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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에 처음 진출한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를 취재하러 23일 교토에 갔을 때의 일이다. 교토역에서 택시를 타고 주소를 말하자 기사는 “교토의 야구 명문고를 잇달아 꺾은 대단한 학교”라고 말했다. 현재 교토에 있는 고교 수는 100개. 학생 수 131명에 불과한 교토국제고가 어느새 택시 기사도 아는 유명 학교가 돼 있었다. 일본에서 고시엔 인기는 프로야구 못지않다. 공영방송 NHK가 모든 경기를 생중계한다. 지상파 TV들은 저녁 뉴스에서 빼놓지 않고 고시엔 경기 결과를 분석한다. 우승이라도 하면 거의 전 국민이 그 학교 이름을 알게 된다. 한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고교야구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인기가 빠르게 식었다. 일본에선 왜 고시엔이 인기 있을까. 기자는 ‘폭넓은 저변’을 특히 주목한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국내 고교 수는 4874개인데, 그중 야구부가 있는 곳이 3940곳(81%)이다. 야구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야구부원이 될 수 있고, 그 야구부는 예외 없이 ‘고시엔 진출’을 목표로 삼는다. 체육특기생뿐 아니라 일반 고교생도 누구나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은 현재 2367개 고교 중 84곳만 야구부가 있다(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록 기준). 더 근본적으로는 학업과 스포츠를 병행하는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일본은 초등학생 때부터 동네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클럽을 조직해 자녀가 스포츠를 배우게 한다. 클럽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대단한 게 아니다. 학부모들이 전문 코치 한 명을 모셔 상급반 아이들을 지도하게 하고, 자신들의 재능 기부로 하급반 아이들을 가르친다. 회비는 한 달에 4000엔(약 4만1000원) 수준. 친한 일본인 기자는 “고교 2학년까지 거의 매일 야구를 했다”고 했다. 그러고도 그는 도쿄에 있는 명문 사립대를 일반 전형으로 입학했다. 학교 수업 시간 외에는 영어, 수학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학업과 스포츠를 병행하는 것은 그만한 스포츠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는 고시엔에서 본 선수들의 ‘배려’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고시엔은 인사로 시작해 인사로 끝났다. 경기가 끝났을 때 하는 인사는 대체로 이긴 팀이 허리를 더 숙였고, 진 팀 선수들이 고개를 들어야 허리를 세웠다. 양 팀 인사 후 승리 팀은 외야를 바라보며 홈 앞에, 패한 팀은 1루나 3루 쪽 더그아웃 앞에 일렬로 선다. 이긴 팀 교가가 운동장에 울려 퍼질 때 진 팀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상대 팀 교가가 끝날 때까지 부동자세를 꼿꼿하게 유지했다. 그게 승리 팀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교가가 끝나면 각 팀은 자기 학교 응원단 쪽으로 달려와 인사를 한다. 기자가 착각했을 수도 있지만 교토국제고 응원단은 이긴 첫 경기(24일)보다 패한 두 번째 경기(27일)에서 더 큰 박수를 보냈다. 안타깝지만 너무나 잘 싸웠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일본 야구의 전설 오 사다하루(王貞治) 소프트뱅크 야구단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1 대 1 승부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한 사람과의 승부에서 이기더라도 경기에서 이길 순 없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야 비로소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봄 고시엔에 진출한 32개교뿐 아니라 고시엔 진출을 위해 예선전에서 실력을 겨뤘던 3940개 고교가 오 회장의 말을 몸소 체득했을 것이다. 공부만 해선 알 수 없는 그런 교훈 말이다.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는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골라서 접종할 수 있게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담당하는 고바야시 후미아키(小林史明·3선 중의원 의원) 내각부 대신 보좌관은 전날 민영방송에 출연해 “접종 장소별로 백신을 결정할 것이다. 그것을 공표할 것이니 장소를 선택하면 맞는 백신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화이자 백신만 사용 승인을 한 상태이고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백신은 승인 심사 중이다. 앞으로 여러 개의 백신이 공급되면 접종자가 원하는 백신을 고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바야시 보좌관은 백신의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 “개인 사정으로 맞고 싶지 않은 분도 있다.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증명서에 관해서는 “출입국의 경우는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내 음식점 이용자에게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의견을 나타냈다. 일본에선 현재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최우선 접종을 하고 있고 다음 달 12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시작된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는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골라서 접종할 수 있게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담당하는 고바야시 후미아키(小林史明·3선 중의원 의원) 내각부 대신 보좌관은 전날 민영방송에 출연해 “접종 장소별로 백신을 결정할 것이다. 그것을 공표할 것이니 장소를 선택하면 맞는 백신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화이자 백신만 사용 승인을 한 상태고,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백신은 승인 심사 중이다. 앞으로 여러 개의 백신이 공급되면 접종자가 원하는 백신을 고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바야시 보좌관은 백신의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 “개인 사정으로 맞고 싶지 않은 분도 있다.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증명서에 관해서는 “출입국의 경우는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내 음식점 이용자에게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의견을 나타냈다. 일본에선 현재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최우선 접종을 하고 있고, 다음달 12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시작된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약 82만 명의 의료종사자를 조사한 결과 2회째 접종 후 36%가 37.5℃ 이상 열이 났고 67%는 나른함을 느꼈다.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발생 빈도는 접종 10만 회 당 약 8건이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국계 고교로는 처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에 출전한 교토국제고가 27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대회 두 번째 경기 16강전에서 도카이다이스가오(東海大菅生)고교에 5-4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교토국제고는 4-2로 앞서다 9회말에 3점을 허용해 역전패했다. 전교생이 130명가량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인 교토국제고는 1924년 시작돼 100년 가까운 역사의 이 대회에 한국계 학교로 처음 출전한 데다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 학교의 대회 출전을 두고 ‘기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교토국제고는 첫 경기가 열린 24일 상대 팀을 꺾고 승리 팀이 되면서 한국어 교가가 공영 NHK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두 차례 생중계되기도 했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선수들이 운동시설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다음 대회를 기대할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줬다”며 “더 열심히 훈련해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북한이 26일 전날 함경남도 함주군 일대에서 시험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공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보이는 이 미사일에 대해 북한은 사거리를 늘리고 파괴력을 키웠다며 대남타격용 전술핵 탑재 가능성을 과시했다. 노동신문은 2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미 개발된 전술유도탄 핵심 기술을 이용하면서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라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2019년 5월 첫 발사 이후 5차례 시험 발사한 KN-23 기종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도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새로 선보인 5축(기존 4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이뤄졌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탄두 중량을 2.5t으로 늘렸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군 탄도미사일 현무-4(탄두 중량 2t)보다 더 무거운 탄두를 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술핵 탑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탄두부 설계가 완성되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탄두 중량이 2.5t이면 전술핵 탑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대남 위협을 본격화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외형적으론 기존 KN-23보다 동체 길이가 1m가량 늘어 사거리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조선(북한) 동해상 600km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혀 전날 비행거리 450km라는 군 당국의 분석과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주장하는 탄두 무게와 비행 거리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 주장대로 사거리가 600km에 이를 경우 남한 전역이 공격 범위에 해당된다. 특히 이번 발사에서 이 미사일은 하강 단계에서 수평 저공비행을 한 뒤 다시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을 실시했다. 이 변칙 기동은 KN-23과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의 특징으로 군 안팎에선 한미 방공망에 큰 위협이 될 거란 우려가 많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공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발사된 적이 없는 신형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했다. 발사 당일 KN-24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군 당국도 이날 노동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외형 등을 토대로 KN-23 개량형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북한이 26일 전날 함경남도 함주군 일대에서 시험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공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보이는 이 미사일에 북한은 사거리를 늘리고 파괴력을 키웠다며 대남타격용 전술핵 탑재 가능성을 과시했다. 노동신문은 2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미 개발된 전술유도탄 핵심기술을 이용하면서 탄두 중량을 2.5t로 개량한 무기체계”라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2019년 5월 첫 발사 이후 5차례 시험 발사한 KN-23 기종으로 보인다. 발사도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새로 선보인 5축(기존 4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이뤄졌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탄두중량을 2.5t으로 늘렸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군 탄도미사일 현무-4(탄두중량 2t)보다 더 무거운 탄두를 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술핵 탑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기 때문.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탄두부 설계가 완성되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탄두 중량이 2.5t이면 전술핵 탑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대남위협을 본격화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외형적으론 기존 KN-23보다 동체길이가 1m가량 늘어 사거리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조선(북한) 동해상 600㎞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혀 전날 사거리 450㎞라는 군 당국의 분석과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주장하는 탄두 무게와 사거리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 주장대로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600㎞에 이를 경우 남한 전역이 공격범위에 해당돼 한미 방공망에 큰 위협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도 무력화될 수 있는 것. 이 미사일은 이번 발사에서 하강 단계에서 수평 저공비행을 한 뒤 다시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을 실시했다. 이는 이스칸데르와 에이태킴스 미사일의 특징으로 한미가 국내에 배치한 탐지자산 및 요격망 만으로는 막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공개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발사된 적이 없는 신형 탄도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발사 당일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일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군 당국도 이날 노동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외형을 토대로 KN-23 개량형이란 최종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첫 시험발사로 향후 내륙을 가로지르는 추가 시험발사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국은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쏜 지 나흘 만인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로 도발 수위를 높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며 비판했다. 7월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당일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날린 데 대해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마이크 카프카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언론 질의에 “우리는 오늘 아침 북한이 동해상으로 쏘아 올린 미사일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및 동맹,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활동(북한의 미사일 발사)은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이 이웃과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을 강조해서 보여준다”며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25일 “정부는 곧바로 베이징의 대사관 루트를 통해 북한에 대해 엄중히 항의를 하고 강하게 비난했다”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도 이날 오전 NSC를 개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약 1년 만의 (북한 미사일) 발사는 일본의 평화, 안전을 위협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엄중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북한이 2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미국과 일본 정부 당국자가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음에도 청와대를 비롯해 외교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는 “단거리 발사체”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이날 청와대는 북한이 첫 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오전 7시 6분 이후 1시간 54분 만인 오전 9시부터 10시 반까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낸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해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의 보고를 받았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를 순방 중인 서욱 국방부 장관은 NSC에 불참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탄도미사일 발사”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CNN에 “정보 평가에 따르면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합참도 오전 11시 19분경 미사일 발사 상황을 알리는 공지에서 ‘탄도미사일’ 대신 ‘단거리 미사일’이란 표현을 썼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4시간 반여 뒤인 오전 11시 반경 연 브리핑에서는 “한미 정보 당국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면서도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합참은 북한의 첫 발사 19분 뒤인 오전 7시 25분경 “북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라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앞서 오전 7시 9분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 발사됐다”는 일본 해상보안청의 발표보다는 16분이 늦었다. 다만 일본은 발사 위치와 시간, 사거리 등이 합참 발표와 차이를 보였다. 미사일 2발의 사거리를 각각 420km, 430km에서 450km로 추후 수정하기도 했다. 합참은 군의 ‘늑장 대응’ 논란에 대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정보를 분석, 평가, 제공하는 단계에 있었다. 부정확한 초기 정보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황형준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지금 성화봉에 불이 붙었습니다!” 25일 일본 후쿠시마현에 있는 축구 시설인 J빌리지. 2011년 독일에서 열린 FIFA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 ‘나데시코 저팬’ 소속 이와시미즈 아즈사(岩淸水梓) 선수가 성화봉에 불을 붙였다. 주위에 있던 올림픽 관계자들은 환호 없이 조용하게 박수를 쳤다. 7월 23일 열리는 일본 도쿄올림픽을 향한 성화 봉송식이 이날 오전 9시 열렸다. 당초 일반인 3000명을 초대할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올림픽 관계자 160여 명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행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당한 후쿠시마현의 부흥에 초점을 맞췄다. 성화 봉송의 출발점을 J빌리지로 선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은 “부흥 올림픽으로서 세계에 희망과 용기를 전달하는 최고의 대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어둠의 끝에서 한 줄기 빛으로 희망의 길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국회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성화 봉송 첫 주자는 ‘나데시코 저팬’의 전·현직 선수 및 감독 16명. 이들은 성화봉을 들고 다함께 J빌리지 운동장을 뛰었다. 약 1만 명의 성화 봉송 주자들은 7월 23일까지 121일간 47개 광역지자체 전역을 누빌 계획이다.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성화 주자에게 2주 동안 회식을 피하도록 요청했고, 길거리 밀집 응원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화 봉송 모습은 인터넷 생중계로 봐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조직위의 당부에도 성화 봉송 주자들이 지나가는 길목에는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 이들을 응원했다. 이와키에서 만난 네모토 기에코 씨(77·여)는 “도쿄올림픽은 열렸으면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렵다. 감염자 수가 줄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긴급사태가 모두 해제된 22일 이후 코로나19 감염자가 늘고 있다. NHK 집계에 따르면 24일 일본 전역에서 새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1918명이다. 22일 816명에서 이틀 만에 약 2배 수준으로 늘었다.후쿠시마=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일본의 옛 이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24일 오후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교 야구부 선수들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교가를 나지막이 불렀다. 전광판 위엔 교기가 게양돼 있었다.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에 처음 출전한 이 학교 선수들은 이날 첫 경기를 이기고 승리 팀 자격으로 그라운드에 도열해 교가를 함께 불렀다.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재학생, 졸업생들도 따라 불렀다. 학부모들은 교가가 끝날 때까지 박수를 보냈다. 일본 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고시엔구장에서 이날만 한국어로 된 교가가 2번 울려 퍼졌고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대회는 1회 말이 끝나면 초 공격 팀, 2회 말이 끝나면 말 공격 팀 교가가 방송을 통해 전국에 울려 퍼진다. 승리 팀은 경기 후 교가를 한 번 더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긴 팀이 교가를 부를 때 패한 팀 교기는 내린다. 이날 교토국제고교는 역시 처음 출전한 미야기현 시바타고교를 연장 승부 끝에 5-4로 눌렀다. 1924년 시작돼 100년 가까운 역사의 이 대회에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진 건 처음이다. 한국계 고교가 출전한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1999년 창단한 이 학교 야구부는 작년 가을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전국 32개 학교만 출전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3월 현재 일본에는 4000개 가까운 고교 야구팀이 있다. 이날 NHK는 교토국제고 교가를 내보내면서 한국어 자막 옆에 괄호로 일본어 번역본을 함께 올렸는데 ‘동해(東海)’가 아니라 ‘동쪽의 바다(東の海)’라고 표기했다. 또 ‘일본어 번역은 학교로부터 제출받았다’는 설명도 달았다. 하지만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한국어로 녹음한 CD를 대회 주최 측에 제출했을 뿐 번역까지 해서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주최 측이 우익들의 반발을 우려해 고유명사인 동해를 ‘동쪽의 바다’라고 바꿔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교토국제고가 0-2로 뒤지던 7회 3-2로 역전에 성공하자 응원석에서는 “와∼” 하는 함성과 함께 “그럴 줄 알았어” “역시” 하는 한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붉은색 점퍼를 맞춰 입은 응원단은 응원 고깔을 두드리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교토국제고 응원석엔 약 900명이 모였다. 아직 1학년이 입학하기 전이라 재학생은 50여 명이었다. 한일 양국 정부의 인가를 받은 이 학교는 전교생이 130명(일본인 학생 93명, 한국 국적 학생 37명)으로 32개 출전 고교 중 가장 적다. 하지만 오사카에 있는 한국계 민족학교인 금강학교(37명)와 건국학교(9명) 학생들이 찾아와 함께 붉은 점퍼를 입었다. 일본에 4개뿐인 한국학교 중 간사이 지역 3개 학교가 연합응원을 한 것이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서도 100명 넘게 경기장을 찾았다. 오사카 총영사관 관계자들도 응원에 힘을 보탰다. 교토국제고 인근 편의점에는 고시엔 출전 축하 문구가 내걸리는 등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토의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이 학교의 고시엔 출전이 화제다. 교토국제고의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繼·38) 감독은 승리 후 인터뷰에서 살짝 울먹이며 “졸업생들이 경기장에 와 매우 열심히 응원해줬는데 경기 도중에도 그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했다. 교토국제고는 창단 첫해인 1999년 처음 출전한 지역대회에서 교토세이쇼고교에 0-34의 대패를 당했다. 고마키 감독이 당시 이 학교 1학년 선수였다. 박 교장은 “고시엔 첫 출전으로 역사를 새로 썼고, 첫 경기를 이겨 또다시 새 역사를 썼다. 감개무량하다”며 기뻐했다. 앞서 박 교장은 대회 목표를 얘기하면서 “1승만 올렸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이 학교 출신으로 한국 프로야구 두산 소속인 신성현 씨(31)는 “중계방송에서 한국어 교가가 나오는데 뭉클했다. 후배들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회전에 오른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27일 다시 전파를 타고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진다. 상대 팀은 ‘도카이다이스가오(東海大菅生)’고교다. 공교롭게도 학교 이름에 ‘동해’라는 명칭이 들어 있다. 27일에도 금강학교와 건국학교 학생들이 함께 응원할 예정이다.효고·교토=박형준 lovesong@donga.com / 교토=김범석 특파원 / 황규인 기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일본의 옛 이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24일 오후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교 야구부 선수들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교가를 목청껏 불렀다. 전광판 위엔 교기가 게양돼 있었다.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에 첫 출전한 이 학교 선수들은 이날 첫 경기를 이기고 승리 팀 자격으로 그라운드에 도열해 교가를 제창했다.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재학생과 졸업생들도 따라 불렀다. 학부모들은 교가가 끝날 때까지 박수를 보냈다. 일본 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고시엔구장에서 이날만 한국어로 된 교가가 2번 울려퍼졌다. 이들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대회는 1회 말이 끝나면 초 공격 팀, 2회 말이 끝나면 말 공격 팀 교가가 방송을 통해 전국에 울려퍼진다. 그리고 승리 팀에는 경기 후 한 번 더 교가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긴 팀이 교가를 부를 때 패한 팀 교기는 내린다. 이날 교토국제고교는 역시 첫 출전한 미야기현 시바타고교를 연장 승부 끝에 5-4로 눌렀다. 1924년 시작돼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진 건 처음이다. 한국계 고교가 출전한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1999년에 창단한 이 학교 야구부는 작년 가을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전국 32개 학교만 출전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3월 현재 일본에는 4000곳에 가까운 고교 야구팀이 있다. 이날 NHK는 교토국제고 교가를 내보면서 한글 자막 옆에 괄호로 일본어 번역본을 함께 올렸는데 ‘동해(東海)’가 아니라 ‘동쪽의 바다(東の海)’라고 표기했다. 또 ‘일본어 번역은 학교로부터 제출받았다’는 설명도 달았다. 하지만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한국어로 녹음한 CD를 대회 주최 측에 제출했을 뿐 번역까지 해서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주최 측이 우익들의 반발을 우려해 고유명사인 동해를 ‘동쪽의 바다’라고 바꿔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교토국제고가 0 대 2로 뒤지던 7회 3-2로 역전에 성공하자 응원석에서는 “와~”하는 함성과 함께 “그럴 줄 알았어”, “역시”하는 한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붉은색 점퍼를 맞춰 입은 응원단은 응원 고깔을 두드리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교토국제고 응원석엔 약 900명이 모였다. 1학년이 아직 입학 전이라 재학생은 50여 명 정도였다. 한일 양국 정부의 인가를 받은 교토국제고는 정원이 131명(일본인 학생 93명, 한국 국적 학생 37명)으로 32개 출전 고교 중 가장 적다. 하지만 오사카에 있는 한국계 민족학교인 금강학교(37명)와 건국학교(9명) 재학생들이 찾아와 함께 붉은 점퍼를 입었다. 일본에 4개뿐인 한국학교 중 간사이 지역 3개 학교가 연합응원을 벌인 것이다. 재일동포 사회 중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서도 100명 넘게 경기장을 찾았다. 오사카 총영사관 관계자들도 응원에 힘을 보탰다. 교토국제고 인근의 편의점에는 고시엔 출전 축하 문구가 내걸리는 등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토의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이 학교의 고시엔 출전이 화제다. 교토국제고의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繼·38) 감독은 승리 후 NHK와의 인터뷰에서 살짝 울먹이며 “졸업생들이 경기장에 와 매우 열심히 응원해줬는데 경기 도중에도 그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창단 첫해인 1999년에 첫 출전한 지역대회에서 교토세이쇼(京都成章) 고교에 0-34의 대패를 당했었는데 고마키 감독이 당시 이 학교 1학년 선수였다. 박 교장은 “고시엔 첫 출전으로 역사를 새로 썼고, 첫 경기를 이기면서 또다시 새 역사를 썼다. 감개무량하다”며 기뻐했다. 앞서 박 교장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목표를 얘기하면서 “1승만 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2회전에 오른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27일 다시 한번 더 전파를 타고 일본 전역에 울려퍼진다. 2회전 상대 팀은 ‘도카이다이스가오(東海大菅生)’ 고교로 공교롭게도 학교 이름에 ‘동해’라는 명칭이 들어 있다. 27일 경기에도 금강학교와 건국학교 학생들이 함께 응원할 예정이다. 효고, 교토=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교토=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
중국이 올해 1월 해외 우수 인재 영입 프로그램 ‘천인계획(千人計劃)’의 담당 조직을 기존 공산당 중앙조직부에서 과학기술부 산하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C)로 바꾼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미국은 그간 천인계획을 ‘당국 주도하에 이뤄지는 산업스파이 양산 체제’라고 비판하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중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공산당 대신 일반 행정부서로 천인계획을 이관시켜 공산당의 개입 여지를 줄이고 미중 갈등의 불씨 또한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NSFC는 과학자와 연구자의 귀국 지원, 해외 인재 초청 등을 맡는다. 특히 해외 인재가 중국에 입국하면 연구비 명목으로 100만∼300만 위안(약 1억7400만∼5억2000만 원)을 지급한다. 정보기술(IT) 담당 부서가 해외 인재 유치에 나서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인 만큼 미국이 우려하는 기술 유출, 지식재산권 도용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란 중국 측의 기대가 담긴 조치로 보인다. 중국은 2008년 과학기술 발전 등에 필요한 인재 2000여 명을 5∼10년 안에 육성하겠다며 천인계획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7000여 명의 해외 정상급 과학자를 중국으로 데려왔다. 대부분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과학자였고 외국인 과학자도 상당수 포함됐다. 정확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들에게 엄청난 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상원은 2019년 “천인계획이 미국의 연구 성과를 부당하게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미 법무부 또한 중국군과 관계가 있는 재미 중국인 연구자 1000여 명을 출국시켰다. 이들은 천인계획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이 사실을 숨긴 채 미 연구소와 정부기관 등에서도 별도의 연구비를 받아 미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아 왔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중국이 올해 1월 해외 우수인재 영입 프로그램 ‘천인계획(千人計劃)’의 담당 조직을 기존 공산당 중앙조직부에서 과학기술부 산하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C)로 바꾼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미국은 그간 천인계획을 ‘당국 주도 하에 이뤄지는 산업스파이 양산 체제’라고 비판하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중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공산당 대신 일반 행정부서로 천인계획을 이관시켜 공산당의 개입 여지를 줄이고 미중 갈등의 불씨 또한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NSFC는 과학자와 연구자의 귀국 지원, 해외 인재 초청 등을 맡는다. 특히 해외 인재가 중국에 입국하면 연구비 명목으로 100만~300만 위안(약 1억7400만~5억2000만 원)을 지급한다. 정보통신(IT) 기술 담당 부서가 해외 인재 유치에 나서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인 만큼 미국이 우려하는 기술 유출, 지식재산권 도용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란 중국 측의 기대가 담긴 조치로 보인다. 중국은 2008년 과학기술 발전 등에 필요한 인재 2000여 명을 5¤10년 안에 육성하겠다며 천인계획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7000여명의 해외 정상급 과학자를 중국으로 데려왔다. 대부분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과학자였고 외국인 과학자도 상당수 포함됐다. 정확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들에게 엄청난 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상원은 2019년 “천인계획이 미국의 연구성과를 부당하게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미 법무부 또한 중국군과 관계가 있는 재미 중국인 연구자 1000여명을 출국시켰다. 이들은 천인계획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이 사실을 숨긴 채 미 연구소와 정부기관 등에서도 별도의 연구비를 받아 미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아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이 해외 관중 없이 열린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해외 관중 없는 올림픽은 처음이다. 21일 NHK에 따르면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담당상,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은 전날 온라인으로 ‘5자 회의’를 열고 해외 관중 없이 도쿄 올림픽을 치르는 데 최종 합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본 측이 먼저 이를 제안했고, IOC와 IPC가 받아들였다. 지난해 한 차례 연기된 올림픽이 아예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선택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판매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티켓 63만 장은 환불된다. 올림픽조직위는 또 선수 이외의 대회 참가자는 최소화할 방침이다. 다만 올림픽 스폰서 기업이 초대한 해외 관객은 ‘올림픽 관계자’ 자격으로 입국이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경기장 입장 국내 관중의 상한선을 4월 중 결정할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경기장 수용 인원의 50% 입장을 우선 검토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 무관중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 올림픽이 해외 관중 없이 열리게 되면서 올림픽 개최를 통해 정권을 부양한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구멍 난 입장권 판매 수입을 메워야 하고, 입장권 외에도 호텔 등 취소 수수료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제기된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해외 관중 없이 도쿄 올림픽을 치르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0.03%인 1961억 엔(약 2조 원)에 이르는 경제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최근 추정했다. 입장권 판매 수입이 줄어들 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이 일본에서 뿌릴 호텔 등 숙박비, 교통비 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간사이대 명예교수(이론경제학)는 해외 관중을 받지 않고, 국내 관중까지 50%로 제한했을 때 경제 손실을 1조6258억 엔으로 추산했다. 스가 총리는 도쿄 올림픽을 해외 관광객이 일본 관광을 재개하게 하는 기폭제로 삼겠다는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올림픽을 계기로 한 정권 부양이 불투명해졌고 (앞으로) 도대체 대회가 열릴 것인가라는 의문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21일 진단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1년 전 도쿄 올림픽 연기를 결정하며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주장했다. 스가 총리가 해외 관중을 포기한 것은 ‘완전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외 관중을 받지 않더라도 올림픽에는 선수 1만5000여 명에 대회 관계자, 취재진 등 수만 명이 일본에 입국한다. 이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올림픽을 밀어붙인 스가 정권은 치명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해외 관중 포기로 인해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해외에 판매된 입장권을 전액 환불하기로 했지만 호텔이나 항공권 등에 대한 취소 수수료는 “지불할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상당수 해외 티켓은 호텔 및 항공권과 묶어 판매됐기 때문에 향후 해외 구매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 조직위로선 입장권 해외 판매 수입(약 900억 엔)이 사라지게 됐다. 국내 관중 상한이 50%로 결정되면 국내 티켓 수입도 줄어 조직위는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경우 개최 도시 도쿄도가 보전해야 하는데, 도쿄도는 올림픽 1년 연기로 인해 이미 1200억 엔의 추가 지출을 떠안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국내 관중 입장은 ‘제한 없음’ ‘50%로 제한’ ‘무관중’ 등 세 가지 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50% 제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 유재영 기자}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여성 비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여성 멸시 발언으로 모시 요리로(森喜朗) 당시 조직위원장(전 총리)이 사퇴했고, 18일에는 개·폐막식 총괄책임자 사사키 히로시(佐¤木宏·67)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1년 전 통통한 체구의 여성 연예인을 돼지로 분장시켜 개막식에 등장시키려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러났다. 유명 광고인인 사사키 디렉터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 폐막식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캐릭터 ‘슈퍼 마리오’로 분장해 깜짝 등장하도록 하는 연출을 지휘했다. 17일 시사주간지 슈칸분슌에 따르면 사사키 디렉터는 지난해 3월 관계자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올림픽 개막식 안을 토론하면서 여성 탤런트 겸 개그우먼 와타나베 나오미(渡변直美·34) 씨를 돼지로 분장시키자는 안을 내놨다. 당시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다, 오린핏그=와타나베 나오미 씨’란 글을 적었다. 오린핏그는 ‘올림픽+피그(pig·돼지)’란 뜻이다. 일본어로 올림픽이 ‘오린핏쿠’로 발음돼 끝부분이 ‘피그’와 비슷하고 와타나베가 키 158cm, 체중 107kg이어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현장에서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 스태프도 “여성을 돼지에 비유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기증이 날 만큼 위험하다”며 반대하자 사사키 디렉터는 즉시 아이디어를 철회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슈칸분슌 보도로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사사키 디렉터는 18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발언 내용에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조직위원장에게 사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나도 충격을 받았다. 사의를 받아들인다”며 “올림픽까지 앞으로 4개월 남았으므로 후임 선출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이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사키 디렉터가 사퇴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담당상은 이날 “완전히 부적절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역시 “매우 부끄럽다. 개·폐막식은 세계를 향해 도쿄가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인데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고 질타했다. 당사자인 와타나베는 소속사를 통해 “솔직히 놀랐지만 나는 이 체형으로도 행복하다. 지금까지 그랬듯 뚱뚱한 것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화 봉송 준비 역시 순조롭지 않다. 조직위원회는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후쿠시마현의 축구 시설인 ‘제이(J) 빌리지’에서 25일 성화 봉송 출발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당초 여성 축구 국가대표팀 ‘나데시코 저팬’ 선수 중 한 명이 첫 주자라고 밝혔지만 첫 주자로 거론됐던 가와스미 나오미(川澄奈穗美) 선수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어 포기하겠다”고 밝혀 김이 샜다. 17일에는 3, 4번째 주자로 내정됐던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香川照之), 일본 마라톤 기록 보유자 오사코 스구루(大迫傑) 선수 역시 비슷한 이유로 포기 의사를 밝혔다. 결국 조직위는 일반 관중 없이 성화 봉송식을 열기로 했다. 당초 참석이 에상됐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역시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여성비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여성멸시 발언으로 모시 요리로(森喜朗) 당시 조직위원장 겸 전 총리가 사퇴했고, 18일에는 개·폐막식 총괄책임자 사사키 히로시(67)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1년 전 통통한 체구의 여성 연예인을 돼지로 분장시켜 개막식에 등장시키려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러났다. 유명 광고인인 사사키 디렉터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폐막식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캐릭터 ‘슈퍼 마리오’로 분장해 깜짝 등장토록 하는 연출을 지휘했다. 17일 시사주간지 슈칸분슌에 따르면 사사키 디렉터는 지난해 3월 관계자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올림픽 개막식 안을 토론하면서 여성 탤런트 겸 개그우먼 와타나베 나오미(34) 씨를 돼지로 분장시키자는 안을 내놨다. 당시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다, 오린핏그=와타나베 나오미 씨’란 글을 적었다. 오린핏그는 ‘올림픽+피그(Pig·돼지)’란 뜻이다. 일본어로 올림픽이 ‘오린핏쿠’로 발음돼 끝부분이 ‘피그’와 비슷하고 와타나베가 키 158㎝, 체중 107㎏이어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현장에서 여성은 물론 남성 스태프도 “여성을 돼지에 비유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기증이 날 만큼 위험하다”며 반대하자 사사키 디렉터는 즉시 아이디어를 철회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슈칸분슌 보도로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사사키 디렉터는 18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발언 내용에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 조직위원장에게 사의를 전했다”도 밝혔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나도 충격을 받았다. 사의를 받아들인다”며 “올림픽까지 앞으로 4개월 남았으므로 후임 선출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이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사키 디렉터가 사퇴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담당상은 이날 “완전히 부적절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역시 “매우 부끄럽다. 개·폐막식은 세계를 향해 도쿄가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인데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고 질타했다. 당사자인 와타나베는 소속사를 통해 “솔직히 놀랐지만 나는 이 체형으로도 행복하다. 지금까지 그랬듯 뚱뚱한 것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화 봉송 준비 역시 순조롭지 않다. 조직위원회는 10년 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던 후쿠시마현의 축구 시설인 ‘제이(J) 빌리지’에서 25일 성화봉송 출발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당초 여성 축구 국가대표팀 ‘나데시코 저팬’ 선수 중 한 명이 첫 주자라고 밝혔지만 첫 주자로 거론됐던 가와스미 나오미(川澄奈穗美) 선수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포기하겠다”고 밝혀 김이 샜다. 17일에는 3, 4번째 주자로 내정됐던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香川照之), 일본 마라톤 기록 보유자 오사코 스구루(大迫傑) 선수 역시 비슷한 이유로 포기 의사를 밝혔다. 결국 조직위는 일반 관중 없이 성화 봉송식을 열기로 했다. 당초 참석이 에상됐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역시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남편이 있는 여성이 다른 여성과 바람피운 것도 부정(不貞) 행위에 해당한다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7일 NHK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부인과 성적인 행위를 한 여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동성(同性) 간의 성적 행위도 부부를 이혼 위기로 내몰 수 있다”고 지적하며 피고 여성 A 씨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원고인 남편은 2019년 자신의 아내와 성적 관계를 맺은 여성 A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아내가 동성애에 관심이 있고 평소 A 씨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남편이 아내와 A 씨의) 성행위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며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피고 측에 주문했다. 일본에서는 통상적으로 결혼한 부부 중 한쪽이 동성과 불륜을 저질러도 법률상 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왔다. 원고 측 변호인은 “동성인지, 이성인지 따지지 않고 당사자들의 관계성을 실질적으로 고려한 판결”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공동생활이 존재하는 현 사회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원고인 남편은 배상액(미공개)이 충분하지 않다며 항소했다. 최근 일본 법정에선 동성 커플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삿포로지방재판소는 17일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란 판결을 내렸다. 도쿄고등재판소는 지난해 3월 동성 커플의 당사자가 ‘파트너가 바람을 피워 헤어졌다’면서 파트너에게 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성인 두 사람은 법률상 혼인을 할 수 없지만, 남녀의 혼인에 준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밝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남편이 있는 여성이 다른 여성과 바람피운 것도 부정(不貞) 행위에 해당한다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7일 NHK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부인과 성적인 행위를 한 여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성(同性) 간의 성적 행위도 부부를 이혼 위기로 내몰 수 있다”고 지적하며 피고 여성 A 씨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원고인 남편은 2019년 자신의 아내와 성적 관계를 맺은 여성 A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아내가 동성애에 관심이 있고 평소 A 씨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남편이 아내와 A 씨와의) 성행위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며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피고 측에 주문했다. 일본에서는 통상적으로 결혼한 부부 중 한 쪽이 동성과 불륜을 저질러도 법률상 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왔다. 원고 측 변호인은 “동성인지, 이성인지 따지지 않고 당사자들의 관계성을 실질적으로 고려한 판결”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공동생활이 존재하는 현 사회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원고인 남편은 배상액(미공개)이 충분하지 않다며 항소했다. 최근 일본 법정에선 동성 커플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삿포로지방재판소는 17일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란 판결을 내렸다. 도쿄고등재판소는 지난해 3월 동성 커플의 당사자가 ‘파트너가 바람을 피워 헤어졌다’면서 파트너에게 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동성이다보니 법률상 혼인을 할 수 없지만, 남여의 혼인에 준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밝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일본의 옛 이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일본 교토에 있는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교의 교가가 23일 공영 NHK 생중계를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된다. 일본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인기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에 이 학교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93년 고시엔 역사에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지는 것은 처음이다. 이 대회에 외국계 고교가 진출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학교 구성원들에게 한국어 교가는 ‘아리랑’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일본 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정신적 힘”이라며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일본에 4개뿐인 한국계 학교 중 하나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로 시작해 1963년 고등부를 개교했고, 한국 정부의 중고교 설립 인가에 이어 2004년에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학교 인가도 받았다. 고교 야구부는 22년 전인 1999년에 창단됐다. 그해 처음 출전한 지역대회에서 0-34의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일본인 학생들도 받아들이기 시작해 야구부 규모와 실력을 키웠다. 현재 전교생 131명 중 일본인 학생은 93명으로 한국 국적 학생 37명보다 더 많다. 이 학교 야구부는 2016년 지역대회 4강, 2019년 춘계 지역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지역의 야구 명문으로 부상했다. 3월 현재 일본 고교 중 야구부가 있는 곳은 3940곳에 이른다. 이 중 지난해 가을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32개 고교에만 봄 고시엔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교토국제고가 그중 하나로 꼽힌 것이다. 이 학교는 ‘동해’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로 인해 일본 내 우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박 교장은 “1월 말 고시엔 출전 학교 명단이 발표된 직후 일본 우익들이 온라인과 유선전화로 항의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에 입학하면 1박 2일간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이 기간 한국어 교가를 완벽하게 암기해야 한다. 한글을 모르는 일본인 신입생도 한국어 교가는 부를 줄 알게 된다. 일각에선 한국어 교가 제창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박 교장은 “70년 넘게 이어온 한국어 교가를 부르지 못하면 전국대회에 진출하는 의미가 퇴색된다. 일본인 학생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고 했다. 첫 경기를 치르는 23일 한국인 일본인 학생 모두 한국어로 교가를 부르게 된다. 일본인 학생들은 귀화한 한국 교포, 결혼한 한일 커플의 자녀 등 대부분 한국과 인연이 있다. NHK가 중계할 때는 교토국제고 교가의 일본어 번역 자막이 화면에 표시된다. 교도통신은 “동해(東海)가 아니라 ‘동쪽의 바다(東の海)’로 표기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교장은 “한국어로 녹음한 CD를 대회 주최 측에 제출했고, 번역에 대해 어떤 질문도 요구도 없었다”며 “한일 우호 협력을 중요한 교육 목표로 하는데, 교가 가사 문제가 더 이상 커지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처음 출전하는 이번 대회의 목표는 어떻게 될까. 박 교장은 “고시엔 진출 자체가 큰 목표였는데 이번에 이뤘으니 일보 전진한다는 의미에서 1승만 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너무 소박한 목표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버스를 여러 대 동원해야 하고, 선수들과 응원단 점심 등 비용을 감안하면 계속 이겨도 고민스럽다”면서 웃었다. 고시엔은 19일부터 효고현에 있는 한신고시엔 야구장에서 열린다. 재일동포 사회 중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은 재정이 부족한 교토국제고 야구부를 응원하기 위해 성금을 모으고 있다. 교토국제고의 첫 상대는 역시 처음 출전하는 미야기현의 시바타(柴田)고교. 두 학교 선수들은 경기 중간에 한 번씩 각자의 교가를 부른다.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만 교가를 한 번 더 부른다. 승리 팀 학교가 교가를 부르는 동안 패한 팀 선수들이 눈물을 쏟아대면서 분한 듯 주먹으로 그라운드를 내리치고 하는 모습은 고시엔 대회만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23일 교토국제고의 ‘동해 바다’ 한국어 교가가 한 번으로 끝날지, 두 번 울릴 수 있을지 재일동포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