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성

김태성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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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법조팀 김태성입니다.

kts5710@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54%
정치일반27%
사회일반10%
사건·범죄3%
국방3%
기업3%
  • 이명박 “날 구속해도 진실은 못 가둬”

    “나는 구속할 수 있겠지만 진실을 가둘 수는 없을 것이다.”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서울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79)은 법률대리인 강훈 변호사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수뢰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 전 대통령은 올 2월 25일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후 251일 만에 다시 수감됐다. 2018년 3월 22일 구속돼 356일을 복역한 이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이나 가석방되지 않는 한 만 95세인 2036년까지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감됐던 독방과 같은 곳인 서울동부구치소 꼭대기 층인 12층 독방에 수감됐다. 면적이 13.07m²(약 3.95평)인 독방은 10.13m²(약 3.06평)의 거실과 2.94m²(약 0.89평)의 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일반 수용실과 같이 TV, 침구류,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거울 등도 비치된다. 구치소 측은 12층 내 구역을 분리해 한 구역을 이 전 대통령이 혼자 쓰게 하고, 전담 교도관도 배치할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旣決囚)는 수형자 분류 작업을 거쳐 교도소로 이감된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은 독방의 규모, 병원과의 거리,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구치소에서 잔여 형기를 이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교도소 이감 여부를 알 수 없고,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일 현재 1313일(약 3년 7개월)째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며, 전직 대통령 가운데 수감 기간이 가장 길다. 이날 정오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저에는 권성동 장제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47분경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탑승한 채 자택에서 나와 측근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창문을 내려 얼굴을 보이거나 인사하지는 않았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자택에서 측근들이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하자 이 전 대통령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수형생활 잘하고 오겠다. 믿음으로 이겨 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은 “사실상 종신형”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상임고문은 “이제 가면 언제 나올까, 건강이 제일 염려된다.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잔혹한 정권인지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분노했다.위은지 wizi@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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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동부구치소 12층 독방에 재수감…측근들 “사실상 종신형” 격앙

    “나는 구속할 수 있겠지만 진실을 가둘 수는 없을 것이다.”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서울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79)은 법률대리인 강훈 변호사를 통해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올 2월 25일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이후 251일 만에 다시 수감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로 2018년 3월 22일 구속돼 356일을 복역했다. 이 기간을 제외하고, 만 95세까지 16년을 더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 꼭대기 층인 12층 독방에 수감됐다. 이 독방은 앞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감됐던 독방과 같은 곳이다. 독방의 크기는 13.07㎡(3.95평)로, 10.13㎡(3.06평) 크기의 거실과 2.94㎡(0.89평) 크기의 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다른 일반 수용실과 마찬가지로 TV, 침구류,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거울 등이 비치된다. 구치소 측은 12층 내 구역을 분리해 한 구역을 이 전 대통령이 혼자 쓰게 하고, 전담 교도관도 배치된다. 통상적으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旣決囚)는 구치소에 있다가 수형자 분류 작업을 거쳐 교도소로 이감된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전례를 고려할 때 교도소 이감 없이 잔여 형기를 이어갈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교도소 이감 여부를 알 수 없고,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2일 현재 1313일(약 3년 7개월)째 수감 중이며, 전직 대통령 가운데 수감 기간이 가장 길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던 최순실 씨는 지난달 말 청주여자교도소로 이감됐다. 이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검찰청사, 구치소로 이동한 당일인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저 앞은 오전부터 몰려든 유튜버들과 취재진으로 붐볐다. 한 진보 성향 유튜버는 ‘이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하고 감옥가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 보였고, ‘경제 살리고 국격 높인 이명박 대통령’라는 현수막을 내건 보수성향 유튜버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권성동,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사저를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47분경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탑승한 채 자택에서 나와 측근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창문을 내려 얼굴을 보이거나 인사하지는 않았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자택에서 측근들이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하자 이 전 대통령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수형생활 잘 하고 오겠다. 믿음으로 이겨 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후 2시경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지하주차장에서 신원조회를 받고 형 집행 내용을 고지 받은 뒤 검찰 수사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은 “사실상 종신형”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상임고문은 “이제 가면 언제 나올까, 건강이 제일 염려 된다.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잔혹한 정권인지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분노했다. 범친이계로 분류됐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죽을 때까지 징역을 살라는 것”이라고 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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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대형클럽 10여곳 “핼러윈 기간 휴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고려해 핼러윈 주간에 자체적으로 휴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1일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이태원과 강남 등의 대형 클럽 10여 곳이 2∼5일씩 휴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감성주점과 콜라텍 등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이번 주말 휴업 등을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클럽은 여전히 영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현재 서울에서 유흥주점으로 등록해 실제 영업 중인 클럽 14곳 가운데 13곳이 휴업 의사를 전해왔으며, 1곳은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28일 밝혔다. 최근 핼러윈 시즌 방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서울시와 경찰 등이 강력한 단속 방침을 밝히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핼러윈 주간에 감성주점이나 콜라텍 등도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현재 클럽과 감성주점, 콜라텍 대표자와 협의해 이번 주말 영업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회 관계자는 “나이트클럽 등 유사 업소들도 자발적 휴업을 결정한 곳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핼러윈에 대비해 29∼31일 젊은층이 몰리는 클럽과 감성주점 108곳에 ‘전담 책임관리’ 공무원을 업소당 2명씩 지정해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고객이 몰리는 0시∼오전 2시엔 담당 공무원이 상주하기로 했다. 방역수칙 위반이 드러나면 즉각 이튿날 0시부터 2주 동안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클럽 등이 많은 이태원과 홍익대 인근 등 7개 밀집지역은 23일부터 경찰과 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합동으로 점검 중이다. 서울에 있는 클럽 44곳과 감성주점 64곳, 콜라텍 45곳 등은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특별 점검도 벌이기로 했다. 다만 대형 클럽 등이 문을 닫으면 다른 업소로 몰리는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학생 강모 씨(25)는 “핼러윈에 암암리에 클럽처럼 운영하는 업소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김하경·박종민 기자}

    •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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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 감염 막자” 핼러윈 주간 서울 클럽들 자체 휴업…일부는 영업 고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고려해 핼러윈 주간 동안 자체적으로 휴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1일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이태원과 강남 등의 대형 클럽 10여 곳이 2~5일씩 휴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감성주점과 콜라텍 등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이번 주말 휴업 등을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클럽들은 여전히 영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현재 서울에서 유흥주점으로 등록한 클럽 14곳 가운데 12곳이 휴업 의사를 전해왔으며, 2곳은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28일 밝혔다. 최근 핼러윈 시즌 동안 방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서울시와 경찰 등이 강력한 단속 입장을 밝히고 나서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핼러윈 동안 감정주점이나 콜라텍 등도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현재 클럽과 감성주점, 콜라텍 대표자와 협의해 이번 주말 영업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회 관계자는 “일부 업소는 그래도 영업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설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는 핼러윈에 대비해 29~31일 젊은층이 몰리는 클럽과 감성주점 108곳에 ‘전담 책임관리’ 직원을 업소 당 2명씩 지정해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고객이 몰리는 오전 0~2시엔 담당 공무원이 아예 상주하기로 했다. 방역수칙 위반이 드러나면 즉각 이튿날 0시부터 2주 동안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클럽 등이 많은 이태원과 홍대 등 7개 밀집지역은 23일부터 경찰과 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합동으로 점검에 나선다. 서울에 있는 클럽 44곳과 감성주점 64곳, 콜라텍 45곳 등은 이날부터 다음달 3일까지 특별 점검도 벌이기로 했다. 다만 대형 클럽 등이 문을 닫으면 다른 업소로 몰리는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학생 강모 씨(25)는 “핼러윈에 암암리에 클럽처럼 운영하는 업소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춤을 출 수 있는 업소들도 모두 점검 대상이다. 밀집 예상 지역은 길거리에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꼼꼼히 단속 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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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명예회복, 대통령님 약속 믿고 힘내겠다”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답신이 22일 공개됐다.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55)가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인 이 군은 “책임을 물을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말씀과 직접 챙기시겠다는 약속을 믿는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아버지의 명예를 돌려 달라’고 편지를 쓴 이 군에게 14일 답장을 보냈다. 이 군은 “몇 번을 읽고 또 읽으며 지금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지만 대통령님의 진심이 담긴 위로 말씀에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잃었지만 어떤 분이신지 너무 잘 알기에 명예까지 잃을 수는 없다”고 썼다. 또 이 군은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제 꿈을 이루기 위해 공무원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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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환자 구급차 막은 택시운전사 징역 2년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로 사고를 내고 환자 탑승을 확인한 뒤에도 이송을 지연시킨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범행 기간과 수법에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6월에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를 고의로 들이받아 환자 이송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택시운전사 최모 씨(31)에게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21일 “공갈미수와 사기, 특수폭행,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6개 혐의 모두 유죄”라며 최 씨에 대해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씨는 2015년부터 총 6차례 경미한 접촉사고로 합의금과 보험금을 편취하고 두 차례 구급차를 고의로 들이받아 환자 이송을 방해했다”며 “장기간에 걸쳐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거나 단순 접촉사고로 입원이나 통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보험금을 편취하고 (피해) 운전자로부터 합의금을 갈취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6월 8일 구급차에 탑승했던 환자의 사망과 최 씨의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이 법원의 판단 범위가 아니기에 양형에 참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사고와 사망의 연관성에 대해 경찰의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최 씨에게 우선 6개 혐의만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구급차에 타고 있던 고인의 아들 김모 씨(46)는 7월 “최 씨가 이송 시간을 지연시켜 어머니가 사망했다”며 살인죄 등 9개 혐의로 최 씨를 추가 고소했다.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에 당시 구급차에 타고 있던 고인의 의무기록 사본 감정을 의뢰하는 등 추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유족과 고인의 아픔이 정확히 반영된 판결은 아니라고 본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피고인이 행위에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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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33층짜리 울산 주상복합 화재서 ‘사망 0명’ 만든 사람들

    “살려주세요! 여기 아기가 있어요!” 8일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의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안. 2802호 주민 구창식 씨(51)는 같은 층에 있는 피난처를 오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족들과 급히 집을 빠져나왔지만 남아있는 이웃들은 없는지 걱정하던 찰나. 위층에서 날카로운 구조 요청이 들려왔다. 위를 올려다보니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29층 테라스에서 갓난아이를 안은 여성이 울부짖고 있었다. 여성도 배가 부른 임신부. 혼자서 움직일 상황이 아니었다. 구 씨는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곧장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수십 번 발길질로 베란다 난간 봉을 부순 뒤 아기와 임신부를 포함해 4명을 28층으로 대피시켰다. 대형 화재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0명. 울산 아파트 화재는 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기적처럼 인명 피해를 피했다. 서로 도우며 위기를 벗어난 과정에는 ‘2802호 가족’ 구창식 씨네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12일 전해졌다. 도움을 받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구 씨 가족은 여러 가족의 구출에 애를 쏟았다. 구 씨와 아들 모선 씨(25), 부인 장현숙 씨(50)는 이날 최소 18명을 구하는 데 크고 작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옆집 주민 김모 씨(53)는 “갑자기 집으로 연기가 들어와 어쩔 줄 몰라 넋을 놓았다. 그때 장 씨가 안방 창문을 두드리며 ‘이쪽으로 나오라’고 해서 살았다”고 했다. 임신부 가족을 구했던 구 씨는 곧장 30층 가족도 구했다. 빠져나갈 길이 막힌 이들을 28층으로 뛰어내리게 해서 직접 받아냈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주상복합이라 30층 바깥이 28층 야외테라스로 연결돼 가능한 선택이었지만, 무려 6m 높이로 쉽지 않은 모험이었다. 구 씨는 “맨몸으로 아이 한 명을 받은 뒤 아들과 이불을 펼쳐들고 나머지 3명을 받아냈다”며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당시로선 어쩔 수 없는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유리 파편에 발바닥 찢긴 줄도 몰라” ▼18명 구조한 ‘울산 가족’ 사다리 타고 올라가 탈출 돕고 창문 두드리며 “여기로 나오라” 3시간 구조 돕다 탈진해 응급실로“덕분에 살았다” 이웃 인사에 뿌듯3301호 가족 3명을 구하는 데도 구 씨 가족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최상층에 거주하던 이들은 연기를 마시고 실신 직전에 소방관들이 들어가 구조해 왔다. 당시 이들 중 한 명을 구조대원이 1층까지 업고 뛰어 내려간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도 이들을 도운 게 구 씨였다. “가족 3명이 작은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겨우 숨만 쉬고 있는 걸 멀리서 봤어요. 정신이 없다 보니 무작정 뛰어내리려고 하기에 ‘거기서 뛰면 죽는다. 구조대가 가니 기다리라’고 목을 놓아 소리를 질렀어요. 아내가 ‘현관 비밀번호가 뭐냐’고 물어봐서 소방대 쪽에 알려줬죠.” 11일 임시 숙소에서 만난 구 씨 가족은 주위의 칭찬과 감사에 겸연쩍어했다. 구 씨는 “불이 난 뒤 살려달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니 사람부터 구하고 봐야겠단 생각밖에 없었다”며 쑥스러워했다. 여전히 목이 쉰 구 씨는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그날 일을 겪은 뒤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을 구한 뒤 1층에 내려와서는 탈진 증상이 와서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지상에 내려와 시계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불이 나고 3시간이 훌쩍 지나간 상태였어요. 하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거죠. 여기저기 부딪치고 깨지는 바람에 그제야 온몸에 상처가 가득하다는 걸 알았죠.” 상처가 가득한 건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모선 씨의 두 발은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급하게 맨발로 나와서 27층에 현재 상황 등을 알리느라 유리 파편이 가득한 바닥을 밟고 다닌 탓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와중에도 “아이들이 먼저”라며 이불을 찢어 이웃집 어린이들의 발을 감싸줬다고 한다. 모선 씨는 “그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엔 별로 아픈 줄도 몰랐다”며 “내려오고 나니 통증이 몰려왔다. 어제까지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구 씨 가족의 사연이 조금씩 알려지며 주민들은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화재 이후 새로 만들어진 온라인 주민 대화방에는 “2802호 가족분들 덕분에 살았다” “(구 씨 가족의) 마음과 정성에 감동했다. 이런 게 바로 기적”이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구 씨 가족이 구한 3301호 주민들은 11일 밤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꼭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며 장 씨의 손을 꼭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장 씨는 “그때 그분들이 불에 타 죽느니 뛰어내려서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를 보고 힘을 얻어 살았다며 고마워하셨다. 서로 돕는 게 당연한 건데 찾아와서 인사까지 하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고 말했다. 구 씨 가족은 10일 화재를 당한 2802호 집에 다녀왔다. 짐작은 했지만, 소중한 집은 완전히 타버려 형체가 남아있는 게 거의 없었다. 건질 만한 물건 역시 남질 않았다. 구 씨는 “솔직히 소중한 것 몇 개는 챙기고 싶은 마음이 순간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당연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웃들을 구했기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울산=김태성 kts5710@donga.com·조응형 기자}

    •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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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자 0명’ 기적 만든 이웃들[현장에서/김태성]

    “계단으로 급히 내려오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혼자 울고 있었어요. 일단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8일 늦은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29층 주민 장재현 씨(23)는 당시 가족들과 비상계단을 내려오다가 멈춰 섰다. 계단까지 연기가 들어차 2m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부모를 잃고 울고 있는 아이가 눈앞에 있었다. “우리 죽는 거 아니에요?” 아이는 장 씨를 보고는 엉엉 울었다. 장 씨는 집에서 들고 나온 소화기를 보여주며 “우리 절대 안 죽는다”고 아이를 다독였다. 29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려니 마음이 급했지만 장 씨 가족은 아이의 걸음에 맞춰 계단을 내려왔다. 불길이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33층 건물을 휘감았던 그날 밤, 아파트에는 장 씨 같은 이웃이 적지 않았다. 33층 주민 이승진 씨(55)는 화재 소식에 집 밖으로 나오자 옥상 입구에 모여 있는 주민 20여 명을 발견했다. 이들은 옥상 문 근처에 잔불이 있어 “밖으로 못 나간다”며 발만 동동 굴렀다. 이 씨는 지체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평소 화재에 대비해 옥상 구조를 미리 파악해 뒀던 것. 이 씨는 “옥상 안쪽에 넓은 공간이 있어 주민들과 안전하게 피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피하면서도 어딘가 갇혀 있을지 모를 이웃들을 떠올렸다. 23층 주민 노미숙 씨(48·여)는 불길이 거세 일단 안방에 머물다가 이웃의 연락을 받고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노 씨는 “먼저 대피한 분들이 ‘지금은 불이 강하니 안전한 곳에 있으라’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것 같다. 얼른 내려오라’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줘 안전하게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28층 주민 김모 씨(53·여)도 “문으로 연기가 들어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이웃집 분이 안방 창문을 두드리며 ‘여기로 나오라’고 해 살았다”고 말했다. 주민 임창덕 씨(56)는 10년을 키운 가족 같은 고양이 ‘밍키’가 구석으로 숨어버렸지만 챙기지 못하고 나와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급했다. 그 와중에도 임 씨의 아들(24)은 “옆집에 어린애들이 있어서 꼭 깨워야 한다”며 “불났다”고 고함을 지르며 한참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주민 26명은 어린이와 여성을 앞세우고 내려왔다. 1층에 도착하기까지는 30분이 걸렸다. 화염이 아파트를 집어삼키던 그 절체절명의 시간 동안 어느 누구도 “빨리 가자”는 독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 허모 씨(44)는 “두 딸을 데리고 대피하다가 순식간에 연기가 덮쳐 아이들을 잃어버렸는데 이웃 주민이 계단에 있던 딸들을 옥상으로 데려가줬다”며 “아이들을 살아서 다시 만나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불은 15시간 반 만인 다음 날 9일 오후 2시 50분경에야 꺼졌다. 무시무시한 화재였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울산에서김태성 사회부 기자 kts5710@donga.com}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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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삐뚤빼뚤 글씨로… “소방관 아저씨,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동생이랑 저를 무사히 잘 구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동생 무사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9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대피한 주민 190여 명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남구의 스타즈호텔 3층 벽에는 이런 내용의 편지가 붙어 있다. 한 어린이가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에게 감사 표시를 하기 위해 삐뚤빼뚤한 글씨로 글을 쓴 뒤 웃는 얼굴로 엄지를 치켜들고 있는 사람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11일 오전 이 호텔 3층 구석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사 편지를 적고 있었다. 벽면에 ‘안녕하세요, 입주민 여러분. 소방관님 경찰관님 그리고 시청 남구청 보건소 등등 도움을 주신 분들께 쪽지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11일 오후까지 크고 작은 편지 40여 장이 모였다.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서툴지만 정성스레 쓴 편지들이 눈에 띄었다. 한 어린이는 “소방관 아저씨. 저희 집에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셨을 때 택배인 줄 알고 열어주지 않으려 했는데 끝까지 문을 두드려주셔서 나올 수 있었어요. 덕분에 엄마아빠 얼굴도 다시 볼 수 있고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적었다. A4 종이 1장에 빼곡하게 편지를 적어 고마움을 전한 주민도 있었다. 이 주민은 “연기 많이 뿜어져 나오던 비상구를 내려올 때는 너무 무섭고 참담했는데 그 위험하고 어두운 계단에서 무거운 장비를 멘 채로 주민들을 대피시키며 올라오시던 소방관님들을 뵙자 너무나 반갑고 감사하고 안도감이 차올랐다”며 “큰 도움을 받고 보니 앞으로 저희도 살아가면서 사회에 받았던 도움을 갚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같은 ‘감사 편지 릴레이’는 한 주민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아파트 33층에 살던 이승진 씨(55)는 “어제 집에 다녀왔는데 탈 수 있는 물건이 전부 다 타버렸다. 비록 모든 것을 잃었지만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이 살아나올 수 있도록 애써주신 분들이 너무 감사해서 이렇게나마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무사히 구조되기를 함께 염원해주신 시민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울산=김태성 kts5710@donga.com / 김소영 기자}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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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사리손으로 삐뚤빼뚤…울산 화재 주민들, 소방관에 ‘감사 편지 릴레이’

    “제 동생이랑 저를 무사히 잘 구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동생 무사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9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아파트에서 대피한 주민 150여 명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남구의 스타즈호텔 3층 벽에는 이런 내용의 편지가 붙어 있다. 한 어린이가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에게 감사표시를 위해 삐뚤빼뚤한 글씨로 글을 쓴 뒤 웃는 얼굴로 엄지를 치켜들고 있는 사람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11일 오전 이 호텔 3층 구석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사 편지를 적고 있었다. 벽면에 ‘안녕하세요. 입주민 여러분. 소방관님 경찰관님 그리고 시청 남구청 보건소 등등 도움을 주신 분들께 쪽지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11일 오후까지 크고 작은 편지 40여 장이 모였다.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서툴지만 정성스레 쓴 편지들이 눈에 띄었다. 한 어린이는 “소방관 아저씨. 저희 집에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셨을 때 택배인 줄 알고 열어주지 않으려 했는데 끝까지 문을 두드려주셔서 나올 수 있었어요. 덕분에 엄마아빠 얼굴도 다시 볼 수 있고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적었다. A4 종이 1장에 빼곡하게 편지를 적어 고마움을 전한 주민도 있었다. 이 주민은 “연기 많이 뿜어져 나오던 비상구를 내려올 때는 너무 무섭고 참담했는데 그 위험하고 어두운 계단에서 무거운 장비를 멘 채로 주민들을 대피시키며 올라오시던 소방관님들을 뵙자 너무나 반갑고 감사하고 안도감이 차올랐다”며 “큰 도움을 받고 보니 앞으로 저희도 살아가면서 사회에 받았던 도움을 갚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같은 ‘감사 편지 릴레이’는 한 주민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아파트 33층에 살던 이승진 씨(55)는 “어제 집에 다녀왔는데 탈 수 있는 물건이 전부 다 타버렸다. 비록 모든 것을 잃었지만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이 살아나올 수 있도록 애써주신 분들이 너무 감사해서 이렇게나마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무사히 구조되기를 함께 염원해주신 시민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울산=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

    • 20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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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착했던 주민들, 신속했던 소방대… ‘사망자 0명’ 기적 일궈

    8일 밤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화재는 발생 초기 33층 건물 외벽 전체가 불길에 휩싸일 정도로 크고 거셌다. 바람을 타고 날린 불씨가 인근 대형마트에 떨어져 불이 옮겨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수라장 같은 현장에서도 주민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어둠을 뚫고 화재 현장을 탈출했다. 현장 소방대원도 “주민들이 서로를 챙기며 침착하게 탈출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여성과 아이, 노약자 먼저” 불이 크게 번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주민 20여 명은 소방관의 안내를 받아 옥상으로 대피했다. 그런데 한 남성이 “어린이와 여성분들 먼저 올려보냅시다”라고 소리쳤다. 당장 일분일초가 급했지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남성들은 뒤로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와 여성, 노인들을 앞줄로 보내며 자리를 바꾼 것이다. 21층에 사는 주민 이경래 씨(58)는 “실제로 어린아이들을 선두에 세우니 아무래도 걸음이 느려졌다. 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차분하게 올라가서 다들 찰과상 하나 없이 안전하게 옥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18층에 살고 있는 김경용 씨(57)도 “우리 가족은 자녀들도 30대라 모두 맨 뒤에 서서 따라갔다. 물론 뒤에 서는 게 솔직히 불안하긴 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이동한 26명의 주민은 모두 무사히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김 씨는 아래층 어딘가에서 여성 목소리를 듣곤 곧장 소방대원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현장 소방대원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도와준 덕에 현장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감사했다. 먼저 탈출한 주민들은 이웃들과 휴대전화나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해 소방대원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아파트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 씨도 28층으로 대피한 한 주민과 휴대전화로 통화해 현장지휘본부에 상황을 전달했다. 당시 소방관이 A 씨의 전화를 넘겨받아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침착하게 기다려 달라. 곧 소방대가 갈 테니 흥분하지 말고 자주 전화해 달라”고 당부한 뒤 구출했다.○ 집마다 문 두드리고 변기 물 적셔 탈출 9일 울산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시 상황만 떠올려도 온몸이 떨린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병원에 이송된 주민은 90명이 넘는다. 대부분 연기 흡입이나 가벼운 찰과상 등 경미한 부상만 있었다. 중상자 3명도 연기 흡입 등이 원인으로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하늘이 도왔다”고 했지만, 서로를 도와가며 차분하게 피신한 대응이 빛났다. 많은 주민들이 화마를 피해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이웃집들의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대피 중에 두 딸을 놓쳤던 허모 씨(44)도 이웃을 챙기느라 돌발 상황을 맞았다고 한다. 가족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며 집집마다 벨을 누르면서 ‘불이 났다’고 알렸다. 그런데 잠깐 아이들과 몇 발자국 떨어진 사이에 갑자기 사방에서 연기가 들이닥치며 서로를 잃어버렸다. 허 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함께 살아야 한단 심정이었다”며 “이웃이 딸을 보듬어주고 대피소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끔찍하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TV 시청을 하다가 창밖으로 떨어지는 불덩이를 본 주민 B 씨는 “대피하려 했더니 현관문이 화염 열기에 뜨거워져 녹아 내렸는지 열리지가 않았다”며 “설상가상으로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B 씨는 급한 대로 변기를 열고 수건을 적신 뒤 수차례 현관문을 발로 차서 겨우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어렵사리 참사는 피했지만 이제부터 막막하다는 주민들도 많았다. 주민 김모 씨는 “가까스로 탈출은 했지만 하루아침에 살고 있던 집을 잃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거렸다. 화재 당시 건물 밖에는 속옷과 맨발 차림으로 뛰쳐나온 주민들이 대다수였다. 울산=김태성 kts5710@donga.com·조응형 / 이소연 기자}

    • 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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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길 키운 외벽 패널 접착제… 울산엔 70m 고가사다리차 없었다

    울산의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대형 화재가 최초 신고된 뒤 5분 만에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빨랐지만 화재가 완전히 진화된 것은 다음 날 오후 2시 50분으로 발생부터 진화까지 15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소방당국은 아파트 외벽을 꾸미는 가연성 접착제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는데, 시속 15.8km의 강한 바람으로 불이 꺼졌다 다시 되살아나는 현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33층으로 113m 높이의 아파트 고층에 접근할 수 있는 접이식 고가 사다리차가 울산에 단 1대도 없어 고층 진화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강한 바람으로 헬기 등을 동원한 화재 진화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가연성의 외벽 패널 접착제가 불쏘시개 역할”아파트 외벽을 꾸미는 알루미늄 패널의 접착제가 화재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패널은 알루미늄 판 사이를 실리콘 등 화학수지로 접착한 뒤 건물 외벽에 붙인다. 알루미늄 자체도 열에 강하지 않은 데다 불에 더 약한 폴리에틸렌보드 등으로 접착한 외벽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시각이다. 임주택 울산소방본부 생활안전계장도 9일 현장 브리핑에서 “외벽이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었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가연성 접착제로 마감을 하다 보니까 급격히 연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접착제 등이 땔감 같은 역할을 해 화재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부산 해운대의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30층 이상 주상복합 건물 외벽을 지을 때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재를 쓰도록 건축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는 2009년 4월 준공돼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 경찰 등은 외벽의 정확한 소재와 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울산 고가 사다리차 없어… 부산서 3시간 뒤 도착 높이가 113m에 이르는 33층 아파트인데 고가 사다리차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울산소방본부는 화재 초기 52m 사다리차를 동원했지만, 건물의 중간 층 정도에만 물을 뿌릴 수 있었다. 급히 부산소방본부에 72m 고가 사다리차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현장에 도착한 건 약 3시간 뒤인 9일 오전 5시경이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대 건물 23층 높이 정도의 화재 진압에 이용할 수 있는 70m 이상 고가 사다리차는 전국에 10대뿐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 2대씩 있으며 부산과 대전, 세종, 제주가 1대씩 보유하고 있다. 고가 사다리차가 없던 탓에 고층부의 경우 소방대원들이 각 가구에 일일이 진입하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해야 했다. 또 화재가 강풍이 부는 한밤중에 발생해 소방 헬기가 투입되지 못한 점도 빠른 진화를 불가능하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다음 날인 9일 오전 6시경에야 헬기 1대를 투입했다.○ 강풍에 새벽에 다시 불길 커져 “집 천장 에어컨 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하얀 연기도 흘러나와요.” 8일 화재 신고가 119에 처음 접수된 건 오후 11시 14분. 12층에 사는 한 주민은 신고 뒤 아파트 관리실에도 연락했다. 소방당국은 12층에서 신고가 들어왔지만 발화점은 ‘저층 발코니’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영상을 확인한 결과 다른 장소에서 먼저 불꽃이 시작된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발화점을 찾기 힘들던 화재가 빠르게 번진 건 강풍 탓이 컸다. 건물 바깥으로 번진 불이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아파트 전체로 피어올랐다. 당시 울산은 8일 오전부터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이 강풍을 타고 불티가 날아가 왕복 10차로 차도 건너편에 있는 대형마트 옥상까지 불이 옮겨붙었다. 고가 사다리차와 헬기 등이 투입된 9일 오전 6시경 불길이 어느 정도 잡혔는데 갑자기 18층에서 바람을 타고 33층 꼭대기까지 불길이 다시 번졌다. 이 때문에 18, 19층 등의 아파트 외벽 창문 등이 크게 휘는 등 고층에서 피해가 컸다.울산=강성명 smkang@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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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솟은 불길속 이웃집 문 두드려 깨워…‘사망자 0명’의 기적

    8일 밤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화재는 발생 초기 33층 건물 외벽 전체가 불길에 휩싸일 정도로 크고 거셌다. 바람을 타고 날린 불씨가 인근 대형마트에 떨어져 불이 옮겨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수라와 같은 현장에서도 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어둠을 뚫고 화재 현장을 탈출했다. ● 변기 물로 적신 수건 들고 맨발로 탈출 주민들은 당시 상황만 떠올려도 온몸이 떨린다고 했다. TV 시청을 하다가 창밖으로 떨어지는 불덩이를 발견한 주민 A 씨는 ”대피하려 했더니 현관문이 화염 열기에 뜨거워져 녹아내렸는지 열리지가 않았다“며 ”설상가상으로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 씨는 급한 대로 변기를 열고 수적을 적신 뒤 수 차례 현관문을 발로 차서 겨우 집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건물 밖에는 속옷과 맨발 차림으로 뛰쳐나온 주민들이 대다수였다. 이날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병원에 이송된 주민들은 90명이 넘는다. 대부분 연기 흡입이나 가벼운 찰과상 등 경미한 부상만 있었다. 중상자 3명도 연기 흡입 등이 원인으로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현재는 병원에서 귀가 조치했다. 주민들은 ”하늘이 도왔다“고 입을 모았지만, 서로를 도와가며 차분하게 피신한 주민들의 대응이 빛이 났다. 많은 주민들이 화마를 피해 이동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웃집들의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대피 중에 두 딸을 놓쳤던 허모 씨(44)도 이웃을 챙기느라 돌발상황을 맞았다고 한다. 가족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며 집집마다 벨을 누르며 ‘불이 났다’고 알렸다. 그런데 잠깐 아이들과 몇 발자국 떨어진 사이에 갑자기 사방에서 연기가 들이닥치며 서로를 잃어버렸다. 허 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함께 살아야 한단 심정이었다“며 ”이웃이 딸을 보듬어주고 대피소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끔찍하다“고 말했다. 먼저 탈출한 주민들은 이웃들과 휴대전화나 모바일메신저로 소통해 소방대원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아파트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B 씨도 28층으로 대피한 한 주민과 휴대전화로 통화해 현장지휘본부에 상황을 전달했다. 특히 긴박한 상황에도 어린아이와 여성, 어르신들을 먼저 돌봤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김경용 씨(57)는 아래층에서 여성 목소리가 듣곤 곧장 소방대원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현장 소방대원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도와준 덕에 현장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감사했다.●쓰러진 여성 업고 33층 뛰어 내려가소방당국의 발 빠른 대응도 참사를 피하는데 한몫했다. 소방 선발대는 8일 오후 11시 14분 최초 화재 신고가 들어온 뒤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빨리 출동한 덕에 화재가 갑자기 커졌을 때도 대처가 신속했다. 불이 갑자기 번졌을 때 대응 2단계를 조기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대피를 안내할 수 있었다. 한 구조대원은 20대 여성을 업고 33층을 계단으로 뛰어 내려오기도 했다. 울산남부소방서 소속인 이정재 구조대장은 김호식 소방교 등 3명과 함께 8일 자정 무렵 33층에서 주민 3명을 찾았다. 이 대장은 ”연기가 자욱한 집 안 방문을 열어보니 여성 3명이 창문 쪽에서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 소방교가 먼저 상태가 가장 심각한 이모 씨(20)를 업고 내려간 뒤 이 대장은 나머지 여성들을 옥상으로 대피시켰다. 이 대장은 ”무거운 장비를 든 채 성인 여성을 업고 내려가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 소방교가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는 마음에 초능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15층 피난안전구역(대피층)에 전진지휘소를 설치해 진압을 이끈 것도 주효했다. 소방 관계자는 ”이곳에 200여 명이 투입돼 교대로 아파트 곳곳을 돌며 인명 수색과 구조에 주력했다“고 전했다. 건축법시행령 제34조에 따르면 30층 이상 49층 이하 준초고층건물은 전체 층수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층으로부터 상하 5개층 사이에 대피층을 설치해야 한다. 소방당국은 ”대피층은 내화(耐火) 구조를 갖춘 구역으로 화재 시 주민들의 임시 피난처이자 소방 작업을 위한 전초기지가 된다“고 전했다.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15층 피난 층이 설계 당시부터 핵심적으로 건축됐다고 한다. 해당 건물을 설계한 한만원 HNS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설계부터 대피층 마련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해당 공간은 주거시설이 없는 텅 빈 공터와 같은 곳으로, 위아래로 내화 설계가 돼 있는 층“이라 설명했다. 울산=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울산=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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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외벽 패널 접착제 ‘활활’…울산 주상복합 화재 완전진화 왜 늦었나

    “집 천장 에어컨 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하얀 연기도 흘러나와요.” 울산의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신고가 119에 처음 접수된 건 8일 오후 11시14분. 12층에 사는 한 주민은 신고 뒤 아파트 관리실에도 연락했다. 건물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해당 가구를 방문했을 때도 실내에선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번 화재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분명치가 않다. 12층에서 첫 신고가 들어왔지만 소방당국은 ‘저층 발코니’를 발화점으로 보고 있다. 소방에 따르면 자체 확보한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12층 천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불꽃이 먼저 시작된 것이 확인됐다. 아파트 관리 직원들이 설명한 당시 상황도 이런 정황을 추정케 한다. 직원 A 씨는 “당직 근무자들이 도착하고 잠시 뒤 소방대원들도 도착했다. 처음엔 냄새는 수상한데 불꽃 등은 보이지 않았다. 대원들이 조를 나눠 위층과 아래층을 점검하고 있던 사이에 해당 집 천장에서 불꽃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발화점도 찾기 힘들던 화재가 빠르게 번진 건 강풍 탓이 컸다. 불이 건물 바깥으로 번지기 시작하더니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아파트 전체를 타고 피어올랐다. 당시 울산은 8일 오전부터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던 상태. 이 강풍을 타고 불티가 날아가 왕복 10차로 차도 건너편에 있는 대형마트 옥상까지 불이 옮겨 붙었을 정도였다. 특히 아파트 외벽을 꾸미는 알루미늄 패널의 접착재가 화재를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패널은 알루미늄 판 사이를 실리콘 등 화학수지로 접착한 뒤 건물 외벽에 붙인다. 알루미늄 자체도 열에 강하지 않은데다 접착재도 불에 잘 타는 소재다. 임주택 울산소방본부 생활안전계장도 9일 현장 브리핑에서 “알루미늄 패널을 붙이는데 쓰인 가연성 접착제 때문에 급격히 연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이 불에 그슬린 알루미늄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높이 113m에 이르는 33층 고층 건물이란 점도 화재 진압을 더디게 했다. 울산소방본부는 화재 초기 52m 사다리차를 동원했지만, 건물의 중간 정도까지만 물을 뿌릴 수 있었다. 72m 고가사다리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 관계자는 “고가사다리차는 부산소방본부에서 지원 받아 9일 오전에야 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대 건물 23층 높이 정도의 화재 진압에 이용할 수 있는 70m 이상 고가사다리차는 전국에 10대뿐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 2대씩 있으며, 부산과 대전 세종 제주가 각 1대씩 보유하고 있다. 울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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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계 “낙태죄 처벌 유지… 퇴행적”

    정부가 임신 14주까지는 낙태를 무조건 허용하고 임신 15∼24주는 일부 조건을 달아 허용하는 내용의 입법예고안을 7일 발표하자 여성계와 시민단체들은 “낙태죄 처벌을 유지한 퇴행적 개정안이다. 낙태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 입법예고안은 일정 시기 이후의 낙태에 대해선 처벌을 유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약하고 있다. 처벌 조항을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8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항의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공동행동 등 여성 단체들은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한 것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법의 명확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임부와 태아의 신체적 조건 등 각기 상황이 다른데 임신 주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위법 여부를 재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임신 주수가 여성의 진술과 초음파상의 크기 등을 참고해 유추하는 것으로 낙태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7일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임신 22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낸 만큼 임신 22주까지는 여성들이 어떠한 제약 없이 임신 중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여성변호사회 관계자는 “낙태죄를 기본적으로 비범죄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대로 뒀다면 낙태죄 조항이 올해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소멸되는데 굳이 사문화된 법을 되살려 처벌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낙태죄 처벌 조항 등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한편 종교단체 등이 모인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안은 결국 낙태를 허용하는 것으로 생명을 경시하는 문화를 확산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여성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지민구 warum@donga.com·김태성·고도예 기자}

    •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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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THE 사건]‘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알고보니 수배자?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가 국내로 송환된다. 이 남성은 ‘사회적 심판자’ 역할을 자처해왔지만, 실은 다른 범죄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를 운영하며 개인정보를 무단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로 지난달 22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검거된 30대 남성 A 씨가 6일 오전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베트남 공안부가 검거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A 씨의 PC와 휴대전화도 함께 넘겨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PC와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장치 분석)을 통해 A 씨의 추가 범죄 여부 등을 살필 것”이라 전했다. A 씨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대전지방검찰청의 추적 또한 받아온 수배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혐의는 사이버 범죄는 아니다”고 전했다. 그간 A 씨는 디지털 교도소 웹사이트에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범죄자들이 진화하고 있다”며 “그들이 두려워하는 처벌인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교도소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대구지방경찰청은 A 씨가 송환되는 대로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6일 1차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

    •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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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묵의 습격자’ 너울성 파도, 풍랑특보 전후 해변 피해야

    강원 고성군 토성면 해변에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너울성 파도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탓에 ‘침묵의 습격자’로 불린다. 너울성 파도는 넓은 바다에서 바람에 의해 시작된 작은 파도가 다른 파도와 반동을 함께 하면서 세력이 점점 커져 한꺼번에 솟구치는 현상을 뜻한다. 바람을 동반하는 일반 파도와 달리 바람이 없어도 발생하고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도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방파제와 해안을 덮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해경은 너울성 파도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려면 풍랑특보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풍랑특보 발효 시 방파제나 갯바위 주변, 해안도로는 높은 파도가 덮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풍랑특보가 해제되더라도 너울성 파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바다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28일에도 고성을 비롯한 동해 중부 앞바다에는 오전 11시를 기해 풍랑주의보가 해제됐지만 해안가 곳곳에서 너울성 파도가 목격됐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해변에서는 4년 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2016년 9월 초등생 형제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다가 10세이던 형이 숨지고 8세인 동생은 구조됐다. 이달 3일 강원 삼척시 임원항에서는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약 8m 높이의 너울성 파도가 덮쳐 주차장 아스팔트를 깨뜨리는 등 큰 위력을 과시했다. 김규한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너울성 파도는 먼바다에서 국지적인 폭풍우 등 저기압이 발생해 생기는 큰 물결로 일반 파도에 비해 주기가 매우 길다”면서 “날씨가 화창해 전혀 예견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갑자기 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너울성 파도는 봄·가을철에 자주 발생하며 특히 동해안에서 주로 생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너울성 파도 중 약 90%는 동해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방문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고성=이인모 imlee@donga.com / 김태성 기자}

    •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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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단해도 새 주소 개설 반복… ‘디지털 교도소’ 추가 신상공개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해 사적 처벌 논란을 불러일으킨 ‘디지털 교도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접속 차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디지털 교도소가 새로운 인물의 신상을 수집해 공개한 건 ‘2기 운영진’을 자처한 인물이 이달 초 웹사이트 운영을 넘겨받은 이후 처음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28일 아동 성 착취 영상을 공유한 의혹을 받는 A 씨의 실명과 학교, 학번,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신규 입소자 A 씨의 사진을 구하고 있다. 대학 동기 등 A 씨를 아시는 분이 텔레그램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연락 주시면 사례하겠다”고 주장했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디지털 교도소가 추가로 신상을 공개한 직후인 28일 두 번째 전체 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디지털 교도소는 접속 차단 조치 하루 만인 29일 새로운 인터넷 주소로 웹사이트를 다시 개설했다. 앞서 24일 방심위의 첫 접속 차단 조치에도 디지털 교도소는 이틀 뒤 새로운 인터넷 주소로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디지털 교도소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대구지방경찰청은 “22일 베트남에서 검거된 1기 운영진은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2기 운영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종격투기 선수가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잘못 공개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봤다며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을 경찰에 고소했다.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이종격투기 선수이자 유튜버인 A 씨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29일 경찰에 고소했다. 디지털 교도소에는 A 씨가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자로 소개됐지만 A 씨는 관련 사건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성 kts5710@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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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화장실 옆칸서 팔뻗어 옷걸이 명품가방 훔친 50대 구속

    지하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승객의 명품 가방을 훔쳐 달아난 5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29일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안양역 남자 화장실에서 명품 손가방을 훔친 혐의(절도)로 A 씨(59)를 24일 체포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철도경찰 측은 “상습 절도범인 A 씨가 혐의를 시인했다. A 씨를 28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구속 송치했다”고 말했다. A 씨는 8일 오후 5시경 경기 안양시 안양역 대합실에서 명품 손가방을 멘 채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피해자 B 씨를 발견했다. A 씨는 가방을 옷걸이에 걸어 두고 볼일을 보고 있는 B 씨의 옆 칸에 따라 들어갔고, 양변기를 딛고 올라가 팔을 뻗어 가방을 낚아채고선 그대로 도주했다. 가방에 들어 있던 금시계 등을 포함해 총 640만 원 상당의 절도 피해를 입은 B 씨는 곧바로 철도경찰에 신고했다. 철도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통해 범인을 추적하던 중 24일 경수선 전동차 내를 배회하던 A 씨를 발견하고 긴급 체포했다. 서울지방철도경찰대는 “추석 명절에 서울역 등 공중화장실에서 절도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며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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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교도소’, 방심위 접속 차단에도…2기 운영진 추가 신상 공개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해 사적 처벌 논란을 불러일으킨 ‘디지털 교도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접속 차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디지털 교도소가 새로운 인물의 신상을 수집해 공개한 건 ‘2기 운영진’을 자처한 인물이 이달 초 웹사이트 운영을 넘겨받은 이후 처음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28일 아동 성착취 영상을 공유한 의혹을 받는 A 씨의 실명과 학교, 학번,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신규 입소자 A 씨의 사진을 구하고 있다. 대학 동기 등 A 씨를 아시는 분이 텔레그램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연락 주시면 사례 하겠다”고 주장했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디지털 교도소가 추가로 신상을 공개한 직후인 28일 두 번째 전체 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디지털 교도소는 접속 차단 조치 하루만인 29일 새로운 인터넷 주소로 웹사이트를 다시 개설했다. 앞서 24일 방심위의 첫 접속 차단 조치에도 디지털 교도소는 이틀 뒤 새로운 인터넷 주소로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디지털 교도소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대구지방경찰청은 “22일 베트남에서 검거된 1기 운영진은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2기 운영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종격투기 선수가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잘못 공개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봤다며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을 경찰에 고소했다.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이종격투기 선수이자 유튜버 A 씨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29일 경찰에 고소했다. 디지털 교도소에는 A 씨가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자로 소개됐지만 A 씨는 관련 사건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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