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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문회는 시작일 뿐,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 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를 주도한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15일(현지 시간) 청문회가 끝난 뒤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후속 조치들을 살펴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정부의 조치를 봐가며 앞으로 청문회를 또 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이날 ‘한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한반도의 인권에 미치는 함의’를 주제로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화상 청문회를 2시간가량 진행했다. 청문회에는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고든 창 변호사,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전수미 변호사 등 모두 6명이 증인으로 참여했다. 청문회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미스 의원과 함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짐 맥거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다시 논의할 수 있다면 국회가 이 법의 수정을 결정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스미스 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가 내정 간섭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인권 유린 문제가 있다면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의원은 그동안 인권 문제와 관련한 청문회를 70차례 이상 열었다. 미국 의회 내 초당적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를 이끈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사진)이 15일(현지 시간) 청문회 종료 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청문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한국 정부에 보낸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는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의 인권 관련 현안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미스 의원은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상임위와 달리 법안 수정과 의결 권한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나는 (상임위원회인) 외교위 산하 인권소위에도 소속돼 있고 인신매매와 인권에 대한 법안들을 발의해 왔다”고 답변했다. 이와 별개로 청문회는 중요한 현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회가 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앞서 통일부는 9일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를 두고 “의결 권한이 없는 등 한국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 연구모임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미스 의원은 간담회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청문회 내용을) 듣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출범 후 인권 이슈를 외교안보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이든 행정부에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한국 정부의 집요한 로비와 친(親)정부 단체들의 청문회 반대 캠페인에 시달리면서도 청문회 개최를 밀어붙였다. 스미스 의원은 “지금까지 인권 문제와 관련해 70회 이상,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모두 7차례 청문회를 열었고 과거 탈북자들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도 많았다”며 이번 청문회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스미스 의원은 “정부뿐 아니라 일부 언론에서도 김정은에 의해 매일매일 행해지는 잔혹한 인권의 문제를 강조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했다. “우리는 한국인을 사랑하고 민주주의가 번영하는 것을 안다. 한국과의 동맹에 위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대북전단금지법은 이보다 더 큰 범주에 속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정 국가(한국)의 현행법을 겨냥한 청문회가 내정 간섭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그는 “한국 정부와 국회도 미국의 인권 유린 문제가 있다면 언제라도 청문회를 열 수 있다”며 “이런 게 표현의 자유”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벨라루스 같은 동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는 반박도 내놨다. ‘동맹인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청문회에 세우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2000년 자신이 한국 국회 등과 협력하며 한국 및 필리핀, 러시아 여성들의 인신매매 문제를 개선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자신이 발의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을 통해 함께 개선하려는 노력을 이어간 결과 인신매매 분야에서 3등급(tier-3)이었던 한국이 1년 만에 1등급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나는 한국의 인신매매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정말로 심하게 공격받고 비판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어린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했고 또 그럴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간담회에 앞선 청문회에서 그는 “진정한 친구는 다른 친구의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줄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상호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다루는 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청문회가 15일(현지 시간) 열렸다. 미 의회가 동맹인 한국의 북한인권 관련법을 청문회에 상정한 것은 이례적으로, 청문회 결과가 향후 한국의 인권 정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이날 오전 10시 ‘한국의 시민적 정치권 권리: 한반도의 인권에 미치는 함의’를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당)과 짐 맥거번 하원의원(민주당)이 화상으로 주최한 이날 청문회에는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고든 창 변호사,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전수미 변호사 등 모두 6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한국정부 인권 후퇴”…법 개정 촉구도스미스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성경과 BTS 풍선 금지법’이라고 부르며 이 법의 시행으로 북한으로 종교와 문화 등의 유입이 차단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핵의 비확산을 이유로 인권에 대한 오랜 약속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은 극도로 놀라운 일”이라며 “북한주민 2500만 명의 자유를 외면하고 이런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재인) 정권이 인권에 초점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고도 했다. 또 “한국은 김정은 정권의 잔혹한 독재정권과는 정반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평가받는다”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적 부패(democratic decay)’ 상황에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는 문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 제정 외에 기소권을 정치화해 시민단체, 특히 북한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들을 억압하는 것을 봐 왔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의원은 국내에서 제기되는 ‘내정 간섭’ 등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청문회는 한국 정치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며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친구는 다른 친구의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줄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상호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를 공동 주재한 맥거번 의원은 “이 법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면 국회가 그 법의 수정을 결정하길 희망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다만 그는 미국 또한 남부 국경의 불법이민자 대응 등에서 인권보호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성과 함께 “지난 4년 간 미국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함께 내놨다. “한반도의 충돌 상황은 모두가 막고 싶고 비핵화 또한 모두가 바라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노력도 언급했다.●“한국, 더 이상 탈북자들 피난처 아냐”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비롯한 한국의 인권 대응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보수 논객인 창 변호사와 숄티 대표와 시프턴 국장 등 북한인권 활동을 해온 전문가들은 전단 살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전 변호사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실제 북한인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맞섰다. 숄티 대표는 대북전단 및 이와 함께 북쪽으로 띄우는 페트병에 든 쌀, 한국 드라마가 담긴 USB 등을 들어보이며 “이게 위협이 되는 것 같으냐. 진짜 위협은 이런 것들이 아닌 김정은 정권”이라고 했다. 그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탈북자들의 발언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들이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다시 강제북송되고 있는 것 등의 사례를 들며 “한국은 더 이상 탈북자들의 피난처가 아니며 때로 북한보다 더 위험한 곳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대북전단금지법을 넘어 한국의 전반적인 인권 및 민주주의 상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창 변호사는 “문 대통령은 자유를 제한하고, 민주주의 규칙을 위협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과 여당은 ‘자유’라는 단어를 삭제하려고 한 바 있다. 중학교 교과서를 수정하고 ‘자유’를 삭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문제까지 제기했다. 이 전 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청와대 고위인사들의 부패 사례를 거론하며 “핵심 인사들이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간다”고 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앞세워 보수집회 시위 등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정부 옹호 목소리 맞서며 2시간 격론북한인권 전문가들의 비판에 맞서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 온 인사들도 증인으로 나왔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로 분류되는 퀸시연구소의 리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이중에는 문 대통령을 ‘북한의 스파이’라고 부르는 극단적 표현도 있다”고 소개했다. 전 변호사는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 같은 내용이 담긴 대북전단이 북한 인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 미국은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 내용은 앞으로 의회의 북한인권 관련 결의안이나 법안 발의 및 심사 과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는 이날 “청문회가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줄 만한 사안은 아니다”며 이번 사안이 한미 관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선을 그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올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전망이 나왔다. 정보당국은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점점 더 ‘동급에 가까워지는 경쟁자(near-peer competitor)’로 평가하면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했다. 미 국가정보국(ODNI)은 13일(현지 시간) 공개한 27쪽 분량의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 중 북한 부문에서 “김정은은 미국과 동맹들 사이를 벌리고 역내 안보 환경을 바꾸기 위해 공격적이고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여기에는 핵무기와 ICBM의 시험이 포함된다”고 했다. 또 “김정은은 핵무기를 외세의 개입에 대한 궁극적인 억제로 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자신의 정권에 가해지는 압박 수위가 북한의 접근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김정은은 또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 노력과 함께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재래식 무기의 위협도 거론했다. 재래식 무기의 역량 강화로 미국과 한국, 일본에 점점 더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대량살상무기(WMD) 분야에서는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김정은이 핵무기에 계속 전념하고 있고 탄도미사일 연구개발에 활발히 관여하고 있으며 생화학무기를 위한 북한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이버 능력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북한이 대단히 중요한 미국의 인프라 네트워크에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미국 내 기업의 네트워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ODNI는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미국의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상위 정보기관이다. 여기서 내놓은 보고서에는 이들 기관의 정보와 분석 내용이 총망라돼 있다고 볼 수 있다. ODNI의 이번 연례 위협 보고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인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도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보고서는 북한과 함께 중국, 러시아, 이란을 주요한 위협으로 보고 개별 장(chapter)에서 기술했다. 특히 중국을 가장 첫 번째로 올려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 1순위임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시키며 미국과 동맹 간 틈을 벌리고 전제주의적 중국 시스템을 앞세운 국제적 새 규범을 만들기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점점 더 미국과 같은 수준의 경쟁자가 돼가고 있다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인도와의 국경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중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 사례로 언급했다. 대만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통일을 압박하면서 미국 대만 간의 관여 강화를 비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군사력 측면에 있어서는 중국군의 해군력과 공군력을 역내 최대로 평가하며 “중국은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신형 장거리 시스템 실전 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WMD와 관련해서도 “중국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핵무기고의 확대와 다양화를 계속할 것이며 3대 핵전력을 실전 배치하고 핵무기 보유량을 10년 내 두 배 이상 늘리려 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미 상하원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에 대한 위협을 평가하는 청문회를 14일과 15일 진행한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과 윌리엄 번스 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등이 참석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내에서 이길 수도, 멈출 수도, 그렇다고 떠날 수도 없는 이른바 ‘끝나지 않는 전쟁(Endless war)’으로 불렸던 미국의 최장기 해외 전쟁인 아프가니스탄전이 9·11테러 20주년이 되는 올해 9월 11일에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전쟁 중 재임한 미국 대통령만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까지 4명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3일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을 4개월 늦은 9월 11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14일(한국 시간 15일)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에 관한 계획과 일정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발표 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아프간에서 전사한 미군을 추모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년간 아프간에서는 2400명의 미군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고 2만 명이 다쳤다. 미국이 아프간전쟁에 쏟아부은 예산이 2조 달러(약 2231조 원)가 넘는다. AP통신은 13일 백악관 고위 당국자 또한 “5월 1일 전에 잔여 병력의 질서 있는 감축을 시작하고 9월 11일 전에 모든 미국 병력을 빼낼 것”이라며 아프간 철군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공격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철군 일정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집권 내내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주창했던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 올해 5월까지 철군을 마무리하겠다고 합의했다. 이후 당초 1만5000명이던 아프간 주둔 미군을 2500여 명으로 줄였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 정계 일각에서 가뜩이나 불안한 아프간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며 철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과감히 철군하지 않으면 아프간전쟁을 영원히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철군 결정을 밀어붙인 배경으로 풀이된다. 9·11테러 직후 당시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이 테러 배후인 수니파 무장단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며 “빈라덴을 미국에 넘기라”고 압박했다. 탈레반이 거부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 아프간을 침공해 전쟁이 발발했다. 탈레반의 집요한 저항과 다민족 다언어 국가인 아프간의 복잡한 국내 정세 등으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피로감이 상당한 상태다. 영국도 아프간 철군에 동참한다. 13일 영국 더타임스는 영국이 아프간 주둔 영국군의 훈련을 지원하는 ‘사막의 샌드허스트’ 작전 통제권을 아프간 정부에 넘길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에는 영국군 약 750명이 주둔하고 있는데 미군의 시설과 지원이 없으면 독자 주둔은 어려운 상태다. 나토도 미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국방장관은 14일 독일 ZDF방송에 출연해 “나는 질서정연한 철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나토는 미국과 계획을 맞춰 9월 11일까지 아프간 철군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3일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감축 입장을 밝혔던 독일 주둔 미군을 오히려 500명 늘릴 뜻을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은택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올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전망이 나왔다. 정보당국은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점점 더 ‘동급에 가까워지는 경쟁자(near-peer competitor)’로 평가하면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13일(현지 시간) 공개한 27쪽 분량의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 중 북한 부분에서 “김정은은 미국과 동맹들 사이를 벌리고 역내 안보 환경을 바꾸기 위해 공격적이고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여기에는 핵무기와 ICBM의 시험이 포함된다”고 했다. 또 “김정은은 핵무기를 외세의 개입에 대한 궁극적인 억제로 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자신의 정권에 가해지는 압박 수위가 북한의 접근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김정은은 또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 노력과 함께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재래식 무기의 위협도 거론했다. 재래식 무기의 역량 강화로 미국과 한국, 일본에 점점 더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대량살상무기(WND) 분야에서는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김정은이 핵무기에 계속 전념하고 있고 탄도미사일 연구개발에 활발히 관여하고 있으며 생화학무기를 위한 북한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이버능력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북한이 대단히 중요한 미국의 인프라 네트워크에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미국 내 기업의 네트워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ODNI는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미국의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상위 정보기관이다. 여기서 내놓은 보고서에는 이들 기관의 정보와 분석 내용이 총망라돼 있다고 볼 수 있다. ODNI의 이번 연례 위협 보고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인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도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보고서는 북한과 함께 중국, 러시아, 이란을 주요한 위협으로 보고 개별 장(chapter)에서 기술했다. 특히 중국을 가장 첫 번째로 올려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 1순위임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시키며 미국과 동맹 간 틈을 벌리고 전제주의적 중국 시스템을 앞세운 국제적 새 규범을 만들기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점점 더 미국과 같은 수준의 경쟁자가 돼가고 있다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인도와의 국경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중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 사례로 언급했다. 대만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통일을 압박하면서 미국 대만 간의 관여 강화를 비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군사력 측면에 있어서는 중국군의 해군력과 공군력을 역내 최대로 평가하며 “중국은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신형 장거리 시스템 실전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WMD 관련해서도 “중국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핵무기고의 확대와 다양화를 계속할 것이며 3대 핵전력을 실전 배치하고 핵무기 보유량을 10년 내 두 배 이상 늘리려 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미 상하원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에 대한 위협을 평가하는 청문회를 14일과 15일 진행한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윌리엄 번스 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등이 참석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끝나지 않는 전쟁(Endless war)’으로 불렸던 미국의 최장기 해외전쟁 아프가니스탄전이 발발 계기가 됐던 9.11 테러 20주년인 올해 9월 11일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3일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철군 계획을 4개월 늦은 9월 11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기술적 문제 등으로 당초 예정됐던 철군 시한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며 일정 지연을 이미 예고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바이든 대통령이 14일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에 관한 계획과 일정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아프간에서 전사한 미군을 추모하기로 했다. AP통신은 13일 백악관 고위당국자 또한 “5월 1일 전에 잔여 병력의 질서 있는 감축을 시작하고 9월 11일 전에 모든 미국 병력을 빼낼 것”이라며 철군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프간 탈레반 반군의 공격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철군 일정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집권 내내 해외주둔 미군 철수를 주창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 올해 5월까지 철군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당초 1만5000명이던 아프간 주둔 미군 또한 2500여 명으로 줄었다. 미국의 지도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 정계 일각에서 가뜩이나 불안한 아프간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며 철군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지금 과감히 철군하지 않으면 아프간전을 영원히 끝내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 철군 결정을 단행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영국 또한 아프간 철군에 동참한다. 13일 영국 더타임스는 영국이 아프간 주둔 영국군의 훈련을 지원하는 ‘사막의 샌드허스트’ 작전 통제권을 아프간 정부에 넘길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에는 영국군 약 75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미군 시설 및 지원이 없으면 독자 주둔이 어려운 상태다. 9·11 테러 직후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탈레반이 테러 배후인 수니파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에게 근거지를 제공했다며 “빈라덴을 미국에 넘기라”고 압박했다. 탈레반이 거부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과 아프간을 침공해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 초기 아프간에 친미 정권을 수립하고 2011년 아프간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에 은신하던 빈라덴을 제거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탈레반의 집요한 저항, 다민족 다언어 국가인 아프간의 복잡한 국내 정세 등으로 장기화하자 미국 내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20년간 2400명의 미군이 숨지고 2만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2조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전했다.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3일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감축 입장을 밝혔던 독일주둔 미군을 오히려 500명 늘릴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의 방위비 분담금이 적다며 3만6000명 주독 미군 중 1만200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치매체 더힐 등은 주독미군 증원이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병력을 집결시킨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진단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이은택기자 nabi@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참가한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중국과 맞서는 데 필요한 공격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회의 참가 기업들을 향해 미국 내 투자를 압박했다. 그는 “우리의 경쟁력이 여러분의 투자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는 혁신을 제공하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기다리지 않으며, 미국 또한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게임에서 더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회의에 참석한 19개 글로벌 반도체 관련 회사의 CEO들을 향해 “우리의 경쟁력은 여러분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투자를 촉구했다. 12일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화웨이의 에릭 쉬 순환회장은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미국이 중국 기술회사에 부과한 제재가 반도체 산업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렸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입혔다”며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부분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전남혁 기자}
미국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에 대해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동맹인 한국이 반발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실상 일본 편을 든 것으로, 미일 간의 밀착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내고 “일본은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 관련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 일본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라고 썼다. 프라이스 대변인과 블링컨 장관은 모두 ‘오염수(contaminated water)’ 대신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정화 과정을 거친 ‘처리수’로 부르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쓴 것이다. 프라이스 대변인과 블링컨 장관의 트위터 글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출 방침을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미일 양국이 사전에 이 문제에 대해 협의했고 미국이 이에 대한 지지 의사 표명을 준비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국 등 이웃국가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미국이 침묵하거나 중립을 지키는 대신 국무장관까지 나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16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19개 글로벌 반도체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 놓고 진행한 ‘반도체 회의’. 화상으로 연결된 CEO들 앞에서 모두발언을 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올렸다. “이 반도체가 바로 인프라”라며 “우리는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도체를 향후 미국 인프라의 핵심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순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20세기에 그러했듯이 21세기에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미국 일자리 계획을 통과시키고 미국 미래를 위해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인프라의 재건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연구개발(R&D)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정부가 반도체 투자 계획이 포함돼 있는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CEO들을 향해 적극적인 동참과 투자를 촉구했다. 미국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이 새 동력을 얻는 데 필요한 투자를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공급 부족 해소를 넘어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을 의식한 대중(對中) 견제용이라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70명에 가까운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기다리지 않으며, 미국 또한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상하원 의원들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은 반도체 개발 및 생산 증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경제는 물론 안보의 회복력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반도체 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 Act)에 따른 예산 배분과 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인공지능(AI) 위원회는 지난달 초 연방의회에 “반도체 생산 장비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백악관은 회의 후 배포한 자료에서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산업계 리더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들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장단기 접근 방법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CEO들은 미국 내 반도체 추가 생산 역량을 늘리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혀 회의의 방점이 미국의 반도체 생산 증가 및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독려에 찍혀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업들은 반도체 공급망의 투명성 향상과 수요 예측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생산 기업과 수요 기업 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벌써부터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기 시작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면서 “향후 6∼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서동일 기자}

미국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에 대해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동맹인 한국이 반발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실상 일본 편을 든 것으로, 미일 간의 밀착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일본 정부가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된 처리수와 관련한 여러 결정을 검토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일본은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 관련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 일본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라고 썼다. 프라이스 대변인과 블링컨 장관은 모두 ‘오염수(contaminated water)’ 대신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정화 과정을 거친 ‘처리수’로 부르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쓴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오염수(contaminated water)’ 또는 ‘방사성 물(radioactive wate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프라이스 대변인과 블링컨 장관의 트위터 글을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출 방침을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미일 양국이 사전에 이 문제에 대해 협의했고 미국이 이에 대한 지지 의사 표명을 준비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국 등 이웃국가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미국이 침묵하거나 중립을 지키는 대신 국무장관까지 나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16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19개 글로벌 반도체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 놓고 진행한 ‘반도체 회의’. 화상으로 연결된 CEO들 앞에서 모두발언을 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책상 위에 놓여있던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올렸다. “이 반도체가 바로 인프라”라며 “우리는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도체를 향후 미국 인프라의 핵심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순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20세기에 그러했듯이 21세기에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미국 일자리 계획을 통과시키고 미국 미래를 위해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인프라의 재건이 수백 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연구개발(R&D)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정부가 반도체 투자 계획이 포함돼 있는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CEO들을 향해 적극적인 동참과 투자를 촉구했다. 미국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이 새 동력을 얻는데 필요한 투자를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공급 부족 해소를 넘어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을 의식한 대중(對中) 견제용이라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70명에 가까운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기다리지 않으며, 미국 또한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상하원 의원들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은 반도체 개발 및 생산 증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경제는 물론 안보의 회복력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반도체 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n Act)에 따른 예산 배분과 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인공지능(AI) 위원회는 지난달 초 연방의회에 “반도체 생산 장비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백악관은 회의 후 배포한 자료에서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산업계 리더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들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장단기 접근방법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CEO들은 미국 내 반도체 추가 생산 역량을 늘리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혀 회의의 방점이 미국의 반도체 생산 증가 및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독려에 찍혀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 참석 기업들은 반도체 공급망 투명성 향상과 수요 예측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생산 기업과 수요 기업 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계기로 전체 산업군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기적인 협력관계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기업들은 벌써부터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기 시작했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면서 “향후 6~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서동일기자 d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참가한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중국과 맞서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의 경쟁력이 여러분의 투자에 달려있다”고 독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중대한 투자를 위한 입법 노력도 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회의에 참석한 19개 글로벌 반도체 관련 회사의 CEO들을 향해 “우리의 경쟁력은 여러분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 도중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올려 보이면서 “이 반도체, 이 웨이퍼가 바로 인프라”라며 “우리는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23명의 상원 의원과 42명의 하원 의원들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기다리지 않으며, 미국 또한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미국이 제조업과 기술연구(R&D) 분야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게임에서 더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혁신을 제공하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투자를 촉구했다. “우리는 21세기에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미국 일자리 계획을 통과시키고 미국 미래를 위해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모두발언 후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공동으로 주재한 이날 회의는 1시간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개 기업의 CEO들이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회의에 대해 “대통령이 업계의 의견을 직접 듣고 어떻게 그들을 가장 잘 도울 수 있을지를 보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며 “결정이나 발표가 나올 자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백악관은 회의 후 내놓은 참고자료에서 “반도체 부족은 미국 노동자와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대통령과 경제, 안보 보좌관의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산업계 리더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들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장단기 접근방법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백악관에 따르면 참석한 CEO들은 반도체 공급망의 투명성 강화 및 미래의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 예측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고, 미국 내 반도체 추가 생산 역량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밝힌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이 클린에너지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어떻게 미국의 글로벌 리더 자리를 유지하고 미국의 경쟁력과 안보를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같은 반도체 기업 및 제네럴모터스(GM), 포드, 인텔, 휴렛패커드(HP), 구글 등 글로벌 주요기업 CEO들이 모두 참석했다. GM은 회의가 끝난 뒤 성명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이슈를 바이든 행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에 감사하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부 및 의회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GM과 포드는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로 올 한해 45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과 중국의 항공모함 전단(戰團)이 같은 시기에 남중국해로 진입했다. 미 항공모함이 이곳에서 훈련을 전개하자 중국이 하루 만에 항공모함을 보낸 것인데 두 나라 항모 전단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동시 출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을 주축으로 하는 항모전단이 10일 남중국해로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랴오닝함의 남중국해 진입은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이 전날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전개한 데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랴오닝함은 3일 동중국해와 태평양을 잇는 요충지 미야코(宮古)해협을 지나 5일부터 대만 인근 해상에서 훈련해왔다. 루스벨트함은 앞서 4일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믈라카해협을 통과해 남중국해로 진입했고, 8일 추가로 남중국해로 온 미 구축함 마킨아일랜드함과 9일 합동훈련을 펼쳤다. 외신들은 남중국해에서 두 나라 항모 전단이 동시에 모습을 보이는 건 드문 일이라며 미 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 나타나자 중국도 급히 항공모함을 보내 맞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군사평론가 쑹중핑(宋忠平)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랴오닝함은 정기훈련 계획에 따라 군사훈련을 했지만 미 항공모함 훈련은 중국군을 저지하고 남중국해에서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양국 함정들이 남중국해에서 맞닥뜨린 가운데 미 해군은 11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USS머스틴함 선상에서 2명의 지휘관이 멀지 않은 거리의 랴오닝함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공개했다. 미 해군은 이 사진에 대해 4일 동중국해상에서 머스틴함의 함장과 부함장이 수천 m 거리에 있는 랴오닝함을 지켜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속 함장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뻗어 난간에 올린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이 이런 사진을 공개한 것은 자신들이 중국군의 움직임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군사전문가 뤼리스(呂禮詩)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항공모함을 바라보는 미군 지휘관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중국군이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했다. 미군이 랴오닝 항모 전단의 움직임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측에 알리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 시간) 중국이 대만에 대해 더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이 힘으로 서태평양의 현 상황을 바꾸려 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김기용 kky@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항공모함 전단(戰團)이 같은 시기에 남중국해로 진입했다. 미 항공모함이 이 곳에서 훈련을 전개하자 중국이 하루 만에 항공모함을 보낸 것인데 두 나라 항모 전단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동시 출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을 주축으로 하는 항모 전단이 10일 남중국해로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랴오닝함의 남중국해 진입은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가 전날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전개한 데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랴오닝함은 3일 동중국해와 태평양을 잇는 요충지 미야코(宮古) 해협을 지나 5일부터 대만 인근 해상에서 훈련해왔다. 루즈벨트호는 앞서 4일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 남중국해로 진입했고, 8일 추가로 남중국해로 온 미 구축함 마킨 아일랜드호와 9일 합동훈련을 펼쳤다. 외신들은 남중국해에서 두 나라 항공모함 전단이 동시에 모습을 보이는 건 드문 일이라며 미 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 나타나자 중국도 급히 항공모함을 보내 맞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군사평론가 쑹중핑(宋忠平)은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랴오닝함은 정기훈련 계획에 따라 군사훈련을 했지만, 미 항공모함 훈련은 중국군을 저지하고 남중국해에서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양국 함정들이 남중국해에서 맞닥트린 가운데 미 해군은 11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USS머스틴함 선상에서 2명의 지휘관이 멀지 않은 거리의 랴오닝함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공개했다. 미 해군은 이 사진에 대해 4일 동중국해상에서 머스틴함의 함장과 부함장이 약 수천 미터 거리에 있는 랴오닝함을 지켜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속 함장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뻗어 난간에 올린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이 이런 사진을 공개한 것은 자신들이 중국군의 움직임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군사전문가 루리시(呂禮詩)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 항공모함을 바라보는 미군 지휘관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중국군이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했다. 미군이 랴오닝 항모 전단의 움직임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측에 알리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 시간) 중국이 대만에 대해 더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이 힘으로 서태평양의 현 상황을 바꾸려 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1인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에게 ‘멍청한 X자식(dumb son of a bitch)’ ‘패배자’ 등 원색적인 막말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 및 올해 1월 트럼프 지지자의 의회난입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격렬히 대립하고 있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 퇴임 후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연설에서 매코널 대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을 거세게 비난했다. 매코널 대표와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측의 대선조작 주장에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파우치 소장은 줄곧 트럼프 행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진정한 지도자는 결코 지난해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였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싸웠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각종 막말을 곁들였다. 최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의 공동 설문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각각 60%, 5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선이 조작됐다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입각시킨 매코널의 부인 일레인 차오 전 교통장관을 거론하며 “그의 아내를 고용했는데 고맙다고 한 적도 없다”고 부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차오 전 장관은 의회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 중 가장 먼저 사퇴했다. 펜스 전 부통령에 대해서는 “대선 결과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인증하지 않고) 돌려보낼 용기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를 정말 좋아했는데 많이 실망했다”고 했다. 파우치 소장을 두고 “나에게 맞서는 것으로 점수를 땄을 뿐이며 내게 잘못된 조언을 했다”고 폄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성과를 자신에게 돌리며 “내게 백신을 ‘트럼프 백신(Trumpcine)’으로 불러야 한다고 한 사람도 있다”고 자화자찬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12일(현지 시간) 오전 12시(한국 시간 13일 오전 1시) 미국 백악관 주최의 반도체 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한다. 그만큼 미국이 ‘21세기 석유’로 불리는 반도체의 공급망 확보 및 개발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백악관이 공개한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에 따르면 그는 12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화상으로 열리는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잠시 참석(briefly join)’한다는 백악관의 설명으로 볼 때 그는 회의 시작 직후 CEO들을 상대로 모두발언을 한 뒤 자리를 뜰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메시지를 담은 상징적인 행보다. 이번 회의는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공동 주재한다. 참석 대상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 TSMC, 구글 모회사 알파벳, AT&T, 커민스, 델 테크놀로지,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인텔,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NXP, PACCAR,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 스텔란티스 등 19개사다. 반도체 기업 외에 반도체를 사용하는 항공우주, 의료장비, 자동차 업체 등이 대거 포함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중국의 반도체 개발을 견제하며 자국 내 반도체 개발 및 기술 선진국인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재검점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반도체 칩을 들어보이며 “우표보다 작은 이 반도체 칩은 (없으면 전체를 못 쓰게 만들 수 있는) 21세기의 말편자 못”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공급망을) 의존해선 안 된다”며 핵심 전략 부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평행선을 걷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최종 합의는 1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비토권(거부권) 마감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이뤄졌다. 합의의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은 미국 바이든 정부였다. 거부권 시한이 다가오면서 고위 당국자들이 양사 임원들을 직접 접촉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 시간 9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을 화상회의로 만나 양사를 설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USTR와의 3자 회의 이후 양측 사장들이 화상으로 만나 결국 최종 합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선 이유는 비토권 행사에 따라 ‘지식재산권 vs 일자리 및 기후변화 대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중대한 골칫거리(major headache)’로 표현해 왔을 정도다. 만약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영업비밀 침해를 묵과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바이든 정부는 지식재산권 침해를 강하게 비판하며 기술패권 경쟁 상대인 중국에 대한 공격 포인트로 삼아 왔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 문을 닫고 최대 6000여 개 일자리를 잃어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다. 오랜 공화당 텃밭이었던 조지아주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블루 웨이브’로 불리는 민주당 지지 바람을 타면서 신(新)경합주로 분류된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정부가 적극 설득에 나서자 양사가 더는 소모전을 펼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전격 합의를 결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가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며 “내 플랜의 핵심은 미래 전기 자동차 및 배터리를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손에 의해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중심의 강력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필요로 하며 오늘 합의는 이 같은 방향에 맞는 긍정적인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LG와 SK 측은 또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사업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내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선두를 유지하고, 미국과 인도네시아 신규 투자를 이어가려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SK는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스콧 키오 폭스바겐 미국지사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배터리 생산 능력 감소 및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폭스바겐은 LG와 SK가 주로 만드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이 주력하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쓰겠다고 선언하면서 두 회사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K배터리 위축을 우려한 한국 정부도 양사의 합의 설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재계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양사 고위 관계자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송전이 시작된 2019년 4월부터 최근까지도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양사 간 화해를 중재해 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월 “K배터리의 미래가 크게 열릴 텐데 싸우지 말고 큰 시장을 향해 나서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양사 간 화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로 양사는 장기소송 리스크 등에서 벗어나 시장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이번 합의 결과를 두고 미래 첨단 산업에서 국가 안보를 내세운 미국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반도체 긴급대책 회의를 열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19개 글로벌 업체와 반도체 공급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첨단 산업을 안보 이슈로 보면서 한국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곽도영 기자}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예고한 미국 의회 내 초당적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역할과 비중을 폄하하는 듯한 통일부의 발언을 두고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는 물론이고 의회 내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다. 미 하원 고위 관계자는 10일(현지 시간) 톰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에 대한 통일부의 설명에 대해 “청문회의 중요성을 폄하하고 이와 상관없는 이슈를 제기함으로써 핵심을 다른 데로 돌리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통일부가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이 청문회에 대해 “의결 권한이 없는 등 한국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 연구모임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제기되는 이런 평가에 대한 본보의 입장 질의에 “청문회를 깎아내리려는 정치적인 묘사”라고 했다. 이어 “하원에는 상임위원회 외에 중국, 인권, 유럽안보 등 특정 주제를 다루는 특별위원회가 있다”며 “톰 랜토스 인권위 같은 특별위는 상임위처럼 법안을 심사 및 수정하지는 않지만 청문회를 통해 사안을 더 심층적으로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위의 활동을 놓고 법안 의결 권한이 없다는 지적은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며 “의회 및 여론에 문제를 알리고 의원들의 법안 발의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하는 청문회 개최 역량은 의결권과는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위는 코커스(caucus)로 불리는 정책 연구모임과 달리 의회의 공식 설립 허가와 펀딩을 받는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서 나오는) 비판들은 ‘오렌지를 보고 왜 사과가 아니냐’고 하는 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 나치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고 톰 랜토스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 2008년 설립된 인권위는 현재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의원과 민주당의 제임스 맥거번 의원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한국계 영 김 의원, 민주당 ‘진보 4인방’ 중 한 명인 일한 오마 의원 등 39명이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인권위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인권특사의 임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외교의 중심에 놓겠다고 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초당적 기구에 대해 한국 정부가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톰 랜토스 위원회가 앞으로 중국의 인권 문제를 다루게 되면 관련 활동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권 문제를 다뤄온 전직 국무부 당국자들도 톰 랜토스 인권위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버타 코언 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의 보고서와 청문회, 인권옹호 활동이 오랜 기간 미국 의원들과 행정부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예고한 미국 의회 내 초당적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역할과 비중을 폄하하는 듯한 정부 내 발언을 두고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는 물론 의회 내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다. 미 하원 고위 관계자는 10일(현지 시간) 톰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에 대한 통일부의 설명에 대해 “청문회의 중요성을 폄하하고 이와 상관없는 이슈를 제기함으로써 핵심을 돌리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통일부가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이 청문회를 “의결 권한이 없는 등 한국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 연구모임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제기되는 이런 평가에 대한 본보의 입장 질의에 “청문회를 깎아 내리려는 정치적인 묘사”라고 했다. 이어 “하원에는 상임위원회 외에 중국, 인권, 유럽안보 등 특정 주제를 다루는 특별위원회가 있다”며 “톰 랜토스 인권위 같은 특별위는 상임위처럼 법안을 심사 및 수정하지는 않지만 청문회를 통해 사안을 더 심층적으로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위의 활동을 놓고 법안 의결 권한이 없다는 지적은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며 “의회 및 여론에 문제를 알리고 의원들의 법안 발의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하는 청문회 개최 역량은 의결권과는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위는 코커스(caucus)로 불리는 정책 연구모임과 달리 의회의 공식 설립 허가와 펀딩을 받는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서 나오는) 비판들은 ‘오렌지를 보고 왜 사과가 아니냐’고 하는 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 나치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고 톰 랜토스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 2008년 설립된 인권위는 현재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의원과 민주당의 제임스 맥거번 의원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한국계 영 김 의원, 민주당 ‘진보 4인방’ 중 한 명인 일한 오마르 의원 등 39명이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인권위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인권특사의 임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외교의 중심에 놓겠다고 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초당적 기구에 대해 한국 정부가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톰 랜토스 위원회가 앞으로 중국의 인권문제를 다루게 되면 관련 활동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권 문제를 다뤄온 전직 국무부 당국자들도 톰 랜토스 인권위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베르타 코언 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의 보고서와 청문회, 인권옹호 활동이 오랜 기간 미국 의원들과 행정부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술이 적용된 슈퍼컴퓨터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해당 중국 기업에 대한 통제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에서 최대 20배 이상까지 속도를 내는 미사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첨단 무기다. WP에 따르면 중국 컴퓨터 회사인 파이티움(Phytium)이 만든 슈퍼컴퓨터가 중국 남서부 비밀 군사시설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대기권 통과시 열 측정 등 시뮬레이션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대만을 겨냥할 수도 있는 중국의 첨단 무기 개발에 미국의 기술이 쓰인 슈퍼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티움은 인텔처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되고자 하는 민간 상업회사로 자사를 소개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의 연구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을 다루는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연구소’의 에릭 리 연구원은 “파이티움은 독립적인 민간기업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임원 대다수는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NUDT) 출신의 전직 군 장교들”이라고 설명했다. 파이티움의 슈퍼컴퓨터가 사용되는 극초음속 실험시설도 인민해방군 소장이 책임자로 있는 중국 공기역학연구개발센터(CARDC) 안에 있다. 중국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깊이 관여해온 이 센터는 미사일 확산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1999년부터 미국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고, 2016년 상무부가 규제 대상으로 추가한 곳이다. WP는 “파이티움과 CARDC의 협력은 중국이 전략적인 군사 목적을 위해 미국의 상업적 기술을 은밀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파이티움이 만든 슈퍼컴퓨터는 미국 회사가 설계하고 대만의 TSMC가 생산한다. TSMC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F-35에 들어가는 반도체도 생산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 양쪽의 군사적 목적에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파이티움과 다른 중국 기업들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리려 했으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시간 부족으로 이를 시행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넘겨받아 현재 상무부에서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미국의 기술이 중국 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막고,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개발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강도 높게 추진해왔으나 현재까지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시도했던 시험발사에도 성공하지 못해 개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상태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 공군은 5일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52H 폭격기가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인 ‘AGM-183A ARRW’를 발사하는 시험에 성공하지 못했다.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순서를 다 채우지 못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한 매머드급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이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을 거듭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가 디지털 인프라와 연구개발 투자를 하도록 중국이 기다려줄 것 같은가”라며 “내가 장담한다. 그들은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너무 느리고 제한적이며 분열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