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김갑식 부국장

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구독 24

추천

안녕하세요. 김갑식 부국장입니다.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종교37%
사회일반27%
문학/출판17%
역사7%
문화 일반3%
대통령3%
연극3%
기타3%
  • “무연고자-장기기증자 위해 천도재… 상처있는 영혼들 극락 가게 해야죠”

    “처음에는 ‘우리 스님은 이상한 스님’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쓸데없이 돈도 많이 드는 천도재(薦度齋) 행사를 한다고요.” 최근 부산의 도심포교당 대광명사에서 만난 목종 스님(57) 말이다. 그날 오후에도 스님은 몇몇 신도와 무연고자를 위한 천도재를 정성스럽게 지낸 뒤였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불교의식으로 치르는 것.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찰의 천도재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무연고자를 위한 천도재인 만큼 당연히 사찰 부담이다. 이곳 안내판에는 천도재 일정이 빼곡하게 기록돼 있다. 무연고 고독사 경우뿐 아니라 장기 기증자, 6·25 민간인 희생자,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의학실험 등으로 희생된 생명체…. 스님이 무연고자 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기기증을 돕는 생명나눔실천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뇌사 판정에 참여하고 기증자 가족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장기를 받는 쪽에서는 새 생명을 받는 희망이 컸지만 기증하는 가족 분위기는 복잡했어요. 착하고 좋은 뜻으로 누르고 있지만 상실감도 컸습니다. 장기기증 코디네이터와 얘기해 보니 ‘내 장기를 돌려 달라’는 악몽을 꾸는 이식자들도 있었고요.” 종교단체의 사회봉사 활동이 무료 급식과 재활 등에 집중돼 있는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스님은 “이웃 돕는 것은 저 말고도 많이 하고, 정부가 틈새는 있어도 웬만한 일은 다 하더라”며 “남이 하지 않는 영혼과 남은 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18일 개원 9주년을 맞은 대광명사는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위해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라’란 염원으로 설립됐으며, 이제는 부산의 대표적 도심 포교당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서울 서초구에 ‘지금선원’을 열었다. 도심 포교에 관한 동료 스님들의 질문이 많은 편이다. “세 가지인데 먼저 무조건 줘라. 주는 것이죠. 줄 게 없으면 웃음과 따뜻한 말을 건네라. 또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신심과 이를 실천하겠다는 열정이죠.” BTN(불교텔레비전)의 프로그램 ‘가피’를 진행하는 목종 스님은 지난해 법문을 모은 책 ‘구하지 않는 삶의 즐거움’(담앤북스)을 출간했다. 그가 말하는 부처의 가르침은 간단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고통을 딛고서 즐거움을 얻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이죠.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누려야 하는 가치입니다. 천당이나 복을 구하는 게 아니라 나눔으로 얻어지는 즐거움입니다.”  부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노숙과 쪽방생활 하던 어느 장애인 부부의 결혼식

    24일 오후 4시반 서울시청 뒤편 서울마당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결혼식이 열린다. 꿈도 희망도 없이 서울역 부근에서 노숙과 쪽방생활을 하던 김성호(37) 김진희 씨(30)가 주인공이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지체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다. 이른바 ‘동작동 쪽방촌’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밥이 아니라 ‘집퍼 사역’을 하는 설수철 목사(51)를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몄다.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웨딩 숍을 찾은 부부와 이들의 정착과 결혼식을 도운 설 목사를 만났다. ●“증인이 많아. 잘 살아야 돼.” 턱시도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들은 서로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잊었다. 남편은 “아내가 너무 예쁘다. 목사님이 결혼식 얘기할 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떨렸다”고, 아내는 “오빠, 너무 멋지다”고 했다. 설 목사는 “자식 결혼시키는 느낌이다. 증인이 많다. 동아일보에까지 나면 정말 큰일이니, 미워하지 말고 사랑만 가득하게 살라”고 했다.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2월 28일 오전 10시 반. 설 목사의 하늘문교회 예배 시간이었다. 노숙인이 이용하는 모바일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기는 했지만 실제 만남은 처음이었다. “오빠가 앞에서 예배를 돕는데 빛이 나요. 그런데 저를 모르는 척 하는 거예요.”(아내) “진희가 기억을 잘 해 곤란하게 할 때가 많아요. 예배하다가 아는 척 할 수는 없잖아요.”(남편) 이들은 이후 빠르게 가까워져 부부의 인연을 맺었고, 10월에는 혼인신고를 했다. 설 목사는 융자까지 받아 임대주택을 마련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10여년 이상 무료급식 위주의 봉사활동을 해온 설 목사는 “밥만 먹고 길로 돌아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자주 봤다”라며 “집을 퍼주면 그 사람의 심신이 건강해지고 삶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집 사람 칼 들 때가 제일 무서워요.” 진희 씨의 꿈은 어릴 때부터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었다. 어렵게 새 출발을 했지만 결혼식은 공공근로 등으로 하루 벌어 사는 이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이 사연이 설 목사를 통해 작은교회살리기연합대표인 이창호 목사에게 알려지면서 작은 기적이 시작됐다. 이윤미 나누리결혼문화원장이 결혼식을 준비하고, 서울마당에서 전시 중인 ㈜대산공사가 식장을 무료로 빌려주기로 한 것. 첫 꿈을 이룬 부부의 계획은 소박했다. 현재 공공근로와 거리에서 물건을 팔아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성호 씨는 “목사님 도움으로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돈을 모아 임대 아파트라도 마련하고 싶다”라고 했다. 사시 등의 시각장애가 있어 직업학교에서 안마 기술을 배우고 있는 진희 씨의 포부는 구체적이다. “TV에서 보면 남편이 퇴근하면 부인이 요리해 맛있는 저녁을 먹잖아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이 말에 성호 씨는 “집 사람이 칼 들 때가 제일 무서워요. 칼이 어디로 갈지 몰라서”라며 손을 저으며 웃었다. ●“이혼해야 할까.” 부부는 복잡한 가정형편과 장애 등의 이유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성호 씨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집안이 어려워지자 ‘너는 나가서 살아야겠다’는 말을 듣고 집을 나왔다. 처음에는 백화점 알바를 하면서 고시원 생활을 했지만 다리가 불편한 게 점점 큰 부담이 됐다. 진희 씨는 5년 전 집을 나와야 했다. 10명 중 1명꼴이라는 여성의 노숙생활은 더욱 힘들고 위태로웠다.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 폐지도 주우면서 살았어요. 자는 게 겁나면 밤새 걸어 다녔습니다.” 이들은 얼마 전 뜻밖에 이혼을 준비하기도 했다. 인연이 끊어진 진희 씨 부친의 차량이 공동소유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남편에 대한 정부 지원금과 공공근로가 중지된다는 통보가 왔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부부는 여러 증인들 앞에서 서류상 이혼은 하지만 훗날 다시 돈을 많이 벌어 결혼식을 한다는 약속까지 했다. 다행히 차량 문제가 단독소유로 정리돼 이혼은 소동으로 끝났다. 성호 씨는 “장애와 노숙인을 보는 시선이 지금보다 훨씬 차가웠고, 한때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었다”라며 “지금은 제가 돌봐야 하는 사람이 있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2
    • 좋아요
    • 코멘트
  • 쓸데없이 돈 쓰는 이상한 스님? “무연고자 천도재 이유는…”

    “처음에는 ‘우리 스님은 이상한 스님’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쓸 데 없이 돈도 많이 드는 천도재 행사를 한다고요.” 최근 부산의 도심포교당 대광명사에서 만난 목종 스님(57) 말이다. 그날 오후에도 스님은 몇몇 신도와 무연고자를 위한 천도재(薦度齋)를 정성스럽게 지낸 뒤였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불교의식으로 치르는 것.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찰의 천도재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무연고자를 위한 천도재인만큼 당연히 사찰 부담이다. 이곳 안내판에는 천도재 일정이 빼곡하게 기록돼 있다. 무연고 고독사 경우 뿐 아니라 장기 기증자, 6·25민간인 희생자,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구제역 조류독감 의학실험 등으로 희생된 생명체…. 스님이 무연고자 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장기기증을 돕는 생명나눔실천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뇌사판정에 참여하고 기증자 가족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장기를 받는 쪽에서는 새 생명을 받는 희망이 컸지만 기증하는 가족 분위기는 복잡했어요. 착하고 좋은 뜻으로 누르고 있지만 상실감도 컸습니다. 장기기증 코디네이터와 얘기해 보니 ‘내 장기를 돌려 달라’는 악몽을 꾸는 이식자들도 있었고요.” 종교 단체의 사회봉사 활동이 무료급식과 재활 등에 집중돼있는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스님은 “이웃 돕는 것은 저 말고도 많이 하고, 정부가 틈새는 있어도 웬만한 일을 다 하더라”며 “남이 하지 않은 영혼과 남은 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나서게 됐다”라고 했다. 18일 개원 9주년을 맞은 대광명사는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위해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라’는 염원으로 설립됐으며, 이제는 부산의 대표적 도심 포교당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서울 서초구에 ‘지금선원’을 열었다. 도심 포교에 관한 동료 스님들의 질문이 많은 편이다. “세 가지인데 먼저 무조건 줘라. 주는 것이죠. 줄 게 없으면 웃음과 따뜻한 말을 건네라. 또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신심과 이를 실천하겠다는 열정이죠.” BTN(불교텔레비전)의 프로그램 ‘가피’를 진행하는 목종 스님은 지난해 법문을 모은 책 ‘구하지 않는 삶의 즐거움’(담앤북스)을 출간했다. 그가 말하는 부처의 가르침은 간단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고통을 딛고서 즐거움을 얻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이죠.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누려야 하는 가치입니다. 천당이나 복을 구하는 게 아니라 나눔으로써 얻어지는 즐거움입니다.”부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2
    • 좋아요
    • 코멘트
  • STB상생방송, 개국 11주년 기념 ‘개벽문화 북콘서트’

    민족종교인 증산도(甑山道)가 운영하는 STB상생방송의 개국 11주년을 기념하는 개벽문화북콘서트 ‘개벽의 땅, 한반도’가 22일 오후 2시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서는 상생방송 이사장인 안경전 종도사(宗道師·사진)가 기념 강연을 한다. 안 이사장은 한민족의 전통문화이자 고유 신앙인 증산도 최고 지도자로 ‘이것이 개벽이다’ ‘개벽실제상황’ ‘증산도의 진리’ 등의 저작을 통해 진리의 깨달음과 개벽 소식을 전했다. 특히 ‘이것이 개벽이다’는 19세기 초 개벽소식의 첫 선언부터 지금까지 전개돼온 개벽론을 집대성하고 그 정수를 밝힌 저작으로 꼽힌다. 상생방송에 따르면 그의 개벽론의 핵심은 “개벽은 결코 끝이 아니며, 새 세상이 열리는 위대한 출발점”이며 “개벽을 알고 그것에 대비하는 사람은 누구든 새 문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조재육 세계환단학회 호남지회장(전남대 명예교수)이 축사를 하고 연지타울림의 난타 공연과 진포예술원의 길놀이 공연이 이어진다. 유성엽 김관영 의원은 영상 축전을 보낸다. STB상생방송은 2005년 증산도에 의해 설립돼 2007년부터 전파 송출을 시작했다. 케이블 및 인터넷TV(IPTV), 위성방송망, 스마트폰, AppleTV-KorTV 등을 통해 국내외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0
    • 좋아요
    • 코멘트
  • “하나님과 조국 위한 순교… 조부의 뜻 늘 되새겨”

    19일 서울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의 주기철 목사(1897∼1944) 묘소. 주 목사는 손양원 목사(1902∼1950)와 함께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순교자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꼽힌다. 주 목사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고 반대운동을 하다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순교했다. 기일(21일)을 앞두고 묘소를 찾은 손자 주승중 목사(60·인천 주안장로교회 위임목사)는 “올 때마다 새로운 희망과 각오를 주신다”며 미소를 지었다. ―주기철 목사의 정신은 무엇인가. “하나님과 조국을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이다. 목사님은 1935년 평양신학대 집회에서 그 정신을 강조했다. 10년 형기 중 회유를 위한 가석방으로 5차례 집과 감옥을 오갔다. 팔순 어머니와 아내, 네 아들과 지내면 마음이 흔들릴 것이라는 일제의 수작이었다.” ―인간적 고뇌는 없었을까. “주기철 목사님은 초인, 강인한 순교자만은 아니었다. 마지막 투옥 전 ‘노모와 처자, 교우를 주님께 부탁합니다’, ‘의(義)에 살고 의에 죽게 하소서’ 등 5가지 유언 설교를 한다. 특히 장기간 고문에 변절할까 두려우니 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어머니에게 청한다. 고통스럽지만 결단을 내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주승중 목사는 ‘할아버지’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내내 ‘주기철 목사’ ‘목사님’이었다. 그는 “누구의 손자라는 걸 내세우고 싶지 않고, 누를 끼치기도 싫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주기철 목사의 순교 후에도 가족들의 고난은 이어졌다. 큰아들 영진은 북한 지역에서 목회를 하다 6·25전쟁 때 공산당에 의해 순교했고, 둘째 영만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소천했다. 셋째 영해와 막내 광조는 장로로 신앙 활동을 이어갔다. 주승중 목사는 영해 장로의 2남 3녀 중 막내다. ―주기철 목사의 순교 후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갔나. “남쪽으로 내려온 3형제는 어머니까지 소천한 뒤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다.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손양원 목사님이 운영하는 보육원 생활까지 했다. 그런데 아버지(영해 장로)를 통해 저를 포함한 9명의 목사가 나왔다. 고난은 있었지만 하나님의 축복도 있었다.” ―주기철 목사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면…. “아버지께 들은 얘기다. 목사님은 4형제를 각각 루터, 오거스틴, 사무엘, 다윗으로 불렀다. 큰아버지는 목숨 걸고 종교개혁을 한 루터처럼 신앙을 지키다 순교했고, 둘째 숙부는 방탕한 삶을 살다 길을 찾은 오거스틴처럼 나중에 신앙인이 됐다. 아버지는 시대와 시대를 잇는 사무엘처럼 목회자 가족의 다리가 됐고, 막내 숙부는 이스라엘의 황금기를 이끈 다윗처럼 기업인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목회자들을 도왔다. 묘한 섭리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해빙 무드다. 유족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주기철 목사님의 유해가 평양기독공원 묘지에 있었는데 재개발돼 흔적을 알 수 없고, 시무하던 평양 산정현 교회도 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하루빨리 방북이 이뤄져 제대로 된 흔적을 찾고 싶다.” ―한국 교회의 세속화에 대한 비판이 많다. “기독교 초창기를 보면 2000만 인구 중 신자가 20만 명, 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독립운동에 나서고 사회 교육 의료 여성 등 각 분야에서 민족의 희망이 됐다. 하지만 지금 교회는 기득권 세력이 됐다. 신앙의 선조들이 추구한 헌신과 봉사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갑식의 뫔길]‘사과의 최고수’ 교황에게 배워라

    ‘저승사자’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셀프 후원’과 외유성 해외출장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석이 나오자 버티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마침내 돌을 던졌습니다. 2일 취임 이후 16일 사의 표명까지 저승사자의 보름천하입니다. 그는 문제가 터지자 사과보다는 “사실과 다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죄송하지만 불법은 아니다”는 주장을 줄곧 펼쳤습니다. 청와대는 ‘너희는 깨끗하냐’는 식의 관행과 반(反)개혁세력의 음모론까지 흘리며 선관위에 공을 넘겼습니다. 결국 선관위 판단에 따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17일 그의 사표가 수리됐습니다. 정서적으로 더 큰 파장과 함께 글로벌 뉴스로 부각된 것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입니다. 조 전무는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1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어리석고 경솔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당시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제보들이 이어지고 대한항공의 국적기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2016년 국내 출간된 ‘공개 사과의 기술’은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들의 반쪽짜리 사과, 진정성 없는 ‘유감 사과’와 맞물려 화제가 됐던 책이죠. 미국 서던오리건대 교수인 저자 에드윈 L 바티스텔라는 언어학자로 언어학에 사회, 심리, 문화적 배경 등을 종합해 설득력 있는 사과론을 펼칩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제대로 된 사과의 핵심은 진정성과 이를 담아내는 과정입니다. △사과하는 이의 미안한 감정을 전달 △특정한 규칙 위반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비판을 수용할 것 △잘못된 행위의 명시적 인정과 자책을 분명하게 표시 △앞으로 바른 행동을 하겠다고 약속 △일정한 보상 혹은 대안 제시 등이 포함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상에서 가장 사과하기 어려운 인물일지 모릅니다. 오랜 논쟁 끝에 제1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황이 신앙 및 도덕에 관하여 내린 정식 결정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무류성(無謬性)을 인정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그는 역사 속에서 가장 자주 고개를 숙이는 교황임이 분명합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발언이라 무류성까지 꺼낼 필요는 없겠지만 칠레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추문과 관련한 사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교황은 올해 1월 칠레를 방문했을 때 성추행 은폐 의혹을 받는 바로스 주교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당시 교황은 “증거를 갖고 오면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단 하나의 증거도 없고 모든 것이 중상모략”이라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교황은 비판이 일자 귀국 비행기에서 “학대받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한다”라며 “그들을 아프게 한 것에 용서를 구한다”고 일차적으로 사과했습니다. 2월에는 교황청 고위관리를 칠레로 보내 성추행 은폐 의혹을 조사하게 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예상할 수 있지만 최근 발표된 교황의 추가 사과는 훨씬 강도가 셉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공개편지를 통해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가 부족해 상황을 판단하고 인식하는 데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과에서는 교황이 ‘사과의 최고수’임을 보여주는 특징들이 드러납니다. 물론 그가 전략적인 셈법 속에 사과의 테크닉을 쓰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첫째, 말과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진정성입니다. 교황은 이 서한에서 “영혼의 상처를 용기 있게 견뎌내며 피해를 증언해준 64명에게 감사한다”, “2300여 쪽에 달하는 조사단 서류를 읽으며 나는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64명, 2300여 쪽 등 구체적 숫자와 함께 “수 주 내로 그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청하고 싶다”는 언급이야말로 공감할 수 있는 사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둘째, 빠른 타이밍입니다. 1월 논란과 사과, 2월 조사에 이번 사과까지 바티칸의 오랜 수치로 여겨져 온 아동 성추행이란 이슈의 파장을 감안할 때 빠른 타이밍이라는 게 교계의 반응입니다. 교황은 빠른 사과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지 않다는 확고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기와 진정성 모두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세상의 예측을 뛰어넘는 파격입니다. 교황들이 잘 쓰지 않는다는 오류라는 표현을 쓴 것도 그렇습니다. 반쪽 아닌 ‘온전한 사과’의 핵심은 진정성과 과정에 있습니다. 권력이 커질수록, 또는 지지율이 높을수록 사과에 인색하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김갑식 문화부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직자 처신? 앎은 쉬워도 실천은 어려운 법이라…”

    12일 찾은 경남 양산의 통도사 서운암. 사찰의 암자들은 비슷하기 마련인데 서운암 분위기는 달랐다. 야산을 배경으로 저마다 주인공인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그래서 꽃암자다. 한편에는 한약재를 넣어 옹기에 담아 숙성시킨 3000여 개의 ‘장독숲’이 이어진다. 명물이 된 서운암 약된장이다. 위편 장경각에는 도자로 조성한 16만 도자대장경이 있다.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는 불보(佛寶)사찰로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3보 사찰로 꼽힌다. 통도사는 지난달 성파 스님(79)을 방장(方丈·선원 율원 강원 등을 갖춘 큰 사찰의 가장 큰 어른)으로 추대했다. 전각이 아닌 작업실로 오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손을 털며 들어오는 낡은 솜옷의 스님을 보는 순간 의문이 풀렸다. 서운암은 성파 스님을 닮았고 스님은 서운암을 닮았다. 방장 추대 이후 첫 인터뷰다. ―방장 추대 이후 달라진 게 많을 듯하다. “뭐 그런 게 있겠나. 한평생 살던 곳이고 달라질 게 없다. 남들은 달리 볼지 모르지만.” ―들꽃축제, 문학인축제, 장경각 도자대장경…. 문화로 가득하다. “사찰을 가람이라고 하는데 그걸 지키는 것은 정적(靜的)이야. 여기에 동적인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옛날처럼 팔관회 같은 행사를 할 수는 없다. 시대에 맞는 문화활동이 필요하다. 들꽃 싫어하는 사람 있나. 도시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들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거지.” ―수행 분위기가 깨진다는 반대 의견도 있지 않았나. “필요 없는 것은 곁에서 귓속말을 해도 안 들리고, 필요한 것은 100리 밖 소리도 들리는 법이야.(웃음)” ―방장은 좀 은둔의 매력이…. “과거처럼 승속(僧俗)이 분리될 수 없는 세상이다. 당신도, 나도 휴대전화가 있지 않나. 경계가 사라졌다. 국제관계로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는데 작은 땅덩어리에서 그럴 필요가 없어. 같은 공기를 함께 마음껏 들이마시며 살아야지.” ―도예, 옻칠, 서화 전시회도 여러 번 열었는데…. “통도사 주지 소임하면서 시작했는데 거의 40년 정도….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수행자이신데 예술의 끼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 “있는 게 아니고 대부분이야, 허허. 수행과 예술이 따로 있나.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잖아. 수행의 근본 바탕이 있으면 어떤 것을 해도 수행이야. 나는 소라 우유이고 수행인 거지.” 소를 자처하는 스님은 조계종 종정과 통도사 방장을 지낸 은사 월하 스님(1915∼2003)이 제자의 ‘일탈’을 못 마땅하게 여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거침이 없었다. 성파 스님은 “중이 그런 것 하면 안 된다고 하셨지. 속으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중이라고 생각했지만 말대꾸가 되니까 언급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은사는 어떤 분이었나. “한마디로 승려다운 승려, 중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모습을 입적할 때까지 실천한 분이야. 따로 (밥)상을 받지 않고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발우공양을 하셨어. 그런데 평생 엄격하던 대선사도 말년에는 인간적 정을 많이 보이셨어. 조지장사 기명야애(鳥之將死 其鳴也哀) 인지장사 기언야선(人之將死 其言也善), 새가 죽을 때가 되면 우는 소리가 구슬프듯 사람도 죽을 때가 되면 그 말이 진심이라고 했어. 그게 인생이라….” ―어떤 화두를 잡고 있나. “1800공안뿐 아니라 모든 의문, 모르는 게 화두지. 줄 화두가 어디 있고, 받을 화두가 어디 있나. 대가리도 꼬리도 없는데 어떻게 잡겠나.” ―출가자가 줄고 있다. “절집 생활만큼 좋은 게 세상에 어디 있나. 좋아도 보통 좋은 게 아니고, 극락이 따로 없어.” 스님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직자의 처신과 사퇴 문제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비지지난이행지난(非知之難而行之難), “아는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 어렵지 알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대꾸했다. 다시 짧은 법문을 청하자 손사래를 치던 스님은 작업실 앞 감나무 밭으로 나오자 귀에 쏘옥 들어오는 말을 툭툭 던졌다. “아유일권경 불인지묵성(我有一卷經 不因紙墨成·내게 한 권의 책이 있으니 그 책은 종이와 먹으로 된 게 아니다), 전개무일자 상방대광명(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펼쳐 보니 한 자도 없지만 항상 대광명을 놓는다). 일터가 선방이고 공부방이지. 백 마디말보다 와서 보고 가라는 거지. 열심히 봐도 안 보이면 할 수 없고. 마음이 없으면 봐도 안 보이고 먹어도 맛을 몰라.” 양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물질 넘치는 강남만큼 선 어울리는 곳 있을까”

    강남으로 가라! 누가 누구에게 한 말일까. 불패의 부동산 투자, 아니면 학생 진로 문제인가? 뜻밖에도 이 말은 조계종에서 내로라하는 선(禪) 고수들의 권유였다. 그 말에 따라 참선 위주로 수행해 세속에 밝지 않은 한 스님이 2013년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에 선원을 냈다. 봉은사처럼 큰 규모의 전통 사찰도 아닌 건물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선원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회의가 많았다. 하지만 각산 스님(58)의 ‘참불선원’은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심에 선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푸른 눈의 수행자인 아잔 브람 초청 힐링캠프와 세계명상대전 등 규모가 큰 행사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최근 만난 스님의 역설은 이렇다. “제가 물정에 어두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강남만큼 선이 어울리는 곳도 없더군요. 삶의 여유가 있는 만큼 내면의 갈증은 더 큰 법이죠.” 참불선원은 19∼26일 ‘육조단경’을 주제로 한 법회를 개최한다. 육조단경은 육조 혜능 선사(638∼713)의 어록으로 선종의 대표적 경전이다. 선불교의 시조 격인 혜능의 가르침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마음을 곧바로 직시해 본래 성품을 봄으로써 부처를 이룬다는 말로 집약된다. 이 법회에는 20여 년 동안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해인사 희랑대 조실 보광 스님을 비롯해 일오 스님(내소사 선덕), 영진 스님(백담사 유나), 혜국 스님(석종사 조실), 대원 스님(학림사 조실), 정찬 스님(대흥사 유나) 등이 ‘육조단경’을 주제로 법문한다. 보광 스님은 각산 스님의 은사로 문중불교가 한국 불교를 망친다며 문도회를 해산했다. 육조단경에 대한 스님들의 90분 강연에 이어 즉문즉답(卽問卽答)이 이어진다. 각산 스님은 도심의 선 법회에 대해 “선 수행이란 것이 산속에만 틀어박혀 있는 게 아니다. 거기서만 가능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선의 가르침은 은둔과 세속에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6월 초 예정으로 가칭 ‘선불교지도자협회’ 창설을 준비하고 있다. 봉암사 정과 스님, 수좌회 선림위원 선법 스님, 마하붓다사 주지 자명 스님 등이 참여한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 대한 각산 스님의 ‘처방’은 간명했다. “삶을 한순간에 바꿀 순 없지만 물이든 흙이든 꽉 쥐지만 않으면 됩니다. 열망은 갖되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스님은 육조단경이나 참선의 정수가 일반인들에게는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연한 언어로 답변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대신 져 우리는 질 필요 없고, 부처님이 6년 고행 끝에 깨달음을 전해 우리는 그 고행을 따라 할 필요 없죠. 좋은 스승의 지도 아래 참선만 제대로 하면서 묵묵히 가면 됩니다.” 그가 꿈꾸는 것은 과거 화려하게 꽃피웠던 ‘참선의 르네상스’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북아시아 지역 회장으로 최윤환 장로 임명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모르몬교)는 최윤환 장로가 북아시아 지역 회장으로 임명됐다고 6일 밝혔다. 한국인이 이 교회의 지역 회장으로 임명된 것은 188년 교회 역사상 최초이고, 아시아인으로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최 장로는 교회 내 여러 직책을 거쳐 북아시아 지역 회장단 제1보좌로 활동해왔다. 이번 인사는 전임자인 로버트 시 게이 장로가 칠십인 회장단에 임명된 데 따른 것이다. 북아시아 지역 회장단의 제1보좌에는 일본 교수 출신 가즈히코 야마시타 장로, 제2보좌에는 일본 기업가 출신인 다카시 와다 장로가 임명됐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06
    • 좋아요
    • 코멘트
  • “사회 부조리 바로잡을 인내천 개벽운동 확산을”

    천도교 중앙총부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159주년 천일(天日)기념식을 봉행했다. 천일은 천도교 1세 교조인 수운 최제우(1824∼1864)가 1860년 4월 5일 천도교(동학)를 창시한 날로 천도교 최대 경축일이다. 이정희 천도교 교령은 기념사에서 “사회 전반에 걸쳐 해묵은 관행으로 치부되고 은폐됐던 부조리한 문화들이 낱낱이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운동을 통한 신인간, 신국가, 신세계의 3신(新) 개벽운동을 더욱 힘차게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령은 북한의 동포들에게도 “빠른 시일 내에 남북 천도교인들의 상호방문과 교류를 통해 새롭게 펼쳐지는 남북한 평화 시대를 더욱 폭넓게 진전시켜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새 하늘 새 땅에 사람과 만물이 새로워지는 후천개벽(後天開闢·어두운 선천세계는 끝나고 후천의 밝은 문명세계가 돌아온다)을 성취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식전 공연에 이어 기념식, 역사음악연구소 합창단의 식후 공연으로 진행됐다. 김희중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박우균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이웃 종교계 지도자들도 참석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비 스님 “저승 이승 오가며 화엄경 해설서 81권 완간… 개정판 내야죠”

    “마지막 권 나올 때 서문 작업을 병원에서 했다. 2월 병원에 열흘 머물면서 저승과 이승을 왔다 갔다 했다. (웃음) 흐뭇하고 뿌듯하다 그런 생각은 없고, 고칠 게 또 보여 개정판을 준비해야겠다.” 조계종을 대표하는 경전 연구자인 강백(講伯)으로 꼽히는 무비 스님(75·전 교육원장)이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강설’(담앤북스) 81권을 완간했다. 화엄경으로 불리는 이 경전은 부처가 최초로 설법한 것으로 대승불교의 대표 경전이다. 경문 번역이 아니라 전체를 해설한 책을 완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화엄전에서 만난 무비 스님은 “감히 화엄경을 해설해 책으로 낸다는 시도가 과분한 일이었다. 후학들의 연구와 설법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이 화엄경과 인연을 맺은 건 탄허 스님의 경전 번역을 도운 197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간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스님의 화엄경 해설은 2014년 5권 출간을 시작으로 속도를 내 4년 만에 마무리됐다. 무비 스님은 이번 완간의 의미를 설명하며 화엄경 연구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당나라 청량 스님의 말을 빌렸다. “청량 스님은 화엄경을 접한 뒤 ‘이 몸 바쳐 내가 죽을 곳을 얻었다’고 했다. 그 말대로 화엄경은 끝과 한계가 없는 그 자체이고, 팔만대장경이 다 들어 있다.” 무비 스님은 수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스님들 교육과 책 출간으로 포교에 힘써왔다. 몸이 불편해지자 타자와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컴퓨터의 작은 칩 속에 세상이 들어있더라.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티끌 하나 속에 시방세계가 다 들어 있다는 화엄의 세계관과 묘하게 통한다.” 스님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주선을 타고 세포 속으로 들어가고, 몇백 광년 떨어진 우주 속으로 여행한다”며 “그게 화엄세계의 한 표현이라는 걸 느끼면서 불교에 입문하기를 잘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무비 스님은 성철 스님과의 사연도 언급했다. “성철 스님은 서양 학문 속에서도 자유자재로 헤엄쳤던 분이다. 물리 천문학은 물론 최면과 심령과학까지…. 해인사 백련암에 있는 서고를 구경했는데 세계문학전집도 두 질이나 있더라. 어릴 때 그 법문 들으면서 다른 세계에 대한 벽이 깨진 것 같다.” 스님의 서고는 어디 있냐고 묻자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이 속에 화엄경이 있고, 대장경이 모두 들어있다”며 웃었다. 무비 스님은 출가자들의 공부와 수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불자라 하면 승속(僧俗)이 있는데 그중 ‘프로’는 스님들 아닌가. 프로인 스님들이 중심에 바로 서야 불교가 바로 선다. ‘중 되면 시간부자’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몸에 푹 젖도록 잘 공부하고 따라야 한다.” 이날 오후 열린 봉정법회에서는 비가 내리는 중에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신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무비 스님은 전집 1000질을 종단에 기증했다. 설정 스님은 인사말에서 “무비 스님은 불같은 열정과 냉정한 지혜를 갖춘 수행자이자 현자”라며 “화엄 사상이 세상에 가득하다면 이 나라 모든 갈등 시비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부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몰몬교 러셀 엠 넬슨 회장, 美 총회서 세계 회원들 지지 받아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몰몬교)의 최고 지도자인 제일회장단의 러셀 엠 넬슨 회장이 최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선지자 및 교회 회장으로 세계 회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댈린 에이치 옥스가 제1보좌, 헨리 비 아이어링이 제2보좌로 제일회장단에서 넬슨 회장과 함께 최고 지도자로서 봉사하게 된다. 이 교회에 따르면 게릿 더블유 공 장로와 울리세스 소아레스 장로는 십이사도 정원회의 새로운 멤버가 됐다. 또 국내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북아시아지역 회장인 로버트 시 게이 장로는 칠십인정원회 회장단의 일원이 됐다. 게이 장로는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을 관할하는 북아시아지역 회장으로 재직했다. 그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03
    • 좋아요
    • 코멘트
  • “3만 탈북자와 함께 걷고 함께 행복해야죠”

    “한국 사회는 탈북자 3만 명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동행(同行) 동락(同樂) 동행(同幸)을 통해 다 함께 행복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올해 1월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에 ‘원 다문화센터’를 개원한 원불교 김대선 교무(65·전 원불교 평양교구장 대리·사진)의 말이다. 그는 “급변하는 남북 정세에 맞춰 종교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도 적절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는 지역의 탈북자를 포함한 다문화 가족의 자활을 위한 교육과 상담, 문화 교류를 하기 위한 곳이다. 성동지역만 해도 다문화 가족은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2002년 원불교 성동교당을 개척하면서 탈북자들을 위한 자활 쉼터 ‘평화의 집’을 운영하고 평양교구장 대리로 대북 교류 사업을 담당했다. 그는 “성동교당 개척 당시 만난 탈북자와의 인연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이 제대로 자활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아들도 원불교 성직자가 돼 ‘3부자 교무’로 알려진 그는 다문화센터 개원을 100세 시대를 맞는 종교인의 선택이라고도 했다. 그는 “저도 2, 3년 뒤면 은퇴할 시기인데 다문화라는 영역에서 평생 봉사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무는 “다문화인들이 다양한 종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종교에 열려 있는 게 중요하다”며 “특정 종교나 단체가 나서기보다는 연대하며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4-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의는 넘치지만 사랑은 부족… 교회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부활주일에 여기 왔습니다. 이날에 죽음의 철장을 부수신 주님께서 이 백성을 얽매고 있는 줄을 끊으시고 그들로 하나님의 자녀들이 얻는 빛과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부활절(4월 1일)을 앞두고 26일 찾은 인천 내리교회. 한편의 비석에는 1885년 4월 9일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가 미 북감리교 선교부에 보낸 편지의 끝부분이 새겨져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제물포항에 도착한 것은 4월 5일 그해 부활절이었다. 내리교회는 한국 기독교(개신교)사에서 ‘어머니 교회’로 불린다. 감리교 발상지, 소년운동의 선구인 엡윗청년회, 최초의 해외선교…. 초대 아펜젤러와 2대 조원시(미국명 조지 원스)에 이은 3대 김기범 목사는 국내 최초의 목사다. 교회 곳곳에 한국 최초라는 역사적 흔적이 가득해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2004년 부임해 제26대째인 김흥규 목사를 만났다. ―개신교가 130여 년의 역사를 통해 크게 성장했지만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고난과 배고픔의 영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교회가 초기의 ‘헝그리 정신’을 잃어버리고 비대해졌다. 음식이 꿀처럼 달다고 표현할 때가 있다. 우리는 지금 세종대왕보다 잘 먹고 살지만 그 음식이 꿀처럼 맛있다고 하지 않는다.” ―목회자들 책임이 큰 것 아닌가. “목회는 하나님을 위한 사역이 돼야 하는데 자신을 위한 비즈니스가 됐다. 교회의 거룩함은 사람이 아니라 예수 때문에 실현되는 것이다.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다는 말이 있다. 과거 목회자들은 배우지 못하고 많이 준비 못했는데도 꿀맛처럼 단 설교를 했다.”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 하나. “아펜젤러 같은 초기 선교사들은 비 내리는 제물포항에 도착해 꽃다발 하나 주는 사람 없는 이 땅에 선교의 씨앗을 뿌렸다. 아무도 맞아주지 않던 그 쓸쓸한 심경으로 돌아갈 때만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기면….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다. 예수님은 자신을 세 번 부인한 배신자 베드로도 품어주셨다. 끝없는 사랑이 또 다른 부활을 낳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정의는 있는데 용서와 사랑은 없다. 교회뿐 아니라 사회도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의가 없는 평화는 거짓이다. 하지만 자신의 코를 낮추는 사랑은 정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에 있다. 모세의 율법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것은 끝까지 복수하라는 게 아니다. 과하지 않게 그만큼만 갚으라는 것이다. 정의에 용서와 사랑이 깔려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바꿀 수 있다.”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고린도 전서 13장 13절이다. 세리(稅吏)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던 삭개오 얘기가 있다. 삭개오는 동네 사람들에게 밀려 나무 위에서 겨우 예수님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예수님은 그런 삭개오를 향해 네 집에 머무르겠다고 했다. 죄인이 회개하기도 전에 용서한 것이다.”  인천=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갑식의 뫔길]어른 없는 대한민국

    2월은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달, 3월은 법정 스님(1932∼2010)의 달, 4월은 부활절, 5월은 부처님오신날…. 공휴일을 포함해 특별한 의미를 담은 날짜들이 빼곡하게 표시된 달력이 있지만 종교 담당 기자의 달력은 좀 다릅니다. 특히 2, 3월은 나름 김 추기경과 법정 스님을 기리는 시기로 정해 두고 있어 두 분과 관련한 스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세월이 무상하니 점차 잊혀진다는 게 세상의 순리이기는 합니다. 그 아쉬움 때문에 두 분을 재조명하는 면도 있지만 그분들 삶의 향기에 다가서는 다른 어른을 찾지 못하는 까닭이 더 큽니다. 최근 광주 무각사에서 만난 청학 스님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군요. 스님은 법정 스님이 유럽 여행 중 거리에서 빵을 먹거나 기차를 기다리는 일상을 담은 사진을 건네면서 “요즘이야말로 무소유의 향기와 정신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청학 스님을 비롯해 법정 스님 곁을 지켰던 이들에 따르면 스님의 물질 또는 세속적 이익에 대한 거부감은 ‘결벽증’에 가까웠습니다. 남에게 부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세지는 것도 몹시 싫어해 남들의 눈에는 까칠하게 보일 정도였다고 하네요. 스님은 담박한 글로 필명을 얻었지만 ‘글빚’이라며 책조차 남기지 말라고 유언했습니다. 아쉽게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법정 스님의 입적과 장례 현장을 지키지 못했지만 김 추기경 선종 당시의 기억은 생생합니다. 명동대성당 주변을 몇 바퀴나 감싸던 끊임없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 스타의 공연장에서나 볼 법한 일이었죠. 김 추기경은 1989년 세계성체대회를 개최한 뒤 장기 기증을 통한 생명 존중과 나눔 실천을 위해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설립했습니다. 추기경 선종 몇 해 뒤에 만난 이 단체의 본부장 정성환 신부(현 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의 말입니다. “김 추기경이 남기신 것은 한마디로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대로 바라봐 주는 인간애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 아니라 품어주고 안아주고 말을 들어주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섬김의 리더십이죠. 그런 지도자, 큰 어른이 없으니 추기경이 더 그리워집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당시 특정 종교를 뛰어넘는 ‘파파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언제나 상대방에게 맞춰 눈을 맞추고 소외된 이들을 먼저 찾는 교황의 낮은 행보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 바 있습니다. 그 감동과 별개로 내심 뼈아프게 느낀 것은 김 추기경과 법정 스님 이후로 더욱 커진 어른의 빈자리였습니다. 종교계는 물론이고 각계 원로를 헤아려 봐도 우리 시대의 어른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다시 4년 뒤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맞아, 바로 이분”이라는 인물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특정 집단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분들은 있지만 이념과 세대, 지역을 뛰어넘는 시대의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관용이란 단어가 사라진 것도 어른 부재의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관용의 ‘관’ 자만 꺼내도 이른바 적폐세력이 될 분위기입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이 아니라면 세상에서 공존할 수 없다는 흑백 논리, 이념에 따른 진영 논리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살아 계셔도 이 놀라운 여론의 급류에 혀를 내둘렀을지 모를 일입니다. 2016년 국내 출간된 일본의 유명 저자 우치다 다쓰루의 ‘어른 없는 사회’는 우리 현실에도 시사점이 있는 제목 때문에 손이 갔던 책입니다. 실제 일본 사회가 산업화와 가족 해체, 청년과 노인 문제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앞서 경험했기에 꽤 그럴듯한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책의 주제는 ‘성장의 대가로 전통적 공동체의 미덕을 희생시킨 사회는 성장 신화가 붕괴한 시대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라는 겁니다. 결국 ‘어른의 부활’이 절실하다는 게 결론입니다. 그가 말하는 어른은 사회를 보전하는 일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내가 버린 것이 아니라도 발아래 유리조각을 먼저 줍는 사람입니다. 내가 버린 것이 아니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이라는 거죠. 4월 1일은 부활절입니다. 예수는 세상 모든 가치에 앞서는 가치로 사랑을 실천했고, 부처는 깨달음을 통해 번뇌를 벗었음에도 마지막 중생까지 책임지기 위해 사바세계에 머물렀습니다. 부활의 시기에 어른이 부활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그려봅니다. 김갑식 문화부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염수정 추기경 “성직자 성추행, 사제의 본분 망각한 행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사진)이 최근 논란이 된 성직자 성추행에 대해 사제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며 교회와 성직자들의 정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부활절(4월 1일) 메시지를 26일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메시지에서 “오랫동안 상처로 억눌려있던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내는 목소리에 교회가 귀를 기울이고 함께 치유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라며 “유감스럽게도 일부 성직자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오히려 약한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는데 이는 사제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염 추기경은 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남북 정상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해 70년이 훌쩍 넘은 분단의 상처를 딛고, 소통과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26
    • 좋아요
    • 코멘트
  • “화두 하나 치열한 삶… ‘지대방 솔직 토크’ 묻어두긴 아깝죠”

    최근 불교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40여 년 선원(선방)수행담을 담은 지범 스님(62·서울 동작구 보문사 주지)의 ‘선원일기’(사유수)다. 1979년 출가 뒤 수좌(首座·선원에서 참선 위주로 수행하는 승려)로 살아온 스님의 삶과 함께 수좌들의 세계가 진솔하게 그려졌다. 때아닌 춘설(春雪)이 내린 21일 국사봉 아래 보문사에서 스님을 만났다. ―전국 선원에서 50안거(安居·여름과 겨울철 스님들의 집중 수행기간) 이상을 보냈다. 과거와 요즘 선원의 차이는…. “가장 큰 차이점은 각방을 쓴다는 것 아닐까. 삭발, 목욕일도 과거 보름 간격이었다면 이제는 열흘, 일주일로 짧아졌다.” 선원에는 만만치 않은 수행과 입심으로 분위기를 휘어잡는 이른바 ‘지대방 조실(祖室)’이 있다. 지대방은 물건을 넣고 다니는 자루를 일컫는 우리말 지대에 방(房)이라는 말을 합친 것. 스님들이 행장을 놓아두는 공간을 뜻한다. 지범 스님은 “지대방이 다각실로 바뀌었는데 이전만큼 소통이 없다”라며 “지대방에서 큰스님들에 대한 평은 물론 전국의 소식을 다 듣고, 중노릇도 배웠다”라며 웃었다. 그가 꼽은 대표적 지대방 조실은 명진(전 봉은사 주지) 정묵(통도사 극락암 선덕) 법웅(수덕사 전월사 주석) 현봉 스님(송광사 광원암 감원)이다. ―해제비(解制費)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해제비는 절집 관행으로 안거에 참여한 스님들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거마비다. 신도들이 보낸 공양금과 사찰에서 낸 보시를 합해서 N분의 1로 나눈다. 아무래도 유명 스님이 안거에 들어오거나 절이 크면 해제비가 넉넉하다. 살림이 쉽지 않은 수좌들은 그 돈으로 병원도 가고 생활비로 충당하면서 6개월 정도 살게 된다.” ―인심 좋은 선원…. “통도사 정혜사 백담사 월정사 상원사 정도다. 그런데 스님들이 이곳으로 몰리다 보니 ‘삼진 아웃’ 제도가 생겼다(웃음). 같은 곳에는 두 철까지만 연속으로 갈 수 있는데 나름대로 합리적인 룰인 셈이다.” ―어머니의 당부가 찡하다. “출가 이후 어머니가 손을 잡으며 ‘꼭 서산 스님 같은 도인이 돼 달라’고 하셨다. 30대 초반 때 더 늦기 전에 생사문제를 해결해 깨닫겠다며 계룡산 대자암 무문관에 올라가는데 산새도, 나도 울고 있더라. 들어가면서 눈썹부터 밀었다. 코피가 나고 엉덩이 진물이 생기고 그러는데 도통 화두는 안 들리더라. 2개월 무렵 이번 생에는 어렵겠다며 유서를 쓰고 하루만 더 살아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며칠째 자기보다 큰 먹이를 옮기지 못해 바동거리던 개미가 마침내 턱을 깔딱 넘더라. 미물도 원을 성취하는데 왜 나는 안 되나. 다시 공부를 점검했다.” ―결론은 무엇이었나. “빨리 깨쳐 큰스님 노릇 하자는 욕심만 있지 중생에 대한 자비심이 없더라. 그래서 중생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는데 눈물이 나더라. 20일째 화두가 들리면서 몸이 가벼워졌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객승(客僧)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보문사 문은 항상 열려 있다. 한 해 400∼500명 정도다. 부담이 아니라 평생 수행한 그분의 삶이 오시는 것이니 부처님처럼 모셔야 한다.” ―명진 스님에 대한 쓴소리도 있다. “명진 스님은 열려 있고 장점이 많은 분이다. 그분의 쓴소리대로 종단이 비판받을 구석이 많지만, 좋은 일도 많은데 매번 나쁜 일만 얘기하느냐는 의미였다.” ―앞으로 계획은…. “스님들의 치열한 삶의 얘기가 한낱 지대방 얘기로 끝나는 게 아쉬워 책을 출간했다. 도인이 되기에는 내가 부족한 것 같다. 인연이 있다면 연로한 스님들이 찾는 선원을 개원하는 게 꿈이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시장은 어떻게 종교적 힘을 갖게 됐나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인 저자(89)는 1988년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세기 10대 신학자’ 중 한 명이다. 그 이력을 빼도 그는 국내에서도 알려진 신학자이고,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36세 때인 1965년 출간한 ‘세속도시’는 세계적으로 100만 권 이상 판매되며 그에게 명성을 안겨줬다. 세속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그의 세속은 도시화와 개인주의의 확산을 통한 교회와 사회 변화의 원천이었다. 성경에 대한 문자적, 근본주의적 해석을 거부한 그는 흑인민권운동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실천을 통한 사회 변화를 강조해 남미의 해방신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의 원제는 ‘The Market as God’(2016년). 도발적 제목을 넘기면 첫 페이지에 ‘감사와 희망의 마음을 담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감히 시장(市場)을 신(神)으로 만들더니 난데없는 감사말은 뭔가? “우리는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냈다… 환경같이 허약한 것은 무엇이든지 신격화된 시장의 이익 앞에서 무방비 상태가 된다.”(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의 권고인 ‘복음의 기쁨’을 비롯해 교황이 즉위 이후 보여준 행보가 그를 크게 고무시켰다는 게 저자의 고백이다. 교황은 유엔총회 연설을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가난한 이들의 빈곤을 외면하고 지구의 건강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국가와 기업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기업과 금융이라는, 발을 디뎌본 적 없는 대륙을 향한 여행’의 산물이다. 또 종교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신학의 렌즈’가 작금의 경제 문제를 이해하는 데 유효한 빛을 비춘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구순을 바라보는 그의 눈높이에서 종교만을 비판하는 것은 제자리걸음일지도 모른다. 종교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주된 공격 목표는 신으로 대우받고 있는 시장, 특히 부도덕한 금융자본이다. 저자는 시장과 종교의 영역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시장에 맡겨야 한다” “시장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는 시장의 무오류에 대한 속설이 있다. 여기에 지난 200년간 기독교계에서 큰 논쟁의 하나였던 교황 무오류성의 문제를 비교하는 식이다. ‘시장은 사람을 어떻게 창조했는가’ ‘애덤 스미스: 신학자이자 예언자’ ‘거대은행과 거대교회’ ‘시장과 세상의 종말’ ‘시장의 영혼 구하기’…. 때로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는 도발적인 주장들이 책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온다. 한데 논리적인 비약으로 느껴지는 주장에도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라는 묘한 설득의 힘이 깔려 있다. 요즘 모처럼 관심을 받고 있는 컬링의 스톤이 각고의 스위핑에 따라 신기하게도 목표를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순전히 신학은 물론이고 경제학 문학 사회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저자의 내공과 풍부한 사례를 통해 가능해진 것이리라. 이 책,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느냐에 관계없이 의외로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러면 신이 된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궁금증으로 남겨둔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님과 신부, 발레리나 “光州에 신바람” 짜장면 결의

    법정 스님의 입적 8주기(11일)를 앞두고 생전 깊은 교분을 나눴던 광주 무각사 주지 청학 스님(65)을 7일 찾았다. 스님은 법정 스님의 유품을 정리하다 찾은 미공개 육필원고와 사진을 건넨 뒤 “무소유의 삶과 정신이 벌써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자신과 무각사 얘기는 빼달라고 당부했다. 점심 공양(식사) 뒤 내뱉은 말이 또 다른 인연의 끈이 됐다.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이정주 신부(51)와 최태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59)을 만납니다.”(기자) “아, 그래요? 두 분이 괜찮다면 짜장면 한 그릇 살게요.”(스님) 몇 시간 뒤 예상에 없던 발레리나와 스님, 신부의 ‘짜장면 토크’가 시작됐다.○ 발레리나와 스님, 신부 이 신부는 광주 출신이지만 고향 본당 신부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광주가톨릭대 교수와 7년간 주교회의 홍보국장을 지낸 뒤 올해 1월 천주교광주대교구 임동주교좌성당에 부임했다. 10여 년간 국립발레단 전성기를 이끌어 그냥 ‘최 단장’으로 불려온 최 감독은 지난해 8월 광주시립발레단을 맡아 발레 대중화에 나섰다. 길상사 초대 주지를 지낸 청학 스님과 광주의 인연은 2007년 주지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무각사는 지난해까지 10년에 걸친 스님의 3000일 기도와 노력으로 광주의 대표적 도심 포교당으로 자리 잡았다. “연말 ‘호두까기 인형’ 4회 공연이 모두 매진되는 걸 보면서 광주에 발레를 보고 싶어 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최 감독) “발레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 같은데 많이들 오셨네요.”(이 신부) 청학 스님은 “최 감독과 광주비엔날레를 맡은 김선정 대표처럼 실력 있는 분들이 영입돼 지역의 기대가 크다”며 “무각사에도 작은 갤러리가 있는데 종교 시설과 문화를 결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상무대 군종병 출신입니다” 무각사는 원래 군사 교육·훈련 시설인 상무대 내 군종법당이었다. 상무대 이전 뒤 5·18기념공원 등을 조성했지만 인근 상무 지구는 식당과 술집이 몰려 있다. 스님은 “밤에 보면 절 주변이 불야성”이라며 “무각사가 문화적, 정신적인 면에서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신부의 ‘군대 고백’이 나왔다. “무각사가 군종 법당이던 시절 성당도 있었어요. 제가 거기 성당의 군종병 출신입니다. 하하.” 그러자 스님은 “무각사 군종병이던 스님이 지금 송광사 살아요. 보경 스님인데 무각사 군종병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인연의 수레바퀴는 최 감독의 고향인 일본 교토까지 굴러갔다. 스님은 중창불사 등을 위해 교토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교토 사람들, 자존심 강하고 건축물 다 보존하고 지키고 사는 게 좋아요.”(청학 스님) “저야말로 광주 생활에 흠뻑 빠졌어요. 무엇보다 열심히 배우려는 단원들의 땀과 열정을 보면서 에너지를 많이 얻고 있어요.”(최 감독)○ 중생이 아파서 오는데 잠이 옵니까? 이들을 꼼짝 못 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24시간 개방하는 무각사는 상무 지구에서 가까워 술자리 뒤 절을 찾거나 한밤에 범종을 치는 이들도 있다. “방 앞까지 와서 소주 드시는 분도 있어요. 스님 처소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더니 ‘스님, 중생이 아파서 찾아왔는데 잠이 옵니까?’ 하더군요. 말은 맞죠. 종 치는 사람을 말렸더니 ‘스님, 이거 다 신도들이 시주한 것 아니냐’고. 그것도 맞는 얘기고…. 하하.”(청학 스님) 이 신부는 “신자들과 직접 만나는 걸 오랫동안 꿈꿔 왔는데 여건이 맞지 않았다”며 “본당에서 신자들을 만나니까 집에 온 것 같고, 사제가 된 참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 감독은 5월 정기 공연으로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린다. “‘유리 선생’이 한국에 와서 작업할 예정입니다. 우리 발레단은 절이든 성당이든 팬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요. 광주에 제대로 된 ‘춤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요, 호호.” 광주=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발레리나와 스님, 신부의 ‘짜장면 토크’

    법정 스님의 입적 8주기(11일)를 앞두고 생전 깊은 교분을 나눴던 광주 무각사 주지 청학 스님(65)을 7일 찾았다. 스님은 법정 스님의 유품을 정리하다 찾은 미공개 육필원고와 사진을 건넨 뒤 “무소유의 삶과 정신이 벌써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자신과 무각사 얘기는 빼달라고 당부했다. 점심 공양(식사) 뒤 내뱉은 말이 또 다른 인연의 끈이 됐다.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이정주 신부(51)와 최태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59)을 만납니다.”(기자) “아, 그래요? 두 분이 괜찮다면 짜장면 한 그릇 살게요.”(스님) 몇 시간 뒤 예상에 없던 발레리나와 스님, 신부의 ‘짜장면 토크’가 시작됐다.●발레리나와 스님, 신부 이 신부는 광주 출신이지만 고향 본당 신부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광주가톨릭대 교수와 7년간 주교회의 홍보국장을 지낸 뒤 올해 1월 천주교광주대교구 임동주교좌성당에 부임했다. 10여 년 간 국립발레단 전성기를 이끌어 그냥 ‘최 단장’으로 불려온 최 감독(59)은 지난해 8월 광주시립발레단을 맡아 발레 대중화에 나섰다. 길상사 초대 주지를 지낸 청학 스님과 광주의 인연은 2007년 주지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무각사는 지난해까지 10년에 걸친 스님의 3000일 기도와 노력으로 광주의 대표적 도심 포교당으로 자리 잡았다. “연말 ‘호두까기 인형’ 4회 공연이 모두 매진되는 걸 보면서 광주에 발레를 보고 싶어 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최 감독) “발레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 같은데 많이들 오셨네요.”(이 신부) 청학 스님은 “최 감독과 광주비엔날레를 맡은 김선정 감독처럼 실력 있는 분들이 영입돼 지역의 기대가 크다”며 “무각사에도 작은 갤러리가 있는데 종교 시설과 문화를 결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제가 상무대 군종병 출신입니다” 무각사는 원래 군사 교육·훈련 시설인 상무대 내 군종법당이었다. 상무대 이전 뒤 5·18기념공원 등을 조성했지만 인근 상무 지구는 식당과 술집이 몰려있다. 스님은 “밤에 보면 절 주변이 불야성”이라며 “무각사가 문화적, 정신적인 면에서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신부의 ‘군대 고백’이 나왔다. “무각사가 군종 법당이던 시절 성당도 있었어요. 제가 거기 성당의 군종병 출신입니다. 하하.” 그러자 스님은 “무각사 군종병이던 스님이 지금 송광사 살아요. 보경 스님인데 무각사 군종병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인연의 수레바퀴는 최 감독의 고향인 일본 교토까지 굴러갔다. 스님은 중창불사 등을 위해 교토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교토 사람들, 자존심 강하고 건축물 다 보존하고 지키고 사는 게 좋아요.”(청학 스님) “저야말로 광주 생활에 흠뻑 빠졌어요. 무엇보다 열심히 배우려는 단원들의 땀과 열정을 보면서 에너지를 많이 얻고 있어요.”(최 감독)●중생이 아파서 오는 데 잠이 옵니까? 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24시간 개방하는 무각사는 상무 지구에서 가까워 술자리 뒤 절을 찾거나 한밤에 범종을 치는 이들도 있다. “방 앞까지 와서 소주 드시는 분도 있어요. 스님 처소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더니 ‘스님, 중생이 아파서 찾아왔는데 잠이 옵니까?’ 하더군요. 말은 맞죠. 종 치는 사람을 말렸더니 ‘스님, 이거 다 신도들이 시주한 것 아니냐’고. 그것도 맞는 얘기고…. 하하.”(청학 스님) 이 신부는 “신자들과 직접 만나는 걸 오랫동안 꿈꿔왔는데 여건이 맞지 않았다”며 “본당에서 신자들을 만나니까 집에 온 것 같고, 사제된 참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 감독은 5월 정기 공연으로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린다. “‘유리 선생’이 한국에 와서 작업할 예정입니다. 우리 발레단은 절이든 성당이든 팬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요. 광주에 제대로 된 ‘춤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요, 호호.”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15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