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112

추천

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단독]양인모,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12월부터 이 순간만 바라보고 왔다”

    “인모니니에서 인모리우스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가 29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 우승은 처음이다. 양인모는 2015년 이탈리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인모니니’라는 애칭으로 불려왔다. 그는 위촉곡을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도 받았다. 2위는 미국의 네이선 멜처, 3위는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당초 예정된 2020년보다 2년 늦게 열렸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 연주자들의 참가가 배제되었다. 이번 수상으로 양인모는 1위 상금 3만 유로(약 3760만 원)와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 상금 2000 유로(약 250만원)를 받는다. 부상으로는 이 콩쿠르 의장인 지휘자 사카리 오라모와 바이올리니스트 페카 쿠시스토의 멘토링 및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협연 기회가 주어진다. 그는 영국 J&A 베어사가 제공하는 과다니니 바이올린 임대 혜택도 받는다.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는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1965년 시작되었다. 소련의 빅토리아 뮬로바(1980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1985년), 세르겡 하차투랸(2000년) 등의 유명 연주자를 우승자로 배출했다. 한국인으로는 신지아가 2005년 공동 3위에 올랐으며 지난 대회인 2015년에는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텔 리가 우승했다. 이번 대회의 결선은 27~29일 3일 동안 헬싱키 뮤직센터에서 열렸으며 6명의 결선 진출자는 지정 결선곡인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포함한 협주곡 두 곡을 연주했다. 양인모는 27일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카를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29일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과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결선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양인모의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비롯한 네 명의 연주가 열렸다. 양인모는 북유럽 대자연의 우수가 가득한 대곡을 특유의 또렷한 음색과 명확한 선율선으로 소화했다. 연주 직후 터진 격려의 함성부터 다른 연주자들이 받는 조용한 반응과 뚜렷이 대비되어 좋은 결과를 예감하게 했다. 다음은 양인모와의 일문일답. ―세계 주요 콩쿠르인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로서 다른 큰 콩쿠르에 도전했다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담도 컸을 듯하다.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2020년 10월부터 베를린에서 살게 됐다. 그때 코로나19가 한창이었고, 청중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내가 다니는 한스 아이슬러 음대의 안티에 바이타스 교수님이 이 콩쿠르를 권했다. 뭔가 새로운 목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시점이었고,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포함하는 프로그램에도 자신이 있었다. 12월에 참가를 결정한 뒤 하루 여섯 시간 씩 연습했다. 마음고생도 있었지만 즐거운 과정이었다.” ―어떤 마음고생이었나.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던 2015년 이전에는 거의 매년 콩쿠르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기성 연주가로서 활동하다가 다시 콩쿠르를 준비하려 하니 예전에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낯설게 느껴졌다. 평가를 받는 자리라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음악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하며 준비했다. 참가자 중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편이었고, 내 10대 때가 회상되면서 ‘아, 저 어린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구나’라는 점이 처음으로 신경쓰였다.” ―시기적으로 적절했다고 했지만, 4월 29일부터 프랑스 메스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다섯 차례나 생상스의 협주곡 3번을 협연하는 등 연주 일정이 많았는데. “생상스 협주곡 협연으로 무대에 서는 감(感)을 잃지 않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콩쿠르에 도움이 된다. 부산시향 상주음악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4월에는 처음으로 코른골트의 협주곡을 익혀 공연하기도 했지만 남들보다 열심히 모든 걸 준비해 극복하려 했다. 일정과 계획을 꼼꼼히 세워두는 게 중요했다.”―콩쿠르마다 색깔과 저마다의 어려운 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 콩쿠르는 어땠나. “시벨리우스 콩쿠르가 가진 취향이랄까, 색깔이 마음에 들었다. 우승자들과 심사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다른 콩쿠르보다 더 정확하게 음악의 본질에 다가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곡을 2차 예선에서 연주하는데 3월이 되어서 야 악보를 받았다. 준비 기간이 짧고 곡 자체도 굉장히 어려워 힘들었다. 현대 작곡가 마그누스 린드베리가 이 콩쿠르의 위촉을 받아 쓴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곡으로 현대작품 최고해석상을 받았다. “린드베리의 곡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연주 실황을 객석에서 감상한 적도 있어서 그의 작품을 내 식으로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결선 마지막 날도 그랬고, 인터넷으로 콩쿠르를 지켜본 누리꾼들도 매번 청중의 호응이 다른 연주가들과 달랐다고 이야기한다. “핀란드에서 연주하기는 처음이어서 청중들의 성격이나 색깔이 궁금했다. 청중 몇 명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핀란드의 감성에 맞는 연주를 해주어 고맙다’라는 반응이었다. 한국인과 핀란드인의 감성에 공통된 점이 있다고 느꼈다.” ―27일 연주한 닐센의 협주곡도 다른 연주가들을 완전히 빛바래게 했다는 평이 나온다. “처음 연주해보는 곡이었다. 유럽에서도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지만 결선 과제곡으로 나왔다는 것은 오케스트라가 이 곡에 익숙하다는 뜻으로 생각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리허설부터 매우 순조로웠고 지휘자(안나마리아 헬싱)와 악단이 잘 받쳐줬다. 29일 연주(지휘 디마 슬로보데니우크)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엄청난 시벨리우스의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나왔다. 그 소리에 탄력을 받아서 더 좋은 연주가 된 듯하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김한 클라리넷 부수석이 29일 시벨리우스 협연에 참여한 모습이 보였다. “친한 사이다. 얼마 전 메시앙의 사중주도 함께 연주한 일이 있고 며칠 전 이곳에서 저녁도 함께 먹었다. 그가 반주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든든했다.” ―결선에 오른 다른 다섯 명 연주자 중 특히 신경 쓰이는 상대가 있었나. “개성이 매우 뚜렷한 여섯 명이 결선에 올랐다. 이들의 연주를 보면서 경계심보다 다들 특별하구나, 저렇게 연주할 수도 있구나라는 점을 배웠다. 그게 콩쿠르의 좋은 점인데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에서는 어떤 점에 신경을 써서 연주했나. “시벨리우스의 나라 핀란드에는 이번에 처음 왔다. 이 나라의 대자연을 느껴보려 혼자 숲속과 호숫가를 걸어보곤 했다. 시벨리우스가 자신을 ‘산 속의 유령’이라고 말했듯이 그의 음악은 대자연을 표현한 음악이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들었을 때는 사람이 잘 안 느껴진다. 예를 들자면 말러의 음악도 자연을 다루지만 말러의 음악에서는 자연 속에서도 인간이 중심에 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는 자연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의 악보에는 매우 섬세하고 미묘한 강약 지시가 있는데 그것들이 바람과 같은 자연을 묘사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또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은 비르투오조(명인기)적 음악이 아니다. 기교적으로 어렵지만 기교적인 효과만을 위한 음악이 아니다. 오늘 연주를 하면서 내 자신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으로 ‘인모니니’라는 애칭을 얻었는데 이제 다른 작곡가의 이름과 결부돼 인식되게 되었다. “인모니니라는 별명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파가니니만 잘하기는 싫다. 많은 다른 작곡가들을 탐험하고 폭넓은 레퍼토리로 인정받는 연주가가 되고 싶다. 시벨리우스는 아직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으며 미스테리한 부분이 많지만 이제는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1차 예선에서 파가니니나 에른스트의 카프리스 곡을 고를 수 있었는데 굳이 알려지지 않은 에른스트의 곡을 선택했다. 파가니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을까. “파가니니를 지우려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내가 이 콩쿠르 참가자 중에서 나이가 많은 편 아닌가. 한층 도전적인 선곡을 해야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에른스트를 연주한 건 만족스러웠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못잖게 기교적으로도 어렵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추가하게 된 점도 좋았다.” ―중요한 성취를 또 이룬 셈인데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은 게 행복하고, 당장은 뭘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12월부터 이 순간만을 바라보고 왔기 때문에 혼자 쉬면서 이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기쁘고, 연주 하나하나에 매진하며 살면 행복할 것 같다. 콩쿠르에 또 도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 유럽에서 더 많은 연주 기회가 열릴 것이고. 좋은 음악적 파트너들을 만나고 더 깊이 음악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긴 밤 산책을 하고 푹 잔 뒤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1차 예선부터 함께 한 49명 참가자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받은 상은 그들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우리 모두가 시벨리우스의 작품과 다른 음악들을 함께 준비해서 나눈 데에 콩쿠르의 참다운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양인모는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연주계에 데뷔했으며 2014년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프랑스 국립 교향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2018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했다.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파가니니 ‘24개 카프리스’ 전곡과 ‘현의 유전학’ 앨범을 발매했다.헬싱키(핀란드)=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30
    • 좋아요
    • 코멘트
  • 같은 ‘전람회의 그림’, 이틀간 다른 오케스트라가 연주

    ‘이틀 동안 두 개의 같은 전람회?’ 러시아 국민주의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대곡 ‘전람회의 그림’을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나라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같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네건 다우니 디어가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같은 곡을 연주한다. 같은 곡을 다른 악단이 같은 장소에서 연달아 연주하는 것은 관현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오케스트라들은 연주 장소 대관과 협연자 선정 등 신경 쓸 일이 많아 서로 곡목 협의를 하지는 않는다. 두 공연을 잇달아 관람하는 전문가와 음악 팬들도 있는 만큼 해당 악단들은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경기필은 올해 초 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부임하기 전까지 이 악단 부지휘자로 호흡을 맞춰 온 정나라 지휘자와의 ‘합’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20년 말러 국제지휘콩쿠르 우승자인 피네건 다우니 디어의 ‘신선함’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두 악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륵스키의 친구였던 화가 겸 디자이너 하르트만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그의 회고전이 열리자 이 전시회를 본 감회를 모음곡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원곡은 1874년 피아노곡으로 발표됐지만 1922년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편곡한 관현악 버전이 더 널리 연주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이 곡의 마지막 악장인 ‘키이우의 큰 문’도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인이 쓴 곡이지만 우크라이나 수도를 배경으로 웅대한 느낌을 표현해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앙코르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하르트만이 디자인한 키이우의 큰 문은 그림만 남았을 뿐 실제 건립되지는 않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윤종)튜브]‘역주행’ 명곡과 그 공헌자들

    최근 쇼팽 발라드 4곡과 소나타 3번 등을 담은 음반을 내고 같은 프로그램으로 전국 순회 연주 중인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50대에 연주자로서 절정기를 맞이한 ‘역주행’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연주자의 커리어는 계획대로 풀리지도, 각자 인생의 비슷한 시기에 오지도 않죠.” 문화계에서 ‘역주행’이란 중앙선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뒤늦게 인기를 얻는 ‘차트 역주행’을 뜻한다. 연주가뿐 아니라 작곡가나 명곡도 종종 역주행을 경험한다. 바흐나 헨델보다 일곱 살 위였던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는 1741년 사망한 뒤 오랫동안 이탈리아 음악학자들 일부가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대상이었지 널리 연주되는 작곡가는 아니었다. 1955년 이탈리아 악단 ‘이 무지치’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집 ‘사계’를 음반으로 내놓은 뒤 이 작품은 문자 그대로 클래식 차트 1위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말러는 1897∼1907년 당시 세계 음악계 정상의 지위였던 빈 궁정오페라 감독을 지냈지만 그가 작곡한 교향곡들은 이해하기 힘든 괴짜 작품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1960년 그의 탄생 100주년과 이듬해 서거 50주년이 이어지면서 그의 교향곡들은 그의 교향곡 2번 제목처럼 ‘부활’하기 시작했다. 말러와 마찬가지로 유대인이었던 미국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그의 교향곡 전곡을 음반으로 내놓았고,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러 생전의 예언은 실현됐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사정은 예전 이 코너에서 전한 바 있다. 이 곡은 길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1960년대까지 잘 공연되지 않았다.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은 1971년 자신이 수석지휘자로 재직하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소련과 아시아 순회연주에 나섰다. 순회 동안 이 곡을 한층 깊이 이해하게 된 그는 2년 뒤 이 곡의 명연으로 꼽히는 음반을 발매했고, 이 곡의 인기는 계속 높아져 고금의 다른 유명 교향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기곡이 되었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는 ‘늦깎이’로 교향곡 세계에 진입했지만 그의 교향곡들에 대한 청중과 비평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가 간신히 인정을 받은 것은 60세에 당대의 명지휘자 아르투어 니키슈의 지휘로 발표한 교향곡 7번에서였다. 미완성으로 남은 9번을 포함해 그에게는 교향곡 두 곡과 1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는 ‘리메이크 역주행’의 대표 사례다. 본디 이 작품은 베르디가 43세 때 발표했지만 참담한 흥행 실패를 겪었다. 무려 24년이 지나 아리고 보이토의 도움으로 이 오페라는 대대적인 개정에 들어갔다. 보이토는 그 자신이 작곡가였고 대본 작가였으며 한때는 베르디 작품의 비판자이기도 했지만 이 숨은 명작의 부활을 위해 힘을 보탠 것이다. 188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의 개정판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 작품은 베르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위의 사례들은 최소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것을 작곡가들이 본 경우이지만, 아예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 발견되어 명곡의 대열에 오른 작품들도 있다. 31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슈베르트의 인기 교향곡 두 곡도 그렇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C장조 ‘더 그레이트’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 10년 뒤인 1838년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잠자고 있던 이 곡의 악보를 발견한 주인공은 로베르트 슈만이었다. 그러고 나서 26년 뒤, 슈베르트 타계로부터는 무려 37년이나 지난 1865년, 지휘자 요한 폰 헤르베크가 두 악장만으로 된 슈베르트의 교향곡 악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오늘날 ‘미완성 교향곡’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이 곡은 헤르베크의 지휘로 작곡 43년 만에 초연됐다. 비제가 17세 때인 1855년에 쓴 교향곡 C장조도 1933년에야 발견됐다. 어떤 예술작품이든 재평가의 기회를 기다린다. 어떤 무명 예술가든지 자신의 작품이 정당하게 인정받을 날을 기다리며 작업한다. 말러가 생전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한 말이 작곡가들의 금언처럼 회자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이 세상과의 불통에 대한 작곡가의 변명이나 방패로 이용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00년 전 바로크 시대의 ‘n행시’, 콘서트로 만난다

    “바로크 시대의 유럽 사람들도 ‘삼행시’ 같은 말놀이를 즐겼습니다. 그들이 연주하고 듣던 음악에도 그 문화가 반영돼 있죠.” 300년 전 유럽인들의 ‘말놀이 음악’을 콘서트에서 만난다. 바로크 음악 연주단체 코리안바로크소사이어티가 17일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올리는 ‘글자 퍼즐 B.A.R.O.Q.U.E.’ 연주회다. 독일 작곡가 페첼의 ‘알파벳 소나타’, 프랑스 작곡가 쿠프랭과 이탈리아 작곡가 참피가 각각 작곡한 ‘예레미아 애가’ 등 세 곡을 선보인다. 참피의 곡은 세계 초연 순서가 될 거라고 코리안바로크소사이어티의 이은지 음악감독은 귀띔했다. 세 곡의 특징은 ‘어크로스틱스(Acrostics)’라는 시 형식을 전용했다는 것. 우리에게 친숙한 ‘n행시’와 비슷한 개념이다. 시의 각 행이나 절(節) 첫 글자를 연결하면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는 것을 말한다. 무대 첫 순서인 페첼의 ‘알파벳 소나타’는 24곡의 짧은 소나타로 구성된 곡이다. “각각의 곡은 A부터 Z까지 알파벳 24자로 시작하는 여성 이름 24개가 제목으로 붙어 있습니다. 당시 I와 J, U와 V는 서로 혼용되었기 때문에 26곡이 아니라 24곡이 되었죠.” 이 감독은 “이 여성 이름들은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나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름들이지만 일부는 어떤 인물인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선 24곡 중 ‘바로크’를 뜻하는 ‘B,A,R,O,Q,U,E’ 글자 소나타 일곱 곡을 연주한다. ‘예레미아 애가’는 구약성서의 일부로 예루살렘의 함락과 성전의 파괴를 탄식하는 텍스트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려 부활절 직전 고난주간에 성악곡으로 연주된다. “예레미아 애가의 히브리어 텍스트가 각 절(節)마다 히브리어 알파벳 각 첫 글자로 시작합니다. 이 곡들에서는 시작하는 첫 자를 여러 음표의 연결로 처리해 강조의 효과를 높이죠.” 두 곡의 ‘예레미아 애가’에서는 소프라노 임소정이 솔로를 맡는다. 이런 콘서트를 착안한 계기는 페첼의 ‘알파벳 소나타’였다고 이 감독은 밝혔다. “이 곡의 컨셉트가 흥미로와서, 다른 어떤 곡과 묶을까 궁리하다가 히브리어 알파벳을 사용한 ‘예레미아 애가’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페첼의 곡은 화려하다기보다는 소박한 가운데 다채로운 성격들이 모여 있어 매력적입니다. 쿠프랭의 곡은 그의 대표작인 클라브생(건반악기) 모음곡 작곡 중에 나온 곡이라서 매우 세련된 기법을 선보이죠. 참피의 곡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 만큼 바로크 곡 중에서도 새로운 색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코리안바로크소사이어티는 2018년 창단됐으며 이번이 다섯 번 째 정기공연이다. 바로크 음악과 국악이 어우러진 지난해 ‘바로크 어드벤처: 하멜 그리고 조선’을 비롯해 매번 성격이 뚜렷한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은지 음악감독은 줄리어드 음대 고음악 과정을 졸업했고 인디애나 음대에서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영상을 곁들인 해설을 함께 할 예정이다. 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2-05-16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패전의 폐허에서 세운 원칙, 그것이 독일의 힘

    “지금까지는 미국과 영국이 세상의 등대와 같은 나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금 두 나라는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책임을 유기하고 있다. 누가 권위주의 국가에 맞서 일어설 것인가?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설 것인가? 독일만이 그럴 수 있다.” 이 책의 제목만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실제 내용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만의 특유한 분석이나 ‘단독 보도’는 없다. 세 가지는 염두에 두고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첫째, 저자는 ‘텔레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자를 지낸 영국인이다. 독일에 대해 본능적인 경쟁심과 질투심을 지닌 나라의 일원이 밝히는 ‘독일 예찬’인 셈이다. 둘째, 이 책의 원서는 2020년 출간됐다. 빠르게 번역 소개된 셈이지만 그사이 저자를 한숨짓게 만든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물러났고 그 후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의 독일 역할론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셋째, 저자는 주제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논지를 맞춰 나가지 않는다. 그 대신 수많은 사실(史實)과 사실(事實)을 쏟아낸다. 그 팩트들은 때로 주제를 위반한다. 독일의 인프라는 낙후됐고 극우 정당이 세를 불리며 러시아 중국 등의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태도는 종종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며 저자는 미국 정치평론가 조지 윌의 말을 빌려 전한다. “오늘날의 독일은 세상이 봐왔던 최고의 독일이다.” 이 모범 국가의 성적표에서 A 이상을 받은 과목은 많다. 유럽 최고의 경제력을 보유한 독일인은 저축하고 또 저축한다. 연방정부도 각 주정부도 재정 균형을 맞추는 데 노력을 집중한다. 그렇게 비축한 ‘곳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독일인은 사회적 결속과 타협, 양보에 익숙하다. 100만 명 가까운 독일인이 소방 자원봉사자로 등록돼 훈련을 한다. 1년에 일주일씩 마을의 힘든 일을 처리하기 위해 전 주민이 나서는 전통(케어보헤)이 있다. 난민 수용소 설치에 대한 집단 반대 같은 이슈가 있으면 문화 행사를 열어 명사들과 주민들을 초대하는 식으로 해결한다. 국경 밖 이웃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독일이 오랫동안 ‘보호받는 아이’로 머물러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독일은 각국의 통합과 자유무역의 중심 역할을 떠맡았다. 일찍이 ‘부자 나라’로 부러움을 샀지만 그들은 부유함보다 이웃에 대한 온정으로 존경받는 나라가 되고 싶었으며, 그 이상을 실현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러운 독일’을 만들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0)시’에서 시작해야 했던 여건에서 찾는다. 역사에서 찾을 모범이나 준거는 없었다. 그 대신 절차에 집중했고, ‘똑바르게’ 하는 데 열정을 쏟았다. 독일인은 규칙에 대한 강박을 가졌고, 갈등이 있으면 절차와 대화로 풀어갔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최근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소개한다. ‘독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밀폐된 창문이 떠오릅니다. 어떤 나라도 그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운 창문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겁니다.” 그 말은 신뢰가 최고의 자산으로 인정받는 나라에 대한 은유였다. 메르켈이 16년 임기 내내 보여준 신뢰와 신중함은 오늘의 독일 사회를 나타내는 두 가지 특징이기도 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다시 시작된 사랑과 이별, 짙은 갈색 목소리에 담아

    바리톤 이응광(41)의 목소리는 훈연(燻煙)한 것 같은 짙은 갈색의 느낌을 띤다. 그가 자신의 ‘인생 애창곡’인 말러 가곡집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와 말러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다’를 음반에 담았다. 바그너 ‘베젠동크 가곡집’도 앨범에 담겼다. 독일의 베테랑급 반주 피아니스트 올리버 폴이 함께했다. 이응광은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이탈리아 메조소프라노 라우라 베레키아와 콘서트 ‘연애론(De l‘Amour)’을 연다. 오전 11시 반 시작하는 마티네(낮 공연)다. 음반에 담긴 말러나 바그너의 가곡과 함께 오페라 아리아와 이중창도 함께 부르며 사랑의 상실에서 다시 시작된 사랑, 다시 찾아온 이별까지를 담아낸다. 6일 그를 만나 앨범과 듀오 리사이틀 ‘연애론’에 담은 콘셉트를 물어보았다. ―1부 ‘사랑을 잃은 자의 노래’로 시작해 5부 ‘모든 것은 꿈이었다. 그래도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로 끝나는 리사이틀의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처음엔 음반에 담긴 곡을 리사이틀에서 그대로 부를 생각이었죠. 그러나 말러와 바그너의 가곡에 쉽게 다가가기 힘든 청중도 있을 듯해서, 음악극 형태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제목은 스탕달의 에세이 ‘연애론’을 오마주한 거죠. 저는 예전에 슈베르트와 슈만의 삶을 음악극으로 담아낸 적도 있으니 그 3부가 되는 셈입니다.” ―함께하는 메조소프라노 라우라 베레키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밀라노 스칼라 극장과 독일 바이에른 국립극장 등 유럽 주요 극장에 출연하고 있는데요. “3년 전 함께 공연했는데 곡을 다루는 기량과 아름답고 풍성한 목소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32세로 가수로서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분입니다.” ―말러 가곡을 유독 자주 노래하는 편입니다. “대학 재학 시절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성악 선생인 주인공이 죽고 고요한 호수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가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다’죠. 세상의 혼란을 피해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표현했는데, 가수로서 마흔이 넘어가는 지금 이 노래가 새롭게 들렸습니다.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젊은이가 사랑에 눈떴다가 상처 입은 뒤 치유를 바라는 과정을 담은 가곡집입니다. 마지막에 ‘모두 다시 좋아졌다’라고 토로하지만 소망일 뿐, 실제 좋아진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그너 ‘베젠동크 가곡집’은 작곡가가 후원자의 아내와 사랑에 빠진 감정을 곡에 담았고 실제 작사자가 그 염문의 당사자인 베젠동크 백작부인이었지만 저는 뒷얘기보다 음악에만 집중하려 했습니다.” 5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훈연한 듯 갈색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연애론’

    바리톤 이응광(41)의 목소리는 훈연(燻煙)한 것 같은 짙은 갈색의 느낌을 띤다. 그가 자신의 ‘인생 애창곡’인 말러 가곡집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와 말러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다’를 음반에 담았다. 바그너 ‘베젠동크 가곡집’도 앨범에 담겼다. 독일의 베테랑급 반주 피아니스트 올리버 폴이 함께 했다. 이응광은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이탈리아 메조소프라노 라우라 베레키아와 콘서트 ‘연애론(De l’Amour)‘을 연다. 오전 11시 반 시작하는 마티네(낮공연)다. 음반에 담긴 말러나 바그너의 가곡들과 함께 오페라 아리아와 이중창들도 함께 부르며 사랑의 상실에서 다시 시작된 사랑, 다시 찾아온 이별까지를 담아낸다. 6일 그를 만나 앨범과 듀오 리사이틀 ’연애론‘에 담은 콘셉트를 물어보았다. ―1부 ’사랑을 잃은 자의 노래‘로 시작해 5부 ’모든 것은 꿈이었다. 그래도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로 끝나는 리사이틀의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처음엔 음반에 담긴 곡들을 리사이틀에서 그대로 부를 생각이었죠. 그러나 말러와 바그너의 가곡에 쉽게 다가가기 힘든 청중도 있을 듯해서, 음악극 형태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제목은 스탕달의 에세이 ’연애론‘을 오마주한 거죠. 저는 예전에 슈베르트와 슈만의 삶을 음악극으로 담아낸 적도 있으니 그 3부가 되는 셈입니다.” ―함께하는 메조 라우라 베레키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밀라노 스칼라 극장과 독일 바이에른 국립극장 등 유럽 주요 극장에 출연하고 있는데요. “3년 전 함께 공연을 했는데 곡을 다루는 기량과 아름답고 풍성한 목소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32세로 가수로서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분입니다.” ―말러 가곡들을 유독 자주 노래하는 편입니다. “대학 재학시절 영화 ’가면속의 아리아‘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성악 선생인 주인공이 죽고 고요한 호수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가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다”죠. 세상의 혼란을 피해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표현했는데, 가수로서 마흔이 넘어가는 지금 이 노래가 새롭게 들렸습니다.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젊은이가 사랑에 눈떴다가 상처입은 뒤 치유를 바라는 과정을 담은 가곡집입니다. 마지막에 ‘모두 다시 좋아졌다’라고 토로하지만 소망일 뿐, 실제 좋아진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그너 ‘베젠동크 가곡집’은 작곡가가 후원자의 아내와 사랑에 빠진 감정을 곡에 담았고 실제 작사자가 그 염문의 당사자인 베젠동크 백작부인이었지만 저는 뒷얘기보다 음악으로만 집중하려 했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2-05-11
    • 좋아요
    • 코멘트
  • 교향악단 ‘전곡 연주’ 유튜브서 감상하세요

    “서울시향 정기공연은 유튜브에서 거의 다 볼 수 있다?” 서울시향이 2020년 이후 정기공연을 곡목별로 공개하는 ‘디지털 콘서트홀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지난달 4일 시작했다. 정기공연 프로그램을 곡목별로 나누어 매주 순차적으로 게시한다. 이에 따라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이 지휘한 베토벤과 시벨리우스의 교향곡들을 비롯해 40여 편에 이르는 전곡 연주 영상이 한 달 동안 ‘서울시립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됐다. KBS교향악단 유튜브 채널도 올해 들어 공연 전곡 영상 공개를 크게 늘렸다. 한 시간이 넘는 말러와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비롯해 20편 이상의 전곡 연주 영상을 3월 이후 4K 화질의 ‘광고 없음’ 영상으로 공개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이 아닌 시청자도 광고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네덜란드의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등 세계 명문 악단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채널들은 크게 나눠 공연 영상과 악단 홍보, 관객 교육을 위한 영상을 제공한다. 서울시향은 오케스트라의 악기를 소개하는 ‘인사이드 오케스트라’와 어린이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음악나라의 앨리스’ 등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KBS교향악단은 음악감독과 객원지휘자 인터뷰, 프로그램 프리뷰 영상을 제공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도 유튜브를 통한 홍보에 열심이다.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등이 지휘한 정기공연 영상과 작곡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슬기로운 감상생활’ 시리즈를 제공한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정기공연 영상과 함께 각 공연의 지휘자, 협연자, 각 악기 파트 수석이 출연하는 토크쇼 형식의 ‘경기필 포유’를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정기공연의 유튜브 공개 정도는 악단마다 방침이 다르다. 새 관객을 공연장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공연 감상을 ‘대체’할 기회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필이나 런던심포니는 의미 깊은 기념공연에 한해서만 전곡 영상을 제공하거나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 위주로 연주를 공개한다. 독일의 여러 방송교향악단은 ‘방송을 통한 음악문화 보급’이라는 설립 취지 때문에 유튜브를 통한 공연 전곡 영상 공개에 적극적이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hr-Sinfonieorchester) 유튜브 채널은 2012년 이후의 거의 모든 정기공연 실황을 공개해 ‘유튜브의 베를린필 디지털콘서트홀’로 통한다. 유튜브 영상을 거실 대형 TV와 전문 오디오 기기로 감상하는 음악팬도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TV나 구글 크롬캐스트 같은 동글(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콘텐츠를 전송해주는 장치)을 통해 다른 기기로 연결할 수 있다. 유튜브는 대개의 경우 애플뮤직의 256kbps보다 약간 떨어지는 192kbps 음질로 오디오를 전송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 음악팬은 CD와 음질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제주 클라라하우스, 14일 개관기념 콘서트 개최

    50석 규모의 소공연장 겸 음악감상실인 제주 서귀포시 클라라하우스가 14일 바리톤 이응광이 노래하는 슈만 가곡집 ‘시인의 사랑’으로 개관기념 콘서트를 갖는다. 피아니스트 김윤지가 반주하고 음악칼럼니스트 유혁준이 해설을 맡는다. 클라라하우스는 2014년 대전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올해 2월에는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에 제주 클라라하우스가 개관했다. 동아일보와 음악전문지 등에 해외 공연 감상기와 칼럼을 기고해온 음악칼럼니스트 유혁준이 운영을 맡고 있다. 공연 외 정기 강좌 ‘유혁준의 음악이야기’와 LP감상회, 영상음악회 등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제주 클라라하우스 개관기념 공연은 15일 피아니스트 김윤지 리사이틀, 28일 바리톤 고성현 리사이틀로 이어진다. 11만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10
    • 좋아요
    • 코멘트
  • 내 집 거실을 심포니홀로…서울시향 ‘디지털 콘서트홀’ 프로젝트

    “서울시향 정기공연은 유튜브에서 거의 다 볼 수 있다?” 서울시향이 2020년 이후 정기공연을 곡목별로 공개하는 ‘디지털 콘서트홀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지난달 4일 시작했다. 정기공연 프로그램을 곡목별로 나누어 매주 순차적으로 게시한다. 이에 따라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이 지휘한 베토벤과 시벨리우스의 교향곡들을 비롯해 40여 편에 이르는 전곡 연주 영상이 한 달 동안 ‘서울시립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됐다. KBS교향악단 유튜브 채널도 올해 들어 공연 전곡영상 공개를 크게 늘렸다. 한 시간이 넘는 말러와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비롯해 20편 이상의 전곡 연주 영상을 3월 이후 4K화질의 ‘광고 없음’ 영상으로 공개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이 아닌 시청자도 광고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네덜란드의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 세계 명문 악단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채널들은 크게 나눠 공연 영상과 악단 홍보, 관객 교육 등을 위한 영상들을 제공한다. 서울시향은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을 소개하는 ‘인사이드 오케스트라’와 어린이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음악나라의 앨리스’ 등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KBS교향악단은 음악감독과 객원지휘자 인터뷰, 프로그램 프리뷰 등 영상을 제공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도 유튜브를 통한 홍보에 열심이다.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등이 지휘한 정기공연 영상과 작곡가들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슬기로운 감상생활’ 시리즈 등을 제공한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정기공연 영상과 함께 각 공연의 지휘자, 협연자, 각 악기 파트 수석 등이 출연하는 토크쇼 형식의 ‘경기필 포유’ 형식을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정기공연의 유튜브 공개 정도는 악단마다 방침이 다르다. 새 관객을 공연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공연 감상을 ‘대체’할 기회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필이나 런던심포니의 경우 의미 깊은 기념공연에 한해서만 전곡 영상을 제공하거나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 위주로 연주를 공개한다. 독일의 여러 방송교향악단은 ‘방송을 통한 음악문화 보급’이라는 설립취지 때문에 유튜브를 통한 공연 전곡영상 공개에 적극적이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hr-Sinfonieorchester) 유튜브 채널은 2012년 이후의 거의 모든 정기공연 실황을 공개해 ‘유튜브의 베를린필 디지털콘서트홀’로 통한다. 유튜브 영상을 거실 대형 TV와 전문 오디오 기기로 감상하는 음악팬도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TV나 구글 크롬캐스트 같은 동글(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컨텐츠를 전송해주는 장치)을 통해 다른 기기로 연결할 수 있다. 유튜브는 애플뮤직의 256kbps보다 약간 떨어지는 192kbps 음질로 오디오를 전송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 음악팬들은 CD와 음질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10
    • 좋아요
    • 코멘트
  • 국립심포니 “한국 창작음악 세계에 알리겠다”

    올해 3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이름을 바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부지휘자를 임명하고 지휘자와 연주자 육성을 강화한다. 또 5년 만에 상주작곡가를 위촉하고 한국을 넘어 세계에 한국 클래식을 전파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최정숙 대표이사와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와 같은 비전을 발표했다. 상주작곡가에는 지난해 국립심포니 신인작곡가 발굴 프로젝트 ‘작곡가 아틀리에’ 1기에 참여한 작곡가 전예은(37)이 선정됐다. 전예은은 2017년 서울시립교향악단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 위촉 작곡가로 활동했으며 2020년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 오페라 ‘레드 슈즈’로 주목을 받았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올해 11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LG시그니처홀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그의 위촉 초연 작품 ‘장난감 교향곡’을 연주하는 등 3년 동안 매년 그의 신작을 연주할 예정이다. 라일란트 음악감독은 “한국 창작곡 쿼터제를 도입해 매년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3곡 이상 발표하며 이를 시리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유명 극장이나 페스티벌과도 연계해 작품을 공동 위촉하는 등 세계에 한국 창작음악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위촉하는 부지휘자에는 지난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주최 제1회 KSO국제지휘콩쿠르 우승자인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27)이 발탁됐다. 브라운은 미국 예일대와 영국 왕립 음악 아카데미를 졸업했고 이탈리아 코모 지휘콩쿠르 2위를 수상했으며 영국 지휘자 마크 엘더 경의 보조지휘자를 지냈다. 국립심포니는 지난해부터 3년마다 열리는 KSO국제지휘콩쿠르 개최연도 사이에 젊은 지휘자 워크숍을 진행한다. 지휘 기법 마스터 클래스뿐 아니라 음악 비즈니스를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해 예술적 기량과 행정 능력을 고루 갖춘 지휘자를 키워 내겠다고 밝혔다. 국립심포니는 오케스트라 공연 영상을 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스코어리더(악보를 보며 음악 공연 영상 제작을 총지휘하는 사람)를 육성하고 해외와 영상 기술도 교류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페인의 신비한 매력, 피아노 선율에 담았어요”

    《피아니스트로, 지휘자로. 1인 2역을 소화하며 양쪽 영역 모두 음악 팬과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선욱(34)이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갖는다. 슈베르트 네 개의 즉흥곡 D899(작품 90), 알베니스 ‘이베리아’ 모음곡 제2권, 리스트 소나타 B단조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마포아트센터 리사이틀은 선우예권 박재홍 등 피아니스트 6명이 이어가는 올해 ‘M소나타 시리즈’의 첫 순서다. 지난주 미국 미네소타 교향악단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기 위해 미네소타에 있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김선욱’이라고 하면,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조형적인 작품들을 먼저 떠올리는 팬이 많습니다. 차분해 보이는 프로필 사진도 이유일까요. 그런데 이번 선곡은 한층 ‘색채적’인 선택인 듯합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지휘한 바도 있지만 즉흥곡집에서 나타나는 감각적인 느낌과는 다르고요. “저를 오래 봐오신 분들은 제가 베토벤이나 브람스만 연주해 오지 않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청중을 잘 설득할 자신이 있고 제가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곡들이죠. 중심은 알베니스였습니다. 스페인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닐 때, 그 나라의 적막하면서 화려한 듯한 분위기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이 신비하게 느껴졌죠. 알베니스 ‘이베리아’ 전 4권 중 청중에게 다가가기 좋은 2권을 선택했습니다. 알베니스를 공부하면서 그가 리스트에게서 짙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스트를 경배했고, 그의 피아노 기법을 동경했죠.” ―‘악마적’이라는 평이 있는 리스트의 곡 중에서도 그의 유일한 피아노소나타를 택했는데요. “2006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개관 때, 또 제 대학 졸업연주와 여러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입니다. 10대, 20대의 제 삶에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 이 곡이 가진 통일성과 다섯 개 주제가 가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이 두 곡으로 시작해 전체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춰 보다 보니 ‘노래적’인 곡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슈베르트의 즉흥곡집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피아노로 보여드릴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피아노 앞과 포디엄(지휘대) 위에서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는데, 지휘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목표라기보다는 저 자신이 생각하기에 지휘라는 영역에서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피아노든 지휘든 음악에 대한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음악은 딱 연주를 하는 그 시간에 불타오르고는 사라지죠. 연주자든 청중이든 그 순간이 휘발되면서 가슴이 촉촉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연주라고 여깁니다.”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업과 다른 취미를 갖기 마련인데, 예외적으로 ‘취미도 음악 듣기’라고 들었습니다. “연주를 위해 어느 도시를 갈 때 처음 찾아보는 게 제가 있는 동안 어떤 콘서트가 열리나, 악보점은 어디인가, 음반은 어디서 살 수 있나 같은 것들입니다. 다른 음악 애호가들과 비슷하죠. 최근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집에서 트레드밀(러닝머신)을 하는데,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더군요.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서 운동했습니다. 메트오페라 라이브, 메디치TV 같은 채널들도 즐겨 봅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3만∼10만 원, 마포아트센터 3만∼6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피아니스트 김선욱 “스페인의 신비한 매력 들려드립니다”

    피아니스트로, 지휘자로. 1인 2역을 소화하면서 양쪽 영역 모두 음악팬과 평론가들의 지지를 구축하고 있는 김선욱이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8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갖는다. 슈베르트 네 개의 즉흥곡 D899(작품 90), 알베니즈 ‘이베리아’ 모음곡 제 2권, 리스트 소나타 B단조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마포 리사이틀은 선우예권 박재홍 등 피아니스트 6명이 이어가는 올해 ‘M소나타 시리즈’의 첫 순서다. 지난주 미국 미네소타 교향악단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기 위해 미네소타에 있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김선욱’이라고 하면,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조형적인 작품들을 먼저 떠올리는 팬이 많습니다. 차분해 보이는 프로필 사진도 이유일까요. 그런데 이번 선곡은 한층 ‘색채적’인 선택인 듯 합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지휘한 바도 있지만 즉흥곡집에서 나타나는 감각적인 느낌과는 다르고요. “저를 오래 봐오신 분들은 제가 베토벤이나 브람스만 연주해오지 않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청중들을 잘 설득할 자신이 있고 제가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곡들이죠. 중심은 알베니즈였습니다. 스페인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닐 때, 그 나라의 적막하면서 화려한 듯한 분위기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이 신비하게 느껴졌죠. 알베니스 ‘이베리아’ 전 4권 중 청중에게 다가가기 좋은 2권을 선택했습니다. 알베니즈를 공부하면서 그가 리스트에게서 짙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스트를 경배했고, 그의 피아노 기법을 동경했죠.” ―‘악마적’이라는 평이 있는 리스트의 곡 중에서도 그의 유일한 피아노 소나타를 택했는데요. “2006년 세종체임버홀 개관 때, 또 제 대학 졸업연주와 여러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입니다. 10대~20대의 제 삶에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 이 곡이 가진 통일성과 다섯 개 주제가 가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이 두 곡으로 시작해 전체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춰보다 보니 ‘노래적’인 곡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슈베르트의 즉흥곡집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피아노로 보여드릴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피아노 앞과 포디엄(지휘대) 위에서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는데, 지휘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목표라기보다는 제 자신 지휘라는 영역에서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피아노든 지휘든 음악에 대한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음악은 딱 연주를 하는 그 시간에 불타오르고는 사라지죠. 연주자든 청중이든 그 순간이 휘발되면서 가슴이 촉촉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연주라고 여깁니다.”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업과 다른 취미를 갖기 마련인데, 예외적으로 ‘취미도 음악듣기’라고 들었습니다. “연주를 위해 어느 도시를 갈 때 처음 찾아보는 게 제가 있는 동안 어떤 콘서트가 열리나, 악보점은 어디인가, 음반은 어디서 살 수 있나 같은 것들입니다. 다른 음악애호가들과 비슷하죠. 최근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집에서 런닝머신을 하는데,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더군요.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서 운동했습니다. 메트오페라 라이브, 메디치TV 같은 채널들도 즐겨 봅니다.” 예술의전당 3만~10만원, 마포아트센터 3만~6만 원. 1544-1555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03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숫자로 생각합시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세 사람이 뭉쳤다. 이전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판단 오류에 취약한 인간을 ‘팩트 폭격’한 카너먼, ‘넛지’에서 똑똑한 선택의 기술을 설명한 선스타인, ‘선택 설계자들’에서 결정의 함정들을 알려준 시보니. 이들이 선택한 주제가 ‘의사결정’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제목 그대로 ‘생각의 노이즈(Noise)’에 집중한다. 책에서 노이즈는 올바른 결정을 방해하는 일관되지 않은 요소들을 뜻한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이를 ‘편향’에 대비시키며 사격 표적지의 비유를 가져온다. 총알이 과녁 한구석에 집중돼 박혔으면 이는 ‘편향’이다. 그러나 총알이 과녁에 넓게 분산되어 있으면 ‘노이즈’다. 편향은 알아채고 바로잡기 쉽지만 노이즈는 그렇지 않다. “편향이 쇼의 주인공이라면 노이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단역배우다.” 발견하고 바로잡기 쉽지 않기에 더욱 위험하다. 편향처럼 노이즈도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존재한다. 판결과 보석 결정, 의사의 진단, 신규 채용 결정 등…. 비슷한 사기 사건에서 한 사람은 징역 20년, 다른 사람은 징역 100일을 선고받는 일은 드물지 않다. 미국의 여러 지역 판사 50명에게 동일한 내용의 사건 정보를 제공하고 가상의 선고를 내리게 했더니 사건 20개 중 16개에서 징역형이 적당한지조차 일치된 의견을 내리지 못했다. 특정 재해를 어떤 손해사정사가 맡을지도 제비뽑기에 가깝다. 보험회사 경영진에게 ‘무작위로 선택한 보험심사역이나 손해사정사 두 사람에게 보험금을 산정하게 했다. 차이는 평균 얼마나 될까’라고 물었다. 대부분이 ‘10% 이하’라는 답을 했지만 실제 차이의 중간값은 55%나 됐다. 현실이 이런데 왜 세상은 ‘편향’에만 주목하고 노이즈는 잘 눈치채지 못할까. 인간은 세상을 원인과 결과로 이해한다. 특정의 이야기가 오류로 끝나면 편향이 문제라는 걸 다들 안다. 하지만 노이즈는 ‘원인과 결과의 세계’에서 쉽게 찾아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이런 함정을 피하고 좀 더 나은 결론을 이끌어 낼 것인가. 저자들이 권하는 답은 ‘통계적 사고’다. 판단할 때 주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여러 평가 항목으로 나눠 독립적으로 평가한 뒤 합하면 경험에서 나오는 노이즈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복잡한 가중치를 둘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단순한 판단 모델과 알고리즘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자들은 이를 ‘탄탄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다. 데이터에 대한 신뢰는 물론 중요하다. 판단을 시작한 뒤가 아니라 판단하기에 앞서 데이터를 살펴보고 생각이나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의 판단도 노이즈를 만든다. 회의에서 먼저 발언하는 사람이나 직위가 높은 사람의 판단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각자 독립된 판단을 내린 뒤 이를 동등하게 취합해야 한다. 절대평가보다 상대평가가 신뢰할 만하다는 저자들의 권고도 귀 기울일 만하다. “우리는 무언가를 절대적 척도 위에 놓는 것보다 무언가를 비교하는 데 훨씬 능하다.” 인간적이지 않게 들릴 수 있지만, 줄을 세워 등급을 매기는 것이 판단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판단의) 노이즈가 덜한 세상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없어지고, 안전과 보건이 개선되고, 많은 오류가 미연에 방지될 것이다. 이 책을 쓴 목적은 그런 세상을 만들 기회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큐피드가 쏜 선율, 사랑에 빠지는 5월

    “놀랍도록 아름다운 5월, 모든 싹들이 돋아날 때/내 마음속에 사랑이 솟아났노라.”(하이네 시, 슈만 곡 ‘시인의 사랑’ 제1곡 ‘아름다운 5월에’) 2020년 5월 피아니스트 마르쿠스 하둘라(빈 국립음대 교수)와 호흡을 맞춰 슈만 ‘시인의 사랑’ 앨범을 내놓은 ‘고귀한 목소리’ 테너 김세일(사진)이 이 아름다운 슈만의 가곡집을 5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 무대에 올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두 번의 연기 끝에 열리는 무대다. 음반 작업을 함께한 하둘라가 반주를 맡는다. 2년 전 음반 리뷰에서 기자는 이렇게 썼다. “앨범의 가장 강렬한 인상은 가사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천착, 정밀한 세공(細工)이다. 김세일의 목소리는 ‘시인의 사랑’의 전설적인 해석자 중 한 사람이었던 독일 테너 페터 슈라이어를 연상시키지만 비강 안쪽으로 납작하게 접히는 공명이 더 적어 한층 듣기 편하다. 이 곡의 역대 베스트 리코딩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김세일이 정교하게 표현한 가사와 선율은 마치 듣는 사람이 실제 실연당한 듯 만드는 바람에 휴일 여름 아침의 거실을 한동안 상실감에 빠져 빙빙 돌았다.” 김세일은 “이 곡은 학창 시절 처음으로 접한 연가곡이자 ‘첫사랑과 이루어진 기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랑하는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가곡의 무한한 상상력 안에 슈만, 하이네, 김세일이 함께 존재합니다. 이 노래를 접하는 분들의 마음속에도 이 흥미로운 그림들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리사이틀 전반부에는 슈만이 결혼한 해에 작곡한 가곡집 ‘리더크라이스’ 작품24를 노래한다. 4만∼6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4-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장 프랑스적 교향곡 들고… 오케스트라 올 첫 내한공연

    2022년 해외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은 프랑스 악단의 ‘올 프렌치’ 프로그램이 장식한다. 프랑스 동부 로렌 지역 중심도시 메스(Metz)에서 온 메스 국립오케스트라가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연주를 갖는다. 메스 국립오케스트라는 전 예술감독 자크 메르시에의 지휘봉 아래 2016년 ‘로렌 국립 오케스트라’ 이름으로 처음 내한했다. 다음 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이번 공연을 지휘하는 다비트 라일란트가 2018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라일란트는 올해 초 한국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취임했고 과거 국립오페라단 공연 두 차례, 지난해 교향악축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을 지휘한 바 있어 한국인에게 친숙한 얼굴이다. 독일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벨기에인으로, 프랑스의 주도(州都)급 도시 중에서 독일이나 벨기에와 가장 가까운 메스와 비슷하게 ‘코즈모폴리턴적’ 문화 배경을 갖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희극 오페라인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 서곡,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협연하는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에 이어 현역 프랑스 대표 오르가니스트로 꼽히는 올리비에 베르네 협연으로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을 연주한다. 라일란트 지휘 메스 국립오케스트라와 양인모는 22일 메스에서 서울과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콘서트를 가졌다. 공연 리허설 뒤 가진 영상 기자간담회에서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4, 5년 전부터 양인모의 연주를 접해 잘 알고 있었다. 프랑스 음악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주자라고 생각해 이번 메스와 한국에서의 공연의 협연자로 내가 직접 선택했다”고 말했다. 라일란트는 “생상스의 교향곡 3번은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이후 프랑스 교향곡의 역사를 다시 세운 금자탑과 같은 작품이다. 프랑스적이면서도 고전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양인모는 “리허설에서 라일란트 감독이 내가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도 악단의 소리를 완전히 장악했다. 단원들의 개성도 생생하게 드러났다”며 연주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그는 “프랑스 음악은 내게 제2의 모국어와 같다. 생상스의 협주곡 3번은 파가니니 곡 같은 화려함과 프랑스의 우아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곡으로 내 레퍼토리에서 매우 중요한 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만∼2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4-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윤종)튜브]국경 없는 예술, 정치에 묶지 말아야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2022 서울스프링페스티벌 다섯째 날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을 비롯한 다섯 현악 연주자들이 이탈리아 작곡가 루이지 보케리니(1743∼1805)의 현악5중주 ‘마드리드 거리의 밤 음악’을 연주한다. 이탈리아 작곡가가 왜 마드리드를 소재로 한 스페인풍 음악을 썼을까. 보케리니는 18세 때 스페인 왕족의 눈에 들어 마드리드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궁정 음악가로 활동했지만 어느 날 왕이 새로 작곡한 작품 일부가 마음에 안 든다며 바꾸어 보라고 말했다. 보케리니는 왕이 지적한 부분을 두 배로 늘려 버렸다. 결과는 당연히 파직이었다. 이후 보케리니는 프로이센으로 가서 음악 애호가였던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를 섬겼다. 왕이 죽은 뒤 보케리니는 돌아갔다. 이탈리아가 아닌 마드리드로. 그가 알던 왕족과 귀족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보케리니는 빈곤에 시달렸지만 그는 젊은 날의 추억이 깃든 스페인에서 생을 마쳤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예술가들은 국경을 넘어 활동하는 존재였다. 특히 다민족 국가였던 오스트리아가 강성해지자 음악가들은 그 수도인 빈으로 모여들었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30세 때 빈에 정착한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브람스가 빈에 도착한 3년 뒤 내놓은 교향곡 1번(1876년) 4악장에는 느릿하고 장엄한 코랄(찬송가풍) 선율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이 멜로디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환희의 송가’ 선율과 닮았다”고 했지만 브람스는 ”그런 소리는 바보도 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실제 이 선율과 닮은 노래는 따로 있었다. 브람스가 4년 뒤 쓴 ‘대학 축전 서곡’에 원곡 그대로 인용한 19세기 독일 학생가 ‘우리는 굳건한 집을 세웠다’다. 1980년대 국내 중고교 음악 교과서에 ‘어여쁜 장미’라는 제목으로 실린 곡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가 있다. 이 노래에 다른 가사가 있다는 사실이다. 문헌학자 한스 마스만은 1820년 이 선율에 ‘나는 헌신했노라’라는 가사를 붙였고 이 노래는 독일 애국가요로 애창됐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나는 내 마음과 손을 다해 헌신했노라. 사랑과 삶으로 가득한 내 조국 독일이여.” 이 선율과 브람스 교향곡 1번 코랄 선율이 똑같지는 않지만 두 선율은 실제 매우 닮았다. 왜 브람스는 첫 교향곡에 애국가요와 닮은 선율을 썼고 4년 뒤 그 애국가요를 원곡 그대로 자신의 작품에 넣었을까. 브람스가 빈으로 건너온 3년 뒤 함부르크가 속한 북독일연방과 오스트리아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에서 이긴 북독일연방과 그 맹주인 프로이센의 주도로 1871년 독일제국이 수립됐다. 오스트리아인들은 수치심에 떨었지만 독일인들은 유럽의 새 강국으로 등장한 조국을 자랑스러워했다. 추측일 뿐이지만, 브람스는 교향곡 1번에서 독일인으로서의 희망과 애국심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에서 활동하는 그가 ‘나는 헌신하노라’ 선율을 그대로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외교적으로 고립된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화해했고 1879년 두 나라는 동맹 조약을 체결했다. 브람스가 ‘나는 헌신하노라’ 선율을 대학 축전 서곡에 직접 인용한 것은 두 나라의 적대감이 사라진 그 다음 해였다. 예술가들은 오래전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존재였다. 자신의 조국이 자기가 현재 활동하는 나라와 적이 되는 것은 자신의 뜻으로 좌우할 수 없는 일이다. 러시아의 푸틴 정권과 밀착해 이득을 보거나, 그의 범죄적 계획을 지지 찬동한 예술가가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수의 사례지만, 유럽 일부에서 러시아 예술가들이 단지 국적 때문에 불이익을 겪었다는 얘기들은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에 나오는 일화, 6·25전쟁 중 한밤중에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얼굴에 전짓불을 비추며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물은 뒤 즉결처분을 하곤 했다는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특정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너는 어느 편이냐’라는 추궁을 받거나 예술적 활동에 족쇄가 가해지는 일은 온당하지 않다. 당연한 얘기도 거듭 확인해야 하는 서글픈 시대가 되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4-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첼리시모!’로… 봄 축제 열다

    17회째를 맞은 올해 서울스프링페스티벌(SSF)의 주인공은 ‘첼로’다. 매년 화사한 실내악으로 새봄을 장식해 온 SSF(예술감독 강동석)는 올해 축제의 주제를 현악기 첼로에 ‘특히’ ‘매우 ∼한’을 뜻하는 ‘∼issimo’를 더한 ‘첼리시모!’로 정했다. 22일 개막 공연부터 5월 4일까지 열리는 12회 공연 모두에 첼리스트 최소 한 사람 이상을 출연시켜 실내악 화음의 기본을 이루는 첼로를 집중 조명한다. 지난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석 SSF 예술감독은 “첼리스트들은 잘 뭉치고 어울려서 일하는 일이 많다는 데 착안해 올해는 첼로를 집중 조명하는 축제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개막 공연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Anniversaries(기념)’. 노부스콰르텟과 첼리스트 강승민 등이 출연해 슈베르트의 미완성 4중주곡 C단조,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스크랴빈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로맨스’, 탄생 200주년을 맞은 라프의 피아노 3중주 등을 소개한다.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가족음악회에는 주연선, 이상은, 강승민, 박진영 등 첼리스트 네 명이 꾸미는 첼로 앙상블 무대에 이어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3중주단 레이어스 클래식이 기타리스트 박규희, 바리톤 이응광,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첼리스트 심준호와 함께하는 후반부 무대가 펼쳐진다. 개막 이틀째인 23일 열리는 ‘비엔나의 프륄링(봄)’ 공연에도 눈길이 간다. 슈베르트, 후멜, 쳄린스키 등 오스트리아 빈을 무대로 활약한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 외에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온 카를 프륄링(1868∼1937)의 피아노5중주 F샤프단조를 피아니스트 김준희와 노부스콰르텟이 선보인다. 작곡가 이름인 ‘프륄링’은 독일어로 ‘봄’을 뜻한다.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의 이미지에 딱 맞는 이름이기도 하다. 올해 축제에서는 부대행사 ‘프린지 페스티벌’ 출연자를 처음으로 공모 형식으로 선발했다. SSF 프린지는 서울 시내 박물관, 미술관, 인사동, 남산타워 등 곳곳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진행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4-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4년 전통 ‘차이콥스키 콩쿠르’ 선율, 총성에 묻히다

    세계 주요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에서 퇴출됐다. 세계 국제음악콩쿠르의 연합체인 WFIMC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13일 특별 총회를 열어 회원 콩쿠르들이 투표하기로 했고, 압도적 다수 의견으로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를 즉시 회원에서 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발표했다. 1957년 결성된 WFIMC가 정치적인 이유로 회원 콩쿠르를 퇴출시킨 건 처음이다. 이에 따라 WFIMC 회원 콩쿠르는 117개에서 116개로 줄었다. 투표에는 회원 콩쿠르 중 90곳이 참여했고 찬성 80표, 반대 2표, 기권 8표였다.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측은 “세계 음악공동체가 정치적 이유로 분열됨으로써 뛰어난 음악가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WFIMC 페터 파울 카인라트 의장과 플로리안 림 사무총장은 발표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잔혹한 전쟁과 반인도주의적 행위에 직면해, 러시아 정권이 자금을 지원하고 홍보의 도구로 이용하는 콩쿠르를 지원하거나 회원으로 둘 수 없다”고 밝혔다. WFIMC의 김진영 매니저는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가 열리지 못하게 강제하거나 참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발표문은 어떤 국적의 예술가든 국적 때문에 차별받거나 배제되는 일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에서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통영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콩쿠르까지 3개 콩쿠르가 WFIMC 회원 자격을 갖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64년 역사를 가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는 영향력과 권위에 타격을 입게 됐다. 내년 6월 예정된 이 콩쿠르 참가를 준비해온 연주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는 1958년 소련 문화부의 주도로 창립됐고 러시아 연방정부와 문화부의 후원을 받고 있다. 첫 회인 1958년 피아노 부문에서 미국인 밴 클라이번이 우승해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피아노 부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미하일 플레트뇨프, 다닐 트리포노프, 바이올린 부문 기돈 크레머, 빅토리아 뮬로바 등 세계적 거장을 우승자로 대거 배출해 왔다. 정명훈이 1974년 미국 국적으로 이 대회 공동 2위에 오르자 당시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가 열렸다. 한국인 첫 우승자는 1990년 남성 성악 부문의 바리톤 최현수(미국 국적으로 출연)이며 2011년 소프라노 서선영, 베이스 박종민이 각각 남녀 성악 부문에서 동반 우승했다. 2위 입상자로 2011년 피아노 부문 손열음, 2019년 남성 성악 부문 바리톤 김기훈이 있다. 한국 국적 예술가로는 1994년 백혜선이 최초로 피아노 부문에서 입상(3위)했다. 2002년 남성 성악 3위 김동섭, 2011년 피아노 3위 조성진, 바이올린 3위 이지혜, 2015년 남성 성악 3위 유한승, 2019년 바이올린 3위 김동현 등 꾸준히 입상자를 배출했다. 이번 WFIMC의 결정에 따라 이 콩쿠르 1, 2위 입상자의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 혜택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와 바르샤바 쇼팽 국제콩쿠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등 28개 국제음악콩쿠르 1, 2위 입상자는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할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4-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러 차이콥스키 콩쿠르, 국제음악계서 퇴출…“전쟁범죄 용납 안돼”

    세계 주요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에서 퇴출됐다. 세계 국제음악콩쿠르의 연합체인 WFIMC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13일 임시 총회를 열고 회원 콩쿠르들이 투표한 결과, 압도적 다수 의견으로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를 즉시 회원에서 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발표했다. 1957년 결성된 WFIMC가 정치적인 이유로 회원 콩쿠르를 퇴출시킨 건 처음이다. 이에 따라 WFIMC 회원 콩쿠르는 117개에서 116개로 줄었다. 투표에는 WFIMC 회원 콩쿠르 중 90곳이 참여했고 찬성 80표, 반대 2표, 기권 8표였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피아노의 반 클라이번,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미하일 플레트뇨프, 바이올린의 기돈 크레머, 빅토리아 뮬로바 등을 우승자로 배출한 세계 유수의 콩쿠르다. WFIMC는 발표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잔혹한 전쟁과 반인도주의적 행위에 직면해, 러시아 정권이 자금을 지원하고 홍보의 도구로 이용하는 콩쿠르를 지원하거나 회원으로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 예술가에 대한 제재나 차별을 포함해 어떤 국적의 예술가든 국적 때문에 차별되거나 배제되는 일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4-20
    • 좋아요
    • 코멘트