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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본에 입국해 다음 날부터 격리 2일 차. 입국 첫날은 나리타공항에서 험난한 검역과 입국 수속을 밟느라 피곤한 나머지 깊은 잠에 들었지만 이후로 이틀 연속 새벽에 잠을 깨고 있다. 한국을 잘 아는 일본인들에게 물으니 기자의 숙소가 있는 이케부쿠로는 한국의 신촌과 비슷하다고 한다. 젊은층 유동 인구가 많고 이들이 찾는 주점과 펍, 라운지 바, 클럽들이 거리, 골목마다 즐비하다. 모든 층이 유흥업소로 채워진 빌딩도 있다.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숙소를 둘러싼 이곳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흥에 겨운 목소리와 음악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기 힘들다. 호텔에서 자가 격리하는 취재진은 편의점이나 마트 등을 가는 목적으로 호텔에 상주하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직원의 허가를 받아 15분간 외출할 수 있다. 13일 오후 10시 음식을 사러 호텔 밖을 나서니 긴급사태가 발령된 지역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도쿄도에서는 긴급사태로 방역 수위가 격상되면서 아예 술을 판매할 수 없다. 단 주류를 제공하지 않는 일반 음식점이나 카페 등은 오후 8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하지만 오후 8시가 넘었는데도 술집 등은 불야성이었다. 벌금이야 차라리 물고 제대로 영업하겠다는 식이다. 인기 높은 1층 선술집은 실내가 만석이었고, 인근 유흥주점 호객꾼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마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에 편의점에서 빨리 음식을 사고 10분 만에 호텔로 돌아왔다. 새벽 내내 거리는 불이 꺼지지 않았고 오전 6시가 되자 거리에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를 남녀 일행들이 보였다. 이들을 태우려는 택시들의 클랙슨 소리에 잠은 이미 달아났다. 이케부쿠로만 보더라도 도쿄의 중심가나 유흥 시설이 몰려 있는 곳곳에서 방역 누수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선수와 임원진, 취재진은 도쿄올림픽조직위가 만든 엄격한 행동 규칙(플레이북)에 따라 매일 혹은 정해진 날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사전 승인 받은 장소만 다닐 수 있는 활동 제약을 받는다. 취지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일본인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기지 말라는 조치’로 딱 오해하기 쉬운 도쿄의 현재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PCR 테스트 키트 데스(유전자증폭 검사 키트입니다).” 도쿄 올림픽 취재를 위해 12일 일본에 입국한 기자는 5시간 가까운 검역과 입국 수속 과정을 거치고 도쿄 시내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한 호텔에 겨우 체크인할 수 있었다. 다음 날도 숨 돌릴 여유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이른 아침에 난데없이 호텔 직원이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그가 큰 포장 박스를 건넸다. 기습 방문에 “뭐라고요?”라는 한국말이 튀어 나왔다. 한국 취재진은 일본 입국 다음 날부터 3일간 자가 격리를 하면서 매일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제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PCR 검사 키트에 자신의 타액을 넣어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검사 키트를 어디서 받는지, 어디에 제출하는지 입국 후에도 통보가 전혀 없었다. 막상 호텔에 도착하니 검사 키트가 담긴 박스가 호텔 로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호텔 직원이 또 키트가 도착했다며 방에 갖다준 것. 키트 배송 직원이나 호텔 관계자는 타액 샘플 제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호텔 직원이 관련 부서와 통화해 담당자가 타액 샘플을 받으러 온다는 대답을 전해주었다. 그것도 ‘오늘 가겠다’는 답이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나타난 담당자는 “내일도 샘플을 찾아가는 시간을 알 수 없다. 기다려라”라고 했다. 14일에도 언제 올지 모를 키트 수거 직원을 기다리며 침을 머금고 있어야 할 판이다. 단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삼킨 고구마가 심하게 얹힌 느낌이 들었다. 도쿄행 비행기를 탈 때부터 불안했다. 12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에는 인천을 경유해 도쿄로 가려는 외국 선수단과 도쿄를 경유해 미국 등으로 가려는 외국인 승객 등이 함께 탑승했다. 외국 선수단 일부는 기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얘기하거나 돌아다니는 등 기본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공항 검역에서는 여권, 한국에서 두 차례 받은 코로나19 검사의 음성 판정이 담긴 건강 확인서 등을 수시로 내밀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공항 밖에 나와 지정된 버스로 도쿄 터미널까지 이동한 뒤 다시 택시로 갈아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환대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기다림과 혼란의 연속은 잔치 손님 맞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도쿄에서는 올림픽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 미디어 제공 버스에서 올림픽 홍보 광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좌석 뒤에 작게 일본 여자 근대 5종 선수인 사이토 아유무가 모델인 카드 광고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정작 사이토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일본 방송 뉴스 진행자들은 미국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 오타니 쇼헤이의 소식을 전하며 밝은 표정을 짓다가도 올림픽 뉴스에는 어딘지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20년 가까이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문화 기사를 써온 일본 프리랜서 기자 요시자키 에이지 씨는 “일본 정부는 방문객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는데 관리를 강하게 하는 것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안전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진자 집계를 팩스로 하고, 8월에 내놓을 ‘백신 여권’도 종이로 준다는 일본이 제대로 대회를 치를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의 선수촌이 공식 개촌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13일 도쿄 하루미 지역에 마련된 올림픽 선수촌에서 공식 개촌 행사를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을 이유로 입촌식에서는 선수 환영 행사 등이 열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선수촌 입퇴촌 정보와 입촌 모습 등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선수촌은 거주존, 운영존, 빌리지 플라자 3개 구역으로 나뉜다. 거주존 총 21동 5632개의 아파트형 건물에는 각국 선수단과 관계자 1만 8000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선수촌 식당도 메인 다이닝홀, 캐주얼 다이닝홀, 간이 매점 등 3개 구역으로 운영된다. 1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음식 메뉴는 700여 가지다. 가와부치 사부로 도쿄올림픽 선수촌장은 “식당에서 식사로 즐거움을 주고자 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메뉴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메인 다이닝홀은 누구나 익숙한 세계 표준 음식을 제공하고 캐주얼 다이닝홀은 일식 위주로 음식을 내놓는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채소와 넙치, 가다랑어, 조개 등 수산물로 만든 음식도 캐주얼 다이닝홀에서 제공되는 음식 명단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체육회 등은 한국 선수단에 최대한 캐주얼 다이닝에서 음식 섭취를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개막 D-30 당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면밀하게 검토한다는 전제 하에 우리 선수들에게는 생선 종류 섭취와 관련해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기나긴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복싱이 여자 선수들의 도전으로 도쿄 올림픽에서 부활을 노리고 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1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한국 복싱은 그 후 부진으로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는 여자 라이트급(―60kg)의 오연지(31·울산광역시청·사진)와 페더급(―57kg)의 임애지(22·한국체대) 등 2명만 출전한다. 남자 선수들은 전 체급에서 올림픽 티켓을 따지 못했다. 더구나 복싱 대표팀은 20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인데 나동길 감독은 일본에 갈 수가 없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경기 임원용 출입 AD(Accreditation) 카드를 2장만 배정했기 때문이다. 대한복싱협회는 고민 끝에 남자 및 대표팀을 총괄하는 나 감독 대신에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는 캐나다 복싱 국가대표 출신 아리안 포턴 코치와 한순철 코치에게 AD카드를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감독 없이 코치 2명, 선수 2명의 단출한 대표팀이 꾸려져 도쿄로 넘어간다. 한 코치는 11일 통화에서 “매니저도 없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식사 등 1인 다역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내 한 몸을 바치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 복싱의 간판 오연지는 조용히 기적을 노린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여자 복싱 라이트급 금메달리스트인 오연지는 대진에 따라 깜짝 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 한 코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근 이 체급 순위를 발표했는데 연지가 세계 3위로 나왔다. 4명이 시드를 받는데 연지가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일본으로 넘어가서 컨디션 조절을 잘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4)는 ‘하늘색 줄무늬 유니폼’의 저주가 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불운에 허덕이며 무관의 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그토록 고대하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었다.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결승. 아르헨티나는 전반 22분 앙헬 디마리아(파리 생제르맹)의 결승골로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을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는 1993년 대회 이후 2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대회 통산 15번째 우승으로 우루과이와 역대 최다 우승국이 됐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프리메라리가 우승 10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4회, 코파델레이 우승(스페인국왕컵) 7회 등 숱하게 정상에 올랐던 메시는 2005년 8월 헝가리와의 평가전에서 18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데뷔한 지 16년 만에 메이저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번 대회 우승에 4골 5도움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 득점상과 도움상까지 휩쓸었다. 메시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월드컵 4차례, 코파아메리카에 5차례 나섰으나 번번이 좌절했다. 그나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2015년, 2016년 코파아메리카 결승(2016년 대회는 코파아메리카 창설 100주년 기념으로 2년 연속 개최)에서는 모두 전·후반, 연장까지 120분 활약을 펼쳤지만 승부차기에서 져 칠레의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눈물로 지켜봤다. 2019년 대회에서도 4강에서 브라질(0-2 패)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9전 10기’로 기어코 꿈을 이뤘다. 이날 결승을 치른 마라카낭 경기장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에 0-1로 패해 준우승에 머무르고 고개를 숙였던 장소였다. 아픈 기억이 서려 있는 그곳에서 메시는 우승이 확정된 뒤 무릎을 꿇고 승리의 감격에 빠져들었다. 월드컵에서 19경기 1625분, 코파아메리카 34경기 2907분, 총 4532분 만에 조국 국기가 가슴에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우승 헹가래까지 받았다. 이날 후반 45분이 지나고 5분의 추가 시간까지 흐른 후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모든 선수들이 메시에게 달려갔다. 메시는 시상식 후 라커룸에서 우승컵을 껴안고 있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하늘에 감사드린다. 어머니가 진정 챔피언”이라고 적으며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막강한 공격진을 이루며 메시와 호흡을 맞춘 브라질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는 경기 후 메시와 진한 포옹을 나눈 데 이어 라커룸까지 찾아와 메시에게 우승 축하 인사를 건넸다. 네이마르도 2013년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제외하고 월드컵 등 주요 대회에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2014년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 4강에서는 독일에 1-7 대패의 아픔을 당했고, 브라질이 2019년 코파아메리카에서 우승했을 때는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2골 3도움으로 팀을 결승까지 이끈 네이마르는 메시와 공동 MVP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코파아메리카 우승으로 값진 커리어를 보탠 메시는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 수상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 메시는 2019년 수상으로 역대 최다인 6회 수상을 달성했다. ‘축구의 신’이 갈 곳은 이제 월드컵 정상만이 남았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스포츠 대결은 ‘심리 싸움’이기도 하다. 극도의 긴장감을 이겨내고 정상에 오르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에게는 ‘강심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한국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안긴 김연아(31)가 대표적이다. 김연아의 연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침착하면서도 대범한 정신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연습 때 아무리 완벽한 연기를 펼치던 선수라도 실전에서는 긴장한 탓에 실수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경기력에 자신감이 충만해도 상대와 환경에 따라 여러 심리적인 변수가 발생한다. 여기에 선수 개인적인 일이나 시시때때로 변하는 경기 외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훈련 부족과 실전 감각 부족 등으로 선수들의 불안감과 고민이 커진다. 일명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코로나 블루)을 겪는 선수들도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진천선수촌 내에서 선수들을 위한 심리 대면과 비대면 지원을 펼치고 있다. ‘마음 방역’이다. ‘K부름’ 프로젝트 중 하나로 캠핑카를 개조해 ‘찾아가는 심리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취지다. 여기서는 상담과 더불어 안구나 뇌파 움직임, 뇌활성도 등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점수에 따라 스트레스 변화 폭이 큰 양궁, 사격 등 기록경기 선수들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때의 상황을 기억하고 말하게 하는 방식의 맞춤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이온 연구위원은 “어처구니없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 빨리 잊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선수 개인별로 좋았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도록 자기 암시를 줄 수 있는 말들, 자신감이 생기게 하는 말들을 모아 스스로 ‘셀프 토크’를 할 수 있도록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참가하고 싶은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꿈의 무대’를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린 선수들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올림픽은 선수들을 지원하는 각 국가의 스포츠 과학과 최첨단 장비, 분석 콘텐츠, 심리 관리의 싸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와 환경, 시간에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달라진 실전감각 연마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스포츠 과학과 장비, 입체적인 플레이 분석 등이 경기력에 미치는 효과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림픽을 앞두고 예정됐던 각종 국제대회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탁구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제대회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대한탁구협회는 대표팀의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대표선수와 실업선수들을 모아 실전 대회를 두 차례 열었다. 각 종목 대표팀들도 부족한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 각 경기장과 실내연습장이 코로나19로 폐쇄되면서 대표선수들이 충분히 훈련하지 못했다. 이런 특수한 상황으로 도쿄 올림픽에서는 선수나 팀이 빨리 상대 약점을 찾고 보완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메달 색깔이나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80년에 설립된 스포츠과학연구소를 이어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원장 남윤신)은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이전 올림픽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장비와 관리 시스템으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고 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선수가 실제 경기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훈련하면서 자신만의 확실한 루틴을 만들어내고 징크스를 없애도록 했다. 또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다기능 회복 시스템도 마련했다. ‘스포츠과학 밀착지원팀’을 꾸려 종목별 연구 책임자들이 갖가지 경기 시뮬레이션, 컨디셔닝, 기술 분석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232명의 선수와 120여 명의 지원 인력 뒤에서 한국 스포츠 과학이 보이지 않게 든든한 배후 지원을 하고 있다.○ 부상 회복 돕는 고압 산소 캡슐, 염증 수치 낮추는 장비까지 선수들에게는 피로와 부상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올림픽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경기를 치르는 환경에서는 회복 속도가 경기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 환경을 만들어놓고 고농도 산소를 일정 시간 공급해 신체를 회복시키는 고압 산소 체임버가 많이 활용된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23개를 획득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경기 중 또는 전후뿐만 아니라 아예 일상 훈련 과정에서 산소 체임버를 자주 이용해 피로를 풀었다.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에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에는 없던 고압 산소 체임버 1대와 캡슐 5대가 도입됐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이온 연구위원은 “대기 중에 산소 농도는 20% 미만인데 그 이상 세포가 원하는 수준까지 산소 농도를 공급해 회복을 빠르게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크라이오세러피 장비 한 대도 진천선수촌에 들어왔다. 크라이오세러피는 질소 증기가 들어 있는 원통형 체임버에 2, 3분 들어가면 영하 100∼200도 이하의 냉각 공기가 분사돼 극저온 상태에서 체온을 의도적으로 낮춘다. 이러한 냉각 환경을 겪은 신체는 자가 회복 과정을 통해서 부상 회복, 컨디션 향상, 체중감량 효과를 이끌어 낸다. 이 연구위원은 “몸의 염증 수치가 높아진 선수들의 회복을 돕는 장비다. 미국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도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수억 원대 고가 장비”라며 “선수들이 부상, 컨디션 회복 시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세계적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프로복싱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 2차원 영상 활용에서 AI, VR 등 입체 비주얼 분석 개발 경기력 분석도 단순히 1, 2차원적인 환경과 영상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태완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장은 “인공지능(AI), VR 등의 설비를 활용하면서 입체적인 ‘비주얼’ 분석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양궁은 실제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양궁장 환경처럼 진천선수촌에 VR 시뮬레이션이 돼 있다. 선수들은 실전과 같은 분위기에서 연습을 하는데 지도자들이 선수들이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 팀장은 “기존에는 선수들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기를 통해 1인칭 체험만 가능한 한계가 있었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연습 중 어디에 시선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지금은 선수 시야의 움직임이 그대로 벽에 투사 되고 심장 소리까지 측정된다. 지도자들이 조금 더 선수 입장에서 연습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루에 수영, 펜싱, 승마에 사격과 육상이 결합된 레이저런까지 모두 소화하는 근대 5종에도 최첨단 장비가 도입돼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펜싱 종목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자주 시도하는 10가지 패턴을 3차원(3D) 모델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훈련시킨다. 3D 안경을 끼고 입체적으로 패턴들에 대응하는 연습을 할 수 있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겸할 수 있다.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진출한 럭비 대표팀 선수들은 그동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조끼를 착용하고 훈련해왔다. 이를 통해 선수 개인의 활동 반경, 주로 뛰는 위치, 속도 정보 등을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연습 시에는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보는 영상을 촬영했다. 이 박사는 “GPS를 활용해 경기에서 선수 특성에 맞는 대형을 짜는 데 상당한 효과를 봤다. 개인별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시간대도 측정할 수가 있어 최적의 선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 부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완 팀장은 지난해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역도 바벨 궤적을 자동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선수의 몸 중심에서 바벨이 어떻게 올라가는지를 연속으로 미세하게 추적했다. 이를 통해 선수 개개인별로 최적의 궤적을 산출해 선수와 코치에게 제공했다. 특수 물질을 감지해 움직임을 분석하는 적외선 카메라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기존에는 선수의 관절 부위에 특수 스티커를 붙이고 운동을 하면 적외선 카메라가 부위별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부위별 움직임을 계량화할 수 있고 힘을 쓰는 적절한 타이밍도 포착해낼 수 있어 순간 움직임이 중요한 종목에 도움을 줬다. 김 팀장은 “현재는 카메라가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아도 그림자 실루엣만으로 세밀한 움직임을 포착해낸다. 선수들이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퍼포먼스를 할 수 있어서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거창하고 무거운 장비를 세팅하지 않아도 된다. 가벼워졌지만 선수, 지도자와의 ‘피드백’이 더 빨라졌다”며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K스포츠’ 위상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선수들 뒤에서 최첨단 과학으로 지원해 온 ‘K스포츠과학’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농구의 미래가 어두워졌다. 성인 대표팀과 비교해 그나마 국제 경쟁력이 있던 19세 이하(U-19)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국제농구연맹(FIBA) U-19 월드컵에서 큰 점수 차로 내리 4연패를 당했다. 한국은 8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미국과의 16강전에서 60-132로 졌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도 프랑스(48-117), 아르헨티나(74-112), 스페인(48-99)에 무기력하게 완패를 당했다. 상대가 세계 최강 미국과 유럽 강호들이었지만 더블 스코어 이상의 격차가 났다. 국가대표에 선발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했다가 현지에서 합류한 여준석(용산고)과 가드 김동현(연세대)만이 공격에서 자기 몫을 했다. 경기 시작부터 높이와 힘에서 밀리다보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이 됐다. 이무진 대표팀 감독은 “국내에선 자신보다 크거나 힘 좋은 선수들을 상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위축이 됐고 지레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공격에서는 줄기차게 빠른 돌파와 패스 플레이로 신장이 좋은 상대를 외곽으로 끌어내는 세트 오펜스를 펼치면서 수비에서 상대 공격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했음에도 이에 맞는 조직력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공격을 실패하고 백코트가 느려 상대에게 손쉬운 속공을 내줬고, 공격 리바운드 허용에 이은 2차 득점을 많이 내준 것도 대패의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중고교를 거쳐 대학을 진학하는 과정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경험해볼 수 없는 환경, 유명무실해진 유소년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 지원 등을 되짚어봐야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배구 여제’ 김연경(33·상하이 광밍)과 ‘제2의 박태환’ 황선우(18·서울체고)가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남녀 기수로 나선다. 대한체육회는 23일 일본 도쿄 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개회식의 한국 선수단 기수로 김연경과 황선우를 선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김연경은 ‘사격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와 함께 선수단 주장도 맡는다. 한국 선수단은 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결단식을 연다. 결단식에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선수단 등이 참석한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에 선수 232명, 지원인력 120여 명 등 선수단 총 350명을 파견한다. 이기흥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다양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선수단을 향한 국민의 염려를 감사히 여기고 선수단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며 “전 지구적 축제인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국민의 심신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피닉스가 창단 첫 우승을 향해 기분 좋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피닉스는 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피닉스 선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0∼2021시즌 NBA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밀워키에 118-105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역대 74차례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이 우승한 건 53차례(71.6%)다. 서부콘퍼런스 결승에서 LA 클리퍼스를 4승 2패로 꺾고 1993년 이후 2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피닉스는 36세의 고참 가드 크리스 폴(사진)이 32득점 9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폴은 NBA 데뷔 16시즌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동부콘퍼런스 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온 밀워키는 콘퍼런스 결승에서 무릎을 다친 ‘에이스’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코트에 나서 20득점 17리바운드를 올렸으나 부상 전처럼 확실하게 인사이드를 장악하지 못했다. 피닉스는 주전 센터 디안드레이 에이턴이 아데토쿤보를 집요하게 몸싸움으로 괴롭혔다. 폴은 외곽에서 정확한 3점포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밀워키의 인사이드 수비가 외곽 도움 수비를 하러 나올 때 재빠르게 골밑을 팠다. 남자 농구 대표팀에 선발돼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피닉스의 데빈 부커도 27득점 6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2차전은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지구촌 축구 최강 맞수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정상을 향한 마지막 외나무다리에서 맞붙게 됐다. 2021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결승이 바로 그 무대다. 아르헨티나는 7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콜롬비아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2016년 대회 이후 5년 만에 결승 진출이다. 아르헨티나는 1993년 우승한 뒤 무관에 그쳤다. 브라질은 2019년 우승에 이은 대회 2연패이자 통산 10번째 정상 등극에 도전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11일 오전 9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우승 트로피를 다툰다. 두 팀이 결승에서 만난 건 2007년 대회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브라질이 3-0으로 완승했다. 팀도 팀이지만 개인기와 드리블 테크닉의 절대 고수인 브라질 네이마르(29·파리 생제르맹)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4)의 대결에 전 세계 축구팬의 시선이 집중된다. 똑같은 10번 배번을 달고 있는 두 선수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2013∼2014시즌부터 네 시즌간 루이스 수아레스와 함께 ‘MSN 트리오’로 불리며 유럽 축구를 평정했다. 그러나 11일 만큼은 함께 웃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월드컵과 코파아메리카 등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메시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축구 실력을 자랑하지만 월드컵 4회, 코파 아메리카 5회 출전 동안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콜롬비아와의 4강전에서 상대 태클에 발목이 찍혀 스타킹이 피로 물들었는데도 교체 사인을 벤치로 보내지 않았을 정도로 결승행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A매치 150경기에서 76골을 넣은 메시에게는 ‘축구 황제’ 펠레가 갖고 있는 남미 선수 A매치 최다 골(77골) 기록도 시야에 들어와 있다. 메시는 결승 진출 확정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내가 속해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영광을 위해 가자”고 적었다. 메시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승할 자격이 있다. 브라질과의 경기가 힘들겠지만 흥분된다”고 밝혔다. 6일 페루를 꺾고 결승에 선착해 “결승 상대가 아르헨티나였으면 좋겠다”고 했던 네이마르도 원하던 대결 성사에 기대를 내비쳤다. 네이마르 역시 브라질이 우승했던 직전 2019년 대회 때는 부상으로 출전을 못 한 아쉬움을 털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네이마르는 준결승까지 2골 3도움을 기록했고, 메시는 4골 5도움으로 이번 대회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이름값을 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웃 나라지만 축구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다. 브라질이 짧은 패스를 통한 조직력으로 상대 진영을 공략한다면, 아르헨티나는 움츠려 있다가 슈퍼스타의 발에서 시작되는 순간 역습으로 브라질을 상대했다. 공 점유율에서 확실하게 앞설 브라질은 메시의 한 방이 두렵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6강에서도 브라질은 시종 일관 경기를 주도하다 아르헨티나 ‘10번’ 마라도나의 휘젓는 단 한 번의 곡예 같은 드리블에 골(득점은 클라우디오 카니히아)을 내주고 0-1로 졌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목표는 우승.” 2020 도쿄 올림픽 한국 축구 대표팀의 막내 같지 않은 막내 이강인(20·발렌시아)이 거침없이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강인은 6일 파주 축구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나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의 목표는 우승일 것”이라며 “큰 목표를 위해 준비를 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강인은 18세 막내로 나섰던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도 우승이 목표라고 밝혔고, 대회에서는 절정의 개인기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본인은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골든슈를 받았다. 이강인은 “U―20 대회처럼 이번에도 목표는 우승”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왼발잡이인 이강인을 권창훈(수원), 이동경(울산) 등과 함께 ‘왼발잡이 삼총사’로 묶어 공격의 핵심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세트피스 등에서 이강인의 날카롭고 정확한 왼발 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강인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장점이 팀에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차출에 응해준 소속팀 발렌시아에 감사의 뜻을 전한 이강인은 얼마 전 췌장암 투병 끝에 고인이 된 첫 스승 유상철 전 인천 감독과 대표팀 소집 전에 별세한 할머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30여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이강인은 “조금은 답하기 곤란하다. 지난 일이다. 따로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며 대표팀 훈련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이로 볼 때 3년 뒤인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도 가능한 이강인은 “다음 올림픽보다는 도쿄 올림픽이 목표다.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겠다”며 도쿄에서 축구 인생 승부를 걸겠다는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손톱 조금만 더 기를걸….” 혜성처럼 나타나 ‘제2의 박태환’이라 불리는 황선우(18·서울체고)는 5월 수영 국가대표 선발전 자유형 남자 100m에서 48초04(종전 박태환의 48초42)로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고도 경기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손톱을 탓하며 아쉬움을 표현했을 만큼 기록 욕심이 많다. 지난해 11월 자유형 200m에서 1분45초92로 개인 최고이자 한국 선수 최초 세계 주니어 기록을 세우며 2020년 목표 달성을 뿌듯해했던 그는 6개월 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의 기록을 0.96초나 당겨 버렸다. 1분44초96. 박태환이 갖고 있는 한국 기록(1분44초80)에 0.16초 차로 접근했다. 2021시즌 이 종목 세계 랭킹 5위 이내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래도 황선우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수영 자유형 200m에서 맞붙을 일본의 간판스타 마쓰모토 가쓰히로(24)를 기록으로나 순위로 앞서는 것이다. 마쓰모토를 앞선다는 것은 바로 메달권이라는 의미가 있다. 마쓰모토는 4월 일본 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65로 일본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이번 시즌 세계 3위에 해당한다. 1월 1분45초13으로 일본 기록을 깬 뒤 3개월 만에 다시 0.48초 당겼다. 황선우의 최고 기록과는 0.31초 차이다. 마쓰모토는 지난해 웨이트 훈련으로 상체 근육을 크게 키우면서 올 시즌 기록 단축 페이스가 좋다. 체중을 85kg으로 늘렸지만 근육을 탄탄하게 보강했다. 일반 럭비공의 2, 3배만 한 크기의 볼을 허리 아래서 위로 높게 던지는 훈련 등을 통해 어깨 회전력도 크게 발달시켰다.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쑨양(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따낸 마쓰모토는 도쿄 올림픽에서 안방 이점을 살려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쑨양은 도핑 규정 위반으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마쓰모토는 6월 지방 합숙훈련을 마치면서 “올림픽에서 1분43초대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마쓰모토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보는 상황에서 황선우가 마쓰모토의 뒤를 쫓아 ‘손톱 길이 차이’의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황선우는 6일 “지난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고 현재 70%의 컨디션”이라며 “레이스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반과 마지막 50m에서 강한 스퍼트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황선우는 “큰 무대라 떨리기도 하지만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쓰모토를 넘어 아시아 최고가 된다면 메달 색깔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도쿄 올림픽 남자 농구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중 슬로베니아 출신 루카 돈치치(22·댈러스·사진)를 만날 수 있다. 반면 그리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와 세르비아의 니콜라 요키치(덴버)의 활약상은 아쉽게 볼 수 없다. 슬로베니아는 5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 농구 최종예선 결승에서 안방팀 리투아니아에 96-85로 이기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NBA 2019∼2020시즌에 신인상을 받고 이번 시즌 경기당 27.7득점, 8.6어시스트로 리그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우뚝 선 돈치치는 이날 31득점, 11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 원맨쇼를 펼치며 슬로베니아에 올림픽 첫 진출의 영광을 안겼다. 리투라니아는 첫 출전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시작으로 7회 연속 올림픽 8강에 들었지만 8회 연속 출전은 실패했다. 돈치치는 “누구나 올림픽을 꿈꾼다. 나도 해냈다.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18∼2019, 2019∼2020시즌 연속 NBA 최우수선수(MVP), 이번 시즌 NBA 올스타전 MVP에 빛나는 ‘그리스 괴물’ 아데토쿤보와 2020∼2021시즌 NBA MVP인 요키치는 팀의 탈락으로 올림픽에서 뛰지 못한다. 그리스는 5일 캐나다에서 열린 최종예선 결승에서 체코에 75-97로 덜미를 잡혔다. 체코의 올림픽 첫 진출이다. 소속팀 밀워키가 NBA 파이널에 올라 그리스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아데토쿤보의 올림픽 데뷔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요키치도 이날 세르비아 안방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최종예선 결승에서 95-102로 져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도쿄 올림픽 남자 농구는 12개국이 참가해 4개국씩 3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상위 2개국이 8강에 진출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올 댓(All that) 중동.’ 한국 축구의 월드컵 참가 역사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모두 중동 팀과 한 조에 속하게 된 것.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역대 전적(9승 9무 13패)에서 밀리는 이란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의 실력자들과 A조에 묶였다. 중동 팀 특유의 ‘침대 축구’는 물론이고 중동과 한국을 오가는 힘든 일정과도 싸워야 한다. 9월 2일 이라크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첫 경기를 치르는 한국은 바로 레바논으로 원정길을 떠난다. 이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고 5일 간격으로 중동에서 경기를 한 뒤 다시 귀국하는 벅찬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현지 기후 적응이 중요해졌다. 또 중동 팀 특유의 거친 플레이와 ‘침대 축구’로 불리는 경기 지연 행위 등에 대한 대책 수립이 절실해졌다. 반면 일본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중국, 베트남 등과 함께 B조로 묶였다. 중국과 베트남은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고 이동 거리도 짧은 편이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이번 조편성에서 한국에 긍정적인 건 이란에 버금가는 강호 사우디아라비아가 B조로 가고 UAE가 들어온 것 딱 하나”라며 “그렇다 해도 쉬어갈 팀이 없는 난감한 조”라고 평가했다. 그 가운데 이란은 한국에 가장 껄끄러운 적수다. 한국은 2011년 아시안컵 8강에서 1-0으로 이란을 꺾은 뒤로 10년간 승리가 없다. 이후 치른 6경기에서 2무 4패를 기록했다. 한 위원은 “이란에는 손흥민에게 견줄 만한 공격수인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과 메흐디 타레미(포르투)가 있다. 아즈문이 19골, 타레미가 23골로 둘이 유럽에서 이번 시즌 42골을 넣었다. 우리에겐 상당한 부담”이라고 경계했다. 최근 중동에서 무기력하게 고전했던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에 비춰볼 때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전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같은 조였던 레바논과는 베이루트에서 열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고, 지난달 13일 고양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2-1로 힘겹게 역전승했다. 다만 내전 중인 시리아의 경우 경기 장소가 제3국으로 변경될 수 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조편성 후 아시아축구연맹(AFC)과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약팀이 없는 어려운 조에 속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B조에 속해 한국과 만나지 않는다. 베트남을 사상 첫 월드컵 최종 예선으로 이끈 박 감독은 AFC와의 인터뷰에서 “(최약체인) 6번 포트를 배정받았지만 어느 팀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는 게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김희옥 한국농구연맹(KBL) 제10대 총재(73)가 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취임식을 갖고 3년 임기를 시작했다. 김 총재는 법무부 차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동국대 총장,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취임식에는 프로농구 10개 구단 단장 및 감독, 대한민국농구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 총재는 취임사에서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2400만여 명이 경기장을 찾으며 최고의 실내 프로스포츠로 우뚝 섰지만 현재 프로농구는 과거의 영광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며 “재정 건전성 향상과 리그의 공정성 및 윤리성 확보, 대표팀 국제경쟁력 강화, 유망주 해외 진출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KBL은 취임식에 앞서 임시총회를 열고 오병남 전 서울신문 상무이사(63)를 전무이사(행정총괄), 박광호 전 동양(현 오리온) 감독(67)을 경기본부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또 전자랜드를 인수한 한국가스공사 농구단의 초대 단장으로 이승 한국가스공사 경영관리 부사장을 선임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왼발 스페셜리스트 3인방에 황의조+김민재.’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최강 조합이 정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3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올림픽에 출전할 18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의 중추 포지션에서 A대표팀에서도 핵심 노릇을 하는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메달권 진입을 위한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취약 포지션에서 뽑고 싶었던 선수를 선발한 김 감독은 “사고 한번 치겠다”며 자신 있게 출사표를 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황의조(보르도), 최후방 보루인 중앙 센터백 자리에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와일드카드로 동생들과 호흡을 맞춘다. 황의조는 스승인 김 감독의 부름에 적극 응하고 합류를 결정했다. 유럽 진출을 추진 중인 김민재는 이적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대표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김민재의 가세로 수비 불안의 걱정은 일단 줄었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본인 의지가 너무 강했다. 내가 복이 있나 보다. 고맙다”며 “김민재는 아직 이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라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한 자리의 와일드카드 역시 2선에서 부지런히 공격과 미드필드를 오가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줄 권창훈(수원)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왼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강인(발렌시아)과 ‘도쿄 리’ 이동경(울산)이 권창훈과 호흡을 맞춘다. 이 3명은 현재 한국 축구에서 왼발의 컨트롤과 패싱력, 슈팅, 세트 플레이 전개 능력이 가장 뛰어난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는다. 상대가 대비하기 상당히 어려운 왼발잡이들의 공격 옵션 특징을 최대한 살리려는 포석이다. 김 감독은 “왼발잡이 3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남은 훈련의 주요 포인트”라고 밝혔다. 이날 생일을 맞은 권창훈은 “27번째 생일에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보다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창훈은 리우 올림픽에서 3골 1도움으로 8강 진출을 견인했다. 예비 명단에 올랐던 손흥민(토트넘)은 팀과의 재계약 협상 등의 이유로 제외됐다. 대표팀은 7월 2일 소집 뒤 13일(상대 미정)과 16일(프랑스) 평가전을 가진 뒤 17일 도쿄에 입성한다.도쿄 올림픽 축구 대표팀 최종 명단(18명·*는 와일드카드)△골키퍼: 송범근(전북) 안준수(부산)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 이유현(전북) 김진야(서울) 설영우(울산) 정태욱(대구) 김재우(대구) △미드필더: 원두재(울산) 김동현(강원) 정승원(대구) 이동경(울산) 이강인(발렌시아) △공격수: *황의조(보르도) *권창훈(수원) 송민규(포항) 이동준(울산) 엄원상(광주)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축구를 본 이후 최고의 경기다. 서로 닮은 두 경기였는데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29일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16강전 두 경기가 열렸다. 스위스와 프랑스, 스페인과 크로아티아의 경기에서 무려 14골이 터졌다. 잉글랜드의 축구 영웅 게리 리네커는 두 경기를 본 뒤 감탄했다. 두 경기 모두 유로 역사에 남을 명승부라는 찬사가 나올 정도였다. 스위스는 29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아레나 나치오날러에서 열린 16강전에서 프랑스와 연장까지 3-3으로 치열한 접전을 벌인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이다. 스위스는 후반 막판까지 1-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36분과 종료 직전 기적 같은 두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고 승부차기에서 드라마를 썼다. 스위스는 키커 5명이 모두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프랑스 마지막 키커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사진)의 슛을 골키퍼 얀 조머(보루시아)가 정확하게 방향을 읽고 막아냈다. 음바페는 경기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축을 해서 미안하다. 팀을 돕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다음에 더 강해져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 스위스가 유로와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에서 프랑스(2위)를 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위스는 자국에서 열린 1954년 월드컵 8강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올랐다. 반면 프랑스가 메이저 대회에서 8강에 오르지 못한 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1년 만이다. FIFA 랭킹 6위 스페인도 난타전 끝에 14위 크로아티아를 5-3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스위스-프랑스 경기처럼 스페인이 후반 막판까지 3-1로 앞섰지만 크로아티아의 미슬라브 오르시치(디나모 자그레브)가 후반 39분과 종료 직전 극적인 두 골을 터뜨리며 균형을 맞췄다. 스페인은 연장전에서 다시 두 골을 터뜨리며 진땀 승리를 거뒀다. 직전 슬로바키아전에서 5-0으로 승리한 스페인은 유로 대회 최초로 두 경기 연속 5골 이상을 기록한 팀이 됐다. 비록 졌지만 A매치 데뷔 골과 2호 골을 몰아친 오르시치의 활약이 돋보였다. 오르시치는 오르샤라는 이름으로 2015∼2016년 전남, 2017∼2018년에는 울산에서 활약한 K리그 출신이다. K리그에서 통산 101경기에 출전해 28골, 15도움을 올렸다. 스페인과 스위스는 3일 열리는 8강전에서 4강 티켓을 다툰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로 이름을 날린 스코티 피펜(56)이 시카고 시절 함께 전성기를 이끌었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8)과 필 잭슨 당시 감독(76)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USA투데이 등 미국 매체들은 29일 피펜이 잡지 인터뷰에서 잭슨 전 감독을 인종차별주의자, 조던을 이기주의자로 표현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피펜은 잭슨 전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을 문제 삼으며 1993∼1994시즌 뉴욕과의 플레이오프 2회전 4차전을 언급했다. 잭슨 전 감독은 경기 종료 1.8초 전 102-102 동점 상황에서 피펜 대신 신인이던 토니 쿠코치에게 마지막 슈팅 기회를 맡겼다. 피펜은 흑인인 자신을 대신해 크로아티아 출신의 백인인 쿠코치에게 맡긴 이 결정이 “인종차별이었다”고 밝혔다. 피펜은 화를 내며 경기를 뛰지 않았고 쿠코치는 결승 득점을 올렸다. 후일 잭슨 전 감독은 피펜에게 가장 실망했던 순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던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은퇴를 했던 시기였다. 조던의 공백에도 시카고가 정규시즌 55승을 거두며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피펜의 역할이 컸지만 잭슨 감독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펜은 또 1996∼1997시즌 유타와의 NBA 파이널 6차전 사례를 들면서 1995년 은퇴에서 복귀한 조던은 자신의 플레이와 액션이 돋보이는 데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피펜은 11월 출간을 앞둔 자신의 회고록 ‘언가디드(UNGUARDED)’에도 팬들에게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다른 조던의 부정적인 리더십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무조건 파이팅입니다.” 한국 양궁 대표팀에는 세계 최강의 DNA가 있는 것 같다.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을 20여 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독도 이슈, 방사능 식자재 문제 등으로 시끄럽지만 두 대회 연속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양궁 대표팀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양궁 대표팀 남녀 선수 중 막내인 김제덕(17·경북일고)도 초긍정적인 멘털을 유지하고 있다. 김제덕은 2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의 수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고도 크게 기합 소리를 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짧게 머리 스타일을 바꾼 김제덕은 “도쿄가 덥기 때문에 시원하게 보이고 싶었다”며 “올림픽에서 자신 있는 모습으로, 금메달을 여러 개 따겠다는 마음으로 있는 힘껏 파이팅을 외쳐봤다”고 말해 취재진을 웃게 했다. 도쿄 올림픽 양궁에는 남녀 개인·단체전과 혼성전에서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바늘구멍 뚫는 것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고 해도 10대 소년에게 올림픽 무대는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김제덕의 머릿속에는 ‘중압감’이 없는 듯했다.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대담해졌다. 이달 초 열린 2021 아시아컵 개인전에서도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대표팀 선배 김우진(29·청주시청)을 결승에서 꺾었다. 김제덕은 “우진이 형을 만나 부담이 있었지만 내 자세를 보완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차분함을 보였다. 김제덕은 반 박자 빠르게 활을 쏘는 자신의 스타일처럼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는 답변을 했다. 좋아하는 걸그룹을 묻자 “아이오아이(IOI)인데 해체됐다”고 하더니 야구와 축구 중 좋아하는 종목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망설이지 않고 “축구”라고 답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냐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냐”는 질문에도 주저 없이 “메시”를 꼽았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주장 강채영(25·현대모비스)도 후배 장민희(22·인천대)와 안산(20·광주여대)을 치켜세우면서 ‘분위기 메이커’다운 면모를 보였다. 강채영은 “꿈의 올림픽 무대라 부담도 되지만 자신감으로 바꾸고 싶다”며 “능력 있는 후배들에게 나의 경험이 잘 전달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금메달을 꼭 따야 하는 스트레스도 금메달을 따고 난 이후 찾아올 좋은 일을 생각하면서 지운다는 강채영은 “배우 이제훈을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실력뿐 아니라 멘털 관리나 유쾌함도 세계 최강인 양궁 대표팀이었다.진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