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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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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칼럼100%
  •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다베니 교수 “변화가 두려운가? 당신이 폭풍의 눈이 돼라”

    “불확실한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어떻게 내가 불확실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 “좋은 전략을 고민하기 전에 나쁜 전략을 만드는 습관부터 버려라.” 11일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에 연사로 나선 해외 석학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의 대응법’이란 주제에 대해 기존 경영학 학설을 뒤집는 독특한 시각들을 선보여 참석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도발적 성향을 가진 경영 석학 리처드 다베니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강한 어조로 “시대의 변화, 기술의 변화, 시장의 변화라는 폭풍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폭풍의 눈이 되는 것뿐”이라고 말해 청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특히 기업 현장의 경영컨설턴트들이 즐겨 사용하는 ‘SWOT 분석’을 집중 공격했다. SWOT 분석은 자기 회사의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외부 환경의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 요인을 파악해 약점과 위협은 피하고 강점과 기회에 집중하라는 경영학의 기초 이론이다. 다베니 교수는 “SWOT 분석은 단 한 번의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만 유용하며 끊임없이 경쟁이 반복되는 현실 기업 세계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백핸드 스트로크보다는 포핸드 스트로크에 자신이 있는 테니스 선수라 해도 매번 포핸드만 쳐서는 경기에서 이길 수 없으며, 최선의 전술은 매번 공을 어떻게 칠지, 어떤 방향으로 보낼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불확실성 전략을 잘 사용한 예로 다베니 교수는 애플과 삼성을 들었다. 애플은 하나의 산업에 머물러 있지 않고 컴퓨터,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등 새로운 영역을 찾아다니며 시장을 흔들고 혼란스럽게 만들어 다른 회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삼성은 그 뒤를 바짝 쫓아가며 빠르게 제품의 품질을 개선해서 최대한 빨리 선도자를 따라잡고 시장을 지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내가 있는 시장의 룰은 내가 만든다’라는 관점에서는 애플이나 삼성 모두 뛰어나다는 게 다베니 교수의 분석이다. 세계적 경영 사상가 리처드 루멜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쁜 전략을 좋은 전략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며 “나쁜 전략은 효과가 없는 전략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각종 미사여구로 내용을 꾸몄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화학 회사가 되자’ ‘인간에게 필요한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최고 솔루션을 제공하자’는 식의 미사여구는 아무런 성과도 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쁜 전략은 형식만을 따르고 실적과 관련된 목표만으로 가득하며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 없다”며 “현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으면 문제점을 찾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해결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연사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의 전략은 앞으로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세계 5대 경영 구루로 불리는 오마에 겐이치 일본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 대학원 총장은 “자본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대거 이동했고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됐으며 기업 브랜드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며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진서·이유종 기자 cjs@donga.com}

    • 20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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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닥공경영 대신 빗장경영… 소매금융에 집중하겠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4일 취임 55일을 맞았다. 임 회장은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KB금융지주 사장을 거쳐 회장에 올랐다. 취임 이후 ‘위로부터의 조용한 개혁’을 추진 중인 임 회장의 전략은 뭘까.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전략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Back to the basic). 경기 침체로 인한 부실의 여파가 태풍처럼 몰려올 것이다. 덩치는 큰데 힘이 없으면 바람에 쓰러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덩치를 키울 때가 아니라 힘을 길러야 할 때다. 국민은행이 제일 잘하고 있는 분야가 리테일(소매금융)이다. 리테일부터 시작해서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다가올 위험에 대비할 수 있고 그런 경쟁력이 바탕이 됐을 때 국민은행은 리딩뱅크의 확고한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 ―경기 침체로 부실의 여파가 언제 몰려올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다. “스포츠에서는 야구든 축구든 빗장수비가 강팀의 전제조건이다. 화력이 막강해도 수비 실책이 잦으면 이기기 어렵다. 기업경영도 같은 이치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많이 내더라도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가 없다면 성공하지 못한다. 부실 여신과 신용 손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서 잠재적인 위험자산의 부실화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 운용자산을 다변화하고 우량자산 중심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조직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나는 ‘채널’(출신 은행)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채널 갈등을 없애서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 인사에서 채널이 아닌, 실력을 볼 것이다. 국민은행은 성장 잠재력이 큰 조직으로 직원의 맨파워도 뛰어나다. 이들이 잠재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겠다. 직원들이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에 따라 운영이 잘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 임 회장은 대정부 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은행원 출신이 아니어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이후 10년간 지속돼 온 내부 갈등을 조율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회장 취임 이후 6명이던 부회장을 3명으로 줄이고 사장급인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통합했다. 지주사의 권한도 단순화하는 등 소리 나지 않게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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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경영 지혜]건전한 갈등이 기업을 살린다

    보수와 진보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서로 대립하고 갈등한다. 이들의 갈등은 사회적인 비용을 초래한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평화롭고 효율적으로 보이나 견제가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보혁의 건전한 대립과 갈등은 이런 오류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사진의 정치적 다양성이 클수록 의사결정에서 오류를 미리 막을 수 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와 어번대 공동연구진은 500개 기업 이사진 5576명의 정치적 성향과 기업 성과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사진의 정치적 성향이 다양할수록 성과도 좋게 나왔다. 대리인 비용도 적게 들었다. 대리인 비용은 주주와 경영인(대리인)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보일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이사진의 정치적 성향이 다양하면 일부 이사진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주주와 이사진의 갈등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 대리인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와 성과와의 상관관계를 논의할 때 보통 이사진의 독립성이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이사진의 독립성이 클 때 기업의 성과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사진의 독립성이 반드시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시장에 상장된 865개 기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이사진의 독립성 규정을 준수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급여가 준수하지 않은 기업보다 17% 더 높게 나왔다. 법적으로 규정된 수준으로 이사진을 독립적으로 구성한다고 해서 CEO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사진 구성에서 독립성 이외에 다른 요소가 더 추가돼야 CEO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 추가돼야 할 요소들 중 하나가 이사진의 정치적인 다양성이다. 물론 팀처럼 작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동질성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훨씬 큰 기업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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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경영지혜]생일날 왜 촛불 끄는 의식을 치를까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관습적으로 크고 작은 의식과 의례를 치른다. 생일을 맞은 사람은 생일 케이크 위에 자신의 나이만큼 촛불을 켜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끈 뒤 소원을 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돼지 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상징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을 뿐 실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부작용도 있다. 예를 들어 생일날 촛불 의식을 진행하다 보면 촛농이 케이크에 떨어져 먹을 때 불편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식과 의례가 어떤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고 믿고 있다. 의식과 의례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미국 하버드대와 미네소타대 공동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의식과 의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초콜릿을 제공한 뒤 한 집단(의례 집단)은 포장지를 벗기지 않은 채 초콜릿을 반으로 쪼갠 후 포장지를 벗기고 먹도록 했다. 또 다른 집단(대조 집단)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곧바로 초콜릿을 먹도록 했다. 이후 양 집단 참가자들의 초콜릿 음미 정도와 만족도, 비용 지불의사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의례 집단이 초콜릿을 더 맛있게 음미하면서 먹었다. 만족도도 높았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의례에 직접 참여할 때와 다른 사람이 하는 의례를 관찰할 때 보이는 효과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한 집단(의례 집단)은 레몬 가루를 두 차례 나눠 타서 주스를 만든 뒤 마시도록 했고 또 다른 집단(대조 집단)은 다른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이미 만들어진 레몬주스를 마시도록 했다. 그 결과 의례 집단이 대조 집단보다 레몬주스를 더 즐겁게 마셨고 비용도 더 많이 지불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음식점이라면 고객들이 식전에 포도주의 코르크 마개를 따는 것과 같은 작은 의식에 참여하도록 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또 기업들은 조직 운영과 직원 면접, 업무 협상, 보고서 발표, 단합대회 행사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이 연구 결과가 주는 교훈을 활용할 수 있다. 첫 출근 날 신입사원이 직접 입사 축하 행사와 같은 의례를 치르면 이들의 조직생활 적응력과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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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위대한 리더십의 완성 “박수칠때 떠나라”

    마이클 아이스너는 1984년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당시 디즈니는 창의성이 고갈된 상태였고 작품도 3∼5년에 한 편 정도만 만들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특별한 히트 작품도 내지 못해 과거의 성공에 기대어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였다. 디즈니의 새로운 수장이 된 아이스너는 극장용 만화영화에만 치중했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다. 그는 가정용 시장, 즉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회사 중역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때까지 극장에서 상영했던 만화영화들을 비디오에 담아 팔기 시작했다. 아이스너의 전략은 적중했다. 불과 몇 년 만에 디즈니의 수익 대부분이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비디오와 DVD에서 나왔다. 아이스너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1995년 또 한 번의 중대한 결정을 했다.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ABC를 19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이 인수 과정에서 미국의 대표 스포츠 채널인 ESPN을 계열사로 확보했고 디즈니는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마이클 아이스너와 잭 웰치의 차이점은? 아이스너는 어떤 기준으로 봐도 뛰어난 재무적 성과를 거둔 CEO였다. 흔히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라고 칭송받는 잭 웰치 전 GE 회장과 비교해도 그가 거둔 성과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공교롭게도 아이스너와 웰치 모두 만 20년 동안 각각 한 기업의 CEO로서 회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은퇴에 대한 반응도 극과 극이었다. 웰치는 4억2000만 달러(약 4800억 원)에 달하는 은퇴 패키지(퇴직금, 자문료 외 고급아파트, 전용기 등 각종 특전)를 GE로부터 받으며 화려한 퇴임을 맞이했다. 반면 아이스너의 경우, 2004년 월트 디즈니의 아들인 로이 디즈니가 중심이 돼 벌인 아이스너 퇴진 운동으로 43%의 주주들이 불신임 투표를 단행했고, 결국 이사회 의장에서 쫓겨나는 사상 초유의 굴욕을 경험하며 쓸쓸히 사라졌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아이스너의 몰락은 자기중심적이고 나르시시즘에 가득 찬 그의 성격이 오랜 기간의 성공과 결합돼 초래됐다. 디즈니를 위기에서 구해낸 아이스너는 점점 회사의 모든 일을 스스로 통제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CEO로 변해갔다. 심지어 사람들은 그를 “아이스너 제왕(Emperor Eisner)”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스너는 2000년대 들어 수많은 중역들을 몰아냈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사람들을 철저하게 제거해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이스너는 무려 10년 동안 절대 권력을 누렸다. 그러나 결국 로이 디즈니를 비롯한 대주주들의 집단행동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반면 웰치는 자신이 물러날 시점을 미리 정해 놓았다. 또 가장 뛰어난 후계자를 양성하는 등 자신의 ‘레거시(legacy·유산)’를 조직에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이 65세가 되는 해에 회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고 후계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주주들에게 약속한 대로 2001년 9월 7일 회사를 떠났다. 결국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제대로 물러나기’에 있었다.○ 제대로 물러나기가 힘든 이유 권력에 대한 집착과 미련은 물러날 때를 놓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아무리 겸손하고 훌륭한 인격을 지닌 리더라 할지라도 자리와 이에 수반된 권력을 일단 경험하게 되면 스스로 물러날 때를 정해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특히 그 리더가 힘을 부하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혼자 쥐고 있는 스타일이거나 조직의 특성상 힘이 리더에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우월 의식 역시 문제다. 간혹 “물러나고 싶어도 내가 없으면 회사가 제대로 안 돌아가고 금방 망해버릴 것 같다”며 자리에서 내려오길 주저하는 CEO들이 있다.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그 회사엔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라곤 없는 B급, C급 임직원들만 모여 있다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실제로는 조직원들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CEO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이런 조직일수록 ‘은퇴’나 ‘후계자 육성’과 같은 단어는 금기처럼 여겨진다. ○ 위대한 리더십의 완성은 제대로 물러나기에 달려 있다 자신이 물러난 후에도 그 조직이나 부서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제대로 물러난다는 건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다. 자신을 대신해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조직이나 부서를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이끌어 갈 수 있는 후계자를 키우고, 가장 적절한 시점에 권한을 인계한 후 참견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리더가 재임 중 위대한 성과를 내다가 제대로 물러나지 못해서 실패한 리더로 전락하고 만다. 리더십은 레거시를 남기는 작업이다. 자리에 연연해 차일피일 미루다 타인에 의해 물러난 리더의 말로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반면 잭 웰치처럼 위대한 리더들은 모두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었다. 위기에 빠진 제록스를 구원한 앤 멀케이 역시 대표적 예다. 2001년 8월 제록스 CEO에 오른 멀케이는 주가가 4달러까지 추락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동시에 기존 복사기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청산하고 정보기술(IT)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 덕에 2008년 미국 언론은 멀케이를 최고의 CEO로 평가했다. 그러나 멀케이는 CEO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2009년 5월 자신의 후계자로 우르술라 번스를 지명하고 깨끗하게 물러났다. 새 정부 출범 후 많은 공기업의 기관장과 금융조직의 CEO가 교체됐다. 정권이 바뀌거나 경영환경이 바뀔 때 조직을 이끌었던 리더가 함께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과정이나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갑자기 바뀌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 제대로 물러날 수 있는 리더들의 자세와 준비, 그리고 이들이 품위 있게 다음 여정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한국의 많은 조직에 좀 더 잘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2호(2013년 7월 2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아름다움 활용한 마케팅’ 소개▼ 스페셜 리포트추상적인 개념인 아름다움을 경영 현장에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자동차업체는 작곡가와 피아니스트의 도움까지 받아서 엔진 소리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음료회사는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모양의 음료수병을 내놓고 있다. 이런 변화는 소비자의 심미안(審美眼)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아름다움의 본질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은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찾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발전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아름다움의 미학적 본질부터 아름다움의 미래, 아름다움을 마케팅과 디자인에 활용한 사례 등을 소개했다. 신입사원, 조직에 융화시키려면▼ MIT Sloan Management Review전통적인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은 새내기에게 조직의 문화와 정체성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한다. 개인의 정체성과 생각은 상대적으로 경시하게 된다. 그러나 개인의 정체성과 시각을 소홀하게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의 정체성이 무시되면 겉으로는 조직문화에 순응해도 실제로는 조직의 가치관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이 진심으로 조직의 문화와 정체성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대니얼 케이블 런던대 경영대학원 교수팀은 신입사원들이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더 쉽게 조직에 융화되고 업무에 더 열성적으로 몰입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또 신입사원이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찾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우라고 제안했다. 신입사원을 조직에 융화시키는 혁신적인 방법을 설명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 201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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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질서는 전통을 보전하고, 무질서는 창의성을 촉진한다

    ‘사소한 무질서가 중범죄를 유발한다.’ 이는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주장한 깨진 유리창이론의 핵심 교훈이다.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미국 뉴욕 주 경찰은 이 이론을 활용해 낙서나 쓰레기 무단투기 등 경범죄 단속을 강화했고 범죄율이 줄어드는 성과를 냈다. 이런 이론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질서 정연한 것을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정리를 잘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정리 정돈을 잘해야 성공하기 쉽고 삶의 질도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질서는 이롭지 않을 때도 있다. 극단적인 질서가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연구실이 늘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것은 아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환경이 늘 이롭기만 할까. 무질서하고 어지러운 환경에는 유익한 점이 전혀 없을까. 미국 미네소타대 공동연구팀은 3차례의 실험을 통해 질서 정연하거나 무질서한 환경이 각각 창의성과 기부, 건강음식 선호 등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먼저 네덜란드 대학생 3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정리가 잘된 방에, 다른 집단은 정리가 안 된 방에 들어가도록 했다. 그리고 자선활동에 얼마를 기부하도록 유도했다. 정리된 방의 참가자들은 평균 3000원을 기부했으나 정리가 안 된 방의 참가자들은 평균 1200원을 기부하는 데 그쳤다. 간식을 선택할 때도 정리가 잘된 방의 참가자들이 초콜릿 과자보다 건강에 좋은 과일(사과)을 더 많이 선택했다. 두 번째 실험에선 미국 대학생 48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정리된 회의실과 정리되지 않은 회의실에 배치한 뒤 참가자들의 창의성을 측정했다. 창의성은 탁구공의 쓰임새를 10가지 정도 제시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정리가 되지 않은 회의실의 참가자들이 창의적인 의견을 더 많이 제시했다. 정리된 회의실의 참가자들은 탁구공의 새로운 쓰임새로 평균 1.4개를 제시했으나 정리가 되지 않은 회의실의 참가자들은 평균 1.8개를 생각해 냈다. 세 번째 실험에선 미국 성인 188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정리된 책상과 어지럽혀진 책상에 배치한 뒤 음료수(과일 스무디)에 추가할 메뉴를 선택하도록 했다. 메뉴는 ‘고전적인 것’과 ‘새로운 것’이라는 설명이 붙은 2가지다. 정리된 책상의 참가자들은 35%가 고전적인 것을, 18%는 새로운 것을 선택했다. 어지럽혀진 책상의 참가자들은 36%가 새로운 것을, 17%는 고전적인 것을 선택했다. 요약해보면, 정리된 방에 들어간 사람들은 더 도덕적으로 행동했고(더 많은 돈을 기부함), 건강을 더 챙겼고 새로움보다는 고전적인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는 적게 냈다. 반면 정리되지 않은 회의실에 들어간 사람들은 기부에 대해서는 인색했고 건강한 음식을 덜 선호했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는 더 많이 냈으며 새로운 것을 더 좋아했다. 정리되지 않은 환경에 있으면 새로운 것을 보다 잘 수용하면서 좀더 창의적인 성향을 보인 셈이다. 결국 질서가 무질서보다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역할이 있고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질서는 전통을 보전하고 도덕적 행위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면 무질서는 전통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창의성이 필요할 때는 정돈된 환경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질서한 환경은 사람들에게 전통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도록 도와준다. 창의성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업무환경을 너무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 때는 주변 환경을 다소 무질서하게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1호(2013년 6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무슬림 마켓’ 진출 전략 어떻게▼ 스페셜 리포트전 세계 인구 중 무슬림은 약 16억 명으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이슬람이 세계 최대 종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슬람 경제권은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한다. 기존 신흥시장을 대체할 미래 시장인 셈이다. 30세 이하 인구 비중도 60%가 넘고 이슬람 여성들의 소비시장 역시 블루오션이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적으로 아랍과는 적대적인 이란 기업가에게 아랍인이냐고 묻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DBR는 131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시장 무슬림 마켓 진출 전략을 소개한다. 이사회, 불황기에 왜 몸사리나▼ MIT Sloan Management Review기업의 이사회에는 기존 가치를 보호할 책임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책임, 두 가지가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상당수 기업의 이사회는 단지 위험관리에만 치중할 뿐이다. 기업이 자본지출을 꺼리며 미국에서만 1조5000억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위험중심 사고에 갇힌 반쪽짜리 이사회가 온전히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사회가 위험감독과 기회감독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 기업의 기회창출역량을 정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 차원의 기회창출 역량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이사회와 고위 경영진 간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 201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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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공단 “획일적 잣대로 公기관 평가 억울”

    정부의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채가 많은 일부 기관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평가에서 부채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았던 일부 기관은 평가 기준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표정도 감추지 않았다. 공공기관 가운데 2011년도 평가 당시 부채가 많은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약 130조 원), 한국도로공사(약 24조6000억 원), 한국수자원공사(약 12조6000억 원), 한국철도시설공단(약 15조6000억 원) 등이었다. 이 기관들은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정부의 정책사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평가 그룹이 다르긴 하지만 이 중 당시 기관 평가와 재무예산 지표 평가 두 부문에서 모두 C등급을 받은 곳은 철도공단이 유일했다. 부채 규모도 크고 부채 비율(466%)도 공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LH조차 당시 두 부문에서 모두 B등급을 받았다. 도로공사, 수자원공사는 각각 기관 평가 A등급, 재무예산 평가 B등급이었다. 철도공단은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거래소, KOTRA,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 포함된 동일 평가그룹 내에서도 최하위권이었다.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 없는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부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반면 경부·호남 고속철도 건설 등에 따른 금융부채만 15조 원이 넘는 철도공단이 이 기관들과 동일그룹으로 분류돼 같은 잣대로 평가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공단 측 시각이다. 철도공단 부채는 정부가 고속철도 건설 사업비의 50∼60%를 국고가 아닌 공단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철도공단은 부채 성격과 기관의 자구 노력 성과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 평가 체계를 개선해 달라고 지난해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해 자구 노력을 통해 1조 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하고, 금융부채를 8000억 원가량 줄였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효율적 경영과 재무 개선 노력을 반영하지 않고 부채 규모로만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경영 개선 의지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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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외향적 판매사원이 꼭 물건 잘 파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외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영업을 더 잘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외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업무에 임한다. 또 매사에 보다 열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 같다. 과감성과 열정은 낯선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하는 영업사원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영업사원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영업사원 스스로 확신에 차고 열정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외향적 성격을 가진 영업 직원의 실적이 더 좋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실증적인 연구를 해보면 외향적 성격이 강하다고 해서 실적이 좋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 실제 외향적 성격과 판매량의 관계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들을 분석해보면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통념과 달리 외향적 성격이 판매실적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양향적 성격 판매사원의 실적이 우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과 애덤 그랜트 교수팀은 미국 통신판매회사의 판매직 사원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판매직원의 외향성과 성실성, 친화성, 개방성, 정서적 안정성 등 5가지 성격과 판매실적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외향적 성격이 강하다고 해서 직원의 판매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외향성이 강한 판매사원은 특정 조사일에 시간당 평균 13만 원 정도의 제품을 팔았다. 반면 내향성이 짙은 판매사원은 시간당 평균 12만 원 정도의 성과를 냈다. 정작 실적이 뛰어난 판매사원은 내향성과 외향성이 중간 정도인 양향적 성격의 사원이었다. 양향적 성격의 판매사원은 시간당 평균 15만 원 정도를 판매했다. 이들의 실적을 3개월간 누적해 계산했더니 외향성이 강한 판매사원은 평균 1200만 원 정도의 제품을 팔아 놀랍게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내향적 성격이 강한 판매사원의 누적실적은 평균 1300만 원이었다. 조사기간을 늘렸더니 내향성의 판매사원이 외향성의 판매사원보다 제품을 더 판 것이다. 내향성과 외향성을 모두 갖춘 양향적 성격의 판매사원은 평균 1600만 원 정도의 제품을 팔았다. 성실성과 친화성, 개방성, 정서적 안정성 등 외향성과 관계가 없는 성격은 판매실적과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외향성 강하면 고객 의견 잘 못 들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고객을 설득하고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자신 및 제품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고객의 욕구와 가치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외향적 성격의 판매직원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품을 팔 때에도 고객 관점보다는 자신의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또 외향적인 사람들은 타인에게 주목받기를 원한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려는 자세는 부족하다. 주목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고객의 말을 잘 들어주기보다는 자신이 말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외향성이 높은 영업사원은 상품의 장점만 열정적으로 늘어놓을 뿐 고객에게 질문하거나 고객의 상황 및 의견을 듣는 데 소홀하기 쉽다. 또 영업사원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지나치게 강한 확신과 열정을 보일 때 오히려 고객들은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영업사원이 고객을 강하게 설득할 때 고객에게는 방어심리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고객들은 스스로 구매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 이런 고객들은 판매원의 강한 설득에 반발 심리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외향성은 일정 부분 판매에 도움이 되지만 어느 정도 선을 넘을 때는 오히려 판매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판매왕에 적합한 성격 가져 영업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성격이 지나치게 외향적이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지나치게 강한 확신과 열정은 고객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에 적합한 성격은 내향성과 외향성이 함께 있는 양향적인 성격이다. 양향적 성격의 판매사원은 적절한 수준으로 외향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 낯선 사람과 잘 어울리고 내향적인 모습도 갖추고 있어서 고객의 목소리도 잘 들을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다. 통계적으로 대다수의 사람은 내향성과 외향성을 함께 갖는 양향적 성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뛰어난 판매 실적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9호(2013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선택 단순화, 기업 성공의 지름길▼ 하버드비즈니스리뷰쇼핑객들에게 무료로 잼을 나눠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6종류의 잼을 나눠주자 40%의 행인이 행사 부스로 다가왔다. 이 중 30%가 실제로 잼을 구매했다. 나눠주는 잼의 종류를 24가지로 늘렸더니 행인 중 60%가 부스로 와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잼을 구매한 행인은 3%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다양한 선택안은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실행력을 떨어뜨린다. 복잡하고 상충된 상황에 놓이기 쉬운 기업은 의도적으로 목표와 행동규칙을 단순화해야 한다. 갈등 원인 알아야 정답 찾는다▼ 전략적 사고코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소화가 안 되면 내과에 간다. 골절상을 입었으면 정형외과를, 외모가 마음에 안 들면 성형외과를 찾는다. 혹시 목감기에 걸렸는데 피부과에 가는 사람이 있을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정신과’나 찾아가라고 할지 모른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원인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우리가 목감기에 걸렸을 때 피부과 아닌 이비인후과에 가는 것은 정확한 진단을 듣기 위해서다. 살면서 부닥치는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의 원인을 다름, 구조, 이해관계, 해석으로 나눠 접근하면 더 효율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 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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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누비는 ‘천안배농협’

    충남 천안배농협은 지난해 미국과 독일, 홍콩 등 11개국에 배 1880t을 수출했다. 수출액은 68억 원에 이른다. 천안배농협 경제사업 매출액(500억 원)의 13.6%에 해당한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과테말라에 배 6.5t을 수출했다. 금액은 3000만여 원에 불과하지만 중남미 지역에 처음으로 배 수출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크다. 천안배농협은 1959년 설립된 배 전문농협으로 매년 10∼13개 국가에 2000t 안팎의 배를 수출하고 있다. 배 수출은 1986년 10월 미국에 보낸 배 73t으로 시작했고 20여 년 동안 규모를 키워서 지난해에는 미국 시장에만 1761t을 보냈다. 초창기 미국 시장의 주 소비층은 교민이었다. 한국산 배는 현지인들에게 낯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유통망도 부실했다. 하지만 천안배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지인의 구매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 팔리는 천안배의 40%는 현지인들이 소비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천안배농협 심훈기 상무는 “국가별로 음식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배 수출이 어렵고 더디게 진행된다”며 “한국산 배의 품질을 현지에서 인정할 때까지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배농협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동남아 등 배 수출 대상국을 늘리기 위해서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고 시식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2011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2011 아누가(ANUGA) 식품박람회’에선 체코 바이어와 배 6t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천안배가 동유럽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1월 천안배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침서인 ‘천안배 재배매뉴얼’을 발간했다. 재배매뉴얼에는 △월별재배관리 기술 △생리장해 및 병해충 방제요령 △최신 배 재배기술 등이 수록됐다. 이번 지침서 제작에는 재배기술 전문가와 배 재배농가, 배 관련 업체, 대학교수 등이 참여했다. 배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최근 중국산 배가 유럽과 동남아 시장 등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해외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배는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물량 공세를 펼치기가 어렵다. 결국 배의 품질로 승부해야 하고 일본 배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하늘그린(천안배)’, ‘나주배’, ‘평택배’ 등 다양한 이름으로 팔리는 배의 수출 브랜드를 하나로 묶는 브랜드 통일 작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천안배와 나주배, 평택배 등 다양한 이름으로 한국산 배가 소개되면 현지 소비자들은 국내 배를 쉽게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업계에선 “미국산 오렌지가 생산지역에 상관없이 하나의 상표로 수입되듯이 한국산 배도 ‘한국’이라는 통일된 브랜드로 수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안=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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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 34개 농협 “뭉쳐야 산다”

    농협 강원지역본부는 지난해 춘천농협과 철원 김화농협, 홍천 내면농협 등 강원도 내 34개 지역농협과 함께 지역농가에서 생산된 풋고추, 배추 등 50여 가지 농산물을 모아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연합판매사업으로 1693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점에만 350억 원어치를 납품했다. 강원도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은 대부분 고랭지 채소로 여름철에 갑작스럽게 출하물량이 쏟아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다. 농가들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산지 출하가격 때문에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기 일쑤였다. 농협 강원지역본부는 200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산지에서 출하되는 풋고추와 배추를 모아 도매시장 등에 파는 연합판매사업을 시작했다. 지역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농협이 모아 농협 강원지역본부로 넘기면 본부는 대형 도매시장이나 유통업체와 협상을 통해 산지보다 비싼 가격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토마토 한 상자(10kg)의 산지 가격은 사업시행 초기 1만∼1만2000원에 불과했다. 물량이 쏟아지면 1만 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연합판매로 인해 2011∼2012년 토마토 한 상자의 출하 가격은 1만7000원대를 유지했다. 풋고추는 가격이 매년 오름세다. 풋고추 10kg의 가격은 2009년 2만1000원에서 2010년 3만1000원, 2011∼2012년 3만4000원으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가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농산물의 출하가 갑작스럽게 많아질 때는 농협 강원지역본부가 농산물 가공업체와 협상을 벌여 출하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납품한다. 농협 강원지역본부는 앞으로 거래 물량을 더 늘려서 유통업체와의 직거래를 확대하고 사과와 수박 등 신규품목 거래도 추가할 계획이다. 채형석 본부장은 “대형유통업체와의 직거래 사업을 통해서 농산물의 수급조절은 물론 농가 소득을 늘리고 있다”며 “올해 연합판매사업 실적은 2000억 원 정도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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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줄거리와 관계없이 튀는 간접광고는 역효과”

    정부가 2010년부터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에 간접광고를 허용하면서 안방극장에도 특정 제품이나 상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간접광고는 직접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와 달리 영화와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소품이나 배경으로 등장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방송사들은 제작비를 줄일 수 있고 광고주들은 자연스럽게 제품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간접광고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광고주는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제품 및 상품 노출이 자주 이뤄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노골적인 홍보나 프로그램 내용과 동떨어진 간접광고가 자주 등장하면 프로그램의 맥이 끊기고 시청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 실제 최근 연구 결과, 줄거리와 동떨어진 간접광고에 노출된 고객들은 해당 브랜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광고의 효과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전한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27호의 기사 내용을 요약한다.○ 간접광고의 현저성과 연결성 간접광고에서 제품과 상표를 배치하는 기준은 제품 및 상표의 현저성과 프로그램 줄거리와의 연결성이다. 현저성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제품과 상표가 시청자의 주목을 끄는 정도를 말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눈에 띄게 제품을 노출하면 현저성이 높아지며 광고 효과도 커질 수 있다. 눈에 띄게 배치했으니 기억에 잘 남기 때문이다. 줄거리와의 연결성은 영화와 드라마의 흐름에 긴밀하게 연결되는 정도를 말한다. 제품과 상표가 갑작스럽게 등장하지 않고 줄거리에 부합할 때 시청자들은 거부반응을 느끼지 않고 연결성은 높아진다. 현저성과 연결성이 높은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 ‘유브 갓 메일’(1998년)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조 폭스(톰 행크스)와 케슬린 켈리(멕 라이언)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인터넷 메일이다. 인터넷 메일이 등장할 때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AOL의 상표도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이런 사례는 시청자의 주목을 끌고 영화 줄거리와도 잘 연결되기 때문에 현저성과 연결성이 높은 광고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저성이 높아도 연결성이 낮은 사례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줄거리와 전혀 관계없이 제품만 두드러지게 보이는 경우 현저성은 높지만 연결성이 낮아지는데, 이때 간접광고는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튀는 간접광고는 오히려 역효과 벨기에 앤트워프대 연구팀은 현저성과 연결성이 상표 인지도와 시청자 반응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매달 영화 시사회가 열리는 ‘여성영화의 밤’ 행사에 참석한 여성 226명과 참석하지 않은 여성 85명을 대상으로 영화 ‘여성’(2008년 개봉)과 ‘신부들의 전쟁’(2009년 개봉)의 간접광고에서 드러난 상표 인지도와 관객의 반응을 분석했다. 먼저 두 영화의 내용을 분석해서 현저성과 연결성이 높거나 낮은 간접광고를 골랐다. 예를 들어 영화 ‘신부들의 전쟁’에서 배우들이 결혼식 장소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면서 한 호텔의 모습이 보였고 대사에서도 상호가 노출됐다. 한 배우는 “이 모든 일이 20년 전 6월 플라자호텔에서 시작됐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간접광고는 현저성과 연결성이 모두 높은 경우다. 반면 두 주인공이 달리면서 “좋아, 조금 천천히 달려. 우린 왜 아이팟이 없는데?”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는데, 이는 현저성이 높지만 연결성이 낮은 사례에 해당한다. 이 같은 현저성과 연결성이 각기 다른 간접광고들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조사했더니 현저성이 높다고 해서 상표의 인지도가 항상 높은 것은 아니었다. 현저성이 높아도 연결성이 떨어지면 현저성이 높지 않지만 연결성이 높은 광고보다 인지도가 떨어졌다. 영화에서 상표가 자주 등장해도 프로그램의 줄거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으면 광고 효과는 떨어진다는 얘기다. 또 관객들의 브랜드에 대한 태도는 현저성이 높은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줄거리에 맞고 두드러지지 않게 해야 광고주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제품과 상표가 최대한 더 크고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의 내용에 맞지 않고 과도하게 노출된 브랜드에 대해 시청자들은 오히려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주인공이 특정 브랜드를 자주 언급하면 인지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해당 브랜드가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광고주는 간접광고를 할 때 본래의 목적을 감안해서 접근해야 한다. 광고의 목적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대중에게 브랜드가 부정적으로 기억되면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부정적으로 각인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쪽이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줄거리와 상관없는 튀는 간접광고는 브랜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브랜드가 줄거리에 잘 맞아떨어지면서도 두드러지지 않게 처리될 때 간접광고의 효과는 가장 커진다.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간접광고비를 책정할 때 브랜드가 두드러지게 배치될수록 단가는 올라간다. 뒤집어 보면 광고주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7호(2013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BC카드 ‘그린카드’ 성공 요인은▼ DBR 케이스 스터디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진다면서 연말에 임직원들을 동원해 연탄을 배달하는 것으로 생색내던 시대는 지났다. 자기 사업에도 도움이 되면서 사회에도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공유가치 창출(CSV)이 주목받고 있다. BC카드는 CSV 활동의 일환으로 2011년 친환경 생활을 유도하는 ‘그린카드’를 출시했다. 850여 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2년도 채 안 됐는데 500만 장을 발급했다. 가입자의 63.9%가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포화 상태인 신용카드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내면서 동시에 기업 이미지도 높일 수 있었다.월마트 관리자가 말하는 영업공식▼ 하버드비즈니스리뷰오디션 열풍이 거세다.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랭킹도 발표되고 있다. 이런 순위 책정은 승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후발 주자들에게는 불리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랭킹 경쟁이 역전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소수나 약자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991년 설립된 홍콩과학기술대는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과 겨루기에는 힘이 약했다. 그러나 랭킹의 중요성을 전략적으로 파악했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해외 유수의 대학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학위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각종 경영대학원 집계에서 홍콩과학기술대의 순위는 크게 올랐다. 랭킹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 201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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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국내 사진계 마에스트로 구본창 작가 인터뷰

    구본창 사진작가(60)는 1980년대 중반 추상화 같은 작품세계를 보여주며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과거 국내 사진작가들은 가난한 길거리 사람들과 탑골공원 노인 등을 보여주는 ‘기록의 미학’에 충실했다. 당시 구 작가에게 “외국의 유행을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외 전문가들은 구 작가를 한국의 현대사진을 정착시킨 대표적 예술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작가의 눈으로 사물을 새롭게 해석하고 변화를 시도했다. 그의 예술 세계는 매번 새롭고 창의적인 도전을 해야 하는 현대의 경영자들에게 좋은 통찰을 준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7호(4월 15일자)에 게재된 인터뷰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작품이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작가는 작품의 성공을 위해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선호가 따라 오는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그 이유를 말한다면 제 사진에는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잃어버린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들어있는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현대적인 작품보다는 제 작품이 감성적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 영화 포스터, 광고사진 등 상업사진으로 먼저 대중과 친해진 게 도움이 됐다.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년)과 임권택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년), ‘장군의 아들’(1990년), ‘서편제’(1993년) 등의 영화 포스터를 찍었고 소설가 신경숙과 최인호 씨가 책을 낼 때도 내 사진이 쓰였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국내에서 찍었지만 ‘버터 냄새’가 나게 찍었다. 촌스럽지 않게. 사대주의랄 수도 있지만 과거에는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을 많이 했다. 1980년대까지는 국내 사진에서 현대적인 감성은 부족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일종의 세련미랄까, 서양에서 통용되는 기법을 한국에 도입하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작품에서 촬영의 대상이 된 모델의 스토리와 인격을 보여주려고도 노력했다. 다른 작가들은 모델을 찍을 때 모델의 미모와 옷의 화려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델은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이 사람의 얼굴에서는 어떤 분위기가 풍길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모델의 스토리를 나름대로 조금 다르게 해석해 작품에 반영했다”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는 것처럼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이 생전에 책을 많이 썼다. 너무 다작을 해서 가치가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어떻게 책을 많이 쓸 수 있었나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정약용은 한 가지 일을 해서 나온 여러 정보를 분류해서 저장했다. 다른 분야와 관련된 책을 쓸 때 저장된 내용 중에서 관련이 있는 부분을 찾아서 사용했다. 그 결과 빠르게 책을 쓸 수 있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품을 쓸 때 서랍에서 소재를 하나씩 꺼낸다고 했다. 나도 이런 방식을 활용했다. 컴퓨터 안에 폴더가 많듯이 내 머릿속에는 폴더가 많다. 경영인도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아이디어 씨앗이 많아야 한다. 삼성도 일찌감치 디지털 분야의 씨를 뿌렸고 이후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등으로 수확했다. 나도 항상 서너 가지의 작품 주제를 진행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대여섯 가지의 아이디어 씨앗이 자라나고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창의성은 결국 남과 다르게 해석하려는 노력이다. 보통 사람들은 선입관을 갖고 남들이 만든 지식에 맞춰서 ‘이것은 이렇다’라고 정의한다. 창의성은 ‘이것은 이렇다’라는 선입관을 낯설게 보는 것이다. 다시 내 눈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해석을 할 때 창의성이 나타난다. 우리는 주어진 정보에서 ‘이것은 이렇다’고 넘어가는 경향이 짙다. 이러면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다. 한 영국 유학생이 투박한 전기코드를 접을 수 있게 만든 사례가 있다. 노트북을 들고 다닐 때 코드를 꽂는 부분이 너무 크고 불편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얇고 쉽게 접히는 코드를 만든 것이다. 또 여행용 트렁크 바퀴가 예전에는 한쪽으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돼 있었는데 요즘에는 쉽게 여러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바꾼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것이 불편하면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사람들은 이런 불편을 신제품 개발 기회나 사업 기회로 연결한다. 작은 것이라도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창의성의 원동력이다” ―촬영한 사진 중에서 좋은 사진을 고르는 작업이 만만찮다. 골라내는 기준은 무엇인가. “기자도 긴 인터뷰를 한 뒤 정해진 분량에 맞춰서 기사를 짧고 일목요연하게 써야 한다. 강사들이 강연할 때도 그렇다. 저는 이런 과정을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질서를 잘 잡는 것이다. 잔소리를 길게 하는 것보다 한마디로 굵고 짧게 말하는 게 더 효과가 있다. 어떤 내용을 전달할 때 핵심을 찌르는 것이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짧은 게 아니라 적절함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의 재주다. 좋은 사진을 골라내려면 경험을 토대로 감각을 체득해야 한다. 또 작품으로 감동을 주려면 사진을 잘 찍고, 잘 골라내고, 잘 인화하고, 잘 전시해야 한다. 네 가지가 다 잘 맞아야 한다. 많이 잘 찍기만 해도 소용이 없다. 어떤 공간에서 전시회를 여느냐에 따라서 방문객에게 전달되는 감동이 달라진다. 사진작가에게 이런 모든 것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진을 찍기 전 미리 피사체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연극배우를 찍는 사진작가가 연극에 대해 전혀 모르면 배우를 이해할 수 없고 배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어떤 배역을 했고, 어떤 톤의 목소리를 가졌는지 등을 최소한 알아야 한다. 또 평소에 신문이나 잡지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 가운데 중요한 것은 쌓아뒀다가 작업을 할 때 관련이 있으면 꺼내서 사용한다. 백자를 찍을 때 미리 백자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뒀다면 지금 백자를 새로 접한 사람보다 몇 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구본창 작가는? ::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에서 사진디자인 전공으로 디플로마(Diploma)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와 박건희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샌디에이고사진박물관, 피바디에섹스박물관 등 국내외 유명 미술관 등에서 3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60여 차례 단체전에 참여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7호(2013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한국형 성과주의가 가야할 길 ▼ 스페셜 리포트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이 앞 다퉈 도입한 성과주의는 서구식 합리성에 기초를 둔다. 철저한 성과 평가와 보상, 직무와 역량에 따른 차등 대우가 핵심이다. 그러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성과가 인사와 보상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단기성과에 대한 집착, 지나친 경쟁, 사기 저하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제는 한국인과 한국 조직에 적합한 고유의 성과평가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한국형 성과주의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모델, 참고할 만한 사례를 집중 소개했다. 이케아, 일본 진출 왜 실패했나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스웨덴 기업 이케아는 소비자가 가구를 직접 조립한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에서 이 비즈니스 모델이 통하자 이케아는 이를 핵심 역량으로 삼아 세계 주요 시장에 적용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일본에서만큼은 예외였다. 일본 사람들은 직접 조립하는 일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케아는 일본 진출에 실패했다. 해외시장 공략 시 기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해당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역량을 창출해 접근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 20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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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경영 지혜]가무효과… 함께 노래 부르면 엔도르핀이 ‘팍팍’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은 잠시 고통을 잊는다. 쾌활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면 흥이 나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 설명하기 어려운 공동체 의식까지 생긴다. 그래서 축구와 야구, 농구 등 집단적인 열기가 느껴지는 스포츠 경기에선 음악이 꼭 등장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때 고통을 잊는 것은 몸 안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외부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항하기 위해 몸 안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통증은 줄이고 즐거움은 크게 만든다. 음악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 전통사회에서는 구성원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서 여럿이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췄다. 음악에 맞춰서 박수를 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등 연구팀은 음악을 듣거나 듣지 않을 때 물리적인 고통을 참는 정도를 측정해서 음악과 엔도르핀의 관계를 조사했다. 엔도르핀은 진통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통을 참는 정도가 크다면 몸 안에 엔도르핀이 분비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험 참가자는 음악을 듣는 사람과 아예 듣지 않는 사람, 노래와 춤, 악기연주 등 음악 활동을 직접 하는 사람 등 3가지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노래와 춤 등 음악활동을 직접 하는 사람들이 물리적인 고통을 더 잘 참았다. 또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는 고통을 잘 참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자체에는 엔도르핀을 분비시키는 요소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엔도르핀은 인간이 음악과 관련한 직접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인간이 음악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때만 엔도르핀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엔도르핀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움을 키우며 안락감까지 느끼도록 해준다. 여기에서 느끼는 안락감은 공동체 결속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영자들은 음악이 주는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음악밴드 등 사내 동호회는 직장인들에게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다. 사내 동호회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은 사원의 복지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서 직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회사가 노래와 춤, 악기연주 등에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투자라고도 볼 수 있다.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 20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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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경영 지혜]실권 없는 관리자는 왜 근시안적 판단을 할까

    두 종류의 상품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그중 하나는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권이고 다른 하나는 1년 뒤에 사용이 가능한 12만 원권이다. 어느 것을 고를 것인가. 금액으로 따지면 12만 원권이 더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권을 선택한다. 1년이란 유예기간 때문에 2만 원을 손해 보더라도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가치를 현재 가치보다 덜 쳐주는 현상을 ‘시간 할인’이라고 한다. 젊은이가 번 돈을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는 데 사용하는 것도 시간 할인과 관련이 있다. 현재는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전혀 가치가 없는 전시 행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간 할인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권력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간 할인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미래에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더 이익을 주는 옵션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권력이 없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중시할 수 있다. 실제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 연구팀은 권력자(팀장)와 비권력자(팀원)의 시간 할인 상관관계에 대해 실험했다. 참가자 73명을 팀장과 팀원으로 나눠 역할로 권력을 분배했다. 팀장과 팀원의 시간 할인 성향은 복권 선택 결과로 측정했다. 지금 120달러를 받을 수 있는 복권과 1년 뒤 240달러를 받을 수 있는 복권을 제시했다. 팀장들은 팀원에 비해 240달러짜리 복권을 더 많이 선택했다. 권력자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대안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로 추론할 때 조직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권력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좋다. 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과적으로 조직에 도움을 주는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력이 없는 일반 관리자는 사안을 근시안적으로 접근해서 장기적으로 조직에 손해가 가더라도 당장 위기를 모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위기 시에는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성향을 보이는 비권력자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더 낫다.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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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경영 지혜]창의성 죽이는 호통 리더십… 당신의 상사는?

    비인격적 감독은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언어와 비언어로 적대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행동을 말한다. 주로 직원을 비하하고 조롱하거나 호통을 치고 겁을 주는 모습이다. 때로는 직원의 성과를 가로채기도 한다. 이러한 상급자가 직원의 창의력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미국 조지아공대 경영학과 연구팀은 한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상위 관리자의 비인격적 감독이 중간 관리자의 비인격적 감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부하 직원의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상급자의 비인격적 감독이 흥미와 즐거움 등 업무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창의성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상위 관리자의 비인격적 감독은 예상대로 중간 관리자에게 영향을 끼쳤다. 상위 관리자가 비인격적 감독을 많이 하면 할수록 중간 관리자의 비인격적 감독도 많아졌다. 부하 직원의 창의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상위 관리자의 비인격적 감독은 말단 직원의 창의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보다 중간 관리자의 비인격적 감독을 거쳐서 간접으로 영향을 줬다. 이처럼 윗선의 영향이 아래쪽으로 흘러가는 현상을 ‘낙수효과’라고 한다. 하지만 상위 관리자가 중간 관리자에게 비인격적 감독 행위를 할 때 그 목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낙수효과는 달라졌다. 중간 관리자가 상위 관리자의 비인격적 감독을 성과 향상을 위한 것으로 이해할 때는 낙수효과가 컸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라고 받아들였을 때는 낙수효과가 작았다. 중간 관리자가 비인격적 감독을 많이 할수록 부하 직원의 창의성은 낮아졌다. 또 비인격적 감독의 목적이 성과 향상이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라고 이해할 때 창의성은 더 낮아졌다. 경영진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모습은 직원의 창의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중간 관리자에게 긍정의 리더십을 따로 주문하거나 교육하더라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경영진의 행동은 중간 관리자를 거쳐 결국 직원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부정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면 부하 직원이 성과 향상을 위한 것으로 이해하도록 설득해야 부정적인 효과를 줄일 수 있다.송찬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과 교수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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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농업생산자단체 경쟁력 평가] 일본을 넘어, 세계 무대로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사 ‘아서 디 리틀(ADL)’이 최근 실시한 세계 10개 농업 선도국가의 농축산 생산자단체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농협의 최대 약점은 판매·마케팅과 유통 역량으로 나타났다. 농협이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이 부문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혁신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이번 평가에서 판매, 유통 부문 상위권을 차지한 프랑스, 덴마크와 한국 농협 직판장의 ‘원조’ 격인 일본의 농산물 직판장을 현지 취재했다. ○ 유통 전문화로 해외시장 공략 지난달 말 찾은 프랑스 농산물 협동조합 ‘인비보(In Vivo)’. 241개 지역 협동조합이 출자한 연합 사업체로 프랑스 최대 협동조합이다. 연간 매출액만 61억 유로(약 8조7431억 원)에 이른다. 핵심 사업은 곡물 유통과 사료 사업으로 유럽에서 곡물 거래량 1위, 국내 곡물 저장 능력 1위다. ‘인비보’는 이번 평가에서 덴마크 ‘대니시 크라운’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으나 유통 채널 개발과 해외 수출 등 항목에선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인비보는 국내와 해외 곡물 유통을 전담하는 유통 전문회사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국내 곡물 유통은 ‘감베르’라는 회사가 맡고 해외 수출은 ‘인비보 그레인’이라는 계열사가 전담한다. ‘감베르’는 전 세계 80개 프랜차이즈 회사와 1000여 개의 아웃렛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비보 그레인’은 조합원이 생산한 밀과 보리, 옥수수 등 곡물을 사들여 전국에 있는 20개의 저장시설에 보관한 뒤 가격이 오를 때 해외 시장에 판매한다. 지역 조합의 저장 창고도 중앙에서 직접 관리, 운영한다.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주요 곡물 생산국의 생산량이 줄었지만 이 회사는 곡물 수출 매출이 85%나 늘었다. 엘렌 기도할펜 마케팅 전략·혁신 담당이사는 “경쟁이 치열한 국제 곡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품종개량, 원가절감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덴마크 축산 협동조합 ‘대니시 크라운’ 역시 정육(ESS식품)과 가공식품 유통 전문회사(튤립식품)를 운영하고 있다. 대니시 크라운은 매출의 90%가 해외시장에서 발생한다. 전체 판매액의 23%가 영국 시장에서 발생할 정도다. ESS식품은 유럽은 물론이고 남미, 아시아 등에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해외 수출과 판매 활동 지원뿐 아니라 해외 시장 정보수집과 유통망 확보를 통해 개별 조합원 농가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유럽, 아시아, 북미 등에 자회사를 두고 직접 개발한 핫도그 패스트푸드 전문 프랜차이즈점(스테프핫도그)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의 동향을 분석하기 위해서 전문 자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까지 나서 ‘대니시(Danish)’를 국가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네덜란드 ‘그리너리’는 유럽의 주요 대형 유통업체 및 식자재 회사, 가공식품 업체 등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민간 도매회사 인수를 통해 소비자 유통사업 노하우를 익히고 있다. 스페인 ‘아네쿱’은 자체 브랜드를 부착해 세계 52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마케팅과 판매 대행을 주로 하고 있지만 막강한 시장 교섭력을 바탕으로 자국 농산물 가격 방어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질랜드 ‘폰테라’는 자국 생산 원유의 96%를 전담 가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29개, 해외 35개의 원유 가공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 3개는 호주와 뉴질랜드 유제품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생산자가 판매 가격 결정 일본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여 걸리는 인구 17만여 명의 하다노(秦野) 시 농협 ‘파머스마켓(농산물 직판장)’. 오후 3시경이었음에도 617m² 규모의 매장 내에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은 조합원이 매일 아침 가져와 직접 판매 가격을 결정하고 바코드를 붙인다. 바코드는 1장에 1엔이다. 위탁 판매 수수료는 15%다. 판매자는 가정에서 컴퓨터로 판매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매월 2회 계좌로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 금액을 입금받는다. 전국 30여 개 ‘파머스마켓’과 제휴해 시기적으로 생산되지 않거나 이곳에서 생산되지 않는 농산물도 공급받고 있다. 이곳은 한국 농협 하나로클럽 관계자들이 2002년 벤치마킹을 한 이후 한국 지역 단위 농협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농협 젠노(JA)그룹이 2000년대 이후 침체를 겪고 있지만 하다노 농협은 예외다. 하다노 농협은 조합원 3000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1만여 명으로 늘었다. 하다노 농협은 ‘파머스마켓’ 이용 고객이 차를 갖고 올 경우 CO2 배출량을 포인트로 환산해 적립해 포인트만큼 매년 시내 방범등을 발광다이오드(LED)등으로 교체해주고 있다. 그 외에도 노인 돌보미 사업, 장례사업 등도 조합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야나가 히토시(宮永均) 하다노농협 본부장은 “일본은 중앙회를 통한 통합 구매가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개별 조합의 이탈이 이어졌다”며 “한국 농협도 중앙회 차원의 대규모 통합 구매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일본 농협을 벤치마킹했던 한국 농협이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지역사회의 중추로 성장한 데 대해 부러움을 나타냈다.파리=이유종 기자·하다노=조용우 기자 pen@donga.com}

    • 201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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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경영 지혜]옷깃만 스쳐도… 업무에서 네트워크를 넓혀라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모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지만 살리지 못한다. 현명한 사람은 소매 끝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이 문구에는 일생에 한 번 만날 법한 인연이라도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 경제연구소의 직장인 설문조사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는 덕목으로 ‘대인지능’이 꼽혔다. 인맥관리를 잘해야 CEO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도 인맥관리와 관련된 내용이다. 꼭 CEO가 되지 않더라도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려면 인맥관리에 힘써야 한다. 한 정보기술(IT) 솔루션기업에 근무하는 조모 이사(42)는 대학을 졸업한 뒤 중소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에 입사했다. 서버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업무를 담당했고 고객회사를 직접 방문해 담당자를 만날 일이 많았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에서 크고 작은 오류가 발생할 때도 싫어하는 내색을 보이지 않고 전산 담당자의 요구를 들어줬다. 개인적인 친분 관계도 쌓았다. 이렇게 쌓은 인간관계로 직장을 잃은 뒤에도 4년 이상 이상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었다. 현재 직장도 인맥을 통해 들어갔다. 새 직장에 들어가면 인맥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쉽다. 하지만 직장은 인맥을 만들 기회의 장이다. 다른 부서 동료를 포함해서 거래처 담당자 등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인맥은 대부분 현재 업무에서 시작된다. 외국계 소비재 회사에서 일하는 김모 과장(33)의 인맥관리 전략은 별다른 게 없다. 그저 업무에서 만나는 사람을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업무로 얽힌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업계 동향과 다른 회사의 정보까지 얻는다. 김 과장은 상대방의 특징을 찾아내고 기억한다. 특징이 없으면 대화에서 기억할 만한 일을 찾아내기도 한다. 상대방은 자세한 부분까지 기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호감을 보일 확률이 높다. 기억력이 좋지 않을 때는 명함 뒤에 기억할 만한 단어를 적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맥 관리는 장기전이다. 또 선택과 집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천 방법까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먼저 주변사람부터 챙겨야 한다. 매일 마주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잊기 쉽다. 하지만 이들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만한 인적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명합집에 꽂힌 수많은 명함을 보면서 인맥관리를 잘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보자.최효진 HR코리아 대표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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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경영어록]“자신의 성공에 겸손하라”

    아짐 프렘지 위프로테크놀로지 회장(68)은 ‘인도의 빌 게이츠’로 불린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식용유 회사를 기반으로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키워냈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인도 부자 3위에 올랐다. 전 세계에선 41위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겸손하라’고 강조한다. 한 사람이 성공할 때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의 도움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성공한 사람도 잘난 체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사회에 고마움을 느끼고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겸손한 마음과 책임감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프렘지 회장은 지난달 23억 달러(약 2조 5350억 원)의 주식을 그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했다.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이 회원인 기부서약 모임 ‘기빙 플레지 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은 세계 부자들이 재산의 반 이상을 사회에 내놓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프렘지 회장은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짠돌이’로 돌변한다. 그의 자동차는 회장들이 즐겨 타는 비싼 대형 승용차가 아니며 해외출장을 갈 때는 항상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3성급 이상 호텔에는 체류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퇴근한 뒤 사무실 전등이 꺼졌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화장실 휴지 사용량까지 점검할 정도다. 돈을 꼭 써야 할 곳과 쓰지 않아야 할 곳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인도의 다른 대기업과 달리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의 검소하고 겸손한 삶에는 확고한 자신의 철학이 녹아 있다. 프렘지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나의 성공과 재산은 다른 사람의 질시와 분노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인도의 새 세대에게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킨다고 믿는다. 나의 재산은 직원과 고객, 사회에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분야에 기부를 많이 하고 있다. 그는 교육이 인도가 빈곤에서 탈출하는 지름길이라 믿었다. 또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사례를 보고 성공에 대한 꿈을 키우기를 바랐다. 통큰 기부와 근검절약하는 습관, 겸손한 태도로 그는 ‘아름다운 구두쇠’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센터장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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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 인터뷰]“제빵 노하우 공개 이유? 외부 자극 받으려고요”

    동네 빵집이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다. 하지만 김영모과자점은 오히려 점포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직원이 180명에 달하고 연간 매출은 150억 원을 웃돈다. 매장 면적을 더 늘리지 않아도 각 점포의 매출은 매년 오르고 있다. 김영모 대표(60)는 자신의 빵집이 강남 사람들에게 30년 이상 인정받는 비결로 △꾸준한 품질 유지 △명품 전략 △동네 빵집과 프랜차이즈의 장점 조화 △무리한 확장 자제 △고객 서비스 등을 꼽았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4호(3월 1일자)에 실린 김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30여 년간 많은 위기가 있었는데 이를 극복한 비결은 무엇인가. “외환위기 때 빵 3개를 단돈 1000원에 판매하는 제과점이 많았다. 그런 매장은 대부분 망했다. 서비스는 빵을 하나 더 주거나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고객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게 진짜 서비스다. 한 번은 고객이 슈크림빵을 먹고 배탈이 났다. 배탈 원인은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다른 음식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희 제품을 드셨으니까 저와 집사람은 연락을 받고 가족을 병원까지 모시고 가서 치료해 드렸다. 이 가족은 30년 가까이 우리 가게의 단골이다.” ―품질 관리에 대한 일화가 많다. 마음에 들지 않는 빵은 모두 버렸다고 하던데…. “완벽한 제품이라고 판단될 때만 판매를 했다. 발효가 조금이라도 덜 되거나 지나치면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쓰레기통에 다 버렸다. 하루는 완벽한 제품이 아니니 판매하지 말라고 하고 밖에 나갔다 왔는데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아내가 아까우니까 팔려고 내놓은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가게 문을 반나절이나 닫았다. 아내에게 다시는 그렇게 안 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문을 열었다.” ―책을 통해 귀중한 제빵 노하우를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서 스스로 자극을 받기 위해서다. 제 책을 보고 다른 제빵사들이 노력하면 제품은 다양해진다. 차별화하려면 나는 다시 새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일종의 ‘부메랑 효과’다. 또 기술을 공개해도 빵이 똑같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머리로 생각하는 기술을 손에 익히려면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창업하려는 후배들은 주로 어떤 곳에 매장을 내야 성공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나는 오히려 이들에게 왜 창업을 하는지 물어본다. 대부분 돈 때문에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능인은 돈을 벌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망한다. 돈을 좇아 장사를 하니 재료 단가를 낮추게 되고 결국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 업종을 불문하고 재방문 고객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단 한 번의 실수에도 고객은 발길을 돌린다. 제품이 먼저다. 돈은 결과적으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김영모 대표는 1982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상가에 6평짜리 김영모과자점을 열고 이후 사업을 확장했다.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천연 발효빵을 개발해 6번째로 제과부문 명장(名匠)이 됐고 2011년부터 대한민국명장회 회장도 맡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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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선진농협 현장… 덴마크 축산협동조합 ‘대니시 크라운’

    “도축 과정에서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품질도 좋아집니다.” 지난달 말 덴마크 호르센스 시에 위치한 축산협동조합 대니시 크라운의 도축장. 외관은 첨단 반도체공장과 비슷했다. 건물 밖에선 돼지 냄새가 나지 않았다. 도축량은 하루 2만 마리. 전 과정이 기계화돼 있다. 무선인식 기술을 이용해 부위별로 나눠 포장까지 이뤄진다. 100명이 넘는 공무원이 상주하면서 동물 복지와 안전성까지 검사한다. 조합 직원 아그네트 폴센 씨는 “돼지가 흥분하지 않도록 근무복도 맹수의 색과 거리가 먼 파랑색이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사인 ‘아서 디 리틀(ADL)’이 최근 실시한 세계 10개 농업 선도국가 농업생산자단체 경쟁력 평가에서 대니시 크라운은 △연구개발 △생산지원 △유통 및 가공 △판매·마케팅 등 4개 분야 모두 4점 만점을 받아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덴마크는 지난 50년간 축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대니시 크라운의 경쟁력을 현지 취재했다. 대니시 크라운은 2011년 10월∼2012년 9월 매출액 564억6200만 크로네(약 10조8497억 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의 90%가 해외시장에서 발생한다. 운영은 산지 조직화 및 생산에서 도축·가공 및 판매까지 아우르는 통합경영체계인 축산물 패커(Packer) 형태다. 최근 덴마크의 축산 여건은 별로 좋지 않다. 축산 농가에서 조합에 공급한 돼지 육류량은 최근 4년간 13%나 줄었다. 조합 가입 축산 농가도 같은 기간 26%나 줄었다. 하지만 대니시 크라운의 매출액은 20%나 늘었다. 이런 성과는 규모화와 효율화의 결과다. 수직계열화를 위해 최근 10년간 미국, 독일, 영국, 폴란드 등에서 도축장, 육류가공회사, 포장회사 등 축산 관련 기업을 15개나 인수했다. 국내 도축장을 합병했고 첨단 도축장 시스템은 수출했다. 전체 돈육 중 29%는 독일, 스웨덴, 폴란드 등 해외 도축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칼 크리스티앙 뮬러 수석 애널리스트는 “물량이 많으면 생산 단가가 더 싸진다”며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앞으로 더 많은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자 개발부터 물류,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스템도 기여했다. 덴마크의 인건비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비싸다. 호르센스 도축장의 직원 급여는 독일과 스웨덴보다 2, 3배 많다. 하지만 제품 경쟁력은 인건비를 상쇄할 정도다.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미 돼지 한 마리가 1년간 낳아 출하될 때까지 생존하는 돼지가 24마리를 웃돈다. 한국은 13마리에 불과하다. 돼지 한 마리가 하루에 늘어나는 체중이 866g으로 한국(680g)보다 27%나 많다. 돈육 생산비는 한국의 71%에 불과하다. 덴마크의 돈육은 미국 시장에서 비싼 값에도 잘 팔린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철저히 연구해 맞춤형 제품을 생산, 공급하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베이컨용 비거세 돈육을, 육색을 선호하는 일본에는 붉은색 고기를 공급한다. 족발과 귀, 꼬리, 머리 등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팔고 있다. 비계는 식용기름과 동물사료, 바이오에너지 등에 사용된다. 이재호 농협중앙회 유럽연합(EU) 사무소장은 “대니시 크라운은 지속되는 경제위기에도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가격을 올렸다”며 “이익은 축산농가에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센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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