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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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turtle@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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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2%
  • “사우디, 카타르에 단교 요구는 모욕적 조치”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에 이란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한다면 (한국 입장에서) 모욕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카타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알리 라리자니 이란 국회의장(사진)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우디 등 이슬람 국가들의 카타르 단교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란 국회의장의 한국 방문은 1962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라리자니 의장은 “사우디는 각 나라의 독립성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는 건 이상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란과의 단교 등을 조건으로 걸고 카타르를 압박하는 사우디의 행태에 일침을 날린 것이다. 현재 이란은 ‘이슬람국가(IS)’와 싸우고 있지만 사우디는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다에시(IS를 비하하는 용어로 아랍어로 ‘짓밟다’란 뜻)의 무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닐 것”이라며 “사우디는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마련된 ‘이란 핵합의’를 인정 못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라리자니 의장은 “이란 핵합의는 국제사회의 여러 나라가 함께 체결한 것”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미국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 핵합의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항공기 판매 같은 경제활동에는 적극적”이라며 “이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북한과 모두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국제사회와 핵합의를 체결한 나라로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란은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이 평화롭게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한국 정부가 대화를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방침을 가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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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軍 “IS 근거지 모술 탈환”

    이라크 정부군이 29일(현지 시간) 이슬람국가(IS)의 최대 근거지인 모술을 탈환했다. 바그다드에 이어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은 주위에 유전이 많아 IS의 경제수도로 불려왔던 곳이다. 공교롭게도 IS가 3년 전 모술에서 국가수립을 선포한 날과 같은 날(6월 29일)에 이라크군이 모술을 다시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라흐야 라술 이라크군 대변인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허구의 국가’가 사라졌다”며 “IS로부터 모술을 되찾는 작전이 승리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라크군은 모술의 대표적인 종교 문화재이며 IS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가 ‘칼리프 국가’(이슬람 초기 신정일치 통치체제) 수립을 선포한 ‘알누리 사원’(모스크)을 장악한 뒤 모술 탈환을 선언했다. IS에 역사적인 기념일인 이날 핵심 거점지 탈환에 성공한 것이라 향후 IS 퇴치 작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IS가 상징적인 거점을 빼앗겼다는 건 이라크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IS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모술 탈환은 ‘IS 격퇴 작전’이 7 또는 8분 능선을 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IS의 또 다른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리아 락까는 모술보다 더 빨리 점령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락까는 면적이나 인구수에서 모술보다 규모가 작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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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의 ‘돈줄 도시’ 빼앗아 격퇴전 탄력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가 국가 설립 선포 3주년 기념일인 29일 이라크의 최대 근거지인 모술을 이라크군에 빼앗겼다. 시리아 락까와 함께 양대 거점 지역으로 꼽혀온 이라크 모술에서 패퇴함으로써 IS의 영향력과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국제사회가 그동안 공들여온 ‘IS와의 전쟁’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하지만 모술, 나아가 락까의 해방이 IS의 종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토가 줄어들어도 IS의 테러 역량은 여전히 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외국인 테러 전투원(FTF·Foreign Terrorist Fighter)’으로 불리는 시리아와 이라크 이외 지역 출신 지하디스트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립외교원이 28일 발행한 ‘IS 3년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FTF는 △튀니지(약 3000명) △사우디아라비아(약 2500명) △요르단과 모로코(각각 약 1500명) 출신이 중심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같은 동남아국가 출신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무너지는 것은 이들이 전 세계로 흩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FTF들이 출신 지역을 포함해 세계 각지로 흩어질 경우 지금도 심각한 테러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FTF 중 상당수가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같이 사실상 정부가 기능을 하지 못하고, 국제사회도 적극 개입하지 않고 있는 나라로 몰려가 새로운 무장조직을 결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 나라들이 완전한 혼란 상태에 빠질 수 있다. 2011년 발생한 ‘아랍의 봄’ 시위를 경험한 나라(튀니지 예멘 리비아 이집트) 중 유일하게 군부독재 회귀나 내전을 경험하지 않고 민주정부가 들어서 ‘아랍 민주주의의 모델’로 기대를 받는 튀니지도 불안해질 수 있다. 인 교수는 “국제 공조가 절실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협력보다는 개별 국가 중심의 고립주의 움직임이 더 강하다”며 “향후 FTF들의 활동을 막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IS의 시리아와 이라크 거점 지역을 해방시킨 뒤에는 그동안의 반달리즘과 인권 유린 행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필요하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인류 역사상 IS는 최악의 범죄집단 중 하나인 만큼 국제사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IS에 대한 호칭도 IS를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다에시’(아랍어로 짓밟다)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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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北 엄청난 문제 일으켜… 빨리 해결해야”

    미국의 저명한 핵물리학자이자 북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가 27일 “북한이 수소폭탄의 원료 중 하나인 삼중수소(tritium)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6일 4차 핵실험 당시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의 수백 배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학술연구원이 개최한 제14차 코리아포럼 북핵문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헤커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동위원소 ‘리튬6’와 원자로 중 하나를 이용해 삼중수소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북한이 리튬6를 판매하려고 시도했다는 증거가 나왔다”며 “북한이 삼중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리튬6를 원자로에 넣으면 폭발 과정에서 삼중수소와 헬륨4로 분리된다. 올해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통해서도 북한이 온라인으로 리튬6를 판매하려고 시도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또 헤커 교수는 “영변 핵 연구단지를 찍은 상업 위성사진을 보면 많은 시설이 계속 지어지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삼중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시설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실제 무기로 쓸 수 있는 수준의 수소폭탄을 만드는 능력을 갖추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헤커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 발표에서 북한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합치면 핵무기 20∼25기를 만들 역량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플루토늄 20∼40kg, 고농축우라늄 200∼450kg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문제와 관련해 “북한 정권은 엄청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 문제들은 해결, 그것도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핵·미사일 문제를 “세계 평화의 ‘중대한 위협(grave threat)’”이라고 규정했다. 스콧 브레이 미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담당관은 26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ICAS)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북한의 전례 없는 수준의 전략 무기 실험과 과시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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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암 말기 류샤오보 부부 병원서 만나”

    중국의 유명 민주화 운동가로 2009년 국가전복선동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 수감됐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62)가 최근 아내 류샤(劉霞·56)를 만났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하지만 류샤오보는 간암 말기로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라 두 사람이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노부부가 재회한 곳은 간암 판정을 받고 최근 가석방된 류샤오보가 치료를 받고 있는 선양(瀋陽)의 한 병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샤는 남편의 가석방 사실이 알려진 뒤인 24일 가까운 친구와의 영상통화에서 “(남편은) 이미 수술조차 받기 어렵다. 방사선 치료도, 화학 치료도…”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류샤 역시 남편이 201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뒤부터 가택연금 상태였으며 심각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민주화에 청춘을 바친 노부부의 눈물의 상봉 소식에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당국을 향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샤오보가 이미 지난달 23일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는데도 바로 가석방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국의 뒤늦은 조치를 비판했다. 류샤오보의 변호사는 “그의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시한부 환자를 뒤늦게 가석방한 것은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혼수상태에 빠지고 나서야 석방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베리트 레이스아네르센 노벨상위원회 위원장은 27일 SCMP에 편지를 보내 중국이 해외 치료를 포함해 류샤오보를 완전히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중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AFP에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를 완전히 석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인의 가택연금도 해제해 이 부부에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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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명의 파괴자 IS… 844년 된 이라크판 ‘피사의 사탑’ 폭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모술의 대표적 문화재인 알 누리 사원(모스크)을 폭파했다고 이라크군이 밝혔다. 12세기에 세워진 알 누리 모스크는 이라크 화폐에도 등장할 만큼 국민에게 사랑받는 문화재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알 누리 모스크의 상징이었던 높이 45m 첨탑도 함께 파괴됐다. 이 첨탑은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 때도 버텼으나 결국 IS의 문화재 파괴 만행에 무너져 내렸다. 21일 이라크 정부군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IS는 이라크군이 모술의 주요 부분을 장악하며 압박해 오자 이 사원을 폭파했다. 이라크 정부군의 압둘아미르 야랄라 중장은 “모술의 옛 시가지(올드시티)에서 진격 중이던 정부군이 모스크 50m 앞까지 갔었는데 IS가 모스크를 폭파했다”며 “IS가 또 하나의 역사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당초 이라크 정부군은 모술을 탈환하면 알 누리 모스크에서 탈환 및 승리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종교적 의미가 크고 이라크 국민에게 상징성이 강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IS가 시리아 락까와 함께 대표 거점으로 삼은 모술이 이라크군에 넘어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후퇴 과정에서 반달리즘(예술품 및 유적 파괴 행위)을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은 북부의 거점 도시로 시리아, 터키와 가깝고, 인근에 대형 유전이 있다. 이라크군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탈환을 위해 모술에 전력을 집중해 왔다. 이 사원은 IS가 2014년 6월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언한 장소이기도 하다. IS의 최고지도자로 최근 행방이 묘연해 사망설이 제기되고 있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도 당시 국가 수립 행사에 참여했다. 그동안 IS는 우상 숭배와 이교도의 문화라는 이유로 모술의 여러 문화재를 파괴했다. 대표적인 기독교 유적인 ‘선지자 요나의 무덤’과 ‘성 엘리야 수도원’을 비롯해 모술 박물관에 보존돼 있던 수많은 고대 석상과 조각을 대부분 파괴했다. 또 파괴 행위를 영상이나 사진으로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알 누리 모스크는 IS가 믿는 이슬람교의 고대 시설이며 자신들이 국가 창립 행사까지 열었던 장소라 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 사원 파괴로 IS가 이슬람 교리와는 상관없는 단순한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것이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파괴 행위는 IS가 향후 전투인력 확보와 점령지 주민의 민심을 얻는 데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알 누리 모스크 파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자 IS는 선전매체인 아마끄통신을 통해 “미군의 공격으로 모스크가 파괴됐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미군 측은 “알 누리 모스크 파괴는 IS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우리는 모술 지역에 대한 공격을 당시 진행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IS가 모술 등 점령 지역에서 전세가 악화되자 주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어린이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니세프 이라크 사무소는 IS가 최근 점령지에서 탈출하려는 가족들을 붙잡을 경우 아이들을 죽이는 방식으로 공포감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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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형의 뉴스룸]카타르와 UAE의 개혁 개방 라이벌전

    중동에서는 다양한 ‘라이벌전’이 펼쳐진다.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맹주를 자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지역 패권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대결해 왔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아랍권은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을 놓고 이스라엘과 충돌하고 있다. 지역 패권, 영토, 종교 때문에 발생하는 중동의 라이벌전과 이로 인한 갈등은 지금까지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 미래에도 확실한 대안이 없다. 전 세계가 중동을 ‘화약고’로 지칭하며 불안해하는 이유다. 하지만 중동에는 또 다른 라이벌 관계가 있다. 2000년대 들어 부각되기 시작한 이 라이벌전은 충돌과 갈등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 라이벌 관계가 장기적으로 중동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기대도 있었다. 바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간의 중동의 ‘허브(Hub)와 탈(脫)석유화’ 주도권 경쟁이다. 두 나라는 공식적으로 서로를 라이벌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하지만 두 나라의 경쟁은 상대방을 의식한 부분이 많았다. UAE와 카타르 모두 허브 국가가 되는 데 필수 인프라인 공항과 항공사 운용에 적극 나섰다. UAE와 카타르의 대표 공항은 규모와 시설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고 항공사를 가지겠다는 경쟁도 치열하다. 글로벌 항공사 서비스 평가 기관인 스카이트랙스의 올해 평가에서 카타르항공은 1위, 에미레이트항공(UAE 두바이)과 에티하드항공(UAE 아부다비)은 각각 4위, 8위를 기록했다. 또 UAE는 다양한 인공섬과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했고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해 국제사회에서의 명성 높이기에도 적극적이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지식산업 육성 경쟁도 남달랐다. 카타르는 ‘에듀케이션시티(Education City)’를 조성해 코넬대, 조지타운대, 노스웨스턴대, 카네기멜런대, 텍사스A&M대 등의 분교를 유치했다. UAE는 ‘놀리지 빌리지(Knowledge Village)’를 중심으로 아메리칸대, 미시간주립대, 호주 울런공대 등의 분교를 만들었다. 특히 카타르는 에듀케이션시티 내에선 철저한 언론의 자유를 보장했다. 또 2010년 설립한 하마드빈칼리파대의 초대 인문사회대 학장에 젊은 자국 여성을 임명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중동의 CNN으로 통하고, 서구 언론도 인정할 만큼 자유로운 취재보도를 강조하는 ‘알자지라 방송’이 카타르에서 탄생한 것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달 5일 사우디가 주도해 발생한 이슬람권 국가들의 ‘카타르 단교 사태’는 카타르의 개방적인 외교(이란과의 관계 개선)와 개혁 조치(언론 자유 등)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이슬람권 국가 지도층의 불편한 감정이 표출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우디 등 강경파 이슬람 국가들이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카타르와 UAE가 앞장서서 추진해온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변화 움직임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어떤 형태로든 카타르의 개혁 개방 움직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단교 조치에 참여한 개혁 개방 경쟁국 UAE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UAE의 양대 축인 아부다비와 두바이 중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파격 행보에 제동을 걸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동 변화를 희망하는 진영에서 이번 단교 사태를 경제·외교 문제로만 보지 않는 이유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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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달만에 또 뚫린 샹젤리제… 가스통 실은 車, 경찰차 돌진

    프랑스 파리의 관광 명소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 차량을 노린 차량 폭발 테러가 일어나 총선을 마친 프랑스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폭발물을 실은 승용차가 경찰차와 충돌하면서 화염에 휩싸였으나 경찰은 다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계획된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다음 달 종료되는 국가비상사태의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19일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용의자인 아담 자지리(31)는 이날 오후 3시 40분경 샹젤리제 거리에서 르노사의 중소형 해치백 승용차 ‘메간’을 몰고 경찰 밴 차량을 향해 돌진했다. 자지리는 승용차가 폭발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승용차 안에선 권총 2정과 칼라시니코프 소총 1정 그리고 소형 가스통 등이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자지리는 프랑스 당국의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인 ‘파일 S’에 이름이 올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종파 중 하나인 살라피를 신봉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파리의 상징인 샹젤리제가 테러의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대형 테러를 여러 차례 경험했던 프랑스가 다시 한 번 경악하는 분위기다. 개선문과 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샹젤리제 거리는 주요 쇼핑 시설과 지하철역 등이 모여 있어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도 인근에 있다.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은 프랑스가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2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국가비상사태 연장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해 테러방지 관련 법안을 추가로 마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프랑스는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발령된 국가비상사태가 유지되고 있다. 내무부는 테러 위협이 상존해 있다고 보고 다음 달 15일 종료될 예정인 국가비상사태를 11월 1일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 관리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CNN에 따르면 자지리는 위험인물로 분류돼 ‘파일 S’에 등재됐지만 평상시에 철저하게 감시하는 요주의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당국이 여전히 테러 위협에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130명이 숨진 2015년 11월 연쇄 테러 이후에도 크고 작은 테러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에는 남부의 유명 휴양도시 니스에서 축제를 즐기던 군중을 상대로 트럭이 돌진해 84명이 사망했다. 올해 4월에는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적힌 노트를 소지한 남성이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에게 총을 발사해 경찰관 1명이 숨졌다. 지난달에는 파리의 대표적인 문화재 중 하나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알제리계 남성이 경찰을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통적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권 국가 출신 이민자가 많고, 이들을 사회·문화적으로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 프랑스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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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핵포기 전제한 南대화론은 망상”

    북한이 국제사회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핵·생물·화학(NBC) 무기와 관련 시설을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북한 NBC 인프라의 개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40년 동안 통치 이념인 ‘주체사상’에 따라 지속적으로 NBC 관련 무기를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38노스는 현재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볼 때, 이미 북한은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조만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공격용 생물무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 무기들의 재고도 갖췄을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무기 생산과 연구를 각각 제2경제위원회와 국방과학원이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NBC 무기의 연구개발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단체와 인력 규모는 △핵무기 100∼150개 단체, 9000∼1만5000여 명 △생물무기 25∼50개 단체, 1500∼3000여 명 △화학무기 25∼50개 단체, 3500∼5000여 명 수준으로 파악했다. 한편 북한은 핵무기 포기를 전제로 한 한국의 유화책을 비난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9일 “남조선 당국이 운운하고 있는 ‘대화’니, ‘협력’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공공연히 우리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주구에 불과한 저들의 가련한 처지도 깨닫지 못하고 불어대는 궤변이고 앙탈질”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매체는 “조미(북한과 미국)간의 문제인 핵 문제를 북남 사이에 해결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언제 가도 실현될 수 없는 부질없는 망상이며 스스로 제 손발을 묶어놓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주성하 기자}

    •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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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美, 인권문제 훈계할 입장 아닐텐데”

    “살인과 폭력, 특히 흑인들에 대한 경찰의 폭행이 심각한 그 나라(미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리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17일 CNN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미국은 쿠바에 인권에 대해 연설할 입장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쿠바에 대한 적대적인 레토릭(수사)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이렇게 비난했다. 전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적극적으로 추진됐던 ‘대(對)쿠바 화해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겠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쿠바의 인권 유린 상황을 비난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는 북한에 무기를 제공했고 베네수엘라의 혼란 사태를 키웠다. 또 무고한 국민을 감옥에 수감하고, 비행기 납치범과 테러리스트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는 미국 사회의 다양한 인권 유린 현상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더욱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인종차별 △남성과 여성 간 임금 불평등 △이슬람권과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에 대한 차별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 침해 △중동지역 등에서 자행된 드론을 이용한 민간인 살해 등이 대표적이다. 쿠바 정부는 특히 공화당이 주도하는 ‘헬스케어’로 약 2300만 명의 미국인이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게 될 수 있다는 미국 내 보험정책 이슈도 제기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가 오히려 성별과 인종에 따른 차별 금지와 의료정책 등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쿠바 정책은 미국 기업 등이 쿠바 군부 및 정보 당국과 관련 있는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미국인의 개별적인 쿠바 여행 등을 제안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미국은 쿠바와 국교를 단절하지는 않을 방침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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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키스탄 ‘IS, 중국인 2명 납치살해’ 관련 “중국인에 선교활동 가르친 한인 붙잡아 수사”

    지난달 파키스탄 남부에서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에게 납치된 뒤 살해된 20대 중국인 2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희생자들이 소속돼 있던 어학원을 설립한 한국인 서모 씨와 그의 가족들을 붙잡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8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영문매체인 ‘돈(Dawn)’에 따르면 현지 수사 당국은 서 씨가 2011년 남부 퀘타에서 ARK인포테크 업체와 현지어인 우르두어를 가르치는 어학원을 설립하는 등 일반적인 사업 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현지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독교 선교 활동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퀘타 경찰 간부인 압둘 라자크 치마는 “한국인 가족은 중국인들에게 선교 활동을 가르쳤다”며 “50명을 조사한 결과 중국인들이 선교 활동을 한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서 씨가 중국인들에게 월 3만∼3만5000파키스탄루피(약 32만∼38만 원)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현지에서 이런 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 정확한 자금 출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S에 의해 희생된 중국인 2명은 지난달 24일 퀘타의 한 식당에서 납치된 뒤 살해됐다. IS의 선전 매체인 아마끄통신도 중국인들의 살해 소식을 전했다. 파키스탄은 오랜 정국 불안으로 정부의 행정력이 약하고 전통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했다. IS와 탈레반 등의 테러도 자주 발생하고, 외국인에 대한 반감도 강한 편이다. 특히 기독교 선교 활동은 현지인들의 반감이 크다. 서 씨 등이 선교 활동을 펼쳐온 게 사실로 입증될 경우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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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키스탄, ‘IS 살해 중국인 사건’ 관련 한국인 어학원 설립자 구속

    지난달 파키스탄 남부에서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에게 납치된 뒤 살해된 20대 중국인 2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희생자들이 소속돼 있던 어학원을 설립한 한국인 서모 씨와 그의 가족들을 붙잡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8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영문매체인 ‘다운(Dawn)’에 따르면 현지 수사 당국은 서 씨가 2011년 남부 퀘타에서 ARK인포테크 업체와 현지어인 우르두어를 가르치는 어학원을 설립하는 등 일반적인 사업 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현지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독교 선교 활동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퀘타 경찰 간부인 압둘 라자크 치마는 “한국인 가족은 중국인들에게 선교 활동을 가르쳤다”며 “50명을 조사한 결과 중국인들이 선교 활동을 한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서 씨가 중국인들에게 월 3만~3만5000 파키스탄루피(32만~38만 원)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현지에서 이런 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 정확한 자금 출처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S에 의해 희생된 중국인 2명은 지난달 24일 퀘타의 한 식당에서 납치된 뒤 살해됐다. IS의 선전 매체인 아마크통신도 중국인들의 살해 소식을 전했다. 파키스탄은 오랜 정국 불안으로 정부의 행정력이 약하고 전통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했다. IS와 탈레반 등의 테러도 자주 발생하고, 외국인에 대한 반감도 강한 편이다. 특히 기독교 선교 활동은 법으로도 금지하고 있다. 서 씨 등이 선교 활동을 펼쳐온 게 사실로 입증될 경우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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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장쑤성 유치원 입구서 ‘펑’ 7명 숨지고 최소 66명 다쳐

    중국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시의 유치원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일어나 7명이 숨지고 최소 66명이 다쳤다. 15일 중국중앙(CC)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0분경 쉬저우시 펑(豊)현에 위치한 한 유치원 입구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2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5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부상자는 최소 66명으로 중상자도 다수인 것으로 집계돼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현재 중국 정부가 사고 원인과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정확한 폭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치원 인근 주민들은 폭발이 발생했던 시간이 부모들이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는 시간이었다고 증언했다. 현지에서는 유치원 인근 노점의 가스통이 폭발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폭발 현장에서 사람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사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거 올라왔다. 중국에서는 최근 유치원이 사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일자리와 소득 불평등 등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유치원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유치원을 노린 유사 범죄가 더욱 증가하고, 어린이 피해자 수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의 터널에서 발생한 중세(中世)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사고도 전날 해고 통보를 받은 중국인 버스 운전사의 계획적인 방화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로 유치원생 11명(한국인 10명)과 중국인 교사 등 13명이 숨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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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드먼 책선물에 담긴 뜻은… 트럼프 세계관 읽어라?

    방북 중인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로드먼은 이날 북한 김일국 체육상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을 선물로 건넸다. 로드먼이 건넨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없었다. 하지만 김정은과 친분이 있는 거의 유일한 미국인인 로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진행했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에 두 시즌 동안 출연한 인연으로 트럼프와도 가깝다. 김정은과 트럼프를 모두 잘 아는 그가 트럼프의 저서를 북한 측에 전달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많다. ‘거래의 기술’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사업을 어떻게 해왔고,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책이다. 현역 시절 기이한 패션 스타일과 거친 플레이로 유명했던 로드먼은 NBA 팬인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스포츠 스타다. 미 국무부는 “이번 북한 방문은 미국 정부와 아무 상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로드먼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서 ‘비공식 대화 채널’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로드먼의 방문이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석방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도 ‘로드먼 역할론’에 힘을 실어준다. 로드먼은 13일 평양으로 들어가기 전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번 방북은 (북한의) 문을 열려는 것”이라며 “내 방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꽤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4일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미국인의 북한 여행에 대한 비자를 금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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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타르 사태 불똥 튄 중동의 ‘아이비리그’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이슬람권 주요국들의 단교 조치로 고립된 카타르가 식량과 생필품 부족뿐 아니라 ‘교육 붕괴’ 사태를 겪을 위기에 처했다. 장기화될 경우 카타르 정부가 천연가스 판매를 통해 얻은 막대한 ‘가스머니’로 조성한 교육특구인 ‘에듀케이션시티’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에듀케이션시티에 캠퍼스를 설립한 미국 대학들은 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비상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철수를 검토하는 대학은 없지만 현 사태가 장기화돼 구성원들의 안전과 학교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면 철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듀케이션시티는 글로벌 명문대의 앞선 교육을 중동에 그대로 수입해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된 대규모 대학교육 프로젝트. 미국과 유럽 명문대들의 간판 전공학과 분교를 대거 유치해 ‘중동의 아이비리그’로도 불린다. 1998년 미국 버지니아커먼웰스대의 미술·디자인 전공이 처음 문을 연 뒤 코넬대 의대, 조지타운대 외교학과, 노스웨스턴대 저널리즘스쿨, 카네기멜런대 경영학과와 컴퓨터학과, 텍사스A&M대 화학·기계·전기공학과 등이 에듀케이션시티에 캠퍼스를 조성했다. 유럽 대학 중에는 프랑스 파리고등상업학교와 영국 런던대(UCL)가 대학원 위주의 과정을 운영 중이다. 학교 시설과 운영비용의 대부분을 카타르 정부가 부담하고, 교육과 연구의 자유도 철저히 보장한다. 에듀케이션시티 내 대학들이 단기간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또 중동 지역의 우수 학생과 교수 유치에도 성공적이었다. 카타르뿐 아니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같은 주변국 학생들이 에듀케이션시티로 몰려들었다. 특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으로 유학 가는 게 어려웠던 중동의 우수 여성 인력들에게 에듀케이션시티는 ‘교육 오아시스’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카타르가 주변국들의 압력에 못 이겨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개혁·개방 조치들을 포기할 경우 에듀케이션시티의 기능도 크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유로운 왕래가 어려워지고, 다양한 학생 유치와 교육·연구의 자유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에듀케이션시티는 허울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 외교학과 클라이드 윌콕스 교수는 “모두가 현 사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며 “(단교 사태가) 에듀케이션시티 내 학문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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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에 몰려드는 IS… 두테르테 ‘민다나오 골머리’

    필리핀 정부가 남부 민다나오에서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 ‘마우테’ 소탕 작전을 본격화하면서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 민다나오에 계엄령을 선포한 지 3주가 된 12일까지 민간인 24명, 정부군 58명, 반군 138명이 숨졌다.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IS가 필리핀의 대표적인 무슬림 집중 거주지역(최대 40%가 무슬림)이며 한국과 크기가 비슷한 민다나오에 동남아의 ‘칼리프 국가’를 세우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분쟁정책연구소의 시드니 존스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IS는 ‘지하드(성전)에 참여하려는 전사들 중 시리아로 올 수 없는 이들은 필리핀으로 가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IS가 민다나오를 칼리프 국가 후보지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민다나오에서 필리핀 정부군과 싸우다 숨진 반군 중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체첸,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네시아의 IS 연계 테러조직인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 조직원들도 민다나오 사태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필리핀과의 접경 해역에 잠수함 등 해군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IS 추종 세력들의 필리핀 유입과 탈출에 대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도 최근 국경과 공항 등의 보안과 출입국 심사를 강화했다. IS는 지난해 필리핀의 또 다른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의 지도자인 이스닐론 하필론을 동남아의 통치자(emir)로 임명했다. 하필론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500만 달러(약 56억5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건 ‘1급 위험인물’이다. 필리핀의 열악한 치안 상태는 IS 추종세력들이 민다나오에서 손쉽게 세 확산에 나서는 환경이 되고 있다. NYT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권력 회복과 사회 안정을 중요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뒤 마약 범죄 퇴치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마약 범죄보다 훨씬 더 국가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는 IS 추종세력 소탕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아 현재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시절 진행됐던 이슬람 반군들의 평화협상이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뒤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문제다. 재커리 아부자 미 국방대 교수는 “필리핀 정부는 IS와 추종세력의 성장을 너무 무시했고, 평화협상이 무너지면서 (필리핀 내 강경파 무슬림들의) IS 추종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반군 소탕 과정에서 필리핀 정부군이 미군 특수부대의 지원을 받으면서 지난해 6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탈미친중(脫美親中)’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미군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알지도 못했다”고 부인했다. 지원 요청 사실을 발표한 군부가 대통령 뜻을 거스른 것이냐는 질문에는 “군이 오랫동안 미국으로부터 훈련을 받아 군이 친미 성향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테러와의 전쟁은 필리핀이나 미국뿐 아니라 세계 모두의 관심”이라며 “어느 나라의 지원에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미 특수부대의 필리핀 지원과 두테르테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반군 세력 제거를 계기로 미국과 두테르테 정부 간 관계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20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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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행 여객기, 테러모의 신고에 獨 비상착륙

    이슬람국가(IS)의 런던브리지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영국인들은 런던행 비행기 테러 소식에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런던으로 향하는 항공기 탑승객들이 테러를 모의했다는 신고로 운항 중이던 항공기가 독일에 비상 착륙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를 출발해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이지젯 여객기(A319 기종)가 독일 쾰른 본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한 직후 151명의 승객들은 비상탈출용 미끄럼틀을 이용해 탈출했다. 독일 연방 경찰은 테러 용의자로 남성 탑승객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현지 경찰은 “심각한 국가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폭력을 모의한 혐의로 용의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국적과 인종, 연령 등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체포된 남성들이 기내에서 폭탄과 폭발물 등을 언급하며 테러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대화 내용을 들은 탑승객들이 승무원에게 신고했고, 기장은 비상 착륙했다. 경찰은 체포된 남성들의 배낭 중 한 개를 터뜨려 없앴다. 이번 사건으로 쾰른 본 공항에 도착할 예정인 항공기 6대가 다른 공항으로 우회했고, 일부 항공기 운항도 몇 시간 지연됐다. 2015년 11월 IS가 프랑스 파리 테러를 감행한 후 유럽은 연쇄 테러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IS는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니스, 독일 베를린에서 대형 테러를 시도했다. 지난달과 이달 초에는 각각 영국 맨체스터와 런던이 IS의 테러 공격을 받았다. 독일은 최근 테러 위협을 이유로 자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음악 축제 중 하나인 ‘록암링 음악 페스티벌’을 취소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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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드-GM 넘은 테슬라 “BMW도 비켜”

    ‘14세’ 테슬라의 돌풍으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시가총액 순위가 지각변동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 시간)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장중 1.9%까지 오르면서 BMW의 시가총액을 한때 추월했다. 최근 시가총액에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를 넘은 데 이어 이제는 BMW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3.4% 하락 마감해 시가총액 608억 달러(약 68조 원)로, BMW(613억 달러) 밑으로 다시 내려갔다. 6개월 전 테슬라는 BMW보다 시총에서 약 300억 달러(약 34조 원) 적었지만 5억 달러 차이로 근접했다. 테슬라는 최근 주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시가총액을 줄줄이 추월하고 있다.○ 테슬라, 적자에도 주가는 상승 중 주가는 고공비행 중이지만 테슬라의 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테슬라의 1분기(1∼3월) 매출은 27억 달러(약 3조574억 원)로 창사 이래 최고치였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3억3000만 달러(약 3736억 원)에 달했다. 테슬라가 2003년 창사 이후 흑자를 본 적은 2개 분기뿐이다. 테슬라에 추월을 당했던 GM은 지난해 10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했으며 올해 9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과 동떨어진 테슬라의 주가 흐름을 놓고 전문가들은 미래 가치 측면에서 고평가되면서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 67% 급등했다. 9일 테슬라의 주가는 주당 357.32달러로 전문가들이 전망한 평균치보다 약 93달러 높다. 시총 기준으로 테슬라는 이제 폴크스바겐, 다임러, 도요타까지 사정권에 넣었다. 다음 달 공개된 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테슬라의 첫 대중적 양산 모델인 ‘모델3’의 성공 여부도 향후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시총 지각변동에는 중국과 인도 자동차 브랜드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시총은 532억 달러로 테슬라 다음인 6위다. 지난해 말 이후 주가가 32% 상승하면서 시총 기준으로 3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인도 1위 자동차 업체인 마루키스즈키도 판매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올 들어 주가가 40% 뛰었다. 지난해 말 14위에서 11위로 시총 순위가 뛰었다. 현대자동차의 시총은 313억 달러로 13위다. 현대차의 주가는 중국·미국 시장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주가가 9.6% 상승했지만, 시총 순위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13위를 유지했다. ○ 중국 시장에서는 ‘韓低日高’ 한편 중국 자동차 시장도 변동을 겪고 있다. 2012년 중일 갈등 국면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반사이익을 누리던 상황이 반대로 재현되는 분위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가 크게 위축된 사이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3∼5월 중국 시장에서 17만5576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만7420대와 비교할 때 60.8% 급감한 수치다. 반면 닛산, 도요타, 혼다자동차 등 일본 완성차 업체 3사는 3∼5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94만346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 실적(82만411대)보다 약 15% 증가했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 보면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분의 절반가량을 이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흡수했다. 현대·기아차가 사드 보복 조치의 수렁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이 중국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1∼4월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92%에서 4.23%로 떨어졌다. 반대로 일본 업체들은 14.34%에서 16.86%로 올라섰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 시장에서 SUV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시장 라인업이 이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더욱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정민지 jmj@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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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테러 배후로 사우디-美 지목… 혁명수비대 “복수할 것”

    이란이 수도 테헤란의 국가적 상징 장소인 국회의사당과 국부(國父) 아야톨라 호메이니 묘역을 상대로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테러 배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과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국가들이 자국과 우호관계에 있던 카타르를 집단적으로 ‘왕따’시키며 반(反)이란 기조를 형성한 것이 불만인 상황에서 이번 테러로 분노가 폭발하는 형국이다. 7일 이란의 최정예군이며 안보·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인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 행위는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과 테러리즘을 꾸준히 후원해 온 반동적인 지역 국가의 수장(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만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며 “테러를 감행했다고 자처한 주체가 IS라는 사실은 그들(사우디)이 개입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무고한 이들이 흘린 피에 복수로 답해 왔다”며 강경한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란 특수부대와 시아파 무장단체 활용한 보복 이슬람 시아파와 중동의 맹주임을 자처하는 이란은 국제사회에서도 ‘대국’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이런 만큼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이란 지도층은 국가적 재앙이나 다름없는 IS의 테러에 강경한 대응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로하니 대통령은 최근 재선에 성공했지만 개혁·개방 노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강경파의 견제를 받아 왔다. 권력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테러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의 유력한 보복 방법은 최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를 시리아 락까 같은 IS의 핵심 전략 지역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미 이란은 시아파가 주를 이루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IS 격퇴를 위한 무기와 자금을 제공했고, 병력 훈련도 지원하고 있다. 이후 이란은 ‘시아파 벨트’(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IS 퇴치 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수부대 파견 규모를 늘려 IS 주요 관계자와 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거나, 현지 시아파 민병대와의 연계작전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헤즈볼라 같은 시아파 벨트 내 무장단체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란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무장단체들을 배후에서 조종해 사우디와 수니파 이슬람국가들을 상대로 공격하는 방법이다. 사우디의 경우 수니파 종교시설이 많아 상징적인 보복도 가능하다.○ 사우디 동부 지역 시아파 동원 교란 가능성 특히 사우디의 자금줄인 유전과 생명줄인 담수화 시설은 대부분 시아파가 많은 동부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이란이 지역 시아파들을 이용해 반(反)수니파, 반사우디 책동에 나설 경우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사우디 동부 지역의 시아파들이 이란과 본격적으로 가까워지고, 현 체제에 반기를 들면 사우디로서는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사우디는 시아파 소요 사태가 나면 국제사회 등의 비난에도 관련자들을 대거 처형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펼쳤다. 지난해 1월에도 사우디는 시아파 유명 성직자인 셰이크 니므르 알니므르를 비롯해 47명을 처형했다. 이란이 미국을 직접 공격하는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노골적으로 이란을 위협 국가, 테러 지원 국가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대응에 나설 경우 더욱 심각한 고립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내 IS 방지 및 퇴치 시스템 강화 이란은 자국 내 IS 테러 방지 시스템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인들에게 이번 테러는 자국이 더 이상 IS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향후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테러범 5명은 이란 각지에서 IS에 가입한 이란인으로 확인됐다. 시아파 맹주국가 출신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에 투신해 테러를 감행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IS는 3월 이란의 소수파인 수니파에 이란 체제에 대항해 봉기하라고 촉구하고, 시아파 지도자들을 배교자라 비난하며 모두 죽여야 한다는 내용의 페르시아어 영상을 만들어 배포한 바 있다. BBC는 8일 이란 경찰이 연쇄테러에 이어 세 번째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5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이날 기준 이번 테러로 17명이 사망했고, 52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 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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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 이란 의사당-호메이니 묘 연쇄테러

    중동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이 처음으로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공격에 뚫렸다. 7일(현지 시간)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의회 의사당과 이 나라 국부로 추앙받는 아야톨라 호메이니 묘역에서 총격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총 12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부상했다고 영국 BBC와 이란 IRNA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고 직후 IS는 공식 선전매체인 아마끄통신을 통해 “IS 전사들이 테헤란 의회와 호메이니 무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의사당 안에서 촬영됐다고 주장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이 영상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남성의 모습과 “신에게 감사한다”고 외치는 테러범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란 정부는 3차 공격을 계획하고 있던 일당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이 IS 퇴치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중동 정세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 11시경 AK-47소총 등으로 무장한 테러범 4명이 의회 건물 안으로 진입해 총기를 난사했고 이 중 한 명이 자폭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약 30분 뒤 의사당에서 남쪽으로 20km가량 떨어진 호메이니 묘역에서도 공격이 시작됐다. 테러범은 모두 사살되거나 자폭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세형 turtle@donga.com·한기재 기자}

    •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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