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

권기범 팀장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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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시대. 한 쪽에만 속 시원한 기사보다는 양쪽 모두 불편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kaki@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정치일반81%
인사일반3%
칼럼3%
정당3%
기타10%
  • “안전검사 못믿어… 매일 추락하는 꿈”

    19일 오전 11시경 서울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장. 노란색 타워크레인 4대가 서 있었다. 곳곳에 쌓인 건축 자재를 옮기느라 타워크레인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점심때가 되자 타워크레인이 멈췄다. 40m 높이에 있는 조종석 문이 열리고 검정 패딩점퍼를 입은 50대 A 씨가 나오더니 사다리를 타고 한 칸 한 칸 내려왔다. A 씨는 23년간 타워크레인에 오른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 역시 요즘 타워크레인에 오르는 것이 무섭다. A 씨는 “하루하루 목숨 내놓고 일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18일)도 또 하나 넘어갔잖아. 나도 가끔 타워가 갑자기 빙글 돌다가 꼬여서 고꾸라지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꿈 이야기를 하며 A 씨는 손을 원 모양으로 돌렸다. 18일 근로자 한 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경기 평택시 아파트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사고는 슈거치대(상부의 하중을 견디는 장치)가 갑자기 부러져 일어났다. 용인의 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7명이 죽거나 다친 뒤 불과 9일 후 일어난 사고다. 경찰은 부품 결함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기 검사에서는 합격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부실 검사 가능성을 보고 있다. 경찰은 타워크레인 검사업체 관계자를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곳은 정부 위탁을 받아 타워크레인 점검을 맡고 있는 전국 6개 업체 중 하나다. 공교롭게 용인에서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도 이 업체가 합격 판정을 내렸다. 해당 업체는 정기검사 불합격률이 1.7%로 6개 업체 중 가장 낮다. 20일에는 고용노동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합동 감식이 진행된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졸속, 부실 검사를 의심한다. 20년 경력의 타워크레인 기사 서모 씨는 “현장에 나온 검사기관 직원들이 뭐가 급한지 모르겠는데 30분 정도 검사하고 끝낸다. 용접 부분은 대부분 페인트로 칠해져 보이지도 않는데 육안 검사로 뭐가 보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사고가 잇따르자 현장 분위기는 불안을 넘어 공포로 치닫고 있다. 15년차 타워크레인 기사 신모 씨는 “검사를 받아도 사고가 나는데 목숨 걸고 일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정회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타워크레인 설·해체노조위원장은 “일당 100만 원을 준대도 올라가는 걸 꺼리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같은 타워크레인 작업을 놓고 한국에서는 하루 정도 걸리지만 미국에서는 일주일이 걸린다”며 “비용을 줄이려고 ‘빨리 빨리’를 외치는 건설현장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위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구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정해진 크레인 점검비가 최대 9만8000원으로 위험 비용에 비해 너무 저렴하다. 검사비를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26일 하루 동안 작업을 거부하고 서울 여의도에서 사고 예방과 안전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김예윤 yeah@donga.com·권기범 / 평택=남경현 기자}

    •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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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雪雪 긴 서울… 19일은 빙판길 꽁꽁

    서울에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왔다. 첫 대설주의보도 내려졌다. 경기 지역에도 1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짧은 시간 폭설로 수도권 시내 곳곳에서 사고가 이어졌다. 19일 서울 오전 최저기온이 영하 7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보돼 출근시간대 빙판길 사고 위험은 여전하다.○ “추위 이틀간 계속…빙판길 주의를”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오전 내내 이어지면서 서울 5.1cm, 경기 남양주 5.9cm, 성남 5.7cm, 과천 5.5cm의 눈이 쌓였다. 경기 양평은 10.5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오전 9시 서울을 비롯해 경기 과천 성남 구리 남양주 등에 대설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지역에 내린 대설주의보는 18일 오후 모두 해제됐지만 서울 등엔 밤늦게 다시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이번 눈은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가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면서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좁은 기압골이 형성돼 발생했다. 서해를 지나며 많은 습기를 머금은 탓에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기상청 윤기한 통보관은 “전형적인 습설(濕雪)로 무겁기 때문에 비닐하우스나 시장 천막 등에 눈이 쌓이면 무너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9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맑은 날씨를 되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20일 오후부터 21일 새벽 사이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은 다시 눈구름의 영향을 받는다. 기상청은 이 기간 서울과 중부지방에 다시 대설주의보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온은 지난주만큼 강추위는 아니지만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8도로 떨어지는 등 평년보다 약 4∼5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오후부터 추위가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눈 쓸던 70대 참변…제설작업 근로자 숨져 서울과 경기 곳곳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18일 오전 10시 7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 앞 언덕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주민 2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공모 씨(74·여)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공 씨의 딸(53)도 크게 다쳤다. 모녀는 이날 오전부터 함박눈이 내리자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러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왕복 2차로 오르막길을 서행해 올라가던 차량이 갑자기 미끄러져 회전하면서 인도 쪽에 있던 모녀를 덮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언덕에 눈이 많이 쌓여 구급차가 현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새벽부터 제설제(除雪劑)를 운반하던 근로자 1명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4분 남양주 남별내 제설기지에서 제설제를 옮기던 굴착기의 삽(버킷)이 현장 근로자 김모 씨(58) 위로 그대로 떨어졌다. 머리를 크게 다친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김 씨는 새벽 사이 내린 눈을 치우기 위해 구리∼포천 고속도로 제설작업에 동원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리 부주의에 의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오전 9시경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로 강화 방향 도로에서는 4중 추돌 사고가, 과천시 별양동 도로에서는 승용차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는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이 도로가 30여 분간 통제되면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오전 9시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기 전인 오전 7, 8시경 별다른 대비와 마음의 준비 없이 출근과 등굣길에 나선 시민들은 눈발이 점차 강해지면서 낭패를 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눈 때문에 유치원 버스가 집 앞으로 오지 못해 딸을 데려다 주느라 오전 일정을 다 망치게 생겼다” 같은 글이 줄을 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9시 서울 전체 차량의 평균 속도는 시속 19.4km로 거북이걸음을 했다. 항공편 결항과 지연도 이어졌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포공항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선 항공기 10여 대가 결항되고 120여 편이 지연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도 항공기 약 120대의 출발이 지연됐다.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이미지 기자}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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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신관홍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유족이 기부…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지난달 22일 지병으로 별세한 신관홍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향년 68세·사진)이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1688번째 회원이 됐다. 제주에서는 76번째다. 17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고승화)에 따르면 신 의장 유가족은 15일 신 의장 이름으로 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신 의장 부인 김영순 씨는 “남편의 뜻을 이어받아 조금이나마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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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 플래티넘’ 국내 고교생 2명이 주도한듯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기름을 부은 ‘비트코인 플래티넘’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비트코인 시세 상승에 호재(好材)가 될 유망 투자상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투자자 조롱’ 논란 후 나타난 움직임과 개발 배경을 살펴보면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특히 여러 명의 개발자가 참여한 것이 아니라 국내 고등학생 일부가 주도한 흔적이 여럿 발견됐다. 13일 오후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공식 홈페이지(btcplt.org)에 접속했더니 흰색 화면에 ‘경고(WARNING!!)’ ‘사이트 준비 중’이라는 내용만 떴다. 이날 오전만 해도 홈페이지는 ‘최고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나세요’라는 제목 아래 정상 운영됐다. 트위터 계정은 11일 ‘예정일자로 정상 진행됨을 알린다’는 글이 마지막이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출시 예정일은 12일이었다. 개발팀은 프로젝트가 “다국적 지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한국 고교생 2명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지난달 10일경 본격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깃허브(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정보 공유 사이트)’에는 개발 초기 팀원이 3명으로 나온다. 두 차례 출시 지연과 논란을 겪은 뒤 팀원은 A 군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A 군은 10일 누리꾼들이 조롱 글을 올린 당사자로 지목한 고교생이다. 홈페이지 도메인의 IP주소(인터넷주소)는 한국이다. 개발 과정에 등장하는 이름(아이디) 중에 ‘(○○ ○○○○○)’가 있다. 논란이 불거진 뒤 비트코인 플래티넘 측이 ‘투자자 조롱 글의 진짜 작성자’라고 지목한 인물이다. 이 아이디의 주인은 A 군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B 군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B 군의 활동 기록이 있다. 같은 학교의 C 군(17)은 “B 군이 평소 비트코인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은 주변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B 군은 “작업물을 내 이름으로 올렸으나 수정은 여러 사람이 도와줬다”고 주위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 초기 이들과 함께했던 나머지 1명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개발 계획 자체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개발 기록을 살펴보면 지난달 13일 출시된 다른 가상화폐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있다. 소개 글 일부는 이름만 살짝 바꾼 수준이다. A, B 군이 실제로 가상화폐를 출시하려 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만약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도 처벌 가능성은 낮다. 주식 거래였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이 적용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는 이상 이들을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본보는 A, B 군에게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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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뱅’ 승리, 저소득층 아동 위해 1억 원 기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7)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12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재단 측은 기부금으로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방한용품과 쌀 라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부는 서울연탄은행에 전달된다. 대형유통업체 이마트도 승리와 함께 3000만 원을 기부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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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 있으면 새 화폐 ‘비트코인 플래티넘’ 공짜로 지급”… 고교생 사기극? 발칵 뒤집힌 거래시장

    10일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들떠 있었다. 비트코인을 갖고 있으면 이날 오후 출시 예정인 또 다른 가상화폐 ‘비트코인 플래티넘’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27일 등장한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새로운 가상화폐) 출시 시점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면 새 가상화폐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을 가상화폐 시장의 ‘호재’로 꼽는 인터넷 뉴스도 있었다. 사람들은 8월 이후 쏟아진 다양한 파생 가상화폐 중 하나 정도로 여겼다. 투자자가 몰리자 10일 오후 1시 30분경 1400만 원이었던 비트코인의 시세는 2시간 30분 후 1648만 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가 깨지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가 됐지만 아무 발표도 없었다. 20분이 지나자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SNS 계정으로 “치명적 이슈가 생겨 출시가 연기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계정에는 ‘급식체’(중고교생이 쓰는 말을 비하해 이르는 말)로 투자자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게 누가 비트코인 사랬냐” “앙 숏 개꿀띠(공매도를 해서 이득을 얻어 기분이 좋다)”라며 투자자를 놀리고, 영어로 “내 차익이다”라며 수백만 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나오는 사진을 공개했다. 오후 4시 40분경 비트코인 시세는 1499만 원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을 홍보해 왔지만 출시도 되지 않고 비트코인 값은 떨어지자 분노한 투자자들과 누리꾼은 문제의 SNS 계정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고교생 A 군의 이름이 나왔다. 사람들은 이날 밤새도록 A 군의 페이스북 등에 “등굣길 조심해라” “곧 살해당할 텐데 어떻게 하냐” 등 협박성 댓글을 달았다. A 군은 11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누리꾼을 조롱한 글과 나는 관련이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도 모두 나를 사칭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도 이날 오후 9시경 “개발자 중 한 명인 ‘○○ ○○○○○’가 스트레스로 인해 우발적으로 조롱 글을 남겼다. 이 개발자는 우리 팀에서 제외됐다”며 “A 군은 팀 소속이 맞으나 조롱 글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누리꾼들은 ○○ ○○○○○를 A 군과 같은 학교 학생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A 군은 11일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보복 우려가 있어 12일부터는 부모님과 동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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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케어 철회를” 세종대로 절반 막은 의사들

    “우리는 ‘의료 노비’가 아닙니다!” 현직 의사와 의학전문대학원생 등 1만 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3만 명)은 1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대한문광장에서 ‘국민건강수호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주최한 이날 궐기대회에서 이들은 4시간 넘게 ‘문재인 케어’ 전면 철회를 주장하며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문재인 케어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다. 3800여 개 비급여 항목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보장 항목으로 흡수하는 게 핵심이다. 비급여 항목 치료는 환자가 치료비를 전부 내야 한다. 반면 급여 항목은 건강보험 수가(酬價)가 정해져 있어 일정 부분만 내면 된다. 비대위는 이날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정책 추진에 앞서 적정 의료수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여 부분 의료수가가 턱없이 낮은데 비급여 분야가 줄어들면 타격이 크다는 얘기다. 소아과 의사인 이정진 씨(36)는 “많은 병원이 비급여 항목 수입으로 급여 항목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 저(低)수가 문제의 해결 없이 비급여 분야만 줄이는 건 ‘깡패가 1000원 주면서 빵이랑 우유를 사오되 500원을 남기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내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이 2200억 원 삭감됐다며 문재인 케어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참가자들은 “‘문케어’는 청년에게 의료비 부담을 지워 이들의 미래를 뭉개는 ‘뭉케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오후 3시 5분경 집회를 마치고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3.6km를 행진해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돌아와 오후 5시 20분경 해산했다. 행렬은 세종대로 8차로 중 절반을 차지해 한때 일대 교통이 정체됐다. “돌발 행동을 자제하고 시민들에게 폐 끼치지 말자”는 주최 측 호소에 큰 마찰은 없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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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권기범]인천은 빼고… 참사명칭 걱정 먼저 한 市長

    5일 오후 6시 반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선착장. 낚싯배 전복 사고 후 사흘 동안 자리를 지켰던 천막 10여 동은 이날 실종자 2명을 찾아 모두 철수했다. 선주들이 돌아가며 지키던 선주(船主)협회 사무실 불도 꺼졌다. 영흥도의 표정은 사고 전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주민들의 속내는 달랐다. 여전히 무겁고 착잡했다. 선창1호 선장을 비롯해 희생자 상당수는 이곳 주민과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한 주민은 “사망자의 조카를 우연히 섬에서 봤다. 그런데 아직 삼촌이 어떻게 숨졌는지 잘 모르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고 당일 해상에서 3명의 시신을 수습한 어느 선장은 “현장에서 펑펑 울었다. 선착장으로 돌아와서도 술을 잔뜩 마셨다”고 털어놨다. 취재차 사흘간 머물렀던 영흥도를 떠나 인천해양경찰서로 가기 직전 취재에 도움을 준 A 선장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개가 도착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국무총리 주재 화상회의(3일)에서 이번 사고의 이름을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로 통일해 달라고 건의했다는 뉴스 내용이었다. A 선장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시가 주민들이 겪는 충격과 아픔보다 이미지만 먼저 생각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이곳도 인천광역시이고 우리도 인천광역시민이다”라며 섭섭해했다. 인천시는 “일부러 ‘인천’ 명칭을 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관련 기관이 각기 다른 이름을 쓰면서 일어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 인천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라고 하지 않듯 섬 이름만으로도 지역이 잘 드러난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영흥도 일대를 지나는 선박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영흥도’라는 지명을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선장의 서운함은 단순히 이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옹진군의회 소속 한 군의원은 “사고 재발 방지 대책과 지원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진 뒤 이름 변경을 거론했다면 주민들도 섭섭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두선착장의 낚싯배들은 겨울철 약 3개월 동안 휴식기를 가진다. 그러나 내년 봄이 왔을 때 과연 영흥도 앞바다를 향해 출항할 수 있을지 누구도 안심하지 못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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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 1척 영세 급유선사 “돌아가면 비용 2배… 지름길 포기못해”

    “그 길은 2시간이 더 걸려. 한 푼이 아쉬운데 누가 그리로 가냐고.” 급유선을 전문으로 운항하는 인천의 한 선사 대표 A 씨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급유선 명진15호가 인천 옹진군 영흥도 동쪽의 좁은 수로(뱃길)를 운항한 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영흥도 남동쪽과 육지 사이를 지나는 영흥수도는 좁은 곳의 폭이 370m 정도인 ‘협수로(狹水路)’다. 한편으로 서해안 주요 항만을 오가는 최단 경로다. 만약 영흥도 북서쪽 큰 뱃길로 돌아가면 2시간이 더 걸린다. 운송비용은 2배 이상 늘어난다. 급유선이 영흥수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 해상 급유선은 육상 화물차 ‘판박이’ 명진15호는 2015년 1월 전남 여수에서 건조돼 같은 해 2월 운항을 시작했다. 해상주유소인 D산업과 계약을 맺고 정박 중인 대형 외항선과 준설용 예인선, 바지선 등에 기름을 공급했다. 인천항에서 경기 평택항과 충남 대산항(서산시) 등을 오갈 때 늘 영흥수도를 이용했다. 사고 당시에도 인천항에서 경기 평택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인천항 관제센터에 따르면 명진15호는 운항 시작 후 2년 10개월 동안 인천항을 490회 드나들었다. 한 달에 14.4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급유선 업체는 412곳. 운항 중인 급유선은 약 640척에 이른다. 급유선 운항 체계는 육상의 화물차와 비슷하다. 운송수단을 보유한 개인이 특정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거리를 수행하는 ‘지입차주’ 형식으로 운영된다. 자본금 1억 원에 100t 이상 급유선만 있으면 영업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 수준의 영세한 급유선사가 많다. 인천지역 급유선 업계에 따르면 명진15호를 소유한 M유조도 배 한 척이 유일한 자산이고 회사 사무실도 대표 이모 씨의 자택과 같은 곳으로 알려졌다. 선원 5, 6명을 제외하면 직원도 없다고 한다. 그나마 366t급 명진15호는 인천지역 급유선 30여 대 중 큰 축에 속한다. 급유선사의 수입은 운송 수수료다. 현재 L당 5, 6원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급유선 한 척을 운영하면 선원 인건비와 연료비, 보험료 등으로 매달 최소 4000만∼5000만 원씩 들어간다. 선원 여럿을 고용해야 하기에 인건비만 월 2000만 원이 넘고, 유류오염 손해보험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처음 급유선 구입 때 받은 대출금 상환도 부담이다. 보통 300t급 급유선 가격은 20억∼30억 원가량이다. 줄일 수 있는 건 운송비용밖에 없다. 결국 선박 운항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눈앞에 멀쩡한 길을 놔두고 돈이 두 배나 더 드는 길을 가라고 하면 배를 몰지 말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운송 수수료 현실화 시급” 해상 급유선 업체 대부분이 워낙 영세하다 보니 M유조 역시 이번 사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배상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당시 명진15호에 타고 있던 대표 이 씨는 현재 해경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측은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유조는 한국해운조합을 통해 가입한 선박보험을 토대로 사상자 측에 배상해야 한다. 하지만 해운조합도 이 씨와의 접촉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오후 4시경 이 씨는 해운조합 측의 전화를 받고 “구두로 사고 접수를 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사고 접수에 필요한 서류를 달라고 수차례 전화했는데 그 후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수사가 마무리돼야 사상자 배상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급유선 업체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안전보다 비용에 쫓기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운송 수수료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급유선 업계는 20년째 제자리걸음인 수수료 지급에 항의해 지난해 10월 대기업 정유사를 상대로 동맹휴업을 벌였다. 그 결과 수수료를 L당 평균 4원에서 5, 6원으로 40%가량 1차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현재 급유선 업계는 내년 1월과 7월, 2019년 1월 단계적인 운송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는 연속 인상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의 중재 아래 협의체가 구성된 상태다. 한국급유선선주협회 관계자는 “현재 해상 급유 체계에 문제가 너무 많다. 이대로라면 절대 글로벌 해양강국이 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구조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부당행위가 없어지고 안전도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 / 영흥도=권기범 / 인천=박희제 기자}

    •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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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싯배 사고 소식에…김장김치까지 꺼내온 영흥도 자원봉사 주민들

    “오늘도 고생하실 테니 저희가 깨끗하게 정리해야죠.” 5일 낮 12시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 근처의 임시 천막. ‘영흥도 자원봉사단’이라고 쓰인 하늘색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빈 컨테이너를 청소하며 말했다. 차가운 날씨에 바다를 오가는 수색인력이 따뜻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실내식당을 만드는 중이었다. 컨테이너 옆 야외 천막에서 미역국에 쌀밥을 말아먹던 한 해경 대원은 이 말을 듣더니 “오늘 꼭 실종자를 다 찾아서 일손을 덜어드리겠습니다”라며 고마워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30분 뒤 마지막 실종자인 이모 씨(57)가 발견됐다. 소방대원과 해경, 특수구조대, 실종자 가족 등을 위해 만든 임시천막은 현장본부 설치와 거의 동시에 자리 잡았다. 사고가 난 3일 저녁부터 컵라면에 쌀밥이 등장하더니 김장철을 맞아 각자 집에서 만든 김장김치가 아이스박스에 담겨 속속 도착했다.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들고 나온 재료와 적십자사 등이 긴급 지원한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콩나물국과 미역국도 제공됐다. 천막은 영흥도와 바로 옆 선재도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고가 나자 ‘주민 비상연락망’이 한 차례 돌았다.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선착장으로 나왔다. 영흥도와 선재도는 3250가구, 인구는 6311명에 불과하다. 이 중 자원봉사에 나선 사람은 연인원 400여 명에 달한다. 첫날은 24시간동안 운영됐다. 영흥도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조모 씨(50·여)는 “일을 접어두고 3일째 봉사활동을 벌였다”며 “우리 센터 어린이 중 일부도 가족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봉사자는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조심스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임시 대기 장소를 마련해 모포 등을 제공해주고 식사도 챙겨 전달했다. 지역공공기관도 힘을 합쳤다. 적십자사 직원 10여 명, 남동발전 자원봉사단 10여 명도 나서 이들을 도왔다. 한 낚싯배 업체는 “평소 배를 타던 단골 낚시꾼들이 한 사람당 4만 원씩 모아 십시일반 모은 돈”이라며 봉사단에 금일봉을 건넸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 따르면 3일간 약 1500인분의 식사가 자원봉사 텐트에서 공급됐다. 낚싯배를 운영하는 선주들은 3일간 수색 작업에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3일에는 거의 대부분의 선박이 투입돼 수색 작업을 벌였다. 4일에도 낚싯배 10여 대와 주민 40여 명이 바다로 나섰다. 의용소방대는 해경, 소방본부와 함께 조를 짜 ‘도보순찰조’를 운영했다. ‘도보순찰조’는 실종된 선장 오모 씨(70)를 찾은 당사자다. 이날 실종자 2명이 발견되면서 현장수습본부는 대부분 철수했다. 자원봉사에 나섰던 몇몇 주민들은 막걸리를 한잔씩 기울였다. 낚싯배 선장 원모 씨(55)는 “애초에 바라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연료비도, 인건비도 받을 생각이 없다”며 “그저 실종자를 찾아서 다행일 뿐”이라며 손을 내저었다.영흥도=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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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 남의 배 몰다가 이제 좋은시절 보내나 했는데”… 낚싯배 선장 시신 발견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의 선장 오모 씨(70)의 시신이 사고 발생 나흘 만에 발견됐다. 오 씨는 5일 오전 9시 40분 경 인천 영흥도 용담해수욕장 남쪽 지점에서 발견됐다. 사고 지점에서 3.5km 떨어진 곳이다. 발견 당시 오 씨는 검은색의 얇은 패딩점퍼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구명조끼는 입지 않은 상태였다. 오 씨의 아들이 이날 아버지의 시신을 직접 확인했다. 인천 연평도 인근 섬 출신의 오 씨는 7살 무렵부터 부모님과 인천 영흥도에서 함께 살았다. 결혼한 뒤부터는 단칸방에서 세 식구가 9년을 살았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평생 남의 배를 몰았다. 오 씨는 사고 당일 사실상 ‘선창1호’의 마지막 항해였다. 내년부터 아들과 함께 운항할 배를 제작 중이었다. 한평생 꿈꾸던 자신의 배였다. 오 씨의 지인은 “내년에 아들과 자신의 배를 함께 몬다며 행복해했다. 평생 고생하고 이제 겨우 좋은 시절을 보내나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 씨의 시신은 이날 경기 시흥 시화병원으로 옮겨졌다. 선창1호의 선원이자 조리원인 이모 씨(41·여)의 발인식이 5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엄수됐다. 이 씨는 선창1호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다. 선장을 도와 초보 낚시객들에게 낚시하는 방법을 세세히 알려줬다. 갓 잡은 물고기로 맛있는 요리를 해줬다. 이날 배에 탑승한 22명 가운데 유일한 여자였다. 이 씨의 빈소는 비슷한 시각에 발견된 다른 사망자들보다 뒤늦게 마련됐다. 이 씨의 가족들은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었다. 한국에는 이 씨 혼자뿐이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이 씨 가족들은 서둘러 귀국하고 싶었지만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었다. 사고 발생 반나절이 지나서야 어렵게 비행기 표를 구했다. 그마저도 좌석이 없어 가족이 비행기 두 대를 나눠탔다. 이 씨는 ‘낚시 하는 플로리스트’였다. 서울에서 꽃집을 운영하다 우연히 시작한 낚시에 빠졌던 것이다. 이 씨는 이날의 낚시를 마지막으로, 낚시와 꽃집 운영을 정리하고 가족들 곁으로 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낚시 하느라 마련했던 영흥도 집도 처분했다. 유족들은 “이제 같이 살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이 씨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의 3분의 1은 장애아동을 돕는 봉사단체의 활동가들이었다. 이 씨는 생전에 장애 아동 등 소외계층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봉사한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라 전혀 몰랐다. 찾아오는 조문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혼자서 많을 일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낚시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말했다.영흥도=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인천=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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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 좁은데다 레이더 잦은 오류… “큰 배가 지름길 온게 화근”

    “자, 잘 보세요. 이상한 게 나타날 겁니다.” 4일 오후 1시 10분경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서 약 1.5km 떨어진 바다에서 6t급 낚싯배의 선장 원모 씨(55)가 조타실 레이더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은 전날 선창1호가 명진15호에 들이받혀 전복된 곳에서 불과 300m 거리다. 원 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흑백 액정 모니터 곳곳에 검은색 점이 발견됐다. 지름이 1cm 정도 크기였다. 이 레이더는 지름 30cm의 부표도 포착한다. 모니터 속 음영은 상당히 큰 배나 장애물을 뜻한다. 레이더 속 음영이 있을 만한 곳을 바라봤다. 그러나 눈앞에는 바다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레이더 오류에 아찔한 사고 위험 원 씨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근처 해상 송전탑과 전선이 큰 장애물인 것처럼 잘못 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낙 좁은 수로인 데다 대형 선박도 자주 다녀 레이더 역할이 크지만 이런 오류 탓에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다른 낚싯배 선장 김모 씨(62)도 “해가 뜨기 전에 출항하면 레이더에 잡힌 대형 선박을 다른 장애물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날씨는 맑았지만 바람은 강했다. 파고가 2m로 높았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자 배 오른쪽으로 가로로 길게 펼쳐진 바위 끝이 보였다. 선장들이 ‘여편여’라고 부르는 ‘간출암(干出巖·썰물바위)’이다. 썰물 때 모습을 드러냈다가 밀물 때 수면 아래로 내려가 암초가 된다. 사고가 일어난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 영흥수도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겉모습은 넓어 보이지만 실제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길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가장 좁은 곳은 약 370m에 불과하다. 그래서 ‘협수로(狹水路)’로 불린다. 영흥도 선주들은 급유선이 운항비용을 아끼려 좁은 해로를 이용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선주들은 “인천항에서 평택항까지 갈 경우 영흥수도를 이용하면 다른 경로로 가는 것보다 운항시간이 절반 가까이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흥수도의 수심은 가장 깊은 곳이 약 18m. 대형 선박들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밀물 때에 맞춰 운항에 나선다. 대형 선박이 어두운 밤에 조명을 많이 켜지 않고 운항하면 멀리 있는 낚싯배가 알아채기 쉽지 않다. 낚싯배 선장 이모 씨(64)는 “그나마 급유선은 항해등을 희미하게 켜고 다니지만 모래운반선이나 바지선은 크기도 엄청나고 아예 조명이 없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협수로 안전 강화’ 선박 운항의 안전 및 질서 유지에 필요한 사항은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선박입출항법)로 규정된다. 이 법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박 교통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수로를 ‘항로’로 지정할 수 있다. 항로에서 운항하는 선박은 원칙적으로 다른 선박과 나란히 갈 수 없다. 당연히 추월도 안 된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인천해양청)에 따르면 영흥수도는 항로가 아니다. 따라서 선박입출항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워낙 소형 선박의 운항이 많다 보니 인천해양청은 선박통항규칙을 통해 예외적으로 영흥수도 관련 조항을 만들었다. ‘서로 마주칠 우려가 있을 경우 속도를 충분히 줄여 폭이 충분히 넓은 곳에서 교차하라’는 내용이다. 인천해양청 관계자는 “해경 수사 결과와 구체적인 원인 분석이 끝나면 해사안전법상 충돌 위험 방지 조항 등을 준수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이날 진두항을 찾아 관련 규정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준설이나 항만 확장 등 안전 강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좁은 수로에 작은 어선과 큰 배가 함께 다니는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통행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낚싯배 안전규정 정비도 시급 인천에 등록된 어선 1600여 척 중 낚시영업을 신고한 선박은 267척이다. 수도권에서 바다낚시 명소로 자리 잡은 인천 연안부두와 남항부두 일대에는 낚싯배 점포가 몰려 있다. 4일 찾은 ‘S낚시’의 경우 내년 1월 말까지 주말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다. 평일 예약만 가능했다. 이 점포에서는 쾌속보트에 낚시객을 태운 뒤 3, 4시간 운항해 특정 해역 근처 공해까지 나간다. 낚싯배는 20∼25년 선령 제한에만 걸리지 않으면 시설 개선이나 영업 구역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여객선이나 화물선에 비해 낚싯배는 선주나 선장을 대상으로 한 위기 대응법이나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한 낚싯배 선주는 “국제적으로는 13명 이상의 승객을 태울 때 까다로운 안전규정을 준수하도록 한다. 낚시어선도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2명까지 허용된 승선 인원과 안전관리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영흥도=권기범 kaki@donga.com / 인천=박희제 기자}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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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배 선박이 뒤에서 들이받아… 낚싯배 순식간에 뒤집혀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 해역에서 13명이 숨진 선박 사고는 336t 급유선 명진15호가 운항 과실로 30배 이상 가벼운 9.77t 낚싯배 선창1호를 뒤에서 들이받은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그 충격으로 선창1호에 탔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바닷물에 잠겼을 가능성이 높다. 배에 탔던 22명 중 14명은 배 안에 갇혔고 8명은 바다로 튕겨 나갔다. 배 안의 14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11명은 배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숨졌다.○ 질주하는 코끼리에 사람 치인 격 급유선 앞부분에 부딪힌 선창1호의 배 왼쪽 뒤편엔 큰 구멍이 뚫렸다. 선창1호는 외부 충격에 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t 미만 FRP 어선은 6만1082척으로 전체 10t 미만 어선의 91.2%에 달한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급유선의 사고 당시 정확한 속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선창1호와 급유선의 무게가 30배 이상 차이가 나므로 선창1호가 받았을 충격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무게라도 물에서 받는 충격은 육지보다 1.1배 크다”며 “선창1호가 파손된 모습을 보면 급유선이 선창1호를 덮치고 지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선박 전문가들은 이런 정도의 충격에 대해 ‘질주하는 코끼리에 사람이 치이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운항훈련원장)는 “배에 구멍이 뚫릴 정도의 충격이라면 배에 탄 사람들이 혼절한 상태에서 바닷물에 잠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대형 유조선이나 급유선이 작은 규모의 배와 충돌하는 경우 늘 소형 배가 큰 피해를 입는다. 2일 오전 7시 48분 전남 여수시 돌산읍 신기항 앞 500m 해상에선 2.96t 어선과 677t 여객선이 충돌했다. 어선은 군내항에서 횡간도로, 여객선은 신기항에서 금오도로 운항 중이었다. 충돌 당시 해상은 전방 6km까지 보일 정도로 청명했다. 두 선박은 시속 12km 속도로 정상 운항 중이었다. 두 배의 충돌로 어선이 전복됐다. 선장 문모 씨(71)와 부인(62)은 바다로 튕겨 나갔다. 두 사람은 인근에서 낚싯배 안전 관리 중이던 여수해양경찰서 연안구조정에 구조돼 생명을 건졌다. 해경은 여객선 선장 한모 씨(59)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한 씨는 해경 조사에서 “어선을 800m 떨어진 곳에서 목격하고 100m 거리까지 다가오자 기적을 울렸지만 충돌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어선 선장 문 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충돌을 당한 작은 배가 강철로 만들어졌더라도 큰 피해를 입는다. 지난해 8월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인 존S매케인함(8600t급)은 싱가포르 동쪽 믈라카해협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3만 t급 유조선 알닉MC호에 충돌했다. 당시 매케인함 좌현 선미 부분이 파손돼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반면 유조선의 피해는 경미했으며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자동위치발신장치(AIS) 주시했어야” 급유선 선장 전모 씨(37)는 해경 조사에서 전방주시의무 소홀 등 운항 과실을 인정했다. 급유선에 장착된 AIS를 제대로 주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IS는 해당 AIS가 장착된 배와 주변의 다른 배를 점으로 식별해 주는 일종의 자동항법장치(GPS)다. 해경 관계자는 “AIS가 정상 작동했고 선장이 이를 제대로 보고 있었다면 충돌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급유선이 과속을 하지 않았는지도 조사 중이다. 선창1호가 급유선의 앞쪽에 있었기 때문에 과속을 했다면 급유선의 선장 등 운항 관계자가 AIS를 뒤늦게 확인했더라도 추돌을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AIS는 급유선과 같은 대형 선박은 물론이고 선창1호와 같은 낚싯배에도 장착돼 있다. 해경은 선창1호의 선장도 AIS를 제대로 확인했다면 급유선이 뒤편에서 다가오는 사실을 알고 추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선창1호와 같은 낚싯배의 AIS 같은 장비들이 정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관리는 사실상 해당 배의 선장들이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옹진군 관계자는 “선창1호는 원래 어선이었는데 2009년 개조해 낚싯배로 등록했고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인증한 검사증을 제때 제출해 왔다”고 말했다. 해경은 선창1호의 과속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일부 낚싯배는 1000마력짜리 고속 엔진을 달고 질주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선창1호의 생존자들은 “사고 당시 배가 속도를 낸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밝혔다.영흥도=박희제 min07@donga.com·권기범 / 서형석 기자}

    •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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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목 뱃길’서 대형 급유선이 덮쳤다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가 대형 급유선에 들이받혔다. 낚싯배에 탄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생존자는 7명에 불과했다. 사고 해역은 폭이 매우 좁은 협수로(狹水路)로 평소 ‘위험 구간’으로 꼽히던 곳. 하지만 급유선은 칠흑 같은 바다를 달리며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원인은 바다 위 ‘안전불감증’이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는 3일 오전 6시 5분경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서 남쪽으로 약 1.9km 떨어진 영흥수도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천해상안전교통센터(VTS)에 “영흥도 남쪽에서 급유선과 어선이 부딪혀 2명이 추락했다”는 내용의 교신이 감지됐다. 진두항에서 떠난 낚싯배 선창1호(9.77t급)가 인천항에서 출항한 급유선 명진15호(336t급)에 들이받힌 것이다. 두 선박은 모두 남쪽을 향해 운항 중이었다. 사고 신고는 오전 6시 9분 해경에 접수됐다. 명진15호가 앞서가던 선창1호의 왼쪽 뒷부분을 강하게 추돌하면서 낚싯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서모 씨(37) 등 7명은 주변 해역과 선내에서 구조됐다. 송모 씨(43) 등 13명은 구조됐으나 모두 숨졌다. 선장 오모 씨(70) 등 2명은 실종돼 밤늦게까지 수색 작업이 실시됐다. 명진15호 선장 전모 씨(37)는 해경 조사에서 “선창1호가 가까운 거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운항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전방주시 의무 위반 등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족에게 사과의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전 씨와 명진15호 갑판원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사고 해역은 암초와 조수간만의 차로 선박이 다닐 수 있는 해로 폭이 좁은 편이다. 넓은 곳이 370m 정도이고 깊이도 10∼18m에 불과하다. 선창1호 크기의 낚싯배 3, 4척이 나란히 지날 정도다. 어민 A 씨는 “좁은 곳에 급유선과 어선이 동시에 다니면 사고가 날 수 있다며 민원도 넣었지만 아무 조치가 없었다. 뱃길이 좁고 낚싯배가 많아 사소한 접촉사고가 종종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낚싯배 안전 강화에 손을 놓은 사이 사고가 반복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창1호는 2015년 전복돼 18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제주 돌고래호와 같은 9.77t급이다. 당시 사고 후 정부는 10t 미만 소형 낚시어선의 안전규정을 여객선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영흥도=권기범 / 세종=김준일 기자}

    •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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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귀순병사 “초코파이 먹고 싶어요”

    “초코파이를 먹고 싶습니다.” 지난달 2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일반병실로 옮긴 북한 귀순 병사 오청성 씨(25)는 최근 의료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초코파이를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오 씨는 “개성공단에서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0년대 중반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초코파이를 간식용으로 받기 시작한 뒤 이를 접한 주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의료진은 이런 오 씨를 보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를 떠올렸다고 한다. 영화에서 북한 병사로 나온 배우 송강호와 신하균은 초코파이를 보고 신기해하며 맛있게 먹는다. 그러나 오 씨는 초코파이를 먹지는 못했다. 몸 상태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묽은 미음(쌀죽)과 물김치 국물밖에 먹을 수 없다. 오 씨는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B형 간염과 폐렴 증세를 보인 오 씨는 자신이 B형 간염에 걸린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B형 감염은 북한에 상대적으로 만연한 질환이다. 병원 관계자는 “오 씨에게 B형 간염을 설명하며 ‘증상이 심각한데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몰랐느냐’고 물었더니 감염 사실은 물론이고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뭔지 모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라는 말 자체도 생소한 눈치였다고 한다. 다만 북한에서는 바이러스를 ‘비루스’라고 부르기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수원=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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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 안암병원, 우이경전철역에 심장충격기 기증

    고려대 안암병원은 경전철 우이신설선을 운영하는 우이신설경전철㈜에 자동심장충격기(AED) 15대를 기증한다고 29일 밝혔다. AED는 제대로 뛰지 못하고 가늘게 떠는 심장이 정상 박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응급의료장비다. 우이신설경전철㈜은 역사에 13대, 차고지에 2대를 비치해 운영한다. 이번 기증은 9월 개통한 우이신설선에 AED가 1대도 없다는 본보 보도(10월 20일자 A12면 참조)가 계기가 됐다. 우이신설선은 규정상 AED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지만 고령자 승객이 많아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우이신설선이 지나는 구간의 권역응급의료센터다. 경전철 이용객 중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대부분 이곳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다. 기증식은 다음 달 1일 우이신설선 보문역에서 열린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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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군 제복 입고 시상식 나온 이국종 교수

    오후 8시 10분경 군복 차림 남성 3명이 등장하자 만찬장은 일제히 술렁였다. 누구인지 알아본 몇몇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사회자는 “드디어 기다리던 얼굴이 왔다”고 소개했다. 박수가 또 한 번 쏟아졌다. 해군 정복을 입은 남성이 무대로 올라가자 이목이 집중됐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48)이었다. 이 교수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환경재단의 ‘2017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시상식장에서 사회 분야 수상자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 흰색 가운이나 파란색 수술 모자 대신 소매에 금색 띠 석 줄이 달린 해군 정복을 입었다. 금색 띠 석 줄은 소령을 나타낸다. 2015년 해군 홍보대사로 위촉돼 명예 해군 대위가 됐고 2년 만에 진급해 소령이 됐다. 이 교수는 당초 오후 7시 반경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40분 늦게 행사장에 나타났다. 지각이었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박수로 환대했다. 그는 “오늘 군에서 중요한 작전 회의가 있었다. 늦게 왔는데도 환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기차 공모사업’에 신청했지만 행정 절차가 복잡해 결국 차를 사지 못한 일화를 꺼냈다. 이 교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게 어렵다는 걸 느꼈다”면서 다시 한번 정책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 정책이 옳은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끈기 있게 추진해 나가는 힘이 없다면 정책은 망가지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22일 아주대에서 북한 귀순 병사 오청성 씨(25) 상태를 설명할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 교수는 “오늘 수상자들이 정책적 어려움을 뚫은 모습을 기억하면서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함께 오 씨를 치료한 이호준 소령(육군 군의관·외과 전문의)과 이주협 중사(해군 의무부사관)가 같이 왔다.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은 환경재단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인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분야별로 시상한다. 올해는 소설가 한강, 가수 이효리, ‘82년생 김지영’을 지은 소설가 조남주, 유시민 작가,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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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노조, 마포대교 기습 점거… 퇴근길 여의도가 멈췄다

    서울 영등포구와 마포구를 연결하는 마포대교가 불법 시위대에 1시간 넘게 점거됐다. 퇴근길 기습 점거로 양방향 통행이 가로막히면서 마포대교 남북단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지난해와 2013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한남대교 일부 차로에서 시위를 벌였지만 양방향이 모두 막힌 건 2004년 전농이 성수대교 등을 점거한 뒤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첫 대규모 불법 시위다. 28일 오후 5시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조합원 9000여 명(경찰 추산)이 마포대교 남단을 점거했다. 이 중 2000여 명은 마포대교 북쪽 방향으로 약 200m까지 진출해 왕복 10차로를 막았다. 경찰은 마포대교 전 차로와 강변북로와 연결된 진입로 등 주변 도로를 전면 차단했다. 이 여파로 여의도와 마포 일대에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일부 운전자는 창문을 열고 시위대를 향해 “왜 도로를 막느냐. 당신들 권리만 권리냐”고 소리쳤다. 이에 시위대 일부가 “이 ××야”라고 욕설을 퍼붓는 장면도 목격됐다.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시민들도 발을 동동 굴렀다. 직장인 김모 씨(37)는 “인도까지 꽉 막혀 평소 10분이면 갈 버스 정류장까지 30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후 5시 29분 자진 해산을 요청한 뒤 3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에 강제 해산을 시도하면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해산 절차를 진행했다. 자진 해산을 유도했지만 통하지 않아 해산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점거 농성은 오후 6시 10분경 끝났지만 정체는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앞서 건설노조는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의 통과를 요구했다.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에는 퇴직공제부금을 5000원 이상으로 인상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퇴직공제부금은 건설노동자에게 주는 일종의 퇴직금으로 사업주가 근로일수만큼 공제부금을 납부하면 근로자가 퇴직할 때 공제회가 지급한다. 2008년부터 10년 가까이 하루 4000원으로 동결돼 있다. 또 덤프트럭, 레미콘 등을 조종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퇴직공제부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상습적인 고용불안, 임금체불과 산재에 신음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퇴직공제부금은 최소한의 기본적 사회보장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후 4시 반경 국회 소위에서 개정안이 논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흥분한 시위대 일부가 폴리스라인을 넘어 국회 내부로 진출을 시도했다. 경찰의 제지로 국회 진출이 막히자 시위대는 여의도공원을 가로질러 마포대교 쪽으로 행진한 뒤 다리를 점거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근로자법이 논의조차 되지 않아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조합원들이 ‘이렇게 해서라도 문제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11일부터 광고탑 위에서 고공 시위를 벌이던 조합원 2명은 이날 오후 8시경 자진해서 내려왔다. 이날 건설노조 집회와 불법 행진 과정에서 시위대 2명과 경찰 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건설노조 집행부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검토 중이다.김동혁 hack@donga.com·권기범·주애진 기자}

    •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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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 초등생 살인’ 주범측 “정신 재감정해달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 양(17)과 공범 박모 양(18)의 항소심 첫 재판이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김 양과 박 양은 올 3월 공모해 여덟 살 여자아이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살인 사체유기 등)로 구속 기소돼 9월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은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0시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하지만 서로 쳐다보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김 양은 재판 내내 다른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고개를 아래로 반쯤 숙인 채 앉아 다리를 꼬았다 풀기를 반복했다. 재판장이 항소 여부를 묻자 갑자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재판장이 “항소한 게 맞냐”고 다시 묻자 마지못한 듯 “맞는 것 같다”고 어눌하게 답했다. 박 양은 고개를 들고 재판 내내 정면을 바라봤다. 굳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1심을 마친 뒤 김 양과 박 양의 변호인은 모두 교체됐다. 박 양은 유명 로펌의 변호인 12명을 무더기로 선임했는데 이날 법정에는 3명만 나왔다. 박 양의 변호인들은 “김 양과 공모한 적이 없고, (살인을) 가상의 상황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1심의 변론 요지와 큰 차이가 없었다. 김 양의 변호를 맡은 국선 변호인은 “1심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의 일종이지만 언어와 인지능력은 정상인 질환)으로 인한 심신 미약과 김 양이 자수했다는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김 양의 정신 상태를 재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양 측은 증인으로 김 양을 치료해 왔던 의사 등 3명을, 박 양 측은 증인으로 김 양을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0일 열린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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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한화3男 김동선 ‘변호사 폭행’ 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28·사진)가 술자리에서 만취해 변호사들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21일 내사에 착수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는 김 씨를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씨는 9월 말 서울 종로구의 한 칵테일 바에서 대형 로펌 소속 1년 차 변호사 10여 명과 술을 마시던 중 만취해 남성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붙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사건이 일어난 바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영상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바의 한 직원은 “당시 분위기가 시끌벅적했고 술잔이 깨졌지만 폭행 사건이 일어났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를 형사 입건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피해 변호사 2명을 상대로 폭행 상황을 조사하고 김 씨의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상해 피해가 없는 단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다. 피해 변호사들이 소속된 로펌은 올 초 발생한 김 씨의 다른 술집 폭행 사건을 수임했다. 대한변협은 피해 변호사들과 논의해 정신적 피해에 대해 김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는 성명을 통해 “관련자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사건 경위에 대해 “아는 변호사가 포함된 지인들의 친목 모임에 참석했는데 취기가 심해 그곳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거의 기억하기 어려웠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어 “다음 날 지인에게 ‘내가 실수라도 하지 않았는지’ 염려스러워 물었고 ‘결례되는 일이 있었다’고 해 그분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며 “그분들로부터 ‘놀라기는 했지만 괜찮다’는 등의 답신을 받고 내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진작 엎드려 사죄드렸어야 할 일을 까마득히 모르고 지냈으니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당황스럽다”며 “부모님께서 늘 말씀하셨던 대로, 제가 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지 깊이 반성하며 상담과 치료를 받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글을 통해 “자식 키우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아버지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무엇보다도 피해자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권기범 kaki@donga.com·권오혁 기자}

    •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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