚꽃이 만발한 ‘봄의 하사품(bounty of spring)’ 만찬을 차려낸다.” 1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 공식 만찬은 양국의 굳건한 동맹을 과시하듯 화사한 봄기운을 테마로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가 ‘봄의 하사품’이라 이름 지어 미리 공개한 만찬장도 일본 국화이자 미일 우호의 상징인 벚꽃이 가득한 정원처럼 꾸며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이 1912년 벚나무 3000그루를 선물한 뒤 워싱턴은 세계적인 벚꽃 명소가 됐다”고 부연했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물한 목록에도 왕벚나무 묘목이 포함됐다. 질 여사도 기시다 총리의 부인 유코 여사에게 지난해 봄 백악관 정원에 두 사람이 함께 심은 왕벚나무의 그림 등을 선물했다. 만찬 메뉴로는 일본 요리사가 캘리포니아에서 개발했다는 캘리포니아롤과 일본식 꽈리고추를 가미한 립아이 스테이크, 녹차로 풍미를 더한 벚꽃 장식 케이크(사진) 등이 제공된다. 이날 만찬은 전설적인 포크록 가수 폴 사이먼의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명곡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 등으로 유명한 듀오 사이먼&가펑클은 기시다 총리와 질 여사가 젊은 시절부터 좋아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뒤 돈 매클레인이 친필 서명한 기타를 받았던 윤석열 대통령처럼, 기시다 총리는 가수 빌리 조엘의 사인이 들어간 석판화와 LP판 세트를 선물받았다. 올 1월 일본 도쿄돔에서 공연했던 조엘은 일본인들이 비틀스만큼 사랑하는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양국 정상 부부는 두 나라에서 사랑받는 수국으로 꾸며진 길을 산책하며 공식 일정을 마무리할 것”이라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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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토믹스’ 등 한식당 7곳, 뉴욕 100대 레스토랑에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4년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곳’에 한식당 7곳이 선정됐다. NYT는 7일(현지 시간) 신문에 뉴욕 일대의 레스토랑 순위를 게재하며 4위에 한식당 ‘아토믹스’를 올렸다. 아토믹스는 미국 현지에서 채취한 쑥 등 새로운 식재료를 사용하고 한국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식기로 도자기, 젓가락 등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아토믹스는 경희대 조리학과 출신 박정현 셰프(40)가 아내 박정은 씨(40)와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미슐랭 2스타 식당에 선정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박 셰프는 이번에 순위에 오른 또 다른 한식당 ‘아토보이’도 운영하고 있다. 16위, 30위에는 각각 ‘제주누들바’와 ‘아토보이’가 올랐다. 이 외 ‘옥동식’(40위), ‘윤해운대갈비’(52위), ‘오이지미’(77위), ‘마포코리안BBQ’(91위) 등이 100위 안에 들었다. ‘아토보이’ ‘옥동식’ ‘오이지미’는 올해 처음 100대 식당 명단에 진입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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